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민

하정민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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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하정민 기자입니다.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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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06~2025-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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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칠레 두 ‘장군의 딸’ 중 누가 웃을까

    ‘장군의 딸’ 2명이 맞붙은 17일 칠레 대선이 세계적 관심을 끌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 2위를 달리고 있는 미첼 바첼레트 좌파 연합 후보(62)와 에벨린 마테이 우파 연합 후보(60)가 소꿉친구임에도 불구하고 정치 성향, 선거공약, 외모 등에서 ‘극과 극’의 대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바첼레트 후보는 2006∼2010년 칠레의 첫 여성 대통령을, 마테이 후보는 세바스티안 피녜라 현 대통령하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냈다. AP, BBC 등 주요 외신은 최근 여론조사 결과 바첼레트 전 대통령이 47%의 지지율로 1위를, 마테이 전 장관이 14%를 얻어 2위를 달리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관건은 바첼레트의 과반 득표 여부. 이날 바첼레트가 과반 득표를 하지 못하면 1, 2위 후보가 다음 달 15일 결선 투표를 치른다. 선거 막판 마테이를 중심으로 한 우파 세력 결집이 가속화하고 있어 바첼레트의 과반 득표 및 결선 투표의 승리를 아직 장담할 수 없다. 이번 대선은 현지 시간 17일 오전 8시∼오후 6시(한국 시간 17일 오후 8시∼18일 오전 6시)에 치러진다. 출구조사 결과는 선거 마감 직후 발표된다. 바첼레트와 마테이의 부친은 모두 공군 장성 출신이다. 바첼레트의 부친은 1973년 집권한 군부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에 반대하다 모진 고문을 받고 1974년 옥사했다. 당시 의대생이었던 바첼레트도 고문을 받았고 어머니와 함께 호주, 동독 등을 떠돌며 망명생활까지 했다. 1979년 귀국한 바첼레트는 1988년 정계에 입문한 후 2006년 3월 칠레의 최초 여성 대통령이 됐다. 퇴임 후에는 유엔여성기구(UN Women) 대표로 활동했다. 반면 마테이의 부친은 피노체트를 지지해 보건부 장관을 지내며 승승장구했다. 영국 유학파 출신인 마테이는 평생 유복한 생활을 누렸다. 남편 역시 칠레 중앙은행장 출신이다. 두 사람은 공약과 외모도 판이하다. 바첼레트는 낙태 허용, 증세 등 진보 성향의 정책을 고수해 왔다. 마테이는 제한적 낙태, 분배보다 성장 우선 위주의 공약을 내놓고 있다. 세 자녀를 둔 이혼녀인 바첼레트는 이웃집 아주머니 같은 풍모에 수수한 옷차림으로 유명하다. 반면 상당한 미모를 지닌 마테이는 예순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패션감각으로 화려한 옷을 즐겨 입는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3-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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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하정민]박진영과 베르그루엔의 공통점

    국내 3대 연예기획사의 하나인 JYP의 수장 박진영이 한 TV 프로그램에 나와 “아직 집과 차가 없다. 나는 물욕이 없는 사람이다”라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다른 프로그램에선 전세로 사는 2층 저택을 소개했다. 넓은 정원에 농구장과 헬스장까지 갖춘 이 집의 전세금은 굳이 그가 말하지 않아도 무척 비쌀 것이다. 패스트푸드 체인 버거킹의 최대주주 니콜라스 베르그루엔은 ‘집 없는 억만장자(Homeless Billionaire)’로 유명하다. 그는 20억 달러(약 2조1440억 원)의 재산이 있지만 아이폰, 정장 3벌, 전용기만 소유하고 있다고 말한다. 물론 그의 전용기는 웬만한 대저택만큼 비싸고 그가 묵는 세계 특급호텔의 스위트룸 가격은 하룻밤에 수백만, 수천만 원이나 한다. 집만 없을 뿐 상당한 재력을 갖춘 이들이 왜 ‘물욕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걸까. 두 사람의 사례는 고 스티브 잡스와 20세기 초 천재 철학자로 불렸던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을 연상시킨다. 잡스는 평생 검은 터틀넥과 청바지를 고수했다. 이탈리아산 캐시미어로 만든 그의 터틀넥은 한 벌에 66만 원인 고가품이었지만 대중은 그의 옷차림이 허름하다고 생각했다. 이는 물욕과 허영을 상징하는 패션 따위(?)에 신경 쓰지 않고 일에만 몰두하는 ‘고독한 천재 혁신가’ 잡스의 이미지를 극대화시켰다. 비트겐슈타인의 부친은 오스트리아의 대부호였다. 하지만 그는 엄청난 유산을 형제자매에게 주고 평생 허름한 집에서 해진 옷을 입고 살았다. 당시 젊은 철학자들은 비트겐슈타인을 우상처럼 숭배해 그의 허름한 옷차림, 독특한 말투와 제스처를 흉내 내려 애썼다. ‘부를 하찮고 거추장스럽게 여기는 듯한 태도’는 진짜 부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는 그들을 소박하고 겸손한 사람처럼 보이게 할 뿐 아니라 엄청난 카리스마와 아우라까지 안겨 준다. 이런 이미지는 돈이 아무리 많아도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잡스가 에르메네질도 제냐 양복과 루이뷔통 슈트케이스에 집착했다면, 비트겐슈타인이 유산으로 술과 여자에 탐닉했다면 어땠을까. 그들은 지금까지의 명성과 존경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은 이런 부를 아예 가져본 적이 없다. 먹고살기 힘들어 부를 하찮게 여기기란 더욱 힘들다. 그래서 부자들이 물욕이 없는 듯이 처신하는 게 오히려 어떤 계산이 깔린 게 아닌가 싶어 불편할 때가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대표작 ‘상실의 시대’의 여주인공 미도리는 잡화상의 딸이다. 교육에 열성인 미도리의 부모는 그를 세도가의 딸이 신부 수업을 받는 귀족학교에 보낸다. 미도리는 남자 주인공 와타나베에게 말한다. “친구들이 가끔 ‘나 지금 돈 없어. 좀 빌려줘’라고 말해요. 하지만 나는 친구들에게 절대 돈을 빌려 달라고 할 수 없어요. 걔들은 잠시 지갑을 두고 왔지만 나는 정말 돈이 없으니까.” 박진영과 베르그루엔을 보는 내 심정이 미도리 같다.하정민 국제부 기자 dew@donga.com}

    • 2013-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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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밀요원 꿈꿨던 소년, 현대판 차르 넘어 평화 조정자로

    “푸틴이 불만 많은 외교 방해꾼에서 평화 조정자가 됐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최근 푸틴이 진정한 정치가처럼 보였다.”(미국 정치평론가 팻 뷰캐넌)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방한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서방 언론으로부터 얻은 찬사다. 10월 말 미 포브스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놔두고 그를 ‘올해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뽑았다. 올 9월 미국과 시리아의 화학무기 폐기 합의안 도출을 주도했다는 것이 이유다. 특히 푸틴은 9월 11일 뉴욕타임스(NYT)에 오바마의 시리아 군사개입을 반대한다는 기고를 실어 화제를 모았다. 정적을 탄압하고 자신의 알몸을 과시해 ‘독재자’ ‘기인’으로 불렸던 그가 외교와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듯한 세련된 이미지의 지도자로 변신했다. 옛 소련의 정보기관 KGB 출신인 푸틴은 2000년 정계 입문 10년 만에 권좌를 차지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2012년에는 3번째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하지만 ‘현대판 차르(제정 러시아의 황제)’로 불리는 그의 장기 집권에 대한 러시아 국민의 반발도 상당하다. 푸틴이 최근의 외교 성과로 냉담한 국민 여론을 무마할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1952년 러시아의 2대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옛 레닌그라드)에서 태어난 푸틴은 17세 때 KGB 레닌그라드 지부를 찾아 비밀 요원이 되는 법을 물었다. 당돌한 소년이 들은 답은 “법학을 전공하고 절대 국가에 반하는 언동을 하지 말라”였다. 목표를 위해 돌진하는 그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일화다. 1975년 레닌그라드대 법학부를 졸업한 푸틴은 KGB에 들어가 구동독 등에서 활동했다. 하지만 독일 통일로 냉전 때 위세를 떨치던 KGB의 입지는 크게 약화됐다. 푸틴은 1990년 고향으로 귀환했다. 푸틴은 정치에서 새 길을 찾았다. 그는 은사 아나톨리 솝차크 레닌그라드대 교수가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장에 뽑히자 시장 보좌관이 됐다. 하지만 1996년 솝차크는 재선에 실패했다. 새 시장은 푸틴을 높이 평가해 그를 중용하려 했다. 하지만 푸틴은 수도 모스크바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 그는 당시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의 참모로 일하던 한 고향 선배의 추천으로 대통령 행정실 직원이 됐다. 모스크바에 입성한 푸틴은 비밀 요원 시절 익혔던 강한 추진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출세 가도를 달렸다. 그는 대통령 행정실 부실장, 연방보안국장, 국가안보위원회 서기 등 안보 부처의 요직을 독점했다. 옐친 대통령도 푸틴을 남달리 아꼈다. 그는 1999년 8월 47세의 푸틴을 총리로 임명했다. 소련 해체를 주도한 옐친은 1996년 재선에 성공했지만 경제난으로 지지율이 바닥이었다. 1998년 러시아는 아시아 외환위기 여파로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하는 등 국가의 근간이 흔들렸다. 낯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동시에 맞이해 사회 혼란도 극심했다. 과한 음주와 고질적 심장 질환으로 신음하던 68세의 옐친은 푸틴에게 권력을 넘긴 덕에 부패 혐의로 인한 기소를 간신히 면했다. 1999년 모스크바 아파트 연쇄 폭탄 테러 등으로 러시아 민심이 동요했다. 총리가 된 푸틴은 바로 체첸 공습을 단행했다. 국제 사회의 비판이 컸지만 러시아 국민은 ‘강한 러시아’의 향수를 자극한 푸틴을 반겼다. 1999년 12월 건강이 더 나빠진 옐친은 사임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푸틴은 2000년 3월 대선에서 승리했다. 집권 후 푸틴은 소련 붕괴 후 거부가 된 신흥 재벌(올리가르히)도 숙청했다. 상당수 올리가르히가 망명하거나 감옥에 갇혔다. 푸틴은 탄압 명분으로 경제 개혁을 내세웠지만 정적 제거에 가까웠다. 하지만 극심한 빈부 격차에 지친 러시아 국민은 이를 지지했다. 푸틴은 2004년 3월 두 번째 대선에서 71%의 지지를 얻어 쉽게 재선에 성공했다. 푸틴은 3선 금지 헌법 때문에 2008년 3월 대선에는 출마하지 못했다. 그는 총리로 한발 물러났고 대학 후배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이때부터 반(反)푸틴 여론도 본격 형성됐다. 푸틴은 여전히 권력을 독점하며 사실상 대통령으로 지냈다. 러시아 국민은 그의 장기 집권, 고질적 부정부패, 금융위기 이후 더딘 경제회복, 반정부 인사들의 잇따른 의문사에 염증을 느꼈다. 푸틴은 2008년 법 개정을 통해 대통령 임기를 4년에서 6년으로 늘리며 복귀를 준비했다. 2012년 3월에는 3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경제난과 냉담한 여론이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올해 2분기(4∼6월)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1.2%로 2009년 4분기 이후 최저다. 특히 수도 모스크바의 반푸틴 정서가 상당하다. 푸틴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9월 모스크바 시장 선거에서 세르게이 소비아닌 현 시장은 반푸틴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 후보에게 간신히 승리했다. 푸틴도 언젠가 크렘린궁을 나와야 한다. 13년 전 옐친은 무명의 자신을 총리로 발탁해 무사히 퇴진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자신의 안위를 보장해줄 후계자가 없다. 전문가들은 푸틴이 외교에 ‘올인’하며 반미 노선을 고수하는 이유를 여기에서 찾는다. 원유 의존도가 높은 러시아의 허약한 경제 구조, 장기집권에 대한 국민 반감 때문에 국제 사회에서라도 ‘강한 러시아’의 이미지를 구현해야 정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모스크바 국제경제 및 국제관계연구소의 게오르기 미르스키 연구원은 “국제무대에서 푸틴의 호전적이고 과장된 언동은 국내 정치용”이라며 “각종 선거에서 야권에 밀리고 있기에 서방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한다”고 분석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3-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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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잃어버린 한쪽 팔을 찾은것 같아요”

    한쪽 팔이 온전하지 않은 미국과 뉴질랜드의 10대 소녀 두 명이 오랫동안 지구촌 반대편에서 인터넷으로 우정을 키워오다 오프라인에서 만났다. 영국 데일리메일 등 주요 외신은 6일(현지 시간) 미국 인디애나 주 나파니에 사는 세라 스텀프(15)와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사는 페이지 테일러(16)의 감격적인 상봉 사연을 보도했다. 세라와 페이지가 친구가 된 것은 이들의 어머니 덕분이었다. 1998년 세라를 임신하고 약 20주가 됐을 무렵 그의 어머니는 의사로부터 왼팔의 일부분이 없는 딸이 태어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청천벽력 같은 선고를 들은 세라의 어머니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장애아를 키우고 있는 어머니를 찾기 시작했고 갓 태어난 페이지의 어머니와 친구가 됐다. 두 사람은 장애아를 키우면서 겪는 경험과 고민 등을 공유하며 우정을 키워나갔고 자연스레 딸들도 이 우정을 물려받았다. 세라가 사는 미국 인디애나 주와 페이지가 사는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시차는 무려 18시간. 하지만 두 소녀는 2005년부터 각자의 방에 2개의 시계를 두고 상대방의 나라가 지금 몇 시인지를 점검해가며 1주일에 최소 2회 이상 인터넷 동영상으로 채팅을 이어갔다. 8년 이상 서로의 가장 친한 친구로 지내온 세라와 페이지가 직접 만난 것은 이들의 사연을 접한 미국 온라인 메신저 업체 ‘스카이프’가 두 사람의 대면을 주선한 덕분이었다. 세라는 6일 오클랜드의 페이지 집을 직접 방문해 친구를 안아볼 수 있었다. 두 사람은 “마치 잃어버린 자매를 찾은 기분”이라며 “성인이 되면 함께 여행하고 언젠가는 서로의 이웃이 되어 가까이에서 살고 싶다”고 감격해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3-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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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일 할퀸 인구 22만 해안도시, 2004년 쓰나미때와 비슷”

    슈퍼 태풍 ‘하이옌(海燕)’이 휩쓸고 간 필리핀 중부 레이테 주(州)의 주도 타클로반은 해안에서 1km 이내에 남은 건축물이 거의 없을 정도로 도시 전체가 쑥대밭이 됐다. 이번 태풍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이 도시에서는 인구 22만 명 중 무려 1만 명 이상이 숨졌다. 웬만한 가옥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무너져 도시 전체가 쓰레기 더미로 변했고 군데군데 야자수만이 덩그렇게 남아 있었다. 피해 지역에서는 물과 음식을 구하지 못한 일부 시민들이 상점을 약탈하기도 했다.○ 유령 도시로 변한 타클로반…약탈 행위 기승 CNN 등 주요 외신은 타클로반이 영화에나 나올 법한 ‘죽음의 도시’로 변했다고 참상을 전했다. 수습하지 못한 시신이 시내 곳곳에 널려 있는 데다 아직 물이 빠지지 않은 일부 지역에서는 시신이 물 위에 둥둥 떠다니기도 했다.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한 한 호주 여성은 “오늘 본 시신만 100구가 넘는다”고 말했다. 또 파손된 건물과 차량 등의 잔해가 도시 위를 나뒹굴면서 주요 도로와 공항 등 시내 곳곳이 쓰레기장처럼 변했다. 폐허로 변한 도시에서 일부 시민들이 음식과 생필품을 구하기 위해 곳곳에서 약탈을 벌이는 등 사회 혼란도 극에 달하고 있다. 주민들이 상점에 들어가 닥치는 대로 물건을 훔치고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부수고 돈을 빼가는 장면이 목격되고 있다. 필리핀 민간항공국의 윌리엄 호키스 국장은 “칠십 평생 살아오면서 이처럼 참혹한 광경을 본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태풍에 가족을 잃은 주민들의 사연도 속속 나왔다. 주민 마빈 이사난 씨는 CNN과 인터뷰에서 “아내와 함께 15, 13, 8세의 세 딸을 안고 가다 파도에 휩쓸려 딸들의 손을 놓고 말았다”고 울부짖었다. 그는 “어린 두 딸은 시신으로 발견됐고 큰딸은 아직도 실종 상태”라며 “제발 큰딸만이라도 살아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절규했다. ○ 사망자 늘어날 전망…복구 작업도 시간 걸려 타클로반이 이처럼 하이옌의 직격탄을 맞은 이유는 이곳이 저지대 해안 도시인 데다 필리핀 정부가 태풍을 과소평가했기 때문이다. 당초 필리핀 정부는 침수 취약 지역을 중심으로 80만 명의 주민들을 사전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하지만 하이옌의 풍속을 실제 시속 378km보다 느린 시속 270km 정도로 잘못 예상해 피해를 키웠다. 특히 하이옌이 타클로반을 강타할 때 4∼6m 높이의 태풍해일이 도시를 덮치면서 사망자 수가 급증했다. 태풍해일은 태풍 등 열대 저기압 때문에 해수면이 높아지는 현상으로 특히 섬과 섬 사이에서 발생할 때 피해 규모가 커진다. 태풍해일을 목격한 주민들은 “2004년 지진해일(쓰나미)을 다시 본 듯하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구호 전문가들은 타클로반 등의 피해 상황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열악한 도로 및 항공 사정 등으로 구조대와 치안 당국의 접근이 쉽지 않은 데다 사상자 수가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레이테 섬과 사마르 섬 일대의 항공 기능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구호 물품을 대량으로 수송해 오기가 어렵고, 도로 위에 나뒹구는 건물 잔해 등으로 차량 이동도 쉽지 않다. 리처드 고든 필리핀 적십자사 총재는 “재난 현장에 접근하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재난 현장에 가려면 최소 하루나 이틀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이옌이 최초 상륙한 사마르 섬의 기우안 등 일부 도시도 피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실제 이틀간 외부와 연락이 끊기고 의료용품과 생필품 등이 부족한 탓에 부상자들도 치료를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타클로반 현지의 세인트폴 병원은 환자로 만원이지만 의약품은 이미 바닥났다. 타클로반 공항 안에 급히 마련된 임시 안치소도 넘쳐나는 시신들로 만원이어서 더이상 시신을 수용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필리핀의 주요 휴양지 세부, 보홀, 보라카이 섬 등은 하이옌으로 큰 피해는 입지 않았다. 하지만 항공편 결항 사태가 이어지면서 상당수 관광객들의 발이 묶이거나 귀국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세부=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 2013-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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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바마 2기 중간평가, 민주-공화 누가 웃을까

    5일 미국 동부의 핵심 지역인 버지니아와 뉴저지 주에서 주지사 선거가 치러진다. 버지니아와 뉴저지는 각각 미국의 행정 수도 워싱턴과 최대 도시 뉴욕의 바로 옆에 위치한 데다 연방정부 일시폐쇄(셧다운) 후 민심을 반영하는 첫 시험대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선거 결과는 지지율 하락으로 고심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국 장악 능력은 물론이고 내년 중간선거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대 격전지는 민주당의 테리 매컬리프 후보와 공화당의 켄 쿠치넬리 후보가 맞붙은 버지니아 주다. 셧다운 사태를 야기한 오바마케어(건강보험 개혁법)에 대한 평가를 놓고 민주와 공화 양당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버지니아 주 검찰총장 출신인 쿠치넬리 후보는 미국 50개 주 검찰총장 중 최초로 오바마케어에 대한 위헌 소송을 제기한 인물이다. 그는 유세 때마다 “오바마케어 폐기”를 외치며 보수층 표심을 자극해왔다. 민주당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은 물론이고 차기 대선 후보로 유력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그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조 바이든 부통령 등 거물들이 대거 매컬리프 후보의 지원 유세에 나섰다. 이에 질세라 공화당도 차기 대선 후보 주자인 랜드 폴 상원의원(켄터키),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 보비 진달 루이지애나 주지사 등 핵심 인사를 총동원했다. 선거 전 판세는 매컬리프 후보가 우세한 가운데 쿠치넬리 후보가 뒤를 바짝 쫓고 있었다. 쿠치넬리 후보의 지지율은 선거 초반만 해도 매컬리프 후보보다 20%포인트 넘게 뒤처졌지만 이달 초 여론조사에서 7%포인트까지 격차를 좁혔다. 뉴저지 주지사 선거는 역시 차기 공화당 대선후보인 크리스 크리스티 현 주지사와 민주당의 바버라 부오노 주 상원의원의 대결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크리스티 주지사가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어 공화당의 낙승이 예상된다. 이날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뉴욕은 물론이고 보스턴, 디트로이트, 마이애미, 시애틀 등 미국 주요 도시의 시장선거도 실시된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3-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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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바마 대선때 드론 언급하며 ‘난 사람죽이는데 능숙’ 말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사진)이 무인기 ‘드론’ 공격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나는 사람을 죽이는 일에 정말 능숙하다(I'm really good at killing people)”라고 말했다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고 영국 데일리메일이 3일 보도했다. 미국 언론인 존 하일리만과 마크 핼퍼린은 지난해 미 대통령 선거 당시 정치권 인사의 알려지지 않은 발언들을 폭로한 책 ‘더블 다운: 게임 체인지 2012’를 최근 출간했다. 이들은 이 책에서 오바마가 참모들에게 이런 발언을 했으며 그가 2009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임을 감안할 때 발언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이 신문이 전했다. 두 사람의 주장에 대해 댄 파이퍼 백악관 선임고문은 ‘언급할 가치가 없는 발언’이라는 취지로 일축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3-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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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하늘엔 통신감청 ‘에셜론’… 땅엔 온라인 감시 ‘프리즘’

    “나는 감시한다. 고로 존재한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등장하는 ‘빅브러더(Big Brother)’는 가상국 오세아니아의 통치자다. 오웰이 이 소설을 발표한 1949년만 해도 빅브러더는 히틀러 등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체주의 독재자를 의미한다는 분석이 많았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기 어렵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올해 6월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이 믿음이 깨졌다. 미 국가안보국(NSA·National Security Agency)이 세계를 상대로 무차별 감시를 벌여왔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소설 속 빅브러더를 현실에 등장시킨 NSA는 어떤 조직일까. ○ ‘그런 기관 없어요(No Such Agency)’가 별명 메릴랜드 주 포트미드에 위치한 NSA는 1952년 해리 트루먼 당시 미 대통령이 만들었다. 트루먼 전 대통령은 2차대전 당시 미국이 진주만 공습을 당한 이유가 정보 수집에 소홀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해 비밀리에 NSA를 설립했다. 특히 그는 NSA에 미국으로 송수신되는 모든 통신정보를 추적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 오늘날 NSA의 토대를 만들었다. 정보 수집 활동은 크게 첩보원 등 사람이 기반인 ‘휴민트(HUMINT·Human Intelligence)’와 전자장비를 사용하는 ‘시진트(SIGINT·Signal Intelligence)’로 나뉜다. 시진트를 이용하는 대표 기관인 NSA는 지구상의 거의 모든 전화, e메일, 문자메시지 등을 도청할 수 있으며 레이더와 미사일 신호도 포착할 수 있다. 목표 건물의 유리창에 레이저를 쏴 건물 안 대화를 듣고, 특정인의 목소리를 저장했다 그가 전자기기를 이용하는 순간 감지해 낸다. NSA는 CIA, 연방수사국(FBI), 국가정찰국(NRO) 등 미국 16개 정보기관 중에서 가장 보안이 철저하기로 유명하다. 군 조직이 아니지만 장성급 군인이 NSA 국장을 맡고 있는 이유다. 키스 알렉산더 NSA 국장(62)은 동독, 중동 등에서 정보장교로 명성을 떨친 사성장군(대장)이다. NSA 직원들은 결코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NSA의 별명도 ‘그런 기관 없어요(No Such Agency)’,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Never Say Anything)’ 등이다. NSA의 연간 예산 및 직원 수도 기밀이다. 스노든의 폭로로 2013년 기준 인원 약 3만∼4만 명, 예산 108억 달러(약 11조4480억 원)라는 점이 알려졌을 뿐이다. 이는 약 2만1000명의 직원을 보유한 CIA보다 훨씬 많다. ○ 에셜론과 프리즘 NSA가 공상과학 영화를 능가하는 정보 수집 및 도청을 할 수 있는 이유는 120여 개의 첩보 위성을 사용한 통신감청망 ‘에셜론(Echelon)’ 덕분이다. 에셜론은 첩보 위성, 지상 기지, 고성능 신호인식 컴퓨터를 연결해 전화, 팩스, e메일, 문자메시지, 금융거래 등 지구상의 거의 모든 통신 내용을 매일 30억 건씩 감청하는 시스템이다. 인터넷의 출현, 9·11테러 이후 미국이 벌인 대테러 전쟁 등은 NSA의 위상과 활동 범위에 날개를 달아줬다. 특히 에셜론의 IT 버전이라 할 수 있는 ‘프리즘(Prism)’의 위력은 가공할 만하다. 2007년 탄생한 프리즘은 인터넷과 통신회사의 중앙 서버에 접속해 사용자 정보를 수집하는 프로그램이다. NSA는 프리즘을 이용해 구글, 페이스북, 야후 등 유명 IT 기업의 서버에 접근한 뒤 일반인 사용자의 e메일, 동영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팅 내용, e메일 및 메신저 주소록 등을 무차별적으로 수집했다. 어떤 사람이 e메일이나 문자메시지로 ‘폭탄’ ‘테러’ ‘대통령’ 등의 단어를 사용하면 그는 즉각 NSA의 추적 대상이 된다. NSA는 곧 그의 신상정보, 위치, 자주 연락하는 사람의 명단을 파악할 수 있다. 여기에 암호나 방화벽 등을 뚫을 수 있는 시스템인 ‘엑스키스코어(XKeyscore)’까지 쓰면 특정인의 인터넷 이용 기록을 열람하고 프리즘으로 수집한 내용을 데이터베이스(DB)로 만들 수도 있다. NSA에 포착되면 한 인간의 숨소리까지 낱낱이 분석당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테러 예방이 중요하다 해도 NSA가 시민의 사생활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센 이유다.○ 지나친 비대화가 내부 폭로 발판 제공 베일 속 NSA의 실체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NSA가 너무 비대해졌기 때문이다. 9·11 이후 테러 정보 수집의 양이 급증하자 미 정보기관들은 수학자, 언어학자, 엔지니어, 컨설턴트 등 다양한 분야의 민간인을 대거 채용했다. 스노든도 컨설팅회사 부즈앨런해밀턴의 파견 직원 신분으로 NSA의 컴퓨터 시스템을 관리했다. 안보 교육을 받지 않은 민간인이 일급 국가기밀을 쉽게 접하다 보니 스노든의 폭로는 일종의 ‘예견된 사고’였던 셈이다. NSA가 다루는 정보가 워낙 광범위해 이 모든 작업을 내부 직원에게 맡기는 일도 불가능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12년 기준 미국의 비밀취급권자 491만 명 중 21.6%에 달하는 106만 명이 민간업체 소속이다. NSA는 스노든의 폭로 초기 ‘테러 방지를 위해 주로 외국인을 대상으로 정보를 수집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거짓으로 드러났고 우방국 정상을 상대로 도청한 사실까지 밝혀졌다. 비판이 커지자 2005년부터 8년간 NSA를 이끌었던 알렉산더 국장은 지난달 16일 “임기가 끝나는 내년 3월 이전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NSA의 존립 정도가 아니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을 겨냥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물러난 후 ‘도청’은 미국 대통령에게 최대 금기어였다. 오바마 대통령이 도청 스캔들에 얽힌 닉슨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3-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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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현대차 판매원 ‘킬러댄스’ 유튜브 20만뷰 화제

    미국의 한 현대자동차 대리점 직원이 마이클 잭슨의 ‘문 워크’ 스타일을 가미한 현란한 복고 춤을 추는 동영상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미국 앨라배마 주 대프니 현대차 대리점의 조 바즐리 매니저(43·사진)는 지난달 초 매장을 방문한 고객과 동료들 앞에서 온몸을 흐느적거리는 일명 ‘킬러 댄스’를 선보였다. 배불뚝이 중년 남성인 바즐리의 현란한 춤사위에 놀란 한 동료가 지난달 18일 이를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올렸다. 곧바로 전 세계로 퍼진 이 동영상의 조회 건수는 10일 만에 10만 건을 돌파했고 지난달 31일에는 20만 건을 넘어섰다. 세계 언론도 이를 집중 보도했다. 미 ABC 방송은 ‘현대차 세일즈맨이 춤추는 법을 안다’는 기사에서 그를 ‘깜짝 스타’라고 소개했다. 뉴욕데일리뉴스도 “이 모습이 곧 현대차 광고에 등장할 것 같다”고 전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지금이 바로 그가 임금 인상을 요구해야 할 때”라고 평가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3-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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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하정민]‘첫 여성 ○○’의 함정

    2007년 10월 세계 최고 명문 미국 하버드대가 역사학자 드루 길핀 파우스트 교수를 새 총장으로 맞이했다. 세계 언론이 ‘하버드의 첫 여성 총장’이라고 대서특필하자 파우스트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나는 하버드대의 여성 총장이 아니라 그냥 ‘하버드대 총장’입니다.” 올해 세계 정치 및 경제계에서 ‘여성 파워’가 유난히 두드러졌다. 2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했고 9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3연임에 성공했다. 다음 달 대선을 앞둔 칠레에서도 미첼 바첼레트 전 대통령의 재선이 유력하다. 6월 러시아에서는 옐비라 나비울리나 대통령경제보좌관이 세계 주요 8개국(G8) 최초의 여성 중앙은행 총재가 됐다. 이달 9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차기 의장에 재닛 옐런 현 부의장이 임명됐다. 20일 이스라엘도 카르니트 플루그 현 부총재를 첫 여성 중앙은행 수장으로 임명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 경제위기가 다시 발생하면 이를 해결할 5명의 핵심 인물 중 4명이 여성이 될 것’이라는 기사를 냈다. WSJ가 지목한 5개 요직은 미국 대통령, 독일 총리, 미국 연준 의장,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다. 연준 의장, 독일 총리, IMF 총재는 이미 여성이 차지하고 있어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대통령에 나서 당선되면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를 제외한 모든 자리가 여성으로 채워진다는 얘기다. 사회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여성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물론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이때마다 등장하는 ‘첫 여성 ○○’ ‘여풍당당’ 같은 표현은 문제가 있다. 이들은 ‘여성’이기에 고위직에 올라간 것이 아니라 각자의 분야에서 능력과 전문성을 인정받았기에 그 자리를 차지한 사람들이다. 그들을 ‘첫 여성 ○○’으로만 부각하는 행위는 결례일 뿐 아니라 또 다른 남녀차별적 사고방식이다. 여성이 중요한 위치에 오르는 일이 이례적이고 드물다는 인식이 은연중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남편은 누구인지, 남편과 어떻게 결혼했는지, 이들의 옷과 장신구는 어떠한지에 관한 보도는 어떠한가. 읽다 보면 연예인의 ‘사생 팬(스타의 사생활까지 쫓아다니는 극성팬)’이 된 듯하다. 메르켈 총리는 재혼 후에도 이혼한 첫 번째 남편의 성을 쓰고 있다. 현 남편인 화학자 요아힘 자우어 박사는 아내의 정치활동에 개입하지 않을뿐더러 공식석상에도 잘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메르켈의 3연임이 확정된 후 일부 매체는 자우어 박사가 전처와의 사이에 2명의 아들이 있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의 남편이 전처와의 사이에서 둔 자식이 몇 명인지가 독일 총리의 국정 운영 능력과 무슨 상관인가. 이제 여성 리더가 등장할 때 ‘첫 여성 ○○ 탄생’이란 식상한 제목 대신 ‘○○ 분야에서 20년 경력을 쌓은 베테랑’이라는 식으로 능력과 전문성에 초점을 맞춘 보도를 보고 싶다. 진정한 양성평등은 ‘첫 여성 ○○ 탄생’이라는 기사가 사라질 때 이뤄지지 않을까. 하정민 국제부 기자 dew@donga.com}

    • 2013-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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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수현 금감원장 “동양그룹, 금융윤리 손상시켜”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동양그룹에 대해 “금융윤리를 손상시켰다”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28일 금감원에 따르면 최 원장은 이날 간부회의에서 “동양그룹은 금융회사를 계열사 지원을 위한 자금조달 창구로 쓰면서 금융시장의 도덕적 해이를 초래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원장은 “금융상품과 판매구조가 갈수록 복잡해지는데도 불구하고 일부 금융기관은 투자자들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 의무마저 소홀히 하고 있다”며 “이익 추구만을 우선한 영업행위를 계속해 왔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 관계자는 “동양증권이 동양그룹 계열사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판매하면서 불완전 판매를 했다는 정황을 상당 부분 확보했다”고 전했다.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 2013-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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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日, 무인기 공격땐 전쟁 간주”… 日 “中견제 적극적 역할 맡을것”

    중국 국방부가 26일 “자국(自國) 무인기가 일본의 공격을 받으면 전쟁 행위로 간주해 즉각 반격하겠다”고 밝혔다. 발끈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중국 견제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중국을 압박했다.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둘러싸고 한동안 잠잠했던 중-일 간 마찰이 다시 불붙고 있다. 중국 국방부 겅옌성(耿雁生)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일본이 말한 대로 (우리 무인항공기를) 공격하는 등 강제 조치를 하면 이는 엄중한 도발”이라며 “중국은 주저하지 않고 반격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 후과(後果·부정적 결과)는 일을 벌인 측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며 “중국군의 영토주권 수호 의지와 결심을 얕잡아보지 말라”고 강조했다. 이는 11일 아베 총리가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으로부터 “영공을 침범한 무인기가 퇴거 요청에 따르지 않으면 격추를 포함한 강제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보고받고 이를 승인한 것에 대한 반응이다. 중국이 그야말로 초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 것이다. 일본 방위성에 따르면 중국군 Y-8 조기경보기 2대와 H-6 폭격기 2대가 25∼27일 사흘간 일본 오키나와 근처를 왕복 비행했다. 중국군 항공기는 7월 24일과 9월 8일에도 같은 항로로 비행했지만 이번에는 하루에 4대가 출격했다는 점에서 예전보다 강도 높은 무력시위를 했다는 평이 많다. 또 중국 해군은 24일부터 서태평양에서 전 함대를 결집한 최대 규모의 실전 연습도 벌이고 있다. 11월 초까지 이어지는 이번 훈련에 북해함대(보하이 해·서해 관할), 동해함대(동중국해·대만해협 관할), 남해함대(남중국해 관할) 등 중국 해군의 3개 함대가 모두 참가했다. 이 훈련은 1991년부터 시작됐고 이번이 다섯 번째다. 지금까지는 중국 근해에서 주로 했지만 이번에는 처음으로 중국의 대미 군사방어선인 제1열도선(규슈∼오키나와∼대만)의 동측 해역에서 실시했다. 일본은 이 같은 중국의 움직임을 해양으로 세력을 뻗치는 무력 행위라고 보고 있다. 아베 총리는 26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법치가 아닌 무력으로 현 상황을 바꾸려 한다는 우려가 있다”며 “일본이 중국을 견제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베 총리는 27일 사이타마(埼玉) 현의 아사카 육상자위대 훈련장에서 4000여 명의 자위대원에게 “방위력은 그 존재만으로 억지력이 된다는 생각을 완전히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 등을 통해 군사적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속내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 /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 2013-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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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미 최대 브라질 ‘리브라 유전’ 팔렸다

    브라질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중국 등 5개국 정유회사로 이뤄진 컨소시엄이 세계 석유업계 초미의 관심사이자 남미 최대 유정인 브라질 ‘리브라 광구’ 개발권을 따냈다. 브라질 에너지부 산하 석유청(ANP)은 21일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시행된 리브라 광구 개발권 입찰에서 5개국 컨소시엄을 사업권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향후 35년 동안 약 120억 배럴에 이르는 석유 채굴권을 갖는다. 이 컨소시엄은 브라질 국영 에너지기업 페트로브라스(지분 40%), 영국과 네덜란드의 합작기업인 로열더치셸(지분 20%), 프랑스 석유회사 토탈(지분 20%), 중국 국영기업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CNPC·지분 10%) 및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지분 10%) 등으로 이뤄졌다. 리브라 광구는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약 170km 떨어진 대서양 산토스 만에 있다. 해저 2000∼3000km의 암염 밑에 있어 암염하층(pre-salt) 유전으로 불리는 리브라 광구의 석유 매장량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비회원국 유전 중 최대 규모다. 브라질 국영회사 페트로브라스가 컨소시엄에 포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브라질의 국부를 다국적 기업에 넘겨줬다는 브라질 국민의 비판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날 리우데자네이루 중심가에서는 무분별한 국부 유출을 막고 심해 유전을 다음 세대의 에너지원으로 보존하자는 반대론자들의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3-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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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중학생 총기난사… 제자 구하다 숨진 ‘배트맨 선생님’

    총기 사고가 끊이지 않는 미국에서 중학생의 총기 난사를 막으려던 교사가 사망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교내 농구 코치로 활동하고 수학 전문 웹사이트를 개설해 학생들의 공부를 도왔던 교직원의 희생에 미국인이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있다. 21일 미국 네바다 주 스파크스 중학교에서 오전 7시 15분경 학생 1명이 총격을 시작했다. 수학 교사인 마이크 랜즈베리 씨(45·사진)는 범인에게 다가가 총을 내려놓으라고 말하며 총격을 제지하려 했다. 하지만 범인은 이를 무시하고 랜즈베리 씨를 쏴 숨지게 했다. 범인은 추가 총격으로 학생 2명에게 중상을 입힌 뒤 결국 자살했다. 랜즈베리 씨는 이날 아침 학생 등교 지도 당번 교사로 일찍 출근했다가 변을 당했다. ‘배트맨’이란 별명을 지닌 그는 해병대 출신이며 상당히 인기가 높은 교사였다. 학생들을 보호하려다 숨진 랜즈베리 씨의 행동에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스파크스 중학교의 한 학생은 트위터를 통해 “랜즈베리 선생님은 우리 모두에게 영원한 배트맨으로 남을 것”이라며 “당신은 영웅”이라고 추모했다. 지역 경찰도 기자회견에서 그를 ‘영웅’이라고 칭송했다. 지역 교회는 23일 랜즈베리 씨를 위한 추모 기도회를 연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3-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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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이트먼 英대사 부부 “國弓에 반했어요”

    스콧 와이트먼 주한 영국대사(52)가 20일 서울 중구 남산의 국궁장인 석호정에서 활쏘기 체험을 했다. 이 행사는 다음 달 5일부터 7일까지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과 한영 수교 130주년을 앞두고 한국 전통문화를 영국과 세계에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영국 홍보대사로 위촉된 배우 채시라 씨도 행사에 참여했다. 와이트먼 대사는 “국궁이 이렇게 재미있는 운동인지 몰랐다”며 “내가 쏜 화살이 아직도 날아가고 있을 것”이라고 농담했다. 학창 시절 활을 잡아본 경험이 있다는 전직 외교관 출신의 부인 앤 와이트먼 여사는 남편보다 더 우수한 활쏘기 실력을 뽐냈다. 영국의 국빈 방문 초청은 6개월에 한 번씩, 1년에 단 두 번뿐이며 국왕만이 초청자를 선정할 수 있다. 영연방 53개국의 수장인 엘리자베스 2세가 직접 성대한 만찬을 주최하는 등 영국 왕실이 최고의 예우를 갖춰 외국 정상을 맞는다. 와이트먼 대사는 “11월 5일 엘리자베스 2세가 주재하는 만찬이 있고, 6일에는 박 대통령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정상회담이 있다”며 “두 나라를 대표하는 100개 기업의 임원들이 만나는 모임도 처음으로 예정돼 있어 협력 관계가 증진될 것”이라고 기대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3-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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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케네디, 재클린 묵인하에 바람 피워”

    심한 여성 편력으로 유명했던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이 부인 재클린 케네디의 묵인 하에 상습적으로 바람을 피웠다는 주장이 나왔다. 19일 영국 데일리메일은 케네디 전 대통령의 사망 50주기를 앞두고 이달 31일 발간될 전기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의 삶’을 미리 입수해 이같이 보도했다. 전기 작가는 영국 출신의 세라 브래드퍼드다. 브래드퍼드에 따르면 케네디 전 대통령은 부인에게 다른 여자와의 관계를 전혀 숨기려 하지 않았으며, 공식행사에서도 부인이나 다른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공공연하게 다른 여자들과 어울렸다. 작가가 인터뷰한 한 미국 상류층 여성은 미국 뉴욕의 한 파티에서 케네디 전 대통령이 불륜 상대를 물색한 후 재클린에게 “저 사람으로 하겠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케네디 전 대통령이 백악관 파티 도중 한 여성과 위층으로 올라가 20여 분간 머물다가 내려왔지만 재클린이 이 모습을 보고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케네디 전 대통령은 해럴드 맥밀런 전 영국 총리에게 “하루라도 성관계를 맺지 않으면 편두통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당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의 비서였던 보비 베이커에게도 “매일 다른 여자를 만나지 않으면 두통이 온다”고 고백하는 등 타인에게도 여성 편력을 감추지 않았다고 브래드퍼드는 전했다. 재클린의 여동생인 리 래지윌은 “케네디 대통령이 상습적으로 바람을 피우면서 일말의 죄책감도 없고 겉으로는 재클린을 위하는 척했다”며 울분을 토했다고 덧붙였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3-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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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석희 전 시장 “시민의 일꾼이 비즈니스석 타나요?”

    “중앙 정당이 시장 군수 구청장 선거 공천을 좌지우지하는 한국 정치 현실을 서둘러 개혁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용인 경전철 사업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2008년 11월 이민 1세대 최초로 미국 직선 시장에 당선된 강석희 전 캘리포니아 주 어바인 시장(60·사진)이 한국 지방정치 개혁을 주문하며 내놓은 조언이다. ‘가능성의 힘, 나의 미국 여정’이라는 영문판 자서전 출간 기념회를 갖기 위해 내한한 강 전 시장은 1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서는 기초자치단체장 선거를 할 때 투표용지에 후보자의 소속 당이 표기되지 않아 유권자들이 누가 진정으로 지역을 위해 일할 일꾼인지만을 보고 투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앙 정당이 지역이 아닌 당을 위해 일한 사람에게 공천을 줄 때가 많은 지금의 한국 선거 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는 일이 반복될 것”이라며 용인 경전철과 같은 사업의 재연을 우려했다. 용인 경전철은 1조 원이 넘는 돈을 투입했지만 이용객이 적은 데다 소송에까지 휘말려 지자체가 벌인 대표적인 실패 사업으로 꼽힌다. 강 전 시장은 특히 시장 군수 구청장과 같은 한국의 지자체장들에 대한 정당 공천이 주민의 이해를 무시하고 예산을 낭비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1977년 미국으로 건너가 사업가로 활동하다 정계에 투신한 강 전 시장은 2004년부터 4년간 어바인 시의원, 2008년부터 4년간 어바인 시장을 지냈다. 이 기간에 그는 미국을 찾은 한국 지자체장 100여 명을 만났다. 로스앤젤레스 근교 인구 약 23만 명의 어바인 시는 주민 소득 및 교육 수준이 높은 곳으로 세계 각국의 지자체장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강 전 시장은 자신이 만난 상당수 지자체장이 입으로는 ‘시민의 일꾼’을 자처했지만 비행기 비즈니스석을 타고 미국에 와서 외유성 관광까지 즐겼다고 말했다. 그는 “10명이 넘는 수행 직원에 전속 사진사까지 거느리고 온 사람들이 어바인 시의 성공 노하우를 배우기보다 미 서부 관광에 더 관심을 보일 때는 그야말로 개탄스러웠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단체장들은 외국 출장에서 성공 사례를 배우기보다는 선거에 이용할 사진 찍기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그는 “외국으로 출장 갈 때는 주로 혼자 다니거나 수행원 한두 명만을 데리고 다녔다”고 말했다. 4년간의 시장 임기 동안 매달 약 2500달러(약 260만 원)의 월급만을 받았다는 강 전 시장은 “미국 지자체장은 해외 출장을 갈 때 비즈니스석을 타는 일을 상상도 할 수 없다”며 “시 의회가 승인해 주지도 않지만 설사 시장이 개인 돈을 내고 탔다 해도 비난을 받는다”고 소개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김창준 전 연방 하원의원에 이어 한인으로는 두 번째로 연방 하원의원에 도전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현재 어바인 캘리포니아대(UC어바인) 총장의 특별고문 겸 채프먼대 정치학과 초빙교수로 재직하고 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3-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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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억만장자들 언론을 품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제프 베저스 아마존 창업주에 이어 세계적 경매사이트 이베이의 창업자 피에르 오미디아르(46)도 독립 언론 창간을 발표하는 등 억만장자들이 언론업계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이베이 창업자, 스노든 특종 가디언 기자와 제휴 프랑스 태생의 이란계 미국인이자 세계 123위 부자인 오미디아르는 16일 미 중앙정보국(CIA) 전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제보를 토대로 미 국가안보국(NSA)의 불법 개인정보 수집을 처음 보도한 영국 가디언의 스타 기자 글렌 그린월드(46)와 함께 독립 언론을 창간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 2억5000만 달러(약 2668억 원)를 투자한다. 오미디아르는 “언론의 역할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일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며 “나도 한때 워싱턴포스트(WP) 인수를 검토했으나 새 언론사를 기초부터 키워나가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새 회사는 탐사보도 전문인 다른 독립 언론과 달리 정치, 스포츠 등 다양한 일반 뉴스로도 독자들과 만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15일 그린월드 기자는 “언론인으로서 꿈같은 기회를 제안 받았다”며 퇴사를 선언했다. 올해 8월 3월 제프 베저스는 136년 역사의 WP를 사들였고 3일 후에는 보스턴 레드삭스 구단주이자 헤지펀드 거물 존 헨리가 보스턴글로브를 인수했다. 페이스북 공동 창업주 크리스 휴스도 3월 100년 전통의 미국 시사주간지인 뉴리퍼블릭을 인수해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세계 3위 거부인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도 WP 지분 23%를 보유한 3대 주주이며 이 밖에도 미국 25개 일간지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금융재벌이 후원 ‘프로퍼블리카’ 승승장구 세계 독립 언론의 효시로 불리는 프로퍼블리카 또한 미 금융재벌 허브 샌들러 골든웨스트파이낸셜 창업주의 후원으로 탄생했다. 2007년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의 월스트리트저널(WSJ) 인수에 반발해 사표를 낸 당시 편집장 폴 스타이거는 샌들러재단으로부터 매년 1000만 달러를 지원받기로 하고 탐사보도 전문 언론인 프로퍼블리카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2010, 2011년 연속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하며 독립 언론의 힘을 과시했다. NYT “일부 거부들 전리품처럼 언론사 구매” 전문가들은 세계 언론산업이 극심한 경영난에 빠져 있지만 아직 저널리즘의 위력과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점이 ‘이룰 것 다 이룬’ 억만장자들의 흥미를 끌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어떤 억만장자들은 호화 요트나 개인용 비행기에 관심을 갖고, 어떤 억만장자는 언론사에 관심을 갖는다”며 “언론의 힘에 관심을 가진 일부 거부들이 ‘전리품’처럼 언론사를 사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언론사의 시장가치 하락으로 저가 매수 기회가 생긴 것도 이 억만장자들의 구매를 촉진하고 있다. WP의 자산 가치는 한때 수십억 달러였지만 베저스는 2억5000만 달러에 이를 사들였다. 보스턴글로브 또한 1993년 NYT가 인수했던 가격인 11억 달러의 6.3%에 불과한 7000만 달러에 헨리에게 팔렸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3-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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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新 여성시대]직장편신(新)여여갈등

    “기혼 여성 동료요? 회사에 일을 하러 오는 건지 자식 자랑을 하러 오는지 모르겠어요. 야근이나 회식 때는 매번 애 핑계를 대고 빠지고요. 같이 일하기 진짜 피곤해요.”(광고 에이전트 김모 씨·28·여·미혼) “마이너스 통장을 쓴다면서 본인의 두 달 치 월급보다 비싼 명품 가방을 샀다고 자랑하는 미혼 여성 동료를 볼 때마다 철이 없다는 생각이 들죠. 동료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고 항상 자신만 앞세우는 태도도 마음에 안 들고요.”(외국계 은행원 박모 씨·33·여·기혼) 일하는 여성들이 힘들어하는 것은 직장 내 남녀갈등만은 아니다. 여성 취업자가 늘면서 ‘여여(女女)갈등’도 덩달아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남녀갈등’과 달리 갈등을 조절하거나 이에 대비하는 기업은 별로 없는 편이다.○ 여성들도 ‘출산·육아 휴가’ 갈등 직장 내 여여갈등을 낳는 주요 사안은 기혼 직장여성의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이다. 갈등의 핵심은 출산휴가 사용 여부, 출산휴가자의 공백으로 인한 업무량 가중과 의사소통 부재,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업무 인수인계, 대체 인력의 업무 미숙 등. 하지만 출산휴가 등으로 인해 남아 있는 직원들의 업무가 가중되지 않도록 효율적으로 업무를 재분배하거나 업무 증가에 따른 인센티브를 주는 회사는 매우 적어 갈등을 키우고 있다. 한 제약업체에 다니는 30대 중반의 이모 씨(기혼)는 올해 초 미혼의 50대 여자 상사 정모 씨와의 다툼으로 사직을 고려할 만큼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지난해 말 첫아이를 출산한 이 씨는 3개월의 유급 출산휴가를 다 썼다. 하지만 이후 아이를 맡길 곳을 찾지 못해 2주 휴가를 추가로 요구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정 씨는 “일이 가장 바쁜 연초인 데다 미리 추가 휴가에 대한 상의를 한 적도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추가 휴가를 주기는 어렵다. 특히 추가 휴가로 업무량이 더 늘어날 다른 팀원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 씨의 추가 휴가 요청을 거절했다. 이에 이 씨가 “만약 팀장님이 자녀가 있었다면 추가 휴가를 요청하는 말을 꺼내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 텐데 역시 모르시는군요”라고 쏘아붙이면서 갈등이 격화됐다. 발끈한 정 씨는 “제약회사처럼 기혼 여성 비율이 높은 곳에서 ‘자식이 없는 여자라 다른 여성 직원들의 고충을 모른다’라는 말을 듣기 싫어 그간 이 씨를 비롯한 기혼 여성 팀원을 더 배려해줬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다른 기혼 여성 팀원은 이 씨처럼 갑자기 추가로 출산휴가를 요구한 적도 없다”며 “남자 상사가 휴가 요청을 거절했으면 아무 불평불만 없이 출근했을 텐데 여성 상사인 나를 얕보고 반발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와중에 이 씨의 남편이 회사 경영진에게 ‘정 팀장은 본인이 여성이면서 일하는 여성 부하의 고충을 배려해주지 않는다’고 진정서를 제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분노한 정 씨가 이 씨에게 ‘이직할 때 내 추천서 받을 생각은 하지도 말라’고 말하면서 상황은 더 커졌다. 이 회사 내 여성 직원뿐 아니라 남성 직원 사이에서도 ‘정 씨가 팀장으로서 리더십이 부족하다’와 ‘남편까지 회사 일에 끼어들게 만든 이 씨의 처신이 더 부적절하다’로 편이 갈리기까지 했다. 결국 회사는 두 사람 모두에게 자숙을 당부하며 경위서를 요구했다.○ ‘화성’에서 온 기혼녀, ‘금성’에서 온 미혼녀 기혼 직장여성과 미혼 직장여성의 관심사가 지나치게 다르다는 점 또한 이들의 갈등을 부추기는 한 요인이다. 일반적으로 기혼 직장여성의 관심사는 육아, 남편, 시가, 주택 마련 계획 등인 반면, 미혼 직장여성의 관심사는 외모, 연애, 쇼핑, 여행 등일 때가 많다. 점심을 같이 먹거나 회식을 해도 한쪽은 ‘뽀로로’를 얘기하고 다른 한쪽은 ‘휴가 때 해외여행’을 얘기하니 서로를 이해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이 단순히 상대와의 대화 단절로만 그치는 게 아니라 서로의 업무 태도와 능력을 불신하는 사태로 이어질 때가 많다는 것이다. 미혼 직장여성은 기혼 직장여성이 △업무 시간에 자녀 및 육아 도우미 아주머니와의 전화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 △회식이나 업무 시간 외의 모임 때 자녀나 시가 등의 핑계를 대고 빠지는 것 △지나치게 자녀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거나 모든 대화의 주제를 자식과 남편 이야기로 삼는 행동 등이 업무 성과와 팀워크를 해친다고 말한다. PR업계에서 근무하는 미혼 서모 씨(40·여)는 “업무와 관련이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온통 자녀 사진만 올려놓는 동료들을 보면 ‘엄마가 되기 전 저 사람의 인생은 존재하지도 않았던 건가. 자아라는 게 없나’라는 생각까지 든다”며 “특히 내가 먼저 청한 적이 없는데도 자신의 자녀 성장 과정을 매일매일 생중계하듯 알려주는 기혼 여성 동료의 모습을 볼 때 프로 의식이 결여돼 있고 공사 구분을 못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하곤 한다”고 털어놨다. 기혼 직장여성도 할 말이 많다. 이들은 미혼 직장여성의 △협동 및 희생정신 부족 △애인이나 친구와의 사적 통화에 과도한 시간을 할애하는 것 △남성 상사나 동료에게 ‘오빠’ ‘자기’와 같은 부적절한 호칭을 사용하거나 과도한 애교를 부리는 것 △회식이나 모임 자리가 있을 때 지나치게 비싼 장소만 고르는 눈치 없는 행동 등으로 같이 일하기가 꺼려질 때가 많다고 반박한다. 두 아이를 둔 교사 최모 씨(36·여)는 “어린아이 사진은 귀엽기라도 하지 서른 넘은 어른이 손가락을 브이(V) 자로 그린 채 ‘셀카’를 찍어 동료들에게 보여주는 행위는 그야말로 ‘민폐’ 아니냐”며 “육아 때문에 회식에 빠지는 기혼 여성보다 연애 등 사생활을 핑계로 회식에 빠지는 미혼 여성이 훨씬 많다”고 말했다. 이어 “기혼 여성은 애가 아파도 애 때문에 일찍 퇴근한다는 말을 꺼내기 어려워 전전긍긍할 때가 많은데 한 미혼 동료가 ‘내가 시집 못 가면 책임질 수 있느냐’며 데이트를 핑계로 당당하게 회식에 빠지는 모습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서로의 다른 점을 배려해야 전문가들은 직장여성의 연령대, 결혼 형태, 결혼에 대한 가치관 등이 날로 다양해지고 있어 직장 내 여여갈등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는 반응이다. 여성과 남성의 생물학적 차이 이상으로 기혼녀와 미혼녀, 2030세대와 4050세대의 생활방식, 가치관, 경험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나는 이런데 저 여자는 왜 저러지’라며 상대방을 폄훼하거나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인사관리(HR) 컨설팅회사인 머서코리아의 박형철 대표는 “직장 내 여여갈등의 핵심은 이들이 모두 ‘소수자(마이너리티)’라는 점”이라며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었다지만 아직 유리천장이 완전히 깨졌다고 보긴 어렵고 결국 직장 내에서 남성과 여성이 경쟁하기보다는 소수자인 여성끼리 경쟁할 때가 많다보니 자신과 조금만 달라도 그 집단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직장 내 여여갈등을 남성 상사가 해결하려 하다 보면 더 큰 갈등을 낳을 때가 많다”며 “여성 스스로가 ‘여성’이라는 동일 집단 내에서도 상당히 다른 여러 종(種)이 존재하며 이들이 각기 다른 사고방식, 가치관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연 근무제, 사내 어린이집 설치 등 기혼 직장여성에 대한 회사, 정부 차원의 출산 장려 및 육아 보조 혜택을 늘리는 것 못지않게 미혼 직장여성에 대한 배려 및 혜택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신하영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원은 “미혼 직장여성 중에는 ‘나는 기혼 여성과 달리 임신으로 야근을 빠지거나 출산휴가를 쓴 적도 없고, 자녀 학비 보조나 배우자 건강검진 등 기혼 직장인이 누리는 혜택을 받지도 않은 채 일만 했는데 회사가 이를 알아주지 않는다’는 점에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기혼 여성에게 충분한 출산휴가를 보장해주는 일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출산휴가를 쓸 동안 업무를 대신해준 동료에게 짧은 휴가나 소정의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일도 필요하다”며 “기혼 직장여성과 미혼 직장여성을 모두 배려하는 정책이 많아져야 이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나도 언젠가 저 사람과 같은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는 점을 깨닫고 팀워크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3-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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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연방정부 폐쇄?… 30일 상원에 달렸다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미국 하원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안(오바마케어)을 1년 유예하는 내용의 2014년(올해 10월 1일∼내년 9월 30일) 예산안 재수정안을 가결했다. 상원은 예산안 처리 시한인 30일 본회의를 열어 이를 거부할 것으로 보여 다음 달 1일부터 연방정부 일시 폐쇄(셧 다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하원은 28일 본회의를 열어 오바마케어 1년 유예와 의료기기세 폐지를 골자로 한 2014년 예산안을 놓고 토론을 벌인 끝에 29일 0시 20분경 찬성 231표, 반대 192표로 통과시켰다. 표결에 앞서 에릭 캔터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우리는 미국을 오바마케어의 악영향에서 보호하기 위해 뭐든지 할 것”이라며 “이젠 상원이 대답할 차례“라고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오바마케어를 통해 약 5000만 명으로 추산되는 민영 건강보험 미가입자 가운데 일정 소득 이상(약 3200만 명)이 의무적으로 보험에 가입하도록 하되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하도록 했다. 오바마 정부가 책정한 내년도 관련 예산은 9863억 달러(약 1060조 원). 공화당은 정부가 개인의 보험 가입을 강제하며 시장에 개입하는 것이며 천문학적인 정부 예산이 들어간다는 점을 들어 시행에 반대해 왔다. 이에 앞서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20일 오바마케어 예산을 삭제한 내년도 예산안을 가결해 상원에 보냈다. 미국 하원이 정부 폐쇄에 따른 책임을 감수하고 초강수를 두고 있는 것은 오바마케어 저지에 당의 사활을 건 공화당 내 강경파 때문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분석했다. 하원은 오바마 행정부가 오바마케어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려고 신설한 의료기기세를 철회하는 법안도 밀어붙였다. 이에 대해 해리 리드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적절하지 못하다”고 대응했다. 그는 공식 성명에서 “오바마케어에 변화를 강요하는 공화당의 어떤 시도도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도 성명을 내고 “분별없고 무책임한 일”이라며 “수정안을 찬성한 이들은 정부 폐쇄에 투표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미국의 새해 예산안은 상하원이 같은 내용에 합의하고 대통령이 서명해야 효력이 발생한다. 민주당이 다수인 상원은 예산안 처리 마감 시한인 30일 본회의를 열어 하원의 재수정안을 거부할 공산이 크다. 이 경우 하원은 상원이 27일 통과시킨 예산안을 받아들일지, 정부 폐쇄를 자초할지 결정을 해야 한다. 연방정부가 폐쇄되면 최대 100만 명의 공무원이 무급 휴직에 들어가거나 근무를 해도 급여를 받지 못한다. 최근 미국에서 연방정부가 폐쇄됐던 때는 1995년 12월 15일이었다. 당시 연방정부 공무원 80만 명은 1996년 1월 6일까지 강제 휴가를 받고 업무를 중단했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14억 달러(약 1조5000억 원)에 달했다. 이번에도 연방정부가 폐쇄되면 관광 명소인 뉴욕 자유의 여신상,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샌프란시스코 앨커트래즈 감옥, 국립공원 등에서 관광객 출입이 통제된다. 여권사무국도 문을 닫아 여권이 만료되거나 만료가 임박한 사람들은 해외여행에 차질이 빚어진다. 쓰레기 수거, 운전면허 시험 및 차량 등록 일정에도 차질이 생긴다. 미국 하원은 29일 정부 폐쇄 이후 여론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정부 폐쇄 중에도 현역 군인과 그들을 돕는 민간인, 하청업자에게는 급여를 계속 지급하도록 했다. 연방정부 폐쇄로 정국이 경색되면 다음 달 중순으로 다가온 연방정부 채무 한도 증액을 위한 정치권의 협상도 난항이 예상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27일 “채무한도 협상 실패는 정부 폐쇄보다 위험한 ‘경제 폐쇄’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하정민 기자 kyle@donga.com}

    • 2013-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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