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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마음의 그림자다. 나는 힘들 때 아들에게 가끔 글을 쓴다. 물어보지 못한 안부를 엽서로 묻는다. 엽서가 책상 위에 쌓여갔다. 부치지 않는 까닭은 당장 답장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혹시 모를 기적이 일어났을 때 엽서를 끄집어내 아들에게 설명할 요량이다. “아버지의 마음이 이랬단다”라며. 물론 기적은 없을지도 모른다. 기적을 바라지 않는 것은 현실에 더 충실하기 위해서다. 아들이 발달장애 자폐 1급 판정을 받은 지 10년이 지났다. 나는 매일 아침 아들과 등교한다. 9년 동안 아이의 손을 잡고 학교를 향했다. 장애 판정을 받는 순간 세상은 말없이 무너져 내렸다. 순간 냉철해지기 시작했다. 마음을 굳건하게 다잡았다. 병원에서 나오는 길에 아들을 껴안고 맹세했다. ‘내가 너를 지켜주겠노라’고. 아들의 장애를 죽는 날까지 온전히 인정하기로 했다. 그 후로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아들의 장애를 숨기거나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이었다. 아들과 동행할 때는 주변 사람에게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 설명했다. 이웃의 불편을 감안해 1층에서만 살았던 우리 가족은 고층으로 이사를 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이웃들은 이제 아들의 장애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밀폐된 공간에 들어온 아들이 박수를 치면서 혼잣말을 할 때 이웃들은 적잖이 놀랐다. 나는 이웃들에게 ‘45층에 사는 준우’를 차근하게 설명해 주었다. 이웃들 역시 이런 경험이 없었을 것이다. 만약 내가 이웃들에게 당당히 설명하지 않았다면 소통의 벽은 점점 높아져 갔을 것이다. 이웃들은 내 설명이 있고서야 준우에게 미소를 보이기 시작했다. 한 걸음 다가온 이웃들은 이제 준우를 보면 머리를 쓰다듬으며 안부를 묻게 되었다. 중학생인 아들 준우는 10여 개의 단어로 세상과 소통을 한다. 하나의 문장을 만들어 사용하지 못한다. 배가 고프면 ‘밥’ 혹은 ‘라면’이라고 어눌하게 말한다. 용변이 급하면 ‘화장실’이라 말하며 눈치를 살피는 식으로 소통한다. 기본적인 생활에 필요한 단어 몇 개만으로 소통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5, 6세 정도의 사회성을 지닌 아들은 아플 때 구체적으로 설명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아파요”를 반복한다. 식구들은 준우를 둘러싸고 어디가 아픈지 검사를 하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손으로 아픈 부위를 가리키며 “아파요?”라고 되묻기를 반복한다. 우리는 안타깝지만 준우를 둘러싸고 웃음을 터뜨리곤 한다. 비교적 그것이 경미한 통증일 때다. 그 웃음의 의미는 준우가 우리 가족의 구심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두 딸은 이미 오빠의 장애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부모와 우리의 이웃들이 준우를 따뜻하게 껴안은 가르침 덕분이다. 딸은 이제 오빠의 장애를 자연스럽게 설명할 만큼 자랐다. 오빠의 장애를 생글생글 웃으며 말하는 딸들도 한 번쯤 상처를 받기도 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젊은 부부에게 아들의 장애를 설명했다. 우리 가족과 눈도 마주치지 않았고 어떠한 반응도 없었다.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딸들이 눈물을 글썽거렸다. 엘리베이터에서 나온 딸들이 물었다. “아빠 왜 그 사람들은 오빠를 쳐다보지도 않는 거죠?” 나는 당혹해하지 않았다. 딸에게 나지막이 그리고 또렷하게 답했다. “세상에는 오빠보다 더 큰 마음의 장애를 가진 사람이 많으니 우리가 이해를 해야 한다”고. 자양중학교 2학년 2반 강준우 학생은 장애 학생이 있는 특수학급과 일반학급을 오가며 수업한다. 학교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튼실한 교육과 친구들의 보살핌은 정겨울 정도다. 소외되고 학대받는 학교 문제 뉴스는 지극히 일부인 셈이다. 이달 초 아들 준우와 10년 동안 몸의 대화를 일기한 책 ‘사랑 한 술’이 출간되었다. 책이 나오자 맨 먼저 아들에게 보여주었다. 아들은 책 제목을 읽더니 관심 없다는 듯이 이내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창밖을 보며 혼잣말을 쏟아내더니 신나게 박수를 친다. 아들의 뒷모습을 보며 지난 세월을 떠올렸다. 아들을 통해 나는 인정하는 법을 배웠다. 인정하지 않는다면 결손이다. 그러나 인정하는 순간 결속이다.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 강동대 실용음악과 교수}

시장, 마트, 극장, 숙박시설, 종교시설 등은 시설물 분류상 소규모 시설로 구분된다. 하지만 다중이용시설이란 특성 때문에 국민의 실생활에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화재, 폭발, 붕괴 등 대형 재난의 발생 위험도 크고, 신속하게 대피하지 못하면 더 큰 참사로 이어진다. 다중이용시설은 현재 중요한 도시 인프라 시설로 자리 잡았지만 시설을 짓기에만 급급했고, 유지 관리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내팽개쳐 놓아 화재, 재난사고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얼마 전 고양종합터미널에서 발생한 화재는 다중이용시설에서 발생하는 전형적인 화재사고이다. 용접과 같은 열을 수반하는 작업 중에 튄 불꽃이 인근의 가연물 등에 옮겨 붙으면서 생긴 화재는 20여 분 만에 진화되었지만 스프링클러 밸브가 잠겨 있었고 대피방송이 제대로 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고 했다. 게다가 용접과 페인팅을 포함한 대규모 인테리어 공사도 소방당국의 허가 없이 불법으로 진행됐다. 사실 거의 모든 시설에서 당국의 허가를 얻지 않고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의 경우 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화기를 사용하거나 가연성 가스를 사용하는 공사는 규모가 아무리 작다 해도 관할 소방당국에 사전 계획서를 제출하여 허가를 얻어야 한다. 허가가 나왔다고 해도 주변 상가 등의 영업이 종료된 시점에 작업을 하거나 건물 전체를 폐쇄해 만에 하나 이용객들에게 미칠 피해를 막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인테리어 공사면허를 회수하거나 건물주의 영업권을 제한하는 벌칙조항도 있다. 법규로 지정돼 있으니 소방당국이 철저하게 감독한다. 우리는 시설물에서 다중이용시설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고, 대체로 민간사업자가 추진하기 때문에 당국의 지도가 미흡할 경우에는 안전관리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허가대행 위탁업무’이다. 소유자 또는 건물 관리자가 공사면허를 가진 업자에게 허가업무를 마음대로 위탁하도록 하는 것인데, 민관 결탁을 초래하는 단초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 개선하려면 건물 소유자가 안전을 책임져야 할 전문가를 고용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국가는 이들이 고용하는 안전전문가가 전문성을 가지도록 ‘자격화’하고 교육시켜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현장의 안전책임자가 합당한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지자체의 관리하에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현재 다중이용시설에서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할 안전책임자는 방화관리자 정도다. 이마저도 다른 설비 등을 운영하는 시설관리자가 겸직하면서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다. 2011년부터 시행 중인 ‘초고층 및 지하연계복합건축물의 재난관리법’에 따라 고용하는 총괄재난관리자도 다른 관리자가 겸직하거나 용역업체의 관리자가 대행토록 하고 있어 실효성이 의심된다.박형주 가천대 방재안전융합대학원 교수}

충남 천안에 가려고 KTX 천안아산역에 내려 택시를 타 본 사람은 당황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목적지는 천안인데 아산을 둘러서 가야 한다는 것이 택시 운전사의 말이다. 당연히 시간도 많이 걸리고 요금도 더 나온다. 그런 법이 어디 있냐고 따져봤자 소용없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르면 택시는 사업구역 안에서만 영업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KTX 천안아산역 택시정류장의 소재지는 아산이다. 당연히 그곳에서 영업하는 택시는 모두 아산 택시이니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긴다. 몇 걸음만 걸으면 천안인 데다가 KTX 역에 내리는 승객의 80%가 천안으로 가는데도 천안 택시는 이곳에 들어올 수 없다. 승객을 불편하게 하고 경제적으로도 부담을 주는 제도이다. 천안 아산 지역만 그런 것이 아니다. 대전과 세종시, 충남 홍성과 예산, 경남 김해와 부산 사이에도 이런 불편이 있다고 한다. 이 정도까지 심하지는 않지만 사실 전국의 모든 소비자가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 어느 지역에서나 택시를 타고 다른 지역으로 가려면 할증료를 부담해야 하니 말이다. 사업구역 제도 때문에 돌아올 때는 빈 차로 와야 하고 택시 운전사는 당연히 그에 따른 대가를 요구하게 되니 그것이 할증료다. 사업구역 제도는 소비자뿐 아니라 택시 운전사들에게도 불편하다. 좁은 지역에서만 승객을 태우는 것보다 넓은 지역에서 영업을 할 수 있는 것이 당연히 택시 영업 하는 사람에게도 좋지 않겠는가. 그런데도 이 불합리한 제도가 존속한다. 택시 업계가 자신의 기득권인 기존의 사업구역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일정한 사업구역 안에서만 택시 영업을 허용하는 제도는 승객들의 활동 반경이 좁은 시절에나 맞다. 이제 사람들은 전국을 하나의 도시처럼 누비고 다닌다. 그러다 보니 택시 사업구역 제도는 소비자를 불편하게 만들고, 또 택시 운전사들 사이에서는 갈등의 진원지가 되어 왔다.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물론 정부도 이런 문제들을 알기 때문에 천안 아산, 대전 세종시 등의 사업구역을 통합하기 위해 중재를 해오긴 했다. 하지만 성과는 부진하다. 사업구역으로 인해 상대적 이익을 누리고 있는 지역의 택시 업계가 그 작은 이익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관점을 바꿔야 한다. 택시 업계의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소비자가 왕이다. 택시 운전사나 택시 회사는 소비자인 승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돈을 받는다. 그런 관점에서 택시 사업구역 제도는 폐지하는 것이 맞다. 모든 택시의 사업구역을 대한민국 전역으로 하라. 그래야 소비자인 승객이 왕이 될 수 있다. 어디에서 어떤 택시든 탈 수 있고, 어디든 추가요금을 내지 않고 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사업구역 폐지의 혜택이 소비자에게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택시 운전사들의 수입도 나아질 것이다. 어디서든 승객을 태울 수 있는 데다가 장거리 손님도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사업구역을 폐지한다니 혁명적인 발상인 것 같지만 따지고 보면 그다지 이상할 것도 없다. 이미 운전면허는 그렇게 하고 있다. 어느 면허시험장에서 운전면허를 발급 받았는지와 무관하게 운전은 대한민국 어디에서나 할 수 있다. 택시 영업이라고 해서 달라야 할 이유가 없다. 물론 그렇게 하자면 요금 체계의 단일화 등 손질하고 보완해야 할 과제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택시 업계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소비자의 편익을 받든다는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어렵지 않게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에는 ‘관점의 혁명’이 필요하다. 업계의 이익, 공급자의 이해관계라는 틀에서 벗어나자. 정부의 정책이 공급자의 이해관계에 매달리다 보면 소비자는 불편해지고 사회는 경직되며 경제는 정체된다. 모든 것을 소비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라. 그래야 경제가 성장하고 삶도 풍요로워진다.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컨슈머워치 운영위원}

일벌백계, 성역 없는 수사, 실체적 진실 규명 등 세월호 특별법의 수사권, 기소권 논쟁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안전 개선 노력이 거꾸로 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사회는 안전사고와 안전 개선에 대해 두 가지 심각한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첫 번째 착각은 사고의 ‘객관적’인 진실 규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안전사고의 실체와 진실을 객관적으로 규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안전사고는 인간, 환경, 시스템 속의 복잡한 여러 요인이 결합되어 발생한 현상이다. 그러므로 책임 소재와 원인은 관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우리가 조금이라도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고자 한다면 사고의 결과를 모르고 판단해야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이렇게 불가능한 진실 규명 노력과 관련자의 수사 및 기소에 집중한다면, 오히려 공정함을 달성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안전 개선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두 번째 착각은 더 많은 책임자 색출과 처벌이 세상을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건 아니다. 물론 고의적인 위반, 심각한 직무 태만은 용납할 수 없고, 책임과 처벌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사고 조사 과정에서 근본 원인을 파악하기보다는 자기 방어적이고 표면적인 조사가 되기 쉽다. 결국 근본적인 안전 개선이 아니라 오로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방어 체계를 세우는 데 급급하게 된다. 게다가 시간이 지나고 나면 두려움이 줄어들고 안전이 점점 우선순위에 밀리면서 또 다른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어쩌면 불가피한 일이다. 1964년 마틴 루서 킹이 한 말이 지금의 대한민국에도 교훈이 될 것 같다. 3명의 백인 우월주의자가 흑인 7명을 연쇄 살인한 사건이 밝혀졌을 때, 마틴 루서 킹은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를 묻기보다는, 무엇에 책임이 있는지 묻자”라고 호소했다. 그가 말한 ‘무엇’은 가해자의 마음속에 있던 증오, 차별, 편견, 편협, 두려움이 될 수도 있고, 그 당시 미국 정치의 상황, 법 제정과 적용의 현황이 될 수도 있다. 어쩌면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객관적이기 힘든 근거를 더 찾아내어 몇 명 더 책임자를 찾아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이번 사고와 희생자가 의미 있게 기억되고 사회 변화의 씨앗이 되는 것이 아닐까. 객관적인 진실 규명과 누가 잘못했는지에 집중하기보다는 무엇이 관련자들을 그 상황에서 그렇게 행동하도록 했는지에 대한 심층적인 조사로 진정한 안전 개선이 시작되기를 바란다.전규찬 영국 러프버러대 디자인스쿨 교수}

국민건강보험공단 박경순 징수상임이사(58)와 마주 앉았다. 말단 직원으로 출발해 35년 만인 지난해 7월, 이사로 승진한 인물. 그동안 공단에서 외부 여성 인사가 이사로 영입된 적은 있지만 평사원으로 이사직에 오른 것은 박 씨가 처음이다. 공단에는 총 5명의 이사가 있다. 징수이사는 보험료를 징수하고, 자격을 관리하는 등의 업무를 총괄한다. 자그마한 체구에 소박해 보이는 얼굴. 하지만 동료들은 그를 ‘여걸’이라 부른다. 어떤 질문에도 시원시원하게 답변하는 스타일. 기자가 바로 질문을 던졌다.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이 뭔가요? 형식적인 답변 말고, 진짜로 본인이 생각하는 비결.” 곧바로 답변이 돌아왔다. 역시 막힘이 없는 스타일 같았다. “우연찮게 들었어요. (윗선으로부터) 제가 일을 성의 있게 한다는 평가를 받았대요.” 기대했던 것과 달리 싱거운 답변. 하긴, 최선을 다하는 거야말로 이 시대 모든 직장인의 승진 비결이 아니겠는가. 기자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박 이사가 다시 입을 열었다. 보충 설명을 하겠다는 표정이었다. “단 한 번도 현장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여자라는 시선과 싸웠어요. 뒤로 물러설 생각은 추호도 없었어요. 그런 모습이 성의 있게 보였나 봐요.”현장의 가치를 깨닫다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1975년. 고교를 갓 졸업한 박 이사는 9급 공무원 시험을 통과했다. 첫 근무지는 경북 구미의 한 면사무소.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손에 든 임용장이 조금은 자랑스러웠다. 보통 사람의 두 배는 될 법한 덩치의 면장이 그를 맞았다. 부리부리한 눈매에 쩌렁쩌렁한 목소리. 면장은 허공에 대고 대뜸 화부터 냈다. “남자를 달라고 했는데 왜 또 여자야?” 잘못한 일도 없는데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면장은 그의 기분을 아랑곳하지 않았다. 군청으로 전화를 걸고는 다시 소리를 질렀다. “또 여자를 보내주면 어떡합니까? 현장에 할 일이 산더미인데, 당장 남자로 바꿔주든지, 데려가든지 하세요.” 전화를 끊고 나서도 면장은 한참을 씩씩거렸다. 여자 공무원은 호적등본 발급과 같은 업무만 해야 한다는 게 면장의 생각이었다. 이미 호적계에 여직원이 있었으니 더이상의 여직원은 불필요하다는 거였다. 반대로 현장엔 새마을운동이니, 모내기 독려니, 벼 파종 독려니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농부, 인부들과 어울려야 할 남자 공무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였다. 여자는 ‘현장’에 있으면 안 된다는 고정관념. 40여 년 전, 대부분의 남자들은 그렇게 생각했고, 그걸 스스럼없이 말했다. “여자가 뭘…. 그냥 방구석에나 틀어박혀 있지.” 박 이사는 도로를 넓히는 ‘취로사업’을 관리하는 일을 맡았다. 현장 업무다. 면장은 마뜩잖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사람이 모자라니 어쩔 수 없었다. 첫날, 현장에 가자마자 인부 인원부터 체크했다. 점심과 퇴근 무렵 다시 인원을 체크했다. 지출된 비용에 대해서도 영수증 하나까지 모두 챙겼다. 원칙을 지켰을 뿐인데, 인부를 동원하는 나이 든 마을 이장은 투덜거렸다. “젊은 사람이 왜 그렇게 팍팍하게 굴어? 도무지 융통성이 없어. 지금껏 다른 직원들은 나한테 맡기고 볼일 보던데….” 사소한 것에도 ‘이권’과 ‘떡고물’이 떨어지던 시절이었다. 노회한 이장의 말이 무슨 뜻인지 그는 잘 알았다. 하지만 원칙을 저버릴 수는 없었다. 그 대신 전략을 수정했다.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현장에서 살아남겠다고. 그 후로, 회의가 열릴 때마다 박 이사는 마당까지 뛰어나가 이장들을 맞았다. 사업에 필요한 장비들은 이장이 얘기하기 전에 미리 제공했다. 복잡한 서류 작업은 물론이고 눈코 뜰 새 없는 농번기에는 이장이나 마을 사람들의 농협이나 우체국 업무도 대신 해 줬다. 진심은 통하는 법. 철모르는 젊은 여자가 날뛴다던 이장들이 마음을 열었다. 여직원은 호적등본이나 떼주어야 한다던 면장도 생각을 바꿨다. 이구동성. “웬만한 남자보다 낫구먼.” 박 씨는 3년 3개월간 공무원 생활에서 현장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그 후 그는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금까지도 제 철학의 첫 번째 항목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게 바로 현장입니다.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현장에서 부딪쳐야 합니다. 현장을 얻으면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어요.”지사 순례는 지금도 계속 박 이사는 1979년부터 2009년까지 줄곧 대구, 경남과 부산 일대의 지사에서 근무했다. 그 사이에 차장, 부장, 지사장으로 차례차례 승진했다. 거의 매번 ‘여성 행정직 최초 승진’이란 기록을 남겼다. 2009년 3월 서울 본사의 고객지원실장으로 발령받았다. 쉬운 자리는 아니었다. 당시 공단의 공공기관 고객만족도는 ‘미흡’ 수준이었다. 이를 ‘우수’로 끌어올려야 했다. “뭐가 문제인지부터 알아야 고칠 거 아닙니까? 고객과 직접 접촉하는 현장의 창구부터 확인했어요. 역시 문제가 있었어요. 답은 늘 그렇듯이 현장에 있었습니다.” 창구에서는 이른바 ‘민원 병목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서류 발급이나 보험 확인, 보험카드 발급 등 여러 업무가 뒤엉켜 있어 하나만 늦어지면 나머지까지 모두 늦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서비스 현장이 이러니 고객들이 피부로 느끼는 만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박 이사는 이 점부터 고치도록 했다. 고객의 의견에 즉각 피드백을 보내는 ‘VOC(Voice Of Customer)’ 시스템도 개발했고, 홈페이지도 개편했다. 그 덕분에 공단의 고객만족도는 이듬해 ‘보통’, 2011년 ‘양호’ 수준으로 향상됐다.(현재는 ‘우수’ 점수를 받고 있다.) 2011년 7월 대구지역본부장으로 발령받았다. 다시 야전사령관으로 돌아가는 길. 지사장은 자신의 지사만 챙기면 되지만 본부장은 지사 모두를 다독여 성과를 내게 해야 한다. 마음이 복잡해졌다. 막상 취임하자 마음은 편해졌다. 그랬다. 이미 해법은 나와 있었다. 바로 지사를 ‘순례’하는 것. 한 달 이내에 총 31개의 지사와 출장소를 방문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취임사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신발 끈을 고쳐 맸다. 이 계획은 24일 만에 달성했다. 그야말로 강행군이었다. 사실 은근히 걱정이 되기도 했다. 정작 현장에선 높으신 분의 ‘행차’로만 여길 수도 있는 노릇.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지사를 방문할 때면 항상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경청했다. 처음에는 입을 여는 직원이 별로 없었다. 박 이사는 가능하면 즉각적으로 피드백을 줬다. 그러자 지사 직원들도 입을 열기 시작했다. “성주에는 참외, 고령에는 수박이 많이 납니다. 제가 현장을 돌면서 알게 된 지식이죠. 시찰로는 현장을 알 수 없어요. 그래서 지사에 갈 때마다 애로사항과 사옥 상태, 운영 현황 등을 물었고, 그걸 책자로 만들어 첫 본부장 회의 때 제출했습니다. 반응이 아주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현장 챙기기는 그가 대구지역본부장으로 있던 1년 6개월간 지속됐다. 이 기간 그는 지사별로 평균 3회 이상 방문했다. 이사가 된 지금도 지사 순례는 계속하고 있다. 여성 차별, 모두가 나서야 깨져 임원의 지위에까지 올랐지만 직장생활 초년병 시절의 설움은 여전히 상처로 남아 있다. “처음 공단에 취직했을 때 민원창구에서 일을 했어요. 당시 여자라면 당연한 코스였어요. 남자 직원들은 중요 부서에 배치됐지만 여자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여성 직원에게는 늘 ‘보조’란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그가 오랜 시간 지방을 돌며 지사에서 근무한 것도 차별 때문이다. 여러 차례 본사 근무를 희망했었다. 그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본사에 여자가 근무할 자리가 없다”였다. 인사철이 되면 속이 터졌다. 제아무리 성과를 내도 평가 점수는 늘 꼴찌였다. 가장 좋은 점수는 나이 많고 남자인 직원들이 받아갔다. 물론 승진도 남자들의 몫이었다. 하지만 화를 낼 수도 없었다. “나이 든 남자 선배들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데, 여자가 양보하는 게 당연하다는 인식이 강했어요. 공정하지 않다고 항의하면 이상한 여자 취급 당했죠. 억울하더라도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어요. 그 때문에 남자 동료들보다 승진이 한참이나 늦어졌어요.” 요즘은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공단에도 여성 부장과 실장이 흔해졌다. 그래도 작은 바람이 있단다. 7월에 공단에서 인사가 나는데, 이번에는 업무부서가 아닌 핵심부서에서 여성 실장을 배출하기를 간곡히 청한다나. 동아일보의 ‘여성 1호를 만나다’ 시리즈에 대한 소감을 물었다. 더불어 진정한 양성평등을 이루기 위한 방법도 물었다. “아직 봄이 오지는 않았어요. 멀리 산을 보면 꼭대기에는 여전히 눈이 쌓여 있어요. 그 눈을 치우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입니다. 각 분야에서 여성 1호가 더 많이 나와야 합니다. 여성 1호가 나왔다면 2호, 3호가 계속 쏟아져야죠.”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공황장애로 평생을 투병하며 정신질환을 예술로 승화시킨 이 시대 최고의 아티스트 쿠사마 야요이의 ‘A Dream I Dreamed’ 전시회가 지난달 4일 개막한 이후 12만 명의 관람객이 찾았습니다. 당초 이달 15일 폐막 예정이었지만 미처 관람하지 못한 분들의 요청으로 전시기간을 17일까지 이틀 더 연장합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람을 바랍니다. 02-580-1300주최: 예술의전당 동아일보}

간헐적인 빗방울이 내리지만 여전히 무더운 날씨. 외국인 관광객들이 형형색색 한복의 아름다움에 반했나 봅니다. 광화문광장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마냥 즐거워하고 있네요.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2009년에 시작한 쿠사마 야요이의 회화 시리즈 ‘나의 영원한 영혼’은 현재 310개 이상으로, 가장 큰 시리즈 중 하나로 성장하였습니다. 이 시리즈는 그녀가 영적인 평화를 가지고 있으며 마음의 혼란 상태가 감소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제목은 각각 ‘봄의 자각’, ‘태양의 광채’, ‘행복한 하늘 아래’입니다. 이전의 단색작품보다 강하고 밝고 직관적인 표현이 두드러집니다. 02-580-1300주최 : 예술의전당 동아일보}

정성희 동아일보 논설위원(사진)이 24일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가 주는 제8회 KBCSD 특별공로상을 받았다. 대상에는 서울경제 윤홍우 기자의 ‘에너지 황금비율 찾아라’(신문부문)와 KBS 감일상 보도본부 탐사제작부장의 ‘KBS 시사기획 창: 공유, 경제를 바꾸다’(방송부문)가 선정됐다.}

국내 최대 안경 대표 유통기업인 시호비전그룹 김태옥 회장(왼쪽)과 통일부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 김형석 원장은 18일 오후 3시 하나원 본원에서 안경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시호비전은 2018년 3월까지 하나원 및 제2하나원 교육생 중 안경이 필요한 교육생에게 시력 교정용 안경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시호비전그룹 제공}

서울대 성악과 소식을 접하면서 부끄러운 마음이 앞선다. 도를 넘는 파벌 싸움에 성추행 소식까지 접하면서 대학교수 사회 이야기라기보다는 막장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오죽하면 대학 본부에서 성악과는 자정 능력을 상실했으며 스스로 판단 능력을 잃었다고 보고 폐과까지도 고려하고 있을까. 그런 소식이 들리는 것을 보면, 이번 일은 보통을 넘어선 상태로 보인다. 내용을 뜯어보면 이게 과연 최고 국립대학인 서울대에서 벌어진 일인지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퇴직 후 파벌 싸움으로 충원을 못해 교수 8명이 있어야 하는 학과에 교수가 달랑 4명밖에 없다는 것도 기가 막힐 일이고 설상가상으로 불법 고액 과외, 학력 위조, 제자 성추행, 협박 전화 등 여러 의혹이 다발로 제기되고 있다. 문제의 근원은 성악과 교수 자신들이다. 만약 상식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면 서울대 성악과 교수들이 모두 물러나야 마땅한 게 아닌가 싶다. 염치가 있다면 도무지 남 앞에 얼굴을 들지 못할 정도의 망신을 집단으로 당하는 상태에서 제자들을 무슨 낯으로 대할 것인가. 선생들의 모습에서 제자들이 무엇을 배울 수 있단 말인가. 이번 사태의 근본은 예능계 파벌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왜 파벌 간의 골이 이토록 깊어진 것일까? 이것은 대학 교육을 도제식으로 생각하는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에서 시작된 것이다. 일부 음악대학에서는 입학 후 지도교수가 한 번 정해지면 졸업 때까지 전공 지도교수를 바꾸지 않는 곳들이 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누구는 누구 제자’라는 줄 세우기가 시작된다. 제자들 처지에서는 지도교수에게 찍히면 음악 인생이 끝장난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지도교수 음악회가 열리면 표도 사 주어야 하고 박수부대 노릇도 해야 하며, 선생님의 이삿짐도 날라 주어야 하는 등 스승에게 잘 보이기 위해 확실한 눈도장을 찍으려 애쓰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심지어는 제자들이 교수들로부터 성추행을 당해도 그냥 감내해야 한다. 일부 교수들은 퇴임하고 나서도 자기 제자들을 학교 안에 넣으려고 공작을 하기까지 한다. 교수 채용 과정에서 소위 ‘대선배’가 마치 마피아나 되는 것처럼 이리저리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것이 효력이 발생하는 것을 보면서 대학 사회에는 더욱더 줄서기가 강화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문제들을 없앨 수 있을까. 우선 대학 내 파벌을 없애는 첫 단추로, ‘누구는 어느 선생의 제자’라는 줄을 지우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해마다 지도교수를 바꾸어 여러 선생에게 배우도록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신임 교수를 채용할 때 외부 심사위원을 대폭 개방하는 것이다. 지금도 외부 심사위원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폭을 더 확대해야 한다. 심사위원 구성권을 학과에 맡기지 말고 객관성이 높아지도록 5배수 정도 추천을 받고 이를 토대로 본부에서 지명을 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 더 객관성을 높이려면 심사위원 한 사람 점수가 결과를 좌우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즉 심사위원이 낸 점수 중에서 최고점과 최저점을 버리고 계산하는 방식이다. 이 채점 방법은 동아일보에서 주최하는 음악콩쿠르에서 시행하고 있는데 이렇게 하다보니 동아일보 경연대회가 공정하다는 평을 받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대학 성악과라는 곳이 노래 솜씨만을 연마하는 곳이 아니다. 대학에서 예술을 가르치는 이유는 가요학원에서 노래를 가르쳐 대중가수로 성공시키는 것과는 달라야 한다. 그러자면 교수 선발 기준부터 달라져야 한다. 대학교수가 되려는 사람의 인생관, 교육관, 예술관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로 서울대 성악과는 씻을 수 없는 망신을 당했다. 이러한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번 사태의 원인에 대한 깊은 성찰과 재발 방지를 위한 뼈를 깎는 노력을 하여야 할 것이다.전인평 중앙대 명예교수}

《 100만 관객이 드물지 않은 우리 영화계. 그러나 우리 영화판의 실상은 어떨까요? 영화 한 편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백 명의 스태프가 필요하지만 그들의 삶은 ‘어떻게 이럴 수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열악합니다. 이달 29일은 생활고에 시달리던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 씨가 숨진 채 발견된 지 3년이 되는 날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부터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예술인에게 최대 8개월간 월 100만 원씩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목지선(성신여대 영문과 졸) 이병철 동아일보 인턴기자(서강대 신방과 4학년)가 열정 하나로 버티는 영화판 스태프를 만나봤습니다.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열악한 형편20년 정도 촬영 팀에서 일했다. 이제 좀 경력이 쌓여서 한 작품 하면 1500만 원 정도 받는다. 문제는 1500만 원이 연봉이라는 거다.(43·스태프) 4, 5번 정도 영화가 중간에 중단돼서 인건비를 못 받았다. 결국 1년 반 넘게 무일푼 백수로 지냈다.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집세라도 내려고 편의점, 야채가게 아르바이트를 했다. 남는 돈으로는 보리차도 살 수 없어 수돗물만 끓여 먹고, 컵라면 사 먹으려고 빈 병 주우러 다녔다. 배고픔에 치를 떨었다.(37·스태프) 촬영 시작하면 한 번에 30∼40시간을 찍는다. 오전 6시에 집합하면 다음 날 점심에 끝나는 거다. 그렇게 힘들게 촬영을 마치고 차비가 없어 집까지 3시간 반을 걸어간 적도 있다. 2000년부터는 다행히 교통비 1만 원씩을 주는데 올해까지 똑같다. 2004년 인건비가 2013년 인건비랑 똑같다.(35·여·스태프) 가난이 내 작업을 사로잡을까봐 두렵다. 가장 힘들었던 해는 한 해 수입이 200만 원이 안 된 것 같다. ‘알바’도 못하고 작업을 마무리하고 보니 수중에 4000원밖에 없었다. 3주간 4000원으로 버텼다. 한번은 친구가 교통카드 충전을 해줘서 밖에 나갈 수 있었다. 구질구질했다.(33·여·독립영화감독) 촬영장 막내라는 게 하는 일은 짐꾼이다. 막내로 들어간 날, 일을 주선해 준 형이 13만 원짜리 유명 메이커 운동화를 선물해줬다. 일 열심히 하라고 주는 건 줄 알았는데 한 달 반 정도 촬영하고 영화가 끝났는데 형이 인건비를 안 주는 거다. 알고 보니 그때 그 운동화가 내 인건비였다.(35·스태프) 무명 배우는 촬영 경험을 쌓기 위해 저임금, 혹은 무보수로 촬영한다. 고정 수입이 없으니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촬영이나 공연 스케줄에 지장이 없으려면 이른 아침, 늦은 밤에 하는 단기 ‘알바’를 구한다. 나도 월세 자금이 불안해서 주말마다 초등학교 댄스강사로 출강한다. 나머지 생활비는 촬영 스케줄이 없는 날 헤어모델, 홈쇼핑 시연 촬영 등을 하며 충당하고 있다.(30·여·배우) 조연이나 단역 배우는 많이 뽑지도 않을뿐더러 지원자가 많다. 그러다 보니 임금은 낮은 편이다. 대체로 촬영 후 두 달 내에 입금이 되는데 작품마다 다르지만 보통 회당 50만∼70만 원 사이다. 그리고 번 돈의 20%를 에이전시에 떼어 준다. 나는 한 달에 120만 원쯤 버는 셈인데 ‘노가다’로 생활비를 채운다.(33·배우)열정을 착취당하고 있다 서러운 건, 아무도 우리를 인정해주지 않는 거다. 좋은 영화가 만들어져도 결국에 찬사를 받는 건 감독과 주연배우들, 더 나아간다면 제작사 사장이나 작가들이다. 영화 촬영부터 편집까지 영화 스태프는 정말 쉴 새 없이 움직인다. 하지만 결국 주목받는 건 이들뿐이다.(28·스태프) 막내들은 거의 거지나 다를 바가 없다. 그냥 영화일이 좋다고 해서 온 아이들이니 싼값에 부려먹는 거다. 왜냐고? 걔들은 어려서 열정이 있잖아. 딱 착취하기 좋은 열정이.(42·스태프) 4대 보험 보장? 전혀 없다. 우린 대부분 작품별로 임시 계약직으로 움직인다. 돈도 시간별이 아닌, 계약금 중도금 잔금처럼 받기 때문에 보험 혜택을 받기가 어렵다. 또 제작사들이 스태프의 보험과 관련해서 서류 작업 하는 게 번거롭다 보니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37·스태프) 영화 바닥은 좁다. 부당근로 사례를 제보하면 “너 이 새끼 신고했어? 영화 못 찍을 줄 알아” 하면서 사용자가 스태프 신상정보를 쫙 뿌린다. 다른 사용자는 그 사람 고용을 꺼리게 되고, 피해자는 결국 영화일을 못하게 된다. 제보하는 사람은 앞으로 영화일 안 한다고 작심하는 사람들뿐이다.(36·영화인 신문고 관계자) 단역 배우인가 싶은데, 알고 보면 영화감독인 사람들이 종종 있다. 벌이를 못해 조연 ‘알바’를 하는 거다. 몇십 년 동안 조감독에 머무르다가 40세가 넘어 ‘입봉’(처음으로 영상물을 만드는 것)을 꿈꾸는 감독이 있다. 그런데 기획 단계에서 투자를 못 받아서 영화를 못 만든다. 영화도 못 만들고 돈도 못 벌어서 단역 배우로 뛰는, 그런 조감독들이 많다.(46·스태프) 감독과 배우의 의견 충돌로 스태프가 애먹을 때도 있다. 노출신에서 한 손으로 벗을 것이냐 양손으로 벗을 것이냐 하는 것으로 여배우와 감독이 9시간 동안 싸웠다. 스태프는 9시간 동안 무작정 대기했다. 그날은 거대한 냉장고 안에 있는 것처럼 추웠다.(39·스태프) 저예산 단편영화를 찍을 땐 아주 가난하게 찍는다. 미술팀도 따로 없었던 적이 있는데 소품으로 ‘피’가 필요해서 직접 만들었다. 포털사이트에서 ‘피 만드는 법’을 검색해서 물, 식용색소, 물엿, 커피를 끓여서 만들었다.(28·여·배우)영원한 갑(甲) 대기업 제작사 영화판을 돈놀이로 생각하는 CJ, 롯데 등의 횡포가 너무 심하다. 영화계 갑으로서 투자비 등 경제적인 부분부터 시나리오 등의 영화 내적인 부분들까지 모두 자기들에게 이익이 크게 돌아가는 방향으로 한다. 전보다 영화판은 커져도 영화인들이 힘든 건, 현재의 영화판 수익 구조가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기업들이 TV에 ‘문화를 만든다’고 광고를 하니 정말 어이가 없다.(38·스태프) 제작사들은 자기들 입맛대로 시나리오를 막 바꾸다가 결국 없었던 일로 하기도 한다. 그럼 시나리오 작가들은 바보가 되는 거다. 영화산업이 발전하려면 기획 단계부터 지원이 필요한데 기획 단계는 지원이 없다.(32·스태프) 최근 영화를 개봉한 한 감독은 데뷔작이 망하는 바람에 10년 넘게 단편영화 몇 개 외에는 영화를 못 찍었다고 들었다. 하지만 이번에 개봉한 영화도 손익분기점이 180만 명이었는데, 개봉 2주간 관객 수가 7만 명에 불과했다. 도무지 배급사들이 투자를 안 해주는 거다. 상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외면받는 감독이 많아질수록 예술 산업은 도태될 거다.(45·스태프) 제작사들이 정말 나쁘다. 한 번 체불을 한 뒤 스태프가 별다른 저항이나 요구를 하지 않으면 다음 영화에서 또다시 체불을 한다. 결국 체불이 체불을 낳는 악순환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스태프야 제작사에서 고용을 안 하면 꼼짝없이 실업자가 되니 대놓고 말할 수도 없다.(39·스태프) 대기업 제작사, 배급사들의 경우 갑의 지위로 상대적으로 헐값에 시나리오를 사들여서 내용을 많이 바꿔 버린다. 그리고 그걸로 스태프에겐 최상의 결과물을 요구한다. 뭔가 이상해도 참 많이 이상하다.(35·여·스태프)불합리한 관행 전체 5000만 원 정도 수익이 들어왔다고 하면, 연출부 감독이 일단 전부 다 먹는다. 그리고 퍼스트 스태프한테 600만 원을 준다. 그럼 퍼스트 스태프가 100만 원을 갖고, 세컨드에게 남은 500만 원을 준다. 세컨드가 그 500만 원을 가지고 나머지 수십 명의 스태프에게 알아서 분배한다. 막내들은 밥이 아니라 술 담배로 살았다. 수익 배분에 문제가 있다.(36·스태프) 100억 원짜리 투자가 필요한 영화라면 처음부터 100억 원이 다 모이는 건 아니다. 30억 원을 당겨오고 기획을 시작한다. 그 다음 A급 배우를 영입해서 소위 ‘배우발’로 투자금을 모은다. 이후 배급사가 붙어서 배급사 투자가 시작되고, 그 이후 소액투자자가 모인다. 문제는 예산이 적은 기획 초기에서도 스태프는 움직여야 한다는 거다. 뭐라도 보여줘야 영화가 돌아가니까. 그럼 무급으로 열심히 찍는다. 그런데 갑자기 주연배우가 안 한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 영화가 엎어지면 스태프는 실비 청구를 해도 받을 수가 없다.(42·스태프) 대한민국 콘티 업계엔 독식이 많다. A급 작가라고 불리는 10여 명에게 콘티가 쏠린다. 한 작가는 혼자 400편의 콘티를 맡았다. 어마어마한 수다. 혼자 그 많은 걸 할 수는 없고 ‘새끼작가’를 많이 두게 되는데, 새끼작가들에게는 돈이 잘 분배되지 않는다. 한두 달 부려먹고 돈 100만 원 주고 해고하는 거다.(44·여·콘티 작가) 우정출연이라면 공짜인 것 같지만 우리나라는 기본 2000만∼5000만 원 정도가 든다. 우정출연하는 배우는 대개 유명 배우라서 촬영으로 빠지는 시간만큼 보충을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42·스태프) 상업영화는 이윤 추구가 목적인데 우리나라는 영화발전기금을 상업영화에도 준다. 2012년 기준 총 제작 영화가 229편(평균 총제작비 20억3000만 원)인데 제작비 10억 원 미만의 저예산 영화가 109편이었다. 독립영화 제작비는 대부분 4억 원 미만이고, 1000만 원짜리 영화도 있다. 저예산 영화에서 일한 스태프는 결국 임금 체불을 당할 수밖에 없는 거다.(32·스태프)정리=김상훈 오피니언팀 차장 corekim@donga.com}

《 올해 살림살이는 좀 나아질까요? 움츠린 어깨를 쫙쫙 폈으면 좋겠다고요? 앞날을 내다보는 예지 능력이 있으면 좋겠지만 미래는 불확실할 뿐입니다. 그렇기에 두 손을 모아 소원을 빌겠죠. 신년 운세를 점치는 집에도 서민들의 소망이 넘쳐납니다. 서민들이 원하는 미래를 살짝 엿봤습니다. 역시 가장 큰 바람은 돈 취업 결혼이었습니다. 목지선(성신여대 영문과 졸업), 이병철 동아일보 인턴기자(서강대 신방과 4학년)가 서울 시내 점집을 돌아다녔습니다. 》“자식만 행복하다면야…”―아들 녀석이 내년이면 33세다. 그런데도 결혼하겠다는 얘기가 없어 걱정이 크다. 아들이 늦지 않게 결혼해 손자 손녀도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려야 근심을 덜 수 있을 텐데….(주부·59) ―아들 부부가 아이가 없다. 불임이 남의 이야기인 줄만 알았는데…. 사주에 정해진 운명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힘들어하는 아들 부부를 볼 때마다 마음이 많이 아프다. 아이가 생겨 결혼 때처럼 환하게 웃는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기를….(주부·57) ―둘째 아들이 비정규직과 임시직을 떠돌고 있다. 벌써 24세인데 걱정이 크다. 녀석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게 된다면 엄마로서 큰 시름을 놓을 것 같다. 결혼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주부·51) ―두 딸이 올해 중학교 1, 3학년이 되는데 공부를 안 해 걱정이 크다. 명문대에 갔으면 좋겠는데…. 내가 억지로 공부를 강요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아이들 학업 운이 어떤지 알고 싶다.(주부·39)“일하고 싶습니다!” ―대학원까지 졸업했지만 취업에 실패했다. 부모님이 너무 실망하셔서 죄송하다. 원하는 기업에 입사할 수 있을지 알아보려고 왔다. 사주상으로는 취업 운이 좋다던데, 정말 그렇게 될 수 있으면 좋겠다.(취업준비생·27·남)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합격 운세가 궁금하다. 이미 실패의 쓴맛을 봤다. 다음 시험 때는 꼭 합격해서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다.(대학생·25·여) ―지방대를 졸업하고 서울의 명문대 학사편입을 노렸지만 계속 실패해 취업으로 방향을 돌렸다. 학점, 토익점수 모두 낮아 대기업까진 바라지도 않는다. 나를 필요로 하는, 내가 일할 수 있는 회사가 있었으면 좋겠다. 정말 일하고 싶다.(취업준비생·28·남) ―점이라도 보면 답답한 마음이 풀릴까. 힘들게 경쟁해서 대학에 들어왔는데, 학점 경쟁에 이어 취업 경쟁이다. 대기업 들어가는 건 하늘의 별 따기다. 어른 세대는 우리보다 쉽게 취직했다는데 우리는 왜 이렇게 힘들까. 답답하고 화난다.(대학생·26·남) ―대학 졸업하고 1년간 ‘백수’로 지냈다. 안정적인 직장에 취직을 하고 싶었지만 취업 문이 너무 좁았다. 인턴 자리도 얻기가 어려웠다. 공기업 인턴 기회를 꼭 얻고 싶다. 취업 운이 뒷받침해줬으면 좋겠는데….(취업준비생·25·여)“뭐니뭐니해도 건강” ―작년에 남편과 사별했다. 한동안 실의에 빠져 건강이 많이 나빠졌다. 아이가 셋인데, 다 자랄 때까지는 곁에 있고 싶다. 오래 살 거란 말을 들어 마음이 놓였다. 그저 아이들 곁에서 함께 있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주부·47) ―아이가 피부병으로 입원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다. 아이가 힘들어하는데 어떻게 해 줄 수 없어 정말 미안하다. 이름 점을 봤는데 피부병에서 벗어나지 못할 이름이라는 말에 아이의 개명도 고려하고 있다. 아이가 다시 건강해져 함께 집에서 웃으며 지낼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주부·37) ―친구 2명이 지난해 세상을 떠났다. 많이 슬프고 힘들었다. 50대인데…. 갑자기 암이나 불치병으로 세상을 떠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남편과 아이들 걱정하느라 잠을 못 자겠더라. 아이들이 결혼해서 손자 손녀를 낳을 때까지는 살았으면 좋겠다.(주부·55) ―남편이 지난해 여름 교통사고를 당해 크게 다쳤다. 올해엔 남편이 큰일 없이 잘 지낼지 궁금하다. 남편과 노력해서 얼른 첫아이도 만들었으면 좋겠다. 큰 사고를 경험하니 ‘아무 일 없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었다.(회사원·29·여)“오래 간직해왔던 꿈 이루고 싶다” ―엄마가 일찍 아버지를 잃고 우리를 키우시느라 고생을 많이 하셨다. 못 배운 한이 크셨다. 얼마 전 엄마가 중졸 검정고시 준비를 시작하셨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50년 만에 다시 시작한 공부. 엄마가 중졸에 이어 고졸 검정고시까지 준비하면서 오랜 공부의 꿈을 이루시기를 간절히 소망한다.(회사원·36·남) ―작가로 성공하고 싶다. ‘문학’으로 밥 벌어먹고 살기 힘들다고들 말하지만, 그런 문학이 나는 좋다. 올해에는 신춘문예와 문학상 공모전 수상의 영예를 안았으면 좋겠다. 학비를 지원해주는 부모님을 생각해서라도 꼭 수상하고 싶다. 나의 문학적 재능을 확인할 만한 계기가 생기기를 바라고 있다. 상금이 있다면 금상첨화.(대학원생·28·남) ―나나 남편이나 돈 때문에 포기한 게 너무 많았다. 둘 다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하고 일만 했다. 20년이 훌쩍 지나갔다. 그런데 나아지는 게 없다. 아이들에게도 똑같은 상황을 대물림하는 것 같아 미안하고 힘들다. 아이들은 우리와 다른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주부·53) “사랑이 이뤄지기를…” ―여자친구와 만난 지 이제 막 1년이 지났다. 1년 동안 만나면서 서로 힘들고 아쉬운 것도 많았는데 내년에도 서로 잘 지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궁합이 궁금해 함께 점집을 찾았다. 내년 이맘때도 헤어지지 않고 둘이 함께 있었으면 한다.(대학생·25·남) ―딸이 남자를 만나고 있다. 딸 나이가 서른에 가까워져서 결혼을 생각해야 할 때가 됐다. 2년 가까이 잘 만나고 있는데 사랑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딸과 남자의 궁합이 궁금해서 왔다.(주부·55) ―올해 소망은 결혼하는 것이다. 여자친구와 함께 애정과 사업 운을 보러 왔다. 작은 술집을 운영하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장사가 잘 안 됐다. 올해에는 사업이 잘돼 결혼자금이 착착 쌓였으면 좋겠다.(자영업자·36·남) ―10대도 애정 운을 보러 온다. 애인이 언제 생기나 물어보러 와서 내가 혼자 웃었던 적이 있다. 20대들은 언제 결혼할지를 제일 궁금해한다. 특히 20대 중반 여성들은 결혼하면 일을 계속해야 하는지, 그만둬야 하는지를 많이 묻는다.(역술인·46·여)“돈 많이 벌게 해 주세요” ―지난해 돈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다. 올해는 사업에 성공해 아이들에게 떳떳한 아빠가 되고 싶다. 사업 운이 궁금해 왔다.(자영업자·48·남) ―대기업을 관두고 친구와 창업을 준비 중이다. 성공할 자신은 있지만 불안한 것 또한 사실이다. 나와 내 친구에게 사업 운이 있는지 알고 싶어서 찾아왔다. 30대 초반이라 실패해도 만회할 시간은 있지만 곧바로 성공하는 게 제일 좋지 않겠나.(창업 준비 중·33) ―올해는 남편이 돈을 좀 벌 수 있을까 해서 운수를 보러 왔다. 집을 사느라 빚을 졌는데 남편이 돈을 잘 벌어서 대출을 시원하게 갚았으면 좋겠다. 돈 많이 벌어서 애들 학원비도 걱정 없이 대고 싶다.(주부·52) ―지난해 직장 상사와의 트러블로 회사에서 근무지를 이동해야 했다. 새로운 근무지에 적응하는 게 힘들었다. 회사에 대해서도 회의적으로 변했다. 새로운 회사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다. 이직을 해도 되는지 궁금해서 이렇게 왔다.(회사원·34·남) ―형과 동생에게 빌린 돈을 갚지 못해 괴롭다. 예전엔 사이가 정말 좋았었는데…. 돈 문제가 빨리 해결돼 예전처럼 잘 지내고 싶다. 구상하는 사업이 잘돼 형제들에게 떳떳한 형, 동생이 되고 싶다. 아이들, 아내에게도 떳떳한 아빠와 남편이 되고 싶다.(사업가·55·남)역술인들 “좋은 점괘 나올 때까지 추궁당해” ―며칠 전에 믿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18억 원을 떼인 남자가 점을 보러 왔다. 좋은 점괘가 나올 때까지 꼬치꼬치 묻는 게, 점을 통해서라도 위안을 얻고 싶은 것 같았다. 너무 운에 의지하지 말고 노력으로 운을 뛰어넘으라고 해줬다. 점은 인생의 일기예보다. 점괘는 틀릴 수도 있다. 운수가 좋다고 자만하거나 운수가 좋지 않다고 절망할 일은 아니다. 운수의 파도를 타는 건 본인의 노력에 달렸다.(역술인·46·여) ―탤런트나 코미디언, 음악인이 되고 싶다는 젊은 남자의 사주가 정반대로 나왔다. 교사와 같은 직업이 어울린다는 운세가 나오더라. 그 남자가 30분이나 점괘가 맞느냐고 추궁했다. 뜻대로 안 나오는 점괘에 점쟁이를 닦달하는 손님이 꽤 있다.(역술인·56·여) ―요즘엔 사람들이 점을 보러 잘 안 온다. 우리도 죽겠다. 역술인 모임 회비, 자릿세, 전기세 다 내려면 유지비가 월 60만∼70만 원 정도다. 그런데 유지비도 안 나올 때가 있다. 마음을 비우고 산다. 안 비우면 이 일 못한다. 경기가 풀려서 점 보러 오는 사람이 늘어 우리도 어깨를 폈으면 좋겠다.(역술인·59·남) ―경기가 안 좋으니 3000원 내고 전체 운세를 봐 달라는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 가족 전체의 운세를 봐 달라는 20대 여자도 있었다. 이 돈으로는 애정이나 사업 등 한 가지만 봐 준다. 형편이 어려워서 그러겠거니 생각하지만 씁쓸하다.(역술인·53·여)정리=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신문이나 전단에 입시학원들의 광고가 많이 실린다. 자기 학원의 강점을 내세우는 것이야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하지만 어떤 광고들은 과장이나 실현하기 힘든 내용까지 상당히 많이 포함돼 있다. 특히 기숙학원의 경우 그런 경향이 심하다. 허위 광고를 즐겨 사용하는 듯하다. 우선 합숙을 해야 성적이 수직으로 상승한다는 주장이 있다. 과연 믿을 수 있는 말인가. 수능 평균점수가 50∼70점 상승했다는 터무니없는 말로 수험생들을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합숙을 하면 재수생에게 식사와 숙박비를 포함해 한 달 학원비가 200만 원 이상 지출된다. 서민층으로서는 버거운 액수다. 학원들이 장삿속으로 합숙을 권하는 건 아닌가 의심된다. 개인지도식 심화수업을 한다고도 한다. 이 또한 진실로 가능한 것인지 묻고 싶다. 한 반에 20∼25명이 들어가 수업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별수업이나 심화수업이 가능하겠는가. 한 반에 5∼10명 내외면 몰라도 적어도 20여 명이 들어간다면 개인지도는 불가능해 보인다. 일정은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수업과 자습으로 꽉 짜여 있다. 보통의 수험생들이 제대로 버텨낼지 의문이다. 수험생이라 해도 적절한 휴식, 최소한의 대화, 취미생활은 필요하지 않겠는가. 온종일 공부만 하면 머리도 아프고 효율성도 떨어진다. 체육이나 음악 등 정서적 교육은 전혀 없어 지치기 십상이다. 기숙학원들은 2주일에 한 번씩 외출을 허용한다. 이는 부모와의 대화 단절 및 가족생활을 해체시키는 것과 다름없다. 비교육적이고 비인간적인 행위가 아닌가. 학교에서도 제대로 인성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이런 학원들은 교육을 더욱 황폐화하고 있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교육 당국의 감독이 필요하다. 우향화 부산 사하구 사리로55번길 11}

겨울방학을 맞은 학부모들의 고민거리 하나. “아이 턱 교정을 할까, 말까?” 위턱과 아래턱이 제대로 맞물리지 않는 ‘부정교합’은 일찍 치료할수록 좋다. 하지만 아이들의 턱 선은 대체로 완만하다. 잘 관찰하지 않으면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기준 연세대 치대병원 교정과 교수는 “나이가 어릴수록 치료 효과가 좋다. 특히 여자 아이는 남자 아이보다 성장이 빠르기 때문에 교정 시기를 앞당기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 7세에 검사, 12세에 치료 시작이 적절해 부정교합의 정도에 따라 치료 시기는 달라질 수 있다. 치열까지 감안해야 한다. 만 7세가 되면 치과를 방문해 상태를 검사하는 게 좋다. 위턱이나 아래턱의 성장에 문제가 없고 치열만 고르지 않다면 12세를 전후로 교정 치료를 시작하는 게 좋다. 위턱보다 아래턱이 특히 발달한 주걱턱이나 돌출된 위턱, 아래턱의 성장이 부진한 무턱, 양쪽 얼굴의 비대칭 등은 사춘기 이전에 치료를 해야 한다. 사춘기를 지나면 교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때는 수술 외에는 방법이 없다. 위턱이 발달한 경우는 그나마 낫지만 이 또한 사춘기가 지나면 치료 효과가 떨어지고 치료하는 기간도 훨씬 길어진다. 교정 시기를 놓치면 성장이 완전히 끝난 20세 이후에 수술하는 게 좋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끝낸 수험생들이라면 이번 방학부터 교정 치료를 시작하고, 1년 후에 수술하는 게 좋다. ○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아이 행동 살펴야 부정교합이 발생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때로는 유전적인 요인이 작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잘못된 생활습관 때문에 생기기도 한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아이를 잘 살펴야 한다. 만약 아이가 음식물을 한쪽으로만 씹는다면 주의를 줘야 한다. 이 습관을 방치하면 양쪽 턱이 고르게 발달하지 않아 부정교합이 생길 수 있다. 턱을 한쪽으로 많이 괴거나 팔베개를 하고 자는 것도 좋지 않은 습관이다. 오랫동안 손가락을 빠는 것도 부정교합의 원인이다. 대체로 만 4세 이전엔 이런 습관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4세가 넘어가면 치열과 턱뼈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 특히 엄지손가락을 빨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엄지손가락을 빨면 입천장이 깊어지면서 위턱의 앞쪽 치아가 바깥쪽으로 나온다. 반면 아래턱의 앞쪽 치아들은 혀 쪽으로 기울게 된다. 이 경우 아래턱 성장에 영향을 줘 얼굴이 길어진다. 나중에는 위와 아래 치아가 서로 닿지 않아 앞 치아로 음식을 끊지 못한다. 손가락 빠는 습관이 고쳐지지 않으면 교정 장치를 치아에 고정하는 방법도 있다. 마우스피스와 비슷한 형태의 장치를 착용해 손가락을 빨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 초등학생은 ‘매복치’를 잘 살펴야 만 7세부터 12세에 이르는 초등학생 때는 유치가 영구치로 교체되는 시기다. 많은 사람이 유치는 저절로 빠지는 줄 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유치가 턱뼈에 붙어 나오지 않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때로는 뼈 속에서 엉뚱한 방향으로 나기도 한다. 이런 치아들을 ‘매복치’라 한다. 매복치는 새로 나기 시작한 영구치를 갉는다. 영구치가 상하거나 잇몸 뼈가 성장하지 못한다. 따라서 초등학교 시기에는 매복치를 잘 살펴야 한다. 이런 치아들을 제때에 뽑아주는 것만으로도 부정교합을 막을 수 있다. 대체로 초등학생의 경우 특별히 치아에 문제가 없더라도 1년에 한 번 이상은 치과를 방문해 검사를 받는 게 좋다. ○ 중고교생은 턱 관절염 조심해야 성장이 마무리돼 가는 중고교생 시기에도 위쪽 치아가 서서히 튀어나오거나 치아 사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이 경우 턱 관절염을 의심해야 한다. 턱 관절염은 남학생보다 여학생에게서 9배 정도 많이 발생한다. 턱 관절염이 생기면 통증이 생긴다. 이 관절염을 오랫동안 내버려 두면 무턱이나 얼굴 비대칭으로 악화될 수 있다. 이미 성장이 마무리되고 있어 수술 외엔 방법이 없다. 이 병이 생기는 원인은 아직 분명치 않다. 다만 턱 관절에 무리한 자극을 주는 게 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중고교생 시기에는 △턱을 괴거나 △오랫동안 껌을 씹거나 △이를 악물거나 △이를 가는 등의 행동은 삼가야 한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한 고교생이 학교에서 집단따돌림을 당했다. 그 학생은 혼자 끙끙 앓기만 했다. 집에서는 짜증이 늘어났다. 원인을 모르니 아빠는 답답했다. 자꾸 아이를 꾸짖게 됐다. 아빠와 아들은 갈수록 서로에게서 멀어져갔다. 우연히 대화할 기회가 생겼다. 아빠는 아들이 집단따돌림을 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빠는 상당히 괄괄한 성격이었나 보다. 며칠 후 야구방망이를 들고 학교에 찾아갔단다. 아빠는 아들을 괴롭힌 학생들을 경찰서에 넘겨야 한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일부러 방망이도 휘둘렀다. 교사들은 아빠를 제어하기 위해 땀을 뻘뻘 흘려야 했다. 학교는 가해 학생의 처벌과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제야 난동 수준의 항의가 끝이 났다. 며칠 전 친구가 기자에게 들려준 선배의 이야기다. 친구는 그 선배를 ‘열혈 아빠’라 불렀다. 앞뒤 가리는 것도 없고, 이것저것 재는 것도 없으며, 온몸으로 분노를 보여주지 않았는가. 흥미로운 것은 이 사건 이후 아들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그 전에는 말도 잘 섞지 않던 아들이 부쩍 아빠를 따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친구도, 선생님도 모두 모른 체했지만 아빠만큼은 비록 무식한 방법이기는 해도 확실히 자기편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이번엔 한 병원의 홍보팀장 A 씨로부터 들은 이야기이다. A 씨에게는 어린이집에 맡겨야 할 어린 아들이 있다. 얼마 전 이사를 하는 바람에 어린이집을 옮겨야 했다. 환경이 달라졌으니 아이가 스트레스를 좀 받았다고 한다. 게다가 새 어린이집의 친구들이 꽤나 텃세를 부렸다. 심지어 친구들 몇 명이서 아이의 머리를 잡고 주먹질까지 했다. A 씨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A 씨는 어린이집을 찾아가 교사에게 아이가 어떤 일을 당하고 있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그 교사는 전혀 몰랐다고 했다. A 씨는 교사의 답변을 믿을 수 없었다. 조목조목 따지기 시작했다. 그제야 교사가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고 한다. 어른들도 의견차로 인해 가끔 충돌한다. 그러니 아직 성숙하지 않은 어린애들이야 오죽하겠는가. 학교나 어린이집에서 크고 작은 사건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하는 게 최선의 해법이겠지만 쉽지 않다. 그렇다면 차선책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일단 문제가 생기면 제대로 대처해 악화시키지 않는 것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사람이 바로 교사다. 교육청에 근무하다 얼마 전 직장을 옮긴 선배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학교에서 집단따돌림이 발생할 때 교사들이 모를 것 같니? 아니야, 다 알고 있어. 다만 외부로 알려지면 좋을 게 없다고 생각해 쉬쉬하는 거야. 그런 교사들이 스스로 개혁하지 않는 한 학교는 달라지지 않아.” 학부모라면 누구나 공감이 가는 얘기다. 결코 남의 일만은 아닐 테니. 위의 두 사례에 등장한 교사들도 집단따돌림과 폭력 사건을 이미 알고 있지 않았던가. 그렇지만 그들은 부모가 따지기 전까진 해결해 보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물론 모든 교사가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 제자를 걱정하며 맘을 졸이는 교사들도 많다. 하지만 긁어 부스럼 만들지 않겠다며 몸을 사리는 교사들이 많은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기말고사 시즌이다. 수업시간에 퍼질러 자는 학생들과 그러거나 말거나 꼿꼿이 홀로 수업을 하는 교사들. 사제 간에 아무런 교감(交感)이 느껴지지 않는 교실. 대한민국에서만 볼 수 있는, 참으로 서글픈 풍경이다.김상훈 교육복지부 차장 corekim@donga.com}

유명 가수 휘성은 논산훈련소에서 훈련 조교로 근무했다. 유격훈련 시범 도중 4번과 5번 요추 사이의 추간판이 빠져나오는 추간판탈출증이 발생했다. 휘성은 1년 전에 강남초이스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부분마취를 하고 10여 분간 고주파 특수내시경 디스크 시술을 했다. 이 시술로 디스크 증상이 사라지고 완치된 듯 했다. 하지만 휘성이 시술 뒤 바로 군에 복귀한 게 문제가 됐다. 본인의 의지로 남은 군복무를 마치겠다는 결심은 좋지만 훈련소 조교로서 힘든 업무를 강행하다 보니 통증이 재발했다. 그는 계속 통증을 참고 견디다가 군복무를 마치고 강남초이스병원을 다시 찾았다. 담당 주치의인 조성태 병원장은 4번과 5번 요추 사이의 추간판탈출증을 말기 및 재발로 진단했다. 국소마취를 한 뒤 다친 부위에 직경이 작은 미세 특수내시경을 삽입했다. 이어 10여 분간의 고주파 디스크 치료를 시행했다. 그 결과 탈출된 추간판이 수축해 안쪽으로 들어가 제자리를 찾았다. 휘성은 허리와 다리의 통증이 사라져 당일 퇴원했다. 강남초이스병원은 이처럼 3년 전부터 국내 최초로 고주파 특수내시경 디스크 치료술을 시행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이 방법은 기존의 일반 고주파 디스크 치료에서 진화한 치료법이다. 그 동안의 수많은 치료 경험을 바탕으로 직경이 작은 특수내시경을 사용한다. 일반적인 디스크 질환뿐만 아니라 재발하거나 터진 디스크와 퇴행성 협착증도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치료영역을 크게 넓혀 획기적인 비수술 치료법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덧붙였다.만성질환자도 수술 가능 강남초이스병원은 수술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나 고혈압, 당뇨, 뼈엉성증(골다공증), 노인 환자도 시술받을 수 있는 경막외 내시경 레이저 시술도 많이 시행한다. 이 시술은 국소마취를 한 뒤 1.5mm 굵기의 관으로 내시경을 다친 부위에 집어넣는다. 의료진이 직접 아픈 부위를 들여다보면서 좁아진 척추 관을 넓힌다. 튀어나온 디스크 부위에 직접 레이저를 쏘아 염증부위를 제거하면서 신경 근육이 달라붙는 증상도 없앤다. 이런 방법을 통해 디스크의 크기를 줄이는 시술이다. 이 부분마취 시술은 직접 내시경으로 다친 부위의 염증을 볼 수 있는 점, 작은 부위까지 레이저로 제거하면서 약물을 집어넣어 신경 염증과 부기를 가라앉히는 점 등 덕분에 체력이 약한 고령자나 고혈압 당뇨 뼈엉성증으로 인해 수술이 힘든 환자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1 대 4 맞춤형 재활도수 운동치료 도입 수많은 유명 연예인과 스포츠스타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척추 관절 치료를 받기 위해 강남초이스병원을 찾는다. 이 병원은 환자의 질환에 따라 경막외 신경 성형술, 고주파 디스크 치료 또는 경막외 내시경 레이저 등 가장 적합한 시술을 선택한다. 시술이 끝난 뒤에는 재발을 막고 병의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 환자의 질환별, 나이별, 증상에 따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환자 개인당 척추 전문의사, 도수 치료사, 운동 치료사, 물리 치료사 4명이 전담해 통합적으로 환자의 빠른 치료와 회복을 도모한다. 이른바 ‘1 대 4 맞춤형 재활 도수 운동 치료’다. 도수 치료는 수많은 경험과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분야별 12명의 도수 치료사가 팀으로 구성돼 담당한다. 경직된 근육과 인대를 손으로 부드럽게 해 주면서 잘못 자리 잡은 척추 관절과 뼈를 부드럽게 눌러 준다. 이 과정을 통해 척추 뼈를 바로잡고 눌린 신경을 풀어 주고 통증을 없애는 것이다.첨단 장비 활용한 무중력 감압 치료 첨단 컴퓨터 장비를 이용한 무중력 감압 치료도 시행 중이다. 디스크 내 압력을 감소시켜 손상되거나 퇴행된 디스크를 정상 디스크로 회복시키는 원리다. 분야별 12명의 전문 운동치료사로 구성된 팀이 운동치료를 담당한다. 이 치료를 통해 디스크로 약화된 관절, 근육 및 인대를 강화시키면서 척추를 안정화시킨다. 조성태 병원장은 “척추 치료 병원들이 너무 상업화된 나머지 고통에 시달리는 환자들에게 수술 또는 효과가 일시적이지만 값비싼 꼬리뼈 신경 성형술을 쉽게 권하는 게 의사로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수많은 환자를 경험해 보면 대부분의 디스크 질환이 정확히 진단하고 첨단 치료를 하면 쉽게 회복되고 후유증이나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강남초이스병원은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 역에 있는 본원 외에 홍대입구 역에도 목, 허리 및 어깨 통증 치료, 체형 교정 (일자목, 골반 불균형, 휜다리, 측만증 등) 전문 치료 클리닉 및 척추 관절 비수술 치료 센터를 개설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사업가 윤석훈 씨는 40대 중반부터 치통을 느꼈다. 치과 가는 게 꺼려져 차일피일 치료를 미루다 쉰을 앞둔 지금에는 양치질만 해도 피가 난다. 딱딱한 음식을 씹을 때에는 통증도 심하다. 가끔 아파서 잠을 못 이룰 때도 있다. 진단 결과 치주염이 장기간 진행돼 있었다. 형태는 남아 있지만 제대로 기능하는 치아가 거의 없었다. 치주염 초기라면 잇몸치료와 미세현미경을 이용한 보존치료 등으로 치아를 살릴 수 있다. 이미 염증이 상당히 진행된 치아는 뽑은 뒤 임플란트를 심어야 한다고 의료진은 판단했다. 관건은 잇몸 뼈의 상태다. 잇몸 뼈가 좋지 않으면 임플란트 심기가 어려울 수 있다. 다행히 윤 씨의 잇몸 뼈 상태는 수술을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컴퓨터 활용한 3D 임플란트 수술 임플란트는 제2의 치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손병섭 에스플란트치과병원 원장은 “임플란트는 한번 심으면 10년에서 최대 20년 이상 장기간 사용하게 된다. 개개인의 구강 상태에 맞춰 정확하게 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 씨는 정교하고 성공률이 높은 ‘아나토마지 가이드’ 임플란트 수술을 받았다. 이 수술법은 미국 아나토마지사와 에스플란트치과병원이 공동으로 개발한 것으로 최신 3차원(3D) 기술을 집약했다. 수술에 앞서 일단 3D 컴퓨터단층(CT) 촬영을 통해 환자의 구강 상태를 정확히 파악한 뒤 컴퓨터상에서 가상수술을 먼저 실시해 최적의 방법을 찾아낸다. 과거에는 X선 촬영으로 시술 부위를 확인한 뒤 잇몸을 절개했다. 의사가 일일이 잇몸 뼈를 확인하며 수술해야 했기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출혈과 통증도 심했다. 이런 부작용은 3D CT를 사용하면 확 줄어든다. 컴퓨터상에서 여러 차례 가상수술을 하는 과정에서 잇몸 뼈가 얼마나 남아 있는지 확인함으로써 불필요한 뼈 이식을 피할 수 있다. 또 임플란트를 심었을 때 위턱과 아래턱이 잘 맞물릴지도 미리 파악할 수 있다. 정밀진단과 가상수술을 마친 뒤에는 개인 맞춤형 수술유도장치인 ‘아나토마지 가이드’를 제작한다. 노현기 에스플란트치과병원 원장은 “앞으로 3D 기술을 활용한 임플란트 수술의 정확도는 점점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의료진의 노력도 중요하다”고 말했다.임플란트 10개도 2시간 만에 가능 의료진은 필요한 위치에만 레이저로 작은 구멍을 뚫어 임플란트를 심는다. 이정택 에스플란트치과병원 원장은 “가상수술 덕분에 잇몸 뼈 상태를 직접 보려고 절개할 필요도 없다. 레이저를 사용하므로 통증과 출혈, 붓기가 덜 하다. 환자의 고통이 크게 줄어든다는 얘기다”라고 말했다. 특히 여러 개의 임플란트를 한꺼번에 심거나 수술 자체가 어려운 노인, 만성질환자들에게 효과적이다. 잇몸 뼈 상태만 괜찮다면 2시간에 10개의 임플란트를 한 번에 심고 임시 틀니가 아닌 임시 보철물까지 올릴 수 있다. 경과만 좋으면 오전에 수술해 저녁에는 간단한 죽 정도는 먹을 수 있다. 백상현 에스플란트치과병원 원장은 “요새는 치과 치료에 두려움을 지닌 환자들의 부담감을 줄이기 위해 아로마세러피, 의식하진정요법(수면마취), 자가통증조절법(PCA) 등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다”며 “3D 기술과 이런 시도들을 잘 활용한다면 환자의 통증을 줄이는 동시에 정서적 안정감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임플란트 오래 쓰려면 3·6·9법칙 준수 임플란트는 사후 관리도 중요하다. 아무리 완벽하게 임플란트를 심었어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 치아처럼 염증 풍치 잇몸질환 등이 진행될 수 있다. 임플란트는 제대로 이식되면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잇몸 뼈나 잇몸과 같은 구강 내 조직을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잇몸과 임플란트 사이에는 미세한 틈이 있다. 이곳에 음식물 찌꺼기가 끼기 쉽다. 하지만 임플란트에는 신경이 없어 플라크나 치석이 생기고 치주질환이 진행돼도 통증을 못 느낀다. 이를 제때 발견하면 다행이지만 그러지 못하면 염증은 물론이고 재수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임플란트에 문제가 생겨 오는 환자들 상당수가 평소에 구강 위생에 소홀했던 이들이다. 임플란트 수술을 받은 뒤에는 구강 위생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 식사 뒤에는 칫솔질을 꼼꼼하게 하고 칫솔이 잘 닿지 않는 부위는 치실이나 치간 칫솔 등을 사용한다. 아무리 칫솔질을 잘 해도 입안 구석구석을 제대로 관리하는 게 쉽지는 않다. 따라서 임플란트 시술이 끝난 뒤에는 3개월, 6개월, 9개월 간격으로 치과를 찾아 꾸준히 점검을 하도록 하자. 문제점을 조기에 발견하면 향후 발생 가능한 상황을 예측하고 예방할 수 있다. 3, 6, 9개월 이후 이상이 없으면 그 뒤에는 1년마다 한 번씩 점검을 받아도 된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서울 강동구에 사는 김모 씨(34)는 10일 전부터 두통을 느꼈다. 급기야 머리를 망치로 내려치는 듯한 통증이 나타났다. 구토 증상도 생겼다. 급히 강동경희대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병원은 즉각 뇌 컴퓨터단층(CT)촬영 검사를 시행했다. 김 씨의 뇌동맥 일부가 꽈리처럼 부풀어 올라 있었다.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뇌지주막하출혈. 김 씨는 바로 뇌혈관 조영술을 받았다. 3일이 지난 지금은 퇴원해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하고 있다. 고준석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지금처럼 찬바람이 부는 겨울에 울렁거림이나 구토를 동반한 두통이 나타난다면 반드시 대형병원을 찾아 이상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뇌동맥류 파열 40대도 급증 뇌지주막하출혈의 주 원인인 뇌동맥류 파열은 60세 이상 고령자에게서 많이 발견되는 질환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40대 이하 젊은층 환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고 교수와 뇌졸중클리닉 수술팀이 2006년 6월 개원 이후 2013년 10월까지 뇌동맥류 파열로 치료받은 환자 633명을 분석한 결과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40대 이하가 199명(31.4%), 50대가 174명(27.5%), 60대 118명(18.6%), 70대 이상 122명(19.3%)이었다. 전체적으로 40대 이하가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과거에는 50대 이상에서 많이 나타났던 뇌동맥류 파열이 30, 40대에서 더 많이 발생하게 된 이유가 있다. 우선 고혈압 같은 성인병 환자가 전체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이들 젊은층이 50대 이상에 비해 건강에 대한 관심이 적은 데 있다. 지나치게 현재의 건강 상태를 과신하고 자만하는 경향이 있다. 당뇨, 고혈압 등의 성인병 관리에 소홀하게 된다. 게다가 사회적, 경제적으로 갖가지 스트레스에 너무 많이 노출돼 있다. 흡연도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반면에 50대 이상의 연령층에서는 CT나 자기공명영상(MRA) 촬영 등으로 뇌혈관 상태를 쉽게 파악할 수 있어 환자 증가세가 완화되고 있다.뇌동맥류 파열, 심한 두통과 구토 동반 뇌동맥류 파열은 뇌동맥 일부가 얇은 주머니나 풍선꽈리처럼 부풀어 올랐다가 갑자기 터지는 질환이다. 터지기 전까진 대부분 증상이 없다가 터진 뒤 극심한 두통이 생긴다. 많은 환자들이 “머리에 천둥이 치는 것 같다”거나 “머리가 터질 것 같다”고 호소할 정도다. 혈관이 파열하면 순간적으로 뇌의 압력이 상승한다. 이로 인해 뇌신경이 손상돼 나타나는 증상들이다. 특히 지금처럼 기온이 낮은 겨울철이나 겨우내 움츠리다 야외활동이 많아지는 초봄에 많이 나타난다. 파열된 뇌동맥류 환자 10명 중 2, 3명은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사망한다. 이른바 ‘초응급 질환’이다. 만약 △열 구토 경련이나 의식 소실을 동반하거나 △눈 또는 귀 주변의 통증과 두통이 함께 나타날 때 △평소와 다른 형태의 두통이 극심하게 나타날 때는 정밀 진단이 필요하다.뇌동맥류 터지기 전 예방이 가장 중요 뇌동맥류 꽈리가 터지기 전 코일색전술을 받으면 사망률은 제로 수준이다. 95% 이상 합병증 없이 정상생활이 가능하다. 꽈리가 터지면 20∼30%가 사망하며 치료를 받아도 30% 정도는 중증 장애가 남는다. 결국 예방이 가장 중요한 셈이다. 위험 인자로는 흡연, 고혈압, 고지혈증, 가족력, 유전성 혈관질환 등이 있다. 이런 위험인자가 있다면 뇌혈관 이상 유무를 점검할 수 있는 뇌혈관 CT나 뇌혈관 MRA 촬영으로 검사해 볼 필요가 있다. 금연, 금주는 물론이고 혈압이 오르지 않도록 식생활을 조절하고 적절한 운동도 곁들여야 한다. 1일 염분 섭취량을 10g 이내로 낮춘다. 과음은 혈압을 높이므로 제한한다.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섭취한다. 고콜레스테롤 음식 대신 두부나 생선 위주의 식사를 하면 좋다.7.5시간 내 응급치료 뇌동맥류 파열을 치료하는 방법으로는 머리뼈를 열고 부풀어 오른 동맥류를 묶어주는 수술(뇌동맥류 경부결찰술)과 백금코일을 이용해 꽈리 내부를 채워주는 시술법(코일색전술)이 있다. 코일색전술은 뇌수술이 어려운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된다. 사타구니 부위 혈관인 대퇴동맥을 통해 뇌동맥류 안에 가느다란 관을 넣고 꽈리 내부를 특수 코일로 채워 막는 시술이다. 머리에 칼을 대지 않고 효과적으로 동맥류를 치료하는 이 시술법은 최근 몇 년 사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치료 결과 또한 매우 우수하다.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뇌졸중클리닉 수술팀은 24시간 응급수술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평균 7.5시간 이내에 전문화된 응급치료를 시행한다. 수술 결과가 좋고 다시 출혈이 나타나는 빈도도 1% 미만이다. 뇌동맥류 치료를 위해 방사선영상기기 및 미세수술 현미경의 발달은 물론 뇌항법장치, 뇌신경내시경, 뇌감시장치 등 첨단 장비를 도입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시력이 나쁜 사람들은 대체로 어두워지면 감각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는다. 일찍 어두워지는 계절, 눈도 더 일찍 침침해진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인체의 모든 감각은 상호 영향을 미친다. 잘 보여야 잘 들리고, 더불어 잘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밤이 아닌데도 시력이 확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면? 40대 들어 가까운 글자를 읽을 수 없을 만큼 눈이 침침해졌다면? 싫더라도 눈이 늙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눈의 노화는 막을 수 없다. 정상 시력의 20대 남성이 멀리 봤다가 25∼30cm 거리에 있는 사물로 시선을 옮긴다고 가정하자. 이때 수정체가 자연스럽게 두꺼워지면서 초점을 맞춘다. 시선을 가까운 곳에서 먼 곳으로 옮기면 수정체는 반대로 얇아지면서 물체의 정확한 상을 망막에 맺도록 한다. 노안은 바로 이 수정체가 늙으면서 발생한다. 수정체가 탄력성을 잃은 탓에 두꺼웠다 좁아졌다 하는 움직임이 어렵다. 가까운 곳에 있는 물체를 봐도 수정체가 두꺼워지지 않으니 초점이 맞지 않는다. 물체의 상이 망막에 맺혀야 하지만 실제로는 망막의 뒤쪽에 맺힌다. 그래서 제대로 물체를 인식하려면 일부러 허리를 뒤로 젖혀야 한다. 약간 거리를 두면 물체의 상이 망막에 맺히게 된다. 노안은 치료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정상 시력을 되찾는 식의 100% 치료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노화를 늦추거나 증상을 완화하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치료인 셈이다. 가장 흔한 방법이 볼록렌즈 안경을 착용하는 것이다. 근시냐 원시냐에 따라 처방은 달라진다. 렌즈도 ‘2중 초점렌즈’나 ‘누진 초점렌즈’ 등으로 다양하다. 따라서 전문의와 상담을 먼저 해 보는 게 좋다. 최근에는 다양한 수술법이 활용되고 있다. 예전에는 인공 수정체와 같은 재질로 된 링이나 투명밴드를 집어넣어 수정체에 탄력을 주는 식의 수술을 많이 했다. 하지만 이 방법의 효과에 대한 논란이 일면서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최근에는 레이저를 이용해 각막 주변의 콜라겐 섬유를 수축시킴으로써 원시와 노안을 동시에 치료하는 방법이 각광을 받고 있다. 백내장과 노안을 동시에 치료하는 수술도 꽤 종종 이뤄진다. 하지만 이런 방법에 대해서도 논란은 남아 있다. 한 안과 교수는 “이런 치료법이 완전하다고 말할 수 없다. 수술 뒤 눈부심 현상이나 어지러움과 두통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비용과 효과를 다 고려한다면 볼록렌즈를 착용하는 게 최선의 선택이다”라고 말했다. 반면에 또 다른 안과 교수는 “수술의 안전성은 전 세계적으로 입증됐다.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반박했다. 노안을 막을 수는 없을까. 현대 의학 수준으로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다만 노안이 나타나는 시기를 어느 정도 늦추거나 증상을 완화시킬 수는 있다. 예방법을 익혀두는 게 좋다. 첫째, 자외선을 피해야 한다. 눈이 오랫동안 자외선에 노출되면 수정체 조직에 변형이 생겨 노안을 유발할 수 있다. 40대가 됐다면 외출할 때 선글라스를 항상 끼고 다니도록 하자. 여성들은 양산을 사용하는 것도 좋다. 둘째, 눈을 아끼는 생활패턴이 필요하다. TV를 시청할 때는 반드시 조명을 켜야 한다. 버스나 지하철에서는 가급적 독서를 하지 않는다. 컴퓨터와 눈의 거리는 30cm 이상을 유지한다. 장시간 눈을 쓰는 일을 한다면 1시간마다 5∼10분은 쉬어야 한다. 조명은 백열등 1개와 스탠드 형광등 1개를 함께 사용하는 정도인 400∼700럭스를 유지한다. 눈을 감고 안구를 천천히 돌리는 ‘안구 스트레칭’도 좋다. 셋째, 눈에 좋은 음식을 찾아 먹자. 비타민 A가 풍부한 늙은 호박이나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시금치가 좋다. 블루베리나 당근은 망막에 있는 단백질의 재생을 돕는다. 대체로 눈에 좋은 물질인 ‘루테인’과 비타민이 많이 들어있는 녹황색 채소와 과일을 자주 먹는다. 흡연과 음주는 눈 건강에 치명적이다. 가급적 줄이거나 끊자. 넷째, 정기적으로 안과에 가서 눈 검진을 받는다. 40대 이후에는 1년에 1, 2회 검진을 받는 게 좋다. 이 검진을 통해 노안이 시작됐는지, 시작됐다면 얼마나 진행됐는지를 체크한다. 그 결과에 따라 즉각 대처함으로써 노안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도움말=김태임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 주천기 서울성모병원 안과 교수)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