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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성을 성폭행하고 무차별 폭행해 대법원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자가 출소 뒤 보복을 다짐하며 한 발언들이 공개됐다.20일 부산지검 등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10월 1심 판결 이후 다른 재소자들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며 “여섯 대밖에 안 찼는데 12년이나 형을 받았다, 한 대에 2년씩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론화만 안 됐어도 3년 정도 형을 받을 사건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에 그냥 죽여 버릴 걸 그랬다” 등의 발언도 했다. “(피해자) 집 주소, 주민등록번호도 알고 있으니 여기서 나가면 죽여 버리겠다” 등 보복을 다짐하는 말도 수차례 했다.지난해 10월 1심 재판부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이 추가 기소한 성폭행 혐의도 인정해 징역 20년을 선고했고 지난달 21일 대법원에서 항소심 판결이 확정됐다.교정당국은 최근 재소자들로부터 이 같은 A 씨의 발언 내용을 확인했다. 이어 A 씨를 모욕 및 협박 등의 혐의로 부산지검 서부지청에 송치했다. 검찰은 동료 재소자 진술의 진위를 최종 확인해 추가 기소할 방침이다. 재판 결과에 따라 A 씨의 형량이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 A 씨는 구치소에서 전 여자친구에게 협박 편지를 보낸 혐의로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한편 피해자 B 씨는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참고인으로 나와 재판과정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B 씨는 1심 법원이 반성문 제출 등을 형량 감경 사유로 인정한 것에 대해 “1심 공판 내내 살인미수에 대해 인정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 반성이 어떻게 인정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를 비판하는 등의 “정쟁형 현수막을 모두 철거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민주당도 “민생과 경제에 주력하는 정책형 문구를 위주로 현수막을 내걸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정작 ‘현수막 공해’의 발단이 된 옥외광고물관리법 개정에는 여야 모두 여전히 손을 놓고 있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언제든 현수막 난립 사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전날에 이어 20일에도 중앙당에서 내걸었던 현수막 교체 작업을 이어갔다.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서강대교 남단에 걸려있던 ‘대법원장 임명 부결 이재명 방탄의 마지막 퍼즐’이란 현수막은 ‘국민의 뜻대로 민생 속으로’로 교체됐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전국 253개 당원협의회에 정쟁용 현수막을 교체하라는 공문을 보냈다”며 “당 정책위원회 차원에서도 각 시도당과 당협이 각각 지역 특성에 맞게 선택해 사용할 수 있는 여러 개의 정책문구를 만들어 내려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도 여당의 기조 변화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전국 현수막 내용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전국에 시도당별로 걸고 있는 현수막의 내용을 살펴보겠다”며 “민생과 경제를 알리고 챙기는 데 민주당이 주력하는 부분이 현수막으로 홍보될 수 있도록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 홍보위원회 관계자는 “중앙당이 내린 시안 외에도 시·도당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걸던 현수막들이 있다”며 “현황을 점검하겠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다만 현재로선 현수막 철거 등 구체적 조치에 나설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전국 지자체들이 앞다퉈 현수막 정화작업을 위한 조례 개정에 나선 상황에서 여야가 뒷북 수습에 나섰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5월 인천시가 정당 현수막을 국회의원 선거구별 4개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의 조례를 제정한데 이어 울산시와 광주시 등이 ‘혐오·비방·모욕 문구의 정당 현수막 금지 조례’를 제정하며 동참했다. 지자체들이 임시방편 격으로 하위 법령인 조례로 현수막 공해에 대응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여야는 이를 막을 수 있는 옥외광고물관리법 개정 논의에는 여전히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법 개정에 대해 민주당과 전향적으로 협상해보겠다”고 했지만 물밑에서 이뤄지는 움직임은 없다. 해당법 소관 상임위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여당 의원은 “아직 협상 지시는 없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의원들의 홍보 문제 등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법 개정에 신속하게 나서기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저와 내각이 돌이켜보고 ‘반성’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위원 및 국민의힘 지도부 등 90여 명과의 만찬에서 “통합위의 활동과 정책 제언들이 얼마나 정책 집행으로 이어졌는지 살펴보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다음 날인 18일 오전 참모들에게는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 어떤 비판에도 변명을 해선 안 된다”고 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여권 내 위기감이 고조된 가운데 윤 대통령이 처음 “반성”을 언급하며 변화의 필요성을 시사한 것. 이날 윤 대통령은 새로 출범한 ‘김기현 2기 체제’의 당 4역(대표,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사무총장)과의 오찬 회동에서도 “민생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윤 대통령에게 “주요 민생 정책을 당이 앞장서 이끌겠다”고 했고, 윤 대통령은 주 1회 고위당정회의를 정례화하자는 여당의 건의를 수용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보선 참패 후 최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참모들이 “민생을 잘하기 위해 이념을 꺼낸 것인데, 이념은 충분히 부각됐으니 이제 민생에 집중해야 한다”고 건의하자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 尹 “이념 부각 멈추고 민생 집중” 건의 수용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이만희 사무총장, 유의동 정책위의장과 상견례를 겸해 오찬을 했다. 윤 대통령과 당 4역은 대통령실 앞 용산어린이정원을 함께 산책했다. 오찬은 김 대표가 먼저 제안하고, 윤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여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15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도 추려 윤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오찬에 앞서 가진 참모회의에서 “우리가 민생 현장으로 더 들어가서 챙겨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합위 만찬에서 당 지도부를 만난 뒤 다시 오찬을 가진 데 대해 “팍팍해진 국민의 삶에 분골쇄신해 민생을 세심하고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이 보선 패배와 관련됐는지에 대해서는 “정치에서 ‘민심은 천심이고 국민은 왕’이라며 늘 새기고 받드는 지점이 있다”면서 “이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해 달라”고 답했다. 보선 패배에서 비롯된 민심을 뼈저리게 체감하고, 이념 중심의 정책 기조를 수정해 철저히 민생 중심의 정책을 펼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사무총장은 이날 오찬에 대해 “어려운 국민들, 좌절하는 청년들이 너무 많다. 국민들의 삶을 더 세심하게 살피고 챙겨야겠다는 얘기가 있었다”며 “당정이 민생과 관련된 정책 소통을 더 긴밀히 해야 한다는 데 당과 대통령실이 공감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현안 위주로 비공식, 비공개, 비정기적으로 열렸던 고위당정회의를 주 1회로 정례화하자고 제안했고, 대통령실 측에서 이를 받아들였다”고 덧붙였다.● 김한길, 尹에 ‘탈이념·실용’ 조언 윤 대통령은 17일 통합위 만찬에서도 “지금 많은 서민들, 청년들은 또 여러 가지 경제와 어려운 가계 부채라든가 이런 문제로 아주 정말 힘들다”며 민생을 강조했다. “통합위의 활동과 정책 제언들은 제게도 많은 통찰을 줬다고 확신한다.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과 위원들에게 박수”라며 통합위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이념이 제일 중요하다”던 윤 대통령이 보선 패배 이후 이념 언급을 철저히 삼가며 메시지와 정책 기조에 변화를 준 대목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강서구청장 보선 참패 이후 윤 대통령에게 ‘당이 많이 바뀌어야 한다. 탈이념과 실용, 좌우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석열 정부의 초심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소통을 편안하게 생각한다”며 “윤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직언도 경청한다”고 덧붙였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김 위원장 역할론을 언급하는 기류도 있다. 일단 김 위원장은 최근 통합위 간부회의에서 “보선이 끝나고 나서 나의 거취에 대해 말들이 많은데, 나는 어디 안 가니까 동요하지 말고 일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국민의힘 지도부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7일째인 17일에도 혁신기구 발족 등 구체적인 쇄신안을 발표하지 못했다. 전날 내년 총선 공천을 총괄하는 신임 사무총장에 대구·경북(TK) 출신 친윤(친윤석열)계 이만희 의원(재선·경북 영천-청도)을 임명하면서 ‘도로 영남당’이란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비(非)영남권 인사’를 구하지 못해 혁신기구 출범에도 난항을 겪는 상황이다. ● 與 ‘非영남’ 인물난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이날 동아일보와 만나 “혁신기구 출범이 가장 시급하다”며 “당 혁신을 큰 줄기에서 어떻게 가져갈지 빠른 시일 내에 공개하려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ADEX 2023’ 일정도 직전에 취소했다. 이 사무총장과 김성원 여의도연구원장, 대표실 관계자 등이 당 대표실을 수시로 드나들며 회의를 이어갔다. 당 지도부는 혁신기구 수장 인선에 집중했다. 비영남권 인사 가운데 보수의 가치와 정치에 대한 이해가 깊으면서 정치개혁 의지가 있는 인물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핵심 관계자는 “원외 인사, 사회 명망가, 광주 출신 등 5, 6명이 거론되고 있다”며 “30대 젊은 인사와 60대이지만 쇄신 이미지가 있는 인사도 후보군”이라고 말했다. 다른 지도부 관계자는 “‘도로 영남당’ 비판을 덜어내기 위해 수도권 인사를 찾고 있지만 사람이 없다”며 “솔직히 이미 고사한 분이 많다”고 털어놨다. 내년 총선 기획을 담당할 전략기획부총장도 구인난을 겪고 있다. 당초 충청권 의원이 거론됐다가 무산되자 지도부가 수도권 초선 의원 3, 4명에게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 수도권 의원은 “사무총장 인선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게 해두고 구색 맞추기로 손을 내밀면 적임자가 수락하겠느냐”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111명 현역 의원 중 비영남권 의원이 33명에 불과해 한계가 있지만 지도부 출범 7개월간 수도권 외연 확장에 얼마나 소홀했는지 보여주는 방증이란 지적도 나온다. 당내 일각에선 쇄신안 발표가 늦어지자 “내년 총선에서 이기겠다는 전략이 있느냐”는 불만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비주류인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국민 보기에 ‘아직 정신을 못 차렸구나’ 하는 평가가 나온다”며 “(12월경) 떠나는 것, 신당을 한다는 것은 열려 있는 선택지이고 최후 수단”이라고 했다. 반면 지도부 인사는 “당내 안정감을 바탕으로 쇄신해 나가야 하는 현실적 측면도 있다”고 했다. 보궐선거 여파로 혼란한 가운데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16일부터 총선 공천을 위한 평가인 고강도 현장 당무감사를 시작했다.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지역조직을 손보기 위한 차원이지만, 현역 의원들도 감사 대상에 포함돼 김 대표 체제에 대한 비판이 나오지 못하게 하는 압박 감사가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기현 “예산안 심사서 국민 숨통 트이게”김 대표는 전날(16일) 새 임명직 당직자들과의 비공개 면담에서 “내년도 예산안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는 유지하면서도 국민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거나 시급해하는 부분은 숨통을 틔워 줄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권 여당으로서 경제 활성화와 민생 분야에서 재정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방안을 찾아보자는 취지다. 당 관계자는 “당이 보다 주도적으로 나서 세세하게 예산을 점검해 보고 경제 활력에 필요한 군불을 때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 지도부는 또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공세를 자제하는 대신 민생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보이기로 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전날 비공개 면담에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잡아넣는다 하면 사람들이 우리가 여당인 데다가 굉장히 큰 힘을 가진 당이라고 본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의석수가 111개밖에 안 되는 미니 정당”이라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새 지도부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나 민주당 돈봉투 사건 등을 집중 공세했던 논평을 민생 위주로 바꾸자”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6일 신임 사무총장에 대구·경북(TK)에서 재선을 한 친윤(친윤석열)계 이만희 의원을 임명했다. 김 대표는 이날 “당정대(여당·정부·대통령실) 관계에서 당이 민심을 전달해 반영하는 주도적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완패로 ‘수도권 위기론’이 현실화한 상황에서 내년 4월 총선 공천 실무를 총괄하는 당 핵심인 사무총장직에 김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와 같은 영남 인사를 임명하자 당내에서 “제대로 쇄신할 의지가 있느냐”는 회의론이 나왔다. 국민의힘은 이날 보궐선거 참패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친윤 핵심인 이철규 전 사무총장 후임에 이 전 사무총장처럼 경찰 출신인 이 의원을 임명했다. 이 의원은 비교적 계파색이 옅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후보의 수행단장을 맡았고 올해 초 최고위원 선거에 나왔을 때 친윤 진영의 지원을 받았다. 정책위의장에는 수도권 지역 비윤(비윤석열)계인 유의동 의원(3선·경기 평택을)이 임명됐다. 유 의원은 유승민 경기도지사 예비후보 선대위원장을 맡아 유승민계로 분류됐던 인사다.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에는 친윤계인 김성원 의원(재선·경기 동두천-연천)이 내정됐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당정대 관계를 보다 건강하게 하겠다”며 “현안에 대해 사전에 긴밀히 조율해 당정대가 엇박자를 내지 않도록 하되, 민심과 동떨어진 사안이 생기면 시정을 적극 요구해 관철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날 의원총회에서 나온 “수직적인 대통령실과 당 간 관계를 바꿔야 한다”는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내에선 김 대표 체제로 쇄신에 나선 데 대해 “당내 혼란을 빨리 수습하기 위한 차선책”이라는 반응과 “결국 간판(김 대표)이 바뀌어야 당이 산다”는 비판이 엇갈렸다.與 대표-원내대표-사무총장까지 영남… 내부서 “수도권 총선 위기” 공천실무 총괄 사무총장에 이만희TK-친윤… 내부 “국민들 어찌볼지”정책위의장 유의동-대변인 박정하“다른 당직엔 계파색 옅어져” 평가도 “수도권 위기론을 수습하라고 했더니 ‘도로 영남당’으로 돌아갔다.” 16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신임 사무총장에 이만희 의원(재선·경북 영천-청도)을 임명하자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같이 말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수습책으로 임명직 당직자 총사퇴라는 인적 쇄신에 나섰지만 당 핵심인 사무총장직에 영남 인사가 배치되자 “쇄신 의지가 퇴색됐다”는 것.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후보의 수행단장을 맡아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이 의원이 사무총장을 맡은 데 대해 “결국 내년 공천 키도 친윤 지도부가 그대로 챙기겠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다만 당 지도부는 “당내 영남권 의원의 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비영남권 인사를 선임하기 어려웠고, 이 의원은 친윤 색채가 옅어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TK 사무총장 인선에 “수도권 선거 우려” 국민의힘은 이날 이 의원 등 7명에 대한 인선안을 단행했다. 이번 인선은 수도권 참패 수습책으로 이철규 전 사무총장과 박대출 전 정책위의장 등이 일괄 사퇴한 데 따른 것이다. 여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 뒤 발표된 새 임명직 당직자 명단 중 단연 주목한 것은 새 사무총장이었다. 당 사무총장은 당 조직과 자금을 관리하면서 총선 공천을 실무적으로 총괄하는 핵심 당직인 데다 친윤 핵심 이철규 전 사무총장의 후임이 누구일지에 따라 당 쇄신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 하지만 TK가 지역구인 의원이 사무총장에 인선되자 “인적 쇄신 의미가 퇴색됐다”는 비판이 즉각 제기됐다. 당 핵심인 김 대표(울산 남을), 윤재옥 원내대표(대구 달서을)가 이미 영남권인 상황에서 당 4역(대표, 원내대표,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중 3역을 영남이 모두 섭렵한 그림이 됐다는 것. 또 이 의원이 친윤으로 분류되는 것도 이 같은 평가에 영향을 미쳤다. 여당의 한 의원은 “이 의원이 합리적이고 꼼꼼한 인사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그건 우리끼리 평판이고, 인사는 메시지인데 국민들이 친윤 TK 의원 인사를 어떻게 받아들이겠느냐”고 했다. 경찰 출신의 이 의원은 올해 3·8전당대회 당시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다. 당시 그는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후보 수행단장으로 전국 곳곳을 누비며 윤석열 정부 탄생의 영광을 함께했다”며 친윤 후보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당원들의 선택은 받지 못했다. 김 대표의 시선이 결국 친윤 영남에 머무르자 당내에선 수도권 선거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한 의원은 “강원 영남 의원들로 보궐선거를 했다가 크게 진 것 아니었느냐”고 했다. 다른 의원은 “수도권 이야기가 나오는 건 변화의 상징성을 보여 달라는 요구인 건데 그 상징성에 걸맞은 내용을 못 채우면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당초 김 대표는 박대출 전 정책위의장(3선·경남 진주갑)을 사무총장에 앉힐 것도 고려했지만 박 전 의장도 자신과 같은 PK인 점을 고려해 TK 의원을 낙점했다고 한다.● 다른 당직엔 수도권 전진배치 김 대표는 다른 임명직 당직 자리 4곳에는 수도권 인사를 전진배치했다. 전날 김 대표가 “인선은 통합형, 수도권과 충청권을 중심으로 전진배치된 형태로 할 것”이라고 말한 것에 대한 후속 조치다. 한때 유승민계로 분류됐던 비윤계 수도권 중진 소장파인 유의동 의원(3선·경기 평택을)을 정책위의장에, 친윤계 수도권 재선 김성원 의원(경기 동두천-연천)을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에 인선했다. 계파색이 옅은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출신 김예지 의원(초선·비례)을 지명직 최고위원에, 당직자 출신으로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캠프’ 정무보좌역을 했던 함경우 경기 광주갑 당협 운영위원장을 조직부총장에 임명했다. 박정하 의원(초선·강원 원주갑)은 21대 국회에서 다시 수석대변인을 하게 됐고, 친윤 윤희석 대변인은 선임대변인으로 임명됐다. 친윤계도 포함됐지만 계파색이 옅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대표는 전략기획부총장에 충청권 의원을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재선 의원은 “지난번 임명직들과 비교해 김 대표의 공간이 더욱 커진 것 같다”며 “이젠 전적으로 김 대표가 쇄신해야 한다”고 평가했다.조권형 기자 buzz@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수도권 위기론을 수습하라고 했더니 ‘도로 영남당’으로 돌아갔다.”16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신임 사무총장에 이만희 의원(재선·경북 영천-청도)을 임명하자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같이 말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수습책으로 임명직 당직자 총사퇴로 인적 쇄신에 나섰지만 당 핵심인 사무총장직에 영남 인사가 배치되자 “쇄신 의지가 퇴색됐다”는 것.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후보의 수행단장을 맡아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이 의원이 사무총장을 맡은 데 대해 “결국 내년 공천 키도 친윤 지도부가 그대로 챙기겠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다만 당 지도부는 “당내 영남권 의원의 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비영남권 인사를 선임하기 어려웠고, 이 의원은 친윤 색채가 옅어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TK 사무총장 인선에 “수도권 선거 우려”국민의힘은 이날 이 의원 등 7명에 대한 인선안을 단행했다. 이번 인선은 수도권 참패 수습 책으로 이철규 전 사무총장과 박대출 전 정책위의장 등이 일괄 사퇴한 데 따른 것이다.여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 뒤 발표된 새 임명직 당직자 명단 중에 의원들이 단연 주목한 것은 새 사무총장이었다. 당 사무총장은 당 조직과 자금을 관리하면서 총선 공천을 실무적으로 총괄하는 핵심 당직인 데다 친윤 핵심 이철규 전 사무총장의 후임이 누구일지에 따라 당 쇄신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 하지만 TK가 지역구인 의원이 사무총장에 인선되자 “인적 쇄신 의미가 퇴색됐다”는 비판이 즉각 제기됐다. 당 핵심인 김 대표(울산 남을), 윤재옥 원내대표(대구 달서을)가 이미 영남권인 상황에서 당 4역(대표, 원내대표,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중 3역을 영남이 모두 섭렵한 그림이 됐다는 것. 또 이 의원이 친윤으로 분류되는 것도 이 같은 평가에 영향을 미쳤다. 여당의 한 의원은 “이 의원이 합리적이고 꼼꼼한 인사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그건 우리끼리 평판이고, 인사는 메시지인데 국민들이 친윤 TK 의원 인사를 어떻게 받아들이겠느냐”고 했다. 경찰 출신의 이 의원은 올해 3·8전당대회 당시 친윤 후보 중 한 명으로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다. 당시 그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후보 수행단장으로 전국 곳곳을 누비며 윤석열 정부 탄생의 영광을 함께했다”며 친윤 후보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당원들의 선택은 받지 못했다. 김 대표의 시선이 결국 친윤 영남에 머무르자 당내에선 수도권 선거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한 의원은 “강원 영남 의원들로 보궐선거를 했다가 크게 진 것 아니었느냐”고 했다. 다른 의원은 “수도권 이야기가 나오는 건 변화의 상징성을 보여 달라는 요구인건데 그 상징성에 걸맞은 내용을 못 채우면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에선 이 인사가 최선이라는 토로도 나온다. 당의 한 관계자는 “친윤 핵심을 주면 다시 거센 비판이 있을 것이고, 그렇다고 아예 비주류를 주면 참패로 끝난 2020년 총선에서처럼 공천 잡음이 있을 텐데 여러 가지를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당초 김 대표는 박대출 전 정책위의장(3선·경남 진주갑)을 사무총장에 앉힐 것도 고려했지만 박 전 의장도 자신과 같은 PK인 점을 고려해 TK 의원을 낙점했다고 한다. ● 다른 당직엔 수도권 전진배치김 대표는 사무총장은 친윤 영남 의원을 내세우면서도 다른 임명직 당직 자리에는 수도권 인사를 전진배치하며 투트랙 인선을 단행했다. 전날 김 대표가 비상의원총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인선은 통합형, 수도권과 충청권을 중심으로 전진배치된 형태로 할 것”이라고 말한 것에 대한 후속 조치다. 한때 유승민계로 분류됐던 비윤계 수도권 중진 소장파인 유의동 의원(3선·경기 평택을)을 정책위의장에, 친윤계 수도권 재선 김성원 의원(경기 동두천-연천)을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에 인선했다. 계파색이 옅은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출신 김예지 의원(초선·비례)을 지명직 최고위원에, 당직자 출신으로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캠프’ 정무보좌역을 했던 함경우 경기 광주갑 당협 운영위원장을 조직부총장에 임명했다. 박정하 의원(초선·강원 원주갑)은 21대 국회에서만 다시 수석대변인을 하게 됐고, 친윤 윤희석 대변인은 선임대변인으로 임명됐다. 친윤계도 포함됐지만 이전 임명직 인사들보다는 계파색이 크게 옅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대표는 전략기획부총장에 충청권 의원을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당내 상황 때문에 아직 공식화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재선 의원은 이번 인사를 두고 “지난번 임명직들과 비교해 김 대표의 공간이 더욱 커진 것 같다”며 “이젠 전적으로 김 대표가 쇄신해야 한다”고 평가했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국민의힘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완패한 지 4일 만인 15일 처음 연 의원총회에서 김기현 대표 체제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전날 당 지도부가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인 이철규 사무총장과 박성민 사무부총장 등 임명직 당직자 8명 전원 사퇴로 일부 인적 쇄신에 나선 데 대해 일각에서 “부족하다. 김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지만 “김 대표 체제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의견이 다수 나온 것. 그럼에도 의총에서 적지 않은 의원들이 “대통령실과 당 간 수직적인 관계를 수평적으로 바꾸고 당이 대통령실에 할 말은 하면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4시간 반 넘게 이어진 비공개 의총이 끝난 뒤 “김 대표가 당과 정부의 소통을 강화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김 대표를 중심으로 선거에 나타난 민심을 받들어 변화와 쇄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기로 했다”며 “정책 정당으로 일신해 경제·민생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김 대표가 우선 당에 혁신 기구와 총선기획단을 출범시키겠다고 말한 뒤 인재영입위원회를 구성해서 활동할 계획을 말했다”고 전했다. 윤 원내대표는 “제가 발표한 내용에 대해 최종적으로 의원들이 컨센서스(공감대)를 이뤘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의총에서 “내년 총선 승리에 정치 생명을 걸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의총에서 보궐선거 패배의 지도부 책임 범위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당 혁신위원장을 맡았던 최재형 의원(서울 종로)은 비공개 의총에서 “임명직 당직자 사퇴로는 미흡하다. 김 대표도 결단했으면 한다”며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총 전 5선 중진인 서병수 의원(부산 부산진갑)은 페이스북에 “대통령실만 쳐다볼 게 아니라 국민의 소리를 앞서 전달할 결기가 있느냐”며 “그럴 각오가 없다면 물러나라”고 비판했다. 다만 김 대표의 사퇴를 요구한 목소리는 소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친윤계 의원들은 의총 전과 의총 현장에서 “책임을 묻는 것은 분열이다. 지도부를 흔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총 전 친윤계인 초선의 이용 의원(비례)은 “갈등을 부추기는 공개적인 언행들은 우리를 화합시킬 수 없다”고 했다. 발언에 나선 의원 30여 명 중 다수는 “김 대표 체제에 대한 대안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니 단합해서 현 체제를 유지하자”란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대표 체제 유지를 주장한 의원들도 대통령실과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윤(비윤석열)계인 허은아 의원은 의총에서 김 대표 체제 유지를 주장하면서도 “당 지도부가 보수 지지층도 걱정하는 과도한 이념 논쟁에 대해 대통령에게 간곡히 말씀을 올려야 한다”고 했다.非尹 “대통령실에 할 말은 해야”… 親尹 “분열보다 합심해야” 與 비상의총, 黨쇄신 4시간반 격론“대통령실만 쳐다봐 중도표 날아가”“대통령 걸고넘어지는 버릇 버려야”30여명 의원 발언 나서 난상토론… 다수 “대안 없으니 김기현 체제 유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국민의힘이 김기현 대표 체제를 유지하면서 쇄신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당 체질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쇄신책을 내놓지는 못했다. 참패 4일 만에 열린 15일 의총에선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일단 김기현 대표를 재신임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지만 발언대에 오른 의원들은 “당이 대통령실을 향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수직적인 대통령실과 당 간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인 이철규 사무총장 등 임명직 당직자 전원 사퇴 카드를 두고도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의총에 앞서 여당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김 대표를 제외한 임명직 당직자 사퇴가 “변죽만 울리는 미봉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참모들과 만나 “차분한 변화”를 주문한 데 이어 떠밀린 듯한 인상을 주는 임명직 총사퇴 인적 쇄신만으론 중도층 민심을 잡기 어렵다는 것. 반면 친윤계는 “지도부 흔들기는 안 된다” “분열보다 합심해야 한다”며 공개 반박에 나섰다. 김 대표는 이날 의총 발언에서 당 혁신 기구와 총선기획단 출범, 인재영입위 구성 계획을 밝히며 “내년 총선 승리에 정치 생명을 걸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선까지 본인을 믿어 달라는 것. 이를 두고 소속 의원들은 “총선 패배 시 정계 은퇴를 암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당이 대통령실 향해 목소리 내야”그간 대다수 의원이 지역구 활동을 위해 지역에 내려갔던 일요일에 국회에서 열린 비상 의총에선 격론이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의원 111명 중 9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작부터 비공개로 진행됐다. 당초 오후 4시에 시작해 이날 오후 6시로 예정됐던 고위 당정협의 전 종료될 것이란 예상과 달리 30여 명의 의원이 발언에 나서면서 4시간 반 넘게 이어졌다. 그만큼 이번 선거 패배로 인한 당내 파장이 컸던 것. 의총에선 “이쯤 되면 다같이 용산(대통령실)에 가서 상소를 올렸어야 한다” “당이 대통령실을 향해 할 말을 하며 목소리를 내야 한다” “현재 수직적인 대통령실과 당 관계를 수평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분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과 대통령실 간 관계 재설정이 의총에서 화두로 떠오른 것. 대통령실의 의중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면 총선에서 질 수 있다는 우려가 당내에서 잇따르고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의총 전 한 여권 핵심 관계자는 “올해 초 전당대회 때 ‘김장연대’(김기현 대표와 친윤계 핵심 장제원 의원 간 연대) 등의 얘기가 나오면서 당에 역동성이 사라지고 당의 주요 자원들을 다 씹으며 중도표가 다 날아갔다”고 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대통령실 입만 쳐다본다는 취지다.● “대안 없으니 金 체제 유지”의총에선 임명직 당직자 총사퇴에도 지도부 책임 범위를 놓고 이견이 나왔다. 최재형 의원은 “임명직 당직자 총사퇴로는 국민 눈높이에 부족하다”란 취지로 김 대표의 사퇴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의총 발언대에 오른 서병수 의원은 의총 전 페이스북에 “김 대표에게 묻는다. 대통령실만 쳐다볼 게 아니라 국민의 소리를 앞서 전달할 결기가 있는가. 그럴 각오가 없다면 물러나라”라며 “집권당 대표라는 자리는 당신이 감당하기에 버겁다”고 비판했다. 다만 의총에서 발언대에 오른 다수 의원들은 “김 대표 체제 대안이 마땅치 않으니 비대위보다 현 지도부 체제를 유지하자”란 의견을 내며 혼란을 수습하는 국면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강서구가 험지라서 진 것인데 문책이 과하다”는 취지의 발언도 여전히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 대신 비대위에 준하는 혁신위원회를 만들자는 주장도 나왔다. ‘수도권 위기론’을 띄웠던 윤상현 의원은 이 자리에서 “정부 견제론이 정부 지지론보다 10%포인트 높은 상황에서 위기 돌파구를 만들어 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친윤계인 국민의힘 장예찬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조금만 불리하다 싶으면 대통령부터 걸고넘어지는 못된 버릇은 버려야 한다”며 “지도부의 강도 높은 쇄신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 것은 ‘중구난방 흔들기’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고 했다.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의 수행실장을 지낸 이용 의원은 이번 상황을 비판하는 중진 의원들을 겨냥해 “중진으로서 선당후사하는 모습과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솔선수범을 보이라”라고 비판했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쇄신의 기로에 선 국민의힘이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인 이철규 사무총장 등 임명직 당직자 전원 사퇴 카드를 내놓고 주말인 15일 비상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뚜렷한 혁신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참패 4일 만에야 열린 이날 의총에선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일단 김기현 대표를 재신임해야 한다”는 주장하는 의견이 다수였지만 발언대에 오른 의원들은 “당이 대통령실을 향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수직적인 대통령실과 당 간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의총에 앞서 여당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김 대표를 제외한 임명직 당직자 사퇴가 “변죽만 울리는 미봉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참모들과 만나 “차분한 변화”를 주문했고 한 데 이어 떠밀린 듯한 인상을 주는 임명직 총사퇴 인적쇄신만으로 중도층 민심을 잡기 어렵다는 것. 반면 친윤계는 “지도부 흔들기는 안 된다” “분열보다 합심해야 한다”며 공개 반박에 나섰다. ●“당이 대통령실 향해 목소리 내야”그간 대다수 의원이 지역구 활동을 위해 지역에 내려갔던 일요일에 국회에서 열린 비상 의총에선 격론이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111명 의원 중 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작부터 비공개로 진행됐다. 당초 오후 4시로 예정됐던 이날 오후 6시로 예정됐던 고위 당정협의 전 종료될 것이란 예상과 달리 20여 명의 의원이 발언에 나서면서 4시간 넘게 이어졌다. 그만큼 이번 선거 패배로 인한 준 당내 파장이 컸던 것.의총에선 “당이 대통령실을 향해서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 “현재 수직적인 대통령실과 당 관계를 수평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분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과 대통령실 간 관계 재설정이 의총에서 화두로 떠오른 것. 대통령실의 의중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면 총선에서 질 수 있다는 우려가 당내에서 잇따르고 있는 것. 의총 전 한 여권 핵심 관계자는 “올해 초 전당대회 때 ‘김장연대(김기현 대표-친윤 핵심 장제원 의원 간 연대)’ 등 얘기가 나오면서 당에 역동성이 사라지고 당의 주요 자원들을 다 씹으며 중도표가 다 날아갔다”고 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대통령실 입만 쳐다본다는 취지다.● “대안 없으니 金 체제 유지” 쇄신안은 못 내의총에선 임명직 당직자 총사퇴에도 지도부 책임 범위를 놓고 이견이 나왔다. 최재형 의원은 “임명직 당직자 총사퇴로는 국민 눈높이에 부족하다”는 취지로 김 대표의 사퇴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의총 발언대에 오른 서병수 의원은 의총 전 페이스북에 “김 대표에게 묻는다. 대통령실만 쳐다볼 게 아니라 국민의 소리를 앞서 전달할 결기가 있는가. 그럴 각오가 없다면 물러나라”라며 “집권당 대표라는 자리는 당신이 감당하기에 버겁다”고 비판했다.다만 의총에서 발언대에 오른 다수 의원들은 “김 대표 체제 대안이 마땅치 않으니 비대위보다 현 지도부 체제를 유지하자”는 의견을 내며 혼란을 수습하는 국면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비대위에 준하는 혁신위원회를 만들자는 주장도 나왔다. ‘수도권 위기론’을 띄웠던 윤상현 의원은 이 자리에서 “정부 견제론이 정부 지지론보다 10%포인트 높은 상황에서 위기 돌파구를 만들어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친윤계인 국민의힘 장예찬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조금만 불리하다 싶으면 대통령부터 걸고넘어지는 못된 버릇은 버려야 한다”며 “지도부의 강도 높은 쇄신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 것은 ‘중구난방 흔들기’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고 했다.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의 수행실장을 지낸 이용 의원은 이번 상황을 비판하는 중진 의원들을 겨냥해 “중진으로서 선당후사하는 모습과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솔선수범을 보이라”고 비판했다.김 대표는 당초 13일에 내놓으려던 당 체질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쇄신책을 이날 의원총회에서도 내놓지 못했다. 당내 의견이 분출하고 있는 만큼 의원들 중지를 먼저 모은 뒤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취지지만 당 일각에서는 “당 대표가 내놓은 수습책이 또 다시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를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왔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국민의힘이 11일 치러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17.15%포인트 격차로 완패하면서 여권 전체에 내년 4월 총선 위기론이 닥쳤다. 예상보다 큰 격차의 참패로 여권이 대혼란에 빠지자 윤석열 대통령은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지명 철회 카드로 수습에 나섰다. 당 지도부인 최고위원 일부가 비공개회의에서 김기현 대표에게 임명직 당직자 전원 사퇴를 요구했고 당 일각에선 지도부 사퇴론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당의 전면적 쇄신과 정부 국정운영 기조 전환 없이는 수도권 위기론이 불식되지 않을 것이란 당내 우려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12일 오전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하지 않기로 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재송부를 요청하지 않으면 임명을 자동으로 철회하게 된다. 김 장관 후보자는 이날 오후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며 사퇴했지만 실제로는 윤 대통령이 임명을 철회한 셈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 결과를 존중하고 겸허히 받아들여 성찰하면서 더욱 분골쇄신하겠다”며 “총선 승리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보궐선거 완패에 대한 자신의 책임이나 사과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최고위에 앞서 열린 비공개회의에선 지도부 간에 갈등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도부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자”는 주장과 “너무 저자세로 나갈 필요가 없다” “예견됐던 일 아니냐”는 의견으로 양분되면서 결국 쇄신 방향도 결론내리지 못한 것. “17.15%포인트 격차로 진 건 다행”이란 발언도 나왔다. 당에서 “쇄신하지 않으면 총선에서 다 죽는다”는 당 쇄신론과 대통령실 국정기조 변화 요구가 분출하는 가운데 일각에선 당 지도부 사퇴 요구가 고개를 들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머리는 두고 몸통만 바꾸는 식의 쇄신으로 내년 총선에 큰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며 “시대에 맞는 새로운 인사로 혁신위원회나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보궐선거 결과에 대해 “정부는 어떠한 선거 결과든지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선거 결과에 대한 국민의 뜻을 헤아리는 작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여 압박 수위를 높였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은 오만과 독선, 무능과 무책임으로 일관한 국정 운영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며 “총리의 해임, 법무부 장관의 파면, 부적격 인사에 대한 철회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與 “중도가 우릴 버렸다”는데… 책임-대책 언급없는 지도부보선 완패 국민의힘 자중지란당내 “쇄신 없인 다 죽어” 변화 촉구비주류선 “혁신위 만들어야” 요구지도부는 누구도 사과 메시지 없어… “17%P차 패배 그쳐 다행” 발언도“쇄신하지 않으면 내년 4월 총선 때 다 죽는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12일 전날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확인된 ‘수도권 위기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날 여당에선 쇄신론이 분출했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중도가 우리를 떠났다”고 했다. 하지만 선거 참패 결과에 공개적으로 책임지겠다거나 사과한다는 메시지를 낸 당 지도부는 없었다. 당 지도부는 분출한 쇄신론에 제대로 된 해법도 제시하지 못했다. 한 지도부 의원은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고 자꾸 도망만 간다. 당이 이렇게 가선 안 된다”고 성토했다.● 與 내부 “반성 없는 지도부에 의원들 불만”예상 밖의 참패로 수도권 민심을 맞닥뜨린 여당 내부에선 당 지도부를 향한 쇄신 주문이 빗발쳤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정부 여당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때려잡자는 이야기만 하고 있었다”며 “국민이 집권여당의 책임감을 체감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의원은 “당 대표 선거 이후 중도와 무당층 민심을 잡는 데 실패했다”며 “국민이 체감하는 민생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했다. 당 비주류에선 혁신위원회 구성 요구도 나왔다. 윤상현 의원은 “지도부 색깔과 다른 사람들로 혁신위를 채워야 한다”며 “2030세대, 중도층의 민심을 읽어내고 이에 맞게 정책과 메시지를 내고 인물도 발굴해야 한다”고 했다. 하태경 의원도 “영남 정당에서 수도권 정당으로 탈바꿈해야 된다는 강력한 신호가 들어왔다”며 “혁신위를 구성해 어떻게 변화하고 혁신할지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 사퇴 요구도 나오고 있다. 김기현 대표가 이날 “수도권 맞춤형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할 뿐 패배에 대한 책임 표명이나 사과를 하지 않았다며 김 대표 책임론이 커지는 분위기다. 여권 인사는 “보궐선거 원인을 제공한 여당이 과도하게 힘을 자랑하는 선거 운동을 펼쳐 패배한 것”이라며 “이런 전략을 세운 지도부를 없애야 총선에서 산다”고 했다. 수도권 원외 인사는 “최소한 원포인트 인사 교체라도 해야 한다”고 했다. 친윤(친윤석열)계 핵심 의원은 “내년 총선을 위해 파장이 있어야 한다”며 지도부 사퇴 필요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지도부 회의서 “17%포인트 패배 그쳐 다행” 이날 쇄신론이 쏟아졌음에도 혼란에 빠진 지도부는 책임 있는 자세도 뚜렷한 쇄신 해법도 내놓지 못했다는 비판이 당내에서 나왔다. 복수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김 대표 주재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도부의 책임 범위를 놓고 갑론을박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 최고위원은 “떠밀리듯 조치를 취하기보다 지도부가 선제적으로 책임지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회의에서 “패배는 예견됐던 것 아니냐” “17%포인트 패배에 그쳐 다행”이라는 반박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선 일부 최고위원이 김 대표에게 임명직 전원의 일괄 사퇴 건의도 했다. 임명직 당직자는 이철규 사무총장, 박성민 전략기획부총장 등이다. 하지만 당 관계자는 “임명직 일괄 사퇴는 오히려 꼬리 자르기란 비판이 나올 수 있다”며 일단 선을 그었다. 책임 공방도 벌어졌다. 보궐선거 원인 제공자인 김태우 후보를 공천하고 ‘매머드급 선대위’를 꾸린 인사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 한 지도부 인사는 “전략 부재, 전략 실패의 대참사”라며 “김 후보 공천 결정 과정에서 크게 목소리를 낸 일부 인사가 물러나야 한다는 강한 성토가 있었다”고 전했다.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후보를 공천한 관계자가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것.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 지도부 간 갈등이 노출되면서 지도부는 혁신안 결론도 내리지 못한 채 발표를 미뤘다. 혁신안에는 ‘미래비전특별위원회’ 같은 혁신 기구를 포함해 인재영입위원회와 총선기획준비단을 출범시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 기구는 김 대표가, 총선기획단은 공천 실무를 총괄하는 이철규 사무총장이 수장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이날 소속 의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민심의 질책을 소중히 받들어 쇄신을 위한 기구를 조속히 발족하고 당의 전략과 정책 방향도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당 대표실 관계자는 “대표가 직접 주도권을 잡고 혁신위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했다. 여당 관계자는 “김 대표가 반성 없이 쇄신 주도권을 잡으면 수도권 의원부터 들고일어날 것”이라며 “쇄신을 지도부 방어 수단으로 삼아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조권형 기자 buzz@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국민의힘이 11일 치러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17.15%포인트 격차로 완패하면서 여권 전체에 내년 4월 총선 위기론이 닥쳤다. 예상보다 큰 격차의 참패로 여권이 대혼란에 빠지자 윤석열 대통령은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지명 철회 카드로 수습에 나섰다. 당 지도부인 최고위원 일부가 비공개회의에서 김기현 대표에게 임명직 당직자 전원 사퇴를 요구했고 당 일각에선 지도부 사퇴론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당의 전면적 쇄신과 정부 국정운영 기조 전환 없이는 수도권 위기론이 불식되지 않을 것이란 당내 우려가 나온다.윤 대통령은 12일 오전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하지 않기로 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재송부를 요청하지 않으면 임명을 자동으로 철회하게 된다. 김 장관 후보자는 이날 오후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며 사퇴했지만 실제로는 윤 대통령이 임명 철회한 셈이다.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 결과를 존중하고 겸허히 받아들여 성찰하면서 더욱 분골쇄신하겠다”며 “총선 승리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보궐선거 완패에 대한 자신의 책임이나 사과를 언급하지는 않았다.최고위에 앞서 열린 비공개회의에선 지도부 간에 갈등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도부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자”는 주장과 “너무 저자세로 나갈 필요가 없다” “예견됐던 일 아니냐”는 의견으로 양분되면서 결국 쇄신 방향도 결론내리지 못한 것. “17.15%포인트 격차로 진 건 다행”이란 발언도 나왔다.당에서 “쇄신하지 않으면 총선에서 다 죽는다”는 당 쇄신론과 대통령실 국정기조 변화 요구가 분출하는 가운데 일각에선 당 지도부 사퇴 요구가 고개를 들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머리는 두고 몸통만 바꾸는 식의 쇄신으로 내년 총선에 큰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며 “시대에 맞는 새로운 인사로 혁신위원회나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보궐선거 결과에 대해 “정부는 어떠한 선거 결과든지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선거 결과에 대한 국민의 뜻을 헤아리는 작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더불어민주당은 대여 압박 수위를 높였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은 오만과 독선, 무능과 무책임으로 일관한 국정운영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며 “총리의 해임, 법무부 장관의 파면, 부적격 인사에 대한 철회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내년 총선의 전초전으로 평가받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예상보다 큰 차이로 누르고 승리했다.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실시된 본투표에서 민주당 진교훈 당선인(사진)이 최종 56.52%(13만7066표)를 얻어 39.37%(9만5492표)를 득표한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를 여유있게 앞섰다. 민주당 내부적으로 기대해 온 15%포인트 격차를 웃도는 수치다. 진 당선인은 민주당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높은 강서갑과 강서병뿐만 아니라 보수 색채가 비교적 강한 것으로 꼽혔던 강서을에서도 김 후보를 앞서며 예상보다 격차를 더 크게 벌렸다. 선거 기간 총력전을 펼쳤던 여야 지도부의 희비는 크게 엇갈렸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메시지를 내고 “국민의 위대한 승리이자 국정실패에 대한 엄중한 심판”이라며 “민주당의 승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의 각성과 민생 회복을 명하는 국민의 매서운 회초리”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강서구민과 국민들께서 보낸 따끔한 질책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보궐선거가 끝나자마자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격랑에 빠져들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치러지는 서울 지역 마지막 선거에서 참패로 위기를 맞은 국민의힘은 ‘수도권 위기론’이 현실화하면서 김 대표 등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이 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도권에서 정권심판론을 확인한 민주당은 내년 총선까지 친명(친이재명) 지도부가 ‘이재명 체제 강화’의 고삐를 죄는 과정에서 이에 반대하는 비명(비이재명)계와 갈등을 빚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치러진 보궐선거 최종 투표율은 48.7% 였다. 與 “수도권 위기론 현실화” 국민의힘 김태우 ‘지역개발 이슈’ 안먹혀당내 “여당 향한 민심 심판 확인된 격차”김기현 지도부 책임론… 최대위기 직면대통령실 “민심수용… 중간평가 해석 동의못해” “수도권 위기론이 허언이 아니었다.” 수도권의 한 여당 의원은 예상보다 큰 격차로 참패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두고 이같이 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소속 의원 전원이 나서 강서구에서 총력 유세를 펼쳤음에도 실제 ‘수도권 위기론’이 현실화하면서 김기현 대표 지도부에 대한 문책론이 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기현 체제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위기에 봉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실도 보궐선거로 확인된 민심에 당혹해하는 기류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귀책 사유가 있을 경우 무공천 한다는 원칙을 깬 것이 중도층 표심에 악영향을 끼치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야권 지지층이 결집하고 정권 심판론이 먹힌 것이 참패 원인으로 꼽힌다. ● 與 내부 “경기도는 더 많이 질 것”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대통령과 핫라인이 개통돼 있는 힘 있는 여당 후보”라며 강서구 지역 개발 이슈를 해결하겠다고 김태우 후보를 띄웠지만 통하지 않았다. 패배 분위기는 이날 오후 개표 시작 전부터 서울 강서구 마곡동 김 후보자 선거캠프 사무실에서 감지됐다. 김기현 대표나 선대위 상임고문을 맡았던 권영세 안철수 의원, 나경원 전 의원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철규 사무총장은 “위로하러 왔다”고 말한 뒤 캠프를 떠났다. 여당 관계자는 “정부 여당을 향한 민심의 심판이 확인된 격차”라며 말을 아꼈다. 지도부는 12일 오전 비공개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했다. 당초 당 지도부는 민주당 텃밭인 강서구에 후보를 내지 않으려 했지만 김 후보가 광복절 대통령 사면 복권 대상에 오르자 뒤늦게 공천을 결정했다. 보궐선거 원인 제공자가 출마하게 한 지도부 결정이 민심의 외면을 받은 것. 여기에 김 후보의 보궐선거 비용 40억 원에 대해 “애교 있게 봐 달라”는 발언이 중도층 민심에 직격타가 됐다는 평가다. 당 핵심 관계자는 “유권자들에겐 꿈의 숫자인 40억을 농담하듯 말한 것이 악재가 됐다”고 했다. 이번 참패로 당장 지도부의 운명이 흔들리게 됐다. 지도부 관계자는 “강서구는 민주당 의원이 3명이나 포진한 험지 중 험지”라며 후폭풍 최소화를 시도했지만 ‘지도부 책임론’이 분출할 전망이다. 보궐선거 무공천 기류를 뒤집고 공천론을 주장한 인사를 향한 문책론이 고개를 들 가능성도 있다. 당장 당내에서는 수도권 위기론이 재점화하는 분위기다. 서울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이날 오전 SBS라디오에서 “경기도는 더 많이 진다 이런 불안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수도권 비전과 승리 전략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이게 수도권에서 처한 당의 현실이다. 당이 완전히 바뀌어야 살아남는다”고 지적했다. ● 지도부 책임론 분출 가능성 지도부 책임론이 분출하면서 김 대표 체제를 대체할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요구 목소리도 비주류를 중심으로 터져 나올 수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비대위 체제로 연결될 가능성에 선을 그었지만 예상보다 더 큰 참패에 김기현 체제로 총선을 치를 수 있느냐는 의문이 당내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 다만 한 여권 관계자는 “총선이 코앞인데 자중지란, 분열로 빠지는 것은 필패의 길”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민심을 받아들이지만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라는 해석은 맞지 않다”라고 했다. 일단 국민의힘 지도부는 보궐선거에서 확인한 결과를 토대로 총선기획단 발족과 당무감사, 인재 영입 등 3가지 축으로 조기 총선 모드로 전환해 보궐선거 책임론을 최소화하겠다는 생각이다. 또 이르면 이달 말 총선기획단 발족으로 공천 밑그림을 그려 나갈 방침이다. 총선기획단이 발족하면 당이 본격적으로 총선 행보를 시작한다는 의미다. 다만 당내에선 “문책론을 거치지 않고는 지도부의 구상이 그대로 흘러가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野 “총선때까지 정권심판론” 민주당 진교훈 인지도 열세 딛고 당선지도부 “정부 여당에 반감 심하다는 반증”이재명 체제 공고화 작업 속도 낼듯비명계 “현체제 안주하면 총선에 되레 악재” “이건 윤석열 정부의 패배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11일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예상보다 크게 이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를 이같이 평가했다. 내년 총선을 6개월 앞두고 수도권 민심의 향방을 가늠할 ‘바로미터’로 꼽혀 온 이날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은 기세를 몰아 내년 총선까지 ‘정권심판론’을 이어가겠다는 목표다. 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확실히 부각한 뒤 11월 중순부터 본격적 총선 모드에 돌입하겠다는 것. 이와 동시에 이재명 체제를 공고화하는 작업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 이후 공석 상태인 지명직 최고위원을 새로 임명하는 등 지도부 내 친명(친이재명) 색채를 더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이 대표 간판으로는 중도층 확장에 한계가 있다”는 비명(비이재명)계 반발도 여전해 총선 준비 과정에서 내홍이 장기화될 것이란 내부 우려도 커지고 있다.● “누적된 정권 심판론이 승리 요인” 이날 저녁 진교훈 캠프 사무소에 모인 민주당 지도부는 개표 초반부터 진 당선인이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를 20%포인트 이상 여유 있게 앞서자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민주당은 강서구가 서울 내 민주당 텃밭으로 꼽히는 지역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집권여당의 견제를 뚫고 당 내에서 예상해 왔던 15%포인트보다 크게 격차를 벌린 가장 큰 배경엔 결국 정권심판론이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한 지도부 의원은 “‘윤 대통령과 직통 핫라인이 뚫린 후보’라는 여당의 선거 슬로건에도 구민들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민주당 진교훈 후보를 뽑은 것은 그만큼 정부여당에 대한 반감이 심하다는 반증”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15%포인트 차 이상으로 압승하면 정권 심판론 바람에 힘이 실리면서 이재명 지도부 체제로 내년 총선까지 준비할 수 있다고 밝혀 왔다. 보궐선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민주당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사실상 ‘올스톱’ 상태인 당 상황부터 재정비할 것으로 보인다.● ‘李 체제’ 공고화 속도 낼 듯 당 내부적으로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책임을 지고 사퇴한 송갑석 전 최고위원 후임 인선과 조정식 사무총장 이하 정무직 당직자들의 사표 수리 여부 등이 ‘당 재정비’의 신호탄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조 사무총장 등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 직후 사의를 표명했으나 아직 수리되지 않은 상태다. 한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당무에 복귀하는 대로 총선기획단 등 총선조직 구성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면서 “사무총장이 총선기획단장을 맡기 때문에 총선기획단을 꾸리려면 조 사무총장을 비롯한 당직자들 거취 문제부터 정해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핵심 관계자는 “야당 무대인 국정감사 기간에 굳이 서둘러 총선기획단이나 인재영입단을 발족할 이유는 없다”면서도 “여당의 선거 패배 이후 내홍 수습 속도를 봐가며 계획을 조절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일부 비명계 지도부 의원들이 추가로 교체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친명 관계자는 “연말 출범 예정인 공천심사위원회 당연직 자리에 비명계를 앉힐 수는없다는 것이 친명계 내부 기류”라고 했다. 당 지도부는 송 전 최고위원 후임으로는 상대적으로 계파 색채가 옅은 호남이나 충청 출신의 여성, 원외 인사를 신임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 지도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비명계는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이원욱 의원은 BBS 라디오에서 “(보궐선거 결과가) 당장 지도부의 권한을 강화하는 데 일시적으로 도움이 되겠지만 당이 페니실린 주사를 맞은 격이 돼 오히려 당이 변화를 선택하지 않고 현재의 체제에 안주하게 될 것”이라며 “오히려 총선에 악재”라고 했다.강성휘 기자 yolo@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지난해 전체 358개 공공기관 중 기관장의 업무추진비 지출이 가장 많았던 곳은 농업정책보험금융원(농업금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A 전 농업금융원장은 업무추진비를 활용해 민주당 정책위원회 행사에 경조화환 지출도 수차례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여권에선 민주당 수석전문위원 출신인 A 전 원장이 기관장으로 가면서 비정상적인 업무추진비가 집행됐다고 주장했다.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이 10일 농림축산식품부 소관 기관인 농업금융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농업금융원장이 집행한 업무추진비는 2019년 1946만 원에서 2020년 3907만 원으로 두 배로 늘어난 뒤 2021년 3833만 원, 2022년 4362만 원으로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358개 공공기관 기관장의 업무추진비 지출 평균(1285만 원)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농업금융원은 농림축산식품부 소관 농업 금융전문기관으로 지난해 고유사업부문 당기순이익은 7억1200만 원 적자였다. 국민의힘은 2020년 2월부터 올해 7월까지 근무한 A 전 원장이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 수석전문위원 출신이라는 문제를 삼으며 업무추진비가 불합리하게 집행된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 업무추진비가 경조화환 지출 비용 비율이 크고, 또 일부는 민주당 행사에서 지출됐다는 것. 농업금융원장의 경조화환 지출 비용은 2020년 118건 1177만 원, 2021년 183건 1830만 원, 2022년 219건 2083만 원이었다. 이 기간 민주당 정책위 행사에 6건의 화환을 보내기도 했다. 국민의힘 행사에 보낸 화환은 없었다. 또 지난해 경조화환 지출 219건 중 94건(42.9%)이 농식품부 관련 행사에 보낸 화환이었다. 이양수 의원은 “공공기관장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고 특정 정당 행사에 업무추진비를 사용하는 행위와 업무협조를 벗어난 과도한 경조화환을 보내는 행위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35년 만의 사법부 수장 공백이라는 초유의 상황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여야가 대법원장 공백 책임을 두고 정면충돌했다. 여당은 더불어민주당이 ‘사법부 길들이기’ 목적으로 “제2, 제3의 대법원장 후보자도 부결시키겠다고 겁박하고 있다”며 사법부 근간마저 무너뜨리려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대법원장 부재 사태의 원천적인 책임은 명백하게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여당에 있다”며 이번 사태를 ‘대통령 인사 참사’로 규정해 맞받았다. 6일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책임 공방을 이어간 것. 이날 국감에선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영장 기각을 두고도 아전인수식 공방이 이어졌다. 21대 국회 마지막 국감에서 민생 국감을 하겠다던 여야가 첫날부터 “네 탓” 공방에만 매달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 대법원장 공백 “네 탓”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사위 대법원 국정감사는 시작부터 대법원장 공백 사태로 공방을 벌였다. 첫 질의자로 나선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국회는 사법부의 장기 부실을 초래할지 모르는 후보자를 지명해 사법부 신뢰 위기를 초래한 대통령의 잘못된 선택을 막아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낙마 책임은 국회가 아니라 법무부,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한 대통령에게 있는 것 아닌가”라고도 했다. 윤 대통령뿐 아니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도 전선을 확대한 것. 같은 당 김승원 의원은 “부적격자를 지명한 대통령에게 일단 원인이 있다”고 했다. 여당은 임명동의안을 당론으로 부결한 민주당의 책임을 탓했다.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은 “앞으로 우리(민주당) 입맛에 맞는 대법원장을 임명해라, 그러지 않으면 또 부결시키겠다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법무부 책임, 지명권자 책임으로 돌리는 건 견강부회”라고 반박했다. 유상범 의원도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 방탄을 위해 올인하면서 대법원장을 정치적 정쟁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야의 책임 공방을 지켜보는 대법원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은 “내년 1월 임기가 종료되는 안철상 민유숙 대법관 후임자에 대한 임명 제청도 차질이 불가피하지 않느냐”는 여당 의원의 질의에 “대법관 두 명의 후임자 제청 절차가 문제”라며 “(대법원장) 권한대행이 두 명의 대법관을 제청 가능한지 등 의문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대법원은 이르면 11일 대법관회의를 열고 대법원장 권한대행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김명수 전 대법원장 퇴임 다음 날인 지난달 25일 열린 대법관회의에선 대법원장 권한대행이 대법관 임명제청권을 행사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관 임명제청권은 헌법이 규정한 대법원장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장 권한대행이 후임 대법관을 제청한 전례가 없다”고 설명했다.● 李 영장 기각에 與 “방탄” 野 “구속 작전 실패”이날 국감에선 이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을 두고도 충돌했다. 여당은 “방탄 기각”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야당은 “구속 작전 실패”라며 대치한 것.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은 “정당 현직 대표라고 해서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단정할 수 있느냐”며 “이 대표 방탄에 손을 들어준 영장 기각”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형수 의원도 “영장이 기각됐다고 무죄가 확정된 것처럼 침소봉대하는 건 옳지 않다”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모두 영장이 기각됐지만 실형을 선고받거나 확정됐다”고 가세했다. 반면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구속영장 기각은) 검찰의 야당 대표에 대한 구속 작전 실패가 팩트”라며 “검찰은 막상 영장이 기각되니 ‘기각이 무죄는 아니다’ 식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

35년 만의 사법부 수장 공백이라는 초유의 상황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여야가 대법원장 공백 책임을 두고 정면충돌했다.여당은 더불어민주당이 ‘사법부 길들이기’ 목적으로 “제2, 제3의 대법원장 후보자도 부결시키겠다고 겁박하고 있다”며 사법부 근간마저 무너뜨리려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대법원장 부재 사태의 원천적인 책임은 명백하게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여당에 있다”며 이번 사태를 ‘대통령 인사 참사’로 규정해 맞받았다. 6일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책임 공방을 이어간 것. 이날 국감에선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영장 기각을 두고도 아전인수식 공방이 이어졌다. 21대 국회 마지막 국감에서 민생 국감을 하겠다던 여야가 첫날부터 “네 탓” 공방에만 매달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 대법원장 공백 “네 탓”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사위 대법원 국정감사는 시작부터 대법원장 공백 사태로 공방을 벌였다.첫 질의자로 나선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국회는 사법부의 장기 부실을 초래할지 모르는 후보자를 지명해 사법부 신뢰 위기를 초래한 대통령의 잘못된 선택을 막아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낙마 책임은 국회가 아니라 법무부,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한 대통령에게 있는 것 아닌가”라고도 했다. 윤 대통령뿐 아니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도 전선을 확대한 것. 같은 당 김승원 의원은 “부적격자를 지명한 대통령에게 일단 원인이 있다”고 했다. 여당은 임명동의안을 당론으로 부결한 민주당의 책임을 탓했다.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은 “앞으로 우리(민주당) 입맛에 맞는 대법원장을 임명해라, 그러지 않으면 또 부결시키겠다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법무부 책임, 지명권자 책임으로 돌리는 건 견강부회”라고 반박했다. 유상범 의원도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 방탄을 위해 올인하면서 대법원장을 정치적 정쟁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여야의 책임 공방을 지켜보는 대법원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은 “내년 1월 임기가 종료되는 안철상 민유숙 대법관 후임자에 대한 임명 제청도 차질이 불가피하지 않느냐”는 여당 의원의 질의에 “대법관 두 명의 후임자 제청 절차가 문제”라며 “(대법원장) 권한대행이 두 명의 대법관을 제청 가능한지 등 의문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대법원은 이르면 11일 대법관회의를 열고 대법원장 권한대행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김명수 전 대법원장 퇴임 다음 날인 지난달 25일 열린 대법관회의에선 대법원장 권한대행이 대법관 임명 제청권을 행사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관 임명제청권은 헌법이 규정한 대법원장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장 권한대행이 후임 대법관을 제청한 전례가 없다”고 설명했다. ● 李 영장 기각에 與 “방탄 기각” 野 “구속 작전 실패”이날 국감에선 이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을 두고도 충돌했다. 여당은 “방탄 기각”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야당은 “구속 작전 실패”라며 대치한 것.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은 “정당 현직 대표라고 해서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단정할 수 있느냐”며 “이 대표 방탄에 손을 들어준 영장 기각”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형수 의원도 “영장이 기각됐다고 무죄가 확정된 것처럼 침소봉대하는 건 옳지 않다”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모두 영장이 기각됐지만 실형을 선고받거나 확정됐다”고 가세했다.반면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구속영장 기각은) 검찰의 야당 대표에 대한 구속 작전 실패가 팩트”라며 “검찰은 막상 영장이 기각되니 ‘기각이 무죄는 아니다’ 식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박범계 의원은 “영장 발부를 자신하던 한 장관이 ‘죄가 없다는 건 아니다’라고 말하는데, 가소롭기 이를 데 없다”고 했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

3선인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부산 해운대갑)의 내년 총선 서울 출마 선언에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여당에선 원외 지도부와 초선 의원 등 정치 신인들을 중심으로 “제2, 3의 하태경이 나와야 한다”며 중진들의 수도권 출마를 압박하는 공개적인 요구와 “2020년 총선 때도 중진들의 험지 출마가 실패했다”는 반론이 동시에 나왔다. 야당에서는 친명(친이재명)계 초선·원외를 중심으로 ‘동일 지역구 3선 출마 제한’ 등 중진 물갈이론이 분출하는 한편으로 “물갈이가 답이 아니다”란 중진들의 반발이 함께 나왔다. ● 與 원외 지도부 “중진, 험지 수도권으로” 하 의원의 서울 출마 선언을 두고 여당에선 원외 지도부와 초선 의원을 중심으로 ‘중진 수도권 차출론’이 확대돼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다. 국민의힘 김병민 최고위원은 9일 SBS 라디오에서 “하 의원이 적절한 시기에 아주 적절한 판단을 내려줬다”며 “국민의힘에서 나를 한 번 희생하고 당 전체를 살리자는 분위기가 꽤 불이 타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초선인 국민의힘 장동혁 원내대변인도 이날 MBC 라디오에서 “어떻게든 총선에서 공천 혁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높아지면 이런 분들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경쟁력 있는 중진 인사들을 중심으로 수도권 진출 선언이 이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하 의원을 시작으로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 지역 당 텃밭 중진들의 ‘수도권 차출론’이 본격화할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 쇄신론에 힘이 실리고, 영남권 출마를 노리는 대통령실 인사들이 빈 지역구를 채우면서 기회가 열린다는 계산이 깔렸다. 다만 여당 중진 의원들 사이에선 정치 신인들이 험지로 차출된 중진들의 빈자리를 노리겠다는 속내가 있다며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그동안 선거에서 ‘하방’은 많았지만 중진 의원이 서울로 올라오는 ‘자발적 상방’은 없었다”며 “의원 본인들도 수도권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릴레이 서울 출마 선언은 희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의원도 “하 의원은 해운대갑에서 공천을 받기 어려워 서울로 출마하려던 생각이 있었다. 당 지도부의 요청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했다. 여당 일각에선 21대 총선 실패를 거론하며 ‘정교한 차출’이 필요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2020년 4월 21대 총선 당시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에선 ‘텃밭 물갈이론’이 거세게 일며 현역 의원들의 대규모 험지 이동 또는 컷오프가 있었다. 그 결과 험지로 옮긴 김용태, 이종구 전 의원 등 중진 의원들은 대부분 총선에서 졌고, 컷오프에 반발한 의원들은 무소속으로 출마해 집안싸움을 벌여야 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인물 경쟁력과 지역구 특성을 감안한 차출이 필요하다”며 “당 내분으로 여당에 강한 지역을 야당에 빼앗기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 野 친명 초선 “다선 물갈이 필요”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동일 지역구 3선 연임 초과 금지’ 등 혁신 요구가 강경파 초선 의원들과 친명계 원외 모임을 중심으로 수면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친명계의 한 초선 의원은 이날 “하 의원의 험지 출마가 텃밭에 기대 온 민주당 중진 의원들에게도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초·재선이 많은 호남 외에 인천·경기 지역구 중 민주당에 유리한 지역구에 오래 계신 의원들이 꽤 있는데, 이들이 표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선출된 홍익표 원내대표가 지난해 본인의 3선 지역구(서울 중-성동갑)를 내려놓고 험지인 서울 서초을에 도전장을 냈다는 점도 이런 요구에 힘이 더 실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강성 초선 모임인 ‘처럼회’ 소속 의원은 “원내지도부가 홍 원내대표의 사례를 들며 ‘총선 혁신을 위해 당신도 지역구 사수 의지를 내려놓으라’란 식으로 중진 의원을 압박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민주당 다선 의원을 향한 혁신의 목소리는 원외에서 더욱 강하게 나오고 있다. 원외 친명계 그룹인 ‘더민주혁신회의’는“내부 논의가 덜 됐다”며 철회하기는 했지만 지난달 홍 원내대표 당선 직후 “민주당의 공천 혁신을 위해 3선 이상 중진의 험지 출마”를 요구했다. 이들은 올해 7월에도 “현역 중 적어도 50%는 물갈이돼야 하며 3선 이상 다선은 4분의 3 이상이 물갈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내부에서 친명계 초선·원외의 이런 요구에 비명계 중진들을 몰아내려는 의도가 있다는 지적과 함께 “물갈이 기준이 ‘실력’이 아닌 ‘선수’가 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거듭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는 것은 그만큼 정치인의 역량이 높다는 의미인데, 그 이유로 출마에 제한을 두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3선인국민의힘하태경 의원(부산 해운대갑)의 내년 총선 서울 출마 선언에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여당에선 원외 지도부와 초선 의원 등 정치 신인들을 중심으로 “제2, 3의 하태경이 나와야 한다”며 중진들의 수도권 출마를 압박하는 공개적인 요구와 “2020년 총선 때도 중진들의 험지 출마가 실패했다”는 반론이 동시에 나왔다. 야당에서는 친명(친이명계) 초선·원외를 중심으로 ‘동일 지역구 3선 출마 제한’ 등 중진 물갈이론이 분출하는 한편 “물갈이가 답이 아니다”란 중진들의 반발이 함께 나왔다. ● 與 원외 지도부 “중진, 험지 수도권으로”하 의원의 서울 출마 선언을 두고 여당에선 원외 지도부와 초선 의원을 중심으로 ‘중진 수도권 차출론’이 확대돼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다. 국민의힘 김병민 최고위원은 9일 SBS 라디오에서 “하 의원이 적절한 시기에 아주 적절한 판단을 내려줬다”며 “국민의힘에서 나를 한 번 희생하고 당 전체를 살리자는 분위기가 꽤불이 타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초선인 국민의힘 장동혁 원내대변인도 이날 MBC 라디오에서 “어떻게든 총선에서 공천 혁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높아지면 이런 분들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경쟁력 있는 중진 인사들을 중심으로 수도권 진출 선언이 이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하 의원을 시작으로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 지역당 텃밭 중진들의 ‘수도권 차출론’이 본격화할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 쇄신론에 힘이 실리고, 영남권 출마를 노리는 대통령실 인사들이 빈 지역구를 채우면서 기회가 열린다는 계산이 깔렸다.다만 여당 중진 의원들 사이에선 정치 신인들이 험지로 차출된 중진들의 빈 자리를 노리겠다는 속내가 있다며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그동안 선거에서 ‘하방’은 많았지만 중진 의원이 서울로 올라오는 ‘자발적 상방’은 없었다”며 “의원 본인들도 수도권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릴레이 서울 출마 선언은 희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의원도 “하 의원은 해운대갑에서 공천을 받기 어려워서울로 출마하려던 생각이 있었다. 당 지도부의 요청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했다. 여당 일각에선 21대 총선 실패를 거론하며 ‘정교한 차출’이 필요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2020년 4월 21대 총선 당시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에선 ‘텃밭 물갈이론’이 거세게 일며 현역 의원들의 대규모 험지 이동 또는 컷오프가 있었다. 그 결과 험지로 옮긴김용태,이종구전 의원 등중진 의원들은 대부분 총선에서 졌고, 컷오프에 반발한 의원들은 무소속으로 출마해 집안싸움을 벌여야 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인물 경쟁력과 지역구 특성을 감안한 차출이 필요하다”며 “당 내분으로 여당에 강한 지역을 야당에 빼앗기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 野 강경파 초선들 “다선 물갈이 필요”민주당에서도 ‘동일 지역구 3선 연임 초과 금지’ 등 혁신 요구가 강경파 초선 의원들과 친명계 원외 모임을 중심으로 수면 위로떠오르는 모습이다. 친명계의한초선 의원은 이날 “하 의원의 험지 출마가 텃밭에 기대 온 민주당 중진 의원들에게도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초·재선이 많은 호남 외에 인천·경기 지역구 중 민주당에 유리한 지역구에 오래 계신 의원들이 꽤 있는데, 이들이 표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최근 선출된 홍익표 원내대표가 지난해 본인의 3선 지역구(서울 중-성동갑)를 내려놓고 험지인 서울 서초을에 도전장을 냈다는 점도 이런 요구에 힘이 더 실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강성 초선 모임인 ‘처럼회’ 소속 의원은 “원내지도부가 홍 원내대표의 사례를 들며 ‘총선 혁신을 위해 당신도지역구 사수의지를 내려놓으라’란식으로중진 의원을 압박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민주당 다선 의원을 향한 혁신의 목소리는 원외에서 더욱 강하게 나오고 있다. 원외 친명계 그룹인 ‘더민주혁신회의’는“내부 논의가 덜 됐다”며 철회하기는 했지만 지난달 홍 원내대표 당선 직후 “민주당의공천 혁신을 위해 3선 이상 중진의 험지 출마”를 요구했다.이들은 올해 7월에도 “현역 중 적어도 50%는 물갈이돼야 하며 3선 이상 다선은 4분의 3 이상이 물갈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민주당 내부에서친명계 초선·원외의 이런 요구가 비명계 중진들을 몰아내려는 의도가 있다는 지적과 함께“물갈이 기준이 ‘실력’이 아닌 ‘선수’가 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거듭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는 것은 그만큼 정치인의 역량이 높다는 의미인데, 그 이유로 출마에 제한을 두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사전투표율이 22.64%로 역대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를 통틀어 가장 높게 나온 것을 두고 여야는 각자 “우리에게 유리한 결과”라며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놨다. 국민의힘은 “보수 지지층이 결집한 효과”라고 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정권 심판론에 무게가 실린 것”이라고 했다. 여야는 11일 본투표 당일 최대한 많은 지지자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주말 동안 지도부가 나서 현장 지원 유세를 이어갔다.● 與 “보수 지지층 결집한 결과”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6, 7일 치러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사전투표에는 선거인 50만603명 중 11만3313명(22.64%)이 투표했다. 이전까지 역대 지방선거 중 가장 높았던 지난해 6·1지방선거 사전투표율(20.62%)과 역대 재·보궐선거 중 가장 높았던 2021년 4·7재·보선(20.54%)보다 높은 수치다. 국민의힘은 예상보다 높게 나온 사전투표율에 대해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등을 거치면서 야권에 반발한 여권 지지층이 일제히 사전 투표소로 나온 것”이라고 해석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8일 서울 강서구 지원 유세 도중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에 대한 심판 의지가 확고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했다. 다만 당내에서는 높은 사전 투표율이 꼭 여당에 유리하다고만 해석하긴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투표율이 높고 낮음에 따라 여야 중 누가 더 유리하다는 도식은 깨진 지 오래”라며 “여야 지도부가 조직을 총동원하다 보니 사전투표율이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투표에 적극적인 유권자들은 이미 투표를 한 것”이라며 “사전투표율에 고무되지 말고, 아직 투표소에 나오지 않은 우리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투표장에 아직 나오지 않은 지지층은 물론 중도층과 강서구민 다수를 차지하는 충청 지역 출신 유권자들을 중심으로 유세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휴일인 이날도 강서구에서 선거운동을 이어 나갔다. 김 대표와 함께 윤재옥 원내대표, 이철규 사무총장은 교회와 전통시장 등에서 현장 유세를 펼쳤다.● 野 “최종 투표율 40% 넘을 것” 민주당은 내부적으로 높은 사전투표율에 고무된 분위기다. 당내에서 승리를 점쳐볼 수 있는 투표율 ‘매직넘버’로 40%를 꼽는 가운데 “이 기세대로라면 최종 투표율 40%를 가뿐히 넘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반영된 것. 특히 강서구가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높은 지역인 만큼 유권자 중 40%가 투표에 나선다면 유리할 것이란 계산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물론 사전투표율이 높다고 우리에게 유리하다고 장담하긴 어렵다”면서도 “아무래도 투표율이 높다는 건 그만큼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불만이 크게 작용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권 심판론의 영향으로 봐야 한다는 것. 진교훈 후보 캠프 관계자는 “본투표일이 평일인데도 최종 투표율이 40%를 넘어선다면 민주당 입장에선 의미 있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역시 남은 이틀 동안 집중 유세를 통해 마지막까지 지지층의 투표율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진 후보는 이날 ‘강서 방방곡곡 유세’를 펼치며 표를 호소했고, 홍 원내대표는 휴일인 7일 모든 공개 일정을 진 후보 지원 유세로 소화했다. 이재명 대표는 7일 지원 유세를 펼친다고 공지했다가 건강상의 문제로 2시간 전 취소했지만 본투표 전 현장에 나설 가능성은 열려 있다.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사전투표율이 22.64%로 역대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를 통틀어 가장 높게 나온 것을 두고 여야는 8일 각자 “우리에게 유리한 결과”라며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놨다. 국민의힘은 “보수 지지층이 결집한 효과”라고 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정권심판론에 무게가 실린 것”이라고 했다. 여야는 11일 본투표 당일 최대한 많은 지지자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주말 동안 지도부가 나서 현장 지원 유세를 이어갔다. ●與 “보수 지지층 결집한 결과”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6, 7일 치러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사전투표에는 선거인 50만603명 중 11만3313명(22.64%)이 투표했다. 이전까지 역대 지방선거 중 가장 높았던 2020년 6·11지방선거 사전투표율(20.62%)과 역대 재보궐 선거 중 가장 높았던 2021년 4·7재보선(20.54%)보다 높은 수치다. 국민의힘은 예상보다 높게 나온 사전투표율에 대해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등을 거치면서 야권에 반발한 여권 지지층이 일제히 사전 투표소로 나온 것”이라고 해석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8일 서울 강서구 지원 유세 도중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에 대한 심판 의지가 확고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했다.다만 당내에서는 높은 사전 투표율이 꼭 여당에 유리하다고만 해석하긴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투표율이 높고 낮음에 따라 여야 중 누가 더 유리하다는 도식은 깨진 지 오래”라며 “여야 지도부가 조직을 총동원하다보니 사전투표율이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투표에 적극적인 유권자들은 이미 투표를 한 것”이라며 “사전투표율에 고무되지 말고, 아직 투표소에 나오지 않은 우리 지지층을 결집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투표장에 아직 나오지 않은 지지층은 물론 중도층과 충청 지역 출신 유권자들을 중심으로 유세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휴일인 이날도 강서구에서 선거운동을 이어나갔다. 김 대표와 함께 윤재옥 원내대표, 이철규 사무총장은 교회와 전통시장 등에서 현장 유세를 펼쳤다. ●野 “최종 투표율 40% 넘을 것”민주당은 내부적으로 높은 사전투표율에 고무된 분위기다. 앞서 홍익표 원내대표가 승리를 점쳐볼 수 있는 투표율 ‘매직넘버’로 40%를 꼽은 가운데 “이 기세대로라면 최종 투표율 40%를 가뿐히 넘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반영된 것. 특히 강서구가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높은 지역인만큼 유권자 중 40%가 투표에 나선다면 유리할 것이란 계산이다.민주당 관계자는 “물론 사전투표율이 높다고 우리에게 유리하다고 장담하긴 어렵다”면서도 “아무래도 투표율이 높다는 건 그만큼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불만이 크게 작용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권 심판론의 영향으로 봐야 한다는 것. 진교훈 후보 캠프 관계자는 “본 투표일이 평일인데도 최종 투표율이 40%를 넘어선다면 민주당 입장에선 의미있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역시 남은 이틀 동안 집중 유세를 통해 마지막까지 지지층의 투표율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진 후보는 이날 ‘강서 방방곡곡 유세’를 펼치며 표를 호소했고, 홍 원내대표는 휴일인 7일 모든 공개 일정을 진 후보 지원 유세로 소화했다. 이재명 대표는 7일 지원 유세를 펼친다고 공지했다가 건강상의 문제로 2시간 전 취소했지만 본투표 전 현장에 나설 가능성은 열려 있다.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2021년 11월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보건복지소위 회의장. 이날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이 같은 해 1월 발의한 ‘난임 시술 지원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이 10개월 만에 소위 테이블에 올라왔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난임치료 시술비를 난임 부부의 소득 수준이나 시술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지원하는 법안이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소위에서 “저출산 대책을 위해 상당히 많은 예산을 쏟아붓고도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다”며 난임 시술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도 “확대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했다. 정치 현안에 대립했던 여야가 해당 법안 필요성에 한목소리를 낸 것. 하지만 이 법안은 이후 2년 가까이 다시 논의되지 않았다. 그사이 유사 법안만 5건이나 더 발의된 상태다. 국회가 논의를 멈춘 사이 제한 없는 난임 시술 지원은 의지와 예산이 있는 일부 지자체와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난임 부부 시술비 지원 대상은 중위소득 180%(올해 2인 가족 기준 세전 월 622만 원) 이하이기 때문에 적지 않은 맞벌이 부부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여당의 한 의원은 “지역구 표심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법안들은 처리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올해 2분기(4∼6월) 합계출산율이 0.7명까지 떨어진 가운데 동아일보가 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 난임 시술 지원법처럼 저출생 극복과 직접 관련이 있는 7개 법률을 분석한 결과, 여야는 21대 국회에서 총 435건 개정안을 발의해 이 중 19건만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다만 통과 법안에 병합된 ‘대안반영폐기 법안’(총 52건)도 가결 법안으로 보기 때문에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364건이다.저출생 대책 법안 364건 국회서 낮잠… ‘인구특위’는 개점휴업 저출생문제 손놓은 국회육아휴직 급여 현실화 법안 등 재정 마련책에 막혀 추가 논의 중단인구특위 출범 열달간 회의 4번뿐“문제 해결해야 할 의원이 호소만 해” ‘364건.’ 21대 국회에서 계류 중인 저출생 극복 관련 7개 법률의 개정안 개수에서 볼 수 있듯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정치권이 법안 발의 생색만 내고 정작 법안 처리에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한 데 이어 올 2분기 출산율이 0.7명으로 더 떨어지면서 초유의 저출생 상황에 직면한 상태다. 7개 법률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 △영유아보육법 △모자보건법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고용보험법 △아이돌봄지원법 △아동수당법 등이다. 남녀고용평등법은 가장 많은 176건의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3건(대안 반영 폐기 15건)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입법권과 예산심사권이 있는 국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저출생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육아휴직 급여 현실화 법안 등 국회서 낮잠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달 ‘국정감사 재정·경제 주요 이슈’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육아휴직의 사각지대 문제 △낮은 육아휴직 급여 △제한적 주거지원 사업 등의 문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미 이들 문제를 해결할 다수의 법안이 발의돼 있다. 육아휴직 급여 현실화를 위해 21대 국회가 문을 연 지 3개월 만인 2020년 8월부터 국민의힘 태영호 김미애, 민주당 박광온 박용진 문진석 오영환 의원 등이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육아휴직 급여 상한액인 150만 원, 하한액인 70만 원으로는 현실적으로 소득을 대체하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급여 문제 등으로 2021년 기준 육아휴직을 택한 남성 근로자가 26.3%에 불과하다. 그러나 국회 논의 과정에서 재정 마련 현실화 방안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이후 추가 논의가 멈춰선 상태다. 소관 상임위가 머리를 맞대 해결책이나 절충점을 찾기보단 정부의 재정 의지만 탓하며 문제 해결에는 소극적인 것. 이 밖에도 현행 육아휴직 기간을 1년에서 1년 6개월로 확대하는 법안, 육아휴직 및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사용 가능 기간을 2년 이내로 연장하는 법안, 배우자 출산휴가를 15일로 늘리는 법안 등도 논의 없이 국회에 쌓여 가고 있다. 여야는 저출생 극복이 최우선이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지난달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8대 민생과제 중 하나로 저출생 극복을 꼽으면서 “인구 정책을 책임지고 총괄할 새로운 컨트롤타워를 창설하는 문제를 여야정이 함께 고민하자”고 말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올해 3월 ‘초저출생·인구위기대책위’를 출범시키며 “인구는 대한민국의 내일 그리고 존속 여부가 달린 문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21대 국회 출범 직후 구성했던 당 저출생대책특위는 현재 사실상 문을 닫았고, 민주당의 당 초저출생대책위도 개점휴업 상태다.● “인구특위 모여서 지역구 소멸 걱정만”저출생 문제를 극복한다면서 만든 국회 인구위기특별위원회 상황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 12월 구성 이후 이날까지 총 4차례만 회의를 열었다. 회의 시간만 따지면 12시간이 채 되지 않는다. 2020년 6월 여야 의원 82명은 “정부의 저출산·인구절벽 관련 대책을 점검·심의하고 필요한 제도의 개선과 관련 정책에 대한 지원방안을 강구하자”며 인구특위 출범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렇게 문을 연 인구특위는 업무보고만 몇 차례 받다가 다음 달 말로 활동이 종료된다. 인구특위 관계자는 “입법권도, 예산심사권도 없는 특위이다 보니 당장 성과를 내기는 힘든 구조”라고 했다. 인구특위 소속의 한 의원은 “인구특위에서 뭘 한다는 방향성도 없이 어쩌다 한번 회의를 열면 모여선 지역구와 관련된 지역 소멸 얘기만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인구학자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국회의원은 국민의 호소를 듣고 문제를 직접 해결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데, 저출생 문제에 대해선 정부, 사회를 향해 오히려 ‘해결하자’는 호소만 하고 있다”며 “그러는 사이 인구위기는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여야가 이달 말로 종료되는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의 활동 기한을 내년 5월까지 연장하기로 잠정 합의한 것으로 2일 알려졌다. 지난해 7월 구성 이후 사실상 개점휴업인 상태를 이어가다 두 번째 연장에 나서는 것. 여야는 기한을 연장하는 대로 국민 공론조사를 위한 작업을 시작한다는 계획이지만, 정치적 부담 때문에 논의를 1년 넘게 미뤄 오던 여야가 결국 이번 21대 국회에선 이 문제를 처리하기 힘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연금특위 여야 간사인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10월 국회에서 ‘연금특위 활동 기간 연장의 건’을 처리하기로 공감대를 이뤘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구성된 연금특위는 올해 4월 30일까지 운영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여론의 관심이 큰 ‘내는 돈(보험료율)’과 ‘받는 돈(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모수(母數) 개혁 문제가 떠오르자 정치권은 “‘구조 개혁’이 먼저”라며 논의 속도를 늦췄다. 이에 연금특위 활동 기한이 이달 말까지로 한 차례 연장됐지만, 연장된 5개월 동안 열린 전체회의는 단 두 차례뿐이었다.연금특위 출범 1년 지나서야 여론수렴… “정치권 개혁의지 없다” 특위 활동시한 내년 5월까지 연장‘5년전 실패 답습’ 공론화委 추진총선 앞두고 합의 도출 쉽지않을듯사실상 ‘22대 국회로 미루겠다’ 선언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가 활동 기한을 내년 5월로 연장하는 것은 국민연금 개혁을 사실상 내년 4월 10일 치러지는 22대 총선 이후로 미루겠다는 선언으로 풀이된다. 연금특위가 ‘국민과 이해 관계자들의 여론을 수렴하겠다’는 명분을 댔지만, 2018년에도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의 의견을 듣겠다’며 논의를 미루다가 결국 결론을 내지 못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5년 전 실패한 과정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정치권이 사실상 연금 개혁 의지가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위 꾸린 지 1년 지나서야 “여론 수렴” 연금특위는 활동 기한을 미루는 대로 국민 500명을 대상으로 한 공론화조사위원회 설치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여론을 충분히 들어본다는 취지다. 그러나 연금특위가 결론을 내기까지는 적잖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연금특위는 공론화조사에서 연금 가입자가 ‘내는 돈(보험료율)’과 ‘받는 돈(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모수(母數) 개혁뿐 아니라 기초연금 차등 지급 등 다른 제도에 대한 여론도 확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조사 문항과 방식을 조율하는 데에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정치권은 공론화조사위 예산도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7월 연금특위가 출범한 지 1년 3개월이 지난 시점에야 ‘여론부터 들어 보겠다’며 결론을 미룬 자체가 ‘책임 회피’라는 지적도 나온다. 2055년으로 예견된 국민연금 기금 소진을 늦추려면 보험료 인상 등 ‘인기 없는’ 개혁안을 밀어붙여야 하는데, 이를 여론조사로 결정하는 게 어불성설이라는 얘기다. 2018년 12월 정부는 국회에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4개 방안으로 조합한 ‘사지선다형’ 개편안을 제출했는데, “국민 여론조사에서 현행 유지안에 찬성하는 비율이 50% 정도 나왔다”며 현행 유지안을 끼워 넣으면서 개혁 동력이 약해졌다는 지적을 받았다. 연금 개혁을 미루면 향후 ‘보험료 폭탄’을 맞게 될 미래 세대가 정작 이번 조사에 참여할 수 없는 것도 맹점이다. ● “이해 관계자 뒤에 숨으면 개혁 안 돼” 연금특위가 논의 과정에서 가입자 단체 등 이해 관계자의 의견을 듣기로 한 것을 두고도 5년 전 개혁 실패와 ‘판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019년 1월 단 한 차례 연금 개편안을 논의한 후 경사노위 산하 ‘국민연금개혁특위’가 합의안을 만들면 이를 토대로 논의하겠다며 공을 넘겼다. 하지만 국민연금개혁특위는 총 22차례 회의를 열고도 합의점을 내지 못하고 활동을 마쳤다. 참가자들이 소속 집단의 입장만 대변하면서 논의가 평행선을 그렸다. 당시 참여한 한 전문가는 “각 집단을 대표해서 나온 이들이 ‘돌 맞을’ 발언을 피하면서 합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치권이 내년 ‘총선 모드’로 돌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야가 숙의를 해낼지는 미지수다. 연금특위 여당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최소한 모수 개혁 정도는 기본적으로 논의해 놨어야 했는데,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모수 개혁과 구조 개혁을 한꺼번에 하려니 논의가 늦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연금특위 야당 관계자는 “(연금특위 산하) 민간자문위원회의 종합보고서가 빨리 나와야 본격 논의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국회 연금특위 논의와 별개로 이달 안에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확정해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개혁을 미루는 사이 연금 재정은 악화하고 있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베이비부머 1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2026년에는 연금 지출이 올해 대비 55.5% 늘어난다고 예측했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에 참가하는 한 전문가는 “베이비부머 2세대(1965∼1974년생)가 조금이라도 더 노동시장에 남아 있을 때 개혁하지 않으면 5년 후엔 재정 안정에 필요한 보험료 인상 폭이 너무 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