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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5년 달에 원자력발전소가 세워진다?’ 러시아가 5일(현지 시간) “중국과 함께 2035년까지 달에 원자력발전소(원전)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미국이 민간기업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하자, 러시아와 중국 등도 미래 우주 경쟁에 잰걸음을 내는 모양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리 보리소프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 사장은 이날 “우리는 중국 동료들과 함께 2033년부터 2035년까지 달 표면에 발전소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태양광 패널은 달 정착에 충분한 전력을 공급할 수 없지만 원자력은 가능하다”며 “이는 매우 중대한 도전으로 인간이 개입하지 않고 자동 모드로 진행돼야 한다”고도 했다. 아울러 러시아는 핵 추진 화물 우주선을 건설할 계획도 공개했다. 보리소프 사장은 “원자로 냉각 방법을 찾는 게 관건이 될 것”이라며 “나머지 프로젝트와 관련된 모든 기술적 문제는 해결됐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주에 핵무기를 배치할 계획’이라는 미국의 주장은 거짓이라며, 서방의 조건에 따라 러시아를 무기 협상에 끌어들이기 위한 계략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펑!” “따다다다당!”지난달 26일(현지 시간) 독일 북부 니더작센주 문스터의 기갑부대학교 훈련장. 드넓은 벌판을 달리던 독일군의 주력 전차 ‘레오파르트2’ 탱크 한 대가 숨겨진 표적을 향해 전차포를 쏘자 붉은 화염이 터져 나왔다. 방음 헤드폰을 낀 채 스마트폰으로 이 장면을 담던 20여 명의 군 합숙 참가자들은 잔뜩 긴장한 표정이었다. 10∼3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인 이들은 독일군이 지난해 10월부터 시작한 ‘살아있는 군대(Heer Live)’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나흘간 군부대에서 직접 합숙하며 탱크와 헬리콥터를 타 보고, 군인들의 복무 경험도 듣는 자리다. 참가자 라울 레실린 씨(18)는 “지금 본 각종 무기로 사람들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새삼 전쟁의 위험을 실감했다”고 밝혔다.》 독일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범(戰犯)국이라는 이유로 그간 군비 확대를 자제했다. 그러나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재무장을 선언했고 최근에는 ‘신병 유치전’에 주력하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줄곧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온 독일 등 서방 주요국을 향해 ‘추가 개입을 하면 핵 사용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거듭 드러냈다. 11월 미국 대선에서 재집권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벌써부터 유럽 안보의 핵심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주요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늘리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런 상황인지라 독일 내에서도 ‘우리 안보는 우리가 지켜야 한다’는 자강론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인구 감소로 장기적으로 군 병력이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독일군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13년 만에 징병제 부활 논의 독일은 국방비 절감 요구 등으로 2011년 징병제를 중단하고 모병제로 전환했다. 이후 연방군 현역 병력은 최근 20년간 31만7000명에서 18만3000명으로 대폭 줄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또한 나토의 권고치 2.0%에 못 미치는 1.4% 수준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각종 안보 위협이 커지자 독일은 재무장을 선언하고 병력을 키우고 있다. 우선 병력을 올해까지 19만8000명으로 늘릴 예정이다. 국방부 소속 민간 인력도 같은 기간 5만6000명에서 6만1400명으로 보강한다. 독일에서는 “전쟁 위험에 대비해 군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군 체험 프로그램 참가자 루카 마이어 씨(22)는 “군 입대가 의무였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신병 기초훈련을 받아 유사시 신속하게 현장 투입이 가능했지만 징병제 중단 뒤 군이 작아졌다”며 “지금 군인이 필요한 상황(전쟁)이 닥치면 어떻게 할지 의문”이라고 병력 강화를 주문했다. 문스터 시내에서 만난 주부 맨디 씨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또 어떤 전쟁이 다시 일어날지 모른다”며 “아무 일(전쟁)이 없을 때일수록 군인을 늘려야 한다”고 가세했다. 일각에서는 2011년 폐지된 징병제 부활까지 촉구한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에바 회글 연방의회 군사위원은 지난달 징병제 도입을 논의하기 위해 시민 의회를 소집했다. 인근 주요 도시인 하노버 도심에서 만난 시민 에리카 마이즈 씨 역시 8000만 명이 넘는 독일 인구에 비해 병력의 수가 너무 적다며 “1년간의 징병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동조했다. 독일군은 외국인 입대 허용을 위해 법 개정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국방장관은 1월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외국인의 독일 연방군 입대 허용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독일에서는 시민권자만 군 복무가 가능하다. 반면 프랑스, 덴마크, 스페인, 슬로바키아는 외국인의 군 복무를 허용하고 있다. 물론 이런 행보에 대한 반대 여론도 있다. 전쟁을 우려한 군비 증강이 오히려 러시아를 자극해 전쟁 위험을 더 키우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최근 독일 경제가 어려우니 국방비에 쓸 재원을 경제 살리기에 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다른 시민 니콜 사라 보도나로 씨는 “세금을 투입해 군을 키우면 전쟁에 휘말려 사람만 죽을 뿐”이라며 “우리가 얻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록 공연서 채용 설명회 독일군은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군 입대를 기피하자 여러 대안도 짜내고 있다. 특히 딱딱하고 보수적인 기존 군대의 이미지 대신 ‘열린 군대’의 이미지를 강조해 예비 군인을 끌어들이려 애쓰고 있다. 이를 위해 ‘살아있는 군대’ 체험 프로그램을 여러 부대로 확대하기로 했다. 당초에 시범사업으로 진행됐지만 일찍이 프로그램이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은 점도 확대 배경이 됐다. 이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랄스 야코보이트 연방군 중령은 “우리의 목표는 참가자들이 실제 군 장비를 최대한 손으로 만지고 느끼도록 하는 것”이라며 “군인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군에 대한 편견이나 루머도 없애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독일군은 ‘열린 군대’의 이미지를 강조하려 각종 홍보에 공을 들이고 있었다. 취재팀이 방문한 문스터 부대에서 군 관계자는 취재팀의 추가 취재 요청에 예정에 없던 공군 부대 취재까지 순식간에 허용해 줬다. 한 공군 관계자는 “올 6월 8일에 공군 에어쇼가 열린다”며 그때 추가 취재를 위해 다시 오라고 제안했다. 적극적인 홍보를 위해 록 페스티벌이나 자동차 경주대회 등에서 ‘찾아가는 채용설명회’도 연다. 야코보이트 중령은 젊은 군인의 입대를 독려하기 위해 유연근무제, 반나절 근무, 육아휴직 및 재택근무 등을 활성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기 퇴역을 하는 군인들에게도 직업 교육의 기회를 준다. 사회에 나가도 구직에 문제가 없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했다.英 “시민 군사훈련 필요” 신병 지원자가 예전같지 않은 상황에서 병력 확대와 군비 증강을 시도하는 흐름은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군인 급여와 생활 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이 필수라고 조언한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영국 국방부는 지난해 입대한 인원보다 퇴역 인원이 5800명 많다면서 신병 모집의 어려움을 인정했다. 영국 디펜스저널 또한 “영국군이 2010년 이후 매년 모집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에 영국 일각에서는 시민 군사훈련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패트릭 샌더스 육군 참모총장은 올 1월 “3년 안에 정규군, 예비군, 전략적 예비군(유사시 동원할 수 있는 전역 군인)을 포함해 12만 명에 달하는 더 많은 육군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며 “이 숫자는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에 충분하지 않다. 대중이 전쟁에 대비할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했다. 벨기에 또한 예비군 복무를 독려하며 병력 확대에 안간힘이다. 브뤼셀타임스에 따르면 뤼디빈 드동데르 국방장관은 지난달 “많은 이가 내게 연락해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데 관심이 있다. 다른 시민의 안전도 지켜주고 싶다’고 한다”며 “국방부는 그 기회를 제공할 것이고 특히 예비군 역량을 확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일 문스터·하노버·파르스베르크에서 조은아 파리 특파원 achim@donga.com}

‘2035년 달에 원자력발전소가 세워진다?’러시아가 5일(현지 시간) “중국과 함께 2035년까지 달에 원자력발전소(원전)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미국이 민간기업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하자, 러시아와 중국 등도 미래 우주 경쟁에 잰걸음을 내는 모양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리 보리소프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 사장은 이날 “우리는 중국 동료들과 함께 2033년부터 2035년까지 달 표면에 발전소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태양광 패널은 달 정착에 충분한 전력을 공급할 수 없지만 원자력은 가능하다”며 “이는 매우 중대한 도전으로 인간이 개입하지 않고 자동 모드로 진행돼야 한다”고도 했다. 아울러 러시아는 핵 추진 화물 우주선을 건설할 계획도 공개됐다. 보라소프 사장은 “원자로 냉각 방법을 찾는 게 관건이 될 것”이라며 “나머지 프로젝트와 관련된 모든 기술적 문제는 해결됐다”고 설명했다.지난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주에 핵무기를 배치할 계획’이라는 미국의 주장은 거짓이라며, 서방의 조건에 따라 러시아를 무기 협상에 끌어들이기 위한 계략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올해 여름 올림픽 개최를 앞둔 프랑스 파리는 호텔은 물론이고 에어비앤비 등 단기 임대 수요가 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파리를 찾는 이들이 많다 보니 파리에선 ‘이웃과 잠시 집을 합치고 남은 한 채로 임대 수익을 벌어 나누자’는 말까지 들린다. 올림픽 기간에만 자가에 세입자를 들이고 본인은 해외로 잠시 떠날 계획을 세우는 파리지앵도 적지 않다. 임대 수익이 높을 때 월세를 주고 자신은 저렴한 이웃 국가에서 생활하며 생활비를 절약하는 것이다.최근 들어 숙박 요금이 높아져 임대 수익이 실제 쏠쏠해졌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올 7, 8월 올림픽 전후 파리 시내 호텔 객실의 1박 평균 요금은 522유로(약 76만 원)나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평균 759유로에서 좀 떨어지긴 했지만 1년 전 평균 가격인 202유로의 2.6배나 된다. 호텔이 비싸지면서 일반 주택에서 짧게 숙박하는 여행객들이 늘었다.올림픽을 앞둔 파리뿐 아니라 유럽 주요 도시 곳곳에서 단기 임대 시장이 전체적으로 과열되는 분위기다. 2020년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라지며 여행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 유럽 단기임대 이용 13.4% 늘어유럽에서 단기 임대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는 점이 통계로도 확인된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7~9월) 에어비앤비, 부킹스닷컴, 익스피디아그룹, 트립어드바이저 등을 통해 예약된 유럽지역 단기 임대는 3억940만 박에 이르렀다.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13.4% 높은 수치다. 유럽연합(EU) 통계기관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4~6월) 기준으로 단기 임대 수요가 높은 곳은 스페인(710만 박), 크로아티아(650만 박), 프랑스(580만 박) 순이었다. 봄철 날씨가 좋기로 유명한 곳들이다.유럽 주요 도시들에서 단기 임대 수요가 늘며 주택 임대 가격이 높아지고 있다. 임대 플랫폼 ‘하우징 애니웨어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포르투갈의 리스본과 포르투갈에선 지난해 2분기(4~6월) 아파트 평균 임대 가격이 1년 전 대비 25% 증가했다. 현지 언론들은 포르투갈에선 급여가 다른 국가들처럼 오르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상승 폭이라고 평가했다.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의 아파트 평균 가격도 같은 기간 무려 43%나 올랐다. 다른 지역에 비해 숙박 시설 임대 비용이 저렴했던 이탈리아의 피렌체, 토리노에서도 마찬가지다. 임대용 아파트 값이 피렌체에선 21%, 토리노에선 12.5% 뛰었다.주거 유형에 따라 다르지만 연간 상승폭은 아파트의 경우 분석 대상 23개 도시 중 헝가리 부다페스트(42.9%), 네덜란드 헤이그(27.8%)와 위트레흐트(25.8%), 포르투갈의 포르투(25.0%)와 리스본(15.8%) 순으로 높았다. 이런 현상은 우선 코로나19 기간에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며 해외에 거주하면서 일하는 ‘워케이션’족이 증가한 영향으로 보인다. 유로뉴스는 “재택근무 시대가 되면서 젊은 근로자들이 해외로 이주해 일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여기에 고질적인 유럽 주택 부족 문제도 기여했다. 코로나19 시기에 급격히 불어난 유동성이 부동산 투자시장으로 몰려 집값이 급등하는 바람에 집을 사지 못하는 실수요자들의 임대 수요가 늘었다. ● 단기 임대 단속 ‘안간힘’부동산 투자자들이 소형 아파트들을 단기 임대로 내놓다 보니 정작 실수요자들의 주택 부족 문제가 심각해졌다. 여기에 동네에 지나치게 늘어난 외지인들을 꺼리는 원주민들의 불만도 팽배해졌다.이에 유럽에서 단기 임대 인기가 높은 스페인은 적극적인 규제에 나섰다. 바르셀로나는 2021년 유럽 지역에서 처음으로 개인용 원룸 단기 임대를 금지했다. 단기 임대 등록 현황을 점검해 불법이 확인되면 임대를 중단시키는 단속팀까지 가동했다. 집이나 아파트 전체를 임대하는 건 허용하지만 집 소유자는 시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어 발렌시아는 지난해 2월부터 일부 역사 지구에서 관광 목적의 주택 임대를 금한다고 발표했다.프랑스는 특히 파리시가 엄격한 규칙을 시행한다. 임대 가능한 주택을 제한하고, 온라인 플랫폼에서 임대할 수 있는 기간은 최대 120일로 뒀다. 그 이상 임대하거나 또 다른 주택을 임대하려면 공식적으로 관광 숙소로 전환해 신고해야 한다. 이탈리아의 루이지 브루그나로 베니스 시장은 1년에 임대 가능 기간을 120일까지 제한하면서 “이 한도를 초과하는 사람은 누구든 문 앞에서 경찰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며 단속 의지를 강조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에서 불거지는 경제 이슈가 부쩍 늘었습니다. 경제 분야 취재 경험과 유럽 특파원으로 접하는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 유럽 경제를 풀어드리겠습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프랑스가 세계 최초로 헌법에 ‘낙태할 자유’를 명시했다. 올 11월 대선을 앞두고 낙태권이 주요 쟁점 중 하나로 떠오른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로 논쟁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프랑스 상·하원은 4일(현지 시간) 합동회의를 열어 여성의 낙태할 자유를 명시한 헌법 개정안을 찬성 780표, 반대 72표로 가결시켰다. 찬성표가 반대표보다 10배 이상 압도적으로 많았다. 가톨릭 국가인 프랑스의 낙태권 보장은 영국이나 독일 등 주변 국가는 물론 2022년 연방대법원이 낙태권을 폐기한 미국에도 새로운 불씨가 될 전망이다. 아녜스 칼라마르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헌법에 낙태할 자유를 명시한 것은 여성 권리의 최고봉”이라며 “다른 국가에서도 낙태할 수 있는 길을 더욱 강력하게 보호할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미 연방대법원은 1973년 ‘로 대 웨이드(Roe vs Wade)’ 판결에서 개인의 자유를 명시한 헌법 14조에 따라 낙태권을 인정했다. 하지만 2022년 보수 성향 대법관이 우위를 점하며 이를 폐기한 뒤 찬반 논란이 거세다. 유럽에선 많은 국가들이 여성의 건강권과 자기결정권 등을 근거로 낙태를 전면 또는 조건부 허용하는 추세다. 한국은 2019년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입법 공백’ 상태다.“내 몸은 나의 선택” 佛 낙태권 보장… 교황청 “생명 앗을 권리 없어”‘낙태 자유’ 헌법 첫 명시, 논쟁 재점화佛 극우 르펜도 찬성… 압도적 가결“낙태권 확대 여권 신장 운동 활기”伊 등은 ‘불가피한 경우’로 제한… 美대선서 ‘낙태권’ 이슈 첨예해질듯 프랑스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낙태할 자유’를 헌법으로 보장했다. “내 몸은 나의 선택”이란 여성의 신체 자치권(body autonomy)이 영구적으로 보장받게 된 것이다. 4일(현지 시간) 헌법 개정을 위한 프랑스 상·하원 투표 결과 찬성표가 반대표의 10배 이상 압도적으로 많았다. 여성이지만 극우인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의원도 찬성표를 던졌다. 세계 곳곳의 낙태권 찬반 논란은 다시 불붙을 조짐이다. 교황청은 프랑스 의회의 표결 직전에 “생명을 앗아갈 권리는 없다”며 공개적으로 반대 성명을 냈다. 유럽 역시 대다수가 낙태를 합법화하고 있지만, 제한을 두는 나라들이 적지 않다.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에선 보수, 진보 진영이 낙태권 후퇴 움직임을 놓고 공방을 벌이며 주요 쟁점으로 부상했다.● “佛, 당파적 분열 넘어 낙태권 가결” 프랑스 상·하원이 이날 가결시킨 헌법 개정안 제34조에는 ‘여성이 자발적으로 임신을 중단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는 조건을 법으로 정한다’는 조항이 새로 추가됐다. 사실 프랑스는 1975년부터 낙태가 합법화돼 현재 임신 14주까지 여성의 선택으로 가능하다. 이번 개헌으로 당장 가시적 변화가 있진 않겠지만 낙태권을 헌법에 명문화한 상징성은 무척 크다. 가브리엘 아탈 총리는 표결에 앞서 “우리는 ‘당신의 몸이 당신에게 속해 있고 당신 대신에 통제할 권리가 그 누구에게도 없다’는 메시지를 모든 여성에게 보내고 있다”며 의원들에게 찬성표를 던질 것을 촉구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가결 직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프랑스의 자부심, 전 세계에 보내는 메시지”라고 적었다. 프랑스 최초로 양원 합동회의를 주재한 야엘 브론피베 하원의장도 X에 “이제 프랑스에서 낙태는 영원히 권리가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X에 “여성의 권리를 보호하고 그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프랑스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낙태권 헌법 명문화는 미국의 낙태권 후퇴 흐름과 무관치 않다. 2022년 6월 미 연방대법원이 낙태를 허용한 1973년 ‘로 대 웨이드(Roe vs Wade)’ 판결을 폐기하자, 이런 분위기가 유럽으로 번질 것을 우려하며 헌법 개정을 추진해 왔다.● 교황, 표결 직전 “생명 빼앗을 권리 없어” 전 세계에서 낙태권 찬반 논란이 다시 재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개헌 투표에 앞서 파리 시내와 베르사유궁 인근에선 개헌 찬반 시위가 각각 열리기도 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교황청도 개헌 표결 직전 성명을 통해 “보편적 인권의 시대에 인간의 생명을 빼앗을 권리는 있을 수 없다는 점을 상기한다”며 “모든 정부와 모든 종교 전통이 생명 보호가 절대적인 우선순위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주교회는 성명에서 “가톨릭 교인으로서 우리는 임신부터 죽음까지 생명에 봉사해야 하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아이를 지키기로 선택한 이들을 지지해야 한다”며 낙태 금지를 위한 단식과 기도를 촉구했다. 유럽 국가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 낙태를 폭넓게 허용하지만 가톨릭교도가 많은 국가들에서는 ‘불가피한 경우’로만 제한하는 곳이 많다. 영국은 낙태에 가장 허용적인 국가로 꼽힌다. 의사 2명의 승인을 받으면 임신 24주까지 낙태가 가능하고, 임신부 생명이 위험할 때 등엔 그 이후라도 허용된다. 하지만 낙태를 선택한 여성은 기소될 위험이 있어 낙태권 보장이 여전히 정치적 쟁점이다. 프랑스24는 “영국에선 최근 18개월간 여성 6명이 낙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고 전했다. 노동당은 기소 중지를 위한 관련법 개정안을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가톨릭 국가인 이탈리아는 1978년부터 임신 12주까지 임신부 건강이나 생명이 위험할 때 낙태가 허용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일부 의료인들이 협조적이지 않아 여성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원정 낙태’를 하고 있다. 보수 우위의 미 연방대법원은 2022년 6월 임신 약 24주까지 낙태를 허용했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했다. 올 11월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대통령은 낙태권에 찬성하며 이를 쟁점화하고 있다. 공화당 유력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낙태권 폐기 판결을 지지하면서도 여성 표심을 겨냥해 절충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프랑스가 세계 최초로 헌법에 ‘낙태할 자유’를 명시했다. 올 11월 대선을 앞두고 낙태권이 주요 쟁점 중 하나로 떠오른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 논쟁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프랑스 상·하원은 4일(현지 시간) 합동회의를 열어 여성의 낙태할 자유를 명시한 헌법 개정안을 찬성 780표, 반대 72표로 가결시켰다. 찬성표가 반대표보다 10배 이상 압도적으로 많았다. 개헌에 반대한 제라르 라셰 상원 의장 등 50명은 기권했다. 프랑스의 낙태권 보장은 영국이나 독일 등 주변 국가는 물론 2022년 연방대법원이 낙태권을 폐기한 미국에도 새로운 불씨가 될 전망이다. AP통신은 “세계 곳곳에서 낙태권 확대를 꾀하는 여권(女權) 신장 움직임이 다시금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미 연방대법원은 1973년 ‘로 대 웨이드(Roe vs Wade)’ 판결에서 개인의 자유를 명시한 헌법 14조에 따라 낙태권을 인정했다. 하지만 2022년 보수 성향 대법관이 우위를 점하며 이를 폐기한 뒤 찬반 논란이 거세다. 유럽에선 많은 국가들이 여성의 건강권과 자기결정권 등을 근거로 낙태를 전면 또는 조건부 허용하는 추세다. 한국은 2019년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입법 공백’ 상태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유럽연합(EU)이 애플에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과징금 18억 유로(약 2조6000억 원) 이상을 부과하기로 공식 발표했다. 이번 벌금은 지난달 시장에서 전망했던 5억 유로보다 3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EU가 애플에 벌금을 부과하는 건 처음으로, 이달 디지털시장법(DMA) 시행과 함께 빅테크 기업들을 규제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EU 집행위원회는 4일(현지 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애플은 앱스토어를 통해 음악 스트리밍 앱을 제공할 때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면서 이같이 발표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앱 개발자가 iOS 사용자에게 앱 외부에서 사용할 수 있는 대안적이고 저렴한 음악 구독 서비스를 알리지 못하도록 애플이 제한 사항을 적용했음을 발견했다”며 “이는 EU 반독점 규정에 따라 불법”이라고 말했다. 이번 과징금은 애플 전 세계 매출의 0.5%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EU 집행위는 예상보다 높은 벌금에 대해 “침해 기간과 심각성뿐 아니라 애플의 총 매출액과 시가총액을 고려했고 애플이 행정절차상 잘못된 정보를 제출한 점도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애플은 EU 집행위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방침이다. 애플은 2020년 프랑스에서 반독점법 위반으로 11억 유로의 과징금을 받았지만 항소해 3억7200만 유로로 낮춘 바 있다. 이번 과징금 부과는 음악 스트리밍 앱 스포티파이가 2019년 애플이 자사 서비스인 애플뮤직과 공정하게 경쟁하지 못하도록 막는다고 문제 제기하며 시작됐다. EU 집행위는 이후 약 4년 동안 광범위한 조사를 진행해왔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러시아 관영 언론 ‘RT’의 마르가리타 시모냔 편집장이 “독일이 자체 개발한 타우루스 장거리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해 크림대교 공격을 논의했다”는 독일군 고위 간부의 녹취를 공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즉각 “독일이 러시아의 원수가 됐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독일 당국은 러시아 측의 도청을 의심하며 유출 경위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우크라이나는 대반격을 앞둔 지난해 5월부터 독일에 장거리공대지유도탄 타우루스의 지원을 줄곧 요청했다. 하지만 미사일 지원이 러시아와의 직접 교전을 뜻할 수 있다는 독일의 우려로 아직 성사되진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 관영 언론이 해당 녹취를 공개한 것을 두고 미사일 지원을 막는 것은 물론이고 전쟁 발발 후 줄곧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온 서방 주요국의 분열을 노리는 러시아의 노림수란 분석이 나온다.● RT “獨, 타우루스로 크림대교 공격 논의” 시모냔 편집장은 1일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38분가량의 녹취를 텔레그램에 공개했다. 해당 녹취에서 독일의 잉고 게르하르츠 연방공군 참모총장, 프랑크 그레페 준장, 장교 2명 등 4명이 지난달 19일 화상회의 플랫폼 ‘웹엑스’에서 “크림대교는 매우 좁은 목표물이어서 타격하기 어렵지만 타우루스를 이용하면 가능하다”는 대화를 나눴다. 특히 게르하르츠 참모총장은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이 우크라이나에 타우루스 지원을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다며 자신이 장관에게 “(지원을 둘러싼 각종) 정치적, 기술적 문제를 브리핑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도 했다. 크림대교는 러시아 본토와 러시아가 2014년 강제 병합한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를 잇는 다리다. 푸틴 대통령은 이 다리를 자신의 치적을 과시하는 상징물로 애용해 ‘푸틴의 자존심’으로도 불린다. 이런 상황에서 푸틴 정권의 나팔수나 다름없는 관영 언론의 편집장이 해당 녹취를 공개한 것은 러시아 당국과의 사전 교감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독일에 설명을 요구한다. 답을 회피하면 유죄를 인정하는 것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제2차 세계대전 등 양국이 벌인 각종 전쟁 등을 의식한 듯 “독일이 다시 원수로 변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독일 국방부는 2일 “공군 내부 대화가 도청당했다”고 논의 내용이 사실임을 인정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고강도로 조사하고 있다”며 유출 경위를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러, 서방 주요국 분열 노려 폭로” 타우루스는 사거리가 500km에 달하는 장거리 미사일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서방 주요국 전투기로 실어 나를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줄곧 이 미사일을 원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독일을 포함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전체로 확대될 수 있고, 러시아군이 해당 미사일 부품을 수거해 역설계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숄츠 정권의 반대로 지원이 이뤄지지 못했다. 이에 독일 일각에서는 미사일 지원과 서방의 분열을 동시에 노리려는 러시아의 전형적인 ‘하이브리드 전술’(재래식 무기와 해킹, 가짜뉴스 등 비재래식 무기를 결합한 전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방군 대령 출신인 우파 기독민주당의 로데리히 키제베터 의원은 “타우루스 지원을 저지하고 독일, 영국, 프랑스 등을 갈라놓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최근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 파병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발언한 뒤 독일이 서둘러 선을 긋는 등 서방이 균열 조짐을 보이는 상황을 노렸을 수 있다. 크림반도 일대를 둘러싼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3일 크림반도의 페오도시야 항구 근처에서 강력한 폭발이 여러 건 보고됐다. 일대의 도로 교통 또한 일시적으로 통제됐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15년간 280조 원을 썼지만 저출산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일본 요미우리신문) “정책 입안자들이 청년과 여성 얘기를 듣지 않는다.”(영국 BBC) 지난해 4분기(10∼12월)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0.65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자 선진국 주요 언론은 관련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주요 국가들에서 모두 저출산 문제를 겪고 있지만 한국은 유독 빠른 속도로 출산율이 곤두박질치고 있어서다. 이들은 과다한 사교육비, 일과 육아의 양립 불가능, 남성의 육아 분담 부족 등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을 집중 부각하며 급격한 출산율 저하를 우려했다. ● “노키즈존-학원 뺑뺑이에 한국 탈출” 일본 아사히신문은 29일 ‘한국 초저출산 사회의 실상’을 주제로 8회 분량의 심층 보도 시리즈 ‘A-스토리’ 연재를 시작했다. 기사에는 한국에서 오랫동안 대기업을 다니다가 일본으로 이주한 39세 한국인 여성이 등장했다. 그는 “남편과 둘이 연 1억5000만 원을 벌었는데도 육아 비용 부담이 컸다”며 “젊은이들은 이런 선배들을 보고 ‘저렇게 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한국의 현실을 전했다. 그는 아이를 데리고 들어갈 수 없는 ‘노키즈존’ 카페, 어릴 때부터 밤늦게까지 학원을 전전해야 하는 모습을 짚으며 “한국은 아이를 키우고 싶지 않고, 아이를 가지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사회가 돼 버린 것 같다”고 했다. 같은 날 요미우리신문은 “한국은 15년간 280조 원의 예산을 썼지만 효과는 없고 저출산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올해 신입생이 전혀 없는 한국의 초등학교가 전체의 2.5%인 157개교에 달하는 점을 거론하며 이대로 가면 연금제도 파탄, 노동력 부족 등은 물론이고 병원 부족으로 국민의 기본 건강과 안전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영방송 NHK 또한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내 집 마련 및 전세금 마련에 부담이 커지고 취업이 불안정해 젊은이들이 결혼을 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 “한국 출산율, 세계적으로도 극단적” 영국 BBC방송은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세계적으로 출산율이 감소하고 있지만 한국만큼 극단적이진 않다”며 그 배경을 분석하는 기사를 실었다. 한국 정책 입안자들이 저출산에 대한 청년과 여성의 실제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와 자신들이 직접 여러 한국 여성을 인터뷰했다고 소개했다. 인터뷰에 참여한 이들은 이른바 ‘독박육아·가사’로 칭하는 여성에게 육아 및 집안일이 치중돼 있는 점과 너무 비싼 집값과 사교육비를 출산 기피 요인으로 들었다. 30세 TV 프로듀서 예진 씨는 “집안일과 육아를 똑같이 분담할 남자를 찾기 어렵다”고 했다. BBC는 “지난 50년간 한국 경제는 여성의 고등교육과 취업을 촉진하고 야망을 확대하는 등 엄청난 속도로 발전했지만, 아내와 어머니의 역할은 같은 속도로 발전하지 못했다”며 “이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진단했다. 여성의 사회참여가 늘어난 만큼 여성의 육아와 가사노동이 남성과 분담돼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단 얘기다. 아이들이 4세부터 수학, 영어, 음악 등의 비싼 수업을 받는다며 과도한 사교육 부담도 언급했다. 39세 영어강사 스텔라 씨는 “아이 한 명당 한 달에 700파운드(약 120만 원)까지 쓰는 걸 봤다”며 많은 부모들이 이런 돈을 쓰지 않으면 아이들이 뒤처진다고 여긴다고 소개했다. 영국 가디언은 “수십억 달러의 정부 정책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인구 위기는 더욱 심화했다”며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최저 혼인 건수를 기록한 것과 함께 동아시아 국가의 저출산 현상을 주목했다. 가디언은 “치솟은 육아 비용과 부동산 가격, 양질의 일자리 부족, 극단적인 교육 체제 등으로 출산 유인 정책이 실패하고 있다”고 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9일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보낼 경우 핵전쟁 가능성이 있다고 위협했다.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제안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의 우크라이나 파병안에 공개 경고로 맞선 것이다. 하루 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또한 러시아가 외세와 무력 충돌할 경우 전쟁 초기부터 전술 핵무기를 사용하는 시나리오를 훈련했다는 러시아군 기밀문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례 국정연설에서 “그들(나토)은 우리 영토를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지만 우리는 우리 영토를 침범하려 했던 사람들의 운명을 기억하고 있다”며 “이들(나토)의 운명은 훨씬 더 비극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영토에서 그들(나토)을 물리칠 수 있는 무기는 물론, 이 모든 것이 실제 핵무기 사용을 촉발할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며 “그들(나토)은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가”라고 했다. 서방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하면 핵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은 셈이다. FT는 “최근 익명 취재원으로부터 2008∼2014년 러시아군 훈련을 위해 작성된 29건의 기밀문서를 입수했다”며 러시아의 핵전쟁 시나리오를 공개했다. 이 문서에는 외국이 러시아를 공격하거나, 러시아가 군사적 충돌을 확대하지 못하도록 억제당하거나, 전투에 패하거나 영토 상실 가능성이 있을 때 전술핵을 쓸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러시아 해군의 또 다른 훈련 문서에도 전술핵 공격 상황이 나와 있다. △적군의 러시아 영토 진입 △국경 경비 부대의 패배 △재래식 무기를 이용한 적 공격 임박 등이다. 구체적으로 러시아군 전략핵잠수함(SSBN) 전력의 20% 이상, 핵추진잠수함(SSN)의 30% 이상, 순양함 3척 이상 등이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러시아가 현재 반(反)서방 연대를 구성하고 있는 중국도 잠재적인 적군으로 가정했다는 점이다. 한 문서에 따르면 동아시아를 담당하는 러시아군 동부 군관구는 중국이 침공할 때를 가정해 줄곧 전술핵 사용 예행연습을 해왔다. 논란이 확산되자 러시아는 “문서 진위가 의심스럽다”며 부인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요즘 유럽 국가 수장들이 군부대나 군수 공장을 찾는 장면이 유독 자주 보도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의 전쟁 위협이 높아진 데다, 올 1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되면 유럽 안보의 핵심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연대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나토나 미국에 기대지 않고 자국 안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유럽 국가들의 의식이 강해지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파병 가능성을 시사하는 거친 발언으로 러시아는 물론이고 서방 국가들을 발칵 뒤집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올 1월 프랑스 북서부 셰르부르 해군기지를 방문해 군인들에게 신년 연설을 하며 “러시아의 승리는 유럽 안보의 종말”이라며 “우리는 수년에 걸쳐 늘어지고 있는 군수품 생산 기한에 다시는 만족해선 안 된다”고 군수품 생산 ‘속도전’을 선언했다. 군수 기업들에 아예 전시처럼 생산해 달라고 주문했다. 2월 유럽 자강 안보의 현장을 확인하고자 프랑스 방산기업 탈레스의 군수 공장을 찾았을 때도 생산 속도를 높이려는 긴박감이 가득했다. 국내외에서 밀려드는 주문에 생산 부품들을 미리 공장에 쌓아두고 있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이 기업은 이례적으로 늘어난 주문 물량에 쾌재를 부를 듯한데 오히려 수심이 깊은 분위기였다. 급증한 수요에 맞춰 군수품 생산을 서두르고 싶어도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 임원은 “전문 인력 부족이 앞으로 최대의 난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방산 기업들도 상황이 비슷하다. 라팔 전투기를 제작한 프랑스 다소는 2년 연속 채용을 늘리려 했지만, 용접공과 금속 세공인 등 숙련 전문가가 부족해 채용에 애를 먹고 있다. 자주포를 생산하는 넥스터도 지난해 5월 프랑스 의회에서 용접, 사이버 분야 전문가가 부족하다며 지원을 호소했다. 방산 기술자가 부족한 건 워낙 학령인구가 감소한 영향이 크다. 게다가 유럽은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까지 평화 시대가 워낙 길었다. 유럽 국가들은 전쟁 대비에 둔감해지며 방산 투자를 미뤄 온 것이다. 인력 부족 문제가 워낙 고질적이다 보니 인력 양성을 위한 기업들의 제안은 근본적이다. 기업들은 수학과 과학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일찍이 기초학문의 지반을 탄탄히 다져 학생들의 공학 실력을 키우고, 학생들이 공학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해 달라는 요청이다. 여성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 마리 퀴리의 나라답지 않게 프랑스는 최근 기초과학 강국의 명성이 퇴색되는 수모를 겪었다. 지난해 말 발표된 202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81개국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자국 학생들의 수학 성적이 전례 없이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단순한 문제 풀이 중심의 교과서를 흥미를 유도하도록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부터 교사 연수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가지 논의가 나오고 있다. 최근 의사 증원을 놓고 갈등을 빚는 한국엔 프랑스의 이공계 인력 양성 열기가 먼 나라 얘기로 들릴 수도 있다. 이공계 예비 인력까지 의대로 향하는 ‘의대 블랙홀’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는 우리로선 당장 불거진 의료 위기 해결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학과 과학 등 기초과학 육성은 고급 엔지니어 양성으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중차대한 문제다. 정부와 의료계가 하루빨리 소모적 논쟁을 건설적으로 마무리하고 근본적인 영역으로 논의의 중심을 옮겨 가길 바란다. 조은아 파리 특파원 achim@donga.com}

러시아가 외세와 무력 충돌할 경우 초기부터 전술핵무기를 사용하는 전쟁 시나리오를 훈련해왔다는 러시아군 기밀문서가 공개됐다. 최근 러시아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로선 민감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다. 해당 문서엔 친(親)러시아 국가인 중국과 맞붙더라도 핵을 활용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28일 “최근 익명의 취재원으로부터 2008~2014년 러시아군 훈련을 위해 작성된 29건의 기밀문서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워게임(war game) 시나리오’를 다룬 해당 문서에는 러시아가 전술핵을 쓸 수 있는 상황이 설명돼 있다. 외국이 러시아를 공격하거나, 러시아가 군사적 충돌을 확대하지 못하도록 억제 당하거나, 전투에 패하거나 영토 상실 가능성이 있을 때 전술핵을 쓸 수 있다고 한다. 또 다른 해군 훈련 문서에도 전술핵 공격 상황이 나와있다. △적군의 러시아 영토 진입 △국경 경비 부대의 패배 △재래식 무기를 이용한 적 공격 임박 등이다. 구체적으로는 러시아군 전략핵잠수함(SSBN) 전력의 20% 이상, 핵추진잠수함(SSN)의 30% 이상, 순양함 3척 이상, 공군 기지 세 곳 이상이 파괴될 경우도 잠재적인 전술핵 상황으로 보고 있다.독일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의 알렉산드르 가부예프 국장은 FT에 “이런 문서가 공공 영역에서 보도된 것은 처음 본다”며 “러시아가 전통적인 방식으로 원하는 결과를 달성할 수 없을 경우에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의 문턱이 매우 낮다는 걸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특이한 건 중국도 잠재적인 적군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공개된 문서 중 하나에 따르면 동아시아를 담당하는 러시아군 동부 군관구는 중국이 침공할 경우를 가정해 전술핵 사용 예행연습을 줄곧 해왔다. 일단 중국은 해당 기밀문서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중국 외교부는 이번 공개에 대해 “양국은 영원한 우호를 법적으로 확립했다”며 사실 관계를 부인했다. 러시아 측도 즉각 “해당 문서의 진위가 의심스럽다”며 부정하고 나섰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15년간 280조 원을 썼지만 저출산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일본 요미우리신문) “정책 입안자들이 청년과 여성 얘기를 듣지 않는다.”(영국 BBC)지난해 4분기(10~12월)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0.65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자 선진국 주요 언론은 관련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선진국의 저출산은 세계적 현상이지만 한국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바닥까지 떨어지고 있어서다.이들은 과다한 사교육비, 일과 육아의 양립 불가능, 남성의 육아 분담 부족 등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을 집중 부각하며 급격한 출산율 저하를 우려했다. ● “노키즈존-학원 뺑뺑이에 한국 탈출” 일본 아사히신문은 29일 ‘한국 초저출산 사회의 실상’을 주제로 8회 분량의 심층 보도 시리즈 ‘A-스토리’ 연재를 시작했다. 기사에는 한국에서 오랫동안 대기업을 다니다가 일본으로 이주한 39세 한국인 여성이 등장했다. 그는 “남편과 둘이 연 1억5000만 원을 벌었는데도 육아 비용 부담이 컸다”며 “젊은이들은 이런 선배들을 보고 ‘저렇게 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한국의 현실을 전했다. 그는 아이를 데리고 들어갈 수 없는 ‘노키즈존’ 카페, 어릴 때부터 밤늦게까지 학원을 전전해야 하는 모습을 짚으며 “한국은 아이를 키우고 싶지 않고, 아이를 가지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사회가 돼 버린 것 같다”고 했다. 같은 날 요미우리신문은 “한국은 15년간 280조 원의 예산을 썼지만, 효과는 없고 저출산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올해 신입생이 전혀 없는 한국의 초등학교가 전체의 2.5%인 157개교에 달하는 점을 거론하며 이대로 가면 연금제도 파탄, 노동력 부족 등은 물론이고 병원 부족으로 국민의 기본 건강과 안전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영방송 NHK 또한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내 집 마련 및 전세금 마련에 부담이 커지고 취업이 불안정해 젊은이들의 결혼을 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 “한국 출산율, 세계적으로도 극단적”영국 BBC방송은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세계적으로 출산율이 감소하고 있지만 한국만큼 극단적이진 않다”며 그 배경을 분석하는 기사를 실었다. 한국 정책 입안자들이 저출산에 대한 청년과 여성의 실제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와 자신들이 직접 여러 한국 여성을 인터뷰했다고 소개했다. 인터뷰에 참여한 이들은 여성에게 집안일과 육아가 치중돼 있다는 점과 너무 비싼 집값과 사교육비를 출산 기피 요인으로 들었다. 특히 아이들이 4세부터 수학, 영어, 음악 등의 비싼 수업을 받는다고 과도한 사교육 부담을 언급했다. 39세 영어강사 스텔라 씨는 “아이 한 명당 한 달에 700파운드(약 120만 원)까지 쓰는 걸 봤다”며 많은 부모들이 이런 돈을 쓰지 않으면 아이들이 뒤처진다고 여긴다고 소개했다. 30세 TV 프로듀서 예진씨는 “집안일과 육아를 똑같이 분담할 남자를 찾기 어렵다”고 했다. BBC 또한 “지난 50년간 한국 경제는 여성의 고등교육과 취업을 촉진하고 야망을 확대하는 등 엄청난 속도로 발전했지만, 아내와 어머니의 역할은 거의 같은 속도로 발전하지 못했다”며 “이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진단했다. 여성의 사회참여가 늘어난 만큼 여성의 육아와 가사가 남성과 분담돼야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렇지 못하단 얘기다.영국 가디언은 “수십억 달러의 정부 정책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인구 위기는 더욱 심화했다”며 일본이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최저 혼인 건수를 기록한 것과 함께 동아시아 국가의 저출산 현상을 주목했다. 가디언 “치솟은 육아 비용과 부동산 가격, 양질의 일자리 부족, 극단적인 교육 체제 등으로 출산 유인 정책이 실패하고 있다”고 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사진)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 파병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발언한 뒤 서방이 벌집을 쑤신 듯한 분위기다. 러시아를 자극할 위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각국 내부에 우크라이나 전쟁 피로감이 있는 상황에서 그간 ‘금기’로 여겨졌던 소재이기 때문이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서방 동맹국들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새로운 방안을 두고 합의에 얼마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보여 준다”고 평가했다. 논란은 26일 마크롱 대통령의 돌발 발언에서 시작됐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에 서방 지상군을 파견하는 것에 대해 “아무것도 배제해선 안 된다. 우리는 러시아가 이번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하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방 지도자들은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27일 “유럽 국가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 우크라이나 영토에 파병하는 군인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에이드리언 왓슨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도 즉각 성명을 내고 “조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 싸울 부대를 파견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스테판 세주르네 프랑스 외교장관은 이날 의회에서 지뢰 제거, 사이버 방어 등을 언급하며 “일부는 전투의 문턱을 넘지 않고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수행돼야 할 수 있다”며 비전투병 파병 가능성을 시사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이런 돌발 발언을 한 이유는 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 위협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러시아에 강한 메시지를 줘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프랑스의 한 외교 소식통은 프랑스 방송 BFMTV에 “러시아의 극도로 공격적인 불안정화 정책에 맞서 러시아에 명확한 메시지를 보내는 건 우리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발언이 서방 연대에 균열을 일으킨다는 비판이 여전하다. 마크롱 대통령은 문제의 발언을 한 날 “2년 전 일부 국가는 우크라이나에 침낭과 헬멧만 보내자고 했다”고 지적했다. 전쟁 발발 초기 확전을 우려해 우크라이나에 공격용 무기 지원을 꺼린 독일을 겨냥한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은 유럽 정치 협력의 핵심인 프랑스와 독일 간 긴장을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면서 “금기를 깨고 통념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외교적 파괴자(diplomatic disruptor)’ 명성에 걸맞은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즉각 나토와 러시아가 직접 충돌할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반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마크롱 대통령에 대해 “의지와 상관없이 소변이 배출되는 요실금처럼 참지 못하고 말실수를 반복한다”고 힐난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영국의 전설적인 밴드 비틀스의 멤버 존 레넌을 암살한 마크 데이비드 채프먼이 약 43년 전 암살 당시 쏜 총알이 경매에 나온다. 총알 감정가는 최대 2000파운드(약 337만 원)로 추산됐다.25일(현지 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영국 뉴캐슬의 경매업체 앤더슨 앤드 갈런드는 전직 영국 경찰관 브라이언 테일러 가족의 의뢰로 29일 이 총알을 경매에 내놓는다. 레넌은 1980년 12월 8일 아내 오노 요코와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미국 뉴욕 맨해튼의 아파트 앞에서 채프먼이 쏜 총탄에 맞아 숨졌다. 테일러는 1984년 9월 경찰관 지망생들을 인솔해 뉴욕 경찰(NYPD)을 방문했다가 비무장 상태로 총격 사건에 휘말리는 바람에 뉴욕 경찰로부터 사과의 의미로 이 총알과 탄약통을 선물 받게 됐다. 테일러는 비틀즈의 팬이었다. 고인이 된 테일러의 가족들은 이제 래넌의 다른 팬들이 이 역사적 유물을 소장하도록 경매업체에 총알을 내놨다.암살범 채프먼은 종신형을 선고받고 69세인 현재까지 복역 중이다. 2000년 가석방을 심사하는 청문회에서 자신의 행동에 대해 “비열했다”고 밝혔다. 또 “평생 감옥에 갇혀도 불평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가석방 불허 기간 20년이 지난 2000년부터 2년마다 총 12번 가석방을 신청했다가 모두 기각당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가상자산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주범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33)가 미국에 송환돼 재판을 받게 됐다. 미국과 ‘송환 경쟁’을 벌였던 한국은 송환을 기약할 수 없어 국내 20만 명 투자자는 사실상 구제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권 씨가 일으킨 투자 피해는 세계적으로 50조 원 이상으로 추산돼 미국에서 100년 이상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21일(현지 시간) 권 씨를 미국으로 송환하기로 결정했다고 현지 일간지 포베다가 이날 보도했다. 이 매체는 권 씨에 대한 한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은 기각됐다고 덧붙였다. 송환국이 결정된 건 권 씨가 도피한 지 22개월 만이다.● 韓-美 송환 경쟁, 법원 美로 보내 권 씨는 테라·루나 가치를 유지시키는 새로운 방식으로 한때 ‘한국판 일론 머스크’라 불리며 주목을 받았지만 시스템이 무너지며 가치가 폭락해 한순간에 범죄자로 전락했다.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2022년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와 세르비아 등을 거쳐 동유럽 발칸반도의 몬테네그로로 도피했다. 지난해 3월 23일 위조 여권으로 출국하려다 공항에서 체포됐다. 당시 함께 잡힌 한창준 테라폼랩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국내로 송환된 뒤 이달 21일 구속됐다. 체포 당시 한국과 미국은 권 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 경쟁을 벌였다. 한국 법무부는 3월 29일, 미국 국무부는 4월 3일 각각 인도 청구서를 보냈다고 몬테네그로 법원은 밝혔다. 권 씨 측은 형량이 적은 한국으로 송환되길 원했지만 결국 법원은 미국으로 보내기로 했다. 법원은 결정 근거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안드레이 밀로비치 몬테네그로 법무장관은 지난해 11월 현지 매체에 “미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대외정책 파트너”라며 정치적 결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권 씨가 항고하면 송환이 더 늦어질 수 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3월 22일까지 미국으로 송환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3월 25일 뉴욕 남부지방법원에서 시작되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소송 재판에 그가 출석할 수도 있다.● 美, 100년 이상 징역형 가능 권 씨는 미국에서 중형을 선고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약 40년이지만, 미국은 개별 범죄의 형을 합산해 100년 이상의 징역형이 가능하다. 미 SEC는 2022년 2월 권 씨와 테라폼랩스에 대해 증권 사기 혐의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뉴욕 연방 검찰도 한 달 뒤 상품 및 증권 사기, 시세 조종 등 8개 혐의로 기소했다. 비슷한 사례로 가상자산 거래소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는 고객 돈 수십억 달러를 빼돌리는 등 7개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았고, 3월 선고 공판에서 100년 이상의 형을 받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22일 테라·루나 사태 피해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와 채팅방 등에는 “내가 잃은 돈은 어떻게 배상받나”는 글들이 올라왔다. 동시에 안도하는 반응도 여럿 찾아볼 수 있었다. 국내에선 미국과 달리 가상자산이 증권으로 인정되지 않아 증권 사기가 적용되기 힘들고, 적용돼도 형량이 적어 ‘솜방망이 처벌’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피해자들의 구제는 후순위로 밀려날 것으로 내다봤다. 천창민 서울과학기술대 글로벌테크노경영전공 교수는 “미국 투자자에 대한 우선 배상이 이뤄져 한국 피해자에게 줄 자산은 남아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한국 법무부는 몬테네그로 정부로부터 공식 통보를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씨의 미국 송환 여부가 공식 통보된 뒤 공소시효 정지 등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서울남부지검은 2022년 5월 투자자들이 권 씨 등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한 이후 관련 수사를 진행해 왔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가상자산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주범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33)가 미국에 송환돼 재판을 받게 됐다. 미국과 ‘송환 경쟁’을 벌였던 한국은 송환을 기약할 수 없어 국내 20만 명 투자자는 사실상 구제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권 씨가 일으킨 투자 피해는 세계적으로 50조 원 이상으로 추산돼 미국에서 100년 이상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21일(현지 시간) 권 씨를 미국으로 송환하기로 결정했다고 현지 일간지 포베다가 이날 보도했다. 이 매체는 권 씨에 대한 한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은 기각됐다고 덧붙였다. 송환국이 결정된 건 권 씨가 도피한 지 22개월 만이다.● 韓-美 송환 경쟁, 법원 美로 보내권 씨는 테라·루나 가치를 유지시키는 새로운 방식으로 한때 ‘한국판 일론 머스크’라 불리며 주목을 받지만 시스템이 무너지며 가치가 폭락해 한순간에 범죄자로 전락했다.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2022년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와 세르비아 등을 거쳐 동유럽 발칸반도의 몬테네그로로 도피했다. 지난해 3월 23일 위조 여권으로 출국하려다 공항에서 체포됐다. 당시 함께 잡힌 한창준 테라폼랩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국내로 송환된 뒤 이달 21일 구속됐다.체포 당시 한국과 미국은 권 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 경쟁을 벌였다. 한국 법무부는 3월 29일, 미국 국무부는 4월 3일 각각 인도 청구서를 보냈다고 몬테네그로 법원은 밝혔다. 권 씨 측은 형량이 적은 한국으로 송환되길 원했지만 결국 법원은 미국으로 보내기로 했다.법원은 결정 근거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안드레이 밀로비치 몬테네그로 법무장관은 지난해 11월 현지 매체에 “미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대외정책 파트너”라며 정치적 결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권 씨가 항고하면 송환이 더 늦어질 수 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3월 22일까지 미국으로 송환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3월 25일 뉴욕 남부지방법원에서 시작되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소송 재판에 그가 출석할 수도 있다.● 美, 100년 이상 징역형 가능권 씨는 미국에서 중형을 선고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약 40년이지만, 미국은 개별 범죄의 형을 합산해 100년 이상의 징역형이 가능하다. 미 SEC는 2022년 2월 권 씨와 테라폼랩스에 대해 증권 사기 혐의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뉴욕 연방 검찰도 한 달 뒤 상품 및 증권 사기, 시세 조종 등 8개 혐의로 기소했다.비슷한 사례로 가상자산 거래소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는 고객 돈 수십억 달러를 빼돌리는 등 7개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았고, 3월 선고 공판에서 100년 이상의 형을 받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22일 루나·테라 사태 피해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와 채팅방 등에는 “내가 잃은 돈은 어떻게 보상받나”는 글들이 올라왔다. 동시에 안도하는 반응도 여럿 찾아볼 수 있었다. 국내에선 미국과 달리 가상자산이 증권으로 인정되지 않아 증권 사기가 적용되기 힘들고, 적용돼도 형량이 적어 ‘솜방망이 처벌’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전문가들은 한국 피해자들의 구제는 후순위로 밀려날 것으로 내다봤다. 천창민 서울과학기술대 글로벌테크노경영전공 교수는 “미국 투자자에 대한 우선 배상이 이뤄져 한국 피해자에게 줄 자산은 남아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한국 법무부는 몬테네그로 정부로부터 공식 통보를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씨의 미국 송환 여부가 공식 통보된 뒤 공소시효 정지 등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서울남부지검은 2022년 5월 투자자들이 권 씨 등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한 이후 관련 수사를 진행해 왔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핫도그나 떡볶이 같은 분식만 먹어요.”프랑스 파리 도심에 있는 식당 ‘다울분식’에서 1일(현지 시간) 핫도그를 먹고 있던 학생 아브릴 자피니 씨는 “분식으로 한식을 배웠다”며 웃어 보였다. 자피니 씨는 아직 분식 외에는 불고기나 비빔밥 같은 전통 한식을 먹어보질 못했다. 다울분식에서 만난 프랑스인들은 전통 한식보다도 떡볶이, 김밥 같은 분식으로 한식에 입문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핫도그와 떡볶이, 치킨, 김밥 등 흔히 분식이라 부르는 음식만 파는 이 식당은 우리에겐 친숙한 평범한 분식집과 다를 바 없었다. 점심시간이 끝난 오후 2시경이었는데도 이 식당 앞 긴 줄이 줄질 않았다. 내부에 자리가 없어 가게 밖에 놓인 테이블에도 사람이 가득했다.특이한 건 그중에 한국인은 전혀 보이질 않았다는 점이다. 외국인들이 비닐장갑을 낀 손으로 치킨을 집어 먹고, 떡볶이와 라면을 매운 소스에 버무려 먹고 있었다. 식당을 운영하는 재불교포 마크 리 씨는 “개점한 지 1년이 됐는데 매출이 3배로 늘었다”며 “핫도그가 원래 제일 인기였는데, 요즘은 치킨이 급격하게 많이 나간다”고 전했다.》 마트에 냉동 꽈배기-떡꼬치 프랑스에 있는 한식당은 대략 300여 곳. 대부분 한식 하면 먼저 떠오르는 비빔밥이나 불고기 등을 판다. 하지만 최근엔 분식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식당이 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식의 변방’으로 여겨지던 분식이 파리지앵의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는 분위기다. 한국 분식은 파리에서도 주로 젊은층에게 인기가 많다. 빠르게 주문해 먹을 수 있는 데다 정식보다 상대적으로 자극적인 맛이라 입소문을 탔다. 특히 팬데믹 시기가 분식이 인기를 얻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자 직접 밥을 해먹거나 배달을 하게 된 프랑스인들이 소셜미디어로 한국 분식을 접하며 ‘새로운 메뉴’에 눈뜬 셈이다. 프랑스 남부 니스엔 ‘느낌(Nukim)’이란 분식 패스트푸드점도 생겼다. 맥도널드나 버거킹처럼 핫도그, 치킨, 길거리 토스트 등을 신속하게 주문해 테이크아웃도 할 수 있다. 파리 ‘코레와’ 매장에선 라면, 즉석밥 등 인스턴트 분식 제품을 전문으로 판매한다. 온라인 주문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한국 서울의 한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즉석 라면 조리기까지 등장했다. 식당뿐만 아니라 집에서 한식을 조리해 먹으려는 수요가 늘자 현지 대형마트들도 한국 분식을 주력 상품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날 들른 파리 도심의 현지 냉동음식 프랜차이즈 피카르에는 “맛있어요”라는 한글과 함께 분식 판매를 홍보하는 포스터가 걸려 있었다. 내부에 들어가니 꽈배기, 만두, 짜장면 냉동 식품이 대여섯 개 남았을 뿐 상당수 매대가 텅 비어 있었다. 같은 아시아 음식인 중식, 일식 제품 매대는 가득 차 있어 비교됐다. 프랑스의 대표적 대형마트 모노프리의 한 지점에는 아예 한 코너가 한국 분식 상품으로 꾸며져 있었다. 다양한 한국 라면은 물론이고, 떡볶이와 잡채 즉석요리 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카르푸와 모노프리에 한국 가공식품을 납품하는 김성수 수퍼에프 대표는 “프랑스에 분식집이 많아지면서 프랑스 전국에서 한식 가공식품 주문이 늘고 있다”며 “바이어가 먼저 한식 제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라면-떡 수출, 최대 폭 증가 높아지는 분식의 인기에 한국 가공식품 수출도 날개를 달았다. 특히 라면과 떡볶이의 수출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 지역 떡 수출액은 1072만 달러(약 143억 원)로 사상 처음으로 1000만 달러를 돌파했다. 같은 기간 라면 수출액은 1억4524만 달러로 역시 최초로 1억 달러를 넘어섰다. 전년 대비 증가 폭은 각각 55.6%, 63.2%로 모두 역대 최대였다. 사실 유럽에서 떡볶이는 몇 년 전만 해도 어색하고 불편한 음식이었다. 우리에겐 ‘솔 푸드’이지만 외국인들은 물컹하고 끈적한 식감을 싫어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며칠만 지나도 딱딱해져 유통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받았다. 뭣보다 소스가 너무 맵다는 평이 많았다. 이명박 정부 당시 한식 세계화 사업을 추진하며 떡볶이연구소까지 세워 수출 전략을 짰지만 연구소는 1년 만에 문을 닫는 굴욕을 겪었다. 이랬던 떡볶이가 가정식 간편 음식의 대명사가 될 정도로 유럽인의 사랑을 받게 된 것은 한국 드라마, 아이돌 등 K콘텐츠의 영향이 첫 번째 이유였다. 분식집에서 만난 여러 프랑스인은 “한국 드라마 등을 보며 분식에 흥미를 갖게 됐다”고 했다. 알리아 시소코 씨는 “K팝을 좋아해서 아이돌들이 자주 먹는 떡볶이를 좋아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와 기업의 홍보 행사도 큰 몫을 했다. aT는 지난해 라면과 떡볶이를 유망 품목으로 육성하기 위해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다양한 마케팅을 벌였다. 현지화를 위해 제품을 다양하게 개발한 오랜 노력이 이제 빛을 발하고 있는 것. ‘떡볶이의 신’을 수출하는 동원F&B는 떡을 상온에서도 10개월까지 유통될 수 있게끔 제품을 개발해 판매망을 넓혔다.‘日스시’ 같은 대표 상품 부재 유럽에선 최근 라면의 원조로 통하는 일본 라면보다도 한국 라면이 인기를 얻는 분위기다. 뭣보다 종류가 다양한 점이 인기 비결로 꼽힌다. 한국 관련 인플루언서인 제이슨 씨는 “한국 라면은 조리법은 물론이고 맛이 다양하다”며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 유독 라면을 먹는 장면이 많이 나오니 주변 사람들이 많이 궁금해한다”고 설명했다. 라면 역시 K콘텐츠의 인기에 힘입어 더 사랑받고 있다. 불닭 볶음면은 유튜브 채널 ‘영국남자’에서 먹기 챌린지를 벌인 게 인기 폭발의 시초였단 게 정설이다. 2019년 영화 ‘기생충’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는 등 흥행하며 영화 속에 등장한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도 열풍을 낳았다. 분식을 비롯한 한식은 한국 호감도를 높이는 소프트파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3년 해외 한류 실태조사에 따르면 K콘텐츠의 인기와 잠재력을 보여주는 브랜드파워 지수는 전체적으로 58.8점. 이 중 음식이 66점으로 뷰티(62.3점), K팝(61.7점) 등보다 높은 점수를 받기도 했다. 한식에 대한 관심은 한국 관광으로 이어지는 가교가 되기도 한다.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에서 운영하는 한식 강좌에 참여 중인 에리카 베르사니 씨는 “한국 음식을 좀 더 알고 싶어 올해나 내년에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식도 이제는 ‘대표 상품’이 나올 때가 됐다는 시각도 있다. 스시처럼 세계 어디에서건 한국 요리 하면 보편적으로 떠오르는 음식이 나와줄 타이밍이란 조언이다. 프랑스의 한 요식업 전문 매체는 “한국 요리는 일본 스시와 같은 대표 메뉴가 아직 없다”며 “한국 길거리 음식인 콘도그는 핫도그를 변형한 창의성과 막대기를 꽂아 이동하면서도 먹을 수 있는 실용성을 갖춰 (대표 메뉴가 될) 잠재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조은아 파리 특파원 achim@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政敵)이었던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지난해 9월 측근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에서 한국과 대만의 민주화 사례를 언급하면서 러시아 또한 그렇게 해야 한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또한 푸틴 대통령과 가까우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에도 부정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또한 우려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의 19일자 1면 기사에 따르면 옥중의 나발니와 편지를 주고받은 반정부 언론인 일리야 크라실시치크는 “지난해 9월 마지막으로 받은 편지에서 나발니가 ‘한국과 대만은 독재에서 민주주의로 전환했다. 러시아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을 피력한 편지를 보냈다”고 공개했다. 나발니는 친구인 사진작가 예브게니 펠드만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 등이 “정말 무섭다(really scary)”고 우려했다. 특히 건강 이상설에 시달리는 바이든 대통령의 건강이 추가로 악화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푸틴 대통령의 전임자이며 친(親)서방 노선을 폈던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옛 소련 체제를 바꾸는 데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이것이 푸틴 대통령의 장기 집권을 야기한 측면이 있어 “옐친을 용서할 수 없다”고도 평했다. 한편 나발니를 적극 도왔던 그의 동갑내기 부인 율리야 나발나야(48)는 남편 사망 3일 만인 19일 “자유 러시아를 건설하겠다”며 정치 활동을 선언했다. 나발니의 의문사로 구심점을 잃는 듯했던 반(反)푸틴 운동이 동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 등에 동영상을 올려 “남편은 푸틴에 의해 살해됐다”면서 “남편이 하던 일을 계속하고, 러시아를 위해 싸울 것”이라며 공정 선거, 표현의 자유 등을 위해 자신과 함께하자고 촉구했다. 나발나야는 당국이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숨긴 뒤 신경작용제 노비초크의 흔적이 시신에서 사라질 때를 기다려 유족의 접근을 계속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푸틴이 왜 3일 전 남편을 살해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곧 그 사실을 알려드리겠다”고도 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미국 투자자들 사이에서 유럽 주식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이미 급등한 미국 기술주에 비해 저평가됐다는 인식 때문이다.월가에서는 미국 증시에 ‘매그니피센트7(Magnificent 7·M7)’이 있다면 유럽 증시에 ‘그래놀라즈(GRANOLAS)’가 있다며 조명하고 있다. M7은 미국 증시에서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는 애플·알파벳(구글 모회사)·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테슬라 등 대형 기술주 7개다. 이에 상응하는 유럽 증시의 그래놀라즈는 글락소미스클라인(GSK), 로슈, ASML, 네슬레, 노바티스, 노보 노르디스크, 로레알,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 아스트라제네카, SAP, 사노피다. ● ‘버블’ 없는 유럽 증시 주목최근 유럽 증시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는 분석이 늘고 있다. 1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와 MFS투자운용 등의 전략가들은 유럽 증시가 미국 주식보다 평가 가치가 낮고, 미국 빅테크들처럼 버블이 쉽게 꺼질 우려도 크지 않다며 유럽 증시를 낙관했다.유로뉴스도 최근 골드만삭스가 그래놀라즈에 주목했다며 해당 종목 합산 시가총액이 2조6000억 유로(약 3750조 원)를 넘어선다고 소개했다. 최근 1년간 그래놀라즈는 5000억 유로(약 720조 원)가 넘는 매출을 기록하면서 연 8% 올랐다. 골드만삭스는 이에 대해 “유럽 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이 부진함에도 유럽 주식이 좋은 성과를 낸 이유 중 하나”라고 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최근 유럽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달에는 대다수가 ‘유럽 주식이 비싸다’고 봤지만 이달 들어서는 다수가 ‘저평가 국면’이라고 판단했다. 내년 주가 수익률은 78%로 전망됐다. 3개월 전 50%에 비해 28%포인트 오른 것이다. 최근 물가 상승 우려가 여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조기 기준금리 인하 기대와 달리 금리 인하에 속도를 내지 않는 점도 변수다. 보통 금리가 오르면 투자 심리가 위축돼 주가가 떨어지기 마련인데, 빅테크는 고금리에 더 민감한 편이다. 금리가 예상보다 빨리 인하되지 않아 미국 기술주가 많이 오르기 힘들다는 시각이 있다. BCA 리서치의 다발 조시 수석전략가는 미국 빅테크들이 지난해에 좋은 성과를 거둔 만큼 올해도 실적이 좋긴 힘들다고 보면서 비교적 버블이 없는 유럽을 투자 대안으로 제시했다.● 제약-패션 중심의 그래놀라즈유럽 증시의 우량주는 20년 전만 해도 통신 및 석유, 은행 분야였다. 하지만 이제 지형이 달라졌다. 10개 종목 중 6개가 제약 분야다. 영국의 GSK, 스위스의 로슈홀딩과 노바티스, 덴마크의 노보 노르디스크, 영국과 스웨덴의 합작사인 아스트라제네카, 프랑스의 사노피가 이에 속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백신 등 제약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외에 인공지능(AI)과 로봇 공학의 발전에 따라 소프트웨어 기업인 독일의 SAP도 이름을 올렸다. 유로뉴스는 “그래놀라즈는 인구 고령화, AI 및 로봇 공학의 발전,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와 같은 가장 유망한 구조적 주제를 다루고 있다”며 “막대한 배당금, 탄탄한 성장 전망, 광범위한 국제적 영향력으로 빛을 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패션 분야도 두 종목이 포함됐다. 프랑스의 로레알은 세계 최대 화장품 회사로 꼽힌다. 역시 프랑스의 LVMH는 코로나19 이후 명품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매출이 증대됐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유럽 섬유의류·사치재 지수는 지난달 중순 이후 22% 올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유럽 고가 패션브랜드 주식이 중국 경기 회복에 투자하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유로화 강세와 트럼프발 관세는 위험 요인그래놀라즈 투자도 위험성이 있긴 하다. 특히 유로화 강세 현상은 그래놀라즈에 특히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매출의 80% 이상이 유럽 외에서 발생하는 만큼 수출 가격 경쟁력을 좌우하는 통화 변동 등 외부 변수에 주가가 출렁일 수 있는 것이다. 올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그래놀라즈는 힘든 시기를 거쳐야 할 가능성이 높다. 유로뉴스는 “그래놀라즈의 37%가 미국 시장에 노출돼 있는데 관세가 부과될 위험이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올해 미국 대선에서 당선되면 더욱 그럴 것”이라고 내다봤다.2년 넘게 이어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도 문제다. 전쟁 초기 에너지 및 원자재 값 급등으로 유럽 기업들이 고전했는데 이런 상황이 언제 또 불거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여기에 독일과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 경제가 침체에 빠지는 조짐이라 증시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LVMH, 로레알, ASML은 중국 시장 비중이 높은 편이어서 유럽과 중국 간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에서 불거지는 경제 이슈가 부쩍 늘었습니다. 경제 분야 취재 경험과 유럽 특파원으로 접하는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 유럽 경제를 풀어드리겠습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