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희

박선희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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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박선희 기자입니다.

teller@donga.com

취재분야

2025-11-07~2025-12-07
문학/출판50%
음악37%
인사일반10%
문화 일반3%
  • [어린이 책]음치라 고민인 파랑새, 노래 찾아 나홀로 여행

    매일 아침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주는 언니들. 노래를 못해 고민인 아기 파랑새는 자신만의 노래를 찾아 길을 떠난다. 산, 강, 바다를 지나 만나는 모든 새에게 방법을 묻는다. 현명한 까마귀가 황금빛 섬으로 가보라고 한다. 어렵게 섬에 도착한 파랑새. 그곳은 다름 아닌 파랑새의 집이었다. 엄마에게 그간 겪은 일을 말하려고 입을 여는 순간, 아름다운 노래가 흘러나온다. 간절히 찾고 싶던 노랫소리는 가까운 곳에 있었던 셈. 일상과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행복의 의미를 전해준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18-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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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 한잔 하듯… 100g 책 한 권 ‘소설 테이크아웃’

    단편소설 한 편에 일러스트를 더해 책 한 권이 뚝딱 완성됐다. 최근 출판사 미메시스에서 펴낸 소설 시리즈 ‘테이크아웃’이 그렇다. 단편 소설은 최소 7, 8편은 모아야 책 한 권으로 묶어 낼 수 있다고 여겼던 통념을 과감히 깨 버린 것. 이 시리즈는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사이즈(가로 11.5cm, 세로 16.8cm)에 한 권의 무게도 100g에 불과하다. 얇은 시집 한 권도 200∼300g인 걸 감안하면 휴대성을 극대화시킨 것. 페이지는 80∼96쪽, 가격은 7800∼8800원이다. ‘무게 다이어트’에 나서는 책이 늘어나고 있다. 출판사 비채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버스데이 걸’을 독일 삽화가 카트 멘시크와 협업해 한 권의 책으로 냈다. 이베이코리아는 ‘신경 끄기의 기술’을 낸 출판사 갤리온 등과 협업해 인기 서적들을 여러 권으로 나눠 권당 무게를 귤 한 개보다 가벼운 99g으로 내린 ‘99g 에디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너도나도 무게를 줄인 책을 내놓는 건 젊은 독자들이 짧고 가벼우면서도 강렬한 이야기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간결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익숙한 이들은 묵직한 책을 들고 다니며 읽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테이크아웃’ 시리즈 담당자인 김미정 미메시스 편집자는 “젊은 독자를 만족시킬 방법을 고민하다 단편소설을 가공하면 이동하면서 완독의 즐거움을 느끼기에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던 이들이 대체재로 읽으려면 무게나 사이즈 모두 갖고 다니기에 부담이 없어야 한다고 봤다”고 말했다. 내용 측면에서도 정세랑, 배명훈, 김학찬 등 장르문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감각적인 작품으로 주목받는 젊은 작가들을 섭외했다. 책은 일반 종이보다 가벼운 친환경 재생용지인 그린라이트를 사용해 무게를 확 줄였다. 문학작품의 분량이 짧아지는 현상도 뚜렷해지고 있다. 출판사 걷는사람은 지난해부터 ‘짧아도 괜찮아’ 시리즈를 내고 있다. 기존 문예지에 발표되던 단편소설 분량이 원고지 70∼80장인 데 비해 이 책은 20∼30장의 아주 짧은 단편들을 수록했다. 백민석, 한창훈, 조해진, 백가흠 등의 글을 모은 ‘이해 없이 당분간’을 낸 데 이어 올해는 강화길, 권정현 등이 참여한 ‘우리는 날마다’를 펴냈다. 기존 소설 작법에서 벗어난 짧은 소설은 주목받는 작가들의 작품에서도 자주 보인다. 베스트셀러 ‘82년생 김지영’의 조남주 작가가 최근 펴낸 단편집 ‘그녀 이름은’, 주물노동자 출신 소설가로 주목받은 김동식 작가의 ‘회색인간’은 모두 30장 안팎의 단편으로 구성됐다. 조남주 작가는 “진득하게 앉아서 보는 책도 필요하지만 짧은 호흡으로 읽을 수 있는 작품이 많아지면 독자에게도 흥미로운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18-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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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읽는 사람 그대론데… 동네책방은 늘어난다

    “며칠 전 또 책방을 내고 싶어 하는 분이 찾아왔다. 그분에게 남는 게 별로 없다고 말하자 ‘역시 그렇죠?’라며 알고 있다는 듯이 대답했다. 얼굴엔 ‘그래도 열고 싶어. 나도 책방 열고 싶어’라고 쓰여 있다.” 서울 신촌의 대표 독립서점인 이후북스를 운영하는 황부농 씨는 최근 출간한 책 ‘굶어죽지 않으면 다행인’(알마)에서 동네 책방 운영의 어려움과 밀려오는 회의감 등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하루 종일 손님이 없을 때도 있고, 규모가 작은 동네 서점이다 보니 책 구매나 거래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최근 개성 있는 동네 서점들이 ‘책맥’(책 보며 맥주 한잔) ‘책처방’(고민 상담 후 책 추천) ‘북스테이’(서점에서의 하룻밤) 등으로 인기를 끌면서 동네 서점 창업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도 창업 지원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최근 1∼2년 새 작은 서점이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 창업 아이템으로 각광받기 시작하자 경기도는 올해 처음으로 동네 책방 운영자들을 위해 ‘북적북적 경기 서점학교’를 열었다. 서점 운영에 필수적인 유통, 마케팅, 상권 분석을 포함해 지역과 서점의 연계, 해외 독립서점 사례 분석을 통해 전략을 모색할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이다. 경기 서점학교 담당자는 “최신 트렌드에 민감한 20, 30대 젊은층뿐만 아니라 이직, 퇴사를 고려 중인 직장인, 은퇴 후 창업을 고민하는 분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의 ‘서점학교’, 서울도서관 등 공공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서점 예비 창업자를 위한 강좌도 인기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한 것이 아니다. 동네 서점 앱 퍼니플랜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전국의 동네 서점은 362곳이다. 하지만 폐점이나 휴업하는 곳도 전체의 10%인 35곳에 이른다. 책만 팔아서는 운영이 어려운 구조 때문이다. 독서 취향, 안목, 차별화 포인트 없이는 임차료나 공과금을 감당하기도 어렵다. 동네 서점인 ‘당인리 책발전소’를 운영하는 김소영 전 MBC 아나운서의 책방 창업기 ‘진작 할 걸 그랬어’(위즈덤하우스)가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이러한 유명인의 책방 창업은 동네 서점에 대한 관심을 더 끌어올렸다. 하지만 일부 장밋빛 케이스를 일반화하긴 어렵다. 염리동의 여행독립서점 ‘일단멈춤’의 폐점 과정을 기록한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효형출판)에서 송은정 씨는 수익이 나지 않는 책방을 운영하기 위해 다른 부업을 꾸역꾸역 했음을 고백한다. 송 씨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말의 절반은 사실이 아니었다. 책방의 유명세와 부러움의 시선은 내 삶의 질을 조금도 높여주지 않았다”고 말한다. 현실적인 어려움 중 하나로 책의 유통 문제도 손꼽힌다. 불투명한 출판 유통 구조 탓에 작은 서점들의 책 마진은 낮은 편이다. 못 파는 책들은 고스란히 책방 주인의 몫으로 남는다. 퍼니플랜 남창우 대표는 “일주일에 2, 3곳씩 새로운 동네 책방이 문을 여는 추세일 정도로 관심이 높지만 유동 인구, 확보할 수 있는 책의 종수나 상권 등에서 현실의 벽에 부닥치는 경우가 많다”며 “책만 팔아서는 운영이 어렵다는 것을 인지하고 북스테이, 강연 등 차별화를 통한 적극적인 생존 모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18-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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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소 깨알정보” “안 궁금 하거든”… 극과 극 TMI

    A: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민아, 구혜선, 윤은혜, 산다라박, 스칼렛 요한슨이랑 동갑이라는 정보를 전해드립니다. B: TMI 감사드립니다. (트위터 게시물 대화 중) 직장인 김진성 씨(34)는 요즘 틈날 때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포털 사이트, 동영상 서비스 검색창에 ‘TMI’란 단어를 쳐 넣는다. 요즘 유행하는 TMI. 이것은 투 머치 인포메이션(Too Much Information)의 약자다.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뜻한다. 얼핏 들으면 부정적 이미지이지만 ‘사족’과 비슷한 맥락으로 사용된다. 김 씨는 유명인 중 문득 더 알고 싶은 사람이 생기면 관련 TMI를 검색한다. ‘김정은 TMI’ ‘아이린 TMI’ 등이다. 그는 “혈액형이나 습관부터 방송에 나와서 했던 사소한 행동까지 시시콜콜한 정보들을 볼 수 있어 잔재미가 있다”고 했다. 스스로 TMI란 말을 쓰기도 한다. 궁금하지 않은 장광설을 대화 상대가 늘어놓을 때다. “‘야, 그거 TMI다. TMI’라고 웃으면서 지적하면 상대도 나도 얼굴 붉히지 않고 핵심 대화로 넘어가게 돼 꽤 유용합니다.”○ 새로운 놀이 문화, TMI TMI는 부정적 의미와 긍정적 측면을 함께 지녔다. 최근 인터넷과 SNS를 수놓는 TMI 관련 놀이 문화와 마케팅은 비교적 긍정적인 측면이다. ‘김정은의 주량은 와인 10병’ ‘문재인의 키는 172cm’ 같은 시시껄렁한 정보를 발굴해 공유하는 TMI는 팬덤과 트위터 문화를 통해 융성했다. 트위터에서는 ‘강다니엘 tmi봇’ ‘아스트로 쓸데없는정보봇’ 등 수십 개의 연예인 관련 ‘tmi봇’ 계정이 활약 중이다. 이들은 ‘강다니엘 고기 취향은 소고기 레어’ ‘아스트로 차은우는 손하트를 만들면 새끼손가락이 닿지 않는다’ 등 TV나 웹에서 모은 자잘한 팩트들을 잇달아 게시하고 있다. 일종의 만물 정보 아카이브다. 이진영 포츈엔터테인먼트 대표는 “기획사에서는 연예인에 관한 간략하고 중요한 정보를 반복해 배포함으로써 특정한 브랜드와 이미지를 각인시키는데, 팬들은 그 반작용으로 모든 것을 알고 싶다는 마음에 자체 콘텐츠 격인 TMI를 생산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TMI가 팬덤 확산의 열쇠로 순기능하자 기획사의 흐름도 바뀌었다. TMI 양산을 위한 이른바 떡밥을 콘텐츠에 삽입하는 추세다. 아이돌 그룹 갓세븐은 아예 엠넷에서 운영하는 M2 채널을 통해 ‘아이돌리티-갓세븐의 TMI 연구소’란 웹 예능 프로그램을 선보이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의 성공 비결 중 하나로 꼽히는 SNS 실시간 소통 역시 일종의 자체 제작 TMI로 팬 문화를 활성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보 과잉 시대의 징후, TMI TMI는 정보 과잉 시대의 폐해를 지적하는 말로도 쓰인다. 미국 메이저리그 투수 출신인 박찬호가 ‘투 머치 토커’로 알려지며 그가 방송에서 한 장광설이 ‘짤’ 형태로 유행한다. 알고 싶지 않은 정보나 광고가 무한히 배달되는 SNS에 대한 피로감이 축약된 말 역시 TMI다. 차우진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정보 선별과 시간 관리의 중요성이 극단적으로 높아진 점에 주목한다. 차 평론가는 “SNS의 ‘타임라인’이란 말이 보여주듯 체험과 모험에 긴 시간을 들이기보다 핵심 정보를 빠른 시간에 파악하는 것이 관건이 됐다. 여기서 TMI를 둘러싼 양극단의 문화가 나왔다”면서 “핵심 외에 다른 것은 시간 관리의 독소이지만, 특정 콘텐츠의 팬들이 시시콜콜한 정보를 원한다면 그 역시 여과 없이 널린 것이 SNS와 인터넷 세상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임희윤 imi@donga.com·박선희 기자}

    • 2018-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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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호감 정보의 습격, 명확히 “노!” 밝혀라… TMI 시대 스트레스 덜 받는 법

    직장인 황모(33) 씨는 업무관계로 알게 된 거래처 사람과 SNS에서 친구를 맺었다가 얼마 전 관계를 차단했다. 조깅 인증샷, 어릴 때 받은 상장, 졸업사진, 점심 메뉴에 이르기까지 하루에 수십 건의 게시물을 올렸기 때문이다. 황 씨는 “말 그대로 ‘안물안궁’(안 물어본 것, 안 궁금한 것)을 시시때때로 보는 것도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SNS가 일상화된 디지털 시대에 TMI(Too much information)나 TMT(Too much talker)는 이렇게 새로운 민폐가 될 수 있다.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정보과잉으로 인한 피로감 뿐 아니라 일·관계와 적절한 사생활의 거리를 유지하기도 어렵다. 전문가들은 TMI 민폐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아니요’라는 메시지를 명확히 전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를 지나치게 의식한 예스맨으로는 원치 않는 과잉정보와 24시간 연결의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우투 워라밸’의 저자 안성민 한국생산성본부 전문위원은 “특정 상황, 사람 등에게 어떻게 거절한다는 규칙을 미리 정해둬 고민 없이 ‘노’ 할 수 있는 요령을 익히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상대의 부분별한 카톡 대화나 게시물에 끌려다니는 대신, 자신의 상황을 분명히 알릴 필요가 있다. 상대에게 그 정보가 ‘TMI’임을 지적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특별히 관심이 없는 사안임을 간명히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시시콜콜한 정보를 늘어놓고 싶을 때는 사전에 ‘TMI’임을 고지하는 것도 일종의 온라인 에티켓이 될 수 있다. 비슷한 관심사를 공유하는 이들에게는 깨알 같은 정보가 될 수 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가 추천한 ‘디지털 디톡스’도 TMI 시대 꼭 알아둬야 할 ‘쉼의 기술’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실시한 ‘2017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용자의 65.5%가 과의존 문제가 심각하다고 대답했다. 디지털 기기 중독 증세가 심할수 록 온라인을 떠도는 수많은 TMI로부터 분리되기 어려워진다. 스티브 잡스도 정기적으로 실천했던 것으로 알려진 디지털 디톡스 방안들로는 앱 알림기능을 끄거나 이메일 계정에서 로그아웃하는 것, 온라인 접속시간을 측정하는 것, 침대에서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것 등이 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18-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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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 주량은 와인 10병”…‘새로운 놀이 문화’ TMI의 빛과 그림자

    A: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신민아 구혜선 윤은혜 산다라박 스칼렛 요한슨이랑 동갑이라는 정보를 전해드립니다. B: TMI 감사드립니다. (트위터 게시물 대화 중)직장인 김진성 씨(34)는 요즘 틈날 때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포털 사이트, 동영상 서비스 검색창에 ‘TMI’란 단어를 쳐 넣는다. 요즘 유행하는 TMI. 이것은 투 머치 인포메이션(Too Much Information)의 약자다.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뜻한다. 얼핏 들으면 부정적 이미지이지만 ‘사족’과 비슷한 맥락으로 사용된다. 김 씨는 유명인 중 문득 더 알고 싶은 사람이 생기면 관련 TMI를 검색한다. ‘김정은 TMI’ ‘아이린 TMI’ 등이다. 그는 “혈액형이나 습관부터 방송에 나와서 했던 사소한 행동까지 시시콜콜한 정보들을 볼 수 있어 잔재미가 있다”고 했다. 스스로 TMI란 말을 쓰기도 한다. 궁금하지 않은 장광설을 대화 상대가 늘어놓을 때다. “‘야, 그거 TMI다. TMI’라고 웃으면서 지적하면 상대도 나도 얼굴 붉히지 않고 핵심 대화로 넘어가게 돼 꽤 유용합니다.”●새로운 놀이 문화, TMI TMI는 부정적 의미와 긍정적 측면을 함께 지녔다. 최근 인터넷과 SNS를 수놓는 TMI 관련 놀이 문화와 마케팅은 비교적 긍정적인 측면이다. ‘김정은의 주량은 와인 10병’ ‘문재인의 키는 172㎝’ 같은 시시껄렁한 정보를 발굴해 공유하는 TMI는 팬덤과 트위터 문화를 통해 융성했다. 트위터에서는 ‘강다니엘 tmi봇’ ‘아스트로 쓸데없는정보봇’ 등 수십 개의 연예인 관련 ‘tmi봇’ 계정이 활약 중이다. 이들은 ‘강다니엘 고기 취향은 소고기 레어’ ‘아스트로 차은우는 손하트를 만들면 새끼손가락이 닿지 않는다’ 등 TV나 웹에서 모은 자잘한 팩트들을 잇따라 게시하고 있다. 일종의 만물 정보 아카이브다. 이진영 포츈엔터테인먼트 대표는 “기획사에서는 연예인에 관한 간략하고 중요한 정보를 반복해 배포함으로써 특정한 브랜드와 이미지를 각인시키는데, 팬들은 그 반작용으로 모든 것을 알고 싶다는 마음에 자체 콘텐츠 격인 TMI를 생산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TMI가 팬덤 확산의 열쇠로 순기능하자 기획사의 흐름도 바뀌었다. TMI 양산을 위한 이른바 떡밥을 콘텐츠에 삽입하는 추세다. 아이돌 그룹 갓세븐은 아예 엠넷에서 운영하는 M2 채널을 통해 ‘갓세븐의 투 머치 인포메이션(TMI, Too Much Information)’이란 웹 예능 프로그램을 선보이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의 성공 비결 중 하나로 꼽히는 SNS 실시간 소통 역시 일종의 자체 제작 TMI로 팬 문화를 활성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정보 과잉 시대의 징후, TMI TMI는 정보 과잉 시대의 폐해를 지적하는 말로도 쓰인다. 미국 메이저리그 투수 출신인 박찬호가 ‘투 머치 토커’로 알려지며 그가 방송에서 한 장광설이 ‘짤’ 형태로 유행한다. 알고 싶지 않은 정보나 광고가 무한히 배달되는 SNS에 대한 피로감이 축약된 말 역시 TMI다. 차우진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정보 선별과 시간 관리의 중요성이 극단적으로 높아진 점에 주목한다. 차 평론가는 “SNS의 ‘타임라인’이란 말이 보여주듯 체험과 모험에 긴 시간을 들이기보다 핵심 정보를 빠른 시간에 파악하는 것이 관건이 됐다. 여기서 TMI를 둘러싼 양극단의 문화가 나왔다”면서 “핵심 외에 다른 것은 시간 관리의 독소이지만, 특정 콘텐츠의 팬들이 시시콜콜한 정보를 원한다면 그 역시 여과 없이 널린 것이 SNS와 인터넷 세상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TMI 민폐에서 나를 지키는 법 ▼ 직장인 황모(33) 씨는 업무관계로 알게 된 거래처 사람과 SNS에서 친구를 맺었다가 얼마 전 관계를 차단했다. 조깅 인증샷, 어릴 때 받은 상장, 졸업사진, 점심 메뉴에 이르기까지 하루에 수십 건의 게시물을 올렸기 때문이다. 황 씨는 “말 그대로 ‘안물안궁’(안물어 본 것, 안궁금한 것)을 시시때때로 보는 것도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SNS가 일상화된 디지털 시대에 TMI(Too much information)나 TMT(Too much talker)는 이렇게 새로운 민폐가 될 수 있다.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정보과잉으로 인한 피로감 뿐 아니라 일·관계와 적절한 사생활의 거리를 유지하기도 어렵다. 전문가들은 TMI 민폐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아니오’라는 메시지를 명확히 전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를 지나치게 의식한 예스맨으로는 원치 않는 과잉정보와 24시간 연결의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우투 워라밸’의 저자 안성민 한국생산성본부 전문위원은 “특정 상황, 사람 등에게 어떻게 거절한다는 규칙을 미리 정해둬 고민 없이 ‘노’ 할 수 있는 요령을 익히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상대의 부분별한 카톡 대화나 게시물에 끌려 다니는 대신, 자신의 상황을 분명히 알릴 필요가 있다. 상대에게 그 정보가 ‘TMI’임을 지적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특별히 관심이 없는 사안임을 간명히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시시콜콜한 정보를 늘어놓고 싶을 때는 사전에 ‘TMI’임을 고지하는 것도 일종의 온라인 에티켓이 될 수 있다. 비슷한 관심사를 공유하는 이들에게는 깨알 같은 정보가 될 수 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가 추천한 ‘디지털 디톡스’도 TMI 시대 꼭 알아둬야 할 ‘쉼의 기술’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실시한 ‘2017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용자의 65.5%가 과의존 문제가 심각하다고 대답했다. 디지털 기기 중독 증세가 심할 수 록 온라인을 떠도는 수많은 TMI로부터 분리되기 어려워진다. 스티브 잡스도 정기적으로 실천했던 것으로 알려진 디지털 디톡스 방안들로는 어플 알림기능을 끄거나 이메일 계정에서 로그아웃하는 것, 온라인 접속시간을 측정하는 것, 침대에서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것 등이 있다. 박선희 기자teller@donga.com}

    • 2018-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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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지구의 모든 생물들 하나하나 다 소중해

    코끼리와 참나무는 몇 종류나 될까. 지금까지 발견된 미생물과 버섯의 종류는 얼마나 되고, 웅덩이 색이 밝은 이유는 무엇일까. 주변에 흔히 보이는 작은 벌레, 꽃, 나무 등에서 시작한 호기심이 지구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생물들로 확장된다. 갈라파고스의 장밋빛 이구아나, 남극해의 아네모네…. 메마른 사막에도, 깊은 바다와 숲에도 수많은 생물이 살고 있지만 사람들의 욕심 때문에 파괴되기도 한다. 생명의 다채로움과 공생의 중요성, 생태 감수성이 파스텔 톤의 아기자기한 그림을 통해 흥미롭게 표현됐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18-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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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비온 뒤 고인 물웅덩이, 그 안에도 세상이 있어요

    비가 온 뒤 길 앞에 생긴 물웅덩이. 물웅덩이는 매일 다른 것들을 본다. 알록달록한 일곱 색깔 무지개, 하늘을 나는 커다란 비행기, 웅덩이에 나타난 소금쟁이를 구경하는 아이들의 웃는 얼굴, 웅덩이 물을 할짝거리는 고양이, 밤새 반짝이던 작은 별들. 시간이 흐를수록 물웅덩이 크기는 점점 줄어든다. 하지만 물웅덩이는 지금까지 봤던 장면들을 회상하는 것만으로 즐겁다. 다시 비가 오면 이 모든 것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테니까. 비온 뒤 고인 물웅덩이에 비친 주변의 여러 모습을 통해 일상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일깨워준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18-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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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위험이 닥치면 논리보다 두려움을 믿어라

    운전하는 사람은 어떤 차가 갑자기 끼어들 기미를 보이는지 간파하고, 어떤 차를 추월해도 괜찮을지 기민하게 결정한다. 직관적으로 이뤄지는 것 같지만 사실은 수많은 신호를 바탕으로 내리는 판단이다. 이런 관찰력은 인간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위험한 상황, 위해한 인물을 가려낼 수 있다. 미국의 폭력·범죄 예측전문가로, 미국을 찾은 각국 대통령, 왕, 총리 등의 경호를 담당했던 저자는 대부분의 범죄는 발생 전 일종의 시그널이 있다고 말한다. 켈리의 사례를 보자. 짐을 가득 들고 계단을 힘겹게 오르던 켈리는 떨어진 통조림 캔을 주워주는 남자를 만난다. 그는 그녀가 사양하는데도 굳이 현관 앞까지 따라와 짐을 거실에 내려주겠다고 말한다. 켈리는 불편함을 느끼지만 남자의 거듭된 호의를 사양하는 게 무례해 보일까 봐 딱 부러지게 거절하지 못한다. 결과는 끔찍했다. 집에 들어온 남자는 켈리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위협한 뒤 성폭행했다. 여기엔 이미 여러 신호가 있었다. 범죄자들은 청하지 않은 호의를 베풀거나 “우리”란 말을 쓰면서 무의식중에 ‘한 팀’을 강요한다. 상대의 거절을 어렵게 만들려는 수법이다. 거짓말하는 사람들은 지나치게 상세한 이야기를 한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거짓말임을 숨길 수 있고 상대가 ‘낯선 사람’이란 점, 주차장이나 인적 드문 골목이란 점 등 중요한 맥락을 놓치도록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신호 중 하나는 ‘아니요’라는 말을 무시하는 것이다. 범죄자들은 범죄를 실행하기 전 일종의 ‘면접’을 본다. 재차 권한다고 거절 의사를 포기하거나 협상하는 것은 상대의 지배력에 굴복했다는 의미다. 범죄자들은 그렇게 ‘만만한 약탈자’를 찾아 헤맨다. 저자는 ‘아니요’는 그 자체로 완전한 문장임을 기억하라고 말한다. 타협의 여지가 없어야 범죄의 표적이 되는 싹을 잘라 버릴 수 있다. 스토킹이나 직장 내 범죄 등에 대처하는 방법도 알려준다. 병적인 집착을 보이거나 분노, 협박을 일삼는 이들에게는 불분명하게 말하거나 돌려 거절하는 방법은 전혀 효과를 볼 수 없다. 최선의 대응은 명료하게 거절하고 접촉이나 회신을 하지 않는 것이다. 특히 여성을 대상으로 한 많은 범죄들이 관계를 끊는 것을 어려워하거나 거절에 서툰 여성들의 약점을 파고든다는 점은 주의 깊게 볼 만하다. 이런 신호를 모두 민감하게 지각할 순 없다 해도 우리에게는 직관의 힘이 있다. 저자는 최상위 직관의 신호는 두려움이라고 말한다. 그 다음이 불안, 의심, 망설임, 의혹, 예감, 호기심 등이다. 즉각적 위험에 처하면 직관은 논리적 사고 대신 두려움의 신호만 강하게 보낸다. 무시하기보다 마땅한 이유가 있어 경보가 울린 것이라고 주의를 기울이는 게 안전하다. 저자는 누구에게나 위험신호를 간파할 능력이 있다고 강조한다. 단지 상황, 관계, 시선 때문에 대충 넘겨서 문제가 커질 뿐이라는 것. 위험에서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 스스로의 직관을 좀 더 신뢰하고 당당하게 거절하는 데서 시작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시사점을 준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18-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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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레스센터 언론계 품으로 돌려줘야”

    한국신문협회와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3단체가 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를 언론계 품으로 돌려 달라고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내고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언론3단체는 이날 성명에서 “프레스센터는 1984년 ‘언론의 전당’을 마련해야 한다는 염원이 결실을 맺어 탄생한 공익시설인데도, 진짜 주인인 언론계는 세입자 신세”라며 현재의 기형적 구조를 꼬집었다. 이들 단체는 문제의 원인에 대해 “당시 군사정권이 언론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시설 소유권을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앞으로 등기하도록 강행했기 때문”이라며 “이 과정에서 언론계의 공적 자산으로서 프레스센터가 갖는 상징성과 공공적 가치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명목상 소유권자에 머물던 코바코가 수년 전부터 프레스센터에 대한 재산권을 주장하면서 그동안 시설의 관리운영을 맡고 있던 한국언론진흥재단을 상대로 2016년부터 민사소송 등 법적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오래전부터 프레스센터의 설립 취지, 시설의 역사성, 공적 시설로서의 지위 등을 살필 때 마땅히 언론계 품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며 해법 모색을 촉구했다. 언론3단체는 해결 방안의 하나로 프레스센터와 남한강 연수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방송회관 및 광고문화회관은 방송통신위원회가 각각 관할토록 하는 조정안을 제시했다. 이들은 “부처 간 조속한 정책 협의를 통해 해법이 모색될 때까지 성명을 비롯한 서명운동 등으로 한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18-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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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낙청 “北 돌이킬 수 없는 길에 들어서”… ‘변화의 시대를 공부하다’ 출간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북-미 회담으로 양쪽이 원하는 것을 얻고 나면 옛날로 돌아갈 이유가 없습니다. 북한 역시 돌이킬 수 없는 길에 들어섰다고 생각합니다.” 5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변화의 시대를 공부하다’(창비) 출간 간담회에서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80)는 이렇게 말했다. 백 교수는 “미국의 변덕, 정치적 상황 등으로 부분적 후퇴는 있을 수 있지만 이 모멘텀 자체를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대한민국 정부와 시민항쟁으로 그 정부를 세운 국민이 과거로 돌아가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변화의…’는 문인, 연구자, 편집자 등 30명이 백 교수와 7차례에 걸쳐 한반도 분단 구조와 남한의 사회개혁, 남북관계의 문제에 대해 토론한 내용을 엮은 책이다. 그는 “지난해 말 모임을 시작할 때만 해도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에 비관론, 회의론이 많았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분단 체제가 흔들리고 있으며 통일이 시민 참여를 바탕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점 등 그동안 나름대로 주장해 온 분단 체제에 대한 인식이 큰 틀에서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에 기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최근 남북관계 진전의 밑바탕에 촛불혁명이 큰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통일 정책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갈 때는 시민이 개입해서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촛불혁명을 통한 정권 교체는 통일 과정에서의 시민 참여를 가장 멋지게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 점이 북한, 미국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했다. 또 “남북 교류가 앞으로 더 활발해질 것인 만큼 비핵화를 전제로 한 낮은 단계의 ‘남북연합’은 이미 진행 중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북-미 회담 직후 6·25전쟁 종전선언이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비핵화를 끌어내기 위한 보상 차원에서 미국이 쓸 수 있는 나쁘지 않은 방안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18-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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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단지성 정본 번역 ‘칸트 전집’ 처음 나온다

    “이번 칸트 전집 출간이 한국의 연구수준을 높일 뿐 아니라 책임 번역서, 칸트 저작 전체에 대한 통일된 관점을 가진 정본 번역서로서 많은 이들에게 읽히기를 기대합니다.”(최소인 ‘칸트전집’ 간행사업단 책임연구자) 국내에서 처음으로 독일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1724∼1804)의 사상을 집대성한 ‘칸트 전집’이 나온다. 한국칸트학회와 한길사는 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2019년까지 총 16권으로 완간할 예정인 전집 가운데 3권을 1차로 출간한다”며 “초역 작품을 수록했을 뿐 아니라 기존 연구 성과를 반영하고 꼼꼼한 주석과 해제를 달아 완성도를 높였다”고 밝혔다. 칸트 전집이 국내에 출간되는 건 1905년 서양철학을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했던 석정 이정직(1841∼1910)의 ‘강씨(칸트)철학설대약’ 이후 110년 만이다. 이번에 1차로 출간한 책은 제2권 ‘비판기 이전 저작Ⅱ’(1755∼1763)와 제5권 ‘학문으로 등장할 수 있는 미래의 모든 형이상학을 위한 서설·자연과학의 형이상학적 기초원리’, 제7권 ‘도덕형이상학’이다. 2권과 5권은 국내 초역이다. 그동안 칸트 관련 국내 번역서는 복잡하기 이를 데 없었다.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순수이성비판’은 16종이나 번역본이 나왔지만. 옮긴 이마다 용어가 다르고 직역에 치중해 독자가 읽기에 오히려 불편했다. 게다가 대략 45세 무렵부터 꽃을 피운 ‘칸트 비판기’ 이전의 저작과 서한집 유작 강의 등은 전혀 번역되지 않아 연구의 불균형을 심화시켰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국칸트학회는 “국내 최초 칸트 전집을 내놓는다는 의미도 크지만, 학회를 중심으로 국내 최고 권위자들이 모여 집단이성으로 기획번역한 정본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며 “기본적으로 칸트 생전 저작을 모두 수록해 해외의 칸트 전집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18-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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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두 발이 자라는 만큼 아이의 꿈도 쑥쑥 자라요

    아기가 태어나면 처음 찍게 되는 발 도장. 갓난아기가 엄마 품에 안긴다. 엄마 한 손에 다 잡힐 만큼 작디작은 두 발이 조금씩 자란다. 엉금엉금 기어 다니기 시작하다, 엄마 손을 잡고 아장아장 걷는다. 엄마 구두를 신고 어른 흉내를 내 보기도 하고 난생 처음 엄마와 떨어져 유치원에 가는 날 종종걸음으로 망설이기도 한다. 어느새 자라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고, 그네를 타며 웃는 아이. 그 발이 하늘까지 닿도록 힘껏 뻗길 엄마는 바라본다. 아이의 탄생과 성장의 과정을 발을 통해 들여다본 그림책. 따뜻한 그림이 뭉클함을 전해준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18-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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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장래 희망이 생겼어요, 바로 슈퍼마켓 사장님!

    ‘너는 커서 뭐가 되고 싶니?’ 어린이가 어른들에게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이다. 주인공은 이 질문에 주변 어른들을 떠올려본다. 집안일을 싫어하는 전업주부 엄마, 일이 끔찍하다고 말하는 노동자 아빠, 학생들에 대한 불평이 끊임없는 교사 삼촌…. 다 별로인데 하나만 마음에 든다. 시골 슈퍼 주인 할아버지! 장래희망을 이루기 위해 슈퍼 점원이 된 주인공은 당돌한 ‘사업 실험’을 시작한다. 샘솟는 아이디어와 도전이 매번 어른들의 빈축을 사는 것이 문제지만…. 시골 슈퍼를 배경으로 어린이의 시선에서 본 어른들의 세계가 유쾌하게 그려진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18-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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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열심히 일하는데 왜 부자가 되지 못할까

    ‘만리장스펙’(만리장성만큼 긴 스펙)을 쌓기 위해 청춘을 바치는 취업준비생, 대출과 부채에 허덕이는 중산층,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가장 오래 일하는 과로사회…. 한국 앞에 놓인 이런 어려움들은 다양한 질문을 낳는다. 열심히 일해도 삶의 여건은 왜 좀처럼 나아지지 않을까. 왜 경쟁은 갈수록 격화되고 치열해지는 걸까. 부의 편중과 양극화 심화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는 것은 비단 한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이 책은 현대 노동정책을 연구해온 영국 런던시립대 경영대 교수가 쓴 현대 자본주의에 대한 길고 암울한 보고서다. 저자는 금융위기 발생 전후인 2006∼2008년경 세계 각국의 근로 환경과 부의 분배가 어떤 식으로 악화되기 시작했는지 수많은 사례를 중심으로 짚어나간다. 예를 들어 기업 경영진이 받는 소득은 지난 10년간 80% 증가했다. 2017년 영국 기준 평균 근로자 최저 임금의 386배까지 치솟았다. 저자는 경영진 보수는 “임대료와 같은 개념”이 됐다고 지적한다. 경영 성과나 회사의 지속성과도 상관없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편법으로 부를 증식시키는 방법은 갈수록 교묘해진다. 구글은 법의 허점을 이용한 조세회피 방식으로 아일랜드에서 220억 유로(약 27조72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도 세금은 고작 0.21%의 세율에 불과한 4700만 유로(약 592억 원)를 냈다. 조세회피는 대부분의 다국적 기업에 만연한 형태다. 그 피해는 자연히 간접세, 소득세 형태로 평범한 시민에게 되돌아온다. 공유경제의 어두운 면도 꼬집는다. 우버, 에어비앤비 같은 새로운 플랫폼 비즈니스는 첨단의 기술적 혁신으로 주목받는다. 원할 때, 자유롭게 일함으로써 노동의 새로운 미래를 정의했다고도 한다. 하지만 저자의 평가는 신랄하다. 소위 ‘공유경제’란 개념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새로운 기업들은 “고용에 따른 모든 부담을 노동자 개인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비즈니스 모델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또 다른 ‘사회적 퇴화’일 뿐이라는 것이다. 정보기술의 발전이 사회 불평등을 해결할 것이라는 낙관론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강한 제동을 건다. 공유경제의 ‘개인화된 노동’은 근로자가 노동에 대한 최소한의 권익을 주장하는 데 매우 취약한 형태다. 세계 곳곳에서 우버 근로자의 지위를 놓고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근로자는 그들이 ‘영구적 직원’이라고 주장하지만, 우버는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 이 책에서 ‘호모 이코노미쿠스’는 주류 경제학에서 상정하는 이상적인 인간상을 뜻한다. 합리적이며 목표에 따라 동기를 부여하고 성과 지향적이다. 하지만 저자는 부가 극히 일부에 편중돼 상속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람과 동기를 찾을 수 없는 공허한 노동에 시달리는 오늘날 이런 ‘이상적인 인간상’은 허구일 뿐이라고 말한다. ‘주류경제학은 죽었다’는 급진적 주장이 현대 자본주의의 병폐를 일별할 수 있는 다양한 사례와 통계자료 덕분에 비교적 차분하게 읽힌다. 저자는 제 역할을 상실해가고 있는 ‘공공 영역’을 회복하고 인간성을 파괴하는 자본의 논리에 순응하지 않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18-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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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가난할 수 밖에 없는 이유

    ‘만리장스펙’(만리장성만큼 긴 스펙)을 쌓기 위해 청춘을 바치는 취업준비생, 대출과 부채에 허덕이는 중산층,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가장 오래 일하는 과로사회…. 한국 앞에 놓인 이런 어려움들은 다양한 질문을 낳는다. 열심히 일해도 삶의 여건은 왜 좀처럼 나아지지 않을까. 왜 경쟁은 갈수록 격화되고 치열해지는 걸까. 부의 편중과 양극화 심화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는 것은 비단 한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이 책은 현대 노동정책을 연구해 온 런던시립대 경영대 교수가 쓴 현대 자본주의에 대한 길고 암울한 보고서다. 저자는 금융위기 발생 전후인 2006~2008년 경 세계 각국의 근로 환경과 부의 분배가 어떤 식으로 악화되기 시작했는지 수많은 사례를 중심으로 짚어나간다. 예를 들어 기업 경영진이 받는 소득은 지난 10년간 80% 증가했다. 2017년 영국 기준 평균 근로자 최저 임금의 386배까지 치솟았다. 저자는 경영진 보수는 “임대료와 같은 개념”이 됐다고 지적한다. 경영성과나 회사의 지속성과도 상관없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편법으로 부를 증식시키는 방법은 갈수록 교묘해진다. 구글은 법의 허점을 이용한 조세회피 방식으로 아일랜드에서 220억 유로(약 27조72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도 세금은 고작 0.21%의 세율에 불과한 4700만 유로(약 592억 원)를 냈다. 조세회피는 대부분의 다국적 기업에게 만연한 형태다. 그 피해는 자연히 간접세, 소득세 형태로 평범한 시민에게 되돌아온다. 공유경제의 어두운 면도 꼬집는다. 우버, 에어비앤비 같은 새로운 플랫폼 비즈니스는 첨단의 기술적 혁신으로 주목받는다. 원할 때, 자유롭게 일함으로써 노동의 새로운 미래를 정의했다고도 한다. 하지만 저자의 평가는 신랄하다. 소위 ‘공유경제’란 개념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새로운 기업들은 “고용에 따른 모든 부담을 노동자 개인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비즈니스 모델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또 다른 ‘사회적 퇴화’일 뿐이라는 것이다. 정보 기술의 발전이 사회 불평등을 해결할 것이라는 낙관론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강한 제동을 건다. 공유경제의 ‘개인화된 노동’은 근로자가 노동에 대한 최소한의 권익을 주장하는데 매우 취약한 형태다. 세계 곳곳에서 우버 근로자의 지위를 놓고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근로자는 그들이 ‘영구적 직원’이라고 주장하지만, 우버는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 ‘호모 이코노미쿠스’는 주류 경제학에서 상정하는 인간상이다. 합리적이며 목표에 따라 동기를 부여하고 성과 지향적인 인간상이다. 하지만 저자는 부가 극히 일부에 편중돼 상속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람과 동기를 찾을 수 없는 공허한 노동에 시달리는 오늘날 이런 ‘이상적인 인간상’은 허구일 뿐이라고 말한다. ‘주류경제학은 죽었다’는 급진적 주장이 현대 자본주의의 병폐를 일별할 수 있는 다양한 사례와 통계자료 덕분에 비교적 차분하게 읽힌다. 저자는 제 역할을 상실해가고 있는 ‘공공 영역’을 회복하고 인간성을 파괴하는 자본의 논리에 순응하지 않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18-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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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남주 작가 “미투 용기 그냥 묻힐판… 내 책이 제도 바꾸는 힘이 됐으면”

    육아 때문에 ‘경단녀’가 된 10년 차 시사교양 방송작가. 간판 프로의 메인작가가 되기까지 열심히 달려왔는데 아이가 태어나자 모든 게 달라졌다. 출퇴근이 필요한 기획을 하는 건 불가능했다. 상실감에 난생처음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페미니즘 열풍의 중심에 선 ‘82년생 김지영’을 쓴 조남주 소설가(40) 이야기다.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29일 조 작가를 만났다. ‘스타작가’가 됐지만 그는 초등학교 3학년 딸을 돌보느라 바쁜 평범한 엄마이기도 하다. 아이가 등교 후 오후 1시 반에 집에 돌아오기 전까지가 짬을 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강연, 출연,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지만 도저히 소화할 수 없어 고사해 왔다. 그는 새 소설집 ‘그녀 이름은’(다산책방)을 출간한 덕에 모처럼 외출했다며 웃었다. ―올해 초부터 ‘미투 운동’이 뜨거웠다. ‘82년생…’의 판매 순위도 다시 뛰었다. ‘페미니즘의 아이콘’으로서 이를 어떻게 지켜봤나. “많은 이들이 자기 경험을 용감하게 밝히며 문제 제기를 했다. 그런데 여론이 잠잠해진 지금, 명확히 처벌받은 결과가 나온 게 아직 없다. 용기를 낸 목소리가 의미가 있도록 상징적인 결과도 나오고 제도에 반영이 돼 실제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82년생 김지영’과 ‘현남 오빠에게’ 등 그는 여성이 처한 부조리한 현실을 짚어낸, 메시지가 분명한 작품을 주로 발표했다. 첫 소설집 ‘그녀 이름은’ 역시 직장 내 성폭력을 고발하고 결혼과 이혼 때문에 갈등하거나 파업 현장에서 싸우는 등 나이, 직업이 다른 동시대 여성 28명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룬다. ―페미니즘에 천착하게 된 계기가 있나. “현재 여성들의 삶이 기록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이 얼마나 열심히 살았고, 어떤 한계에 부딪혔으며 어떻게 투쟁해 쟁취해 냈는지 말이다. ‘82년생…’이 한 인물의 일대기를 종(縱)으로 기록한 거라면, 이번에는 횡(橫)으로 보여주려는 시도를 했다.” ―가장 관심이 많이 가는 세대가 있나. “아무래도 또래인 1970년대 후반∼1980년대 초반에 태어난 이들이다. 기회 자체가 없었던 이전과는 달리 남자들과 똑같이 공부하고 졸업했지만 사회에 진출하며 유리천장에 부딪힌 세대다. 나 역시 아이를 낳으며 경력이 단절되기 전까지는 출산과 육아가 일하는 여성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제대로 몰랐다. 직업적 정체성을 잃었다는 걸 자각하는 순간, 생각보다 큰 좌절감이 밀려왔다. 돌이켜보면 그때 제정신으로 살았던가 싶다.” ―여성 문제가 남녀 대결로 번지고 있다. 여성혐오와 일상 속 차별은 여전한데 가장 먼저 달라져야 하는 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독자 행사에 함께 참여했던 노회찬 의원이 ‘법과 제도가 의식을 견인하는 게 맞다’고 한 적이 있다. 제도가 현실을 반영하는 데 그치지 말고 지향점을 보여주며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동의한다. 제도와 법적인 장치가 구체적으로 마련되는 게 먼저다.” 그는 책을 읽은 후 동의하든 하지 않든 자기 의견을 말해주는 독자들이 참 고마웠다고 한다. 그는 “내 책이 독서로 끝나는 게 아니라 자기 경험을 나누고 그 목소리가 세상에 나오게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했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후 뭐가 달라졌나. “일단 차는 그대로다(웃음). 같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 평수를 ‘아주 조금’ 넓혀서 이사 갔다. 평범한 맞벌이 가정이 된 셈이다. 소설은 유명해도 나를 알아보는 분들은 별로 없다. 이웃과 학부모들도 그냥 ‘글 쓰는 사람인가 보다’ 하고 무심히 넘긴다.” ―앞으로 작가 인생에서도 ‘82년생…’은 떨어지지 않는 수식어가 될 것 같다. “인생의 한 시기를 넘긴 것 같다. 한번 불합리한 상황에 눈뜨고 나면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듯이 이 작품이 내게 그렇다. 돌아갈 수 없는 지점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가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불법체류자 문제를 다룬 새 장편소설을 올해 하반기에 낸다. 여성에서 출발해 주변인들로 문제의식을 확장시킨 셈이다. 그는 “내가 쓰는 게 소설이 맞나, 문학적인 것이 맞나 하는 의문과 염려가 있었는데 독자들의 응원을 받으며 계속 써도 되겠다는 큰 자신감을 얻었다. 성실히, 꾸준히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18-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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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근길 문화]‘82년생 김지영’ 조남주 “소설 유명해져서 달라진 점은…”

    육아 때문에 ‘경단녀’가 된 10년 차 시사교양 방송작가. 간판프로의 메인작가가 되기까지 열심히 달려왔는데 아이가 태어나자 모든 게 달라졌다. 출퇴근이 필요한 기획을 하는 건 불가능했다. 상실감에 난생 처음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페미니즘 열풍의 중심에 선 ‘82년생 김지영’을 쓴 조남주 소설가(40) 이야기다.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29일 조 작가를 만났다. ‘스타작가’가 됐지만 그는 초등학교 3학년 딸을 돌보느라 바쁜 평범한 엄마이기도 하다. 아이가 등교 후 오후 1시 반에 집에 돌아오기 전까지가 짬을 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강연, 출연,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지만 도저히 소화할 수 없어 고사해왔다. 그는 새 소설집 ‘그녀 이름은’(다산책방)을 출간한 덕에 모처럼 외출했다며 웃었다. ―올해 초부터 ‘미투 운동’이 뜨거웠다. ‘82년생…’의 판매 순위도 다시 뛰었다. ‘페미니즘의 아이콘’으로서 이를 어떻게 지켜봤나. “많은 이들이 자기 경험을 용감하게 밝히며 문제제기를 했다. 그런데 여론이 잠잠해진 지금, 명확히 처벌받은 결과가 나온 게 아직 없다. 용기를 낸 목소리가 의미가 있도록 상징적인 결과도 나오고 제도에 반영이 돼 실제 변화로 이어져야한다.” ‘82년생 김지영’과 ‘현남 오빠에게’ 등 그는 여성이 처한 부조리한 현실을 짚어낸, 메시지가 분명한 작품을 주로 발표했다. 첫 소설집 ‘그녀 이름은’ 역시 직장 내 성폭력을 고발하고 결혼과 이혼 때문에 갈등하거나 파업 현장에서 싸우는 등 나이, 직업이 다른 동시대 여성 28명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룬다. ―페미니즘에 천착하게 된 계기가 있나. “현재 여성들의 삶이 기록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이 얼마나 열심히 살았고, 어떤 한계에 부딪혔으며 어떻게 투쟁해 쟁취해냈는지 말이다. ‘82년생…’이 한 인물의 일대기를 종(縱)으로 기록한거라면, 이번에는 횡(橫)으로 보여주려는 시도를 했다.” ―가장 관심이 많이 가는 세대가 있나. “아무래도 또래인 1970년대 후반~1980년대 초반에 태어난 이들이다. 기회 자체가 없었던 이전과는 달리 남자들과 똑같이 공부하고 졸업했지만 사회에 진출하며 유리천장에 부딪힌 세대다. 나 역시 아이를 낳으며 경력이 단절되기 전까지는 출산과 육아가 일하는 여성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제대로 몰랐다. 직업적 정체성을 잃었다는 걸 자각하는 순간, 생각보다 큰 좌절감이 밀려왔다. 돌이켜보면 그때 제 정신으로 살았던가 싶다.” ―여성문제가 남녀대결로 번지고 있다. 여성혐오와 일상 속 차별은 여전한데 가장 먼저 달라져야 하는 건 무엇라고 생각하는가. “독자행사에 함께 참여했던 노회찬 의원이 ‘법과 제도가 의식을 견인하는 게 맞다’고 한 적이 있다. 제도가 현실을 반영하는 데 그치지 말고 지향점을 보여주며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동의한다. 제도와 법적인 장치가 구체적으로 마련되는 게 먼저다.” 그는 책을 읽은 후 동의하든 하지 않든 자기 의견을 말해주는 독자들이 참 고마웠다고 한다. 그는 “내 책이 독서로 끝나는 게 아니라 자기 경험을 나누고 그 목소리가 세상에 나오게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했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후 뭐가 달라졌나. “일단 차는 그대로다.(웃음) 같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 평수를 ‘아주 조금’ 넓혀서 이사갔다. 평범한 맞벌이 가정이 된 셈이다. 소설은 유명해도 나를 알아보는 분들은 별로 없다. 이웃과 학부모들도 그냥 ‘글 쓰는 사람인가보다’하고 무심히 넘긴다.” ―앞으로 작가 인생에서도 ‘82년생…’은 떨어지지 않는 수식어가 될 것 같다. “인생의 한 시기를 넘긴 것 같다. 한 번 불합리한 상황에 눈뜨고 나면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듯이 이 작품이 내게 그렇다. 돌아갈 수 없는 지점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가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불법체류자 문제를 다룬 새 장편소설을 올해 하반기에 낸다. 여성에서 출발해 주변인들로 문제의식을 확장시킨 셈이다. 그는 “내가 쓰는 게 소설이 맞나, 문학적인 것이 맞나 하는 의문과 염려가 있었는데 독자들의 응원을 받으며 계속 써도 되겠다는 큰 자신감을 얻었다. 성실히, 꾸준히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18-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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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박선희]탐식의 시대를 정복한 슴슴한 맛

    얼마 전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찾았다가 어린이 전시실 한편에 메모지가 가득 붙은 코너를 봤다. 통일이 되면 하고 싶은 일을 써 붙이는 곳이었는데 맞춤법도, 글씨도 엉망인 아이들의 귀여운 글씨가 가득했다. 어떤 바람을 썼나 싶어 찬찬히 읽어봤는데, 한결같이 쓴 말은 이랬다. “평양냉면 먹고 싶어요!” 냉면의 인기는 익히 알았지만 그래도 놀라웠다. 경원선 신탄리역에 멈춘 철마를 타고 북한을 횡단한다거나, 백두산이나 금강산을 보고 싶다는 각양각색 바람이 있겠거니 했는데, 요즘 아이들에게 통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냉면’이 된 것 같았다. 원래 냉면은 아이들 입맛엔 어렵다. 평양냉면은 좀더 그렇다. 심심한 고기 육수에 메밀 면을 만 평양냉면은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이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증 열풍까지 부르며 본격적으로 화제가 된 건 최근 일이다. 음식 관련 프로그램에 자주 소개되면서 미식가들이 즐기는 ‘어른스러운 음식’으로 자리매김하게 됐기 때문이다. ‘초딩 입맛’으론 그 진가를 알 수 없다는 ‘평부심’(평양냉면에 대한 자부심을 뜻하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평양냉면은 일종의 문화현상이 됐다. 화룡점정을 찍은 건 올해 봄이다. 남북 정상회담 만찬에 오른 뒤에는 이렇게 ‘진짜 초딩’의 입맛까지 접수해버렸으니 말이다. 탐식의 시대, 한국인 ‘먹방 투어’의 영역이 미치지 않은 곳이 거의 없다. 요즘은 백종원이 진행하는 tvN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처럼 아예 해외로 직접 가 제대로 된 원조를 즐기는 음식방송도 화제다. 단순한 먹방을 넘어 음식의 유래, 지역문화와 전통을 살피며 지적 욕구까지 충족시켜준다. 하지만 ‘냉면의 원조’만큼은 슬픈 예외였다. 진짜 평양냉면 맛을 궁금해 했던 건, 생방송에서 시식에 나섰던 미국 CNN 진행자들이나 옥류관 냉면 맛을 상상만 해야했던 우리나 마찬가지였다. “함흥은 없고 냉면만 남았다//함경남도 바닷가/집은 멀고 고향 잃은 음식이다…잇몸을 간질이는 면발을 끊어내며//척척 감아 날래 먹고 나면/왠지 섭섭한 음식//함흥은 못가고 냉면만 먹는다.”(이상국의 시 ‘함흥냉면’에서) 먹고 나서도 왠지 섭섭했던 그 맛이 평양냉면이라고 다를까. 연일 초여름 더위가 이어진다. ‘평냉 입문자’도 즐길 수 있다고 알려진 서울의 유명 냉면집들은 이른 저녁부터 골목 안쪽까지 긴 줄이 생긴다. 지금껏 냉면은 평양이든 함흥이든, 그곳은 없고 냉면만 덩그러니 있던 ‘망향의 음식’이었다. 하지만 그 슴슴한 맛이 ‘미식의 관문’이 됐고, 이제는 ‘통일의 상징’으로 거듭나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까지 앞둔 올해 다시 돌아온 ‘냉면의 계절’은 그래서 한층 각별하다. 메모지에 비뚤비뚤 쓴 아이들의 ‘맛있는 꿈’이 이뤄지길 함께 바라본다.  박선희 문화부 기자 teller@donga.com}

    • 2018-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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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유쾌한 도발… 읽고 즐기고 사랑하라

    서울국제도서전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책으로 놀고 즐기는 축제의 장으로 진화를 시도한다. 출판문화협회는 28일 “역대 최대 규모로 다음 달 20∼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제24회 서울국제도서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국내관에 234개사, 국제관에 주빈국 체코를 비롯해 미국 일본 중국 등 32개국 91개사가 참여한다. 지금까지 서울국제도서전은 저작권 거래가 활발한 것도, 주목할 만한 행사가 있는 것도 아니라 도서 할인판매 중심으로 운영돼 왔다. 참가사를 모집하는 것조차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지난해 ‘변신’을 주제로 독립서점 소개, 독서클리닉, 필사서점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20만 명 이상이 찾는 성공적 행사로 거듭났다. 올해 도서전 주제는 ‘확장’이다. 새로운 미디어 시대를 맞아 출판, 독서의 범위를 재정의하고 엄숙주의를 넘어 다양한 형태로 책을 즐기자는 취지다. 이를 위해 가벼운 하위문화로 여겨지던 라이트 노벨(Light Novel)을 집중 조명하고, 오디오북을 포함한 전자 출판, 각양각색의 잡지를 소개하는 세 가지 특별기획전을 연다. 이색 행사도 눈길을 끈다. 유명 작가의 신간을 도서전에서 공개하는 ‘여름, 첫 책’은 올해 처음 선보이는 이벤트다. 10개 출판사가 도서전 기간 내 신작을 선보이고 판매한다. 판타지 소설의 대가인 이영도 작가가 10년 만에 내는 신간 ‘오버 더 초이스’(황금가지)를 포함해 김탁환의 ‘이토록 고고한 연예’(북스피어), 이승우 소설집 ‘만든 눈물, 참은 눈물’(마음산책) 등이 포함됐다. 저자들은 각 출판사 부스에서 독자와의 만남도 갖는다. 지난해 인기가 많았던 ‘독서클리닉’ 행사는 더 확대했다. 시인 박준 오은 김민정 등 16명의 전문가가 사전에 신청한 관람객들의 고민을 일대일로 상담해주고 맞춤형 책을 처방해준다. 은희경 하성란 조경란 등 여성 소설가 11명이 서점을 주제로 쓴 글을 모은 ‘리미티드 에디션―서점들’도 관람객 대상 이벤트 상품으로 증정할 예정이다. 입장료는 성인 5000원, 학생 3000원. 티켓 금액에 해당하는 도서구매 쿠폰을 제공해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18-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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