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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껄끄러웠던 여야를 뛰어넘는 ‘식사정치’를 펼치고 있다. 6·4지방선거에서 각을 세웠던 새누리당 서울지역 의원들과도 스스럼없이 만나 회포를 풀었다고 한다. 박 시장은 이달 초 지방선거 당시 박 시장의 주공격수였던 김성태 의원과 부부동반으로 저녁식사를 했다. 또 다른 공격수인 L 의원은 식사 제안을 받았지만 거부했다는 후문이다. 같은 당 소속인 새정치연합 의원들과는 부부동반 모임 대신 서울 지역위원장들과 식사 모임을 갖기로 했다. 박 시장은 지난 선거 과정에서 부인인 강난희 여사에게 집중되는 네거티브 공세를 부담스러워했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먼저 부부동반 모임을 제의할 정도로 자신감을 얻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박 시장은 24일 서울시청에서 나경원 새누리당 서울시당위원장 등 서울지역 의원 및 당협위원장들과 조찬을 겸한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지난달 1일 나 의원이 박 시장을 만나 “서울시와 새누리당 서울시당 간 정례회동을 갖자”고 제안한 데 대한 화답이다. 박 시장이 여당 소속 당협위원장과 공식 협의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시장은 “새누리당 의원님들이 오신다고 해서 (새누리당 색깔인) 빨간 넥타이를 맸다”고 말해 부드러운 분위기를 유도했다. 간담회에는 새누리당 서울시당 소속 당협위원장 30여 명과 서울시 고위공무원 11명이 참석했다. 나 의원은 “노후 하수관거 정비 등 서울시 안전예산 확보에 중앙정부가 적극 협조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시민 안전 문제를 강조했다. 하지만 나 의원은 “서울시가 2010∼2013년에는 관련 예산을 1500억 원 이상 편성했다가 올해는 1345억 원을 편성했다”며 “내년에는 올해 예산보다 증액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남경필, 경기도 聯政 본격화 ▼‘연정 파트너’ 사회통합부지사에… 새정치聯 이기우 前의원 선출경기도의 첫 사회통합부지사 최종 후보로 새정치민주연합 이기우 전 국회의원(48)이 24일 선출됐다. 야당 몫 부지사가 선정됨에 따라 새누리당 소속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추진해온 연정(聯政)이 본격적인 첫발을 떼게 됐다. 이날 새정치연합 의원총회에서는 이 전 의원과 김한정 전 대통령제1부속실장 간 경선이 실시됐다. 두 후보는 전날 경기도의회 새정치연합 사회통합부지사 추천위원회가 부지사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면접에서 경선 후보로 선정됐다. 이 전 의원은 “연정이 새로운 정치모델로 정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남 지사는 이날 “새로운 대한민국 정치의 이정표를 쓰자는 마음이자 국민들이 원하는, 싸움하지 않고 협력하는 여야 협치(協治)의 모습을 보여드리자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성균관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17대 총선 때 옛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경기 수원을(권선)에서 당선됐다. 경기도 사회통합부지사는 보건복지국과 환경국 여성가족국과 대외협력담당관을 관할하고 경기복지재단 경기도의료원 경기가족여성연구원 경기영어마을 등 6개 산하기관장 추천권을 갖는다. 임기는 2016년 6월 30일까지이며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다. 강경석 coolup@donga.com·손영일·민동용 기자 / 수원=남경현 기자}
여야가 예산안 처리에 필수적인 부수법안 지정을 놓고 본격적인 입법 전쟁에 돌입한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24일 오전 여야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을 잇달아 만나 예산 부수법안 지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국회법 ‘85조의 3’에 따르면 국회의장은 세입 예산안 부수법안을 지정할 권한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국회의장이 지정한 법안들은 11월 30일까지 해당 상임위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12월 1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돼 처리된다. 정부와 여야가 세입 부수법안으로 기재해 발의한 법안은 62개다. 쟁점은 정부가 추진하는 담뱃값 인상과 관련한 법안들이다. 새누리당은 개별소비세 과세 대상에 담뱃값을 추가하는 개별소비세법과 담배소비세 등을 인상하는 지방세법, 담배에 부과되는 국민건강증진기금을 인상하는 국민건강증진법을 세입 관련 예산부수 법안으로 지정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박대출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담뱃세 인상을 위한 세법 개정안을 포함한 예산 부수법안 심사를 이번 주 안에 모두 완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출 관련 법안들도 예산 부수법안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원칙적으로 세입예산 관련 법안들만 가능한데 개인적으로 세출 예산 관련 법안들도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법인세 인상 없이는 담뱃값 인상 관련 법안들의 자동 부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다. ‘부자 감세 철회, 서민 증세 반대’를 줄기차게 주장해온 새정치연합은 “담뱃값 인상은 사실상 서민 증세, 지난 정부의 법인세 하향 조정은 부자 감세”라고 보고 있다. 백재현 정책위의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담뱃값 인상과 관련해서는 법인세 세율 정상화가 원칙이고 전제”라며 “특히 저소득층이 많이 피우는 담배 가격을 올린다는 것은 서민 증세만 하겠다는 것으로 귀결된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가 25%였던 법인세율을 22%로 낮췄는데 이를 25%로 되돌려야 담뱃값 인상 관련 법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야당 내에선 ‘빅딜’설도 나돈다. 먼저 국세인 개별소비세를 최소화하고 그만큼 지방세인 담배소비세를 높이면 여당과 논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를 염두에 둔 조치다. 또 일각에선 법인세 인하가 어렵다면 지난 정부가 대기업에 해준 ‘비과세 특별감면조치’ 해제를 통해 담뱃값 인상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고성호 sungho@donga.com·민동용 기자}
새로 출범한 국민안전처의 20일 국회 신고식은 혹독했다. 국민안전처는 이날 국회 국민안전혁신특별위원회(위원장 전병헌 의원)에 제출한 현안보고 자료에서 “대부분의 대형 사고가 국민의 안전불감증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음에도 그간 안전관리는 정부의 영역으로만 인식됐다”고 했다. 야당 의원들이 발끈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노웅래 의원은 “세월호 사고가 안전불감증으로 일어난 것이라면 모든 책임이 희생된 300명에게 있는 것이냐”며 “이런 인식으로 어떻게 국민안전처 운영을 하겠나”라고 호통을 쳤다. 같은 당 김민기 의원도 “장차관이 군인 출신이라 그런지 몰라도 이런 인식은 적절하지 않다”며 “모든 것은 국가의 책임이다. 국민을 계몽의 대상으로만 보는 거냐”고 따졌다. 출석한 국민안전처 이성호 차관은 “국가는 안전 점검을 철저히 하고 필요한 법령을 보완하려고 하고 있다”며 “다만 법령만으로 모든 사고를 예방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람들의 안전 의식도 제고시켜야 되지 않겠냐는 차원에서 말씀드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여당도 정부의 재난대응 시스템이 여전히 미흡하다며 철저한 대비책 마련을 촉구했다. 새누리당 김명연 의원은 “재난사고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매뉴얼이 마련돼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응급의료에 대한 부분도 빠져 있는데 민방위 훈련 조직 만드는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같은 당 이명수 의원도 “손에 잡히는 구체적인 계획과 준비가 돼 있어야 하는데 미덥지 않다”고 했다. 이에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은 “어제 조직이 출범하고 급히 업무보고를 준비하다 보니 세세한 부분을 소상히 담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비상대책위원은 20일 여야의 대선후보 ‘러브콜’을 받고 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 “외교 능력은 국정을 이끄는 중요한 능력이지만 외교 외에 다른 분야는 사실은 아직 검증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반 총장에 대한 견제로 비칠 만한 발언이다. 문 비대위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한 뒤 “지금은 (반 총장의 대선 출마 여부를) 논의할 시기가 아니다. 임기를 마쳤을 때 필요하다면 권유를 할 수 있다”고도 했다. 문 비대위원은 ‘친노(친노무현) 패권주의로 인해 호남에서 당에 대해 민심이 좋지 않다’는 질문에 “호남 민심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호남 민심이 어려워진 이유가 친노에 있기 때문에 친노는 배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지금 호남 민심은 우리 당 전반에 대해 꾸짖고 있다. 우리를 엄중하게 나무라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호남 신당’ 창당 가능성에 대해서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당 대표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12월 중순에는 결정하겠다”고 했고, 자신에 대한 견제 움직임에 대해서는 “제가 가장 (당 대표에) 유력하다고 보고 견제가 집중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에 대해 “편 가르기가 좀 심한 것 같다”고 날을 세웠다.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에 참배를 안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박정희 대통령은 ‘공칠과삼(功七過三·공이 7, 잘못이 3이라는 뜻)’은 된다”며 “그러나 산업화 과정에서 있었던 민주주의 파괴, 인권 유린을 반성하고 청산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화해나 통합이 이뤄진다면 참배를 못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개헌 방향에 대해선 “이원집정부제로 바꾸는 게 우리에게 맞을까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삼권 분립이 강화되면서 4년 (대통령) 중임제로 가는 것이 더 안전한 길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문 비대위원은 이날 중도·비노(비노무현)계 좌장인 김한길 전 대표가 부친인 김철 전 통일사회당 당수를 기념하기 위해 개최한 ‘당산(堂山) 김철 선생 서거 2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김 전 대표가 국회 일정을 제외하고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7·30 재·보궐선거 패배로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처음이다.민동용 mindy@donga.com·손영일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정치혁신실천위원회가 정당 국고보조금 사용 명세를 공개하는 혁신안을 의결했다. 당 관계자는 19일 “혁신위가 18일 국고보조금을 어떻게 편성하고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당 밖 인사들로 구성된 예산·결산심사위원회가 심사하도록 하는 안을 통과시켰다”고 전했다. 혁신위는 이르면 21일 비대위에 이 혁신안을 상정해 추인 과정을 밟을 예정이다. 그동안 국고보조금은 자세한 사용 명세가 공개되지 않아 ‘정당의 쌈짓돈처럼 쓰인다’는 지적과 함께 불법 사용 의혹을 받아왔다. 새정치연합이 정치권의 ‘판도라 상자’였던 국고보조금 사용 명세 공개를 최종 결정한다면 새누리당도 이 흐름을 외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자신의 속살을 드러내는 본격적인 혁신 경쟁에 들어가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혁신위에 따르면 당은 매년 예산안을 편성하고 재정운용계획을 수립한 뒤 예·결산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당무위원회의 인준을 받도록 했다. 기존 새정치연합 당헌도 예·결산심사위원회 구성을 규정하고 있지만 그동안은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많다. 또 예·결산심사위원회는 연말에 국고보조금이 예산안과 재정운용계획에 따라 제대로 쓰였는지 회계감사와 정책감사를 통한 결산 평가를 하도록 했다. 만약 평가 결과 불법·탈법적 행위가 드러나면 담당자에게 책임을 묻도록 했다. 예산안, 재정운용계획, 결산 내용 등은 당 홈페이지에 공개하기로 했다. 그러나 감사원 등 정부기관 감사는 받지 않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새정치연합은 지난해 국고보조금으로 약 158억 원을 받았다. 정치자금법상 국고보조금은 인건비, 사무실 운영비, 정책개발비, 당원 교육훈련비, 조직활동비, 홍보비, 선거관계비 등의 용도로만 써야 한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디에 얼마나 썼는지를 공개한 적은 없다. 이 때문에 새정치연합 평당원인 이충렬 씨는 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고보조금 사용 명세에 대해 5년마다 감사원 같은 외부기관의 감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1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외부 감사를 받지 않기로 한 것은 미흡한 점이지만 국고보조금 사용의 투명성을 한층 높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새정치연합 비대위는 19일 전당대회 등 당내 선거 때 국회의원, 시도당위원장, 지역위원장, 당직자의 특정 후보 경선 캠프 참여나 공개 지지 금지 등 11개 혁신안을 확정했다. 비대위는 또 선거구 획정은 국회가 아닌 제3의 독립기구에 맡기기로 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89%가 “국회를 불신한다”고 대답했다. 국회, 정치권을 향한 국민의 신뢰지수는 이미 바닥 수준임을 보여준 것이다. ‘이제 국회를 해산해야 한다’는 주장도 심심찮게 나온다. 동아일보는 12일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인 김재원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 원장인 민병두 의원을 통해 우리 정치와 정당이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를 들어봤다. 민 의원이 주도하는 민주정책연구원은 최근 ‘박근혜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자기성찰 보고서를 내고 있다. 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원장은 공석이어서 민 의원은 ‘대화하고 싶은 상대’로 김 의원을 지목했다. 두 사람은 17대 국회 입문 동기다. 18대 총선 때 김 의원은 불출마했고, 민 의원은 낙선했으나 19대 총선을 통해 국회로 함께 돌아온 공통점이 있다. 두 사람의 대담은 김 의원이 맡고 있는 국회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실에서 1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 “이념 과잉 걷어내고 해법 경쟁해야” ▽민병두=정치는 신뢰가 자산이어야 하는데 현실에서 정치는 우리 사회와 국가 발전의 최대 지체 요소로 꼽힌다. 보수는 진보를 섬멸의 대상, 진보는 보수를 마지막 구악(舊惡)이라는 타도의 대상으로 본다. 야당은 더 이상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공격을 정치의 제1 미덕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여당도 야당을 누르는 걸 제1의 미덕으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솔루션(해법)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 ▽김재원=이번 세월호 특별법 협상 과정을 되짚어보면 (정치는)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지 못했고 결정에도 권위가 없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 정당정치의 수준을 저하시켰다. 정치가 신뢰받지 못하는 것은 이념과잉이 이유라고 본다. 팩트(사실)를 팩트대로 보지 않고 이념적 잣대로 보니 항상 대결구도가 된다. 정치가 본연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이념을 걷어내야 한다. ▽민=이번 예산심의가 끝나는 대로 여야와 전문가들이 모여서 복지 지출의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거기에 기초해 사회적 대타협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집주인이 차릴 수 있는 반찬을 다 꺼내 보자는 거다. 여야가 해법을 갖고 토론하고 접근하는 정치모델을 만들어 볼 때다. ▽김=생산성 있는 정치를 하자는 건 지극히 좋은 제안이다. 그러나 그것(사회적 대타협위)이 정치 선전의 장(場)이 돼선 안 된다. 이데올로기 현실화의 장으로 변질될 경우 새로운 갈등이 시작될 것이다. 냉정한 고민 없이 표를 얻기 위해 무상급식, 무상보육 등 나라의 복지정책을 휘둘러온 것 아니냐. 그러니 국민이 정치세력을 신뢰하겠나. ○ “진보는 ‘성장 방법론’ 제시해야” vs “보수 정권 위기 국면” ▽민=만사를 의심하고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으니 진전이 없는 거다.(하하하) 국가발전 속도를 보면 10년간 유능한 정부와 유능한 정치를 갖고 있는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는 굉장히 차이 난다. 20년 전 우리는 중국을 하청공장으로 생각했는데 지금은 중국이 우리를 그렇게 본다는 거 아니냐. 진보는 ‘성장 방법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정권을 잡았을 때 소득 주도 성장이 실현 가능한지, 복지가 성장이라고 주장했는데 지속 가능한 복지를 어떻게 할 건지 공부해야 한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재연기 문제를 놓고서도 많은 고민이 있다. 진보는 북한 핵이 만들어진 환경에서 어떻게 국방을 책임질지 당에 요구하고 주문해야 한다. 그래서 ‘박근혜 생각하지 말라’고 하는 거다. 박 대통령 비판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김=17대 국회 야당 초선 의원 시절 여당(열린우리당)의 모습과 자칭 진보정권을 비판했다. 그때 우리가 집권해서 안보와 경제에 대한 보수적 시각을 구현하고 실천하면 발전, 성장, 선진화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보수정권 7년째 접어드는데 과연 그런 실력과 믿음을 보여주고 있는지…. 국민 일상에 도움을 주고 있는지, 그래서 신뢰를 얻고 있느냐 묻는다면 난 60점도 못 준다고 본다. 남북문제만 해도 북한을 잘 끌고 가면서 갈등을 관리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일본 중국과의 관계 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앞으로도 보수정권이 잘해 나갈 거다’라는 믿음을 줬는지 분발해야 한다. 엄청난 위기 국면이다. ▽민=여야가 편견과 선입견을 갖지 말고 대통령도 배타하지 말고 자주 만나는 게 답이다. 대통령과 여야 정치지도자가 정치문화를 어떻게 바꿀지 고민해봐야 한다. 국회 상임위의 법안심사소위원회를 복수로 구성해야 한다. 세분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로 메이커(law-maker·입법가)로 기능하게 하면 자신의 법에 대한 실현 욕구가 강해진다. 당론 갖고 싸울 때 끌려가지 않는다. 이것이 최고의 정치개혁이다. ▽김=상임위 차원에서 여야 합의를 이뤄놓고도 야당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특정 법안을 처리해주지 않으면 (다른 법안 심의를) 중단한다”며 발목을 잡았던 적이 있다. 법안소위를 복수화해도 결론은 별 차이 없을 것이다. 문제는 신뢰가 없다는 것이다.○ “대화와 리더십으로 신뢰 구축해야” ▽민=국민은 견제 잘하고 강한 야당이 돼야 한다는 데 70% 동의한다. 다만 장외로 나가는 것에는 생각이 다양하다. 대안이 있는 야당이 가장 강한 야당이다. 또 원내에서 잘 싸우는 정당이다. 국민은 리더십과 포용력 있는 여당을 원한다고 생각한다. ▽김=여당이 야당을 포용하고 야당의 처지를 생각하며 가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국회선진화법’이 이해관계 갈등을 조정하고 결정하는 국회의원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 문제(국회선진화법)를 해결하기 위해 진지한 노력을 해야 한다. 야당을 손가락질하자는 게 아니다. ▽민=언론은 조금씩이라도 매일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그러나 정치는 매일 세상을 바꾸진 않지만 세상을 크게는 바꿀 수 있다고 본다. 세상을 어떻게 크게 바꿀 것인지 문제의식을 갖고 정치가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 ▽김=정치가 바로 되려면 여야 간 불신을 걷어내야 한다. 우리는 야당으로부터 신뢰를 쌓아야 하고 야당도 우리에게서 신뢰를 쌓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월호 참사로 빚어진 온갖 문제가 총체적 불신의 덩어리, ‘민낯’을 보여줬다. 그래서 대화가 필요하다. 총선 때마다 ‘물갈이’로 초선 의원이 50% 이상이 되는데, 이런 방식은 개편돼야 한다. 대화를 안 해본 의원이 전체 의원의 반이나 되고, 저 사람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신뢰가 쌓일 수 없다. ▽민=리더십이 서야 한다. 또 리더십 있는 집단끼리 잦은 교류가 있어야 한다. 지도자로 성장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자기 당에서도 일정한 흐름과 생각을 같이할 수 있는 그룹을 만들어내고 다른 정당에도 신뢰가 있는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 ▽김=그게 소통이다. 김재원-민병두 인연은▼ ‘국정원 정국’ 수습 친분… 세월호 얘기땐 예민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12일 대담을 위해 자신의 방을 찾아온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민주정책연구원장에게 선물로 준비한 커프스를 셔츠에 채워줬다. 지난해 말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논란을 벌일 당시 김 수석부대표는 당 전략기획본부장, 민 의원은 당 전략홍보본부장으로 파행정국을 수습하는 4자 회담 합의문을 작성한 주역이었다. 민 의원은 이번 대담 상대로 김 수석부대표를 꼽으면서 당시 인연을 설명했다. 민 의원은 “지난해 3개월 동안 밤늦게 수시로 만나고 대화하다 보니 정작 마포의 한 호텔에서 마지막 합의문을 쓸 때는 2시간도 안 걸렸다”며 “신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라고 했다. 김 수석부대표도 “민 의원이 국정원을 무력화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서로를 신뢰했기 때문에 소리 없이 많은 개혁을 할 수 있었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대담이 진행될수록 상대를 향한 논리적 공격의 예봉은 날카로워졌다. 김 수석부대표는 세월호 협상 당시 야당이 유가족을 포함한 ‘3자 협의체’를 주장했던 것을 언급하며 “야당은 이해당사자들을 끌고 와 세력화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민 의원도 “허구한 날 야당 탓만, 만사를 그렇게 의심하니까 진전이 없는 거 아니냐”고 맞받아쳤다. 그러나 대담이 끝날 무렵 두 사람은 농담 반 진담 반 “나중에 원내대표로 만났을 때는 나라를 크게 바꿔보자”고 덕담을 주고받았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이현수 기자 soof@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 문병호 의원은 5일 “국회 대정부질문을 폐지하자”고 주장했다. 문 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의원들의 출석 저조, 대동소이한 질문의 반복, 논쟁과 소통이 아닌 정치 공방으로의 변질 등 그동안 제기된 대정부질문의 문제점들이 올해도 반복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행정부 역시 대정부질문을 의원들의 ‘잔소리’를 들어주는 연례행사로 여기는 태도에 변함이 없다”며 “수십 명의 의원이 길게는 15분에서 짧게는 3분간 한두 번 질문하는 지금의 방식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대안으로 각 상임위의 소위원회와 청문회를 활성화해 국회의 실질적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박근혜 정부가 출범 이후 가장 적극적으로 대일 외교를 펼치고 있다. 한일관계 개선의 전제조건이라고 할 과거사에 대해 일본의 태도 변화가 없었지만 우리 정부는 9월부터 활발한 외교 공세를 펴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무성의해 보인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취임 2년이 돼가는 9월 처음으로 벳쇼 고로(別所浩郞) 주한 일본대사를 만났고,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도 최근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일본 국가안전보장국(NSC) 국장과 첫 대면을 가졌다. 1일에는 관계장관회의를 통해 독도 입도지원시설 공사 중단을 결정했다. 일련의 과정은 누가 봐도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의식한 행보 같다. ‘저자세’ ‘굴욕외교’ 등 국내 반발 가능성을 무릅쓰고라도 일본에 운신의 폭을 넓혀주려는 행동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정작 일본의 반응은 실망스럽다. 최대 쟁점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은 “더이상 내놓을 해법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일본 소식통은 “한국은 사사에 안(案)에 ‘플러스알파’를 요구하는 반면 일본은 ‘마이너스알파’를 얘기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당시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2012년 일본 총리의 사과 등을 골자로 한국에 제시했던 방안이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다. 협의가 겉돌면서 매달 열려야 하는 한일 국장급 위안부 협의는 10월을 건너뛰었다. 10일 중국에서 시작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한일 정상이 만나지만 정상회담 개최 여부는 이미 관심권 바깥으로 밀려났다. 한국은 APEC 때 한중일 3국 외교장관회의도 추진하려 했지만 관계 경색 탓에 다음 기회를 모색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결국 우리 정부가 일본이 전향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보장도 없이 일방적으로 지나치게 유화적으로 나간 것 아니냐는 비판론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급작스러운 독도 시설물 건설 취소에 대해 “정부의 태도에 원칙과 소신이 없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독도가 지역구인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경북 포항 남-울릉)은 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군사시설도 아닌 독도 입도시설마저 건립하기를 두려워한 처사를 규탄한다”고 질타했다. 새정치민주연합 한정애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입도지원시설 건립이 독도 수호를 위한 상징인 듯 호들갑을 떨다가 취소한다고 한다”며 “독도 정책에서 우왕좌왕하니 아베 정권의 역사 왜곡에 적극 대응할 수가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안전관리와 환경문제 등 추가 검토를 위한 공사 중단이지 백지화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조숭호 shcho@donga.com·민동용 기자}

여야가 약속한 시한 마지막 날인 31일 ‘세월호 3법’을 처리하면서 2015년도 예산안과 법안 처리에도 숨통이 트였다. 여야는 3일부터 예산안과 법안 처리를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다. 치열한 수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된다. 예산안이 법정 처리 시한인 12월 2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附議)될지 관심이 쏠린다. 새누리당은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최대한 반영해 처리시한을 준수하겠다는 확고한 태도를 보였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가급적 처리 시한은 지키되 문제가 있는 사업을 중심으로 5조 원 정도 예산을 깎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새정치연합의 ‘2015 예산안 심사 방안’ 자료에 따르면 △새마을 사업, 창조경제 사업 등 ‘박근혜 대통령 관심 사업’ △4대강 후속 사업·방산비리·해외 에너지 자원 개발 관련 사업 △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 특혜 예산 등을 겨냥하겠다는 방침이 드러난다. 또 예산안이 자동 부의된다고 하더라도 졸속 심사된 부분에 대해선 여야가 세밀하게 심의해 예산안 수정안을 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여야는 경제활성화 법안과 민생 법안 처리가 시급하다고 각각 주장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시정연설에서 강조한 △자본시장법 개정안(크라우드펀딩 제도 도입) △주택법 개정안(분양가상한제 탄력 운용)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폐지 법안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법을 포함한 30개 법안을 경제활성화 법안으로 제시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가계소득 중심 경제성장’을 위한 민생 법안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생활비 부담은 줄이고 기초소득을 올리며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법안 25개를 9월 정책간담회에서 발표했다. 최근 문제가 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8월 1차 합의 전까지 박영선 전 원내대표는 세월호 특별법과 나머지 법안 처리를 연계했다. 이 때문에 여야 간 이견이 없는 많은 민생 법안이 볼모로 붙잡혔다. 하지만 이번엔 ‘일괄처리’는 없을 것이라고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전했다. 쟁점이 없는 법안은 여야가 먼저 처리하는 길을 열어놓겠다는 것이다. 이제 변수는 국정조사다. 예산안 과정에서 새정치연합은 4대강 사업, 해외 자원외교, 방위산업 비리에 대한 국정조사 실시를 주장하고 있다. 민생 법안 처리와 국정조사 요구를 연계해 줄다리기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반면 새누리당은 국정조사에 내심 부정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 하지만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를 위해선 4대강 사업 또는 해외 자원외교에 대한 국정조사 문제를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다만 방산비리 문제는 국가기밀 누출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국정조사보다는 검찰 수사로 갈 가능성이 높다. 선거구 개편을 위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구성도 이번 정기국회 쟁점이 될 수 있다. 새정치연합은 정기국회 중이라도 정개특위를 구성하자는 태도인 반면에 새누리당은 정기국회 이후에 논의하자는 분위기다. ▼ 한발씩 물러난 여야… ‘해경 해체-독립성 보장’ 절충 ▼靑 재난안전비서관직 신설… 안행부→행자부 명칭 변경해양경찰청 해체 여부를 놓고 막판에 여야가 팽팽하게 맞서 ‘세월호 3법 패키지’ 중 가장 난항을 겪었던 정부조직법은 여야가 조금씩 물러서면서 합의점을 찾았다. 우선 정부조직법의 핵심인 해경과 소방방재청은 해체하기로 했다. 이 기능은 신설될 국무총리 산하 국민안전처(장관급) 밑에 해양경비안전본부와 중앙소방본부로 전환된다. 차관급이 본부장을 맡게 될 두 본부는 인사와 예산의 독자성을 유지하도록 했다. 새누리당은 “해경 해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을, 새정치민주연합은 “해경의 독립성 보장”이라는 목적을 어느 정도 절충했다는 평가다. 또 대통령비서실에 재난안전비서관직을 신설해 국민안전처와 유기적인 협조를 구축하도록 했다. 양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국민안전처가 신설되면서 현재의 안전행정부는 행정자치부로 이름이 바뀐다”라고 밝혔다. 이번 협상에선 소방안전세 도입 및 소방공무원의 단계적 국가직 전환에 노력한다는 조항이 들어갔다. 새정치연합 백재현 정책위의장은 “당장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소방예산 확보를 위한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담배에 부과되는 세금 중 일부를 소방안전세로 규정하고, 소방방재 예산으로 사용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조직법 여야 합의안엔 국무총리 산하 인사혁신처(차관급) 신설이 포함됐다. 정부와 새누리당안이 반영된 것이며 새정치연합은 중앙인사위원회(장관급) 신설을 주장해왔다. 여야가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합의함에 따라 국무총리의 역할도 변화된다. 6년 만에 신설되는 사회부총리는 교육부 장관이 겸하면서 교육 문화 복지 고용 등 사회 분야를 아우르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국무총리는 국정 전반을 챙기면서 국가안전처 등 재난, 안전 분야에 집중한다. ▼ 유가족에 특검 거부권… 배상-보상 문제는 결론못내 ▼진상조사위에 강력 조사권 부여… 조사 불응땐 과태료 최대 1000만원세월호 참사 이후 반년 넘게 끌었던 세월호특별법 협상이 31일 마무리됐다. 합의된 세월호특별법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할 특별조사위원회에 유족들이 요구한 수사권과 기소권 대신 강력한 조사권을 부여하고, 유족 추천 인사에게 위원장을 맡기는 것이 핵심이다. 세월호 참사 피해자에 대한 배상 및 보상 문제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 논란이 컸던 특별검사 후보 추천은 유가족에게 ‘거부권’을 주는 선에서 정리됐다. 새누리당이 추천할 특검 후보군 2명에 대해 유가족이 반대 의견을 내면 아예 추천 후보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을 합의문에 명시했다. 조사위는 8월 7일 여야 1차 합의대로 모두 17명(여야 각각 5명, 대법원장 및 대한변협 각각 2명, 유가족 3명 추천)으로 구성된다. 조사위 산하에 진상규명, 안전사회, 지원 등 3개 소위원회를 두고 조사위원장은 유족이 선출한 인사가 맡기로 했다. 사무처장을 겸하는 부위원장은 새누리당 추천 인사, 진상규명 소위원장은 새정치연합 추천 인사가 각각 맡기로 했다. 조사위 활동 기간은 최장 1년 9개월이다. 권한은 강화됐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장소와 시설에 대해 현지 조사를 할 수 있고 불응 시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릴 수 있는 동행명령권을 부여한 것이다.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거나 허위로 증언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을 물리는 등 형사처벌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조사위 활동이 시작되면 여야가 다시 대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청문회 증인 출석 문제 등으로 조사위원들이 충돌할 수 있기 때문. 새누리당 관계자는 “정치 공세로 흐르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배상 및 보상 문제도 난관이다. ‘즉시 논의를 실시한다’고 했지만 여야 간 견해차가 첨예하다. ▼ 범죄수익 재산, 피상속인이 몰랐어도 추징 가능해져 ▼兪씨일가 재산 1291억 몰수 길열려국회가 진통 끝에 31일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일명 ‘유병언법’)에 합의하면서 법안의 내용과 예상되는 파장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유병언법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사망) 일가의 범죄수익을 환수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각종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5월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은 피상속인 등이 물려받거나 증여받은 재산을 범죄수익이라고 인식하지 못했다면 추징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 수사 결과 유 전 회장이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과 관계사들을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현행법으로는 이미 자녀 명의로 넘어간 재산은 환수할 수 없다는 점이 알려지자 개정 여론이 일었다. 유 전 회장의 범죄수익 1291억 원 중 실명 재산은 20억 원가량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개정안에는 범죄자의 재산이 범죄수익이라는 사실을 피상속인 등이 몰랐어도 해당 재산을 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범죄수익이 헐값에 매각된 때에도 사실상 편법 증여로 간주해 환수할 수 있고, 추징대상에는 ‘범인’뿐 아니라 ‘범인 외의 자’도 포함됐다. 즉, 유 전 회장 명의가 아닌 일가의 재산도 몰수 추징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둔 셈이다. 개정안은 범죄수익 은닉에 대한 처벌이 가볍다는 지적에 따라 징역형의 상한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높였다. 범죄수익을 수수한 행위도 징역형 상한이 3년에서 5년으로 상향 조정됐다. 민동용 mindy@donga.com·이현수 기자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헌재발(發) 핵폭탄’이 떨어졌다.” 헌법재판소가 30일 국회의원 선거구 사이의 인구 차를 최대 3배까지 허용하는 현행 공직선거법에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자 여의도 정치권은 벌집을 쑤신 듯했다. 이번 결정이 단순히 선거구 개편 논의에 그치지 않고 소선거구제와 대통령제를 바탕으로 하는 한국의 정치 지형 자체를 바꿔놓을 수도 있는 뇌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야, 영·호남 지역 기반에 ‘충격파’ 국회의원 선거구 간 인구 편차를 지금의 3 대 1에서 2 대 1 이하로 바꾸라는 헌재의 결정에 따라 선거구를 재편한다면 경북과 전남·북은 각각 4개의 지역구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양당의 기반이 되는 영·호남에서 당내 이해관계의 충돌이 불가피해졌다. 당장 해당 지역구 여야 의원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반면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은 선거구가 10개 이상 늘어날 여지가 생겼다. 즉, 도시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늘어나는 대신 농촌 지역의 의원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여야가 선거구를 다시 획정하는 과정에서 영·호남 지역에 게리맨더링(특정 정당이나 특정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자의적으로 선거구를 정하는 일)이 횡행할 것이라는 예상이 벌써부터 나온다. 조직강화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선거구별 지역위원장 선정 작업을 하고 있는 새정치연합은 곤란한 표정이 역력하다. 내년에 선거구 자체가 대폭 바뀔 수밖에 없는데 기존 선거구에 따라 지역위원장을 결정하는 게 옳으냐는 것이다. 새정치연합 김성수 대변인은 “워낙 크게 선거구가 고쳐져야 한다”며 “일단은 현행 제도에 따라 결정하고 내년 전당대회를 치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 선거구를 놓고 2016년 국회의원 총선을 준비해온 영·호남 지역의 예비후보자들도 상당수 허탈해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 선거구 개편이 아니라 정치권 개편 촉발 가능성 이번 결정이 단순히 선거구 개편 논의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 파급 효과가 현행 소선거구제의 중대선거구제 개편, 나아가서는 정계 개편과 개헌까지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오후 헌재의 결정 직후 열린 새정치연합 지도부의 긴급 대책회의에서는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할 건지, 아니면 선거구 자체를 손볼 건지 기본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서 중대선거구제, 권역별 비례대표제, 석패율제도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중대선거구제 등은 현행 소선거구제가 득표율에 따른 의석수를 반영하지 못하는 점을 보완하는 수단으로 정치권과 학계에서 제시하는 대안이다. 소선거구제는 지금의 거대 양당제를 받치고 있는 기둥이다. 만약 소선거구제에 변화가 생긴다면 이는 양당제의 파괴, 제3정치세력의 출현을 의미한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새정치연합 손학규 전 상임고문은 기존 양당체제의 폐해를 지적하며 대안으로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제안했다. 선거구가 광역화되면서 선거구당 2∼4명을 뽑는 중대선거구제가 되면 소수 정당이 의석을 확보하고, 다당제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치권 안팎에서 논의되는 제3정당론이 힘을 받을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개헌 논의가 더욱 활발해질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헌재의 결정이 양당체제와 소선거구제, 그리고 87년 체제로 대표되는 현 대통령제에 대한 ‘이의 제기’로 볼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새정치연합 최재천 의원은 “정치권 자체가 정치 개혁과 정계 개편의 동력을 상실한 상황에서 헌재 결정은 학계와 시민사회의 개헌 논의를 더 촉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선거구 개편 논의 때문에 개헌 논의가 수그러들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입법 시한인 2015년 내내 진통 예상 헌재는 2015년 12월 31일까지 선거구 조정을 끝내라고 결정했다. 선거구 조정을 위해서는 여야가 정개특위를 구성해야 하고, 국회의장 산하에 선거구획정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 국회의원을 배제하고 구성되는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총선 날(2016년 4월) 6개월 전까지 선거구 획정안을 만들어 국회의장에게 제출하도록 돼 있다. 그 안을 바탕으로 정개특위에서 개정안을 확정하도록 했다. 그러나 헌재가 내년 말일로 선거구 조정 시한을 못 박았기 때문에 이를 맞추려면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적어도 내년 6월까지는 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민동용 mindy@donga.com·강경석 기자}

29일 이뤄진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간의 회동 테이블에는 개헌 문제부터 공무원연금 개혁, 전시작전권 전환 재연기까지 다양한 현안이 올랐다. 회동이 끝난 뒤 개헌 문제를 논의했는지를 놓고 양측 주장이 엇갈리면서 불필요한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오락가락 브리핑 이날 낮 12시 반 새누리당 주호영, 새정치민주연합 백재현 정책위의장이 회동 결과를 브리핑했다. 15개 항목으로 정리해 구체적으로 설명했지만 개헌 부분은 없었다. 브리핑 뒤 기자들이 물었을 때도 두 사람은 “개헌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오후 2시 15분경 새정치연합 김성수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개헌에 대해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이야기를 했다”고 털어놓았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의 요청으로 발표는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양당 정책위의장의 공식 브리핑을 두고 새정치연합 일각에서는 “너무 여당에 끌려다니는 모습으로 보인다”는 불만이 나왔다고 한다. 이에 김 대변인이 나서서 공무원연금 개혁 등에 대한 야당 지도부의 발언과 의미를 추가로 소개하는 과정에 개헌 논의가 있었다는 점까지 공개했다는 것이다. 야당 지도부가 언급한 개헌을 굳이 감출 경우 박 대통령의 개헌 논의 자제 요청을 수용한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이 오후 3시경 반격에 나섰다. 박 대변인은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가 개인 의견으로 개헌 얘기를 조금 했다”며 “이 원내대표가 ‘논의할 사항이 많은 만큼 개인적 얘기는 적합하지 않으니 개헌 논의는 없었던 걸로 하자’고 제안했고, 그 자리에서 모두 동의를 받아서 정리가 됐다”고 설명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이후 문 위원장이 개헌론을 언급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참석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우 원내대표가 먼저 개헌 필요성을 역설한 뒤 문 위원장이 거들면서 “30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야기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고 한다. 당초 양측 모두 “개헌 언급은 없었다”고 입을 맞췄다가 이후 새정치연합에서는 “문 위원장이 개헌 이야기를 했다”고 하고, 새누리당에서는 “우 원내대표가 개인적 의견을 말했다”라고 말해 혼선이 빚어진 것. 개헌론의 파장을 우려해 대화 내용을 덮으려다 오히려 파장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 야당 요청 vs 朴대통령 당부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이날 박 대통령에게 7가지 사안에 대해 의견을 전달했다. 전작권 전환 재연기와 관련해 문 위원장은 “전작권 전환 연기에 대해 반드시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뒤 “미군 부대가 주둔 중인 동두천과 용산 주민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카카오톡 등 ‘사이버 감청 논란’에 대해서도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문 위원장은 “민주주의의 위기”라며 “범위를 넘어서는 과도한 감청은 절대 허용해선 안 된다”고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동에선 뜨거운 쟁점인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졌다. 야당 지도부는 “재난을 관장하는 컨트롤타워를 청와대에 둬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국회에 계류 중인 현안 관련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 달라고 여야 지도부에 주문했다. 한-캐나다, 한-호주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시장 선점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국회에서 조속히 비준동의안을 처리해 줄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깨끗한 공직사회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소위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을 국민 눈높이에 맞게 통과시켜 달라”고 당부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강경석·민동용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는 29일 국회에서 박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 직후 3자 회동을 했다. 1시간 동안 진행된 회동에서 박 대통령은 시정연설 때 강조한 경제활성화 법안 등의 조속한 처리를 거듭 당부했다. 시정연설에선 “지금이야말로 우리 경제를 다시 세울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박 대통령이 ‘경제 골든타임’을 말했듯 개헌에도 골든타임이 있다”며 “집권 3년차에 들어가면 개헌을 하고 싶어도 타이밍이 상당히 어려워진다”며 분권형 개헌을 역설했다. 이번 회동의 분위기는 좋았지만 박 대통령은 ‘경제 살리기’, 새정치연합은 ‘개헌’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국정 목표에 대한 여야의 온도차가 감지됐다.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가 먼저 ‘개인 자격’을 전제로 “현 대통령제가 끝없는 정쟁의 권력구조를 낳고 있다”며 분권형 개헌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문 비대위원장도 가세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미소만 지었을 뿐 반응이 없었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가 “논의할 사안이 많은 만큼 개인적 얘기는 적합하지 않다. 개헌 논의는 (회동에서) 없었던 것으로 하자”고 제안하자 참석자들은 동의했다. 그래서 여야 정책위의장의 공식 발표에서는 개헌 언급이 빠졌다. 그러나 새정치연합 김성수 대변인이 뒤늦게 개헌 문제가 거론됐다는 점을 공개했다. 당내에선 개헌 이슈 주도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는 관측이 나왔다. 새누리당 주호영, 새정치연합 백재현 정책위의장은 회동 직후 브리핑에서 “새해 예산은 법정 시한 내에 처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뒤늦게 새정치연합이 “합의한 게 아니라 노력하기로 한 것”이라고 부인했다. 예산안 처리를 놓고 극한 대치가 우려된다. ‘세월호 3법’에 대해서도 당초 합의한 이달 31일까지 처리하기로 재확인했다. 이에 앞서 박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부는 내년도 국정운영의 최우선 목표를 경제 활성화에 두고 예산을 올해보다 20조 원 늘려 편성했다”고 밝혔다. 이어 “재정적자를 늘려서라도 경제를 살리는 데 투자해 위기에서 빠져나오도록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새해 예산안을 국회에서 설명하는 시정연설을 2년 연속 한 것은 박 대통령이 처음이다. 민동용 mindy@donga.com·이재명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정치가 계속되고 민주주의 회복을 거부한다면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지난해 9월 17일 김한길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잔뜩 독이 올라 박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전날 이뤄진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3자 회담은 서로를 향한 비난 수위만 높이는 역효과만 낳았다.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등을 두고 서로 한 치도 양보하지 않은 결과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어렵사리 성사된 첫 여야 대표 회담은 그렇게 서로에게 상처만 남겼다. 그 뒤 1년 1개월간 흔히 ‘영수회담’으로 불리는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만남은 없었다. 29일 이뤄지는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간 2차 회동에 각별한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세월호 참사의 긴 터널에서 벗어나 경제 활성화 입법 등 정부와 여야가 모처럼 의기투합하는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느냐가 최대 관전 포인트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27일 기자들을 만나 “박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처해 있는 국내외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경제 혁신에 국회의 초당적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두 해 연속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한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며 “국회와의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고 국회를 존중하는 의지가 반영됐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내에서는 박 대통령이 경제 활성화 법안과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를 위해 야당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할 수 있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야당이 이명박 정부 시절 추진한 4대강 사업이나 자원외교, 최근 불거진 군납비리나 방산(防産)비리 등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할 경우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도 ‘박 대통령과 얼굴을 붉히는 자리가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회담 때처럼 뚜렷한 정치적 쟁점이 없는 데다 경제 활성화나 공무원연금 개혁에 근본적으로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얼굴을 붉힐 현안도 적지 않다. 당장 박 대통령은 ‘개헌은 블랙홀’이라며 개헌 논의에 반대 의견을 냈으나 야당은 정기국회 또는 내년 상반기 중 개헌특위 구성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 법인세율 인상을 통해 이른바 ‘부자 감세’를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대북 전단 살포 규제와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남북교류를 중단한 5·24조치의 해제를 요구할 수도 있다. 29일 회동을 통해 개헌론 논란으로 얼어붙은 박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간에 화해 무드가 조성될지도 관심을 모은다. 이번 회동에는 김 대표가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운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도 참석해 서로 소통의 물꼬를 틀지도 주목된다.이재명 egija@donga.com·민동용 기자}

정부가 9월 국회에 제출한 2015년 예산안과 관련해 정치권이 날 선 정치공방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여야가 예산과 관련된 주요 쟁점들에 대해 펴는 주장들은 대부분 사안의 한쪽만 지나치게 부각하거나 논리적 모순들을 내포하고 있어 합리적인 합의를 통한 의사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경제 및 재정 전문가들은 내년 나라 살림을 다룰 예산안 심사를 앞둔 상황에서 여야가 ‘반대를 위한 반대’를 중단하고 치밀한 경제논리를 토대로 세계적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나랏돈 사용처에 대한 시각차 여야는 ‘최(崔)노믹스’의 성격, 재정건전성 악화 논란, 국가채무 위험 수준, 지방재정 지원 부족 논란 등에 대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모두 나랏돈을 어디에, 얼마나, 어떻게 써야 하는지와 관련된 이슈들이다. 새누리당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단기 부양책에 동의하면서 재정건전성을 함께 챙기라고 주문하고 있다. 이날 국감에서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은 “41조 원 정책 패키지보다 더 강도 높은 경제활성화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나랏빚은 규모 자체뿐 아니라 증가 속도도 중요하다. 한국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단기간 빚이 급증해 재정건전성에 노란불이 켜졌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국가채무 비율이 30%대로 낮은 편이라도 무차별적인 돈 풀기 정책을 계속하기는 어렵다. 이날 박광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다음 정부에 빚을 떠넘기는 폭탄 돌리기 정책을 펴고 있다”며 정부를 질타했다. 이에 대해 재정 전문가들은 대체로 현재의 심각한 국내외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야당이 재정 확대에 무작정 반대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건전성은 포기할 수 없는 중장기 과제이지만 경제 활성화를 못하면 경기가 악순환에 빠진다”며 “어느 한쪽만 강조하면 논리에 오류가 생긴다”고 말했다.○ ‘나라 곳간 어떻게 채워야 하나’ 논란 ‘서민 증세(增稅)’ 논란은 담뱃값 인상을 계기로 불붙었다. 야당은 정부가 사치품에 부과하는 개별소비세를 담배에 붙인 것은 서민을 통해 부족한 세수(稅收)를 메우려는 의도라고 비판한다. 이날 윤호중 새정치연합 의원은 “국세를 늘리기 위한 수단임을 인정하라”고 정부를 압박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담뱃값 인상은 국민건강 증진 목적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전문가들 중에서는 정부의 논리가 다소 군색하다고 보는 시각이 강하다. 정서상 증세로 받아들이는 국민이 많은 데다 담배같이 보편적으로 소비가 이뤄지는 품목에 간접세가 붙으면 소득이 낮은 사람이 고소득층보다 세금 부담을 더 크게 느끼는 ‘역진성’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박완규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담뱃값 인상은 증세와 건강 증진 목적을 모두 염두에 둔 것이라고 인정하고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제안했다. 반면 야권의 ‘부자 감세(減稅)’ 주장에는 상당한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주장은 이명박 정부 때 소득세율을 내린 점을 근거로 한다. 하지만 당시 소득세율 인하는 과표(세금 부과 기준소득) 8800만 원 이하인 사람에게만 적용됐고, 과표 3억 원 초과인 경우 세율은 오히려 상승했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소득세 최고세율 적용 대상자를 과표 1억5000만 원 초과로 대폭 늘린 데다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비과세 감면도 축소해 왔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야권이 ‘세율 인하=부유층 혜택’이라는 도식을 무리하게 주장한다는 지적이 많다. ○ 교육예산 놓고 대립각 공무원연금 개혁 방안에 대해 여당은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반면 야당은 개혁의 큰 틀에 동의하면서도 ‘공무원에게 일방적 희생을 강요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여야 모두 100만 명이 넘는 공무원 사회를 대상으로 ‘연금을 삭감하라’고 직설적인 목소리를 내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는 양상이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누리과정 등 교육예산이 드는 사업에 대해서는 여야 간 견해차가 상대적으로 선명하다. 여당은 누리과정이 지방자치단체 사업이지 국고 사업이 아니라고 보지만 야당은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하는 사업이라고 주장한다. 배인명 서울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고교 무상교육 공약 등을 이행하려면 재정이 많이 드는데 야당이 재정건전성 문제를 제기하는 동시에 교육재정 확대를 주장하는 건 논리적 모순”이라고 지적했다.세종=홍수용 legman@donga.com·김준일 / 민동용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사진)는 15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자신의 최측근인 송호창 의원의 조직강화특별위원 사퇴를 발표했다. 지역위원장 인선을 논의하는 조강특위는 당내 세력화를 위해서는 매우 중요한 기구다. 안 전 대표가 기자간담회를 한 것은 7·30 재·보궐선거 패배로 대표직을 사임한 뒤 처음이다. 안 전 대표는 “재·보선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난 사람이 그 때문에 구성된 비대위에 합류하는 것은 당원과 지지자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며 “저의 비대위 참여는 물론이고 저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임명된 송 의원의 조강특위 참여도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강특위 위원 선정을 당이 저와 상의를 했었다면 혼선이 없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안 전 대표는 내년 봄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제 관심사가 아니다”며 분명한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비판하는 것만으로는 결코 집권할 수 없다”고 했다. 안 전 대표는 친노(친노무현) 중심의 당무와 거리두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지금은 개인의 문제보다는 당 전체적으로 국민 신뢰 회복이 최선이라는 생각뿐”이라고 답했다. 탈당 가능성을 묻는 데 대해서도 “저는 (새정치연합) 창업자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은 15일 의원총회를 열어 내년도 국회의원 세비(歲費)를 올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앞서 새누리당도 13일 2015년도 세비를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국회의원들은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급여를 받게 됐다. 지난달 말 기획재정부는 ‘공무원 보수 인상률 수준인 3.8%로 세비를 인상하겠다’는 내용이 들어간 세출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후 “일하지 않는 국회가 돈만 더 받으려 한다”는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여야가 신속하게 ‘세비 동결’을 결정한 것이다. 만약 3.8%를 인상하면 내년 국회의원 연간 세비는 1억4320만 원이 된다. 여야가 다음 달 국회 운영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세비예산항목을 올해 수준으로 삭감하면 세비는 동결된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의원(3선·전남 광양-구례)이 9일 차기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이날 경선에서 우 의원은 2차까지 간 결선투표 끝에 투표 참여 의원 118명(전체 130명) 중 64표를 얻어 당선됐다. 우 신임 원내대표의 임기는 박영선 전 원내대표의 잔여 임기(7개월)로 내년 5월 초까지다. 이번 경선은 당내 계파 간 대결로 치달았다. 당선한 우 의원은 친노(친노무현)·범친노 진영의 지지를 얻었다. 우 의원의 당선으로 친노·범친노 진영과 비노(비노무현)가 주축인 중도개혁파 간의 갈등은 더욱 두드러져 내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을 둘러싼 계파 투쟁은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 의원은 1차 투표에서 42표를 얻어 중도파를 대표해 출마한 이종걸 의원(43표)에게 뒤졌다. 그러나 1차 투표에서 3위를 한 이목희 의원(33표)의 표를 상당수 끌어와 최종 승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종걸 의원은 결선투표에서 54표를 얻었다. 우 의원은 당선 직후 “협상도 130명, 투쟁도 130명이 하는 강력한 야당, 국민과 통하는 품위 있는 야당을 만들겠다”며 “가장 먼저 할 일은 당의 화합과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임 원내대표는 당연직 비상대책위원으로서 조직강화특별위원회 구성과 전당대회 경선방식 결정 등 당의 골간을 구성하는 작업도 맡는다. 율사 출신의 우 의원은 온건한 합리주의자로 통한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국회 국정감사 이틀째인 8일에도 기업인을 비롯한 일반 증인 채택 문제를 두고 여야의 입씨름이 계속됐다. 일부 상임위원회는 한동안 파행을 빚기도 했다. 전날 환경부 국감에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기업 총수에 대한 증인 채택을 두고 힘겨루기를 하다 질의 한번 못하고 끝난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날 고용노동부 국감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연출했다.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권성동, 새정치민주연합 이인영 의원은 오전 기업인 증인 채택 건을 놓고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고용부 국감은 예정 시간을 1시간 45분 넘긴 오전 11시 45분에 시작됐지만 여야 의원들이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서로를 비난하면서 30분 만에 중단됐다. 오후 2시 20분경 야당이 “국민의 우려를 고려해 국감을 진행하겠다”고 물러서면서 가까스로 재개됐다.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 국감에서는 북한의 ‘고위급 3인방’의 방문을 계기로 터져 나온 5·24조치 해제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방문했다고 해서 지금까지 견지한 5·24조치 등 대북정책의 원칙을 재고하자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류 장관은 “남북이 서로 논의해 5·24조치를 극복하고 넘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천안함 폭침에 대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를 남북 간 어떤 형태의 대화에서든 강하게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정무위의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소관 연구기관에 대한 국감은 15, 16일 열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국감에 출석할 증인 채택 문제로 여야 간에 고성이 오가다 한때 정회됐다. 정무위는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 등 전현직 금융기관장을 포함한 24명을 증인으로 채택했고 22명은 참고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법 국감에서는 카카오톡 검열 의혹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새정치연합 이춘석 의원은 “카톡을 들여다보는 통신제한 조치에서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한지에 대한 자료를 제출해 달라는데 법원이 내주지 않고 있다”며 “법원이 무분별하게 (검찰이 청구한) 감청 영장을 발부해주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민동용 mindy@donga.com·신나리 기자}
정부는 남북 2차 고위급 접촉을 비롯해 앞으로 이어질 각종 남북대화에서 이산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짧지만 굵은’ 대북지원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6일 알려졌다. 이런 구상에는 쌀, 비료 지원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의 카드를 활용하는 방법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 초부터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조해온 만큼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해선 북한과의 담판이 불가피하다. 무엇보다도 내년이 분단 70주년이고, 이산가족들의 나이를 고려할 때 5년 안에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진다는 절박함도 작용했다. 정부는 북한에 있는 이산가족의 전면적 생사 확인 과정을 거친 뒤 부부, 부모-자녀, 형제 등 직계가족을 우선순위로 북한에 상봉 정례화를 요구할 방침이다. 정치권은 이날 한목소리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기회가 오면 잡아야 하고 상대가 손을 내밀면 우리도 내밀어야 한다”며 “남북관계를 가로막는 빗장인 5·24 조치를 과감히 해제하고 금강산 관광 길도 다시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전의 전제에 너무 매몰돼 있지 말고, 나무만 보고 숲을 못 보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며 “5·24 조치 등을 포함한 정부의 ‘통 큰’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8일부터 열리는 세계군인육군5종선수권대회 참가를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 최고위급 3인방이 방문했던 4일 벨기에 조직위원회로부터 북한이 ‘선수 부상’을 이유로 대회 불참 의사를 밝혔다는 e메일을 전달받았다”고 전했다.윤완준 zeitung@donga.com·민동용 기자}

세월호 참사 이후 5개월 넘게 심각한 기능부전 상태에 빠져 있다가 가까스로 정상화된 대한민국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의 심정은 체념 반, 분노 반에 가까울 것이다. 기를 쓰고 국민의 뜻에 역주행하는 국회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언제나 진정한 민의(民意)의 전당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한탄을 해보기도 한다. 4년에 한 번씩 우리 손으로 직접 뽑은 선량(選良)들이 모인 여의도 1번지는 벌써 19대 국회를 맞았다. 1948년 제헌국회가 열렸으니 66년이라는 짧지 않은 역사도 갖는다. 첫 국회가 국회의원 200명을 배출한 이래 꾸준히 정원이 늘어 1988년 13대 선거 이후 299명(16대 국회만 예외적으로 273명)을 유지하다가 2012년 19대 선거부터 정원은 300명(비례대표 54명)으로 늘었다. 민주화 이후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4년마다 100명이 넘는 초선의원이 탄생해 정치권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의 여파 속에 치러진 2004년 17대 총선과 17대 국회 임기 내 치러진 재·보궐선거를 통해서는 11대 총선(225명) 이후 최다인 206명의 초선의원이 나왔다.역대 최고의 ‘슈퍼 루키’ 줄줄이 배출한 15대 국회 서로 다른 성장 배경과 이념 성향, 출신 지역을 가진 국회의원들로 4년마다 새롭게 구성되는 국회는 나름의 독특한 특징을 보였다. 13대 국회는 5공 비리 청문회, 5·18 민주화운동 진상조사 청문회 등을 통해 국민에게 민주화를 실감할 수 있게 해줬고, 16대 국회는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관련 뒷거래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를 임명해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현대의 5억 달러 대북송금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다소간의 이견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상당수 정치전문가는 1996년 4월 총선으로 구성된 15대 국회를 가장 화려한 ‘인재의 산실’ 중 하나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여권에서는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 이완구 원내대표,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 이재오 의원이 신한국당 의원으로 국회에 처음 입성했다. 지방자치단체장으로는 재선에 성공한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안상수 경남 창원시장이 ‘여의도 96학번’ 동기생이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부친인 남평우 의원의 작고로 치러진 경기 수원팔달 보궐선거(1998년 7월)를 통해 금배지를 단 뒤 같은 지역에서 내리 5선에 성공한 경우다. 대법관, 감사원장, 국무총리, 신한국당 한나라당 총재 등을 역임하고 한나라당 후보로 두 차례 대선에 도전했던 이회창 씨도 15대 국회를 통해 민의의 전당에 입성했다. 대한민국 의전서열 1, 2위도 15대 국회의 산물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998년 4월 보궐선거를 통해 현실정치에 화려하게 데뷔했으며, 정의화 국회의장은 부산 중-동 지역구에 처음으로 둥지를 튼 뒤 5선의 경력을 쌓아가며 국회부의장을 거쳐 올해 국회의장의 반열에 올랐다. 야권에도 ‘슈퍼 루키’가 즐비했다. 2001년 이른바 ‘정풍운동’을 주도하면서 열린우리당 창당과 노무현 정부 출범의 개국공신 역할을 했던 ‘천신정(천정배, 신기남, 정동영)’은 1996년 여의도 국회의 풋풋한 새내기였다. 6·4 지방선거와 7·30 재·보선을 지휘했던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전 공동대표, 정세균 추미애 의원도 당시 정치에 새바람을 일으킨 인물들이다. 작고한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15대 국회를 통해 ‘큰 꿈’을 키워온 사람이다.‘혈액형’ 달라도 과감한 수혈 15대 국회가 향후 20년 한국정치를 쥐락펴락해 온 걸출한 인재를 수도 없이 배출해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진영이나 이념(이른바 정체성), 과거의 경력보다는 잠재력이나 능력 본위로 새로운 인물을 발탁하려 했던 당시 시대 분위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1996년 선거 당시는 ‘3김 시대’가 종막(終幕)을 향해 달려가던 시기였다. 3당 통합을 통해 대통령이 된 김영삼(YS) 당시 대통령은 정권 재창출을 위해 새로운 인재의 영입이 필요했고, 1995년 정계은퇴 선언을 번복하고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한 김대중(DJ) 전 대통령도 자신의 네 번째 대통령 도전을 위해서는 총선에서의 승리가 절실했다. 김종필(JP) 자유민주연합 총재 역시 충청 지역을 기반으로 세력 확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당시 정치권은 경향 각지의 인재를 끌어당기는 거대한 용광로 역할을 자임했고 각 정당 역시 오직 능력만을 판단 기준으로 삼아 인재 영입작전에 총력을 기울였다. 신한국당이 재야 노동그룹 인사였던 김문수, 이재오를 영입한 것은 당시로선 엄청난 파격이었다. 장외투쟁과 병행해 제도정치권 내부에서도 기층 민중의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며 만든 혁신정당이 바로 민중당이었으니 요즘 기준으로 치면 새누리당이 정의당 인사들을 전격 영입해 공천을 준 셈이다. YS가 재임 중 안보정책 조정권을 놓고 갈등을 벌이다 얼굴을 붉히고 떠난 이회창 전 국무총리를 다시 끌어안은 것은 인재영입 작업의 백미(白眉)라는 평가가 많다. 이후 15대 국회의원이 된 이회창이 사생결단의 권력투쟁을 벌인 끝에 1997년 대선후보가 됐으니 YS로서는 호랑이 새끼를 불러들인 것을 크게 후회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야권도 전문가그룹 영입에 최선을 다했다. 신한국당 쪽이 박성범, 이윤성(이상 KBS 출신)과 맹형규(SBS 출신) 등 ‘스타 앵커’를 다수 영입한 데 자극받아 MBC 출신 정동영 씨를 대변인으로 충원했다. 당시 30대였던 젊은 판사 추미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출신 천정배를 영입한 것도 결과적으로 1997년 대선 승리의 밑거름이 됐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15대 국회 당시만 해도 당 총재의 당권이 확고했고 대권주자들이 인재 영입을 통해 진부한 이미지를 깨고 수권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에 우수한 자원이 많았다”고 설명했다.‘108번뇌’ 17대 국회 하지만 활발한 인재 충원으로 일궈낸 국회의 르네상스 시대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새정치연합 수도권 3선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불통이라고 비난하지만 정말 소통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 강경파”라면서 “같은 당 의원들끼리도 이야기가 안 되는 이런 현상은 17대 국회 때 생겨 전통처럼 돼버렸다”며 한숨을 쉬었다. 17대 국회에는 초선의원들이 대거 들어왔고 공교롭게도 그 초선들이 분란의 ‘씨앗’이 되고 말았다. 개원 당시 지역구 당선자 243명 중 초선의원은 133명(54.7%)을 차지할 정도로 대세였다. 이는 16대 국회 당시 지역구 초선의원 비율 38.8%보다 15.9%포인트 높은 수치였다.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새정치연합 전신)은 의원 152명 가운데 초선이 108명(71%)이나 됐다. 2004년 3월 노 전 대통령 탄핵 바람을 타고 국회에 들어왔다고 해서 ‘탄돌이’라고도 불렸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했던 386이 30여 명이었고 1970년대 운동권, 시민사회활동가, 관료 출신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이 젊고 싱싱한 사고방식으로 정치권의 세대교체를 통해 국회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 국민이 적지 않았다. 17대 국회 초반에는 활발한 토론 문화와 왕성한 입법 활동을 보이며 기대에 부응하는 듯했다. 정치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게 된 것도 초선들의 등장이 작지 않은 역할을 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이들은 “내 주장만이 옳다”는 독선의 모습을 보였다. 당론은 분열됐고 여야 관계는 적대감으로 가득해졌다. 정치권 내의 신구(新舊)세력 간 갈등이 본격적인 문제로 드러난 것도 17대 국회 때부터라는 지적이 많다. 선배 의원들을 구태로 몰며 우습게 보는 경향도 두드러졌다. 열린우리당의 한 초선의원은 “선배 의원들이 초선의 군기를 잡겠다고 하면 귀를 물어뜯겠다”며 노골적인 불신을 보이기도 했다.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목청을 높이는 이들 앞에서 당 지도부는 망연자실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2004년 12월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국가보안법 폐지에서 한발 물러나 야당과 합의 처리하겠다고 하자 국회에서 240시간 농성을 주도한 것도 초선 40여 명이었다. 이들의 강경한 대응에 국가보안법 폐지는커녕 독소조항 삭제가 담긴 국가보안법 개정안도 물 건너갔다. 여야 타협에 공을 들였던 당시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은 이들의 농성을 두고 “과격한 상업주의”라고 비판하면서 “잘하면 이념 갈등을 종식시킬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너무 피곤하고 맥이 빠진다”고 허탈해하기도 했다. 수적으로 30%도 안 되는 강경파가 당을 좌지우지한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지만 때는 늦었다. 열린우리당 초선의원들은 목소리만 컸지 전략과 비전은 찾기 어려웠다는 비판도 들었다. 17대 국회에서 2007년 분당 사태를 겪을 때까지 3년여 동안 열린우리당의 당 대표(의장)는 9명이나 바뀌었다. 당 지도부의 리더십도 문제였지만 아예 귀를 닫고 목청만 열어 놓은 초선 ‘사공’이 너무 많은 탓도 컸다. 열린우리당 중진의원들은 당의 정체성을 둘러싸고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초선 의원 108명을 ‘108번뇌’라고 불렀다. 신구 조화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2007년 대선에서 참패하고 이듬해 치러진 18대 총선에서 초선 108명 가운데 공천을 통과해 재선에 성공한 의원은 35명에 불과했다. 대통령 탄핵 같은 바람은 다시 불지 않았다. 이때 재선에 실패한 17대 국회 초선의원 중 17명은 19대 국회에서 야당인 옛 민주통합당(새정치연합 전신) 소속으로 여의도에 입성했다. ‘징검다리 재선’이라 불리는 이들은 대부분 노련하고 성숙해진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일부는 여전히 강경파로 분류되며 서슴지 않고 막말을 하기도 해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의회정치 르네상스 맞으려면 15대와 17대 국회가 보여준 극명한 차이 속에 정치가 다시 한 번 인재의 용광로가 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있다. 시간이 갈수록 대통령의 권한을 견제하는 입법부의 권한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인재들의 진입을 기대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더이상 국회가 국민의 존경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비관론도 나온다. 박상헌 공간과미디어연구소장은 “과거 정치의 비중이 클 때는 지역구 공천이나 비례대표를 제안하면 각 분야의 ‘베스트’를 충원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지만 요즘은 상황이 달라졌다”며 “정치에 대한 불신, 입법권의 추락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초선 영입을 통한 ‘새로운 피’의 수혈도 중요하지만 다선의원들의 역량 강화를 통해 입법 권력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회정치라는 것은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디어나 지식의 영역이라기보다는 농익은 경험이 묻어나는 현인들의 전당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 김민전 교수는 “17대 국회 이후 진영 간 대결이 강화되면서 의회에 대한 평가도 급전직하한 것이 사실”이라며 “미국 정치가 대통령을 변화의 상징으로 삼지만 의회는 그 변화의 완급을 조절하는 경험의 영역으로 남겨두는 것을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장을 지낸 심지연 경남대 명예교수는 “최근 들어 혁신이라는 미명하에 공천권을 가진 사람의 입맛에 맞는 사천이 공공연히 자행됐다”며 “의원들의 연륜이 살아 숨쉬고 전통에서 나오는 정당성이 지배하는 의회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태원 triplets@donga.com·민동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