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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23일부터 25일까지 총 1000명씩의 포로 교환을 완료했다. 그럼에도 두 나라는 이 기간 중 상대방을 향해 대규모 공습을 퍼부었다. 특히 각각 상대방 수도인 우크라이나 키이우와 러시아 모스크바를 겨냥한 무인기(드론) 공습도 실시했다.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5일 “러시아가 밤사이(24일 밤~25일 새벽) 수도 키이우를 비롯해 30여개 도시와 마을에 공격용 드론 약 300기와 탄도미사일을 포함한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 약 70기를 발사했다”고 X를 통해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러시아의 공격으로 최소 12명이 사망했고, 수십 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또 24일에도 러시아의 드론 및 미사일 공격으로 최소 8명이 숨지고 30명 이상이 다쳤다고 공개했다.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런 공격이 있을 때마다 (휴전 협상을 거부하고) 전쟁을 질질 끌고 있는 것은 러시아임을 전 세계가 확신하게 된다”며 “우크라이나는 휴전을 많이 제안했지만 무시당했다”고 밝혔다.우크라이나 또한 러시아에 드론 공습을 가했다. 23일 러시아 국방부는 남서부 벨고로드 지역을 중심으로 우크라이나의 공습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며칠간 모스크바 등 러시아 본토를 겨냥해 총 800대에 가까운 드론을 날렸다.두 나라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최대 규모인 1000명(23일 390명, 24일 307명, 25일 303명) 포로를 각각 교환했다. 하지만 상대에 대한 공습 수위는 전쟁 발발 후 최고 수준으로 높여 휴전 협상이 원활히 진행되기 힘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유럽연합(EU)은 우크라이나 공습을 계속하는 러시아에 추가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EU는 러시아 은행 20여 곳을 국제결제망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차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북유럽의 덴마크 의회가 2040년까지 은퇴 연령을 70세로 높이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찬성 81표, 반대 21표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1971년에 태어난 사람부터는 70세에 은퇴해야 정상적으로 퇴직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또 덴마크는 유럽에서 은퇴 연령이 가장 높은 국가가 될 전망이다.23일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덴마크 의회는 전날 이 같은 은퇴자 연령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 덴마크는 2006년부터 공식 은퇴 연령을 기대 수명에 연동해 5년마다 개정하고 있다. 현재 정년은 67세이지만 2030년 68세, 2035년 69세, 2040년 70세로 높일 예정이다. 덴마크 정부는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력이 부족해지고, 일찍 퇴직 연금이 지급되면 국가 재정에도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은퇴 연령을 올리고 있다.하지만 덴마크 사회에서는 은퇴 연령을 높이고 있는 것에 대한 불만도 크다. 특히 육체노동자들은 고령에 근무하는 게 무리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최근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서는 정년 연장을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예스페르 에트루프 라스무센 덴마크 노동조합연합 의장은 정년 연장에 “완전히 불공평하다”며 “은퇴 연령이 높아진다는 것은 사람들이 존엄한 노년 생활을 누릴 권리를 잃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현재 유럽 국가들의 은퇴 연령은 제각각이다. 스웨덴은 63세이다. 영국은 66세이지만 은퇴 연령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67세이나 2026년 기대 수명에 연동해 역시 올라갈 수 있다. 프랑스에선 2023년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올리는 법안이 진통 끝에 통과됐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이스라엘이 미국의 반대에도 이란 핵 시설을 직접 타격하려 한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공습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면전은 물론 주변국이 가세한 범세계적 전쟁을 촉발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정치매체 액시오스는 21일 두 명의 이스라엘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이 결렬되면 신속히 이란의 핵 시설을 공격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루 전 CNN 또한 미국 정부의 첩보를 토대로 이스라엘군이 이란 공습을 위해 무기를 이동시키고 훈련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은 23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오만의 중재를 통해 진행될 예정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뒤 5번째 협상으로 ‘이란의 우라늄 농축을 불허하겠다’는 미국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는 이란 간 입장 차이가 커 실질적인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최근 이란의 최고지도자인 알리 하메네이도 핵협상 타결 가능성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한편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21일 요르단강 서안을 방문한 각국 외교관에게 경고 사격을 가했다가 사과했다. 이스라엘군은 유럽연합(EU),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중국, 일본 등에서 온 외교관들이 승인된 경로를 벗어나 허가되지 않은 지역에 진입해 경고성 의미로 사격했다며 “불편을 끼친 것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럽 주요국은 이번 사태를 강력히 비판하면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또 같은 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3일 가자지구 공습을 통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지도자인 무함마드 신와르를 사살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23년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지휘한 야흐야 신와르의 동생이다. 야흐야 또한 지난해 10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졌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은 오는 21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한국문화원에서 ‘제주, 바다와 함께 살다’ 특별전을 개막했다. 한국의 대표 관광지인 제주와 해녀의 매력을 알려 국내 관광을 유도하고 한국 이미지를 제고하려는 취지다. 특별전에선 제주 출신 덴마크 영상 아티스트 제인 진 카이젠의 ‘할망’, 제주도에서 활동하는 정상기 사진작가가 담아낸 제주 자연의 사진과 영상이 선보인다. 영상 아티스트 장 쥘리앵 푸스가 제주 해녀와 피레네산맥 치즈 농가 여성의 삶을 비교한 작품도 소개된다.강만보·서재철 작가가 1960∼1970년대 촬영한 해녀들의 물질 과정, 귀가 장면 등도 흑백 사진으로 전시된다. 올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제주 4·3사건 기록물과 이 사건을 소재로 한 노벨문학상 작가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도 방문객들을 맞이한다.이날 개막식을 찾은 프랑스 인플루언서 로라 프리우 씨는 “최근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보고 제주와 해녀에 관심을 갖게 돼 방문했다”고 말했다.다양한 즐길 거리도 마련된다. 제주 민요, 노동요, 민속춤 등 각종 공연이 22일, 재즈와 전통음악 등을 다루는 밴드 ‘신노이’의 공연이 27일 열린다.문화원은 제주만의 특별한 문화와 함께 발전하는 모습을 잘 표현할 계획이다. 이일열 문화원장은 “한국의 보석 같은 섬 제주도의 자연과 해녀 같은 제주 고유의 문화를 조명할 것”이라고 말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20일 스페인 산세바스티안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 같은 EPL팀 토트넘 홋스퍼 팬들이 충돌하며 난투극을 벌였다. 두 팀은 다음 날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결승에서 맞붙는다. 토트넘의 주장은 손흥민(33)이다. 현지 매체 ‘엘디아리오바스코’ 등에 따르면 20일 오후 9시 20분경 산세바스티안 도심에서 맨유와 토트넘 팬들이 충돌했다. 이들은 서로를 향해 고함을 지르고 욕설을 내뱉었다. 이 와중에 일부 팬들 간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면서 상황이 악화됐다. 흥분한 일부 팬들은 길가의 테라스 식당에서 가져온 컵, 쓰레기통 등 각종 물건들을 던지기도 했다.곧 경찰이 대거 출동했고, 상황을 통제하면서 분위기가 진정됐다. 충돌로 인한 부상자를 치료하기 위해 구급차도 급파됐지만 병원으로 이송된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결승전이 열리는 빌바오의 산마메스 경기장은 약 5만 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다. 스페인 당국은 이번 경기를 보기 위해 영국에서 이보다 훨씬 많은 8만 명이 입국할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 데일리메일이 “스페인 도시의 영국 식민지화”라고 표현할 정도로 산세바스티안, 빌바오 일대에 영국 축구 팬들이 넘쳐난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한국과 프랑스 정부가 내년 ‘조불수호통상조약’ 140주년을 앞두고 문화교류를 확대하기로 했다. 내년 파리 도서전에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여하고 아비뇽 페스티벌에서도 한국이 중점적으로 다뤄진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유인촌 장관과 라시다 다티 프랑스 문화부 장관이 20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문화부 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문화 분야 협력에 관한 의향서(LOI, Letter Of Intention)’를 체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에 체결한 문화협력의향서는 문화유산과 문화·예술 활동, 문화산업 등에서 구체적인 협력 범위와 분야를 명시했다. 1965년에 체결한 한불 문화기술협력 협정을 60년 만에 개정해 협력 분야를 넓혔다는 의미가 있다.양국은 내년 6월 4일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도 함께 준비한다. 수교 기념일 특별행사와 파리도서전 한국 주빈국 행사, 아비뇽 페스티벌 한국 포커스 행사 등이 열릴 예정이다. 프랑스 주요 지방자치단체 및 지방문화기관과 함께 투르, 낭트, 몽펠리에, 툴루즈 등 프랑스 주요 문화거점도시에서 한국문화축제도 마련된다.유 장관은 “최근 K팝과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등 한국 대중문화예술이 프랑스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어 협력할 분야가 많다”며 “문화협력의향서 체결을 계기로 양국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풍성한 문화교류 행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20일 스페인 산세바스티안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 같은 EPL팀 토트넘 훗스퍼(토트넘) 팬들이 충돌하며 난투극을 벌였다. 두 팀은 다음날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결승에서 맞붙는다. 토트넘의 주장은 손흥민(33)이다.현지 매체 ‘엘디아리오바스코’ 등에 따르면 20일 오후 9시 20분경 산세바스티안 도심에서 맨유와 토트넘 팬들이 충돌했다. 이들은 서로를 향해 고함을 지르고 욕설을 내뱉었다. 이 와중에 일부 팬들 간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면서 상황이 악화됐다. 흥분한 일부 팬들은 길가의 테라스 식당에서 가져온 컵, 쓰레기통 등 각종 물건들을 던지기도 했다. 곧 경찰이 대거 출동했고, 상황을 통제하면서 분위기가 진정됐다. 구급차도 충돌로 인한 부상자를 치료하기 위해 급파됐지만 병원으로 이송된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21일 결승전이 열리는 빌바오의 산마메스 경기장은 약 5만 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다. 다만 스페인 당국은 이번 경기를 보기 위해 영국에서 이보다 훨씬 많은 8만 명이 입국할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 데일리메일이 “스페인 도시의 영국 식민지화”라고 표현할 정도로 산세바스티안, 빌바오 일대에 영국 축구팬들이 넘쳐난다.현재 토트넘과 맨유는 모두 성적이 좋지 않다. 20일 기준 맨유는 EPL 1부 리그 20개 팀 중 16위, 토트넘은 17위다. EPL 역대 전적에선 맨유가 39승 14무 13패로 토트넘에 크게 앞서 있다. 다만 이번 시즌 EPL과 EFL컵 세 차례 경기에선 토트넘이 모두 이겼다. 두 팀에겐 이번 유로파리그 결승전이 부진한 성적을 만회하고 이른바 ‘권위있는 대회의 트로피’를 차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 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2시간 동안 통화한 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 종식을 향한 협상을 즉시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같은 날 푸틴 대통령은 통화 직후 성명에서 협상 시기에 대한 언급 없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위기(전쟁)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라며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즉시 협상’ 제안을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두 정상이 ‘알맹이 없는 통화’를 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간 자신이 직접 중재에 나서야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 및 종전 협상이 가능하다고 큰소리친 트럼프 대통령은 “진전이 있지 않으면 그냥 물러날 것”이라며 중재를 포기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시간 끌기에 나선 러시아를 향해 유럽이 추가 제재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싸고 푸틴 대통령에게 유리한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러 “근본 원인 제거돼야 협의”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푸틴 대통령과의 2시간(러시아 발표는 2시간 5분)에 걸친 통화가 매우 잘됐다고 믿는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휴전과, 더 중요한 전쟁 종식을 향한 협상을 즉시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관영 매체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통화 뒤 “매우 유익하고 매우 솔직했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평화협정의 윤곽을 그리는 각서를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적절한 합의에 도달하면 휴전할 수 있다”며 협상 시기를 언급하지 않았다. 또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보좌관은 두 정상 간 통화 뒤 성명에서 “러시아의 입장은 명백하다. 중요한 것은 위기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동안 러시아가 전쟁의 원인으로 지목한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등이 무산돼야 한다는 얘기다. 또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등 러시아 점령지의 영토 편입도 인정받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인디펜던트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곳은 우리 땅이고 우리는 우리 영토에서 군대를 철수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블룸버그 “트럼프, 푸틴에 승리 안겨줘”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 협상 중재를 포기할 수 있음을 내비치고 있다. 그는 19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다시 평화협정이 이뤄질 거 같지 않다면 물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레오 14세) 교황이 러시아-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에 참여한다고 해서 미국이 더 적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바티칸에서 (평화 협상을) 하는 게 대단할 것”이라며 교황이 중재하는 협상을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CNN방송은 “트럼프는 통화 직후 이미 분쟁에서 물러난 사람처럼 보였다”며 “마치 다른 누군가가 협상 중재를 이끌기를 바라는 것처럼 이야기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의 진전 가능성이 있어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선을 현행 배럴당 60달러에서 50달러로 낮춰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여기에 동참하지 않기로 한 것.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에서 철수하며 푸틴 대통령에게 승리를 안겨줬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재에서 발을 빼려는 건 당초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란 시각도 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우려하는 건 결실 없는 외교가 ‘조 바이든의 전쟁’을 ‘도널드 트럼프의 실패’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 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2시간 동안 전화 통화한 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 종식을 향한 협상을 즉시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같은 날 푸틴 대통령은 통화 직후 성명에서 협상 시기에 대한 언급 없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위기(전쟁)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라며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즉시 협상’ 제안을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두 정상이 ‘알맹이 없는 통화’를 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그간 자신이 직접 중재에 나서야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 및 종전 협상이 가능하다고 큰소리 친 트럼프 대통령은 “진전이 있지 않으면 그냥 물러날 것”이라며 중재를 포기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시간 끌기에 나선 러시아를 향해 유럽이 추가 제재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싸고 푸틴 대통령에게 유리한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러 “근본 원인 제거돼야 협의”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푸틴 대통령과의 2시간(러시아 발표는 2시간 5분)에 걸친 통화가 매우 잘됐다고 믿는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휴전과, 더 중요한 전쟁 종식을 향한 협상을 즉시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관영 매체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통화 뒤 “매우 유익하고 매우 솔직했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평화협정의 윤곽을 그리는 각서를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적절한 합의에 도달하면 휴전할 수 있다”며 협상 시기를 언급하지 않았다.또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보좌관은 두 정상 간 통화 뒤 성명에서 “러시아의 입장은 명백하다. 중요한 것은 위기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동안 러시아가 전쟁의 원인으로 지목한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등이 무산돼야 한다는 얘기다. 또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등 러시아 점령지의 영토 편입도 인정받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인디펜던트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곳은 우리 땅이고 우리는 우리 영토에서 군대를 철수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 블룸버그 “트럼프, 푸틴에 승리 안겨줘”트럼프 대통령은 종전 협상 중재를 포기할 수 있음을 내비치고 있다. 그는 19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다시 평화협정이 이뤄질 거 같지 않다면 물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레오 14세) 교황이 러시아-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에 참여한다고 해서 미국이 더 적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바티칸에서 (평화 협상을) 하는 게 대단할 것”이라며 교황이 중재하는 협상을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CNN방송은 “트럼프는 통화 직후 이미 분쟁에서 물러난 사람처럼 보였다”며 “마치 다른 누군가가 협상 중재를 이끌기를 바라는 것처럼 이야기했다”고 진단했다.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의 진전 가능성이 있어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선을 현행 배럴당 60달러에서 50달러로 낮춰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여기에 동참하지 않기로 한 것.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에서 철수하며 푸틴 대통령에게 승리를 안겨줬다”고 평가했다.트럼프 대통령이 중재에서 발을 빼려는 건 당초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란 시각도 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우려하는 건 결실 없는 외교가 ‘조 바이든의 전쟁’을 ‘도널드 트럼프의 실패’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 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한 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 종식을 향한 협상을 즉시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통화 뒤 성명을 통해 협상 시기에 대한 언급 없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위기(전쟁)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라며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정상회담 개최 등 구체적인 돌파구는 마련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푸틴 대통령과의 2시간(러시아 발표는 2시간 5분)에 걸친 통화가 매우 잘 됐다고 믿는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휴전과, 더 중요한 전쟁 종식을 향한 협상을 즉시 시작할 것”이라고 썼다. 이어 “그것을 위한 조건들은 두 나라 사이에서 협상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그들(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은 다른 누구도 알지 못할, 협상의 구체적 사항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는 이 재앙적인 ‘대학살’이 끝나면 미국과 대규모 무역을 하고 싶어 하며 나도 동의한다”라고 밝힌 뒤 “러시아에는 막대한 일자리와 부를 창출할 수 있는 엄청난 기회가 있다. 그 잠재력은 무한하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에 우크라이나와의 정상회담을 압박하면서 미국과의 무역 거래를 ‘당근’으로 제시한 셈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는 국가 재건 과정에서 무역의 큰 수혜자가 될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에도 협상에 성공할 경우 경제적 혜택을 강조했다.트럼프 대통령은 “교황이 대표하는 바티칸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협상 개최에 매우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고 소개한 뒤 “(협상을 위한) 절차를 시작하자”고 덧붙였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바티칸 평화회담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 이와 관련해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레오 14세 교황이 바티칸을 러시아-우크라이나 평화 회담 장소로 제안했다고 소개했다. 멜로니 총리는 이날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통화한 뒤 미국과 여러 유럽 지도자가 (레오 14세 교황의) 제안에 대해 화상 회의를 통해 논의했다”며 “교황이 바티칸에서 회담을 주최하겠다는 뜻을 밝힌 데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고 밝혔다.푸틴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 대해 “매우 유익하고 매우 솔직했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평화 협정의 윤곽을 그리는 각서를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성명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다양한 입장을 정의한 미래 평화 조약 각서에 협력할 준비가 됐다”며 “예를 들어 해결 원칙, 평화 협정 체결 시기 등 적절한 합의가 이뤄지면 일정 기간 휴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적절한 합의에 도달하면 휴전할 수 있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직접 회담했다는 것은 우리가 대체로 옳은 길을 가고 있다고 믿게 해줄 이유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다만 러시아 측이 기존처럼 전쟁의 근본 원인이 해결돼야 휴전할 수 있다고 버티고 있어 실제 협상이 속도를 내긴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보좌관은 두 정상의 통화 뒤 성명에서 “러시아의 입장은 명백하다. 중요한 것은 위기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푸틴 대통령이 꼽은 전쟁의 원인으로는 △우크라이나의 비나치화 및 비무장화 △점령지 편입을 통한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인 보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포기 등이 포함된다.우샤코프 보좌관은 또 이날 전화 통화에서 미러간 수감자 교환 문제도 논의됐다면서 각국에 수감된 시민을 9명씩 교환하는 방안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 동부시간 19일 오전 10시(한국 시간 19일 오후 11시) 통화를 갖고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18일 우크라이나 전역에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사상 최대 규모의 무인기(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푸틴 대통령 또한 협상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러시아를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은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대(對)러시아 제재 가능성을 거론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유럽 주요국 정상은 휴전 협상에 협조적이지 않은 러시아에 분노한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중재를 중단할까 우려해 18일 일제히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그를 설득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러, 드론 공격 vs 美, 제재 카드 만지작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공군은 현지 시간 18일 오전 8시 기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최소 273대의 드론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전쟁 발발 후 2년 3개월 만의 최대 규모 공격이다.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일대에서만 최소 1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BBC는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은 러시아가 서방을 위협하기 위해 중서부 스베르들롭스크 일대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가 핀란드 국경 일대에서 군사기지를 강화하고 있다고 19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7일 “이틀 후 푸틴 대통령과 통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 강도가 높아졌고 전쟁을 끝내겠다는 의사 또한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이런 러시아에 불만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제재를 강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루비오 장관은 18일 CBS 인터뷰에서 “(두 정상의 통화) 결과가 그다지 생산적이지 않다면 아마 다른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이라며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17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한 스투브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의 ‘시간 끌기 전략’에 인내심을 잃고 있다고 공개했다. 특히 미국 집권 공화당 중진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추진 중인 러시아 제재 법안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제기했다. 러시아산 원유, 천연가스, 우라늄 등을 구매한 국가들이 미국에 자국 제품을 수출할 때 ‘500% 관세’를 매긴다는 법안이다. 그레이엄 의원 측은 이 법안이 러시아에 ‘뼈가 으스러질 만큼의 고통(bone-crushing)’을 선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젤렌스키, 밴스-카니와 잇따라 회동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8일 바티칸에서 진행된 레오 14세 교황의 즉위 미사를 계기로 올 2월 말 공개 설전을 벌였던 J D 밴스 미국 부통령과 만났다. 두 사람은 이날 이탈리아 로마의 주이탈리아 미국 대사관저에서 약 40분간 회동했다. 두 사람은 올 2월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미-우크라이나 정상회담 당시 목소리를 높여 언쟁을 벌였지만 이날 러시아 제재 가능성, 휴전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하루 전 역시 로마에서 올 3월 집권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도 처음 회동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두 사람은 러시아의 ‘그림자 선단(러시아가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해 원유를 수출하기 위해 비밀리에 운영하는 선박)’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한편 2016년 국민투표로 유럽연합(EU) 탈퇴를 선택했던 영국은 19일 EU와의 관계 재설정을 위한 합의에 도달했다. 영국 총리실에 따르면 양측은 새 협정을 통해 식품 검역과 영국 국민의 EU 국가 출입국 간소화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영국이 1500억 유로 규모의 ‘유럽 재무장 계획’에 동참하는 등 방위 및 안보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로 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해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과 무역 관련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도 통화하겠다며 ‘중재 외교’를 재개할 의지를 드러냈다. 16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휴전 협상이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움직일 카드를 제시할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나는 월요일(19일) 오전 10시(한국 시간 오후 11시)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통화의 주제는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5000명 이상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군인을 죽이는 ‘대학살’을 끝내는 일과 무역”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또 “그런 뒤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여러 회원국과도 대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9일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전화 통화가 이뤄지면 올 1월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뒤 두 정상 간의 3번째 통화가 된다. 두 정상은 2월 12일 첫 통화를 가졌고, 3월 18일 두 번째 통화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30일간 에너지 인프라 공격 중단’을 협의했다. 이번 통화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협상단의 16일 이스탄불 회담이 진척을 보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에서 푸틴 대통령에게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직접 대화를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이스탄불 회담이 열리기 전에도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직접 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무역을 논의한다고 예고한 만큼 에너지 등 대러 경제 제재를 완화하거나 강화할 카드를 거론하며 휴전을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가운데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17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통화를 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즉각적인 휴전과 폭력 행위의 종식을 요구하고 있음을 강조했다고 미 국무부가 전했다. 한편 18일 즉위 미사를 치른 새 교황 레오 14세도 전쟁 중재에 적극적 모습을 보여 바티칸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휴전 협상이 열릴지 주목된다. 레오 14세 교황은 16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직접 회담이 큰 성과 없이 종료되자 바티칸을 양측의 휴전 협상 장소로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안사통신에 따르면 교황청의 최고 외교관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이날 “레오 14세 교황은 양측의 직접 만남을 위해 교황청과 바티칸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 역시 바티칸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편하게 올 수 있는 장소라면서 즉위 미사에서 대화가 촉진될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평화가 다스리는 새로운 세상을 위해 교회가 함께 걸어가야 합니다.”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 14세의 즉위 미사가 18일 오전(현지 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공식 거행됐다. J D 밴스 미국 부통령 등 세계 각국 주요 인사를 포함해 약 25만 명이 모여든 가운데, 교황은 “지금은 사랑을 위한 때”라며 세계 평화와 분쟁 종식을 촉구했다.바티칸뉴스 등에 따르면 레오 14세는 공식 미사에 앞서 교황 전용 의전 차량인 ‘포프모빌’을 타고 광장에 나타났다. 광장에 모인 인파는 “비바 일 파파(Viva il Papa·교황 만세)”를 외쳤으며, 교황은 미소를 지은 채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로이터통신은 “교황이 포프모빌을 두 번 멈춰 세운 뒤 아기 3명에게 축복을 내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레오 14세는 성 베드로 대성당에 도착한 뒤 중앙 제대 아래의 성 베드로 무덤에 경배를 올리며 미사를 시작했다. 추기경들을 따라 성 베드로 광장에 마련된 야외 제단에 올라 ‘팔리움’을 착용했다. 팔리움은 어깨에 걸치는 흰색 양털 띠로, 붉은 십자 문양은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의 다섯 상처를 뜻한다. 이어 교황의 사도적 임무를 상징하는 ‘어부의 반지’도 착용했다. 예수가 베드로에게 “내가 너를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라고 말한 데서 유래했다. 레오 14세는 결연한 표정으로 의식을 치르고 두 손 모아 기도한 뒤 환한 미소를 지었다. 교황은 이날 미사 강론에서 “그리스도인이 인류의 화합을 위한 누룩이 되는 교회를 세우자”며 “불화와 증오, 폭력, 편견 등으로 인한 두려움, 지구 자원을 착취하고 가장 가난한 이들을 소외시키는 경제 논리가 만든 상처를 우리는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에 애도를 표하며 “아무런 공로 없이 선출됐지만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형제로서 여러분에게 다가가겠다”고 했다. 교황은 또 “모두 함께 걸어야 한다. 작은 울타리 안에 갇혀 있지 말고, 세상에 대한 우월감을 느끼지도 말자”며 “모든 민족의 사회·종교적 문화 가치를 존중하며 서로 사랑하자”고 당부했다. 미사 마지막 삼종 기도에서도 “전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과 희생자들, 가난한 사람들을 기억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날 즉위 미사에는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등과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동생인 에드워드 왕자 등이 참석했다. 레오 14세의 주요 사목지였던 페루에선 디나 볼루아르테 대통령이 왔다. 미사 직전 밴스 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악수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한국 정부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이끄는 교황 즉위 경축 사절단이 미사에 참석했다. 염수정 추기경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사무국장 송영민 신부도 참석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휴전 협상에 불참할 뜻을 밝혔다. 이로써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을 위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3자 정상회담’은 불발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실무팀이 3년 만에 ‘대면 협상’에 나서는 상황이지만 휴전을 위한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는 힘들다는 분석이 많다. 크렘린궁은 14일 푸틴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보좌관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을 이스탄불 협상에 파견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푸틴 대통령 이름은 협상단 명단에 없었다. 푸틴 대통령이 참석하면 성사될 것으로 예상됐던 젤렌스키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과의 3자 정상회담 역시 자연스럽게 물 건너갔다. 메딘스키 보좌관은 2022년 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한 달 뒤 이스탄불에서 열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협상에서도 러시아 대표단 단장을 맡았다. 푸틴 대통령이 그를 다시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이번 협상이 3년 전 진행됐던 협상의 ‘재개’란 의미를 부각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 협상단에는 미하일 갈루진 외교차관, 알렉산드르 포민 국방차관, 이고리 코스튜코프 군사정보국(GRU) 국장도 대표단에 포함됐다. 푸틴 대통령이 긴 침묵 끝에 회담 전날 밤인 14일 오후 11시경에 대표단 명단을 공개한 점에 대해 전직 러시아 외교관 보리스 본다레프는 러시아 독립언론 모스크바타임스에 “동맹국들을 긴장하게 만들고, 막판에 결정을 바꿀 수 있는 의도적인 전술”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회담 시기를 두고도 이견을 보이며 기싸움을 하는 분위기다. 러시아 언론들은 회담일을 15일로 보도했지만, 우크라이나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에게 정상회담을 제안했던 젤렌스키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바람’을 맞은 꼴이 됐지만 일단 튀르키예로 출국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우크린포름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15일 튀르키예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중동 순방국인 카타르의 도하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회담에서) 무언가 일어난다면 16일 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사진)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15일 정상회담 참석을 압박한 데 대해 러시아가 “회담 대표단 발표는 나중에 하겠다”며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이 안 오면 러시아 측을 만나지 않겠다”고 했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유럽도 대(對)러시아 제재를 언급하며 압박에 동참했다.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3일 브리핑에서 이틀 뒤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리는 협상에서 누가 러시아를 대표하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이 (대표를 발표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할 때 즉시 발표할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11일 푸틴 대통령은 15일 이스탄불에서 우크라이나와 직접 대화할 것을 제안했다.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역제안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참석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를 순방 중이라 가까운 이스탄불로 날아가 3개국 정상회담에 참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다만, 크렘린궁이 이날 모호한 태도를 보인 만큼 3개국 정상회담이 열리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푸틴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국가 정상으로 인정하지 않은 데다 양측의 이견도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의 침묵이 길어지자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3일 정상 간 회동이 성사되지 않으면 아예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자문위원은 이날 현지 방송에 출연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주 이스탄불에서 푸틴 대통령을 제외한 다른 러시아 관료들과는 회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키이우인디펜던트가 전했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압박에 동참했다. 이날 저녁 TF1 방송에 출연해 러시아가 끝내 30일간 휴전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앞으로 며칠 내로 미국과 협조해 추가 제재를 가할 것”이라며 대러 금융·석유·가스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사진)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참석하길 바란다고 12일 밝혔다. 전날 그는 우크라이나에 직접 대화를 제안한 푸틴을 향해 15일 튀르키예에서 정상회담을 열자고 역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두 정상의 만남을 환영하며 자신도 참여할 수 있다고 밝히자 젤렌스키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3자 정상회담’을 제안한 것. 트럼프 대통령을 지렛대 삼아 자신의 정상회담 제안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푸틴 대통령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젤렌스키 대통령은 12일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튀르키예를 방문할 기회를 갖길 바란다”며 우크라이나, 러시아, 미국의 3자 정상회담을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가 도움이 되겠다 싶으면 (튀르키예로) 날아가겠다”고 밝힌 뒤 곧바로 3자 회담 카드를 제시한 것. 마침 트럼프 대통령은 13일부터 나흘 일정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3개국을 순방 중이다. 인근 국가인 튀르키예로 쉽게 향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일각에선 젤렌스키가 트럼프를 앞세워 푸틴 대통령을 향한 외교적 압박을 끌어올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전쟁으로 우크라이나 대선이 연기된 사실을 내세워 젤렌스키 대통령을 정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직접 대화를 제안하면서도 정상회담을 거론하지 않은 건 이런 배경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만약 두 정상이 만나면 푸틴 대통령이 자신의 기존 입장을 철회하는 것이 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을 튀르키예와 논의하면서도 푸틴 대통령의 참석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한편, 8일 새 교황에 선출된 레오 14세가 취임 직후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여하는 행보를 보여 주목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레오 14세 교황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러시아에 납치된 우크라이나 아동 문제와 서방이 지지하는 30일 휴전에 대해 논의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2일 새 교황과의 첫 대화가 “매우 따뜻하고 본질적이었다”며 “우리는 우리나라의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평화와 수감자 석방의 필요성에 대한 그의 말을 깊이 존중한다”고 말했다. 교황청은 두 사람이 통화를 한 사실은 확인했지만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FT는 “러시아에 중립적이었던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과 다른 행보”라고 평가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트럼프의 어머니는 스코틀랜드 출신이다. 스코틀랜드에서 유명한 턴베리 골프장도 소유하고 있다.”2022년 리즈 트러스 총리 내각에서 재무장관을 맡았던 콰지 콰르텡은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10일자 기고에서 “트럼프의 영국에 대한 애정은 여전하다”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뜬금없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어머니와 영국의 관계를 부각시킨 것.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8일(현지 시간) 영국과의 첫 무역 합의를 발표하자 나온 반응이다. 영국 정계는 이번 미국과 영국의 무역 합의를 큰 성과로 추켜세우며 흥분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행정부가 초고율 관세로 전 세계 국가들을 전방위적으로 공격하던 와중에 영국이 합의를 이뤄낸 ‘1호 국가’가 됐기 때문.영국 내에서도 합의에 대한 평가가 갈리긴 한다. 하지만 영국이 초강대국의 압박에 따른 불확실성을 신속하게 완화한 성과를 냈다는 게 중론이다. 해외 언론들은 영국이 까다롭던 트럼프 행정부를 설득한 비결에 주목하고 있다. ● “인질 협상에 가깝다” 비판도합의 내용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영국산 자동차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연간 10만 대에 한해 기존 25%에서 10%로 낮추기로 했다. 10%의 상호관세는 유지되지만 관세율을 낮춘 건 미국 수출이 중요한 자동차 업계엔 희소식이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영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도 조정할 방침이다. 대신 영국은 미국에 에탄올, 소고기, 농산물, 기계류 등의 시장을 개방하기로 했다.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 결과에 대해 “환상적이고 역사적”이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비판도 만만치 않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번 협상은 장기적으로 양측이 각자 이득이 되길 바라며 주고받는 ‘인질 협상’에 가깝다”며 “트럼프에게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받고 그 대가를 지불하고 나면 손가락 몇 개가 잘리고 아마도 큰 충격에 빠질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위스키, 연어, 자동차 등 모든 대미 수출품에 대한 관세는 10%로 유지된 점이 한계로 꼽힌다. 영국 영화 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외국 영화에 대한 관세 위협이 여전한 점도 문제다. 의약품에 대한 관세도 예상된다.● 숨은 전략가들의 ‘물밑 작전’시작이 미미하긴 하지만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도 있다. 협상에 성공한 비결을 두고 분석이 분분하다. 로이터통신은 “두 나라가 비교적 균형 잡힌 무역을 하고 있고, 영국이 다른 나라들처럼 관세로 (미국에) 보복하지 않았기 때문에 트럼프와 관세를 낮추는 첫 번째 협상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로이터통신은 스타머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 아첨한 점도 주효했다고 봤다. 올 2월 스타머 총리가 미국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에게 두 번째 국빈 방문을 요청하는 왕실의 초대장을 보낸 점이 대표적이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 집무실로 전화를 걸어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고 한다.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은 숨은 전략가들의 ‘물밑 작전’에 주목했다. 비밀 자문 회사 해클루이트의 전 대표인 바룬 찬드라 총리 고문이 숨은 주역으로 꼽힌다. 그는 하워드 루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과 정기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그는 영국 정부에서 공식적인 직책을 맡고 있지 않은 ‘비공식 라인’이다. 숨어 있던 40세의 그가 스타머 총리의 다우닝가에서 핵심 인물로 자리매김 했음을 잘 보여준다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이 매체는 “그는 노동당 정부는 거의 따라올 수 없는 기업 인맥을 자랑한다”고 소개했다.피터 맨델슨 주미 영국 대사 역시 토니 블레어 내각 때부터 갈고 닦은 유창한 언변과 외교로 기여 했다는 진단도 눈에 띈다. 폴리티코는 “그는 기업인들에게 미국에 무엇을 제공할 수 있는지 개인적으로 물었고, 호화로운 관저를 최대한 활용해 백악관 출입기자단에 세 차례의 파티를 열었다”고 전했다. ● ‘브렉시트’ 덕분?이번 합의 성공의 요인으로 돌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소환돼 주목을 끌었다. 2020년 브렉시트 이후 영국은 EU와의 교역 감소를 우려해 미국과 일찍이 무역 합의를 서둘러 왔던 참이었기 때문이다. 워낙 일찍이 협상 진도가 나갔던 덕에 미국으로서도 영국과 무역 성과를 내기가 편했던 것으로 보인다. 브렉시트로 여러 회원국의 이해관계가 얽힌 EU의 틀을 떠난 점도 주효했다는 주장도 있다. 영국이 독자적으로 가볍게 협상했기 때문에 빠른 합의를 이룰 수 있었다는 얘기다. 콰르텡 전 재무장관은 텔레그래프 기고에서 “영국이 (브렉시트로) 무역 정책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았기 때문에 협상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EU가 우리가 한 만큼 유리한 합의를 이룰 가능성은 낮고 오히려 더 나쁜 합의를 이룰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앞으로가 문제다. 지금까지는 손쉽게 협의를 이뤘지만, 더 높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언론 액시오스는 “영국과의 이번 협정은 ‘손쉬운 목표’였다”며 “다음 협상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에서 불거지는 경제 이슈가 부쩍 늘었습니다. 경제 분야 취재 경험과 유럽 특파원으로 접하는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 유럽 경제를 풀어드리겠습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사진)이 “15일 튀르키예에서 푸틴을 직접 기다리겠다”고 11일 밝혔다. 앞서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직접 대화를 제안한 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에 응할 것을 압박하자, 정상회담을 역제안한 것이다. 미국과 유럽의 압박으로 양국이 대화 공세를 벌이는 가운데, 휴전 여부조차 아직 합의되지 않아 종전까진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X에 “나는 목요일(15일) 튀르키예에서 푸틴을 기다리겠다. 직접”이라며 “이번에는 푸틴이 왜 못 오는지 핑계를 찾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휴전을 기다리고 있다”며 “완전하고 무조건적인 휴전, 외교에 필요한 기반을 제공할 만큼 충분히 오래 지속되는 휴전은 평화를 크게 앞당길 수 있다”고 했다. 본격적인 종전협상에 앞서 휴전이 선행돼야 한다는 자국과 유럽의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보다 앞서 같은 날 TV 생중계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당국에 15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지체 없이 협상을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푸틴은 “이번 회담에서 새로운 휴전에 합의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에 “우크라이나는 즉시 이에 동의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오전까지는 무조건적인 휴전이 이행돼야 러시아와 직접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 재개를 종용하자 일단 푸틴 대통령의 제안에 응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회담에 참여할지는 불투명하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X에 젤렌스키 대통령의 글을 공유하며 “진정한 지도자는 이렇게 행동한다. 그 누구나, 무엇 뒤에도 숨지 않는다”며 “러시아 측이 그런 용기의 한 조각이라도 갖고 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썼다. 만약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스탄불에서 15일 만나면 2019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분쟁을 중재하기 위해 독일, 프랑스 정상과 만난 이후 5년 5개월 만에 대면하게 된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말의 무장을 해제합시다. 그러면 세상의 무장 해제를 도울 수 있습니다.”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 14세가 12일(현지 시간) 바티칸의 바오로 6세 홀에서 언론인들을 만나 “모든 편견과 분노, 광신주의, 증오 등 말의 무장을 해제하자”라며 이같이 말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8일 선출된 이후 이날 처음 기자회견을 열었다. 10분간 연설한 그는 단상 아래로 내려가 언론인들과 악수를 하며 기념사진을 찍고 담소도 나눴다. 레오 14세 교황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평화를 지키는 소통 방식’을 강조했다. 그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공격적인 언어를 쓰지 않고, 경쟁적인 문화를 따르지 않아야 한다”며 “진실 추구와 사랑을 분리하지 않는 의사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언론의 보도 역시 인류애를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교황은 이어 “우리가 소통하는 방식은 근본적으로 중요하다”며 “우리는 말과 이미지의 전쟁에 ‘아니요’라고 말해야 한다. 전쟁이란 패러다임을 거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날에도 첫 부활 삼종기도를 집전하면서 “더 이상의 전쟁은 안 된다”며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등에서 전쟁을 멈춰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이날 레오 14세 교황은 진실을 취재하고 보도하다가 투옥된 언론인들의 석방을 촉구했다. 교황은 “그들의 고통은 국가와 국제사회의 양심에 도전하며, 표현의 자유와 언론 자유의 중요성을 세상에 일깨워준다”며 “개인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만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전 세계의 불평등과 빈곤이 주목을 받도록 언론이 최전선에 남아 줄 것도 부탁했다. 인공지능(AI) 시대에 대한 당부도 나왔다. 교황은 “AI의 막대한 잠재력은 모든 사람의 이익을 위해 사용돼 모든 인류에게 이로울 수 있어야 한다”며 책임과 분별력을 요구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교회가) 이 세상의 어두운 밤을 밝힐 수 있길.” 8일(현지 시간)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 14세가 전임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교황은 9일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서 추기경 대상으로 집전한 첫 미사와 다음 날 시노드홀에서 추기경들을 만난 자리에서 ‘교회의 충실한 관리자로서 평범한 사람들 편에 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시노드홀에선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긴 소중한 유산을 이어받자”며 1960년대 열린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단행된 주요 교회 개혁의 의지를 이어갈 것을 당부했다. 교회가 현대 사회의 문제와 고통에 응답해야 한다는 선언 등을 일컫는다. 교황은 자신을 “하느님과 형제들을 섬기는 겸손한 종일 뿐”이라고도 했다. 레오 14세를 교황명으로 택한 건 “레오 13세 교황을 계승한다는 뜻”이란 점도 분명히 했다. 레오 13세는 1891년 가톨릭교회 사상 최초로 ‘노동헌장’ 회칙을 반포해 현대 가톨릭 사회교리의 초석을 놓은 교황으로 평가받는다. 교황은 인공지능(AI)을 인류가 마주한 주요 숙제로도 지목했다. 그는 “오늘날 교회는 또 다른 산업혁명, 즉 AI의 발전에 직면했다”며 “인간의 존엄성과 정의, 노동을 보호하는 데 있어 새로운 도전을 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11일엔 교황 선출 이후 처음으로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전 발코니에서 주일 기도를 집전하고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등 전 세계에서 전쟁을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황은 “제3차 세계대전이 조각조각 벌어지고 있다”면서 “더 이상의 전쟁은 안 된다”고 했다.한편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사진)은 9일 바티칸 집무실에서 콘클라베에 참여한 경험을 공개했다. 그는 “영화 ‘콘클라베’ 같은 야합은 없었다”며 “선출 과정이 정치적 투쟁처럼 묘사되나, 실제로는 굉장히 형제적이고 아름다웠다”고 전했다. 유 추기경은 “교황과 업무 회의로 월 2회 이상 꾸준히 만나 왔다”며 “과거 방한했던 경험이 ‘좋았다’고 했다”고도 말했다. 레오 14세는 2002∼2010년 네 차례 한국을 방문했으며,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참석을 위해 다시 한국을 찾는다. 유 추기경은 콘클라베에서 교황이 선출되자 “모두가 일어나 박수치고 야단이 났다”고 전했다. 레오 14세가 성 베드로 대성전 ‘강복의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추기경들의 밝은 표정에 대해선 “(성 베드로 광장이) 휴대전화로 찍고 싶을 정도로 축제 분위기여서 (추기경들도) 신이 났다”고 설명했다. 레오 14세 교황의 즉위 미사는 18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거행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