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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교육부가 악성민원 등 교육활동 침해를 겪은 교원이 즉시 신고할 수 있는 특수번호 ‘1395’를 사용하기로 합의했다고 10일 밝혔다. 특수번호는 공공질서의 유지와 공익증진을 위해 사용되는 번호다. 공공기관이 비영리목적으로 전국 규모의 통신망을 구성하는 경우 등에 과기정통부 장관이 부여할 수 있다. 최근 다양한 교권침해 사안이 부각되며 학교폭력신고 ‘117’, 교육민원상담 ‘1396’처럼 교원도 악성민원, 형사고발, 우울감 등 다양한 위기상황에서 즉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통합시스템의 구축 필요성이 제기돼왔다.과기정통부에서 1395 번호의 특수부여 절차를 완료하면 교육부는 실제 운영을 위해 올해 4분기(10~12월) 관련 시스템을 구축해 내년 1월 개통한다는 계획이다. 1395 특수번호가 개통될 경우 민원인은 발신지역의 시도교육청 교권민원팀과 즉시 연결된다. 이를 통해 교권침해 사안 신고, 법률상담지원, 마음건강진단치료 프로그램 안내 등이 이뤄진다. 특수번호 1395는 교원만 사용할 수 있다.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내년 1월로 예정된 긴급 직통전화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신속히 특수번호를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아마존이 인터넷 서비스를 위한 시험용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하며 ‘우주 인터넷 사업’에 첫발을 내디뎠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와 우주기업 스페이스X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간 세기의 우주 전쟁이 막이 올랐다는 평가도 나온다. 우주 산업은 애플 등 빅테크들이 앞다퉈 뛰어들고 있어 첨단산업 내 새로운 전장(戰場)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아마존은 6일(현지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의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카이퍼 프로젝트’의 시험위성 2기를 발사해 지구 상공 500㎞ 저궤도에 배치했다고 밝혔다. 카이퍼 프로젝트는 아마존의 우주 인터넷 사업이다. 2029년까지 지구 저궤도에 인공위성 3236기를 발사해 인터넷 연결이 불안정하거나 외진 지역에도 안정적인 접속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우주 인터넷 사업의 선구자는 스페이스X다. 이 회사의 ‘스타링크’는 9월 기준 4088기의 위성을 통해 60여 개국, 200만여 명에게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스페이스X는 최종적으로 인공위성 4만여 기를 지구 저궤도에 배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우주 사업에 먼저 발을 들인 건 머스크 CEO가 아닌 베이조스 창업자였다. 스페이스X보다 2년 이른 2000년 발사체 등을 제조하는 블루오리진을 창업한 베이조스 창업자는 2015년 11월 발사체 ‘뉴 셰퍼드’를 발사 후 착륙시켜 ‘재사용 발사체’의 성공 가능성을 처음 입증했다. 머스크는 이를 놓고 지구 주위를 도는 궤도 비행이 아닌 일정 고도만 찍고 내려온 준궤도 비행이라며 평가절하했다. 28일 후 스페이스X가 최초로 ‘팰컨9’의 궤도 비행 후 재착륙에 성공했다. 이후 위성을 궤도로 투입시킬 블루오리진의 궤도 비행용 발사체 ‘뉴 글렌’ 개발이 늦어지면서 두 기업 간 격차는 벌어지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는 “10년 이상 개발해 온 뉴 글렌은 예정보다 최소 3년 이상 늦어졌으며, 데뷔 비행은 내년으로 예정돼 있다”고 보도했다. 아마존은 블루오리진, 아리안스페이스, 유나이티드 론치 얼라이언스(ULA) 등의 발사업체와 계약했다. 이에 아마존 주주 중 하나인 클리블랜드연금기금은 8월 아마존이 스페이스X와 계약하지 않았다며 고소를 진행하기도 했다. 애플 역시 우주 사업에 본격적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 14’에 위성통신을 통한 SOS 기능을 탑재했다. 와이파이나 데이터 통신이 먹통일 때 위성을 통해 긴급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기능이다. 애플은 이 서비스를 위해 위성통신 기업 글로벌스타에 지난해 4억5000만 달러(약 6070억 원)를 투자했다. 애플은 지난달 ‘아이폰 15’를 출시하면서 미국자동차협회(AAA)와 협업해 타이어 펑크 등 자동차 문제가 발생했을 때 위성으로 도움을 청하는 서비스를 추가하며 위성통신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진영 스마트폰에 칩셋을 공급하고 있는 퀄컴은 올해 초 위성통신 사업자인 이리듐과 협력해 위성 기반의 메시지 송수신 기능 ‘스냅드래건 새틀라이트’를 공개했다. 주요 기업들이 수천∼수만 대에 이르는 인공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쏘아 올리며 우주 쓰레기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인공위성 증가로 인한 충돌로 궤도 및 지상에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다. 지구에 추락한 인공우주물체는 2021년 534개에서 지난해 2462개로 불어났다. 최근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자국 위성방송 통신사 디시네트워크에 수명이 다한 ‘에코스타-7’ 위성을 지정된 폐기 궤도로 옮기지 않았다며 15만 달러(약 2억 원)의 벌금을 최초로 부과했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완주 의원(무소속)이 ‘12대 국가전략기술’ 관련 내년도 예산이 올해 대비 1174억 원가량 삭감됐다고 5일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정필모 의원은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으로 정부출연연구기관의 학생연구원 등 1200여 명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연구중심대학의 총장들과 만나 진화에 나섰다. 박 의원은 25개 출연연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출연연이 수행하는 12대 국가전략기술 관련 R&D 사업 198개의 내년도 예산이 올해 대비 19%(1174억 원) 감소한 5148억 원으로 편성됐다고 이날 밝혔다. 12대 국가전략기술은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 등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집중 육성하겠다며 지난해 선정한 기술이다. 분야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수소, 양자, 차세대통신, 우주항공·해양 등 12개다. 기술분야별로는 첨단로봇(―34%), 이차전지(―29%), 인공지능(―28%) 등의 순으로 감액률이 높았다. 박 의원은 “대부분 과학기술 R&D는 단기적 성과 도출보다는 긴 호흡의 정부지원이 절실하다”며 “국가전략기술 육성을 선언하고도 정작 과기부 산하 연구원의 연구비를 삭감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과기정통부 측은 “어떤 사업을 국가전략기술 관련 사업으로 볼지 기준이 애매하다”면서 “출연연뿐 아니라 기타 연구기관에 배정된 전체 국가전략기술 관련 예산은 오히려 늘었다”고 해명했다. 앞서 지난달 정 의원은 삭감된 정부의 내년도 R&D 예산안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출연연의 경우 박사후연구원, 학생연구원 등이 1200여 명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출연연 및 대학에서 연구하기 어려워진 젊은 인력들이 해외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4대 과학기술원(KAIST, UNIST, GIST, DGIST)과 포스텍,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학생들이 삭감 반대 성명을 내는 등 반발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 장관은 5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11개 연구중심대학의 총장들과 만나 “연구비 예산에서 학생인건비를 상향하는 등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혁신적 R&D를 중심으로 예산도 다시 늘려갈 수 있도록 적극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올해 노벨화학상은 머리카락 두께의 10만분의 1 수준인 ‘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단위에서 특수한 성질을 가지는 ‘양자점’ 연구에 공헌한 과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 한편 1901년부터 시작된 123년의 노벨상 역사에서 시상 주체 실수로 처음으로 공식 발표 전 수상자 명단이 유출돼 논란이 예상된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4일(현지 시간) 양자점을 발견하고 개발한 문지 바웬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루이스 브루스 미 컬럼비아대 교수, 알렉세이 예키모프 미 나노크리스털테크놀로지 박사 등 3명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세 과학자는 1100만 크로나(약 13억6000만 원)를 3분의 1씩 나눠 갖게 된다. 양자점은 수백에서 수천 개의 원자로 이뤄진 물질이다. 수십 nm 수준의 양자점은 같은 물질이라도 크기에 따라 방출하는 색이 달라진다. 5∼6nm 크기의 양자점은 빨간색, 이보다 작으면 초록색, 더 작으면 파란색 빛을 방출한다. 중세 유럽의 스테인드글라스가 대표적이다. 유리 속 물질이 고온으로 가열되는 과정에서 나노 입자로 변해 여러 가지 색을 냈지만, 정확한 원리를 파악하진 못했다. 1980년대 초 예키모프 박사는 입자 크기가 양자 효과를 통해 유리 색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입증했다. 몇 년 후 브루스 교수는 유리가 아닌 유체에서 양자점의 양자효과를 입증했다. 1993년 바웬디 교수가 양자점의 크기를 다르게 합성하는 방법을 개발해 상용화에 기초를 닦았다. 양자점은 삼성전자가 상용화한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 TV 등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태양전지,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노벨위원회는 “양자점은 인류에게 큰 혜택을 가져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노벨화학상은 공식 발표 시점보다 2시간 40분 전 수상자 명단이 유출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노벨위원회는 수상자에게도 1∼2시간 전에야 연락할 정도로 보안에 철저하다. 로이터, AP통신 등은 수상을 앞두고 노벨위원회가 스웨덴 언론에 보낸 안내 메일에 노벨화학상 수상자 3명의 이름을 실수로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결국 실제 수상자 명단도 이들과 같아 향후 노벨위원회의 신뢰성을 놓고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달 탐사 춘추전국 시대가 도래했다. 올해 7월 이후 달을 향한 전 세계적인 탐사 도전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러시아는 8월 ‘루나 25호’를 발사하며 47년 만의 달 착륙을 목표로 나섰고, 인도는 앞서 7월 ‘찬드라얀 3호’를 발사해 인류 최초로 달 남극 착륙에 성공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웃 나라 일본도 세계 5번째 달 착륙 성공 국가를 목표로 ‘슬림’을 9월에 발사했다.‘문 레이스’는 끝나지 않았다. 올해 말부터 우주 탐사 초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본격적으로 ‘달을 향한 경쟁’에 합류한다. 미국은 민간 기업이 미 항공우주국(NASA)의 과학 탑재체를 달에 배달하는 ‘상업용 달 택배 서비스(CLPS)’ 첫 발사를 이르면 11월 시작할 예정이다. 중국은 내년부터 창어 6·7·8호를 발사해 달 남극 탐사에 나선다. 특히 미국과 중국은 세계 각국을 규합해 유인 우주 탐사 및 달 기지 건설에까지 나선다는 계획이다.》● 미중, 문레이스 참전 본격CLPS 계획은 NASA의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하위 계획이다. NASA는 과학 탑재체 등을 민간 기업의 발사체와 착륙선에 실어 달까지 운반하려 한다. 2028년까지 총 26억 달러(약 3조5714억 원)를 투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CLPS에 참여하는 첫 번째 주자는 우주개발 기업 ‘인튜이티브 머신스’의 달 착륙선 ‘노바-C’다. 스페이스X의 발사체 팰컨9에 실려 달의 남극으로 향한다. 지난달 회사는 “달 착륙선 제작을 끝냈으며, 11월 15일부터 6일간의 발사 일정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올해부터 내년까지 총 3회의 발사를 진행할 예정으로, 세 번째 발사에서는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한 달 우주환경 모니터 ‘LUSEM’도 실린다. 중국은 내년부터 달 남극 착륙에 도전한다. 2024년 발사 예정인 창어 6호는 달 남극의 뒷면에 위치한 SPA(South Pole-Aitken) 분지에 착륙해 이곳의 토양 샘플 등 수집에 나선다. 지름 약 2500km에 달하는 SPA는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크고 오래된 달의 분지다. 달의 진화에 큰 영향을 줬을 것으로 판단돼 연구 가치가 높은 구역이다. 2028년경 발사할 창어 8호는 달 현지 토양 등을 3차원(3D) 프린팅으로 가공하는 실험에 나선다. 양국의 달 탐사는 무인선 착륙 그 너머를 향하고 있다. 미국은 2025, 2026년경 진행될 ‘아르테미스 3’ 임무를 통해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반세기 만에 유인 달 착륙에 나선다. 중국도 7월 우한에서 열린 ‘제9회 중국상업우주정상포럼’에서 2030년을 목표로 ‘유인 달 착륙 계획’을 밝혔다. 미국과 중국은 유인 달 착륙 이후 장기적으로 달에 체류하며 탐사 및 자원 채굴 등을 진행할 달 기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달 국경선’ 놓고 논의 치열 미국은 지난해 ‘유인 달 착륙 후보지’를 공개했다. 달 남극 부근 중 자원이 풍부할 것으로 추정되면서도 햇빛을 받을 수 있고, 안전한 착륙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는 곳이다. 225㎢ 넓이 구획의 13개 지역으로 총면적은 약 3000㎢ 다. 경기도 총면적의 약 3분의 1에 해당한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달 착륙이 이어지며 자원에 대한 배타적 이용권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실제 미국 주도로 달 및 천체에서의 활동 원칙 등을 규정해 현재 29개국이 서명한 ‘아르테미스 협정’에서는 각국이 충돌을 피할 수 있도록 탐사 범위를 정하는 ‘안전구역’을 설정했다. 하지만 중국, 러시아 등은 “달의 소유를 금지하는 국제 우주 조약에 배치된다”며 비판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빌 넬슨 NASA 국장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 군도)의 영유권 주장을 예로 들며 “중국이 달 영토를 차지하고 미국을 달에서 내쫓을 수 있다. 중국이 과학 연구를 명분으로 달을 차지하지 않도록 감시해야 한다”고 말하며 중국발 달 영유권 분쟁을 우려했다. 우주법 전문가인 정영진 국방대 교수는 “아르테미스 협정에서 안전지대는 영속적인 것이 아니라 특정 프로젝트가 끝나면 사라지는 개념”이라며 “최근 인공위성이 많아지면서 (충돌 등을 방지하기 위해) 안전거리를 설정하는 계약이 이뤄지고 있는데, (안전지대도) 이처럼 국가 간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달의 특정 구역을 독점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지 등은 국제적인 합의를 얻어야 하는 부분이다. 신상우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 연구위원은 “현재 실질적인 점유나 영유, 자원의 채굴 등에 대한 국제 논의가 ‘난상토론’처럼 이뤄지는 상황”이라며 “최근 달 탐사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이러한 논의가 더 발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 우주 탐사 장기 로드맵 없는 한국한국의 달 착륙 목표 시점은 2032년으로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선도국들이 이미 유인 탐사를 하거나 달 기지를 건설하고 있을 시점이다. 주요국이 달 자원 활용의 주도권을 가져간 후에야 한국은 탐사에 나서는 것이다. 과학계는 한국의 달 착륙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한다. 미국의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은 유인 달 착륙에 그치지 않고 달 기지 건설, 화성 탐사를 위한 달의 전초기지화, 민간 기업의 달 우주정거장 건설 등 장기적인 계획과 연계돼 있다. 중국도 달 궤도 비행―유·무인 달 착륙―달 기지 건설 및 확장 등 촘촘한 달 탐사 타임라인을 세워두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2032년 달 착륙 및 2045년 화성 착륙이라는 큰 목표만 세웠을 뿐 이와 연계된 명확하고 구체적인 세부 계획이 빈약하다. 우주 개발 추진 전략과 계획 등을 망라한 4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에도 ‘우주 탐사 확대’, ‘우주 산업 강화’ 등 큰 단위의 목표는 있지만 ‘각론’ 수준의 로드맵은 부족하다. 국내 우주 산업 분야의 한 관계자는 “달 착륙에 실패할 경우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성공할 경우 어떤 목적을 위해 활용할 것인지를 구체화해야 현재 개발이나 예산 투자가 의미 있어진다”며 “우리나라 우주 개발의 큰 문제점은 ‘장기 로드맵’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독자적인 우주 개발이나 탐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한계도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다른 국가에 비해 가지고 있는 비교우위 기술을 ‘협상카드’로 활용해 국제 협력 틀 속에서 우주 개척을 해나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 다누리와의 통신을 위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경기 여주시에 구축한 심우주지상국과 같은 지상 통신 인프라 등이 해외에서 관심 갖는 핵심 기술로 꼽힌다. 연말 개청을 목표로 여야에서 특별법 논의를 진행 중인 우주항공청의 주요 역할도 이러한 국제 협력과 우주 외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7월 공개된 우주항공청 설립 및 기본 운영 방향에서는 국제 협력 조직을 청장 직속으로 두는 등 국제 협력과 우주 외교를 강화한 조직 구성을 공개한 바 있다. 미래 우주 개척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주항공청 출범 초기부터 국제 교류와 협력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과학계는 주장하고 있다. 전남혁 산업1부 기자 forward@donga.com}

국제 연구진이 ‘블랙홀이 회전한다는 사실’을 입증할 증거를 발견했다. 한국천문연구원을 포함해 세계 45개 기관, 79명의 연구원은 은하 M87의 중심부에 있는 초대질량블랙홀이 내뿜어내는 기체가 11년을 주기로 회전하고 있다고 28일 밝혔다. M87 블랙홀은 2019년 인류가 최초로 관측에 성공한 블랙홀이다. 강한 중력을 가진 블랙홀은 주변의 기체까지 빨아들인다. 이 과정에서 블랙홀 주변의 기체가 원반 형태로 회전한다. 블랙홀은 빨아들인 기체를 반대로 내뿜기도 한다. 만약 블랙홀이 회전하지 않는다면, 블랙홀이 내뿜는 기체의 방향은 일정할 것이다. 하지만 연구진은 블랙홀이 내뿜어내는 기체의 방향이 주기를 가지고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블랙홀이 내뿜는 기체의 방향이 바뀐다는 것은 블랙홀이 회전하고 있다는 분명한 증거”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 공동 연구팀이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과 일본, 중국, 이탈리아의 전파망원경 관측망을 23년간 관측한 결과다. 이번 연구의 한국 책임자인 노현욱 한국천문연구원 박사후연구원은 “우리가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전파 관측망 등에 힘입어 한 천체에 대해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관측할 수 있었다. 앞으로 계속될 모니터링에서 기존에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현상들이 발견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28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됐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국내 연구진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그동안 증상 억제만 가능했던 조현병 원인을 치료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냈다. KAIST는 바이오및뇌공학과 이도헌 교수와 한국한의학연구원 공동연구팀이 미국 스탠리 의과학연구소와의 국제공동연구로 AI를 통해 조현병의 원인을 치료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았다고 27일 밝혔다. 지금까지 조현병은 그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항정신병제에 의한 증상 억제만이 가능한 상태다. 연구팀은 미 스탠리연구소의 뇌 조직 데이터에 최근 주목받는 AI 기술인 ‘설명 가능한 심층학습’ 기술을 접목해 유전형과 조현병 사이의 병리를 설명하는 AI 모델을 구축했다. 이 모델을 해석한 결과 선천적인 유전형이 유전자와 단백질의 발현을 조절해 뇌의 전전두엽피질과 안와전두엽피질의 신경세포 발생을 변화시키고 조현병을 일으킬 확률을 높였다. 이 교수는 “기존에는 유전자나 환자의 상태를 보고 ‘조현병이 맞다 아니다’ 여부만 판정했는데, 이번 기술은 개인마다의 유전자 차이로 조현병이 발병하는 ‘중간과정’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조현병 발병의 원인 중 하나는 뇌 신경세포의 밀도 감소다. 기존에는 특정한 한 개의 유전 변이가 그 배경으로 지목됐다. 이번 연구에서는 여러 유전자의 변이가 종합적으로 작용해 세포 밀도의 차이를 일으킨다는 점도 규명됐다. 이번 연구는 학술지 ‘기능유전체학 브리핑’ 9월호에 게재됐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국내 연구진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그동안 증상 억제만 가능했던 조현병 원인을 치료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냈다.KAIST는 바이오및뇌공학과 이도헌 교수와 한국한의학연구원 공동연구팀이 미국 스탠리 의과학연구소와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AI를 통해 조현병의 원인을 치료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았다고 27일 밝혔다.지금까지 조현병은 그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항정신병제에 의한 증상 억제만이 가능한 상태다. 연구팀은 미 스탠리연구소의 뇌 조직 데이터에 최근 주목받는 AI 기술인 ‘설명가능한 심층학습’ 기술을 접목해 유전형과 조현병 사이의 병리를 설명하는 AI 모델을 구축했다.이 모델을 해석한 결과 선천적인 유전형이 유전자와 단백질의 발현을 조절해 뇌의 전전두엽피질과 안와전두엽피질의 신경세포 발생을 변화시키고 조현병을 일으킬 확률을 높였다. 이도헌 교수는 “기존에는 유전자나 환자의 상태를 보고 ‘조현병이 맞다 아니다’ 여부만 판정했는데, 이번 기술은 개인마다의 유전자 차이로 조현병이 발병하는 ‘중간과정’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조현병 발병의 원인 중 하나는 뇌 신경세포의 밀도 감소다. 기존에는 특정한 한 개의 유전 변이가 그 배경으로 지목됐다. 이번 연구에서는 여러 유전자의 변이가 종합적으로 작용해 세포 밀도의 차이를 일으킨다는 점도 규명됐다. 뇌 신경세포 밀도를 감소시키는 여러 유전형의 조합을 분석한다면 조현병 예측과 치료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학술지 ‘기능유전체학 브리핑’ 9월호에 게재됐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LG에너지솔루션은 생산 능력 확장과 핵심 원재료 현지화 등을 통해 북미 시장에서 안정적인 글로벌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3월 미국 애리조나에 7조2000억 원을 투자해 원통형(27GWh), ESS 리튬인산철(LFP) 배터리(16GWh) 단독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5월에는 현대자동차와 합작법인(JV)을 통해 30GWh 규모의 전기차 전용 공장 건설을 발표했으며 GM, 혼다 등과 합작 공장 건설 등을 연이어 발표했다. 잇따른 투자 발표는 빠르게 증가하는 전기차 수요에 맞춰 고객 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회사의 의지로 분석된다. 북미 전기차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33%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 다양한 친환경 에너지 산업 활성화 정책이 잇달아 도입되며 배터리 수요 역시 가속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역 △고객 △제품 △스마트 팩토리 등 4개 부문에 대해 북미 시장 대응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생산 능력을 꾸준히 확장해 시장 선점을 가속화한다. 2026년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지역 생산 능력은 약 300GWh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배터리 기업과 비교해 최대 규모다. 제품 영역도 다각화한다. 전기차 파우치·원통형 배터리는 물론 ESS용 LFP 배터리까지 제품영역을 넓혀 북미 지역 배터리 업체 중 가장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출 예정이다. 사람의 경험과 역량이 아닌 기계의 데이터로 의사를 결정하는 ‘스마트 팩토리’ 구축에도 역량을 집중해 수율 개선과 품질안정화 등을 달성한다는 게 회사의 전략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핵심 원재료 현지 확대 등 북미 공급망 구축에도 힘을 기울인다.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등 핵심 소재의 경우 주요 협력사들과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북미 현지화에 나선다. 니켈·리튬·코발트 등 메탈의 경우 미 FTA 체결 국가 내에 위치한 채굴 및 정·제련 업체를 활용해 역내 생산 요구에 적극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이 같은 노력을 통해 양극재 63%, 핵심 광물 72% 등 5년 내 북미 및 FTA 체결 국가로부터의 현지화율을 대폭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사진)이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안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밝혔다. 안 의원은 25일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 총연합회(연총)와 함께 ‘과학기술 연구 환경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그는 “구조적 문제가 있는데 예산만 줄인다면 문제가 증폭될 것”이라며 “정부에서 관리 문제까지도 생각하고 있기를 바라지만, R&D 예산 자체를 줄이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대표적으로 개선이 필요한 R&D 제도로는 연구과제중심제도(PBS)가 꼽힌다. 연구자들이 과제 수주경쟁에 뛰어들면서 결국 과학계 전체가 단기 성과에만 집중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이다. 안 의원은 “(R&D) 성공률이 99%에 달하는 것은 ‘성공할 수 있는’ 과제만 신청했다는 것”이라며 “정부는 성공 확률이 낮더라도 중장기 과제에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한국물리학회, 대한수학회, 대한화학회 등 기초과학 관련 주요 학술단체로 구성된 기초과학학회협의체도 성명을 내고 정부의 R&D 예산 삭감에 대해 ‘원점 재검토’를 요구했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안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밝혔다.안 위원은 25일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 총연합회(연총)와 함께 ‘과학기술 연구 환경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그는 “구조적 문제가 있는데 예산만 줄인다면 문제가 증폭될 것”이라며 “정부에서 관리 문제까지도 생각하고 있기를 바라지만, R&D 예산 자체를 줄이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대표적으로 개선이 필요한 R&D 제도로는 연구과제중심제도(PBS)가 꼽힌다. 연구자들이 과제 수주경쟁에 뛰어들면서 결국 과학계 전체가 단기 성과에만 집중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이다.안 위원은 “(R&D) 성공률이 99%에 달하는 것은 ‘성공할 수 있는’ 과제만 신청했다는 것”이라며 “정부는 성공 확률이 낮더라도 중장기 과제에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토론회를 마친 뒤 안 의원과 연총은 기자회견을 열고 출연연에 대한 정부 출연금 삭감 철회 및 PBS 제도 개편, 지속적인 연구를 위한 연구과제 평가 시스템 개편 등을 촉구했다. 같은 날 한국물리학회, 대한수학회, 대한화학회 등 기초과학 관련 주요 학술단체로 구성된 기초과학학회협의체도 성명을 내고 정부의 R&D 예산 삭감에 대해 ‘원점 재검토’를 요구했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한국은 천연자원 없이 인재 교육과 과학기술 투자를 통해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경제 발전을 위해서라도 기초과학을 지원해야 한다.” 2006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조지 스무트 홍콩과학기술대 교수는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노벨 프라이즈 다이얼로그 2023’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이 행사는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한 세계적 석학이 연사로 참여해 각종 글로벌 이슈에 대해 청중과 토론 및 소통하는 행사다. 한국에서는 2017년 이후 6년 만에 개최됐는데, 노벨상 수상자 5명과 노벨재단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기자간담회에서 R&D 예산 삭감에 대해 “지속적이고 꾸준한 투자 없이는 과학과 산업 발전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한목소리로 우려를 표시했다. 스무트 교수는 미국 조지 W 부시 정부 시기인 2008 회계연도의 과학예산 삭감으로 입자가속기연구소 인력 중 10%가량이 해고될 위험에 처하는 등 혼란이 일어나자 부시 대통령에게 ‘긴급 기초과학 지원’을 촉구하는 서명을 보낸 20명의 노벨상 수상자 중 한 명이다. 이들이 서한을 보낸 이후 부시 행정부는 3억3800만 달러(약 4500억 원)에 이르는 과학 분야 추가 예산을 편성했다. 2009∼2014년 이화여대 초기우주과학기술연구소 소장으로 부임하는 등 ‘지한파’이기도 한 그는 “한국은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에 대한 투자로 평면TV 등 전자제품의 발전을 이뤄냈다”며 “기초과학에 투자를 한다고 해서 실질적으로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지만, 그렇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이 (오히려) 절실하다”고 말했다. ‘꿈의 나노물질’로 불리는 그래핀을 발견해 2010년 36세라는 젊은 나이에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는 예산 삭감으로 인한 과학계의 혼돈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연구개발에 많은 투자를 할 것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것은 ‘과학적인 발견’과 ‘선거의 주기’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과학은 4, 5년 만에 즉각적인 결과물을 내기가 힘들기 때문에 ‘남는 예산’을 할당받게 된다”며 “(예산 삭감으로) 한국 연구계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노벨상 수상자들은 한국 등 정부의 연구개발 정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조언도 했다. 2017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요아힘 프랑크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연구가 특정 방향으로 진행되길 바라는 등 정부 투자가 과학자들에게 ‘압력’으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며 “(가설을 설정하고 실험을 통해 증명하는) ‘가설 기반 과학’을 연구하는 데 정부의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 정부가 최근 R&D의 성과에 따라 ‘상대평가’를 도입한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2013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마이클 레빗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과학자가 시도를 하고 실패를 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처벌’이 아닌 ‘보상’을 받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연구 평가의 경우 특정한 기준을 가지면 편향성을 가져올 수도 있기에 오랜 시간과 면담을 통해 (관찰하는) 무작위적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국제 협력 강화 기조에 대해선 찬성하는 의견이 많았다. 비다르 헬게센 노벨재단 사무총장은 “과학적인 발견과 성과는 자유롭고 제한 없는 아이디어의 교류를 기반으로 하고, 이는 국경을 넘어야 한다”며 “전 세계 많은 과학자들과 노벨상 수상자는 중요한 것을 ‘네트워크’라 꼽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기 백신을 개발하고 생산한 것도 국제적인 교류를 통해 가능했다”고 말했다. 헬게센 사무총장은 한국인의 노벨상 수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한국에 언제 수상자가 나올지는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면서도 “한국은 과학 분야 수상자가 없지만 연구 및 연구진의 퀄리티가 높다”고 평가했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10개 정도의 불치병 원인을 밝히고,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 인생의 목표입니다.”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은 비만이나 치매 등 치료가 어렵거나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질환에 대한 치료제가 개발 또는 발견되며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창준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장 역시 난치병 극복에 뛰어든 수많은 글로벌 연구자 중 하나다. 뇌 세포 전문가인 그는 최근 비만과 치매라는 두 난제를 한꺼번에 치료할 수 있는 원리를 찾아내 화제다. 이 단장은 11일 대전 IBS 본원에서 진행한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비좁게 연구되던 뇌를 폭넓게 바라보면 그동안 해결되지 못했던 질환에 대한 치료가 가능하다”고 했다. 올해 초 치매치료제 ‘레켐비’가 미 식품의약국(FDA)의 정식 승인을 받았다. 최근에는 비만치료제 ‘위고비’가 글로벌 시장에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이 단장이 이끄는 연구진은 두 질환이 ‘동일한 메커니즘’에 의해 치료될 수 있음을 밝혀냈다. 몸무게 50g의 ‘비만 쥐’에게 치매 치료 후보물질 ‘KDS2010’을 투여했더니 몇 주 만에 평균 체중인 30g대로 ‘다이어트’에 성공한 것이다. 이 단장은 뇌 안에서 신경세포에 영양분을 운반하거나 노폐물을 제거하는 등의 역할을 하는 ‘별세포’에 주목했다. 세포의 모양이 별을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치매환자의 경우 별세포의 크기가 커지고 수도 많아진다. 이를 ‘반응성 별세포’라 부른다. 이 단장은 이 반응성 별세포가 만들어내는 효소인 ‘마오비’가 신경전달물질 ‘GABA’를 과다 생성해 치매 등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그런데 연구진은 최근 이 GABA가 치매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지방을 태우는 신경세포를 억제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찾아냈다. 결국 치매와 비만의 원인이 모두 GABA의 과다 생성이라는 것이다. 연구진이 비만 쥐에게 투여했던 KDS 2010은 반응성 별세포가 마오비를 생성하지 못하도록 해, 결국 GABA 생성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뇌 세포 분야에서 별세포는 지금껏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빠른 속도로 신호를 전달해 순간적 반응, 대화, 인지기능 등에 관여하는 신경세포에 가려져 있었다. 하지만 최근 별세포가 다양한 질환의 원인임이 밝혀지고 있다. 이 단장은 “150여 년간 뇌 연구는 뉴런(신경세포)에 집중돼 있는 ‘뉴런 독트린(교리)’의 흐름이었다”며 “하지만 별세포가 치매나 비만 외 파킨슨병이나 뇌졸중 후유증 등 다양한 질환에 관여되는 것으로 파악돼 보다 총체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중국은 이제 더 이상 서구 대학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 과학계의 무게 중심은 중국으로 옮겨갔다. 중국이 앞으로 취하는 방식이 과학 전반의 모습을 결정할 것이다.” 국제학술지 네이처의 사이먼 베이커 수석에디터는 8월호에 게재한 ‘중국이 자연과학에서 새로운 성장세를 보여주다’는 논문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중국이 과학 강국 반열에 오른 것은 미국과 유럽 등에 진출한 해외 유학파 덕분이었다. 글로벌 과학 협력 감소는 중국 과학계에 위기가 될 수 있었지만 중국은 이를 ‘내재화’의 기회로 역이용하고 있다. 중국 유학파인 국내의 한 연구자는 “중국 정부가 과학에 더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미국과의 이별이 중국 과학기술에 외려 ‘득’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19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중국 연구개발(R&D) 투자액은 2020년 5837억5500만 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2.4%였다. 2004년 GDP의 1.2%에서 비중이 두 배로 커졌다. 절대 규모도 2016년 3993억9000만 달러 대비 46.2%가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5281억7100만 달러→6719억6300만 달러)과 유럽연합(EU·3454억7900만 달러→3836억2700만 달러)의 증가율은 각각 27.2%, 11.0%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이 증가율 격차가 2021년 이후 더 커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네이처가 82개 주요 국제학술지를 분석한 결과 중국인 저자가 한 명이라도 포함된 논문의 전체 저자 중 중국인 비중은 82%였다. 미국(70%) 독일(50%) 영국(45%) 등에 비해 높은 수치다. 국제협력보다 중국인들끼리 협업한다는 뜻이다. 해당 연구를 통한 특허나 원천기술이 중국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네이처는 “중국의 고품질 연구가 내재화되고 있다”고 해석했다. 중국은 한편으로 과학기술 분야의 변방에 있던 국가들과도 협력을 늘리고 있다. 최근 3년간 중국과 공동저자 논문 증가율이 높은 지역은 중동(3.9%) 아프리카(2.9%) 중남미(2.0%)의 순으로 나타났다. 배수인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연구원은 “경쟁 대상이 아닌 나라들을 공략함으로써 과학 영토를 확장하려는 의도”라며 “장기적으로 중국에 우호적인 인재를 키워 나가고자 하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과 중국의 ‘과학 냉전’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23일(현지 시간) 미국과 중국 정부는 같은 달 27일 종료되는 ‘미중 과학기술협정’을 6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그러나 미 국무부는 “단기적인 연장으로 협정의 조건을 수정하고 강화하기 위한 준비 기간”이라며 “미국이 장기 연장을 약속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미중 과학기술협정은 1979년 맺어진 뒤 5년마다 갱신돼 왔지만 내년 2월 종료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중국은 과학 분야에서 쌓은 역량을 산업계로 이어나가는 데에도 많은 힘을 쏟고 있다. 과학자의 역량 평가에도 국가 산업 기여도 등을 반영하고 있다. 과학자 창업도 적극 권장하는 분위기다. 탕샤오어우(湯曉鷗) 홍콩중문대 교수가 창업한 인공지능(AI) 안면인식 기술 개발 기업 센스타임이 대표적이다. 중국 1호 양자컴퓨팅 기업인 오리진 퀀텀 역시 중국과학원 양자정보중점실험실의 연구자들이 창업했다. 실제 산업계에서도 중국의 자체 첨단 기술은 글로벌 시장을 긴장시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화웨이가 최근 출시한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에 첨단 반도체가 탑재된 것에 대해 “미국의 제재가 중국의 핵심 기술 발전을 막는 데 실패했다는 우려를 촉발했다”고 평가했다. 국내 대기업의 한 임원은 “반도체 등 일부 산업 분야를 제외하고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한국을 따라잡고 있다”며 “과학기술에 대한 중국의 과감한 투자는 시차를 두고 산업 경쟁력으로 나타날 것이어서 한국 기업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한국 과학 분야 연구 환경은 미국이나 중국 등 과학 선진국들에 비해 여전히 뒤처진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 최근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으로 향후 20∼30년을 떠받칠 젊은 과학자들의 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9일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에 따르면 산하 정부 출연연구기관의 정규 연구 인력은 2020년 1만2085명에서 지난해 1만2287명로 202명(1.7%) 늘었다. 같은 기간 비정규 인력인 박사후연구원은 1162명에서 1471명으로 309명(26.6%) 늘었다. 박사후연구원은 2017년(723명)에 비하면 5년 만에 두 배로 늘어났다. 박사후연구원은 민간기업 또는 연구기관의 정규직이나 대학 교수 임용을 준비하며 실험 현장에 머물러 있는 이들이다. 정부 출연연의 박사후연구원 급증은 바꿔 말해 과학계에 안정적인 일자리가 많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게다가 이번 예산 삭감 여파로 박사후연구원을 포함한 계약직 연구원들의 재계약 또는 신규 채용이 크게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출연연은 연구뿐 아니라 젊은 인력을 키워 내야 할 사회적인 책임이 있는데, 이 기능을 상실하면 어느 기관에서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미래 과학자 양성의 핵심 기관 중 하나인 KAIST의 경우도 고유연구, 학생지원사업 등을 포함하는 내년도 주요 사업비가 10%대 삭감될 것으로 알려졌다. KAIST 대학원 이동헌 총학생회장은 “학부 졸업생들이 과학자가 아닌 다른 진로를 찾아서 떠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이공계 인재들을 과학자로 성장시킬 동력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단분자 초저온 현미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의 급격한 발전에 기여했습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활용해 불과 12일 만에 코로나19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원자 단위에서 3차원(3D)으로 재구성한 지도를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2017년 초저온전자현미경 관련 기술을 개발한 공로로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요아힘 프랑크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사진)는 16일 고려대 대강당에서 열린 강연에서 자신의 연구 의의에 대해 이같이 소개했다. 생명체의 건강이나 질병을 이해하기 위해선 그들의 분자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자빔을 시료에 쏘는 방식의 전자현미경은 일반적인 광학현미경보다 더욱 미세한 단위까지 측정할 수 있지만 전자빔이 생체분자를 파괴한다는 약점이 있었다. 초저온전자현미경은 시료를 극저온으로 냉각시키는 방식으로 약점을 해결했다. 프랑크 교수는 1970, 80년대에 전자현미경의 2차원 이미지를 3차원으로 재구성하는 수학적 알고리즘을 개발해 초저온현미경 기술 개발에 공헌했다. 이번 강연은 2025년 고려대 개교 120주년을 앞두고 노벨상 수상자 및 사회 저명인사를 초청해 특강을 진행하는 ‘넥스트 인텔리전스 포럼’의 3회 행사로 개최됐다. 올해 이과대학 7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도 있다. 이날 행사에는 김동원 총장을 비롯한 고려대 교직원들과 명예교수, 재학생, 고교생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지구에서 3억2000만 km 이상 떨어진 소행성 ‘베누’의 토양 표본을 채취한 미국의 소행성 탐사선 ‘오시리스-렉스’가 발사 7년여 만에 24일(현지 시간) 지구로 돌아온다. 과학자들은 채취해 온 표본에 태양계가 어떻게 형성됐는지에 대한 비밀을 풀 수 있는 열쇠가 담겨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시리스-렉스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개발한 소행성 탐사선이다. 2016년 발사돼 2018년 베누 인근에 도착해 2년여간 주변을 관측하다 2020년 표본 채취에 성공한 뒤 지구로 방향을 틀었다. NASA의 계획대로라면 오시리스-렉스는 24일 지구 상공 10만2000km 거리에서 표본이 담긴 캡슐(SRC)을 지구로 떨어트린다. SRC에 담긴 약 250g 무게의 표본은 미국 유타주 사막에 도달할 예정이다. 발사 7년 만에 다시 집을 방문한 탐사선은 멀찍이 떨어져 배달 임무만 수행한 후 곧바로 또 다른 소행성 ‘아포피스’를 탐사하기 위해 2차 여정을 떠난다. 표본이 무사히 지구에 도착하면 오시리스-렉스는 일본이 2003년과 2014년 각각 발사한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 1호’와 ‘하야부사 2호’에 이어 세 번째로 소행성의 시료를 채취해 지구로 전달한 탐사선이 된다. NASA는 지난달 30일 샘플 낙하 및 회수를 위한 ‘현장 리허설’까지 실시하며 배달품을 안전하게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과학자들이 소행성 연구에 공을 들이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우선 가능성은 낮지만 소행성 베누가 지구에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NASA에 따르면 2300년까지 약 1750분의 1의 확률로 베누가 지구에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충돌을 막기 위해선 표본이 어떤 재질로 이뤄졌고, 베누 구성 물질의 밀도는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표본을 분석해 이러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소행성을 연구하면 지구를 포함한 태양계 형성 과정과 생명체 기원에 대한 단서를 알아낼 수 있다. 소행성 베누의 경우 일부 물질이 태양계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형성됐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행성 표본은 태양계 형성 당시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학계에서는 생명체의 기원이 소행성에서 비롯됐다는 가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베누는 생명체를 구성하는 기본 물질인 탄소와 같은 유기물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NASA는 “탄소 외에도 베누에는 생명체에 중요한 또 다른 구성 요소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하야부사 2호가 또 다른 소행성 ‘류구’에서 채취해 2020년 지구로 보내온 표본에서는 생명체의 요소인 RNA를 구성하는 염기 중 하나인 ‘우라실’이 발견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오시리스-렉스가 하야부사보다 표본 수집 능력이 우수해 소행성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우주탐사그룹장은 “오시리스-렉스는 전자팔에 수집 장치를 부착해 하야부사보다 수집한 표본의 양이 많을뿐더러 채취한 입자의 종류도 다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국내의 소행성 탐사를 위한 구체적 계획이나 대상, 일정 등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한국천문연구원은 2029년 지구에서 3만여 km까지 가깝게 접근할 것으로 예상되는 소행성 ‘아포피스’ 탐사를 위해 2024년부터 2027년까지 탐사선 및 관련 시스템을 제작하고 누리호에 실어 발사할 계획이었으나, 예산 확보에 실패해 무산된 바 있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북한이 탄약 제공과 맞바꾸려는 러시아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및 핵잠수함 기술은 미국과 대등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냉전기 소련 시절부터 반세기 이상 축적한 고도의 우주 개발 및 군사 기술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회담 장소인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크기와 추진력을 직접 물어보면서 큰 관심을 보인 ‘안가라 로켓’이 대표적 사례다. 러시아의 차세대 발사체인 이 로켓의 RD-191 엔진은 추력이 213t으로 누리호(75t)의 2.8배에 달한다. 군 관계자는 “수 t 이상의 초대형 위성 발사는 물론이고 ICBM으로 전용하면 더 크고 많은 핵탄두를 싣고 지구 어디든 타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관련 기술이 북한에 유입될 경우 김 위원장이 공언한 다량의 정찰위성 실전 배치와 미 본토를 겨냥한 핵타격력 고도화를 단기간에 실현할수 있을 것으로 한미 당국은 우려하고 있다. 재진입과 다탄두 등 ICBM 핵심 기술도 북한이 눈독을 들이는 분야다. 러시아가 최근 실전 배치한 ‘사르마트’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다탄두 ICBM으로 최대 15기의 핵탄두를 싣고, 1만8000km까지 날아간다. 단 1발로 프랑스 크기의 국가를 초토화할 수 있다. 군 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북-러 공동의 대미 전략적 억지력인 자국 ICBM의 조속한 고도화를 위해 러시아에 관련 기술 전수를 요청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핵잠수함 기술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집권 이후 러시아는 핵전력 현대화를 내걸고 신형 전략핵잠수함(SSBN)을 속속 건조해 왔다. 2010년부터 배치된 보레이급 신형 SSBN(수중배수량 2만4000t)은 미국의 오하이오급 SSBN(수중배수량 1만8750t)보다 크고, 10개의 핵탄두를 탑재하는 ‘불라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16기나 장착한다. 기존 SSBN보다 소음도 대폭 줄어 ‘침묵의 최종 핵병기’로도 불린다. 향후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해 대미 핵보복 능력을 갖길 원하는 북한으로선 러시아의 SSBN용 소형 원자로와 소음 차폐, SLBM 기술 이전이 간절할 수밖에 없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북한이 러시아에서 소형 원자로 기술을 이전받을 경우 7년 뒤엔 핵잠수함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가 핵 관련 기술의 북한 이전은 신중을 기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인류를 위협하는 핵확산 주범이라는 국제적 비난과 미국 등 서방세계의 고강도 제재가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이 북-러 정상회담에서 “유엔 대북제재 틀 내에서도 북한과 군사기술 협력이 가능하다”고 한 것도 이런 현실을 고려한 정황으로 해석된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여파로 1조5183억 원이 투입된 중이온가속기 ‘라온’ 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인식 기초과학연구원(IBS) 희귀핵연구단장은 14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열린 과학미디어아카데미 행사에서 “정부의 예산 삭감에 따라 내년 라온 운영이 당초 12개월에서 6개월가량으로 단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이온가속기는 우라늄과 같은 무거운 원소를 빠르게 가속시킨 뒤 표적이 되는 원소와 충돌시켜 기존에 없던 희귀한 동위원소를 만드는 장치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자연과 우주의 기원 등 새로운 지식을 얻을 뿐만 아니라 반도체, 이차전지 등의 산업 분야에서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에는 아직 완성된 중이온가속기가 없다. 라온은 현재 부분 가동을 앞두고 있다. 세상에 없던 원소를 얻으려면 빛 속도의 50%에 이르도록 중이온을 가속해야 하는데, 라온은 상대적으로 낮은 속도로 가속하는 ‘저에너지 구간’만 구축된 상태다. IBS는 올해 말 국내 연구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정비를 마치고, 2025년부터는 반도체 검사 등 상업적 운용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예산 삭감으로 라온 운용을 제대로 하기 힘들 수 있다고 한 단장은 말했다. 이에 대해 실제 라온을 운용하고 있는 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 측은 “예산안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1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정찰위성 개발 등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며 러시아의 우주 개발 수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전문가들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발사체 기술을 넘겨줄 가능성은 낮지만, 일부 위성 기술이나 정찰 데이터, 러시아의 GPS 시스템 ‘글로나스’를 공유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의 정찰 수준이 크게 향상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현재 러시아가 활용 중인 정찰 위성은 100대 이상이다. 러시아는 위성의 해상도 등 기술 수준을 알 수 있는 정보를 철저하게 막고 있다. 다만 러시아의 민간 우주 기업이 공개한 정보로 가늠해봤을 때 1m 미만의 고해상도 관측위성을 개발했을 가능성이 크다.러시아 우주연구소와 공동 연구를 하는 민간 기업 스푸트닉스의 경우 20kg 무게의 해상도 3m 급 큐브 위성을 개발했다. 국방과학연구소(ADD)에 재직 중인 한 연구원은 “러시아 정부가 1m 이하의 해상도를 구현하는 위성은 개발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하지만 수t 이상의 대형 위성일 것”이라고 했다.만약 러시아 정부가 북한에 일부 위성 기술을 이전한다고 하더라도 수t의 위성을 올릴 발사체가 없는 북한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의 광명성호나 올해 5월 발사했던 천리마 1형의 경우 약 300kg 내외의 위성을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일각에서는 위성 기술보다는 정찰 데이터나 러시아의 위성항법체계 시스템(GPS)인 글로나스를 공유해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내의 한 우주 전문가는 “저궤도 위성은 움직이는 물체를 포착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라며 “북한의 입장에서는 당장 기술을 이전받지 못하더라도 정찰 수준을 크게 높일 수 있고, 러시아로서는 북한으로 하여금 자신들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고 했다.러시아는 2011년 글로나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세계적으로 자체 GPS를 구축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EU), 중국, 인도, 일본 등 6개국이다. GPS는 민간용과 암호화된 군용으로 나뉘는데 군용 GPS의 정확도가 훨씬 높다. 국내 전문가는 “러시아가 북한에게 글로나스 접근 권한을 줬는지 안줬는지는 대외적으로는 알 수가 없다”며 “다른 국가들의 시선을 피하면서도 북한과 유리한 거래를 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것”이라고 했다.김 위원장이 특히 관심을 보였던 러시아의 최신 로켓인 ‘앙가라’는 러시아가 1990년대 개발을 시작해 성능을 높여오고 있는 차세대 발사체다. 앙가라 로켓의 심장인 ‘RD-191’ 엔진은 약 213t의 추력을 발휘하는 ‘괴물 엔진’으로, 단순 추력만을 비교했을 때 누리호에 사용된 1단 엔진(75t급)의 2.8배에 달한다. 단일 엔진으로 비교하자면 미국 스페이스X의 랩터 엔진(200t)보다 크다. 앙가라 로켓의 초기 버전인 ‘앙가라 1.1’은 2013년 발사된 나로호의 1단 로켓으로 사용되기도 했다.기존 로켓들보다 효율이 높은 ‘다단연소사이클’ 엔진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다단연소사이클은 ‘터보펌프’가 엔진에 연료를 보내주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스를 다시 엔진에 활용하는 시스템이다. 그만큼 효율성이 높아 적은 연료로 큰 추력을 낼 수 있다. 시스템 전체에 높은 압력을 유지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기술 난이도가 높은 편이라, 국내에서는 내년부터 사업이 시작되는 차세대발사체에 다단연소사이클 엔진을 사용할 예정이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