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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동부 발레아레스 제도 이비사섬에 있는 아르헨티나 축구 선수 리오넬 메시(37)의 별장이 환경단체 활동가들에 훼손됐다.6일(현지 시간) 스페인 환경단체 ‘후투로 베헤탈(FUTURO VEGETAL)’은 소셜미디어에 활동가들이 메시의 별장에 검은색과 빨간색 페인트를 뿌리는 영상과 그 앞에서 ‘지구를 돕자. 부자를 먹자(Eat the rich‧가난한 자들이 먹을 게 없으면 부자를 먹을 것이라는 장 자크 루소의 어록). 경찰을 폐지하라’는 현수막을 든 사진을 게재했다.이 단체는 “우리는 이비사섬에 있는 메시의 불법 저택에 색을 입혔다”며 “메시가 1100만 유로를 들여 불법 건축물을 취득하는 동안 발레아레스 제도에서만 폭염으로 2~4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메시는 2022년 스위스 사업가로부터 해당 별장을 구매했다.이 단체는 “가장 부유한 1%가 가장 가난한 3분의 2와 동일한 양의 탄소를 배출했다”며 기후위기의 책임을 부유층의 탓으로 돌렸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이날 X에 “나는 이 비겁하고 망상적인 사건에 대해 메시와 연대하며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스페인에 거주하는 아르헨티나 시민의 안전을 보장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AFP통신에 따르면 이 단체는 2022년에 스페인 프라도 박물관에 있는 프란시스코 데 고야의 그림이 걸린 벽면에도 ‘+1.5℃’라고 적고 지구 온난화를 경고하는 시위를 벌였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공격을 주고받으며 확전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야흐야 신와르 군사지도자(62)를 지난달 31일 이스라엘이 암살한 정치국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의 후임으로 선출했다.이스라엘에 협력한 칸유니스(가자지구 남부의 도시) 거주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살해해 ‘칸유니스의 도살자’란 별명이 붙은 신와르는 지난해 10월 발발한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을 기획한 핵심 인물로 꼽힌다. 이스라엘은 신와르에 대해서도 암살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조만간 이란이 하니야 암살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을 공격하고, 하마스도 이스라엘과의 ‘가자전쟁 휴전 협상’을 거부하며 더욱 강경 투쟁에 나설 경우 중동 정세는 심각한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하마스 “저항의 길 계속 갈 것” vs 이스라엘 “신와르 제거”하마스는 6일 하니야가 암살당한 뒤 공석이던 정치국 최고지도자로 “야흐야 신와르를 선출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신와르는 대외 협상 및 정치 부문 책임자였던 하니야와 달리 실질적인 하마스의 군사 통제권을 쥐고 있는 인물로 여겨져 왔다. 하마스에 잡혀 있는 이스라엘 인질에 대한 통제권 역시 신와르가 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신와르의 강경 성향을 감안할 때 하마스가 지금보다 강도 높은 대이스라엘 투쟁을 벌일 것이란 전망이 많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하마스 내규상 외교 및 대외 정책을 총괄하는 정치국 최고지도자는 가자지구 밖에 머물러야 한다. 하니야도 하마스 정치사무소가 있는 카타르에 주로 머물렀다. 하지만 신와르는 지난해 이스라엘 공습 이후 줄곧 가자지구에 숨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하마스가 신와르를 정치국 최고지도자로 선출한 건 전쟁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하마스 고위 관계자는 “이스라엘에 대한 저항의 길을 계속 가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이스라엘은 그간 강경파인 신와르 제거를 제1목표로 삼아 왔다는 점을 다시 한번 밝혔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교장관은 이날 X에 “신와르 선출은 그를 신속히 제거하고 사악한 조직을 지구에서 없애야 할 또 다른 확실한 이유”라고 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도 사우디아라비아 알아라비야방송에 “신와르를 위한 유일한 장소는 (지난달 공습으로 숨진) 무함마드 데이프 등 테러리스트들 바로 옆”이라고 말했다.하지만 이스라엘의 ‘암살 작전’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미국 워싱턴 아랍센터의 라미 쿠리 선임연구원은 알자지라방송에 “누군가를 암살하면 더 극단적인 인물이 나선다는 걸 이스라엘은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가자전쟁 장기화, 중동 전운 고조신와르가 정치국 최고지도자로 등극하며 중동 전쟁의 장기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가장 극단적인 파벌이 하마스를 움직이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라며 “전쟁 장기화를 원하는 신와르가 정치국을 장악해 휴전과 인질 석방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고 분석했다.이미 중동 전역은 전운이 짙게 드리웠다. 헤즈볼라는 6일에도 이스라엘 북부에 무인기(드론) 공격을 가해 7명의 부상자를 낳았다. 이스라엘 역시 헤즈볼라가 주둔한 레바논 남부 나바티예 지역을 공습해 최소 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상공을 전투기로 저공 비행하며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최고지도자는 “이스라엘은 암살을 통해 긴장 고조를 택했다”며 “저항의 축(하마스, 후티 반군 등을 의미)과 협력해 강력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예멘 후티 반군 역시 이날 홍해상으로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했다.일각에선 이란이 본격적인 보복 공격을 감행할 때 헤즈볼라와 후티 등도 이스라엘을 동시에 공격할 것이란 시나리오도 제기된다. 이런 전망 속에 이스라엘 저고도 방공 요격망인 ‘아이언돔’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과 헤즈볼라 등은 아이언돔으로 막기 힘든 정밀유도미사일도 보유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의 방공망을 압도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한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신와르 선출 뒤 “많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분명하게 도움이 될 휴전을 계속 추진할 것인가는 그(신와르)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며 최근 발생한 글로벌 증시 폭락 현상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분석이 나왔다. 2008년 금융위기가 지나치게 많은 대출과 은행의 높은 부채비율 등 시스템적 위기였다면, 이번에는 미국 경제 지표, 인공지능(AI) 관련 기업 실적 부진 등 단기적 악재가 겹쳐 발생한 투매라는 것이다. 그런 만큼 지나치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5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나타난 증시 폭락 사태에 대해 “2일 발표된 미국 일자리 지표가 기대에 크게 못 미치며 경제 전망이 연착륙에서 경착륙으로 갑자기 바뀌면서 촉발됐다”고 전했다. 또 AI 관련 기업에 대한 과대 평가, 일본은행이 ‘제로(0) 금리’ 정책에서 벗어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한 것이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또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보유 중인 애플 주식을 상반기(1∼6월) 중 절반 가까이 판 것도 매도 움직임을 부추겼다고 봤다. 다만, WSJ는 전체적인 증시 상황은 크게 부정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WSJ는 “엔비디아 주가는 6월 고점 대비 30% 하락했지만 아직 연초에 비해 두 배 높다”고 설명했다. 또 나스닥100지수는 올해 들어 6% 상승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9% 가까이 상승하는 등 시장은 이미 정상에 가까워졌다고 전했다. 전문가들 역시 이번 증시 폭락이 경기 침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 사모펀드 운용사인 아폴로글로벌 매니지먼트의 토르스텐 슬뢰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들은 그동안 주식 시장이 오르는 데 너무 익숙해져 ‘주식도 하락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에 전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며 최근 발생한 글로벌 증시 폭락 현상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분석이 나왔다. 2008년 금융위기가 지나치게 많은 대출과 은행의 높은 부채비율 등 시스템적 위기였다면, 이번에는 미국 경제 지표, 인공지능(AI) 관련 기업 실적 부진 등 단기적 악재가 겹쳐 발생한 투매라는 것이다. 그런 만큼 지나치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5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나타난 증시 폭락 사태에 대해 “2일 발표된 미국 일자리 지표가 기대에 크게 못 미치며 경제 전망이 연착륙에서 경착륙으로 갑자기 바뀌면서 촉발됐다”고 전했다. 또 AI 관련 기업에 대한 과대 평가, 일본은행이 ‘제로(0) 금리’ 정책에서 벗어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한 것이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또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보유 중인 애플 주식을 상반기(1~6월) 중 절반 가까이 판 것도 매도 움직임을 부추겼다고 봤다.다만, WSJ는 전체적인 증시 상황은 크게 부정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WSJ는 “엔비디아 주가는 6월 고점 대비 30% 하락했지만 아직 연초에 비해 두 배 높다”고 설명했다. 또 나스닥100지수는 올해 들어 6% 상승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9% 가까이 상승하는 등 시장은 이미 정상에 가까워졌다고 전했다.전문가들 역시 이번 증시 폭락이 경기 침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 사모펀드 운용사인 아폴로글로벌 매니지먼트의 토르스텐 슬뢰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들은 그동안 주식 시장이 오르는 데 너무 익숙해져 ‘주식도 하락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며 “2일 발표된 고용 지표가 곰들을 동면에서 깨어나게 한 상황(투자자들을 놀라게 했다는 뜻)”이라고 미 워싱턴포스트(WP)에 전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그냥 넘길 수 없는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의 실수다.”(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 “우리는 공격과 방어 어떤 시나리오든 준비가 돼 있다.”(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지난달 31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정치국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가 이스라엘에 의해 암살되고, 이란이 보복 의지를 밝히면서 중동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양측이 한 치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중동 정세가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이란은 보복 공격을 자제해 달라는 아랍권 국가들의 요청에 “전쟁이 나도 상관없다”며 보복 의지를 강조했다. 이스라엘도 확전을 피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보복 공격이 감지되면 예방적 선제 타격도 고려하고 있다. 미국은 이르면 5일 이란이 이스라엘에 공격을 가할 것이라는 예상을 주요 7개국(G7)에 전달했다. 또 요르단 등과 함께 충돌을 막기 위한 막판 외교전에 주력하고 있다.● 이란 “보복 다짐” vs 이스라엘 “선제 타격도 고려” 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란은 전날 아랍권 국가들의 보복 공격 자제 요청을 거절했다. 아랍권 국가들은 ‘공격을 만류해 달라’는 미국의 요청에 따라 이란을 설득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이란이 단교 상태라 양측에 모두 접근 가능한 아랍 국가들이 나선 것이다. 미국은 보복을 자제할 경우 서방과의 관계 개선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메시지도 이란에 전달했다. 그러나 이란은 “전쟁이 나도 상관없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싱크탱크인 전쟁연구소(ISW)는 이란의 보복이 이뤄진다면 이는 올 4월 이스라엘 본토 공격 당시보다 더 큰 규모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발사체 수를 늘리는 동시에 레바논, 시리아 등 다양한 곳에서 발사하면 이스라엘이 격추시키기 더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이스라엘 싱크탱크 알마 연구·교육센터는 이란이 이스라엘 중부 도시 중심부나 지중해의 천연가스전 등을 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미사일, 로켓, 무인기(드론) 등을 대규모 발사해 방공망을 무력화한 뒤에,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인프라 시설이나 군사기지 등을 후속 공격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고 내다봤다. 이스라엘 역시 강경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뉴욕타임스(NYT)와 예루살렘포스트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이스라엘은 이란의 악의 축에 맞서 다중 전선의 전쟁(multi-front war)을 하고 있고, 가자지구, 예멘, 레바논 베이루트 등 필요하면 어느 곳이든 공습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하마스, 후티 반군, 헤즈볼라 등 친이란 무장단체들의 도발이 있을 경우 반격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 현지 채널12방송 등에 따르면 베타냐후 총리와 이스라엘 안보 담당자들은 이란의 보복 공격이 임박했다는 이스라엘 자체 정보와 그에 일치하는 미국 정보가 있을 경우 이란을 선제 타격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美, G7 전화 회담 소집 등 막판 ‘외교전’ 미국과 아랍권은 이란과 이스라엘 간 전쟁을 막기 위한 막판 외교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스라엘, 이란, 미국과 모두 수교했고, 중동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온 요르단의 아이만 사파디 외교장관은 4일 이란을 방문해 페제슈키안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보복 공격을 만류했다. 요르단 고위 관리가 이란을 방문하는 건 2004년 이후 20년 만이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외교장관의 이란 방문은 미국 등이 외교적 접촉을 계속한 데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페제슈키안 대통령은 “시온주의 정권의 실수”라며 보복 공격에 대한 의지를 재차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G7 외교장관 전화 회담을 소집해 현재 중동 정세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4일 미 액시오스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외교장관들에게 “정확한 시점은 모르지만 이르면 24∼48시간 내에 공격이 시작될 수 있으니 이란, 헤즈볼라, 이스라엘이 최대한 자제하도록 외교적 압력을 가해 달라”고 말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그냥 넘길 수 없는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의 실수다.”(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우리는 공격과 방어 어떤 시나리오든 준비가 돼 있다.”(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지난달 31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정치국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가 이스라엘에 의해 암살되고, 이란이 보복 의지를 밝히면서 중동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양측이 한 치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중동 정세가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이란은 보복 공격을 자제해 달라는 아랍권 국가들의 요청에 “전쟁이 나도 상관없다”며 보복 의지를 강조했다. 이스라엘도 확전을 피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보복 공격이 감지되면 예방적 선제 타격도 고려하고 있다. 미국은 이르면 5일 이란이 이스라엘에 공격을 가할 것이라는 예상을 주요 7개국(G7)에 전달했다. 또 요르단 등과 함께 충돌을 막기 위한 막판 외교전에 주력하고 있다.● 이란 “전쟁 불사” vs 이스라엘 “선제 타격도 고려”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란은 전날 아랍권 국가들의 보복 공격 자제 요청을 거절했다. 아랍권 국가들은 ‘공격을 만류해 달라’는 미국의 요청에 따라 이란을 설득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이란이 단교 상태라 양측에 모두 접근 가능한 아랍 국가들이 나선 것이다. 미국은 보복을 자제할 경우 서방과의 관계 개선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메시지도 이란에 전달했다. 그러나 이란은 “전쟁이 나도 상관없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미 싱크탱크인 전쟁연구소(ISW)는 이란의 보복이 이뤄진다면 이는 올 4월 이스라엘 본토 공격 당시보다 더 큰 규모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발사체 수를 늘리는 동시에 레바논, 시리아 등 다양한 곳에서 발사하면 이스라엘이 격추시키기 더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또 이스라엘 싱크탱크 알마 연구‧교육센터는 이란이 이스라엘 중부 도시 중심부나 지중해의 천연가스전 등을 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미사일, 로켓, 무인기(드론) 등을 대규모 발사해 방공망을 무력화한 뒤에,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인프라 시설이나 군사기지 등을 후속 공격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고 내다봤다.이스라엘 역시 강경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뉴욕타임스(NYT)와 예루살렘포스트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이스라엘은 이란의 악의 축에 맞서 다중 전선의 전쟁(multi-front war)을 하고 있고, 가자지구, 예멘, 레바논 베이루트 등 필요하면 어느 곳이든 공습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하마스, 후티 반군, 헤즈볼라 등 친이란 무장단체들의 도발이 있을 경우 반격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 현지 채널12방송 등에 따르면 베타냐후 총리와 이스라엘 안보 담당자들은 이란의 보복 공격이 임박했다는 이스라엘 자체 정보와 그에 일치하는 미국 정보가 있을 경우 이란을 선제 타격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美, G7 전화 회담 소집 등 막판 ‘외교전’미국과 아랍권은 이란과 이스라엘 간 전쟁을 막기 위한 막판 외교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스라엘, 이란, 미국과 모두 수교했고, 중동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온 요르단의 아이만 사파디 외교장관은 4일 이란을 방문해 페제슈키안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보복 공격을 만류했다. 요르단 고위 관리가 이란을 방문하는 건 2004년 이후 20년 만이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외교장관의 이란 방문은 미국 등이 외교적 접촉을 계속한 데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페제슈키안 대통령은 “시온주의 정권의 실수”라며 보복 공격에 대한 의지를 재차 밝혔다.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G7 외교장관 전화 회담을 소집해 현재 중동 정세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4일 미 액시오스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외교장관들에게 “정확한 시점은 모르지만 이르면 24~48시간 내에 공격이 시작될 수 있으니 이란, 헤즈볼라, 이스라엘이 최대한 자제하도록 외교적 압력을 가해 달라”고 말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미국 경기 침체 공포의 직격탄을 맞으며 지수가 일제히 폭락하는 ‘검은 금요일’을 연출했다. 전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금리 인하를 사실상 예고하는 대형 호재가 있었지만 고용 등 미국의 경기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하루 만에 시장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산업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거품론까지 불거지면서 실물경제와 기업 실적이 생각보다 빨리 악화되고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됐다. 2일 국내 증시에서 코스피는 전날보다 101.49포인트(3.65%) 하락한 2,676.19에 장을 마감했다. 코로나19가 처음 확산될 당시인 2020년 3월 19일(133.56포인트 하락) 이후 4년 4개월여 만에 최대 하락 폭이다. 코스닥도 4.20% 급락한 779.33에 거래를 마쳤다. 특히 미국 경기 침체 우려에 엔화가치 강세라는 악재까지 겹친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이날 5.81% 폭락했다. 이날 하락 폭(2,216엔)은 ‘블랙 먼데이’로 불리는 1987년 10월 20일(3,836엔 하락) 이후 36년 10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일본은 미국 등 세계 각국에 금리 인하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최근 나 홀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게 자국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이날 아시아 증시 급락은 전날 미국 경기 둔화 우려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은 결과다. 1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에서 나스닥 지수는 2.3%, 다우지수는 1.21% 각각 급락했다. 특히 반도체 관련 종목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7.14%나 떨어졌다. 미국 노동부가 2일 발표한 7월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 대비 11만4000명 늘어 직전 12개월간의 평균 증가 폭(21만5명)에 크게 못 미쳤다. 또 7월 실업률은 4.3%로 2021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6.8로 전달보다 1.7포인트 하락했고, 시장 예상치(48.8)도 한참 밑돌았다. 경기 둔화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며 이른바 ‘공포 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1일 장중 19.48까지 올라, 4월 19일 이후 3개월여 만에 가장 높았다. AI 거품론-美제조업 악화에 증시 출렁… 코스피 시총 78조 증발美 ‘R’의 공포, 금융시장 요동빅테크들 ‘어닝 미스’에 투자자 이탈… 美 실업수당 청구 건수 1년새 최고경착륙 공포, ‘금리인하’ 호재 삼켜… 삼성 4%-하이닉스 10% 주가 급락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에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가 몰아닥치면서 글로벌 증시가 초토화됐다. 불과 하루 전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를 시사하며 시장이 반색했던 것과는 상반된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분위기가 급변한 것은 시장의 관심이 물가에서 경기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전에는 나쁜 경기지표가 나오면 연준이 금리를 서둘러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며 증시가 상승했지만, 이제는 그만큼 경제 사정이 좋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되며 시장에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연준이 금리를 충분히 내려도 미국 경제의 경착륙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론마저 나타나는 상황이다.● AI 거품론에 반도체·빅테크 주가 급락 미국 경기에 대한 불안감의 요체는 그동안 미국 증시를 떠받들던 빅테크·인공지능(AI) 기업들의 실적 우려다.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아온 빅테크들이 잇단 ‘어닝 미스’를 일으키는 등 AI 거품론이 일부 현실로 나타나자 투자자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1일(현지 시간) 2분기 매출이 1479억8000만 달러, 3분기 매출 전망치가 1540억∼1585억 달러라고 공개했다. 모두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한 수치다. 투자자의 실망감이 커지면서 아마존 주가는 실적 발표 직후 시간외거래에서 7% 급락했다. 브라이언 올사브스키 아마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상반기에 데이터센터 등에 350억 달러를 지출했고, 하반기엔 그 금액을 더 늘릴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AI에 투자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든다는 시장의 인식을 증폭시켰다.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 실적도 기대를 밑돌았다. AI 수익과 직결된 MS의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 사업 부문의 매출 증가율은 29%로 시장 전망치(31%)에 미치지 못했다. 기업 실적이 받쳐주지 않는 상황에서 AI에 대한 과잉 투자는 향후 경기 침체가 확산될 때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를 키운 것이다. 실적에 대한 불안은 소비재 기업 역시 예외가 아니다. 앞서 맥도널드도 글로벌 소비가 둔화되며 2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1% 감소한 64억9000만 달러에 그쳤다고 밝혔다. 맥도널드의 매출이 줄어든 것은 팬데믹 기간이던 2020년 4분기 이후 3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1일 뉴욕 증시에서는 기술주 투매 현상이 이어져 엔비디아가 6.7%, 테슬라가 6.6% 하락했다. 미국 반도체주 폭락의 영향으로 2일 증시에서 삼성전자(―4.2%), SK하이닉스(―10.4%), 일본의 도쿄일렉트론(―12.0%) 주가도 일제히 급락했다.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은 이날 하루 동안 78조 원 이상 증발했다. 30년 경력의 짐 코벨로 골드만삭스 기술주 담당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AI 기술이 유용하게 사용되기엔 아직 한참 부족하다”며 “세상이 필요로 하지 않거나 준비가 되지 않은 것들을 과도하게 구축하는 것은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연준 금리 인하 속도 높일 수도 실물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도 증시를 짓누르고 있다. 미국의 제조업 경기를 나타내는 7월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시장 전망치(48.8)에 크게 못 미치는 46.8에 그쳤다. 이 지수는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 이하면 경기 위축을 의미하는데 올 3월 이후 계속 50을 밑돌고 있다. 지난주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24만9000건으로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고용 시장도 차갑게 식었다. 경기 침체 공포가 확산하면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도 6개월 만에 처음 4% 아래로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급랭하는 경기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 인하 속도를 높일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9월에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하할 확률은 29.5%까지 뛰었다. 불과 하루 전에 비해 확률이 두 배 이상으로 오른 것이다. 일부 전문가는 연준이 7월에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렸어야 했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기에 미국 대선과 중동 전쟁 확전 등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한동안 커질 수 있다고 본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그간 미 증시가 과도하게 오른 상황에서 조정 국면이 왔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집에 왔다(I’m home).” 1일(현지 시간) 오후 11시 반경 미국 메릴랜드주 프린스조지스 앤드루스 공군기지. 러시아에서 취재 중 간첩 혐의로 체포돼 지난해 3월부터 감옥에 수감됐던 에번 게르시코비치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가 491일 만에 고국 땅을 밟았다. 그는 어머니를 얼싸안고 감격의 포옹을 했다. 공항에 직접 나온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도 밝게 인사했다. 이날 게르시코비치 기자를 포함한 미국인 3명, 미 영주권자 1명, 독일인 5명, 러시아 반정부 인사 7명 등 러시아에 수감됐던 총 16명이 석방됐다. 그 대신 서방 또한 독일 베를린에서 대낮에 체첸 인사를 공개 살해한 후 종신형을 선고받고 독일 감옥에 수감됐던 러시아 연방정보국(FSB) 요원 바딤 크라시코프 등 8명을 러시아로 돌려보냈다. 양측은 튀르키예에서 수감자들을 맞교환했다. 냉전 뒤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 이렇게 큰 규모의 수감자 맞교환이 이뤄진 건 처음이다. 특히 크라시코프는 역시 정보요원 출신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교환 대상으로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독일 러시아는 물론이고 튀르키예 폴란드 슬로베니아 노르웨이 벨라루스 등도 협상에 관여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 에릭 슈밋 전 구글 회장 등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를 설득하며 협상에 관여했다. 올 2월 푸틴 대통령과 인터뷰한 터커 칼슨 전 폭스뉴스 앵커 또한 당시 푸틴 대통령에게 석방을 건의했다고 WSJ는 전했다. 이번 수감자 맞교환은 11월 미 대선 판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집권 내내 ‘동맹 중시’ 외교를 강조한 바이든 대통령은 “힘든 협상에 함께해 준 동맹국에 감사한다. 동맹은 미국인을 안전하게 만든다”고 했다. 동맹국에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는 등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사실상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된 해리스 부통령도 “외교의 힘, 동맹 강화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대통령을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동조했다. 반면 트럼프 후보는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에 돈을 지급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난 (재임 중) 여러 인질을 돌려받았고 상대국에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우리가 그들(러시아)에게 현금을 주는가? 우리가 살인범이나 폭력배를 풀어 주는가?”라며 못마땅해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러시아에 돈을 주거나 제재를 완화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집에 왔다(I’m home).”1일(현지 시간) 오후 11시 반경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 러시아에서 취재 중 간첩 혐의로 체포돼 지난해 3월부터 감옥에 수감됐던 에반 게르시코비치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가 491일 만에 고국 땅을 밟았다. 그는 어머니를 얼싸안고 감격의 포옹을 했다. 공항에 직접 나온 조 바이든 대통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도 밝게 인사했다.이날 게르시코비치 기자를 포함한 미국인 3명, 미 영주권자 1명, 독일인 5명, 러시아 반정부 인사 7명 등 러시아에 수감됐던 총 16명이 석방됐다. 그 대신 서방 또한 독일 베를린에서 대낮에 체첸 인사를 공개 살해한 후 종신형을 선고 받은 뒤 독일 감옥에 수감됐던 러시아 연방정보국(FSB) 요원 바딤 크라시코프 등 8명을 러시아로 돌려보냈다. 양측은 튀르키예에서 수감자들을 맞교환했다. 냉전 뒤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 이렇게 큰 규모의 수감자 맞교환이 이뤄진 건 처음이다.특히 크라시코프는 역시 정보요원 출신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교환 대상으로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독일 러시아는 물론이고 튀르키예 폴란드 슬로베니아 노르웨이 벨라루스 등도 협상에 관여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 에릭 슈밋 전 구글 회장 등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를 설득하며 협상에 관여했다. 올 2월 푸틴 대통령과 인터뷰한 터커 칼슨 전 폭스뉴스 앵커 또한 당시 푸틴 대통령에게 석방을 건의했다고 WSJ는 전했다.이번 수감자 맞교환은 11월 미 대선 판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집권 내내 ‘동맹 중시’ 외교를 강조한 바이든 대통령은 “힘든 협상에 함께해 준 동맹국에 감사한다. 동맹은 미국인을 안전하게 만든다”고 했다. 동맹국에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는 등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사실상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된 해리스 부통령도 “외교의 힘, 동맹 강화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대통령을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동조했다.반면 트럼프 후보는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에 돈을 지급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난 (재임 중) 여러 인질을 돌려받았고 상대국에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우리가 그들(러시아)에게 현금을 주는가? 우리가 살인범이나 폭력배를 풀어주는가?”라며 못마땅해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러시아에 돈을 주거나 제재를 완화하지 않았다”고 맞섰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가 암살된 사건을 두고 국내 중동 전문가 4인은 입을 모아 “‘시아파 맹주’ 이란에 공개 모욕을 주기 위한 이스라엘의 정보전 승리”라며 “낙후된 이란의 방공망과 보안 시스템 실태도 드러났다”고 진단했다. 핵개발 의혹에 따른 오랜 서방 제재로 각종 최신 보안 장비가 부족한 데다 하니야가 정부 안가(安家)에서 암살당했는데도 이를 파악하지 못할 만큼 정보전에서 완패했다는 의미다. 또 지난해 10월 이스라엘 선제 공격을 주도한 하마스의 ‘강경파’ 군사지도자 야흐야 신와르 대신 이스라엘과의 휴전 협상을 지휘해 왔고 상대적으로 ‘온건파’인 하니야를 암살한 건 전쟁 장기화를 통해 정치 생명 연장을 노리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 하니야, 안가 밀반입된 폭탄에 암살 가능성 이스라엘은 올 4월 이란 남동부 이스파한의 군기지와 핵 시설을 무인기(드론)로 공격했다. 석 달 후 테헤란 한복판에서 하니야도 암살됐다. 이란은 하니야 암살에 쓰인 무기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하니야는 미사일이나 드론이 아닌 숙소 안으로 밀반입된 폭탄이 터져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폭탄이 밀반입된 시점은 약 2개월 전으로 보이며 원격 조종으로 폭탄이 터졌다. 하니야는 과거 테헤란 방문 때에도 이 숙소를 여러 차례 이용했다고 한다. 성일광 고려대 중동이슬람센터 교수는 “이스라엘은 다양한 미사일과 드론, 폭탄 등을 이용해 이란을 괴롭힐 수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이란의 방공망과 보안 시스템이 허술하다는 것이다.인남식 국립외교원 중동아프리카연구부 교수는 “하니야, 이란 핵 과학자 등을 대상으로 지속돼 온 암살은 이스라엘이 이란에 구축한 정보망이 얼마나 탄탄한지 보여준다”고 했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연구센터장은 “이스라엘이 이란 정부에 적대적인 소수민족과 반정부 성향 인사, 이란계 유대인 등을 정보 자산으로 활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하니야가 암살된 곳이 ‘정부 위의 정부’로 불리는 이란 혁명수비대 소속 안가라고 진단했다. 그는 “보안 수준이 매우 높은 국가 시설이 뚫렸다는 점 때문에 이란 전체가 이번 사태를 ‘정보 참사’로 여기고 있다”고 했다. ● 네타냐후 의도는 ‘집권 연장’과 ‘휴전 무산’ 네타냐후 총리가 이번 공격을 감행한 배경으로는 집권 연장 및 휴전 무산 의도가 거론된다. 성 교수는 “하니야가 주도했던 휴전 협상이 타결됐다면 하마스의 선제 공격을 막아내지 못한 책임 때문에 네타냐후 총리는 거센 퇴진 압박을 받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모두 강경파만 남으면서 극한 대결을 조성해 정치 생명을 이어가는 것을 네타냐후 총리가 노렸다는 뜻이다.인 교수는 “국제사회에 ‘하마스와 휴전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온건파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의 취임을 계기로 미국이 이란과의 관계 회복을 검토하는 것을 저지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 양측 모두 전면전은 부담 전문가들은 이란과 이스라엘 모두 전면전에 나설 여력은 많지 않다고 분석했다. 인 교수는 “하마스와의 전쟁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는데 1948년 이스라엘 건국 후 최장기 전쟁”이라며 “비용 측면에서 추가 전쟁이 쉽지 않다”고 봤다. 성 교수 역시 “헤즈볼라와의 전면전도 최대한 피하려는 게 이스라엘의 속내”라며 전면전 시 민간인 피해를 감안했을 때 양측 모두 감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박 교수는 이란이 과거처럼 헤즈볼라, 예멘 후티 등 무장단체를 통해 이스라엘을 공격할 것으로 내다봤다. 장 센터장은 이란이 보복하더라도 공격 정보를 사전에 흘려 ‘보복 모양새’는 갖추되 이스라엘과 미국 등에 대비할 시간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31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의 살해 배후로 이스라엘이 지목된 가운데 과거 이스라엘이 진행한 적국 주요 인사들에 대한 다양한 암살 작전이 주목받고 있다. 이스라엘은 해외정보 및 공작 담당 기관인 ‘모사드’와 특수부대 등을 중심으로 암살 작전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건은 2010년 1월 19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벌어진 하마스 군사조직 알카삼 여단의 창설자인 마흐무드 알마브후흐의 암살이 꼽힌다. 당시 두바이의 한 호텔에 묵고 있던 알마브후흐는 호텔 직원 등으로 위장해 있던 모사드 요원들에게 살해됐다. 알마브후흐가 호텔 방에 들어서고 모사드 요원들이 호텔을 떠날 때까지 단 22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해당 사건은 2008∼2009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첫 전쟁을 치르고 1년 뒤 발생했다. 당시 모사드는 가자지구 무기 밀반입 총책을 맡고 있는 알마브후흐를 1989년부터 20년간 추적했다고 한다. 그가 두바이에 온 것도 이란 무기 거래상과의 접선이 목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2004년 3월에는 가자지구에서 예배를 마치고 나오던 아메드 야신 하마스 창설자를 미사일로 공격해 살해했다. 한 달 뒤엔 그의 후임인 압델 아지즈 란티시 하마스 최고지도자 역시 타고 가던 차량이 로켓 공격을 받아 목숨을 잃었다. 하마스를 지원하는 이란의 주요 인사들도 이스라엘의 표적이 됐다. 특히 이란의 핵무기 개발 계획에 참여한 과학자들이 주요 암살 대상이었다. 2012년 1월 11일 이란 핵 과학자 모스타파 아마디 로샨은 자신의 자동차 밑에 부착된 자석 폭탄이 터져 숨졌다. 당시 로샨은 이란의 한 우라늄 농축 시설 책임자였다. 2020년 11월 27일 이란 수도 테헤란과 인접한 소도시 압사르드에선 이란 핵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가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이건 (평소 브라운 색과 다른) 검은색 무스탕 재킷입니다. 이 남자에게 금 목걸이도 가져다주세요.”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와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다시 한 번 서로의 ‘시그니처 재킷’을 바꿔 입으며 ‘인공지능(AI) 동맹’의 건재를 과시했다. 29일(현지 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열린 컴퓨터 그래픽 분야 국제 콘퍼런스 ‘시그래프(SIGGRAPH)’에서 대담을 가진 두 빅테크 거물은 AI의 미래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공유했다. 저커버그 CEO는 평소 즐겨 입는 갈색 양모 무스탕 재킷 대신 검은색을 황 CEO에게 건네며 또 다른 시그니처 패션 아이템인 금 목걸이를 언급해 객석의 웃음을 자아냈다. 황 CEO도 “아내가 올해 시그래프를 기념해 사줬다. 입은 지 2시간밖에 안 된 것”이라며 역시 자신의 시그니처 패션인 검은 가죽 재킷을 저커버그 CEO에게 입혔다. 두 CEO는 올 3월에도 서로 재킷을 바꿔 입으며 기술 공조 가능성을 드러냈다. 이날 대담은 황 CEO가 질문하면 저커버그 CEO가 답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저커버그 CEO는 “현재의 AI 모델 기술만으로도 향후 5년간 제품의 혁신이 가능할 것”이라며 “미래엔 모든 기업이 AI를 가지게 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황 CEO는 저커버그 CEO가 최근 짧은 머리를 기르고 금 목걸이를 차는 등 스타일 변화를 시도한 것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당신의 새로운 스타일이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냐”고 묻자, 저커버그 CEO는 “미래 사업의 많은 부분이 사람들이 착용하는 세련된 ‘안경’을 만드는 것이라면, 그게 내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라며 “매일 같은 옷을 입었던 이전 버전을 은퇴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 안경은 최근 메타가 주력하고 있는 AI와 결합한 ‘스마트 안경’을 일컫는다. 저커버그 CEO는 AI 소프트웨어의 개방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메타는 챗GPT와 같은 자사 거대언어모델(LLM)인 ‘라마’를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있다. 저커버그 CEO는 “애플이 폐쇄적인 생태계를 만들어 성공했기 때문에 모두가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면서 “엿 먹으라고 하고 싶다”고 공식석상에서 애플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6·25전쟁 정전협정 71주년을 맞아 미군 참전용사 부자(父子)에게 ‘평화의 사도’ 메달이 수여됐다. 주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관은 최근 캘리포니아주 로스앨러미토스의 육군 40사단에서 열린 정전협정 기념식에서 6·25전쟁에 참전했던 고(故) 로런스 크레이기 미 공군 중장과 고 존 크레이기 공군 소령 부자에게 평화의 사도 메달을 수여했다고 29일(현지 시간) 밝혔다. 국가보훈부는 6·25전쟁 참전용사의 희생을 기억하고 헌신에 감사를 표하기 위해 이 메달을 제작하고 있다. 총영사관에 따르면 로런스 중장은 미군 최초의 제트기 조종사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활약했다. 6·25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에는 일본 도쿄에 설치된 극동사령부의 부사령관을 지냈다. 또 6·25전쟁 정전협정을 위한 협상단의 일원으로도 활동했다. 로런스 중장의 아들 존 소령은 B-29 폭격기 조종사로 1953년 6·25전쟁에 참전했다. 이날 수여식에는 고인들을 대신해 존 소령의 부인인 메릴린 크레이기 씨가 참석했다. 그는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시아버지와 남편을 잊지 않고 메달을 수여해 준 한국 정부와 총영사관에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메달을 수여한 문정희 영사는 “6·25전쟁에 참전해 대한민국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하신 참전용사의 용기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며 “6·25전쟁이 잊혀진 전쟁이 되지 않도록 한국 정부가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19일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클라우드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해 세계 주요국 정보기술(IT) 체계가 동시다발적으로 일부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각국 주요 항공사의 비행기 운항이 멈췄고 금융결제, 방송, 의료, 물류 등의 서비스도 차질을 빚었다. 26일 개막할 파리 올림픽의 운영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온라인에서는 전 세계 곳곳의 모니터에 ‘죽음의 블루 스크린(BSOD·Blue Screen Of Death)’이 뜬 사진이 쏟아지며 당혹감이 퍼지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미국 유나이티드항공과 델타항공, 일본항공(JAL), 독일 루프트한자 등 각국 대표 항공사 소속 일부 비행기의 운항이 중단되거나 탑승 수속이 지연됐다.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등 국내 일부 저비용항공사(LCC)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해당 항공사 소속 일부 직원이 직접 비행기 티켓 위에 펜으로 항공편명, 좌석 번호 등을 수기(手記)로 작성했다. 전 세계에서 최소 1400편 이상의 항공편이 취소됐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영국 방송사 ‘스카이뉴스’, 호주 ABC뉴스 등 각국 일부 방송사는 생방송에 차질이 생겼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의 진료 예약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했고, 런던증권거래소(LSE)의 데이터와 뉴스 서비스도 일부 중단됐다. 약 2200만 명이 사용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최대 은행 ‘캐피텍’의 주요 업무도 일제히 멈췄다. CNN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선 철도와 항만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했다. 또 많은 나라에서 신용카드와 온라인 결제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현금을 내고 물건을 사야 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26일 올림픽 개막을 앞둔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 역시 “일부 시스템에 영향이 있다”고 밝혔다. 사태의 원인으로 미국 보안업체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프로그램 ‘팰컨 센서’가 거론된다. 보안 패치인 팰컨 센서를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MS의 ‘윈도’ 운영체제와 충돌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다만 해킹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 커츠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최고경영자(CEO)는 NBC에 “이번 사태로 영향을 받은 모든 분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세계 경제가 특정 소프트웨어에 얼마나 취약하고 의존적인지 보여주는 충격적인 사례”라고 평했다. 美-日-유럽 등 항공 1400편 취소… “파리올림픽 시스템도 차질”[MS發 글로벌 IT 대란]MS 클라우드 장애에 전세계 혼란… 유럽 방송-병원 시스템도 먹통인도 증권거래소 일부 서비스 안돼… 전문가 “한곳 의존, 예견된 사고”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발(發) 클라우드 장애로 전 세계가 혼란에 빠졌다. 일부에서는 ‘역사상 최악의 정보기술(IT) 먹통 사태’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사태가 향후 IT 발전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일개 회사의 클라우드 문제가 전 세계를 멈추게 할 수 있다는 공포를 경험하게 됐기 때문이다. 세계가 하나의 클라우드로 연결될 수 있는 ‘초연결 세계’의 그림자다.● 전 세계 IT 대란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호주 유럽 등의 공항에서 최소 1400편 이상 항공편 운항이 중단됐고 일부 방송사들은 방송 송출도 멈췄다. 통신 의료 금융 등 산업 분야에서도 차질이 발생했다. 독일 베를린 공항에서 체크인이 지연됐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스히폴 공항, 스페인 전역의 공항도 사이버 장애를 일으켰다. 일본과 홍콩 국제공항, 대만 타오위안 공항 등에서도 공항 운영에 차질이 생겼다. 이번 사태는 파리 올림픽 준비에도 영향을 미쳤다.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는 이날 “시스템 운영에 영향을 받았다. 현재 비상계획을 가동했다”고 밝혔다. 다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독일 슐레스비히홀슈타인 대학병원은 이날 예정된 수술을 취소하고 응급실도 폐쇄했다. 프랑스 방송사 TF1 진행자 크리스토프 보그랑게랭은 “생방송 스튜디오에 나와 있지만 컨트롤 룸 마비로 생방송을 못 한다”고 말했다. JR서일본에서는 홈페이지 서비스 장애로 열차 주행 위치를 확인하는 서비스가 중단됐다. 오사카 테마파크인 ‘유니버설 스튜디오 저팬(USJ)’에서는 결제 관리 체계 이상으로 일부 식당이 영업을 멈췄다. 인도 증시도 타격을 입었다. 현지 매체 힌두스탄타임스에 따르면 증권사 ‘5파이사(5paisa)’ 등은 시스템이 영향을 받아 증시 거래에 어려움을 겪었다. 타임스오브인디아는 “공항, 항공사 운영, 은행 서비스는 거의 중단에 가까운 상황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세계 곳곳에서 ‘블루 스크린 오브 데스(BSOD)’라 불리는 치명적인 시스템 오류가 나타나기도 했다. 컴퓨터 화면이 파란색으로 바뀌며 부팅이 되지 않는 장애다. ‘죽음의 블루’라고도 불리는 BSOD는 컴퓨터가 안전하게 작동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한국도 항공업계 등에서 피해가 발생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MS,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과 국내 피해 상황 및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보안 업데이트와 충돌 원인 이번 대란은 사이버 공격이 아닌 보안 업데이트 사고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세계 1위 보안업체인 미국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보안 플랫폼인 ‘팰컨’을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MS 윈도 시스템과 충돌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측도 이 점을 인정했다. MS는 “서비스 문제가 발생해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일부 고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상황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면서 “빠른 문제 해결을 위해 복구 작업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공식 입장을 냈다. MS 측은 크라우드스트라이크와 긴급 복구 패치 개발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가 초연결 세계의 취약성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시장 지배력이 높은 특정 클라우드 시스템에 대한 의존이 세계 경제를 마비시킬 수 있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영향과 파급력이 전례없는 규모의 피해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각국 주요 기관과 글로벌 기업들이 MS,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거대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를 사용하기 때문에 사고로 인한 피해 역시 전 세계적 규모로 번지게 되는 구조다. 영국의 국가사이버보안센터장을 지낸 키어런 마틴 옥스퍼드대 교수는 “세계 핵심 인터넷 인프라의 취약성을 매우 불편하게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국내 사이버 보안업체 고위 임원은 “이 같은 사고를 막으려면 배포되는 보안패치 업데이트 시 사전 검증 절차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믿었던 클라우드 업체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그 피해 역시 전 세계적 규모가 된다”며 “클라우드 업체 한 곳에 의존할 게 아니라 비용이 더 들더라도 2, 3개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해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그나마 할 수 있는 대응 방법”이라고 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아버지가 얼굴에 묻은 피를 닦고 주먹을 공중에 들어 올린 순간은 가장 용기 있는 행동으로 기억될 것이다. 아버지 곁에 있는 것이 자랑스럽다.” 18일(현지 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의 찬조 연설자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 대선 후보의 차남 에릭(40)의 일성이다. 에릭은 3일 전 부친의 피격 당시 행동이 “지도자답다”고 추켜세웠다. 또 당시 부친이 그랬듯 이날 내내 주먹을 치켜들고 “싸우자(Fight)”를 외쳤다. 전당대회장을 가득 메운 참석자 또한 “유에스에이(USA)”를 연호하며 화답했다. 에릭은 전당대회 첫날 트럼프 후보가 호명투표(롤 콜·Roll Call)를 통해 공화당 공식 대선 후보로 지명될 때도 플로리다주 대의원 자격으로 관련 내용을 발표했다. 트럼프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면 가족 중 에릭이 가장 확실한 ‘문고리 권력’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에릭의 아내 라라도 공화당 전국위원회 공동의장을 맡아 선거운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날 대회장에는 트럼프 후보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 트럼프 후보의 자녀와 손주 등 대가족이 대부분 참석했다. 특히 그간 대중 앞에 거의 나타나지 않았던 멜라니아 여사, 트럼프 후보의 맏딸 이방카, 이방카의 남편 재러드 쿠슈너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공화당의 상징색인 빨간색 정장을 입고 등장한 멜라니아 여사는 이날 트럼프 후보의 수락 연설이 끝나자 무대로 올라가 남편을 마중했다. 다만 남편을 지지하는 연설을 했던 2016년, 2020년 전당대회 때와 달리 이번에는 연설을 하지 않았다. CNN은 몇몇 공화당 인사가 그에게 연설을 요구했지만 멜라니아 여사가 거부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의 아들인 배런은 이날 트럼프 후보의 3남 2녀 중 유일하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일가(一家)가 공화당의 중심에 있음을 전당대회가 보여줬다. 정치가 ‘가업’이 됐다”고 평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아버지가 얼굴에 묻은 피를 닦고 주먹을 공중에 들어 올린 순간은 가장 용기 있는 행동으로 기억될 것이다. 아버지 곁에 있는 것이 자랑스럽다.”18일(현지 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의 찬조 연설자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 대선 후보의 차남 에릭(40)의 일성이다. 에릭은 3일 전 부친의 피격 당시 행동이 “지도자답다”고 추켜세웠다. 또 당시 부친이 그랬듯 이날 내내 주먹을 치켜들고 “싸우자(Fight)”를 외쳤다. 전당대회장을 가득 메운 참석자 또한 “유에스에이(U.S.A)”를 연호하며 화답했다. 에릭은 전당대회 첫날 트럼프 후보가 호명투표(롤 콜·Roll Call)를 통해 공화당 공식 대선 후보로 지명될때도 플로리다주 대의원 자격으로 관련 내용을 발표했다. 트럼프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면 가족 중 에릭이 가장 확실한 ‘문고리 권력’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에릭의 아내 라라도 공화당 전국위원회 공동의장을 맡아 선거운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이날 대회장에는 트럼프 후보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 트럼프 후보의 자녀와 손주 등 대가족이 대부분 참석했다. 특히 그간 대중 앞에 거의 나타나지 않았던 멜라니아 여사, 트럼프 후보의 맏딸 이방카, 이방카의 남편 재러드 쿠슈너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공화당의 상징색인 빨간색 정장을 입고 등장한 멜라니아 여사는 이날 트럼프 후보의 수락 연설이 끝나자 무대로 올라가 남편을 마중했다. 다만 남편을 지지하는 연설을 했던 2016년, 2020년 전당대회 때와 달리 이번에는 연설을 하지 않았다. CNN은 몇몇 공화당 인사가 그에게 연설을 요구했지만 멜라니아 여사가 거부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의 아들인 배런은 이날 트럼프 후보의 3남 2녀 중 유일하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이방카 부부는 ‘트럼프 1기’ 당시 모두 백악관 선임 고문을 지냈다. 2020년 대선 패배 후 공식석상에 거의 나타나지 않았으나 이번에 등장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일가(一家)가 공화당의 중심에 있음을 전당대회가 보여줬다. 정치가 ‘가업’이 됐다”고 평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전통적으로 친(親)민주당 정서가 강했던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빅테크 기업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데이비드 색스 전 페이팔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실리콘밸리의 유명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트럼프 지지를 천명하고 나섰다. 트럼프 후보의 ‘아바타’로 불릴 만큼 비슷한 정치적 성향을 지녔고, 최근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J D 밴스 공화당 상원의원(오하이오)도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다. 그는 현지 유력 인사들과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은 전체적으로 실리콘밸리에서 친민주당 지지세가 강하다는 평가가 많지만, 현지에선 테크기업을 규제하는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불만이 ‘우경화’를 이끌었다는 분석이 많다. 또 실리콘밸리의 공화당 지지세가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리콘밸리 블루월이 무너지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트럼프 열풍을 이끄는 핵심 인물은 역시 머스크 CEO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머스크는 트럼프 후보의 선거운동을 돕는 슈퍼팩에 매달 4500만 달러(약 622억 원)를 기부할 계획이다. 보기 드문 거액의 후원이다. 올해 대선 기부금 중 지금까지 알려진 최고 기부액은 금융 재벌 티머시 멜런의 5000만 달러(약 691억 원)였다. 페이팔 COO 등을 지낸 투자자이자 머스크 절친으로 알려진 색스 역시 15일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무대에 올라 트럼프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2021년 1월 6일 미 의사당 난입 사건 당시 트럼프 후보를 강력 비난했지만, 최근 지지로 돌아섰다.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벤처캐피털(VC)인 앤드리슨 호로위츠도 트럼프 슈퍼팩에 큰 금액을 기부할 예정이다. 공동 창업자인 마크 앤드리슨과 벤 호로위츠는 “투자 사업과 테크, 미국의 미래가 걸린 상황에선 트럼프가 더 맞는 선택”이란 입장을 밝혔다. 최근 이런 분위기에 대해 암호화폐 연구 기업인 메사리의 설립자 라이언 셀키스는 X에 “정보기술(IT) 업계의 ‘블루 월(민주당 지지 지역)’이 눈앞에서 무너지고 있다”고 밝혔다.● “빅테크 규제한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불만” 실리콘밸리의 이 같은 변화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빅테크 반독점 정책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단 분석이 많다. 2016년까지 실리콘밸리 정치 후원금은 대부분 민주당 몫이었다. 미 정치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크라우드팩에 따르면 2016년 실리콘밸리 지역 정치 기부금의 99%가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쏠렸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 재임 동안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기술에 대한 대중들의 반발과 그에 대한 빅테크 종사자들의 분노, 빅테크를 규제하는 바이든에 대한 환멸이 결합돼 지난 몇 년간 실리콘밸리는 이념적으로 공화당으로 기울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달 6일 샌프란시스코에서 테크업계 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열린 행사에서 트럼프 후보는 총 1200만 달러의 후원금을 모았다. 일각에서는 성소수자, 노숙자, 마약, 범죄 등에 상대적으로 관용적인 정책을 펼쳐온 실리콘밸리의 문화가 중도 또는 중도 보수 성향의 현지 인력들의 우경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지 IT기업에 다니는 한 한국계 엔지니어는 “실리콘밸리의 진보적인 정책이나 분위기에 부담을 느껴 텍사스 등 상대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의 테크기업으로 옮기는 인력도 있다”고 말했다.● ‘밴스 효과’ 이어질까 밴스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것도 실리콘밸리에서 트럼프 후보의 지지세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밴스 부통령 후보는 빅테크 종사자들의 정서를 잘 이해하고, 현지 인맥도 탄탄하기 때문이다. 특히 밴스 부통령 후보는 페이팔을 공동 창업한 피터 틸 팰런티어 테크놀로지 회장, 색스 전 페이팔 COO, 머스크 CEO, 에릭 슈밋 전 구글 CEO 등과도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틸 회장과 색스 CEO는 2022년 밴스 부통령 후보가 상원의원에 출마해 선거운동을 할때 각각 1500만 달러와 100만 달러를 후원했다. 다만 이런 분위기가 실리콘밸리의 다수 분위기인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현지 언론들은 “최근 트럼프 지지를 드러낸 이들은 원래도 보수적 색채가 강했다”며 “자유와 평등을 중요시하는 실리콘밸리 종사자들은 여전히 트럼프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의심할 여지없이 훌륭한 지도자다.”소셜미디어 틱톡의 모회사인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바이트댄스의 AI(인공지능) 챗봇 ‘더우바오(豆包)’가 시 주석의 리더십이 어떤지 묻는 질문에 내놓은 답변이다. 반면 지난달 출시된 중국 스타트업 01.AI의 챗봇 ‘이-라지(Yi-Large)’는 “시 주석의 정책은 언론과 인권의 자유를 더욱 제한하고 시민사회를 억압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현재 이-라지에 같은 질문을 물어보면 “죄송하다. 당신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는 답변이 나온다. 지난달 출시됐을 때와 현재의 답이 다른 것.AI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는 중국 정부가 챗봇과 같은 대규모언어모델(LLM)에 대한 검열을 강화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중국 인터넷정보판공실(CAC)은 챗봇이 중국 공산당의 사회주의 가치를 구현하는 답변을 내놓는지를 지속적으로 시험하고 있다. 바이트댄스, 바이두, 알리바바, 문샷 등 중국의 주요 IT 기업과 스타트업들을 이 시험에 꼭 참여해야 한다. 시 주석에 대한 평가, 인권 문제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질문에 챗봇이 어떤 답변을 내놓는지를 평가하는 게 주목적이다.이러한 AI 대상 검열은 올 2월 중국이 발표한 AI 기업에 대한 운영 지침에 따른 것이다. 지침에 따르면 AI 관련 기업들은 국가 전복을 선동하거나 국민 통합을 훼손하는 등 핵심 사회주의 가치에 위배되는 민감한 키워드와 질문들을 수집해야 한다.관련 기업들은 검열을 통과하기가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항저우 소재 한 IT 기업 관계자는 FT에 “우리는 처음에 통과하지 못 했는데 그 이유가 명확하지 않았다”며 “이를 추측하고 조정하는 데 몇 달이 걸렸다”고 토로했다. 이에 기업들이 “다른 질문을 시도해 보라”, “잘 모르는 것이라 더 공부하겠다” 등으로 대답을 회피하는 방법을 택하자, CAC는 챗봇이 검열 과정에서 회피할 수 있는 기회를 전체 질문 수의 5%로 제한했다.상하이 푸단대에서 핵심 사회주의 가치와 관련한 챗봇들의 대답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바이트댄스가 규정 준수율 66.4%를 보이며 가장 중국 당국이 원하는 답변을 내놓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두는 31.9%, 알리바바는 23.9%로 바이트댄스보다 현저히 낮았다.FT는 “중국이 만리방화벽(防火長城·방화장성, 중국의 인터넷 감시 및 검열 시스템을 의미)을 도입한 지 20년이 지난 지금, 중국은 AI와 AI가 만드는 콘텐츠를 통제하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규제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 겸 ‘러시아 2인자’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사진)이 17일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은 선전포고”라며 “지구 전체를 산산조각 낼지는 전적으로 그들(나토)의 신중함에 달렸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으로 러시아에 직접적인 위협이 가해진다면 핵을 이용한 제3차 세계대전도 불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날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러시아 주간지 ‘아르구멘티이팍티(AIF·논증과 사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나토를 위협하거나 공격할 의도가 없다”며 “모든 것은 서방의 선전이 초래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러시아의 반대파들이 수년간 동맹을 확대한 행위는 나토를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빠뜨렸다”고 덧붙였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나토 회원국과 국민들을 미세한 방사능 먼지로 만들 의도는 없다”면서도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원칙은 역사적인 것”이라고 했다. 나토가 미국의 ‘꼭두각시’라고도 비판했다. 그는 “중요한 결정은 나토 회원국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하나의 국가에 의해서 이뤄진다. 이제 서방 세계에는 대화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불만을 표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미국 마이애미 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백악관 기밀문서를 불법 반출한 혐의로 기소됐던 형사 소송을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기각했다. 이로써 13일 암살 시도 사건 뒤 지지층 결집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트럼프 후보는 줄곧 발목을 잡아 왔던 중요 사법리스크 중 하나를 털어내게 됐다. 15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연방법원의 에일린 캐넌 판사는 93쪽 분량의 판결문에서 “법무부가 수사를 관리할 특별검사로 외부 변호사 잭 스미스를 임명한 것은 헌법 위반”이라고 밝히며 소송을 기각했다. 헌법상 대통령이 임명하거나 상원이 인준해야 하는 특별검사를 2022년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이 임명한 건 위헌이라는 지적이다. 기소의 핵심인 트럼프 후보가 퇴임 뒤 플로리다주 사저로 백악관 기밀문서를 유출한 혐의에 대해서는 아무런 판단도 하지 않았다. 스미스 특검 측은 즉각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검 관계자는 “이번 기각 판결은 법무장관도 특별검사를 임명할 법적 권한이 있다는 이전 법원들의 결론들과 상충한다”고 지적했다. 2022년 출범한 스미스 특검은 지난해 6월 트럼프 후보를 기소했다. 현지에서도 이번 기각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2017년 트럼프 후보와 러시아가 공모해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수사했던 로버트 뮬러 특검도 스미스 특검처럼 법무장관이 임명했기 때문이다. 미 워싱턴포스트(WP)도 “스미스 특검이 불법적인 절차로 임명됐다는 주장은 억지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캐넌 판사가 친(親)트럼프적 보수 성향이란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판결은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 독립적인 검사 임명 절차의 적법성을 인정해 온 판례를 뒤집은 것”이라며 “캐넌 판사는 트럼프 후보가 자신의 임기 마지막 해에 임명했던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기각으로 트럼프 후보는 자신을 옥죄던 사법리스크에서 더욱 자유로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스미스 특검은 기밀문서 불법 반출 사건 외에도 2021년 1월 6일 의사당 난입 등 대선 패배 뒤집기 시도 사건에 대해서도 기소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캐넌 판사의 기각 결정은 두 형사 사건 모두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