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건

신원건 기자

동아일보 사진부

구독 28

추천

안녕하세요. 신원건 기자입니다.

laputa@donga.com

취재분야

2026-02-25~2026-03-27
칼럼35%
지방뉴스27%
인사일반10%
사회일반10%
역사3%
사고3%
아시아3%
경제일반3%
산업3%
사건·범죄3%
  • 나는 생산한다, 고로 존재한다[고양이 눈썹]

    ▽“특별한 대책 없이 직장을 잠시 그만 뒀을 때였다. 하루를 강제하던 루틴이 사라졌으니 불안과 시간이 동시에 증가했다. 불안과 시간은 글쓰기에 가장 좋은 연료다. 연료가 마구 쏟아지니 어떻게 쓰지 않을 수 있겠냐며 그냥 쓰기 시작했다…불안과 시간을 연료로 쓰면서도 글쓰기보다 즐겁고 생산적(?)인 일은 세상에 많을 것이다.칫솔로 꼼꼼히 꽃게를 손질하고 황금 레시피로 며칠을 재워 간장게장을 만들어 놓을 수도 있고, 배낭에 속옷가지만 챙겨 스킨스쿠버를 하러 훌쩍 동해바다로 떠날 수도 있다. 중국어를 배우고 드럼 연주를 한다거나 어두운 체리색 방문에 화사한 페인트를 칠할 수도 있다…인간이 하는 일이 모든 일이 사실 불안과 시간을 이기기 위한 것 아닌가.”- 이윤주 작가의 책 ‘어떻게 쓰지 않을 수 있겠어요’ 중일을 하는 이유에 대해 이토록 간단명료하고 솔직하게 정리한 글을 본 적이 없습니다. 불안을 다스리려고 생산을 하다니요. 불안은 인간이 지닌 원초적인 공포입니다. 즉 생산을 못 한다면 공포에 휩싸여 지낸다는 뜻이겠죠. 거꾸로 말하면 불안이 생산의 원동력일 수도 있겠습니다. “인류는 생산력의 발달로 역사를 앞으로 굴려왔다”는 경제학자나 역사학자의 해석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는 본능적으로 뭔가 일을 벌이지 않을 때 불안해합니다. 인간은 가만히 있지를 못합니다. 끊임없이 뭔가를 만들고 생산하며 삽니다. 생산 자체가 삶의 목적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요. ▽뭔가를 생산한다는 것은 자신만의 도구를 손에 쥐고 있다는 뜻입니다. 도구를 쥐고 자기 계획대로 생산을 합니다. 그리고 평생을 걸쳐 생산을 축적하면 그것이 자신의 인생이 되는 것 아닐까요. 생산은 자기 주도적인 삶의 증표이자 존재감입니다. 인생은 ‘시간’으로 구성돼 있다고 하죠. 그 시간에 이룬 일들이 축적되고 결과물로 남아 삶을 대표합니다.가정주부는 가족을 돌보고, 작가는 글을 쓰고, 블루칼라는 제조하고, 3차 산업 노동자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선생님은 가르치고 사진가는 사진을 촬영합니다. 자원봉사자는 어려운 분들을 돕고, 성직자는 신도를 만나고 기도합니다. 선수는 운동을 하고 유튜버는 영상을 창작합니다.이 모든 것이 생산활동입니다. 생산하는 힘만이 사람의 존재감을 보여줍니다. 프랑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1859~1941)은 ‘호모 파베르(Homo Faber·Man the Maker)’라는 말을 통해 만드는 것이 인간의 본질이라고 봤습니다. 주변 환경을 변화하고 뭔가를 만드는 동시에 그를 통해 자신도 빚어간다고 했죠. 즉 자신의 일과 생산 이력의 그 자신이 된다는 뜻입니다. 물론 올바른 방향의 생산만이 유효합니다. 중독과 구별해야 합니다. 도박, 알콜, 마약 그리고 권력과 범죄는 중독되기 쉬운 방향이니 조심해야 합니다. 아, 일중독도 조심해야 합니다.▽20년가량 병마와 싸우면서 “세상은 다 버티는 것이다”라고 말해 온 ‘서른 살이 심리학자에게 묻다’의 저자 김혜남 정신분석전문의는 지난해까지 책을 10권 출간했습니다. 그에게 ‘버티기’는 글쓰기, 즉 일과 생산이었습니다.(참고 )지겹고 고통스런 일이 왜 ‘버티기’가 되고 삶 자체가 되는 것일까요? 일본 벤처기업의 원조이자 자동 계측 장비 회사 ‘호리바제작소’ 창업자인 고 호리바 마사오(1924~2015)는 자신의 책 ‘일 잘 하는 사람 일 못 하는 사람’(2000년)에서 이런 얘기들을 합니다.“일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즐거움이다(일중독과는 구별됨).”“작아도 좋으니, 성공을 쌓아가는 사람은 반드시 일을 잘 하게 된다…성공의 축적은 곧 자신감의 축적이다.”일과 생산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고 그것이 쌓이면 자신감 즉 자존감과 존재감을 동시에 얻게 된다는 뜻입니다. 존재의 이유가 생산에 반영돼 드러나는 것이죠.▽잠시 들른 옷 수선집 침봉을 보며 한 우주를 봤습니다. 사장님부부의 삶을요. 제임스 웹이 잡은 은하빛 못지않게 아름답습니다. 두 개인이 함께 쌓아올린, 평생의 생산 이력이 있음을 느꼈으니까요. 일과 생산, 노동을 하는 모든 분들께 경의를 표합니다.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07-16
    • 좋아요
    • 코멘트
  • [고양이 눈]정겨운 대화

    시원한 강바람 솔솔 부는 작은 원두막 안.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지인들과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정겹습니다. ―경기 가평군 자라섬에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07-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길거리서 예술작품 즐겨요

    13일 서울 강동구 굽은다리역 인근 지상 전력기기가 알록달록하게 디자인돼 있다. 강동구는 이 일대 버스 승차대나 전력기기 등 공공시설물을 젊은 예술작가들의 작품으로 꾸민 ‘강동 거리 갤러리’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07-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우리는 모두 시간여행자[고양이 눈썹]

    ▽‘시간 여행’ 하면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나 과거로의 순간이동이 생각납니다. 현실이 아닌 판타지죠. 우리는 시간을 ‘흘러간다’고 말합니다.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로. 그래서 시간은 ‘불가역(不可逆)’이라고 합니다. 시간은 한 방향으로만 흘러간다는 것입니다. 사실일까요.▽양자중력학자 카를로 로벨리는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The Order of Time,2018년)’에서 현대물리학에서 밝혀낸, 시간에 대한 통념을 뒤집는 5가지를 소개합니다. 제가 이해한 대로 요약해보겠습니다.1. 시간은 절대적이지 않다. 중력 등에 영향을 받는다. 중력이 강하면 시공간을 왜곡해 시간이 느리게 흐르게 한다(영화 ‘인터스텔라’에서도 나오죠).2. 시간은 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다. 시간에게는 엔트로피의 법칙이 먹히지 않는다(이 대목은 문과 출신 저로서는 여전히 이해가 안 됩니다).3. 속도가 빠르면 시간이 느려진다. 절대적인 기준이 되는 시간은 없다. 나에게만 적용되는 고유시간만 있다. 즉 현재라는 개념은 없다. 예를 들어 지금 보고 있는 밤하늘 별은 수백만년 전 별 모습. 백만 광년 떨어져 있으니까(이것은 상대성 이론에 나오는 얘기라 비교적 쉽게 이해됐습니다).4. 시간은 독립적으로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중력장에서 공간과 연결돼 있다. 시공간이 중력장이고 중력장이 시공간이다 (이것도 영화 ‘인터스텔라’로 이해).5. 시간도 양자역학을 따른다. 즉 입자성, 양자중첩, 관계적 양상을 띤다(저의 얄팍한 양자역학 상식으로는 미처 다 이해되지 않습니다).판타지 영화 ‘시간여행자의 아내’의 마지막 장면. 시간이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여주인공과 시공간을 넘나드는 남주인공…. 그럼에도 시간은 둘의 관계에 그다지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영화의 주제를 잘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양자역학으로 시간이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음을 증명했다 해도, ‘타임머신’ 시간 여행은 여전히 현실이 아닌 판타지입니다. 시간 여행이란 개념을 다르게 해석해 보면 어떨까요. 우리는 시간이 흘러간다고 느끼고 있으니, 항상 시간 여행 중인 것이죠. 우리가 정지돼 있다 해도 배경인 시간이 흐르면 속도감이 느껴지니까요.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빠르게. 즐거울 때는 시간이 빨리 흐르고, 힘든 일을 할 때는 시간의 속도가 더디죠.과거를 추억하면 과거와 만나는 것이고, 미래를 상상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공간을 찾아나서는 것만이 여행은 아닙니다. 시간 속에서 계속 어디론가 이동하며 여행을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우리는 모두 시간여행자입니다.▽한국계 미국인 가수 사라강이 2021년 발표한 음원의 가사를 소개합니다. 거리의 격차를 시간여행으로 바꾸면서 지구 반대편에 있는 연인을 그리워하는 발상이 놀랍습니다. Wondering if thousands of miles awayThe sky‘s just as blue엄청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그곳) 하늘도 (여기와) 똑같이 파란지 궁금해It’s as if I‘m stuck in yesterdayWhen I’m thinking of you널 생각하고 있으면 마치 어제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아‘Cause when you have your morning coffeeI’m turning out the lights so I could dream왜냐하면 니가 모닝커피를 마실 때, 난 자려고 불을 끄니까And when you smile through the screenI wish you could be with me니가 화면을 통해 웃을 때 나는 너와 함께 있길 바라So I lay my head to restWhen the sun is rising(그곳에서) 해가 뜨면 (여기서) 나는 자려고 눕고I‘ll start a brand-new dayWhen the moon is shining(그곳에서) 달이 빛나면 (여기서) 나는 새로운 하루를 시작할거야I long to be with youIn all the places you have been니가 있었던 모든 곳에서 너와 함께 있기를 간절히 원해So today I’m time travellingOh, today I am time travelling그래서 오늘도 시간여행 중 오늘도 시간여행 중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07-09
    • 좋아요
    • 코멘트
  • 조계사에 활짝 핀 분홍빛 연꽃

    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활짝 핀 연꽃들이 분홍빛 자태를 뽐내고 있다. 조계사가 지난달 25일부터 시작한 연꽃 축제 ‘나를 깨우는 연꽃향기’는 다음 달 말까지 진행된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07-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여름을 알리는 조계사 연꽃 ‘활짝~’[퇴근길 한 컷]

    서울 도심 천년 사찰 조계사 앞마당에 분홍빛 연꽃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조계사는 매년 연꽃 축제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지난 25일부터 8월말까지 열릴 예정입니다. 장마와 30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번갈아 반복되는 요즘, 우아한 연꽃을 보며 잠시 나마 일상의 여유를 가져보면 어떨까합니다.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07-05
    • 좋아요
    • 코멘트
  • [고양이 눈]현역 vs 은퇴자

    노란 꽃을 피우고, 씨앗 날릴 준비를 하고. 현재와 미래의 민들레가 만나 서로를 응원하는 듯하네요. ―서울 강동구 상일동에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07-0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착시(錯視)…눈으로 즐기는 ‘현실 속 가상현실’[고양이 눈썹]

    ▽세계 최초 대형 착시 벽화는 17세기 이탈리아 화가 안드레아 포초(Andrea Pozzo)가 그린 성 이그나치오 교회의 천장화로 알려져 있습니다. 투시도 기법을 이용해 천정을 뚫고 승천하는 모습을 입체적으로 묘사했습니다. 당시에도 착시 그림은 꽤 유행했지만, 미켈란젤로 같은 ‘정통 화가’에게 저급하다고 경멸당하던 장르였습니다. 그럼에도 포초는 왜 착시그림을 그렸을까요. 돈 문제였습니다.이 교회를 세울 때 건축비 조달에 많은 어려움을 겪느라 성당의 자존심과 같았던 돔(Dome)을 세울 비용이 없었다고 합니다. 포초는 눈속임 기법을 이용해 어두운 돔 그림을 천장 양쪽 끝에 그려 마치 돔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말을 타고 전투를 지휘하는 성 이그나치오를 넣었습니다. 돔 없는 교회의 자존심을 눈속임으로라도 살려낸 것이죠. 실제로 평평한 천장을 돔처럼 만들어 ‘가상 공간’을 확장한 셈이기도 하고요. 이 교회 홈페이지 영어버전에는 ‘Fake Dome’이라고 소개합니다.그리고 양쪽 ‘가짜 돔’ 사이 거대한 천장에는 상상력과 원근법을 동원해 사람들과 천사들이 승천하는 듯한, 화려하면서도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모두 착시현상을 이용한 것이지만 너무나 생생해 입체 현상처럼 느껴진다고 합니다.▽“그림은 의미를 나타내는 평면이다. 그것은 ‘저기 바깥에 있는’ 시공간 속의 어떤 것을 가리킨다. 그림은 이 어떤 것을 우리에게 추상물(즉 4차원 시공간을 2차원 평면으로 축소하는 것)로 표상하도록 한다. 시공간으로부터 평면으로 추상화시키고, 또 다시 시공간 속으로 환원시켜 재투영시키는, 이와 같은 특수한 능력을 우리는 ‘상상력’이라 부른다. 이 개념은 그림의 제작과 암호해독을 위한 전제다. 다시 말해서, 현상을 2차원 상징으로 암호화시키고, 이 상징을 해독하는 능력이 바로 상상력이다.”- 사진 철학자 빌레 플루서의 책 ‘사진의 철학을 위하여’(1983년) 중그림은 2차원 평면 세계입니다. 플루서는 그림이 입체 공간(3차원)과 순간의 포착(4차원)을 2차원으로 암호화 한 것이고, 이 그림을 보며 입체와 시간을 읽고 해석하는 것이 인간의 상상력이라 설명합니다. 그런데 이는 인간만의 능력이 아닌 듯 합니다. 바닥에 구멍이 뻥 뚫린 트릭 아트 매트를 깐 뒤 개나 고양이를 지나가게 하면 점프해 뛰어 넘거나 옆으로 돌아갑니다. 혹시 거리 측정 같은 공간에 대한 해석은 인간이나 동물의 뇌가 가진 자동 시스템 아닐까요? 직관적으로 판단하는 생존 시스템 말입니다.▽지난 6월 뉴욕타임즈는 착시 현상이 눈과 뇌와 관련돼 있다는 연구결과를 게재 했는데요(), 착시 그림을 보면 뇌가 속아 눈의 동공을 확장하거나 축소한다는 것입니다.위 기사에 등장하는 연구진은 착시를 “불확실하고 변화하는 세계를 탐색하기 위해 두뇌가 전략적으로 대응한 결과”라고 설명합니다. 착시가 인류 생존과 진화의 역사 속에서 생겼다는 것인데, 개나 고양이의 사례로 볼 때 시각이 발달한 모든 동물에도 해당될 것 같습니다.▽만약 착시가 시각 체계의 일부라면, 우리는 현실 속에서 부분적으로 가상현실(또는 가짜 현실)을 누리고 있는 셈입니다. 매우 현실적이고 생존에 도움이 되면서도 재미있는 것이겠죠. 우리 주변의 착시를 찾아보시죠. 유머 사이트에는 다양한 착시 사진이나 그림이 올라옵니다. 착시 현상을 주제로 영상을 만들어 올리는 유튜버도 있습니다.착시는 크고 두꺼운 VR기기를 뒤집어쓰지 않고도 즐길 수 있는 시각 경험입니다. 영화 매트릭스의 주인공 네오처럼 빨간 약을 먹을 것이냐, 파란 약을 먹을 것이냐 고민할 필요도 없고요.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07-02
    • 좋아요
    • 코멘트
  • [고양이 눈]땅으로 내려온 별

    하늘에서 떨어진 별이 나무 벤치가 됐습니다. 밤을 환히 밝히던 별이 이젠 지친 이들을 보듬어주네요. ―경기 가평 자라섬에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07-0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오늘부터 김포-하네다 노선 운항 재개

    28일 서울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에 ‘김포∼하네다’ 운항 재개 기념식을 예고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포공항과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을 연결하는 항공편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운항이 중단됐다가 2년 3개월 만인 29일 재개된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일본항공, 전일본공수 등 4개 항공사가 주 2회씩, 모두 합쳐 주 8회 항공편을 운항한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06-2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상상 다큐멘터리’로 표현한 코로나19의 그림자[청계천 옆 사진관]

    “환경은 우리 세대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화두입니다. 플라스틱과 1회 용품 소비가 줄기는커녕 코로나19로 일상화됐으니 지구 온난화가 더 심해질까 걱정입니다.” 사진작가 이존환씨(47)는 ‘상상 다큐멘터리’ 작가로 불린다. “다큐멘터리 사진이 철저한 현장 기록을 통해 현실을 고발한다면, ‘상상 다큐멘터리’는 미적인 상상력을 동원해 현실을 보여주는 사진”이라는 것이 작가의 설명. 작가는 최근 일상에서 마구 버려지는 일회용 플라스틱을 코로나19 방역 필수품인 마스크로 제작해 포트레이트(초상화·인물) 사진으로 표현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은 점점 더 심각해지는 환경 문제. 이를 사진작품과 SNS 등을 통해 알리겠다는 구상이다. 플라스틱과 1회용품을 사람들의 표정과 함께 기록해 전염병이 불러온 모습을 역설적으로 고발하는데 몰두하고 있다.최근 과학저널 ‘네이처’는 2020년 플라스틱 쓰레기 총량이 2019년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코로나 사태가 기후변화를 부르고, 환경 파괴는 또 다른 변종 바이러스를 일으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경고도 있다. 작가는 지난 6월5일 ‘세계 환경의 날’ 50주년을 맞아 서울 송파구청 공무원과 가족들의 도움을 받아 촬영 작업을 이어 나갔다. 작가가 제작한 ‘1회 용품 마스크’를 직접 쓰고 사진 모델로서 환경보호 캠페인에 적극 동참한 것이다. 송파구는 코로나19 확산 초기 다른 지자체들보다 감염자 동선 추적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전국적인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작가는 “송파구 공무원들과 함께 사진 작업과 캠페인을 범국민운동으로 확대하겠다”며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공존을 주제로 하는 공공 프로젝트 사진전을 올해 안에 열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계획을 밝혔다.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사진=이존환 사진작가}

    • 2022-06-27
    • 좋아요
    • 코멘트
  • 진짜와 가짜[고양이 눈썹]

    ▽한 벤처기업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수 년 동안 연구개발에 매진한 끝에 개발한 제품으로 드디어 쏠쏠한 재미를 보는가 했더니 ‘짝퉁’이 빠르게 유통됐다고 합니다. 임직원들이 모여 비상회의를 하는데 정작 대표는 흐뭇한 표정으로 듣기만 하더니 “짝퉁은 우리 제품이 명품으로 인정받았다는 증거다”라며 박수를 쳤다고 합니다.▽“경고! 가짜 거북선표가 많사오니 속지 마시고 거북선표를 사실 때에는 아래 그림과 같이 거북선 상표 물결 바닥을 사십시오.” 일제 강점기 시절 1931년 신문에 등장한 고무신 광고 문안. 거북선을 상표로 써서 조선인 소비자의 민족주의 감성을 자극하는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가짜 거북선표가 등장했고, 서울고무공사는 가짜를 조심하라는 광고를 냈습니다. 아마도 이 광고에는 거북선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는 의도도 숨어 있었을 것입니다. 당시에도 이미 짝퉁을 활용한 마케팅을 이해하고 있었네요.▽짝퉁은 진품의 가치를 올려줍니다. 그런데 짝퉁들이 연이어 나오다보면 언젠가는 진품보다 뛰어난 짝퉁들이 튀어나옵니다. 복제가 청출어람 혁신으로 이어지는 것이죠. 진품들도 끊임없이 업데이트 된 버전 제품들을 내놓는 이유입니다.▽문제는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가 워낙 많다보니, 진짜인데도 가짜로 의심하게 하는 상황입니다. 가짜에겐 진짜도 가짜로 만드는 권력이 있습니다.2018년 말 아프리카 가봉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가봉 국민들은 알리 봉고 대통령이 두어 달 가량 공개석상에 나오지 않자 유고를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이미 사망했다는 괴소문도 돌았죠. 정부는 “대통령이 타박상으로 치료 중(사실은 뇌졸중)이지만 건강하다”고 발표했지만 의혹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죠. 이에 봉고 대통령은 관례대로 2019년 새해 연설을 하는 영상을 공개합니다. 의혹이 사그라지기는커녕 더 심각해졌습니다. 초점이 없는 듯한 오른쪽 눈을 근거로 딥페이크 영상이라는 의심 여론이 커진 것이죠. 비록 실패로 돌아갔지만 며칠 뒤 일부 군대가 쿠테타를 일으킬 정도였습니다. 이들은 비디오가 쿠데타를 하게 된 동기의 일부라고 발표했죠. 각국 영상분석가들이 면밀히 살펴보았지만 조작의 증거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진짜였던 것이죠. 가짜뉴스의 후유증도 심각하지만, 진짜를 가짜라고 몰아붙이는 분위기가 더 큰 위기를 불러 온 것이죠. 딥페이크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진짜가 가짜일 수 있다는 의심입니다.딥페이크 기술이 발달하는 만큼, 가짜 여부를 판단할 기술도 향상되지만, 의심하고 가짜로 몰아붙이는 데는 딱히 공학적 기술이 필요 없습니다. 가짜라고 우기면 되니까요. 말 몇마디로 진짜마저 가짜로 전락시켜 버리는 것이죠. 의도적으로 진실에 혼란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진짜의 증거를 내밀면 다시 증거도 가짜라고 우기고…. 진짜임을 증명하기는 어려워도, 가짜라고 우기기는 너무 쉽죠. 아우슈비츠의 가짜 가스구멍, 달 착륙 조작설은 이래서 끊임없이 반복 재생됩니다.저희도 신문을 제작하며 CCTV, 블랙박스 그리고 소셜미디어의 영상을 많이 수집합니다. 인터넷에 기정사실로 돌아다니는 사진이라도 진위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합니다. 저희가 직접 취재하는 일보다 이런 사진들의 사실여부를 확인하는 게 더 고달프기도 합니다.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06-25
    • 좋아요
    • 코멘트
  • [포토 에세이]카펫 정원

    ‘어흥!’ 백두산 호랑이와 한반도 지도가 그려졌습니다. 빨강 노랑 꽃양귀비, 보랏빛 라벤더, 푸른색 국화들이 그린 다채로운 무늬. 색색의 실로 짠 푹신한 카펫처럼 보이네요. ―경기 가평 자라섬 정원에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06-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고양이 눈]초원이 아닙니다

    물에 떠 있어야 할 낚싯배와 방갈로 좌대 등이 바닥을 드러낸 호수에 있습니다. 가뭄이 빨리 해결되길 바랍니다. ―충북 충주호에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06-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집단적 뇌’…지식의 교류와 축적 [고양이 눈썹]

    “아무리 천재라 해도 한 사람의 뇌로 이런 과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소수로 구성된 무리도 생존에 필요한 모든 것을 생각해낼 수는 없다. 대륙, 기후대, 지역을 막론하고 모든 조난자의 사정이 그렇다. 헨릭의 ‘백인 탐험가의 기록’이 이를 증명한다. 난파자들 중 원주민들과 연결되어 그들에게서 생존법을 배웠던 사람들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저 목숨만 부지하는 데도 문화에 축적된 아이디어와 지식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인류학자 헨릭은 인간은 ‘집단적 뇌’ 덕분에 생존 가능하다고 말한다.”- 과학 작가 슈테판 클라인의 책 ‘창조적 사고의 놀라운 역사’ (2021년)(‘복제(copy), 창작의 시작’ 편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지난 회 참조 )▽복제는 문명의 시작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복제는 표절이 아니냐는 의심이죠. 물론 둘은 아슬아슬한 관계입니다. 베껴놓고 창작이라 우기면 표절이죠. 아시다시피 표절은 도둑질이고 범죄행위입니다. 하지만 모든 복제를 표절이라고 하면 문명은 탄생하지 못했겠죠. 따라하지 못하면 완전히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는 애초부터 탄생할 수 없을 것입니다. 새로운 자동차를 만드는데 바퀴 4개와 스티어링 휠 등을 쓰지 말고 완벽한 새로운 버전으로 설계해야 한다면 애를 먹겠죠. 분야에 따라 저작권을 느슨하게 정해두는 이유입니다. 대신 타인의 고유한 지적재산을 빌려 쓸 경우 출처를 명확히 밝히거나 로열티 등 값을 치러야 합니다.▽‘집단적 뇌’는 배움과 복제, 표절과 공유 등이 얽히고 섞여 운영되는 체계입니다. 슈테판 클라인은 인간만의 ‘창조적 사고’의 원천은 단순히 ‘커다란 뇌’가 아니라 소통과 교류를 통한 창조성의 축적이 선순환을 일으켜서라고 봅니다. “문화 속에 녹아든 타인의 경험을 알고 그 토대 위에서 생각하는 사람만이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을 가지며 “집단적 뇌에 축적된 지식은 아이디어를 빚는 재료”라는 것입니다. “어린 아이에게도 배울 것이 있다”, “어디를 가나 고수는 꼭 있다”는 경구는 이러한 인류의 경험에서 나온 말이겠죠.학교나 직장에서 서로의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상승작용을 일으킵니다. 혼자만의 아이디어로는 부족합니다. 타인과 상호 교류하며 공유해야 아이디어는 창의력으로 폭발합니다.소수 권력자가 독점하던 ‘지식’이 구텐베르크 인쇄술 발명 후 대중화된 이후 지식의 상징, 즉 책이 모인 도서관은 아날로그 시절을 풍미하던 ‘집단적 뇌’였죠. 지금은 아시다시피 전세계인의 두뇌가 랜선 디지털로 연결됐습니다. 인공지능도 가세합니다.▽하지만 과연 디지털 시대의 집단적 뇌는 ‘집단지성’으로 이어질까요? ‘집단적 뇌’인 디지털 세계에서 왜 여전히 혐오, 차별, 광기, 가짜뉴스, 욕설과 비하, 비아냥이 횡행하는 것일까요. 단순한 부작용이면 다행일텐데, 과연 인류가 진보하고 있는지 의심스럽기도 합니다. 과연 이러한 것들도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일까요. 신원건기자 laputa@donga.com}

    • 2022-06-18
    • 좋아요
    • 코멘트
  • [고양이 눈]“세상이 궁금해”

    벤치 아래 숨어 있던 코스모스가 세상이 궁금했나 봅니다. 틈새로 고개를 내밀고 한참을 웃자랐네요.―전남 담양군에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06-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포토 에세이]작은 숲속 벼룩시장

    코로나로 중단됐던 동네 벼룩시장이 다시 열렸습니다. 장난감, 옷, 책 등이 예쁜 돗자리 위에 놓였네요. 누군가 장난스럽게 외치는 “골라 골라”란 말이 새삼 반갑습니다. ―서울 강동구 상일동 강동벼룩시장에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06-1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고양이 눈]기와로 그린 바다

    황토벽 캔버스에 기와를 물감 삼아 바다 그림이 그려졌습니다. 살랑살랑 파도에 갈매기, 해님은 수평선 위에 훤하게 떴네요. ―전주 한옥마을에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06-1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복제(Copy), 창작의 시작[고양이 눈썹]

    ▽“Copy that(카피댓).”군인들이 주인공인 헐리우드 영화에서 자주 들리는 대사입니다. 무전 용어인데요, 알아들었다는 뜻입니다. 상대방의 의도와 생각 등을 똑같이 이해했다는 것입니다.‘Copy’는 우리말로 하면 ‘베끼다’ 또는 ‘따라하다’입니다. ‘Copycat’은 ‘따라쟁이’ ‘흉내쟁이’로 번역되죠. 약간 비하하는 의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카피’야말로 인류 발전의 원동력입니다. 동물도 흉내를 낼 줄 압니다. 어미의 행동을 따라하며 사냥을 배우고 먹이를 찾습니다. 인간은 단순하게 따라할 뿐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해 냅니다. 모방을 ‘창조의 어머니’라고 봅니다. ‘카피’는 학습의 기본이니까요.▽하늘 아래 새 것이 없듯 완벽한 창작품은 없습니다. 모방·복제를 기초로 새로운 원본을 창출하는 힘. 프랑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 1929~2007)는 이에 ‘시뮬라르크(Simulacre)’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학문은 원본을 찾는 노력입니다. 사회와 우주가 작동하는 원리를 알아내려는 욕구죠. 사건의 이유, 그 사건을 일으킨 이전 사건, 또 그 이전 사건의 원인이 된 이전 사건…. 그런데 거꾸로 보면 현재의 사건은 이전 역사를 알 수 없다 해도 이미 실제로 존재합니다. 원본을 굳이 몰라도 현재를 인식하는 것에는 딱히 문제가 없죠. 보드리야르는 그래서 원본과 복사본(simulation)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결국 복제물들이 점차 원본을 대체하게 되는 세상이 현대 사회라고 규정합니다. 보드리야르는 현대 자본주의를 비판하기 위해 시뮬라르크 개념을 얘기했습니다. 대량 복제를 양산하는 시대에는 물품 뿐 아니라 정치 문화 분야에서까지 원본이 아닌 ‘허상’을 소비한다고 비판한 것이죠. ▽하지만 복제하는 능력이 인류의 큰 자산임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선대의 두뇌를 후대가 ‘Copy’할 뿐 아니라 대량으로 널리 퍼뜨리는 능력. 아날로그 시대엔 완벽한 복제가 없었지만 디지털은 100% 복제됩니다. 심지어 무제한입니다. 텍스트도, 이미지도 파일처리만 되면 무한 복제되는 시대입니다.▽베끼는 능력은 문명을 일으켰습니다. 이전 것들을 다양하게 변주하면서요. 문화 콘텐츠의 경우, 앞선 작품들을 베낌과 동시에 비판하며 넘어섰고 패러디나 오마주로 변용하며 영역을 넓힙니다. 복제에 기반을 두고 청출어람으로 발전하려면 가급적 원본(Originality)을 알아야 합니다. 물론 원본의 원본, 즉 역사를 몰라도 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습니다. 하지만 역사를 모르면 실수를 되풀이 합니다. ‘역사는 처음엔 비극으로, 두 번째는 희극으로 반복된다’는 말은 역사를 학습하지 않았기에 생긴 말인 듯 합니다. 원본을 모르면 겉모습만 어설프게 따라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니까요. 원인과 취지까지 이해하며 따라하다보면 임계점(Critical point)을 지나 새로운 영역을 여는 또 다른 원형(原形)을 창출할 수 있겠죠.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06-11
    • 좋아요
    • 코멘트
  • [고양이 눈]‘전화기 로봇’

    미래에서 온 로봇이 유물로 위장 중인 걸까요. 111년 전에 만들어진 전화기에서 로봇의 얼굴을 봅니다. ―전남 목포근대역사관에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06-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