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이미 알려진 대로 알파고 마스터는 인간 기보를 바탕으로 학습했고, 제로는 룰만 배운 뒤 스스로 학습했다. 컴퓨터 인공지능 바둑에 기풍이 있다고 믿기 힘들지만 마스터와 제로는 확실히 다르다. 마스터는 자유롭고 가벼운 행마를 좋아하고, 제로는 두텁고 확실한 것을 좋아한다. 참고 1도를 보자. 흑은 1부터 9까지 가볍고 날렵한 행마를 선보였다. 반대로 제로는 6, 8같이 확실한 수를 택했다. 이런 차이는 정말 어디에서 오는지 궁금하다. 백은 실리를 확실히 챙기고, 흑은 하변과 중앙에 대세력을 키웠다. 흑이 좀 부담스러운 국면이라고 봤는데, 백이 참고 2도 1로 하변에서 살겠다며 승부를 걸어간 것이 무리였다. 흑 20의 맥으로 하변에서 살 길이 없어졌다. 164=151, 180=162. 187수 끝 흑 불계승.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로 사실상 하변 백이 잡혔다. 이로써 승부는 끝난 셈. 사실 흑 ●는 A로 두어 백 전체를 잡아도 되지만 하변만 잡아도 충분하다는 뜻이다. 흑 73도 마찬가지. 상대에게 “이겼습니다”라고 선언하는 수다. 참고 1도 흑 1로 끊을 수는 있지만 이때는 백도 버틸 수 있다. 8이 선수인 점이 백의 자랑. 흑이 끝까지 버티면 백 12까지 수가 날 수 있다. 그냥 하변만 잡아도 되는 상황에서 굳이 반상을 어지럽게 할 필요가 없다. 백 76 때 흑 77이 정수. 백이 흑 석 점을 잡아도 어차피 두 집을 낼 수는 없다. 불리해지면 말도 안 되는 수를 두는 알파고의 버릇이 백 84, 86으로 또 한 번 드러났지만 더 이상 떼쓰지 않고 돌을 던졌다. 계속 둔다면 참고 2도 백 1로 이어야 하는데 흑 2로 물러서고 6까지 받아 흑의 승리가 확정된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은 한 집만 더 만들면 되는데 그게 어렵다. 백 ◎는 연결을 시도하는 척하면서 한 집을 더 내려고 하는 수. 흑은 뻔히 백의 속내를 안다는 듯 65로 눈 모양을 없앴다. 백이 참고 1도 백 1로 막아도 흑 6까지 옥집을 면할 수 없다. 사실 하변 백이 66, 68로 중앙 백과 연결을 해도 흑 69로 인해 우상 쪽에서 끊긴다. 그래서 백의 타개가 어려운 것. 예를 들어 백 70 대신에 참고 2도 백 1로 둬도 흑 6까지 차단된다. 백 7이 선수지만 역시 옥집만 생길 뿐이다. 백 13으로 좌하 흑과의 수상전을 도모하고 싶지만 흑 14가 안성맞춤의 행마. 결국 백 대마가 이리저리 몸부림치고 있지만 이상하게 하나같이 수가 안 된다. 백에게는 정말 타개책이 없는 것일까.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하변에서 백이 살아가는지가 승부가 됐다. 우선 흑 ●로 인해 백이 안에서 살기는 힘들어졌다. 백 50까지 두 집을 쉽게 낼 것처럼 보이지만 흑 51이 사활의 급소. 이 수로 두 집 내는 수는 없다. 얼핏 보기엔 참고 1도 흑 1, 3으로 두는 것이 맥점으로 보이지만 백 4, 6이 있다. 흑 7로 끝까지 저항해도 백 10으로 가볍게 산다. 역시 ‘가’(실전 51)의 곳이 급소임을 알 수 있다. 흑 53으로 단수할 때 백 54로 딴짓을 한다고 해서 흑이 참고 2도 1로 백 석 점을 따내면 백의 달콤한 유혹에 걸려든다. 백 2(◎)로 흑 3점을 다시 단수할 때 흑은 이을 수가 없다. 수상전을 해야 하는데 수부족이기 때문. 그래서 흑 3으로 물러나야 하는데 백 ○로 다시 흑돌을 따내 선수 한 집을 만들 수 있다. 백 60으로 외부와의 연결을 시도하는데 과연 가능할까.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전보에서 흑은 백이 35의 곳에 둬 패를 내는 수를 무시하고 실리를 챙기면서 버텼다. 그 결과 형세는 매우 미세해졌다. 흑이 턱밑까지 쫓아온 탓일까. 백이 먼저 32로 승부수를 던졌다. 하변에서 살아버리겠다는 것. 그렇게만 되면 물론 백 승이다. 하지만 흑이 워낙 단단해 수를 쉽게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백으로선 참고 1도 1로 잇는 수가 성립하면 제일 좋은데 흑 8까지 거꾸로 전체 백 대마가 잡힌다. 흑 35로 패가 나는 상황은 사라졌으나 흑으로서도 백을 무조건 잡아야 한다. 흑 39의 보강은 필수인데 그 전에 흑 37로 끼워놓은 것이 음미할 만한 수. 그 이유는 나중에 나온다. 흑 45로 젖혀 백이 안에서 살기는 어려워졌다. 만약 45를 생략하면 참고 2도 백 2로 사는 수가 있다. 건곤일척의 승부를 걸고 나온 백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은 ●부터 13까지 중앙을 틀어막아 일단 미세한 형세를 만들었다. 비록 상변 흑 두 점을 잃긴 했지만 중앙에서 하변에 이르는 흑집이 일당백이다. 하지만 백은 여전히 A로 끼우는 패를 만들 수 있다. 백도 부담이지만 흑의 부담이 더 크다. 결행 시기가 문제. 백 16에 흑 17로 물러선 건 정수. A의 패가 있기 때문에 흑 17로 바로 막다가 양패에 걸릴 수 있다. 백 18, 20 대신 패를 결행하면 어떻게 될까. 가장 간명한 변화는 참고도인데 백 9의 팻감을 받지 않고 흑 10으로 패를 해소하면 흑이 이득을 본 결과. 여러 변화가 있지만 최소한 흑이 손해 보는 일은 없다. 그리고 알파고 제로는 아직 패를 할 생각이 없는 듯하다. 반면 흑은 계속 버틴다. A의 패는 안중에도 없는 듯 23으로 이득 보고, 백 24의 응수타진 때 흑 25로 한 술 더 뜬다. 흑이 버티면서 형세는 점점 더 미세해지고 있는데….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은 일단 91로 잇고 버텼다. 중앙을 뚫릴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백 92 때도 참고 1도 흑 1로 상변부터 연결하면 백 2, 4로 중앙이 뚫린다. 우하 백의 생포를 노려볼 순 있으나 이 돌을 잡는 건 ‘하늘의 별 따기’에 가깝다. 그래서 흑 93으로 간신히 중앙을 지키긴 했는데 백은 94, 96으로 야금야금 파고들어가는 수가 기분 좋다. 하변과 중앙에 흑이 큰 집을 지었지만 일방가(一方家)에 불과하다. 여기서 백은 결정타를 날린다. 백 100. 이로써 상변 흑 두 점은 꼼짝없이 잡히고 말았다. 일방가를 지은 대가로 바쳐야 하는 희생 제물인 셈이다. 백 106은 위험한 한 칸 뜀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백 A로 패를 내는 수가 든든한 지원군이다. 참고 2도 흑 1∼5로 백을 잡으러 가면 백 6으로 붙이는 맥에 이어 14로 패를 하면 흑이 팻감 부족으로 곤란하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77로 두자 하중앙 일대가 모두 흑 집 같은 느낌이 든다. 실제 그렇다면 모든 백 집을 압도하는 일당백의 집이 된다. 그러나 이것은 착시일 뿐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알파고 제로가 간파한 것도 흑 하중앙의 모양이 생각보다 허술하다는 점이었다. 백 78은 잽. 한 방 가볍게 툭 쳤는데도 아픈 잽이다. 만약 백이 승부를 보려고 했으면 참고도 백 1로 뛰어들었을 것이다. 백 11까지 좀처럼 잡히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흐름을 탄 백이 굳이 모험을 택할 필요는 없다. 백 80은 또 어떤가. 흑은 이쪽으로 진출하는 백을 막기 어렵다. 흑 85로 씌웠으나 약점이 너무 많다. 백 86, 88로 야금야금 기어들어오는 행마도 얄밉기 그지없다. 제로는 이렇게 밖에서 삭감하는 걸로 충분하다는 뜻이다. 거기에 백 90이 흑의 약점을 한꺼번에 추궁하는 수. 상변 흑 ● 2점을 끊어 잡는 수와 중앙으로 뚫고 나가는 수를 동시에 엿보고 있다. 흑은 진퇴양난이다. 흑은 일단 중앙을 지켜야 할 것 같긴 한데….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64, 66은 현재 상황에 대한 알파고 제로의 판단을 알 수 있는 수. 제로는 하변 흑 진이 별것 없고, 우상 백도 위험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백 64, 66으로 차분히 실리를 챙기면서 하변 흑 진을 삭감하면 된다는 것이다. 백의 침착함에 마스터가 질린 것일까. 흑 67이 안이했다. 참고 1도 흑 1을 선수하고 7까지 우상을 공격했으면 주도권을 유지했을 것이다. 이어 선수를 잡아 ‘가’를 차지하면 나빠 보이지 않는다. 흑이 선수를 안 하자 거꾸로 백이 68을 뒀다. 흑은 기왕 67을 둔 이상 69로는 참고 2도 흑 1로 깔끔하게 막는 게 좋았다. 물론 백도 8까지 타개하겠지만 아직도 긴 바둑이다. 백 70이 급소. 백 A로 패를 내는 수가 있어 흑의 공격이 쉽지 않다. 이어 백은 76까지 가볍게 흑 진을 유영하고 있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의 붙임에 대해 흑 49로 위에서 젖혔는데 참고 1도 흑 1처럼 밑에서 젖히면 어떻게 될까. 가장 간단한 변화가 흑 7까지인데 이건 난전의 양상이다. 사실 흑 49가 가장 간명한 수. 백 56까지 흑은 하변을 지켰고, 백은 무난히 백돌을 살려왔다. 여기서 흑의 멋진 콤비블로가 나왔다. 흑 57, 59가 백을 꼼짝 못하게 한 수순. 예를 들어 백이 60으로 참지 않고 참고 2도 백 1로 젖히면 2, 4의 간단한 수순으로 좌하귀 백이 위기에 빠진다. 흑 61까지 좌변 쪽을 말끔히 정리하면서 하변 흑진의 위용이 더욱 빛나게 됐다. 특히 흑 63까지 선착해선 흐름이 흑에게 넘어온 듯하다. 하지만 고분고분했던 알파고 제로의 판단은 어떨까. 모양만 그럴듯할 뿐 실속이 없다고 본 걸까. 다음 보에서 제로의 생각이 드러난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지금까지의 흐름을 보면 흑이 우상 백을 계속 공략할 것으로 봤는데 정작 흑은 좌상 쪽 37의 붙임을 택했다. 왜 참고 1도 흑 1로 공격하지 않았을까. 백 2로 보강할 때 흑 3, 5로 두면 하중앙 모양이 입체화된다. 흑으로선 유력한 작전인데 굳이 37로 손을 돌린 것은 아무래도 좌상 흑을 단단히 해야 공격이 더 잘된다고 판단한 것 같다. 백은 전혀 반발하지 않고 46까지 순순히 받아준다. 이 덕분에 흑은 47로 좌상 쪽 흑을 안정시켰다. 수순 중 백 44로는 참고 2도 백 1로 올라서고 흑 4의 빵따냄을 허용하는 진행도 있다. 실리로는 손해지만 백이 전체적으로 두텁고 선수를 잡아 충분히 둘 수 있다. 알파고 마스터보다 실리에 더 민감한 제로는 일단 좌상 귀를 챙겨두는 것이 편하다고 본 것이다. 백 48은 이런 모양에서 즐겨 쓰는 붙임.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25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착점. 하지만 흑 27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수였다. 보통 참고 1도 흑 1로 뛰고 3으로 밑을 파는 것이 일반적인 감각이다. 인간의 시각으로 보면 흑 27은 어정쩡한 수처럼 여겨진다. 흑 27에 의미를 부여하자면 흑 31로 침입하기 위한 사전포석이다. 참고 1도가 안전한 진행이라면 실전은 강렬하고 모험적인 진행이다. 흑 31만 해도 참고 2도 1로 뛰어드는 것이 훨씬 안정적이다. 백 12까지 예상되는데 서로 원하는 것을 얻은 무난한 수순이다. 흑은 우상 백을 좀 더 강하게 압박하고 싶어 실전 31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흑은 좌상 쪽을 백에게 내주는 대신 흑 35로 우상 백을 크게 포위했다. 백 36은 좋은 감각.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 1보에서 흑백이 바뀌었습니다. 알파고제로가 백이어서 바로잡습니다.}

백 12까지는 지금도 유행 중인 포석. 알파고 제로와 마스터의 대결에선 이 포석이 자주 등장했다. 백 14의 굳힘에 흑 15의 어깨 짚는 수 역시 알파고가 좋아하는 수. 보통은 반사적으로 참고 1도 백 1이나 ‘가’로 밀어 받기 쉽다. 하지만 수백만 판의 시뮬레이션 대국을 통해 업그레이드 된 알파고는 백 16을 찾아냈다. 흑 17 대신 참고 2도 흑 1로 막을 수도 있다. 백은 2를 선수하고 4로 좌하 귀에 붙인다. 의외의 수법이지만 만만치 않은 수다. 백 14까지 예상되는데 백이 편해 보인다는 평가. 알파고 제로는 거의 참고 2도를 택하지 않는다. 백 18로 막은 것은 올바른 방향. 우변의 가치가 작기 때문이다. 백 20은 선수를 뽑기 위한 방편이고, 원한 대로 백 24로 상변에 모양을 키우자고 나섰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알파고 마스터가 중반 한때 국면을 유리하게 이끌어가다가 두 번 주춤거리는 바람에 역전패한 바둑이다. 보통 인공지능끼리의 대결은 한번 우세를 잡으면 좀처럼 역전당하지 않는데 이례적인 일이다. 우선 참고 1도를 보자. 흑이 좌변에서 백의 준동을 잘 막아서 우세를 확보한 상황인데 흑 141이 실수였다. 참고 1도 흑 1, 3이면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었는데 공연히 141로 들여다보는 바람에 모양이 나빠졌다. 참고 2도를 보자. 좌하 귀 흑 173은 반상 최대의 곳. 하지만 먼저 참고 2도 흑 1, 3을 아낌없이 선수하는 게 좋았다. 이 수순을 빼먹는 바람에 백 174, 176을 당한 것이 뼈아프다. 이래선 극히 미세했는데 백 230, 232의 끝내기 맥점으로 결국 승부의 추가 백으로 기울었다. 238수 끝 백 불계승. 204=147, 227=135.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극미한 형세인데 흐름은 백이 잡고 있다. 백 100의 보강은 필수. 두지 않으면 참고 1도 흑 1, 3이 사활의 급소. 흑 9까지 백이 잡힌다. 흑 103 때 패를 따지 않고 백 104로 잇는 수 역시 인공지능(AI)만의 특징. 백 126도 생략할 수 없는 수. 흑이 이곳을 차지하면 중앙 백 대마 전체가 두 집을 내지 못한다. 흑 A로 단수할 때 백이 두 점을 이을 수가 없는 것. 흑 129에 백 130이 쐐기를 박는 수. 이로써 미세하나마 백의 우세가 확정됐다. 실전은 흑 131로 늘었는데 참고 2도를 한번 보자. 흑 1로 웅크리면 백 2, 4가 좋은 수. 흑 7까지 백이 선수로 상당한 이득을 본 모습이다. 그래서 흑 131인데 백 132가 연이은 맥점. 이 자체로 흑은 자충이 되었다. 백이 멋진 끝내기 맥점을 선보이며 승세를 다졌다. 백 138 때 흑이 이르게 돌을 던졌다. 127=●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가 놓여 형세는 완전히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특히 백 ◎로 하변 흑 대마가 아직 살지 못했다는 것이 흑의 고민. 우선 흑 77로 응수타진하며 흑 대마를 연결할 시기를 엿본다. 백 78은 참고 1도 백 1로 받는 것이 정수. 이랬으면 백이 한발 앞서 갈 수 있었다. 흑 4부터 패를 낼 순 있는데 흑의 팻감이 부족해 실제 결행하긴 어렵다. 흑 87, 백 88로 서로 약점을 없애 이제 잔 끝내기만 남은 상황이다. 흑 89는 인공지능(AI)에게 자주 등장하는 ‘버그’다. 진 바둑 떼쓰듯 하는 초보자의 수법인데, 이제는 익숙해진 버그다. 백 92, 94는 당장 수가 나진 않지만 흑에게 놓고 따내게 하려는 것. 당장 참고 2도처럼 두는 것은 흑 8까지 별로 이득을 기대할 수 없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67은 백을 유인하는 수다. 백이 덥석 참고 1도 백 1을 둬 흑 한 점을 가두려고 한다면 흑 2가 기다리고 있다. 흑 6까지는 어쩔 수 없는데 백 1이 악수로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백 68로 물러섰고 흑 69가 기분 좋은 선수가 됐다. 흑 73은 반상 최대의 곳. 흑 A로 들어가는 패 역시 더욱 강력해졌다. 흑이 팻감만 확보하면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패가 된다. 그러나 흑 73의 타이밍이 한 템포 빨랐다. 흑으로선 참고 2도 흑 1, 3을 아낌없이 선수하고 실전 73을 뒀어야 했다. 이랬으면 미세하지만 흑이 확실히 앞서 있었다. 백은 흑이 또다시 주춤거리는 틈새를 파고들었다. 백 74를 선수하고 76으로 둔 콤비 블로가 멋지다. 형세는 누가 좋은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미세해졌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전보에서 흑이 한 번 주춤거리는 바람에 흑 우세에서 흑 약간 우세로 바뀌었다. 백으로선 추격의 발판이 마련된 셈. 백 46으로 젖힌 뒤 50으로 먼저 끊는 수가 좋은 수순. 52의 곳이 이어진 상태에서 끊으면 흑이 56의 곳으로 단수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흑 51로 참고 1도 흑 1에 두는 것은 백 2, 4를 선수하는 순간 이미 흑이 끊겨 있다. 백 10이 절대 선수이기 때문이다. 5=◎. 흑 53과 백 56은 서로 맞보기의 의미가 있다. 흑 61은 거의 선수이기도 하지만 흑 대마를 보강한다는 의미가 더 강하다. 흑이 손을 빼면 참고 2도 백 1로 끊는다. 백 9, 11의 묘수로 흑 대마의 삶이 불완전한 데다 백 ‘가’로 들어가는 패가 있어 흑이 견딜 수 없다. 아직은 흑이 조금 낫지만 약간의 실수가 반전을 불러올 수 있는 상황이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의 날렵한 행마에 알파고제로가 갑자기 페이스를 잃은 것일까. 백 30으로 보강한 것이 너무 느슨한 수였다. 참고 1도를 보자. 아낌없이 백 1을 선수하고 3으로 늘어 상변 백 집을 확보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이렇게 뒀으면 미세한 형세다. 흑 31로 젖히자 상변 백 진이 사실상 무너졌다. 흑 37도 흑의 연결과 역공을 동시에 보는 호수. 그러나 바둑이 술술 풀려서인지 흑 41의 헤픈 수가 등장했다. 중앙 백은 여기저기 약점이 많다. 따라서 굳이 흑 41과 백 42를 교환해 백을 연결시켜 줄 필요가 없었다. 흑 41로는 참고 2도 흑 1로 깔끔하게 연결하는 게 좋았다. 백 2로 지킬 때 3으로 상변에 진출하면 흑의 우세가 유지될 수 있었다. 실전에서도 흑 45를 차지했으나 참고 2도에 비하면 손해. 유리한 흑이 한 번 주춤거렸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은 좌변 흑 진에서 수를 내보려고 동분서주했지만 흑의 철벽방어에 막혀 아직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참고 1도 백 1로 잇는 것은 흑 6까지 틈을 주지 않고 몰아붙이면 아무 수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백은 16, 20을 선수하는 선에서 좌변 공방을 마무리했는데 이 정도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백 26이 성급했다. 무조건 참고 2도 백 1, 3을 선수할 타이밍이었다. 이어 백 5(실전 26)로 돌아오는 게 수순. 물론 흑이 4로 보강하지 않고 ‘가’로 나와 끊는 수가 두렵긴 하지만 백은 중앙 타개에 승부를 거는 것이 바람직했다. 흑 27을 당하자 백은 좌상 귀에 대한 뒷맛이 매우 나빠졌고, 형세가 흑에게 유리해졌다. 백 28로 상변에 집을 만들려고 할 때 흑 29로 훌쩍 날아서 받은 것도 좋은 행마.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