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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가 살 가능성이 희박한 말기 환자를 대상으로 ‘적극적 안락사’를 합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AFP통신이 3일(현지 시간) 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 시민 184명으로 구성된 시민 자문기구인 ‘184 프랑스 시민들’과 만나 “프랑스식 (안락사) 모델을 담은 법안을 여름 전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고칠 수 없는 병으로 고통받는 환자가 자유의지로 안락사를 원한다고 밝히는 경우에만 이를 허용할 것”이라며 “정부가 기구의 제안을 반드시 따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법안을 마련해도 의회 통과 관문이 남아 있다. 이 매체에 따르면 프랑스 좌파와 일부 중도파는 안락사에 찬성하지만 우파 진영은 반대하고 있다. 프랑스는 2005년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소극적 안락사’를 도입했지만 약물 등을 통해 사망을 돕는 ‘적극적 안락사’는 아직 불법이다. 환자가 스스로 약물을 복용 또는 투약해 죽음에 이를 수 있도록 의료진이 약물을 처방하는 ‘조력 자살’도 불법이다. 2016년에는 고통이 심한 말기 환자에게 의시가 강력한 안정제를 지속적으로 투여할 수 있는 법안만 통과시켰다. 하지만 지난해 프랑스 국가윤리위원회가 적극적 안락사를 검토할 수 있다며 전향적인 입장을 내비치면서 관련 논의가 활발해졌다. 이후 이달 2일 ‘184 프랑스 시민들’이 적극적 안락사 합법화를 정부에 권고하기로 했다. 투표 결과 자문위원 4분의 3이 적극적 안락사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권고는 구속력은 없다. 현재 유럽에서는 네덜란드, 벨기에, 스페인이 적극적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다. 스위스는 안락사는 불법이지만 조력 자살은 허용한다. 2일 프랑스 주간지 ‘저널 뒤 디망슈’가 프랑스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70%가 적극적 안락사에 찬성했다. 단, 본인이 불치병 환자인 경우 안락사를 선택하겠다고 답한 비율은 36%에 불과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연일 ‘핵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2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 배치 계획을 밝힌 가운데 2일 보리스 그리즐로프 주벨라루스 러시아대사는 한 발 더 나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경과 가까운 벨라루스 서부에 핵무기를 배치하겠다”며 구체적인 장소까지 언급했다. 러시아는 이날 2대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친(親)푸틴 성향의 군사 블로거 블라들렌 타타르스키(41)가 폭사하고 30여 명이 부상당한 사건의 배후에도 우크라이나가 있다고 주장했다. 친러 성향이 강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출신으로 텔레그램 구독자만 57만 명이 넘는 그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줄곧 지지했다. 러시아 당국은 반전 시위로 구금된 전력이 있는 다리야 트료포바(26·여·사진)를 긴급 체포한 후 “타타르스키 살해가 우크라이나 특별기관에 의해 계획됐다”고 밝혔다. 트료포바가 수감 중인 푸틴 대통령의 정적(政敵) 알렉세이 나발니의 지지자라고도 했다. 우크라이나는 부인했다.● 러 대사 “벨라루스 서부에 전술핵” AP통신 등에 따르면 그리즐로프 대사는 2일 벨라루스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벨라루스 서부에 전술 핵무기를 전진 배치해 안보를 강화하겠다.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튀르키예(터키) 등 나토 회원국에 미국의 핵무기가 배치된 상황에서 우리도 행동을 취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벨라루스는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등 3개 나토 회원국과 약 1300km의 국경을 접하고 있다. 이곳에 전술핵을 배치하면 유럽 중동부의 나토 회원국, 우크라이나 등이 모두 사정권에 들어온다. 1만∼2만 t의 핵무기를 뜻하는 전술핵은 전략핵무기에 비해 사거리가 짧고 폭발력이 약해 국지전에 주로 쓰인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됐던 원자폭탄의 위력이 1만5000t이다. 3일 타스통신은 러시아가 2024년 말∼2025년 상반기까지 핵추진 어뢰 ‘포세이돈’을 탑재할 잠수함 사단을 태평양함대의 일부로 편성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포세이돈은 히로시마 원폭의 100배가 넘는 위력을 갖춰 ‘지구 종말의 무기’로 불린다. 우크라이나에서 봄철 대공세를 계획하고 있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추가 지원을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핵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WS)는 최근 보고서에서 “푸틴 대통령이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차단하기 위해 일종의 정보전(戰)을 펼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친푸틴 블로거 폭사… 러 “배후에 우크라-나발니 있어” 러시아 당국은 200g 이상의 강력 폭탄 ‘TNT’가 쓰인 타타르스키 폭사를 ‘살인’으로 규정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8월 푸틴의 사상적 스승으로 불리는 극우 민족주의자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 다리야 두기나가 의문의 차량 폭발로 숨진 데 이어 이번 폭발 역시 우크라이나의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본명이 막심 포민인 타타르스키는 이날 카페에서 독자들과 만났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트료포바로 추정되는 여성이 그에게 헬멧을 쓴 군인 모양의 조각상을 선물했고, 몇 분 후 조각상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이 사고로 타타르스키는 현장에서 즉사했고 최소 30명이 부상을 입었다. 러시아 반테러 국가위원회는 “우크라이나가 타타르스키 살해를 계획했으며 나발니 조직과 협력하는 인물이 연루됐다”고 주장했다. 타타르스키와 동향이며 지난해 9월 러시아가 합병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을 이끌고 있는 데니스 푸실린 수반 또한 “우크라이나는 테러 정권이며 타타르스키 또한 이들에 의해 비열하게 살해됐다”고 주장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러시아가 국내 테러로 인해 소멸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거미(친푸틴 인사)’가 ‘항아리’ 속에서 서로를 잡아먹고 있다”고 반박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미국 뉴욕 맨해튼 대배심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기소하기로 결정했다. 전·현직 미 대통령의 기소 결정은 1776년 건국 후 처음이다. 워터게이트 도청의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불륜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피했던 ‘첫 형사 기소 대통령’이란 불명예를 안게 됐다. 2024년 대선에 재출마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소 결정 후 “최악의 정치 탄압이자 마녀사냥”이라며 “조 바이든(대통령)에게 역풍이 불 것”이라고 반발했다. 맨해튼 대배심은 2006년 성인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와 성관계를 가진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직전 당시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을 시켜 대니얼스에게 13만 달러(약 1억7000만 원)를 지급하는 과정에서 가족 기업 트럼프그룹의 자금을 동원하기 위해 문서를 조작했다는 혐의를 제시했다. 공소장은 공개되지 않아 공식 혐의는 검찰의 기소 때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설사 유죄를 선고받아도 2024년 대선에는 출마할 수 있다. 다만 그는 지지층의 의회 난입을 배후 조종한 혐의 등 별도의 수많은 사법 위험에 직면한 상태다. 동시에 각종 소송의 적체로 트럼프 반대파가 원하는 만큼 빨리 판결이 나오기 어렵고 트럼프 지지층 또한 결집할 가능성이 커 기소 결정이 누구에게 유리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트럼프 지지층 “바이든 탄핵을”… “美상황, 남북전쟁 직전과 유사” 트럼프, 美 역대 대통령 첫 기소이르면 4일 출두… 머그샷 찍을듯NYT “후임자 때 기소, 개도국 같아” 경찰, 기소한 검사장 신변보호 강화 “미국의 상황이 남북전쟁 직전인 1850년대와 유사하다. 내전 발발 조건이 충족됐다.” “전직 대통령이 후임자에 의해 투옥되는 개발도상국식 ‘승자의 정의’처럼 보일 수 있다.” 1776년 미국 건국, 1789년 초대 조지 워싱턴 대통령 취임 후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전직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기소 결정을 두고 미 시사매체 타임과 뉴욕타임스(NYT)가 각각 내놓은 평가다. 대통령의 면책 특권이 헌법에 명시된 한국과 달리 미국은 명확한 규정이 없다. 그런데도 정치 보복의 악순환을 피하기 위해 당적이 다른 전직 대통령의 기소를 자제해 왔는데 이 전통이 깨졌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야당 공화당은 기소 결정을 주도한 최초의 흑인 맨해튼 지검장 앨빈 브래그 검사장(50)이 집권 민주당원이란 이유로 그가 정치적 수사를 펼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은 “정당한 수사”라고 맞선다. 이 사건 외에도 지지층의 의회 난입 선동, 가족 기업의 탈세 등 다양한 사법 위험에 노출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둘러싼 법적 공방이 장기화해 내년 11월 대선 때까지 양당이 극한 대치를 벌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최초 흑인 맨해튼 지검장, 17년 전 스캔들 기소 기소 결정의 뿌리는 러시아가 2016년 미 대선에 개입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다는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로버트 뮬러 전 특별검사의 수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7년 전 대선 당시 미 언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악영향을 우려해 2006년 성관계를 가진 성인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44)에게 대선 직전인 2016년 10월 입막음 목적의 13만 달러(약 1억7000만 원)를 건넸다고 보도했다. 당시 돈을 건넨 사람은 2006∼2018년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를 지내며 각종 뒤치다꺼리를 도맡은 ‘해결사’ 마이클 코언이다. 2017년 5월 임명된 뮬러 특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각종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코언에게 ‘플리바겐(유죄 인정 후 감형)’을 제시했다. 그 과정에서 코언 또한 “트럼프의 지시로 대니얼스에게 돈을 건넸다”고 증언했다. 특검과 별도로 트럼프의 사업체가 있는 뉴욕 맨해튼 지방검찰은 2017년 1월 트럼프그룹이 코언에게 이 13만 달러를 변제하기로 결정한 것에 주목했다. 트럼프 개인의 일에 회삿돈을 쓰면서 문서를 조작했고, 이 과정에서 선거법 위반 등 다른 범죄가 자행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다. 2021년 11월 선출직인 맨해튼 지검장에 당선된 브래그 검사장은 이 수사에 대한 속도를 부쩍 높였다. 그는 올 1월 일반 시민이 특정인의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대배심을 구성했다. 이후 두 달 만에 사상 초유의 전직 대통령 기소 결정을 이끌어냈다. 브래그 검사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뉴욕 토박이이며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자서전에서 자신을 맨해튼 빈민가 ‘할렘’이 낳은 아들로 묘사했다. 기소 결정 후 뉴욕 경찰은 브래그 검사장에 대한 신변 보호를 강화했다. ● 트럼프 지지층 “바이든 탄핵”… 민주 “정당”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중 두 차례 하원의 탄핵 소추안 통과에 이어 퇴임 후에도 최초로 기소가 결정된 전직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그는 성명을 통해 “부패하고 조작된 혐의”라며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성관계 사실과 코언을 시켜 돈을 건넨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NYT는 그가 4일 법원에 자진 출두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때 범인 식별용 얼굴 사진 ‘머그샷’을 찍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전직 대통령 신분을 감안할 때 수갑을 차고 포토라인에 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서 조작은 주(州)법, 선거법 위반은 연방법이어서 둘을 결합한 기소 결정이 부적절하며, 이미 유죄 판결을 받고 복역까지 한 코언의 증언 신빙성 또한 떨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공소 기각 가능성을 거론한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등 공화당 주요 인사는 사법 체계가 사적 복수 도구로 쓰였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퇴임 후 거주지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 등에서도 지지층이 규탄 시위를 벌였다. 타임에 따르면 일부는 “바이든 대통령을 탄핵하라”고 외쳤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전 대통령도 모든 미국인과 동일한 법을 적용받는다”며 기소 결정이 정당하다고 맞섰다. 백악관은 입장을 내지 않았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사상 초유의 형사 기소 결정이 약 1년 7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11월 미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야당 공화당에서 독보적인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양자 대결에서도 엎치락뒤치락하는 치열한 접전을 펼치고 있다. 기소의 정당성 및 유죄 여부에 대해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우호적인 여론이 지배적이다. 미 하버드대 미국정치학센터(CAPS)와 여론조사회사 해리스폴이 지난달 22, 23일 양일간 미 유권자 29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45%의 지지를 얻어 바이든 대통령(41%)을 4%포인트 앞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다른 여론조사회사 유고브와 야후뉴스가 실시한 2월 조사에서도 45%를 얻어 바이든 대통령(43%)을 눌렀다. 다만 지난달 23∼27일 미 퀴니피액대 조사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48%로 트럼프 전 대통령(46%)을 앞섰다. 하버드대-해리스폴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는 정치적 목적에서 비롯됐다”는 답이 59%에 달했다. “기소가 정당하다”(41%)는 답변을 훨씬 앞섰다. “그가 무죄 판결을 받을 것”이란 답이 60%였으며 “유죄 판결을 받을 것”은 40%였다. 지지층의 선호 또한 굳건하다. 퀴니피액대 조사에서 공화당원의 75%는 “기소 여부에 관계없이 그의 대선 후보 자격을 박탈하면 안 된다”고 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미국 재무부가 31일(현지 시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배터리의 광물 규정 세부 지침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4월 18일부터 미국 혹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가공된 ‘핵심 광물’을 40% 이상 사용하고, ‘배터리 부품 ’의 50% 이상을 북미에서 제조·조립한 전기차에만 현행 보조금 7500달러(약 978만 원)를 지급하기로 했다. 미국과 FTA를 맺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양극재, 음극재 또한 이번 핵심 광물에 포함됐다. 또 핵심 광물의 경우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서 수입한 재료를 미국과 FTA를 맺은 한국에서 가공해도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국내 기업은 세계 고급 전기차 대부분이 장착하고 있는 삼원계(NCM) 배터리에 사용되는 양극재, 음극재 시장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삼원계 배터리는 니켈, 코발트, 망간으로 만들어진다. 이 때문에 한국산 양극재와 음극재를 사용한 전기차 배터리가 보조금 대상에 포함될 지 여부에 주목해 왔다. 국내 업계가 요구한 부분은 대체로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미국은 이번 발표에서 최근 광물 협정을 새롭게 맺은 일본과 유럽연합(EU) 등도 ‘FTA 체결국’으로 인정했다. 일본은 한국 못지 않은 양극재 음극재의 생산국이며 EU 역시 생산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둘러싼 주요국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이청아기자 clearlee@donga.com}

세계 최대의 예술·디자인박물관인 영국 런던의 빅토리아앤앨버트(V&A) 박물관의 패션쇼에 한국 디자이너가 처음으로 참여한다. 알렉산더 맥퀸, 비비안 웨스트우드 등 세계적 디자이너들이 차지했던 자리다. V&A 박물관은 최근 홈페이지에 V&A가 개최하는 패션쇼 시리즈 ‘패션 인 모션’의 다음 주인공이 한국계 디자이너 김민주라고 밝혔다. 박물관 측은 “다음 달 21일(현지 시간) 김민주가 아름다움과 우아함을 상징하는 한국의 여신 ‘바리 설화’에서 영감을 받은 지난해 컬렉션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박물관은 이 패션쇼를 “우리 시대 최고의 디자이너들이 대중들에게 아름다운 박물관을 배경으로 하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무료 패션쇼”라고 소개했다. 1999년 시작돼 20여년간 장 폴 고티에, 요지 야마모토, 겐조, 에르뎀 등 세계적 디자이너와 브랜드가 이 무대를 거쳐갔다. 김민주 디자이너는 한국 삼성디자인교육원(SADI)과 세계 3대 패션학교로 꼽히는 벨기에 앤트워프 왕립 미술 아카데미에서 공부했다. ‘H&M 디자인 어워드’ 첫 한국인 대상, ‘루이비통모엣헤네시(LVMH) 프라이즈’ 준결승 진출, 넷플릭스 ‘넥스트 인 패션’ 우승 등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다. 2015년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 ‘MINJUKIM’(민주킴)을 런칭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2005년부터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를 이끌고 있으며 미 금융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월가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67·사진)가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를 저지른 후 감옥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제프리 엡스타인과 최소 두 차례의 금융 거래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미 CNBC 등이 2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벌써부터 월가에서는 그의 해임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정부는 지난해 JP모건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JP모건이 논란이 많은 엡스타인의 고객 자격을 유지해주는 바람에 그가 성범죄 피해자에게 돈을 보내 무마하고, 인신매매를 하는 데도 용이했다는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다이먼 CEO가 엡스타인을 비호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논란을 인지한 JP모건 측이 당초 다음 달 그를 해임하려 했지만 법정 공방 등으로 올 5월로 미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는 조만간 관련 재판에도 출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계 이민자의 후손인 다이먼 CEO는 하버드대 경영학석사(MBA)를 졸업하고 월가에 입문했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 트래블러스, 씨티그룹 등을 거쳤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베어스턴스, 워싱턴뮤추얼을 잇달아 인수해 JP모건을 미 최대 은행으로 만들었고 본인 또한 ‘황제’ 칭호를 얻었다. JP모건을 포함해 미 11개 금융사가 최근 파산 위기에 시달린 중소형 은행 ‘퍼스트리퍼블릭’에 300억 달러를 지원할 때도 그가 주도했다는 보도가 나왔을 정도다. 18억 달러(약 2조 3400억 원)의 순자산 또한 지녔지만 이번 의혹으로 월가 황제의 이미지는 이미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는 지적이 나온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27일 미국 남동부 테네시주 내슈빌의 기독교계 초등학교 ‘커버넌트 스쿨’에서 이 학교 졸업생인 트랜스젠더 오드리 헤일(28)이 반자동 돌격소총 ‘AR-15’로 무차별 난사를 가해 학생 3명, 성인 3명 등 총 6명이 숨졌다. 진압 과정에서 사살된 헤일은 범행 장소에 대한 사전 답사, 범행 과정을 표시한 지도 소지는 물론 범행에 대한 입장문까지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했다. 반자동 소총은 탄약이 떨어지면 자동 장전을 통해 빠른 연발이 가능한 살상 무기다. 각각 21명, 10명이 숨진 지난해 텍사스주 유밸디 롭초등학교 사고와 뉴욕주 버펄로 슈퍼마켓 사고 때도 범행 도구로 쓰였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최악의 악몽이며, 가슴이 찢어진다”고 했다. 특히 야당 공화당의 반대로 의회에 계류 중인 ‘돌격소총 등 공격무기 금지 법안’의 빠른 통과를 호소했다. 미 비영리재단 ‘총기 폭력 아카이브’에 따르면 이번 참사는 올 들어 범인 제외 4명 이상이 숨진 129번째 총기 사고다.● 사전 답사 후 모교서 난사헤일은 생물학적 여성으로 태어났지만 자신을 남성으로 규정하는 성전환자다. 사건 전 범죄 전과는 없으며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 식품회사 직원 등으로 일했다. 그는 학교 문을 총으로 쏴 건물에 침입한 뒤 1, 2층에서 무차별 총격을 가해 6명을 사살했다. 피해자는 모두 9세인 학생 3명에 교장, 교사, 학교 관리인 등 6명이다. 헤일은 2정의 반자동 소총과 권총 1정으로 무장했으며 이 중 2정은 합법적으로 구매했다. 그는 이날 오전 10시 13분에 첫 신고가 들어온 후 14분 만에 경찰에 의해 학교 건물 내에서 사살됐다. 그 짧은 기간에 출동한 경찰차를 향해서도 총을 쏘며 위협을 가했다. 헤일은 범행 전 친구에게 자살 예고 메시지도 보냈다. 존 드레이크 내슈빌 경찰서장은 NBC방송에 “그가 이 학교를 다녔으며 학교에 대해 분노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범행 동기가 그의 성정체성과 관련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모든 가능성을 조사할 것”이라고 답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학교를 설립한 교회가 보수 성향 ‘커버넌트 장로교’에 속한다고 전했다. 이 교단은 2020년 동성애와 트랜스젠더를 ‘죄악’으로 규정했다. 내슈빌의 부촌 그린힐스에 있는 이 학교는 전체 학생을 200명 이내로 제한하며 교사 대 학생 비율이 1 대 8인 명문 사립이다. 연 학비는 약 1만6000달러(약 2080만 원). 재학생 부모 또한 신앙심이 깊은 지역 유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격무기 금지법’ 통과 요원AR-15를 둘러싼 논란도 한창이다. 1990년 미 민간용 총기 제조에서 차지하는 AR-15 비중은 1.2%에 그쳤다. 9·11테러를 통해 살상 무기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사용자가 급증했고 2020년 비중이 23.4%로 뛰었다. NYT는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전까지 집권 민주당이 상하원 다수당이었음에도 ‘공격무기 금지’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제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이 된 만큼 법안 통과 가능성이 더 낮아졌다는 것이다. 총기 규제에 부정적인 성향이 강한 테네시주의 환경 또한 사고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이 나온다. 미 총기 전문 잡지 ‘건스앤드애모’는 2022년 기준 테네시를 미 50개 주 중 총기 소유자에게 12번째로 우호적인 주로 선정했다. 주 정부는 최근 주민들이 허가 없이 공공장소에서 권총을 소지하는 것을 허용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미국 테네시주(州) 내슈빌의 한 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로 9살짜리 학생 3명을 포함해 6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미 뉴욕타임스(NYT)와 CNN방송 등은 28일(현지 시간) 내슈빌의 부촌 그린힐스 지역의 기독교계 커버넌트 사립초에서 총격사건이 발생해 9살 학생 3명과 교장, 교사, 관리인 등 총 6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범인은 오전 10시 15분 첫 신고가 들어온 지 12분 만에 경찰에 의해 학교 건물 내에서 사살됐다. 범인이 출동한 경찰차에 총격을 가하는 등 어느 정도 교전이 있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학생과 교직원 등 총 108명이 경찰의 호위를 받고 건물 밖으로 호송됐다. 경찰에 따르면 범인은 학교 문을 총으로 쏴 건물에 침입한 뒤 1, 2층에서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경찰은 범인의 차에서 이 학교의 감시카메라, 출입구 등이 상세하게 표시된 지도와 범인의 ‘선언문’ 등 범행을 계획한 내용이 담긴 문서들을 발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서는 몇몇 이례적 특징도 확인됐다. 우선 범인인 28살 오드리 헤일리가 사건 직후 이례적으로 여성 총기난사범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 경찰 대변인은 범인이 최근 소셜미디어(SNS) 등에 본인을 남성이라고 표기하는 트랜스젠더 남성으로 추정된다고 다시 발표했다. 별도의 전과는 없으며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와 식료품회사 직원으로 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존 드레이크 내슈빌 경찰서장은 미 NBC방송에 범인이 학생시절 이 학교를 다녔으며, 학교에 대해 분노를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학교 외에도 여러 장소를 목표물로 삼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범행동기와 성정체성이 관련돼 있냐는 질문에 경찰은 모든 가능성을 조사할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NYT는 해당 학교를 설립한 교회가 종교적으로 보수적인 교단에 속했으며, 2020년에는 동성애와 트랜스젠더를 ‘죄악’으로 표명하는 보고서를 펴내는 등 기존에 젠더와 관련해서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해왔다고 덧붙였다. 초등학교에서 발생했다는 점도 이례적이다. 로이터통신 등은 ‘K-12 학교 총기 난사 정보’를 인용해 전체 학교 총기 사건 중에서 초등학교가 차지하는 비율은 20%도 안된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고등학교에서 발생한다는 것. 범인은 또한 2정의 반자동 돌격형 소총과 권총 1정으로 무장했으며, 이 중 2자루는 이 지역에서 합법적으로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반자동 소총은 자동 장전 기능이 탑재된 소총으로, 탄약이 떨어지면 자동으로 장전해 빠른 연발을 가능케 하는 돌격 무기다. 지난해 미 텍사스주 초등학교와 뉴욕주 슈퍼마켓에서 일어난 총격사건에서도 이 소총이 사용돼 논란이 됐다. 사건 직후 미 뉴욕주는 이 소총의 구매가능 연령을 올리는 법안을 가결시키는 등 규제의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또다시 총기난사에 사용된 것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소기업청 여성 비즈니스 서밋 행사 연설에서 “최악의 악몽이며, 가슴이 찢어진다. 학교를 보호하기 위해 더 많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공화당에 돌격형 소총 등 공격무기 금지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NYT는 바이든 정부 첫 2년간 민주당이 상하원의 과반수를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없었으며, 이제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한 만큼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졌다고 예측했다. 미 비영리재단 ‘총기 폭력 아카이브’는 미국에서 올해에만 범인 제외 4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대량 총기 난사’ 사건이 벌써 약 130건이나 발생한 것으로 집계했다.이청아기자 clearlee@donga.com}

미국과 서방은 벨라루스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하겠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핵무기 사용은 중대한 선을 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전술핵무기가 러시아에서 벨라루스로 옮겨지는 징후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6일 CBS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푸틴 대통령이 선언을 이행했거나 핵무기를 옮겼다는 어떠한 조짐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핵무기를 사용하면 분명히 중대한 선을 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커비 조정관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영국의 열화우라늄탄 제공 발표가 핵무기 배치 계기라는 푸틴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선 “방사능이 없는 열화우라늄탄은 전장에서 통상 사용되며 러시아 역시 비슷한 포탄을 사용한다”고 반박했다. 오아나 룬제스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대변인도 “러시아의 핵 태세 변화를 감지하지 못했다”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푸틴 대통령의 전술핵 벨라루스 배치 선언은 봄철 대공세를 앞두고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막기 위한 속내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WS)는 25일 보고서에서 “푸틴은 우크라이나 침공 전부터 벨라루스에 대한 영향력 강화를 위해 핵무기를 배치하려 했다. 이번 발언은 서방을 위협함으로써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줄이기 위한 정보전(戰)의 일종”이라고 분석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미국과 서방은 벨라루스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하겠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발언에 대해 “핵무기 사용은 중대한 선을 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전술핵무기가 러시아에서 벨라루스로 옮겨지는 징후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6일 CBS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푸틴 대통령이 선언을 이행했거나 핵무기를 옮겼다는 어떠한 조짐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의 핵무기 상황을 계속 감시 중이지만 푸틴이 우크라이나에 핵무기를 사용할 의도가 있다는 징후를 보지 못했다”며 “핵무기를 사용하면 분명히 중대한 선을 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커비 조정관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영국의 열화우라늄탄 제공 발표가 핵무기 해외 배치 계기라는 푸틴 대통령 주장에 대해서는 “방사능이 없는 열화우라늄탄은 전장에서 통상 사용되며 러시아 역시 비슷한 포탄을 사용한다”고 반박했다. 오아나 룽게스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대변인도 “우리 핵 태세를 조정할 만한 러시아의 핵 태세 변화를 감지하지 못했다”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유럽연합(EU)은 벨라루스가 러시아 핵무기를 수용할 경우 미국에 이어 추가로 제재하겠다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의 전술핵 벨라루스 배치 선언은 봄철 대공세를 앞두고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막기 위한 속내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WS)는 25일 보고서에서 “푸틴은 우크라이나 침공 전부터 벨라루스에 대한 영향력 강화를 위해 핵무기를 배치하려 했다”며 “이번 발언은 서방을 위협함으로써 우크라이나에 대한 잠재적 지원을 줄이기 위한 정보전(戰)의 일종”이라고 분석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한승수 전 국무총리(87)가 쓴 붓글씨가 유엔본부 총회장에 걸렸다. 한 전 총리는 2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6차 유엔 물·재난 특별세션’을 주재했다. 하루 뒤인 22일 ‘세계 물의 날’과 ‘유엔 물 총회’를 기념하고, 기후 위기에 따른 전 세계적 수자원 부족 사태 또한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유엔 물·재난 고위급 패널(HELP) 창설 의장 자격으로 이날 회의를 주재한 한 전 총리는 붓으로 쓴 ‘상선약수(上善若水·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를 선보였다. 붓글씨에 능한 한 전 총리가 이번 회의가 물 관련 회의임을 감안해 직접 고사성어를 고르고 글씨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 참석한 각국 수자원 전문가, 관료들은 한 전 총리의 실력에 감탄하며 기념 사진을 찍었다. 일부는 ‘붓글씨를 가져가고 싶다’는 요청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 수자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구인 HELP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재임 시절 설립을 주도했다. 2013년부터 2년에 한 번씩 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 공동 주최국은 한국 일본 인도네시아 네덜란드 타지키스탄 호주 스웨덴이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위대한 음악가 루드비히 반 베토벤(1770~1827)의 사인이 죽은 지 약 200년 만에 머리카락 ‘게놈(유전체) 분석’을 통해 밝혀졌다. 그동안 납중독 등 여러 가설이 제기돼왔지만, B형간염 감염과 유전적 간 질환, 지속적인 음주로 인한 간경화로 숨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됐다.영국 케임브리지대 고고학과의 트리스탄 베그 연구원과 독일 본 대학 병원 등 공동 연구자들은 세계적 학술지 ‘셀’의 자매지인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22일(현지 시간) 이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베토벤의 것으로 알려진 8개의 머리카락 타래를 분석해 이 중 5개는 베토벤의 머리카락이 맞다고 확신했다. 이후 모발을 분석한 결과 베토벤이 사망 최소 몇 달 전에 B형 간염에 감염된 사실을 확인했다. 게다가 간 질환의 유전적 소인까지 발견됐다. 여기에 널리 알려져 있던 베토벤의 지속적인 음주 이력까지 더해 연구팀은 베토벤이 간경화로 숨진 것으로 간주된다고 밝혔다. 베그 연구원은 “각 요인의 관여 정도는 향후 연구를 통해 밝혀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과거 베토벤의 절친은 베토벤이 사망 전 1년간 매일 1리터의 와인을 마셨다고 진술했다. 알코올 의존과 간질환이 베토벤의 가족력이라고 기록한 문서도 있다. 5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베토벤은 생전에 자신이 가장 좋아했던 주치의에게 사후 자신의 질병을 밝혀내 공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여러 전문가들이 부검은 물론이고 편지, 일기, 진찰기록 등 베토벤과 관련된 각종 문헌 자료를 분석해 사인 규명을 시도해왔다. 앞서 머리카락 타래의 독성학적 분석을 통해 ‘납중독’ 사망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납중독설의 근거가 된 머리카락 타래는 베토벤이 아닌 유대인 여성의 것이었음이 확인됐다.베토벤의 청각장애 원인도 규명의 주요 대상이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공동 연구자인 본 대학 병원 인간 유전학연구소의 악셀 슈미트 박사는 “게놈 해석에 필수적인 참조 데이터가 꾸준히 개선되고 있는 만큼 추후 청력 손실의 단서가 새롭게 발견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이밖에도 반 베토벤이라는 성을 공유하고 후손이라고 주장해왔던 벨기에의 한 가족은 게놈 분석 결과 베토벤과 유전적 관계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이들 가족 5명이 베토벤의 직계 부계 조상의 혼외자식일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내렸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연구팀으로부터 이 사실을 들은 가족들이 정체성의 일부를 잃게 돼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베그 연구원은 “베토벤의 게놈을 연구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제공하고 그의 진짜 머리카락을 추가함으로써 언젠간 그의 건강과 계보에 대한 남은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23일 홍콩에서 개봉 예정이었던 영국 공포영화 ‘곰돌이 푸: 피와 꿀’(사진)의 상영이 돌연 취소됐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22일 보도했다. 최근 중국과 영국의 갈등이 심해지면서 중국이 배후에서 상영 취소 압력을 넣은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홍콩은 2021년 안보와 국익에 반하는 영화의 상영을 금지할 수 있는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일각에서는 통통한 캐릭터 ‘푸’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체형과 닮았다는 점을 전격 상영 금지의 원인으로 거론한다. 종종 시 주석을 풍자하는 소재로 쓰이기 때문에 중국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실제 과거 중국 당국은 푸를 온라인 내 ‘불법 콘텐츠’로 지정해 검열했다. 배급사 ‘VII 필러 엔터테인먼트’ 측은 “취소 이유를 알지 못한다. 모든 준비를 마친 뒤 상영을 취소한 것을 믿을 수 없다”고 반발했다. 리스 프레이크워터필드 감독 역시 “당초 상영에 동의했던 모든 극장이 하룻밤 새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 우연은 아닐 것”이라고 중국 당국이 배후에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홍콩 당국은 중국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당국은 상영을 허가했지만 민간 극장들이 기술적 문제 등으로 상영을 자체적으로 취소했다고 주장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가 나온 지 10년이 흘렀지만 아직 단 한 명의 북한 인사도 처벌하지 못했습니다.” 영국에서 북한 인권활동가로 활동 중인 탈북자 출신 박지현 ‘징검다리’ 공동대표(55)가 16일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COI 보고서에 드러난 북한의 실태는 21세기 ‘제노사이드(집단학살)’”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직접 처벌을 촉구했다. 탈북 과정에서 매매혼, 강제 북송 등을 겪은 박 대표는 북한의 열악한 인권 실태를 수차례 증언한 인물이다. 2013년 3월 북한 인권에 대한 유엔 차원의 조사를 목적으로 출범한 COI가 21일 설립 10주년을 맞이했다. 박 대표가 언급한 보고서는 COI 출범 이듬해 발간됐으며, “북한의 인권 침해는 체계적이고, 광범위하며, 총체적인 범죄”라고 규정했다. 박 대표는 김 위원장과 북한 노동당이 강제 노역 및 해외 파견 등 북한의 ‘현대판 노예제’를 직접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서방이 중국의 인권 탄압을 비판할 때 중국 공산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게 책임을 묻고 압박을 가하듯, 북한 인권을 해결하려면 노동당과 김 위원장을 겨냥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다른 탈북자로 북한 인권단체 ‘노체인’을 이끌고 있는 정광일 대표 또한 20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열린 ‘COI 설립 10주년: 북한 인권운동의 중점 과제와 미래’ 세미나에서 김 위원장에 대한 직접 처벌을 요구했다. 특히 국제형사재판소(ICC)가 17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저지른 전쟁 범죄와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한 사실에 주목했다. 정 대표는 “러시아는 ICC 설치 근거 조약인 ‘로마규정’ 가입국이 아닌데도 푸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며 “동족을 죽이고 고문한 김 위원장 역시 COI 보고서를 근거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고 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HNRK) 사무총장은 2019년 문재인 정부의 탈북 선원 강제 북송을 “범죄”라고 비판했다. 이를 국내 정치용 의제로 접근하지 말고 ‘인권’이라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키라고 강조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2024년 대선 공화당 후보 경선을 앞두고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이 높은 지지율로 앞서 나가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펜스 전 부통령은 20일 미 ABC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영토 분쟁이 아니라 러시아의 침공”이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계속하는 것이 우크라이나 및 동유럽의 평화와 안정을 확보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유력 후보로 떠오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시각과 상반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쟁광’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약속한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판했다. 디샌티스 주지사도 우크라이나 전쟁은 ‘영토 분쟁’이라고 주장했다. 공화당 주류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도 “우크라이나에 백지수표는 안 된다”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놓고 공화당 내부가 찬반양론으로 갈려 내홍 조짐까지 벌어지는 와중에 펜스 전 부통령은 ‘자유민주주의 수호’라는 당의 전통적 가치를 앞세우며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펜스 전 부통령은 18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21일 검찰에 체포될 것이다. 시위하라”고 지지자를 선동한 것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일단 “전직 대통령을 기소한다는 생각은 나에게도 우려(스럽다)”라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이 2021년 ‘1·6 의사당 난입 사태’ 재발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에 “폭력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1·6 사태 당시 펜스 전 부통령은 상원의장으로서 의회의 대선 선거인단 최종 표결을 거부하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요청을 거절한 바 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튀르키예와 이집트가 10년 만에 외교 관계를 복원하기로 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에 이어 양국 관계도 정상화하며 이슬람세계 정세가 다시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통신은 18일(현지 시간) 튀르키예와 이집트 외교장관이 이집트 카이로에서 회담하고 2013년 양국 관계가 사실상 단절된 지 10년 만에 관계 회복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튀르키예 외교장관은 이날 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가능한 한 빨리 이집트와의 외교관계를 대사급으로 격상하고 다시는 관계가 단절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5월 14일 대선 이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회동할 것”이라고 했다. 사미흐 슈크리 이집트 외교장관도 “관계 재개 및 대사 임명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양국 관계는 2013년 이집트 군부가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축출한 뒤 급속히 악화됐다. 무르시 정부와 협력을 강화했던 에르도안 당시 총리는 “이집트 대통령은 여전히 무르시”라며 당시 육군참모총장이던 시시가 이끌던 군부를 비난했다. 이집트 정부는 “내정에 간섭하는 도발적 발언”이라고 반발하면서 양국 외교 관계는 부대사급으로 격하돼 사실상 단절됐다. 이후 리비아 내전 개입과 동지중해 천연가스 이권을 둘러싸고도 갈등을 빚었다. 지난해 11월 FIFA 월드컵이 열린 카타르 도하에서 양국 대통령이 만나 악수하는 등 해빙 모드 조짐이 보였다. 슈크리 장관은 이날 “양국 정상이 도하에서 만났을 때 관계 정상화 지시가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달 5만 명 넘게 숨진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때 슈크리 장관이 10년 만에 튀르키예를 방문해 연대 의사를 밝혔다. 또 같은 달 외화 부족 문제에 시달리던 이집트에 튀르키예 기업들이 5억 달러(약 6544억 원) 신규 투자를 약속하기도 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8일 소셜미디어에 “(양국 만남은) 더 안정된 지역을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환영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튀르키예(터키)와 이집트가 10년 만에 외교 관계를 복원하기로 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에 이어 양국 관계도 정상화하며 이슬람세계 정세가 다시 요동칠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은 18일(현지 시간) 튀르키예와 이집트 외교장관이 이집트 카이로에서 회담하고 2013년 양국 관계가 사실상 단절된 지 10년 만에 관계 회복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메블뤼트 차우쇼울루 튀르키예 외교장관은 이날 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가능한 빨리 이집트와의 외교관계를 대사급으로 격상하고 다시는 관계가 단절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5월 14일 대선 이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회동할 것”이라고 했다. 샤메 슈크리 이집트 외교장관도 “관계 재개 및 대사 임명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양국 관계는 2013년 이집트 군부가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축출한 뒤 급속히 악화됐다. 무르시 정부와 협력을 강화했던 에르도안 당시 총리는 “이집트 대통령은 여전히 무르시”라며 당시 육군참모총장이던 엘시시가 이끌던 군부를 비난했다. 이집트 정부는 “내정에 간섭하는 도발적 발언”이라고 반발하면서 양국 외교 관계는 부대사급으로 격하돼 사실상 단절됐다. 이후 리비아 내전 개입과 동지중해 천연가스 이권을 둘러싸고도 갈등을 빚었다. 지난해 11월 FIFA 월드컵이 열린 카타르 도하에서 양국 대통령이 만나 악수하는 등 해빙 모드 조짐이 보였다. 슈크리 장관은 이날 “양국 정상이 도하에서 만났을 때 관계 정상화 지시가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달 5만 명 넘게 숨진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때 슈크리 장관이 10년 만에 튀르키예를 방문해 연대 의사를 밝혔다. 또 같은 달 외화 부족 문제로 시달리던 이집트에 튀르키예 기업들이 5억 달러(약 6544억 원) 신규 투자를 약속하기도 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8일 소셜미디어에 “(양국 만남은) 더 안정된 지역을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환영했다.이청아기자 clearlee@donga.com}

“러시아가 핀란드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도록 떠밀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오랫동안 중립국 지위를 고수했던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 가입을 선언해 큰 주목을 받았다. 15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만난 카이 사우어 핀란드 외교안보정책 차관보(사진)는 이와 관련해 “핀란드는 침공 후 러시아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며 이웃 나라를 침략하고 민간인 학살 등 전쟁 범죄를 저지른 러시아의 위협을 차단하려면 반드시 나토에 가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사우어 차관보는 “처음 나토 가입을 논의했을 때만 해도 찬성 여론이 25∼30%대였지만 80%까지 치솟았다”고 공개했다. 지난해 핀란드 의회가 전체 의원 200명 중 188명(94%)의 압도적 찬성으로 나토 가입안을 결의한 것 또한 이런 찬성 여론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나토에 가입하려면 30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현재 튀르키예(터키)와 헝가리가 반대하고 있다. 사우어 차관보는 “우리의 가입을 늦춰서 튀르키예와 헝가리가 얻을 이익이 없다”며 두 나라의 태도 변화를 주문했다.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은 16, 17일 양일간 튀르키예를 찾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이 사안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핀란드가 스웨덴보다 먼저 가입할 가능성을 거론한다. 전쟁 장기화에 따른 식량 및 에너지난 등으로 서방 일각에서는 ‘더이상의 우크라이나 지원은 무리’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서방의 연대 또한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사우어 차관보는 “침략국은 당연히 고물가, 식량 위기 등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우크라이나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나라가 그 책임을 져선 안 된다고 했다. 핀란드는 산나 마린 총리를 포함해 3명의 여성 총리를 배출했으며 여성 장관 비율 또한 64%에 달하는 대표적인 성평등 국가다. 남성인 안티 카이코넨 국방장관이 올 1월부터 두 자녀를 돌보기 위해 육아휴직에 들어가기도 했다. 사우어 차관보는 “인구의 50%를 제외하거나 배제할 필요가 없다”며 성평등 정책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강조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러시아가 핀란드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도록 떠밀었다”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오랫동안 중립국 지위를 고수했던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 가입을 선언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15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만난 카이 사우어 핀란드 외교안보정책 차관보(56)는 “핀란드는 침공 후 러시아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며 NATO에 가입 신청한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1995년 핀란드 외교부에서 근무를 시작한 사우어 차관보는 2014~2019년 유엔 주재 핀란드 대사를 역임한 뒤 2019년 차관보로 임명됐다. 다음은 일문일답.―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핀란드가 중립국 위치를 포기하고 나토에 가입을 신청한 것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나토에 가입 신청을 한 이유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단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다. 이 사건 이후 핀란드는 자국의 안보 환경 변화에 대해 깊게 분석하고 논의한 결과 나토에 가입하는게 좋겠다는 결론을 냈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러시아가 우리를 나토에 가입하도록 떠밀었다. 이밖에도 2021년 말 러시아가 서방에 나토의 추가 확장 중단과 러시아 인접지로의 공격 무기 배치를 금지할 것을 요구했는데, 이 역시 핀란드의 이해관계에 맞지 않았다. 핀란드는 모든 국가가 스스로 안보정책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정치권 또는 국민들이 느끼는 안보위협이 어느 정도인지? “현재 직접적인 위협은 없다. 하지만 핀란드는 침공 후 러시아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우리는 접경국인 러시아가 이웃 나라를 침략하고, 그곳에서 민간인 학살이나 강간 등 여러 전쟁범죄를 자행하고 있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실제로 나토 가입 논의 초반에만 해도 25~30%대였던 국민 찬성여론은 개전 이후 80%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핀란드 의회 역시 전체 의원 200명 중 188명(94%)의 압도적 찬성으로 나토 가입안을 결의했다. 이처럼 국민이 나토 가입을 원했던 것이 나토 가입 신청의 결정적인 요소였다.”―나토에 가입하려면 30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튀르키예(터키)와 헝가리의 동의만 남겨둔 상태다. 함께 가입을 신청했던 스웨덴보다 핀란드가 먼저 가입할 거라는 예측도 크다. 이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는지? “일단 핀란드는 스웨덴과의 공동 가입을 선호한다. 양국 모두 가입을 위한 조건은 이미 오래 전에 갖췄다. 최대한 빨리 회원국이 되기를 바란다. 이제 결정권은 그들(튀르키예와 헝가리)에게 있다. 우리의 가입을 늦춰서 튀르키예나 헝가리가 얻을 이익이 없다고 생각한다.”―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일각에서는 미국 등 서방의 단일대오 전선에 균열이 가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스값 급등 등 일부 경제적 어려움에도 자유 민주주의를 수호하겠다는 서방의 연대가 굳건할 것으로 보는지? “전쟁이 오래될수록 오히려 동맹이나 연합이 더욱더 굳건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과 유럽뿐만이 아니라 한국이라든지 일본 뉴질랜드 이러한 아시아의 파트너들까지도 동맹에 참여할 수 있다. 우리는 침략의 피해자이자 생존을 위해서 정당하게 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져선 안되기 때문에 연합한 것이다.”―전쟁으로 인해 핀란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러시아에서 들여오는 에너지 양이 상당해 지난 겨울 이전에는 어떻게 생존할 지 우려가 컸다. 하지만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풍력 수력 태양열 원자력 발전 등 에너지원을 다각화함으로써 극복해나가고 있다. 러시아가 핀란드 유제품이나 소비재의 큰 수입국이었고, 러시아에 투자한 핀란드 기업들도 많기 때문에 경제적 손실도 봤다. 인적 교류도 단절됐다. 현재 핀란드는 러시아인들에게 관광 비자 발급을 중단했다. 이로 인해 러시아의 전쟁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도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핀란드와 한국의 관계에도 영향을 끼쳤다. 러시아 상공을 비행하지 못하고 우회해야 해서 핀란드-한국 간 비행시간이 더 길어졌다. 핀란드 국영항공사 핀에어(FINNAIR)는 부산-헬싱키 노선을 취항하려고 했는데 전쟁으로 어려워진 상황이다. 핀란드 외에도 전세계가 전쟁으로 인해 식량 위기, 인플레이션 등 여러 위기를 겪고 있다. 누군가는 분명히 그 책임을 져야 할텐데, 이는 당연히 우크라이나나 지지국들이 아닌 침략국의 몫이다.”―러시아와의 국경에 울타리를 설치하고 있는데 이유가 무엇인지. “불법 이주를 막기 위해서다. 2015년 핀란드는 대규모 불법 월경으로 사회 불안을 겪은 경험이 있다. 2021년 벨라루스와 폴란드 국경에서 발생한 갈등이 핀란드에서 재발하는 것을 막는 것이 목표다.” (2021년 약 3만 명 이상의 난민이 벨라루스에서 폴란드로 불법 월경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당시 폴란드 정부와 여러 외신들은 벨라루스와 러시아가 유럽연합(EU)을 흔들기 위해 일부러 유럽으로 ‘난민 밀어내기’를 자행했다고 봤다.)―유엔 근무 이력이 길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유엔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일각에서는 유엔이 우크라이나전에 있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나 유엔 의회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입장이나 결정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중재해 우크라이나 식량을 수출할 수 있도록 ‘흑해 곡물 이니셔티브’를 성공시켜 글로벌 식량 위기를 완화했다. 이밖에 국제원자력발전소(IAEA)와 같은 유관기관은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 문제를 러시아와 논의하는 등 비가시적이지만 꽤 효과적인 노력들을 하고 있다.”―핀란드는 산나 마린 총리를 포함해 3명의 여성 총리를 배출했으며 여성 장관 비율 또한 64%에 달하는 대표적인 성평등 국가다. 핀란드 여성 정책의 모토는 무엇인가? “(오히려) 인구의 50%를 배제해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내가 속한 외교부를 비롯해 일부 분야에서는 여성이 이미 절반을 넘는다. 역사적 측면에서 보면 2차 세계대전 중 핀란드 여성들이 산업에 활발하게 참여해야 했던 것도 하나의 요인이 됐다. 또한 흔히 뉴질랜드가 여성 참정권을 가장 먼저 인정한 현대 국가로 알려져있는데 이는 ‘투표권’만이고, 여성의 ‘피선거권’을 가장 먼저 보장한 나라는 핀란드다. 러시아로부터 독립도 하기 전인 1906년에 이뤄졌다. 이 같은 성평등적 경향을 지금의 정부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것이다.”―지난해 말에는 나토 가입 문제를 앞두고도 안티 카이코넨 핀란드 남성 국방부 장관이 육아휴직을 해서 국제적 화제가 됐다. 핀란드 남성의 80% 정도가 출산 후 54일짜리 육아휴직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은 아직 남성의 육아휴직이 비교적 보편적화되지 않았다. 남성의 육아휴직이 왜 필요하다고 보는지? “바닷가에서 휴가를 즐기라고 육아휴직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빠에게 양육과 가정에 대한 ‘책임’을 지우는 정책이다. 동시에 엄마의 양육 책임을 덜고 고정된 성역할을 타파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마지막으로 핀란드인들과 정부에게 한국은 어떤 나라인지? “핀란드 정부 입장에서 한국은 뜻이 통하는 ‘파트너’다. 기술 발전이라는 공통 분야가 있고, 국제 질서를 기반으로 다자간 협력에도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존경한다. 또 영화 드라마 등을 통해 k-브랜드를 성공적으로 키워낸 ‘소프트 파워’를 지닌 국가라고 생각한다.”이청아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