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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미국 비농업부문 고용이 33만9000건으로 시장 전망치 19만 건을 큰 폭으로 상회해 29개월 연속 일자리 상승세를 이어갔다. 미 은행위기와 침체 경고음에도 미 경제가 강력한 노동시장을 바탕으로 뛰어난 회복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현지시간) 미 노동부는 지난달 미국 신규고용이 33만9000건, 실업률은 3.7%라고 밝혔다. 실업률은 시장 전망치(3.5%)보다 상회하고, 2022년 10월 이후 가장 높았지만 여전히 50년래 최저치에 근접한 수치다. 주요 인플레이션 지표인 시간당 평균 임금은 한 달 동안 0.3% 상승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임금이 4.3% 올라 시장 전망치(4.4%)보다는 낮았다. 주당 평균 근무 시간은 34.3시간으로 0.1시간 줄었다. 부문 별로는 전문직 및 비즈니스 서비스가 순 6만4000명 증가로 나타났고, 정부 부문이 5만6000명, 의료 서비스 부문도 5만2000명이 신규 고용됐다. 레저 및 숙박업(4만8000명), 건설업(2만5000명) 등이 뒤를 이었다. 노동인구 변화 없이 일자리가 증가했는데 실업률도 오른 것은 프리랜서(자체고용) 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약 36만9000명 줄었다. 예상치를 대폭 상회한 고용은 인플레이션 상승 압박으로 해석되 그간 주가 하락 등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우려를 더해왔다. 하지만 최근 연준 고위 인사들이 6월 인상은 ‘건너 뛴다(skip)’며 동결을 강력하게 시사한데다 오히려 경기침체 우려를 불식시키는 지표라 고용보고서 발표 직후 미 뉴욕증시 선물은 일제히 올랐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 투자자들은 이날 미 동부시간 오전 9시 20분 기준 6월 동결 가능성을 71.4%로 내다봤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중국을 방문 중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세계 최대 배터리 기업인 중국 CATL 쩡위췬(曾毓群) 회장과 만나 16코스 정찬을 함께하는 등 오랜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와 CATL이 미국 배터리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양 사 수장의 만남이라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머스크 CEO와 쩡 회장이 중국 베이징의 한 호텔 로비에서 저녁 식사를 위해 이동하는 모습이 소셜미디어에 확산되고 있다. 머스크를 위해 식당 측이 특별 제작한 16코스 정찬 메뉴판까지 나돌 정도다. 테슬라와 CATL을 비롯해 평소 하루에 여러 차례 트윗을 올리는 머스크조차 양측의 회동 자체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테슬라가 CATL과 손잡고 외관상 미국 기업 형태를 취한 배터리 공장을 세우기로 한 미국 자동차기업 포드 사례를 상기시킨다고 보도했다. 앞서 올해 2월 포드는 CATL과 기술 제휴 형식으로 미국 내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해 파장을 일으켰다.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내년부터 중국 배터리 탑재 시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조항을 우회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테슬라도 포드식 합작사 모델을 따라간다면 논란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3년 만에 중국을 찾은 머스크는 친강(秦剛) 외교부장을 비롯해 왕원타오(王文濤) 상무부장, 진좡룽(金壯龍) 공업정보화부장까지 현직 장관 3명과 만났다. 최근 대규모 투자를 발표한 상하이의 테슬라 기가팩토리도 찾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배터리와 더불어 미중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반도체 산업의 핵심 기업인 미 엔비디아 젠슨 황 CEO도 이달 중 중국 본토를 찾을 예정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인공지능(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는 지난해 미 정부의 수출 규제에 따라 자사의 첨단 제품 ‘H100’ 등을 중국에 수출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황 CEO는 이번 중국 방문에서 텐센트,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 등을 만나 협력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통신은 전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중국을 방문 중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세계 최대 배터리 기업인 중국 CATL 쩡위친(曾毓群) 회장과 만나 16코스 정찬을 함께하는 등 오랜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와 CATL이 미국 배터리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양사 수장의 만남이라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머스크 CEO와 쩡 회장이 중국 베이징의 한 호텔 로비에서 저녁 식사를 위해 이동하는 모습이 소셜미디어에 확산되고 있다. 머스크를 위해 식당 측이 특별 제작한 16코스 정찬 메뉴판까지 나돌 정도다. 테슬라와 CATL을 비롯해 평소 하루에 여러 차례 트윗을 올리는 머스크조차 양측의 회동 자체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테슬라가 CATL과 손잡고 외관상 미국 기업 형태를 취한 배터리 공장을 세우기로 한 미국 자동차기업 포드 사례를 상기시킨다고 보도했다. 앞서 올해 2월 포드는 CATL과 기술제휴 형식으로 미국 내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해 파장을 일으켰다.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내년부터 중국 배터리 탑재 시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조항을 우회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테슬라도 포드식 합작사 모델을 따라간다면 논란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3년 만에 중국을 방문한 찾은 머스크는 친강(秦剛) 외교부장을 비롯해 왕원타오(王文濤) 상무부장, 진좡룽(金壯龍) 정보화부부장까지 현직 장관 3명과 만났다. 최근 대규모 투자를 발표한 상하이의 테슬라 기가팩토리도 찾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배터리와 더불어 미중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반도체 산업의 핵심 기업인 미 엔비디아 젠슨 황 CEO도 이달 중 중국 본토를 찾을 예정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인공지능(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는 지난해 미 정부의 수출 규제에 따라 자사의 첨단 제품 ‘H100’ 등을 중국에 수출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황 CEO는 이번 중국 방문에서 텐센트,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 등을 만나 협력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통신은 전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체이스 회장(67)이 정계진출 의사를 시사하자 월가에서 2024년 대선 출마 지지가 나오는 등 화제를 모으고 있다. 다이먼 회장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JP모건 글로벌 차이나 서밋’ 참석차 방중해 블룸버그TV와 인터뷰를 갖고 “나는 조국을 사랑하고 언젠가 국가에 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년 전부터 돌았던 정계 진출설과 관련해 ‘은퇴후 공직 의사가 있는지’를 묻자 나온 답이었다. 이에 ‘제 2의 버핏’으로 불리는 빌 애크먼 퍼싱 스퀘어 회장은 트위터를 통해 “다이먼은 중도 성향으로 2024년 대선 주자로 적합하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너무 약하다. 다이먼은 바이든을 경선에서 이길 수 있고, (본 대선에서도) 트럼프를 능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6년 JP모건 CEO 오른 다이먼은 2008년 금융위기 소방수로 활약하며 이름을 알렸다. 최근 미 은행위기에서도 퍼스트리퍼블릭 인수 등 진화에 나서 재닛 옐런 장관과 손발을 맞췄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돼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지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CNN은 2018년 다이먼 회장이 “나는 트럼프만큼 강하고 더 똑똑하다. 트럼프는 나에게 펀치를 날리고 싶겠지만 전혀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가 즉각 성명을 내고 발언을 취소한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가 어느 당을 지지하는지는 불분명하다. 2019년 지지정당을 묻는 CNN 기자의 질문에 그는 “마음은 민주당원, 머리는 공화당원”이라고 밝혔다. 다이먼이 미성년자 성추문 제프리 엡스타인과 연루된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그는 최근 “2019년 이전에 엡스타인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다”고 증언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세계 반도체 기업 사상 처음으로 장중 시가총액 1조 달러(약 1323조6000억 원)를 찍었다. 올 들어 엔비디아 주가는 180.2% 뛰어올랐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엔비디아 주가는 미 뉴욕 증시 개장 10분 만에 전장 대비 6% 이상 치솟아 시가총액 1조 달러를 기록했다. 이후 오후에 상승 폭이 줄어들며 401.11달러에 거래를 마쳐 종가 기준 9920억 달러 선을 기록했다. 주당 404.86달러 이상으로 마감돼야 종가 기준 시총 1조 달러 클럽에 남을 수 있다. 현재 뉴욕 증시에서 시총 ‘1조 달러 클럽’에 속한 기업은 애플(2조7887억 달러), 마이크로소프트(2조4600억 달러), 구글 모회사 알파벳(1조5800억 달러), 아마존(1조2500억 달러) 등 4개 기업뿐이다. 앞서 메타플랫폼과 테슬라가 각각 2021년 1조 달러를 돌파했지만 지금은 6000억 달러대로 떨어진 상태다. 세계 인공지능(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의 90%를 점유하는 엔비디아는 지난달 24일 미 월가 예상치를 53% 상회하는 2분기(엔비디아 회계 기준 5∼7월) 실적 전망치를 내놓은 이후 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중국과의 무역은 줄겠지만 그것이 디커플링(공급망 분리)은 아니다.” 31일 중국 상하이를 찾은 제이미 다이먼 미국 JP모건 회장은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관계는) 훨씬 복잡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나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말한 것처럼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위험 제거)일 뿐”이라면서 이렇게 강조했다. 다이먼 회장은 상하이 ‘JP모건 글로벌 차이나 서밋’ 참석을 위해 상하이에 왔다. 그의 중국 방문은 4년 만이다. 지난해 10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3연임 확정 이후 중국 본토에서 글로벌 투자은행이 투자 세미나를 연 것은 처음이다. 전날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베이징을 찾아 친강 외교부장을 만났다. 중국 외교부 발표에 따르면 머스크는 “미국과 중국의 이익은 샴쌍둥이처럼 서로 얽혀 있어 나눌 수 없다. 테슬라는 디커플링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미국 CEO들, 중국 앞으로 압도적 1위 미국 은행 수장이자 은행 위기 해결을 위해 옐런 장관과 손발을 맞춘 다이먼 회장의 “디커플링 아닌 디리스킹” 발언은 미 정부의 중국 정책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인공지능(AI) 같은 첨단 기술 분야에서는 중국을 배제하지만 그밖의 분야에서는 교류를 지속한다는 전략이다. 옐런 장관은 올 4월 대중 경제정책 3원칙을 발표할 때 “안보가 경제를 우선한다”고 말하면서도 “디커플링은 재앙으로, 경제 교류는 지속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달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는 디커플링에서 수위를 낮춘 디리스킹이란 말을 처음 사용했다. 미 주요 기업 CEO들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리오프닝(재개장)을 본격화한 중국으로 몰려가고 있다. 3, 4월에 팀 쿡 애플 CEO, 팻 겔싱어 인텔 CEO,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CEO가 중국을 찾았다. 최대 시장 중국에서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시진핑 3연임 확정 이후 새 관료들과 관계를 트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다이먼 회장은 “중국과의 무역이 줄더라도 시간이 걸린다”면서 “(JP모건은 중국에) 좋을 때나 나쁠 때나 계속 남을 것”이라고 했다.● “긴박한 미중 사이 줄타기”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전체 전기차 생산량 절반 이상을 만드는 테슬라는 추가 투자를 예고했다. 중국 토종 전기차와 경쟁하며 시장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다. 미 경제 매체 배런스는 “미국과 중국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서방 CEO들이 (미중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도록) 경계선 위를 걷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 애널리스트도 “테슬라나 애플은 수요 공급 모두에서 중요한 중국의 비중이 커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리오프닝 이후 경제 반등 속도가 예상보다 느린 중국도 ‘정랭경온(政冷經溫·정치에는 냉랭, 경제적으로는 따뜻함)’ 기조인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미 CEO들을 환대하고 미 상무·통상장관 회담도 했지만 국방장관급 회담은 거부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중국과의 무역은 줄겠지만 그것이 디커플링(공급망 분리)은 아니다.” 31일 중국 상하이를 찾은 제이미 다이먼 미국 JP모건 회장은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관계는) 훨씬 복잡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나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말한 것처럼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위험 제거)일 뿐”이라면서 이렇게 강조했다. 다이먼 회장은 상하이 ‘JP모건 글로벌 차이나 서밋’ 참석을 위해 상하이에 왔다. 그의 중국 방문은 4년 만이다. 지난해 10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3연임 확정 이후 중국 본토에서 글로벌 투자은행이 투자 세미나를 연 것은 처음이다. 전날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베이징을 찾아 친강 외교부장을 만났다. 중국 외교부 발표에 따르면 머스크는 “미국과 중국의 이익은 샴쌍둥이처럼 서로 얽혀 있어 나눌 수 없다. 테슬라는 디커플링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미국 CEO들, 중국 앞으로 압도적 1위 미국 은행 수장이자 은행 위기 해결을 위해 옐런 재무장관과 손발을 맞춘 다이먼 회장의 “디커플링 아닌 디리스킹” 발언은 미 정부 중국 정책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인공지능(AI) 같은 첨단 기술 분야에서는 중국을 배제하지만 그 밖의 분야에서는 교류를 지속한다는 전략이다. 옐런 장관은 올 4월 대중 경제정책 3원칙을 발표할 때 “안보가 경제를 우선한다”고 말하면서도 “디커플링은 재앙으로, 경제 교류는 지속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달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는 디커플링에서 수위를 낮춘 디리스킹이란 말을 처음 사용했다. 미 주요 기업 CEO들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리오프닝(재개장)을 본격화한 중국으로 몰려가고 있다. 3, 4월에 팀 쿡 애플 CEO, 팻 겔싱어 인텔 CEO,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CEO가 중국을 찾았다. 최대 시장 중국에서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시진핑 3연임 확정 이후 새 관료들과 관계를 트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다이먼 회장은 “중국과의 무역이 줄더라도 시간이 걸린다”면서 “(JP모건은 중국에) 좋을 때나 나쁠 때나 계속 남을 것”이라고 했다.● “긴박한 미중 사이 줄타기”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전체 전기차 생산량 절반 이상을 만드는 테슬라는 추가 투자를 예고했다. 중국 토종 전기차와 경쟁하며 시장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다. 미 경제 매체 바론스는 “미국과 중국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서방 CEO들이 (미중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도록) 경계선 위를 걷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 애널리스트도 “테슬라나 애플은 수요 공급 모두에서 중요한 중국 비중이 커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리오프닝 이후 경제 반등 속도가 예상보다 느린 중국도 ‘정랭경온(政冷經溫·정치에는 냉랭, 경제적으로는 따뜻함)’ 기조인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미 CEO들을 환대하고 미 상무·통상장관 회담도 했지만 국방장관급 회담은 거부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 반도체기업 엔비디아가 세계 반도체 기업 사상 처음으로 장중 시가총액 1조 달러(1323조6000억 원)를 찍었다. 올 들어 엔비디아 주가는 180.2% 뛰어올랐다. 30일(현지 시간) 엔비디아 주가는 미 뉴욕 증시 개장 10분 만에 전장 대비 6% 이상 치솟아 시가 총액 1조 달러를 기록했다. 이후 오후에 상승폭이 줄어들며 401.11달러에 거래를 마쳐 종가 기준 9920억 달러 선을 기록했다. 주당 404.86달러 이상으로 마감돼야 종가 기준 시총 1조 달러 클럽에 남을 수 있다. 현재 뉴욕 증시에서 시총 ‘1조 달러 클럽’에 속한 기업은 애플(2조7887억 달러) 마이크로소프트(2조4600억 달러) 구글 모회사 알파벳(1조5800억 달러) 아마존(1조2500억 달러) 등 4개 기업뿐이다. 앞서 메타플랫폼과 테슬라가 각각 2021년 1조 달러를 돌파했지만 지금은 6000억 달러 대로 떨어진 상태다. 세계 인공지능(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의 90%를 점유하는 엔비디아는 지난달 24일 미 월가 예상치를 53% 상회하는 2분기(엔비디아 회계 기준 5∼7월) 실적 전망치를 내놓은 이후 시장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인공지능(AI) 파워’가 얼어붙은 반도체 시장을 녹이고 있다. 전 세계를 강타한 생성형 AI ‘챗GPT’ 열풍으로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AI용 GPU의 90%를 공급하는 엔비디아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는 것이다. 엔비디아가 24일(현지 시간) 월가 예상치를 53% 상회하는 2분기(엔비디아 회계 기준 5∼7월) 실적 전망치를 내놓은 이후 ‘AI 훈풍’은 메모리 반도체에까지 확산됐다. AMD, TSMC,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주가도 상승세를 탔다.● 엔비디아, 시총 1조 달러 찍었다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30일 401.11달러로 마감해 연초 대비 180.2% 급등했다. 특히 엔비디아는 24일 장 마감 후 깜짝 실적을 내놓은 뒤 25, 26일 이틀간 27.5% 치솟으며 글로벌 증시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앞서 엔비디아가 24일 밝힌 2분기 실적 전망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 증가한 110억 달러다. 이는 엔비디아 사상 최대 실적이자 월가 전망치보다 53% 많다. 투자자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한 이 같은 전망치가 발표된 이후 엔비디아 시가총액은 30일 장중 한 때 1조 달러를 넘어섰다. 반도체 기업으로서는 첫 1조 달러 클럽 가입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기세를 몰아 29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포럼에서 AI 서버용 최신 제품을 대거 공개하고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장 진출 등 사업 확장 계획도 발표했다. 미 월가에서는 ‘AI 골드러시’가 시작됐다는 말이 나온다. 생성형 AI 서비스 프로그램 챗GPT에서 비롯된 AI 돌풍이 실질적인 AI 서버 수요 폭증으로 이어진다는 점이 증명됐다는 것이다. ‘대표 수혜주’ 엔비디아의 주력 제품인 GPU는 빅데이터를 최대한 빨리 처리해야 하는 AI 서버 필수 반도체다. 생성형 AI 서비스뿐 아니라 향후 자율주행 확산에도 필수적인 반도체로 꼽힌다. 게다가 글로벌 투자은행(IB) UBS에 따르면 이전 버전의 챗GPT에 약 1만 개의 GPU가 필요했지만 업데이트된 최신 버전에는 3∼5배의 GPU가 필요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3일(현지 시간) 열린 한 행사에서 “현 시점에서 GPU는 마약보다 구하기 어렵다”고까지 말했다.● 메모리 반도체 경기도 살아날까AI 훈풍은 반도체 기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엔비디아 경쟁사 AMD 주가도 최근 5일간 20% 이상 급등했고, 같은 기간 엔비디아가 설계한 GPU를 제조하는 TSMC 주가도 12%가량 뛰었다. 미 블룸버그통신은 29일 “엔비디아만 떠오르는 AI의 수혜 기업은 아니다”라며 메모리 반도체, 특히 D램이 AI 특수(特需)를 톡톡히 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D램 시장 점유율 43%를 차지하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도 오랜 침체에서 벗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엄청난 양의 빅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해 답을 내놓는 AI를 위해서는 GPU와 함께 정보를 빠르게 저장하고 전송하는 D램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30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날보다 각각 2.70%, 0.92%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달성했다. 반도체주가 강세를 보이면서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04% 오른 2,585.52에 마감해 연고점을 경신했다. 다만 메모리 반도체 경기 회복이 생각보다 더딜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 가격은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기 때문에 메모리가 과연 AI의 수혜를 볼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가진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고 진단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 메릴랜드에 사는 사이먼 알바라도 주니어(21)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진학 대신 자동차 정비공을 택했다. 비싼 대학 등록금 때문에 고민하다 도요타 대리점에서 간단한 정비 교육을 받고 취업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 그는 “교육도 받고 일자리도 얻는다는 것은 거절하기 힘든 제안이었다”고 29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최근 미국에선 알바라도 주니어처럼 고교 졸업 후 바로 취업하는 학생이 늘면서 대학 진학률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WSJ가 미 노동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고교 졸업생(16~24세) 대학 진학률은 지난해 62%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2019년(66.2%)보다 4%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특히 남성 대학 진학률은 57.2%로 여성(66.1%)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낮았다.미 대학 진학률은 2009년 70%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이긴 했지만 팬데믹 이후 진학률 감소 추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대학 등록자 수도 최근 10년간 15% 줄었다.WSJ는 팬데믹 이후 가치관 변화와 더불어 외식, 레저 같은 서비스업 및 제조업 붐에 따른 일자리가 급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구인난이 심각한 외식 서비스업은 시급(시간당 임금)이 2019년 4월부터 올 4월까지 30%나 치솟아 같은 기간 전체 노동자 임금상승률(20%)보다 높았다. 지난해 식당 종업원 시급은 미 연방정부 최저임금(7.25달러)의 2배에 육박하는 14달러였다. 자동차 정비공처럼 대학 졸업장이 필요 없는 기계공(23.32 달러)과 목수(24.71 달러) 시급은 전국 평균 시급(22.26달러)보다 높았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국제통화기금(IMF)이 고금리 속에 아시아 기업의 부채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며 부실 가능성을 경고했다. 한국도 전체 기업 부채에서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높은 부채 비중이 세계 평균을 훌쩍 넘어서 위기 경고음이 커졌다. IMF는 최근 자체 블로그에 ‘고금리 속 아시아는 기업 부채 상승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는 글을 올려 “아시아 기업들은 저금리 시기 부채 비중을 높여와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부채 수준이 높아졌다”며 “이는 금리 인상과 높아진 시장 변동성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도 2021년 7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이자보상배율(ICR)이 1보다 적은 기업 부채가 전체 기업 부채의 22.1%로 나타났다. 세계 평균(16.8%), 아시아 평균(13.95%)보다 높은 수치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과 이자비용의 비율로, 1보다 적으면 기업이 버는 돈보다 이자로 나가는 돈이 더 많다는 의미다. 따라서 이자보상배율이 1보다 적으면 디폴트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인도(31.1%), 태국(28.03%), 중국(25.8%), 인도네시아(22.7%) 등도 한국과 더불어 디폴트 위험 기업이 들고 있는 부채가 전체 부채의 20%를 넘었다. 일본은 15.8%로 세계 평균 미만이었다. 앞서 IMF는 이달 초 발표한 아시아태평양 지역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금리가 급격히 오를 경우 한국, 싱가포르 기업의 부실 부채를 우려했다. 기업 부채 금리가 1.5%포인트 오르는 소폭 하강 시나리오로 따져도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한계기업이 속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분야에서는 한국과 베트남이 부실 부채 비중이 높다고 IMF는 경고했다.“韓기업 부채중 22% ‘디폴트’ 위험”… 세계평균보다 5.3%P 높아 IMF, 亞기업 부채 경고전경련 “기업 성장성-수익성도 급락정부, 대외상황 등 발빠른 대처 필요” 금리가 더욱 치솟아 기업 부채 금리가 2.5%포인트 오른다면 호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에서 한계기업의 부채 비중이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 경색 수준으로 위험도가 높아진다는 것이 IMF의 경고다. 실제로 올해 1분기(1∼3월) 국내 기업들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전년 동기 대비 급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9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코스피, 코스닥 상장사 2263곳의 올해 1분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가 시작된 지난해 1분기 이후 기업들이 입은 타격이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었다. 특히 성장성을 보여주는 영업이익 증가율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기업이 주도하는 경제성장 엔진이 약화되고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조사 기업의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증가율은 지난해 1분기 기준 17.9%에서 올 1분기 ―74.2%로, 92.1%포인트나 떨어졌다. 같은 기간 매출액 증가율도 21.8%에서 ―5.9%로, 27.7%포인트 내려갔다. 수익성 지표도 악화됐다. 주요 원자재가 인상 여파로 올 1분기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2.0%를 기록해 전년 동기(7.4%) 대비 5.4%포인트 하락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로 기업들의 자본 대비 부채 부담이 차지하는 비중인 부채 비율은 72.7%에서 79.3%로 6.6%포인트 증가했다. 소비 침체로 각 기업의 재고가 쌓여 가면서 재고자산 대비 매출액 비율인 재고자산 회전율은 67.5%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경련은 올 1분기 실적 부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던 금리 인상 기조와 원자재가 상승 흐름은 최근 안정화 추세라고 봤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고 있고 미중 분쟁이 격화되는 등 국제사회의 위험 요소가 상존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유정주 전경련 기업정책팀장은 “세계적으로 경제가 불안한 상황과 맞물려 우리 기업들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최악의 경우 ‘상저하저(上底下低)’의 가능성도 있는 만큼 면밀한 경기 모니터링과 정부의 발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년 금리 올렸지만… 韓, 가계빚이 GDP보다 많은 유일 국가2년 가까이 이어지는 고강도 통화 긴축에도 한국은 여전히 경제 규모에 비해 가계 빚이 가장 많은 나라인 것으로 집계됐다. 가계부채가 경제 규모를 웃도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했다. 올 들어 금리 상승세가 주춤하고 부동산 시장이 조금씩 회복되면서 가계 대출은 앞으로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선진국 중 최고 수준인 가계부채가 더 확대되고 고금리가 상당 기간 지속된다면 금융 안정이 위협받고 경제 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일하게 가계부채가 경제 규모 추월 29일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한국이 102.2%로 주요 34개국(지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105.5%)보다 3.3%포인트 낮아졌지만 여전히 세계 1위 수준이다. 조사 대상국들은 한국을 제외하고는 모두 가계부채 총량이 경제 규모보다 적었다. 한국에 이어 두 번째로 가계부채 비율이 높은 홍콩은 95.1%였다. 이어 태국(85.7%) 영국(81.6%) 미국(73.0%) 등의 순이었다. 실제로 국내 가계 빚의 절대 규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급격히 불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9년 말 1504조9000억 원이었던 가계대출 잔액은 작년 말 1749조8000억 원으로 3년 만에 250조 원 가까이 증가했다. 세대별로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과 ‘빚투’(빚내서 투자)가 성행하면서 20, 30대 연령층의 빚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늘었다. 올 들어서도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신규 가계대출이 꿈틀거리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주요 시중은행의 신규 가계대출액은 올 4월 15조3717억 원으로 작년 4월(9조714억 원)에 비해 70%가량 급증했다. 특히 부동산 거래가 늘어나면서 이 기간 신규 주택담보대출이 7조8536억 원에서 13조7888억 원으로 가장 많이 증가했다. 한국은 경제 규모 대비 기업부채도 상당한 수준이다. GDP 대비 비금융기업의 부채 비율은 한국이 1분기 기준 118.4%로 홍콩(269.0%) 중국(163.7%) 싱가포르(126.0%) 일본(118.7%)에 이어 5번째로 높았다. 한국 기업의 부채 비율은 가계부채와 달리 금리 상승 속에서도 지난 1년 동안 오히려 3.1%포인트 늘었다. 34개국 가운데 네 번째로 높은 상승 폭으로 증가세가 상당히 가팔랐다. 한편 한국의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44.1%로 22번째로 집계됐다. ●과도한 부채, 경기 침체와 금융 불안 유발 우려 가계 빚의 급증은 가계 이자 부담을 늘려 소비를 제약하고 대출 부실과 금융 불안을 야기할 우려가 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3월 기준 0.33%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보다 0.08%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중저신용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저축은행업권의 연체율도 5.07%로 같은 기간 1.66%포인트나 올랐다. 게다가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만기를 늘려주거나 상환을 유예해 준 정부의 금융지원 대책도 속속 종료를 앞두고 있어 앞으로 숨은 부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과도하게 늘어나는 가계부채가 민간소비에 부담을 주면서 경기 침체 발생 확률을 높인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권도근 한은 통화신용연구팀 차장은 “가계신용이 늘어나면 경기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진다”며 “가계신용 비율이 GDP 대비 80%에 근접하도록 가계부채를 줄여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들어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이 다시 늘고 있다”며 “주담대가 늘어나면 가계 소비가 위축되고 장기적으로는 주택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성장률에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고 지적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송혜미 기자 1am@donga.com}

“머스크에게도 팀 쿡이 있다면….” 일전에 만난 국내 재계 관계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팀 쿡 애플 CEO를 모두 만나봤다”며 “팀 쿡이야말로 스티브 잡스의 비전을 실현해 지금의 애플을 실질적으로 키운 인물”이라고 평했다. ‘비저너리(미래 전망을 제시하는)’ 경영자인 머스크도 쿡 같은 인물이 필요하다면서 결국 쿡의 능력을 치켜세운 말이었다. 쿡의 대표 업적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효율적 공급망을 건설해 애플을 순이익률 25% 수준의 세계 시가총액 1위(약 2조7600억 달러) 기업으로 키운 것이다. 아이폰 조립은 중국에서, 첨단 반도체는 대만에서 구축했다. ‘공급망 전문가’ 쿡은 다시 바빠졌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자 중국 조립 라인을 인도나 베트남으로 옮기고, 대만산 반도체 비중을 줄이는 전략을 세운 상태다. 그는 최근 1년 새 공개적으로 유럽 일본 중국 인도 출장을 다녀왔는데 모두 공급망과 관련이 깊다. 그는 ‘중국 탈출’에 성공할 수 있을까. 반도체 전쟁 한복판에 서 있는 쿡의 행보에서는 세 가지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첫째, 애플과 미국 정부의 언어가 같아지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중국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TMC) 낸드플래시를 조달하려다 미 의회에서 뭇매를 맞았다. 반면 요즘은 공식적으로 ‘미국산’ 부품을 쓴다고 적극 홍보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만 TSMC 애리조나 공장 장비 반입식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그는 한목소리로 ‘아이폰 공급망 미국 상륙’을 축하했다. 둘째, 쿡이 다녀간 지역에는 TSMC가 새 공장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애플은 세계 1위 반도체 구매자이자 TSMC 매출의 26%를 차지하는 큰손이다. 애플은 중국의 대만해협에 대한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TSMC도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최대 고객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첨단 반도체 공장을 협력업체나 인력 기반도 없는 새로운 곳에 짓기란 굉장히 까다로운 일이다. 그럼에도 애플과 미 행정부의 공급망 전략, 각국 정부의 반도체 산업 재건 야심이 맞아떨어지면서 미 동맹국 일본이나 독일이 첨단 반도체 생산지로 고려되기 시작했다. 셋째, 그럼에도 중국에 외교적 수사를 아끼지 않는다. 올 3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대규모 포럼을 찾은 쿡은 “중국과 애플의 관계는 상징적”이라고 추어올리며 중국 달래기에 나섰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애플 매출 20%가 중국권 시장에서 나오기에 쿡은 중국 반발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단기간에 중국 및 대만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탈중국 행보를 보이면서도 중국에 외교적 언어로 협력을 강조한 셈이다. 서방 진영의 중국 공급망 이탈은 피할 수 없는 시대 변화다. 하지만 ‘탈(脫)중국’은 당장 경제적 충격을 비롯해 쉽게 해결될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일본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중국과의 완전한 분리를 의미하는 ‘디커플링’이 아닌 위험을 낮춘다는 의미의 ‘디리스킹(탈위험)’이란 수사가 등장한 것도 이 같은 고충이 반영된 것이다. 애플이 미국 정부와 해외 정부 그리고 TSMC 같은 협력업체와 적극적으로 중국 디리스킹에 힘을 합치면서도 중국에 대한 외교적 수사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은 한국에도 시사점을 던진다. 국내 기업도 ‘글로벌 반도체 전쟁’의 중요한 플레이어가 됐다. 정부와 한 몸처럼, 때로는 홀로 서서라도 필요한 외교적 수사를 구사하며 공급 및 판매망 재편 전략을 치밀하게 세워야 한다. 김현수 뉴욕특파원 kimhs@donga.com}

국제통화기금(IMF)이 고금리 속에 아시아 기업 부채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며 부실 가능성을 경고했다. 한국도 전체 기업 부채에서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높은 부채 비중이 세계 평균을 훨쩍 넘어서 위기 경고음이 커졌다. IMF는 최근 자체 블로그에 ‘고금리 속 아시아는 기업 부채 상승 모니터링을 해야한다’는 글을 올려 “아시아 기업들은 저금리 시기 부채 비중을 높여와 2008년 금융위기 보다 부채 수준이 높아졌다”며 “이는 금리 인상과 높아진 시장 변동성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도 2021년 7월~202년 6월까지 이자보상배율(ICR)이 1보다 적은 기업 부채가 전체 기업 부채의 22.1%로 나타났다. 세계 평균(16.8%), 아시아 평균(13.95%)보다 높은 수치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과 이자비용의 비율로, 1보다 적으면 기업이 버는 돈보다 이자로 나가는 돈이 더 많다는 의미다. 따라서 이자보상배율이 1보다 적으면 디폴트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인도(31.1%), 태국(28.03%), 중국(25.8%), 인도네시아(22.7%) 등도 한국과 더불어 디폴트 위험 기업이 들고 있는 부채가 전체 부채의 20%를 넘었다. 일본은 15.8%로 세계 평균 미만이었다. 앞서 IMF는 이달 초 발표한 아시아·태평양 지역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금리가 급격히 오를 경우 한국, 싱가포르 기업의 부실 부채를 우려했다. 기업 부채 금리가 1.5%포인트 오르는 소폭 하강 시나리오로 따져도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한계기업이 속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분야에서는 한국과 베트남이 부실 부채 비중이 높다고 IMF는 경고했다. 금리가 더욱 치솟아 기업 부채 금리가 2.5%포인트가 오른다면 호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에서 한계기업의 부채 비중이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 경색 수준으로 위험도가 높아진다는 것이 IMF의 경고다. 실제로 올해 1분기(1~3월) 국내 기업들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전년 동기 대비 급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9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코스피, 코스닥 상장사 2263곳의 올해 1분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가 시작된 지난해 1분기 이후 기업들이 입은 타격이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었다. 특히 성장성을 보여주는 영업이익 증가율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기업이 주도하는 경제성장 엔진이 약화되고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조사 기업의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증가율은 지난해 1분기 기준 17.9%에서 올 1분기 ―74.2%로, 92.1%포인트나 떨어졌다. 같은 기간 매출액 증가율도 21.8%에서 ―5.9%로, 27.7%포인트 내려갔다. 수익성 지표도 악화됐다. 주요 원자재가 인상 여파로 올 1분기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2.0%를 기록해 전년 동기(7.4%) 대비 5.4%포인트 하락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로 기업들의 자본 대비 부채 부담이 차지하는 비중인 부채 비율은 72.7%에서 79.3%로 6.5%포인트 증가했다. 소비 침체로 인해 각 기업의 재고가 쌓여가면서 재고자산 대비 매출액 비율인 재고자산 회전율은 67.5%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경련은 올 1분기 실적 부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던 금리 인상 기조와 원자재가 상승 흐름은 최근 안정화 추세라고 봤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고 있고 미중 분쟁이 격화되는 등 국제사회의 위험 요소가 상존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유정주 전경련 기업정책팀장은 “세계적으로 경제가 불안한 상황과 맞물려 우리 기업들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최악의 경우 ‘상저하저(上底下低)’의 가능성도 있는 만큼 면밀한 경기 모니터링과 정부와 발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사진)이 27일(현지 시간) 여성 최초로 미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 졸업식 연설을 했다. 미 육사는 1802년 창립됐지만 1980년 첫 여성 졸업 생도를 배출하는 등 그간 다양성을 위한 진전이 느리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해리스 부통령은 웨스트포인트 졸업식에서 “여러분들이 입교한 뒤 세상이 크게 바뀌었다”면서 “미국은 (팬데믹이라는) 최장의 전쟁을 끝냈고, 러시아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첫 주요 지상전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의 침공은 우크라이나 국민의 생명과 자유에 대한 공격이며, 국제 규칙과 규범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글로벌 안보와 번영은 미국의 리더십에 달려 있고, 강력한 미국은 세계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면서 미국의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국의 비무장지대(DMZ)에서 민주주의와 국제 규범을 수호하며, 동맹인 한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미8군 장병들을 만났다”고 언급했다. 그는 지난해 9월 방한 당시 DMZ를 찾아 한미 동맹의 공고함을 강조했다. 미 육사 졸업식에는 대통령이나 부통령 또는 합참의장 등 군 고위직이 축사를 해왔다. 해리스 부통령의 올해 연설 전까지는 200년 넘게 남성이 단상에 올라왔다. 지난해 웨스트포인트 졸업식에서는 마크 밀리 합참의장이 연설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7일(현지 시간) 여성 최초로 미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 졸업식 연설을 했다. 미 육사는 1802년 창립됐지만 1980년 첫 여성 졸업 생도를 배출하는 등 그간 다양성을 위한 진전이 느리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해리스 부통령은 웨스트포인트 졸업식에서 “여러분들이 입교한 뒤 세상이 크게 바뀌었다”면서 “미국은 (팬데믹이라는) 최장의 전쟁을 끝냈고, 러시아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첫 주요 지상전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의 침공은 우크라이나 국민의 생명과 자유에 대한 공격이며, 국제 규칙과 규범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글로벌 안보와 번영은 미국의 리더십에 달려 있고, 강력한 미국은 세계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면서 미국의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국의 비무장지대(DMZ)에서 민주주의와 국제 규범을 수호하며, 동맹인 한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미8군 장병들을 만났다”고 언급했다. 그는 지난해 9월 방한 당시 DMZ를 찾아 한미 동맹의 공고함을 강조했다. 미 육사 졸업식에는 대통령이나 부통령 또는 합참의장 등 군 고위직이 축사를 해왔다. 해리스 부통령의 올해 연설 전까지는 200년 넘게 남성이 단상에 올라왔다. 지난해 웨스트포인트 졸업식에서는 마크 밀리 합참의장이 연설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과 일본이 차세대 반도체 개발과 인력 양성을 위한 공동 로드맵을 만들기로 했다. 중국발(發) 경제안보 위험을 최소화하는 디리스킹(derisking·탈위험)과 함께 동일한 가치를 지닌 국가 중심으로 첨단 반도체 공급망 새판 짜기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26일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과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일본 경제산업상은 이날(현지 시간) 미 디트로이트에서 회담하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동 성명을 발표한다. 니시무라 장관은 디트로이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무역장관회의 참석차 방미했다. 이 성명에는 차세대 반도체, 바이오 신약, 인공지능(AI), 오픈 랜, 양자컴퓨팅 같은 첨단 기술 분야에서 양국이 긴밀히 협의하고 중국을 견제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기지국 통신 기술 오픈 랜은 미국이 화웨이를 제재할 때부터 우려했던 정보보안과 관련된 사안이다. 또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을 위해 미 정부가 설립하는 국립반도체기술센터(NSCT)와 일본 정부가 지난해 세운 기술연구조합최첨단반도체기술센터 간의 파트너십도 추진될 전망이다. 요미우리가 보도한 성명 원안에는 “경제적 번영과 경제안보 강화, 지역 경제질서 유지 및 강화에는 미일 협력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내용과 함께 지난해 발족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등을 통한 협력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미국이 추진하는 반도체 동맹 ‘칩4’ 가운데 한국 대만보다 일본과의 협력이 깊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중 갈등 속에서 미국과 일본이 차세대 반도체 공동 연구부터 반도체 기업 간 투자, 중국 반도체 산업 규제까지 한 몸처럼 움직인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현재 미일이 공동 연구 개발 중인 2nm(나노미터)급 제조 공정 등은 한국이나 대만을 따라오기에는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은 제조 분야를 제외한 차세대 반도체 원천기술 및 소재 장비 분야 강국인 데다 애플 소니 같은 기업의 첨단 반도체 구매력 또한 풍부해 한국 대만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미국 일본은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반도체를 특정 국가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며 “자국 반도체 산업 재건 목적이 깔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美日, AI 반도체 ‘칩2’ 동맹… 中견제 앞세워 판 흔들기 양국, 차세대 반도체 개발협력 발표1986년 협정뒤 美설계-日소부장 특화당시 日반도체 산업 후퇴 원인 돼 “세계 최고 아이폰용 이미지센서를 만들어줘 고맙다.” 지난해 12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일본을 깜짝 방문해 한 이 발언은 큰 화제를 모았다. 쿡 CEO가 찾은 구마모토현에서는 이미지센서 같은 시스템반도체를 개발하는 소니반도체솔루션과 대만 TSMC가 공장을 짓고 있다. 반도체 중국 의존에서 벗어나라는 미 정치권 압박을 받는 그가 미일 반도체 협력을 과시하는 장면이었다. 같은 날 미 정보기술(IT) 기업 IBM도 일본 라피더스와 차세대 초미세 공정 반도체인 2nm(나노미터) 반도체 개발업무협약을 맺으며 “같은 가치를 가진 기업과 국가가 협력해 균형 잡힌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26일(현지 시간) 차세대 반도체 개발 협력을 밝힌 미일 상무장관 공동 성명은 최근 미일 기업 및 정부 간 협력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중국을 겨냥해 미일 양국이 ‘기술 안보’ 차원에서 한 몸처럼 움직이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AI 시대 반도체 주도권 전쟁 격화 일본 요미우리신문 등은 미일 차세대 반도체 개발 협력을 IBM과 라피더스 협약의 강화로 해석하고 있다. 라피더스는 5년 내 2나노 반도체 양산을 목표로 일본 정부의 전폭적 지원 속에 키옥시아(반도체) 소니(전자) 도요타(자동차) 소프트뱅크, NTT(통신사) 등 IT 대기업 8개사가 함께 세웠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 최초 3나노 반도체 양산에 성공했고 TSMC는 애플을 최대 고객으로 하는 3나노 공장을 미국에 짓고 있다. 일본은 그 다음 세대인 2나노 반도체를 목표로 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이는 인공지능(AI) 중심으로 재편될 미래 반도체 산업 주도권을 반도체 공급망 협력체 ‘칩4’ 중에서도 미국 일본 중심의 ‘칩2’가 쥐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최첨단 반도체 제조 기반이 중국 영향 아래 있는 대만에 집중된 점과 중국이 AI 기술에서 앞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따라서 칩2, 즉 반도체 설계에 강점이 있는 미국과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에 특화된 일본이 함께 제조 역량을 강화해 중국 디리스킹(탈위험)을 이루겠다는 얘기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일은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보다 상호 보완 성격이 크다. 더욱이 가장 가까운 안보 동맹인 만큼 최적의 파트너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中 리스크’에 다시 손잡는 미일 반도체 업계에선 미국 일본이 공동 연구에 나선다 해도 삼성전자나 TSMC 제조 공정기술을 따라잡기는 역부족일 것이란 견해가 적지 않다. 미세 공정 양산에 손놓고 있던 일본이 당장 2나노 양산에 성공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 일본이 반도체 제조에서 뒤처진 계기는 역설적이게도 1986년 미일 반도체 협정이다. 당시 세계 반도체 제조 점유율 50%를 넘은 일본 견제를 위해 미국은 일본 반도체 가격을 높이고 수출을 제한하는 반도체 협정을 맺었다. 그때 앞장선 미국 반도체협회 핵심 기업이 마이크론이다. 이후 미국은 전자산업이 발전하자 자신은 설계 및 구매, 후발주자 한국 대만은 제조, 일본은 소부장을 맡도록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했다. 그러다 이제 중국 위협이 닥치자 미일이 다시 공급망 재편에 나선 것이다. 마이크론이 극자외선(EUV) 기반 차세대 반도체 양산을 위해 일본에 투자한 것도 이런 변화를 뜻한다. 반도체 업계 다른 관계자는 “양산 기술은 떨어져도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일본이 적극 동참하는 것이 한국 경제와 안보에 미칠 영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선호하는 물가지수가 시장 예상보다 높아진데다 전월보다도 오름세로 전환됐다. 미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인 2%를 크게 상회하는 4~5%에 갇힌채 내려오질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6월 동결을 내다봤던 시장도 ‘금리 인상’으로 무게 중심을 이동하기 시작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4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전월보다 0.4% 올랐다고 밝혔다. 이는 미 월가 예상치(0.3%)를 우회한 수치다. 근원 물가는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물가 추이를 말한다. 전년 대비 근원 PCE 물가지수도 4.7%로 전달의 4.6%에 비해 다시 올랐다. 근원 PCE 물가지수는 연준이 인플레이션 정책목표 기준으로 삼는 지표다. 연준의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돌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을 포함한 4월 헤드라인 PCE 가격지수도 전월에 비해 0.4% 오르고, 전년 대비 4.4% 상승했다. 미 인플레이션이 4~5% 사이에서 내려오질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경기침체 우려 속에도 미국 개인소비지출이 강한 모습을 보이는 점도 연준의 추가 긴축 위험을 높이고 있다. 4월 개인 소비지출은 전달에 비해 0.8% 증가했는데 이는 시장의 예상치인 0.4%를 크게 상회한 수치다. 이날 PCE 물가지수 발표가 나온 직후 투자자들의 금리 선물 거래를 통해 연준의 정책 경로를 가늠하는 ‘페드워치’에서 6월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확률이 50% 이상으로 높아졌다. 시장이 PCE 지표 해석을 지속할수록 ‘매파적 신호’로 보고 미 동부시간 오후 2시 30분 현재 6월 인상 가능성이 62.5%까지 올랐다. 이달 3일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에는 동결 가능성이 90%가 넘은 이후 고물가 지속 조짐에 확률이 점차 내려오고 있었지만 그래도 시장은 동결에 무게를 둬왔다. 최근 은행 위기와 부채 한도 문제가 금융시장에 압박을 주고 있어 6월에 동결을 선택하더라도 7월 인상을 피하긴 어렵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다이앤 스웡크 KPMG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이것은 연준에게 잘못된 방향이다. 6월은 부채 한도 문제에서 벗어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7월 인상’은 현재 진행 중”이라고 발했다. 앞서 공개된 FOMC의 5월 회의록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6월 정책 결정을 두고 인상파와 동결파로 의견이 맞선 것으로 나타났다. 예상보다 느린 인플레이션 하락 및 과열된 노동시장, 최근 은행 혼란에 따른 신용 경색 가능성 사이에서 저울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상향 협상이 ‘벼랑 끝 대치’를 이어가자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가 미 국가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 대상’으로 지정했다. 협상 상황에 따라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의 신용등급을 내릴 수 있다는 뜻이다. 야당 공화당 소속인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은 협상에 일부 진전이 있다고 밝혔지만 미 국내 정치 대립 격화라는 ‘정치 리스크’만으로도 글로벌 금융시장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경고한 것이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예고한 ‘X-데이트’, 즉 재무부 현금이 바닥나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시작되는 예정일은 6월 1일이다.● 피치 “정치 대립이 디폴트 리스크 높여”매카시 의장은 24일(현지 시간) 백악관과 공화당 간 실무 협상을 끝낸 뒤 기자들과 약 13분간 만나 “일부 진전을 이뤘고 합의를 향해 가고 있다”며 “우리는 디폴트를 피할 것을 굳게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집권) 민주당은 (급진 좌파 성향) ‘버니 샌더스 당’이 되고 있다”며 민주당 비판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협상이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매카시 의장의 발언에도 피치는 이날 실무 협상 직후 미 신용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을 경고했다. 미 장기 외화표시채권 신용등급을 현재 최고 등급 AAA로 유지는 하되 부정적 관찰 대상에 올린 것이다. 그 이유로는 미국의 정치 갈등을 꼽았다. 피치는 “부정적 관찰 대상 지정은 미 부채한도 상향 합의를 방해하는 정치 대립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올 1월 19일 부채한도가 31조4000억 달러(약 4경1514조 원)에 도달한 미국은 23일 현재 재무부 긴급 자금 보유액이 765억 달러(약 101조4000억 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피치는 “여전히 부채한도가 X-데이트 이전에는 상향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미 정부가 일부 (부채) 지불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다음 달 1, 2일에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를 비롯해 상당 규모의 정부 지출이 집중돼 있어 돈이 언제 바닥을 드러낼지 모른다는 얘기다. JP모건도 미국이 여야 합의 없이 X-데이트를 맞이할 확률을 25%까지 올렸다. 피치는 “부채한도를 둘러싼 벼랑 끝 대치로 미 당국이 중기 재정 문제를 의미 있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미국 신용에 대한 하방 위험을 나타낸다”며 불안한 거버넌스, 재정건전성 악화가 미국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11년 글로벌 증시 출렁, ‘악몽’ 떠올려 이번 주가 사실상 합의의 마지노선이 될지 모른다는 전망에 전 세계 금융시장의 긴장감은 높아진 상태다. 피치가 미국을 부정적 관찰 대상으로 지정하자마자 달러에 이어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일본 엔화 가치가 급등하고 6월 초 만기 미 국채 금리가 7%까지 치솟는 등 금융시장은 출렁였다. 이를 두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1년 디폴트 직전 부채한도 상향에 합의했음에도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 신용등급을 강등시켜 글로벌 증시에 충격을 준 ‘악몽’이 떠오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시에도 민주당 정권과 야당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한 하원 등 현재의 미국과 정치 상황이 같다. 미 재무부는 피치의 부정적 관찰 대상 지정에 대해 “양당의 벼랑 끝 대치가 미국 기업과 가계에 해악을 끼치고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백악관과 공화당이 24일 4차 협상에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미국 현충일인 메모리얼데이(29일) 연휴를 맞아 양당의 많은 의원은 워싱턴을 떠나 자신의 지역구로 향하고 있다. 양당 지도부는 의원들에게 24시간 내에 부채상한 상향 표결을 할 수 있도록 대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사상 최대 실적 전망치를 내놓으며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폭발을 예고했다.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세계 반도체 시장을 반등시킬 ‘AI 파워’가 입증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도 반도체 경기 저점을 찍는 시기가 좀더 앞당겨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AI 등에 업고 엔비디아 ‘어닝 서프라이즈’엔비디아는 24일(현지 시간) 1분기 실적 발표 직후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24.6% 상승했다. 이 회사 회계기준으로는 올해 2∼4월에 해당한다. 엔비디아는 올해만 주가가 두 배로 뛰어오르며 반도체 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1조 달러(약 1324조 원)를 눈앞에 두고 있다. 엔비디아의 1분기 매출은 72억 달러(약 9조50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했지만 2분기 매출 전망치가 110억 달러(약 14조5310억 원)에 달한 것이 ‘어닝 서프라이즈’의 결정적 배경이었다. 지난해 2분기 매출(67억 달러) 대비 64% 높고, 월가 예상치(71억5000만 달러)보다도 50% 높은 수치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컴퓨터 산업은 두 가지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가속화하고 있는 컴퓨팅 파워와 생성형 AI”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데이터센터를 경쟁적으로 늘리고, AI 확산이 고성능 반도체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의미다. 황 CEO는 3월 개발자 콘퍼런스에서도 “AI의 ‘아이폰 모멘트’가 왔다”고 밝힌 바 있다. AI에는 빅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GPU가 필수적이다. GPU 설계에 특화된 엔비디아는 AI용 GPU 시장 점유율이 90%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미 정부가 엔비디아의 최신 AI용 반도체 ‘H100’ 등에 대해 중국 수출을 금지하는 등 미중 갈등 여파에 직격탄을 맞았지만 AI 시장에 대한 지배력 덕에 최대 실적을 눈앞에 두게 된 것이다. 엔비디아는 금지 품목의 ‘중국 버전’을 따로 만들어 규제를 우회하며 타격을 최소화해왔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 전체가 ‘반등 기대감’ 엔비디아가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도는 전망을 내놓으며 반도체 업계 전반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GPU가 AI,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로 살아나는 만큼 메모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도 덩달아 활성화되는 신호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AI 고도화에 맞춰 고부가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핵심 중간재인 반도체 주문이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들이 설비투자 준비에 나서기 시작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메모리 시장의 경우 수요가 점차 살아나는 데다 주요 플레이어들이 일제히 감산에 나선 만큼 하반기(7∼12월)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파운드리의 경우 수요가 살아나도 결국 고객으로부터 ‘수주’를 해야 하기 때문에 초미세공정 개발 등 기술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발 ‘AI 훈풍’에 경쟁사 AMD(8.2%)나 엔비디아를 고객사로 두고 있는 대만 TSMC(6.8%)의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줄줄이 상승했다. 삼성전자도 25일 장 초반 1년 2개월 만에 ‘7만 전자’를 찍으면서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SK하이닉스는 전날보다 6% 오른 10만3500원에 장을 마감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미국 연방정부 부채한도 상향 협상이 ‘벼랑 끝 대치’를 이어가자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가 미 국가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 대상’으로 지정했다. 협상 타결 상황에 따라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의 신용등급을 내릴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야당 공화당 소속인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은 협상에 일부 진전이 있다고 밝혔지만 미 국내정치 대립 격화라는 ‘정치 리스크’만으로도 글로벌 금융시장 상황이 영향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셈이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예고한 ‘X-데이트’, 즉 재무부 현금이 바닥나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시작되는 예정일은 6월 1일이다.● 피치 “정치 대립이 디폴트 리스크 높여” 매카시 하원의장은 24일(현지 시간) 백악관과 공화당 실무 협상이 끝난 후 기자들과 약 13분간 만나 “우리는 일부 진전을 이뤘고 합의를 향해 가고 있다”며 “우리는 디폴트를 피할 것을 굳게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권) 민주당은 (급진 좌파 성향) ‘버니 샌더스 당’이 되고 있다”며 민주당 비판에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협상이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매카시 하원의장의 발언에도 피치는 이날 실무 협상 직후 미 신용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을 경고했다. 미 장기 외화표시채권 신용등급을 현재 최고 등급 AAA로 유지는 하되 부정적 관찰 대상에 올린 것이다. 부정적 관찰 대상에 올린 이유로는 미국의 정치 갈등을 꼽았다. 피치는 “부정적 관찰 대상 지정은 미 부채한도 상향 합의를 방해하는 정치 대립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며 “여전히 부채 한도가 X-데이트 이전에 상향될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미 정부가 실질적으로 일부 (부채) 지불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올 1월 19일 부채 한도 31조4000억 달러(4경1514조 원)에 도달한 미국은 23일 현재 재무부 긴급 자금 보유액이 765억 달러(101조4000억 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피치는 부채 한도를 높이기 전에 X-데이트가 닥칠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도 경고했다. 다음달 1, 2일에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를 비롯해 상당 규모 정부 지출이 집중돼 있어 돈이 언제 바닥을 드러낼지 모른다는 얘기다. JP모건도 미국이 X-데이트를 맞이할 확률을 25%까지 올렸다. 피치는 “부채한도를 둘러싼 벼랑 끝 대치로 미 당국이 중기 재정 문제를 의미 있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미국 신용에 대한 하방 위험을 나타낸다”며 불안한 거버넌스, 재정건전성 악화가 미국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11년 글로벌 증시 출렁, ‘악몽’ 떠올려 이번 주가 사실상 합의의 마지노선이 될지 모른다는 전망에 전 세계 금융시장의 긴장감은 높아진 상태다. 피치가 미국을 부정적 관찰 대상으로 지정하자마자 달러에 이어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일본 엔화 가치가 급등하고 6월 초 만기 미 국채 금리가 7%까지 치솟는 등 금융시장은 출렁였다. 이를 두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1년 디폴트 직전 부채한도 상향에 합의했음에도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푸어스(S&P)가 미 신용등급을 강등시켜 글로벌 증시에 충격을 준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시에도 민주당 정권과 야당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한 미 하원 등 현재와 정치 상황이 같다. 미 재무부는 피치의 부정적 관찰 대상 지정에 대해 “양당의 벼랑 끝 대치가 미국 기업과 가계에 해악을 끼치고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백악관과 공화당이 24일 4차 협상에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미국 현충일인 메모리얼데이(29일) 연휴를 맞아 양당 많은 의원은 워싱턴을 떠나 자신의 지역구로 향하고 있다. 양당 지도부는 의원들에게 24시간 내에 부채상한 상향 표결을 할 수 있도록 대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