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욱

이기욱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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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 익숙해질 때쯤 다시 경찰서로 돌아왔습니다. 유물이 들려주는 이야기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여러분의 이야기를 담겠습니다.

71wook@donga.com

취재분야

2025-11-17~2025-12-17
미국/북미29%
국제일반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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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범행 26분전 ‘지붕위 수상한 남자’ 신고 받고도 못막아”

    13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의 유세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에 대한 암살을 시도했던 토머스 매슈 크룩스(21)가 전날부터 어떻게 범행을 준비했는지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유세 며칠 전부터 크룩스가 총을 쏜 지점이 보안 취약지역으로 지적됐으며, 암살 시도 약 30분 전에 구조대원이 그를 발견해 신고했던 사실도 밝혀졌다. 15일 미 CNN방송에 따르면 크룩스는 범행 하루 전인 12일 사격장에서 아버지와 함께 사격 연습을 했다. 크룩스는 자신이 사는 베설파크에서 18km 떨어진 클레어턴 사격 클럽 회원이다. 범행 당일인 13일 오전에는 미국의 유명한 인테리어·정원관리용품 체인점인 ‘홈 디포(The Home Depot)’에서 152cm 길이의 사다리를 구입한 뒤 총기점에 들러 50발의 탄약을 샀다. 이후 자신의 현대 쏘나타 차량을 몰고 1시간 거리 떨어진 범행 현장인 버틀러 유세장으로 향했다. 경찰 관계자는 CNN에 “크룩스는 유세장 바깥에 자동차를 주차했고, 트렁크에는 자신이 소지하고 있던 송신기와 연결된 폭발 장치가 들어 있었다”고 말했다. 암살 시도 사건을 수사 중인 미 연방수사국(FBI)은 15일 사건 당일 입수한 크룩스의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알아내 본격적인 분석에 들어갔다. 다만 현재까지 크룩스의 범행 동기를 파악할 만한 단서는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세장에서 트럼프 후보에 대한 경호가 부실했다는 비난이 커지는 가운데, 사전에 이를 막을 기회가 있었는데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NBC방송은 “크룩스가 총을 쏜 건물 지붕은 이미 비밀경호국(SS)이 잠재적 보안 취약지역으로 꼽았던 장소”라고 보도했다. 그런데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건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비밀경호국 대변인은 “현지 경찰의 관할 구역이었다”고 해명했다. 펜실베이니아주 지역 방송 WPXI는 또 “사건 발생 약 26분 전인 오후 5시 45분경 지역 응급 구조대원이 지붕 위에 있는 수상한 남성을 발견하고 경찰에 알린 것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역시 어떤 조처가 있었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4-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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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격범 집-차량에서 폭탄 제조물질 발견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암살 시도 사건을 현장에서 사살된 21세 백인 남성 토머스 매슈 크룩스의 단독 범행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FBI는 현재까지 나온 증거를 놓고 볼 때 크룩스는 조직적 배후는 없고, 자생적 테러리스트인 ‘외톨이 늑대(lone wolf)’ 성향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FBI는 사건 다음 날인 14일(현지 시간) “현재까지의 수사 결과를 토대로 볼 때 총격범은 단독으로 행동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테러 집단 연루 가능성에 대해선 “현재로선 공공 안전에 대한 우려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크룩스의 자택과 차량에서 폭탄 제조 물질이 발견돼 추가 수사와 정밀 분석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FBI는 특히 용의자의 범행 동기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크룩스가 정신병력이 있거나, 정치적 신념이 강했다는 증거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FBI 측은 “소셜미디어 계정을 분석했지만, 온라인상 활동이 거의 없었으며 특정 이념과 관련한 게시물도 없었다”며 “크룩스의 휴대전화가 더 많은 증거를 제공해 주길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변 인물 증언은 다소 엇갈리는 상황이다. 크룩스와 베설파크고교를 함께 다닌 제임슨 마이어스 씨는 CBS방송에 “누구에게도 나쁜 말을 한 적 없는 착한 아이”라고 했다. 세라 댄절로 씨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크룩스는 자신의 정치적 견해나 그가 얼마나 트럼프를 증오하는지를 겉으로 말한 적이 없다”고 했다. 반면 또 다른 동창인 제이슨 콜러 씨는 AP통신에 “크룩스는 거의 매일 괴롭힘을 당했고 점심시간에 혼자 앉아 있곤 했다”며 “사냥복 같은 옷을 입어 다른 학생들에게 조롱을 받은 적도 있다”고 전했다. 크룩스가 총기 사용에 능숙했다는 정황은 드러났다. CNN방송에 따르면 용의자는 베설파크에서 11마일(약 18㎞) 떨어진 클레어턴에 있는 사격 클럽 회원이었다. 해당 클럽은 200야드(약 183m) 사거리의 소총 사격장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이번 사건의 희생자는 코리 콤페라토레 씨(50)로 확인됐다. 두 딸의 아버지인 그는 지역에서 20년 넘게 의용소방대 자원봉사를 해왔다고 한다.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는 “그는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몸을 던졌다”며 추모했다. 콤페라토레 씨의 부인도 “남편은 영웅으로 세상을 떠났다”며 울음을 삼켰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4-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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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레이건 이후 43년만의 암살 시도… 링컨-케네디 등 4명 희생

    13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 시도가 미국인들에게 깊이 새겨진 정치 폭력에 대한 공포를 다시 한번 일깨우고 있다. 미국은 역사적으로 현직 대통령 4명이 총에 맞아 암살된 것을 포함해 트럼프 전 대통령까지 총 11명의 전현직 대통령이 암살의 표적이 됐다. 미 CNN방송은 “(이번 사건이) 역사적 트라우마를 건드렸다”고 전했다.● 최초로 암살당한 대통령은 링컨 미국 최초로 벌어진 대통령 암살 시도는 1835년 1월 30일 앤드루 잭슨 제7대 대통령(1829∼1837년 재임)을 대상으로 벌어졌다. 당시 워싱턴 국회의사당 장례식에 참석한 잭슨 전 대통령을 향해 도장공인 리처드 로런스가 권총으로 암살을 시도했으나 불발로 끝났다. 이후 발생한 3건의 현직 대통령 암살 시도는 모두 목숨을 잃는 비극으로 끝맺었다. 암살에 희생당한 첫 대통령은 에이브러햄 링컨 제16대 대통령(1861∼1865년 재임)이다. 1865년 4월 14일 워싱턴의 한 극장에 부인과 함께 영화를 보러 갔다가 남부 출신 배우 존 윌크스 부스에게 저격당했다. 남북전쟁을 북부의 승리로 이끈 링컨 전 대통령에 대한 복수였다. 1881년 3월 취임한 제임스 가필드 제20대 대통령은 임기가 6개월밖에 안 된다. 재임 첫해 7월 2일 워싱턴 기차역에서 가슴에 총을 맞은 가필드 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2개월간 치료를 받다 별세했다. 총격을 가한 찰스 J 기토는 가필드 전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다며 관직을 요구했다 거절당하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20년 뒤인 1901년 9월 6일 윌리엄 매킨리 제25대 대통령(1897∼1901년 재임)은 뉴욕주 버펄로에서 연설하던 중 무정부주의자 리언 촐고시에 의해 총격을 당해 사망했다. 당시 부통령이던 시어도어 루스벨트 제26대 대통령(1901∼1909년 재임)이 대통령직을 승계했는데, 그 역시도 암살 위협을 피해가지 못했다.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1912년 재선 운동을 위해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유세를 하던 중 존 슈랭크라는 독일계 청년이 쏜 총에 가슴을 맞았다. 당시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양복 주머니에 들어 있던 50쪽 분량의 연설문 덕에 중상을 피했다. 가슴에서 피가 흐르는데도 90분 연설을 마친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겨우 총알 하나로 날 죽이려 했다니. 나는 죽지 않는다”는 말을 남겼다. 이후 프랭클린 루스벨트 제32대 대통령(1933∼1945년 재임)과 해리 트루먼 제33대 대통령(1945∼1953년 재임)도 암살 시도가 있었지만 미수에 그쳤다. ● TV로 중계됐던 케네디 암살 20세기 미국인들에게 가장 충격적인 ‘정치 테러’로 기억되는 사건은 1963년 11월 22일 존 F 케네디 제35대 대통령(1961∼1963년 재임) 암살 사건이다. 영부인 재클린 케네디와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자동차 행렬에 참석한 케네디 전 대통령은 소련을 추종하던 리 하비 오즈월드의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특히 당시 피격 장면은 TV로 미 전역에 송출되며 미국인들을 오열하게 했다. 대통령은 아니지만 케네디 전 대통령의 동생인 로버트 F 케네디 전 상원의원도 민주당 대선 주자 경선에 나섰다 1968년 6월 5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팔레스타인 이민자에게 총격을 당해 사망했다. 케네디 전 의원의 아들로 이번 대선에 무소속 출마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는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 시도 직후 뉴스네이션 인터뷰에서 “우리 모두 폭력과 증오, 독설을 버려야 한다”고 했다. 제럴드 포드 제38대 대통령(1974∼1977년 재임)은 두 차례나 암살 시도를 당했다. 1975년 9월 5일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에서 경호원이 총격범을 저지해 미수로 그쳤다. 17일 뒤에 또다시 총격을 당했지만 총알이 빗나가 생존할 수 있었다. 피격에 중상을 입었지만 살아남은 사례도 있다. 로널드 레이건 제40대 대통령(1981∼1989년 재임)은 1981년 3월 30일 워싱턴 힐턴 호텔에서 정신질환을 앓던 존 힝클리 주니어가 쏜 총에 가슴을 피격당했다. 공화당 소속이던 레이건 전 대통령이 수술 직전 전 의료진에게 “여러분 모두 공화당원이어야 할 텐데요”라고 한 말은 오랫동안 회자됐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4-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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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암살시도는 美 역대 11번째, 21세기 첫 대통령 대상 테러

    13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 시도가 미국인들에게 깊이 새겨진 정치 폭력에 대한 공포를 다시 한번 일깨우고 있다. 미국은 역사적으로 현직 대통령 4명이 총에 맞아 암살된 것을 포함해 트럼프 전 대통령까지 총 11명의 전현직 대통령이 암살의 표적이 됐다. 미 CNN방송은 “(이번 사건이) 역사적 트라우마를 건드렸다”고 전했다.● 최초로 암살당한 대통령은 링컨미국 최초로 벌어진 대통령 암살 시도는 1835년 1월 30일 앤드루 잭슨 제7대 대통령(1829~1837년 재임)을 대상으로 벌어졌다. 당시 워싱턴 국회의사당 장례식에 참석한 잭슨 전 대통령을 향해 도장공인 리처드 로런스가 권총으로 암살을 시도했으나 불발로 끝났다.이후 발생한 3건의 현직 대통령 암살 시도는 모두 목숨을 잃는 비극으로 끝맺었다. 암살에 희생당한 첫 대통령은 에이브러햄 링컨 제16대 대통령(1861~1865년 재임)이다. 1865년 4월 14일 워싱턴의 한 극장에 부인과 함께 영화를 보러 갔다가 남부 출신 배우 존 윌크스 부스에게 저격당했다. 남북전쟁을 북부의 승리로 이끈 링컨 전 대통령에 대한 복수였다.1881년 3월 취임한 제임스 가필드 제20대 대통령은 임기가 6개월밖에 안 된다. 재임 첫해 7월 2일 워싱턴 기차역에서 가슴에 총을 맞은 가필드 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2개월간 치료를 받다 별세했다. 총격을 가한 찰스 J 기토는 가필드 전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다며 관직을 요구했다 거절당하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20년 뒤인 1901년 9월 6일 윌리엄 매킨리 제25대 대통령(1897~1901년 재임)은 뉴욕주 버펄로에서 연설하던 중 무정부주의자 리언 촐고시에 의해 총격을 당해 사망했다. 당시 부통령이던 시어도어 루스벨트 제26대 대통령(1901~1909년 재임)이 대통령직을 승계했는데, 그 역시도 암살 위협을 피해가지 못했다.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1912년 재선 운동을 위해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유세를 하던 중 존 슈랭크라는 독일계 청년이 쏜 총에 가슴을 맞았다. 당시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양복 주머니에 들어 있던 50쪽 분량의 연설문 덕에 중상을 피했다. 가슴에서 피가 흐르는데도 90분 연설을 마친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겨우 총알 하나로 날 죽이려 했다니. 나는 죽지 않는다”는 말을 남겼다.이후 프랭클린 루스벨트 제32대 대통령(1933~1945년 재임)과 해리 트루먼 제33대 대통령(1945~1953년 재임)도 암살 시도가 있었지만 미수에 그쳤다. ● TV로 중계됐던 케네디 암살20세기 미국인들에게 가장 충격적인 ‘정치 테러’로 기억되는 사건은 1963년 11월 22일 존 F 케네디 제35대 대통령(1961~1963년 재임) 암살 사건이다. 영부인 재클린 케네디와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자동차 행렬에 참석한 케네디 전 대통령은 소련을 추종하던 리 하비 오즈월드의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특히 당시 피격 장면은 TV로 미 전역에 송출되며 미국인들을 오열하게 했다.대통령은 아니지만 케네디 전 대통령의 동생인 로버트 F 케네디 전 상원의원도 민주당 대선 주자 경선에 나섰다 1968년 6월 5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팔레스타인 이민자에게 총격을 당해 사망했다. 케네디 전 의원의 아들로 이번 대선에 무소속 출마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는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 시도 직후 뉴스네이션 인터뷰에서 “우리 모두 폭력과 증오, 독설을 버려야 한다”고 했다.제럴드 포드 제38대 대통령(1974~1977년 재임)은 두 차례나 암살 시도를 당했다. 1975년 9월 5일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에서 경호원이 총격범을 저지해 미수로 그쳤다. 17일 뒤에 또다시 총격을 당했지만 총알이 빗나가 생존할 수 있었다.피격에 중상을 입었지만 살아남은 사례도 있다. 로널드 레이건 제40대 대통령(1981~1989년 재임)은 1981년 3월 30일 워싱턴 힐턴 호텔에서 정신질환을 앓던 존 힝클리 주니어가 쏜 총에 가슴을 피격당했다. 공화당 소속이던 레이건 전 대통령이 수술 직전 전 의료진에게 “여러분 모두 공화당원이어야 할 텐데요”라고 한 말은 오랫동안 회자됐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4-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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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워킹맘-은둔-구원투수… ‘3인 3색’ 미국 퍼스트레이디[글로벌 포커스]

    “사랑하오, 질리(Jilly·질 바이든 여사 애칭). 우리 앞에 다가올 여정에서 당신이 내 곁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2021년 1월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82)이 취임식을 앞두고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평생을 꿈꿔 왔을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직전, 바이든 대통령이 찾은 단 한 사람. 바로 부인 ‘질리’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애처가다. 질 바이든 여사(73)를 향해 무한한 신뢰를 보냈고, 대통령직 수행에 그가 필요하단 걸 숨기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TV토론에서 참패한 뒤 바이든 대통령보다 질 여사에게 더 이목이 쏠렸던 이유이기도 하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대통령의 대선 완주 여부는 질 여사의 의중에 달렸다”고 보도했다. 어느 나라건 퍼스트레이디는 최고 통치자와 운명 공동체다. 최측근 참모이자, 정치적 부침을 함께한다. 특히 세계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미국 퍼스트레이디는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을 모으는 중요한 자리다. 최근 미 대선 레이스가 혼란스러운 양상을 띠면서 3명의 전현직 퍼스트레이디가 함께 주목받고 있다. 바이든의 대선 향방에 키를 쥔 질 여사와 다시 한번 퍼스트레이디가 될 가능성이 커지는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 그리고 이미 8년의 백악관 생활을 거쳤으나 최근 본인이 유력 대선 후보감으로 하마평에 오른 미셸 오바마 여사다. 대통령 내조부터 사회활동, 패션까지 전혀 다른 색깔을 지닌 미 대통령 영부인 3명을 비교해 봤다.● ‘워킹 퍼스트레이디’ 질 여사 바이든 대통령 부부는 미 정계에서 손꼽히는 잉꼬부부다. 두 사람의 삶을 돌아보면 바이든 대통령이 질 여사에게 크게 의지하는 심정을 이해할 만도 하다. 두 사람은 1975년 바이든 대통령의 친형 프랭크의 주선으로 만났다. 상처(喪妻) 뒤 크게 다친 두 아들을 홀로 기르던 바이든 대통령을 택한 것만 봐도 질 여사의 굳은 성정이 엿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1972년 전 부인 닐리아와 딸 나오미를 교통사고로 잃었다. 당시 사고로 다친 아들 보와 헌터를 간호하기 위해 워싱턴과 델라웨어 자택 왕복 4시간 거리(약 400km)를 매일 출퇴근하고 있었다. 한 차례 결혼했으나 아이가 없던 질 여사는 두 아들의 엄마를 자처했다. 결혼 전부터 유치원생인 보와 헌터를 헌신적으로 보살피며, 바쁜 바이든을 대신해 함께 저녁 시간을 보냈다. 세상을 떠난 친엄마 가족들과 아이들이 계속 연락하도록 돕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서전 ‘조 바이든, 지켜야 할 약속: 나의 삶, 신념, 정치’에서 1977년 보(당시 7세)와 헌터(6세)가 “우리(보, 헌터)는 질과 결혼해야 한다”고 졸랐다고 회고했다. 두 아들은 성인이 된 뒤에도 질 여사를 ‘엄마’라고 부를 만큼 여전히 각별한 사이다. 퍼스트레이디가 된 뒤에도 ‘워킹맘의 삶’을 이어가는 건 질 여사의 강한 개성을 잘 보여준다. 그는 미 헌정 사상 처음으로 백악관에서 출퇴근하는 ‘투 잡 영부인’이다. 30년 넘게 교편을 잡았고, 현재도 노던버지니아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저소득층 등에게 영작문을 가르치는 교수로 일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질 여사는 학생들에게 정치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고, 엄격한 편이다. ‘바이든 부통령’이던 시절, 한 학생은 TV를 보다 “왜 영작문 교수님이 미셸 오바마 영부인 옆에 앉아 있지”라고 생각한 적도 있을 정도다. 질 여사는 백악관 홈페이지 소개란에 “가르친다는 건 내가 하는 일이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힐 만큼 커리어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르다. 질 여사의 패션은 ‘특징이 없는 게 특징’이다. 평소 특별한 메시지가 없는 단색 투피스나 원피스를 선호한다. 공식 석상에서 한 번 입었던 원피스나 드레스를 여러 번 다시 입기도 한다. 최근 질 여사는 이례적으로 메시지가 담긴 패션을 선보였다. TV토론 다음 날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에서 열린 선거 유세 때 ‘투표하라(Vote)’는 문구가 적힌 원피스를 입은 것. 사퇴 압박을 거부하고, 대선 완주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질 여사가 자기주장이 강하고, 과도하게 가족을 보호하는 태도를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질 여사는 바이든 대통령과 2020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경쟁했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한동안 냉랭하게 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사퇴 압박을 받는 바이든 대통령이 여론을 제대로 못 읽고, 계속 완주를 강조하고 있는 건 질 여사의 ‘완주 의지’ 때문이란 의견도 있다. NBC방송은 최근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해 “(대선 후보 사퇴 요구에 대한) 보좌진과 가족들 사이의 견해차가 극심해지며 백악관이 분열하고 있다”고 전했다.● ‘탑에 갇힌 라푼젤’ 멜라니아 여사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54)는 미 역대 최고의 ‘은둔형’ 퍼스트레이디였다. 2017년 1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임한 뒤 영부인이 뉴욕 트럼프타워 자택에 남아 백악관에 입주하지 않은 건 초유의 선택이었다. “사립학교에 다니는 아들 배런을 전학시키지 않기 위해서”라고 해명했으나, 백악관 입주를 거부한 영부인은 전례가 없었다. 당시 멜라니아 여사의 뉴욕 칩거는 5개월 가까이 이어졌다. 배런의 등하교는 비밀경호국(SS) 요원들이 맡았으며, 그는 극도로 외출을 꺼렸다. WP는 “베테랑 파파라치조차 어딨는지 모른다”고 전했다. 그동안 퍼스트레이디 역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딸 이방카가 맡았다. 이방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부인이 낳은 장녀로 멜라니아 여사보다 겨우 열한 살 어리다. 존재감을 잃어가는 멜라니아 여사에게 ‘탑에 갇힌 라푼젤’이란 별명이 붙은 것도 이때였다. 소셜미디어에선 ‘멜라니아에게 자유를(#FreeMelania)’이라는 웃지 못할 해시태그가 유행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유고슬라비아(현 슬로베니아) 출신 이민자다. 모델 활동을 위해 1992년 서유럽으로 이주했다 1996년 뉴욕으로 건너왔다. 24세 연상인 남편을 만난 건 1998년 한 파티에서였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두 번째 부인과 막 이혼한 바람둥이 부동산 개발업자였다. 두 사람은 결별과 재결합을 반복하다 2005년 결혼했고, 멜라니아 여사는 이듬해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 두 사람 사이에는 2006년 태어난 아들 배런이 있다. 멜라니아 여사는 2016년 대선 때도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2000년 찍은 패션지 나체 화보가 공격의 소재로 활용돼 ‘로키(low-key)’ 행보를 택했다는 게 중론이다. 드물게 나선 행사에선 망신을 당한 적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된 2016년 7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찬조 연설자로 나섰는데, 미셸 오바마 여사의 8년 전 연설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으로 곤욕을 치렀다. 백악관 입성 뒤에도 전임자 미셸 여사와 자주 비교됐다. 미셸 여사는 대통령 임기 첫해 74번 연설했지만, 같은 기간 멜라니아는 고작 8번 연설했다. 미셸 여사의 아동 비만 퇴치 캠페인은 미 전역에서 인기였지만, 멜라니아 여사가 16개월 만에 내놓은 사이버 왕따 예방 캠페인은 비웃음거리가 됐다. “트럼프야말로 소셜미디어에서 정적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을 일삼는 가해자”란 반응이 많았다. 세간의 시선은 멜라니아 여사의 패션에 집중됐다. 모델 출신인 그가 고른 고가의 디자이너 제품은 언제나 화제였다. 때론 부적절한 패션으로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2017년 8월 하이힐을 신은 채 허리케인 수해 현장을 찾은 게 대표적이다. 이듬해는 ‘난 신경 안 써(I really don’t care)’라고 적힌 외투를 입고 불법 이민 아동 격리시설을 방문해 구설에 올랐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도 멜라니아 여사는 조용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남편이 대선 도전을 선언한 이래 유세에 동행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지난달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TV토론 현장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멜라니아 여사가 남편의 정치에 전혀 개입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특히 2016년 마이크 펜스 전 인디애나 주지사를 부통령 후보로 선택할 때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후문이다. 트럼프 부부와 친한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는 “세간의 인식과 달리 꿔다놓은 보릿자루(wallflower)가 아니다”라며 “트럼프는 백악관 고위급 인사도 멜라니아와 상의하곤 했다”고 전했다.● ‘남편의 가장 큰 정치 자산’ 미셸 여사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인 미셸 여사(60)는 가정적인 아내이자 엄마의 역할을 중요시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대선 출마 의사를 밝혔을 때 금연을 조건으로 내걸었다는 건 유명한 이야기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후 금연에 성공했다고 선언하며 “미셸이 무서워 끊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셸 여사는 2000년 오바마 전 대통령이 당시 시카고 일리노이주 4선 연방 하원의원이던 보비 러시에게 도전할 때 극구 말렸다고 한다. 정치평론가 에드워드 클라인은 저서 ‘아마추어’에서 “결국 오바마는 미셸의 경고를 듣지 않았다”며 “가족을 재정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빠뜨렸고, 안정적 미래를 만들려던 미셸의 희망을 깨뜨렸다”고 했다. 이에 미셸 여사는 이혼 서류를 작성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셸 여사가 백악관 입성 뒤 각별히 챙긴 건 두 딸의 건강한 식사였다. 식단을 위해 백악관 주방에 유기농 식품을 준비해주길 부탁했다. 특히 2009년 3월부터 백악관 남쪽 잔디밭인 사우스론에 채소밭을 만들어 직접 가꿨다. 건강한 식사에 대한 관심은 공적 활동으로 이어졌다. 텃밭을 가꾼 다음 해부터 아동 비만 퇴치 캠페인인 ‘레츠 무브(Let’s move)’ 운동을 시작했다. 5가지 채소 먹기, 5번 점프하기 등을 전파한 운동은 건강한 생활에 대한 미국인의 관심을 크게 높였다. 그렇다고 ‘안주인’ 역할에만 머물렀던 건 아니다. 남편만큼 뛰어난 연설 능력으로 청중을 사로잡는 힘을 지녔다. 종종 오바마 전 대통령의 구원투수 역할로 연설을 맡아 남편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asset)이란 평가도 받았다. 재선 운동 시기인 2012년 9월 4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한 미셸 여사의 연설은 지금도 명연설로 회자된다. 미셸 여사는 “버락은 ‘아메리칸 드림’을 안다. 그가 그렇게 살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누구건, 어디에서 왔건, 어떻게 생겼건, 누구를 사랑하건 그는 이 나라의 모두에게 같은 기회가 주어지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CNN방송은 “9회말 터뜨린 결승 만루홈런”이라고 평가했다. 2016년 민주당 대선 후보로 출마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지지한 연설도 큰 호평을 받았다. 미 최초의 흑인 퍼스트레이디인 미셸 여사는 당시 “나는 매일 아침 흑인 노예들이 지은 집(백악관)에서 눈을 뜨고, 잔디밭에서 반려견과 뛰노는 두 딸을 본다”며 “힐러리라면, 내 딸과 우리 자녀들이 미국의 첫 여성 대통령이란 역사의 탄생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다. 당시 WP는 “남은 기간 동안 이를 뛰어넘는 연설은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극찬했다. 변호사 경력, 명연설, 활발한 사회활동으로 미셸 여사는 민주당의 잠재적 대선 주자로도 거론된다. 최근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는 미셸 여사가 11월 대선에 출마하면 50%의 지지율로 트럼프 전 대통령(39%)을 이길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미셸 여사는 “정치에 관심 없다”고 밝혀 왔다. 영부인 시절 미셸 여사는 180cm의 큰 키에 딱 붙는 원피스를 자주 입었다. 또 메시지도 담아냈다. 2016년 1월 오바마 전 대통령의 신년 국정 연설 때 입은 동성애자 미국인 디자이너 나르시소 로드리게스의 노란 드레스는 특히 화제를 모았다. 미 연방대법원의 동성결혼 합헌 결정에 찬성한다는 메시지를 패션으로 표현했단 분석이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4-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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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줄 말라가는 바이든… ‘큰손’ 조지 클루니마저 사퇴 촉구

    “내가 3주 전 모금 행사에서 봤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10년의 바이든도, 2020년의 바이든도 아니었다. 우리 모두가 토론회에서 목격한 바로 그 사람이었다.” 미국 민주당 지지자인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가 10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클루니는 2012년, 2016년, 2020년 미 대선 때 민주당의 대규모 선거자금 모금 행사를 주최해 온 인물로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민주당 후원자로 꼽힌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주요 민주당 기부자들 사이에서도 “10명 중 9명은 후원할 계획이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그동안 바이든 대통령의 우군 역할을 해 온 인사들 사이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상원의원 최초로 피터 웰치 의원(버몬트)이 공개적으로 사퇴를 촉구했고,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등 굳건한 지지를 표명해 온 민주당 원로들도 후보 교체 가능성을 열어 두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11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때 열리는 바이든 대통령의 사전 각본 없는 단독 기자회견이 후보 사퇴 여부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돈줄이 말라가고 있다” 클루니는 뉴욕타임스(NYT)에 게재한 ‘나는 조 바이든을 사랑한다. 하지만 우리는 새로운 후보가 필요하다’는 기고문에서 “바이든이 이길 수 없는 한 가지 싸움은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고령을 우려했다. 클루니는 “우리는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11월에 승리할 수 없을 것”이라며 “상원과 하원마저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클루니는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자금 모금에 적극 참여해 왔다. 지난달 15일 로스앤젤레스에서 그가 주최한 모금 행사에선 민주당 역대 최대 규모인 2800만 달러(약 386억 원)가 걷혔다. CNN방송은 “바이든의 조력자였던 클루니는 바이든을 지지하지 않는 이들도 주머니를 열게 만드는 능력을 지녔다”며 “바이든 캠프에 클루니의 사퇴 촉구는 할리우드에서 벌어진 가장 치명적인 이탈”이라고 지적했다. 기업인 후원자들의 이탈도 감지된다. 앞서 넷플릭스 창립자인 리드 헤이스팅스와 디즈니 상속인인 애비게일 디즈니, 억만장자 릭 카루소 등이 공개적으로 사퇴를 촉구했다. FT는 익명을 요구한 한 주요 후원자를 인용해 “자금이 마르고 있다”며 “후원자 10명 가운데 9명은 손실을 우려해 기부를 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NBC방송에 따르면 바이든 캠프 관계자들은 “이번 달 대규모 후원자들의 기부금만 절반 혹은 그 이상이 줄었다”고 밝혔다. 캠프에선 “이미 재앙적이다”란 한탄이 나온다. 백악관이 이런 상황을 자초했다는 분석도 있다. TV토론 참패 뒤 사퇴론이 거세지자 바이든 대통령 측은 민주당 의원, 주지사, 시장 등 ‘정치권 인사’들을 안심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FT는 “백악관은 정치권 관리에만 골몰하다가 정작 후원자들은 소외시키는 악수를 뒀다”고 지적했다. ● 핵심 우군들마저 사퇴 촉구 의사 바이든 대통령이 당 내부 단속에 심혈을 기울였지만, 여전히 사퇴 촉구 목소리가 나온다. 연이은 하원의원들의 사퇴 촉구에 이어 상원에서도 처음으로 공개적인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웰치 상원의원은 워싱턴포스트(WP)에 “바이든은 자신이 최고의 후보인지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며 “내가 보기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웰치 의원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유능하고 검증된 지도자”라면서 “젊고 활기찬 주지사들과 상원의원들도 있다”며 교체론에 힘을 실었다. 펠로시 전 의장은 MSNBC에 출연해 “출마 여부는 대통령이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모두가 그가 결정을 내리도록 촉구하고 있다”고 했다. 직접적인 사퇴 촉구는 아니지만 그동안 강조해 온 분명한 지지 의사도 아닌 것이다. 인터넷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한다”던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도 사석에서 “대통령이 주도하지 않는 민주당 대선 경선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다만 슈머 원내대표 측은 해당 보도를 즉각 부인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4-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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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공화 정강에 “동맹국, 공동방어 투자의무” 명시

    미국 공화당은 8일(현지 시간) 채택한 정강정책에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이익을 중심에 둔 외교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며 “동맹국들이 공동 방어에 대한 투자의 의무를 이행하도록 만들어 동맹 관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미 대선을 120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당의 핵심 방침으로 세우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미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산하 정강정책위원회는 이날 국경 봉쇄, 인플레이션 종식, 군대 강화 및 현대화 등 20개 원칙을 담은 정강정책을 채택했다. 공화당은 정강정책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슬로건과 동일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란 제목을 붙였다. 특히 외교안보 관련 공약에서는 ‘힘을 통한 평화로의 귀환’을 강조하며 동맹국의 투자 의무와 동맹 네트워크 재구축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국방비 지출 기준 충족은 물론이고 한국 등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은 공화당의 ‘공식 방침’으로 굳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4월 시사주간지 타임 인터뷰에서 “한국이 미국을 제대로 대우해 주길 바란다”고 말해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공화당은 또 “미국 우선 경제정책을 추구한다”며 외국 상품에 대한 기본관세 부과와 중국에 대한 무역 최혜국 대우 철회 등도 정강정책에 포함시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강정책 발표 뒤 소셜미디어에서 “이 의제는 우리가 백악관을 되찾고 공화당이 상하원 다수당을 차지하면 더 빠르게 달성할 수 있는 강력한 약속”이라며 “미국은 단호한 공화당의 리더십을 필요로 한다”고 주장했다. 정강정책에 ‘MAGA’ 담은 공화당, 8년만에 ‘트럼프 당’됐다[요동치는 美 대선]中서 전략적 독립, 보편-보복관세 등… 20개 원칙, 트럼프 대선 공약 그대로힘에 의한 평화-동맹 재건도 강조16쪽 분량… 남북한 직접 언급 없어‘미국 우선(America First): 상식으로의 복귀.’ 미 공화당이 8일(현지 시간) 압도적 지지 속에 채택한 정강정책의 서문 제목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강조해온 미국 우선주의가 공화당 정강정책의 슬로건이 된 것이다. 2016년 공화당 정강정책의 서문 첫 줄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등이 세계의 경찰로서 미국의 리더십을 강조했던 “미국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를 믿는다”였다. 1854년 창당해 에이브러햄 링컨과 로널드 레이건 등을 배출한 170년 역사의 공화당이 8년 만에 ‘트럼프의 정당’으로 바뀌었음을 선명하게 보여준 셈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강정책 작성에 직접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정강정책에 실린 20개 원칙엔 그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에서 언급해온 대선 공약이 거의 그대로 담겼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글로벌 질서 재편에 나설 것이 더욱 확실해졌다.● 중국 압박하며 ‘전략적 독립’ 추구 공화당이 이번에 채택한 정강정책에는 10개 분야의 공약이 담겨 있다. 이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강조해온 인플레이션 종료 등 물가안정이 첫 번째 공약으로 제시됐다. 불법이민 차단, 세금 감면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다섯 번째 공약인 ‘불공정 무역으로부터 미국 노동자와 농부 보호’에서는 “중국으로부터 ‘전략적 독립(strategic independence)’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중국에 대한 무역 최혜국 대우 철회, 필수품 수입의 단계적 중단, 미국 내 부동산 및 기업 구입 금지 등을 제시했다. 이는 중국과 ‘전략적 디커플링(Decoupling·분리)’을 주장해온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의 주장이 그대로 반영된 것. ‘전략적 독립’이라고 다르게 표현했지만,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국의 첨단기술 분야에 대해서만 ‘위험 축소(디리스킹)’ 정책을 펴온 조 바이든 행정부와 차이가 있다. 이와 관련해 공화당은 “외국산 상품에 대한 기본 관세를 지지하고, 상호무역법을 통과시키며 불공정한 무역 관행에 대응할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놓은 10% 세율의 보편적 기본관세와 무역흑자 규모에 따른 보복관세 부과를 아예 당 방침으로 못 박기도 했다. 정강정책에는 “바이든의 전기차 및 기타 명령을 취소하고 중국산 차량 수입을 방지해 미국 자동차 산업을 부활시킬 것”이라고 밝혀 전기차 보조금 재검토 가능성도 시사했다. ● 강한 군사력과 동맹국의 투자 강조 외교·안보 분야에선 “바이든 행정부가 약한 외교 정책으로 미국을 전 세계적 웃음거리로 만들었다”며 “힘으로 평화를 되돌리고, 군사력과 동맹을 재건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동맹국이 공동 방위에 대한 투자 의무를 이행하도록 하고 유럽에서 평화를 복구해 동맹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시 한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이 추진될 것임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러 차례 “한국은 분담금을 더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인도태평양 정책과 관련해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강하고 주권적이며 독립적인 국가들을 지지하고 다른 국가와 평화와 무역을 통해 번영할 것”이라고 했다.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 중국에 대한 억제를 통해 군사적 긴장을 낮추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올해 정강정책에는 한국이나 북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2016년 정강정책은 북한을 “김씨 가문의 노예국가”라고 규정하며, 북한에 대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 원칙을 명시한 바 있다. 한편 이번 정강정책은 16쪽 분량으로 60쪽이었던 2016년에 비해 크게 줄었고, 구체성도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선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인 크리스 라시비타는 “불필요하게 장황한 정강정책을 내놓으면 우리 적이 유권자들에게 가짜뉴스와 왜곡된 정보를 제공할 재료가 많아질 뿐”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4-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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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재무 “정부지출 조사” 佛좌파 “연금개혁 취소”… 총선 후폭풍

    “지난 72시간 동안 ‘총선에서 이기면 제2차 세계대전 이래 최악의 상황을 물려받을 것’이란 경고를 확인할 수 있었다.” 4일 열린 총선에서 14년 만에 집권에 성공한 영국 노동당 정부가 임명한 레이철 리브스 신임 재무장관(사진)은 8일 첫 공식 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총선 다음 날 영국 최초의 여성 재무장관으로 임명된 리브스 장관은 “14년 동안 벌어진 혼란과 경제적 무책임이란 유산(정부 부채)을 마주하고 있다”며 당장 보수당 집권 기간 벌어진 정부 지출에 대한 조사부터 착수했다고 밝혔다. 프랑스도 또 다른 의미에서 재정 위기의 불안이 감돌고 있다. 7일 총선을 통해 의회 제1당에 오른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이 연금개혁 취소 등 재정에 심각한 무리를 줄 수 있는 공약을 적지 않게 내걸었기 때문이다. 최근 나란히 총선을 치른 영국과 프랑스가 선거 직후부터 국가 부채의 심각성이 불거지며 경제 성장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영 노동당, 재정 악화 우려 8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리브스 장관은 주택개발 기준 완화와 해상 풍력발전소 건설 등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통상적으로 진보 정당은 분배를 중시하지만 취임 일성부터 성장을 강조한 것이다. 리브스 장관은 이어 보수당 집권 동안 재정 적자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다고 지적하며 “재무부 관리들에게 문제가 어느 정도인지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정부) 지출에 대한 평가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번 조사가 가을에 발표될 예산에서 ‘어려운 선택’을 위한 길을 열 것”이라며 증세 가능성도 시사했다. 노동당은 선거 기간 중 영국 세수입의 4분의 3가량을 차지하는 주요 세율을 인상하지 않겠다고 공약했지만, 재정 상황이 악화되면 증세 기조로 전환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노동당이 집권하자마자 재정 적자를 대놓고 문제 삼은 건,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데 정부가 쌓아둔 빚마저 심각하게 불어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빚이 늘면 복지는 물론이고 국가 성장을 위한 정책에 재원을 투입하기 힘들다. 빚 상환 부담이 커지니 금리를 제대로 올리지 못해 물가를 억제하기도 어려워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영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중은 2022년 기준 104.5%다. 세수를 늘리려면 세금을 올려야 하는데 보수당 정권에선 감세를 강조했다.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운영하는 연구소는 경제 성장과 재정 문제 해결을 위해 5년간 500억 파운드(약 88조 원)의 증세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9일 보도했다.● 프랑스 친기업 정책 중단될수도 프랑스는 총선에서 승리한 NFP의 공약이 벌써부터 시장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국가 재정에 부담 되는 공약이 많다는 분석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어렵사리 추진해온 연금개혁의 폐지 공약이다. 한마디로 연금 수령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늦춰 연금 재원인 국가재정의 지출을 늦추려던 현 정부의 계획을 멈추겠단 뜻이다. 프랑스의 GDP 대비 정부 부채는 2022년 기준 117.3%로 영국보다 높고, OECD 회원국 평균치(78.6%)마저 웃돈다. 연금개혁이 취소되면 점차 재정에 무리가 생길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8일 “프랑스의 새로운 정부가 대규모 공공 적자를 줄이지 못하고, 부채에 대한 이자가 급증하거나 성장률이 장기간 우리 예상치를 크게 밑돌면 국가 신용등급이 압박을 받을 것”이라며 추가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경고했다. S&P는 이미 5월에 “프랑스 재정적자가 2027년 GDP의 3%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가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낮춘 바 있다. 미국 CNN방송은 “금융시장에선 마크롱 대통령이 추진했던 친(親)기업 정책도 중단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위기감을 느낀 프랑스 산업협회(MEDEF)는 즉각 성명을 내고 “지난 9년간 성장과 고용 측면에서 성과를 냈던 경제 정책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4-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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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프리 색스 “美의 對中 봉쇄정책은 실패”

    “미국은 중국을 봉쇄하지 못했고 세계 경제를 분열시켰다.” 세계적인 경제 석학 제프리 색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70·사진)가 날로 격화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갈등의 원인은 ‘힘의 약화를 두려워한 미국’ 때문이라며 미국의 대(對)중국 봉쇄 정책이 실패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대만 사안에 대해서도 미국이 ‘간섭(meddling)’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 3월 중국을 방문했던 색스 교수는 8일(현지 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인터뷰에서 “미중 긴장의 원인은 미국의 힘이 전 세계적으로 약화하고 있다는 미국의 불안감”이라며 “미국의 정책 결정권자들이 방어적이고 두려워하는 반응을 보였고 종종 어리석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반도체 수출 규제, 미국 영국 호주의 군사동맹 ‘오커스(AUKUS)’, 남중국해에서의 군사력 강화 등을 거론하며 “이런 접근은 모두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전 세계 긴장을 높이고 경제적 후생 및 세계 경제의 효율성을 낮췄을 뿐 아니라 우리 모두를 전쟁에 가깝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11월 미 대선에서 맞붙을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중국에 얼마나 강경한지를 보여주기 위해 경쟁하고 있으며, 미 의회 내 반중 기류 또한 우려할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의 간섭이 없다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문제가 평화롭게 처리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색스 교수는 “최근 미 언론에서 중국과의 전쟁 이야기가 넘쳐나고 있다. 끔찍할 정도로 무책임하고 무지하며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러시아의 반대를 무시한 채 우크라이나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에 가입시키려 시도한 것이 현재의 전쟁을 초래했다”고 덧붙였다. 색스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분산된 기술 및 군사 역량 등을 고려할 때 “21세기에는 어떤 나라도 패권을 차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를 감안해서라도 중국과 잘 지내야 한다는 뜻을 강조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4-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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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민주 중진들도 ‘바이든 사퇴론’ 가세… 오늘 의총이 분수령

    미국 민주당 안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7일 하루에만 최소 9명의 하원의원이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거나 대선 행보에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따라 9일로 예정된 민주당 의원 총회가 ‘후보 교체론’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대통령의 건강 이상설 역시 증폭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파킨슨병 전문가’인 케빈 캐너드 월터리드 군의료센터 소속 의사가 지난해 8월부터 최근까지 백악관을 무려 8차례 방문했다고 7일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 측은 인지기능 검사를 줄곧 거부하고 있다. 다만, 민주당 흑인 의원 모임(Black Caucus·흑인 코커스)은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완주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 또한 고향이며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 유세 등에서 거듭 ‘단결’을 호소하며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민주당 중진으로 확산된 사퇴론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7일 후보 교체론에 대한 하원 지도부의 의견을 듣는 비공개 화상회의를 진행했다. CNN 등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조 모렐 운영위원회 간사, 애덤 스미스 군사위원회 간사, 제리 내들러 법사위원회 간사, 마크 터카노 보훈위원회 간사 등 최소 4명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별도로 짐 하임스, 조 로프그린, 돈 바이어, 릭 라슨, 수전 와일드 하원의원 등도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행보에 우려를 표명했다. 그간 전국적으로 인지도가 높지 않은 개별 하원의원들이 사퇴를 촉구한 적은 있지만 제프리스 원내대표 같은 중진이 주도한 회의에서 여러 명의 하원의원이 동시에 사퇴 요구 또는 우려를 표명한 건 처음이다. 한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 사퇴에 대한 하원의원 수십 명의 의견이 일치했다”고 CNN에 전했다. 또 다른 하원의원은 “9일 회의가 댐이 무너지는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도 이날 CNN에 출연해 “이번 주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한 주가 될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이 타운홀 행사와 기자회견을 갖고 이전의 바이든과 같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고 했다. 5일 ABC방송 인터뷰만으로는 건강 우려를 불식시키기 어려웠다고 지적한 것이다. 다만 민주당 내 흑인 의원 모임은 후보 교체를 촉구하는 의원들을 공개 비판하며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다. 2020년 민주당 대선 후보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경쟁했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바이든은 역사상 가장 위험한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를 이길 수 있는 후보”라고 밝혔다. 또 마크 워너 민주당 상원의원이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를 논의하기 위해 추진했던 8일 회의 또한 무산됐다고 CNN은 전했다.● 바이든, 버티기 고수… “단결” 호소 바이든 대통령은 7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등을 찾아 ‘단결(stick together)’을 호소했다. 그는 이날 필라델피아의 흑인 교회 예배에 참석해 “우리가 단결한다면 미국의 미래가 이보다 낙관적일 순 없다. 미국을 단결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후 유세에서 “‘다크 브랜던(Dark Brandon)’이 돌아온다”고 했다. 당초 고령인 바이든 대통령의 유약한 이미지를 공격하기 위해 반대파가 만든 ‘밈(meme)’이었지만 젊은 층에게 인기를 끌며 대통령의 유쾌한 이미지를 상징하는 ‘부(副)캐릭터’가 됐다. 눈에서 레이저를 쏘는 특유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경쟁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식 대선 후보로 선출되는 15∼18일 공화당 전당대회에 맞춘 ‘맞불’ 유세 계획도 발표했다. 특히 15일에는 공화당 텃밭 텍사스주의 린든 존슨 전 대통령 도서관을 방문해 인종차별을 철폐한 민권법 제정 60주년 행사에 참석할 계획이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4-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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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反이민’ 英 극우정당, 4명 당선 첫 원내 진입

    반(反)이민, 반유럽연합(EU)을 외치는 영국의 극우 정당 ‘영국개혁당(Reform UK)’이 4일(현지 시간) 총선에서 처음으로 원내 진입에 성공했다. 2018년 11월 창당 뒤 약 6년 만이다.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국처럼 극우 정당이 돌풍을 일으키진 못했지만, 영국 정치권에서 영향력을 키워나갈 기회는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개혁당은 ‘영국의 트럼프’로 불리는 극우 정치인 나이절 패라지 대표(60·사진)를 포함해 총 4명의 당선인을 배출했다. 패라지 대표는 에식스주 클랙턴에서 보수당 소속 현역 의원인 자일스 와틀링을 눌렀다. 총 8번의 시도 끝에 하원 입성에 성공한 것.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5일 “패라지는 조국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라며 축하를 보냈다. 패라지는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를 강하게 지지했고 “런던 지하철에서 외국어가 들리는 게 불편하다”는 극단적 발언으로 유명하다. 그는 이번 총선 결과를 “보수당 종식의 시작”이라며 자신들이 우파를 대변하겠다고 밝혔다. 영국개혁당은 총선에서 외국인 범죄자 즉시 추방, 유럽인권협약 탈퇴 등 반이민 정책을 강조했다. 일부 후보들이 “유대인들이 제3세계 무슬림을 영국으로 데려오려고 선동하고 있다”는 반유대주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보수당의 온건 우파 노선, 경제 실정 등에 실망한 강경 보수층이 영국개혁당으로 이동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4-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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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클릭’ 英 노동당, 14년만에 정권교체

    영국 노동당이 4일(현지 시간) 치러진 조기 총선에서 보수당을 크게 누르고 2010년 이후 14년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노동당 소속 최장수 총리인 토니 블레어 전 총리(1997∼2007년 집권)와 유사한 노선을 표방해 ‘제2의 토니 블레어’로 불리는 키어 스타머 신임 총리 겸 노동당 대표(62)가 소득세와 법인세 동결, 아동수당 확대 반대, 국경 경계 강화 등 기존의 좌파 색깔을 지운 ‘우클릭 공약’을 앞세워 중도 표심을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보수당은 1834년 창당 후 190년 만에 가장 적은 의석을 얻으며 참패했다. 고물가, 불법 이민자 증가 등에 대응하지 못한 것이 패배 원인으로 지목된다. BBC방송 등에 따르면 노동당은 현지 시간 5일 낮 12시(한국 시간 오후 8시) 기준 하원 전체 650석 중 412석을 차지해 제1당을 확정했다. 2019년 총선 때보다 210석 늘었고 과반(326석)도 훌쩍 넘겼다. 보수당은 121석으로 기존 의석(365석)의 3분의 1 수준을 얻는 데 그쳤다. 극우 성향인 영국개혁당은 4석을 확보해 2018년 창당 후 처음으로 원내 진출에 성공했다. 스타머 총리는 5일 런던 버킹엄궁에서 찰스 3세 국왕을 만나 정부 구성 요청을 받으며 새 총리로서 임기를 시작했다. 그는 취임 연설에서 “국민은 변화에 투표했다”며 “우리 나라에 큰 조정(Reset)이 필요한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노동당, ‘중도실용’으로 민심 잡아… 보수당, 190년만에 최악참패[英, 14년만에 정권 교체]스타머, 부자증세 등 좌파공약 폐기‘핵잠 건조’ 등 우클릭 행보로 주목… ‘英 러스트벨트’ 레드월서도 선전보수당, 경제실패 등 무능-부패 문제… “가장 성공적 정당, 이제 잊혀질 위기”“우리가 해냈다. 이제 ‘변화’가 시작된다.” 영국 조기 총선이 실시된 다음 날인 5일(현지 시간) 오전 키어 스타머 신임 총리 겸 노동당 대표(62)는 노동당이 의석수 과반을 달성하며 승리를 결정짓자 수도 런던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이같이 밝혔다. 14년 전 현 집권당인 보수당에 대패하며 표류했던 노동당이 다수당 자리를 되찾은 건 변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베트 쿠퍼 노동당 의원은 “2019년 선거 때는 이런 일이 일어날지 몰랐는데, 사람들이 다시 노동당을 신뢰하니 매우 감동적”이라며 감격했다. 스타머 총리는 분열됐던 노동당을 통합하고 이념에 얽매이지 않는 ‘중도 실용주의’로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특히 노동당은 과거 강세를 보였지만 반(反)이민 정서로 보수당 지지가 강해졌던 영국 중북부의 이른바 ‘레드월(Red Wall·붉은 벽)’ 지역에서 다시 선전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레드월 지역은 ‘영국판 러스트벨트(미국의 쇠락한 공업지대)’로도 불린다.● “분열 치유, 중도로 변화” 스타머 총리는 좌우 대립을 넘어 실용을 꾀한 ‘제3의 길’로 10년간 집권한 노동당 소속 토니 블레어 전 총리에게 비견된다. 그는 2020년부터 노동당을 이끌면서 슈퍼 리치 증세와 무상 대학 등록금 같은 좌파 공약을 버리고 중도 노선을 취했다. 안보 분야에선 핵잠수함 4척 건조, 해상 억지력 유지, 효율적인 해상 순찰을 위한 잠수함 업그레이드 등 ‘핵 억지력 3중 잠금’ 국방 정책을 발표하는 등 보수당의 노선에 가까운 파격적 행보를 보였다. 분열이 극심했던 노동당도 잘 추슬러 통합했다. 극좌 성향인 제러미 코빈 전 총리와 그 지지자들을 몰아내는 쇄신으로 주목받았다. 로이터통신은 “그(스타머 총리)는 당내의 많은 분열을 치유하고 노동당을 정치적 중도에 더욱 가깝게 이끌었다”고 평했다. ● 보수당 집권 14년간 총리 4명 낙선 보수당은 1834년 창당 이래 최악의 성적표를 받고 충격에 휩싸였다. 리시 수낵 전 총리(44)가 지지율 하락 속에 연말로 예상됐던 총선을 7월로 앞당기는 도박에 나섰지만 결국 실패한 것. 참패의 핵심 원인은 경제위기로 꼽힌다. 영국 통계청(ONS)에 따르면 월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2년 11월 11.1%를 찍었고,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3분기(7∼9월) ―0.1%, 4분기(10∼12월) ―0.3%로 경제 침체에 빠졌다. 수낵 전 총리 집권기에 지표는 호전됐지만 서민들이 받은 타격은 여전했다. 여론조사기관인 유고브가 5월 말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3%가 2010년보다 ‘영국의 사정이 안 좋다’고 답했다. 2020년 코로나19,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등 악재가 터지며 경제는 더 어려워졌다. 게다가 2020년 발효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해외 투자가 감소하고 인력 공급이 부족해 경제가 더 위축됐다. 반이민 정서로 브렉시트가 현실화됐지만 오히려 올 4월 발표된 연간 난민 심사 건수는 9만 건을 넘겨 역대 최다였다. 결국 이번 선거에서 수낵 전 총리를 제외한 보수당 집권 14년간의 총리 네 명이 다 낙선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테리사 메이의 지역구는 자유민주당이, 보리스 존슨과 리즈 트러스의 지역구는 노동당이 가져갔다. 보수당의 실정에 유권자들이 호되게 심판한 셈이다. 포린폴리시는 “역사적으로 가장 성공적으로 여겨지던 보수당이 이제 잊혀질 위기”라고 했다.● “노동당 승리가 아닌 보수당의 패배” 노동당이 잘해서라기보다 보수당이 너무 무능해서 압승했다는 분석도 있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선거가 노동당의 승리라기보다는 보수당의 패배였다는 것에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새 노동당 의원들은 오래 머물 것이라는 전망에 안주하지 않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이어 “이번 투표는 부패하고 무능한 보수당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었다”고 평가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4-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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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反이민’ 英 극우정당, 4명 당선 첫 원내 진입

    반(反)이민, 반유럽연합(EU)을 외치는 영국의 극우정당 ‘영국개혁당(Reform UK)’이 4일(현지 시간) 총선에서 처음으로 원내 진입에 성공했다. 2018년 11월 창당 뒤 약 6년 만이다.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국처럼 극우 정당이 돌풍을 일으키진 못했지만, 영국 정치권에서 영향력을 키워나갈 기회는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영국개혁당은 ‘영국의 트럼프’로 불리는 극우 정치인 나이절 패라지 대표(60)를 포함해 총 4명의 당선인을 배출했다. 패라지 대표는 에식스주 클랙턴에서 보수당 소속 현역 의원인 자일스 와틀링을 눌렀다. 총 8번의 시도 끝에 하원 입성에 성공한 것.패라지는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를 강하게 지지했고 “런던 지하철에서 외국어가 들리는 게 불편하다”는 극단적 발언으로 유명하다. 그는 이번 총선 결과를 “보수당 종식의 시작”이라며 자신들이 우파를 대변하겠다고 밝혔다.영국개혁당은 총선에서 외국인 범죄자 즉시 추방, 유럽인권협약 탈퇴 등 반이민 정책을 강조했다. 일부 후보들이 “유대인들이 제3세계 무슬림을 영국으로 데려오려고 선동하고 있다”는 반유대주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보수당의 온건 우파 노선, 경제 실정 등에 실망한 강경 보수층이 영국개혁당으로 이동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4-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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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가 급등 아마존… 베이조스 “6.9조원대 매각”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창업자(60·사진)가 50억 달러(약 6조9000억 원)에 달하는 아마존 주식 2500만 주를 매각하기로 했다고 블룸버그 등이 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지난달 26일 아마존의 시가총액이 2조 달러를 돌파한 지 일주일 만이다. 베이조스 창업자는 2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를 통해 2500만 주의 매각 계획을 공개했다. 미국에서는 주요 주주나 회사 내부자가 자사주를 팔 때 ‘SEC 사전 공지’를 의무화하고 있다. 그는 앞서 올 2월에도 85억 달러의 주식을 매각했다. 그가 매각 계획을 밝힌 2일 아마존 주가는 사상 최고치인 200달러로 마감했다. 인공지능(AI) 열풍 등으로 최근 주요 기술주가 연일 상승세를 보인 여파로 풀이된다. 아마존 주가는 올 들어 약 32% 올랐다. 연이은 매도에도 베이조스 창업자는 아직 아마존 지분의 8.8%(9억1200만 주)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전문가들은 그가 고점에서 주식을 판 후 자신이 설립한 우주기업 블루오리진에 더 많이 관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지난해 11월 아마존 본사가 있는 서부 워싱턴주에서 블루오리진 본사가 있는 남부 플로리다주로 이사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4-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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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 몰리는 트럼프, 바이든보다 930억 더 모금

    첫 TV토론에서의 압승, 연방 대법원의 면책특권 결정 등으로 재선 가도에 탄력이 붙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올 2분기(4∼6월)에 조 바이든 대통령보다 6700만 달러(약 930억 원)의 선거 자금을 더 모았다. AP통신은 “(트럼프 측이) 바이든 측의 현금 이점을 상쇄했다”며 TV토론 완패로 대선 후보 사퇴 위기에 몰린 바이든 대통령 측에 또 다른 악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2일(현지 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올 2분기에 3억3100만 달러(약 4600억 원)를 모금했다. 같은 기간 바이든 대통령 측이 얻은 2억6400만 달러보다 6700만 달러 많다. 캠프의 누적 현금 보유액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2억8490만 달러로, 바이든 대통령 측(2억4000만 달러)을 앞섰다. 정치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첫 형사재판이 열린 올 4월부터 바이든 대통령보다 많은 정치 자금을 모았다. 그간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적극 후원하지 않았던 공화당 ‘큰손’들이 지갑을 본격적으로 열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에서는 11월 대선은 물론이고 같은 날 치러지는 상원 선거에서도 공화당에 다수당을 내줄 것이란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 측은 이미 다수당인 하원에 이어 상원, 대통령직까지 접수하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구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 빗대 공화당이 대선, 상하원 선거에서 모두 이기는 ‘마가 트라이펙타(MAGA trifecta·마가 3연승)’이 가시화됐다는 것이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4-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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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토론 승리 이어 면책특권 인정받아

    미국 연방 대법원이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해 법무부에 선거인단 교체 압박 등을 한 혐의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사진)의 면책 특권을 일부 인정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른바 ‘대선 패배 뒤집기 시도’와 관련된 재판이 11월 대선 전에 열리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1일(현지 시간) 대법원은 찬성 6 대 반대 3으로 “전직 대통령이 재임 기간 수행한 공적 행위에 대해선 형사 기소에 대한 일부 면책 특권을 갖고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판결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판결문에서 “대통령은 헌법적 권한의 수행에 있어선 절대적(absolute) 면책권을 갖고 있으며, 그 외의 공적 행위에 대해서도 면책 특권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대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법무부 압박 혐의에 대해선 행정부처 장관으로부터 소관 업무에 대해 문의하고 보고받은 것이라 면책권이 있다고 판결했다. 또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에게 대선 결과 인증을 거부하라고 압박하고,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을 선동한 혐의는 하급심으로 보내 공적 행위 여부를 판단하도록 했다. 대선이 넉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지난달 27일 진행된 TV토론 압승에 이어 논란이 됐던 사법 리스크에 대한 부담도 줄일 수 있게 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세론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재판, 대선前 결론 불가능… TV토론 선전 이어 또 호재[트럼프 사법리스크 일부 면책]美대법, 대선불복 면책특권 일부 인정‘기밀문서 유출’ 등 2건도 면책 주장… 관련 재판들 연기 불가피할듯성추문 입막음까지 무효화 나서“헌법상 3권 분립의 구조 아래서는 대통령의 ‘공적 행위(official acts)’는 최소한의 면책을 받을 자격이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1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패배 뒤집기 시도 사건’에 대해 일부 면책 특권을 인정했다. 그동안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측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권력 남용 및 대선 결과 불복 행위로 비판해 왔던 일련의 사건들을 대통령의 공적 행위로 볼 수 있다고 판결한 것이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형사 기소된 재판들은 11월 대선 전에 진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레이스에서 TV토론 선전에 이어 “가장 중요한 호재(the most significant pieces of good news·뉴욕타임스)”를 맞게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유죄 평결을 받은 성추문 입막음 사건에 대해서도 면책 특권 주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 면책 특권 날개 단 트럼프, 관련 재판 ‘올스톱’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형사 기소된 사건은 대선 패배 뒤집기 시도를 포함해 모두 4건이다. 나머지 3건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친서 등을 자택으로 가져간 ‘기밀문건 유출 사건’ △2020년 대선 직후 조지아주 국무장관에게 “1만1780표를 찾아라”라고 지시한 ‘조지아주 선거 개입 사건’ △성관계 사실을 폭로하려는 성인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입막음 대가로 돈을 지급한 ‘성추문 입막음 사건’이다. 이 중 기밀문서 유출 사건과 조지아주 선거 개입 사건은 이번 대법원 판결을 토대로 볼 때 대통령의 공적 행위로 해석 가능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당 사건에 대해 면책 특권을 주장하고 있는 만큼 재판 지연은 물론 혐의 자체를 기각시키려 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이미 유죄 평결을 받은 성추문 입막음 사건도 무효화하기 위한 조치에 나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직전 대니얼스가 자신과의 성관계를 폭로하려하자 입막음 대가로 13만 달러(약 1억7000만 원)를 지급하고, 이 비용 관련 기록을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 유죄 평결 파기 및 선고 일정 연기를 요청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당시 장부 기록은 재임 기간 이뤄진 공적 행위로 면책 특권이 부여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대통령, 법 위의 왕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판결 직후 소셜미디어에 “미 헌법 및 민주주의를 위한 큰 승리”라고 밝혔다. 지지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선 “대법원은 공적 행위에 대해 완전한 면책 특권을 제공했다”며 “이런 마녀사냥은 일어나서는 안 됐다”고 했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도 성명을 내고 “이번 판결은 트럼프 전 대통령 및 모든 미래 대통령의 승리이자 (사법부를) 무기화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법무부와 특별검사 잭 스미스의 패배”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대통령의 권력 남용을 막을 법적 장치가 사라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번 판결에 대한 반대 의견을 대표로 작성한 진보 성향의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민주주의에 대한 두려움으로 나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적 라이벌을 암살하라고 명령해도, 권력을 잡으려 군사 쿠데타를 시도해도 면책”이라며 “이제 대통령은 법 위에 군림하는 왕이 됐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보수 성향 대법관이 다수인 대법원을 겨냥했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성명에서 “하원 민주당은 다수의 극단적이고 극우적인 대법관이 헌법을 준수하도록 공격적으로 감독하고 입법 활동을 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강경파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은 대법관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4-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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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가 바이든 잡아먹어” 동맹국도 충격

    “개빈 뉴섬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조 바이든 대통령 대신 11월 대선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야 한다.” 집권 내내 ‘동맹 중시’를 강조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선 첫 TV토론에서 ‘미국 우선주의’만 주창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완패하자 미국 동맹국의 근심도 깊어지고 있다. CNN은 유럽의 한 외교관이 뉴섬 주지사(50)를 바이든 대통령의 대안으로 거론하며 민주당의 대선 후보 교체를 강하게 주문했다고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5, 6명의 유럽 아시아 중동 외교관이 TV토론 결과에 충격을 받았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에 공포에 질렸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유럽 외교관은 “나는 영어를 꽤 잘하는데도 바이든 대통령이 말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아랍 외교관은 “트럼프가 바이든을 산 채로 잡아먹었다”고 했고, 아시아 외교관 역시 “내 눈을 믿을 수 없었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완패에 충격을 드러냈다. 우크라이나 또한 좌불안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줄이고 그 돈을 대신 불법이민 차단 등에 쓰자고 주장하고 있다. 올렉시 곤차렌코 우크라이나 의회(라다) 의원은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되는 것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부터 강한 방위비 증액 요구를 받고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관계자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성,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서방의 단일대오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 등을 우려했다. 반대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까운 러시아 관영 언론들은 이번 결과를 기뻐하는 모습이라고 CNN은 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번 TV토론을 두고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중 누가 당선되든 중국과 전략 경쟁을 계속할 것”이라며 “중국은 미국 대선 결과와 상관 없이 대비에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후원했던 실리콘밸리 부호들도 당혹한 기색이 역력하다. 아예 일부는 지원을 취소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바이든 캠프는 올 5월 말 기준 2억1200만 달러를 모아 트럼프 캠프(2억3500만 달러)에 뒤졌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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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지는 ‘트럼프 리스크’… 韓, 북핵협상 패싱-방위비 부담 가중 우려

    “그(조 바이든 대통령)는 너무 열심히 공부한 나머지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 무능한 게 문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첫 미 대선 TV토론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열린 버지니아주 체서피크 선거유세에서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첫 TV토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졸전을 벌여 ‘최악의 토론’이란 혹평까지 받자 상대적으로 자신감을 내비치며 잡은 승기를 놓치지 않겠단 의지를 분명하게 내비친 것. 바이든 대통령이 TV토론에서 참패했단 평가가 나오면서 이번 토론이 몰고 올 후폭풍이 한미 관계엔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트럼프 재집권 경보는 이미 충분히 예고된 변수였지만 이번 토론을 계기로 ‘트럼프 리스크’가 훨씬 더 가시화됐다는 평가다. 정부 소식통은 “‘트럼프 2기’가 시작되면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 눈앞의 과제는 물론이고 북핵 협상이나 경제안보 등까지 (한미 간) 주요 이슈 전반에서 격변의 수준으로 흔들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했다.● “북-중-러 ‘스트롱맨’들과 북한 문제 등 담판 가능성” 한반도가 신냉전 구도의 주요 축으로 자리 잡는 흐름 속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 북한 도발에 맞선 대응이나 북핵 협상 등에서도 현재와 크게 다른 접근법을 들이댈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한미일 동맹을 중심으로 공동 대응에 초점을 맞춘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물론이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과 직접 담판을 짓고 주판알을 튀기며 한반도 안보 이슈를 풀어가려 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북한을 상대론 거친 언사로 한반도 긴장 수위를 최대치로 끌어올린 뒤 당근을 제시하며 극적인 협상판을 만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첫 TV토론에서 “푸틴, 시진핑, 김정은은 바이든을 존중하지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정부 소식통은 “자신이 집권하면 협상이든 제재든 북-중-러 ‘스트롱맨’들과 직접 담판 짓고 해결하겠단 의미로 들렸다”고 해석했다. 정부는 ‘일체형 확장억제(핵우산)’를 제도화 수준으로 다지는 등 한미일 3각 협력 체제를 이미 공고히 한 만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해도 한반도 안보 이슈에서 패싱당할 염려는 적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분노와 화염’ 공세와 ‘통 큰 선물’ 세례를 정신없이 내던질 트럼프 전 대통령 스타일상 북-미 직거래 과정에서 언제든 우리가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정부 안팎에서 나온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북한과 북핵 협상을 재개하는 과정에서 완전한 비핵화 협상이 아닌 핵동결 또는 핵군축 협상을 벌일 수 있다는 점도 정부가 우려하는 지점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올해 대선에서 승리하면 취임 첫날부터 ‘마가노믹스’ 정책을 내세우겠다고 공언했다. 마가노믹스는 자신의 선거 구호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와 경제학(Economics)을 합친 것으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기, 보호무역주의, 감세정책 등을 핵심으로 한다. 그런 만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바이든 정부 체제에서 대미 전략을 짜온 우리 기업들의 불확실성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내 제조업 육성을 위해 전 세계 최저가 에너지 공급을 강조하며 신재생에너지 대신 석유, 천연가스, 핵, 석탄, 수력발전소 등에 대한 대대적 투자를 내세울 경우 전기차와 배터리 등 우리 친환경 산업 분야가 타격을 받는 건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공격적으로 북미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삼성, LG, SK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IRA 폐지 혹은 생산·소비 보조금 축소가 현실화되면 국내 배터리 기업의 사업계획 재검토가 불가피해진다. ●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 요구할 듯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시작으로 주한미군 감축 등 이슈까지 연쇄적으로 불거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5배 증액까지 요구한 전력이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요구한 뒤 이를 거부하면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 등을 노골적으로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이 국내에서 더욱 고개를 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선 이미 트럼프 재집권 시 자체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느냐”며 “트럼프가 우리 안보 불확실성을 높이면 우리 협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도 자체 핵무장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

    • 202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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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 대선, 개혁파 1위 이변… ‘하메네이 측근’ 강경파와 5일 결선

    지난 달 28일 치러진 이란의 대통령 보궐선거 1차 투표에서 후보 6명 중 유일한 개혁파 후보 마수드 페제슈키안 의원(70)이 ‘깜짝 1위’를 차지했다. 이번 대선은 올 5월 19일 갑작스러운 헬기 추락으로 숨진 에브라힘 라이시 전 대통령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치러졌다. 특히 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의 최고지도자이며 85세 고령인 알리 하메네이의 사후(死後) 후계 구도를 점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40%가 넘나드는 고물가 등 고질적인 경제난, 억압적인 통치 체제에 실망한 민심이 개혁파 후보로 쏠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페제슈키안 후보 또한 과반 득표에는 실패했다. 그는 5일 하메네이의 외교 책사로 꼽히는 강경파 핵 협상 전문가 사이드 잘릴리 후보(59)와 결선 투표에서 맞붙는다. 예상 밖 1차 투표 결과에 놀란 보수 세력이 결집해 결선 투표에서는 잘릴리 후보가 이길 것이란 전망과 보수 세력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강해 페제슈키안 후보가 최종 승리할 것이란 예상이 맞선다.● “핵 협상 복원” 공약한 외과 의사 관영 이르나통신 등에 따르면 페제슈키안 후보는 1차 투표에서 42.5%를 득표해 잘릴리 후보(38.6%)를 눌렀다. 이란에서는 대선 1차 투표에서 절반을 넘는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1, 2위 득표자가 결선 투표를 실시한다. 결선투표 실시는 2005년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의 첫 당선 이후 19년 만이다. 특히 당초 강력한 1위 후보로 꼽혔으며 페제슈키안 후보보다 인지도가 높은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후보 겸 국회의장은 13.8%로 3위에 그쳤다. 당국은 투표율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으나 AP통신 등은 약 40.1%로 역대 대선 중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 확실시된다고 분석했다. 페제슈키안 후보는 대선 출마자 6명 중 유일한 개혁파로 꼽힌다. 선거 기간 내내 “국제사회 내 이란의 고립을 종식시키고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 서방과의 핵 협상을 부활시키겠다”고 공약했다. 부모 모두 소수인종으로 부친은 아제르바이잔계, 모친은 쿠르드계다. 심장외과 의사 출신으로 역시 개혁파인 모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 집권 당시 보건장관을 지냈다. 당시 다른 장관과 달리 정장을 입지 않고 평상복 차림으로 업무를 수행해 관심을 모았다. 이번 대선에서 하타미 전 대통령은 물론이고 온건파 거두로 꼽히며 재임 중 서방과의 핵 협상을 타결시킨 하산 로하니 전 대통령의 지지도 얻었다.● 하메네이 정치적 타격 상당 그의 결선 상대인 잘릴리 후보는 서방과 타협하지 않는 ‘매파’로 꼽힌다. 북동부의 시아파 성지 마슈하드에서 태어났고 ‘정부 위의 정부’로 꼽히는 혁명수비대에서 근무했다. 결선 투표에서 보수세력이 결집하면 잘릴리 후보가 최종 1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다만 그가 얻은 득표율이 3년 전 보수파 몰표를 받은 라이시 전 대통령(약 62%)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어서 ‘표의 확장성’을 문제 삼는 시선도 있다. 결선 투표의 최종 승자와 관계없이 이번 결과만으로도 하메네이가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도 있다. 강경 보수 성향의 라이시 전 대통령은 당초 하메네이의 유력한 후계자로 꼽혔다. 후계자를 갑작스레 잃은 데다 원치 않는 인물이 대선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해 하메네이 또한 작지 않은 부담을 지게 됐다는 것이다. 하메네이는 선거 3일 전 서방에 유화적인 페제슈키안 후보를 겨냥해 “나라를 잘 운영할 수 없을 것”이라며 노골적인 반감을 표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29일 “이번 결과는 부패한 정권의 정당성에 깊은 의문을 제기한다”며 하메네이 정권을 비판했다. 특히 역대 최저 투표율을 거론하며 “많은 이가 독재로 망가진 나라에서 투표하는 것을 웃음거리로 여긴다. 투표자가 적어 일부 선거 감시원은 할 일이 없어 낮잠을 잤다”고 꼬집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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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맹국도 TV토론 ‘바이든 완패’에 충격…후보교체 강력 주문

    “개빈 뉴섬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조 바이든 대통령 대신 11월 대선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야 한다.”집권 내내 ‘동맹 중시’를 강조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첫 대선 TV토론에서 ‘미국 우선주의’만 주창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완패하자 미국 동맹국의 근심도 깊어지고 있다. CNN은 유럽의 한 외교관이 뉴섬 주지사(50)를 바이든 대통령의 대안으로 거론하며 민주당의 대선 후보 교체를 강하게 주문했다고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5,6명의 유럽 아시아 중동 외교관이 TV토론 결과에 충격을 받았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에 공포에 질렸다고 덧붙였다.또 다른 유럽 외교관은 “나는 영어를 꽤 잘 하는데도 바이든 대통령이 말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아랍 외교관은 “트럼프가 바이든을 산 채로 잡아먹었다”고 했고, 아시아 외교관 역시 “내 눈을 믿을 수 없었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완패에 충격을 드러냈다.우크라이나 또한 좌불안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줄이고 그 돈을 대신 불법 이민 차단 등에 쓰자고 주장하고 있다. 올렉시 곤차렌코 우크라이나 의회(라다) 의원은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되는 것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트럼프 전 대통령으로부터 강한 방위비 증액 요구를 받고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관계자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성,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서방의 단일대오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 등을 우려했다.<반대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까운 러시아 관영 언론들은 이번 결과를 기뻐하는 모습이라고 CNN은 전했다. 홍콩 사우스모닝포스트(SCMP)는 이번 TV토론을 두고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중 누가 당선되든 중국과 전략 경쟁을 계속할 것"이라며 “중국은 미국 대선 결과와 상관 없이 대비에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후원했던 실리콘밸리 부호들도 당혹한 기색이 역력하다. 아예 일부는 지원을 취소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바이든 캠프는 올 5월 말 기준 2억1200만 달러를 모아 트럼프 캠프(2억3500만 달러)에 뒤졌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4-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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