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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는 2일 국민에게 권력을 되돌려주고 퇴진하라는 반정부 시위대의 요구를 거절해 반정부 시위대와의 충돌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잉락 총리는 이날 TV로 전국에 방송된 기자회견을 통해 반정부 시위대의 요구는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퇴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1일 잉락 총리와 수텝 트악수반 전 부총리가 1일 전격 회동했지만 두 사람은 타협점을 찾지 못했으며 수텝 전 부총리는 잉락 총리에게 이틀 안에 퇴진하라며 사실상 ‘최후통첩’을 했다. 수텝 전 부총리는 1일 TV 연설에서 “잉락 총리에게 ‘국민에게 권력을 넘겨주는 것’이 이번 사태의 유일한 해결책이며 이틀 안에 권력 이양이 이뤄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수텝 전 부총리의 발언은 의회 해산 및 조기 총선에 만족하지 않고 반드시 잉락 총리의 퇴진을 이끌어 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수텝 전 부총리는 공무원들에게도 파업 돌입 및 시위 동참을 촉구했다. 그는 “내일부터 ‘국가 휴일’을 선언한다”며 “모든 상황이 정상적으로 돌아올 때까지 전 공무원이 업무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1년 7월 집권한 잉락 총리는 집권 후 줄곧 친오빠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복권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는 지난달 2008년 해외로 망명한 탁신의 사면법 입법을 추진하다가 야권의 거센 반대에 부닥쳤다. 한편 태국 군경과 반정부 시위대가 본격 충돌한 지난달 30일 이후 양측의 사망자가 최소 4명으로 늘었다고 BBC와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군경과 시위대는 2일에도 최루탄 및 투석전 공방을 벌였다. 사태가 악화되자 시위 지역 인근의 6개 대학 및 32개 초중고교가 임시 휴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5일 86세가 되는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의 생일을 계기로 전환점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그는 ‘태국의 살아있는 부처’로 추앙받고 있으며 군부 쿠데타 등 정국의 고비 때마다 탁월한 중재자 역할을 해 왔다. 아직까지는 그가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유혈 사태가 격화되면 사태를 끝내기 위해서라도 국왕이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요즘 대세는 뭘까. 화제의 드라마 ‘응답하라 1994’도, 깜찍한 외모로 시청자를 홀린 ‘추블리’ 추사랑도 아니다. 디지털 가상화폐 ‘비트코인’이다. 2009년 초에 등장한 비트코인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정보기술(IT)이나 금융에 해박한 사람들 사이에서만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최근 세계적으로 용처가 늘고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등이 순기능을 인정하면서 지난해 말 13.5달러(약 1만4200원)에 불과하던 단위당 가격이 무려 1200달러(약 127만 원)를 돌파했다. 너도나도 ‘비트코인을 잘 모르지만 지금이라도 사야 하느냐’며 아우성이다. 이런 열풍은 영국 생물학자 윌리엄 해밀턴이 말한 전형적인 ‘군집행동(herd behavior)’에 가깝다. 군집행동은 타인의 행동을 자신의 의사결정 기준으로 삼는 현상을 말한다. 다른 사람이 어떤 상품에 투자하는 모습을 보고 ‘이익이 날 테니 저 사람이 사는 거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따라하는 식이다. 많은 사람이 사니 가격은 더 오르고 오른 가격은 더 많은 사람을 불러 모은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와 아이디어 도용 소송을 벌여 6500만 달러의 천문학적 합의금을 타낸 유명 벤처투자자 캐머런·타일러 윙클보스 형제의 대량 매집은 비트코인 초기 열풍의 원동력이었다. 안타깝게도 비트코인 열풍의 진정한 의미와 시사점에 주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100% 익명 거래가 가능한 편의성, 싼 송금수수료, 발행량 제한 설계로 인한 높은 희소가치 등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은 기존 화폐 및 각국 중앙은행에 대한 불신이다. 즉, 2008년 금융위기를 예방하지 못했고 위기 뒤에도 돈만 찍어냈을 뿐 사태를 잘 수습하지 못한 각국 금융당국에 대해 ‘당신들을 믿을 수 없다’며 대중이 보내는 엄중한 ‘경고’가 깔려 있다. 비트코인이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사재기처럼 한때의 거품으로 그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앙은행과 금융당국이 신뢰를 상실한다면 제도권 화폐의 무용론을 주장하는 제2, 제3의 비트코인은 계속 등장할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국 금융권의 대비는 너무 소홀하다. 한국 내 비트코인 거래량에 대한 변변한 보고서 하나 없고 가상화폐가 한국 금융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제대로 분석하는 금융회사도 보기 힘들다. 연말을 맞아 금융지주 회장 및 은행장들이 소외계층을 위한 김장에 나서는 소식이 잇따른다. 좋은 일이지만 굳이 회장이 ‘행차’하지 않고 다른 임원이 해도 충분한 행사다. 그 대신 한국은행 총재나 금융지주 회장이 비트코인 ‘채굴(mining)’에 도전해보면 어떨까. 비트코인 획득 여부는 중요치 않다. 진짜 중요한 건 금융계 수장(首長)이 비트코인 현상 이면에 있는 현 금융 체제에 대한 대중의 불신을 누그러뜨리고 한국 경제와 금융의 미래를 창조적으로 연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일이다. 물론 ‘사진발’도 훨씬 잘 받을 것이다. 하정민 국제부 기자 dew@donga.com}

태국에서 친(親)정부 시위대와 반(反)정부 시위대의 충돌로 최소 2명이 숨지는 등 태국의 반정부 시위 사태에서 처음으로 사망자가 발생했다. 태국 정부는 반정부 시위가 본격화한 지난달 초 이후 처음으로 1일 수도 방콕 시내에 병력까지 투입해 시위대 해산 작전에 나섰다. 시위가 격화되면서 잉락 친나왓 총리는 반정부 시위대를 피해 모처로 급히 대피했다. 2010년 초 약 90명의 사망자를 낸 반정부 시위 이후 태국의 사회 혼란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는 수텝 트악수반 전 부총리는 1일을 잉락 총리의 퇴진을 위한 ‘디데이’로 명명했다. 그는 태국 최대 야당인 민주당 소속으로 반정부 시위에 전념하기 위해 최근 의원직까지 사퇴했다. 반정부 시위대는 지난달 29일 육군본부를 일시 점거한 이후 총리공관, 국립경찰본부, 방콕 시경, 교육부, 두싯 동물원, 내무부, 외교부 등 방콕의 주요 정부 청사 10곳을 점거하기 위한 ‘최후의 돌격전’을 벌이고 있다. 시위대 일부는 주요 방송사에 진입해 프로그램 방영에 관여하려는 움직임도 보였다. 반정부 시위대는 태국 국민의 존경을 받고 있는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의 생일인 5일까지 대규모 시위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국왕의 생일이 항상 조용하고 경건한 분위기에서 치러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야권의 항전 의지가 치솟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이에 맞선 정부도 완강하다. 태국 군경은 이날 총리공관과 방콕 시경 주변으로 모여드는 시위대에 최루탄과 물대포를 발사하면서 대대적인 해산 작전에 나섰다. 태국 정부는 주요 정부 청사를 중심으로 경찰 약 2만 명을 배치했으며 병력 3000명도 투입했다. 한편 ‘디데이 시위’를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밤과 이날 새벽 양측의 충돌로 최소 2명이 숨지고 30∼40명이 다쳤다. 방콕 외곽의 한 체육관에 모인 반정부 시위대의 일부 대학생과 친정부 시위대 ‘레드셔츠’가 시비를 벌이다 총격이 발생했다. 태국은 총기 소유를 허용하고 있는 데다 국민 중 불법 총기 소지자도 많아 총기 사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망자 2명은 반정부 시위를 벌이던 태국 람캄행대 학생 1명과 친정부 시위를 벌이던 20대 군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레드셔츠 지도부는 이날 반정부 시위대와의 충돌로 레드셔츠 운동가 중 최소 4명이 숨졌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사실 관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양측의 충돌로 국제전화 운영회사인 CAT에 대한 전력 공급이 중단돼 한때 방콕 시내 전화와 인터넷 사용도 중단됐다. 이 때문에 사용자들의 항의가 빗발치는 등 반정부 시위로 인한 사회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게다가 방콕 이외의 지역에서 지지를 받고 있는 잉락 총리의 지지 세력이 방콕으로 집결할 경우 더욱 심각한 폭력 사태가 벌어질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태가 악화되자 이날 방콕포스트는 잉락 총리와 집권 푸어타이당이 의회 해산 및 조기 총선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잉락 총리는 그간 반정부 시위대의 퇴진 요구에 대해 “사퇴도, 조기 총선도 없다”는 방침을 고수해 왔으나 유혈 사태가 장기화하자 조기 총선 카드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기 총선이 실시되면 양측의 충돌이 일단 진정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2006년 이후 방콕을 중심으로 한 도심 지역, 고소득층, 군부, 관료 등을 중심으로 한 탁신 반대 진영과 농촌 지역 및 저소득층의 지지를 업고 있는 탁신 진영 간 갈등의 골이 깊어 사태가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퇴진 압력을 받고 있는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이 부결됐지만 시위대의 정부청사 점령으로 행정 마비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태국 의회는 27일 야당인 민주당이 제출한 잉락 총리 불신임안을 반대 297표, 찬성 134표로 부결시켰다. 잉락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은 집권 푸어타이당이 의회에서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애초부터 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불신임안 부결에도 불구하고 잉락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미 재무부 외교부 내무부 등 주요 정부청사를 점령하고 있던 시위대는 28일 총리 공관에 몰려와 담장 안쪽을 지키고 있던 경찰과 대치하던 중 공관의 전기와 물 공급을 모두 차단시켰다. 잉락 총리는 이날 “나라의 평화를 위해 부디 시위대가 자제해 주길 바란다”며 “사정한다(I'm begging you)”는 표현까지 썼지만 효과가 없었다. 2011년 7월 집권한 잉락 총리는 집권 후 줄곧 친오빠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복권을 위해 노력해왔다. 탁신 전 총리는 2006년 군사 쿠데타로 실각했고 권력 남용 등으로 재판을 받던 중 2008년 해외로 망명했다. 잉락 총리와 푸어타이당은 지난달 탁신 전 총리의 사면 및 귀국 허용을 골자로 하는 법안 입법을 추진하다가 거센 반대 여론에 부닥쳤다. 태국 상원은 사면안을 부결했지만 민주당 등 보수 성향의 태국 야권은 잉락 총리 불신임안을 내놓고 재야 단체와 연계해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위를 주도하는 수텝 트악수반 전 부총리는 “태국의 민주주의는 죽었다. 잉락 정권을 몰아내자”며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위는 수도 방콕 이외의 다른 지역으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반정부 시위대는 유명 관광지인 푸껫을 비롯해 야권 성향이 강한 남부 지역의 일부 정부 건물들도 점거하고 있다. 태국 경찰과 법원은 26일 트악수반 전 부총리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지만 그의 지지자 및 반정부 시위대 때문에 체포가 불가능한 상태다. 잉락 총리 지지자들도 반정부 시위대에 맞서기 위해 세력을 결집하고 있어 양측의 유혈 충돌도 예상된다. 이미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일본 대만 등 약 70개국이 태국에 대한 여행 경보를 내렸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디지털 가상화폐 비트코인(Bitcoin)의 가치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사상 최초로 단위당 1000달러(약 106만 원)를 돌파했다. 27일 세계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인 일본 ‘마운틴곡스’에서 1비트코인의 가격은 1073달러로 마감했다. 지난해 말 13.5달러에 불과했으나 올해 들어 약 79배 올랐다. 비트코인이 첫 선을 보였던 2009년 1월 가격이 5센트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약 5년 만에 2만 배 이상 뛰었다. 세계 각국에서 비트코인을 공식 결제수단으로 인정하는 기업 및 단체가 늘어 비트코인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최근 중국 최대 검색 사이트 바이두는 비트코인을 공식 결제수단으로 인정했다. 영국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도 민간 우주여행회사인 버진갤럭틱의 탑승료를 비트코인으로도 받는다고 밝혔다. 재정위기 국가인 키프로스의 니코시아대는 수업료 등에 대해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했다. 미국 뉴욕의 일부 지역에서도 이미 부동산 임대료를 비트코인으로 받고 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중국이 타국 항공기를 무력으로 통제할 수 있는 ‘방공(防空)식별구역(ADIZ)’에 이어도(離於島) 상공과 한국의 방공식별구역(KADIZ)까지 포함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조치는 향후 배타적경제수역(EEZ) 획정을 비롯한 양국 간 해상 영토 분쟁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중국 국방부는 23일 한국과 대만 사이의 동중국해 상공을 방공식별구역으로 선포하고 이날 오전 10시부터 공식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중국이 발표한 항공기 식별 규칙에 따르면 중국의 식별 요구에 불복할 시 ‘방어적 긴급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한 것은 처음이다. 한국 국방부 관계자는 24일 “중국이 이번에 발표한 방공식별구역은 한국의 방공식별구역과 일부 구간에서 제주도 면적 1.3배(남북 20km, 동서 115km) 정도가 겹친다”며 “이어도 상공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한국의 방공식별구역에서 이어도는 제외돼 있다. 한국과의 영토 갈등이 고조될 소지도 다분하다. 국방부는 24일 대변인 명의로 유감을 표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정부는 중국이 설정한 방공식별구역을 현재 인정하지 않는다”며 “중국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는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둘러싼 일본과의 영토 갈등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은 일본이 1969년부터 운용 중인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과 상당 부분 중첩되며 센카쿠 열도를 포함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3일 긴급회의를 열고 “일본 영토, 영해, 영공은 단호히 지켜야 한다. 확고히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은 “중국의 일방적인 조치는 오해와 계산 착오의 위험을 높인다”고 경고했다.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 손영일 기자}

중국이 23일 동중국해 일대에 ‘방공식별구역(ADIZ)’을 선포함에 따라 일본은 물론이고 한국과의 갈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역사 및 집단자위권 문제 등에서 일본에 대항해 중국과 공동 보조를 취해온 한국이 중국과 영토 관련 분쟁에 말려들 수도 있는 상황이 발생함에 따라 외교적으로 당혹스러운 처지에 빠질 소지가 적지 않다. 중국이 선포한 방공식별구역은 제주 서쪽의 한국 측 방공식별구역(KADIZ)과 남북 20km, 동서 115km가량 겹치며 이와 별도로 일본의 방공식별구역인 이어도 상공도 포함하고 있다.○ 이어도 상공 항공기 중-일에 모두 통보해야 하나? 중국의 이번 조치는 직접적으로는 일본과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이 군사 굴기(굴起)를 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방공식별구역 선포는 이 일대 해상에 대한 영토 야욕을 드러낸 사례로도 풀이할 수 있다. 실제로 류츠구이(劉賜貴) 중국 국가해양국장(장관급)은 지난해 3월 “관할 해역에 대한 정기 순찰 대상에 이어도가 포함된다”고 말했다. 중국 관용기의 이어도 주변 출몰은 2010년 2건, 2011년 7건에 이어 지난해에는 14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1951년 미군이 설정한 한국의 방공식별구역(KADIZ)에는 이어도가 빠져 있다. 반면 일본의 방공식별구역(JADIZ)에는 이어도가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지금도 이어도 인근에 한국 공군기가 출격하거나 연구원들이 헬기로 이어도 해양과학기지를 방문할 때엔 일본에 비행 계획을 통보해야 한다. 중국이 별도로 설정한 방공식별구역에도 이어도가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이젠 일본과 중국 양측에 통보한 뒤에야 해당 지역에 갈 수 있는 처지가 될 수도 있다. 이는 향후 한중 간에 새로운 마찰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중국은 23일 남중국해 이외의 해상 상공에도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과 인접한 서해에도 방공식별구역을 추가로 설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도는 물론이고 서해상에서도 북한을 정찰하는 한국군의 작전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한국 국방부는 방공식별구역이 국제법상 효력이 없는 만큼 중국이 설정한 방공식별구역을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앞으로 이해당사국 간 협의를 통해 문제를 풀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방공식별구역은 상대국이 인정하지 않으면 효력이 없기 때문에 면적이 겹치는 부분에 대해 협의로 조정이 가능하다는 근거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다만, 한국 국방부 관계자는 “한중 간에는 2009년 해·공군 직통전화가 설치돼 있고 매일 몇 차례 통신을 하고 있다”며 “방공식별구역 설정에 따른 문제는 크지 않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문제는 방공식별구역이 ‘준(準)영공’으로 인식된다는 점에서 구역 설정 자체가 향후 한중 간 배타적경제구역(EEZ) 획정 논의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는 것. 한국은 ‘중간선 원칙’을 적용해 이어도를 한국 관할권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해 왔지만 중국은 자국의 대륙붕이 이어도까지 미쳐 있으며 해안선의 길이와 인구도 고려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어 앞으로 지속적인 갈등의 소지로 작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중미일 군사충돌 가능성 고조 중국의 이번 조치는 이달 12일 막을 내린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서 결정한 범정부 기구인 ‘국가안전위원회’ 설립 발표 후 시행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중국은 그동안 방공식별구역 대신 공역이라는 개념을 운용해 외국 군용기의 접근을 통제해왔다. 그러면서도 일본의 방공식별구역이 저장(浙江) 성에서 130km 지점까지 뻗어 있다며 불만을 제기해 왔다. 이번에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포함해 미군 기지가 있는 오키나와 서쪽까지 방공식별구역에 포함시킴으로써 이 일대에 대한 제공권 확립의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양국의 방공식별구역이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에 해당 지역에 서로 항공기를 출격시키는 군사적 위협 수위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9월에도 무인항공기를 센카쿠 인근에 발진시켰고 일본 자위대 전투기들이 긴급 발진했다. 일본이 중국 무인기를 격추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함에 따라 양측 간 마찰은 일상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베이징(北京)의 한 군사 전문가는 “중국과 일본의 해·공군 간에는 핫라인도 없기 때문에 군사적 충돌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미군 정찰기의 활동을 둘러싼 미중 갈등도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 손영일 기자}

가상 화폐 ‘비트코인’(사진)의 인정 여부를 놓고 의견 대립이 팽팽한 가운데 미국 중앙은행 수장인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 미틸리 라만 법무부 차관보 대행 등 미 정부 관계자가 잇따라 비트코인의 순기능을 강조했다. 미 상원 국토안보정무위원회는 18일 사상 처음으로 비트코인 관련 청문회를 개최했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청문회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앞서 제출한 의견서에서 “돈세탁 등에 악용될 위험은 있지만 비트코인이 장기적으로 역할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도 있다”며 “당장 연준이 비트코인을 규제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라만 차관보 대행도 “가상 화폐가 합법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국제 상업 거래를 촉진할 잠재력이 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의견에 비트코인 사용자들은 환호했다. 이날 일본 도쿄의 유명 비트코인 거래소인 마운트곡스(Mt.Gox)에서 1비트코인의 가치는 사상 최고인 785달러로 마감했다. 지난해 말 13.5달러와 비교하면 1년도 채 안 되는 기간에 58배로 오른 셈이다. 조만간 비트코인의 가치가 10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비트코인 등 가상 화폐의 위험이 높다며 강도 높은 규제를 요구하고 있다. 미 법무부는 10월 말 비트코인을 받고 마약과 총기류 등을 팔던 온라인 장터 ‘실크로드’를 폐쇄했다. 비트코인은 2009년 초 ‘나카모토 사토시’란 가명을 쓰는 정체불명의 인물이 개발했다. 사용자들은 숫자 및 영문 대소문자가 뒤섞인 고유의 ‘지갑 주소’를 받아 비트코인을 사고판다. 위조나 재사용 등 부정을 차단하는 보안 기술이 우수한 편이고 100% 익명 거래가 가능해 다른 가상 화폐보다 편의성 및 안정성이 뛰어나다. 또 무한대로 찍어낼 수 있는 상당수 가상 화폐와 달리 비트코인은 2145년까지 발행량이 2100만 개로 개발자에 의해 정해져 있다. 실체 없는 화폐지만 희소성을 부여하는 장치가 존재하는 셈이다. 특히 복잡한 수학 암호를 컴퓨터로 풀어야 하는 비트코인의 획득 방식도 희소가치를 높인다. 많은 사람들이 암호를 풀수록 자동적으로 암호 해독의 난도도 계속 올라가 쉽게 풀 수 없는 수준으로 치닫기 때문이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장군의 딸’ 2명이 맞붙은 17일 칠레 대선이 세계적 관심을 끌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 2위를 달리고 있는 미첼 바첼레트 좌파 연합 후보(62)와 에벨린 마테이 우파 연합 후보(60)가 소꿉친구임에도 불구하고 정치 성향, 선거공약, 외모 등에서 ‘극과 극’의 대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바첼레트 후보는 2006∼2010년 칠레의 첫 여성 대통령을, 마테이 후보는 세바스티안 피녜라 현 대통령하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냈다. AP, BBC 등 주요 외신은 최근 여론조사 결과 바첼레트 전 대통령이 47%의 지지율로 1위를, 마테이 전 장관이 14%를 얻어 2위를 달리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관건은 바첼레트의 과반 득표 여부. 이날 바첼레트가 과반 득표를 하지 못하면 1, 2위 후보가 다음 달 15일 결선 투표를 치른다. 선거 막판 마테이를 중심으로 한 우파 세력 결집이 가속화하고 있어 바첼레트의 과반 득표 및 결선 투표의 승리를 아직 장담할 수 없다. 이번 대선은 현지 시간 17일 오전 8시∼오후 6시(한국 시간 17일 오후 8시∼18일 오전 6시)에 치러진다. 출구조사 결과는 선거 마감 직후 발표된다. 바첼레트와 마테이의 부친은 모두 공군 장성 출신이다. 바첼레트의 부친은 1973년 집권한 군부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에 반대하다 모진 고문을 받고 1974년 옥사했다. 당시 의대생이었던 바첼레트도 고문을 받았고 어머니와 함께 호주, 동독 등을 떠돌며 망명생활까지 했다. 1979년 귀국한 바첼레트는 1988년 정계에 입문한 후 2006년 3월 칠레의 최초 여성 대통령이 됐다. 퇴임 후에는 유엔여성기구(UN Women) 대표로 활동했다. 반면 마테이의 부친은 피노체트를 지지해 보건부 장관을 지내며 승승장구했다. 영국 유학파 출신인 마테이는 평생 유복한 생활을 누렸다. 남편 역시 칠레 중앙은행장 출신이다. 두 사람은 공약과 외모도 판이하다. 바첼레트는 낙태 허용, 증세 등 진보 성향의 정책을 고수해 왔다. 마테이는 제한적 낙태, 분배보다 성장 우선 위주의 공약을 내놓고 있다. 세 자녀를 둔 이혼녀인 바첼레트는 이웃집 아주머니 같은 풍모에 수수한 옷차림으로 유명하다. 반면 상당한 미모를 지닌 마테이는 예순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패션감각으로 화려한 옷을 즐겨 입는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국내 3대 연예기획사의 하나인 JYP의 수장 박진영이 한 TV 프로그램에 나와 “아직 집과 차가 없다. 나는 물욕이 없는 사람이다”라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다른 프로그램에선 전세로 사는 2층 저택을 소개했다. 넓은 정원에 농구장과 헬스장까지 갖춘 이 집의 전세금은 굳이 그가 말하지 않아도 무척 비쌀 것이다. 패스트푸드 체인 버거킹의 최대주주 니콜라스 베르그루엔은 ‘집 없는 억만장자(Homeless Billionaire)’로 유명하다. 그는 20억 달러(약 2조1440억 원)의 재산이 있지만 아이폰, 정장 3벌, 전용기만 소유하고 있다고 말한다. 물론 그의 전용기는 웬만한 대저택만큼 비싸고 그가 묵는 세계 특급호텔의 스위트룸 가격은 하룻밤에 수백만, 수천만 원이나 한다. 집만 없을 뿐 상당한 재력을 갖춘 이들이 왜 ‘물욕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걸까. 두 사람의 사례는 고 스티브 잡스와 20세기 초 천재 철학자로 불렸던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을 연상시킨다. 잡스는 평생 검은 터틀넥과 청바지를 고수했다. 이탈리아산 캐시미어로 만든 그의 터틀넥은 한 벌에 66만 원인 고가품이었지만 대중은 그의 옷차림이 허름하다고 생각했다. 이는 물욕과 허영을 상징하는 패션 따위(?)에 신경 쓰지 않고 일에만 몰두하는 ‘고독한 천재 혁신가’ 잡스의 이미지를 극대화시켰다. 비트겐슈타인의 부친은 오스트리아의 대부호였다. 하지만 그는 엄청난 유산을 형제자매에게 주고 평생 허름한 집에서 해진 옷을 입고 살았다. 당시 젊은 철학자들은 비트겐슈타인을 우상처럼 숭배해 그의 허름한 옷차림, 독특한 말투와 제스처를 흉내 내려 애썼다. ‘부를 하찮고 거추장스럽게 여기는 듯한 태도’는 진짜 부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는 그들을 소박하고 겸손한 사람처럼 보이게 할 뿐 아니라 엄청난 카리스마와 아우라까지 안겨 준다. 이런 이미지는 돈이 아무리 많아도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잡스가 에르메네질도 제냐 양복과 루이뷔통 슈트케이스에 집착했다면, 비트겐슈타인이 유산으로 술과 여자에 탐닉했다면 어땠을까. 그들은 지금까지의 명성과 존경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은 이런 부를 아예 가져본 적이 없다. 먹고살기 힘들어 부를 하찮게 여기기란 더욱 힘들다. 그래서 부자들이 물욕이 없는 듯이 처신하는 게 오히려 어떤 계산이 깔린 게 아닌가 싶어 불편할 때가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대표작 ‘상실의 시대’의 여주인공 미도리는 잡화상의 딸이다. 교육에 열성인 미도리의 부모는 그를 세도가의 딸이 신부 수업을 받는 귀족학교에 보낸다. 미도리는 남자 주인공 와타나베에게 말한다. “친구들이 가끔 ‘나 지금 돈 없어. 좀 빌려줘’라고 말해요. 하지만 나는 친구들에게 절대 돈을 빌려 달라고 할 수 없어요. 걔들은 잠시 지갑을 두고 왔지만 나는 정말 돈이 없으니까.” 박진영과 베르그루엔을 보는 내 심정이 미도리 같다.하정민 국제부 기자 dew@donga.com}

“푸틴이 불만 많은 외교 방해꾼에서 평화 조정자가 됐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최근 푸틴이 진정한 정치가처럼 보였다.”(미국 정치평론가 팻 뷰캐넌)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방한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서방 언론으로부터 얻은 찬사다. 10월 말 미 포브스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놔두고 그를 ‘올해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뽑았다. 올 9월 미국과 시리아의 화학무기 폐기 합의안 도출을 주도했다는 것이 이유다. 특히 푸틴은 9월 11일 뉴욕타임스(NYT)에 오바마의 시리아 군사개입을 반대한다는 기고를 실어 화제를 모았다. 정적을 탄압하고 자신의 알몸을 과시해 ‘독재자’ ‘기인’으로 불렸던 그가 외교와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듯한 세련된 이미지의 지도자로 변신했다. 옛 소련의 정보기관 KGB 출신인 푸틴은 2000년 정계 입문 10년 만에 권좌를 차지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2012년에는 3번째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하지만 ‘현대판 차르(제정 러시아의 황제)’로 불리는 그의 장기 집권에 대한 러시아 국민의 반발도 상당하다. 푸틴이 최근의 외교 성과로 냉담한 국민 여론을 무마할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1952년 러시아의 2대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옛 레닌그라드)에서 태어난 푸틴은 17세 때 KGB 레닌그라드 지부를 찾아 비밀 요원이 되는 법을 물었다. 당돌한 소년이 들은 답은 “법학을 전공하고 절대 국가에 반하는 언동을 하지 말라”였다. 목표를 위해 돌진하는 그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일화다. 1975년 레닌그라드대 법학부를 졸업한 푸틴은 KGB에 들어가 구동독 등에서 활동했다. 하지만 독일 통일로 냉전 때 위세를 떨치던 KGB의 입지는 크게 약화됐다. 푸틴은 1990년 고향으로 귀환했다. 푸틴은 정치에서 새 길을 찾았다. 그는 은사 아나톨리 솝차크 레닌그라드대 교수가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장에 뽑히자 시장 보좌관이 됐다. 하지만 1996년 솝차크는 재선에 실패했다. 새 시장은 푸틴을 높이 평가해 그를 중용하려 했다. 하지만 푸틴은 수도 모스크바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 그는 당시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의 참모로 일하던 한 고향 선배의 추천으로 대통령 행정실 직원이 됐다. 모스크바에 입성한 푸틴은 비밀 요원 시절 익혔던 강한 추진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출세 가도를 달렸다. 그는 대통령 행정실 부실장, 연방보안국장, 국가안보위원회 서기 등 안보 부처의 요직을 독점했다. 옐친 대통령도 푸틴을 남달리 아꼈다. 그는 1999년 8월 47세의 푸틴을 총리로 임명했다. 소련 해체를 주도한 옐친은 1996년 재선에 성공했지만 경제난으로 지지율이 바닥이었다. 1998년 러시아는 아시아 외환위기 여파로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하는 등 국가의 근간이 흔들렸다. 낯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동시에 맞이해 사회 혼란도 극심했다. 과한 음주와 고질적 심장 질환으로 신음하던 68세의 옐친은 푸틴에게 권력을 넘긴 덕에 부패 혐의로 인한 기소를 간신히 면했다. 1999년 모스크바 아파트 연쇄 폭탄 테러 등으로 러시아 민심이 동요했다. 총리가 된 푸틴은 바로 체첸 공습을 단행했다. 국제 사회의 비판이 컸지만 러시아 국민은 ‘강한 러시아’의 향수를 자극한 푸틴을 반겼다. 1999년 12월 건강이 더 나빠진 옐친은 사임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푸틴은 2000년 3월 대선에서 승리했다. 집권 후 푸틴은 소련 붕괴 후 거부가 된 신흥 재벌(올리가르히)도 숙청했다. 상당수 올리가르히가 망명하거나 감옥에 갇혔다. 푸틴은 탄압 명분으로 경제 개혁을 내세웠지만 정적 제거에 가까웠다. 하지만 극심한 빈부 격차에 지친 러시아 국민은 이를 지지했다. 푸틴은 2004년 3월 두 번째 대선에서 71%의 지지를 얻어 쉽게 재선에 성공했다. 푸틴은 3선 금지 헌법 때문에 2008년 3월 대선에는 출마하지 못했다. 그는 총리로 한발 물러났고 대학 후배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이때부터 반(反)푸틴 여론도 본격 형성됐다. 푸틴은 여전히 권력을 독점하며 사실상 대통령으로 지냈다. 러시아 국민은 그의 장기 집권, 고질적 부정부패, 금융위기 이후 더딘 경제회복, 반정부 인사들의 잇따른 의문사에 염증을 느꼈다. 푸틴은 2008년 법 개정을 통해 대통령 임기를 4년에서 6년으로 늘리며 복귀를 준비했다. 2012년 3월에는 3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경제난과 냉담한 여론이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올해 2분기(4∼6월)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1.2%로 2009년 4분기 이후 최저다. 특히 수도 모스크바의 반푸틴 정서가 상당하다. 푸틴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9월 모스크바 시장 선거에서 세르게이 소비아닌 현 시장은 반푸틴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 후보에게 간신히 승리했다. 푸틴도 언젠가 크렘린궁을 나와야 한다. 13년 전 옐친은 무명의 자신을 총리로 발탁해 무사히 퇴진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자신의 안위를 보장해줄 후계자가 없다. 전문가들은 푸틴이 외교에 ‘올인’하며 반미 노선을 고수하는 이유를 여기에서 찾는다. 원유 의존도가 높은 러시아의 허약한 경제 구조, 장기집권에 대한 국민 반감 때문에 국제 사회에서라도 ‘강한 러시아’의 이미지를 구현해야 정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모스크바 국제경제 및 국제관계연구소의 게오르기 미르스키 연구원은 “국제무대에서 푸틴의 호전적이고 과장된 언동은 국내 정치용”이라며 “각종 선거에서 야권에 밀리고 있기에 서방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한다”고 분석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한쪽 팔이 온전하지 않은 미국과 뉴질랜드의 10대 소녀 두 명이 오랫동안 지구촌 반대편에서 인터넷으로 우정을 키워오다 오프라인에서 만났다. 영국 데일리메일 등 주요 외신은 6일(현지 시간) 미국 인디애나 주 나파니에 사는 세라 스텀프(15)와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사는 페이지 테일러(16)의 감격적인 상봉 사연을 보도했다. 세라와 페이지가 친구가 된 것은 이들의 어머니 덕분이었다. 1998년 세라를 임신하고 약 20주가 됐을 무렵 그의 어머니는 의사로부터 왼팔의 일부분이 없는 딸이 태어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청천벽력 같은 선고를 들은 세라의 어머니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장애아를 키우고 있는 어머니를 찾기 시작했고 갓 태어난 페이지의 어머니와 친구가 됐다. 두 사람은 장애아를 키우면서 겪는 경험과 고민 등을 공유하며 우정을 키워나갔고 자연스레 딸들도 이 우정을 물려받았다. 세라가 사는 미국 인디애나 주와 페이지가 사는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시차는 무려 18시간. 하지만 두 소녀는 2005년부터 각자의 방에 2개의 시계를 두고 상대방의 나라가 지금 몇 시인지를 점검해가며 1주일에 최소 2회 이상 인터넷 동영상으로 채팅을 이어갔다. 8년 이상 서로의 가장 친한 친구로 지내온 세라와 페이지가 직접 만난 것은 이들의 사연을 접한 미국 온라인 메신저 업체 ‘스카이프’가 두 사람의 대면을 주선한 덕분이었다. 세라는 6일 오클랜드의 페이지 집을 직접 방문해 친구를 안아볼 수 있었다. 두 사람은 “마치 잃어버린 자매를 찾은 기분”이라며 “성인이 되면 함께 여행하고 언젠가는 서로의 이웃이 되어 가까이에서 살고 싶다”고 감격해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슈퍼 태풍 ‘하이옌(海燕)’이 휩쓸고 간 필리핀 중부 레이테 주(州)의 주도 타클로반은 해안에서 1km 이내에 남은 건축물이 거의 없을 정도로 도시 전체가 쑥대밭이 됐다. 이번 태풍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이 도시에서는 인구 22만 명 중 무려 1만 명 이상이 숨졌다. 웬만한 가옥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무너져 도시 전체가 쓰레기 더미로 변했고 군데군데 야자수만이 덩그렇게 남아 있었다. 피해 지역에서는 물과 음식을 구하지 못한 일부 시민들이 상점을 약탈하기도 했다.○ 유령 도시로 변한 타클로반…약탈 행위 기승 CNN 등 주요 외신은 타클로반이 영화에나 나올 법한 ‘죽음의 도시’로 변했다고 참상을 전했다. 수습하지 못한 시신이 시내 곳곳에 널려 있는 데다 아직 물이 빠지지 않은 일부 지역에서는 시신이 물 위에 둥둥 떠다니기도 했다.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한 한 호주 여성은 “오늘 본 시신만 100구가 넘는다”고 말했다. 또 파손된 건물과 차량 등의 잔해가 도시 위를 나뒹굴면서 주요 도로와 공항 등 시내 곳곳이 쓰레기장처럼 변했다. 폐허로 변한 도시에서 일부 시민들이 음식과 생필품을 구하기 위해 곳곳에서 약탈을 벌이는 등 사회 혼란도 극에 달하고 있다. 주민들이 상점에 들어가 닥치는 대로 물건을 훔치고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부수고 돈을 빼가는 장면이 목격되고 있다. 필리핀 민간항공국의 윌리엄 호키스 국장은 “칠십 평생 살아오면서 이처럼 참혹한 광경을 본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태풍에 가족을 잃은 주민들의 사연도 속속 나왔다. 주민 마빈 이사난 씨는 CNN과 인터뷰에서 “아내와 함께 15, 13, 8세의 세 딸을 안고 가다 파도에 휩쓸려 딸들의 손을 놓고 말았다”고 울부짖었다. 그는 “어린 두 딸은 시신으로 발견됐고 큰딸은 아직도 실종 상태”라며 “제발 큰딸만이라도 살아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절규했다. ○ 사망자 늘어날 전망…복구 작업도 시간 걸려 타클로반이 이처럼 하이옌의 직격탄을 맞은 이유는 이곳이 저지대 해안 도시인 데다 필리핀 정부가 태풍을 과소평가했기 때문이다. 당초 필리핀 정부는 침수 취약 지역을 중심으로 80만 명의 주민들을 사전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하지만 하이옌의 풍속을 실제 시속 378km보다 느린 시속 270km 정도로 잘못 예상해 피해를 키웠다. 특히 하이옌이 타클로반을 강타할 때 4∼6m 높이의 태풍해일이 도시를 덮치면서 사망자 수가 급증했다. 태풍해일은 태풍 등 열대 저기압 때문에 해수면이 높아지는 현상으로 특히 섬과 섬 사이에서 발생할 때 피해 규모가 커진다. 태풍해일을 목격한 주민들은 “2004년 지진해일(쓰나미)을 다시 본 듯하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구호 전문가들은 타클로반 등의 피해 상황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열악한 도로 및 항공 사정 등으로 구조대와 치안 당국의 접근이 쉽지 않은 데다 사상자 수가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레이테 섬과 사마르 섬 일대의 항공 기능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구호 물품을 대량으로 수송해 오기가 어렵고, 도로 위에 나뒹구는 건물 잔해 등으로 차량 이동도 쉽지 않다. 리처드 고든 필리핀 적십자사 총재는 “재난 현장에 접근하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재난 현장에 가려면 최소 하루나 이틀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이옌이 최초 상륙한 사마르 섬의 기우안 등 일부 도시도 피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실제 이틀간 외부와 연락이 끊기고 의료용품과 생필품 등이 부족한 탓에 부상자들도 치료를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타클로반 현지의 세인트폴 병원은 환자로 만원이지만 의약품은 이미 바닥났다. 타클로반 공항 안에 급히 마련된 임시 안치소도 넘쳐나는 시신들로 만원이어서 더이상 시신을 수용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필리핀의 주요 휴양지 세부, 보홀, 보라카이 섬 등은 하이옌으로 큰 피해는 입지 않았다. 하지만 항공편 결항 사태가 이어지면서 상당수 관광객들의 발이 묶이거나 귀국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세부=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5일 미국 동부의 핵심 지역인 버지니아와 뉴저지 주에서 주지사 선거가 치러진다. 버지니아와 뉴저지는 각각 미국의 행정 수도 워싱턴과 최대 도시 뉴욕의 바로 옆에 위치한 데다 연방정부 일시폐쇄(셧다운) 후 민심을 반영하는 첫 시험대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선거 결과는 지지율 하락으로 고심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국 장악 능력은 물론이고 내년 중간선거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대 격전지는 민주당의 테리 매컬리프 후보와 공화당의 켄 쿠치넬리 후보가 맞붙은 버지니아 주다. 셧다운 사태를 야기한 오바마케어(건강보험 개혁법)에 대한 평가를 놓고 민주와 공화 양당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버지니아 주 검찰총장 출신인 쿠치넬리 후보는 미국 50개 주 검찰총장 중 최초로 오바마케어에 대한 위헌 소송을 제기한 인물이다. 그는 유세 때마다 “오바마케어 폐기”를 외치며 보수층 표심을 자극해왔다. 민주당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은 물론이고 차기 대선 후보로 유력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그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조 바이든 부통령 등 거물들이 대거 매컬리프 후보의 지원 유세에 나섰다. 이에 질세라 공화당도 차기 대선 후보 주자인 랜드 폴 상원의원(켄터키),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 보비 진달 루이지애나 주지사 등 핵심 인사를 총동원했다. 선거 전 판세는 매컬리프 후보가 우세한 가운데 쿠치넬리 후보가 뒤를 바짝 쫓고 있었다. 쿠치넬리 후보의 지지율은 선거 초반만 해도 매컬리프 후보보다 20%포인트 넘게 뒤처졌지만 이달 초 여론조사에서 7%포인트까지 격차를 좁혔다. 뉴저지 주지사 선거는 역시 차기 공화당 대선후보인 크리스 크리스티 현 주지사와 민주당의 바버라 부오노 주 상원의원의 대결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크리스티 주지사가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어 공화당의 낙승이 예상된다. 이날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뉴욕은 물론이고 보스턴, 디트로이트, 마이애미, 시애틀 등 미국 주요 도시의 시장선거도 실시된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사진)이 무인기 ‘드론’ 공격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나는 사람을 죽이는 일에 정말 능숙하다(I'm really good at killing people)”라고 말했다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고 영국 데일리메일이 3일 보도했다. 미국 언론인 존 하일리만과 마크 핼퍼린은 지난해 미 대통령 선거 당시 정치권 인사의 알려지지 않은 발언들을 폭로한 책 ‘더블 다운: 게임 체인지 2012’를 최근 출간했다. 이들은 이 책에서 오바마가 참모들에게 이런 발언을 했으며 그가 2009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임을 감안할 때 발언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이 신문이 전했다. 두 사람의 주장에 대해 댄 파이퍼 백악관 선임고문은 ‘언급할 가치가 없는 발언’이라는 취지로 일축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나는 감시한다. 고로 존재한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등장하는 ‘빅브러더(Big Brother)’는 가상국 오세아니아의 통치자다. 오웰이 이 소설을 발표한 1949년만 해도 빅브러더는 히틀러 등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체주의 독재자를 의미한다는 분석이 많았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기 어렵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올해 6월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이 믿음이 깨졌다. 미 국가안보국(NSA·National Security Agency)이 세계를 상대로 무차별 감시를 벌여왔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소설 속 빅브러더를 현실에 등장시킨 NSA는 어떤 조직일까. ○ ‘그런 기관 없어요(No Such Agency)’가 별명 메릴랜드 주 포트미드에 위치한 NSA는 1952년 해리 트루먼 당시 미 대통령이 만들었다. 트루먼 전 대통령은 2차대전 당시 미국이 진주만 공습을 당한 이유가 정보 수집에 소홀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해 비밀리에 NSA를 설립했다. 특히 그는 NSA에 미국으로 송수신되는 모든 통신정보를 추적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 오늘날 NSA의 토대를 만들었다. 정보 수집 활동은 크게 첩보원 등 사람이 기반인 ‘휴민트(HUMINT·Human Intelligence)’와 전자장비를 사용하는 ‘시진트(SIGINT·Signal Intelligence)’로 나뉜다. 시진트를 이용하는 대표 기관인 NSA는 지구상의 거의 모든 전화, e메일, 문자메시지 등을 도청할 수 있으며 레이더와 미사일 신호도 포착할 수 있다. 목표 건물의 유리창에 레이저를 쏴 건물 안 대화를 듣고, 특정인의 목소리를 저장했다 그가 전자기기를 이용하는 순간 감지해 낸다. NSA는 CIA, 연방수사국(FBI), 국가정찰국(NRO) 등 미국 16개 정보기관 중에서 가장 보안이 철저하기로 유명하다. 군 조직이 아니지만 장성급 군인이 NSA 국장을 맡고 있는 이유다. 키스 알렉산더 NSA 국장(62)은 동독, 중동 등에서 정보장교로 명성을 떨친 사성장군(대장)이다. NSA 직원들은 결코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NSA의 별명도 ‘그런 기관 없어요(No Such Agency)’,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Never Say Anything)’ 등이다. NSA의 연간 예산 및 직원 수도 기밀이다. 스노든의 폭로로 2013년 기준 인원 약 3만∼4만 명, 예산 108억 달러(약 11조4480억 원)라는 점이 알려졌을 뿐이다. 이는 약 2만1000명의 직원을 보유한 CIA보다 훨씬 많다. ○ 에셜론과 프리즘 NSA가 공상과학 영화를 능가하는 정보 수집 및 도청을 할 수 있는 이유는 120여 개의 첩보 위성을 사용한 통신감청망 ‘에셜론(Echelon)’ 덕분이다. 에셜론은 첩보 위성, 지상 기지, 고성능 신호인식 컴퓨터를 연결해 전화, 팩스, e메일, 문자메시지, 금융거래 등 지구상의 거의 모든 통신 내용을 매일 30억 건씩 감청하는 시스템이다. 인터넷의 출현, 9·11테러 이후 미국이 벌인 대테러 전쟁 등은 NSA의 위상과 활동 범위에 날개를 달아줬다. 특히 에셜론의 IT 버전이라 할 수 있는 ‘프리즘(Prism)’의 위력은 가공할 만하다. 2007년 탄생한 프리즘은 인터넷과 통신회사의 중앙 서버에 접속해 사용자 정보를 수집하는 프로그램이다. NSA는 프리즘을 이용해 구글, 페이스북, 야후 등 유명 IT 기업의 서버에 접근한 뒤 일반인 사용자의 e메일, 동영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팅 내용, e메일 및 메신저 주소록 등을 무차별적으로 수집했다. 어떤 사람이 e메일이나 문자메시지로 ‘폭탄’ ‘테러’ ‘대통령’ 등의 단어를 사용하면 그는 즉각 NSA의 추적 대상이 된다. NSA는 곧 그의 신상정보, 위치, 자주 연락하는 사람의 명단을 파악할 수 있다. 여기에 암호나 방화벽 등을 뚫을 수 있는 시스템인 ‘엑스키스코어(XKeyscore)’까지 쓰면 특정인의 인터넷 이용 기록을 열람하고 프리즘으로 수집한 내용을 데이터베이스(DB)로 만들 수도 있다. NSA에 포착되면 한 인간의 숨소리까지 낱낱이 분석당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테러 예방이 중요하다 해도 NSA가 시민의 사생활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센 이유다.○ 지나친 비대화가 내부 폭로 발판 제공 베일 속 NSA의 실체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NSA가 너무 비대해졌기 때문이다. 9·11 이후 테러 정보 수집의 양이 급증하자 미 정보기관들은 수학자, 언어학자, 엔지니어, 컨설턴트 등 다양한 분야의 민간인을 대거 채용했다. 스노든도 컨설팅회사 부즈앨런해밀턴의 파견 직원 신분으로 NSA의 컴퓨터 시스템을 관리했다. 안보 교육을 받지 않은 민간인이 일급 국가기밀을 쉽게 접하다 보니 스노든의 폭로는 일종의 ‘예견된 사고’였던 셈이다. NSA가 다루는 정보가 워낙 광범위해 이 모든 작업을 내부 직원에게 맡기는 일도 불가능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12년 기준 미국의 비밀취급권자 491만 명 중 21.6%에 달하는 106만 명이 민간업체 소속이다. NSA는 스노든의 폭로 초기 ‘테러 방지를 위해 주로 외국인을 대상으로 정보를 수집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거짓으로 드러났고 우방국 정상을 상대로 도청한 사실까지 밝혀졌다. 비판이 커지자 2005년부터 8년간 NSA를 이끌었던 알렉산더 국장은 지난달 16일 “임기가 끝나는 내년 3월 이전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NSA의 존립 정도가 아니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을 겨냥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물러난 후 ‘도청’은 미국 대통령에게 최대 금기어였다. 오바마 대통령이 도청 스캔들에 얽힌 닉슨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미국의 한 현대자동차 대리점 직원이 마이클 잭슨의 ‘문 워크’ 스타일을 가미한 현란한 복고 춤을 추는 동영상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미국 앨라배마 주 대프니 현대차 대리점의 조 바즐리 매니저(43·사진)는 지난달 초 매장을 방문한 고객과 동료들 앞에서 온몸을 흐느적거리는 일명 ‘킬러 댄스’를 선보였다. 배불뚝이 중년 남성인 바즐리의 현란한 춤사위에 놀란 한 동료가 지난달 18일 이를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올렸다. 곧바로 전 세계로 퍼진 이 동영상의 조회 건수는 10일 만에 10만 건을 돌파했고 지난달 31일에는 20만 건을 넘어섰다. 세계 언론도 이를 집중 보도했다. 미 ABC 방송은 ‘현대차 세일즈맨이 춤추는 법을 안다’는 기사에서 그를 ‘깜짝 스타’라고 소개했다. 뉴욕데일리뉴스도 “이 모습이 곧 현대차 광고에 등장할 것 같다”고 전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지금이 바로 그가 임금 인상을 요구해야 할 때”라고 평가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2007년 10월 세계 최고 명문 미국 하버드대가 역사학자 드루 길핀 파우스트 교수를 새 총장으로 맞이했다. 세계 언론이 ‘하버드의 첫 여성 총장’이라고 대서특필하자 파우스트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나는 하버드대의 여성 총장이 아니라 그냥 ‘하버드대 총장’입니다.” 올해 세계 정치 및 경제계에서 ‘여성 파워’가 유난히 두드러졌다. 2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했고 9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3연임에 성공했다. 다음 달 대선을 앞둔 칠레에서도 미첼 바첼레트 전 대통령의 재선이 유력하다. 6월 러시아에서는 옐비라 나비울리나 대통령경제보좌관이 세계 주요 8개국(G8) 최초의 여성 중앙은행 총재가 됐다. 이달 9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차기 의장에 재닛 옐런 현 부의장이 임명됐다. 20일 이스라엘도 카르니트 플루그 현 부총재를 첫 여성 중앙은행 수장으로 임명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 경제위기가 다시 발생하면 이를 해결할 5명의 핵심 인물 중 4명이 여성이 될 것’이라는 기사를 냈다. WSJ가 지목한 5개 요직은 미국 대통령, 독일 총리, 미국 연준 의장,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다. 연준 의장, 독일 총리, IMF 총재는 이미 여성이 차지하고 있어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대통령에 나서 당선되면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를 제외한 모든 자리가 여성으로 채워진다는 얘기다. 사회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여성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물론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이때마다 등장하는 ‘첫 여성 ○○’ ‘여풍당당’ 같은 표현은 문제가 있다. 이들은 ‘여성’이기에 고위직에 올라간 것이 아니라 각자의 분야에서 능력과 전문성을 인정받았기에 그 자리를 차지한 사람들이다. 그들을 ‘첫 여성 ○○’으로만 부각하는 행위는 결례일 뿐 아니라 또 다른 남녀차별적 사고방식이다. 여성이 중요한 위치에 오르는 일이 이례적이고 드물다는 인식이 은연중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남편은 누구인지, 남편과 어떻게 결혼했는지, 이들의 옷과 장신구는 어떠한지에 관한 보도는 어떠한가. 읽다 보면 연예인의 ‘사생 팬(스타의 사생활까지 쫓아다니는 극성팬)’이 된 듯하다. 메르켈 총리는 재혼 후에도 이혼한 첫 번째 남편의 성을 쓰고 있다. 현 남편인 화학자 요아힘 자우어 박사는 아내의 정치활동에 개입하지 않을뿐더러 공식석상에도 잘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메르켈의 3연임이 확정된 후 일부 매체는 자우어 박사가 전처와의 사이에 2명의 아들이 있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의 남편이 전처와의 사이에서 둔 자식이 몇 명인지가 독일 총리의 국정 운영 능력과 무슨 상관인가. 이제 여성 리더가 등장할 때 ‘첫 여성 ○○ 탄생’이란 식상한 제목 대신 ‘○○ 분야에서 20년 경력을 쌓은 베테랑’이라는 식으로 능력과 전문성에 초점을 맞춘 보도를 보고 싶다. 진정한 양성평등은 ‘첫 여성 ○○ 탄생’이라는 기사가 사라질 때 이뤄지지 않을까. 하정민 국제부 기자 dew@donga.com}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동양그룹에 대해 “금융윤리를 손상시켰다”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28일 금감원에 따르면 최 원장은 이날 간부회의에서 “동양그룹은 금융회사를 계열사 지원을 위한 자금조달 창구로 쓰면서 금융시장의 도덕적 해이를 초래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원장은 “금융상품과 판매구조가 갈수록 복잡해지는데도 불구하고 일부 금융기관은 투자자들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 의무마저 소홀히 하고 있다”며 “이익 추구만을 우선한 영업행위를 계속해 왔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 관계자는 “동양증권이 동양그룹 계열사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판매하면서 불완전 판매를 했다는 정황을 상당 부분 확보했다”고 전했다.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중국 국방부가 26일 “자국(自國) 무인기가 일본의 공격을 받으면 전쟁 행위로 간주해 즉각 반격하겠다”고 밝혔다. 발끈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중국 견제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중국을 압박했다.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둘러싸고 한동안 잠잠했던 중-일 간 마찰이 다시 불붙고 있다. 중국 국방부 겅옌성(耿雁生)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일본이 말한 대로 (우리 무인항공기를) 공격하는 등 강제 조치를 하면 이는 엄중한 도발”이라며 “중국은 주저하지 않고 반격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 후과(後果·부정적 결과)는 일을 벌인 측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며 “중국군의 영토주권 수호 의지와 결심을 얕잡아보지 말라”고 강조했다. 이는 11일 아베 총리가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으로부터 “영공을 침범한 무인기가 퇴거 요청에 따르지 않으면 격추를 포함한 강제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보고받고 이를 승인한 것에 대한 반응이다. 중국이 그야말로 초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 것이다. 일본 방위성에 따르면 중국군 Y-8 조기경보기 2대와 H-6 폭격기 2대가 25∼27일 사흘간 일본 오키나와 근처를 왕복 비행했다. 중국군 항공기는 7월 24일과 9월 8일에도 같은 항로로 비행했지만 이번에는 하루에 4대가 출격했다는 점에서 예전보다 강도 높은 무력시위를 했다는 평이 많다. 또 중국 해군은 24일부터 서태평양에서 전 함대를 결집한 최대 규모의 실전 연습도 벌이고 있다. 11월 초까지 이어지는 이번 훈련에 북해함대(보하이 해·서해 관할), 동해함대(동중국해·대만해협 관할), 남해함대(남중국해 관할) 등 중국 해군의 3개 함대가 모두 참가했다. 이 훈련은 1991년부터 시작됐고 이번이 다섯 번째다. 지금까지는 중국 근해에서 주로 했지만 이번에는 처음으로 중국의 대미 군사방어선인 제1열도선(규슈∼오키나와∼대만)의 동측 해역에서 실시했다. 일본은 이 같은 중국의 움직임을 해양으로 세력을 뻗치는 무력 행위라고 보고 있다. 아베 총리는 26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법치가 아닌 무력으로 현 상황을 바꾸려 한다는 우려가 있다”며 “일본이 중국을 견제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베 총리는 27일 사이타마(埼玉) 현의 아사카 육상자위대 훈련장에서 4000여 명의 자위대원에게 “방위력은 그 존재만으로 억지력이 된다는 생각을 완전히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 등을 통해 군사적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속내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 / 베이징=고기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