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구

양종구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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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 빠져 사는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건강해야 100세까지 즐겁게 살 수 있습니다.

yjongk@donga.com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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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축구 한일전 “도쿄 분패 앙갚음”

    제16회 덴소컵 한일대학축구정기전이 17일 오전 11시 30분 경남 통영 공설운동장에서 열린다. 덴소컵은 한국과 일본이 1996년 2002 한일 월드컵 공동 개최권을 딴 것을 계기로 동아일보와 아사히신문이 1997년에 만든 대회다. 1972년부터 1991년까지 부정기적으로 치러지던 대학 ‘한일전’을 부활시킨 것이다. 2004년부터는 한국과 일본 대학축구연맹이 홈 앤드 어웨이로 공동 주최(동아일보, 아사히신문 공동 후원)하고 있다. 한국대학선발은 지난해 일본 도쿄 방문경기에서 3-4로 당한 패배를 되갚고 자존심을 찾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한국대학축구연맹(회장 변석화)은 조민국 청주대 감독을 사령탑으로 선임하고 정예 멤버 22명을 확정해 6일부터 통영에서 마무리 훈련을 하고 있다. 대학연맹 주최 대회 성적에서 한국은 6승 2무 7패로 일본에 뒤지고 있다. 역대 한일 대학정기전에서는 한국이 17승 8무 11패로 앞선다.덴소컵 대표팀 명단 △골키퍼=민성준(고려대) 정성원(인제대) △수비수=변수호(광운대) 노은석(명지대) 김재현(울산대) 강상희(선문대) 김상현(단국대) 김지민(경기대) 박형운(광주대) 인석환(성균관대) △미드필더=엄승민(홍익대) 장재원(울산대) 양지훈(연세대) 김효찬(성균관대) 박민수(경희대) 김호(고려대) 김현우(중앙대) △공격수=김인균(청주대) 정창용(용인대) 김민준(용인대) 이건희(한양대) 정성욱(수원대)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9-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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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부 잘 한다고 잘 사나요?”…‘축구 목사님’ 노장덕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노장덕 경기 군포 삼성교회 목사(53·엘드림 중고등학교 교장)는 ‘축구 목사님’으로 불린다. 1주에 최소 2일은 공을 차야 직성이 풀린다. “수요일만 빼고 공차는 모임이 요일별로 다 있다. 일요일에도 목회를 마치고 공을 찬다. 목사님들도 건강해야 목회 활동을 잘할 수 있다. 운동을 잘 안하는 목사님들이 많은데 최소한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축구를 하라고 권유한다.” 노 목사는 경기 안양시 목회자축구팀과 경기 사회복지사축구팀 감독을 맡고 있다. 전통의 헤브론축구선교회 사령탑을 지내기도 했다. 4월 8일 전북 익산에서 열리는 전국목회자축구대회에서도 운영위원으로 적극 참여한다. 올해로 2회째다. “목회자 축구팀들이 각 시도에 다 있다. 70개 팀 정도가 된다. 올해 전국목회자축구대회에는 15개 팀이 참가해 자웅을 겨룬다. 지난해 19개 팀보다 좀 줄었지만 대회 규모를 키워서 프로축구 K리그의 3부 리그처럼 운영하는 게 목표다. 전국의 팀들을 조직화해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전국목회자축구대회를 열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축구를 즐기기 시작한 그는 경기 가평 조종중학교에 들어가면서 클럽팀 선수로 활약했다. 기술이 좋아 고등학교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왔다. 하지만 중학생 기준으로 보기에 키가 너무 작다고 판단해 축구를 포기했다. 그런데 조종고등학교 시절 키가 훌쩍 컸다. 그러나 축구를 다시 하기엔 이미 때가 늦었다. “축구를 그만 둔 것을 후회됐지만 음악에도 관심이 많아 음대에서 작곡을 전공했다. 하지만 축구는 늘 내 가슴 안에 있었다. 대학 시절엔 동아리축구를 했고 사회에 나와서는 조기축구와 주말 축구팀에 나가서 공을 찼다.” 노 목사는 음악 교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서울 성지중고교와 경기 군포 용호고에서 교사로 일했다. 하지만 공교육의 한계를 절감하면서 2004년 교직을 그만두고 대안학교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노 목사는 공부 잘하는 일부 학생들만 끌고 가면서 대부분의 학생을 포기하는 공교육 시스템에 실망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공부 상위권 학생들의 들러리로 전락한다.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 학생들은 하루 종일 자거나 휴대폰만 만지작거리다 집으로 간다. 이런 학교가 무슨 의미가 있나. 학생들이 원하는 교육을 해주고 그 학생에게 맞는 능력을 계발해주는 게 교육 아닌가?” 경기도 고양시 일산 로고스기독학교에서 대안학교 운영을 배운 뒤 2007년 경기도 용인 태화국제학교 설립 교장으로 대안교육을 본격 실시했다. 7년 전부터는 경기교육청 지정 위탁학교인 안양사랑빛예능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특정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한 학생을 받아 교육을 시켜 그 학교 졸업장을 받게 해주는 학교다. 모두 기독교 산하의 대안학교다. “어릴 적부터 교회를 다녔다. 자연스럽게 기독교 산하 대안학교에서 일을 하게 됐다. 형님도 목사다. 그러다보니 주위에서 목사 안수를 받으라고 했다. 2008년 목사 안수를 받았다.” 그는 목사 안수를 받은 뒤 ‘선교축구’를 표방하고 나섰다. 좋아하는 축구를 활용해 목회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축구가 가지고 있는 영향력이 크다. 공 하나만 있으면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사람들이 서로 친해진다. 다른 지역 사람들과 축구하며 어우러질 수 있다. 주거지인 경기 안양에서 30~50대를 주축으로 축구팀을 만들었다. 안산, 군포에서 팀들 만들어 활동한다. 목사들도 끌어 들였다. 그래서 안양 목회자축구팀과 경기 사회복지사팀 감독이 된 것이다. 축구하는 목사들이 건강하고 목회활동에도 열성적이다.” 젊었을 땐 오른쪽 날개 공격수였지만 요즘은 최종 수비수나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한다. 전국 목회자 축구계에서 노 목사를 모르면 ‘간첩’이란다. 기독교 축구계에서는 최고의 ‘선수’로 불린다. 한국축구대표팀에서 활약한 기성용(뉴캐슬 유나이티드) 급이다고. 그는 2016년에 한국교회연합 교단대회에서 백석팀으로 나가 팀을 정상에 올려놓았다. 2018년엔 할렐루야컵 목회자축구대회에서 팀을 우승시키는 등 크고 작은 대회에서 맹위를 떨쳤다. 노 목사는 ‘100세 시대’를 맞아 요즘 노장년층 축구팀 활성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현재 목회자축구에서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세대가 50대다. 하지만 60대를 넘어 70대, 80대 분들도 축구를 한다. 내가 아는 분 중 93세에도 축구를 즐기고 있다. 건강해야 100세까지 즐겁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주시고 있다.” 노 목사는 어린이들에게도 축구할 기회를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안양에서 교회 대항 유소년대회를 열어 올해로 6회 째를 맞는다. “어른들도 건강해야 하지만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도 움직일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요즘 학교에서는 주지교육에 밀려 아이들이 제대로 체육활동을 하지 못한다. 아이들 몸이 건강해야 정신도 건강하다. 심신이 건강하면 나쁜 길로도 빠지지 않는다. 우리 대회에는 각 교회에서 5명만으로도 출전하면 다른 교회팀과 연합으로 대회에 참가할 수 있게 한다. 그러면 다음 대회 땐 참가자 수가 배가 넘어 ‘베스트 11’을 채워서 나온다. 그만큼 움직이고 싶은 아이들의 열망이 강하다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운동을 시작하면 평생 운동을 즐길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100세 시대를 맞아 어린이들에게도 운동할 기회를 많이 줘야 한다.” 노 목사는 올 초 경기도 광주에서 스포츠 예능 특기 적성특성화 학교 엘드림 중고등학교(http://cafe.daum.net/ELDreamSchool)를 열었다. 자신이 너무 일찍 축구선수를 포기했던 과거를 거울삼아 축구를 하고 싶지만 여건이 되지 않는 아이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싶었다. 또 자신의 재능을 어린 학생들에게 전수할 기회를 마련하고 싶었다. “우리 학교는 다른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을 받는다. 이 세상이 공부만 잘한다고 잘 사는 것은 아니지 않나? 다른 특기 적성을 살려주는 교육을 표방한다. 그 시작은 축구다. 축구 하다 그만둔 선수, 축구가 하고 싶은 학생들을 받아 교육 시킬 것이다. 꼭 선수가 돼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축구 분석과 지도자 과정 등으로 직업 교육을 시킬 것이다. 향후 핸드볼과 골프 등 종목을 추가할 예정이다. 아무런 특기가 없는 학생이 와도 된다. 자신만의 특기를 계발해 삶을 잘 살 수 있는 길을 제시하겠다.” 노 목사는 엘드림학교 운영위원장으로 김정남 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1986 멕시코 월드컵 한국대표팀 감독)을 영입했다. 초빙 감독으로 유상철 전 전남 드래곤즈 감독도 끌어 들였다. 축구학교를 만들기 위해 4년 전 유소년 지도자 자격증도 획득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자격증만 15개나 된다. 노 목사는 대학교 3개 팀, K3(한국 3부리그) 팀 및 독일·중국·필리핀 등 해외 구단과 업무 협약(MOU)을 맺었다. 유망주를 발굴해 선수로 보내거나 지도자를 육성해 파견하기 위해서다. “100세 시대를 맞아 노인들을 돌보는 사회복지사에 대한 수요가 늘 것이다. 교회에서 운영하는 노인복시센터도 많다. 또 동남아시아엔 축구 지도자가 필요하다. 이렇게 수요를 예측 파악하고 학생의 특기를 살리는 교육을 시키면 자연스럽게 직업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 6월 24일 캄보디아에서 4박5일간 태국 미얀마 등 4개국이 참가하는 ‘캄보디아 교육부 차관배 축구대회’를 여는 이유도 ‘축구를 통한 해외선교’에 더해 축구로 동남아시아 시장 창출의 목적도 담겨 있다. 베트남, 필리핀. 태국 등에서도 대회를 이미 열었다. 엘드림 학교는 미인가 대안학교라 졸업장은 없다. 하지만 노 목사는 ‘공교육에서 20년 가까이, 대안학교에서 10여년의 경험’을 살려 희망 없는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줄 수 있다고 자신한다. “고정관념을 떨쳐야 한다. 아이들이 잘 따라가지도 못하는 수학과 과학은 안 시키면 된다. 세상 사는데 필수 과목은 아니다. 자기가 잘하는 축구와 음악, 아니면 바리스타 등으로 재능을 계발하면 된다. 또 세상 살아가는데 대학 졸업장이 무슨 필요가 있나?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을 시키면 된다. 대학 졸업장이 굳이 필요하다면 특기를 살려 키워주고 검정고시로 상급학교에 진학시키면 된다. 국내외 대학 다 갈 수 있다.” 노 목사는 그동안 대안학교를 통해 아이들의 특기를 살려 서울예술종합학교와 백석예술대 등 각종 예술대학교에 진학시켰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만 키울 순 없는 것 아닌가. 그렇지 못한 아이들도 키워야 한다. 원래 이런 일은 나라에서 해야 하는 것이다. 교육청 차원에서 특성화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진짜 공교육에서 외면 받은 학생들이 많다. 그들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 공교육에 적응한 교사는 이런 현실을 잘 모른단다. 솔직히 대안학교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다고. “한 때 경기도 모 처에 있는 공립 대안학교에 강사로 나간 적이 있다. 일반학교에서 온 교사들은 왜 대안학교를 운영해야 하는지를 잘 몰랐다. 그냥 임기만 채우고 다른 학교로 가려고 했다. 공교육에서 소외된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없으면 절대 그 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노 목사는 최소 비용으로 학생들에게 원하는 특기를 배울 기회를 제공한다. 학비와 기숙사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사재도 털었고 후원자를 찾아 연결해 주기도 한다. “공부 하고 싶은데 못하는 아이들이 너무 많다”며 후원자도 적극 찾고 있다. “축구 외에 실용음악, 방송연예, 바리스타, 미용도 교육과정을 만들었다. 축구 등 특기 하나만으로도 자신의 삶을 잘 개척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노 목사에게 축구는 100세 시대를 맞아 평생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최선의 ‘건강법’이자 세상 살아가는데 갈피를 잡지 못하는 어린 학생들에게는 꿈을 키워주는 ‘도구’였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9-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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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주 럭비 ‘여자 타이슨’ 리즈 파투

    경기를 하다 상대 선수 팔을 깨문 호주 여자 럭비 선수가 6주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4일 AP통신에 따르면 2일 호주에서 열린 슈퍼 W(호주 뉴질랜드 등 남태평양제도 럭비리그) 경기에서 럭비WA 레베카 클러프의 왼쪽 팔뚝을 문 퀸즐랜드의 리즈 파투(사진)가 호주럭비연맹으로부터 6주 출전 정지를 받았다. 파투는 당시 경기 시작 후 70분쯤 그라운드에 엉켜 볼을 빼앗는 과정에서 클러프의 왼팔을 물었다. 국제럭비연맹 규정에 따르면 이런 반칙 행위는 최소 12주에서 24주, 최대 4년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호주연맹은 “그동안 파투가 럭비를 하면서 보여준 성실성과 투지 등을 감안해 50%를 경감해 6주 출전 정지를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 호주 여자 럭비대표팀의 드루 미첼이 “혐오스럽다”고 하는 등 파투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파투가 호주 대표팀에서 주장으로 클러프와 함께 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투는 청문회에서 자신의 행위를 인정하고 “클러프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 럭비WA와 우리 팀, 그리고 전체 럭비인들에게도 사죄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국제 스포츠계에서는 권투의 마이크 타이슨(미국)과 축구의 루이스 수아레스(아르헨티나)가 상대 선수를 물어 ‘핵 이빨’로 악명을 떨쳤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9-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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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라톤으로 정치라는 마약 끊어…완주땐 국회의원 당선보다 더 기뻤다”[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4선 국회의원을 지낸 유준상 한국정보기술연구원(KITRI) 원장(대한요트협회 회장)은 올해로 만 77세지만 10년은 넘게 젊어 보인다. 인사를 하고 나이를 알게 되면 깜짝 놀란다. 이런 ‘젊음’의 원동력에 마라톤이 있다. 유 원장은 만 65세인 2007년부터 마라톤에 입문해 인생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며 살고 있다. “고려대 후배의 끈질긴 권유 때문에 달렸다. 또 재보만고(財寶滿庫) 건실무용(健失無用)(재물과 보배가 창고에 가득해도 건강을 잃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란 그 절실한 깨달음이 한 이유였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봉사와 감사로 살아보자, 그러려면 무엇보다 건강이 최우선이다’라는 결의도 나를 달리게 만들었다.” 달리기 시작한 것은 2006년 말. 2004년 총선에서 낙마한 뒤 한동안 실의에 빠져 있었을 때였다. 최근 마스터스마라톤계에서 ‘맨발 마라톤 전도사’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박필전 씨(62)가 2년 넘게 쫓아다니며 “달리면 모든 스트레스가 날아간다”고 해서 시작했다. “달리기로 맘먹고 한강으로 나가서 달렸는데 200m도 못 가서 숨을 헉헉거리며 멈췄다. 하지만 시작을 했으니 끝을 봐야하는 것 아니냐. 1km, 3km 계속 달리며 거리를 늘려갔다. 처음엔 힘들었지만 달리면 달릴수록 거리도 늘고 재미도 있었다.” 유 원장은 2007년 4월 제4회 호남국제마라톤대회에 출전해 5km 완주했고 5월 제3회 보성녹차 마라톤대회 10km 완주했다. 그리고 10월 강남마라톤대회에서 하프를, 11월 제5회 스포츠서울 마라톤대회에서 풀코스 완주했다. 마라톤 입문 1년도 안돼 풀코스를 완주했다. 4시간40분. 초보자치고도 괜찮은 기록인데 환갑을 넘어 시작한 초보로서는 아주 좋은 기록이었다. “42.195km 완주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벅찬 감동이었다. 솔직히 국회의원에 당선된 것보다 더 기뻤던 순간이었다. 무엇보다 자신감이 생겼다.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마라톤을 시작하면서 이젠 총선에 출마 안하기로 결심했다. 마라톤으로 정치란 마약을 끊은 셈이다.”유 원장은 마라톤을 시작하면서 정치권을 떠났다. 39세에 고향인 전남 보성에서 11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유 원장은 14대까지 내리 4선을 한 ‘정치인’이었다. 1996년 15대 총선 당시 민주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했고 한나라당으로 옮겨 16대(2000년), 17대(2004년) 총선에 서울 광진을 후보로 나섰으나 연패했다. 정치를 계속 해야 하나 고민을 하던 상황에서 마라톤은 그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 건강하게 살며 인류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유 원장은 유도 5단으로 배구와 테니스, 스키, 수영 등을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마라톤이 주는 감동은 달랐다. 유 원장은 “아편이 따로 없었다. 달리는 즐거움에 매일 달렸다”고 말했다. 매일 새벽 한강을 달렸다. 2007년 제17대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유 원장은 이명박 후보 선거운동을 하러 다녔는데 서울에서 선거운동이 끝나면 광진구 집까지 거의 매일 뛰어 다녔단다. “여의도에서 선거운동이 끝나면 집까지 달렸다. 차를 미리 보내고 집까지 뛰어 갔다. 한 20km 되는데 전혀 힘들지 않았다. 자주 가는 사우나에서 샤워하고 집에 가니 날아갈 듯 기분이 좋았다.” 지금까지 풀코스를 20여 차례 완주했다. 최고 기록은 4시간37분이지만 기록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달리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었다. 유 원장은 그냥 달리진 않았다. 2008년 독도사랑 마라톤대회 하프코스에 참가한 인연으로 2009년부터 독도수호마라톤대회를 기획해 만들었다. ‘독도 사랑을 실천’하고 싶은 이유 때문이다. “독도는 우리 땅이란 말은 틀렸다. 일본 사람들도 똑같이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한다. 독도는 대한민국 땅이라고 말하는 게 맞다. 그리고 일본을 싫어하면서 왜 일제는 쓰나?” 유 원장은 1996년 국회의원 공천에서 탈락한 뒤 7월 일본 와세다대학 사회과학연구소에 방문학자로 가 3년 반 일본을 공부했다. 일본에 대해 전혀 모른 상태에서 일본 및 일본인 연구했고 ‘한국인 변해야 산다-일본이 싫다면서 일제는 왜 써’라는 책도 썼다. “단순히 독도가 우리 땅이라고 주장하는 것보다는 독도에 대한 애정을 갖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 그래서 달리며 독도를 생각하는 독도수호마라톤대회를 만들었다. 올해로 12회째다.” 유 원장은 2009년 4월 11일 제주 국제울트라마라톤대회 100km 출전했다. 12개국 285명에 참가한 가운데 17시간30분09초로 완주했다. 완주 제한시간 15시간을 넘겼지만 벅찬 감동은 그 누구도 모른다. “솔직히 대한민국 5000만 명을 통틀어 100km를 완주한 자 몇 명이나 되겠는가? 이런 얘기하면 좀 거시기 하지만 정치인 중에 풀코스 뛴 사람이 얼마나 될까? 지도자가 되려면 마라톤 풀코스는 뛰어 봐야 한다. 그래야 인생을 알고 겸손해질 수 있다. 미국의 조시 부시 전 대통령, 엘 고어 전 부통령, 요슈카 피셔 전 독일 외무장관이 달렸다. 그들이 왜 달렸을까? 달리면 인생이 보인다. 국내에서는 양승조 충남지사가 풀코스를 달린다고 알고 있다.” 그는 2012년엔 인천 아라뱃길에서 낙동강까지 633km 국토종주 마라톤에 도전해 완주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완주한 것은 아니지만 국토를 종단했다는 의미가 있었다. 그해 10월 3일 인천 아라서해갑문에서 출발선을 끊었다. 그 후 팔당대교~충주 탄금대~상주 상풍교를 거쳐 낙동강 하굿둑에 이르는 633km의 길을 20차례에 나누어 달렸다. 수도권 지역을 뛸 땐 평일 저녁과 주말을 이용했다. 지방 코스는 금요일 오후부터 그 지역으로 내려가 일요일 오후까지 달렸다. 하루 평균 30여 km를 뛰었다. 그해 11월 27일 낙동강에 다다랐다. “2010년 KITRI 원장으로 갔는데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3가지 목표를 위해 달렸다. IT 보안강국으로 인재 양성에 힘쓰고, 인라인롤러를 올림픽 종목에 넣자(당시 대한인라인롤러연맹 회장),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들의 동서 화합을 이룬다는 목표로 달렸다.” 유 원장은 마라톤을 시작한 뒤 느낀 소회를 ‘내 인생의 마라톤은 끝나지 않았다’는 책으로 엮었다. 판매를 목적으로 한 게 아니다. 그는 이 책을 만나는 사람에게 명함 대신 준다. 유 원장은 마라톤을 하면서 정치인으로 하는 것보다 더 큰 의미 있는 일을 한다고 자부하고 있다. “솔직히 내가 국회의원이었다면 이런 일을 할 수 있었을까? KITRI 원장에 한국블록체인기업진흥협회 이사장, 롤러에 이어 요트협회 회장도 맡았다. 달리면서 건강해지고 열정이 생기니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생각이 절실해졌다. 대한민국 IT와 생활체육 발전을 위해 내 인생을 바치겠다. 국회의원이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유 원장은 한국의 미래를 위해 사이버대학원대학교와 시니어대학원대학교를 만드는 게 꿈이다. “사회가 아무리 발전해도 결국 사람이 중요하다. 인재를 키워야 한다. 4차 산업이라고 외치고 있지만 실제로 4차 산업을 이끌 인재를 양성하고 있나? 100세 시대인데 경험 많은 노인들을 활용하고 있나? 대한민국의 미래는 4차 사업이고 노인이다. 사람은 70세는 돼야 인생을 안다. 그들의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렇게 활기차게 움직이는 원동력에 마라톤이 있다. “건강을 잃으면 마음도 잃는다. 건강하지 않는데 무슨 일을 하겠는가? 나이를 아무리 많이 먹어도 건강하면 무슨 일도 할 수 있다.” 유 원장은 4개 국어를 한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나이 먹었다고 공부 안하면 안 된다. 난 매일 외국어 어플리케이션 등으로 외국어 공부를 10분에서 30분 한다. 원어민하고 통화도 한다. 반복하면 안 되는 게 없다. 나이는 변명이 아니다. 늘 공부해야 하루하루가 즐겁다.” 유 원장은 최소 주 3, 4회 운동을 한다. 빠른 속도로 걷거나 달린다. 집 근처 건국대 트랙이나 아파트 주변, 한강이 운동 장소다. 마라톤 대회에선 주로 10km를 즐겁게 달린다. 풀코스는 1년에 1, 2회로 한정한다. 17일 열리는 2019서울국제마라톤 겸 제90회 동아마라톤에도 10km를 신청했다. “빨리 걷고 천천히 뛰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 마라톤에 출전하지만 빠른 속도로 걷는 수준으로 천천히 달린다. 솔직히 이 나이에 기록이 뭐가 중요한가. 움직이고 있다는 자체, 걸을 수 있어 달린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유 원장은 100세 시대에 부부 관계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유 원장은 결혼 주례를 자주 맡는다. 그 때마다 강조하는 말이 있다. “마라톤은 인생의 축소판이다, 빨리 출발한다고 빨리 들어오는 게 아니고 늦게 출발했다고 늦게 들어오는 게 아니다. 결혼식 때 많은 사람이 축하해준다. 마라톤에서 도중에 하차하면 완주의 기쁨을 만끽할 수 없다. 인생도 그렇다. 온갖 고난이 오지만 부부가 손잡고 백년해로 하면 많은 사람이 박수 쳐줄 것이다. 마라톤 풀코스 완주할 때 피니시 라인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완주자에게 박수 쳐주듯이. 중간에 포기하면 실패하는 것이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참고 끝까지 달려야 한다.” 유 원장은 정치는 포기했지만 ‘정치인’으로서 딱 한 가지 소망은 있다. “통일이 된다면 서울시청 앞에서 평양까지 달려서 평양시장에 도전하고 싶다. 단 1표가 나오더라도. 서울에서 평양까지 약 200km밖에 안 된다. 1박2일이면 충분히 달리는 거리를 이렇게 오랫동안 오고가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 200km 완주하면 최소한 내가 나이 먹었다고 뭐라고 하지는 않을 것 아니냐? ㅎㅎ.” 유 원장은 “나는 아직 청년”이라고 강조한다. 80세는 넘어야 장년으로 접어든다고. “사실 전철 탈 때 청원 경찰이 신분증 보자고 하면 기분이 나빴다. 그런데 생각보니 내가 그만큼 젊어 보인다는 것 아닌가? ㅎㅎ. 난 하루 만보는 걸어야 기분이 좋다. 6000보도 못 걸으면 짜증이 난다. 그럼 바로 밖으로 나가 걷고 달린다. 그럼 기분이 좋다. 건강해야 인생이 행복하다.” 유 원장은 손자가 자식을 낳는 만 98세 가을을 넘어서 까지 살고 싶단다. 결혼해서 자식 낳고 손자보고 그 손자가 애를 낳는 재미는 경험 안 해본 사람은 모른다고. 유 원장은 요즘도 부인 손을 꼭 잡고 잠자리에 든다. 이 모든 게 건강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9-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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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마트한 시대, 집에서 스마트폰 앱으로 운동하고 돈도번다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스마트폰 문자 하나에 사람의 행동이 달라질 수 있을까?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2015년 미국의학협회(AMA)에 발표된 ‘관상동맥 심장질환자의 위험요소 관리에 대한 생활방식중점 문자 메시지의 영향(Effect of Lifestyle-Focused Text Messaging on Risk Factor Modification in Patients With Coronary Heart Disease·A Randomized Clinical Trial)’이란 논문에 따르면 문자는 사람의 행동변화에 영향을 줬다. 호주 시드니대와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등이 2011년 9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한 실험의 결과다. 연구자들은 심장질환자 710명(평균 나이 58세, 남자 82%, 53%는 흡연자)에게 기본 기초검사(LDL·Low Density Lipo-protein Cholesterol, 혈압, BMI·Body Mass Index, 운동량, 흡연량)를 한 뒤 일상적인 관리를 해주면서 두 그룹으로 나눠 실험을 했다. 352명은 실험군(Intervention)으로 주 4회 6개월간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358명은 통제군(Control)으로 문자 메시지를 받지 않았다. 보내는 문자는 ‘운동’ ‘식사조절’ ‘금연’ ‘심혈관질환 관련 정보’ 등 4개 분야로 ‘걷기는 돈이 들지 않습니다.’ ‘사람 90%가 하루 필요량의 야채를 먹지 않는다는 것을 아시나요?’ 등 건강 증진을 위해 특정 행동을 유발하는 내용이다. 한마디로 생활 방식을 개선하도록 유도하는 문자를 보낸 그룹과 안 보낸 그룹에 대한 비교 실험을 한 것이다. 결과는 실험군이 각 지표에서 통제군에 비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LDL은 실험군이 평균 79로 통제군(84)에 비해 5가 낮았다. 혈압(수축기)에서도 실험군(128.2)이 통제군(135.8)비해 7.6이 낮았다. 비만 여부를 알 수 있는 체질량지수인 BMI에서도 실험군(29)이 통제군(30.3)보다 개선됐다. 특히 운동량에서는 실험군(932 MET min/week)이 통제군(587 MET min/week)에 비해 눈에 띄게 높았다. 흡연량도 실험군(흡연자비율 26%)이 통제군(흡연자비율 42.9%)에 비해 크게 줄었다. 이 논문은 ‘삶의 방식을 개선하도록 유도하는 휴대폰 문자가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된다’고 결론 지었다. 국내서도 이와 비슷한 연구 결과가 있다. 스마트 헬스케어 전문IT 기업 ㈜와이즈웰니스가 2017년 미래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의 정부과제 실증사업을 수행하면서 얻은 결과다. 당시 운동실천을 돕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면서 대사증후군을 가진 직장인 2000여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대상은 전혀 운동을 하지 않았던 사람들이다. 걷기(Walking), 앉았다일어서기(Squat), 팔굽혀펴기(Push Up), 윗몸일으키기(Sit Up), 계단오르기 등 5개 활동을 체크해주는 자체 개발 앱 피트카운팅(Fitcounting)을 깔게 하고 실험군엔 주 4회 ‘운동 독려 관련’ 문자서비스를 제공했고 통제군엔 문자를 보내지 않았다. 그 결과 실험군이 통제군에 비해 58%이상 높은 운동 참여율을 보였다. 위 5개 활동은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미국대학스포츠의학회(ACSM) 등에서 추천한 생활운동이다. 스포츠심리학적으로 자극은 의사결정과 행동실시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단서가 된다. 김병준 인하대 교수(스포츠심리학)는 “심리학적 용어로 특정 자극은 프롬프트(Prompt)라고 하는데 의사결정 및 행동을 유발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운동을 할까 말까 하는데 스마트폰에서 문자나 알람으로 ‘운동할 시간입니다’고 하면 ‘그래 해야지’하며 마음을 먹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최근 스마트폰 운동 앱이 많이 나와 있다. 이는 자극 이상의 효과를 줄 수 있다. 자신에 맞는 앱을 찾아 적정한 목표를 설정하고 운동시간 알람까지 맞춰 놓는다면 운동을 실행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폰 앱에 따라 운동하겠다는 ‘동기 유발’이 되고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까지 한다는 것이다. 매일 운동량 기록과 주별 월별 분석은 피드백이 돼 ‘강화효과(더 운동을 열심히 하겠다는)’를 줘 운동을 지속적으로 실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특히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사회적 비교까지 받게 되면 운동을 더 열심히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자신에 잘 맞는 앱을 찾으면 훌륭한 퍼스널트레이너(PT) 못지않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중엔 스마트폰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운동 앱이 나와 있다. 집에서 하는 트레이닝과 다이어트 앱. 일정 정도 운동하면 포인트를 줘 현금화할 수 있는 앱도 있다. 특정 운동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 운동량을 비교하는 앱도 있다. 피트카운팅은 세계 최초로 5가지 운동의 자동 측정과 인공지능형 코칭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걷기 및 계단 걷기를 빼고 스마트폰에 얼굴을 인식시키고 동작을 제대로 해야 카운트가 된다. 계단 걷기도 계단을 오르며 시작을 눌러야 카운트 된다. 걷기는 만보기와 같이 하루 종일 체크된다. 현재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누구나 무료로 다운로드 받아 쓸 수 있다. 스마트한 시대 스마트폰 앱의 도움을 받으며 운동하는 것도 건강을 지키는 효율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9-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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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부하겠다는 내게 감독님이 열쇠 주셔” 서울대 가서도 유도-삼보로 꿈 키워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유도선수 출신 서울대 총학생회장으로 화제를 모았던 신재용 씨(25·체육교육과 3학년)는 최근 열린 삼보 국가대표 선발전 남자 57kg급에서 1위를 해 태극마크를 달았다. 16일부터 시작되는 삼보국가대표 훈련에도 본격 참여한다. 신 씨는 유도로 다 펼치지 못한 꿈을 삼보에서 펼치겠다는 각오다. “유도에서 내 장기인 다리잡아어깨로메치기 기술이 2012년부터 공식 경기에서 쓸 수 없게 됐다. 삼보에서는 그 기술을 쓸 수 있다. 유도로 국제무대에서 2위만 했는데 애국가를 울려보고 싶은 꿈이 아직도 있다. 그래서 2022년 항저우 아시아경기 정식 종목인 삼보에서 금메달에 도전하기 위해 유도와 삼보를 병행하고 있다.” 러시아 격투기 중 하나인 삼보(sambo)는 러시아어로 ‘무기를 소지하지 않은 호신술’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유도와 경기 방식이 비슷하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정식 종목이 됐고 2022년 항저우 아시아경기에서도 정식 종목으로 열린다. ‘호신술을 배워야 한다’는 부모님의 성화로 5살 때부터 유도장을 다닌 신 씨는 서로 몸을 붙잡고 쓰러뜨리고 메치는 재미에 푹 빠졌다. 함열초교(전북 익산) 4학년부터 선수로 등록해 각종 대회에 출전했다. 그리고 유도 명문 원광중(전북 익산)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엘리트 선수’의 길을 걸었다. “당초 엘리트 선수를 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초등학교 때 대회에 출전하기는 했지만 그저 운동 차원이었다. 그런데 전국대회에서 입상하자 원광중에서 장학금을 준다고 했다. 당시 집안 형편이 어려웠기 때문에 원광중을 선택했다.” 초등학교 때 부회장까지 했던 신 씨는 공부도 잘 했다. 중학교 배치 고사에서 380명 중 20등 안에 들 정도였다. 신 씨도 공부와 운동을 하겠다는 마음을 먹었지만 부모님도 ‘기본적인 공부는 해야 후회 안 한다’고 늘 강조했다. “중학교 진학했을 때 담임선생님이 운동하지 말고 공부만 하라고 했다. 하지만 장학생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그럴 순 없었다. 그래서 공부와 운동을 병행했다. 당시 수업 시간에 잠만 자며 면학분위기를 흐리는 유도부 학생들을 선생님들이 싫어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난 공부에도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면서도 두 분야에서 모두 성적이 좋게 나오자 교사들도 호의적으로 바뀌었다. 수업을 듣고 모자라는 것은 인터넷 강의로 보충했다. 모른 게 있으면 선생님들 도움을 청했다. 영어 수학 선생님들이 점심시간 등 틈나는 대로 체크하며 더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법을 알려줬다. 유도 명문 원광고(전북 익산)에 가서도 이런 삶은 계속 됐다. “사실 고교 1학년 때까지는 유도 명문 용인대를 가려고 했다. 그런데 2학년 올라갈 무렵 축구 선수 출신으로 서울대 체육교육과에 진학한 형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바꿨다. 수시로 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개인 종목의 경우엔 전국대회에서 1등을 하고 수학능력시험 최저등급(서울대 기준)을 맞추면 갈 수 있었다. 그래서 그 때부터 서울대 체육교육과를 목표로 공부하며 운동을 병행했다.” 바로 진학부장 교사를 찾아갔다. 교사들도 적극적으로 도왔다. “문제는 운동부 형들을 설득하는 것이었다. 선후배 ‘군기’가 세서 독자적인 행동을 못하게 하던 때였다. 1학년 땐 눈치를 보며 공부했지만 2학년 땐 선배들에게 양해를 구하자 반대하지는 않았다. 다른 선수들은 4교시를 마치고 쉬다가 오후 3시부터 훈련에 들어갔다. 난 6교시까지 다 마치고 훈련했다. 6교시를 마치면 오후 2시50분이다. 10분 안에 훈련 준비를 하려면 다급해 점심시간에 훈련 복장으로 갖추고 수업을 들었다. 그리고 수업 종료 종이 울리면 부리나케 뛰어가 훈련했다. 오후 6시 훈련이 끝나면 저녁 8시부터 야간 훈련이다. 저녁을 빨리 먹고 공부했다. 저녁 훈련 마치고 10시부터는 자유시간이라 새벽 1,2시까지 공부하고 잤다.” 이렇게 노력하는 신 씨를 주변 사람들도 도왔다. 유도부 감독도 흔쾌히 감독실을 내줬다. “유도부 감독실이 컸는데 감독님은 그곳보다는 다른 교사들과 함께 있는 교무실에서 일을 보셨다. 내가 공부한다고 하니 ‘틈나는 대로 공부하라’며 열쇠를 주셨다. 그래서 시간만 나면 감독실에서 공부를 했다.” 그렇게 ‘주훈야독’하며 전국대회에서 메달도 땄고 공부 성적도 유지할 수 있었다. 감독 및 교사들이 신 씨를 적극적으로 도운 배경에도 이렇게 공부와 운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잘 잡아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신 씨는 2013학번으로 목표로 했던 서울대 체육교육과에 당당하게 합격할 수 있었다. “대학에 가면 운동을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고교 3학년 때 국제대회에 2번 나가서 은메달만을 땄던 게 아쉬움이 남았다. 국제무대에서 애국가를 울려보고 싶은 생각에 계속 운동했다. 대학 1학년까지는 20세 이하 대회 나갈 수 있다. 선발전에서 1위를 해 세계청소년선수권에도 나갔다.” 신 씨는 2012년 체코 국제청소년대회와 아시아 유소년청소년대회에서 잇따라 은메달을 땄다. 하지만 그는 대학 1학년 때인 2013년 10월 열린 세계청소년유도선수권대회 남자 55kg급에서는 예선 탈락의 쓴맛을 봤다. “그래도 유도를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전라북도에서도 나를 계속 전국체전 대표로 선발해줬다. 전국체전은 메달 획득이 중요하다. 내가 계속 메달을 따니 전북에서도 인정한 것이다. 2015년 상무에 입대했다. 2015년 세계군인체육대회가 열린 게 도움이 됐다. 상무의 유도 선수 선발인원이 2배로 늘었다. 2년 열심히 운동하고 제대했다.” 신 씨는 대학에서는 학내 유도 동아리나 유도 명문 학교를 찾아다니며 운동을 하고 있다. “가급적 수업을 오전으로 배치하고 오후에 한국체대와 유도 명문 경신고를 찾아가 훈련했다. 유도는 어느 팀이나 오후 3시나 3시30분에 훈련을 시작한다. 내가 가면 모든 지도자들이 환영해줬다. 후배들과 겨루기 하며 도와주는 조건이지만 그렇게 후배들 틈에서 훈련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상무를 제대하고는 학생회 활동에 적극 나섰다. “사실 대학 1학년 때 학번 대표로 나섰다. 어떤 직을 맡으면 더 열심히 대학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 때문이었다. 그렇다보니 체육과 학생회, 사범대 학생회, 총학생회에서도 일하게 됐다. 2016년 말 전역할 때가 되니 2017년 과학생회장 후보가 없었고 당시 학생회장의 권유가 있어 고민 끝에 체육교육과를 잘 이끌기 위해 출마했다.”체육과 학생회장으로 활동하던 2017년 시흥캠퍼스 반대 운동을 함께 할 때 주류 세력이었던 ‘강경파’들의 지나친 독선에 반감이 생겼다. 모든 일을 방향을 정해놓고 결정하는 문화가 아쉬웠다. 그래서 총학생회장 선거에 나갔다. “총학생회 운영에 있어 난 학생들의 의견이 어떻게든 반영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강경파 위주의 총학생회는 ‘무슨 소리냐, 답은 정해져 있다’는 식으로 움직였다. 전체학생 총회는 본부 점거를 위한 요식행위로 생각했다. 그래서 시흥캠퍼스 반대 운동이 격렬했던 2017년 4월 출마를 결심했다.” 신 씨가 나서자 120명의 선거운동캠프가 꾸려졌다. 1학년 때부터 학생회 활동을 하며 쌓은 인맥이었다. 캠퍼스 모든 과가 총망라된 선거캠프의 도움으로 총학생회장이 됐고 2018년 한 해 동안 서울대 총학생회를 이끌었다. 신 씨는 총장 선거에서 학생의견 반영 비율을 이끌어 내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3월 대학 4학년에 올라가는 신 씨는 법학전문대학원 진학 등 미래를 준비하면서도 유도와 삼보라는 운동의 끈을 놓지 않을 계획이다. “7월 법학적성시험을 치른다. 내 궁극적인 목표는 체육행정가다. 스포츠 행정을 제대로 하기 위해 법체계를 아는 게 도움이 될 것 같다는 판단을 했다. 유도와 삼보는 이런 목표를 위해 정진하는 데 힘을 주는 원천이다.” 신 씨는 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에서도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었던 원동력에 유도가 있다고 믿고 있다.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기가 힘들긴 하다. 하지만 몇 시간 씩 엉덩이 붙이고 책상에 앉아 있을 수 있었던 배경엔 유도를 하며 쌓은 체력과 투지가 있었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해준 유도는 끝까지 내 인생과 함께 할 것이다.” 신 씨는 공부와 운동을 충분히 병행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운동선수가 공부를 못하는 이유는 그동안 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육체계상 운동선수도 공부하게 하면 운동과 공부를 모두 잘하는 학생들이 많이 나올 것이다.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해도 은퇴 후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현실을 위해서도 운동선수들에게 공부를 시켜야 한다. 물론 요즘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일반 학생들의 운동 부족도 함께 해결해야 할 것이다.” 신 씨는 유도와 삼보를 병행하며 ‘올림피언’의 꿈도 꾸고 있다. 유도로는 올림픽 출전이 사실상 좌절됐다. 유도는 선수 층이 두터운데다 자신만의 장기도 사용할 수 없게 됐기 때문. 하지만 삼보로는 아직 희망이 있다. “삼보는 2024년 파리 올림픽 때 정식종목이 될 수 있다. 지난해 말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삼보를 임시 승인 단체로 인정했다. 3년 뒤엔 정식 종목 단체가 될 수 있다. 변수는 있지만 일단 2022년 항저우 아시아경기 금메달을 목표로 하면서 삼보의 올림픽 정식종목 승인을 기다리겠다. 파리 올림픽 정식종목 결정은 2022년 결정된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9-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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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축구 꿈나무들은 사랑을 먹고 자란다” 31회 ‘차범근 축구상’ 시상식

    “축구 유망주는 사랑을 먹고 자랍니다.” 13일 서울 종로구 부암동 AW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1회 차범근 축구상 시상식(사진). 차범근 전 한국축구국가대표팀 감독(66)은 수상자들에게 “저도 앞서 가신 선생님과 선배님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라며 “선배님들의 진심 어린 충고와 사랑이 있었기에 차범근이란 이름 석 자가 알려졌고 이렇게 30년 넘게 유망주들을 지원하고 있다”고 회상했다. 차 감독은 “선수들이 대선배님들의 격려를 받는 게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축구 원로들을 초청했다”고 말했다. 이회택, 노흥섭 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과 김진국 전 대한축구협회 전무 등 축구 원로들은 수상자들을 격려하며 함께 사진을 찍는 자리도 가졌다. 차 감독은 “수상자뿐만 아니라 축구 꿈나무들에게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보내줄 것”을 당부했다. 1988년 시작된 차범근 축구상은 초등학생 유망주에게 준다. 박지성과 기성용(뉴캐슬), 이동국(전북)을 포함해 황희찬(함부르크), 백승호(지로나), 이승우(베로나) 등 한국 축구의 간판들이 수상했다.   ◇ 제31회 차범근 축구상 수상자▽베스트11=윤기욱(서울숭곡초·GK) 조대희(제주동초) 장정익(경기 신곡초) 김찬우(경기 진건초) 강주혁(서울신정초·이상 DF) 김환(포항제철초) 김준희(서울삼선초) 김종현(인천 U12) 최형우(성남 U12·이상 MF) 김민성(경북 입실초) 김건우(충남 논산동성초·이상 FW) ▽최우수 여자 선수상=김윤서(전남 광양중앙초·MF) ▽최우수 지도자상=김계중 감독(전북 이리동초)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9-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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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ET로 에너지 소비량 계산하며 다이어트 하면 효율성 최고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2019년 기해년 새해 다이어트 계획은 잘 돼 가고 있는가? 벌써 1년의 한 달 반이 지나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설을 기회로 다시 한번 다이어트 방법을 소개한다. 지난해 몇 차례 소개한 일상생활 속 운동 및 다이어트 방법의 연장선이다. 에너지 소비에 대해 구체적인 개념을 알고 계산적으로 움직일 수 있기에 자세히 소개한다. MET(Metabolic Equivalent of Task, 보통 Metabolic Equivalent로 쓰임)에 기초한 다이어트 방법이다. MET는 체중 1kg이 1분 동안 사용하는 산소소비량 mL를 의미한다. 우리 근육 세포는 근수축을 위해 에너지를 소비할 때 산소를 쓴다. 신체가 특정 활동을 할 때 산소를 많이 소비하면 그만큼 에너지를 태우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 몸은 산소 1L를 소비할 때 5kcal의 에너지를 태운다. MET 개념을 잘 알면 어떤 활동을 할 경우 우리 몸이 얼마만큼의 에너지를 소비하는지를 알 수 있다. 1MET는 3.5mL다. TV 시청과 수면이 1MET 활동이다. 70kg인 사람이 10분 TV 시청을 하면 얼마의 에너지를 소비할까? 3.5(mL)X1(MET)X70(kg)X10(분)=2350mL. 이는 2.35L이고 1L는 5kcal을 소비하니 2.35X5=12.24kcal. 70kg인 사람이 TV를 10분 시청하면 12.24kcal을 소비하는 셈이다. 걷기는 어떨까? 속보인 시속 5.0~6.4km로 걷는 활동은 4MET 운동이다. 체중 50kg인 사람이 30분 걷는다면 얼마의 에너지를 소비할까? 앞에서 했듯이 계산하면 된다. 3.5(mL)X4(MET)X50(kg)X30=21000mL. 21(L)x5=105kcal. 50kg인 사람이 속보로 30분 걸을 경우 105kcal을 소비한다. 움직일 때 에너지 소비가 크게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자 그럼 70kg인 사람이 체중 1kg을 어떻게 감량해야 할까? 체중 감량의 주 성분인 지방을 1kg 태우려면 무려 7700kcal가 필요하다. 체중이 느는 것은 쉽지만 빼긴 쉽지 않은 것이다. 칼로리 소비량을 산소소비량으로 역계산 해보자. 7700(kcal)=산소소비량x5. 산소소비량=7700÷5=1540. 1540은 L당 5kcal로 계산 한 것이니 mL로 환산하면 1540000mL다. 만일 격렬한 7MET운동(축구, 수영)을 할 경우 어느 정도 해야 1kg을 뺄 수 있을까? 3.5(mL)X7(MET)X70(kg)X시간=1540000. 시간=1540000/3.5X7X70=약 898(분). 약 15시간 운동을 해야 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는 7MET 운동을 약 75분 씩 12회 해야 하는 것이다. 주 3회 7MET 운동을 75분씩 한 달(4주)은 해야 1kg이 빠진다. 물론 운동 외 나머지 시간은 1MET 활동인 수면이나 TV 시청으로 간주한 단순 계산이다. 하지만 사람은 일상생활도 한다. 그것도 7일이나. 주 5일 출퇴근을 한다. 집을 나와 걷고 지하철과 회사 건물의 계단을 오른다. 버스나 전철을 타기 위해, 혹은 신호등을 건너기 위해 10~20m를 달리기도 한다. 이런 활동을 감안하면 7MET 운동을 굳이 75분씩 주 3회 한 달간 할 필요가 없다. 주 3회 30분이나 그 이하로 운동해도 된다는 얘기다. 김용권 전주대 운동처방학교 객원 교수(전주본병원 본스포츠재활병원 대표이사)는 “효과적인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선 운동요법에 더해 일상생활 속에서 신체활동을 증가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수 십 년간 재활 및 운동처방을 해주면서 지켜본 봐 ‘맞지 않은 고강도 운동을 할 경우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란다. 무리한 운동은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김 교수는 출퇴근시 20분 씩 걷기, 엘리베이터보다는 계단 이용하기, 식사후 10분 산책하기, 틈나는 대로 스트레칭체조와 스쿼트(앉았다 일어나기), 팔굽혀펴기 등 간단 근육운동하기 등을 생활화해야 한다고 권유한다. 이와 함께 커피 줄이기, 음식 오래 씹기, 대화하며 식사하기, 식사 전 물 한 컵 마시기, 군것질 하지 않기 등 식습관을 개선하는 것도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김 교수는 “한달에 1~2kg 감량이 적당하다. 운동을 통한 칼로리 소비로 1kg, 식이조절로 1kg 감량하는 게 다이어트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운동요법과 일상생활 속 신체활동 증가 및 식이조절을 병행하는 게 다이어트에 가장 효과적이란 얘기다. 물론 실천하기 쉽지는 않다. 하지만 자신이 하는 활동이 어느 정도 에너지를 소비하는지를 잘 파악하고 일상생활을 한다면 조금 더 움직이고 덜 먹을 가능성이 높다. 인간은 이성적이기에…. 참고로 우리 몸은 아무 일을 안 해도 에너지를 소비한다. 이를 기초대사량이라고 한다. 30세 성인 남자(70kg)의 경우 약 1700kcal, 30세 성인 여자(60kg)의 경우 약 1400kcal이다. 기초대사량은 연령이 적을수록 많고 많을수록 적다. 하루 3000kcal의 열량을 음식으로 섭취 한다면 남자는 최소 1300kcal, 여자는 최소 1600kcal 이상을 운동 등 활동으로 에너지를 태워야 체중을 감량할 수 있다. 이를 운동대사량이라고 한다. 이는 단순 비교일 뿐이다. 3000kcal은 많이 먹는 편이다. 또 보통 여성들이 덜 먹기 때문에 훨씬 소비해야 할 칼로리는 적다. MET를 활용해 다이어트 계획을 구체적으로 짜서 실천해보자. 살 빼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의 이성을 믿어라.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 2019-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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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사정권 시대 시스템 탈피하자’…체육계 개혁 위한 특별 세미나

    ‘군사정권 시대의 엘리트스포츠 시스템을 벗어나 스포츠선진국으로….’ 8일 서울 연세대 스포츠과학관에서 열린 ‘체육계 개혁을 위한 스포츠와 미디어의 재검토’ 특별 세미나. 한국스포츠미디어학회와 한국체육기자연맹, 한국여성체육학회, 한국여성스포츠회, 한국체육정책학회 공동으로 주최한 이날 세미나에서 발제자와 토론자들이 다양한 목소리를 냈지만 결론은 구시대적 스포츠 패러다임을 벗어나자는 얘기로 모아졌다. 유상건 상명대 교수(스포츠정보통신기술 융합학과)는 ‘한국 스포츠 저널리즘의 재구성’에 대한 발제에서 스포츠저널리즘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반성적 고찰을 했다. 매일경제신문 기자 출신인 유 교수는 “스포츠가 재미와 흥미를 전해주는 분야이기는 하지만 스포츠 보도에 있어 다소 선정적인 보도가 이어진 측면이 없지 않다. 저널리즘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모습인 감시와 탐사보도, 그리고 의견제시 등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폭로한 성폭력 사건 등 스포츠계 (성)폭력에 대해 좀더 관심을 가지고 심층 취재해서 보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권종오 SBS 스포츠부 기자는 ‘한국 스포츠, 인권의 사각지대인가’에서 (성)폭력의 구조적인 원인을 분석했다. 그는 ‘성적지상주의’, ‘상하관계를 넘어 주종(主從) 관계인 선수와 지도자 관계’, ‘신뢰를 주지 못하는 경기단체’, ‘그릇된 온정주의’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권 부장은 특히 “지도자의 95% 이상이 성폭력을 행사하고도 아무런 문제없이 활동하고 있다. 가해자가 거의 처벌이 안 되는 체육행정이 가장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각 경기 단체의 상급 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시 기능도 전무하다. 순환보직으로 전문성이 부족하고 ‘복지부동’ ‘보신주의’ 등으로 체육단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재용 KBS 취재부장은 ‘스포츠개혁은 근본적인 대책이 존재하는가?’에서 “체육계 모든 문제는 결국 정부가 학교체육을 왜곡되게 운영하면서 파생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두가 즐겨야할 스포츠를 엘리트선수 위주로 끌고 가다보니 금메달의 가치가 인권보다 더 인정받는 등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운동기계’ ‘공부기계’를 없애고 모두가 즐기는 스포츠로 가기 위해선 학교체육의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 부장은 “학교체육의 키워드는 스포츠클럽과 리그다. 학교체육의 모든 문제점인 대학입시를 바꾸고 그에 따라 초중고도 모든 학생이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시스템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영신 한국스포츠미디어학회 회장(연세대 교수)은 ‘체육계 개혁을 위한 입법 제안 및 여성 체육의 확장’에서 “허울뿐인 정책이 더 이상 반복 되서는 안 된다. 20여 년 전부터 거론되던 스포츠기본법을 당장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포츠기본법은 국민이 유아 청소년기부터 노년기를 거쳐 죽을 때까지 스포츠를 통해 건강하게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드는 제도적 장치. 스포츠기본법이 만들어지면 스포츠는 단순하게 체육, 스포츠가 아니라 모든 국민이 향유해야 될 기본적인 내용 그리고 스포츠복지라는 개념으로 접근해 효율적으로 스포츠 복지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원 교수는 “최근 불거진 성폭력과 관련해서는 미성년자 성폭행은 개인의 삶을 파괴하는 살인행위다.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 피해자를 보호하고 보상하는 법적 장치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원 회장은 “스포츠 단체 임원과 지도자의 여성 비율도 높여야 한다. 대한체육회가 여성임원 비율 30%를 의무화한다고 하지 않고 권장이라고 하고 있는 이유가 뭐냐”고 묻기도 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이용식 한국체육학회 부회장(가톨릭 관동대 교수)은 “1970년대 군사정권 때 만든 스포츠시스템이 아직도 힘을 발휘하고 있다. 당시 국가를 위해 선수를 희생하는 동구권 스포츠 시스템을 들여왔는데 이젠 바꿔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엘리트스포츠를 포기하자는 게 아니다. 미국, 일본도 엘리트 시스템을 하고 있다. 하지만 공부하고 운동하면서도 잘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신자 한국여성스포츠학회 회장(경희대 교수)은 스포츠 현장에서 성폭력이 일어나는 수치를 구체적으로 들며 “체육지도자에 여성 할당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공간 제약 없이 계속 성폭력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선 여성 지도자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미혜 한국여성체육학회 회장(인하대 교수)은 “이번만큼은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 2차 피해와 보복을 염려해 두려움으로 침묵하는 또 다른 피해자를 전수 조사해 범죄자를 색출해 퇴출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젠 스포츠 강국은 버려야 한다. 인권 친화적인 패러다임의 선진국형 스포츠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구 한국체육정책학회 회장(삼육대 교수)은 “사실 2012년 발표된 학교체육진흥법은 누더기 법안이다. 스포츠기본법으로 다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체육 예산도 확보해야 한다. 지금 2조 원이 안 되는데 5조 원은 돼야 제대로 된 체육정책을 펼 수 있다”고 말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 2019-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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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로스 트레이닝을 해야 운동 더 재밌게 오래 즐길 수 있다[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설 연휴가 길다. 연휴 앞뒤로 연차를 쓰면 최대 10일까지 쉴 수 있다. 민족 최대 명절이니 고향을 찾는 사람도 많겠지만 긴 휴일을 이용해 각종 스포츠나 운동을 즐기는 사람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운동하는 게 좋을까? 매일 운동하면서도 싫증나지 않을 방법은 없을까? 종목 다변화가 그 답이다. 훈련 개념으로 말하면 크로스 트레이닝(Cross-Training)이다. 한 종목만 계속 하면 흥미가 떨어지고 어느 순간 운동이 스트레스가 될 수가 있다. 평소에도 도움이 되는 운동 방법이다. 크로스 트레이닝의 정의는 스포츠나 피트니스 현장에서 다양한 운동으로 몸의 다양한 부위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특정 운동은 특정 근육만 향상시키기 때문이다. 크로스 트레이닝은 이런 불균형을 막기 위한 훈련법이기도 하다. 필자의 경우 주당 30~50km를 달린다. 하지만 매일 달리지만은 않는다. 주 1,2회 웨이트트레이닝을 한다. 웨이트트레이닝도 피트니스센터에서 기구를 가지고 하기도 하지만 집에서 케틀벨(Kettle bell) 스윙을 포함해 몸을 이용한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기도 한다.(최근 자기 몸으로만 하는 Body Fitness라는 개념의 운동법이 인기를 끌고 있다) 달리는 곳도 매일 다르다. 도로를 달리기도 하고 산을 뛰기도 한다. 궂은 날씨엔 트레드밀에서 달린다. 날씨가 따뜻한 휴일엔 사이클을 50~80km 탄다. 이렇게 다양한 운동을 하는 이유는 지루함을 떨치기 위해서다. 아무리 좋은 운동도 매일 같은 것을 하면 재미가 없는 법이다. 김병준 인하대 교수(스포츠심리학)는 “다양한 종목을 하게 되면 지루함에서 오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고 성취감이 배가 된다. 운동을 지속적으로 실천할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말한다. 마라톤과 사이클을 하게 되면 마라톤이 잘 안될 땐 사이클을 타고, 사이클이 잘 안 될 땐 마라톤을 하면 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사이클을 타다보면 어느 순간 마라톤을 할 때 안 되던 것이 될 수 있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특정 종목에 얽매이다보면 해결 되지 않는 문제가 다른 종목을 할 때 해결될 수도 있다. 이렇게 하다보면 마라톤과 사이클 두 종목 모두에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마라톤과 수영의 경우 쓰는 근육이 다르다보니 마라톤 할 땐 수영 때 주로 쓰는 근육이 회복하게 되고 수영할 땐 마라톤 할 때 쓰는 주 근육이 회복하다보니 종목을 바꿀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일종의 테이퍼링(Tapering) 효과다. 테이퍼링 효과는 강도 높은 훈련을 하다가 대회를 앞두고 점진적으로 훈련 강도를 낮춰주면 어느 순간 ‘초과 회복(평소 회복보다 더 많은 회복)’이 일어나 경기력을 향상시킨다는 이론이다. 마라톤이 힘들고 지겨워 수영을 하다보면 마라톤에서 테이퍼링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김용권 전주대 운동처방학교 객원 교수(전주본병원 본스포츠재활병원 대표이사)는 “같은 종목을 부위별로 훈련을 달리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웨이트트레이닝의 경우 하루는 상체, 하루는 하체, 하루는 복근 및 등배로 하면 지루하지도 않고 역시 일종의 ‘테이퍼링 효과’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면서 유산소운동까지 되는 서키트트레이닝(Circuit-Training)을 끼어 넣어도 된다. 스키트트레이닝은 5~10개 동작(Bench Press, Squat, Arm Curl, Leg Extension, Burpee Test 등)을 한 세트로 한 동작을 일정 시간 동안하고 잠시 쉬고 바로 다른 동작을 계속 이어서 하는 훈련 방법이다. 김용권 교수는 “부상 방지를 위해서도 종목 다변화 운동법이 좋다. 운동을 할 땐 긴장을 해야 하는데 늘 하던 운동을 반복적으로 하면 무의식적으로 하다 다칠 수 있다. 긴장감을 키우기 위해서도 여러 종목을 하면 좋다. 근육도 한 동작만 계속 할 경우 파열될 수 있다. 물론 자기 체력에 맞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주변을 잘 살펴보면 종목 다변화를 한 스포츠 마니아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마라톤에 빠진 사람이 몇 년 뒤 철인3종을 하고 산과 들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을 하고 있다. 사막을 달리기도 한다. 물론 축구나 농구, 야구 등은 다르다. 이 종목은 사실상 거의 매일 즐길 수 없기 때문. 하지만 축구 마니아들도 축구를 더 잘하기 위해 달리고 웨이트트레이닝도 하고 등산도 한다. 운동, 하나보다는 여러 가지를 섞어서 할 때 더 재밌게 오래 즐길 수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9-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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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의 대반전… 결승까지 갈 줄이야

    ‘실리’를 앞세운 일본이 2019 아시안컵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일본은 이번 대회 초반 체력 소모를 줄이기 위해 폭넓게 선수를 기용하는 한편 극단적인 볼 돌리기로 재미없는 축구를 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기에서는 전반 20분에 선제골을 넣은 뒤 일찍부터 극단적인 수비에 치중해 국내외로부터 맹비난을 받았다. 그랬던 일본이 29일 아랍에미리트 알아인의 하자 빈 자예드 경기장에서 열린 강호 이란과의 준결승에서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3-0 완승을 거뒀다. 대회 초반 체력을 아꼈다가 체격과 체력이 좋은 이란을 상대로 중요한 순간에 전력을 다한 결과다. 일본은 조별리그 포함 6전 전승을 거두고 2011년 이후 8년 만에 결승에 올랐다. 아시안컵 통산 다섯 번째 진출. 특히 일본은 결승에 진출한 1992, 2000, 2004, 2011년 모두 정상에 올라 이번 결승 결과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일본이 우승하면 역대 대회 최다 우승 횟수를 5회로 늘리게 된다. 일본은 특유의 패스 축구를 구사하면서도 백패스 위주가 아닌 전진 패스와 공간 침투 능력을 발휘했다. 박항서 베트남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은 일본에 대해 “(해외파가 많은) 일본에는 경험 많고 개인 능력이 있는 선수가 많다. 조직력과 능력치가 경기를 할수록 나아진다”고 경기를 본 소감을 말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0위 일본과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29위 이란의 이날 대결은 사실상의 결승전이었다. 0-0의 박빙의 승부가 이어지던 후반 11분 일본의 집요한 집중력과 이란의 미스플레이가 분위기를 바꿨다. 이란 진영을 돌파하던 일본 미나미노 다쿠미가 이란 선수와 충돌해 넘어지자 이란 선수 5명이 일제히 미나미노의 과격한 플레이에 대해 주심에게 항의를 했다. 주심의 휘슬이 울리지 않은 그사이 미나미노는 라인 밖으로 나가지 않은 공을 확보한 뒤 정확하게 골문 앞의 오사코 유야에게 전달했다. 전열이 흐트러진 이란 수비수들은 오사코를 놓쳤고 오사코는 가볍게 머리로 받아 넣었다. 그 순간부터 이란은 허둥대기 시작했다. 후반 18분 페널티킥까지 헌납했다. 조급하게 서두르던 이란은 일본의 하라구치 겐키에게 경기 종료 직전 쐐기 골까지 내주며 1976년 이후 43년 만의 우승 기회를 날렸다. 카를루스 케이로스 이란 감독(포르투갈)은 “올라갈 팀이 올라갔다”며 일본의 결승 진출을 축하했다. 그는 “이란을 이끄는 8년 동안 행복했다”며 이란 대표팀을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이란은 페어플레이에서도 졌다. 이날 후반 추가시간에 이란 사르다르 아즈문이 볼을 다투던 시바사키 가쿠의 뺨을 때린 것이다. 이란과 일본 선수들은 ‘벤치클리어링’처럼 몸싸움을 펼쳤다. 아즈문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정말 부끄럽고 미안하다”고 사과문을 올렸다.▼ 사비 ‘족집게 예측’ 갈수록 화제 ▼ 한편 일본의 결승 진출로 스페인 출신 사비 에르난데스(알사드·사진)가 ‘족집게 축구도사’로 각광받고 있다. 에르난데스가 지난해 12월 카타르의 한 방송사에 출연해 아시안컵을 예측했는데 4강 팀 중 3팀(일본 이란 카타르)을 맞힌 데 이어 일본의 결승 진출 예상도 들어맞은 것이다. 에르난데스는 카타르가 8강에서 한국을 꺾고 올라올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카타르의 우승을 점쳤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9-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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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업 실패 12번이나 경험했던 박필전씨…‘맨발 마라톤 전도사’가 된 이유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박필전 씨(62·사업)는 마라톤으로 ‘인생 역전’을 이뤘다. 사업 실패를 12번이나 했는데 마라톤 정신으로 번번이 일어나 아직도 생생하게 버티고 있다. 지금도 매일 달리며 사업도 잘 키우고 있다. “24일이 어머니 삼우제였다. 어머니 상을 치르면서 5남매가 만나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는데 어느 순간 머리가 아팠다. 다들 어디가 아프다는 얘기뿐이었다. 나만 생생했다. 마라톤 덕분이다.” 2000년 지인의 권유로 마라톤에 입문한 박 씨는 매일 새벽에 일어나 7~8km를 달리고 웨이트트레이닝을 해야 하루가 시작된다. 주말엔 20km를 달린다. “새벽에 운동을 한 날과 안 한 날은 천지 차이다. 운동을 하고 출근한 날은 ‘완전 무장’을 하고 나온 느낌이랄까. 어떤 고난도 버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운동을 안 하면 뭔가 개운치 않는 느낌에 하루 종일 짜증이 난다.” 박 씨는 마라톤 계에선 ‘운산’으로 불리는 ‘유명 스타’다. 기록이 좋아서가 아니라 20년 가까이 늘 즐겁게 재밌게 달려서 마라톤마니아들이 다들 그를 좋아한다. “2000년 3월 동아마라톤에 무작정 출전했다. 훈련이 안 된 상태에서 남들도 다 하기에 무작정 풀코스에 참가해 뛰었다. 무리한 선택이었다. 한번도 제대로 달려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25㎞에서 포기하고 3일을 앓아누웠다. 엄청난 육체적 고통이 따랐지만 마음만은 평온했다. 그때부터 마라톤에 미쳤다. 그때 알았다. 인도 신비주의자들에겐 마라톤명상이라는 게 있었다. 육체적 고통을 수반한 수련를 해야만 마음이 더 편해진다.” 선린상고(현 선린인터넷고)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다 뒤늦게 고려대 철학과에 들어간 박 씨는 달리면서 도를 닦는다고 표현한다. “마라톤은 수련의 하나다. 산에 들어가 도를 닦기도 했고 명상에 빠져보기도 했지만 마라톤만큼 심신을 ‘해탈’에 이르게 하는 게 없었다. 마라톤하면서 명상하는 기분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2000년 4월 온라인 동호회인 ‘런너스클럽(이하 런클·http://cafe.daum.net/runners)’에 가입했다. 함께 해야 즐겁게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런클은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함께 달리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전국 지역별로 따로 함께 훈련하고 각종 대회 때 만나서 우의를 다지고 있다. 현재 회원은 2만4000여명. “2000년 10월 춘천마라톤에서 처음 풀코스를 완주했다. 3시간 52분. 세상을 얻은 것 같이 기뻤다. 2002년 런클 회장에 도전해 당선돼 풀뿌리 마라톤 발전을 위해 노력했다. 이렇게 좋은 것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려고 노력했다.” 박 씨는 최근엔 ‘맨발 마라톤 전도사’로 활약하고 있다. “한 10여 년 전쯤이다. 등산을 하다 신발을 벗었는데 너무 상쾌하고 기분 좋았다. 그래서 산을 맨발로 타기 시작했다. 한라산과 설악산, 아차산, 관악산, 울릉도 성인봉까지 맨발로 올랐다. 산도 뛰었다. 그런데 솔직히 아스팔트를 달릴 생각은 못했다. 그런데 ‘나는 달린다 맨발로(백우진 저)’ 등 각종 책에서 아스팔트에서 뛰어도 된다고 해 달렸다. 그동안 풀코스를 46회 완주했는데 그중 3회를 맨발로 뛰었다.” 최근엔 산악마라톤(트레일러닝)을 맨발로 달리고 있다. “지난해 산악마라톤 16km를 달려봤다. 너무 좋았다. 사람들은 발바닥이 아플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전혀 안 아프다. 오히려 방심하다 바위에 발등이 찍히는 경우는 있어도 발바닥을 다치진 않는다. 맨발로 달리면 집중력이 높아진다. 뾰족한 곳을 피하기 위해서 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양이처럼 사뿐 사뿐 달린다. 그러다보니 운동량도 더 많다. 관절에도 무리가 없다.” ‘족탈주(足脫走) 쾌변숙면(快便熟眠).’ 맨발로 달리면 배변도 잘되고 잠도 잘 온단다. “진화생물학적으로 인간은 원시시대부터 맨발로 달렸다. 최근에 들어서야 신발이라는 것을 신고 달렸다. 맨발로 달리면 앞꿈치로 착지한다. 발을 ‘제2의 심장’이라고 한다. 발은 우리 몸에서 가장 멀리 있다. 게다가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 동안 발은 우리 몸에서 가장 낮은 곳에 머문다. 발에 공급된 피가 종아리로 허벅다리로 올라오려면 중력을 떨쳐야 한다. 맨발 앞착지는 심장에서 가장 멀리 있는 반대편(정맥) 혈액 순환을 촉진함으로써 심장박동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게다가 지압효과까지 있다.” 맨발 달리기가 인간에 좋다는 것은 과학적으로도 입증되고 있다. 무엇보다 ‘맨발의 아베베’로 알려진 에티오피아의 마라토너 아베베 비킬라는 1960년 로마 올림픽에서 맨발로 우승했고 1964년 도쿄 올림픽에서는 신발을 신고 올림픽 2연패를 이뤘다. 인간이 맨발로 달려도 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대한민국은 맨발로 달릴 곳이 많다. 도심 주위에 야산이 많기 때문이다. 그 야산은 사람들이 등산을 하면서 잘 다져놓아 맨발로 달리기엔 안성맞춤인 상태가 됐다.” 박 씨는 수도권에 ‘제2의 계족산’을 만드는 게 꿈이다. 계족산은 대전에 있는 산으로 조웅래 맥키스컴퍼니 회장(60)이 마사토를 깔아 맨발로 걷고 달릴 수 있게 만들었다. 그곳에서 맨발 마라톤대회도 열린다. “맨발로 걷고 달리면 대한민국이 건강해질 것이다. 서울 근교 산에 마사토를 깔아 시민들이 아무 때가 맨발로 걷고 달리게 하면 병원 하나 짓는 것보다 더 좋은 효과를 거둘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K-pop보다 더 좋은 상품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박 씨는 대한민국 어린이들이 어릴 때부터 운동을 못하는 것이 대한민국을 망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일본은 유치원 때부터 맨발로 걷게 한다. 왜 그렇겠나. 미국의 한 고등학교에서 0교시 수업으로 운동을 시켰는데 대부분 명문대 갔다고 한다. 왜 우리나라는 그렇게 할 수 없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서울 매봉산에 마사토를 깔고 어린이 맨발 마라톤대회를 개최하고 싶다.” 박 씨는 추운 겨울엔 맨발로 달리면 안 된다고 한다. 그래서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3월 17일 열리는 2019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90회 동아마라톤에서는 신발을 신고 달리고 5월부터 맨발로 달릴 계획이다. “마라톤 인생 20년이 가까워 온다. 하지만 난 1년에 1,2번만 풀코스를 달린다. 무리하지 않는 게 좋다. 사실 우리 같은 소시민들은 사회생활도 해야 한다. 마라톤을 하는 이유는 일을 하기 위한 방편일 뿐이다. 마라톤이 목표나 목표가 되면 안 된다.” 박 씨는 마라톤 전도사로 유준상 전 국회의원을 마라톤에 입문 시킨 것으로도 유명하다. “유준상 전 의원께서 건강이 좋지 않았을 때 마라톤을 권유했다. 2006년 4월 풀코스를 완주하셨다. 지난해 10월 춘천마라톤에서는 유 전 의원 희수(77세) 기념으로 완주했다. 유 전 의원은 이제 달리기 마니아가 됐다. 달리면 인생이 달라진다.” 박 씨는 99세까지 맨발로 산악마라톤을 100회 완주하는 게 목표다. 왜 100세가 아니고 99세일까. “심리적 나이일 뿐이다. 힘이 있는 한 달린다는 얘기다. 달려야 몸과 마음이 건강하다.” 환갑을 넘긴 박 씨는 동년배에 비해 10년 넘게 젊어 보인다. 박 씨는 “매일 달리기 때문”이라고 했다. 달리는 게 그의 나이를 뒤로 가게 하고 있는 셈이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 2019-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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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상을 초월하는 ‘교육 1번지’…스포츠도 사교육으로 내모는 한국 교육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최근 만난 한 체육교육자는 이런 말을 했다. “서울 강남에서 고등학교 체육 교사로 있을 때다. 방과 후 스포츠클럽 활동으로 농구를 시키는데 아이들이 선수처럼 잘 해서 물어봤다. ‘너희들 선수로 활약했냐’고. 그랬더니 ‘아니에요. 우린 초등학교 때부터 함께 농구 클럽에서 운동했어요’라고 하더라.” 5~6명이 초등학교 때부터 함께 농구를 했고 그 때부터 중, 고등학교까지 함께 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대한민국 ‘교육 1번지’ 서울 강남은 상상을 초월한다. 대학입시에 가장 중요한 속칭 ‘국영수(국어 영여 수학)’은 물론 아이들을 어릴 때부터 스포츠클럽에 가입시켜 운동을 시킨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미국 유명 대학교에서 스포츠클럽 활동을 했던 학생을 뽑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때문이라는 게 그쪽 계 정설이다. 하버드 등 이른바 ‘아이비리그’ 학교는 스포츠부 주장 출신에게 후한 점수를 준다. 물론 꼭 미국 명문대에 보내기위해서만은 아니다. 최근 여러 과학적인 조사에서 ‘운동하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얘기를 듣고 아이들을 일찌감치 스포츠클럽에 가입시키기도 한다. 어렸을 때부터 건강을 챙기기 위한 것이다. 이런 현상은 강남만이 아니다. 한때 대부분 어린 아이들이 다니는 태권도장은 이젠 그냥 놀이일 뿐이다. 축구, 농구, 야구 등 엘리트 운동선수는 아니지만 전문적으로 훈련시키는 스포츠클럽에 아이들이 몰리고 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공교육’이 무너졌기 때문에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교육이 수학능력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국영수’로 몰리면서 사교육이 판을 쳤듯 이젠 스포츠에서도 사교육이 늘고 있는 것이다. ‘국영수’ 교육에서도 빈부 격차에 따른 사교육이 횡행하듯 이젠 스포츠에서도 사교육이 판을 친다. 이른바 ‘스포츠 디바이드(Sports Divide)’다.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 상 사실상 초등학교 2학년까지는 체육이 실종됐다고 봐야 한다. 초등학교 1,2학년에 즐거운 생활로 체육활동을 하도록 돼 있지만 현장에서는 체육을 지도할 사람이 없다. 최근 인터뷰 한 전선혜 중앙대 사범대 체육교육과 교수(58·유아체육)는 이런 말을 했다. “대한민국의 체육진층정책은 ‘체육은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선 전혀 다르게 돌아가고 있다. 이상과 현실이 동일해야 조화로운 교육을 할 수 있다. 우리 교육은 이상과 현실이 따로 돌아가고 있다.” 각종 연구 결과 인간은 어릴 때부터 운동을 해야 조화롭게 성장한다고 한다. 발달 단계 이론에 따르면 영유아기부터 지각과 인지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 제대로 하지 않으면 발달 속도가 늦어진다. 모든 발달 단계가 신체 활동과 연계돼 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이런 말을 했다. “신은 인간이 인생에서 성공하기 위해 두 가지 수단을 전해줬다. 교육과 신체 활동. 교육은 정신을 위해, 신체 활동은 신체 건강을 위한 게 아니다. 두 가지가 함께 가야 한다. 이 두 가지가 함께 갈 때 인간은 완벽해질 수 있다.” 이상과 현실이 따로 가는 대한민국 교육. 공교육이 바뀌지 않으면 스포츠 디바이드는 계속 될 것이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 2019-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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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동하면 머리가 좋아진다! 학교체육 활성화 시켜야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요즘 자주 인용되는 뇌신경전달 물질 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가 운동하면 생성되고 활성화된다는 과학적 결과를 필자가 가장 먼저 국내에 보도했다. 지난해 ‘운동하면 치매를 예방 한다’는 칼럼을 썼을 때 살짝 인용했던 내용이지만 학교체육을 왜 활성화해야 하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다시 인용한다. 필자는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2007년 3월 26일자에 보도한 ‘더 강하게, 더 빠르게, 더 현명하게(Smarter)’ 라는 주제의 커버스토리를 보고 BDNF을 알게 됐다. 뉴스위크는 당시 존 레이티 하버드메디컬스쿨 교수가 쓴 ‘불꽃: 운동과 뇌에 대한 혁명적인 신과학’(Spark: The Revolutionary New Science of Exercise and the Brain)이란 책을 소개했다. 레이티 박사는 이 책에서 “운동하면 머리가 좋아진다. 바로 BDNF가 생성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과학적 결과물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과거 BDNF는 그저 신경성장 인자로만 인식됐을 뿐이었다. 운동과 BDNF의 상관관계를 제대로 분석한 책이었다. 필자는 아마존에서 바로 책을 주문해 다 읽었고, 각종 기획에 BDNF를 소개했고 2008년 1월 출간한 ‘스트레스 Zero 운동법’에도 자세히 소개했다. ‘Spark’를 시발로 운동을 하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연구가 계속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에는 왜 공부 잘하는 운동선수가 드물까? 이유는 간단하다. 레이티 박사는 당시 책에서 “운동선수들이 도서관보다는 운동장이나 체육관에 오래 있기 때문”이라 분석했다. 머리는 좋은데 공부할 기회가 없었다는 얘기다. 운동을 잘하는 아이들에게는 어느 순간 ‘선수’라는 불필요한 딱지가 붙는다. 그리고 학업을 도외시하고 신체능력을 키우는데 집중하게 된다. 이는 학교나 사회가 조장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 ‘공부하는 운동선수’라며 운동선수에게 공부시키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운동 안하는 일반학생이 더 문제다. 다양한 연구결과 유산소 운동을 한 뒤 1~2시간 동안이 집중력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0교시 체육(본 수업 시작하기 전 체육활동)’을 실시해 효과를 보고 있는 곳도 있다. 하지만 실제 교육 현장은 대부분 다르게 돌아가고 있다. 우리 교육은 ‘지(智) 덕(德) 체(體)’를 강조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를 외면한다. 대학입학이라는 미명아래 아이들의 정서적인 발달을 키워줄 체육 음악 미술은 도외시 되고 있다. 한마디로 지(智)만, 즉 인지능력을 키우는 것만을 강조하는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벤치마킹의 천국’이라고 할 정도로 선진국의 좋은 면을 받아들이고 있지만 교육은 늘 후진국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유치원에서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만들어 놨다. 우리나라에서 ‘사교육’ 문제를 거론하듯 선진국에서도 특정 집단을 중심으로 입시교육이 열풍을 이루고 있지만 교육과정만은 전인교육을 시키기 위한 기본적인 토대에서 만들어졌다. 일부 사회학자들이 “국가가 체육, 스포츠를 강조하는 것은 국가 이데올로기를 심어주고 일정한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한 정치적인 야심 때문”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단체 경기는 단결심과 협동심을 키워줘 애국심으로 무장하면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은 미식축구를 통해 다민족출신의 국민들을 하나로 뭉치게 했고 결국 세계 최강이 됐다. 그러나 미국을 포함해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은 체육과 스포츠 등을 강조해 강인한 국민들을 길러내 세계의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만큼 체육과 스포츠가 국가 경쟁력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운동을 하면 머리도 좋아진다니 우리나라도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공부 잘하는 운동선수를 키울 게 아니라 모든 학생을 운동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게 만들면 일석이조가 아닐까. 운동선수는 그런 학생 중에서 선발하면 된다. 이게 바로 선진국 교육시스템이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9-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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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시 패스로 ‘역전의 기회’ 잡은 야구선수 출신 이종훈 판사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이종훈 서울중앙지법 판사(38)는 서울 성남고 2학년 10월까지 엘리트 야구선수였다. 하지만 야구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판단에 선수생활을 그만두고 공부를 시작했고 수학능력시험과 사법고시를 잘 치르고 유명 법무법인 변호사를 거쳐 현재 판사로 일하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엘리트 선수의 길로 접어든 뒤 7년만의 일이었다. 전국체전을 다녀오자 아버지께서 ‘야구를 그만두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고민을 해봤는데 야구로는 더 이상 발전 가능성이 보이지 않았다. 내가 좋아서 야구 선수를 시작했지만 엘리트선수로 프로까지는 못 갈 것 같았다. 그래서 과감히 포기하고 공부를 시작했다.” 고교 2학년 공식 출전 기록이 대타 두 타석에 안타 하나와 볼넷 하나. 1년이란 시간이 더 있고 3학년에 올라가면 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겠지만 야구선수로서는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결단을 내렸다. 운동을 그만둘 때 성적이 2학년 전교 755명 중 750등. 반에선 51명 중 50등이었다. “솔직히 공부로도 성공하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야구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재능도 있어야 했다. 난 아무리 열심히 해도 어느 순간부터 실력이 늘지 않았다. 육상 단거리 100m를 보자. 훈련 하지 않고도 12초에 주파하는 사람이 있고 20초에 뛰는 사람이 있다. 20초에 뛰는 사람을 아무리 훈련시킨다고 10, 11초에 달릴 수 있게 하진 못한다. 포기하는 게 합리적이란 판단을 했다.” 갑자기 ‘운포자(운동 포기자)’가 됐다. 그리고 2학년 10월부터 첫 번째 시험을 준비했다. “영어로 말하면 Daddy와 Sad 같은 기초적이 단어도 몰랐다. 대디가 아빠라는 것은 알았지만 스펠링은 몰랐다. 발음기호도 몰랐다. 헌책방에 가서 영어와 수학 중학교 1학년 교과서를 샀다. 기초가 없으니 수업을 이해할 수도, 따라갈 수도 없었다. 다른 과목 점수는 끌어 올렸는데 영어 수학은 아무리 해도 점수가 오르지 않았다. 그래도 시험범위 영어, 수학도 막무가내로 외웠다.” 그렇게 2학기 기말고사를 치렀다. “반에서 27등을 했다. 당시 선생님이 ‘야, 야구부 커닝한 거 아냐’라고 할 정도로 결과가 좋았다. 적어도 공부에서는 노력의 대가가 성적으로 나왔다. 야구는 노력해도 안 됐는데…. 그 때부터 공부가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3학년 들어 본격적으로 수학능력시험에 대비한 공부에 들어갔다. 첫 수능 모의고사 시험을 봤는데 400점 만점에 230점. 1학기 중간고사에서 반에서 14등, 2학기 중간고사에서 11등까지 올랐지만 학교를 그만뒀다. 3학년 10월쯤이었다. “1, 2학년 때 공부를 하지 않아 내신이 좋지 않았다. 성남중부터 성남고까지 5년을 다닌 학교를 떠난다는 게 너무 아쉬웠다. 하지만 공부로 새로운 인생을 살기위해선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를 본 뒤 수능을 봐야 했다.(이 판사는 나중에 성남고 명예졸업장을 받았다)” 이 판사는 1년을 더 공부한 끝에 인하대 법학과에 들어갔다. “공부하는 법을 알게 됐고 더 하면 점수가 오를 것 같았다. 1년 더 공부하려고 했는데 부모님께서 ‘이 정도면 됐다’고 말렸다.” 법학. 어려웠다. 하지만 하면 할수록 매료가 됐다. “법학을 공부하면서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사회에 이바지 할 수 있는 바가 많다는 점에서 법률가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꼈다. 또한 법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직접 도와줄 수 있는 실용적인 학문이라는 점이 나를 더욱 매료시켰다. 내가 열심히 하면 한 만큼 의뢰인의 이익을 더욱더 잘 대변할 수 있고 내가 실력이 없다면 의뢰인이 법적 이익을 지켜주지 못하는 점에서 충분히 동기부여도 됐다. 이것이 사법고시를 준비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됐다. 법은 야구 이상으로 내 가슴을 뛰게 했다. 사범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한 이래로 법률가가 내 천직이라는 점을 한 번도 의심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재미가 있었고 적성에도 맞았다.” 2004년 공익근무요원으로 군대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사법고시에 도전했다. “2006년 사시 1차에서 10등으로 합격한 게 자만에 빠진 계기가 됐다. 사실 1차에 집중하느라 2차 시험 준비를 하나도 못했다. 그래서 첫 2차 시험은 사실상 경험을 쌓기 위해 봤다. 그런데 2007년 2차 시험까지 망치고 1년 넘게 방황을 하게 됐다.” 1차를 잘 봐서 자만한 이유도 있었지만 지나치게 자신을 몰아가다 한 순간 무너져 내린 측면도 있었다. “2차 시험을 준비하면서 나 자신에 대한 기준을 너무 엄격하게 정했다. ‘단 하루도 쉬면 안 된다’ ‘예정된 공부에서 조금만 밀려도 끝이다’ 지나치게 철저하게 하려다보니 그게 스트레스가 됐고 어느 순간 긴장의 끈이 풀리면서 완전히 무너졌다. ‘그 순간 이제 끝났다’는 느낌이 왔다. 사시를 포기하기로 했다. 야구를 포기하던 날이 생각났다. 야구를 좋아했지만 불투명한 미래를 바라보며 운동하는 것이 무의미했다. 그래서 깔끔하게 포기했다. 그런데 부모님께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한번만 더 준비해보라’고 해서 다시 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하루, 1주일, 10일 공부 못한다고 죽을 것도 아니었는데….” 이 판사는 실패를 통해서 많이 배웠다. “사실 야구를 일찍 포기하면서 인생을 배운 것 같다. 실패하고 다시 도전하고…. 포기하지 않으면 결과가 좋다는 것을 체득했다. 7년 동안 꾼 꿈을 포기함으로써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청소년기를 허비했다고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7년간 야구 선수로 살아온 삶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다. 남들보다 일찍 경험한 실패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게 했고, 무엇으로도 얻을 수 없는 내 삶의 자양분이 됐다.” 이 판사는 다시 사시에 도전해 2009년 1,2,3차까지 완벽하게 합격했다. 사법연수원에서도 준수한 성적을 냈고 국내 최고 법무법인인 김&장에서 변호사로 활약했다. 2017년 말 판사 임용에 합격해 판사의 길을 걷고 있다. “야구로 치면 변호사는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다. 판사는 경기를 조율하고 최종 판결을 내리는 심판이다. 변호사도 판사도 내 적성엔 딱 맞는다.” 이 판사는 뒤늦게 공부를 시작하며 철저하고 효율적인 방법을 찾았던 게 법조인의 삶을 사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수능과 사시를 준비하며 시중에 나온 합격기는 다 사서 봤다. 그들이 한 효율적인 공부 방법을 따라 하면서 내게 맞는 법을 찾았다. 어차피 열심히 하는 것은 당연하다. 같은 시간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공부하느냐가 중요했다. 나만의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연구했고 결국 찾았다.” 이 판사는 2012년 ‘인생은 야구처럼, 공부는 프로처럼’이란 책을 출간했다. 야구를 그만두고 공부를 시작해 법조인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렸다. 중간 중간 공부를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도 제시했다. 이 판사가 가장 강조하는 공부 방법은 ‘이해’와 ‘복습.’ “아무리 머리 좋은 사람도 한 번보고 모두 이해하고 기억할 수는 없다. 보고 또 봐야 이해도 되고 잊어버리지도 않는다. 난 수업을 듣고 4번을 복습했다. 수업 듣고 바로, 자기 전, 다음 날 수업 전, 그리고 주말에 다시 한번….” 이 판사는 ‘야구하지 않고 공부를 했더라면 더 잘했을 것’이라는 주의의 평가를 들을 때면 다소 불편하다. “어떤 사람들은 야구를 하다 공부를 했는데 이 정도면 야구를 안했다면 분명 더 공부를 잘했을 거라는 듣기에 참 낯간지러운 칭찬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생각해보면 야구를 했기 때문에 지금의 나가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참 끈기 없고 참을성 없는 그런 아이였다. 야구를 하면서 끈기와 오기, 근성, 열정을 몸에 익히게 됐다. 사실 근성만 있다면 못해낼 일은 없다. 쉽게 좌절하고 포기해 버는 게 문제다.” 이 판사는 ‘야구하면서 공부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엔 “글쎄요”라며 웃었다. 하지만 운동선수들이 공부를 해야 하는 당위성은 강조했다. “고교 1학년 때 한 선생님께서 내게 ‘넌 1시간 동안 네 이름을 한자로 써’라고 한 적이 있다. 운동선수는 자기 이름도 한자로 못쓴다며. 이는 운동선수는 공부를 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사실 운동선수가 공부를 못한 것은 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부를 시켰다면 잘 했을 것이다. 선수들에게 공부의 당위성만을 강조하지 말고 동기부여를 하고 칭찬을 하며 스스로 공부를 하게 만들어야 한다. 결국 엘리트 선수 중 10% 정도만 성공하고 나머지 90%는 딴 일을 해야 한다.” 이 판사는 공부는 노력하면 결과가 나온다고 강조한다. “야구를 그만두고 공부를 할 때 나처럼 뒷자리에 있던 친구 중에는 ‘공부는 내 적성에 맞지 않는다’라는 말을 했다. 하지만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틀린 말이다.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고 공부를 잘 해야지 성공하는 것도 아니지만 ‘공부가 내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 중에서 자신의 적성에 맞는 다른 것을 찾아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을 별로 보지 못했다. 지금 자신의 위치에서 성실하지 못한 사람은 다른 어떤 것을 하더라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이 판사는 사법고시의 덕을 많이 봤다고 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사시는 나 같은 사람을 위한 시험이었다. 사법시험을 준비하고 사법연수원에서 공부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도 ‘공정성’과 ‘역전의 기회’였다. 고졸이든 전문대졸이든 대학졸업이든 오로지 법학 실력 하나로 승부를 본다. 이 얼마나 매력적인가. 소위 말하는 ‘스펙’의 영향력이 미미하다. 사시가 가지고 있던 폐해도 없지 않았겠지만 10대와 20대 초반 공부라는 것을 하지 못했거나 열심히 하지 않고 있다 뒤늦게 공부하고 싶은 사람, 가난한 사람이든 열등생이든 그 누구든 불문하고 최소한 다시 한번 날아오를 기회를 주는 장이 사라진 것은 안타깝다.” 이 판사는 2년 전까지는 자주 야구를 즐겼다. 사법연수원 42기 동기생들과 ‘JUSTI42(JUSTICE+42)’를 만들어 법조리그에 참여했다. 하지만 법조리그가 없어지고 판사로서의 새로운 삶에 적응하느라 즐길 기회가 줄었다. 조만간 다른 사회인 리그에 참여해 야구를 다시 시작할 계획이다. 만 40이면 ‘선출(선수출신)’에서 해방되니 맘껏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단다. 이 판사는 인터뷰 내내 “난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운도 노력하는 사람에게 오는 법이다. 야구선수 출신 이 판사는 엄청난 노력으로 사실상 ‘무’에서 ‘유’를 창조한 개척자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9-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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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패장 리피 “베스트멤버 한국은 못 넘어”

    “한국이 강한 팀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자존심 강한 ‘여우’ 마르첼로 리피 중국축구대표팀 감독(71·이탈리아·사진)이 고개를 숙였다. 리피 감독은 17일 한국과의 아시안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 0-2로 패한 뒤 기자회견에서 완패를 인정했다. 그는 “솔직히 한국이 우리보다 훨씬 빠르고 기술적으로도 뛰어났다. 한국은 베스트 멤버로 우리와 맞붙었다. 한국은 중국뿐만 아니라 다른 팀들도 모두 이겼다”고 강조했다. 리피 감독은 한국 경기를 앞두고는 자신감이 넘쳤었다. 그는 경기를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우린 계속해서 잘 해나가고 있다. 그리고 (한국전은) 모멘텀을 얻기 위해 중요한 경기다”고 말했다. 한국의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에 대해선 “손흥민은 한국이 보유한 좋은 선수 중 한 명일 뿐이다”고 평가했다. 그도 그럴 것이 리피 감독이 중국 사령탑을 맡은 뒤 한국에 1승 1무로 패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피 감독은 이날 “우리가 한국을 이긴 적도 있었지만 당시에는 한국의 중요한 선수가 몇 명 빠졌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도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적으로 한국이 강했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언론들은 이번 패배를 두고 ‘공한증(恐韓症)’이 다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시나스포츠 등 중국 언론들은 “월드컵 아시아 예선과 동아시아컵 때 공한증이 사라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시안컵에서는 공한증이 계속됐다”고 전했다. 중국 언론들은 손흥민 등 주전들이 총출동한 한국은 강했으며 중국은 아시안컵에서 한국에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이날 패배로 한국과의 아시안컵 통산 전적이 1무 3패가 됐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중국과의 상대 전적에서 19승 13무 2패를 기록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9-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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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트남 2연패 먹구름

    ‘박항서 매직’이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는 빛을 발하지 못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이 12일(한국 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알 나얀 스타디움에서 열린 D조 예선 2차전에서 이란에 0-2로 완패했다. 이로써 베트남은 2연패를 해 17일 새벽 예멘과의 최종전에서 반드시 승리해 3위를 확보한 뒤 와일드카드로 16강을 노려야 한다. 이번 대회는 6개 조 1, 2위 12개 팀과 각 조 3위 가운데 성적이 좋은 4개 팀이 16강에 합류한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0위인 베트남은 이번 대회 참가국 중 랭킹이 가장 높은 이란(29위)을 맞아 전력 차를 실감했다. 박항서 감독은 “이란은 베트남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아시안컵에서 승점을 획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번 대회에서 강팀들을 상대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목표다. 우리는 젊은 팀이고 발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 밝은 미래를 기대하고 있다. 3차전에서 최선을 다해 승점 3을 획득하겠다”고 말했다. 1차전에서 예멘을 5-0으로 꺾은 이란은 2연승으로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같은 조의 이라크도 예멘을 3-0으로 완파하고 2연승을 해 16강에 합류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9-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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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변호사월드컵 사상 첫 우승 이끈 ‘외팔이 변호사’ 김선국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김선국 변호사(58)는 평생 축구와 함께 하고 있다. 그렇다고 축구선수 출신은 아니다. 돌이 되기도 전 화재로 오른팔을 잃어버린 뒤 축구가 유일한 친구였다.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공을 차기 시작해 초중고대학을 거쳐 사법고시 공부, 그리고 변호사로 활약하면서도 늘 그의 곁에는 축구공이 있었다. 축구가 있었기에 건강하고 성공적인 삶도 개척할 수 있었다. “어럴 때부터 아이들하고 어울려 축구하는 게 유일한 낙이었다. 축구화도 없어 거의 맨발로 공을 찼지만 즐거웠다.” 부모님이 이북 출신인 김 변호사는 서울 용산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신림동과 봉천동에서 다녔다. 팔이 없다는 것 때문에 놀림을 받기도 했지만 인생을 사는데 장애가 된 적은 거의 없었다. 그의 옆엔 항상 축구공이 있었기 때문이다. “축구는 나를 바로 서게 했고 세상과 어울리는 법을 알려줬다. 왜 놀리는 애들이 없었겠나. 그래도 불편한 티 없이 열심히 달리고 하니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들과 잘 어울려 지낼 수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주위 사람들이 부담스런 ‘동정의 눈길’을 보낼 때가 많았다. 하지만 그런 시선을 이겨낼 수 있게 한 친구가 축구였다. 고등학교 시절 자칫 잘못된 길로 빠질 수 있었는데 축구로 이겨냈다. 축구를 하면 모든 근심 걱정이 사라졌다.” 축구 실력도 남달랐다. “축구부가 있는 남강고를 다닐 때였다. 축구선수들과 경기를 해도 내가 밀리지 않았다. 솔직히 내가 더 빠르게 움직여 그 선수들을 제치기도 했다. 1학년 때 교내 청백전이 열렸다. 1,2,3학년이 다 참여했다. 3학년 형들에게 밀려 전반에는 뛰지 못했지만 후반에 출전해 2골을 넣었다. 그 때부터 선생님들은 ‘김선국’하면 ‘축구 잘하는 아이’로 기억했다.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학교를 찾았더니 한 선생님께서 ‘아 그래 너 그때 진짜 축구 잘했는데’라고 말하더라.” 축구를 하면 공부가 더 잘 됐다. “1991년 사법고시 2차 시험을 2일 앞두고 축구를 하러 간 적이 있었다. 주변 사람들이 ‘선국이가 사시를 포기했나’고 말할 정도였다. 난 그 때 축구를 안 하면 몸이 근질근질해 공부가 안 됐다. 그래서 갔는데…. 그해 합격한 뒤 기분이 좋아 신림동 맥주집에 갔더니 축구동호회 사람들이 ‘야 선국아 너 떨어졌지? 빨리 와서 한잔해라. 위로주 살게’라고 해 열이 받아 ‘야 합격해서 기분 좋아 왔는데 무슨 소리야’라고 화를 낸 적이 있었다. 주변사람들은 날 고시준비생이라고 안 보고 ‘고시를 빙자한 축구선수’라고 여겼다.” 사실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었다. 1984년 사법고시 1차에 합격했고 2차는 1991년 최종 합격했기 때문이다. “사시 최종합격에 늦은 것은 축구 때문이 아니었다. 솔직히 공부하는 법을 잘 몰랐다. 한번은 이런 경우가 있었다. 대학 4학년 때 사법고시에 최종 합격한 학생하고 얘기하는데 책에 나오는 내용을 물었더니 ‘그런 것을 왜 공부하느냐? 시험에 안나오는데’라고 하더라. 난 처음부터 끝까지 책을 다 봤다. 그것도 몇 번을 더 봐야 이해했다. 좀 무식하게 공부했다. 하지만 축구가 있었기에 묵묵히 공부하며 사시에 합격할 수 있었다.” 그만큼 축구가 좋았다. 축구를 하면 에너지가 솟아 공부도 잘 됐다. 능률도 올랐다. 스트레스도 해소됐다. 김 변호사는 사법고시를 준비할 때부터 신림동 신성초등학교에서 ‘신성축구회’를 만들어 거의 매일 공을 찼다. 학교 교사와 택시기사, 당구장 및 음식점 주인, 고시준비생 등이 주축이었다. “매일 공부만 해야 하는데 축구가 유일한 탈출구였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회원들과 어울리는 재미도 쏠쏠했다. 그때 공을 함께 찼던 고시생들이 어느 날 법조인이 돼서 나타나기도 했다.” 변호사가 된 뒤에는 서울변호사회에서 ‘서로(Seoul Lawyers)축구단’을 만들어 공을 차고 있다. “변호사 초창기 시절 서울변호사회축구단에 가입했는데 지지부진했다. 그 때부터 내가 회장을 맡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내가 10년 넘게 회장을 하며 기틀을 다졌다. 뭐 ‘너무 오래 독재하는 것 아니냐’라는 말에 이젠 뒤에서 지원하고 있다.” 서로축구단은 2001년 탄생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초대회장인 김연호 변호사 등이 주축이 돼 ‘한일 변호사 우호 교류’를 위해 만들 때 김 변호사도 함께 했다. 2003년부터 김 변호사가 서로축구단 회장을 맡아 10년 넘게 이끌었다. 서로축구단 회원은 60명이며 운동장에 적극적으로 나오는 회원이 40명 정도다. 매년 상반기 서울지방변호사회장배, 하반기 전국변호사협회장배 축구대회에도 꾸준히 참가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2006년부터 세계변호사월드컵(MUNDI AVOCAT)에 출전하기 시작해 지난해까지 7회 연속 출전했다. 지난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대회에서는 사상 처음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을 한 달 여 앞두고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40개국 140개 팀, 2500여명의 변호사들이 참가하는 제19회 세계변호사월드컵이 열렸다. 그동안은 30대, 40대 팀으로 나뉘어서 우리가 우승할 기회가 없었다. 솔직히 다른 나라 30대, 40대 변호사들은 정말 축구를 잘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55세 이상 ‘슈퍼 레전드’ 부문이 생겼다. 그래서 우리도 해보자 해서 출전했다. 55세 이상에서는 해볼만 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우리가 우승했다.” 변호사 월드컵은 1983년 모로코에서 처음 시작한 후 1984년부터 2년마다 열리고 있다. 한국의 역대 최고 기록은 8강 진출이었다. 김 변호사는 ‘코리아 슈퍼 레전드’팀의 단장을 맡았다. “현장에 가보니 한국을 제외한 참가팀 7팀 중 6팀은 아르헨티나, 1팀은 브라질이었다. 이번에도 우승은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남미팀 선수들도 배나오고 늙긴 매한가지다. 한번 붙여보자’고 우리 선수들을 독려했다.” 한국은 5승 2무, 골득실차 15라는 뛰어난 성적으로 우승했다. 2위의 아르헨티나 ‘산 이시드로’팀 역시 5승 2무였으나 골득실차 7로 한국팀에 뒤졌다. 김 변호사는 첫 경기에서 출전 12년 만에 감격적인 첫 골을 넣기도 했다. “상대가 아르헨티나 ‘모론슈퍼시니어’였다. 1-1 상황에서 공세로 전환하며 수비가 약해진 틈을 파고들었다. 골대 앞에서 넘어지며 패스 받은 공을 슬라이딩 슛으로 넣었다. 우리가 3-1로 이겼다. 우리는 첫 승리에서 자신감을 얻어 계속 잘 나갈 수 있었다.” 김 변호사는 요즘도 주 2회 공을 찬다. 계속 이어지는 재판으로 받은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 유일한 장이 축구장이다. 변호사로서 경쟁하여야 하고 또 지면 안 된다는 처절한 중압감에 시달린다. 그럴 때 동료들과 어울려 축구를 하다보면 그런 스트레스가 날아간다. “재판이라는 게 잘되기도 하지만 잘못된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잠 못들 정도로 괴로울 때도 있다. 하지만 주말마다 축구장에 나가 공을 차다보면 몸과 마음이 가벼워진다.” 축구로 함께 사는 법도 배웠단다. “지금도 혼자서 축구화 끈을 매기 곤란하고 드로잉도 못하는 등 불편함이 있지만 그래서 더 동료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어릴 때부터 남의 도움을 받다보니 세상은 혼자 살 수 없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내가 축구에서 달리기와 몸싸움으로 팀에 기여하는 것처럼 세상에서도 남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살아왔다.” 그는 신체의 약점에도 불구하고 매사에 자신이 넘쳐흐른다. 그리고 늘 웃음을 잃지 않는다. 그에게 축구가 있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죽기 전까지는 운동장에 나가겠다는 각오다.“신성축구단은 10여 년 전부터 일요일 광신고에서 공을 찬다. 광신고로 옮기며 광신축구단으로 개명했다. 서로축구단은 토요일 상문고에서 공을 찬다. 이젠 체중도 늘고 체력도 떨어져 날렵하게 공을 차진 못하지만 아직도 공을 차며 땀을 흘려야 다음 1주일을 잘 버틸 수 있다.” 아내로부터 ‘당신은 가족보다도 축구가 더 좋나요’라는 핀잔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그에겐 어김없이 ‘휴일은 축구하는 날’이다. 그에게 축구없는 삶은 의미가 없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9-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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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뇌발달에 가장 효과적인 체육수업이 사라진 이유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아이들을 조화롭게 발달시켜야 하는 유치원 시기에 체육활동이 가장 필요한데 우리나라 교육 현장에서는 오히려 아이들의 움직임을 억압하고 있다.” 전선혜 중앙대 사범대 체육교육과 교수(58·유아체육)는 지난해 발족한 학교체육진흥회의 위원으로서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다. 인간 발달에 가장 중요한 영유아 시기의 체육활동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학교교육은 유치원(어린이집 포함)부터 시작된다. 전 교수는 20년 넘게 유아체육을 연구해왔다. “아이들 발달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게 두뇌발달이다. 시기별로 적절하게 교육을 시켜야 뇌가 잘 발달한다. 아이들의 두뇌발달에 좋다고 오감교육이 강조된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다. 오감교육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을 따로 교육시키는 것보다 체육활동이 가장 효과적이다. 체육활동을 하기 위해 신체를 움직이면 오감이 총 동원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교육과정상 유치원에서 신체활동이 중요하게 강조되어 있기는 하나 현실적으로는 교육이 잘 이루어지지 못하는 구조이고 초등학교 1,2학년 교육과정은 아예 체육활동이 전무한 상태이다.” 전 교수는 “발달 단계 이론에 따르면 영유아기부터 지각과 인지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 제대로 하지 않으며 발달 속도가 늦어진다. 모든 발달 단계가 신체활동하고 연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유아 시기는 움직임을 맘대로 해야 한다. 움직임은 아이들이 그 시기에 해야 할 과업이다. 과거 학교에서 아이들 벌 줄 때 생각해봐라. 움직이지 말고 손들고 서 있으라고 하면 비비 꼬고 난리를 친다. 그 시기엔 움직이는 게 당연한 것이다”고 덧붙였다. 많은 과학적 연구 결과 인간의 초기 발달 단계에서 움직임은 중요한 요소다. ‘신체활동을 포함하는 스포츠활동이 뇌세포의 생성이나 시냅스(뇌 신경세포를 이어주는 곳)의 가소성(Synaptic Plasticity·변화하고 적응할 수 있는 능력)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Ratey & Hagerman, 2008).’ ‘시냅스의 가소성은 운동의 지속성과 정도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Berchtold, Chinn, Chou, Kesslak, & Cotman, 2005; Hillman, Erickson & Kramer, 2008).’ ‘시냅스이 가소성이 향상되지 않으면 정서조절에 문제를 일으키고 이러한 자기통제의 어려움은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조남기, 김택천, 2012).’ 전 교수는 “최근 교육계에서도 놀이의 중요성 강조하고 있다. 놀이의 많은 부분이 신체활동을 의미한다. 하지만 제도가 못쫓아가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유아교육과정인 누리과정에 따르면 5개의 영역 중 신체활동건강영역을 가장 중요한 영역으로 해놓았다. 하지만 유치원 교사 임용시험에 신체활동에 관련된 과목이 없다. 유아교육 교육과정에도 신체활동은 없다. 신체활동을 구현하겠다고 이상적인 제도를 만들어 놓고 실질적으로 아이들을 가르칠 사람들이 교육도 못 받고 있는 실정이다.” 전 교수는 “이렇다보니 유치원에서는 활기차게 뛰고 달리는 대근활동 위주의 체육수업 보다는 가위로 종이오리기, 블록 쌓기 등 소근육 운동 위주의 신체활동을 하고 있다. 소근육 운동도 해야 하지만 대근육 운동 등 조화롭게 시켜야 한다. 안타까운 현실이다”고 말했다. 전 교수에 따르면 유치원 교육에 있어 매일 계획된 신체활동 1시간, 야외활동 1시간을 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은 있다. 하지만 체육을 가르칠 수 있는 교사들이 없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 교수는 “2015년 7차 교육과정 개정 전까지만 해도 유치원에서 체육선생님들을 초빙해 체육을 가르칠 수 있었다. 유치원에 체육 전문가가 없다보니 체육교사를 초청해 가르친 것이다. 하지만 이게 사교육을 조장한다고 체육 예술을 방과후 수업으로 빼면서 유치원에서는 아예 체육수업이 사라졌다. 체육선생님을 부를 때 비용을 지불하는 게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방과후 체육활동을 하고 싶은 아이들을 따로 모아서 하라는 것인데 유치원 끝났는데 어떤 부모가 체육활동을 시키겠는가. 다른 학원 보내기에도 바쁜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초등학교 1,2학년에도 체육교과는 없다. 즐거운 생활로 통합됐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체육에 문제점이 많다는 것을 인식하고 2017년부터 초등학교에 스포츠전문 강사를 1명씩 파견하고 있다. 하지만 1,2학년엔 교육과정에 체육이 없어 혜택을 받지 못한다. 또 상급학년부터 체육을 시키기 때문에 1,2학년에게는 전문 강사의 지도를 받을 기회조차 가지 않는다.” 전 교수는 “다행히 대한체육회가 유아체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어 6년 전부터 유아체육활성화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유치원에 무료로 영유아 체육전문강사를 파견하는 프로그램이다. 원하는 유치원에 파견하고 있는데 90% 이상이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치원 체육전문 강사파견 프로그램은 200여명으로 시작해 현재는 400명을 주 1회 유치원에 파견하고 있다. 올 2월엔 420명을 교육시켜 유치원 현장에 지원할 예정이다. 전 교수는 “체육을 시키겠다는 의지가 있는 유치원에만 파견한다. 하지만 유치원 운영방침에 따라야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애로사항이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업 시간이다. 현행 규정 상 12시 이전에 외부 강사가 수업을 하는 경우 해당 유치원이 제재를 받게 돼 있어 유치원도, 강사도, 학부모도 모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체육은 전문분야이며 특히 유아들을 대상으로 한 체육은 유아들의 발달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알고 지도를 해야 한다. 유아체육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따라서 유아체육의 중요성을 알고 이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제도상으로 전문 강사가 자유롭게 파견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대한민국의 체육진흥정책은 ‘체육은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선 전혀 다르게 돌아가고 있다. 이상과 현실이 동일해야 조화로운 교육을 할 수 있다. 우리 교육은 이상과 현실이 따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9-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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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동하는 장애인’ 늘었지만, 여건은 제자리

    주 2회 이상 주기적으로 체육활동을 하는 장애인이 10년 전보다 3배 이상으로 증가했지만 환경은 여전히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전국 등록 장애인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0일 발표한 2018 장애인 생활체육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 2회 이상, 1회당 30분 이상 운동하는 장애인은 전체의 23.8%였다. 2017년 대비 3.7%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2009년 조사 때(7.0%)에 비해 3배 이상으로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장애인이 주로 이용하는 체육시설(복수 응답)은 근처 야외 등산로나 공원(61.5%), 집 안(31.8%)이 주를 이뤘고 장애인 체육시설(14.9%), 공공 체육시설(9.6%), 민간 스포츠 시설(8.2%) 등 전문시설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또 생활체육 전문 지도자에게 지도를 받은 경험(7.3%)도 2017년(6.7%) 대비 소폭(0.6%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쳐 전문 지도자 강습 경험이 매우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생활체육 관련 정보 습득도 TV 및 라디오(67.6%)와 주변 지인(7.6%)이 70%를 넘겨 장애인복지관(8.3%)과 지도자 및 선생님(1.2%) 등 전문기관의 정보 제공 혜택을 못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동을 경험한 장애인들은 가장 중요한 보완점을 비용 지원(27.1%)이라고 답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9-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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