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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질 것 같지 않던 KIA 타이거즈의 연승 행진이 ‘9’에서 멈춰 섰다. 14년만의 10연승에 도전한 KIA의 질주를 막아 세운 건 올 시즌 불과 2승(9패)을 거두고 있던 두산 사이드암 투수 최원준이었다. 두산은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안방 경기에서 최원준의 5이닝 무실점 호투와 양석환의 결승 홈런포를 앞세워 3-0으로 승리했다. 최근 2연패에서 벗어난 두산은 56승 1무 56패로 5할 승률을 회복하면서 5강 싸움에 불씨를 지폈다. 6위 두산은 5위 KIA에 3경기 차로 따라붙었다.지난 3년간 두산의 든든한 선발 투수로 활약했던 최원준은 올 시즌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이날 경기 전까지 2승 9패, 평균자책점 5.57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은 끝에 불펜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또 다른 선발 자원들인 최승용과 김동주가 부상과 부진으로 2군으로 내려가면서 이날 약 한 달 만에 다시 선발 기회를 잡았다. 최원준은 이날 최고 시속 143km의 힘 있는 패스트볼을 주무기로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을 고루 섞어 던지며 KIA 타자들을 제압했다. 전날까지 9연승을 질주하는 동안 팀 타율 0.351의 불방망이를 휘두르던 KIA 타선은 좀처럼 공격의 활로를 뚫지 못했다. 우익수 조수행의 호수비도 최원준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조수행은 1-0으로 앞선 4회초 2사 1루에서 최형우의 장타성 타구를 전력질주해 담장 바로 앞에서 잡아냈다. 5회 2사 1, 2루에서도 KIA 9번 타자 최원준의 타구를 아웃시켰다.최원준은 5회까지 4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을 기록하는 동안 59개의 공밖에 던지지 않았다. 하지만 오른손 중지 물집이 벗겨지면서 6회부터 구원 투수 김명신에게 마운드를 넘겨야 했다. 두산은 김명신을 필두로 김강률(7회), 박치국(8회), 정철원(8회) 등이 이어던지며 최근 무섭게 타올랐던 KIA에 영봉패를 안겼다. 최원준이 승리 투수가 되며 3승째를 따냈고, 8회 2사 1, 2루에서 등판해 1과 3분의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정철원이 7세이브째를 따냈다. 타선에서는 6번 지명타자 양석환이 2회말 KIA 선발투수 양현종을 상대로 선제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기선을 제압했다. 4회 1사 1, 3루에서 정수빈의 1루수 앞 땅볼 때 3루 주자 허경민이 홈인하며 추가점을 뽑았고, 7회 대타 김인태의 적시타로 쐐기점을 뽑았다. KIA 선발 양현종은 6이닝 2실점(1자책)으로 잘 던지고도 패전 투수가 됐다. 하지만 양현종은 시즌 103탈삼진을 기록하며 KBO리그 역대 3번째로 9년 연속 100탈삼진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전날 KT에 9회말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했던 선두 LG는 이날 KT에 11-4로 대승을 거두며 전날의 패배를 설욕했다. 2위 KT와의 승차는 다시 6.5경기가 됐다. LG는 0-2로 끌려가던 3회 홍창기의 2타점 2루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2-3으로 다시 뒤진 4회 1사 2루에서는 오지환의 적시타로 다시 동점을 만들었고, 계속된 1사 1, 3루에서 문성주의 내야 땅볼 때 역전에 성공했다. 주장 오지환은 4-3으로 앞선 6회 1사 1루에서 KT 선발 투수 고영표를 상대로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2점 홈런을 터뜨렸다. 오지환은 이날 4타수 2안타 3타점 2득점의 맹활약으로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LG 선발투수 이정용은 6이닝 동안 9안타를 내주면서도 실점을 3점으로 막아내며 시즌 7승째(1패)를 따냈다. 창원에서는 NC가 키움을 6-1로 꺾고 주중 3연전을 싹쓸이했다. 최근 3연승을 달린 NC는 이날 패한 SSG를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NC는 1회말 키움 선발 장재영의 제구 불안으로 만든 2사 만루에서 오영수가 2타점 중전안타를 때려 2-0으로 앞섰다. 계속된 만루 기회에서는 김형준이 우전안타로 주자 2명을 불러들여 4-0으로 달아났다. 2회 1사 만루에서 천재환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추가한 NC는 4회에도 박건우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보태 6-0으로 크게 앞서며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지었다. NC 선발 태너가 7이닝 2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한 반면 키움 선발 투수 장재영은 2이닝 동안 4사구를 7개나 남발하며 5실점으로 시즌 4패째를 당했다. 대전에서는 한화가 4타수 2안타 2타점의 맹타를 휘두른 채은성의 방망이에 힘입어 SSG에 4-3으로 재역전승했다. 채은성은 3-3 동점이던 7회 2사 1, 2루에서 좌전안타로 결승타를 때려냈다. 울산에서는 롯데가 연장 11회 접전 끝에 유강남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삼성을 2-1로 꺾었다. 유강남은 11회말 상대 마무리 오승환을 상대로 2사 1, 2루에서 좌익선상을 빠지는 끝내기 안타를 때려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국민 타자’로 불렸던 이승엽 두산 감독(47·사진)은 지난해까지 한국프로야구 최다 홈런(467개), 최다 타점(1498개), 최다 득점(1355개) 기록을 모두 갖고 있었다. 이 기록들에 관해 질문을 받을 때마다 그는 이렇게 답하곤 했다. “언젠가는 후배들이 나를 넘어설 것이다. 어차피 최정(36·SSG)이 내 기록을 모두 깨지 않을까 싶다.” 주인이 가장 먼저 바뀐 건 최다 타점이었다. 기록을 깬 건 KIA 최형우(40)였다. 6월 20일 한화전에서 1500번째 타점을 기록하며 이 감독을 넘어선 최형우는 6일 현재 통산 1535타점을 기록 중이다. 최다 득점 기록은 6일 주인이 바뀌었다. 이 감독이 후계자로 꼽은 최정이 새 주인이 됐다. 전날까지 이 감독과 나란히 1355득점을 기록 중이던 최정은 이날 한화와의 경기 3회초에 2루타로 출루한 뒤 에레디아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아 새 기록을 썼다. 최정은 7회초에도 득점을 추가해 시즌 83번째이자 통산 1357번째 득점을 기록했다. 최정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득점은 나 혼자만 잘해서 쌓을 수 있는 기록이 아니다. 좋은 선후배 동료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영광을 누리게 된 것 같다”며 “득점이 많을수록 팀 승리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앞으로도 더 많은 점수를 올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유신고를 졸업하고 2005년 SK(현 SSG)에 입단한 최정은 그해 6득점을 시작으로 데뷔 19년 차에 새 역사를 썼다. 최정은 그동안 득점왕에 오른 적이 한 번도 없다. 하지만 19년 동안 8번이나 득점 상위 10위 이내에 들며 득점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 끝에 이 감독을 넘어섰다. 최정은 2016년부터 올해까지 8년 연속 80득점 이상을 기록 중이다. 최정은 통산 홈런에서도 역대 1위를 바라보고 있다. 올 시즌 25홈런을 포함해 통산 454홈런을 기록 중인 그는 이 감독의 통산 홈런 기록에 13개만 남겨두고 있다. 6일 현재 30경기가 남아있는 올 시즌엔 기록 경신이 쉽지 않지만 내년이면 통산 홈런 1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통산 최다 타점도 결국엔 최정의 타이틀이 될 게 유력하다. 최정은 현재 1444타점으로 최형우에게 91개 뒤진 통산 3위다. 하지만 최정은 최형우보다 네 살 어리다. 최형우도 “지금 내가 기록을 갖고 있다고 해도 결국엔 (최)정이가 다 깰 것”이라고 말한다. 최정은 몸에 맞는 공에서는 독보적인 기록을 갖고 있다. 6일 경기에서도 몸에 맞는 공 1개를 추가한 최정은 통산 몸에 맞는 공 327개로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 최다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NC 박석민이 212개로 통산 2위인데 최정과는 100개 이상 차이가 난다. 최정은 내년이면 통산 최다 타석에서도 1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통산 8805타석으로 3위인 최정이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하면 내년 시즌 중에 박용택(9138타석·은퇴)을 넘어서게 된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올 시즌 프로야구 NC 선수들은 홈런을 치면 더그아웃에서 ‘사진관 세리머리’를 한다. 사진사는 올해 NC 유니폼을 입은 외국인 투수 페디(30)다. 페디는 즉석카메라로 홈런을 친 선수를 찍은 뒤 포토 보드에 사진을 붙인다. 장비를 사비로 구매한 페디는 방문경기 때도 카메라와 보드를 손수 들고 다닌다. NC 관계자는 “페디의 에너지가 팀 케미스트리(융합)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마운드 위의 페디는 팀에 더 큰 도움이 되는 선수다. 올 시즌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투수로 평가받는 페디는 외국인 투수 첫 트리플크라운(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1위)을 향해 전진하며 팀의 순위 싸움에 힘을 보태고 있다. 페디는 5일 키움과의 창원 안방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2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17승(6패)째를 거둔 페디는 다승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평균자책점도 2.28로 끌어내리며 이 부문 선두로 도약했다. 또 11개의 탈삼진을 잡아내 탈삼진 160개로 이 부문 선두 안우진(키움·164개)을 4개 차로 추격했다. 안우진이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한 터라 페디는 사실상 탈삼진 1위 자리를 예약했다. 한국 프로야구 투수 중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선수는 3명밖에 없다. 선동열이 4차례(1986, 1989, 1990, 1991년) 달성했고, 류현진(2006년)과 윤석민(2011년)이 각각 한 번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2014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신인 드래프트 때 워싱턴으로부터 1라운드 지명을 받았던 페디는 작년까지 워싱턴의 5선발로 뛰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 6승 13패, 평균자책점 5.81을 기록한 뒤 계약 연장 불가 통보를 받았다. 성적도 좋지 않았지만 어깨와 손목 등 내구성에도 물음표가 붙었다. 그 틈을 NC가 파고들었다. 워싱턴 구단이 연장 계약 불가 방침을 발표한 지 몇 분 되지 않아 영입 의사를 전달했다. 페디는 한국행을 결심한 뒤 원래 살던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를 떠나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로 이사해 피칭아카데미의 도움을 받았다. 그곳에서 체계적인 트레이닝으로 어깨와 손목을 강화했고, 투구 메커니즘도 새롭게 가다듬었다. 원래부터 잘 던졌던 투심패스트볼과 컷패스트볼에 스위퍼(옆으로 많이 휘는 변형 슬라이더)를 새롭게 장착했다. 구사율이 높지 않았던 체인지업도 보강했다. 강인권 NC 감독은 “페디가 던지는 4개의 구종은 모두 결정구로 손색이 없다. 마운드에서의 투쟁심 역시 역대 외국인 선수 중 최고”라고 칭찬했다. MLB에서 한 시즌 133과 3분의 1이닝(2021년) 투구가 최고였던 그는 올해는 벌써 142와 3분의 1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이제 페디가 등판할 때마다 MLB와 일본 프로야구 3∼5개 구단 스카우트가 항상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낸다. 선수 이적 시장에 밝은 한 관계자는 “페디처럼 많은 구단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관심을 보였던 사례는 별로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도 4일 페디의 인터뷰 기사를 내보내며 관심을 보였다. 미국 유력 일간지가 시즌이 한창일 때 한국 프로야구에서 뛰는 선수를 조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페디는 아직 ‘스토브리그’를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에만 모든 것을 집중하고 있다. 자만하지 않고 해왔던 대로 시즌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1시간 44분간의 갑작스러운 경기 중단도 LG의 앞길을 막진 못했다. 선두 LG가 2위 KT의 끈질긴 추격을 뿌리치고 정규시즌 1위를 향한 발걸음을 재촉했다. LG는 5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의 방문경기에서 6회에 터진 김현수의 결승타를 잘 지켜내며 5-4, 짜릿한 한 점 차 승리를 거뒀다. 이날부터 사흘간 열리는 LG와 KT의 경기는 정규시즌 1위를 향한 분수령이 될 수 있는 중요한 3연전이었다. 전날까지 LG는 KT를 5.5경기 차로 앞서고 있었지만 KT가 이번 3연전을 싹쓸이할 경우 양 팀의 승차는 2.5경기차로 줄어들 수 있었다. 하지만 막판까지 집중력을 유지한 LG가 3연전의 첫 경기를 잡아내면서 승차를 6.5경기로 벌렸다. 이날 경기는 경기 중 내린 갑작스러운 폭우로 1시간 44분간이나 중단됐다 재개됐다. LG가 4-2로 앞선 3회말 경기가 중단됐는데 대기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서 양 팀 선발 투수(LG 최원태, KT 쿠에바스)는 모두 3이닝씩 밖에 던지지 못했다. 재개된 4회말 LG는 KT 배정대에게 솔로홈런, 황재균에게 적시타를 맞아 4-4 동점을 허용했다. 하지만 6회초 선두타자 홍창기가 좌중간 2루타를 치고 나간 뒤 희생번트로 만든 1사 3루에서 김현수의 우전 적시타로 다시 5-4로 앞섰다. LG는 8회말 구원투수 박명근이 장성우에게 2루타에 허용한 데 이어 김민혁에게 볼넷을 내줘 1사 1, 2루의 위기를 맞았다. 이 순간 LG는 마무리 고우석 카드를 뽑아들며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고우석은 이호연을 상대로 바운드가 큰 땅볼을 유도했는데 LG 유격수 오지환이 이 공을 병살타로 만들어내며 위기를 벗어났다. 오지환은 공을 잡은 뒤 오른 발끝으로 가볍게 2루 베이스를 터치한 뒤 1루로 송구했다. 고우석은 9회말에도 등판해 팀 승리를 지켜냈다. 최근 4연패에 빠진 KT는 3위 SSG에 1경기 차로 쫓기는 신세가 됐다. NC는 창원에서 에이스 페디의 7이닝 무실점 호투와 박건우의 결승 2점 홈런을 앞세워 키움을 2-1로 꺾고 4위에 복귀했다. 박건우는 0의 행진이 이어지던 6회말 1사 1루에서 키움 선발 맥키니의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밀어쳐 우월 투런홈런을 쏘아 올렸다. 키움은 9회초 임병욱의 좌중간 적시타를 날려 1점을 따라붙었으나 경기를 뒤집는데는 실패했다. NC 선발 페디는 7이닝 2안타 11탈삼진 무실점으로 17승(6패)째를 수확했다. 평균자책점도 2.28로 낮추며 다승과 평균자책점 모두 단독 1위로 나섰다. 대전에서는 한유섬이 4타수 4안타 4타점의 맹타를 휘두른 SSG가 한화를 11-6으로 꺾고 4연패에서 벗어났다. 7번 타자 우익수로 출전한 한유섬은 2회 우중간 안타를 시작으로 4회 홈런, 6회 볼넷, 7회와 8회에는 우전 안타를 기록하는 등 5번 모두 출루하며 공격을 이끌었다. 울산에서는 유강남이 3점 홈런을 터뜨린 롯데가 삼성을 10-3으로 크게 이겼다. 롯데는 1회말 1사 만루에서 니코 구드럼의 희생플라이로 선제점을 뽑은 뒤 유강남이 좌중간 펜스를 넘어가는 3점 홈런을 터뜨리며 기선을 제압했다. 롯데는 5회초 3-5로 쫒겼으나 곧이은 5회말 윤동희와 정훈의 적시타로 2점을 달아나며 승기를 잡았다. 같은 날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KIA-두산 경기는 경기 직전 쏟아진 국지성 폭우로 인해 취소됐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CJ그룹이 개최해 온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더CJ컵이 내년부터 5월에 ‘더CJ컵 바이런 넬슨’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열린다. CJ그룹(회장 이재현)은 내년부터 2033년까지 10년간 이 대회의 타이틀 스폰서를 맡기로 했다고 5일 밝혔다. 2017년부터 3년간 제주도에서 개최되며 한국에서 열리는 유일한 PGA투어 대회였던 더CJ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2020년부터 작년까지 3년간은 미국에서 치러졌다. 내년에는 더CJ컵 바이런 넬슨이라는 이름으로 5월 2일부터 나흘 동안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인근 매킨니의 TPC 크레이그 랜치(파72)에서 개최된다. 총상금은 950만 달러(약 126억원)다. 작년까지 플레이오프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이 끝난 뒤 가을 시리즈로 열렸던 더CJ컵은 올해는 가을 시리즈에서 빠졌고, 내년부터 정규투어 대회로 변신했다. 내년부터 단년제 시즌으로 복귀하는 PGA투어는 1월부터 8월까지 정규 시즌과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9월부터 12월까지는 이듬해 PGA 투어 출전 자격을 확정하는 가을 시즌을 진행한다. 정규 시즌은 메이저대회, 시그니처 대회, 풀 필드(Full-field)대회로 구성되는데 더CJ컵 바이런 넬슨은 풀 필드 대회 중 하나다. 1944년 창설돼 79년 역사를 지닌 이 대회는 선수 이름이 들어간 최초의 PGA투어 대회다. 바이런 넬슨은 PGA투어 11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미국 골프의 전설이다. 텍사스에서 태어나 텍사스를 떠나지 않았던 넬슨은 이 지역에서 가장 사랑받는 스포츠 스타 중 한 명이다. 이 대회는 그동안 버라이즌, HP, EDS, AT&T 등 텍사스에 기반을 둔 기업이 타이틀 스폰서를 맡아왔다. 이 대회는 한국 선수들과도 인연이 깊다. 배상문(2013년)을 시작으로 2019년 강성훈이 우승했고, 이경훈은 2021년과 2022년 이 대회를 2연패했다. CJ 관계자는 “CJ가 미국에서 대회를 연 지난 3년 동안 미국 시장에서 매출 신장과 기업 이미지가 상당히 높아졌기에 미국 현지 마케팅 활동 강화 차원에서 이같이 결정했다”며 “앞으로 한국프로골프 선수의 출전 기회를 배려하는 등 방안을 논의 할 것”이라고 밝혔다.이헌재기자 uni@donga.com}

강원 홍천에 있는 27홀 대중제 골프장 클럽모우 골프&라이프스타일(사진)이 통산 4번째 ‘소비자 만족 10대 골프장’ 에 도전한다. 국내 최대 골프 부킹 플랫폼 XGOLF(대표 조성준)와 동아일보, 스포츠동아가 공동 주최하는 ‘소비자 만족 10대 골프장’은 올해 말까지 골퍼들의 라운드 후기를 반영하는 2차례의 평가 과정을 거쳐 선정된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연속 소비자 만족 10대 골프장에 선정된 이 골프장은 1차 평가에서는 캐디(9.1점), 코스(8.9점), 그린피(9.1점), 식음(9.7점) 등에서 고르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2013년 9월 문을 연 이 골프장은 친환경 코스 설계자로 유명한 마이클 허잔이 한국에 만든 처음이자 유일한 작품이다. 마운틴 코스는 잠시도 경계를 늦출 수 없을 정도로 모험적이고 난도가 높은 홀들로 구성됐다. 코스를 감싸는 장락산 능선을 따라 걸으며 드라마틱한 경관 속에 긴장과 이완이 교차하는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오아시스 코스는 흥미로운 계곡과 크고 작은 연못들이 어우러져 있다. 와일드 코스는 자연 그대로의 풍경을 살려 나만의 공간에서 골프를 치는 느낌을 준다. 이 골프장은 자연 환경을 살린 설계로 편안한 느낌을 주지만 전략적인 코스 공략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플레이를 할 때는 어렵지만 집에 돌아갈 때쯤에는 다시 한번 찾고 싶은 마음이 드는 골프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 이용자는 “재미있고 도전적인 코스였다. 그래도 퀄리티 있게 만들어져 억지로 어렵게 코스를 만든 다른 골프장과는 달랐다”는 후기를 남겼다. 또 다른 이용자는 “페어웨이 상태와 그린 스피드가 좋았다. 전체적인 코스는 어려웠지만 전략적으로 접근하니 스코어도 꽤 잘 나왔다”고 평가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이우석이 이달 23일 개막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양궁 국가대표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켰다. 이우석은 3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평화의광장에서 열린 제3회 현대자동차 정몽구배 한국양궁대회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구대한을 슛오프 끝에 세트스코어 6-5(30-28, 28-29, 30-30, 29-27, 27-29<10X-10>)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슛오프에서 두 선수 모두 10점을 쐈는데 이우석은 지름 6.1cm 과녁 한가운데 원에 화살을 꽂는 ‘엑스(X) 10’을 기록했다. ‘양궁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보다 한국 국가대표가 되는 게 더 어렵다’는 말을 재확인한 대회였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남녀 총 8명의 국가대표 중 이날 열린 4강전에 오른 선수는 이우석뿐이었다. 남자 세계랭킹 2위 김우진과 맏형 오진혁은 64강에서 모두 탈락했다. 2021년 도쿄 올림픽 2관왕 김제덕은 8강전에서 이우석에게 패했다. 여자 대표팀 4명도 준결승 진출에 모두 실패했다. 도쿄 올림픽 3관왕 안산은 64강에서, 국가대표 선발전을 1위로 통과한 임시현은 32강에서 탈락했다. 최미선은 16강, 강채영은 8강에서 짐을 쌌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우승 상금 1억 원을 받은 이우석은 “한국 양궁 수준이 그만큼 높다는 것”이라며 “1등을 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게 많다. 남은 기간 부족한 점을 보완해 아시안게임에서는 팬들께 편안한 경기를 보여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여자부에서는 정다소미가 챔피언에 올라 상금 1억 원의 주인공이 됐다. 정다소미는 유수정을 상대로 7-3(30-28, 28-27, 27-29, 29-29, 29-27) 완승을 거뒀다. 컴파운드 남자부에서는 최용희, 여자부에서는 오유현이 각각 우승하며 상금 2000만 원씩을 받았다. 이날 스페셜 이벤트에서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여자부에서 각각 금메달과 동메달을 딴 ‘레전드’ 서향순과 김진호가 모처럼 후배 선수들과 함께 활시위를 당겼다. 김진호는 첫 발에 7점, 두 번째 발에 8점을 쐈다. 서향순은 각각 5점과 9점을 기록했다. 서향순 팀이 승리하면서 적립된 860만 원은 대한체육회에 유소년발전기금으로 기부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 프로야구 투수 최다승(210승)에 빛나는 송진우 전 독립리그 스코어본 하이에나들 감독(57)은 요즘 ‘육아휴직’ 중이다. 선수와 지도자, 해설위원 등으로 50년 가까이 쉼 없이 달려온 그는 잠시 그라운드를 떠나 늦둥이 아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내와 사별한 뒤 재혼한 그는 2018년에 셋째 아들을 낳았다. 한창 뛰어놀 나이인 다섯 살 아들과 함께 그는 캠핑을 많이 다닌다. 캠핑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유행이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갈 수 없으니 조용하게 다닐 곳을 찾다가 캠핑을 접하게 됐다. 첫해에는 캠핑카를 몰고 이곳저곳을 다녔다. 요즘에는 차와 하우스가 분리된 트레일러를 갖고 다닌다. 그는 “설치하고 정리하는 게 정말 힘들다”면서도 “그래도 자연과 함께하는 매력이 크다. 막상 다녀오면 다시 가고 싶은 중독성이 있다”며 웃었다. 50대 중반을 넘긴 나이에도 그는 군살 없는 탄탄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 체력운동을 따로 하진 않지만 부지런하게 몸을 움직이는 덕분이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많은 이닝(3003이닝)을 소화했고, 가장 많은 타자(1만2708명)를 상대했으며, 가장 많은 공(4만9024개)을 던졌던 그는 선수 시절 ‘자기 관리’의 화신이었다. 그가 하루도 빼놓지 않고 했던 운동 중 하나는 ‘쌀 씻기’였다. 작은 양동이에 쌀을 3분의 2가량 채우고 팔뚝에 힘이 빠질 때까지 쌀을 쥐었다 폈다 하는 단순한 운동이다. 이를 3세트 정도 반복하면 손목 강화는 물론이고 아래팔 근육에 큰 도움이 된다. 그는 “일반인들도 TV를 보면서 이 운동을 하면 팔심이 좋아질 수 있다. 나중에 밥할 때도 도움이 많이 된다”고 농담을 했다. 그는 골프와 낚시도 즐긴다. 그는 야구계를 대표하는 ‘골프 고수’ 중 한 명이다. 30대 중반에 골프를 시작한 그는 간결하면서도 힘 있는 스윙을 한다. 아마추어 선수 시절 그는 뛰어난 투수이면서 좋은 타자이기도 했다. 핸디캡이 8인 그는 종종 싱글을 친다. 드라이버샷을 마음먹고 때리면 300야드를 날리지만 안정적으로 250야드 안팎을 보낸다. 특히 송곳같이 꽂히는 아이언샷이 일품이다. 2008년 야구인 골프대회에서는 이븐파인 72타를 쳐 메달리스트가 됐다. 그는 “캠핑을 함께 하면서 만난 아들 친구 아빠들과 골프를 치기도 한다”고 했다. 선수 시절 혼자 낚시를 하면서 머리를 식히곤 했던 그는 틈틈이 낚시도 다닌다. 붕어 낚시, 배스 낚시, 루어 낚시 등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우럭이나 광어를 잡으러 서해 바닷가도 간다. 잠시 휴식기를 갖고 있는 그는 지금처럼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재능기부를 하면서 앞으로의 삶의 방향을 잡아 보려 한다. 야구계를 위해 그가 가진 노하우를 전해 주려는 의지는 확고하다. 선수 생활 초반 강속구 투수였던 그는 30대 중반 무렵 기교파 투수로 변신해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그는 “30대 중반 이후 많은 승리를 올리면서 중년 팬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며 “젊은 사람들과 베테랑이 함께 조화를 이루는 팀이 정말 좋은 팀이다. 그런 모습을 위해 나도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

한국 프로야구 최초이자 유일한 200승 투수인 송진우 전 독립리그 스코어본 하이에나들 감독(57)은 숫자 ‘21’과 인연이 깊다. 그는 1989년 프로야구 빙그레 이글스(현 한화 이글스)에 입단해 2009년을 끝으로 은퇴할 때까지 21년간 줄곧 한 팀에서만 뛰었다. 프로 2년차부터 등번호 21번을 달았던 그가 승수는 정확히 210승. 그를 상징하는 번호 21번은 한화의 영구결번으로 지정되어 있다. 그가 세운 210승은 당분간 깨지기 힘든 기록이다. 보통 수준급 투수의 기준을 한 시즌 10승으로 본다. 210승을 하려면 한 해도 쉬지 않고 21년간 10승씩을 거둬야 한다. 그는 210승 투수임과 동시에 103개의 세이브를 달성한 투수이기도 하다. 200승-100세이브 기록은 더더욱 나오기 힘들다. 이 밖에 그는 KBO리그 역사상 가장 많은 이닝(3003이닝)을 소화했고, 가장 많은 타자(1만2708명)를 상대했으며, 가장 많은 공(4만9024개)을 던졌다. 그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유일한 2000탈삼진(2048개) 투수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그는 “부끄러움 없이 몸관리를 했다”며 “다른 무엇보다 야구를 잘하기 위해 행동하려 했다”고 했다. 선수 시절 그는 손톱깎이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는 “손톱깎이를 쓰다가 깊게 잘리기라도 하면 손가락 감각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신 사포를 이용해 손톱을 정리했다. 그는 사포를 포함해 각종 손톱 관리 도구가 담긴 필통을 항상 가지고 다녔다. 사우나에서는 공을 던지는 왼쪽 검지와 중지는 물 밖에 내놨다. 욕탕에 몸은 담근 그는 의도치 않게 항상 승리의 ‘V’자를 그리고 있었다. 찬바람이 뼛속까지 들어올까 봐 한여름에도 에어컨 바람을 직접 쐬지 않았다. 대신 시원한 물을 마시고 선풍기 바람으로 천천히 열을 식혔다. 그는 “야구를 잘하고 싶다는 마음가짐에서 나온 행동들이었다. 그런 것들이 효과가 있었다기보다는 그런 마음가짐 덕분에 야구를 잘할 수 있는 행운이 내게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선수 시절 하루도 빼놓지 않고 했던 운동 중 하나는 ‘쌀 씻기’였다. 작은 양동이에 쌀을 3분의2가량 채우고 팔뚝에 힘이 빠질 때까지 쌀을 쥐었다 폈다 하면 된다. 이 같은 과정을 3세트 정도 반복했다. 단순한 동작이지만 손목 강화는 물론 전완근에 큰 도움이 됐다. 그는 “많은 투수들이 제구가 잘 되지 않는 이유를 어깨가 안 좋거나 체력이 달려서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악력이 떨어지면 공을 잡아주는 힘이 떨어지고, 이 때문에 공이 뜨게 된다. 포크볼 같은 변화구를 던지는 투수들에게 특히 좋은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보통 사람들도 TV를 보면서 이 운동을 하면 팔 힘이 좋아질 수 있다. 매일 쌀을 씻다 보면 나중에 밥을 할 때도 도움이 많이 된다”고 농담을 했다. 50년 가까이 쉼 없이 야구 인생을 달려온 그는 요즘은 잠시 휴식기를 갖고 있다. 2020년까지 한화 코치를 지냈고, 2021년에는 독립구단 스코어본을 이끌며 경기도 리그 우승을 차지한 뒤 지난해부터는 재능기부를 주로 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KBO리그 재능기부위원을 맡았다. 요즘 그가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늦둥이를 보살피는 것이다. 첫 번째 부인과 사별한 뒤 재혼한 그는 2018년에 셋째 아들을 낳았다. 그는 “아이를 잘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일종의 육아휴직을 하며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한창 뛰어놀 나이인 다섯 살짜리 아들과 함께 캠핑을 많이 다닌다. 캠핑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유행이었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에 갈 수 없으니 조용하게 다닐 수 있는 장소를 찾다가 캠핑을 접하게 됐다. 첫해에는 캠핑카를 몰고 이곳저곳을 다녔다. 요즘에는 차와 하우스가 분리된 트레일러를 갖고 다닌다. 그는 “설치하고 정리하는 게 정말 힘들다. 노동이나 마찬가지”라면서도 “그래도 자연과 함께 하는 매력이 크다. 공기와 느낌이 도시와는 너무 다르다. 막상 다녀오면 다시 가고 싶다”고 했다. 캠핑은 집이 있는 대전 근교와 충청도 일대를 주로 다닌다. 그는 “금요일에 아이의 어린이집이 끝나면 바로 출발해 2박을 하고 다시 일요일에 돌아오곤 한다”고 했다. 그는 캠핑 말고도 골프와 낚시도 즐긴다. 그는 야구계의 대표적인 ‘골프 고수’ 중 한 명이다. 30대 중반인 2000년 정도에 골프를 시작했다. 따로 레슨을 받거나 제대로 배우진 않았지만 아마추어 시절 좋은 타자이기도 했던 그는 좋은 스윙폼을 갖고 있다. 핸디캡이 8인 그는 종종 싱글을 친다. 드라이버 샷은 마음 먹고 때리면 300야드를 날리지만 안정적으로 250야드 안팎을 보낸다. 투수로 제구력이 좋았던 그는 송곳같이 꽂히는 아이언샷이 일품이다. 2008년 충북 센테리움CC에서 열린 제27회 야구인골프대회에서는 이븐파인 72타를 쳐 메달리스트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는 “캠핑을 함께 하면서 만난 아들 친구 학부모들과 교류하면서 함께 골프를 치기도 한다”고 했다. 혼자 시간이 있을 때는 장비를 챙겨 낚시를 가곤 한다. 그는 선수 시절부터 혼자 낚시를 하면서 머리를 식히곤 했다. 붕어 낚시, 배스 낚시, 루어 낚시 등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우럭이나 광어를 잡으러 서해 바닷가로 갈 때도 있다. 선수 시절부터 그는 몸을 부지런하게 움직였다. 지금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 잠시도 가만있지 않고 뭔가라도 하면서 바쁘게 움직인다. 그러다 보니 살이 찔 일이 없다. 선수 때와 비교해 먹는 것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몸무게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웨이트트레이닝 같은 체계적인 훈련을 하지 않아도 그는 여전히 탄탄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 ‘육아휴직’ 중인 그는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딱히 정해놓은 것은 없다. 지금처럼 그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재능기부를 하면서 앞으로의 방향을 잡아보려 한다. 다만 야구계를 위해 그가 가진 노하우를 전해주려는 의지는 확고하다. 그게 프로일 수도, 아마추어일 수도, 대표팀일 수도 있다. 선수 생활 초반 강속구 투수였던 그는 30대 중반 즈음인 2000년을 전후해 기교파 투수로 변신해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그는 “30대 중반 이후 많은 승리를 올리면서 중년 팬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며 “그렇게 관심을 받다 보니 자기관리를 소홀히 할 수 없었고, 스스로를 발전시켜 더 오래 선수생활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요즘 사회는 젊은 사람들 위주로 돌아간다. 물론 그것도 좋지만 베테랑들의 경험도 무시할 수 없다”며 “젊은 사람들과 베테랑이 함께 조화를 이루는 팀이 정말 좋은 팀이다. 사회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모습을 위해 나도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달 29일 정규시즌 잔여 경기 일정을 확정해 발표하면서 10월 10일까지는 일정을 마무리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첫걸음부터 어그러졌다. 발표 이후 이틀간 전국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9경기가 추가로 미뤄졌기 때문이다. 프로야구는 앞으로 170경기를 더 치러야 정규시즌 일정을 마무리할 수 있다. KBO는 연속경기(더블헤더)를 통해 일정 소화 속도를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이 때문에 가장 뿔이 난 팀은 키움이다. 키움은 우천 영향을 받을 리 없는 안방구장 서울 고척스카이돔을 쓰기 때문에 31일 현재 10개 팀 중 가장 많은 121경기를 소화했다. 그런데도 9일 한화와 고척돔 개장(2015년) 이후 첫 프로야구 더블헤더를 치러야 한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예비일이 뒤에 있는데 굳이 더블헤더를 편성한 건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BO는 “나머지 팀들도 더블헤더를 최소 한 번 이상 치른다. 형평성 차원에서 키움도 포함시켰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많은 더블헤더가 예정된 팀은 KIA다. 10개 팀 중 가장 적은 105경기를 소화한 KIA는 9일 안방 LG전을 시작으로 27일 창원 NC전, 10월 4일 수원 KT전 등 확정된 더블헤더만 3차례다. 김종국 KIA 감독은 “빡빡한 일정을 예상했지만 더블헤더가 생각보다 많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도 각 팀에는 고민거리다. KBO리그는 아시안게임 기간에도 중단 없이 진행되는데 팀마다 주력 선수 1∼3명이 대표팀에 차출되기 때문이다. 아시안게임 야구는 10월 1∼7일 열리지만 대표팀 소집은 한 주가량 앞서 이뤄진다.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지고 부상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모든 팀이 2주 정도 주력 선수를 빼고 시즌을 치러야 한다. 일정 소화가 늦어지면 포스트시즌 도중 정규시즌 경기가 치러질 수도 있다. 전례가 없던 것도 아니다. 1982년 삼성-MBC(현 LG)전은 한국시리즈 일정을 마무리한 10월 14일에 열렸고, 2007년에는 한화와 KIA가 플레이오프가 끝난 뒤인 10월 19일 맞대결을 벌였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타순은 6번. 하지만 타석에서의 풍기는 위압감은 4번 타자 못지않다. SSG 랜더스 외야수 하재훈(33)이 3경기 연속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팀 3연승의 주역이 됐다. 하재훈은 30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안방경기에 6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1홈런) 5타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11-7 승리를 이끌었다. 자신의 KBO리그 첫 5타점 경기이자 첫 3경기 연속 홈런이다. 이날 승리로 3연승을 달린 SSG는 2위 KT 위즈에 1경기 차로 따라붙었다. 26일, 27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2경기 연속 홈런을 때렸던 하재훈은 1회 첫 타석부터 쾌조의 타격감을 이어갔다. 1-1로 동점이던 1회 2사 1, 2루에서 키움 선발 이안 맥키니를 상대로 좌전 적시타를 때려내며 승부를 뒤집었다. 이날의 결승타였다. 3-2로 쫓기던 3회말 무사 1, 2루에서는 맥키니의 한가운데 직구를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쐐기 3점 홈런(비거리 115m)을 터뜨렸다. 시즌 6호. 김원형 SSG 감독이 경기 후 “승리를 가져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홈런”이라고 평가했을 정도로 값진 한 방이었다. 하재훈은 5회에도 1타점 적시타를 때려 자신의 생애 첫 5타점 경기를 완성했다. 2019년 팀의 마무리 투수로 5승 3패 36세이브를 올렸던 하재훈은 부상으로 인해 지난해부터 타격에 전념해왔다. 지난해 60경기에서 6홈런을 기록했으나 기대를 모았던 올해 고비마다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올해 스프링캠프 연습경기 도중 다이빙 캐치를 하다가 어깨뼈가 부러져 5월 말에야 1군에 올라왔다. 6월에는 도루 시도 중 손가락을 다쳐 한 달 넘게 다시 전열에서 이탈했다가 7월 말에 복귀했다.이후 하재훈은 고비마다 장타를 뿜어내며 팀의 순위싸움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하재훈의 올 시즌 성적은 타율 0.274, 6홈런, 19타점이다. 나지완 KBSN 해설위원은 “부상 없이 꾸준히 경기에 나왔으면 한 시즌 20홈런 이상을 칠 수 있는 타자”라고 평가했다. 최근 3경기에서 6개의 안타와 3개의 홈런을 몰아친 하재훈은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게 타격감이다. 타격감이 안 좋을 때는 세상 무엇보다 힘들다. 이제 타격감이 올라왔으니 이를 잘 유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SSG로서는 왼쪽 허벅지 부상을 털고 돌아온 4번 타자 기예르모 에레디아의 복귀도 반가웠다. 에레디야는 이날 복귀전에서 4타수 3안타 3타점 2득점의 만점 활약을 펼쳤다. 0-1로 뒤지던 1회 1사 1, 3루에서 중견수 앞 적시타를 쳤고, 4회 1사 1, 3루에서는 7-2로 달아나는 희생플라이를 때렸다. 5회 2사 1, 3루에서는 좌익수 쪽 1타점 2루타를 작렬시켰다. 5회까지 11-2로 크게 앞섰던 SSG는 뒤늦게 추격의 고삐를 당긴 키움에 고전하며 노경은-고효준의 필승조에 마무리 투수 서진용까지 투입한 끝에 11-7 승리를 지킬 수 있었다. 최하위 키움은 3연패에 빠졌다.이날 전국에 걸쳐 내린 비로 잠실(두산-LG전), 수원(삼성-KT전), 광주(NC-KIA전), 대전(롯데-한화전) 등 4경기를 우천 순연됐다. 이헌재기자 uni@donga.com}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25·애틀랜타)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역사상 한 시즌 첫 30홈런-60도루에 홈런 1개만을 남겨뒀다. 아쿠냐 주니어는 29일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와의 방문경기에 1번 타자 우익수로 출전해 5타수 4안타(1홈런) 1볼넷 5타점 4득점으로 활약했다. 전날까지 28홈런-59도루를 기록 중이던 아쿠냐 주니어는 이날 도루 2개를 추가해 역대 7번째로 20홈런-60도루 고지를 밟았다. MLB 역사상 한 시즌에 20홈런-60도루를 달성한 선수는 아쿠냐 주니어를 포함해 4명뿐이다. 리키 헨더슨이 3차례(1985, 1986, 1990년), 조 모건이 2차례(1973, 1976년), 에릭 데이비스가 한 차례(1986년) 달성했다. 아쿠냐 주니어는 이날 0-1로 뒤진 3회 볼넷으로 출루했고, 2-2 동점이던 5회초 무사 1루에서는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을 터뜨렸다. 5-4로 앞선 7회엔 좌중간 안타를 친 뒤 2루를 훔쳐 시즌 60번째 도루를 기록했다. 8회에도 우전 안타로 출루한 뒤 도루를 더했다. 9회 1사 만루 마지막 타석에선 싹쓸이 2루타를 터뜨리며 팀의 14-4 승리를 이끌었다. 올해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 후보로 꼽히는 아쿠냐 주니어는 남은 32경기에서 홈런 한 개만 추가하면 30홈런-60도루라는 새 역사를 쓰게 된다. 이전까지 이 기록에 가장 근접했던 선수는 헨더슨으로 1990년에 28홈런-65도루를 기록했다. 올 시즌 MLB 도루 1위, 타율 3위(0.335)에 올라 있는 아쿠냐 주니어는 “건강한 몸으로 뛸 수 있어 행복하다. 지금처럼 꾸준히 경기에 출전해 팀 승리에 기여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노르웨이의 신성(新星) 빅토르 호블란(26)이 이번 시즌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마지막 대회인 플레이오프 3차전 투어 챔피언십 정상에 오르며 챔피언 보너스 1800만 달러(약 238억 원)를 챙겼다. 호블란은 28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이스트레이크 골프클럽(파70)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7개를 몰아치며 7언더파 63타를 기록했다. 최종합계 27언더파 261타로 대회를 마친 호블란은 2위 잰더 쇼플리(미국)를 5타 차로 여유 있게 제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1일 끝난 플레이오프 2차전 BMW 챔피언십에 이어 2주 연속 우승이다. 이날 우승으로 호블란은 시즌 3승을 포함해 통산 6승째를 거뒀다. 투어 챔피언십은 한 시즌 성적에 따른 페덱스컵 포인트 순위 상위 30명만 출전하는 왕중왕전 성격의 대회로 우승자는 페덱스컵 챔피언이 된다. 페덱스컵 순위 2위로 8언더파를 안고 투어 챔피언십에 나선 호블란은 나흘간 버디 21개를 잡는 동안 보기는 2개만 기록해 19타를 줄였다. 플레이오프 최종 3차전은 2차전까지의 페덱스컵 순위에 따라 1위 10언더파, 2위 8언더파 등 보너스 스트로크를 받고 시작한다. 평소 잘 웃는 호블란은 이번 대회 내내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완벽에 가까운 우승을 차지했다. 2위 쇼플리에 6타 앞선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맞은 호블란은 전반에 4타를 줄이며 순항했다. 후반 한때 3타 차로 쫓겼지만 마지막 16∼18번홀 3연속 버디로 추격을 뿌리쳤다. 호블란은 노르웨이 골프 역사를 새로 써 나가고 있다. 호블란은 미국에서 엔지니어로 일한 아버지가 사온 골프채로 11세 때 골프를 시작했다. 미국 오클라호마주립대에 입학한 호블란은 2018년 노르웨이 선수 최초로 US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2019년엔 PGA투어 메이저대회 마스터스에서 아마추어 1위에 올랐다. 그해 프로로 전향한 호블란은 2020년 2월 푸에르토리코 오픈에서 PGA투어 첫승을 거뒀는데 이 역시 노르웨이 선수로는 최초였다. 2020년 12월 마야코바 클래식에서 PGA투어 두 번째 우승을 했다. 이듬해 6월엔 유러피안투어 BMW 인터내셔널 오픈 정상에 오르며 노르웨이 선수 최초의 유럽투어 우승 기록도 남겼다. 페덱스컵 챔피언이 된 호블란은 “항상 꿈꿔왔으면서도 기대하기 어려운 자리에 올랐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도와 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국내 골프 팬들 사이에서 호블란은 초등학생 시절 태권도를 배워 검은 띠를 딴 것으로도 유명하다. 페덱스컵 랭킹 1위로 가장 많은 보너스 스트로크(10언더파)를 받고 이번 대회에 출전한 스코티 셰플러(미국)는 공동 6위(11언더파 279타)에 그쳤다. 김주형과 김시우는 나란히 공동 20위(6언더파 276타)를, 임성재는 24위(3언더파 279타)를 했다. 고진영은 같은 날 캐나다 밴쿠버 쇼너시 골프 앤드 컨트리클럽(파72)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CPKC 여자오픈에서 연장 승부 끝에 준우승을 했다. 고진영은 최종 라운드에서 5타를 줄이며 최종합계 9언더파 279타로 메간 캉(미국)과 연장전에 들어갔으나 첫 번째 홀 티샷 실수로 더블보기를 하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공산정권의 탄압을 피해 라오스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소수민족 몽족 부모를 둔 캉은 LPGA투어 191번째 출전 대회에서 처음으로 우승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연패는 끊고, 연승은 잇는 게 에이스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6·토론토)이 다시 한번 에이스 본색을 자랑했다. 류현진은 27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클리블랜드와의 안방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4피안타 5탈삼진 3실점(2자책점)으로 잘 던져 팀의 8-3 승리를 이끌었다. 최고 시속 146km의 패스트볼부터 104km의 느린 커브까지 여러 구종으로 상대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포스트시즌 진출 경쟁으로 갈 길이 바쁜 토론토로서는 승리가 절실한 경기였다. 전날까지 3연패를 당하면서 아메리칸리그(AL)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서 점점 뒤처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은 류현진의 호투와 신인 2루수 데이비스 슈나이더의 활약에 힘입어 3연패에서 벗어났다. 슈나이더는 1-1로 맞선 1회말 결승 2점 홈런을 포함해 3타수 3안타 3타점 3득점을 기록했다. 토론토는 AL 와일드카드 경쟁자 휴스턴에 1.5경기 차로 따라붙었다. 류현진은 경기 내내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1회초 1사 후 상대 팀 지명타자 호세 라미레스에게 솔로 홈런을 맞았지만 후속 두 타자를 범타로 처리하며 더 이상 실점하지 않았다. 토론토는 1회말에 곧바로 3점을 뽑으면서 승부를 뒤집었다. 류현진은 2회초엔 진기명기에 나올 만한 호수비를 선보였다. 2사 후 타일러 프리먼이 친 투수 땅볼을 글러브로 잡은 뒤 공을 빼지 않고 바로 글러브 토스로 1루에서 아웃시켰다. 류현진은 5회 프리먼에게 솔로 홈런을 맞아 한 점을 더 내줬지만 60개의 공으로 5회를 버텼다. 승리투수 요건을 채운 류현진은 6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부상 복귀 후 첫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에 도전했다. 하지만 내야 수비가 아쉬웠다. 무사 1루에서 라미레스를 내야 땅볼로 유도했으나 3루수 맷 채프먼이 이 공을 놓치고 말았다. 병살타가 됐어야 할 타구였는데 오히려 무사 1, 2루가 됐다. 다음 타자 오스카 곤살레스가 친 땅볼도 유격수 산티아고 에스피날이 더듬고 말았다. 무사 만루 위기에서 토론토 코칭스태프는 류현진을 마운드에서 내리고 구원투수 이미 가르시아를 올렸다. 류현진으로서는 아쉬울 법했지만 별다른 표정 없이 마운드를 내려갔다. 오히려 더그아웃에서는 가벼운 미소를 보이며 동료들을 응원했다. 가르시아는 밀어내기 몸에 맞는 볼로 한 점을 내줬지만 후속 세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류현진의 승리를 지켰다. 류현진은 최근 3경기 연속 승리를 거뒀다. 평균자책점은 1.89에서 2.25로 조금 높아졌다. 경기 후 팀 안팎에서는 류현진의 호투에 대한 찬사가 쏟아졌다. 존 슈나이더 토론토 감독은 “그 나이에 이렇게 완벽한 모습으로 돌아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류현진은 현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솔직히 (제구력을 되찾은 것이) 놀랍지는 않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건강을 되찾은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류현진은 “몸 상태를 되찾았기에 필요한 곳에 공을 던질 수 있다”고 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원조 신궁’ 김진호 한국체육대 교수(62)는 선수 시절 근력이 약했다. 힘이 없으니 그가 쏜 화살은 큰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곤 했다. 많은 이들이 “그렇게 가는 팔로 어떻게 활을 잘 쏘냐”고 묻곤 했다. 그는 항상 이렇게 답했다. “활을 힘으로 쏘나요. 요령으로 쏘는 거죠.” 한국 양궁의 국제대회 첫 금메달도 그의 여린 팔에서 나왔다. 예천여고 2학년이던 1978년 방콕 아시안게임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딴 그는 “다른 나라 선수들은 장력이 좋은 플라스틱 재질의 활을 사용했는데 나는 연습용 나무 활을 들고 대회에 나갔다. 그런 활로 금메달을 땄으니 지금 생각해도 너무 신기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누구보다 잘하는 게 하나 있었다. 바로 산행이었다. 그는 태릉선수촌의 단골 훈련이던 ‘불암산 등산’을 누구보다 즐겼다. 그는 “내게 등산은 스스로와의 싸움이었다. 불암산에서 가장 힘든 ‘깔딱고개’를 넘고 나면 무한한 희열과 성취감을 느끼곤 했다”고 했다. 산에 대한 애정은 지금도 여전하다. 최근엔 겨울산의 매력에 푹 빠졌다. 2021년 그는 안식년을 받아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언니 집에 두 달가량 머물렀는데 그곳에서 일주일에 두 번씩 눈 덮인 주변 산을 올랐다. 그는 “두 발이 눈에 푹푹 빠지는 산길을 한 번에 3∼4시간씩 걸었다”며 “순백의 아름다움을 보는 즐거움이 정말 컸다”고 했다. 작년 12월에는 제주도 전지훈련을 마친 한국체대 양궁부원들과 함께 눈 덮인 한라산 정상에도 올랐다. 그는 “언젠가는 히말라야 트레킹에도 한번 도전해 보고 싶다”고 했다. 그가 꼽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먹는 것이다. 그는 “먹는 낙으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시세끼 잘 챙겨 먹고 간식도 수시로 먹는다”며 웃었다. 그의 연구실에는 커피와 차,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과자와 과일 등이 가득하다. 그는 “어릴 때부터 먹는 걸 조절하거나 하지 않고 마음껏 먹는 편”이라며 “잘 먹고 행복한 게 최고”라고 했다. 여전히 날씬한 몸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그는 “사치는 하지 않더라도 먹는 데에는 아끼지 말자는 주의다. 이왕에 먹는 거라면 최대한 몸에 좋은 음식으로 먹으려 한다”고 했다. 그는 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는 잘 먹지 않는다. 하지만 이왕 먹을라치면 수제버거와 주스를 먹는다. 닭고기도 튀김 닭보다는 백숙 위주로 즐긴다. 곰탕이나 설렁탕 등을 먹을 때는 소금이나 양념 등을 넣지 않는다. 그는 “외식보다는 주로 집에서 음식을 해 먹는 편”이라며 “뷔페 등을 갈 때면 샐러드나 과일 위주로 양껏 먹는다”라고 했다. 1995년부터 모교인 한국체대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그는 올해 1학기부터 대학원장을 맡았다. 그는 “은퇴하기 전 마지막으로 봉사하는 마음으로 직을 맡게 됐다. 학교를 위해, 또 한국 양궁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앞으로의 인생에 대해 그는 “지금처럼 건강하다면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 악기도 배워 보고 싶고, 시도 쓰고, 책도 내 보고 싶다. 그동안 양궁 외길을 걷느라 해 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

한국 양궁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강이다. 한국 양궁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첫 금메달을 딴 이후 2021년 도쿄 올림픽까지 역대 올림픽에서 금메달 27개, 은메달 9개, 동메달 7개 등 총 43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사상 최초로 전 종목(남녀 개인전 및 단체전)을 석권했다. 여자 대표팀은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단체전 9연패의 위업도 달성했다. 한국 양궁의 국제대회 첫 메달은 197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나왔다. 김진호 한국체대 교수(62)와 오영숙, 황숙주가 팀을 이룬 여자 대표팀이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딴 것이다. 당시 예천여고 2학년이자 팀의 막내였던 김진호는 개인전에서는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 양궁 금메달 신화의 시작이었다. 역사적인 김 교수의 첫 금메달에는 의외의 사실이 하나 숨겨져 있다. 당시 그가 대회에 들고 나간 활은 선수용 활이 아닌 연습용 나무활이었다. 그는 “그해 방콕 아시안게임은 한국 양궁 선수단이 처음 출전한 메이저 국제대회였다. 다른 나라 선수들은 장력이 좋은 플라스틱 재질의 활을 사용했는데 나는 열악한 나무활을 들고 대회에 나갔다”며 “당시 팔 힘이 약했던 내가 그 연습용 활로 금메달을 땄으니 지금 생각해도 너무 신기하다”고 말했다. 1979년부터는 플라스틱 재질의 선수용 활을 쓰기 시작한 그는 그해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제30회 세계선수권대회에서 5관왕에 오르며 한국 양궁 최초의 ‘신궁(神弓)’이 됐다. 지금도 그렇지만 선수 시절 그는 날씬하다 못해 호리호리한 체형이었다. 유연성과 지구력은 나쁘지 않았지만 근력이 약했다. 스스로도 “아마 선수촌에서 가장 힘이 약했던 선수가 나였을 것”이라며 “무게를 드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잘하지 못했다. 한마디로 한심스러울 정도였다”고 했다. 힘이 워낙 약하다 보니 그가 쏜 화살은 직선보다는 큰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곤 했다. 그가 쏘는 화살의 90% 이상이 오조준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그렇게 얇은 팔로 활을 어떻게 쏘냐”고 묻곤 했다. 그러면 그는 항상 이렇게 답했다. “활을 힘으로 쏘나요. 요령으로 쏘는 거죠.” 하지만 장바구니도 제대로 들지 못할 정도로 근력이 약했던 그도 누구보다 잘하는 게 하나 있었다. 바로 산행이었다. 태릉선수촌 시절 금요일 오후 ‘불암산 등산’은 많은 선수들이 힘들어하는 훈련이었다. 하지만 그는 불암산 산행을 누구보다 즐겼다. 그는 “등산의 매력 중 하나는 스스로와의 싸움이라는 것이다. 불암산에서 가장 힘들다는 ‘깔딱고개’를 넘고 나면 ‘뭔가를 해냈다’는 희열을 느끼곤 했다”고 말했다. 체력 측정에서는 항상 꼴찌였지만 불암산 산행만큼은 항상 1등이었다. 산에 대한 그의 애정은 지금도 여전하다. 얼마 전부터는 겨울산의 매력에도 푹 빠졌다. 2021년 그는 안식년을 받아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언니 집에 두 달가량 머물렀다. 그곳에서 그는 일주일에 두 번씩 토론토 주변 눈 덮인 산들을 올랐다. 그는 “두 발이 눈에 푹푹 빠지는 산길을 한 번에 3~4시간씩 걸었다”며 “겨울산이 그렇게 매력적이라는 것을 처음 느꼈다. 순백으로 덮인 그 아름다움을 보는 즐거움이 정말 컸다”고 했다. 작년 12월에는 제주도 전지훈련을 마친 한국체대 양궁부를 데리고 한라산 정상에도 올랐다. 전지훈련에 참가했던 23명 전원과의 겨울 한라산 등반에 대해 그는 “너무 아름다운 광경에 노래를 부르면서 올라갔다”며 “처음에 다소 힘들어하던 아이들도 정상을 밟고는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와의 산행이 거의 처음이었던 많은 선수들이 그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산을 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그는 “산에 가자고 하는 말이 가장 듣기 좋다. 언젠가는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에도 한 번 도전해 보고 싶다”고 했다. 그가 인생에서 꼽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먹는 것이다. 그는 “먹는 낙으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시세끼 잘 챙겨 먹고 간식도 수시로 먹는다”며 “학교 내에서도 ‘김진호 교수 방에 가면 먹을 게 많다’는 소문이 났을 정도”라며 웃었다. 실제로 그의 연구실에는 커피와 차,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과자와 과일 등이 가득하다. 그는 “어릴 때부터 먹는 걸 조절하거나 하지 않고 마음껏 먹는 편”이라며 “잘 먹고 행복한 게 최고”라고 했다. 그는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하면 오히려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주변 지인들에게도 배가 좀 나오더라도 잘 먹어서 감기 등에 걸리지 않는 게 더 낫다고 말해준다”고 했다. 하지만 먹는 양에 비해 그는 여전히 날씬한 몸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이에 대해 “일상생활에서 사치는 하지 않더라도 먹는 데에는 아끼지 말자는 주의다”라며 “이왕에 먹는 거라면 최대한 몸에 좋은 음식으로 먹으려 한다”고 했다. 그는 햄버거와 피자 같은 패스트푸드는 잘 먹지 않는다. 콜라나 사이다 같은 탄산음료도 멀리하는 편이다. 튀김 음식도 잘 입에 대지 않는다. 하지만 패스트푸드를 아예 먹지 않는 건 아니다. 이왕에 햄버거를 먹을라치면 고급 재료를 쓰는 수제버거와 쥬스를 먹는 식이다. 닭고기도 튀김 닭보다는 백숙 위주로 즐긴다. 곰탕이나 설렁탕 등을 먹을 때는 소금이나 양념 등을 넣지 않는다. 그는 “외식을 하기보다는 주로 집에서 음식을 해 먹는 편”이라며 “뷔페 등을 갈 때면 샐러드나 과일 위주로 실컷 먹는다”라고 했다. 1995년부터 모교인 한국체대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그는 올해 1학기부터는 대학원장의 중책을 맡았다. “어느덧 이 학교에서 30년간 몸담고 있다. 후배들을 위해 많은 걸 해주지도 못하면서 이렇게 한 자리에 오래 있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감사한 일”이라며 “이제 은퇴까지 3년여가 남았다. 은퇴하기 전 마지막으로 봉사하는 마음으로 대학원장 직을 맡게 됐다. 학교를 위해, 또 양궁부를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신궁’으로 활동할 당시부터 그는 공부에도 관심이 많았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뒤 그는 은퇴를 하고 공부를 하려 했다. 실제로 몇 달 간 손에서 활을 놓았다. 하지만 1986년 서울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다시 활을 잡고 선수 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그는 “당시 장학금을 받고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에 입학하기로 모든 절차가 끝난 상황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참가해 보라는 주변의 조언을 받아 들였다. 거기서 인생이 다시 한 번 바뀐 것 같다”고 했다. 그해 아시안게임에서 그는 3개의 금메달을 추가한 뒤 은퇴했다. 앞으로의 인생에 대해 그는 “무엇보다 지금처럼 건강했으면 좋겠다. 건강만 허락한다면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 악기도 배워보고 싶고, 시도 써 보고 싶고, 책도 내 보고 싶다. 그동안 양궁 외길을 걷느라 해 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대표팀 선수들을 지금쯤 뽑았으면 좋았을 텐데….” 1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만난 류중일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60)은 “6월에 발표한 대표팀 엔트리 가운데 지금은 페이스가 떨어진 선수가 적지 않다. 국민들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당연히 또 금메달을 딴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상황이 만만치 않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왼쪽 발목 수술을 받은 외야수 이정후(키움)는 다음 달 개막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참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내야수 강백호(KT)도 출전이 불투명한 상황. 부상을 당했던 투수 구창모(NC)와 나균안(롯데)은 이제 회복 단계에 들어섰지만 대회 개막 전까지 컨디션을 정상 궤도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 미지수다. 류 감독은 “일단 다음 달 중순까지 기다리면서 이 선수들의 컨디션이 얼마나 올라오는지 지켜볼 것”이라면서 “교체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그 시점에 구위와 컨디션이 가장 좋은 선수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교체 카드를 쓴다면 오른손 타자와 선발 투수가 팀에 새로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류 감독은 “양손 타자인 김주원(NC)을 포함해도 대표팀에 오른손 타자가 네 명밖에 없다. 불펜진도 마무리 투수 고우석(LG)까지는 계산이 서는데 5회까지 막아줄 선발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프로 선수가 출전하기 시작한 1998년 방콕 대회 이후 한국 야구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한 건 2006년 도하 대회 한 번뿐이다. 올해 대회에서 한국이 우승하면 아시안게임 4회 연속 우승 기록을 남길 수 있다. 문제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이번 대회부터 아시안게임에는 25세 이하 선수들을 내보내기로 했다는 점이다. 와일드카드도 29세 이하 선수 중에서만 뽑기로 하면서 올스타급 대표팀을 꾸리기가 어려워졌다. 그렇다고 불평만 할 수는 없다. 류 감독은 “현재 KBO리그를 이끄는 선수들은 대부분 30세 이상”이라며 “이번 아시안게임을 한국 야구 세대교체의 계기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결과는 물론이고 경기 내용도 좋아야 대표팀 젊은 선수들이 3년 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까지 바라보며 성장할 수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이 한국 야구 발전의 시발점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에게는 책임감을 강조했다. 상대 팀 전력 분석차 일본 도쿄에 다녀온 류 감독은 “일본 대표팀에 사회인 야구 선수가 많이 포함됐다고 해서 8박 9일 일정으로 사회인 야구 경기를 보고 왔다. 그들이 야구를 대하는 진중한 태도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며 “대표팀을 소집하면 책임감부터 일깨우겠다. ‘국가대표’라는 단어에 ‘를’이라는 한 글자를 더 넣어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라는 사실을 강조하겠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일본 대표팀에는 프로에서 뛰어도 될 만큼 좋은 기량을 가진 사회인 야구 실력자가 많더라. 방심해서는 안 된다”고 경계했다. 또 “대만 대표팀에는 미국프로야구 마이너리그 소속 유망주가 여럿 있다. 힘이 좋은 대만 선수들은 공을 빠르게 던지고, 방망이 힘도 세기 때문에 일격을 당하기 쉽다”고 했다. 류 감독이 생각하는 해법은 ‘스몰볼’이다. 류 감독은 “아시안게임은 단기전이기 때문에 실수를 줄여야 한다. 큰 것 한 방으로 많은 점수를 내려고 하기보다는 볼넷 등으로 부지런히 살아나가고 필요하면 희생번트도 대서 먼저 점수를 내는 야구를 하겠다”고 말했다.대구=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대구=이헌재 기자 uni@donga.com}

1992년은 롯데 자이언츠가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해다. 고 박동희와 신인 염종석이 마운드에서 크게 활약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고독한 황태자’로 불렸던 윤학길 전 롯데 2군 감독(62)이 17승을 거두며 우승에 힘을 보탰다. 그해는 그가 고독하지 않았던 몇 안 되는 시즌이었다. 약한 팀 마운드 사정상 그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1986년 롯데에 입단해 1997년을 마지막으로 은퇴할 때까지 그는 100경기 완투라는 불멸의 기록을 남겼다. 선수 시절 그렇게 많이 던지면서도 그는 큰 부상을 당한 적이 없다. 타고난 건강 체질인 그는 요즘도 가벼운 산행과 걷기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그가 살고 있는 부산은 해운대나 광안리 등 바닷가로 유명하다. 하지만 곳곳에 큰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는 산들이 꽤 있다. 그는 “장산(해발 634m), 금정산(802m), 백양산(641m) 등이 ‘부산 3대 산’으로 불린다”며 “고교나 대학 친구들과 함께 자주 산에 간다. 가벼운 등산을 한 뒤 내려와 소주 한잔하는 게 인생의 재미이자 즐거움”이라고 했다. 해변길도 자주 걷는다. 그의 집이 있는 해운대에서 송정까지 걸으면 편도로 한 시간∼한 시간 반이 걸린다. 그는 “부산에 여행 오시는 분들은 대개 차를 탄다. 그렇지만 정작 부산 사람들은 경치를 즐기면서 걷곤 한다”고 했다. 해파랑길이 시작되는 이기대 해안산책로도 그가 추천하는 부산의 ‘걷기 명소’다. 2019년 한화 코치를 마지막으로 현장을 떠난 그는 요즘엔 ‘윤지수 아빠’로 더 유명하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중국을 완파하며 한국 여자 펜싱 사브르 역사상 최초로 단체전 금메달의 주역이 된 윤지수(30)는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도 단체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윤지수는 이탈리아와의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6바우트에서 11점을 추가하며 역전의 발판을 놨다. 윤 전 감독은 “펜싱 단체전도 야구처럼 보직이 있다. 나는 주로 선발로 많이 뛰었는데 지수는 마무리로 나설 때 더 잘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윤학길-윤지수 부녀는 ‘올림픽 가족’이기도 하다. 1984년 상무 소속이던 윤 전 감독도 그해 열린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 출전했기 때문이다. 당시 야구는 올림픽 정식 종목이 아닌 시범 종목으로 치러졌다. 그는 “경기장이 LA 다저스의 홈구장인 다저스타디움이었다. 그곳에서 한국 팀의 첫 승을 내가 거뒀다. 박찬호보다 훨씬 빨랐다”며 “다저스타디움 첫 피홈런 기록도 내가 갖고 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선수 때부터 지도자 시절까지 숨 가쁘게 달려온 그는 요즘 모처럼 여유로운 삶을 산다. 그는 “아흔이 넘은 노모를 보살펴 드리고 지수의 선수 생활을 응원하면서 지낸다”고 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재능기부위원으로 야구와의 인연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에는 충북 보은에서 열린 유소년 투·포수 육성캠프에서 중학교 3학년 투수 40명을 대상으로 투구 동작과 기술 등을 가르쳤다. 그는 “앞으로의 인생도 딱 지금처럼 건강하게 살아갔으면 한다. 늘 그랬던 것처럼 야구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

한국 프로야구에는 어쩌면 영원히 깨질 것 같지 않은 기록들이 여럿 있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백인천(MBC)의 4할 타율(0.412), 1983년 투수 장명부(삼미)의 한 시즌 30승이 대표적이다. ‘무쇠팔’ 최동원(롯데)이 1984년 기록한 단일 시즌 한국시리즈 4승, 1982년 김성한(해태)의 한 시즌 두 자릿수 승리(10승)-두 자릿 수 홈런(13개)도 마찬가지다. 위에 열거한 기록들과 더불어 꾸준함으로 일궈낸 ‘불멸의 기록’이 하나 더 있다. ‘고독한 황태자’ 윤학길(롯데)이 갖고 있는 통산 100경기 완투다. 1986년 1차 지명으로 롯데에 입단한 윤학길 전 롯데 2군 감독(62)은 1997년까지 12시즌을 롯데 한 팀에서만 뛰며 100경기를 혼자 책임졌다. 데뷔 2년째이던 1987년 13완투를 기록한 그는 1988년에는 35경기 중 17번을 완투했다. 1989년에는 38경기의 절반에 가까운 18번이나 완투했다. 더욱 놀랍게도 30세 이후에도 그의 ‘완투 행진’은 계속 이어졌다. 1991년 11완투, 1992년 14완투에 이어 1993년에도 12번이나 완투를 했다. 1993년에는 완봉승도 4차례나 거뒀다. 투수 분업화가 이뤄진 요즘으로서는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다. 하지만 그는 “선발 투수라면 완투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선발 투수가 한 경기를 완전히 책임져 주면 불펜 투수들이 쉴 수 있다. 그러면 팀 마운드 운용에 여유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렇게 묵묵히 던지고 또 던지며 개인 통산 1863과 3분의2이닝을 소화했다. 선수 시절 그는 187cm의 키에 90kg 몸무게의 듬직한 체격을 자랑했다. 좋은 신체 조건과 함께 많은 이닝을 던질 수 있는 그만의 노하우도 있었다. 스프링캠프 때 많은 공을 던지면서 어깨를 단련한 뒤 시즌에 들어와서는 불펜 피칭이나 연습 피칭을 최소화하는 거였다. 그는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투구 폼을 찾는 게 중요하다. 내 경우엔 불펜 피칭은 밸런스를 잡기 위해 최소한의 공만 던졌다. 그리고 남은 힘은 모두 경기 때 쏟아 부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로는 강속구였던 140km대 후반의 공을 간결한 투구폼으로 편안하게 던졌다. 좋은 폼으로 던지다 보니 많은 공을 던져도 몸에 크게 무리가 가지 않았다. 팀 사정상 그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많은 이닝을 던져야 했다. 최동원이 삼성으로 트레이드된 뒤 홀로 외롭게 롯데 마운드를 지키던 그에겐 어느 날부터 ‘고독한 황태자’란 별명이 붙었다. 1992년은 고독했던 그가 더는 외롭지 않았던 한 해 였다. 그해 그는 후배 투수들인 박동희, 염종석과 함께 롯데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한국시리즈에서 2승 1세이브를 거둔 박동희는 한국시리즈 MVP가 됐고, 정규시즌에서 17승을 거둔 염종석은 신인왕을 차지했다. 그도 205이닝을 던지고 17승을 거두며 롯데의 우승에 힘을 보탰다. 1992년 이후 롯데는 올해까지 30년 넘도록 우승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당시엔 박동희, 염종석, 윤형배 등 투수진이 참 좋았다. 박정태, 전준호, 김응국 등이 버틴 타선도 응집력이 대단했다”며 “요즘도 우승에 목마른 부산 팬들로부터 ‘롯데는 언제 우승할 것 같습니까’라는 질문을 받곤 한다. 우승을 하려면 투타 전력이 모두 좋아야 한다. 나도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은퇴 후 그는 롯데와 히어로즈, LG, 한화 등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다. 2019년 한화 코치를 마지막으로 현장을 떠난 그는 요즘엔 ‘윤지수 아빠’로 더 자주 불린다. 딸인 윤지수(30)는 한국 여자 펜싱 사브르 종목의 간판선수다. 2014년 인천 아시아게임 결승에서 중국을 완파하며 한국 여자 사브르 역사상 최초로 단체전 금메달의 주역이 된 윤지수는 4년 뒤인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21년 도쿄 올림픽 이탈리아와의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6바우트에서 11점을 추가하며 역전의 발판을 놨다. 한 때 10점 이상 뒤졌던 한국은 45-42로 역전승하며 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단체전 역사상 첫 메달을 따냈다. 윤 전 감독은 “펜싱 단체전도 야구의 선발 투수-중간 계투-마무리 투수처럼 보직이 있다. 나는 주로 선발로 많이 뛰었는데 지수는 마무리로 나설 때 더 좋은 활약을 한다”며 웃었다. 윤학길-윤지수 부녀는 ‘올림픽 가족’이다. 1984년 상무 소속이던 윤 전 감독도 그해 열린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 출전했기 때문이다. 당시 야구는 올림픽 정식 종목이 아닌 시범 종목으로 치러졌다. 프로 선수들은 출전하지 않았지만 당시 한국 야구 대표팀은 윤 전 감독을 비롯해 선동열(고려대), 김용수(한일은행), 류중일(한양대), 이순철(연세대) 등 당대 아마추어 야구 최고의 선수들로 꾸려졌다. 약체라는 평가를 받았던 한국 야구 대표팀은 4강까지 진출했으나 동메달 결정전에서 대만에 패해 메달은 따지 못했다. 윤 전 감독은 “그때 경기가 열린 게 LA다저스의 홈구장인 다저스타디움이었다. 그곳에서 한국 팀의 첫 승을 내가 거뒀다. 1994년 LA 다저스에 입단한 박찬호보다 훨씬 빨랐다”며 “대만과의 3, 4위 전에도 내가 나가서 홈런을 맞았는데 아마 다저스타디움 한국인 피홈런이었을 것”이라며 웃었다. 선수 시절 그렇게 많이 던지면서도 큰 부상을 당한 적이 없던 그는 요즘도 건강한 몸을 유지하고 있다. 건강 관리는 주로 가벼운 산행과 걷기로 한다. 그가 살고 있는 부산은 해운대나 광안리 등 바닷가로 유명하다. 하지만 부산에는 곳곳에 큰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는 산들이 꽤 있다. 그는 “부산에는 야트막한 산들이 여럿 있는데 그중에서도 장산(해발 634m), 금정산(802m), 백양산(641m)이 ‘부산 3대 산’으로 불린다”며 “고교나 대학 친구들과 함께 자주 산에 간다. 가벼운 등산을 한 뒤 내려와 소주 한잔하며 이런저런 얘기하는 게 인생의 재미이자 즐거움”이라고 했다. 시간이 날 때면 해변길 산책도 종종 한다. 그의 집이 있는 부산 해운대에서 송정까지 걸으면 편도로 한 시간~한 시간 반이 걸린다. 그는 “부산으로 여행을 오시는 분들은 대개 차를 타고 이 길을 이동한다. 하지만 정작 부산 사람들은 바닷가를 따라 경치를 즐기면서 걷곤 한다”고 했다. 해파랑길이 시작되는 이기대 해안산책로도 그가 추천하는 부산의 ‘걷기 명소’다. 선수 때부터 해 왔던 사우나도 즐긴다. 그는 “선수 때에도 원정 숙소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 뒤 사우나로 땀을 한 번 빼고 나면 그렇게 기분이 상쾌할 수 없었다”며 “요즘도 가끔 사우나에 가서 상쾌한 기분을 느끼곤 한다”고 했다. 선수부터 지도자까지 숨 가쁘게 달려온 그는 요즘엔 한국야구위원회(KBO) 재능기부위원으로 유소년들에게 야구의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 일도 하고 있다. 지난달 24일부터 충북 보은 KBO 야구센터에서 열린 유소년 투·포수 육성캠프에서는 중학교 3학년 투수 40명을 대상으로 투구 시 상체와 하체를 활용하는 기술을 가르쳤다. 그는 “예전부터 일반 직장인들처럼 58세 정도까지 일을 하자고 생각해 왔다. 많은분들의 도움으로 2019년까지 프로야구 코치 생활을 했으니 목표를 이룬 셈이 됐다”며 “현재는 아흔이 넘은 노모를 보살펴드리고 딸 지수의 선수 생활을 응원하면서 지낸다. 앞으로의 인생도 지금처럼 살아가면 좋겠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야구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투타를 겸업하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는 경기장 안팎에서의 모범적인 행동으로도 유명하다. 그라운드에 떨어진 쓰레기를 손수 줍곤 하는 그는 “남이 버린 행운을 줍는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 프로야구에도 착한 행동을 생활화하려 노력하는 선수가 있다. 삼성의 중심타자 구자욱(30·사진)이 주인공이다. 그는 “평소에도 착한 일을 많이 하려고 한다. 쓰레기는 아예 버리지를 않는다”고 했다. 그런 그가 올해 생애 첫 타격왕이라는 선물을 받을 수 있을까. 구자욱은 17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LG와의 안방경기에서 3번 타자 우익수로 출전해 4타수 4안타 3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1회 중전 안타를 시작으로 3회 중전 적시타, 5회 우월 2점 홈런, 7회 우전 안타까지 매 타석 안타를 때리며 팀의 4-2 승리를 이끌었다. 전날까지 97안타를 기록 중이던 그는 9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101개)를 기록함과 동시에 시즌 타율을 0.341로 끌어올렸다. 타격 선두 자리를 지킨 그는 2위 SSG 에레디야(타율 0.332)와의 격차도 1푼 가까이 벌렸다. 구자욱은 6월 초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할 때까지 타율이 0.295에 불과했다. 하지만 약 한 달간의 공백을 딛고 7월 초 복귀한 뒤 자신의 본모습을 되찾았다. 7월 한 달간 타율 0.377(61타수 23안타)을 기록한 그는 8월 들어서는 17일 현재 타율 0.462(52타수 24안타)의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한때 최하위까지 추락했던 삼성은 구자욱의 부활과 함께 키움에 앞서 9위로 올라섰다. 2005년 신인왕 출신인 구자욱은 정교한 타격을 자랑하지만 아직 타격왕에 오른 적은 없다. 2015년 타율 0.349로 3위를 했고, 2016년에는 타율 0.343으로 6위를 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시상하는 타이틀을 획득한 것은 2021년 득점왕(107개)이 유일하다. 구자욱은 “아직 40경기 이상이 남아 타율이 얼마나 되는지 신경 쓰지 않으려 한다. 경기 중 전광판 기록도 보지 않는다. 예전에 타격왕 경쟁을 해 보니 기록을 의식하는 순간 무너지더라. 올해는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