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이어지며 대면 접촉을 하지 않는 ‘언택트(untact) 소비’로 소비자들의 구매패턴이 변화하고 있다. 온라인쇼핑몰은 거래량이 늘며 활황인 반면에 오프라인 매장에선 소비 심리 위축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중이다. 평소 같으면 주말 저녁 사람들로 붐비는 백화점은 마치 ‘개점휴업’을 연상케 할 정도로 한산했다. 1일 오후 6~7시에 찾은 서울의 한 백화점은 손님이 가장 많은 시간대임에도 식당가를 비롯해 유아동복, 패션, 화장품 등 여러 층이 썰렁했다. 평소 주말에는 외식을 하러 나온 가족들로 붐비는 식당가도 좌석의 3분의 1도 못 채운 곳이 많았다. 백화점의 한 직원은 “오늘 하루 종일 이런 상태가 계속됐다”면서 “지하 고객 주차장도 자리가 많이 비었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주요 상권도 마스크나 손세정제를 판매하는 곳을 제외하면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긴 상태다.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명동 메인대로에 위치한 한 화장품 로드숍은 평소와 달리 화장품 무료 테스팅 코너마저 손님이 없었다. 이따금 방문한 손님들도 손잡이를 잡지 않고 몸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는 등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매장 관계자는 “전염병 확산 이후 매출이 3분의 1 수준”이라며 “직원과 손님들 간 대화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명동 상권에서 유일하게 붐빈 곳은 마스크를 판매하는 판매대와 손세정제를 파는 화장품 가게, 약국이었다. 한 화장품 체인 직원은 “손세정제가 현재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이라며 “찾는 사람이 많아 오전에 일찌감치 동이 났다”고 말했다. 주말 사이 확진자 수가 늘며 전염병 확산이 가라앉지 않자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조모 씨(37)는 최근 3세 딸의 생일을 맞아 서울의 한 특급 호텔 뷔페에서 식사하기로 했다가 예약을 취소했다. 조 씨는 “지난달 설 연휴 때 같은 호텔 로비에 중국인이 많은 걸 봤다”면서 “아무리 특급 호텔 음식이라도 뷔페는 여러 사람이 음식을 떠다 먹는 형태라 불안하다”고 말했다. 외식 대신 배달 음식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마저도 기피하는 소비자도 있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박모 씨(37)는 “매장에서 음식을 어떻게 만드는지 과정을 확인할 수 없고 배달원들과의 접촉도 신경 쓰인다”며 “불안해서 온라인몰 등으로 장을 봐서 끼니를 꼬박꼬박 해먹으면서 접촉 횟수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마트에 가지 않고 온라인 쇼핑을 통해 장을 봐서 끼니를 해결하려는 소비자가 늘면서 e커머스 업체들의 주문량은 급증하고 있다. 2일 11번가에 따르면 국내에서 4번째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일까지 6일간 외출을 하는 대신 집에서 장보는 이들이 늘면서 생필품 판매가 전주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반조리·가정식은 전달 대비 1095%나 급증했고 라면(129%), 생수(116%), 냉동·간편과일(103%), 즉석밥(58%) 등도 주문량이 증가했다. 마켓컬리는 설 연휴 이후인 1월 28일부터 3일간 일평균 매출이 22% 늘었다. 매출 증가를 견인한 품목들은 계란, 우유, 갈비탕 등 집에서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신선식품이나 가정간편식(HMR)이었다. 지난달 28일 쿠팡의 로켓배송 출고량은 역대 최고치인 330만 건에 달했다. 지난해 1월 일일 평균 출고량이 약 170만 건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두 배 가까이로 증가한 것이다. 한 e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과거 메르스 때처럼 상품 품귀현상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며 “설 연휴가 지나면서 주문 물량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 재고 관리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이 쓰던 것’이나 ‘타인과 같은 공간에 있는 상황’을 꺼리는 탓에 ‘따릉이’ 같은 공유 서비스뿐 아니라 대중교통 이용마저 줄이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대구에 사는 문모 씨(28·여)는 “출장 때문에 서울 가는 KTX를 탔는데 기침 소리만 들려도 불안하고 찝찝했다”며 “앞으로는 힘들더라도 직접 차를 몰고 다닐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의 행사 취소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 중견기업은 2월 중 예정된 20여 개의 심포지엄과 신제품 설명회를 잠정 연기했다. 직원들에게는 ‘10명 이상의 단체 회식이나 사람이 많은 곳에서의 저녁 미팅은 자제하라’는 공고를 사내 게시판을 통해 전달했다.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글로벌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의 프리미엄 브랜드 ‘리저브’ 한국 매장 수가 상반기(1∼6월) 중 100개를 돌파할 예정이다. 한국 리저브 매장 수는 일본보다 많고, 중국 미국에 이어 전 세계 3위인 것으로 파악됐다. 인구나 국토 면적을 감안할 때 한국의 프리미엄 커피 수요가 전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상반기 중 경기 가평군과 양평군 중 한 곳에 리저브 매장을 신규 오픈할 계획이다. 현재 최종 부지 선정을 앞둔 상태로 전망이 뛰어난 곳에 200석 안팎의 대형 규모 매장을 조성할 예정이다. 2014년 국내에 처음 등장하며 10개에 불과했던 리저브 매장은 매년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이며 2019년 기준 98개로 늘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 관계자는 “올해도 예년과 비슷한 속도로 리저브 매장을 늘려 나가 상반기 중 100호점을 넘어설 예정”이라며 “한국 리저브 성장세가 중국, 일본보다 높아 전 세계 스타벅스 관계자들이 성공 사례로 꼽으며 견학을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리저브 론칭 이후 주요 도심 오피스 상권이나 쇼핑몰 등에서 리저브 매장을 선보이다 최근엔 경기 용인시, 강원 춘천시 등에서도 오픈하며 입점 지역을 확장하고 있다. 리저브 매장은 소량 생산하는 고급 원두를 시즌별로 다양하게 선택해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 스타벅스 매장과 차별화된다. 일반 스타벅스 매장에선 여러 종류의 원두를 혼합해 대량 생산한 원두를 연중 상시 판매한다. 리저브 매장에선 전 세계 각국의 원두를 최대 6종의 추출 방식으로 맛볼 수 있다. 리저브 음료를 즐길 수 있는 전용 바가 마련된 매장도 있다. 커피와 함께 제공되는 초콜릿, 리저브 전용 디저트 머그컵 등도 차별화 요소다. 리저브 커피 가격은 아메리카노 기준으로 일반 스타벅스 커피보다 2000∼3000원가량 비싸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측은 국내 소비자의 취향 다양화 및 프리미엄 커피 선호 트렌드가 뚜렷해지며 리저브 매장 수가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리저브 매장(98개)은 일본(75개)보다 많고, 중국(314개)보다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에서 스타벅스 리저브를 비롯해 블루보틀, 커피빈 CBTL, 폴바셋, 할리스 커피클럽 등 프리미엄 브랜드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국 커피 전문점의 소비자 판매액은 48억 달러로 미국(263억 달러), 중국(58억 달러)에 이어 세계 3위다. 이희은 유로모니터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카페 시장은 스타벅스의 폭발적인 성장과 더불어 이디야커피, 빽다방 등을 중심으로 가성비를 내세운 커피숍이 인기를 끌었다”면서 “이제는 개개인의 소비자가 자신의 취향에 따른 커피를 고를 수 있는 프리미엄 커피 시장이 주목 받고 있다”고 말했다.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업계 최초로 백화점 1층에 식품관을 선보였다. 개점 10년 만에 리뉴얼 중인 영등포점은 지상 1층과 지하 1층 등 2개 층으로 구성한 식품 전문관을 10일 오픈했다. 백화점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1층에 식품관을 꾸미는 것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사례를 찾기 어렵다. ‘백화점의 얼굴’이라고 불리는 1층은 화려한 명품이나 화장품을 배치해 고객의 시선을 끌어왔기 때문이다. 신세계는 생활전문관이라는 영등포점 리빙관의 특성을 고려했다. 영등포점 고객 데이터 분석 결과 생활 장르와 식품 장르를 함께 구매하는 비율이 절반 이상이었다. 매출과 쇼핑 편의성을 모두 높이기 위해 기존의 틀을 깨는 매장 구성을 한 것이다. 알록달록한 과일·채소를 그대로 쌓아두는 일명 ‘벌크 진열’을 통해 소비자들의 오감을 자극했다. 영등포점 식품관에선 ‘베이커리 구독 경제’도 처음 선보였다. 업계 최초로 영등포점 메나쥬리 매장에서 시작한 빵 월정액 모델은 한 달 5만 원에 하루에 빵 1개를 가져가는 서비스다. 베이커리 구독 서비스는 집객에도 효과적이다. 고객은 새로운 빵을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고, 백화점은 매일 새로운 방문객을 유치할 수 있다. 신세계는 2016년 대구점 오픈 당시 국내 모든 백화점이 오랫동안 고수하던 ‘명품 브랜드=1층’ 공식도 과감히 깼다. 5층에 자리한 대구신세계 명품 매장은 업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고정 관념을 깬 도전은 실적으로도 나타났다. 대구신세계 명품 매출은 오픈 이후 3년간 매년 연 평균 30% 이상 신장하고 있다. 특히 20∼40대 매출 비중이 80%에 육박한다.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롯데백화점은 공간, 브랜드, 조직문화를 혁신해 재도약 발판을 마련할 방침이다. 40년의 노하우로 쇼핑 환경을 크게 바꾸고, 국내 유통 시장 선두 자리를 굳건히 할 계획이다. 차별화를 위해 판매 공간의 일부를 체험 공간으로 바꾼다. 롯데백화점은 중소형 점포 중심으로 1층에 테마형 전문관을 도입할 예정이다. 문화, 식음료 등 다양한 콘텐츠가 들어선 복합 쇼핑 공간으로 꾸며진다. ‘1점포 1명소’ 공간도 선보인다. 본점 에비뉴엘 9층 야외 테라스를 오픈형 집객 공간으로 활용하는 등 고객의 체류 시간을 늘릴 수 있는 아이템을 기획할 예정이다. 롯데백화점은 아시아 최초로 김포공항점에서 ‘쥬라기 월드 특별전’을 진행하고 있다. ‘쥬라기 월드 특별전’에는 오픈 이후 4개월간 20만 명이 넘는 고객이 다녀갔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 김포공항점의 신규 고객 유입률은 67.7%로, 다른 점포에 비해 25%포인트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은 본점을 포함해 주요 점포를 프리미엄 매장으로 개편한다. 본점이 지난해 말부터 대대적 리뉴얼에 들어가며 포문을 열었다. ‘백화점 1층=화장품 매장’이라는 공식을 깨고 명품 매장으로 변신한다. 2층과 5층은 각각 여성용 명품 매장과 남성용 명품 매장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프리미엄 개편 작업은 잠실점, 부산본점 등 전국 주요 점포로 확대할 방침이다. 소비 트렌드에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조직 문화도 바꾼다. 지난해 3월부터 ‘밀레니얼 트렌드 테이블(MTT)’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의 주력인 만 24∼39세 직원을 연구원으로 선발해 3개월간 경영진에게 젊은 문화를 전수하는 제도다.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롯데그룹은 지난해 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젊은 리더들을 전진 배치했다. 유통, 화학 등 그룹 주요 사업부문의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롯데쇼핑은 각각 법인 형태로 운영하던 백화점, 마트, 슈퍼, 이커머스, 롭스를 사업부 형태로 바꿨다. 롯데쇼핑이 5개 사업부를 아우르는 통합법인 역할을 한다. 이번 조직 개편으로 롯데쇼핑은 의사결정 단계를 줄여 빠른 실행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롯데케미칼은 롯데첨단소재와 합병했다. 통합 케미칼 대표이사 아래 기초소재사업 대표와 첨단소재사업 대표 체제로 개편됐다. 두 사업 분야의 특성이 매우 다른 만큼 각 영역에서 핵심 역량을 효과적으로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룹 차원의 온라인 역량도 높인다. 롯데는 3월 말 롯데그룹의 새로운 쇼핑앱 ‘롯데ON’을 본격 선보일 계획이다. 계열사별로 운영하던 7개사(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닷컴, 롯데슈퍼, 롭스, 롯데홈쇼핑, 롯데하이마트)의 온라인몰 상품을 롯데ON에서 한데 모아 선보인다. 2023년까지 롯데의 이커머스 취급 규모를 20조 원까지 3배가량 확대하는 게 목표다. 롯데는 전국에 운영 중인 1만2900여 개의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쇼핑의 시너지를 노리고 있다. 고객은 하나의 아이디로 7개사의 개별 앱에 로그인할 수 있다. 상품 데이터베이스(DB)가 통합돼 기존보다 훨씬 고도화된 검색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고객이 각 몰이나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입한 상품과 검색 이력도 통합 관리된다. 롯데의 다른 쇼핑몰에 접속하더라도 평소 관심 상품을 추천받거나 이에 필요한 할인쿠폰 등을 받아볼 수 있다. 롯데는 ‘샬롯’이라는 인공지능(AI) 통합 브랜드를 강화할 계획이다. 샬롯은 이미 롯데백화점 엘롯데나 롯데닷컴, 롯데홈쇼핑 등의 앱에 도입돼 있다. 고객과의 채팅을 통해 상품 추천, 매장정보, 애프터서비스(AS) 등을 담당하게 된다. 롯데는 새로운 보이스 플랫폼이 적용된 스마트 디바이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자체 개발한 보이스 커머스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들이 롯데만의 상품과 서비스를 더욱 편리하게 이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국내에서도 확진자가 나오자 국내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28일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을 방문한 국내 기업 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업마다 대응팀을 만드는 등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한에 생산거점을 둔 글로벌 기업들 중에는 현지 공장을 일시 폐쇄하거나 생산을 중단한 곳도 속속 나오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이날 직원들의 중국 출장을 금지하고, 현지 사무실 폐쇄 및 재택근무 전환 등 비상체제를 가동시켰다. 또 국내 사업장에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해 직원들의 건강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우한에서 자동차 강판 가공 공장을 운영하는 포스코는 현지 주재원 4명이 30, 31일 전세기를 통해 귀국하도록 조치했다. 앞서 우한에 에틸렌 화학공장을 둔 SK종합화학은 설 연휴 직전 현지 주재원 10여 명을 모두 귀국시킨 상태다. 이들은 본사에 들르지 않고 곧바로 귀가해 건강 상황을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한에 위치한 SK종합화학 중한석화 공장은 현지 인력으로 가동되고 있다. 중국에 현지 법인을 둔 기업들은 출장 금지 등 우한 폐렴 확산 방지를 위한 자체 매뉴얼을 가동 중이다. 출장 전면 금지 조치를 내린 LG전자에 이어 LG화학 등 LG 계열사들도 이날부터 중국 출장 금지령을 내렸다. LG전자는 주재원 가족 중 귀국을 희망하는 경우 왕복 항공권을 지원하기로 했다.▼ 中여행 직원 재택근무… 사업장엔 열화상 카메라 ▼기업들 ‘우한폐렴 비상’한화그룹도 당분간 임직원의 중국 출장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한화는 한화솔루션 케미칼부문, 큐셀부문, 첨단소재부문과 한화토탈 등이 중국에 생산 법인을 두고 있다. 한화는 설 연휴 기간 중국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증상 유무에 대해 개별 전수 조사를 했다. 중국을 포함해 우한 폐렴 발생 국가로 간 출장자들은 사전 사후 신고 및 증상 확인을 강화했다. 삼성전자도 중국 전 지역 출장 자제를 권고했고, 반도체 사업장을 중심으로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해 직원들의 몸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삼성SDS 등은 최근 2주간 중국, 홍콩 등을 여행한 직원들은 재택근무를 하도록 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중국 주재원의 가족부터 우선 철수를 권고했다. 29일 밤 12시까지 현재 중국에 머무르고 있는 주재원 가족을 한국으로 이동시키고, 한국이나 제3국에 있을 경우 중국으로 돌아가지 말 것을 당부했다. 현대차그룹은 중국 현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방지 및 피해 지원을 위해 1500만 위안(약 25억5000만 원) 규모의 의료물품과 성금도 기탁한다. 현대차는 베이징, 창저우, 충칭 등에 생산 공장이 있고 옌타이에 연구소가 있다. 한편 중국 쑤저우(蘇州)시가 춘제 연휴 마지막 날을 중국 정부(다음 달 2일로 연기)와 별개로 8일 이후로 추가 조정하면서 쑤저우에 공장이 있는 삼성전자가 공장 가동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이곳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는 대만 폭스콘, 미국 존슨앤드존슨 등도 공장 정상 가동이 늦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쑤저우는 우한에서 약 750km 떨어져 있다. 이 밖에 우한에 생산거점을 둔 혼다, 푸조시트로엥(PSA)그룹, 이케아 등도 현지 공장을 일시 폐쇄하거나 생산을 중단했다. 유통업계는 위생관리를 강화했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에스컬레이터 손잡이 소독을 1시간마다 반복하고 있다. 스타벅스도 전국 1378개 전 매장에서 고객 대응 직원에게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 소독제를 사용하도록 했다. 서동일 dong@donga.com·서형석·신희철 기자}

신격호 명예회장 별세 이후의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 주도로 당면 과제인 호텔롯데 상장과 유통·화학 부문 실적 개선, 해외 사업 확대 등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신 회장은 2월부터 순차적으로 계열사 사장들을 만나 당면 과제 해결과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을 지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배구조 개선에 필요한 호텔롯데 상장을 위해 이봉철 호텔·서비스BU장 사장에게는 상장에 필요한 호텔롯데의 기업가치 제고를 강력하게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은 롯데지주에서 재무혁신팀장·실장 등을 거친 재무통으로 최근 인사에서 호텔·서비스BU장에 선임됐다. 신 회장은 2018년 8월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롯데그룹 경영비리 결심 공판에서 “아버지는 ‘경영 자율이 없어진다’는 이유로 상장을 망설였지만, 아버지를 설득해 롯데쇼핑 등 핵심 기업들을 잇달아 상장시켰다”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상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호텔롯데 상장 작업과 함께 최근 부진한 유통과 화학 부문의 실적 개선도 강도 높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백화점, 마트, 슈퍼, 롭스, 이커머스를 총괄하는 롯데쇼핑의 영업이익은 2017년 8010억 원에서 지난해 5560억 원(에프엔가이드 잠정치)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롯데케미칼의 영업이익도 2조9297억 원에서 1조1151억 원으로 감소했다. 신 회장은 ‘2022년 온라인 매출 20조 원’이라는 구체적 목표를 제시해 둔 상태다. 유통 계열사를 총괄 지휘하게 된 롯데쇼핑 강희태 유통BU장과 지주 경영전략실 출신으로 롯데쇼핑 이커머스 사업부장이 된 조영제 전무가 유통 부문의 실적 개선에 앞장설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롯데’를 이루기 위한 해외 사업 확대도 더욱 속도를 낼 방침이다. 롯데케미칼은 미국 루이지애나 레이크찰스에 설립한 에틸렌 생산설비(ECC) 이외에 인도네시아 자바섬 인근에서도 대규모 유화 단지를 조성 중이다. 베트남, 인도, 미얀마 등을 중심으로 유통·식품·관광 사업도 확장할 계획이다. 별세한 신 명예회장이 남긴 1조 원가량의 재산은 직계비속으로 등재된 자녀 4명(신영자 전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동빈 회장,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이 25%씩 나눠 갖는 방안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동수 세무사는 “국내법상 30억 원 이상 상속·증여 시 세율이 50%”라며 “어림잡아 5000억 원가량의 세금을 내야 하는 만큼 각 자녀들의 몫은 1000억 원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 사이에 경영권 쟁취 다툼이 있었지만 신 명예회장의 재산이 상속된다고 하더라고 신 회장의 롯데지주 경영권이 흔들릴 가능성은 낮은 상태다. 신 전 부회장이 물려받는 재산을 지분 매입 비용으로 투입하더라도 확보할 수 있는 지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의 지주사인 롯데지주 지분 11.7%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푸드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롯데지주 지분을 11.1% 보유한 호텔롯데는 여전히 일본 광윤사와 일본 롯데홀딩스 지배 아래 있다. 광윤사의 지분 ‘50%+1주’를 신동주 전 부회장이 갖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종업원과 임원지주회 등 기타 주주들의 지지를 받아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으로 일본 주주의 지분을 낮출 계획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19일 타계한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영결식이 22일 오전 7시 서울 롯데월드몰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고인의 장남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비롯해 유족과 롯데그룹 임직원 1400여 명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켰다. 구자열 LS그룹 회장, 김윤 삼양그룹 회장 등도 영결식에 참석했다. 영결식은 신동주 전 부회장의 아들 정열 씨가 영정을, 신동빈 회장의 아들 유열 씨가 위패를 들고 들어서며 시작됐다. 고인의 부인 시게미쓰 하쓰코(重光初子) 여사,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동생인 신준호 푸르밀 회장, 신정희 동화면세점 부회장 등이 무대에 올라 고인을 추모하며 헌화했다. 신동빈 회장은 “아버지는 타지에서 고난과 역경 끝에 성공을 거두셨을 때에도 조국을 먼저 떠올리셨고, 기업이 조국의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생각을 평생 실천하셨다”면서 “저는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기업인의 사명감과 책임감을 배웠다”고 말했다. 점차 목소리가 떨리고 목이 잠기던 신 회장은 “역경과 고난이 닥쳐올 때마다 아버지의 태산 같은 열정을 떠올리며 길을 찾겠다”며 말을 맺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가족 대표로 한 인사말에서 “여러분의 따뜻한 위로와 방문에 저의 선친께서도 무척 기뻐하시리라 생각한다”면서 “가족들은 앞으로 선친의 가르침을 가슴 깊이 새기고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명예장례위원장인 이홍구 전 국무총리는 “당신은 참으로 위대한 거인이었다”면서 “모국의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이 땅에서 사업을 시작했고, 당신이 일으킨 사업은 대한민국 경제를 떠받치는 기둥이 됐다”고 말했다. 해외 출장으로 참석하지 못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추도사에서 “대한민국 경제 발전을 견인했던 거목, 우리 삶이 어두웠던 시절 경제 성장의 앞날을 밝혀주었던 큰 별이었다”고 애도했다. 고인의 한평생 모습을 담은 영상이 나오자 유가족과 임직원들은 눈을 떼지 못했다. 젊은 시절 한국과 일본을 오가고, 서울롯데호텔 롯데월드 롯데월드타워 등의 건립을 진두지휘하던 모습이 상영됐다. “미처 못 이룬 꿈이 있다면 우리가 이루겠습니다. 당신을 영원히 사랑합니다. 이제 편히 쉬십시오”라는 말이 나오자 일부 임직원은 눈시울을 붉혔다. 영결식 직후 운구 차량은 고인의 평생 숙원사업이었던 롯데월드타워를 한 바퀴 돌고 고향 땅이자 장지인 울산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 선영으로 떠났다. 롯데그룹 임직원 1000여 명이 타워를 빙 둘러싸고 서서 운구 차량이 지나자 목례했다. 지나가던 시민들도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고인의 마지막을 지켜봤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고향 땅에서 잠들고 싶다’는 고인의 뜻에 따라 고향 땅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모셨다”고 전했다.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별세한 이튿날인 20일에도 빈소가 마련된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는 고인을 추모하는 조문의 발길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 명의의 조화를 보내는 한편 김상조 대통령정책실장이 빈소를 찾았다. 김 실장은 “고인은 식품에서부터 유통, 석유화학에 이르기까지 한국 경제의 토대를 쌓은 창업 세대로 그 노고를 치하한다”는 문 대통령의 말을 전했다. 김 실장은 “대통령께서는 고인이 한일 간에 경제 가교 역할을 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면서 “향후에도 롯데그룹이 한일 관계에 민간 외교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빈소를 찾은 정세균 국무총리는 “고인께서 불굴의 의지로 기업을 일구셨는데 다음 세대들도 고인과 같은 의지로 대한민국의 미래산업을 잘 가꾸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시작으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구자열 LS그룹 회장, 구자용 LS네트웍스 회장, 김윤 삼양그룹 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등 수많은 재계 인사들이 빈소를 찾았다. 박용만 회장은 “1세대 창업주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왔다”며 “어려운 환경에서 한국 경제의 초석을 닦으셨다”고 말했다. 이재현 회장은 “우리나라 경제성장과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하신 거인을 잃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외교 사절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 이홍구 전 총리, 정운찬 전 총리, 박희태 전 국회의장,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하임 호셴 주한 이스라엘대사, 브루노 피게로아 주한 멕시코대사 등이 빈소를 찾았다. 이낙연 전 총리는 “고인의 생애와 한국 경제가 같은 궤적을 그렸다”면서 “고인도 한국 경제도 빈손으로 일어나서 고도성장을 이루고 기적 같은 성취를 했다. 그 주역이 떠나시게 돼 애도를 표하러 왔다”고 말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추도사를 내고 “고인은 소비의 개념도 생소하던 시절 더 많은 국민이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나라의 혈관인 유통 동맥을 손수 이으셨다”며 “늘 새로운 꿈을 꾸셨던 문학청년에서 한국을 이끄셨던 경제 거인에 이르기까지 회장님의 삶 전체가 대한민국 역사 속에 살아 숨 쉴 것”이라며 고인을 추모했다.신희철 hcshin@donga.com·김은지·허동준 기자}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별세한 이튿날인 20일에도 빈소가 마련된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는 고인을 추모하는 조문의 발길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 명의의 조화를 보내는 한편 김상조 대통령정책실장이 빈소를 찾았다. 김 실장은 “고인은 식품에서부터 유통, 석유화학에 이르기까지 한국 경제의 토대를 쌓은 창업 세대로 그 노고를 치하한다”는 문 대통령의 말을 전했다. 김 실장은 “대통령께서는 고인이 한일 간에 경제 가교 역할을 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면서 “향후에도 롯데그룹이 한일 관계에 민간 외교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김 실장과 함께 빈소를 찾은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고인은 한국 경제 발전과 산업 발전에 초석을 놓으신 분으로 기억될 것 같다”고 애도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시작으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구자열 LS그룹 회장, 구자용 LS네트웍스 회장, 김윤 삼양그룹 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등 수많은 재계 인사들이 빈소를 찾았다. 박용만 회장은 “1세대 창업주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왔다”며 “어려운 환경에서 한국 경제의 초석을 닦으셨다”고 말했다. 이재현 회장은 “우리나라 경제 성장과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하신 거인을 잃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외교 사절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 이홍구 전 총리, 정운찬 전 총리, 박희태 전 국회의장,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하임 오센 주한 이스라엘대사, 브루노 피게로아 주한 멕시코대사 등이 빈소를 찾았다. 이낙연 전 총리는 “고인의 생애와 한국 경제가 같은 궤적을 그렸다”면서 “고인도 한국 경제도 빈손으로 일어나서 고도성장을 이루고 기적 같은 성취를 했다. 그 주역이 떠나시게 돼 애도를 표하러 왔다”고 말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추도사를 내고 “고인은 소비의 개념도 생소하던 시절 더 많은 국민이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나라의 혈관인 유통 동맥을 손수 이으셨다”며 “늘 새로운 꿈을 꾸셨던 문학청년에서 한국을 이끄셨던 경제 거인에 이르기까지 회장님의 삶 전체가 대한민국 역사 속에 살아 숨 쉴 것”이라며 고인을 추모했다.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내가 돈으론 일본을 이겼으니, 너희가 머리(바둑)로 일본을 이겨다오.” 프로 바둑기사 조치훈 9단의 형이자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바둑 선생님이던 조상연 씨(일본기원 7단)는 20일 50년 넘게 이어왔던 고인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조 씨는 “어린 동생(조치훈)을 일본으로 데려와 프로로 키우고 싶었는데 경제적으로 어려웠다”면서 “회장님이 지원해줘 동생이 일본에서 정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 씨는 고인의 바둑 사랑이 남달랐다고 회상했다. 고인은 바둑 초보였지만 머리가 좋고 열심히 배워 전성기엔 ‘아마 5단’ 수준에 이르렀다고 한다. 조 씨는 “과거 통금시간이 있던 시절 집에 가려고 하면 회장님이 자고 가라며 붙잡았을 정도”라고 말했다. 일본에서 활동하는 조치훈 9단은 2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신격호 명예회장님은 나에게 ‘그늘’과 같은 존재였다. 마음으로부터 존경하는 분이 돌아가셔서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조 9단은 2015년 12월 서울 롯데호텔에서 고인을 만나 바둑을 뒀던 일화를 들려줬다. 조 9단은 “당시 회장님의 병세가 깊어 나를 못 알아볼 수도 있으니 실망하지 말라고 가족분들이 말했는데 회장님은 나를 한 번에 알아봤다”며 “요즘 어디 사느냐, 머리카락이 엉망인데 왜 이발소에 가지 않느냐 등의 질문을 쏟아내셨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져드리긴 했지만 수준급이었다”면서 “‘항상 겸손하라’는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시고 저세상으로 가셨다. 편히 지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1세대 창업주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왔습니다. 정말 어려운 환경에서 한국 경제의 초석을 닦으셨습니다.”(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1세대 경영인들은 우리나라가 자원이 없으니 바깥 세상에 나가야 한다는 신념들이 가득하셨습니다. 후배 경영인들에게 귀감이 되는 분들입니다.”(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20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빈소에는 후배 경영인들의 무거운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한국 현대 경제사의 산증인이자 든든한 후견이던 신 회장이 더 이상 곁에 없음을 실감한 일부 조문객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오전 9시30분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날 외부 인사로는 처음으로 빈소를 찾았고 신동빈 회장은 조문을 마친 이 부회장을 빈소 입구까지 배웅했다. 이 부회장을 시작으로 경제계에선 최은영 전 한진해운 사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최한명 풍산 부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박용만 대한상의회장,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김윤 삼양그룹 회장, 구자열 LS그룹 회장, 구자용 LS네트웍스 회장, 박인구 동원그룹 부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의장, 장동현 SK 사장,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 최병오 형지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박승준 이건산업 대표,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등이 조문했다. 이재현 회장은 “우리나라 경제성장과 산업발전에 크게 기여하신 거인을 잃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구자열 회장은 “옛날 어른들이 했던 것처럼 같이 (후배들이) 경제 발전에 힘써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의 발길도 이어졌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 이홍구 전 국무총리, 박희태 전 국회의장, 김형오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 오거돈 부산광역시장, 정병국 새로운보수당 의원, 이선호 울산 울주군수 등이 빈소를 찾았다. 이낙연 전 총리는 “고인의 생애와 한국경제가 같은 궤적을 그렸다”면서 “고인도 한국경제도 빈손으로 일어나서 고도성장을 이루고 기적 같은 성취를 했다. 그 주역이 떠나시게 돼 애도를 표하러 왔다”고 말했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신화적 존재였다”고 평했다.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은 “우리나라가 가난을 극복한 것은 기업가들이 있었기 때문이 가능했다”면서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는 의지와 용기를 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도 애도를 표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 하임 오센 주한 이스라엘 대사, 브루노 피게로아 주한 멕시코 대사 등이 빈소를 찾았다. 문화종교와 시민사회 등 각계각층 방문도 이어졌다. 김삼환 명성교회 원로목사, 이미경 환경재단 상임이사 등이 조문했다. 신 명예회장을 측근에서 보필한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은 이날 따로 기자들을 만나 고인에 대한 일화와 기억을 약 20분간 대본 없이 읊었다. 황 부회장은 “신 명예회장의 철학은 신용, 신뢰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라며 “신 명예회장이 일본에서 초콜릿 사업을 시작할 당시 도와준 일본의 종합상사와는 지금까지도 거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황 부회장은 “신 명예회장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는 ‘도전’과 ‘열정’이었다”며 “창업자가 남긴 소중한 유산을 잘 이끌어 글로벌 롯데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황 부회장은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 회장 형제가 빈소 안에서 대화를 나누느냐’는 질문에 “보기에 옆에 나란히 앉아있었으니 교감을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다만 고인이 남긴 재산의 사회 환원 여부와 상속 재산 분배에 관한 질문에는 “가족들이 의논할 일”이라며 말을 아꼈다. 신 명예회장의 장례는 롯데그룹장으로 치러진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명예장례위원장을, 황각규 송용덕 부회장이 장례위원장을 맡는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2일 오전 6시다. 롯데그룹은 발인 후 22일 오전 7시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 롯데콘서트홀에서 영결식을 가질 계획이다.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김은지기자 eunji@donga.com}

롯데그룹의 창업자이자 한국 경제사에 큰 족적을 남긴 거상(巨商)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19일 오후 별세했다. 향년 99세. 18일 밤부터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 신 명예회장은 서울 아산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고인은 1922년 10월 경남 울산 삼남면 둔기리에서 5남 5녀의 맏이로 태어났다. 고인은 가난과 일제의 압박 속에서도 문학을 읽으며 미래를 꿈꿨다. 마침내 스무 살이 되던 1942년 부산에서 출발해 일본 시모노세키로 향하는 관부 연락선에 몸을 실었다. 1948년 일본에서 롯데제과를 세우고 껌을 팔아 성공을 거뒀다. 1967년 한국으로 돌아와 롯데제과를 시작으로 호텔롯데, 롯데쇼핑을 잇달아 창업하고 호남석유화학을 인수하며 롯데그룹을 재계 5위의 대기업으로 키워냈다. 가난한 문학청년이 유통, 식품, 호텔, 화학, 금융 등 93개 계열사를 둔 롯데그룹 창업 신화를 일군 것이다. 창업 신화를 일군 거상의 말년은 건강 문제로 밝지만은 않았다. 2014년까지만 해도 서울 롯데월드타워 공사현장을 방문할 정도로 기력이 좋았지만 2015년부터는 외부 활동이 뜸해졌다. 신 명예회장의 유족으로는 부인 시게미쓰 하츠코(重光初子) 여사와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 차남 신동빈 회장 등이 있다. 신춘호 농심 회장, 신경숙 씨, 신선호 일본 식품회사 산사스 사장, 신정숙 씨, 신준호 푸르밀 회장, 신정희 동화면세점 부회장이 동생이다. 신 명예회장의 별세로 고(故) 이병철 삼성 회장, 정주영 현대 회장, 구인회 LG 회장, 최종현 SK 회장 등 ‘1세대 경영인’ 시대는 막을 내리게 됐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오늘은 듣기 좋은 이야기를 드리지는 못할 것 같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이 1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밸류크리에이션미팅(VCM·옛 사장단회의)에서 입을 열자 100여 명의 롯데 임원은 마른 침을 삼켰다. 지난해 말 인사 이후 신 회장과 새 임원들이 처음 만나는 ‘상견례’ 자리이기도 했다. 신 회장은 통상 VCM에서 새 임원들과 웃으며 인사하고 가벼운 농담도 던졌는데, 올해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고 한다. VCM에 참석한 한 임원은 “신 회장이 한 번도 웃지 않고 내내 진지한 표정이었다”면서 “그간 행사 중 가장 엄숙한 분위기여서 다들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작심한 듯 30여 분간 쓴소리를 이어갔다. 신 회장은 “우리 그룹은 많은 사업 분야에서 업계 1위의 위치를 차지하고 성장해왔지만 오늘날도 그러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적당주의에 젖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일갈했다. 신 회장 지적대로 롯데그룹의 두 축인 유통과 화학부문은 최근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16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백화점 마트 슈퍼 롭스 이커머스 등 5개 사업부의 통합법인인 롯데쇼핑 매출과 영업이익은 2016년 24조1143억 원, 9404억 원에서 2018년 17조8208억 원, 5970억 원으로 하락했다. 온라인 시장 확대, 중국인 관광객 감소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더 떨어진 17조7379억 원, 5632억 원으로 추산된다. 롯데케미칼 역시 수익성이 악화하며 2016년 2조5443억 원이던 영업이익이 2018년 1조9674억 원으로 낮아졌다. 이러한 실적을 감안한 듯 신 회장은 예년과 다른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그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님이 부인과 자식 빼고 다 바꾸라고 했는데 나도 그런 심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경제 상황은 과거 우리가 극복했던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완전히 다르다”며 “저성장이 뉴 노멀이 된 지금,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지속 성장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위닝 컬처(Winning Culture)’가 조직 내에 자리 잡아야 한다고 했다.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열정과 끈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 회장은 지난해 단행한 대규모 인사도 언급하며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젊은 리더들을 전진 배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 인사의 후속 조치는 각 사업부문별로 이뤄지고 있다. 롯데쇼핑은 백화점 본사 인력을 10%가량 줄여 현장으로 보내는 조직 개편을 14일 단행했다. 아울러 롯데쇼핑 내 5개 사업부를 총괄하는 헤드쿼터(HQ) 조직을 만들어 기획·경영지원·준법지원 기능을 강화하기로 했다.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올해 패션·명품업계의 ‘쥐의 해’ 컬렉션 중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시계다. 직경 40mm 안팎의 작은 다이얼에 정교하고 고급스럽게 새겨 넣은 쥐 모양을 보면 전통 시계 메이커의 역량을 실감할 수 있다. 매년 동물 모티프의 스페셜 에디션을 선보인 피아제는 올해 특별히 흰쥐의 해를 맞아 ‘알티플라노 차이니즈 조디악 쥐의 해 리미티드 에디션’을 출시했다. 화이트 에나멜 다이얼 위에 흰쥐 한 쌍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에나멜 마스터인 아니타 포르셰가 다이얼 제작에 참여했다. 화이트 골드 소재 케이스의 직경은 38mm, 두께는 6.6mm이며, 베젤에 일렬로 총 78개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약 0.7캐럿)를 세팅했다. 38점을 한정 제작했으며 국내 출시 가격은 8350만 원이다. 쇼파드도 매년 동물 에디션을 출시하고 있다. 올해는 ‘L.U.C XP 우루시 쥐의 해 리미티드 에디션’에서 쥐와 감, 옥수수 등을 정물화 속 한 장면처럼 입체감 있게 표현했다. 쥐의 잔털까지 살린 디테일은 검정 다이얼과 대조를 이루며 생동감을 준다. 행운의 컬러로 꼽히는 블루, 골드, 그린 빛을 띤 꽃다발도 함께 그렸다. 케이스는 18K 로즈골드로 제작했고, 전 세계 88개를 한정 판매한다. 가격은 미정. 브레게는 ‘레인 드 네이플 8955 까메아’에서 화려함과 정교함을 한껏 느낄 수 있게 했다. 고대 로마 시대부터 전해져온 공예 기법에서 영감을 받아 여러 층의 조개껍데기를 깎는 방식으로 흰쥐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만들어 넣었다. 베젤에는 40개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약 2.42캐럿)를 세팅했고, 크라운에도 0.26캐럿 브리올레트 컷 다이아몬드를 넣었다. 전 세계 8피스 한정 제작이다. 가격은 8900만 원 선. 명품 하우스 브랜드의 쥐 캐릭터 활용도 눈에 띈다. 구찌는 월트디즈니와 협업해 미키마우스 캐릭터를 가방, 신발, 스카프, 옷 등에 적용했다. 빈티지한 미키마우스 캐릭터가 세련되고 독특한 구찌 로고 및 디자인과 더해져 다양한 연령대 고객이 활용할 수 있다. 루이비통은 쥐 모양을 적용한 ‘LV 랫 백 참&키 홀더’와 ‘랫 이어폰 케이스’를 내놨다. LV 랫 백 참&키 홀더는 여러 종류의 그레이 컬러를 톤온톤으로 매치한 쥐 모양의 가죽에 루이비통 모노그램을 더해 고급스러운 느낌을 더했다. 랫 이어폰 케이스는 쥐의 커다란 귀를 연상하게 하며 이어폰을 케이스에서 꺼내지 않고도 충전할 수 있게 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가방이나 벨트에 쉽게 매달 수 있는 잠금 장치도 함께 제공된다. 가죽 활용에 특화된 모이나는 가방에 액세서리로 연출할 수 있는 가죽 소재의 쥐 모티브 참 장식을 출시했다. 장인들이 직접 가죽을 자르고 조립하는 과정을 거쳐 작지만 정교한 디자인을 뽐낸다. 키치한 감성의 브랜드 모스키노는 다양한 상품군에서 쥐 캐릭터를 활용했다. 아우터, 드레스, 니트, 슈트 등 의류를 비롯해 신발, 양말, 백팩, 휴대폰 케이스 등에 쥐 캐릭터를 넣었다. 블랙 레드 블루 등 강렬한 원색과 익살스럽게 생긴 쥐 캐릭터가 미묘하게 어울린다. MCM은 ‘2020년 뉴 이어 캡슐 컬렉션’을 출시하며 백팩, 쇼퍼백, 토트백 등에 치즈를 들고 있는 흰쥐를 프린팅했다. 클래식한 가죽과 조화를 이뤄 귀엽고 앙증맞은 느낌과 고급스러움을 함께 느낄 수 있다. 폴스미스는 후드티 등판에 서핑을 즐기고 있는 익살스러운 쥐 캐릭터를 넣었다. 주머니와 모자가 달려 실용성을 갖췄고, 편안한 루즈 핏으로 데님이나 치노팬츠 등과 매치해 캐주얼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 아르마니익스체인지는 맨투맨 티셔츠에 심플한 쥐 그림과 반짝이는 소재를 적용해 차별화했다. 블랙과 레드 두 가지 색상으로 선보이며, 여름용 슬림 반팔 티셔츠도 출시했다.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2020년 경자년(庚子年)의 주인공은 ‘흰색 쥐’다. 패션·명품업계는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다양한 ‘쥐의 해’ 스페셜 에디션을 내놨다. 명품 부티크들의 ‘쥐의 해’ 스페셜 에디션에선 고급스러움과 독특한 재미를 모두 느낄 수 있다. 명품 시계 브랜드 파네라이는 ‘루미노르 씨랜드 쥐의 해 스페셜 에디션’(사진)을 선보였다. 오픈 가능한 전면 스틸 케이스 커버 위에 고대 이탈리아에서 유래한 기술로 쥐의 모습을 정교하게 그려냈다. 예리한 끌을 이용해 정성스럽게 쥐, 꽃, 구름, 포도 등을 새기고, 그 안을 금실로 채운 뒤 두드려 마감하는 식으로 시계 커버를 완성했다. 전 세계 88피스 한정 제작됐다. 국내 출시 가격은 2700만 원 선이다. 쥐는 다산과 풍요, 번영을 상징하며 총명함과 부지런함을 뜻하기도 한다. 시계나 가방, 옷 등에 위트 있게 그려진 쥐 캐릭터를 보며 한 해를 살아갈 힘과 아이디어를 얻는 건 어떨까.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모든 것을 바꿔나가자. 트렌드를 좇지 말고 혁신을 주도하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돼 달라.” 15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31층에는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지난해 말 그룹 전체의 40%가 넘는 22개사 대표를 교체하며 대규모 ‘물갈이’를 단행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이 새 임원들을 처음 만났다. 상반기 밸류크리에이션미팅(VCM·옛 사장단회의) 자리다. 황각규, 송용덕 부회장을 비롯해 유통·화학·식품·호텔&서비스부문(BU)장, 각 계열사 사장 등 100여 명이 참석해 신 회장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였다. VCM 말미에 신 회장은 ‘편견을 깨달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해왔던 사업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라는 것이다. 신 회장은 2일 신년사에서 “5년 후의 모습도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지속적인 자기성찰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신 회장은 최근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더게임체인저스’를 본 소감을 얘기하며 “운동선수에게 고기보다 채소가 오히려 더 필요하더라”는 이야기를 임직원에게 들려주곤 했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의 핵심 역량을 위해 선입견을 버리고 필요한 일을 다시 고민해보라는 의미로 들렸다”고 전했다. 신 회장은 특히 모든 사업을 디지털과 연계해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이른바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T) 전략’으로 고객 만족에 필요한 모든 디지털 역량을 높이라는 것이다. 신 회장은 롯데쇼핑 온라인 사업에만 2022년까지 3조 원을 투자하기로 하고 백화점 마트 슈퍼 등 7개 계열사의 통합 온라인몰 구축을 지시하기도 했다.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추워도 아이스 음료를 마시는 소비자를 일컫는 ‘얼죽아(얼어죽어도 아이스음료)’ 트렌드가 뚜렷해지고 있다. 카페에서 식사까지 해결하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전국에 3000여 개의 가맹점이 있는 이디야커피는 최근 5년 간의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트렌드가 나타났다고 15일 밝혔다. 이디야커피 아이스 음료 판매량은 2015년 약 6000만 잔에서 2019년 약 1억400만 잔으로 72% 증가했다. 전체 음료 판매량에서 아이스 음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57%에서 2019년 60%로 3%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따뜻한 음료의 판매 비중은 34%에서 27%로 7%포인트 감소했다. 이디야커피 관계자는 “이번 겨울은 예년보다는 기온이 높아 2019년 12월 아이스 아메리카노 판매량이 2018년 12월보다 18% 증가했다”고 말했다. 카페에서 식사까지 해결하는 문화도 확산되고 있다. 2019년 이디야커피의 베이커리 제품 판매량은 2015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식사를 대신할 수 있는 빵과 고급 디저트 수요가 늘었고, 관련 제품 출시도 꾸준히 이어진 영향으로 보인다. 이디야커피는 ‘에그 베이컨 과카몰리 샌드위치’ ‘페퍼로니 피자 샌드위치’ 등 49종의 베이커리 및 디저트 제품을 판매 중이다. 내 입맛대로 선택하는 ‘DIY(Do It Yourself)형’ 주문도 늘어나고 있다. 이디야커피에서 에스프레소 샷, 휘핑크림, 시럽 등의 추가 주문 건수는 2015년 270만 건에서 610만 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주 52시간 근무 및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문화 확산으로 예년보다 직장 회식이나 과한 술자리가 줄어드는 분위기지만, 오히려 숙취해소제 시장은 커지고 있다. ‘나를 위한 투자’로 숙취해소제를 챙기는 소비자가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13일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015년 1300억 원대였던 국내 숙취해소제 시장이 매년 10% 이상 성장하며 지난해 2500억 원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닐슨코리아는 음료 중심이었던 숙취해소제 시장에 환, 젤리 등 새로운 형태의 제품이 등장하면서 최근 2년새 시장 규모가 더욱 빠르게 커졌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컨디션, 여명808 등 5000원가량으로 비교적 고가의 음료 위주였던 숙취해소제 시장에 다양한 형태와 가격대의 신제품이 등장하고 있다. 광동제약은 지난해 얇은 스틱 형태의 포장지를 짜서 마시는 농축액 제품 ‘광동 헛개파워 찐한포 알바린’(편의점 기준 1포 2500원)을 선보였다. 개당 15mL 용량으로 휴대하기가 간편하고 음료 제품보다 배가 덜 부른 장점이 있다. 편의점 GS25는 아메리카노에 숙취해소제를 섞어 마시는 ‘해장커피’(작은 컵 2000원, 큰 컵 2300원)를 판매 중이다. 헛개 추출 분말, 벌꿀 분말 등을 섞되 아메리카노 맛에 큰 변화가 없게 했다. 롯데칠성음료도 감귤 과즙, 해조류 등에 탄산을 섞어 청량감을 높인 숙취해소음료 ‘깨수깡’(5000원)을 내놨다. 중견 제약사 한독은 지난해 4월부터 간편하게 씹어 먹을 수 있는 젤리 형태의 ‘레디큐츄’(3입, 3000원)를 판매 중이다. 환 시장에서는 CJ헬스케어가 지난해 9월 ‘컨디션환’을 리뉴얼 출시하며 1위인 삼양사의 ‘상쾌환’과 경쟁 중이다. 편의점 기준 1포 3000원가량인 환 제품들은 휴대하기 편리한 장점 등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숙취해소제는 소비자가 쉽게 찾을 수 있는 편의점과 온라인 쇼핑몰을 중심으로 판매량이 늘고 있다. GS25에서는 지난해 12월 한 달간 숙취해소음료 및 환류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3.1%, 40.1% 증가했다. G마켓과 옥션에서도 지난해 12월 숙취해소 상품군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6%, 93% 뛰었다.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신세계조선호텔이 운영하는 서울 중구의 부티크 호텔 레스케이프는 지난해 12월 업계 최초로 반려동물을 위한 고급 유모차 대여 서비스를 도입했다. 레스케이프 투숙객 및 중식당 방문 고객이면 100만 원 상당의 고급 유모차에 반려동물을 태우고 편안하게 호텔을 이용할 수 있다. 레스케이프는 9층 전체(14실)를 반려동물 전용 객실로 지정했고 중식당엔 반려동물과 함께 식사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호텔 업계가 반려동물 출입에 매우 까다로운 규정을 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시도다. 반려동물 시장이 커지면서 호텔마저도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레스케이프뿐만 아니라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 바이 메리어트 등의 호텔들도 반려동물 숙박 패키지를 선보이고 있다. 국내 반려동물 1000만 마리 시대가 열리면서 연관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식음료, 패션, 가전·가구, 생활서비스 등 전 영역에서 반려동물 상품 및 서비스가 진화하고 있다. 13일 농림축산검역본부 및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반려동물 수는 1000만 마리를 돌파했고 연관 산업 규모는 3조 원을 넘어섰다. 2027년에는 약 1300만 마리, 산업 규모는 6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이 늘면서 이색 상품과 서비스가 속속 나오고 있다. 미스터피자는 지난해 9월 업계 최초로 반려동물을 위한 ‘미스터펫피자’를 출시했다. 밀가루 대신 쌀가루로 도를 만들어 소화가 잘되고, 닭가슴살 쇠고기 고구마 등 반려동물이 좋아하는 식재료를 넣었다. 사람이 먹는 피자와 똑같은 모양이며 주문 즉시 배달해준다. 가구업체 일룸은 지난해 11월 펫가구 시리즈 ‘캐스터네츠’를 선보였다. ‘캐스터네츠 책장 캣타워’는 높은 곳에 올라가기를 좋아하는 고양이를 위한 쉼터를 책장 경사로 곳곳에 마련했다. ‘캐스터네츠 데스크스텝’은 반려묘와 반려인의 눈높이가 맞게 디자인돼 있다. 현대백화점은 반려동물용품 전문매장 ‘루이독’을 압구정점 무역센터점 판교점 등에서 운영 중이다. 20만∼30만 원짜리 침대, 5만∼30만 원대 옷, 5만∼40만 원대 목줄 등 반려동물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고가의 생활용품을 판매 중이다. 펫택시, 펫시터, 펫보험, 펫장례식 등 서비스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펫택시는 반려동물 전용 시트, 안전벨트, 배변패드 등을 구비해 놓은 택시로 기본요금(8000원 안팎)이 일반택시보다 비싸다. 반려동물 의료비를 지원하는 메리츠화재 펫퍼민트 보험은 2018년 10월 출시 이후 지난해까지 2만4000건이 계약됐다. 최근 반려동물 장례식을 치른 김모 씨는 “종합검진부터 관 마련, 소각비용 등에 100만 원가량이 들었다”면서 “가족이라 생각하니 비용을 아끼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시장이 커지면서 관련 일자리도 증가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7년 약 3만2000개였던 반려동물 관련 일자리 수가 올해 4만 개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김동규 연구위원은 “반려동물 사별애도상담원, 반려동물 물리치료 전문가, 반려동물 영양사 등이 유망 직업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