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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위기아동 경보망을 도입한 결정적 계기는 2016년 3월 ‘원영이 사건’이었다. 신원영 군(당시 7세)은 계모에게 몇 년간 구타 및 화장실 감금 등 학대를 당하다 끝내 숨진 뒤 경기 평택시에 있는 한 야산에 암매장됐다. 이때부터 사후 처벌로는 학대받는 아동을 구할 수 없다는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정부는 2017년 시범사업을 거쳐 2018년 3월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위기에 처했다고 의심되는 아이들을 선제적으로 찾아내는 게 핵심이다. 공적 정보 41종에 따라 영·유아 건강검진 혹은 예방접종을 빼먹거나 생활요금을 내지 못하는 등 41가지 기준에 하나라도 부합하는 아동을 1차적으로 분류한다. 이 가운데 방문조사로 이어진 아동 가운데 62명이 학대를 당한 것으로 밝혀져 경찰 등에 인계됐다. 3741명은 학대는 아니었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이 드러나 복지 서비스의 도움을 받았다. 문제는 위기 의심 아동 가운데 이러한 실제 방문조사로 이어진 비율이 10%를 겨우 넘는다는 점이다. 첫 번째 관문은 ‘위험도 평가’다. 41가지 기준으로 1차 분류한 위기 의심 아동은 70여만 명이다. 그런데 정부는 전수조사가 역부족이란 판단 아래 정해둔 가중치에 따라 위험도를 평가한다. 평균적으로 41종에 많이 해당할수록 위험도가 높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일부 아동만 분기마다 대상으로 선별해 관할 읍면동에 통지한다. e아동행복지원 시스템 도입 뒤 지난해 6월까지 방문조사 대상에 오른 아동은 10만2554명뿐이다. 나머지 약 60만 명은 위험도가 낮다고 방문조사에서 빠졌지만 실제로는 당국의 개입이 절실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11일 세간에 드러난, 강원 원주시 한 모텔에서 방치되다 생후 5개월에 목숨을 잃은 황모 양이 대표적이다. 황 양은 만 6세 이전 모두 7차례 이뤄지는 영·유아 건강검진을 딱 한 번 받았지만 방문조사 대상에 들지 못했다. 지난해 8월 서울 관악구 봉천동 한 임대아파트에서 탈북자 어머니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된 김모 군(당시 6세)도 위기 의심 아동이었지만 위험도 평가에서 밀려 방문조사 대상에 오르지 못했다. 방문조사 대상에 들더라도 두 번째 관문이 기다린다. 담당 공무원이 방문했지만 아이가 주민등록상 거주지에 살지 않거나 가족이 장기간 외출하는 바람에 점검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원칙적으로는 재방문해야 하지만 현장 일손이 부족해 3∼6개월 뒤로 미뤄지곤 한다. 부모만 행정복지센터로 불러 조사를 갈음하는 사례도 허다하다. 이처럼 실제 점검을 못한 방문조사 대상 아동도 1만4038명이다. 원주시 한 복지공무원은 “우리 행정복지센터엔 위기아동 담당 직원이 1명뿐이다. 게다가 수십 가지 업무를 동시에 맡아 (의심 아동) 가정에 두세 번 방문할 여력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참에 위기아동 경보망을 더 촘촘하게 손보고 분석법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테면 현재 41종의 위기 의심 기준엔 국가예방접종 미실시 기록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생후 12개월 이전 한 번이라도 접종한 아이는 36개월까지 이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방문조사에 강제성을 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부모가 방문조사를 거부하거나 집을 장기간 비우면 아동수당이나 가정양육수당 지급을 중단하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조건희 becom@donga.com / 원주=이인모·이소정 기자}

자신들이 낳은 갓난아기들을 모텔 등에 방치해 차례로 숨지게 하고 시신까지 산에다 묻은 20대 부모가 구속됐다. 이들은 아이가 사망한 뒤에 아동수당까지 신청해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강원 원주경찰서는 최근 아동학대 치사와 사체유기, 부정수급 혐의로 20대 중반 부부 A 씨와 B 씨를 구속했다. 경찰은 1월경 이들의 다섯 살 큰아들에 대한 아동학대 혐의로 부부를 조사하다가 이 같은 혐의까지 추가 확인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범죄는 4년 전인 2016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원주시 한 무인호텔에서 A 씨의 일용직 벌이로 생활하던 부부는 생후 5개월밖에 되지 않은 둘째 여아를 큰아들(당시 1세)과 함께 객실에 내버려뒀다가 되돌아와 둘째가 숨을 거뒀다는 걸 알았다. 동아일보가 찾아간 사건 현장은 무척이나 어둡고 침침했다. 13m²(약 4평) 남짓한 방엔 모텔 이름이 적힌 침대와 화장대, 소형 냉장고, 커피포트가 다였다. 하나뿐인 창문은 너비가 50cm도 되지 않았다. 이들 부부는 경찰에 “둘째 딸을 이불로 둘러놓고 나갔다 왔는데 딸이 이미 숨을 쉬지 않는 상태였다. 얼마나 오래 모텔을 비웠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그들은 당시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할아버지 묘가 있는 인근 야산에 시신을 묻었다. 이들의 범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똑같은 만행을 저질렀다. 2018년에 셋째 남아를 낳았지만 출생신고도 하지 않은 채 방치했다. 돌도 지나지 않은 셋째는 또다시 부부가 집을 비운 사이 세상을 떠났다. 이 부부는 둘째 아이를 묻었던 곳 바로 옆에 셋째 아이마저 파묻었다. 경찰은 부부의 자백을 토대로 주변을 수색해 시신을 찾았지만 이미 백골만 남은 상태였다고 한다. 두 아이의 죽음이 밝혀진 계기는 지난해 정부가 처음 실시한 ‘전국 만 3세(2015년생) 아동 소재·안전 전수조사’였다.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지난해 10월부터 올 1월까지 전국 만 3세 아동 44만3857명 가운데 2만9084명의 거주지를 일일이 방문해 안전을 확인했다. 어린이집(24만2939명)이나 유치원(16만628명)에 다니거나 해외에 체류하는 아동(1만1206명)은 일단 제외했다. 그런데 이 조사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끝내 소재를 찾을 수 없던 아이가 23명이었다. 마지막으로 경찰에 의뢰했는데 여기에 이 부부의 첫째 아들이 포함돼 있었다. 원주경찰서는 지난해 12월 10일 지자체의 의뢰를 받고 아이의 행방을 추적했다. 처음엔 난관이 많았다. 부부의 주민등록상 주소지였던 원주시 원룸에는 다른 사람이 살았다. 민방위에 등록한 남편의 휴대전화도 정지 상태였다. 결국 부부의 금융거래 명세를 조사하고 주변을 탐문한 끝에 모텔에 사는 부부와 첫째 아들을 찾아냈다. 경찰에 따르면 큰아들은 발견 당시 학대를 당한 정황이 뚜렷했다고 한다. 아이를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맡긴 뒤 부부를 긴급 체포했다. 부부는 경찰 조사에서 “아이들을 방임한 건 맞지만 구타 등 신체 학대를 한 적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첫째를 보살피고 있는 기관 관계자는 “현재는 아이가 잘 지내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어떤 증상을 보일지 몰라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고 했다. 관할 행정복지센터 등에 따르면 이 부부는 2016년 방치로 숨진 둘째 딸 명의로 나오는 가정양육수당(월 10만∼20만 원)과 아동수당(월 10만 원)은 지난달까지 꼬박꼬박 받아 왔다. 심지어 아동수당은 둘째 딸이 숨진 뒤인 2018년 10월 부부가 직접 신청했다. 두 수당은 출생신고만 돼 있으면 지급하고 주거가 불명확해도 끊지 않는다. 당국은 둘째 딸이 숨진 뒤 이 부부가 부정 수급한 금액을 약 700만 원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사건을 거울삼아 정부가 아동학대 조사 대상을 만 3세 아래까지 확대하고 출생신고 절차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부의 막내아들처럼 출생신고조차 하지 않은 아동은 현행 전수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아이가 태어난 병원이 지자체에 출생 사실을 통보하도록 가족관계등록법을 개정하면 그나마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다고 본다.원주=이인모 imlee@donga.com·이소정 / 조건희 기자}

검찰이 10일 황운하 경찰인재개발원장(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소장을 경찰청에 보냈다. 황 원장이 지난달 15일 제출한 사직원을 수리할지 판단하기 위해 경찰청이 먼저 요청한 것인데, 법원이 아닌 공공기관에 이 공소장이 전달된 것은 처음이다. 경찰청은 황 원장의 공소장을 분석한 뒤 징계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황 원장의 혐의가 ‘중징계’에 해당하는 사안인지 판단하기 위한 절차다. 공무원은 중징계에 해당하는 사안으로 수사 중이거나 기소된 경우 의원면직(공무원 사직)을 제한한다. 하지만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날 “(황 원장은) 기소된 사실 외에 추가로 (검찰의) 수사 대상인 사안들도 있어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해 황 원장의 사표를 바로 수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황 원장의 사표가 끝내 수리되지 않아도 출마는 가능하다고 해석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전례가 매우 적긴 하지만 공직선거법상 공무원은 사직원이 접수되면 공직 후보 등록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경찰청이 4·15 국회의원 총선거까지 사표 수리 여부를 결정하지 않으면 황 원장은 이례적으로 공무원 신분을 유지한 채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 황 원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검찰 기소에 전혀 동의할 수 없고 국회에서 검경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황 원장과 함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은 “제21대 총선에서 울산 남갑 더불어민주당 후보 경선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송 전 부시장은 “재판이 끝난 뒤에도 제 신변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조건희 becom@donga.com / 울산=정재락 기자}
4년 전 ‘필리핀 호텔사장 살인 사건’으로 충격을 줬던 60대 교민 총격 사건이 한국인 동업자의 청부살해로 드러났다. 피의자들은 청부 비용을 여러 번 세탁해 보내는 등 치밀한 수법으로 수사망을 피해왔다. 경찰청은 2015년 필리핀 앙헬레스에서 현지인 킬러를 고용해 한국인 박모 씨(당시 61세)를 살해한 혐의(살인교사)로 50대 A 씨 등 한국인 3명을 검거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9일 밝혔다. 호텔을 운영하던 박 씨는 그해 9월 17일 호텔 인근 건물 2층 사무실에 지인과 함께 있다가 괴한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이 괴한은 사무실로 난입해 “Who is Mr. Park(누가 박 씨냐)?”이라고 물은 뒤 박 씨가 대답하자 총을 쏘고 달아난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경찰은 같은 해 12월 현지인 38세 남성을 용의자로 검거했지만 이후 진범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살인 사건은 한동안 수사에 진척이 없었다. 하지만 한국과 필리핀 경찰이 공조하며 덜미가 잡혔다. 2018년 현지에 파견한 한국 경찰이 탐문을 거쳐 배후에 한국인이 있단 단서를 확보하며 불씨가 살아났다. 재수사에 나선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현지에서 식당 영업을 했던 40대 여성 A 씨를 살인교사범으로 특정했다. 지난해 12월경 그의 주거지도 찾아냈다. 경찰은 지난달 23일 A 씨를 체포해 이튿날 한국으로 송환했다. A 씨 검거가 공범들의 귀에 들어가지 않도록 필리핀 이민청과 미리 협의해 이례적으로 신속한 송환이 이뤄졌다. 전략은 들어맞았다. A 씨 조사를 토대로 한국에 있던 50대 남성 B 씨와 C 씨도 추가로 검거했다.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B 씨와 C 씨는 박 씨의 호텔에 투자하고 일부 객실을 분양받기로 했다가 불만스러운 투자 결과가 나오자 그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이후 A 씨에게 킬러를 찾아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현지에서 만난 지인 D 씨를 통해 현지인 킬러를 고용했다. B 씨는 착수금 2500만 원과 성공보수 2500만 원을 전달할 때 A 씨와 A 씨 친척, 환전상 등을 거쳐 자금 유통 경로를 숨기려 했다. 경찰은 현지 경찰과 함께 D 씨와 현지인 킬러도 계속 추적할 방침이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에 걸릴 위험을 절반으로 줄일 대책이 있다. 바로 ‘손을 씻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손만 제대로 씻어도 호흡기 감염병은 40∼50%, 분변을 매개로 한 감염병은 50∼70%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는 확진자의 비말(침방울)뿐 아니라 대소변으로도 옮는다고 한다. 분비물이 묻은 손잡이나 수건 등을 만진 뒤 무심코 눈 코 입에 손을 대면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손 씻기를 ‘자가 예방접종(do-it-yourself vaccine)’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그럼 ‘제대로’ 손을 씻는 법이란 뭘까. 진짜 효과는 있을까. 동아일보가 감염내과 전문의들의 조언을 얻어 세계보건기구(WHO)가 권하는 손 씻기 방법을 체험해봤다.○비누로 씻으니 세균 세척력이 2배로 4일 오후 4시경 서울 마포구에 있는 위생컨설팅업체 ‘녹색식품안전연구원’. 먼저 씻지 않은 손은 얼마나 많은 세균이 묻었는지 측정해봤다. 실험엔 취재팀 3명이 참여했다. 3명 모두 낮 12시경 점심을 먹은 뒤 일부러 손을 씻지 않았다. 눈으로는 별문제가 없어 보였다. 위생연구실 연구진은 취재팀 손을 문지른 면봉을 위생도 측정 장치에 넣었다. 면봉에 묻은 유기화합물 농도를 측정하는 장치다. 측정 결과가 2000RLU(Relative Light Unit·오염도 단위) 이하여야 손이 깨끗하다고 본다. 측정 결과 A의 손은 오염도가 2967RLU, B는 2387RLU, C는 2103RLU로 각각 나타났다. ‘합격자’는 한 명도 없었다. 괜스레 겸연쩍은 변명이 흘러나왔다. “취재하다 보면 카메라랑 길바닥에 뒹굴 때도 있어서….” “반지 사이에 먼지가 끼었나 봐요.” 이후 A는 비누를 써서 50초 동안 손을 씻었다. B는 비누를 써서 25초, C는 물로만 25초 동안 손을 씻었다. 모두 박정수 분당서울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의 조언을 따랐다. 이른바 ‘WHO 지침’이다. 먼저 ①손에 미온수와 비누를 충분히 묻힌다. ②양 손바닥을 마주 대고 문질러 거품을 낸다. ③손등과 손바닥을 마주 대고 문지른다. ④손깍지를 낀 채 손가락 사이를 문지른다. ⑤손끝으로 반대 손바닥을 문지른다. ⑥엄지손가락을 반대 손으로 돌려주며 문지른다. ⑦비누 거품을 물로 씻어낸다. 마지막 중요한 하나가 더 남았다. ⑧손을 다 씻은 뒤 ‘수건’으로 수도꼭지를 잠근다. 기껏 깨끗해진 손이 수도꼭지에 있는 세균에 다시 오염될 수 있기 때문이란다. ‘문지르기’ 지옥처럼 보이지만 막상 해보면 그리 어렵진 않다. 결과는 놀라왔다. A의 손 오염도는 2104RLU나 감소한 863RLU로 떨어졌다. B는 2145RLU 감소한 242RLU. C는 1383RLU가 줄어든 720RLU였다. 비누를 쓰면 더 깨끗해진다는 건 누구나 안다. 한데 물로만 씻을 때보다 2배 가까이 오염도가 감소하는 건 인상적이다. 다음 실험에선 차이가 더 분명했다. 손에 형광로션을 바른 뒤 똑같은 방식으로 씻고 자외선 조명을 쬐니 육안으로도 확 달랐다. 비누 없이 씻은 손은 형광로션이 거의 그대로 남아 하얗게 빛났지만, 비누를 사용하자 대부분 씻겨 내려갔다. 박 교수는 “손을 오래 씻는 것보다 비누를 사용해 정확한 동작으로 손금이나 손톱 밑처럼 움푹 파인 곳까지 씻는 게 중요하다”라며 “손 씻은 뒤 세정제를 바르면 항균 물질이 ‘보호막’처럼 남아 감염을 예방한다”고 조언했다. ○남성이 여성보다 손 덜 씻는다?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국내에서 나오던 초기였다. 지난달 30일까지 확진자 성별이 압도적으로 남성이 많다 보니 ‘괴담’도 같이 퍼졌다. “남성이 여성보다 위생에 신경을 덜 써서 감염에 취약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마침 신종 코로나가 발원한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의 한 병원 연구진도 신종 코로나 확진자는 남성이 여성보다 2배가량 많다는 집계를 내놓았다. 때 아닌 성 논쟁이 일었지만, 전문가들은 “특정 성별이 감염병에 더 취약하단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남성이 여성보다 손 위생에 덜 신경 쓰는 건 사실일지도 모른다. 동아일보가 5일 오후 1시부터 서울 용산구 서울역 2층 남녀 화장실에서 1시간 동안 이용객을 관찰했다. 남성 화장실은 252명 가운데 비누로 손을 씻는 이가 73명(29%)뿐이었다. 41.3%인 104명은 물로만 씻었고, 나머지 75명(29.7%)은 아예 씻지도 않았다. 물도 묻히지 않고 건조기 바람에만 손을 비빈 뒤 나가는 어르신도 있었다. 한 20대는 손끝에 살짝 물을 묻힌 뒤 머리만 매만지고 나갔다. 여성 화장실은 어땠을까. 이용자 214명 가운데 53.7%(115명)가 비누를 이용해 손을 씻었다. 반지와 팔찌, 시계를 다 풀어두고 꼼꼼히 비누칠을 하는 젊은 여성이 눈에 띄었다. 물론 물로만 씻은 여성도 76명(35.5%), 안 씻은 여성(23명·10.8%) 역시 존재했다. 짧은 시간 한 장소만 관찰했기에 한국인의 평균이라 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일반적인 통념이 어느 정도 들어맞는 건 확인할 수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신종 코로나 여파로 한 가지 나아진 점은 있다. 손 씻기가 중요하단 경각심이 크게 높아졌다. 직접 비교하긴 어렵지만 질병관리본부와 분당서울대병원도 지난해 9월 공중화장실 4곳을 이용한 시민들을 관찰했다. 당시 남녀 구분 없이, 비누로 손을 씻은 사람은 24.5%밖에 되질 않았다. 43%는 물로만 씻었고, 32.5%는 손을 씻지 않았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이런 사태를 계기로 화장실을 사용한 뒤엔 꼭 손을 씻는 문화가 정착되면 좋겠다”고 했다.조건희 becom@donga.com·김태언·박성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에 걸릴 위험을 절반으로 줄일 대책이 있다. 바로 ‘손을 씻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손만 제대로 씻어도 호흡기 감염병은 40~50%, 분변을 매개로 한 감염병은 50~70%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는 확진자의 비말(침방울)뿐 아니라 대소변으로도 옮는다고 한다. 분비물이 묻은 손잡이나 수건 등을 만진 뒤 무심코 눈 코 입에 손을 대면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손 씻기를 ‘자가 예방접종(do-it-yourself vaccine)’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그럼 ‘제대로’ 손을 씻는 법이란 뭘까. 진짜 효과는 있을까. 동아일보가 감염내과 전문의들의 조언을 얻어 세계보건기구(WHO)가 권하는 손 씻기 방법을 체험해봤다.●비누로 씻으니 세균 세척력이 2배로 4일 오후 4시경 서울 마포구에 있는 위생컨설팅업체 ‘녹색식품안전연구원’. 먼저 씻지 않은 손은 얼마나 많은 세균이 묻었는지 측정해봤다. 실험엔 취재팀 3명이 참여했다. 3명 모두 낮 12시경 점심을 먹은 뒤 일부러 손을 씻지 않았다. 눈에는 별 문제가 없어보였다. 위생연구실 연구진은 취재팀 손을 문지른 면봉을 위생도 측정 장치에 넣었다. 면봉에 묻은 유기화합물 농도를 측정하는 장치다. 측정 결과가 2000RLU(Relative Light Unit·오염도 단위) 이하여야 손이 깨끗하다고 본다. 측정 결과, A의 손은 오염도가 2967RLU, B는 2387RLU, C는 2103RLU로 각각 나타났다. ‘합격자’는 한 명도 없었다. 괜스레 겸연쩍은 변명이 흘러나왔다. “취재하다보면 카메라랑 길바닥에 뒹굴 때도 있어서….” “반지 사이에 먼지가 끼었나 봐요.” 이후 A는 비누를 써서 50초 동안 손을 씻었다. B는 비누를 써서 25초, C는 물로만 25초 동안 손을 씻었다. 모두 박정수 분당서울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의 조언을 따랐다. 이른바 ‘WHO 지침’이다. 먼저 ①손에 미온수와 비누를 충분히 묻힌다. ②양 손바닥을 마주대고 문질러 거품을 낸다. ③손등과 손바닥을 마주대고 문지른다. ④손깍지를 낀 채 손가락 사이도 문지른다. ⑤손끝으로 반대 손바닥을 문지른다. ⑥엄지손가락을 반대 손으로 돌려주며 문지른다. ⑦비누 거품을 물로 씻어낸다. 마지막 중요한 하나가 더 남았다. ⑧손을 다 씻은 뒤 ‘수건’으로 수도꼭지를 잠근다. 기껏 깨끗해진 손이 수도꼭지에 있는 세균에 다시 오염될 수 있기 때문이란다. ‘문지르기’ 지옥처럼 보이지만, 막상 해보면 그리 어렵진 않다. 결과는 놀라왔다. A의 손 오염도는 2104RLU나 감소한 863RLU로 떨어졌다. B는 2145RLU 감소한 242RLU. C는 1383RLU가 줄어든 720RLU였다. 비누를 쓰면 더 깨끗해진다는 건 누구나 안다. 한데 물로만 씻을 때보다 2배 가까이 오염도가 감소하는 건 인상적이다. 다음 실험에선 차이가 더 분명했다. 손에 형광로션을 바른 뒤 똑같은 방식으로 씻은 뒤 자외선 조명을 쬐니 육안으로도 확 달랐다. 비누 없이 씻은 손은 형광로션이 거의 그대로 남아 하얗게 빛났지만, 비누를 사용하자 대부분 씻겨 내려갔다. 박정수 교수는 “손을 오래 씻는 것보다 비누를 사용해 정확한 동작으로 손금이나 손톱 밑처럼 움푹 파인 곳까지 씻는 게 중요하다”라며 “손 씻은 뒤 세정제를 바르면 항균 물질이 ‘보호막’처럼 남아 감염을 예방한다”고 조언했다. ●남성이 여성보다 손 덜 씻는다?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국내에서 나오던 초기였다. 지난달 30일까지 확진자 성별이 압도적으로 남성이 많다보니 ‘괴담’도 같이 퍼졌다. “남성이 여성보다 위생에 신경을 덜 써서 감염에 취약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마침 신종 코로나가 발원한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의 한 병원 연구진도 신종 코로나 확진자는 남성이 여성보다 2배가량 많다는 집계를 내놓았다. 때 아닌 성 논쟁이 일었지만, 전문가들은 “특정성별이 감염병에 더 취약하단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남성이 여성보다 손 위생에 덜 신경 쓰는 건 사실일지도 모른다. 동아일보가 5일 오후 1시부터 서울 용산구 서울역 2층 남녀화장실에서 1시간 동안 이용객을 관찰했다. 남성화장실은 252명 가운데 비누로 손을 씻는 이가 73명(29%)뿐이었다. 41.3%인 104명은 물로만 씻었고, 나머지 75명(29.7%)은 아예 씻지도 않았다. 물도 묻히지 않고 건조기 바람에만 손을 비빈 뒤 나가는 어르신도 있었다. 한 20대는 손끝에 살짝 물을 묻힌 뒤 머리만 매만지고 나갔다. 여성화장실은 어땠을까. 이용자 214명 가운데 53.7%(115명)가 비누를 이용해 손을 씻었다. 반지와 팔찌, 시계를 다 풀어두고 꼼꼼히 비누칠을 하는 젊은 여성이 눈에 띄었다. 물론 물로만 씻은 여성도 76명(35.5%), 안 씻은 여성(23명·10.8%) 역시 존재했다. 짧은 시간 한 장소만 관찰했기에 한국인의 평균이라 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일반적인 통념이 어느 정도 들어맞는 건 확인할 수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신종 코로나 여파로 한 가지 나아진 점은 있다. 손 씻기가 중요하단 경각심이 크게 높아졌다. 직접 비교하긴 어렵지만, 질병관리본부와 분당서울대병원도 지난해 9월 공중화장실 4곳을 이용한 시민들을 관찰했다. 당시 남녀 구분 없이, 비누로 손을 씻은 사람은 24.5% 밖에 되질 않았다. 43%는 물로만 씻었고, 32.5%는 손을 씻지 않았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이런 사태를 계기로 화장실을 사용한 뒤엔 꼭 손을 씻는 문화가 정착되면 좋겠다”고 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지난달 30일 강원 속초시 S병원. 이날 오후 10시경부터 병원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환자가 있다던데 사실이냐”는 문의 전화가 쇄도했다. 인근 주민들이 속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S병원 가지 마세요, 신종 코로나 의심자 2명 입원 중”이라는 ‘가짜뉴스’가 올라온 뒤 삽시간에 지역사회로 퍼졌기 때문이다. 응급실 내원 환자와 입원 환자를 돌봐야 하는 의료진은 밤새도록 수십 통의 전화에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해야 했다. 다음 날 S병원 측의 신고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이 추적해보니 최초 유포자는 50대 여성 A 씨였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목욕탕에서 모르는 사람이 하는 얘기를 듣고 옮긴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한 A 씨를 기소 의견으로 4일 검찰에 송치했다. 신종 코로나 관련 허위사실 유포로 검찰에 송치된 첫 사례였다. 병원 관계자는 “우리 병원엔 신종 코로나 환자가 없다는 안내문을 최대한 신속히 붙였지만 여전히 환자가 평소보다 30% 정도 줄어든 상태”라고 호소했다. 경찰청은 이처럼 신종 코로나와 관련해 허위정보를 온라인에 유포하거나 확진자의 개인정보를 유출시킨 사건 총 29건을 수사 중이라고 6일 밝혔다. 이 중 10건은 유포자를 찾아 검거한 상태다. 지난달 28일 “수원의 한 고등학교에서 보충수업 도중 쓰러진 학생이 신종 코로나 양성으로 나왔다”는 허위사실을 지상파 방송사의 온라인 뉴스 캡처 화면처럼 꾸며 유포한 범인은 고교생이었다. 이 밖에 확진자나 의심환자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것으로 의심되는 공무원들도 다수 수사 대상에 올랐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은 신종 코로나 17번째 확진자의 동선이 담긴 공문이 구리시나 구리시 보건소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경남지방경찰청은 경남도청이 작성한 ‘신종 코로나 감염 대상자 현황’ 보고서를 지난달 29일 네이버 카페 등에 유포한 공무원을 특정해 조사 중이다. 경찰은 ‘사이버 대책상황실’을 운영하며 가짜뉴스를 모니터링하고 있고 허위정보 160건에 대해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나 사이트 운영자에게 삭제 및 차단을 요청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허위정보는 최초 생산자뿐 아니라 중간에 퍼나른 사람까지 추적해 수사하고 악의적인 행위는 구속 수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조건희 becom@donga.com·김소영 기자}

지난달 30일 강원 속초시 S병원. 이날 오후 10시경부터 병원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환자가 있다던데 사실이냐”는 문의 전화가 쇄도했다. 인근 주민들이 속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S병원 가지 마세요, 신종 바이러스 의심자 2명 입원 중”이라는 ‘가짜뉴스’가 올라온 뒤 삽시간에 지역사회로 퍼졌기 때문이다. 응급실 내원 환자와 입원 환자를 돌봐야 하는 의료진은 밤새도록 수십 통의 전화에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해야 했다. 다음날 S병원 측의 신고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이 추적해보니 최초 유포자는 50대 여성 A 씨였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목욕탕에서 모르는 사람이 하는 얘기를 듣고 옮긴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한 A 씨를 기소 의견으로 4일 검찰에 송치했다. 신종 코로나 관련 허위사실 유포로 검찰에 송치된 첫 사례였다. 병원 관계자는 “우리 병원엔 신종 코로나 환자가 없다는 안내문을 최대한 신속히 붙였지만 여전히 환자가 평소보다 30% 정도 줄어든 상태”라고 호소했다. 경찰청은 이처럼 신종 코로나와 관련해 허위정보를 온라인에 유포했거나, 확진자의 개인정보를 유출시킨 사건을 총 29건 수사 중이라고 6일 밝혔다. 이 중 8건은 유포자를 찾아 검거한 상태다. 지난달 28일 “수원의 한 고등학교에서 보충수업 도중 쓰러진 학생이 신종 코로나 양성으로 나왔다”는 허위사실을 지상파 방송사의 온라인 뉴스 캡처 화면처럼 꾸며 유포한 범인은 고교생이었다. 이밖에 확진자나 의심환자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것으로 의심되는 공무원들도 다수 수사 대상에 올랐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은 신종 코로나 17번째 확진자의 동선이 담긴 공문이 구리시나 구리시보건소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경남지방경찰청은 경남도청이 작성한 ‘신종 코로나 감염 대상자 현황’ 보고서를 지난달 29일 네이버 카페 등에 유포한 공무원을 특정해 조사 중이다. 경찰은 ‘사이버 대책상황실’을 운영하며 가짜뉴스를 모니터링하고 있고 허위정보 160건에 대해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나 사이트 운영자에 삭제 및 차단을 요청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허위정보는 최초 생산자뿐 아니라 중간에 퍼나른 사람까지 추적해 수사하고 악의적인 행위는 구속 수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조건희기자 becom@donga.com김소영기자 ksy@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이 한국 사회에 ‘시스템 공백’ 사태를 불러올 조짐을 보인다. 전국 어린이집의 약 10%가 동시 휴원해 보육대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늘고, 헌혈자가 급격히 줄며 혈액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 인력이 대거 빠지며 요양병원 간병인 등도 부족하다.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전국 어린이집 3만7399곳 가운데 3일부터 3188곳이 휴원했다. 신종 코로나 확진자들이 머문 경기 수원시와 부천시, 전북 군산시 등 6개 지방자치단체는 관내 모든 어린이집 문을 닫았다. 인천 중구와 경기 안양시 등도 일부 어린이집이 휴원했다. 갑작스러운 어린이집 휴원에 맞벌이, 한부모 가정 등은 아이 맡길 곳을 찾아 헤맸다. 어린이집에 4, 6세 자녀를 보내온 자영업자 김모 씨(39)는 “회사원이면 휴가를 낼 텐데, 일을 놓지 못해 불안해도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냈다”고 했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첫 확진자 발생 다음 날인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2일까지 개인 헌혈자는 5만7186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7만7979명보다 26.7% 감소했다. 군부대 등은 단체 헌혈을 무더기 취소했다. 중국에서 입국한 돌봄시설 종사자를 14일간 업무에서 배제하라는 정부 지침도 파장이 크다. 중국동포가 간병 인력의 상당수인 요양병원은 곤란에 빠졌다. 경기 용인시의 한 요양병원은 “중국에 다녀온 간병인을 배제하니 다른 간병인들이 두 배 이상 많은 환자를 돌봐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교육부는 각 대학에 중국인 유학생의 입국에 대비해 개강 연기 권고를 검토하고 있다. 전체 수업의 20% 이내로 제한한 온라인 수업 규제를 푸는 방안도 고려한다.조건희 becom@donga.com·강승현·고도예 기자}

경기 부천시 한 어린이집에 3, 4세 두 아들을 보내는 직장인 김모 씨(37·여)는 2일 눈앞이 캄캄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3일부터 일주일간 부천시 모든 어린이집이 문을 닫는다는 메시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회사에 휴가를 내지도, 급하게 돌봐줄 사람을 구하지도 못해서 아이들을 서울 친척 집에 맡기기로 했다”며 한숨지었다.○ 전국 유치원 552곳 휴업 신종 코로나의 여파로 2일 오후 11시 기준 전국 어린이집 3175곳이 휴원을 결정했다. 유치원도 552곳이나 휴업한다. 경기도는 부천시와 수원시, 고양시, 평택시, 의왕시 등의 어린이집 2969곳이 3일부터 9일까지 휴원할 예정이라고 이날 밝혔다. 경기도교육청도 같은 기간 유치원 485곳의 휴업을 결정했다. 여기에 국내 8번째 신종 코로나 확진자 A 씨(62·여)의 거주 지역인 전북 군산시가 어린이집 206곳과 유치원 67곳을 각각 휴원 및 휴업 조치하기로 했다. 다만 당국은 맞벌이나 한부모 가정 등 부득이하게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는 경우에는 등원을 받아주기로 했다. 군산시는 감염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관내 초중고교 89곳도 이달 14일까지 휴업하기로 했다. 상황에 따라 휴업을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경기 부천시와 고양시, 수원시 교육당국은 초중고교 휴업은 학교장 재량에 맡긴다. 지방자치단체들은 행사와 축제 일정을 줄줄이 취소했다. 전북 전주시는 8일 정월 대보름맞이 행사를 비롯해 대규모 집합 행사를 모두 취소하기로 했다. 완주군도 대보름맞이 달집태우기 행사를 전면 취소했다. 고창군은 군민 공감대회와 민속큰잔치민속놀이, 고창 오거리 당산제 등을 열지 않기로 했다. 경기 수원시는 이달 10일부터 관내 4개 기업과 함께 추진해온 대만과 베트남 수출 개척단 행사를 취소했다고 2일 밝혔다. 수원시와 용인시, 성남시도 3∼5월로 예정된 해외 시장개척단 방문 행사를 취소했거나 취소를 검토하고 있다.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은 다음 달 1일부터 진행하려던 제30회 중국화동수출입상품교역회를 연기했다.○ 영상 예배로 대체하고 성수(聖水)도 치워 평소라면 일요일 예배로 붐볐을 2일 오전 10시 반경 서울 종로구 명륜교회 인근은 한산했다. 굳게 닫힌 교회 문엔 ‘이번 주 주일 예배는 없습니다’라는 안내문이 걸려 있었다. 신종 코로나 6번 환자 B 씨(55)가 지난달 26일 이 교회 예배에 참석하고 내부 식당에서 식사한 것으로 밝혀지자 교회 측이 이날 현장 예배 대신 설교 영상을 홈페이지에 올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적막한 교회 인근 거리엔 보건당국이 급파한 방역차량이 소독약을 뿌리는 소리만 울려 퍼졌다. 자녀 셋을 데리고 교회 옆길을 지나던 인근 주민 안모 씨(38·여)는 “6번 환자가 이 근처에 다녀갔다는 얘기를 듣고 집 밖으로 잘 나오지도 않는다”라며 발길을 재촉했다. 신종 코로나 환자들이 다녀간 적 없는 다른 종교시설도 혹시 모를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었다.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은 신종 코로나 환자가 찾은 적은 없지만 미사 전에 손끝에 묻혀 성호를 긋는 데 쓰는 성수(聖水)를 입구에서 치우고 본당 안에 성가책도 비치하지 않았다. 그 대신 방문객들은 손세정제를 바르고 성당에 들어갔다. 마포구 높은뜻광성교회는 주보를 통해 “기침과 발열 등 증상을 보이는 성도는 유튜브로 예배드리길 권한다”고 안내했다.○ 격리 수용된 우한 교민 1명 확진 충남 아산시와 충북 진천군에 수용된 우한 교민들은 차분하게 격리 생활을 하고 있다.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은 2일 입소자 C 씨(28)가 국내 13번째 신종 코로나 환자로 확진됐지만 다른 교민들이 크게 동요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C 씨는 현재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옮겨졌다. 이날 개발원에는 귀국 직후 의심 증세로 병원에 따로 격리됐다가 음성 판정을 받은 교민 8명과 국내 자진 입소자 1명이 추가로 들어와 528명이 생활하고 있다. 진천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도 이날 교민 6명이 추가 입소해 수용 교민은 173명으로 늘었다. 해당 교민들을 지난달 30일과 이달 1일 공항에서 생활시설로 수송하는 업무를 자원했던 경찰(36명) 가운데 1명은 2일 오한 증세를 보여 자택에서 격리생활을 하고 있다.조건희 becom@donga.com / 수원=이경진 / 군산=박영민 기자}

평소라면 일요일 예배로 붐볐을 2일 오전 10시 반경 서울 종로구 명륜교회 인근은 한산했다. 굳게 닫힌 교회 문엔 ‘이번 주 주일 예배는 없습니다’라고 적힌 안내문이 걸려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6번 환자 A 씨(55)가 지난달 26일 이 교회 예배에 참석하고 교회 식당에서 식사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교회 측이 이날 현장 예배 대신 설교 영상을 홈페이지에 올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 영상 예배로 대체…성수(聖水) 치우고, 성경책 비치도 안해 적막한 교회 인근 거리엔 보건당국이 급파한 방역차량이 소독약을 뿌리는 소리만 울려 퍼졌다. 자녀 셋을 데리고 교회 옆길을 지나던 인근 주민 안모 씨(38·여)는 “6번 환자가 이 근처에 다녀갔다는 얘기를 듣고 집 밖으로도 잘 나오지 않는다”라며 발길을 재촉했다. 신종 코로나 환자들이 다녀간 지역사회에서 교회 예배 등 단체 행사가 취소되거나 다중이용시설이 휴업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명륜교회 박세덕 담임목사는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설교 영상을 통해 “구약 시대에도 (감염병이 돌 땐) 교회에 가지 못했다”라며 “우리의 믿음뿐만 아니라 공중보건을 위해서도 이렇게 (현장 예배를 취소)할 수밖에 없음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명륜교회에 다니는 한 교인은 “이 교회에 다닌지 20년이 넘었지만 일요일 예배를 녹화 영상으로 대체한 건 처음 본다”고 전했다. 다른 대형 종교시설도 혹시 모를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었다.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은 신종 코로나 환자가 찾은 적은 없지만 미사 전에 손끝에 묻혀 성호를 긋는 데 쓰는 성수(聖水)를 입구에서 치우고 본당 안에 성가책도 비치하지 않았다. 방문객들은 그 대신 손 세정제를 손에 바르고 성당에 들어갔다. 마포구 높은뜻광성교회는 주보를 통해 “기침과 발열 등 증상을 보이는 성도는 유튜브로 예배드리길 권한다”고 안내했다. ● 목욕탕, 식당 등 손님 줄어…지자체 행사 줄줄이 취소 8번 환자 B 씨(62·여)가 지난달 26일 오후 2시부터 2시간가량 전북 군산시의 대중목욕탕 ‘아센사우나’를 이용했던 사실이 이달 2일 추가로 공개되며 해당 목욕탕에도 손님의 발길이 끊겼다. 목욕탕 관계자는 “1일 오후 5시경 보건당국에서 나와 목욕탕 문을 닫고 욕조 등을 소독을 했다”고 전했다. 보건당국은 B 씨와 접촉한 73명(이 중 42명은 항공기 동승객)을 집중 감시하고 있다. 경기 지역 지방자치단체들은 신생 기업의 중국 등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준비했던 해외 시장개척단 활동을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있다. 경기 수원시는 2월 10~14일 관내 4개 기업을 대상으로 추진중인 대만, 베트남 수출개척단 행사를 취소했다고 2일 밝혔다. 수원시는 다음달 베트남, 미얀마 시장개척단 방문과, 4월 하노이박람회도 모두 취소했다. 용인시는 5월 11~16일 예정된 싱가포르, 미얀마 시장개척단을 추진할지 여부를 고민 중이다. 성남시도 3월 9~14일 일정의 베트남 시장개척단을 하반기로 연기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는 올 3월부터 6월까지 중국에서 열리는 각종 박람회의 연기 여부를 신중히 검토 중이다. 다음달 1일부터 진행하려던 제30회 중국화동수출입상품교역회는 연기가 확정됐고, 제54회 광저우 국제 미용 박람회(3월)와 길림성 수입상품전(4월) 등 9개 주요 박람회는 불참을 검토 중이다. ● 우한 교민 701명 격리장소에 수용 충남 아산시와 충북 진천군에 수용된 우한 교민들은 차분한 격리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는 2일 입소자 가운데 1명이 감염자로 확진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옮겨졌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다른 교민 사이에선 큰 동요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개발원에는 귀국 직후 의심 증세로 병원에 따로 격리됐다가 음성 판정을 받은 교민 8명과 국내 자진 입소자 1명이 추가로 수용돼 528명이 생활하고 있다.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도 이날 교민 6명이 추가 입소해 수용 교민은 173명으로 늘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이제부터 한국 언론에는 나오지 않는 영상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유튜브에서 영상을 틀자 한마디 설명과 함께 화면엔 한 중국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데 이 중국인은 난데없이 픽 하고 길거리에서 쓰러진다. “(환자가) 갑자기 쓰러지는 건 우한 폐렴의 큰 특징입니다.” 지난달 23일 한 유튜버가 ‘충격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실제 상황’이란 제목으로 자신의 채널에 올린 동영상 한 대목이다. 이 영상엔 이날 하루 동안에도 ‘정부가 감추는 진실을 알려줘 고맙다’ 등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렸다. 이 영상은 ‘가짜’다. 우한 폐렴으로 나타나는 증상과는 거리가 멀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확인되지 않은 자극적인 조작으로 조회 수를 높이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했다. 요즘 우한 폐렴과 관련된 ‘괴담(怪談)’이 유튜브를 중심으로 소셜미디어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돈벌이가 되는 소셜미디어가 늘면서 민감한 사안이 불거질 때마다 말도 안 되는 주장들이 마치 사실처럼 포장돼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당신의 불안을 파고드는 ‘괴담 튜브’ 최근 “미국 연구진이 이미 수개월 전에 우한 폐렴 사망자를 6500만 명으로 예측했다”는 루머가 퍼진 게 대표적이다. 발단은 에릭 토너 미국 존스홉킨스대 박사팀이 지난해 10월 내놓은 연구 결과였다. 당초 토너 박사의 연구는 감염병의 사회·경제적인 파장과 산업계의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약 전염병이 창궐한다면’이란 가정 아래 돌린 예측 시뮬레이션 결과였을 뿐이다. 그는 ‘캡스’라는 가상의 신종 바이러스가 브라질에서 창궐했다고 쳤을 때 치사율이 10%라고 가정한다면 세계적으로 6500만 명이 목숨을 잃는다는 상황을 설정했다. 우한 폐렴은 중국에서 발생한 데다 치사율이 2% 수준이므로 이 연구가 가정한 바이러스와는 완전히 달랐다. 그런데 지난달 20일 국내에서 첫 우한 폐렴 확진 환자가 나온 직후 토너 박사의 연구 결과는 허무맹랑한 괴담으로 변질됐다. 유튜브 등에선 토너 박사의 연구 가운데 ‘사망자 6500만 명’만 부각시킨 동영상이 수십 건씩 올라왔다. 이는 소셜미디어를 타고 해외로도 퍼지며 마치 우한 폐렴의 결과를 예고한 ‘계시록’처럼 대접받았다. 결국 토너 박사 연구팀은 최근 시뮬레이션 결과를 홈페이지에서 삭제해 버렸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우한 폐렴은 아직 알려진 게 많지 않다 보니 충격적인 영상을 사실로 믿는 이들이 많았다”며 “바로 이런 점을 파고든 괴담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쓸모없는 괴담? 영상 1편으로 수백만 원씩 챙겨” 문제는 소셜미디어에서 영상이나 정보를 생성하고 소비하는 풍조 자체다. 여기선 진실이냐 아니냐가 중요하지 않다. 특히 이 바탕엔 ‘자극은 돈이 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내용의 진위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조회 수만이 수익을 올리는 기준이 된다. 업계에 따르면 영상이 시작되기 전에만 광고를 노출하는 동영상은 조회 수 1건당 약 1원의 수익이 유튜버에게 돌아간다. 만약 중간광고와 배너광고까지 추가해 3건의 광고가 달린 동영상은 수익이 2, 3배나 된다. 이 추정치가 맞는다면 26일 유튜브에 등장한 ‘중국 정부에서 막고 있는 소문들’이란 동영상이 벌어들인 수익도 역계산해볼 수 있다. 구독자가 50만 명이 넘는 채널을 운영하는 이 유튜버는 영상에서 “(중국 정부가) 길에 쓰러진 사람을 데려가고 있다. 의심 환자의 도주를 막기 위해 군대까지 투입했다”고 주장했다. 총 3개의 광고가 달린 이 영상은 30일 기준 290만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세금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이 한 편으로 580만∼870만 원의 수익을 거뒀다는 뜻이다.○ 투명·신속한 정보 제공이 괴담 이길 ‘백신’ 아이러니하게도 유튜브에서 괴담이 퍼져 나가는 과정은 전염병 확산과 무척 닮았다. △전염병도 발원지가 있듯 괴담도 하나의 동영상에서 삽시간에 번진다는 점 △확산 과정에서 변종이 등장하는 바이러스처럼 괴담도 점점 왜곡 과장되는 점 △‘진짜 뉴스’의 외양을 교묘하게 뒤집어쓴 채 숙주의 ‘면역 체계’를 교란시킨다는 점 등이 그렇다. 전문가들은 괴담의 확산을 막을 최선의 예방책은 정부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이 정확한 정보를 최대한 신속하고 투명하게 제공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 초기, 정부는 확진 환자들이 방문했던 병원 이름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불신을 증폭시켰다. 결국 시민들은 자력으로 병원명을 찾아내 온라인에 공유했고, 이 과정에서 확진 환자가 간 적도 없는 엉뚱한 병원이 ‘메르스 병원’으로 낙인찍히기도 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괴담은 그 자체로도 자생력이 있지만 유튜브의 수익 창출 구조가 무시무시한 날개를 달아줬다”라며 “정부는 가능한 한 빠른 시간 안에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루머가 파고들 여지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전채은·신지환 기자}

팔이 부러진 40대 환자가 대학병원 등 3군데를 찾아갔는데도 치료는커녕 20시간 넘게 방치와 거절만 당하다가 결국 팔을 절단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심지어 두 병원은 각각 100억 원이 넘는 정부지원금을 받는 권역외상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전남 진도군에 있는 김 양식장에서 일하는 박정수 씨(42)는 3일 오후 작업을 하다 왼쪽 팔꿈치 쪽이 부러졌다. 박 씨는 오후 4시 38분경 목포시 목포한국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이 병원은 전남에서 유일하게 권역외상센터를 갖췄다. 하지만 박 씨를 진료한 건 센터가 아니라 응급실이었다고 한다. 당시 해당 의료진은 팔을 이을 수 있는 상태라면서도 수술을 거부했다. 외상센터에 접합수술이 가능한 전담 전문의가 없다는 이유였다. 목포한국병원은 박 씨를 광주 전남대병원으로 전원(轉院)시켰다. 구급차에 실린 박 씨는 오후 6시 48분경 전남대병원에 도착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권역외상센터를 갖춘 이곳 역시 수술을 거부했다. “접합수술을 더 잘할 병원이 따로 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결국 박 씨는 인근 소형 병원인 광주대중병원으로 보내졌다. 오후 8시 6분경. 박 씨가 광주대중병원에 도착하자 의료진은 또 말이 달랐다. 밤이 늦어 수술이 어려우니 일단 입원을 한 뒤 다음 날인 4일 검사를 진행하자고 했다. 결국 박 씨는 4일 오전 7시 반경 검사를 시작했다. 팔은 이미 상태가 나빠질 대로 나빠졌다. 심지어 패혈증과 저혈량성 쇼크 등 합병증 증세까지 보였다. 박 씨는 오전 10시경 다시 전남대병원으로 돌아가 응급처치를 받았고, 오후 2시경 인근 중형 병원인 상무병원에서 팔 절단 수술을 받아야 했다. 박 씨는 최근 동아일보와 만나 “처음 사고가 났을 땐 왼팔 통증이 너무나 심했다. 그런데 스무 시간씩 병원을 옮기며 신경이 죽었는지 점점 아프지도 않았다”며 “형편이 어려워 건강보험 자격이 없다. 병원이 내가 진료비를 내지 못할까봐 서로 떠넘긴 게 아니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상황이 이런데도 병원들은 서로 책임을 떠넘겼다. 이전 병원에서 제대로 확인 없이 보내 현실적으로 (치료나 수술이) 불가능해 다시 옮기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한 병원 관계자는 “환자를 보낼 땐 수술할 여력이 되는지 미리 물어봐야 하는데 무작정 전원시켰다”고 해명했다. 중앙응급의료센터는 현재 자체적인 진상 파악에 나설 계획이다. 권역외상센터를 운영하는 대형 병원이 수술을 거부한 점은 심각한 문제라고 보고 있다. 목포한국병원과 전남대병원은 각각 2014, 2015년에 권역외상센터를 설립했다. 당시 정부로부터 80억 원을 지원받았으며, 이후 해마다 20억 원 안팎의 운영비 지원을 받아왔다.조건희 becom@donga.com / 광주=이형주 기자}

설날인 25일 강원도의 한 무허가 펜션에서 가스 폭발로 일가족 6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하면서 ‘펜션 안전불감증’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약 1년 전인 2018년 12월 강릉 펜션에서 가스 누출로 고교생 3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 후 관련 규정을 땜질식으로 정비했지만 관리의 사각지대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관할 지방자치단체는 이 펜션을 공식 홈페이지에 추천 숙박업소로 소개해 왔다. 이날 오후 7시 46분경 동해시 ‘토바펜션’에서 발생한 액화석유가스(LPG) 폭발사고는 매번 반복되는 고질적 인재(人災)의 총결산이었다. 경찰 등에 따르면 2011년 개업한 펜션은 지금까지 다가구주택으로 등록돼 있었다. 소방당국의 점검은 업주가 거절한다는 이유로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시 당국은 이를 알고도 시정명령조차 내리지 않았다. 관련법에 따른 민간 LPG 공급업체의 설비 점검도 제대로 받아보지 않았다. 이번 사고는 강릉 펜션 가스 누출 사고와 발생 원인이 매우 흡사하다. 펜션 주인 남모 씨는 사고 객실의 가스레인지를 전문업자도 없이 직접 철거했다. 경찰은 이때 배관을 제대로 막지 않아 가스가 새어 나온 것이 폭발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고 있다. 강릉 참사는 무자격 보일러 시공자가 배기관을 부실하게 끼워 맞춘 게 일산화탄소가 새어 나오는 원인이 됐다. 사고가 난 토바펜션은 지난해 11월 소방당국이 관할지역 숙박업소를 대상으로 벌였던 특별조사도 피해 갔다. 정식 숙박업소로 등록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동해시는 12월 이를 통보받았지만 단속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개선에 나서지 않았다. 하지만 시 홈페이지는 2017년부터 무면허인 토바펜션을 추천 숙박업소에 올려 뒀다가 동아일보 취재가 시작된 27일 오후에야 목록에서 제외했다. 결국 동해 사고는 연휴를 맞아 놀러왔던 일가족의 목숨을 앗아갔다. 강원 동해소방서는 2층 객실에 있던 이모 씨(56·여) 등 6명이 숨지고 홍모 씨(66·여)가 전신 화상으로 입원 중이라고 27일 밝혔다.동해=이인모 imlee@donga.com / 고도예·조건희 기자}
법원이 치매를 앓는 아버지를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아들에게 징역형을 선고하면서도 집행을 유예했다. 아버지를 쇠사슬로 침대에 묶는 등 심한 학대를 저지른 것은 틀림없지만 치매 노인을 부양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일이라는 점을 고려한 판결이다. 서울북부지법 형사6단독 최상수 판사는 존속학대 혐의로 기소된 양모 씨(57)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60시간을 명령했다고 23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양 씨는 2015년 6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서울 노원구의 자택에서 73세인 아버지의 양 손목을 침대에 묶고 목을 자전거 열쇠줄로 묶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양 씨는 아버지가 소변줄과 기저귀를 손으로 잡아 떼어내 오물을 신체와 이불 등에 묻힌다는 이유로 이 같은 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 판사는 “학대의 정도가 무겁고 이로 인해 피해자가 느꼈을 고통도 상당했을 것”이라면서도 “어릴 적 양 씨가 아버지로부터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자란 점, 장남으로서 아버지를 부양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일인 데다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을 참작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직원들은 윤한덕이라는 ‘사명적’ 존재에 대해 기대한다. 그래서 (그것이) 내 본모습이 아니더라도, 내가 힘들더라도 노력해야 한다.” 지난해 2월 4일 설 연휴를 앞두고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병원을 지키다가 과로사한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당시 51세)이 생전에 자신의 휴대전화에 남겼던 메모다. 윤 센터장이 이 메모를 쓴 건 2016년 3월 9일이었다. 2002년부터 맡아온 센터 직책을 내려놓겠다며 사직서를 냈다가 센터 직원들의 간곡한 만류로 마음을 고쳐 잡은 직후였다. 윤 센터장의 친구였던 허탁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57)는 “한덕이가 ‘지옥 같다’던 응급실의 현실을 고치기 위해 버거운 짐을 짊어지고 얼마나 외로워했을지 느껴진다”고 말했다. 윤 센터장의 이 자필 메모는 유가족과 동료들이 그의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다른 일기와 편지, e메일 등과 함께 발견됐다. 김연욱 마이스터연구소장은 이를 종합한 평전 ‘의사 윤한덕’을 다음 달 초 그의 1주기를 맞아 출간할 예정이다. 취재팀이 받아본 출간 전 원고에선 전국 응급실의 아우성이 집중되는 중앙응급의료센터를 책임져야 했던 윤 센터장의 부담감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2014년 7월 허윤정 당시 아주대 의대 교수에게 보낸 e메일에 “나 같은 사람이 응급의료 최고 전문가 소리를 듣는 현실은 문제가 있다”라며 “가끔은 ‘혹시 내가 응급의료 발전의 걸림돌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잠을 못 이룬다”고 토로했다. 부인 민영주 씨(51)에겐 아파트에 걸린 태극기를 가리키며 “여보, 저거 보여? 혼자 계속 휘날리는 게 꼭 나를 닮은 것 같아”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런 부담감 때문에 윤 센터장은 3차례나 사직서를 냈지만 그때마다 동료들이 붙잡았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교수는 “윤 센터장은 대체 불가능한 응급의료의 버팀목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평전 인터뷰에 응한 윤 센터장 지인 70여 명은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윤 센터장의 업적을 쏟아냈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처음 발생했을 때 그는 국립중앙의료원 메르스 대책반장을 맡았다. 당시 국립중앙의료원은 메르스 환자 67명을 진료했지만 추가 감염이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는데, 윤 센터장이 바이러스를 차단할 수 있는 음압 병실을 단 이틀 만에 만들어낸 덕이었다. 2014년 1월 국가응급환자진료정보망(NEDIS) 관리업체를 선정할 땐 윤 센터장이 ‘제대로 된 곳과 하겠다’며 입찰업체 3곳을 모두 탈락시켜 보건복지부와 조달청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고 한다. 그렇게 고집을 부려 완성한 NEDIS는 그가 센터장을 맡기 전인 2001년 50.4%였던 ‘예방 가능 사망률’(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았다면 살 수 있었을 사망자의 비율)을 2017년 19.9%로 낮추는 밑거름이 됐다. 윤 센터장의 편지와 일기엔 부인 민 씨를 향한 사랑도 가득했다. 의대생이던 1988년 2월 14일 그는 일기에 “민영주라는 이름. 그 이름을 듣거나 말할 때, 나는 현기증이 나고 다리에 힘이 빠진다”라며 애타는 마음을 적었다. 이듬해 5월 2일 민 씨에게 보낸 편지엔 “영주가 숨 쉬는 대기, 나도 똑같이 호흡하고 있다는 걸 기억해줘”라며 구애했다. 두 사람은 1996년 결혼했다. 다음 달 4일 오후 2시 윤 센터장의 모교인 광주 동구 전남대 의대 대강당에선 허 교수를 비롯한 전남대병원 의료진이 윤 센터장의 1주기 추모 행사와 함께 평전 출판 기념회를 연다. 동아일보와 보건복지부, 국가보훈처, 대한의사협회 등이 행사 준비에 참여했다. 특히 의대 박물관엔 윤 센터장이 야근을 하다가 잠시 잠을 청하곤 했던 남루한 간이침대가 전시될 예정이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2018년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찰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를 수사할 당시 박형철 대통령반부패비서관이 울산지검 핵심 관계자에게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청구해 달라”는 취지의 전화를 한 사실이 16일 밝혀졌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최근 박 전 비서관으로부터 이 같은 진술을 확보하고, 조서에 기록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백원우 전 대통령민정비서관이 2017년 하반기 박 전 비서관을 통해 김 전 시장 측근 비위 관련 첩보 보고서만 경찰에 이첩했을 뿐 이후 경찰 수사에 관여하지 않았다”라는 기존 청와대 해명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검찰은 박 전 비서관이 백 전 비서관의 요청을 받고 울산지검에 전화를 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백 전 비서관은 지난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경찰 수사에 대한 개입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16일 경찰청 전산서버를 압수수색해 당시 청와대 파견 경찰관과 울산지방경찰청이 김 전 시장의 수사와 관련해 주고받은 내부 메신저 대화 기록을 확보하려 했지만 기록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할 것을 통보했지만 황 전 청장이 일정 연기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신동진 shine@donga.com·황성호·조건희 기자}

2018년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박형철 당시 대통령반부패비서관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에 대한 경찰 수사를 지휘했던 울산지검 핵심 관계자에게 전화한 것은 청와대의 선거 개입 수사에 주요 분기점이 될 수 있다. 2017년 하반기 김 전 시장의 첩보 비위 보고서를 경찰에 전달해 ‘하명(下命) 수사’를 지시한 청와대가 단순히 수사 결과 보고를 받는 것을 넘어 수사에 적극 개입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검사 출신인 박 전 비서관이 울산지검 측에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반려하지 말고 청구하도록 해달라”는 취지로 전화한 것은 그 자체로 부당한 수사 개입이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이뿐만 아니라 박 전 비서관은 검찰 조사에서 울산지검에 연락하기 전 청와대 관계자의 요청을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검찰 수사가 박 전 비서관의 윗선을 밝히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 전 비서관은 자신에게 4쪽짜리 ‘지방자치단체장(김기현) 비위 의혹’ 보고서를 건넨 인물로 민정수석실에서 함께 근무하던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을 지목했다.○ 무혐의 처분 1년 전 검찰, 경찰의 영장신청 수용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김 전 시장 측근 비리 수사와 관련해 울산지검과 울산지방경찰청이 서로 협력했던 시기를 의심하고 있다. 지방선거 투표를 불과 3개월 앞둔 2018년 3월 16일, 울산경찰청은 김 전 시장의 측근인 비서실장 집무실 등 울산시청 내 5곳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압수수색했다. 아파트 건설현장의 레미콘 업체를 선정하면서 울산시 공무원과 비서실장 등이 특정 업체가 선정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혐의였다. 울산경찰청은 사흘 전인 3월 13일 울산지검에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고 이틀 만에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았다. 압수수색 집행 당일은 김 전 시장의 자유한국당 후보 공천이 확정된 날이었다. 김 전 시장의 공천 대신 경찰의 울산시청 압수수색이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김 전 시장 측근 비위가 선거의 최대 관심사로 부각됐고, 결국 더불어민주당 후보였던 송철호 울산시장이 당선됐다. 영장 발부 직전 울산지검과 울산경찰청은 ‘고래 고기 환부사건’ 등으로 오랫동안 갈등을 겪었다. 검찰은 박 전 비서관이 김 전 시장 수사를 앞두고 검찰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 울산지검에 직접 연락했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최초의 압수수색 영장 청구에서는 이견이 없었던 검경은 이후 사사건건 대립했다. 2018년 3월 29일 울산지검은 경찰이 신청한 추가 압수수색 영장을 한 차례 더 법원에 청구하지만 법원이 “소명이 부족하다”며 기각한다. 투표일을 40일 앞둔 5월, 경찰은 김 전 시장 측근 등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지만 이번엔 검찰이 구속의 필요성이 충분하지 않다며 영장 신청을 기각했다. 결국 경찰은 기소 의견 송치를, 검찰은 보완 수사 지휘를 되풀이하면서 6개월간 검경의 의견 대립이 이어졌다. 지난해 3월 검찰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나 그 주변에 대해 선거와 무관한 혐의로 수사하는 경우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검찰, 경찰청 압수수색… 청-경 연락 복원 시도 검찰이 16일 경찰청 정보화통신담당관실 전산 서버를 압수수색한 이유도 김 전 시장 수사 당시 청와대와 경찰 간 대화 내용을 복원하기 위한 것이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청와대 등 경찰이 파견된 기관에서 접속할 수 있는 경찰 메신저 ‘폴넷’ 자료와 경찰청 본청이 울산경찰청으로 첩보를 이첩할 때 쓴 공문 발송 시스템 등이 포함됐다. 검찰은 경찰이 청와대에 한 보고 9차례 중 8차례가 지방선거 이전에 이뤄진 점을 의심하고 있는데, 청와대 파견 경찰관과 본청 경찰관이 주고받은 메신저 등을 통해 경찰의 수사 과정에 교감이 있었는지를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검찰은 최근 경찰청 본청과 울산경찰청 관계자들에게 수차례 출석을 통보했지만 이들은 검찰 인사를 앞두고 불응하고 있다. 검찰은 설 이전에 당시 경찰 수사를 지휘한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을 조사하기 위해 다음 주초까지 출석하라고 요구했으나 일정 조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황 전 청장은 16일 페이스북에 “출석 일정을 검찰과 협의하고 있다”고 적었다. 그는 4월 국회의원 총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전날 경찰에 사직원을 냈다.신동진 shine@donga.com·조건희 / 울산=정재락 기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13일 검경 수사권 조정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경찰은 큰 기대를 나타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통과 직후 “경찰이 수사 주체로서 역할과 사명을 다하라는 뜻임을 안다”며 “2020년을 ‘책임 수사의 원년’으로 삼아 공정하고 중립적인 시스템을 갖춰 나가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수사 종결권을 가지면 기소되지 않을 게 확실한 피의자들이 검찰에서 이중 조사를 받는 불편을 덜 수 있고, 사건 결과에 대한 책임 소재도 명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경찰청은 수사권 조정법 통과를 앞두고 공정성과 중립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를 준비해왔다. 지난해 12월 도입한 ‘진술 녹음 제도’가 대표적이다. 피의자 등의 동의를 얻어 진술 내용을 녹음한 뒤 해당 파일은 인권 침해 여부 등을 확인하는 용도로 사용한다. 피의자가 조사를 받으면서 메모할 수 있도록 전국 지방경찰청과 유치장 등에 ‘자기변호노트’를 비치했다. 사건을 접수된 순서대로 배당하는 ‘순번제’ 대신 무작위 배당제도 시범 운영한 뒤 전국으로 확대한다. 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와 지능범죄수사대 인력을 충원하고 일선 경찰서마다 ‘수사심의관’ 직제를 신설한다. 경찰청은 “경찰 수사에 대한 국민 참여와 감시를 확대하고 내외부적으로 통제장치를 강화하겠다”며 “검찰과도 긴밀히 협력하면서 진실 발견과 인권 보호라는 공통의 목적을 함께 추구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가 2018년 6월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을 발표할 당시 ‘경찰의 권한을 분산시킬 균형 방안’이라며 함께 제시한 국가수사본부 신설과 자치경찰제 등은 아직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수사 사무를 경찰청장이 아닌 국가수사본부장이 총괄하고 지방경찰청을 광역자치단체가 관할한다는 내용이다. 관련법이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경찰이 이르면 올 7월부터 수사를 자체 종결할 권한을 갖는다. 형사소송법이 만들어진 1954년 이후 처음이다. 검찰이 수사를 직접 개시할 수 있는 범위는 부패나 공직자, 선거 범죄 등 일부로 한정된다.○ 검찰 직접 수사 범위 축소… 1차 수사 경찰 전담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에 따르면 경찰은 범죄 혐의가 없다고 결론을 낸 사건은 자체적으로 종결할 수 있게 된다. 현재는 경찰 수사 초기부터 검사가 사건을 ‘지휘’할 수 있고, 경찰이 수사를 마치면 모든 기록을 검찰에 넘겨 검사가 기소 여부를 판단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검경이 ‘협력’ 관계로 규정되고 경찰은 혐의가 있다고 판단한 사건만 검찰에 송치한다. 경찰이 사건을 송치하거나 영장을 신청하기 전엔 원칙적으로 검사는 사건에 간여할 수 없다.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검찰이 정당한 이유 없이 반려하지 못하도록 영장 반려의 적절성을 가리는 영장심의위원회를 사건 관할 고등검찰청에 두는 내용도 새 법에 담겼다. 영장심의위원회는 10명 이내의 외부 위원으로 구성된다. 검찰이 직접 수사를 시작할 수 있는 사건은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 범죄와 경찰관이 저지른 범죄 등으로 한정된다. 마약이나 도박, 성폭력 등의 사건은 경찰이 1차 수사를 전담한다. 이처럼 경찰이 1차 수사에서 보다 많은 자율권을 갖게 됨에 따라 검찰이 이를 통제할 장치도 법에 포함됐다. 우선 피해자나 고소인 등이 경찰의 무혐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면 그 즉시 검사가 사건 기록을 넘겨받아 직접 수사하도록 했다. 사건 관계자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도 검찰은 경찰이 무혐의로 처리한 사건 기록을 전부 넘겨받아 검토한 뒤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90일 내에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경찰의 수사권 남용이나 인권 침해가 의심되는 경우엔 검사가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경찰이 이에 따르지 않으면 검찰이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한다.○ 공수처 설치법과 함께 7월 시행될 듯 형사소송법 및 검찰청법 개정안은 공포 후 6개월 뒤, 늦어도 1년 안에 시행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하위 법령 정비를 거쳐 이르면 올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30일 국회를 통과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에 따라 공수처도 이르면 7월에 설치된다. 재판 과정에서의 검찰 권한도 축소된다. 현재는 검사가 피의자를 적법하게 조사해 작성한 진술 조서는 법정에서 증거로 인정된다. 하지만 새 법에 따르면 피의자가 법정에서 진술 조서 내용을 부인하면 검찰이 작성한 피의자 신문 조서도 경찰의 것과 동일하게 증거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 다만 이 조항은 다른 조항과 달리 법률 공포 후 4년간 시행을 유예할 수 있게 했다. ○ ‘경찰 권력 비대화 우려’ 목소리 대검찰청은 13일 새 법이 통과되자 “(윤석열) 검찰총장은 인사청문회와 금년 신년사 등에서 ‘수사권 조정에 관한 최종 결정은 국민과 국회의 권한이고, 공직자로서 국회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고 밝혔다. 다만 검찰 내에선 경찰의 권한이 커지는 데 비해 그에 대한 통제장치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검사가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경찰이 작성한 사건 기록만을 검토하는 것에 불과해 조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사건 관련자에게 확인하는 등 직접 조사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은 “경찰이 수사권을 독립적으로 가져갔을 때 막강한 정보력과 수사가 결합된 지금과 같은 경찰 구조에서 국민의 인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며 “인권 친화적이고 적법한 수사를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경찰 권력을 견제하는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황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