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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8일 대북 쌀 5만t 지원을 위한 총 비용을 약 1400억 원으로 책정했다. 이르면 내달 하순 첫 선적이 이뤄질 전망이다. 정부는 이날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를 열고 ‘대북 식량 지원을 위한 남북협력기금 지원안’을 심의, 의결했다. 이에 따르면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한 이번 쌀 지원을 위해 한화 272억6000만 원, 미화 1177만4899달러(약 136억 원) 등 총 408억여 원 범위에서 남북협력기금을 지출하기로 했다. 여기에 양곡관리특별회계 부담액에서 992억 2000만원이 추가된다. 이에 따라 이번에 국내산 쌀 5만t을 북에 보내는데 약 1400억 원이 들어가게 됐다. 앞서 정부는 19일 쌀 지원 결정을 공개하며 쌀값(약 1270억 원)만 공개했는데 운송 및 모니터링 등 부대비용 약 130억 원이 추가로 들어가는 것이다. 다만 통일부는 “최대 금액을 정해놓은 것으로 실제 집행 과정에서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북으로 가는 쌀은 120개 시군의 취약 계층 212만 명에게 돌아간다. 1인당 약 23.6㎏의 쌀이 배분되는 셈. 우선 기존 WFP의 영양지원 사업을 받던 임신·수유 중인 여성과 영유아는 기존 영양식 외에 쌀을 추가로 받게 됐다. 여기에 WFP가 북한 현지에서 진행하는 자연재해 방지 및 농업생산성 향상을 위한 공공근로사업에 참여한 북한 주민에게도 쌀이 지급된다. 통일부는 “WFP는 북한 상주 모니터링 요원을 증원하고, 평양 외 지역사무소를 개소하는 등 전 과정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사실 좀 얄밉다는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직접 만나 보니 이전과 인상이 달라졌다. 솔직해 보이기도 했다.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 얘기다. 그는 일본의 북핵 협상 수석대표이자 한일 관계 등을 주무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핵심 외교 관료다. 그런 그는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이후 한국을 향해 날 선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도쿄의 외무성을 찾아 가나스기 국장을 만났다. 그가 밝힌 한일 현안 입장은 앞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북한과의 접촉 상황 등 민감한 소재에도 비교적 솔직히 답해준 것이 인상 깊었다.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것은 아베 정부 내에서의 그의 위치였다. 매주 2회가량 아베 총리를 만나 직접 현안 보고를 한다는 것이다. 북핵 관련 동향부터 경색된 한일 관계까지 중요 외교 현안들이 그의 입을 통해 아베 총리의 귀에 들어가는 셈이다. 이런 까닭에 일본 현지에서는 가나스기 국장에 대해 ‘아베를 움직일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란 평가까지 나온다. 워낙 아베 총리를 자주 만나다 보니 단순히 지시를 받고 이행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현장에서 나오는 우려의 목소리들을 직접 전달해 아베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가나스기 국장과 개인적 친분이 있는 한 소식통은 “가나스기 국장을 통해 한일 관계에 대한 우려 목소리를 일본 정부에 전달하고 있다”고 했다. 한 일본 전문가는 “외무성은 아베 총리와 일상적으로 대화하고 있다. 그만큼 아베 총리가 외교 현장의 목소리를 자주 듣고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반해 한국에선 아직도 외교 현장의 목소리가 청와대에 제대로, 신속히 전달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제대로 정보를 공유하고 있느냐는 문제의식도 여전하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취임한 지 2년이 넘었는데도 아직 ‘외교부 패싱’이 공공연히 거론되는 수준이다. 당장 25일만 해도 오전에 강 장관이 국회에서 한일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결정된 것이 없다”고 한 지 몇 시간 만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기자들을 만나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정정하기도 했다. 물론 일본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총리와 장관들이 같은 당에서 몸을 부딪는 내각제 일본과 여전히 수직적 구조의 대통령제 한국의 보고 시스템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노무현과 이명박 정부 때는 북핵 관련 핵심 외교관들이 당사국과의 회의 뒤엔 직접 대통령을 찾아가 현안 보고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외교관들이 현장에서 뛰며 가져온 정보를 가감 없이 즉각 수렴하려는 청와대의 의지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외교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청와대와 외교 현장의 거리감이 커지는 것이 또 다른 외교적 위기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정책이 추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점차 임계점으로 가고 있지만 여전히 손을 놓고 있는 한일 관계, 북한은 꿈쩍하지 않지만 낙관론만 가득한 북핵 정책도 이런 상황과 그리 무관치는 않을 것이다. 황인찬 정치부 차장 hic@donga.com}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일본 TBS에 출연해 일본 국민들과 직접 소통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대통령들이 일본 TV에도 출연하고, 동경대에서 연설도 하고 일본 국민에게 친선의 메시지를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달 초 일본 도쿄에서 기자가 만난 한국어 어학원을 운영하는 재일교포 A씨는 최근 냉각된 한일 관계를 푸는 한 방법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일본 국민과 소통하는 것을 제안했다. 28, 29일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차 일본에 오는 문 대통령이 이번 기회를 한일 관계 개선의 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 그는 무엇보다 일본 국민이 문 대통령과 한국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가 상당히 나빠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일본 사람들 사이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안 좋다. 이는 결국 일본 미디어 탓의 크다”이라며 “신문 논조를 봐도 ‘문 정권은 위험하다’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가 많다. 특히 아베 정권의 지지층이 문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고 했다. 한국을 바라보는 인식이 나빠질수록 재일 교포들은 현지 경제활동에도 영향을 받는다고 입을 모았다. A 씨의 경우 2015년 즈음 최고 1500명이었던 수강생은 현재 1200명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현지에서 가이드를 하는 B 씨는 “한일 관계가 안 좋아지면서 일거리가 많이 줄은 상황이다. 관계가 하루 빨리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한일 관계가 안 좋아지면서 재일 교포에 대한 한국 대통령의 관심조차 줄어드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A 씨는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일본에 와서 교민 간담회를 했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문재인 대통령은 아직 교민 간담회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K팝이 일본에서 인기를 모으면서 도쿄의 한인 타운인 신오쿠보(新大久保)에 일본 10, 20대가 몰려들면서 ‘신(新) 한류’까지 나온 것은 교민들에게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2004년 ‘겨울 연가’, 2010년 ‘소녀시대’ ‘카라’ 등의 2차 한류가 있기도 했지만 이후 한일 정치권 냉각되는 등의 이유로 한류란 말은 쏙 들어가기도 했다. 김기정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일 관계가 안 좋다는 말들이 나오는데 지난해 양국 인적 교류는 1000만 명을 넘겼다. 엄격하게는 한일 정부간 관계가 나쁜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정부 간 (안 좋은) 관계가 한일 간 다른 부분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큰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으로 작성됐습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일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중국은 북한이 자신의 합리적인 안보와 발전의 우려를 해소하는 데 힘닿는 데까지 도움을 제공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이날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고 “중국은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과정을 지지한다. 문제 해결을 위한 조건을 쌓고 만드는 것을 지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중국이 비핵화 촉진자 역할을 넘어 북한의 체제 보장 및 경제 발전에 있어 적극적인 조력자 역할을 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에 김 위원장은 “(싱가포르 회담 이후) 지난 1년 동안 북한은 긴장을 피하기 위해 많은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지만 관련국의 긍정적인 호응을 얻지 못했다. 이는 북한이 보고 싶은 것이 아니었다”고 말한 뒤 “조선(북한)은 인내심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또 “관련국이 조선 측과 마주 보고 서로의 관심사를 해결해 (한)반도 문제가 해결돼 성과가 있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하노이 협상 결렬 이후 시 주석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북-미 협상 재개에 긍정적 신호를 보낸 셈이다. 시 주석은 중국 최고 지도자로서 14년 만에 평양을 찾았다. 집권 8년 차에 중국 최고 권력자를 안방에서 맞은 김 위원장은 평양 순안국제공항, 금수산태양궁전 앞 광장에서 두 차례 환영행사를 열었다. 김 위원장은 “오늘 평양에서 25만여 명이 거리로 나왔다”고 말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20일 김연철 통일부 장관을 향해 “축사만 하고 다닌다”며 일침을 놨다. 정 전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6·15공동선언 19주년 기념 특별토론회에서 “남북미 3자 구도였던 북핵 협상이 중국 때문에 4자로 바뀔 수 있다”며 “판이 커진 것이다. 통일부에서 대책을 세워야 할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날 토론회에서 축사만 하고 떠난 김 장관을 향해 “통일부에서 축사를 하는 건 비정상이다. 난 (장관 할 때) 축사할 시간도 없었다”면서 “(김 장관이) 어제도 포럼에 와서 축사를 했다. 통일부 장관이 축사만 해서는 안 된다”고 쓴소리를 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4월 8일 취임한 김 장관은 이날까지 21회 외부 연설(축사, 기조연설 등)에 나섰다. 사흘 반 정도에 한 번꼴이다. 정 전 장관은 “지금 ‘한반도 운전자론’에서 ‘한반도 문제 미국 결정자론’으로 끌려가고 있다”며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도 미국의 허락을 받으려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했다. 이어 “유엔 제재와 관계없으니 한국 대통령이 일을 저질러 놓고, 즉 기정사실화시키고 미국에서 양해를 받는 ‘선(先)조치 후(後)양해’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지금 상황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다”고도 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5개월 만에 재회한 양 정상은 하노이 협상 결렬 이후 정체된 북-미 비핵화 협상과 관련한 의견을 교류하고 새로운 북핵 접근법과 관련해 폭넓은 대화를 나눴다. 시 주석은 이날 11시40분 전용기 편으로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도착해 1박 2일 간의 국빈 방문 일정에 돌입했다고 중국 관영 매체들이 보도했다. 평양 땅을 밟은 시 주석과 펑리위안(彭麗媛) 여사를 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가 직접 공항에서 영접했다. 이어 평양 시내 카퍼레이드가 이어졌으며, 김일성 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 앞 광장에서 외국 지도자 가운데서는 처음으로 환영식이 열렸다. 오후엔 정상회담과 확대회담, 만찬, 집단체조 ‘인민의 나라’ 관람 등의 행사가 이어졌다. 중국 최고 지도자의 북한 방문은 2005년 10월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주석 이후 14년 만이다. 시 주석은 부주석 시절이던 2008년 평양을 찾은 이후 11년 만에 평양을 다시 찾았다. 앞서 김 위원장의 지난해 3번, 올해 1번 중국을 찾았던 것에 대한 답례 성격이면서 올해 북중 수교 70년을 맞아 평양을 찾으며 양국 교류 확대의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노동신문은 20일 시 주석 방북에 맞춰 특집판을 내며 대대적인 환영 분위기를 띄웠다. 사설 ‘형제적 중국 인민의 친선의 사절을 열렬히 환영한다’를 통해 “복잡한 국제관계로 (인)하여 긴요하고 중대한 과제들이 나서는 속에서 중국 당과 정부가 조중(북중) 친선을 고도로 중시하고 있다는 것을 뚜렷이 보여준다”며 “조중친선은 불패의 친선이며 공동의 재부”라고 했다.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이날 ‘중조(북중) 전통 우의 발전은 양국과 세계에 이롭다’는 사설에서 “중조 전통 우의 관계는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추진하고 공고히 하는 긍정적 자산”이라며 “(한)반도의 핵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황인찬기자 hic@donga.com}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9일 “조선(북한) 동지들과 지역의 항구적인 안정을 실현하기 위한 원대한 계획을 함께 작성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중국 최고 지도자로서 14년 만의 방북을 하루 앞두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 북-중만의 비핵화 플랜을 짤 수 있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중국이 비핵화 문제에 본격적으로 개입하겠다는 뜻을 천명한 것이다. ○ 시 주석 “북-중 친선 천만금 주고도 바꿀 수 없다” 시 주석은 이날 북한 노동신문에 실린 ‘중조(중국과 북한) 친선을 계승하며 시대의 새로운 장을 계속 아로새기자’는 기고를 통해 “조선반도(한반도)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역사적 기회가 마련됐다”며 “(북한과) 지역의 항구적인 안정을 실현하기 위한 원대한 계획을 함께 작성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1월 북-중 정상회담에서 “조선반도 정세 관리와 비핵화 협상 과정을 공동으로 연구·조정해 나가는 문제와 관련해 심도 있고 솔직한 의사소통을 진행하였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엔 시 주석이 ‘연구·조정’ 차원을 넘어 북핵 로드맵을 ‘작성’할 뜻을 내비친 것이다. 그러면서 “조선 측 및 해당 측들과 함께 의사소통과 조율을 강화하고 대화와 협상에서 진전이 이룩되도록 공동으로 추동함으로써 지역의 평화와 안정, 발전과 번영을 위해 적극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또 “대화를 통하여 조선 측의 합리적인 관심사를 해결하는 것을 지지한다”고도 했다. 중국의 ‘북핵 촉진자’ 역할을 공식화하면서도 한미일에 맞선 북-중-러 연대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북-중 수교 70주년을 맞아 방북하는 시 주석은 “70년간 우리는 한배를 타고 비바람을 헤치면서 꿋꿋이 전진해 왔다”면서 “이 우정은 천만금을 주고도 바꿀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또 “국제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중조 친선 협조 관계를 발전시킨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으며 변할 수도 없다”며 “이번 방문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과 중조 친선 협조 관계를 설계하고 전통적인 중조 친선의 새로운 장을 아로새기려고 한다”고도 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시 주석이 북한과 연대해 사실상 새로운 ‘항미원조결사항전’에 나서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라고 했다. 유현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비핵화 협상이 장기화되면서 북-중이 함께 ‘플랜B’ 등 다양한 경우의 수를 논의하려는 것 같다”고 했다. ○ ‘항미원조전쟁(6·25전쟁) 기념일’ 앞두고 ‘조중우의탑’ 방문 시 주석은 20일 전용기로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도착하며 1박 2일간의 방북 일정을 시작한다. 과거 류사오치(劉少奇),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방북 당시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영접한 것을 고려하면 김 위원장이 직접 시 주석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포인트 방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일정이 짧기에 방문 첫날 바로 정상회담이 개최되고 연회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새 집단체조인 ‘인민의 나라’를 관람할 가능성도 있다. 방북 기간에 김일성 김정일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에 들를 수도 있다. 유일하게 사전 공개된 일정은 평양 모란봉 구역에 위치한 조중우의탑 방문으로, 6·25전쟁에 참전한 중공군을 기리기 위해 건립된 상징물이다. 과거 한미를 상대로 벌였던 전쟁의 기념물을 찾는 것이다. 한편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8일 “한반도 비핵화는 전체 한반도의 비핵화이지 한반도 일부분의 비핵화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한반도 비핵화가 북한은 물론이고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철수도 포함하는 것임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황인찬 hic@donga.com·이지훈 기자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정부가 판문점에 온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모습을 직접 촬영해 제공하면서 발언을 모두 ‘무음 처리’해 논란이 일고 있다. 북한의 요청이 없었는데도 정부가 삭제한 것으로 확인돼 지나친 북한 눈치 보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통일부는 12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이희호 여사의 조의문과 조화를 갖고 온 김여정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의 만남을 자체 촬영한 1분 44초 분량의 편집 영상을 출입기자들에게 e메일로 전달했다. 취재진의 직접 취재가 어려운 상황에 대해 양해를 구하며 대신 영상을 제공한 것. 하지만 통일부가 제공한 영상에서 음성은 모두 소거된 상태였다. 앞서 통일부는 영상 제공 의사를 밝히며 “무음 처리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13일 기자들을 만나 “내부 협의 과정에서 (삭제가) 결정됐다. 결과적으로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삭제를 요청했나’는 질문엔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하면서도 추후 음성 공개 의사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이런 까닭에 김여정은 애도의 뜻을 직접 표하러 내려왔는데 정부의 삭제 결정으로 정작 유가족에게 ‘육성 애도’가 전달되지 못한 셈이 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월 북-러정상회담 때 러시아 언론과 인터뷰에 나설 정도로 북한이 최근 개방적 제스처를 보내고 있는데 정부가 되레 정보 공개에 뒷걸음을 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와 함께 정부는 12일 오전 북한으로부터 ‘김여정이 오후 5시 판문점에 온다’는 사실을 통보받았지만 만남이 이뤄지기 2시간 전인 오후 3시에야 관련 사실을 공개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연일 6월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히면서 남북 대화 재개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둔 6월이 남북 정상회담을 통한 비핵화 대화 재개의 최적 타이밍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달 내 남북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아직은 더 많다. 문 대통령은 13일(현지 시간)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마친 뒤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남북 간 짧은 기간 동안의 연락과 협의로 정상회담이 이뤄진 경험도 있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이번 순방에 동행하지 않고 국내에 남은 것도 북한과의 대화 재개 가능성을 염두에 둔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실장은 대통령 순방에 앞서 미국과도 국면 전환에 대해 의견을 조율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달 남북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물리적 시간이 넉넉하지 않은 데다 북한의 의지가 아직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북유럽 3개국 국빈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16일 귀국할 예정이다. 이달 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위해 일본으로 출국한 뒤 곧바로 방한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맞는 일정을 감안하면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시간은 열흘 남짓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예정에 없던 판문점 정상회담을 근거로 짧은 시간 내 정상회담 준비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그때는 4월 정상회담 직후라 남북 간 소통이 활발하게 진행됐던 만큼 현 남북 관계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일각에선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을 건너뛰고 미국과 직접 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협상 라인을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등 통일전선부 라인에서 외무성 라인으로 교체한 것도 미국과의 맞대결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많다. 물론 청와대는 김 위원장이 이희호 여사 별세와 관련해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하기 위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판문점 북측 통일각으로 내려 보낸 것에 적지 않은 의미를 부여하며 희망을 걸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조문단 방한은 무산됐지만 김 부부장이 하노이 북-미 합의 무산 이후 처음 모습을 드러내며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한 것은 대화에 대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 매체들은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언급 없이 한국이 먼저 판문점 선언과 평양 공동선언 이행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연일 압박하고 있다.문병기 weappon@donga.com·황인찬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이희호 여사에게 보내는 조의문과 조화를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손을 통해 전달했다. 당초 기대됐던 조문단 파견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김여정을 판문점까지 내려 보내며 애도의 뜻을 표한 것이다. 김여정은 이날 오후 5시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을 만난 자리에서 “김 위원장께서 이희호 여사에 대해서는 각별한 감정을 갖고 ‘김 부부장(김여정)이 남측의 책임 있는 인사에게 직접 조의를 전달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고 윤도한 대통령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또 김여정은 “부디 유족들이 슬픔을 이겨내고 김대중 대통령과 이 여사의 뜻을 받드시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윤 수석이 전했다. 앞서 북한은 이날 오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김여정이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정 실장과 서호 통일부 차관, 윤건영 대통령국정기획상황실장, 장례위원회를 대표하여 박지원 김대중평화센터 부이사장(민주평화당 의원)이 통일각으로 향했다. 북한에서는 김여정과 리현 통일전선부 실장이 나왔다. 김여정은 이날 김 위원장의 관계 개선 의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실장은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 여사의 그간 민족 간 화합과 협력에 애쓰신 뜻을 받들어서 남북 간 협력을 계속해 나가길 바란다는 취지의 말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의 메시지에 대해 “(이 여사가) 기여한 공로를 기억하고 받들어서 남북 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 박 의원이 김여정에게 “조문단이 오지 않아 아쉽다”고 하자, 김여정은 별다른 설명 없이 “위원장께 그런 말씀을 전달해 드리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김여정은 2월 하노이 회담 이후 사실상 4개월 만에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 하노이 결렬에 따른 근신설을 일축했다. 박 의원은 “내가 김여정을 지금까지 3번 만났는데 표정이 아주 건강하고 (지금까지 본 것 중) 제일 좋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남북 간 친서 교환은 없었고, 대화는 15분가량 진행됐다.황인찬 hic@donga.com·강성휘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이희호 여사에게 보내는 조의문과 조화를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손을 통해 전달했다. 당초 기대됐던 조문단 파견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김여정을 판문점까지 내려 보내며 애도의 뜻을 표한 것이다. 김여정은 이날 오후 5시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을 만난 자리에서 “김 위원장께서 이희호 여사에 대해서는 각별한 감정을 갖고 ‘김 부부장(김여정)이 남측의 책임 있는 인사에게 직접 조의를 전달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고 윤도한 대통령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또 김여정은 “부디 유족들이 슬픔을 이겨내고 김대중 대통령과 이 여사의 뜻을 받드시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윤 수석이 전했다. 앞서 북한은 이날 오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김여정이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하겠다는 의사를 뜻을 밝혔다. 이에 정 실장과 서호 통일부 차관, 윤건영 대통령국정기획상황실장, 장례위원회를 대표하여 박지원 김대중평화센터 부이사장(민주평화당 의원)이 통일각으로 향했다. 북한에서는 김여정과 리현 통일전선부 실장이 나왔다. 김여정은 이날 김 위원장의 관계 개선 의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실장은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 여사의 그간 민족 간 화합과 협력을 애쓰신 뜻을 받들어서 남북 간 협력을 계속해 나가길 바란다는 취지의 말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의 메시지에 대해 “(이 여사가) 기여한 공로를 기억하고 받들어서 남북 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 박 의원이 김여정에게 “조문단이 오지 않아 아쉽다”고 하자, 김여정은 별다른 설명 없이 “위원장께 그런 말씀을 전달해 드리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김여정은 2월 하노이 회담 이후 사실상 4개월 만에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 하노이 결렬에 따른 근신설을 일축했다. 박지원 의원은 “내가 김여정을 지금까지 3번 만났는데 표정이 아주 건강하고 (지금까지 본 것 중) 제일 좋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남북 간 친서 교환은 없었고, 대화는 15분 가량 진행됐다. 이 여사의 별세로 급하게 남북이 만나기는 했지만 남북 간의 대화 재개와 같은 심도 깊은 현안을 얘기를 나누기엔 시간이 짧았다. 여기에 북한이 끝내 조문단을 보내지 않은 것은 결국 아직 본격적인 대화를 나누기엔 다소 이르다는 판단의 결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애도의 형식과 방법을 두고 상당히 고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황인찬기자 hic@donga.com강성휘기자 yolo@donga.com}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12일 오후 5시경 판문점에서 이희호 여사 별세와 관련해 김정은 국방위원장 명의의 조의문과 조화를 직접 우리 측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통일부가 밝혔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우리 측 인사가 판문점에 가서 조의문 등을 수령할 예정이다. 12일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왔다. 북한은 통지문을 통해 이희호 여사 별세와 관련해 김정은 위원장이 보내는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하기 위해 “6월 12일 17시 판문점 통일각에서 귀측의 책임 있는 인사와 만날 것을 제의한다”고 밝혔다. 또한 “우리 측(북한)에서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책임일꾼인 김여정 동지가 나갈 것”이라고 통지문에서 밝혔다. 다만 조문단 파견과 관련해서는 별도의 입장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정 실장, 서호 통일부 차관, 장례위원회를 대표하여 박지원 김대중평화센터 부이사장(민주평화당 의원) 등이 통일각으로 향할 예정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오이시 유타카(大石裕) 일본 게이오대 교수는 7일 “아베 신조 총리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과거사 사죄도 함께 했다면 한일 관계가 이렇게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일본 도쿄의 게이오대 미타캠퍼스에서 열린 한일 언론인 심포지엄(공동 주최 한국언론진흥재단, 한일미래포럼, 게이오대 동아시아연구소 현대한국연구센터)에서 “(한국의) 판결은 국제법상 일본이 수용하기 어려운 문제이지만 이런 감정상의 문제도 한일 상황을 악화시킨 요인”이라고 했다. 오쿠조노 히데키(奧薗秀樹)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는 “미국이 아시아에 대한 영향력을 줄이고 중국이 팽창하는 시점에서 한일이 동북아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냉정한 이성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한일은 서로 윈윈할 수 있다”고 했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는 “지난 반세기 한일 관계는 가해자와 피해자와 같은 수직성 성격이 강했지만 앞으로는 수평적 관계가 특징”이라며 “과거사 관련 상충된 이해관계는 최소화하고, 조속히 신뢰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한일 인적 교류가 사상 처음 1000만 명을 넘은 점이 한일 미래에 긍정적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정부는 교체되지만 국민은 교체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한일 간) 국민 감정이 상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면서 “좋은 한일 관계를 만드는 것은 선택이 아닌 의무”라고 했다. 도쿄=황인찬 기자 hic@donga.com}

12일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첫 회담을 가진 지 1주년이 되는 날이다. 당시 두 정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하며 한껏 기대감을 높였으나 올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다시 만나선 진전을 보지 못하고 대화 침체기에 들어선 상황이다. 하지만 18일부터 재선 운동에 돌입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이런 상황을 이용하려는 김 위원장의 수 싸움이 본격화되면서 ‘북핵 2라운드’가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완전한 비핵화’ 정의에도 합의 못 한 北-美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은 완전한 비핵화란 원론적 합의만 공동성명에 담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비핵화 프로세스가 20% 정도 진행되면 불가역적인 순간이 올 것”이라며 “이 지점에서 대북 경제 제재를 해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북-미 관계는 그야말로 롤러코스터였다. 9월 평양 공동선언 이후 북-미 비핵화 대화가 촉진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미 국무부가 11월 7일 북-미 고위급 회담 연기를 발표하며 위기를 맞았다. 김 위원장은 당초 예상됐던 지난해 말 서울 답방을 건너뛰고 올해 신년사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며 압박했다. 이후 1월 18일 김영철 당시 통일전선부장이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하며 양 정상의 재회 밑그림을 그렸지만 스몰딜을 원한 북한과 빅딜을 강조한 미국이 하노이에서 ‘북핵 민낯’만 확인한 채 대화 정체가 이어지고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비핵화의 첫 단추격인 비핵화에 대한 개념, 북핵의 최종 상태를 확인하지 않고 그간 대화만 이어져 결정적 성과를 내기 어려웠던 것”이라고 진단했다. 비핵화 방법론에 대한 극심한 견해차도 대화의 장애물이다. 북한은 기본적인 신뢰관계를 확인한 다음 단계적 합의와 이행을 선호하는 반면 미국은 포괄적 합의 이후 단계적 동시적 해법을 고수하고 있다. 여기에 북한은 제재 완화를 미국의 대북 신뢰 조치로 보는 반면 미국은 제재를 비핵화 관철을 위한 수단으로 보고 있다. ○ 북핵에 ‘美대선 변수’ 본격화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 시간)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2만 석 규모의 암웨이센터에서 재선 도전 출정식을 갖는다. 민주당도 26, 27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대선 후보 첫 TV토론회를 연다. ‘북핵 노딜’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대선 전까지는 미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과 같은 북한의 극단적인 추가 도발을 막는 상황 관리에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이를 파고들면서 또 다른 변수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까지 지금의 북핵 관리 모드를 유지만 하기엔 남은 기간이 길고, 그동안 김 위원장이 이런 상황을 이용하려 할 수 있다. 이런 북핵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해결에 나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대선 전까지 비핵화 대화가 수면 아래에 있다가도 트럼프에 대한 지지율 추이에 따라 갑자기 나올 수 있다는 말이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여기에 북유럽 순방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슬로 포럼 연설에서 북한을 유인할 수 있는 제안을 내놓고, 북한이 이에 남북 원포인트 정상회담이나 특사 수용으로 화답할 경우 비핵화 시계가 다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9일 한 방송 인터뷰에서 “(이달 말) 한미 정상회담 전에 남북 정상회담을 바라지만 낙관을 하기엔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했다. 황인찬 hic@donga.com·이지훈 기자}
정부가 800만 달러(약 94억5000만 원) 규모의 대북 인도적 지원금을 이르면 이번 주 안으로 송금한다. 북한 비핵화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 들어 첫 정부 차원의 인도적 지원이 먼저 시작되는 것이다. 4일 통일부에 따르면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한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 서면 심의가 5일 마무리되고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최종 결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자금) 집행은 바로 이뤄진다”면서 “국제기구에 집행 결정 사실을 통보하고 계좌를 수령해 입금하는 데 통상 3, 4일 걸린다”고 설명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정부 출범 넉 달 만인 2017년 9월 교추협을 열고 유엔아동기금(UNICEF)과 세계식량계획(WFP)의 대북 인도적 사업에 총 800만 달러 지원을 결정해 놓고도 1년 9개월 동안 비핵화 진전 추이를 보며 집행을 미뤘다. 하지만 이번에 ‘즉시 집행’에 나선 것이다. 국제기구를 통한 인도적 대북 지원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12월 유엔인구기금(UNFPA)의 ‘북한 인구 및 건강조사 사업’에 80만 달러(약 9억4500만 원) 지원 이후 3년 6개월 만이다. 정부는 추가로 대북 식량 지원과 개성공단 기업인 방문도 추진하고 있다. 미사일 도발 이후 경제 지원책을 확대하는 것이라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보낸다는 우려도 나온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북한이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이 최근 한 강연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언급하며 ‘올바른 판단’을 촉구한 것에 대해 “함부로 혀를 놀리지 말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조건 없는 북-일 대화를 추진하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권에 대해서도 “낯가죽이 두텁다”고 했다.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대변인은 2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에서 “(고노 외상이 지난달 25일) 강연회에서 ‘북조선이 올바른 판단을 하면 국제사회의 제재가 해제될 것이다. 그 누구의 결단을 재촉할 것’이라고 주제넘게 줴쳐댔다(떠들어댔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가에 대해 천하의 못된 짓은 다하고 돌아가면서도 천연스럽게 ‘전제 조건 없는 수뇌회담 개최’를 운운하는 아베 패당의 낯가죽이 두텁기가 곰 발바닥 같다”고 했다. 아베 총리가 지난달 2일자 신문 인터뷰를 통해 김 위원장에게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한 이후 북한이 회담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것은 처음이다. 다만 이날 아베 총리에 대한 직접 비판이나 명시적인 회담 거절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다. “너절하게 돈주머니나 흔들고 얄밉게 놀아댄다”고 대변인이 이날 일본을 비난한 것을 감안하면 북-일 물밑 대화에서 대북 경제 보상이 논의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3일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발언에 하나하나 코멘트 하는 것은 피하고 싶다”면서 “일본 정부의 북-일 회담 개최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정부는 북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병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올 게 왔다’는 분위기다. 전파 속도가 빠르고 백신도 없어 중국에 이어 한반도도 ASF의 사정권에 들어오는 건 시간문제라고 봤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은 가축 질병을 막을 방역 역량이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ASF가 한국 농가로 전염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31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수의학계에 따르면 ASF는 최대 20일간 잠복기를 거친 뒤 고열, 피부 출혈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 일단 감염되면 치사율은 100%다. 급성형의 경우 돼지가 아무런 증상 없이 1∼4일 뒤 갑자기 폐사하기도 한다. 문제는 ASF를 치료할 약도, 예방할 백신도 없다는 것이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는 홈페이지에 “승인된 백신이 없어 감염된 돼지나 돼지고기가 넘어오지 않도록 하는 게 예방을 좌우한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가 접경지역의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한 번에 끌어올리고 범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에 나선 것도 높은 전염성을 우려해서다. 중국에선 지난해 8월 이후 총 134건의 ASF 발생 사례가 OIE에 접수됐다. 지금까지 돼지 113만 마리가 도살처분된 것으로 알려졌다. ASF 감염이 시작되면 사실상 도살처분 외에는 처리 방법이 없는 만큼 한국에서도 2010∼2011년 구제역 파동으로 350만 마리의 소·돼지가 도살처분됐던 ‘재앙’이 재현될 수 있다. 정부가 특히 우려하는 건 멧돼지에 의한 전염이다. ASF에 감염된 멧돼지가 접경 지역을 넘어 한국 농가와 접촉할 경우 순식간에 국내로 확산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야생에 먹이가 부족해지는 11월경부터 멧돼지들이 농가로 내려와 바이러스를 전파시키는 시나리오를 우려하고 있다. 유한상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예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최대한 방역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부는 멧돼지 포획을 확대하고 울타리 설치를 늘려 우선 멧돼지로 인한 전파를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맹금류, 사람 등 모든 접촉 경로에 대한 사전 예방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류영수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는 “독수리가 감염된 돼지 사체를 먹으면 몸에 바이러스가 묻은 피와 살점이 붙게 된다”며 “멧돼지보다 이동 속도가 빠른 맹금류가 몸에 바이러스를 묻힌 채 한국으로 넘어와 돼지와 접촉할 확률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정부는 북한과 협의해 합동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유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북한 내 돼지열병 확산 방지를 위한 남북 협력을 추진할 준비가 돼 있으며, 북측과 협의가 진행되는 대로 구체적인 준비를 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다만 북한이 협의에 나설지는 불투명하다. 정부는 4월 말 북한에 ASF 사전 방역 협력 의사를 타진했으나 반응이 없었다.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 / 황인찬 기자}

미국 국방부의 핵 담당 부차관보가 23일(현지 시간) 북한의 핵위협에 대비해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해상 순항미사일을 한반도 인근에 전개하는 것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4, 9일 연쇄 미사일 발사에 나서며 무력시위를 재개한 북한을 향해 ‘떠다니는 전술핵’을 해상에 띄울 수도 있다며 고강도 압박에 나선 것. 피터 팬타 미 국방부 부차관보는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안보 세미나에서 ‘미국의 전술핵 무기 재배치 가능성이 있나’라는 질문에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해상 순항미사일을 북한 핵에 대한 역내 억지 수단으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전했다. 그러면서 “해상 순항미사일은 전술 핵무기가 아닌 사거리가 긴 전구(戰區) 무기”라면서 “핵탄두 탑재가 가능하고 다른 전장으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1991년 철수한 전술핵의 대안으로 직접 ‘핵 순항미사일’까지 언급한 것은 그만큼 최근 북한의 미사일 도발 재개를 미국이 엄중하게 보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선 군사적 압박 강도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외무성 대변인은 24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을 통해 “미국은 지금의 궁리로는 우리를 까딱도 움직이지 못하며 미국의 불신과 적대행위가 가증될수록 화답하는 우리의 행동도 따라서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북한이 개성공단에 있는 우리 기업인들의 설비를 평안북도 동림군을 비롯해 여러 지역에 몰래 이전한 뒤 의류 임가공을 통해 외화벌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의 방북을 승인한 이후에도 북한이 호응하지 않는 이유가 이런 ‘설비 빼돌리기’가 들통 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란 관측도 나온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북한의 한 무역일꾼은 “지난해부터 힘 있는 (북한의) 국가무역회사들은 외화벌이 사업에서 개성공단 설비를 적극 이용하라는 중앙의 허가를 받고 공단 설비를 다른 지역으로 옮겨서 임가공 의류업체를 신설하거나 증강했다”고 말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2일 보도했다. 이어 “지금도 (해당) 설비로 생산된 다양한 임가공 의류들이 중국 밀수선을 통해 중국을 거쳐 일본과 유럽으로 수출되고 있다. 설비를 옮겨서 의류를 가공하는 회사는 평안북도 동림군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 있으며 임가공 의류로 벌어들이는 외화 수입이 짭짤하다”고 전했다. 정부가 17일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의 자산 점검을 위한 공단 방문을 승인한 이후에도 북한이 답하지 않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그는 “당장 남조선에서 개성공단 설비를 점검하러 들어온다면 몰래 이전한 설비를 다시 제자리에 반납해야 하고 외화벌이 사업도 중지된다”면서 북한 당국이 방북을 당장 허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23일 기자들을 만나 “(설비 밀반출 의혹과 관련해) 동향 파악이 되지 않았다.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지난해 9월 개성공단 안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연 이후 우리 인력이 24시간 상주하고 있다. 그러나 사무소 개소 이후 8개월이 지났지만 북한이 2016년 2월 일방적으로 자산 동결 조치를 내렸던 공단 설비 상태를 여태껏 직접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단 내 우리 자산 가치는 약 1조564억 원에 달한다. 북한은 실물을 보여주지 않으면서 공단 설비를 잘 보존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만 정부와 기업인에게 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신중한 입장이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2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에도 옷 만들 정도의 설비는 얼마든지 있다. 다만 일감이 없는 것”이라며 “(공단 설비 무단 반출은) 확인도 안 된 이야기”라고 했다.황인찬 hic@donga.com·이지훈 기자}

2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중식당.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학자 시절 때와 달리 극도로 말을 아꼈다. 사전 준비된 모두발언은 예정된 5분을 훌쩍 넘겼지만, 이어진 기자들의 현안 질의엔 사실상 입을 다물었다. 현장에선 “기사 한 줄 쓸 거리라도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푸념까지 나왔다. 김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배고픈 아이는 정치를 모른다(A hungry child knows no politics)”는 말을 강조했다. 1984년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에티오피아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강조하며 꺼낸 말을 인용하며 북한 미사일 도발에도 대북 지원의 필요성을 역설한 셈이다. 사실 “배고픈 아이는…”이란 말을 처음 꺼낸 건 아니다. 그는 인제대 교수 시절인 2016년 9월 18일 한 신문 칼럼에서 이 말을 꺼내며 대북 지원을 강조한 바 있다. 당시엔 큰 홍수가 난 함경북도에 대북 지원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북한 5차 핵실험(2016년 9월 9일) 9일 뒤였다. 그런데 당시 칼럼에는 또 다른 내용도 있었지만 이날 간담회에선 인용하지 않았다. 미국이 에티오피아에 식량 지원을 하며 당시 독재 정권에 ‘하역비’를 지급했다는 대목이다. 그는 칼럼에서 “레이건 정부는 식량을 원조하기로 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주민과 정권을 분리하자는 말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레이건 정부가 에티오피아에 식량지원을 할 때 하역비용으로 t당 12달러를 독재정부에 주었다. 그 돈은 과연 어디로 갔을까?”라고 적었다. 식량을 지원하며 독재정권에 하역비를 준 사례가 있으며, 그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우리 정부가 대북 식량 지원을 할 때도 북한에 별도의 하역비 등을 지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국내 쌀 재고분 가운데 국내 소비 등을 뺀 30만 t 정도가 대북 지원에 쓰일 수 있다고 한다. 이대로라면 35년 전 하역비(t당 12달러)를 기준으로 삼아도 360만 달러(약 43억 원)가 북한에 들어갈 수 있다. 물론 아직 정부가 대북 식량 지원을 최종 결정짓지 않은 상황에서 하역비 문제는 좀 이를 수 있다. 한 국제기구에 따르면 원조를 받은 국가가 모두 하역비를 요구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북 식량 지원이나 인도적 지원을 놓고 과연 그 돈이 고스란히 북한 주민들에게 쓰이느냐, 혹 핵무기 개발 자금으로 쓰이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그만큼 대북 지원 문제에서 투명성은 핵심적인 이슈다. 그런 관점에서 김 장관이 대북 지원 문제를 거론하며 하역비 문제를 빼놓은 것은 좀 석연치 않다. 오히려 정부가 먼저 다양한 원조 사례와 하역비 이슈를 공개하고 국민의 이해와 동의를 구하는 게 정석이 아닐까 싶다. 불필요한 대북 퍼주기 논란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황인찬 정치부 차장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