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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해외로 유출된 산업기술이 100건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 건 중 한 건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국가핵심기술이었다. 정부는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과도한 기업 자율성 침해”라는 반대의 목소리도 나와 국회 통과에 난항이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6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전체 산업기술 해외 유출 적발 건수는 총 96건으로 집계됐다. 반도체에서의 기술 유출 적발 건수가 38건(39.6%)으로 가장 많았고 디스플레이(16건·16.7%), 자동차(9건·9.4%) 등이 뒤를 이었다. 유출된 기술 중 국가핵심기술이 33건으로 전체의 34%를 차지했다. 정부는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의 안전 보장과 국민 경제의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은 핵심기술로 지정해 특별 관리하고 있다. 지난해 1년간 적발된 반도체 기술 유출 건수만 15건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6년 이후 가장 많았다. 산업부 관계자는 “해외 기업이 국내에 기업을 설립한 뒤 인력을 고용해 기술을 얻거나 국내 기업을 인수한 뒤 기술을 해외로 유출하는 등 기술 유출 수법이 점점 지능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 유출이 늘면서 산업부는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국가핵심기술에 대한 유출 범죄 벌금을 현재 15억 원 이하에서 최대 65억 원 이하로 높이고 징벌적 손해배상 한도를 3배에서 5배로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9월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국회에 제출됐다. 산업부는 21대 국회 임기 안에 법안을 처리하고 올 하반기(7∼12월) 시행령 개정 등에 착수할 방침이다. 그러나 일부 조항을 두고 산업계 일각에서 반대하고 있다. 개정안은 외국인이 국내 기업을 인수합병할 경우 인수하려는 외국인이 인수되는 기업과 함께 신고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는 인수되는 국내 기업만 신고하면 되기 때문에 해당 조항이 외국인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핵심기술 판정 신청 통지제도 업계의 반발을 낳고 있다. 현재는 기업이 자신들이 보유한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해 달라고 신청해야 판정 절차가 시작되지만 통지제가 도입되면 정부가 기업에 국가핵심기술 보유 여부를 판정받도록 의무를 부여할 수 있다. 정부가 강제로 기술 관련 자료를 제출받는 과정에서 기업의 기술, 노하우 등이 공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부 관계자는 “(판정 신청 통지는) 수사기관 제보 등을 통해 기술 유출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기업에 한해 제한적으로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최근 10년간 서울을 떠난 사람들이 들어온 사람들보다 80만 명 넘게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을 떠나는 주된 이유는 주거였다. 반면 서울로 진입하는 데는 직업과 교육이 크게 작용했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서울에서 다른 시도로 전출한 인구는 547만2000명으로 전입 인구보다 86만1000명 많았다. 같은 기간 전입 입구보다 전출 인구가 더 많아 인구가 순유출된 10개 시도 중 가장 많은 숫자다. 전출 사유로는 ‘주택’이 174만1000명으로 전체의 31.8%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다른 지역에 집을 샀거나 하는 등의 이유로 서울을 떠난 경우가 많았단 의미다. 주택 때문에 서울로 전입한 인구는 97만2000명에 그쳤다. 10년 동안 주택이 76만9000명의 순유출을 유발한 셈으로, 서울에서 인구가 빠져나가는 가장 큰 원인이 집이었던 것이다. 서울의 높은 집값이 인구 유출을 초래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대로 ‘직업’은 다른 시도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주요 사유였다. 10년간 서울로 진입한 461만1000명 중 전입 사유가 직업인 사람은 164만1000명(35.6%)으로 가장 많았다. 직업은 29만4000명의 순유입을 유발했다. 순유입이 발생한 다른 요인은 ‘교육’이다. 교육을 이유로 전입한 사람은 44만6000명, 전출한 인구는 20만1000명으로 24만5000명이 순유입됐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지난달 반도체 수출이 1년 전보다 50% 넘게 늘어 6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대중(對中) 수출은 20개월 만에 반등했다. 이에 따라 전체 수출도 20개월 만에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달 수출 증가는 조업일수가 늘어난 영향이 커 조업일수가 다시 줄어드는 이달 수출은 상승세가 둔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1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1년 전보다 18.0% 증가한 546억9000만 달러(약 73조 원)로 나타났다. 수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건 2022년 5월(21.4%) 이후 20개월 만이다. 최근 수출은 4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증가하고 있다. 반도체 수출은 93억7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56.2% 늘면서 수출 증가를 이끌었다. 증가 폭으로는 2017년 12월(64.9%) 이후 73개월 만에 최대였다. 반도체는 주요 메모리 기업이 감산을 하면서 수급이 개선됐고, 중국·홍콩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생산기지국에 대한 수출이 회복되면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지난달 수출 증가는 지난해 1월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44.5% 감소해 60억 달러에 그쳤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한 면도 있다. 자동차 수출은 1년 전보다 24.8% 증가한 62억1000만 달러였다. 자동차는 미국 시장 내 국산 친환경차 판매가 늘어나는 등의 영향으로 19개월 연속 수출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대중 수출은 20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1월 한 달간 전년 대비 16.1% 늘어난 106억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품목별로는 지난달 1∼25일 기준 전년 동기 대비 반도체가 35.3%, 컴퓨터가 34.4% 늘었다. 미국 대상 수출은 6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1년 전보다 26.9% 늘어난 102억2000만 달러로 역대 1월 중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대중 수출 플러스 전환, 수출 플러스, 무역수지 흑자, 반도체 수출 플러스 등 수출 회복의 네 가지 퍼즐이 맞춰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지난달 수출은 조업일수가 늘어난 영향도 컸다. 지난달 조업일수는 24일로 1년 전보다 2.5일 늘었다. 지난해 1월이었던 설 연휴가 올해 2월로 늦어진 데 따른 것이다. 조업일수 영향을 배제한 일 평균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5.7% 늘어 전체 수출 증가율(18.0%)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이달은 전년 대비 조업일수가 1.5일 줄어든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도 이달 중 끼어 있어 대중 수출도 상당 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지난해 한국 서비스업 수출이 4개 분기 연속 줄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장 기간 감소세를 이어갔다.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세계적으로 서비스 교역이 늘고 있지만 한국은 오히려 뒷걸음질 친 셈이다. 29일 OECD 무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7∼9월) 한국의 서비스 수출액은 300억1100만 달러(약 40조 원)로 전년보다 7.7% 감소했다. OECD 39개 회원국의 평균 서비스 수출액이 1년 새 9.7%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감소 폭도 덴마크(―20.0%)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한국의 서비스 수출액은 2022년 4분기(10∼12월)에 5.8% 감소한 것을 시작으로 4개 분기 연속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긴 기간 감소한 것으로, 4개 분기 연속 서비스 수출이 감소한 국가는 한국과 이스라엘뿐이다. 지난해 말부터 반도체를 중심으로 제조업 수출이 회복 중이지만 서비스 수출이 부진한 데는 서비스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낮은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의 서비스 수출 규모는 세계 15위 수준이다. 반도체 등 상품 수출이 세계 6위 수준인 데 비해 순위가 낮다. 지난해 3분기 한국의 서비스 수출 비중은 15.8%로 주요 7개국(G7·29.9%)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한국이 경쟁력이 있는 분야로 꼽히는 해운 등 운수 서비스도 해운 업황 부진으로 약세를 보였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최근 공화당 경선에서 승리를 거듭함에 따라 그가 재집권할 경우 한국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미(對美) 수출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인 관세율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한국 기업에 상당한 타격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28일 산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 시 평균 3% 수준인 미국의 관세율을 10%까지 높이는 ‘보편적 기본관세’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미국 무역 적자의 원인이 낮은 관세율로 값싸게 들어오는 해외 제품 때문이라는 인식에서 나온 것이다. 트럼프 캠프는 지난해 7월 “조 바이든 행정부의 1조 달러 가까운 적자의 원인은 유럽, 일본, 멕시코, 캐나다, 한국에서 온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이라며 한국을 거론하기도 했다. 한국의 대외 수출은 미중 무역전쟁 영향으로 중국 수출이 줄면서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미국과의 교역에서 445억 달러(약 60조 원)의 흑자를 냈다. 이로써 미국은 지난해 한국의 최대 무역수지 흑자 대상국이 됐는데, 이는 2002년 이후 21년 만이다. 반면 대중(對中) 무역수지는 180억 달러 적자였다. 중국을 상대로 적자가 난 건 1992년 수교 이후 31년 만에 처음이다. 산업계 안팎에선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관세장벽이 높아지면 국내 수출기업의 매출이 감소해 경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과거 트럼프 대통령 집권 당시 중국에 대한 관세를 높이면서 세계 교역이 전반적으로 상당히 침체했다”며 “미국이 강도 높은 관세 정책을 편다면 한국 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짓는 등 직접 투자를 늘려야 하는데, 이러면 국내에 유입될 고용이나 세금이 미국으로 넘어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시 바이든 정부의 핵심 정책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폐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기차 등 친환경 산업에 보조금 및 세제 혜택을 지급하는 것이 IRA의 핵심인데, 트럼프의 구상대로 전기차 보조금이 축소될 경우 미국 시장에 전기차와 배터리 등 부품을 수출하는 한국 자동차 및 배터리 기업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지난해 12월 보고서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그동안의 전기차 및 배터리 관련 정책이 모두 폐기될 가능성마저 거론되고 있어 이를 주요 변수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정부가 설 명절을 맞아 한우를 최대 반값까지 깎아주는 행사를 진행한다. 28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전국한우협회, 한우자조금 등과 함께 29일부터 다음 달 9일까지 12일 동안 농협 하나로마트, 홈플러스 등 마트를 포함한 전국 온·오프라인 29개 업체, 1885개 매장에서 한우 할인판매 행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에선 평소의 30∼50%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한우를 구매할 수 있다. 1등급 등심은 100g당 6450∼8180원에 판매된다. 이 밖에 1등급 양지는 4620원 이하, 1등급 불고기·국거리류는 3020원 이하 수준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의 부담은 낮추고, 최근 산지 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한우 농가엔 소비 촉진을 통해 도움을 주고자 준비한 행사”라고 설명했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해상 운임비 상승으로 부담이 커진 중소기업들의 수출 지원을 위해 정부가 물류비 지원 한도를 늘리고 선복(배의 화물칸)도 확대하기로 했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5일 제4차 수출 비상대책반 회의를 열고 수출입 물류 현황을 점검하고 향후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정부는 우선 1단계 조치로 현재 2000만 원인 수출바우처 내 물류비 지원 한도를 3000만 원으로 즉시 상향하기로 했다. 수출바우처는 중소기업 등이 수출 사업을 할 때 물류, 마케팅, 컨설팅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지원금이다. 또 KOTRA의 미주·유럽향(向) 중소기업 전용 선복도 40% 이상 확대한다. 최근 미국과 영국의 예멘 후티 반군 공습 등 중동 지역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해상 운임비가 한 달여 만에 2배 이상 오르는 등 기업들의 부담이 커진 데 따른 조치다. 국제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해 12월 15일 1093.5포인트에서 이달 19일 2239.6포인트로 뛰었다. 운임비가 추가 상승할 경우 2단계 조치로 31억 원 규모의 하반기(7∼12월) 지원분 수출바우처를 시기를 앞당겨 투입한다. 물류 차질이 장기화해 운임비가 과도하게 늘어나면 3단계 비상 조치로 추가 물류비 지원 확대 방안을 관계 부처와 협의할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물류 운송이 지연되고 운임이 늘고 있지만 선적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석유와 가스 등 에너지 도입도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앞으로 장기 주택담보대출을 갈아탈 때 신규 대출금을 받아 기존 은행에 상환해도 이자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기존에는 은행이 직접 상환하는 경우에만 소득공제가 가능했다. 또 국내에서 제작비를 80% 이상 지출하는 영상 제작사는 최대 30%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기획재정부는 23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3년 세법 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정안은 대부분 지난해 7월 발표된 세법 개정안과 올해 1월 나온 경제정책방향에 담긴 세제 변화 내용을 구체화한 것이다. 정부는 우선 주담대를 갈아탈 때 이자 상환액을 소득공제 받을 수 있는 요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올해 1월 이후 자신의 계좌로 들어온 신규 대출금으로 기존 주담대 잔액을 상환한 경우 올해 연말정산을 할 때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지금까진 금융기관 간 거래로 잔액을 상환하는 경우에만 소득공제가 가능했다. 일부 인터넷은행에선 은행 간 상환이 되지 않는 점을 반영해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이자 소득공제 대상이 되는 주택 가액도 ‘6억 원 이하’로 5년 만에 1억 원 상향된다. 주택연금을 받을 때마다 발생하는 이자 비용에 대해 소득공제를 해주는 집값 기준도 기준시가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높아진다. 아이를 3명 이상 기르는 다자녀 가구는 기본적으로 자동차를 살 때 300만 원까지 개별소비세가 면제된다. 정부는 이에 더해 자녀가 취학, 질병 등의 이유로 함께 살지 않더라도 이러한 혜택을 적용하기로 했다. 또 제작비를 국내에서 80% 이상 쓴 영상콘텐츠 제작사는 최대 30%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영상콘텐츠 제작비의 세액공제율을 최대 15%로 높였는데, 여기다 4개 이상의 요건을 충족하면 추가로 15%포인트를 더 공제해 주기로 했다. 방위산업, 원자력발전 등 핵심 기술 투자를 촉진하는 방안도 담겼다. 최대 40%까지 세액공제를 받는 신성장·원천기술에 방위산업 분야가 신설됐다. 추진체계, 군사위성체계, 유무인복합체계 기술 등이 포함된다. 또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에 발맞춰 대형 원전 제조 기술도 신성장·원천기술 중 에너지·환경 분야에 포함됐다. 부가가치세(부가세) 간이과세자 기준 상향 범위는 이번 시행령 개정에 포함되지 않았다. 앞서 기재부는 올해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적용되는 부가세 간이과세 기준을 현행 연 매출 8000만 원에서 높이기로 했다. 간이과세 대상은 부가세율이 1.5∼4.0%로 일반과세자(10%)보다 낮게 적용받는다. 시행령으로 높일 수 있는 간이과세 기준은 최대 1억400만 원이다.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예상되는 세수 감소는 1000억 원에서 2000억 원 사이로 추산된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대부분의 세수 효과는 지난해 정기국회 세법 개정 단계에서 반영돼 추가 세수 감소가 많이 발생하진 않는다”고 말했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간부들이 솔선수범해 먼저 컴퓨터를 끄고 퇴근해 주시기 바랍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은 최근 기재부 직원 모두에게 이 같은 단체 쪽지를 보냈습니다. 오후 4시에 퇴근하는 유연근무일이니 간부들부터 모범을 보여 일찍 퇴근하라는 내용인데요. 기재부는 매월 둘째, 넷째 주 금요일을 공식 유연근무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주중에 추가로 일하고 한 달에 2번 금요일에 2시간 일찍 퇴근하는 자체 규정입니다. 하지만 국·과장급 이상 간부들이 늦게 퇴근할 때는 직원들이 눈치를 보느라 먼저 일어나기가 어려웠다고 합니다. 이걸 전해 들은 최 부총리가 메시지를 낸 겁니다. 이달 취임한 최 부총리는 형식보다 효율을 중시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간 매주 일요일 열리던 정책점검간부회의 날짜를 금요일로 옮긴 것이 대표적입니다. 부총리와 1, 2차관 등 고위급 간부들이 경제 현안을 논하는 회의인데, 그동안은 일요일에 열려 기재부 직원 상당수가 일상적으로 주말 근무를 했습니다. 회의 안건을 준비하기 위해 토요일에 출근하거나 회의 결과에 따라 월요일 아침까지 제출할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일요일 저녁 일정을 취소하는 일이 잦았다고 합니다. 이 회의 시간이 금요일 아침으로 바뀌면서 기재부 직원들 사이에선 “주말에 연락 걱정 없이 편히 쉴 수 있게 됐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22일 기재부 익명 게시판인 ‘공감소통’에는 “(금요일로 회의를 옮기는 게) 누구 아이디어였는지 모르지만 생각해준 분께 감사하고, 채택해준 부총리께도 감사하다”는 글이 올라와 많은 추천을 받기도 했습니다. 최 부총리는 또 최근 간부회의에서 “(나에 대한) 형식적인 의전은 그만하고 실질적인 성과에 집중하라”고 했다고 합니다. 이를 두고 기재부 내 젊은 사무관들 사이에선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부 안팎에선 높은 업무 강도와 경직된 조직 문화 때문에 젊은 사무관들이 기재부를 기피한다는 말이 벌써 수년째 나오고 있습니다. 한 기재부 사무관은 “업무 효율화가 계속돼 동료들이 떠나는 일이 줄어들기를 바란다”고 전했습니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기획재정부 가족 여러분,오늘은 직원들이 4시 퇴근하는 날이라고 알고 있습니다.하고 있는 업무는 신속히 마무리하고 불필요한 업무는 과감히 생략해서, 여러분의 귀중한 시간을 보다 더 가치 있는 일에 쓸 수 있어야 합니다.특히, 간부들이 솔선수범하여 먼저 컴퓨터를 끄고 퇴근해 주시기 바랍니다.가족, 친구들과 뜻깊은 시간을 보내면서 충분히 에너지를 충전하여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합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12일 기재부 직원 모두에게 이 같은 단체 쪽지를 보냈습니다. 오후 4시에 일찍 퇴근하는 유연근무일이니 간부들부터 모범을 보여 일찍 퇴근하라는 내용인데요.기재부는 공식 유연근무일로 매월 둘째, 넷째 주 금요일을 택하고 있습니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정(10조)에 근거해 공무원들은 근무 시간을 일부 조정해 일할 수 있습니다. 기재부는 월~목요일에 일부 추가 근무를 하고 한 달에 2번 금요일에 2시간 일찍 퇴근하도록 하는 자체 규정을 운영 중입니다.하지만 윗사람 눈치 때문에 실제로 일찍 들어가기는 어려울 때가 있었다고 합니다. ‘유연근무일은 초과 근무를 2시간 일찍 찍는 날’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고 하죠. 최 부총리는 직원들이 일찍 퇴근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준 셈입니다. 한 90년대생 사무관은 “금요일에 일이 없을 때 눈치 안 보고 퇴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 셈이라 만족스럽다”고 평했습니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그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항상 강조해왔지만 잘 지켜지지 않았다”며 “부총리가 단체 쪽지를 보낸 것이 암묵적으로 일찍 퇴근할 수 있는 ‘명분’이 된 분위기”라고 했습니다.정기 간부회의 날짜 옮겨 주말 근무 최소화이달 취임한 최 부총리는 근무 시간보다는 효율을 중시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간 매주 일요일 열리던 정책점검간부회의 날짜를 금요일로 옮긴 것이 대표적입니다. 정책점검간부회의는 매주 부총리와 1·2차관, 1급(실장·차관보 등), 국별 정책국장까지 모여 경제 현안을 논하는 회의입니다. 그동안은 이 회의가 일요일에 열리는 바람에 기재부 내 상당수 직원이 일상적으로 주말 근무를 해야 했다고 합니다. 일요일 회의 안건을 준비하기 위해 각 국별 사무관이 최소 1명 이상 토요일에 출근해야 했고, 회의 결과에 따라 월요일 아침까지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일요일 저녁 일정을 취소하는 일도 잦았다는 겁니다. 한 사무관은 “일요일 회의에서 무슨 내용이 나올지 몰라 주말에도 항상 온콜(on-call·연락 대기) 상태여야 한다는 게 가장 큰 스트레스였다”고 했습니다.이 회의 시간이 금요일 아침으로 바뀌면서 많은 게 달라졌다는 게 기재부 직원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회의 자료를 평일 근무 시간에 준비할 수 있고, 회의 결과에 따른 보고서도 금요일 오후에 작성하고 퇴근하면 되니 주말에 연락 걱정 없이 편하게 쉴 수 있다는 겁니다. 22일 기재부 익명 게시판인 ‘공감소통’에는 “(금요일로 회의를 옮기는 것이) 누구 아이디어였는지 모르지만 생각해준 분께 감사하고, 채택해준 부총리께도 감사하다”며 “급한 일이 있으면 당연히 주말에도 일하는 게 맞지만 정기 회의가 일요일이라 불필요한 주말 근무가 많았다”는 글이 올라와 많은 공감을 얻기도 했습니다.간부회의서 “형식적 의전 말고 실적” 강조불필요한 업무를 줄여주는 만큼 ‘성과를 내라’는 압박도 상당하다는데요. 최근 간부회의에서 최 부총리는 “(나에 대한) 형식적인 의전은 그만하고 실질적인 성과에 집중하라”는 메시지를 냈다고 합니다. 이를 두고 기재부 간부들 사이에선 ‘야근하라는 것보다 오히려 더 무서운 이야기’라는 말도 나옵니다. 기재부 근무 시절 꼼꼼한 일 처리로 유명했던 최 부총리인 만큼 ‘성과를 내라’는 주문이 간부들로선 상당한 압박이라는 겁니다.기재부가 위치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은 ‘불이 꺼지지 않는 건물’로 유명합니다. 예산, 세제를 비롯해 경제정책 전반을 운영하는 기재부는 정부부처 중에서도 가장 바쁜 곳으로 꼽힙니다. 그만큼 야근과 주말 근무도 많은데요. 이 때문에 워라밸을 중시하는 젊은 사무관들이 기재부를 기피한다는 얘기는 벌써 수 년 째 돌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 부총리의 ‘형식보단 실적’ 메시지는 2030 사무관들 사이에선 일단 환영받는 분위깁니다.야근, 주말 근무를 해야 제대로 일하는 거라는 분위기 때문에 힘들어하는 동료들이 많았어요. 최근 저연차 사무관들이 로스쿨, 사기업 등 다른 진로를 찾아 떠난 것도 이런 분위기 영향이 컸고요. 부총리께서 앞으로도 효율적인 업무 환경을 만드는 데 힘써주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기재부 A 사무관)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앞으로 대형마트도 매주 일요일 문을 열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정부가 추진한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은 전면 폐지해 소비자들이 휴대전화를 살 때 더 많은 지원금을 받도록 할 계획이다. 다만 이를 위해선 국회에서 법 개정을 거쳐야 하는데 야당이 부정적이라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는 22일 서울 동대문구 홍릉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다섯 번째 민생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생활규제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원칙을 없애기로 했다. 그간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대형마트가 월 2회 공휴일에 쉬도록 했지만, 평일에 장보기가 어려운 1인 가구, 맞벌이 부부 등 국민 불편이 커 이를 개선하기로 했다. 2014년 도입된 단통법도 전면 폐지한다. 단통법은 이동통신사업자들의 소모적인 보조금 경쟁을 막기 위해 도입됐지만, 이로 인해 통신 3사의 보조금 차별화 경쟁이 사라져 소비자 후생이 감소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정부는 단통법을 폐지해 이통사 간 지원금 경쟁을 촉진하고 휴대전화 구입비 부담을 완화할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단통법 폐지 이전이라도 사업자 간 마케팅 경쟁 활성화를 통해 단말기 가격이 실질적으로 인하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또 신생 콘텐츠로 인정받고 있는 웹툰, 웹소설 등에는 기존의 도서정가제를 적용하지 않고, 현재 15%로 제한돼 있는 도서가격 할인율은 지역 영세서점의 경우 더 유연하게 하는 제도를 추진할 예정이다.대형마트 ‘휴업 규제’ 12년만에 푼다지만… 野 반대부터 넘어야 정부, 의무휴업-배송제한 폐지 추진전통시장 활성화 명목 시작했지만… 온라인 성장으로 시장 114곳 줄어소비자 “편의 개선” 업계 “윈윈” 환영… 野 “선거앞 대형마트 편드는꼴” 신중 정부가 폐지를 추진하기로 한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제도는 유통업계에서 가장 반발이 컸던 규제 중 하나다. 전통시장 등의 소상공인들을 위해 만들었지만 시행 12년간 규제 효과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의문부호가 달렸다. 주말을 이용해 장을 보는 소비자들만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비판도 제기돼 왔다. 다만 22일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공개된 개혁안은 대형마트 규제의 필요성을 꾸준히 주장해 온 야당의 반대부터 넘어야 한다. 특히 의무휴업을 아예 폐지하는 것은 국회 일부에서 논의되던 ‘주말 대신 평일 휴업’보다 한 스텝 더 나간 것이어서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대형마트 규제했는데 전통시장도 줄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는 2012년 지역 전통시장 및 전통상점가 보호를 명목으로 시작됐다. 2021년 말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통과된 후 각 지방자치단체는 이듬해 초 잇달아 대규모 점포의 의무휴업일을 정하는 조례 개정안을 공표했다. 대형마트로만 한정하면 그해 4월 22일 서울 강동구, 전북 전주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 첫 휴점에 들어갔고, 이후 전국으로 확산됐다. 한 달에 두 차례 의무휴업일로 지정된 것은 물론이고 영업시간 외 온라인 배송도 금지됐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대형마트 규제가 전통시장 활성화로 이어지진 않았다. 주말에 마트에 가기 어려워진 소비자들 상당수가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물건을 구입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39조1000억 원이던 대형마트 매출은 2022년 34조7739억 원까지 11.1% 감소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집계 결과 같은 기간 전국 전통시장 수도 1502개에서 1388개로 114개(7.6%) 줄었다. 이 기간 온라인 유통 매출은 38조4978억 원에서 209조8790억 원으로 무려 5.5배로 급증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대형마트 대 전통시장’ 구도에서 만들어진 의무휴업 제도는 온라인이 성장한 오늘날 실효성이 없어졌다”고 했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10년 묵은 대형마트 영업 규제를 현실에 맞게 손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 업계 ‘반색’… 야당 반대 넘어야 시행 소비자들도 반기는 모양새다. 특히 새벽배송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지역에선 대형마트 영업 제한 시간 온라인 배송 허용으로 인한 서비스 확대를 기대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김모 씨(28)는 “주말에 장을 봐야 하는 직장인 입장에서 의무휴업일이 아닌 날을 골라 찾는 것도 일이었다”며 “소비자 편의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가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6.4%가 대형마트 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소비자 편익과 주변 상권 활성화 측면에서 ‘윈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규제를 걷어내기 위한 법 개정이 빨리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관계자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는) 신중을 기해야 할 사안”이라며 “일부 소비자 편익은 있지만 소상공인들은 유지를 원하는 의견도 많은데, 선거를 앞두고 대형마트 입장만 들어준 꼴”이라고 했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21대 국회에서만 10건 안팎이 발의됐다. 그러나 상임위조차 통화하지 못하면서 모두 폐기될 상황에 놓였다. 의무휴업일 온라인 배송 허용 역시 2022년 정부가 주도해 대형마트 및 소상공인들과 합의를 했음에도 법 개정에 실패해 무산됐다. 정부는 “확정된 개선 방안을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국회와 긴밀히 협조해 나갈 것”이라며 추진 의지를 밝혔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정부가 잇달아 감세 정책을 내놓으면서 내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3%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 정부가 재정적자를 GDP의 3% 이내로 묶는 재정준칙 도입을 국정과제로 삼고 있으면서도 4년 연속으로 그 기준을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건전재정’을 추구한다면서도 스스로 원칙을 깨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세 정책에 재정적자 3% 웃돌 가능성 ↑ 21일 정부 등에 따르면 내년 재정적자가 정부 예상보다 2조5000억 원가량 더 늘면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3%를 초과하게 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국회에 제출한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2025년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72조2000억 원으로 추산해 GDP 대비 2.9% 수준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잠재성장률 등을 바탕으로 2025년 GDP를 약 2490조 원으로 추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리재정수지는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에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 수지를 제외한 값으로 실질적인 나라 살림 상태를 보여준다. 그러나 최근 한 달 동안 정부가 내놓은 정책들로 내년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세수는 이미 2조5000억 원을 넘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로 줄어드는 세수만 내년에 8000억 원이고, 시설투자 임시투자세액공제 1년 연장으로 줄어드는 세금은 1조5000억 원이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혜택 확대로는 최대 3000억 원의 세수가 감소한다. 윤석열 정부가 120대 국정 과제 중 5번째로 추진을 약속한 재정준칙 기준을 내년에도 지킬 수 없다는 의미다. 재정준칙은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GDP의 3% 이내로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윤 정부 출범 이후 법제화를 추진해 왔지만 재정준칙 도입을 담은 법안은 2022년 9월부터 국회에 계류 중이다. 2023년에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선심성 세수 감소책 늘리면 재정준칙 못 지켜” 윤 정부는 재정준칙 도입을 추진하면서도 한 번도 3% 기준을 지키지 못했다. 윤 정부가 출범한 2022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GDP 대비 5.4%였다. 소상공인 지원 등을 위해 62조 원의 추가경정예산이 편성된 영향이 컸다. 지난해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8월 전망 때만 해도 GDP 대비 2.6%로 재정준칙 기준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하반기(7∼12월) 적자 규모가 커지면서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지난해 11월까지 누적 관리재정수지는 64조9000억 원 적자로 정부 예상치(58조2000억 원 적자)를 크게 넘어섰다. 올해 4월 발표될 연간 결산에서 연간 적자가 11월 누계보다 2조 원 이상 늘어난다면 GDP 대비 3%를 넘어서게 된다. 최근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2월 들어 한 달 전보다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2021, 2022년 12월 한 달 새 각각 13조5000억 원, 19조 원 늘었다. 올해 역시 관리재정수지 예상치는 91조6000억 원 적자로 GDP 대비 3.9%로 전망된다. 정부는 최근 수출 회복세 등 경기가 일부 회복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세수 증가로 이어지기에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올해도 재정준칙 기준을 맞추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려면 지출을 줄이는 동시에 수입도 확충을 해야 하는데 선심성 세수 감소 정책을 늘리면 결국 재정준칙을 지킬 수 없게 된다”며 “올해 경제정책방향에만 세수 감소 정책이 30개 가까이 들어가 있어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지난해 한국 수출에서 정보기술(IT)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밑돌며 3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21일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스마트폰 등 IT 제품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1%(1080억 달러·약 144조4500억 원)였다. 1993년(16.5%) 이후 3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IT 수출 비중이 20% 밑으로 떨어진 것도 1994년(18.8%) 이후 29년 만이다. IT 수출 비중은 2000년 32%로 정점을 찍은 뒤 20%대 후반∼30%대 초반을 유지하다 최근 2년 새 9.1%포인트 급감했다. 반도체 수출 부진이 IT 수출 비중 감소로 이어졌다. 세계적으로 반도체 시장 상황이 나빠지며 단가가 줄어드는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한국 반도체 수출은 1년 전보다 23.7% 감소했다. 디스플레이와 스마트폰 등 무선통신기기 수출도 각각 12%, 10.2% 줄었다. 반면 경공업 수출 비중은 29.8%(1886억 달러)로 1993년(30.3%) 이후 가장 높았다. 화장품과 라면, 김치 등 가공식품 수출 증가가 경공업 수출 비중 증가를 이끌었다. 특히 화장품, 비누, 치약 상품군 수출은 85억 달러로 전년보다 6.4% 늘었다. 지난해 김치 수출액도 1억6000만 달러로 10.5% 증가했다. 지난해 김치 수출량은 4만4000t으로 역대 최대치를 다시 썼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정부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폐지하더라도 증권거래세를 예정대로 내리기로 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적용되는 비과세 한도는 대폭 올린다. 또 상장 기업의 가업승계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상속세를 완화하는 방안도 시사했다. 정부가 최근 들어 세금과 전기요금, 은행 이자 등을 깎아주는 대책들을 수시로 발표하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대책을 쏟아낸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를 주제로 열린 민생 토론회에 참석해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예금, 펀드 등 여러 금융상품을 한데 담아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ISA의 가입 한도와 비과세 혜택을 두 배 이상으로 늘린다. 또 2025년 도입 예정이었던 금투세 폐지 방침을 공식화하면서도, 금투세 도입을 전제로 단계적으로 인하해온 증권거래세는 내년까지 0.15%로 계속 내린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1일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을 완화하는 것을 시작으로 이달 17일까지 한 달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총 20여 건의 감세와 현금성 지원, 규제완화 대책을 발표했다. 굵직한 대책들을 발표한 일수만 따져도 거의 사흘에 한 번꼴이다. 대책의 상당 부분은 새해 경제정책방향 등 이미 예정된 ‘채널’이 아닌 고위급 당정협의나 대통령 참석 행사 같은 임시·일시적 성격의 행사에서 발표됐다. 이 중에는 금투세 폐지나 양도세 대주주 기준 완화 등 정부가 추진 사실을 부인했다가 며칠 안에 기류가 급변해 ‘깜짝’ 발표한 대책도 적지 않다. 한 달 새 발표된 대책들의 소요 재원은 이미 구체적으로 추산된 것만 10조 원 이상으로 분석된다. 아직 세수 감소 규모가 추산되지 않은 항목을 더하면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발표된 대책의 절반 이상은 향후 국회에서 관련법의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직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17일 브리핑에서 “건전 재정을 내세우며 국민을 위한 예산을 꽁꽁 잠그더니, 총선이 다가오자 ‘돈 퍼주기’ 정부로 돌변했다”며 “국가 재정이 어찌 되든 총선만 이기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아니고서는 이렇게 마구잡이로 돈을 풀겠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의 민생 대책에 대해 총선용 선심성 공약이라는 야당의 비판은 ‘어거지(억지) 비판’”이라며 “선거를 앞두고 있으면 정부가 아무 일도 하지 말라는 것인가”라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도 공매도 금지 조치 등이 ‘총선용 선심성 정책’이라는 야당의 비판에 대해 “총선용 일시적인 금지 조치가 아니다”고 말했다.금투세 폐지-건보료 감면 등 최소 10조… “재원대책은 안보여” [총선앞 선심 대책 논란]정부, 한달새 20건 ‘감세-현금성 지원’금투세-증권거래세 年3조 稅 축소… 건보-전기료 감면 등도 잇달아 발표전문가 “기존 건전재정 기조에 역행”… 절반은 법개정 필요 현실성 논란 총선을 3개월 앞두고 대통령실과 정부가 감세를 중심으로 하는 민생 정책들을 사흘에 한 번꼴로 내놓고 있지만 재원 대책과 실현 가능성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한 달 동안 이어진 정책들로 세수만 최소 6조 원 넘게 줄어드는 데다 민간에서 투입되는 자금까지 합치면 소요 재원은 10조 원에 육박한다. 주요 정책들이 현실화되기 위해선 법률 개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국회 문턱을 넘으려면 야당의 협조도 필수적이다.● 한 달 새 발표 대책, 재원만 최소 10조 원 17일 열린 네 번째 민생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밝힌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혜택 확대, 증권거래세 인하 유지만으로 줄어드는 세금은 연간 3조7000억 원이 넘는다. 내년 시행 예정이었던 금투세가 없어지면 1년에 1조5000억 원의 세수가 사라진다. ISA 비과세 혜택 확대로 줄어드는 세수만 최대 3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미 지난해부터 단계적으로 낮춰지고 있는 증권거래세로 덜 걷히는 세금은 연평균 약 2조 원 규모다. 정부가 앞서 내놓은 정책들도 세수에는 마이너스(―)다. 정부는 반도체를 비롯한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세액공제 연장과 시설투자 임시투자세액공제 1년 연장으로 총 2조5000억 원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윤 대통령이 원점 재검토를 지시한 91개 부담금 규모는 올해만 24조6000억 원에 이른다. 폐지되거나 수정되는 부담금 숫자에 따라 적게는 수천억 원, 많게는 수조 원이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세수 감소 폭이 구체적으로 추산된 정책들만 꼽아봐도 줄어드는 세금이 6조 원이 넘는다. 여기에 전기요금 및 건강보험료 감면, 또 시중은행의 이자 환급 등 정부의 의지가 반영돼 민간 기업에서 부담하는 액수까지 합치면 소요 재원은 10조 원에 이른다. 이 중 정부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187만 명에게 최근 1년간 낸 이자의 일부를 돌려주기로 하면서 은행권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2조 원이다. 제2금융권 고금리 대출자 이자 환급, 소상공인 전기료 감면 등에는 정부나 공기업 재정이 실제로 투입된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기존의 건전재정 기조에 역행하는 대책들을 내놓고 있다”며 “금투세 폐지로 세수가 줄어들면 세수 결손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는데, 어떤 식으로 지출을 줄이겠다는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걷힌 세금은 이미 정부 예상치보다 59조 원 넘게 부족하다.● ‘정부 패싱’ 논란도 제기 또 현재 여소야대 지형에서 야당의 동의 없이는 실현되기 힘든 정책도 많다. 최근 한 달간 정부가 내놓은 민생 대책들 가운데 절반이 넘는 11개가 법 개정을 거쳐야 한다. 특히 금투세 폐지는 당초 여야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정책이어서 야당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날 야당에선 ‘선거 개입’이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3월까지 윤 대통령이 민생토론회에서 선심성 정책 발표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선거 개입 가능성이 있어 법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비공개 최고위회의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정부 안팎에선 대통령실 주도로 총선용 대책이 나오면서 ‘부처 패싱(건너뛰기)’이란 말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이달 2일 직접 밝힌 금투세 폐지는 정작 같은 날 기획재정부가 엠바고(보도 시점 유예)를 걸고 언론에 배포한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는 관련 내용이 한 글자도 담겨 있지 않았다. 기재부가 세제 주관 부처인 만큼 통상 경제정책방향에 각종 핵심 세제 개편안이 포함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었다. 금투세 폐지는 발표 2, 3일 전에야 기재부 고위급에 공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공매도 금지가 발표될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당시 대통령실 주도로 주말에 비공개 고위당정회의가 열린 뒤 금융위원회가 공매도 금지를 발표하면서 사실상 대통령실이 공매도 금지를 추진했다는 해석이 나왔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이호 기자 number2@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정부가 수도권과 지방의 전기요금을 다르게 책정할 수 있는 요금제 도입을 위한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다만 지역별 이해관계가 첨예한 만큼 1, 2년 안에 도입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정부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역별로 전기요금에 차이를 두는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을 검토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지난해 말 발주했다. 도입 시 발전소에 가까운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송전 비용이 덜 드는 만큼 전기요금을 덜 내고, 발전소와 거리가 먼 수도권 등에서는 요금을 더 많이 내게 될 수 있다. 이번 연구용역은 관련 내용을 담은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분산법)이 지난해 5월 국회를 통과한 데 따라 이뤄졌다. 분산법 제45조는 전기판매사업자가 송전·배전 비용 등을 고려해 전기요금을 다르게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간 전력 자급률이 지역마다 다른데도 같은 기준으로 요금을 내는 데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특히 발전소가 집중된 지역에서 차등 요금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다. 지난해 지역별 전력 자급률은 서울(8.9%), 대전(2.9%) 등이 저조했고 부산(216.7%), 충남(214.5%) 등은 자급률 100%를 넘겼다. 다만 빠른 시일 내에 차등 요금제가 도입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근거 법이 마련된 만큼 정부 차원에서 도입을 추진하겠지만 1, 2년 안에는 현실적으로 도입하기가 어렵다”며 “분산법 시행령도 아직 마련되지 않은 데다 지역별로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리기 때문에 충분히 공감대를 얻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용인시를 비롯한 경기 남부에 조성되는 반도체 클러스터(집적 단지)에 앞으로 20여 년간 600조 원 넘게 투자된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반도체 클러스터의 3배가 넘는 규모로 조성되며, 일자리 약 350만 개가 새로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5일 ‘민생을 살찌우는 반도체 산업’을 주제로 열린 세 번째 민생토론회에서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 방안’을 발표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반도체 산업은 국가의 인적·물적 자원을 총력 투입해야 성공할 수 있는 전략 산업”이라며 “현대전은 총력전이다. 반도체 초격차 유지를 전쟁이라고 생각하고 치열한 속도전을 펴야 한다”고 밝혔다. 2047년까지 총 622조 원에 이르는 민간 투자를 통해 용인 등 경기 남부 일원에 조성되는 세계 최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에는 반도체 생산 공장 16개가 신설돼 총 37개 생산 공장이 갖춰지게 된다. 예정된 전체 면적은 2102만 ㎡로 서울 여의도 면적의 7배가 넘는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넓은 반도체 클러스터인 대만 TSMC 신주과학단지(612만 ㎡)보다 약 3.4배 넓다. 2030년이면 이곳에서 월평균 웨이퍼(반도체 재료가 되는 얇은 원판) 770만 장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전 세계 웨이퍼 생산량(3000만 장)의 약 25.7%에 달하는 양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2047년까지 직간접적으로 총 346만 명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질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는 또 올해 말 일몰을 앞둔 반도체 투자 세액 공제를 연장할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법의 효력을 더 연장해서 앞으로 투자 세액 공제를 계속해 나가겠다”며 “세액 공제로 반도체 투자가 확대되면 관련 생태계 전체 기업의 수익과 일자리가 엄청나게 늘어나고 국가 세수도 늘어나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반도체, 2차전지 등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에 대해 대기업·중견기업은 15%, 중소기업은 25%의 세액 공제를 적용하고 있는데 이를 연장하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몰 없이 상시적으로 공제하는 방안도 세제 당국에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내년도 예산을 만들 때는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증액해 민생을 더 살찌우는 첨단산업이 구축되도록 약속드린다”고 했다.TSMC 반도체 단지의 3배규모 조성… “月770만장 웨이퍼 생산” [반도체 클러스터 622조 투자]용인-평택에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月770만장, 올 글로벌 생산량의 25%… ‘1조매출 클럽’ 소부장 10개로 확대대만-日 등과 본격 클러스터 경쟁… “보조금-稅혜택 여전히 부족” 지적도 정부가 2000만 ㎡가 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집적 단지) 조성에 나선 건 반도체를 둘러싼 세계 주요국의 경쟁이 ‘클러스터 간 대항전’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클러스터를 최첨단 메모리 반도체 최대 생산기지로 만들기 위해 생산과 연구 팹(공장) 16개를 추가로 짓기로 했다. 이번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는 삼성전자 500조 원, SK하이닉스 122조 원 등 총 622조 원이 투입된다.● ‘클러스터 국가 대항전’인 반도체 경쟁 15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민생토론회에 보고한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 방안’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며 “한국이 기술력으로는 미국을 앞선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메가 클러스터를 만들어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기술 개발을 같이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후방 가치사슬 연계 및 기술과 인재의 집약이 필요한 반도체 산업 특성상 클러스터 조성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미 경쟁국들은 클러스터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만은 현재 세계 최대(약 614만 ㎡·여의도 2.1배)인 TSMC 신주과학단지에 주변 지역을 더해 ‘대(大)실리콘밸리’를 조성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일본도 TSMC 유치를 위해 12조 원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해 구마모토현을 ‘반도체 산업 재건 클러스터’로 조성할 계획이다. 대만 신주과학단지의 3배가 넘는 면적으로 조성되는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생산 팹 13개, 연구 팹 3개가 신설된다. 현재 이 지역에는 반도체 생산 팹 19개와 연구 팹 2개가 이미 가동 중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생산 팹을 각각 9개, 4개 짓고, 연구 팹은 삼성전자가 3개를 신설한다. 이를 통해 2030년에는 올해 글로벌 반도체 생산량의 약 25%(매월 웨이퍼 770만 장)를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에서 생산한다는 구상이다. 클러스터를 뒷받침하기 위해 인프라도 조성된다. 신규 조성 추진 중인 용인 국가산단과 일반산단에는 총 10GW(기가와트) 이상 전력 추가 공급이 필요하다. 정부는 우선 산단 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신설해 3GW를 충당하고, 7GW는 ‘전력고속도로’를 통해 동해안 원전 등에서 끌어올 계획이다. 또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을 제정해 클러스터에 전기를 공급하는 송전선로 인허가를 신속 처리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한다. 이를 통해 송전선로 건설 기간을 약 30%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1조 매출 클럽’ 10개로 정부는 22개인 반도체 세액공제 대상 기술 역시 늘릴 계획이다. 올해 반도체 정부 지원 예산은 1조3000억 원으로 확대했다. 2022년의 2배 이상이다. 정부는 다각도에 걸친 지원책을 통해 현재 4개인 ‘1조 매출 클럽’ 소재·부품·장비 기업을 10개로 늘릴 방침이다. 글로벌 상위 50개 기업에 들어가는 팹리스(설계 기업)도 1개에서 10개로 확대한다. 반도체 업계는 정부의 메가 클러스터 조성 방안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주요 경쟁국들이 대규모 반도체 생산시설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에 한국도 뒤처지지 않으려면 속도를 내야 한다”며 “전력, 용수 인허가를 통해 핵심 인프라 공급을 뒷받침하겠다는 계획 등 기업에 필요한 지원책이 포함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경쟁국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새로운 투자 유인책이 포함되지 않은 점이 아쉽다”고 했다. 이날 민생토론회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첨단산업을 위해선 원전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하나 까는 데 1.3GW의 원전 1기가 필요하다”며 “탈원전을 하면 첨단 산업을 포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세종=이호 기자 number2@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미국과 영국이 11일(현지 시간) 예멘에서 후티 반군에 대한 대대적인 공습을 시작하면서 홍해 지역을 둘러싼 글로벌 물류 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테슬라는 물류난 여파로 독일 공장 생산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이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테슬라는 독일 베를린 외곽 그륀하이데 공장에서 이달 29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대부분의 자동차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최근 홍해 항로가 막히면서 부품을 조달받지 못해 타격을 입은 것이다. 테슬라는 성명을 통해 “상당히 길어진 운송 시간으로 인해 공급망에 틈이 발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테슬라 외에도 중국 지리자동차와 스웨덴 이케아 등 글로벌 기업들이 홍해 사태에 따른 배송 지연을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산업계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홍해와 유럽을 잇는 수에즈운하는 유럽에 생산 공장을 둔 국내 기업들의 부품 운송 항로이자 유럽 시장에 완성차와 석유화학 제품, 소재를 수출하는 길목이다. 국내 가전업계의 경우 전체 해상 운송량의 10%가량이 수에즈운하를 통한다. 삼성전자는 유럽에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 현지 공장을 운영한다. LG전자는 이집트와 폴란드 공장을 두고 있다. 주로 한국과 중국, 동남아로부터 수에즈운하를 통해 부품을 조달한 뒤 현지에서 조립한다. 현대자동차·기아도 홍해를 통해 한국에서 완성차를 유럽 시장으로 수출하고 있다. 대체 항로로 희망봉을 경유하면서 이들 기업의 운송 거리는 약 40%, 운송 기간은 15일가량 늘어나게 됐다. 글로벌 물류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이달 5일 기준 1896.65로 치솟았다.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해운사 머스크가 처음 홍해 운항을 중단했던 지난해 12월 15일(1093.52)보다 73.4%나 급등했다. HMM은 앞서 10일 유럽 지중해 노선에 임시 선박 4척을 긴급 투입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태가 악화되더라도 추가 선박 투입은 단기간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운행을 하지 않는 선박이 없기 때문이다. HMM 관계자는 “배를 빌려 긴급 투입을 한다고 해도 일단 배가 국내로 들어와야 하기 때문에 3개월 이상 긴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컨테이너 운임 상승 및 일부 기업의 물류비 상승이 불가피하다”며 “유럽발 운임이 급등하면서 중동 등에 투입되는 선박도 일부 재배치가 일어나는 등 운임 인상이 특정 노선에서만 국한되지 않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유가가 출렁이면서 에너지 불안도 변수가 됐다. 이날 주요 산유국들의 해상 진출로인 호르무즈해협까지 위험에 처하자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두바이유 등 3개 유종 모두 일제히 가격이 올랐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국내에 도입되는 원유 중 70%가량이 중동산이며, 그 대부분이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들어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현재 기준 수출 물품 선적 및 석유·천연가스 등 에너지 도입은 정상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올해 3조 원 이상 일감을 원전 생태계에 공급하겠습니다. 탈원전 여파로 자금난을 겪는 중소·중견기업들은 더욱 촘촘히 지원하겠습니다.11일 오전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서울 강남 노보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2024 원자력계 신년 인사회’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날 행사엔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참석해 “차세대 원자로 기술개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는데요. 이날 행사에 참가한 원전업계 관계자들은 이 말을 뻔한 새해 인사처럼 듣지는 않았습니다.원전 비파괴 검사를 주요 사업으로 하는 고려공업공사의 구본창 대표는 이날 행사 후 통화에서 “원자력 업계에서 일한 지 41년째인데 2개 부처 장관이 신년 인사회에 온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구 대표 말처럼 원자력산업협회가 1985년 첫 행사를 시작한 이래로 2개 부처 장관이 참석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특히 이달 5일 취임한 안 장관은 산업부 장관으로서는 처음으로 이 행사에 왔습니다. 그간 과기부는 장관이 종종 참석했고, 산업부는 차관이 참석한 적이 있었지만 장관이 온 적은 없었습니다. 산업부 관계자는 “원전 생태계 회복이 주요 국정 과제인 만큼, 신년 행사에 참석해 메시지를 내는 게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했습니다. ‘원자력 산업 생태계 강화’는 윤석열 정부의 120대 국정과제 중 3번째에 들어가 있습니다.행사에 참석한 기업인들 사이에선 ‘원전 생태계 회복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느껴진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구 대표는 “테이블별로 산업부, 과기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부처 관계자들이 1~2명씩 앉아 대화를 나눴다”며 “평소 부처 관계자를 만나기 어려운 기업들 입장에선 큰 도움이 됐다”고 했습니다.그래서인지 2시간 남짓한 행사 시간 내내 행사장 곳곳에선 활기가 돌았습니다. 오전 7시 20분 이른 시간에 열렸지만 정부 부처 및 유관기관, 업계 관계자 234명이 모였습니다. 행사를 주최한 원자력산업협회에 따르면 역대 최다 인원이라고 합니다. 참석자들은 행사 시작 30분 전부터 담소를 나누고 명함을 주고받는 등 교류를 이어갔습니다.주요 화두는 원전 수출과 신규 원전 건설이었습니다. 원전 등 전력계통 기술 검토를 주요 사업으로 하는 파워토스의 남재경 사장은 “한동안 신규 사업이 없어 원전 업계가 침체됐었는데 원전 산업을 활성화한다는 메시지가 정부 안팎에서 반복해 나오니 업계에 활력이 돈다”고 했습니다. ●산업부, 원전 주요 국면마다 차관급 신년 메시지이날 안 장관은 “정부 출범 이후 1년 반 동안 고사 직전의 원전 생태계를 복원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했다”며 “원전 생태계에 정부가 공급한 일감과 자금이 기업 투자와 개발, 고용 확대 및 수출 성과로 가시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습니다.산업부는 원전과 관련해 주요 이슈가 있을 때마다 차관급이 신년 인사회에 참석해 메시지를 내왔습니다. 지난해 열린 윤석열 정부 취임 후 첫 인사회에는 박일준 2차관이 참석해 “원전 생태계 복원을 가속화하고 전문 인력 양성에 힘을 합쳐야 한다”고 했습니다. ‘탈원전’을 공약했던 문재인 정부 취임 후인 2018년에는 이인호 차관이 참석해 “원전 수출 지원과 함께 원자력 생태계 유지에 힘쓰겠다”고 했습니다. 원전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바뀔 때마다 부처의 정책 방향을 신년 인사 형태로 내놓은 셈입니다.이르면 이달 중 실무안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포함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향후 15년간의 전력 수급 계획이 담길 실무안에는 4기 이상 신규 원전 건설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들어가면 2015년 7차 계획 이후 9년 만인데요. 당시 포함됐던 신한울 3, 4호기의 사업비만 3조 원이 넘는 걸 생각하면 원자력 업계엔 앞으로 한동안 훈풍이 불 전망입니다.최근 원전 주요 이슈●원전 복원, 사실상 최우선 국정 과제? 윤석열 정부 120대 국정과제 중 ‘탈원전 정책 폐기 및 원자력산업 생태계 강화’는 3번째로 들어가 있습니다. 첫 번째가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회복’, 2번째가 ‘감염병 대응체계 고도화’인데 코로나19 극복이 마무리 단계란 걸 감안하면 올해부터는 원전 복원이 사실상 최우선 국정 과제라는 평가가 나옵니다.●이달 중 신규 원전 건설 계획 발표 이르면 이달 중 향후 15년 전력 수급 계획이 발표됩니다. 신규 원전 계획이 포함된다는 건 기정사실처럼 보입니다. 관건은 몇 기나 건설되느냐인데, 업계 안팎에선 ‘최소 4기 이상’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전체 전력 중 원전 비중 8년 만 최대 지난해 전체 전력거래량에서 원자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31.4%로 2015년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이 수치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엔 23.7%까지 줄었던 적이 있습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정부는 9∼12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4’에 역대 최대 규모의 ‘통합 한국관’을 운영한다고 8일 밝혔다. 한국관에 참가하는 기업 6곳은 이번 행사 현장에서 800만 달러 이상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할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CES 행사장에 마련되는 통합 한국관에는 지방자치단체, 대학 등 총 32개 기관과 443개 기업이 참여한다. 참가 기관과 기업 모두 역대 최대 규모로, 지난해 14개 기관, 140개 기업이 참가한 데 비해 3배 이상으로 늘어난 규모다. 올해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서울시 등이 처음으로 참가한다. CES 참가 기업 중 한국관에 참가하는 비율도 지난해 19%에서 58%로 크게 높아졌다.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와 미국산업디자이너학회(IDSA)가 선정하는 ‘CES 혁신상’을 받은 한국 기업은 143곳으로 전체 수상 기업 310개사 중 46%를 차지했다. 행사 이틀째인 10일에는 KOTRA가 주관하는 ‘K-이노베이션 데이’ 행사가 진행된다. 이날 행사에선 스타트업 15개사가 무대에 올라 월마트, IBM, KPMG 등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설명회를 진행한다. 또 미국 혁신기업이 주최하는 ‘K-테크’ 포럼에선 국내 스타트업과 글로벌 기업 등 100여 곳이 기술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지난해 정부가 극심한 세수 부족에 시달리면서 한국은행으로부터 117조 원 넘게 빌려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간 기준 사상 최대 규모로 한은에 지불한 이자만 1500여억 원에 달했다. 8일 한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한은으로부터 일시 대출해 간 누적 금액은 117조6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0년 이후 최대치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정부 지출이 급증했던 2020년(102조9130억 원)보다 더 많은 액수다. 지난해 정부가 낸 이자도 1506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정부는 일시적으로 세입보다 세출이 많아 국고 잔액이 부족한 경우 한은에서 일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인 셈이다. 정부는 국회가 정한 일시차입금 한도 50조 원 내에서 돈을 빌렸다 갚기를 반복할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에도 4조 원을 빌렸다가 올해 초 갚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다음 해로 넘어간 연말 일시 대출금 잔액 역시 2012년 말(5조1000억 원) 이후 11년 만에 가장 많았다. 지난해 10월까지 정부의 총수입(492조5000억 원)에서 총지출(502조9000억 원)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10조4000억 원 적자를 보였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