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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남북 정상 간 핫라인 논란을 일으킨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국정원의 형사 고발에 대비해 법률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4일 알려졌다. 김 전 원장은 비밀누설 혐의로 세 번째 검찰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검찰이 기소를 하는 데에는 김 전 원장의 회고록 내용을 공무상 비밀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한 판단이 가장 중요하다. 김 전 원장은 2007년과 2011년에도 같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각각 입건유예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기밀 누설 혐의는 인정되지만 경험을 회고하는 과정 등에서 비밀 일부만 포함됐을 뿐 고의는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 국정원 전직 간부는 “(김 전 원장 회고록에) 비밀이 있든 없든 법에 따라 현 국정원장의 허락을 사전에 받아야 했다”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3일 트위터에 김 전 원장을 향해 “남북 간 핫라인은 존재하지만 어떻게 정상끼리 전화하겠는가. 국정원장다운 말을 해야 한다”며 “불필요한 발언을 계속하면 밝힐 걸 밝히겠다. 공개 경고한다”고 지적했다. 김 전 원장이 회고록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6·15선언은 빈 선전갑”이라고 했다는 대목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일각에선 비노(비노무현) 원로인 박 의원이 노무현 정부 시절 김 전 원장을 발탁한 친노(친노무현) 부산파 그룹을 우회 비판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길진균 leon@donga.com·변종국 기자}
선거구획정위원회가 2일 격론 끝에 지역구 수를 결정하지 못하자 총선 선거구 획정안의 국회 처리 시한(11월 13일)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획정위는 이날 경계·구역조정 등 세부 작업을 거쳐 법정 시한인 10월 13일까지 국회에 선거구 획정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어렵게 국회로 ‘공’이 넘어오더라도 획정안의 처리는 순탄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의원들의 신경전이 치열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상 국회의 선거구 획정안은 11월 13일까지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돼야 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그 시한은 물론이고 예비후보자 등록 신청이 시작되는 12월 15일까지도 선거구 획정을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회에 제출된 선거구 획정안은 국회 정개특위가 심사한다. 정개특위는 획정안에서 위헌 또는 위법적 요소가 발견될 경우 한 차례에 한해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의결로 획정위에 획정안을 다시 제출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 정개특위가 한 차례 획정안을 거부할 경우 획정위는 재제출을 요구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다시 획정안을 마련해 국회의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수정된 획정안은 정개특위에서 행정적 절차만을 밟은 뒤 곧바로 본회의에 상정된다. 의원들은 채택에 대한 가부(可否) 의결만 할 수 있다. 6월 19일 개정된 공직선거법에 따라 국회의장은 선거구 법률안 또는 선거구 법률안이 포함된 법률안이 제안된 후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 이를 부의해야 하고, 국회는 이를 수정 없이 바로 표결해야 한다. 그러나 본회의에서 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획정안이 부결될 경우 획정안을 수정할 주체와 본회의 처리 규정 등에 대해선 법에 정해진 것이 없다. 그래서 ‘획정안 부결 시 획정위가 다시 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한다’는 해석과 ‘이때부터는 국회가 직접 획정안을 마련한다’는 해석이 엇갈려 논란이 예상된다. 이 경우 법제처의 유권해석 등을 기다려야 해 선거구 획정 일정은 또다시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1일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여야가 합의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정면으로 비판한 건 공천과 내년 총선에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 아니냐”라고 비판했다. 청와대의 공천 개입 의도를 쟁점화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 대해선 감싸면서 청와대와 ‘분리’ 대응하는 모양새다. 김 대표 체제가 흔들릴 경우 자칫 새정치연합이 추진하는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등 공천 및 선거 룰 협상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의 이 같은 대응은 새누리당의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 파동’ 때와도 비슷한 기조다. 이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이 의회주의를 무시하고 유 전 원내대표를 힘으로 찍어 냈던 국회 무시, 국회 파탄의 참상 2라운드가 시작된 것 같다”라며 “오만과 독선의 태도로 국회를 대하는 박 대통령의 국정 인식을 바꿔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청와대는 집안싸움에 관여하지 말고 민생에 집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도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 선거에서 대구·경북(TK) 출신으로 친위대를 채우겠다고 한다. 대한민국은 ‘TK 공화국’인가”라며 “‘TK의 패권을 쥐겠다’는 청와대의 의도가 있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가 이날 선거구 획정 논의를 위해 여야 대표 및 원내대표의 ‘2+2 회동’을 제안했지만 이 원내대표는 즉각 거부했다. 이 원내대표는 “원 원내대표가 김 대표의 양해를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갑작스러운 제안이어서 생뚱맞다”고 일축했다. 선거구획정위는 2일 전체회의를 열어 지역구 수를 발표할 계획이다. 새정치연합 유은혜 대변인도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원 원내대표의 여야 대표 회동 제안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며 “새누리당은 지금 새로운 회담을 제안할 게 아니라 양당 대표 간의 합의를 지키려는 의지를 보이는 게 순서”라고 강조했다. 여권의 내홍이 장기화하는 상황이 야당에 나쁘지 않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는 관측이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빅 텐트’를 쳐 (신당 세력까지 포함해) 누구나 참여하는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 지금 이대로 조용히 가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은 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통합을 위해 조기 전당대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시점은 총선 일정을 감안해 내년 1월 안에 마무리해야 한다고 했다. 비노(비노무현) 진영의 대표 주자에 속하는 박 의원은 1년 전(10월 2일)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현안에 대한 언급을 삼가 왔다. 박 의원은 조기 전대론에 대해 “‘야당 의원들이 더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민심을 움직이기 위해 신당 세력과 통합할 명분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4, 2008, 2012년 총선에선 여야 모두 조기 전대나 비대위 체제를 통해 지도부가 바뀌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20% 조금 넘는 당 지지율로는 ‘지도부 흔들기’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박 의원은 문재인 대표의 거취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다만 “(전대에) 문 대표가 다시 나와야 된다”고 했다. 야권 대통합을 위해선 다시 한 번 새로운 걸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중진 불출마를 압박한 당 혁신위원회의 요구에 대해 “‘내려놓기’를 누구 지시에 의해 하면 감동도 없고 효과가 반감된다”며 “본인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지난해 7·30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겸직했다. 하지만 세월호 특별법 협상과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영입 과정에서 친노·강경파의 반발에 부딪히자 ‘탈당’까지 검토했다. 박 의원은 “뭔가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 가려고 했으면 그때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탈당을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다만 여야를 넘어 개혁적 보수와 건강한 진보가 참여하는 ‘중도신당론’에 대해선 “만날 수 있는 힘이 모아진다면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3선인 박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다시 지역구(서울 구로을)에 출마한다. 향후 정치행보에 대해선 “정치권에 들어와 뭔가를 계획적으로 하겠다며 일한 적은 없다”면서도 “(2011년 서울시장 후보 경선은) 좀 아쉬운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7월 ‘누가 지도자인가’ 발간을 계기로 북 콘서트를 열면서 활동을 재개했다. “북 콘서트는 ‘건전한 진영에 있는 이들이 일회용으로 쓰고 버려지는 건 아닌가’, ‘우리가 반추해 봐야 되는 이들이 있는 건 아닌가’ 하는 고민에서 시작했다.” 박 의원은 11월 4일 대구에서 김부겸 전 의원과 북 콘서트를 연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길진균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불만이 높지만, 그렇다고 신당을 지지하는 것도 아니고…. 한마디로 ‘방황하는 민심’이다.” 새정치연합 신정훈 의원(전남 나주-화순)은 2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역 민심을 이렇게 정리했다. 신 의원은 “비판의 목소리가 너무 높아 지역을 다니기 민망할 정도였다”며 “특히 상당수 유권자들이 당 내분을 두고 ‘도대체 언제까지 싸울 거냐’라고 질책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반면 ‘탈당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거의 없었다”며 “야권의 분열을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복잡한 심경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처럼 광주 전남 지역 의원들은 추석 민심에 대해 “야당에 대한 불만이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고 입을 모았다. 9월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문제 등으로 친노(친노무현)-비노(비노무현) 진영 간 갈등이 폭발한 것을 두고 질책이 많았다는 것이다. 다만 신당 등 야권 분열에 대해서는 해석이 엇갈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남 지역 의원은 “상당수 유권자들이 친노를 싫어하면서도 야권의 신당 움직임에 대한 호감도도 높지 않았다”고 전했다. 어느 한쪽으로 뚜렷하게 쏠리지 않는 민심 탓에 의원들의 고민도 많았다. 이 의원은 “개인적으로 (내년 총선에서 탈당 등) 어떤 선택을 할지 고민이 된다”고 털어놨다. 반면 신당을 선택한 의원들의 반응은 달랐다. 최근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박주선 의원(광주 동)은 “연휴 기간에 재래시장 상인부터 여론 주도층까지 다양하게 만났는데 모두 ‘탈당을 잘했다’더라”라고 말했다. 신당 창당을 선언한 무소속 천정배 의원(광주 서을)도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광주 시민은 새정치연합이나 문 대표에게 미래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시민들의 10명 중 9명은 정권 교체의 희망을 줄 수 있는 신당을 만들라고 요구한다”고 말했다. 농어촌 지역구 감소 문제가 문 대표 비판 여론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전남 지역은 현행 지역구 246석이 유지될 경우 2석가량이 줄 것으로 예상된다. 새정치연합 황주홍 의원(전남 장흥-강진-영암)도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야당 대표가 호남의 농어촌 선거구가 대폭 줄어드는 것을 방치하니 (문 대표를) 당장 끌어내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길진균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승부수’가 이어지고 있다. 재신임 정국을 돌파한 데 이어 추석 연휴 기간인 28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만나 ‘안심번호를 통한 국민공천제’에 합의했다. 비노(비노무현) 진영의 반발 속에 당 혁신안의 현실화에 한 걸음 더 다가선 모양새다. 문 대표 측은 “명분을 주고 실리를 챙겼다”는 분위기다. 오픈프라이머리라는 명분을 새누리당에 주고 새정치연합이 줄곧 주장했던 권역별 비례대표 도입과 투표시간 연장 및 투표연령 낮추기에 대한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것이다. 이는 8월 문 대표가 새누리당에 제안한 ‘오픈프라이머리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동시 추진’ 제안과 일맥상통한다. 새누리당은 당시 이 같은 문 대표의 ‘빅 딜’ 제안에 대해 “의원 정수가 늘어날 우려가 있다”며 거부했었다. 진성준 전략기획위원장은 “한 걸음 진전된 전향적인 협상 결과”라며 “권역별 비례대표제, 투표시간 연장, 투표연령 낮추기 문제 등은 앞으로 협상 과정에서 충분히 절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노 진영에선 온도차가 감지된다. 비노 진영의 민주당집권을위한모임(민집모) 소속 문병호 의원은 ‘체면 세워주기식 협상’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문 의원은 “양당 대표가 결과 없이 헤어질 수 없으니까 ‘당신 말도 옳소’ 하고 체면을 세워준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안심번호제 도입은 원래부터 하기로 했던 것이고 그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여야 간 생각이 달라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호남 초선인 김승남 의원은 “일단 안심번호제를 합의한 것은 의미가 있지만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선거 관련 제도를 정비할지 후속 협상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비노 진영에선 권역별 비례대표제, 투표시간 연장 등에 대한 합의가 명확하지 않은 점을 들어 ‘반쪽 협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비노 진영도 공천 과정에 당 지도부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작은 ‘국민 공천제’에 찬성하고 있는 만큼 협상 결과를 무조건 반대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 관계자는 “이번 합의에서 공천 룰을 둘러싼 친노와 비노의 내부 갈등이 정치개혁법 개정을 둘러싼 여야 협상이라는 외부 갈등으로 옮겨지게 됐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문 대표가 총선 정국으로 옮아가는 과정에서 당 내홍을 비켜 가기 위한 새로운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돌고 도는 물레방아 인사.’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의 외부 인사 영입을 보면서 떠올리는 말이다. 20% 물갈이 공천의 열쇠를 쥔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장에 조은 동국대 사회학과 명예교수(69·여)가 거론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조 교수는 3년 전 19대 총선 공천심사위원을 지냈다. 전남 영광 출신인 조 교수는 한국여성학회 회장,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이사장 등을 지냈다. 당의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유능한 경제 정당 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강철규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는 19대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 공천심사위원장이었다. 강 교수는 당시 ‘정체성’을 심사 기준으로 제시해 논란이 됐다. 최근 정청래 최고위원에 대한 사면, 조경태 의원에 대한 징계 논의 등으로 ‘친노(친노무현) 감싸기’ 논란에 휩싸인 안병욱 당 윤리심판원장도 당시 비례대표 공심위원장으로 활동했다. 2012년 19대 공천은 친노 원로인 한명숙 당시 대표가 주도했다. 그래서 친노 주도의 공천 논란이 거셌다. 당시 공천 심사 관련 인사들이 줄줄이 복귀하면서 비노(비노무현) 진영은 “친노 독식의 공천 악몽이 떠오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는 내년 총선에 나설 현역 의원들에 대한 점수를 매기는 곳이다. 문 대표는 22일 최고위원 만찬에서 조 교수를 직접 추천했다고 한다. 하지만 최고위원들은 “추석 연휴 이후 평가위원장뿐 아니라 평가위 구성을 어떻게 할지 같이 논의하자”며 결정을 보류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 윤리심판원이 23일 ‘공갈 막말’ 파문으로 당직이 정지된 정청래 최고위원을 사면하고 당직자격 회복 조치를 결정했다. 이로써 정 최고위원은 4개월 만에 최고위원직에 복귀한다. 윤리심판원 간사인 민홍철 의원은 회의 직후 “당의 혁신안이 발표됐고 (막말) 사건의 당사자인 주승용 최고위원이 최고위에 복귀하면서 당의 화합을 위해 당직자격 회복 조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 최고위원은 5월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주 최고위원을 겨냥해 “사퇴도 안 할 거면서 사퇴한다고 공갈친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윤리심판원은 정 최고위원에게 ‘당직정지 1년’ 징계를 내렸다가 6월 재심에서 ‘당직정지 6개월’로 낮췄다. 그러나 이번 결정을 놓고 이중 잣대라는 비판이 거세다. 이날 혁신위원회가 비노(비노무현)계인 조경태 의원을 ‘해당 행위자’로 규정하고 강력한 조치를 요구한 것과 대비됐기 때문이다. 친노 성향의 정 최고위원 사면 결정은 결국 ‘친노 감싸기, 비노 죽이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윤리심판원은 혁신안의 중앙위 처리 과정에서 “패권화 세력의 집단적 광기(狂氣)를 보았다”는 발언을 한 조 의원에 대해 다음 달 21일 본인의 소명을 들은 뒤 징계 수위를 결정하기로 했다. 당 관계자는 “정 최고위원이 참석하진 않았지만 22일 문 대표가 서울 구기동 자택에서 마련한 최고위원 만찬에 정 최고위원까지 초대한 것을 보면 이미 사면이 예정돼 있었던 것 같다”고 비판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에 인적 쇄신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당 혁신위원회가 23일 일일이 실명을 거명하며 인적 쇄신을 촉구하고 나서자 일부 당사자들은 “올 것이 왔다”며 격렬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문재인 대표 측은 공식 반응을 자제하면서도 내심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반면 비노(비노무현) 진영은 “범친노(친노무현) 중진을 끼워 넣은 채 결국 반대 세력을 제거하려는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재신임 정국을 거치며 간신히 봉합된 당내 갈등이 다시 불거지는 모양새다. ○ 문재인, 안철수 엇갈린 반응 출마를 요구받은 문 대표는 “혁신위의 대안처럼 (불출마가 아닌) 다른 선택을 하는 게 더 도움이 되는지 심사숙고하겠다”고 말했다. 부산 출마의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고민도 있어 보인다. 총선 불출마를 번복해야 하는 데다 출마 여부에 따른 득실을 쉽게 점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양날의 칼이다. 새정치연합의 불모지인 부산 등 영남 지역 공략에 성공하면 문 대표는 차기 대권주자의 위치를 확고히 할 수 있지만 낙선할 경우 정치생명의 위기를 맞을 수도 있어서다. 한 혁신위원은 “문 대표가 부산 영도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격돌한다면 베스트”라고 말했다. 총선에서 지더라도 대의명분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16대 총선에서 출마했던 부산 북-강서을도 출마 예상 지역으로 거론된다. 반면 안철수 의원은 부산 출마 제안에 대해 “처음 출마할 때부터 (지역구인) 노원 주민들께 삶의 문제를 해결해 드리겠다고 약속했다”며 거부했다. 사실상 용퇴를 강요당한 전직 대표들은 모두 혁신위의 요구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정세균 김한길 의원은 아예 공식 대응을 하지 않았다. 김 의원 측 관계자는 “18대에 불출마했고, 19대에도 (당이 선거에) 나가라고 해서 나갔는데 또 살신성인을 하라면 어쩌라는 말이냐”고 반발했다. 혁신위가 해당행위자로 지목한 조경태 의원은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대표 잘못을 비판한 것이 해당행위라면 이게 문재인 사당이냐”고 반문했다. 이에 따라 당내에서는 불출마 요구를 둘러싼 신경전이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비노, “친노만 남기겠다는 것이냐” 반발 혁신위의 요구에 대해 문 대표 측 관계자는 “인적 쇄신의 신호탄에 국민들이 ‘야당이 바뀌려고 하고 있구나’라는 인식을 갖게 될 것”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그러나 비노 측 관계자는 “문 대표와 (문 대표가) 우호적으로 생각하는 안 의원은 출마하고 나머지는 전부 다 불출마 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결국 비주류, 비노는 다 쳐낸 뒤 친노와 친노에 우호적인 세력들로만 총선을 치르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비노 측은 똑같이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냈지만 문 의원은 명단에 포함되고, 박영선 의원은 배제된 점도 문제 삼고 있다. 쇄신 대상에 친노와 가까운 ‘486’ 세력이 빠진 것도 논란이다. 한 혁신위원은 “박 의원과 이종걸 원내대표도 명단에 포함하는 것을 검토했다가 대상이 너무 넓어질 것을 우려해 제외했다”고 전했다.○ 혁신위, ‘안철수 혁신’안에 자극받은 듯 5월 닻을 올린 혁신위는 이날로 120일 동안의 활동을 마감했다. 지금까지 최고위원회 폐지, 5본부장제 도입 등 제도 개선 부분에 집중해 온 혁신위는 마지막 날 ‘인적 쇄신’이라는 강수를 뒀다. 이에 대해 당 관계자는 “‘혁신위는 실패했다’는 안 의원 등의 비판에 자극받은 혁신위가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내에서는 혁신위의 최대 성과로 ‘선출직 공직자 평가 하위 20% 공천 배제’ 룰 도입을 꼽는다. 반면 아무런 논의 없이 불쑥 “의원 정수를 369명으로 확대하자”는 주장을 제기한 것은 가장 큰 실책이라는 평가다. 이날 발표한 11차 혁신안 중 일부도 도마에 올랐다. 혁신위는 천정배 박주선 의원 등을 겨냥해 “공개적으로 탈당 및 신당 창당이나 합류를 선언한 사람은 당적을 박탈하는 것은 물론이고 어떠한 형태의 복당도 불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당직자는 “문 대표까지 나서서 ‘천 의원 등과 총선을 위해 통합해야 한다’고 하는데, 통합을 하지 말라는 것인지 ‘나가지 마라’고 윽박지르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혁신위의 미숙한 ‘정치적 아마추어리즘’이 마지막에도 드러났다”고 꼬집었다.한상준 alwaysj@donga.com·길진균 기자}

경기지역 A고교의 책상 다리는 상당수가 심하게 삐걱거린다. 서랍이 떨어져 나간 책상도 많아 수납할 공간도 없다. 학생들은 “책상이 작은 데다 기울어져 있는 게 많아 앉아 있기 불편하다”며 “책상 표면에 홈이 심하게 파여 시험지에 글씨를 쓰다가 종이가 찢어지는 일도 있다”고 호소했다. 이 학교 시설 담당자는 “책걸상을 바꾼 지 10년이 넘다 보니 높낮이 조절이 안 되는 구형인 데다 훼손도 심한 게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삐져나온 나사에 다리를 긁히는 경우도 있지만 학교 예산이 부족해 책걸상 교체는 엄두를 못 낸다”고 털어놓았다. 전국 초중고교 교실의 열악한 현실이다. 학생들이 하루를 보내는 교실의 낡은 책걸상이 절반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초중고교의 책걸상 1626만 세트 중 42.5%에 이르는 685만 세트가 사용한 지 8년이 넘어 교체 대상으로 분류된 것이다. 그러나 이를 교체하기에는 학교의 재정이 절대 부족한 게 현실이다. 특히 이들 학교를 총괄하는 교육부가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2016년 교육환경개선비 배분 방식(안)’ 자료를 21일 동아일보가 단독 입수해 확인한 사실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내년 교육환경개선비 사용 대상에 ‘책걸상 교체’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환경개선비는 책걸상 교체, 바닥 및 창문 교체, 화장실 개선 등 낡고 망가진 학교 시설을 보수하거나 개선하는 비용이다. 교육부는 그동안 시도 교육청이 학교 수요 조사 등을 거쳐 자율적으로 편성하고 집행해 왔던 교육환경개선비를 내년부터 교육부 장관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배분하기로 했다. 또 정해진 사업에 대해서만 집행하도록 하는 시행령을 입법예고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교육환경개선비를 지출할 수 있는 사업을 36가지로 한정해 제시한 데 있다. 교육부는 내년 교육환경개선비의 배분 기준을 10%는 정책사업비(방송시설 개선 8%+교실 세면대 설치 2%)에, 90%는 노후 시설 개선비로 사용하도록 했다. 노후 시설 개선비로 사용할 수 있는 36가지 사업으로 안전(교사동 개축, 구조 보강, 옹벽 보수, 옥내 소화전 등) 에너지(LED 조명, 이중창, 외벽 보수 등) 내외부 시설(바닥, 출입문, 내외부 도장, 운동장, 담장 등)을 제시했다. 그런데 정작 낡은 책걸상 교체 항목은 없었다. 유 의원은 “교육환경개선비 배분안에 따르면 학생들은 낡은 교실에서 부서진 책걸상에 앉아 공부하고 있는데 한쪽에서는 최신식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교체 공사가 진행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부가 제시한 배분 방안을 다시 조정하고 LED 조명, 교사동 개축 같은 대규모 시설 사업은 별도의 예산을 편성해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환경개선비는 학교 건물의 안전 문제 해결이나 노후 보수에 사용되는 항목이라 책걸상 같은 비품 교체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며 “책걸상 교체 비용은 시도 교육청이 여건에 따라 다른 교부금 항목이나 학교운영비 등을 통해 집행하도록 할 것”이라고 해명했다.길진균 leon@donga.com·김희균 기자}

《 야권의 주도권을 둘러싼 삼국지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다. 주무대는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다. 문재인 대표가 20일 재신임 의결을 이끌어내며 위기의 1차 터널을 통과했다. 비노(비노무현) 측이 움츠린 틈새에서 안철수 의원은 문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다. 친노(친노무현)를 향해 혁신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포석이다.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당 바깥에서 범야권 통합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반(反)문재인’의 기치를 선명히 했다. 세 사람은 이날 자신의 색깔을 드러냈다. 이들의 밀고 당기는 주도권 쟁탈전이 야권 지형 재편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사진)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20일 열린 당무위원회·의원총회 연석회의에서 문 대표의 재신임이 의결됐기 때문이다. 야당은 문 대표 체제에 대한 ‘흔들기’를 멈추는 대신 ‘재신임 투표’는 하지 않기로 당의 총의를 모았다. 문 대표가 자신의 거취를 걸고 비노 진영을 밀어붙였던 정치적 승부수가 통했다는 평가가 많다. 비노(비노무현) 진영의 일부 불참이 있었지만 이날 연석회의에서 문 대표의 재신임을 결의한 만큼 외관상 문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은 일단락된 셈이다. 박병석 전 국회부의장은 “내일(21일)로서 대표의 거취 논란은 종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연석회의에는 재적 160명 중 국회의원 81명 등 93명이 참석했다. 연석회의는 국회의원 129명과 당 소속 시도지사를 포함한 원외 주요 당직자 31명으로 구성된다. 다만 이날 사실상 독자 노선을 선언한 안철수 의원과 박지원 김한길 주승용 박영선 등 비노 진영의 핵심 인사들은 회의에 불참했다. 또 재신임 투표에 강하게 반발했던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 역시 노웅래 의원을 제외한 전원이 불참해 ‘미완의 재신임’이라는 한계도 드러냈다. 파국의 위기는 넘겼지만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 비공개로 이뤄진 연석회의에서는 회의론도 적지 않게 나왔다고 한다. 친노 진영의 홍의락 의원은 “재신임 투표를 하는 게 맞다”며 “지금 봉합하려고 하는 건데 이대로 봉합이 되겠느냐”고 주장했다고 한다. 반면 비노 측 노 의원은 “이미 정해놓고 한 것 아니냐. 이런 식의 결의는 공정하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때문에 재신임 정국을 통해 리더십을 다진 문 대표가 이제는 대통합 행보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선출직 공직자 평가위원장, 공천심사위원장 등 공천과 관련된 핵심 요직을 비노 측에 제안하는 ‘결심’을 내놓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당 관계자는 “문 대표가 당의 통합과 재건을 통해 당 지지율과 대선후보로서의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대표 후퇴론은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내 급한 불은 껐지만 야권 분열과 재편의 가능성은 여전하다. 안철수 의원이 부패 척결을 앞세워 당내 ‘인적쇄신’의 시동을 걸었고 무소속 천정배 의원도 신당의 깃발을 든 이상 언제든 헤쳐 모이기가 가능해졌다. 특히 안 의원이 꺼내든 고강도 인적쇄신론은 예기치 않은 원심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벌써부터 ‘부패 척결’ 대상으로 거론되는 거물급 인사들이 당에서 이탈해 신당에 합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3일로 예정된 조국 서울대 교수 등 혁신위원회의 일부 현역 의원들을 상대로 한 불출마 촉구 선언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차단하기 위해 문 대표는 천 의원에게 ‘통합’을 고리로 손을 내밀고 있지만 반응은 시원치 않다. 천 의원 측 염동연 전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새정치연합은 총선 뒤 흩어지고 사라질 당이니 같이 할 일은 영원히 없다”고까지 했다. 안 의원 역시 ‘인적쇄신’을 앞세운 ‘혁신’의 명분을 쥐고 당내 투쟁의 강도를 높여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당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인적쇄신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문 대표로서는 안 의원의 ‘부패 척결론’으로 부담이 줄어든 측면도 있지만 당내 통합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더욱 고민이 커진 면도 있다”고 말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권의 주도권을 둘러싼 3각 대치 전선이 가시화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20일 일부 비노(비노무현) 진영이 합류한 상황에서 자신의 재신임을 확인했다. 반면 안철수 의원은 당 혁신을 앞세운 독자 노선을 천명했고,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문 대표를 배제한 야권 신당의 기치를 내걸었다. 3개 세력의 주도권 쟁탈전의 향배가 야권의 통합과 분열의 길을 결정할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국회에서 당무위원회·의원총회 연석회의를 열어 문 대표 재신임을 의결했다. 이종걸 원내대표와 박병석 전 국회부의장은 회의 직후 “더이상 대표 거취를 둘러싼 분열적 논란을 배제한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오늘 결의를 아주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21일 (재신임 투표 철회 등)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박 전 의장은 “문 대표의 거취 논란은 종결 수순에 접어들었다”고 했다. 문 대표는 연석회의를 계기로 재신임 논란을 잠재운 만큼 새정치연합을 중심으로 한 야권 통합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연석회의에는 김한길 안철수 의원을 포함한 비주류 중진이 대거 불참했다. 공천 물갈이가 본격화될 경우 계파 갈등이 재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안철수 의원은 정계 입문 3년을 맞은 기자회견에서 “부패 관련자는 지휘 고하를 막론하고 영구 퇴출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패로 유죄가 확정된 경우 즉각 제명 조치하고, 기소만 돼도 공직후보 심사에서 배제하자는 것이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재판이 진행 중인 비노계 박지원 의원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많다. 사실상 문 대표 및 비노 진영과 선을 긋고 당내에서 ‘제3의 길’을 걷겠다고 선언한 셈. 무소속 천정배 의원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혁적 국민정당’ 창당을 공식 선언했다. 천 의원은 “12월까지 창당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내년 1월 중 창당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신당에 참여하는 현역 의원과 인사들의 면면은 공개하지 않았다. 외부 인사 영입 작업이 난항을 겪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길진균 leon@donga.com·황형준 기자}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또 다른 문제의 시작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16일 공천 혁신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지만 전문가들은 이같이 우려했다. 새로운 갈등의 시작일 뿐이라는 것이다. 친노(친노무현)-비노(비노무현) 계파 간 갈등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 “공멸 직전에서야 비대위 체제로” 16일 동아일보와 통화를 한 전문가들 대부분은 “혁신안 통과와 재신임은 어설픈 봉합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역설적으로 주류와 비주류가 더 싸우고 더 극단적인 대립까지 거쳐야 새정치연합의 활로가 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탈당과 분당 직전까지 가는 벼랑 끝 위기 상황이 돼야 타협의 지도체제가 들어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이제는 안철수 의원도 ‘탈당할 수 있다’는 말을 해야 한다”며 “새정치연합은 결국 공멸 직전까지 간 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내년 총선이 다가올수록 공천권을 둘러싼 주류와 비주류의 권력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주류와 비주류의 최종 승부 결과가 나오고 이에 승복해야 당이 살아난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그 핵심으로 ‘문 대표의 정치력’을 꼽았다. 문 대표가 새로운 명분과 인물들을 찾아 쇄신과 물갈이를 해야 하며 그 책임도 문 대표가 져야 한다는 것이다. ○ 문재인 위상 계속 흔들릴 듯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도 “새정치연합이 내년 총선에서 약진하고, 대선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커지지 않는 이상 문 대표의 위상은 계속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봤다. 올해 말 전후로 문 대표가 다시 한번 ‘결단’을 강요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문 대표가 ‘통합’을 위한 대탕평 행보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친노의 기득권을 과감하게 양보해야 한다”며 “그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문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가 자신이 원하는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대권을 잡아야 하고, 그 목표를 위해 ‘친노 계파 보스’가 아닌 수권 정당의 리더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얘기다. ○ “친노의 기득권 포기 선행돼야” 윤 교수는 “문 대표가 친노 측 공천권을 과감하게 양보하고 필요하다면 친노 거물들에게 희생을 요구하는 모습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공심위원장, 평가위원장 등 공천의 핵심 자리를 비주류에게 양보하라는 것이다. 예컨대 문 대표가 앞장서서 이해찬 전 총리 등 친노 중진들의 총선 불출마 선언까지 이끌어 내야 비노 진영과 화합할 계기가 마련된다는 것이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도 “여권과 달리 야권은 진보와 중도 지지층 이외에 호남 세력까지 존재한다”며 “이 세 지지층을 통합해야 내년 총선에서 여당과 경쟁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 이상의 분열이나 분당의 원심력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문 대표가 대통합을 추진해 당의 안정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조언이다. 안 의원의 역할론을 강조하는 견해도 나왔다. 이철희 소장은 “안 의원은 ‘문제 제기만 하고 대안 없는 감정싸움을 하고 있다’고 비쳐서는 안 된다”며 “본인이 주장한 당 혁신과 관련해 각론을 내놓고 그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 초유의 ‘재신임 국면’ 1라운드는 친노(친노무현) 진영의 승리였다. 16일 당 중앙위원회에서 공천 혁신안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노(비노무현) 진영은 강하게 반발하며 퇴장했다. ‘상처뿐인 승리’였다.○ ‘무기명 투표’ 거부하자 비노 집단 퇴장 이날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 중앙위에는 재적 576명 중 417명이 참석했다. 중앙위 개최와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투표에 반대해온 비노 진영 의원들도 대부분 참가했다. 회의 시작부터 친노-비노 진영은 표결 방식을 놓고 언성을 높였다. 설훈 의원 등 친노 진영은 “혁신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자”고 요구했다. 그러자 비노 진영인 문병호 김동철 의원은 “무기명 비밀투표를 진행해야 한다”고 맞섰다. 김성곤 중앙위 의장이 “관례에 따라 무기명 투표는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하자 회의장은 술렁였다. 박지원 안민석 유성엽 황주홍 권은희 의원 등 비노계 의원들이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현역 의원 외에 중앙위원 50여 명도 집단 퇴장했다. 뒤늦게 회의에 참석한 박영선 의원도 “표결인 줄 알고 왔는데 투표가 아니다”며 곧바로 자리를 떴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친노 내부에서 ‘2선 후퇴’를 요구받은 이해찬 의원은 집단 퇴장이 이뤄지기 전에 회의장을 떠났다. 정세균 의원과 비노 진영의 수장 격인 김한길 의원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해외 국정감사로 불참했다. 문병호 의원은 “구성원의 의견을 모으지 않고 ‘무조건 (혁신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일방통행식 회의는 비민주적이고 독선적인 당 운영”이라고 성토했다. 최원식 의원은 “혁신이 아닌 유신(維新)이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쪽’의 만장일치 박수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도 중앙위는 박수를 치며 만장일치로 혁신안을 의결했다. 문 대표는 “절대 다수가 혁신안에 동의해 만장일치로 통과했다”며 “우리 당을 단합하고 통합시켜 이기는 정당으로 만들어 달라는 중앙위원들의 간절한 요구를 받들어 제대로 해 나갈 책무가 저에게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격적인 ‘재신임 카드’까지 꺼내 들며 혁신안의 중앙위 통과에 매달렸던 문 대표 측은 혁신안 통과로 자신감을 되찾은 분위기였다. 그러나 적지 않은 의원들은 “진짜 갈등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지적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통합을 위한 ‘대통합추진기구’(가칭)를 구성해 대표와 원내대표가 직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재천 의원 등 비노 진영은 중앙위가 끝난 뒤 성명을 내고 “9일 최고위원회에서 7명 중 4명의 최고위원이 혁신안의 당무위 상정을 반대했음에도 문 대표가 일방적으로 의결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문 대표의 재신임 문제와 직결된 인사 안건임에도 당사자(문 대표)를 앞에 두고 공개투표를 진행한 건 사실상 찬성을 강요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친노로 분류되는 김두관 전 경남지사도 이 성명에 동참했다. ○ 조국 “문 대표, 백의종군해야” 주승용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어떤 분은 3김 시대 이후 종말을 고했던 제왕적 총재 시대가 부활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는 말도 했다”며 “힘으로 밀어붙이는 패권정치와 결연히 맞서 싸울 것”이라고 했다. 이번 국면의 2라운드인 ‘재신임 투표’에 대한 비노 진영의 파상 공세를 예고한 것이다. 이날 중앙위에서는 친노의 우세가 드러났다. 향후 비노 진영이 반발하더라도 당의 권력 지형을 뒤흔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당직자는 “힘과 조직력에서 친노가 비노를 압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친노 진영은 전날(15일)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참여경선제)를 선호하는 비노 진영에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결의안도 중앙위에서 함께 처리하자”며 물밑 협상을 벌였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문 대표가 이날 모두발언에서 “저는 오픈프라이머리를 공약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그것이 중론이면 언제든 받아들일 수 있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혁신안과 재신임을 연계한 문 대표의 승부수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한 수도권 원외위원장은 “혁신안에 반대하지만, 혁신안이 통과 못하면 대표가 그만둔다는데 어떻게 하느냐”며 “문 대표가 사퇴하면 당이 혼란에 빠져들고, 총선도 어려워지기 때문에 마지못해 찬성한 중앙위원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문 대표와 가까운 조국 혁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혁신안이 실천되고 재신임이 이뤄지면 문 대표가 백의종군을 포함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재신임 국면이 정리된 이후에 문 대표가 거취를 거는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조 위원은 전날 여의도 정치권과 거리를 두겠다고 밝혔다. 한상준 alwaysj@donga.com·길진균 기자}
고위 공직자의 아들 30명이 대한민국 국적을 버리고 외국 국적을 얻어 병역 의무를 회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새정치민주연합 백군기 의원이 15일 공개한 병무청 자료에 따르면 입법부와 행정부, 사법부 4급 이상 직위에 재직 중인 공직자의 자녀 가운데 ‘국적 이탈 혹은 상실’ 사유로 병적에서 제적된 사람은 모두 30명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23명은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 다음으로는 스위스, 캐나다가 각각 3명, 영국이 1명이었다. 행정부에서는 미래창조과학부 고위 공직자의 아들이 4명으로 가장 많았고,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기업청 고위 공직자의 아들이 2명씩으로 집계됐다. 이들처럼 국적 이탈 또는 상실로 병역 의무에서 벗어난 사람은 최근 3년 동안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2년 2842명 △2013년 3075명 △2014년 4386명으로 증가했고 올해 들어서는 7월까지 국적 이탈로 인한 병역 회피자가 2374명이었다. 반대로 외국 영주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되지만 자진 입대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외국 영주권자로 자원입대한 경우가 2011년 200명에서 지난해 436명으로, 3년 만에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올해 1∼7월에도 이 같은 사람이 316명에 달했다. 그러나 2010년 이후 행정부와 사법부 고위 공직자 자녀 가운데 외국 영주권자로서 자원입대한 경우는 4명에 불과했다. 한편 4급 이상 공직자 본인의 병역 이행 현황을 분석한 결과 현재 재직 중인 4급 이상 공직자 총 2만4980명(여성 제외) 중 병역 면제자는 2568명(10.3%)이었다. 고위 공직자들의 병역 면제 사유를 보면 질병이 1933명(75.3%)으로 가장 많았고, 생계 곤란 273명(10.3%), 장기 대기 174명(6.7%), 수형 115명(4.5%) 등의 순이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통일 씨감자를 북한에 보내 식량난 해소에 도움을 주고 싶다.” 고향인 전북 순창에서 칩거 중인 정동영 전 의원은 15일 한 식당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정 전 의원은 “통일씨감자재단을 설립해 씨 감자를 북한에 보내는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그가 이날 상경한 건 2011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집회에서 도로를 무단 점거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의 항소심 선고공판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정 전 의원은 새정치연합을 탈당해 4·29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에서 낙선한 뒤 두문불출하다 6월 초부터 부인과 순창에 머물며 씨감자 농장을 오간다고 했다. 고향 후배인 식물생명공학자 김재훈 박사가 개발한 씨감자 종자를 200여 평의 밭에 심어 농사를 짓고 있다. 11월 수확 예정이라고 한다. 그는 “북한이 현재 생산방식으로는 평당 3kg의 감자를 생산하는데 이 씨감자 종자를 이용하면 20kg까지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며 “씨감자 보급이 잘되면 북한이 식량 부족국가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 식량 수출국가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얼마 전 만난 법륜 스님도 통일씨감자 얘기를 듣고 북한 보급에 협력하자고 했다”며 “재단을 만들어 보급사업을 하고 싶은데 이 정권에서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정 전 의원은 이날 현실 정치를 두고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세균 상임고문이 제안한 연석회의 참여 가능성에 대해 “요즘 뉴스를 안본다”고 선을 그었다. 정 전 의원은 ‘천정배+정동영 호남연대’가 거론되는 상황에서 12일 무소속 천정배 의원의 둘째 딸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해 관심을 모았다. 그는 “천 의원이 차녀 결혼식 때 ‘한 번 만나자’고 해서 ‘그럽시다’라고 대답했지만 의례적인 얘기였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길진균기자 leon@donga.com}

노사정 4자 대표가 합의한 노동시장 타협안이 14일 한국노총 중앙집행위원회를 통과함에 따라 노동개혁은 국회 입법전쟁의 2라운드에 접어들게 됐다. 새누리당은 노동개혁 5개 법 개정안을 당론 발의하기로 했지만 비정규직 기간 연장과 파견 확대 관련 2개 법안은 새정치민주연합이 강력 반대하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 내용을 담은 법안도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의 적용을 받는 탓에 야당이 버티면 법안 통과는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개혁 법안 5개 중 3개는 먹구름 새누리당과 고용노동부는 14일 당정회의에서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기간제법 △파견근로자보호법 등 5개 법 개정안에 대해 논의했다. 새누리당은 16일 의원총회를 거쳐 당론 발의키로 했다. 최대 쟁점은 여야 간 이견이 큰 기간제법과 파견법. 새누리당은 “비정규직을 보호할 수 있는 법안”이라며 원안 통과를 고수하고 있지만 새정치연합은 “비정규직 확대 법안”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기간제법 개정안은 35세 이상 비정규직의 사용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모든 비정규직의 기간을 연장하는 게 아니라 35세 이상 본인이 신청할 경우만 해당된다”며 “2년 채용 이후 해고당하는 비정규직이 많아 오히려 노동자들이 원하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비정규직 기간을 늘리는 것은 정규직으로 바꿔야 할 근로자에게 2년 더 비정규직으로 일하라는 뜻”이라며 “정부가 기업 편에 서서 비정규직을 늘리려는 것”이라고 반대했다. 고령자 및 고소득 전문직의 파견 허용 등을 담은 파견법 역시 새누리당은 파견 확대 직종을 명확하게 규정하면 문제가 될 수 없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파견 업종의 전면 확대’ 수순 아니냐며 의구심을 보낸다. 야당 관계자는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한 박근혜 정부가 반대로 ‘나쁜 일자리’ 늘리기에 앞장서고 있다”고 비난했다. 주당 최대 68시간의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되 4년간 최대 60시간까지 허용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도 야당은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반면 실업급여 보장을 강화하는 고용보험법과 통상적인 출퇴근 재해의 업무상 재해 인정이 핵심인 산재보험법 개정은 야당도 크게 반대하고 있지 않아 상대적으로 처리 전망이 밝아 보인다.○ 정기국회 최대 격전지가 될 환노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노동개혁은 정쟁이나 흥정의 대상이 돼선 안 된다”며 “5개 법안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되어야 한다”고 배수진을 쳤다. 하지만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입법 절차가 남아 있어 이제 시작”이라고 맞받아쳤다. 소관 법안을 처리해야 하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최대 격전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위원장을 포함해 환노위원은 여야 동수로 8명씩. 다만 의사 진행권을 가진 김영주 위원장이 새정치연합 소속이어서 여당으로서는 지형이 유리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은 국무총리에서 낙마한 이완구 의원이 사실상 활동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당 노동시장선진화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인제 최고위원과 특위 간사인 이완영 의원을 환노위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새정치연합에선 우원식 은수미 이인영 의원 등이 주포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강경석 coolup@donga.com·길진균 기자}
노사정이 노동개혁안에 합의한 가운데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취업규칙 변경 및 근로계약 해지 기준 등을 명확하게 하기 위한 지침을 노사 협의로 마련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임금피크제 시행의 근거가 되는 취업규칙 변경과 저성과자 해고 기준을 규정하는 일반해고 지침 마련 작업을 중장기 과제로 넘기지 않고 연내에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노사정 합의에 대해 ‘하향평준화’, ‘강압적 합의’, ‘노동계의 항복문서’ 등으로 표현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동개혁의 쟁점인 취업규칙 변경과 일반해고 기준 마련과 관련한 정치 공방이 이미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최 부총리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 모두발언을 통해 “노사정 합의를 토대로 필요한 행정조치와 입법작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정부는 행정조치 성격인 취업규칙 개정과 일반해고 지침 제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이 두 사안을 빼둔 채 노동개혁을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전날 노사정 합의안에 ‘정부가 일반해고 등과 관련해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라는 문구가 명시된 점을 놓고 중장기 과제로 넘겨 보류하려는 취지라는 분석이 나오자 정부의 개혁의지를 재차 강조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일반해고 기준 등을 입법화하는 작업은 추후 논의할 과제이지만 행정조치를 통해 관련 규정을 명확하게 하는 작업은 이번 노동개혁의 핵심이라고 보고 서둘러 추진할 방침이다. 정부는 ‘단기적으로 취업규칙 개정과 일반해고 지침 마련→중기적으로 취업규칙 개정 등이 합법적이라는 사법적 판단 도출→장기적으로 관련 규정을 입법화’하는 단계별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다. 이날 야당은 노사정 합의에 대해 혹평을 쏟아냈다. 기재위 국감에서 김현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허구적인 임금피크제와 저성과자 해고 방안을 통해 청년고용 효과를 과장해 선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노사정 합의는 고용의 질을 하향 평준화한 안”이라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달라는 요구에 정규직을 비정규직처럼 쉽게 해고할 수 있게끔 한 동문서답식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새정치연합 경제정의노동민주화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추미애 의원은 “호랑이를 그린다더니 고양이를 그린 셈”이라고 비판했다. 세종=홍수용 legman@donga.com / 길진균 기자}

‘정치권 인사들이 한 예식장에 모인 까닭은?’ 무소속 천정배 의원의 둘째 딸인 외교관 미성 씨(35)가 12일 결혼식을 올린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는 하객 2000여 명이 몰렸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 전병헌 유승희 최고위원, 이상민 법사위원장, 신기남 재신임투표 관리위원장, 김상곤 혁신위원장 등 당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권노갑 정대철 상임고문과 김태랑 전 의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 전 의원 등 동교동계 인사들도 참석했다. 권영세 전 주중 대사와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도 눈에 띄었다. 야권발(發) ‘신당론’의 중심에 있는 천 의원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이날 행사장에는 4·29 관악을 보궐선거 패배 후 칩거 중이던 정동영 전 의원도 오랜만에 얼굴을 보였다. ‘천정배+정동영 호남연대’가 거론되는 상황이어서 둘이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궁금증을 더했다. 천 의원은 “(문 대표, 정 전 의원 등과) 그냥 인사만 했다”며 웃어넘겼다. 정 전 의원도 “지금 나는 입도 없고 귀도 없다”면서 “청첩장을 받아서 축하하러 온 것일 뿐”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다만 “언제 정치를 재개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11월에 내가 재배한 씨감자를 캐게 된다”며 묘한 여운을 남겼다. 정 전 의원은 7월부터 전북 순창의 씨감자 농장에서 지내왔다. 한편 천 의원과의 독대에서 신당 합류 제안을 받았던 안철수 의원과 비노(비노무현)계인 박지원 김한길 의원은 이날 불참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문재인 대표가 중앙위를 강행해 ‘마이웨이(내 길)’를 고집한다면 안철수 의원도 ‘마이웨이’를 할 수밖에 없다.” 새정치민주연합 문 대표와 안 의원이 본격적인 힘겨루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문 대표가 11, 12일 연속 당내 중진 의원들과 만난 뒤 ‘재신임 연기’를 수용하며 가까스로 파국을 피했지만 안 의원이 13일 ‘중앙위 연기’와 ‘재신임 취소’를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의 집안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 안철수 ‘당 주도권 찾기’ 노리나 한동안 잠잠하던 안 의원이 혁신위 활동 종료 시점에 문 대표를 겨냥해 파상공세를 퍼붓는 배경에는 가깝게는 내년 총선, 멀게는 후년 대선이 자리 잡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재신임’을 거쳐 문 대표 체제가 더욱 공고해지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안 의원도 ‘정풍’을 앞세워 승부수를 던졌다는 얘기다. 안 의원은 4·29 재·보궐선거에서 친노(친노무현)계 정태호 후보(서울 관악을)를 적극 지원하는 등 ‘선(先)협력·후(後)경쟁’을 지향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제 문 대표와의 관계는 ‘전면 경쟁’ 양상으로 바뀌었다. 안 의원은 이날 홈페이지에 공개한 ‘문 대표께 드리는 글’에서 “중앙위를 강행한다면 찬반이 격렬하게 나뉘면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당은 혼란과 분열에 빠지고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권력투쟁만 남을 것”이라며 신랄하게 문 대표를 비판했다. 일각에선 안 의원이 자신이 만든 새정치연합의 ‘오너십’과 ‘새정치’의 아이콘을 되찾기 위한 투쟁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안 의원은 “‘안철수는 새정치 한다더니 무엇 하고 있느냐’는 국민의 질타가 두렵다”며 “낡은 정당의 프레임에 그대로 갇혀 버린다면 정치에 입문한 명분이나 민주당과의 통합 명분도 없어져 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총선을 앞두고 ‘새정치’와 ‘정치 혁신’과 관련해 자신이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 측은 “‘새정치’를 보여 주고 당을 혁신해야 하는 의무가 (창당 주역인) 안 의원에게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안 의원은 글의 시작을 전국책(戰國策)의 ‘같은 욕심을 가진 자는 서로 미워하고, 같은 걱정을 가진 자는 서로 친하다’로 적었다. 자신은 당을 ‘걱정’하고 있는데, 친노와 비노(비노무현) 모두 ‘욕심’ 때문에 싸우고 있다는 뜻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른바 자신은 “친노와도 비노와도 다르다”는 안철수식 차별화 전략이다. 하지만 조국 혁신위원(서울대 교수)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 의원이 혁신안을 반대해 얻는 이익은 문재인 체제의 조기 안착을 막고 대선주자로서 자기 위상을 재부각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인(黨人)이라면 정당한 당적 절차를 지키고 그게 싫으면 탈당해 신당을 만들라”고 비판했다.○ 세력 결집 시작하는 친노 문 대표 측은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간 분위기다. 문 대표는 이날 안 의원의 글에 대해 “계기가 되면 말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대표의 뜻은 단호하다”는 게 문 대표 주변 인사들의 반응이다. 재신임 시기가 조정될 수는 있어도 철회는 없다는 것이다. 문 대표 측은 “재신임 같은 극약 처방이 없으면 혁신안이 통과되더라도 계속 반대 세력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며 “당의 기강 확립과 안정의 칼을 꺼내 든 이상 그냥 접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정면돌파론’의 배경에는 투표가 실시될 경우 문 대표에 대한 재신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가 당원과 국민으로부터 재신임을 받으면 비노 진영의 ‘문 대표 퇴진론’은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문 대표 측 움직임에 맞춰 부산지역 친노 세력도 뭉치기 시작했다. 새정치연합 부산지역 위원장 18명 가운데 친노 성향의 13명은 이날 “혁신안에 대한 당내 일부 지도급 인사의 무책임한 폄훼 행위는 적절하지 못하다”며 “당내 갈등 해소를 위해 새로운 정풍운동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안 의원 등 문 대표에게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는 인사들을 겨냥한 것이다. 다른 문 대표 측 인사는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어느 정도의 논란은 각오하고 정면돌파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길진균 leon@donga.com·한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