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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는 당초 2026년부터 적용되는 제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조기 협상에 4월 착수한 뒤 비공식적으론 올해 11월 미국 대선 전 타결을 목표로 협상에 속도를 내왔다. 다만 미 대선을 80여 일 앞두고 있지만 지난달 5차 회의까지 양측 의견 접근은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미 대선 전까지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그간 진행된 한미 간 협의를 무시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미 대선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트럼프 1기 당시 분담금 5배 증액을 요구한 것처럼 ‘트럼프 리스크’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13일 “(한미 간) 협상에 진척이 있지만 의견 접근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올해 안에 타결이 어려울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한미는 3월 양측 협상 대표를 임명한 뒤 4월 1차 회의를 시작으로 지난달까지 5차 회의를 마쳤다. 현재 워싱턴에서 6차 회의가 이뤄지고 있다. 협상 개시 두 달 반 만에 양측이 다섯 번 대면하며 협상에 속도가 붙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이 당국자에 따르면 아직 좁혀야 할 이견이 적지 않다는 것. 과거 9·10차 SMA는 10차 회의까지, 직전 11차 SMA는 9차 회의까지 진행됐다. 4월에 시작된 이번 SMA 협상을 7개월 만인 11월 전까지 마치겠다는 것 자체가 무리한 목표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한미가 협의를 개시하기 전 정부 내부에선 목표를 전년 대비 인상률 3%로 매우 보수적으로 잡고 시작했다”고 했다. 그럼에도 한미는 최근 협의에서 다소 이견을 좁혔지만 큰 틀에서 합의에 이르진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직전 11차 SMA 당시 정부는 첫해 방위비 13.6% 인상, 매년 인상률을 국방비 증가율과 연동하는 방안을 제안해 잠정 합의에 이르렀지만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승인을 거부했다. 이에 1년 3개월간 협정 공백이 생겼다. 이번 SMA 조기 협상을 미측이 먼저 제안한 것도 당시 협정 공백으로 주한미군 근로자 무급휴직 사태가 불거졌던 상황이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두 달 뒤인 2021년 3월 한미는 2020∼2025년 6년 유효기간의 SMA 협상을 타결했다. 2020년 분담금은 전년 수준으로 동결하고 2021년에 13.9%를 증액한 1조1833억 원을 낸 뒤 2025년까지 한국의 국방비 증가율에 맞춰 인상하기로 한 것. 이에 따라 내년 한국이 부담해야 할 방위비는 1조4028억 원이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5월 대선 유세 당시 2만8500명인 주한미군 규모를 4만2000명으로 과장해 “(한국이 분담금을) 사실상 아무것도 내지 않았다”고 사실과 다른 주장을 펼치면서 분담금 인상 필요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외교안보 핵심 라인에 군 출신 인사들을 돌연 전면 배치한 연쇄 인사 이동의 시작점에 신임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이 있다는 주장이 여권에서 제기됐다. 김 후보자는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로,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경호경비팀장을 맡아 ‘용산 이전’을 주도한 바 있다. 이 사안을 잘 아는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이날 “(이번 인사는) 김 후보자 지명을 위해 시작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여러 차례 국방부 장관 자리를 희망해온 점을 고려해 윤 대통령이 인사를 단행하면서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국가안보실장으로, 장호진 전 국가안보실장은 신설된 외교안보특별보좌관으로 연쇄적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것. 전날 대통령실은 이번 인사 배경을 설명하며 남북 관계 등 급변하는 외교안보 환경 변화 등에 대처하고자 안보에 방점을 찍은 인사를 단행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윤 대통령이 경호처장으로서 자신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김 후보자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돌려막기’ 인사란 비판을 감수하며 안보실장은 7개월, 국방부 장관은 10개월 만에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후보자 때문에 연쇄 인사가 발생한 건 아니다”라면서 “지난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순방 때부터 윤 대통령이 국제 정세를 보고 외교 중심에서 국방 중심으로 외교안보 라인을 바꾸기로 구상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2026년부터 적용되는 제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은 지난달 5차 회의까지 진행했지만 양측 의견 접근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 대선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4월부터 조기 협상을 시작했지만 미 대선 전 타결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내부에서도 나오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野 “김용현 보은인사”… 4강외교 격랑속 핵심라인 판 흔들려[외교안보라인 돌연 교체 파장]與 핵심관계자 “金위한 인사” 주장… “金 장관지명에 신원식-장호진 이동”美대선앞 軍출신 외교안보팀 논란… 대통령실 “국제정세 감안 인사” 반박경호처장 후임 이틀째 임명 못해외교안보 핵심 라인을 임명 1년도 안 돼 돌연 연쇄적으로 교체한 데 대해 여권에서 “대통령경호처장인 김용현 신임 국방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위해 시작된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합참 작전본부장을 지낸 예비역 육군 중장인 김 후보자가 국방부 장관 부적격 인사는 아니지만 그의 지명을 위해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국가안보실장으로,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이 새로 만든 외교안보특별보좌관으로 이동하며 외교안보 핵심 라인의 판을 흔들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1월 미국 대선을 코앞에 앞두고 한미, 한중, 한일, 한-러 등 4강 외교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상황에서 외교안보 핵심 라인이 줄줄이 교체된 데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김 후보자가 오랫동안 국방부 장관 임명을 원해 온 점을 윤석열 대통령이 고려했다는 주장도 여권에서 제기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은 13일 “윤 대통령을 향한 충성에 대한 보은 인사”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국제 정세가 엄중해지면서 외교 중심에서 국방 중심으로 외교안보 라인을 바꾸는 게 필요하다는 윤 대통령의 판단 때문이지 김 후보자 같은 특정인 때문에 연쇄 이동이 이뤄진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후임 경호처장으로 구홍모 전 육군참모차장, 윤 대통령의 충암고 후배인 여인형 방첩사령관, 박종준 전 경호차장 등이 거론되지만 13일에도 경호처장이 임명되지는 않았다.● 여권서 “金 지명에 신원식→장호진 연쇄 이동” 주장 이번 인사 과정을 잘 아는 여권 핵심 관계자는 13일 “김 후보자가 국방부 장관을 하고 싶어 했다”며 “신 장관을 임명 10개월 만에 교체하는 데 대한 부담이 여권에 있었고 신 장관도 안보실장을 원한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여권의 다른 핵심 관계자는 “김 후보자가 국방부 장관을 원했지만 윤 대통령이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경호를 맡겨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 지금껏 경호처장을 해 온 것”이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로 윤 대통령이 과거 사석에서 ‘형님’이라고 부를 만큼 가까운 김 후보자를 국방부 장관에 지명하기 위한 구상에서 시작해 신 장관의 안보실장 임명, 장 실장의 외교안보특보 임명이 잇따라 이뤄졌다는 것이다. 장 실장에게 새로운 임무를 부여하기 위해 5∼10명으로 구성된 팀을 이끄는 상임 특보가 신설됐다. 육군사관학교 38기로 임관한 김 후보자는 수도방위사령관과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등 군 요직을 두루 거친 뒤 2017년 중장(3성 장군)으로 예편했다. 윤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국방정책위원장을 맡아 군사안보 공약을 기획했다.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도 주요 국방 정책 밑그림을 그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김 후보자는 우리 정부 초대 경호처장으로 군 통수권자의 의중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기에 국방부 장관으로서 적임자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김 후보자는 초대 국방장관으로 꼽혔던 인물”이라며 “어떻게 보면 이제 제자리를 찾아서 수순대로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 대선을 앞두고 4강 외교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김 후보자 지명을 위해 외교안보 라인의 틀을 크게 흔들었다는 지적에 대해 외교 소식통은 “엄중한 외교안보 상황 속에서 안보실장을 7개월 만에, 국방부 장관을 10개월 만에 교체한 게 정상적인 인사는 아니지 않으냐”고 지적했다.● 4강 외교 불확실성 증가 속 핵심라인 판 흔들어 외교가에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경쟁하는 초박빙 미 대선 구도에서 우리 정부의 정교한 외교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란 평가가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지금은 민주·공화당 양측에 모두 네트워크를 뻗쳐야 할 때”라며 “평시보다 2배의 외교 역량이 필요한 전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외교안보 사령탑의 갑작스러운 교체는 외교 전장에서 필수적인 네트워크를 굳힐 ‘골든 타임’을 놓치는 ‘외교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 대선 결과에 상관없이 미중 갈등 격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한미 동맹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중국과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는 동시에 경제통상 협력 확대 방안을 고심 중이다. 일본과는 어느 정도 신뢰가 회복됐지만 역사 문제나 라인야후 사태 등과 관련해 여전히 갈등의 불씨가 많고 미 대선 결과에 따라 한미일 협력의 향방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우크라이나와 여전히 전쟁 중이고 북한과 군사 조약까지 체결한 러시아와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날 경우 외교 관계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중요한 과제다. 일각에선 외교안보 정책의 방향키를 쥔 안보실장이 정통 외교관 출신에서 군 장성 출신으로 갑자기 교체된 상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다른 정부 소식통은 “신원식 안보실장은 국방·기획통이자 안보 전문가이지만 외교전에서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문가들의 조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다른 소식통은 “신냉전 구도 속에서 어느 때보다 외교 흐름을 읽는 게 중요한 지금 군인 중심의 외교안보 라인이 섬세한 외교를 펼칠 수 있을지 우려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12일 신임 국가안보실장에 내정된 신원식 국방부 장관(66·육사 37기)은 예비역 육군 중장으로 국방정책 및 전략 분야에서 전문가로 평가된다. 국방 수장 자리에 앉은 뒤엔 대북 강경 행보를 보여왔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외교안보사령탑’은 김성한 초대 실장을 시작으로 조태용, 장호진 실장에 이어 신 내정자까지 벌써 4번째 이름이 바뀌었다. 특히 군 출신 안보실장은 현 정부 들어 처음이다. 국방부 장관이 안보실장으로 직행한 사례도 박근혜 정부 시절 김관진 실장(2014년 6월) 이후 10년 만이다. 경남 통영 출신인 신 내정자는 육군 수도방위사령관과 합참 작전본부장 등 군 요직을 거쳐 박근혜 정부 시절 합동참모차장을 끝으로 중장으로 예편했다. 당시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대표이사 회장과 육사 동기라는 이유로 번번이 대장 진급에서 고배를 마신 것을 두고 역차별을 받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후 보수진영 토론회 등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유화정책을 강하게 비판해 온 신 내정자는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미래한국당 비례대표로 당선돼 여의도에 입성했다. 국회에선 국방 분야 전문성을 바탕으로 2022년 6월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아 거대 야당을 상대로 당내 외교안보 이슈를 주도했다. 지난해 10월 국방부 장관으로 취임한 직후엔 문재인 정부가 체결한 9·19 남북군사합의로 대북 군사 대비태세가 약화됐다면서 파기를 주장했다. 또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의 흉상 이전 논란과 관련해 “문제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앞장서 목소리를 내는 등 대통령실의 국방안보 정책 기조를 뒷받침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다만 국방 분야와 달리 외교 분야에선 신 내정자의 전문성과 경험이 부족하단 지적도 나온다. 특히 외교가에선 올해 11월 미국 대선 등을 앞둔 상황에서 한반도 안보 정세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7개월 만에 외교부 출신 안보실장이 교체되자 당혹스러운 기류까지 감지된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 소식통은 “미 대선을 코앞에 두고 외교력을 집중해야 할 시기에 안보 수장이 국방 라인으로 교체된 것에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외교안보 사령탑의 잦은 교체가 주요 외교 현안의 조율 및 대처의 연속성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정부 소식통은 “신 내정자가 방산과 원전 세일즈를 주도할 적임자라는 점이 비중 있게 고려된 것으로 안다”고 강조했다. △경남 통영 출생(66) △부산 동성고 △육사 37기 △국방부 정책기획관(소장) △합참 차장(중장) △21대 국회의원 △국방장관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사건 등의 조사를 총괄했던 국민권익위원회 부패방지국 소속 국장 직무대리인 김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된 것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국회 차원의 진상 규명에 나서기로 했다. 김 씨는 디올백 사건을 종결하지 말고 수사기관에 보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 의원들은 김 씨를 “윤석열 정권의 외압 피해자”라고 규정하고 권익위의 김 여사 디올백 수수 의혹 조사 과정 전반에 대한 국회 청문회 및 현안 질의를 추진할 예정이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9일 “(김 씨 외에) 박정훈 대령과 백해룡 경정 등 윤석열 정권의 권력 농단 앞에서 피해자가 양산되는 상황”이라며 “철저한 진상 규명에 나서겠다”고 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도 “고인이 사건을 종결 처리하는 과정에서 말하지 못할 고초를 당했을지도 모른다는 강력한 의심이 든다”며 “고인에게 사건을 종결하도록 밀어붙인 수뇌부 인사는 누구이며, 누구에게 지시를 받아서 무리한 요구를 했나. 민주당이 그 답을 찾겠다”고 했다. 김 여사를 정조준하는 발언도 이어졌다. 민주당 장철민 의원은 “김 여사와 이 정권의 탐욕이 양심적인 공무원의 목숨을 앗아갔다”며 “권익위 조사에 개입했다면 명백한 탄핵 사유”라고 주장했다. 권익위원장을 지낸 전현희 최고위원 후보는 “대통령 부부에게 억지 면죄부를 발부한 권익위의 직권남용과 직무유기에 대해 반드시 진상을 명백히 밝히고 책임을 묻겠다”며 “유철환 권익위원장과 정승윤 부패방지부위원장은 고인 앞에 석고대죄하라”고 했다. 김 씨는 3급 부이사관으로, 올해 3월 부패방지 국장 직무대리를 맡아 4개월간 김 여사 사건 외에도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응급 헬기 이용 사건,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이해충돌 건 등의 조사를 지휘했다. 김 씨는 주변에 업무 과중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부패방지국장은 청탁금지법 등 부패방지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권익위의 핵심 보직이다. 야당 의원들은 이날 김 씨 빈소를 조문하는 문제를 두고도 권익위와 충돌했다.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권익위가 ‘유족 요청에 따라 친분이 없는 분들의 조문을 사양한다’고 했는데 빈소에서 만난 유족들은 그런 뜻을 전한 바 없다고 오히려 분통을 터뜨렸다”고 했다. 정무위 야당 간사인 민주당 강준현 의원도 통화에서 “유족들은 진상 규명과 망자의 명예 회복, 권익위 등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며 “장례 절차가 끝난 뒤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있는 그대로를 밝히고, 정무위 차원의 대응에 나서겠다”고 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국민의힘은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야당이 ‘정권 외압 피해자’라는 프레임을 씌워 안타까운 사건을 또다시 정쟁 소재로 삼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의원도 “여야가 상대를 악마화하고 필사적으로 싸우면서 중간에 낀 공무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할 때”라고 했다. 다만 유승민 전 의원은 “공직자가 법과 원칙, 양심과 상식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지 못하고 잘못된 결정에 대해 죽음으로 항변할 수밖에 없었다면, 정의를 위해 이 문제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며 “디올백 사건을 종결 처리한 권익위의 모든 결정 과정부터 조사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대전지검과 세종남부경찰서는 김 씨 사망에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판단하고 시신을 부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수사당국은 ‘혐의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할 방침이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세종=이정훈 기자 jh89@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이달 중순 러시아에서 열리는 국제군사기술포럼에 북한 대표단이 7년 만에 참석한다. 북한과 러시아가 6월 군사동맹 수준에 준하는 새 조약을 체결한 가운데 이번 포럼을 계기로 양국 군사 분야 당국자들 간 러시아의 첨단무기 제공 등 군사협력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우리 정보당국은 군사분야에서 러시아의 일부 기술 이전을 포함한 북-러 간 협력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9일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통신 등을 인용해 “북한 군사분야 관리들이 이달 중순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국제군사기술포럼 ‘군(ARMY) 2024’ 행사에 참석한다”고 보도했다. 15∼21일 열리는 이 포럼은 러시아가 세계 각국 대표단 앞에서 무기를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방산 전시회다. 북한은 2016년과 2017년에도 러시아 국방부 초청으로 이 포럼에 참석했다. 지난해 9월과 올해 6월 북-러 정상회담 이후 처음으로 북한 대표단이 러시아 군사전시회를 찾는 것. 이번 포럼에서는 300개 이상의 최첨단 군사장비가 공개될 예정이다. 북한 대표단의 단장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이번 포럼을 계기로 양국의 고위급 간 각종 무기 지원 문제가 논의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항공기나 장갑차는 물론이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극초음속미사일 등 러시아의 대북 첨단무기 및 관련 기술 지원 문제가 다뤄질 수 있다는 것.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CAPS) 부대표는 RFA에 “북-러 고위 관리들 간 무기 거래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북한은 러시아의 첨단 기술을 이전받는 데 큰 관심이 있다”고 했다. 우리 정보당국은 지난해 7월 세르게이 쇼이구 당시 러시아 국방장관이 방북한 뒤 북한 군수대표단이 수차례 러시아를 방문한 정황과 다수의 러시아 공군기가 수시로 북한에 드나들고 있는 동향을 포착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러시아가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개발 관련 기술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국가정보원과 합동참모본부가 북한의 사이버전 수행 인력이 8400여 명에 달한다고 공식 평가했다. 이에 따라 ‘2024 국방백서’에 북한의 사이버전 인력이 기존 6800여 명보다 20% 증가한 8400여 명으로 최신화될 것으로 보인다.김명수 합참의장은 8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 사이버 인력 규모 평가와 관련해) 국정원과 협의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 질의에 “1년에 두 번 긴밀히 공조해 기관 간 협의에 의해 판단하고 있다”고 답했다. 7일 윤오준 국정원 3차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의 해킹 조직원을 약 8400명 정도로 보고 있고 현재 세부적인 분류작업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국정원과 합참은 6일 실무회의를 거쳐 북한 사이버 인력을 8400여 명으로 재평가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2년마다 발간되는 국방백서에는 2016년부터 북한 해킹 관련 인력이 6800여 명이라고 쭉 기재됐다. 그에 앞서 2015년 국가정보원이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할 당시 6개 해킹조직 1700명에 17개 해킹지원조직 5100명으로 총 6800여 명이라고 밝혔는데, 이 수치가 계속 반영돼 온 것. 최근 해킹 관련 인력을 국정원이 재평가하면서 2년 마다 발간되는 국방백서에도 해당 수치가 담길 것으로 관측된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이달 중순 러시아에서 열리는 국제군사기술포럼에 북한 대표단이 참석한다. 북-러가 6월 군사동맹 수준에 준하는 새 조약을 체결하면서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포럼을 계기로 양국 국방 분야 당국자들 간 러시아 첨단무기 제공과 관련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자유아시아방송(RFA)은 9일 러시아 매체 스푸트니크 등을 인용해 “북한 군사 분야 관리들이 이달 중순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국제군사기술포럼 ‘군(ARMY) 2024’ 행사에 참석한다”고 보도했다. 이 포럼은 러시아가 세계 각국 대표단 앞에서 무기를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방산전시회로 북한은 2016년과 2017년에도 러시아 국방부 초청으로 이 포럼에 참석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300개 이상의 최첨단 군사 장비가 공개될 예정이다.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CAPS) 부대표는 RFA에 “이번 북한 방문에서 북러 고위 관리들 간 무기 거래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북한은 러시아의 첨단 기술을 이전받는 데 큰 관심이 있다”고 했다.북한과 러시아는 지난해 9월과 올해 6월 개최한 정상회담을 계기로 군사 분야를 비롯해 전방위적으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김금철 김일성군사종합대학 총장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 대표단이 러시아를 방문했고, 같은 달 알렉세이 크리보루치코 러시아 국방부 차관이 방북하는 등 최근 군사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최근 대형 방산 기업의 협력 업체가 해킹 당해 우리 군 핵심 대북 공중정찰자산인 ‘백두·금강’ 정찰기 관련 기술자료들이 상당수 유출됐고 우리 정부는 북한을 해킹 주체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업체는 군 장비 운용 및 정비 매뉴얼 등이 담긴 교범을 제작하는 곳인 만큼, 이번 해킹으로 백두·금강 정찰기의 기술 자료, 운용·정비 관련 내용 등이 북한에 유출됐을 것으로 보인다. 정보당국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근 정찰기는 물론이고 군사정찰위성 등 대남 감시의 ‘눈’에 해당하는 정찰자산 확보 및 성능 개량에 사활을 걸고 있다. 북한이 이번 기술 탈취를 통해 자체 정찰 능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우리 군 정찰 전력을 회피하겠다는 의도라는 관측이 나온다. 8일 복수의 방산업계·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경찰은 해당 업체는 물론이고 다른 중소 협력업체들에 대한 해킹 시도가 최근 집중적으로 이뤄진 정황을 확인해 수사 중이다. 방산업체 관계자는 “북한 추정 세력의 해킹 공격으로 백두·금강 정찰기 관련 기술 자료 상당수가 빠져나간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해킹 피해를 당한 여러 업체들을 상대로 IP 추적 등 현장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장비 관련 교범을 제작하는 업체 특성상 정찰기를 구성하는 주요 장비의 세부 제원 등 핵심적인 기술이 유출됐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독자적인 대북 정보 수집을 위해 1991년 도입 사업이 추진된 백두·금강 정찰기는 2002년 실전 배치된 뒤 20여 년간 우리 군의 핵심적인 대북 정보 수집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금강 정찰기는 전방 일대 북한군 관련 영상정보(IMINT·이민트)를 수집한다. 백두 정찰기는 북한 전역의 신호정보(SIGINT·시긴트) 및 통신정보(COMINT·코민트)를 수집해 북한군 간 통신·장비 운용 상황을 실시간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백두, 금강이란 이름이 붙은 건 최고 1만3000m까지 상승해 신호정보는 백두산까지, 영상정보는 금강산 이북지역까지 수집 가능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미사일이나 지상 전력 등에 비해 공중 감시정찰 능력이 한미에 크게 열세인 상황이다. 정부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올해 초 ‘눈(정찰자산)’과 관련해 집중 해킹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안다”면서 “실제 우리 정찰자산을 겨냥한 북한의 해킹 빈도도 올해 들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北 핵-미사일 잡을 ‘눈과 귀’ 기술 유출… 우리軍 ‘킬체인’ 타격[北, 대북 정찰자산 기술 탈취]한미, 공중정찰전력 압도적 우위… 백두-금강, 北움직임 실시간 감시北도발땐 선제타격 ‘킬체인’ 핵심北, 기술탈취해 감시 회피 의도… 대남 정찰전력 고도화도 겨냥최근 해킹 피해를 본 방산 협력업체는 군 장비 운용 및 정비 매뉴얼 등이 담긴 교범을 제작하는 곳이다. 특히 대북 핵심 정찰자산인 백두·금강 정찰기 관련 기술 자료가 이번에 탈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한이 이를 손에 넣을 경우 우리 군 정찰 능력 파악 수준을 넘어 이를 자기들 기술로 재가공해 대남 정찰 능력까지 향상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설사 정찰자산의 전체 정보가 넘어가지 않았더라도 이를 구성하는 관련 기술 자료만 탈취하면 사실상 운용과 관련된 핵심 정보를 유추, 파악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리 당국은 보고 있다. 공중 감시정찰 능력은 한미 양국 군이 북한군보다 압도적 우위에 있는 분야다. 그런 만큼 최근 북한이 대남 감시정찰의 ‘눈’ 확보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향후 한미 대비태세에 커다란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보당국은 북한이 올해 들어 보안이 취약한 중소 협력업체를 집중 해킹해 특히 항공, 위성, 함정 등 3가지 분야 무기개발 기술 수집에 집중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미 탈취한 기술 일부에선 안보에 큰 위협이 될 만한 ‘게임체인저’ 관련 기술들이 포함됐을 가능성까지 있다고 정보 고위 당국자는 밝혔다.● 北 미사일 발사 신호 탐지 정찰기 기술 유출 경찰은 최근 북한으로 추정되는 세력에 의해 이 업체를 포함해 해킹 공격을 당한 여러 피해 업체를 현장조사하면서 업체 네트워크망에 접속한 IP주소를 추적하는 등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방산 협력업체 10여 곳이 북한 해킹 조직인 라자루스 안다리엘 김수키 등으로부터 해킹 피해를 입었던 만큼 사실상 북한 소행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총 8대가 운용되는 것으로 알려진 유인 정찰기 백두·금강은 고고도무인정찰기인 글로벌호크, 새매(RF-16) 정찰기와 더불어 대북 감시를 수행하는 핵심 자산이다.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사전에 감지해 선제타격하는 킬체인(Kill Chain)의 ‘눈’ 역할을 한다. 이 정찰자산들이 서로 감시 사각지대를 보완하면서 북한군 장비 이동, 통신 등 도발 징후를 실시간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 백두는 500km 떨어진 북한 지역까지 전파를 감시하면서 북한 전역의 각종 신호정보(SIGINT·시긴트) 및 통신정보(COGINT·코긴트)를 수집한다. 특히 백두는 2018년 성능 개량으로 북한군 간 통신이나 핵 시설, 미사일 기지 내 전자장비 간 주고받는 신호 교환 정보인 계기정보(FISINT·피신트) 정찰 기능까지 추가됐다. 미사일 발사대에 입력된 발사 추정 신호까지 포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방 일대 북한군 관련 영상정보(IMINT·이민트)를 수집하는 금강은 주야간, 악천후를 가리지 않고 고성능 영상레이더를 통해 휴전선에서 80km 떨어진 북한 지역의 영상, 음성 정보를 탐지할 수 있다. 30cm 크기 물체까지 식별 가능하다. 두 정찰기는 대통령 전용기가 이륙하는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이륙한다. 두 정찰기의 서울공항 이륙 등 운용 정보가 북한에 유출됐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도입된 지 20여 년이 지났고 전 세계적으로 무인 정찰기 비중을 늘리고 있지만 백두·금강의 가치는 여전히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대영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백두·금강은 우리 군 대북 정찰의 상징이자 북한이 가장 성가시게 여기는 자산 중 하나”라며 “북한이 교범을 해킹했다면 우리 정찰 프로세스를 사전에 인지해 회피할 가능성 역시 커진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찰 프로세스 회피에 이용 가능성도” 북한은 해킹을 통해 무인기 등 정찰자산 고도화도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탈취한 기술을 재가공해 무인기 전력 증강에 활용하거나 우리 정찰 프로세스를 파악해 회피하는 데 이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여전히 한미 자산의 감시정찰 능력과 비교해 조악한 수준으로 평가되지만 북한은 지난해 7월 열병식에서 미국의 글로벌호크, 리퍼와 비슷한 외양의 무인정찰기(새별-4형), 무인공격기(새별-9형)를 공개했다. 방산업계에선 수차례 해킹 피해를 입으면서 망 분리 등 보안을 강화해온 대형 방산 업체에 비해 보안이 취약한 중소 협력업체들의 계속된 기술 유출 피해를 방지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핵심 무기체계의 완제품을 설계하거나 생산하는 대형 업체에 비해 관련 부품이나 운용 매뉴얼 등을 생산하는 업체들을 북한이 우회적으로 집중 공략하고 있기 때문. 윤오준 국가정보원 3차장은 앞서 7일 간담회에서 “최근 3, 4개월 동안 규모가 크지 않은 협력업체를 겨냥한 공격이 많았다”고 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중소 협력업체들이 보안 분야에 대한 집중 투자가 쉽지 않은 현실적 한계도 있다”고 전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북한 엘리트층은 물론 김정은에게도 큰 메시지가 될 것이다.”탈북 고위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사무처장은 7일 서울 중구 민주평통 청사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분단 이후 최초로 탈북민인 본인이 차관급 관료직으로 임명된 의미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태 처장은 “북한 엘리트층은 김정은 정권에 미래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한국이 대안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북한 정권 핵심계층의 이런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평화 통일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결국 한국이 탈북민에 차별적·배타적이지 않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발신해야 하는데 이번에 자신이 임명된 자체가 중요한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민주평통은 국내 228개, 해외 45개 지역협의회를 기반으로 정부의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와 관련한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헌법기관이자 대통령 자문기구다.태 처장은 앞서 2일 윤석열 대통령은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탈북민이 한국사회에 잘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그는 “탈북민들이 지역공동체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식물로 비유하면 물도 주고 돌도 치워주는 역할을 민주평통이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지난해 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북 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했다. 이와 관련해 태 처장은 “민주평통은 북한 주민들에게 남북이 두 개 국가로 갈라져 살 수 없다는 점, 한국 국민들이 통일에 대한 의지·열망이 강하다는 점을 여러 수단을 통해 알릴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해외에 나와있는 북한 사람들도 요즘 휴대전화가 없으면 살지 못한다. 북한 주민과 직접 소통 채널이 열린 것”이라며 “탈북민이 한국에 오면 도움의 손길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을 알리는 데 주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한류를 접한 장마당 세대는 남한에 대한 심리적 거리가 윗세대들보다 줄어들었다”면서 “이 세대가 전체 인구 구성의 70% 선에 이르면 북한 체제가 흔들리는 현상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태 처장은 “문재인 정권에선 민주평통 자문위원을 친 진보 인사들로 바꾸고 당시 정부 국정철학으로 일색화를 시도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정부들의 대북정책을 옳고 그름의 잣대가 아닌 다름의 기준으로 바라보면서 평화 통일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북한 정세 관련해선 태 처장은 김 위원장이 11월 미국 대선까진 일단 대화를 시도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또 김 위원장의 딸인 주애가 후계자로 최근 유력하게 부각된 것과 관련해선 “북한 주민들이 여전히 김주애를 후계자로 보지 않는다”며 판단하긴 너무 이른 시점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음은 태 처장과의 일문일답.―사무처장 임명이 어떤 의미라고 생각하는가.“북한 엘리트층과 김정은에게도 큰 메시지가 될 거다. 북한 엘리트층은 김정은 정권에 미래가 없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대한민국이 대안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북한 엘리트층의 보편화된 인식은 한국은 발전됐지만 매우 차별적이고 배타적인 국가라 앞으로 통일이 될 경우 북한 체제에 충성했던 세력은 다 밀려나는 신분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한다. 북한 핵심 계층의 이런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평화 통일은 어렵다. 그래서 북한에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다양성과 절차, 과정을 중시하고 자유 통일이 되더라도 일벌백계로 북한 엘리트층을 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우리가 지속적으로 보내는 것이 필요하다.”―임명장을 주면서 윤 대통령이 당부한 점은“탈북민들이 한국사회에서 잘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하셨다. 탈북민에 대한 멘토링 사업도 잘 해달라고도 하셨다. 탈북민이 지역공동체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식물로 비유하면 물도 주고 돌도 치워주는 역할을 민주평통이 할 거다.”―김 위원장이 남북 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했는데.“김정은은 탈북민을 두 국가 논리 정당화에 이용하고 있다. 북한 정권은 과거엔 자본주의 부패나 양극화를 집중 공격했다. 지금은 북한 주민들이 한국 드라마를 다 보기 때문에 세뇌교육 핵심이 달라졌다. 한국사회는 차별성이 강해 한국에 가봐야 실패한 인생으로 살아갈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이 잘 사는 건 알지만 우리(북한주민)와 전혀 관계 없는 그림의 떡이구나’라는 걸 인식시키고 있다. 두 개 국가로 나눠 사는 게 속 편하다는 논리다.”―사무처장 취임 1호 과제는.“탈북민 멘토링 사업을 개선하고 활성화 방안을 찾는 것이다. 또 민주평통 활동이 북한 주민에게 알려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남북이 두 개 국가로 갈라져 살 수 없다는 점, 한국 국민들이 통일에 대한 의지·열망이 강하다는 점을 여러 수단을 통해 알릴 거다. 남북의 이질감, 적대감을 해소하는 역할을 많이 할 거다.”―어떤 방식을 통해 알릴 것인지.“해외에 나온 북한 사람들도 요즘 휴대전화가 없으면 살지 못한다. 그들은 온라인으로 한국에 간 탈북민이 어떤 삶을 사는지 검색한다. 북한 주민들과 직접적인 소통 채널이 열린 거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한국사회가 경쟁이 치열한 사회지만 그래도 한국에 찾아오면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이웃이 있고 도움의 손길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을 알리자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장마당 세대가 향후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은.“한류를 접한 장마당 세대는 남한에 대한 심리적 거리가 윗세대들보다 줄어들었다. 지금 젊은 세대는 북한에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 세대가 전체 인구 구성의 70% 선에 이르면 북한 체제가 흔들리는 현상을 보게 될 거다.”―북한의 대남 적대 기조가 변화할 가능성은.“북한은 올해 미국 대선까지 지켜볼 거다. 최근 수해 피해에 대해 우리 정부가 사심없이 인도적 지원을 해주겠다고 하는데 받겠다는 얘기가 없다. 오히려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본인 리더십을 부각하고 있다. 정상국가 지도자라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국민의 고통을 덜어줄 방법을 찾아야하는데 세습 체제를 어떻게 단단히 다질까만 생각하고 있다는 게 가슴 아프다.”―김주애의 후계자 가능성은.“의전상으로 보면 주애는 후계자로 보이고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는 게 명백해 보인다. 그러나 후계자가 되려면 성인이 돼야하고 그 사이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른다. 김정은이 주애를 후계자로 보이게 하려는 건 실제 그를 후계자로 만드려는 것보다 4대 세습으로 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앞으로 어린 아들이 크면 그를 후계자로 정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북한 주민들은 가부장적인 마인드가 강해 주애를 후계자로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민주평통 자문위원 구성에 변화를 줄 것인가.“민주평통은 다른 이념과 가치관, 정당 출신이 망라돼 활동하는 자문기관이다. 조직 구성상 어느 이념 치중돼있으면 안된다. 문재인 정권에선 자문위원을 친 진보 인사들로 바꾸고 당시 정부 국정철학으로 일색화를 시도했다. 지난 정부들의 대북정책을 옳고 그름의 잣대가 아닌 다름의 기준으로 바라보면서 평화 통일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만들어 나가겠다. 다만 현 21기가 구성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새 구성을 얘기하긴 너무 이르다.”―21대 국회의원 당시 뿌듯했던 점과 아쉬운 점이 있다면.“강남 주민들을 위한 입법이나 당 최고위원 선출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국회 복도에서 걸린 남북국회회담 사진에서 김일성 초상화를 제거한 게 생각난다. 아쉬운 점은 북한인권재단을 출범시키지 못한 거다. 다음에 국회의원 기회가 온다면 재단을 꼭 출범시키고 싶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해외·대북 공작 임무 등을 수행하는 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 최고 지휘부인 정보사령관(소장)과 여단장(준장)이 진흙탕 고소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공작 임무 지원 비밀사무소 및 민간 연구소 위치와 성격, 기획 공작 명칭 등까지 대거 노출돼 논란이 되고 있다. 정보사 군무원이 해외에서 신분을 위장한 채 활동하는 ‘블랙요원’ 명단 등 기밀을 유출한 데 이어 이번엔 정보사 수뇌부 간 전례 없는 고소전으로 또 기밀이 노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정보사 여단장 A 준장과 정보사령관 B 소장이 고소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외부에 알려진 고소장 등 관련 문건을 종합하면 A 준장은 서울 충정로의 정보사 영외 비밀사무실, 이른바 안가(安家)를 국방정보본부장을 지낸 예비역 중장이 이끄는 민간 연구소가 사용하는 문제를 놓고 B 소장과 갈등을 빚었다. 고소장 등 문건엔 이 안가가 공작 업무 지원용으로 운용되며, 민간 연구소는 정보사 차원의 기획 공작인 ‘광개토 사업’에 핵심 역할을 담당할 것이란 점이 명시돼 있다. 정보사가 과거 대북 정보 업무를 담당했던 예비역들이 활동하는 민간 연구소와 함께 공작 업무를 수행한다는 사실이 처음 드러난 것. 이런 가운데 블랙요원 명단 등 2, 3급 기밀을 정체 불명의 중국동포(조선족)에게 유출한 혐의를 받는 정보사 군무원은 이르면 7일 기소 의견으로 군 검찰로 송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국군방첩사령부는 이 군무원에게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에 더해 당초 적용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던 간첩죄도 적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방첩사가 이 군무원과 북한의 직접적인 연계성을 밝혀 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보사 진흙탕싸움北 서버내 정보사 블랙요원 명단국정원이 포착… 6월초 군에 통보일각 “대공수사권 이관공백 드러나”정보사는 극비 공작 임무를 수행하는 베일에 싸인 부대다. 4성 장군인 대장 등 군 최고 지휘부조차도 정보사가 어떤 방식으로 공작 임무를 수행하는지, 공작 계획 명칭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 알기 어려울 정도다. 그러나 정보사 장군 간 고소전을 벌이며 공개된 문건에선 정보사와 함께 공작 임무를 수행하는 민간 연구소의 대외 명칭과 가칭, 비밀 사무실에 여단 공작팀을 상주시키는 방안을 A 준장과 B 소장이 논의한 점, ‘광개토 사업(공작)’ 계획이 5가지 비문에 근거해 2월부터 추진되고 있었던 점 등이 모두 드러나 있다. ‘광개토 사업’이 어느 나라를 대상으로 한 공작인지 등은 나오진 않지만 극비로 다뤄야 할 공작 명칭과 공작에 관여하는 민간 연구소 명칭, 연구소를 이끄는 예비역 중장 이름 등이 드러난 것만으로도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동아일보 취재에 따르면 정보사 군무원의 기밀 유출 사건과 관련해선 국가정보원이 북한 서버에 블랙요원의 구체적인 신상을 담은 명단 등의 내용이 있는 것을 확인해 군에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북한 네트워크를 감시하는 국정원 관련 부서가 북한 서버에서 이런 사실을 포착해 6월 초 군에 공유한 것. 정보사는 명단 유출 사실 등을 모르다가 이후 블랙요원 상당수를 귀국시켰다. 관련 내용을 공유받은 방첩사는 해당 군무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6월 20일 진행하는 등 수사를 거쳐 이 군무원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중국동포에게 기밀을 넘긴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간첩죄 적용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현행 간첩죄는 적용 범위가 ‘적국’, 즉 북한으로 한정돼 중국 등 제3국으로 기밀을 유출한 행위에는 적용할 수 없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군 검찰에 해당 군무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당시까지만 해도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 정도만 적용했던 방첩사가 이번엔 간첩죄도 추가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문제의 군무원과 북한의 연계성을 밝혀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기밀을 건네받은 중국동포가 북한 정찰총국이 포섭한 공작원이거나 정찰총국 소속 요원이 중국동포로 가장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정부 일각에선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이관 공백이 이번 사건을 통해 여실히 드러난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국정원에 대공수사권이 있었다면 대북 정보 역량과 대공 수사를 융합해 신속하게 국가 안보 위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에서 최고 지휘부 간 진흙탕 고소전이 벌어져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정보사는 소속 군무원이 해외에서 신분을 위장해 활동하는 ‘블랙 요원’ 신상 자료 등 기밀 자료를 중국동포(조선족)에게 유출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런 가운데 정보사령관(소장) 측이 부하 여단장(준장)을 상관 모욕 혐의로 수사 의뢰하는 등 사실상 고소했고, 이에 여단장이 폭행 혐의 등으로 맞고소한 사실이 알려진 것. 군 안팎에선 “정보 최전선에 있는 정보사 내부 기강이 심각하게 무너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맞고소전에 나선 여단장은 휴민트(HUMINT·인적 정보) 책임 지휘관이고, 정보사령관은 휴민트 관리 최고 책임자다. 그런 만큼 블랙 요원 신상 유출로 대북 휴민트망이 전멸할 위기에 놓인 비상 상황에서도 정보사 최고 지휘부가 상대방 난타전에만 골몰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5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여단장 A 준장은 지난달 17일 국방부 조사본부에 정보사령관 B 소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소했다. B 소장이 A 준장 보좌관을 시켜 출퇴근 시간 등 동향을 감시해 보고하게 했다는 것이 A 준장 측 주장이다. A 준장은 6월 보고받는 과정에서 결재판을 던졌다면서 B 소장을 폭행 혐의로도 고소했다. 반면 B 소장 측은 “결재판을 내려놓은 것일 뿐”이라며 반박 중이다. A 준장의 출퇴근 시간 등을 감시한 사실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자 동아일보가 B 소장에게 여러 번 전화를 걸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그에 앞서 B 소장 측은 먼저 A 준장이 상관을 모욕했다고 상부에 보고하는 방식으로 A 준장을 사실상 고소한 상태였다. 민간단체가 정보사 영외 사무실을 사용하는 문제와 관련해 5, 6월 두 차례에 걸쳐 A 준장이 “사무실 지원을 중단하라”는 지시를 무시하며 “법대로 하라”거나 “공작 비전문가가 지휘관을 하니 간섭하는 것”이라고 하는 등 모욕했다는 게 B 소장 주장이다. 반면 A 준장은 “사무실 문제는 법대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일상적 대화를 주고받은 것이다. 모욕한 사실은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의 사무실은 대북·해외 공작 업무 지원에 사용되는 곳이라고 한다. A 준장은 B 소장보다 계급은 아래지만 육군사관학교 3년 선배다. 이 때문에 계급 역전에 따른 신경전이 장군 간 전례를 찾기 어려운 맞고소전으로 이어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두 사람은 올 1월부터 민간단체에 사무실을 지원해주는 문제를 놓고 “지원해도 문제가 없다”(A 준장)와 “법적 문제 소지가 있다”(B 소장)로 입장이 갈리는 등 갈등을 빚어왔다. 특히 두 사람이 맞고소전을 벌인 6월 말∼7월은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태로 국군방첩사령부가 정보사를 한창 수사하고 있을 때여서 논란이 예상된다. 군 소식통은 “정보사 위상이 바닥을 쳤다”고 지적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국정원 사이버 총괄 윤오준 3차장 “중국발 해킹 올해 50% 급증”윤오준 국가정보원 3차장은 3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건설·기계 분야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북한) 해킹 공격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앞서 1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방발전 20×10 정책’을 공식화했는데, 이후 이 같은 움직임이 포착됐다는 것. 윤 3차장은 “북한은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가상자산 탈취에 나섰다”며 그때부터 올해 2월까지 탈취한 금액이 “총 2조4000억 원 규모”라고 평가했다. 또 중국발 사이버 공격 규모에 대해선 “올해 상반기 기준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50% 증가했다”고 했다. 3차장은 국정원에서 과학 정보·사이버 등 분야를 총괄한다.》 “북한이 (우방인) 러시아의 방산·군수 관련 정보·기술 등을 탈취해 거꾸로 (러시아에) 되판 정황이 있다.” 윤오준 국가정보원 3차장은 3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북-러는 최근 군사동맹 수준으로 관계를 격상시키는 새 조약까지 체결하며 밀착했다. 하지만 뒤에서 북한은 그 러시아마저 해킹해 탈취한 군사기술 등으로 자체 기술을 업그레이드하고, 재가공한 기술을 러시아에 다시 팔아 돈벌이 수단으로까지 활용하고 있다는 것. 강화된 대북 제재 등 영향으로 북한 경제 상황이 그만큼 궁핍하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윤 3차장은 “북한은 2016년 이후 (올해 2월까지) 2조4000억 원 규모의 가상자산을 탈취했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가상자산 해킹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2016년을 기준으로 올해까지 탈취한 액수를 정부 당국이 구체적으로 공개한 건 처음이다. 윤 3차장은 또 “북한이 우리 건설·기계 분야나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에 대한 해킹을 확대하고 있다”고도 했다. 앞서 정보 당국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진두지휘하는 방식으로 북한 사이버 공격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 올해 김 위원장은 역점 사업으로 ‘지방발전 20×10 정책’을 내세웠다. 그런 만큼 이 정책 관련 분야에 북한 당국이 해킹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는 의미다. 국정원 3차장은 차관급으로 과학 정보·사이버 등 분야를 총괄한다. 이날 인터뷰는 경기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밸리 소재 국가사이버안보협력센터에서 진행됐다. ―북한이 첨단무기 등 ‘게임체인저’ 관련 기술도 탈취했나. “북한은 대형 방산업체뿐만 아니라 보안이 취약한 중소 협력업체까지 해킹해 전방위적으로 무기개발 기술을 수집하고 있다. 게임체인저 기술까지 포함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우방인 러시아까지 해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러시아에 전쟁 물자를 지원하면서 밑바닥에선 러시아 방산·군수 관련 정보·기술 등을 탈취해 거꾸로 되판 정황이 있다. 러시아 위성 개발업체인 ‘스푸트닉스’를 해킹해 초소형 위성체 관련 기술을 획득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올해 특히 북한이 목표로 삼은 사이버 공격 분야는 어디인가. “김정은의 지시나 관심 사항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1월 김정은이 ‘지방발전 20×10 정책’을 공식화한 뒤 우리 건설·기계 분야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해킹 공격이 증가한 동향이 포착됐다. 우리 지자체를 해킹해 시군 단위 행정 효율화나 업그레이드 목적이 있다고 본다.” ―현재까지 북한이 탈취한 가상자산 액수는 얼마인가. “총 2조4000억 원 규모로 평가한다. 북한은 비트코인이 떠오른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가상자산 탈취에 나섰다. 여기서 탈취한 자금을 통해 대량살상무기(WMD) 개발과 무력도발을 위한 자금을 충당하고 있는 걸로 본다.” ―탈취 액수가 민간 보안업체 추정치보단 적다. “국내외 수사·정보기관과 협력해 최종적으로 탈취 주체가 북한으로 확정된 사례만 포함해서다. (민간 업체들처럼) 북한으로 의심되는 사례를 모두 포함할 경우 가상자산 동결·제재 과정에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북한이 탈취한 가상자산은 어떻게 차단하나. “현금화하지 못하도록 동결하는 데 힘쓰고 있다. 자금 세탁 과정을 번거롭게 만들고, 수수료가 높은 장외 브로커를 활용하게 해 거래비용을 증가시키는 방법도 있다. 북한 내부로 유입되는 돈을 줄이는 것이다. 가상자산 탈취 대응에 정부가 본격적으로 나선 건 2∼3년밖에 안 된다.” ―중국발 사이버 공격은 얼마나 늘었나. “올해 상반기 기준,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50% 증가했다. 중국은 사이버 공격을 통해 미국의 첨단기술 견제에 따른 반도체·통신 등 기술자료 획득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7월 국가정보원은 우리 정부기관에 납품된 중국산 장비들을 전수 조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 국가기관에 도입된 중국산 정보기술(IT) 제품 3만여 대를 (정부가) 조사했다. 그 결과, 기상관측장비를 포함해 폐쇄회로(CC)TV와 네트워크 장비 수백 대에서 해커가 무단으로 접속할 가능성이 있는 취약점을 확인했다. 다만 실제 (해킹) 공격 시도나 자료 유출 등은 없었다.” ―북한 해커가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활용한 정황은 확인됐나. “북한이 챗GPT를 활용해 한국 내 북한 문제 전문가나 싱크탱크 담당자 등 해킹 대상을 물색한 사실은 확인했다. 챗GPT 기능을 테스트하는 과정이었다고 본다. 북한은 알려진 AI 기술보단 ‘제로데이 공격’(알려지지 않은 취약점을 이용한 사이버 공격)을 위한 다른 기술 개발에 힘을 쏟으려고 할 거다.” ―북한 IT 인력이 국내 기업에도 위장 취업을 시도했나. “지난해 시도가 있었으나 다행히 최종 취업 단계엔 이르지 못했다. 다만 해외 기업 대상으론 위장 취업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원격 면접·근무가 활성화돼 있고, 신원 증명이 상대적으로 허술해서다. 우리 기업도 유사 사례가 발생할 수 있어 채용 단계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사이버 공격을 막기 위한 대응은 어떻게 하고 있나. “민관, 범부처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국제 협력을 위해 9월 국정원이 주관하는 정보보호행사(Cyber Summit Korea·CSK 2024)를 서울에서 개최한다. 국제사이버훈련(APEX)도 처음 실시해 대규모 사이버 위기 발생 시 국가 간 상호지원, 대응체계를 중점적으로 훈련할 예정이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북한 내 사이버 범죄 관련 인력이 84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국가정보원이 파악하고 있다. 국방부가 최근 발간한 ‘2022 국방백서’에선 6800여 명 수준이었지만 2년 만에 그보다 20%나 증가한 수치로 정보당국이 재평가한 것. 특히 북한은 악성코드 개발 등 해킹기술과 관련해 러시아와 공동 연구·교육까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6월 군사동맹에 준하는 북-러 조약을 새로 체결한 것을 계기로 사이버 범죄에서도 이같이 밀착한 것. 고위 정보 소식통은 “러시아의 고급 해킹 기술이 북한으로 이전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 당국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우수한 해커 양성을 위한 유인책으로 금전적 보상까지 해준 정황도 포착했다. 대북 제재가 강화되고 경제난이 길어지면서 북한은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불법 사이버 공격을 통한 금전·기술 등 탈취에 사실상 ‘올인’(다걸기)하고 있다. 그런 만큼 김 위원장이 직접 북한 지도부에 사이버 작전 확대나 해킹 역량 강화를 지시하고 있는데, 최근엔 금전적 보상도 해줬다는 것이다. 북한의 숙련된 사이버전 인력은 최소 8400여 명으로 평가된다. 다만 그 수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북한의 정보기술(IT) 인력이 소프트웨어 개발 과정에 백도어를 심거나 가상자산 탈취 등과 관련한 해킹이 급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 북한의 해킹은 기관, 기업에 직접 침투하는 양상으로 집중됐지만 이제는 그 대상이나 방식에서 더욱 과감하게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에 김 위원장 지휘하에 해커 양성에도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북한의 대남 공작 조직인 정찰총국은 산하에 ‘해커 대학’까지 직접 운영하며 해커를 양성 중이라고 정보당국은 밝혔다.정보당국 “北해커 8400명” 김정은 “출신 구분말고 인재 뽑으라” 수학-컴퓨터 수재들 범죄의 길로기밀-가상자산 탈취 전방위 해킹 정보당국은 북한이 대남(對南) 공작기관인 정찰총국 산하에 자체 대학까지 운영하며 노골적으로 사이버 범죄자들을 양성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찰총국은 2009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당시 후계자 시절 당·군·정에 흩어진 대남 공작부서를 통폐합해 만든 조직이다. 직제상 총참모부(한국군 합동참모본부) 산하에 있지만 김 위원장에게 ‘직보’하고 직접 지시를 받는다. 결국 북한 최고지도자가 직접 관여하는 핵심 조직이 그 목표를 ‘해커 양성’에 두고 체계적 시스템까지 구축해 범죄 집단을 길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김 위원장은 “해커를 양성할 때 출신 성분을 따지지 말고 실력 좋은 인재는 무조건 뽑으라”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에선 통상 혈통에 따라 거주지, 직업 등 사회적 신분이 엄격하게 결정되지만 해킹 양성 과정에서만 예외를 인정하겠다고 공언한 것. 정보 고위 소식통은 “그만큼 (해킹이 가져올 돈벌이에 대한) 북한 지휘부의 기대감이 큰 것”이라고 평가했다.● 어린 수학·컴퓨터 재능들, ‘사이버 범죄’ 길로 유도 2년마다 발간되는 국방백서에는 2016년부터 북한 해킹 관련 인력이 6800여 명이라고 쭉 기재됐다. 그에 앞서 2015년 국가정보원이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할 당시 6개 해킹조직 1700명에 17개 해킹지원조직 5100명으로 총 6800여 명이라고 밝혔는데, 이 수치가 계속 반영돼 온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보당국은 최근 북한의 사이버전 인력 규모를 8400여 명으로 재평가했다. ‘2022 국방백서’에 기재된 6800여 명보다 약 20%(1400여 명) 증가한 것으로, 북한이 최근 사이버전에 사실상 사활을 걸면서 우리 정보당국도 해커 규모를 다시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선 어릴 때 수학, 컴퓨터 분야에서 특출난 재능을 보이면 불법 돈벌이에 투입될 해커 양성 과정에 집중 투입한다는 게 정보당국의 판단이다. 해킹 새싹들은 ‘기초→전문→고급 단계’ 교육 과정을 거치면서 상급 수준의 실전 해커로 완성된다. 특히 정찰총국 산하 대학에서 양성된 해커들 중 최정예 졸업생들은 일부 외국 대학이나 1년 미만의 북한 단기 기술양성소에서 실전 해킹 기술을 습득하고 있다고 정보 소식통은 전했다. 십수 년간 양성 교육을 마친 이들은 정찰총국 산하 라자루스, 김수키 등 해킹조직에서 전방위적인 해킹 공격을 통해 핵·미사일 개발 및 정권 유지 비용을 창출하는 핵심 역할을 맡는다. 김 위원장은 이미 2013년 군 간부들에게 “사이버전은 핵·미사일과 함께 인민군대의 무자비한 타격 능력을 담보하는 만능의 보검”이라며 노골적으로 해킹이 핵·미사일에 버금가는 핵심 전력임을 공언한 바 있다. 이때부터 해커 양성을 국가적 중점 과제로 본 것. 특히 최근엔 북한이 고성능 컴퓨터를 반입하는 등 사이버 범죄 인프라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지폐 위조, 불법 마약 제조 등 기존 외화벌이 수단들이 대북 제재로 어려워지자 해킹 기반 강화에 역량을 총동원한다는 것. 정보당국에 따르면 북한에서 해커들은 해외 장기 근무가 가능하고, 근무 환경도 다른 외화벌이보단 상대적으로 낫다. 소식통은 “가상자산 탈취 등은 투입 대비 성과를 내기 쉽다는 점에서 우수 인력들이 자청해 사이버 범죄의 길로 가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북-러, 해킹 기술 공동 교육·연구 기반 마련 정보당국은 북한과 러시아가 지난달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을 통해 해킹 기술 관련 공동 연구 및 상호 교육 등에 대한 기반은 이미 마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북-러가 해킹 등에 사용되는 핵심 악성코드 등을 공동으로 개발하거나 상호 공유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앞서 북-러는 이 조약에 “정보통신기술 분야에서의 안전 등 전략적 의의를 가지는 분야들에서 증대되고 있는 도전과 위협들에 공동으로 대처하기 위하여 호상(상호) 협력(9조)” “국제 정보안전 보장체계의 형성을 추동(18조)” 등의 내용을 포함시킨 바 있다. 이에 당시 향후 사이버 분야 협력을 시사하는 조항이란 해석이 나왔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국군 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이 해외에서 신분을 위장해 활동하는 ‘블랙요원’과 전체 부대원 현황 등이 담긴 2, 3급 기밀 5∼6건을 중국동포(조선족)에게 파일 형태로 유출한 혐의를 국군 방첩사령부가 포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군 검찰은 29일 이 군무원에 대해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날 방첩사 고위 관계자 및 야당 관계자 등에 따르면 국군 정보사에서 근무하는 군무원 A 씨는 중국 등 해외에서 활동 중인 블랙요원 리스트와 전체 부대원 현황 등 2, 3급 기밀 여러 건을 출력하고, 파일 형태로 중국동포에게 전송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파일엔 블랙요원의 본명과 활동 국가 등 세부 정보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기밀 파일을 건네받은 이 조선족이 북한의 대남 공작 조직인 정찰총국 정보원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에서도 극히 소수만 아는 블랙요원 리스트가 북한에 유출될 경우 해외의 우리 군 정보망이 치명타를 입는 게 불가피하다. 실제 사건이 알려진 직후 중국 등에서 활동하는 일부 블랙요원이 급히 귀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개인 노트북에 저장돼 있던 이 같은 2, 3급 기밀을 외부 사이트에 유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A 씨는 군 간부 출신으로 전역 후 정보사 군무원으로 재취업한 뒤 해외 공작담당 부서에서 근무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기밀을 유출한 사실이 없으며 노트북이 해킹당했다면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보안규정을 어기고 개인 노트북에 다수의 민감한 기밀을 저장했던 만큼 군 당국은 고의성이 있었음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방첩사가 지난달 A 씨를 입건한 뒤 피의자 조사를 한 차례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또 방첩사는 해당 사건을 비공개로 자체 수사하다가 언론들에 관련 내용이 보도된 뒤에야 군 검찰을 통해 29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국군 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이 해외에서 신분을 위장해 활동하는 ‘블랙요원’과 전체 부대원 현황 등이 담긴 2,3급 기밀 5~6건을 중국동포(조선족)에게 파일 형태로 유출한 사실을 국군 방첩사령부(이하 방첩사)가 포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군 검찰은 29일 해당 군무원을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군은 기밀이 든 파일을 건네받은 조선족이 북한 정찰총국의 정보원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에서도 극히 소수만 아는 블랙요원 리스트가 북한에 유출될 경우 해외 군 정보망은 ‘궤멸’ 수준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실제 사건 직후 중국 등에서 활동하는 일부 블랙요원이 최근 급히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방첩사는 지난달 해당 군무원을 입건한 뒤 피의자 조사를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해당 사건을 자체 수사하다 언론 보도 뒤에야 군검찰을 통해 29일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등 늑장 대처로 일관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29일 방첩사 고위관계자와 야당 관계자에 따르면 국군 정보사에서 근무하는 군무원 A 씨는 올해 수차례에 걸쳐 중국 등 해외에서 활동 중인 블랙요원 리스트와 전체 부대원 현황 등 2, 3급 기밀 여러 건을 출력했고, 이를 파일 형태로 성명불상의 중국동포에게 전송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파일에는 블랙요원의 본명과 나이, 활동 국가 등 구체적인 정보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방첩사는 지난달 A 씨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입건하고, 정확한 유출 내용과 이를 건네받은 중국동포의 정체 등을 수사해 왔다. 정부 소식통은 “파일을 건네받은 조선족이 북한 정찰총국의 정보원일 가능성이 있어 유출된 블랙요원 리스트가 북한에 넘어갔을 개연성이 크다”고 했다. 다만 아직 북한과의 연계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국방부 정보본부 예하의 정보사 요원들은 각국 주재 대사관에서 외교관 등의 신분인 ‘화이트 요원’과 정부기관과 무관한 사업가 등으로 위장한 ‘블랙요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정보원 등 각국 정보기관도 ‘블랙요원’을 ‘휴민트(HUMINT·인적 정보) 의 핵심 자산으로 활용하고 있다.블랙요원 리스트가 적성국에 넘어갈 경우 해외 군 정보망은 ‘올 스톱’ 될 수밖에 없다. 적성국이 ‘블랙요원’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고, 주재국에서도 집중 감시를 받기 때문. 실제 이번 사건이 알려진 뒤 중국 등에서 활동하는 일부 블랙요원이 급히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군 소식통은 “블랙요원 1명을 양성하는 데 최소 5년 이상 소요된다”며 “길게는 십 수년간 구축한 해외 군 정보망이 한번 무너지면 복구하기가 매우 힘들다”고 했다.A 씨는 자신의 노트북에 저장돼 있던 이같은 2, 3급 기밀을 외부 사이트에 유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일각에선 유출 규모가 최소 수백건, 최대 수천건에 달한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A 씨는 군 간부 출신으로 전역 후 정보사 군무원으로 재취업한 뒤 해외 공작담당 부서에서 근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기밀을 유출한 사실이 없으며 자신의 노트북이 해킹당했다면서 관련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하지만 보안규정을 어기고 개인 노트북에 다수의 민감한 기밀이 저장된 점에서 방첩사와 군검찰은 고의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군 안팎에 공범이나 조력자가 있을 가능성도 수사하고 있다.군검찰은 29일 방첩사 요청에 따라 A 씨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앞서 방첩사는 지난달 A 씨를 입건하고 압수수색 등 자체 수사를 진행해 왔다.하지만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피의자 소환 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쉬쉬하면서 자체 수사를 진행하다 언론에 관련 내용이 보도된 뒤에야 군 검찰을 통해 29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군 안팎에서는 사안의 중대성과 증거 인멸 가능성 등을 고려해 전방위적 초동 수사가 이뤄졌어야 했다는 비판이 많다. 군 소식통은 “방첩사가 ‘비밀주의’로 일관하다 실기(失機)했다는 비판이 많다”고 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28일 오전 일본 니가타현 사도섬. 전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사도광산에서 2km, 자동차로 5분가량 떨어진 ‘아이카와(相川) 향토박물관’ 2층에 가로 5.2m, 세로 4.2m 크기의 작은 방이 처음 공개됐다. ‘조선반도(한반도의 일본식 표현) 출신자를 포함한 광산 노동자의 생활’이라는 제목이 걸린 전시관이다. 일제강점기 중 사도광산에 끌려온 조선인 노동자에 대한 전시 공간으로 일본 정부가 ‘전체 역사를 현장에 반영하겠다’며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내건 약속을 지키려 만들었다. 노동자 출신지를 안내하는 설명판에는 “1938년 4월 공포된 국가총동원법에 따른 국민징용령으로 모집, 관 알선, 징용이 한반도에 도입됐다”며 조선총독부가 관여했다는 설명이 적혀 있었다. 모집, 관 알선, 징용은 일본 정부도 강제성을 인정한 동원 방식이다. 하지만 전시관 설명 어디에도 조선인 노동자들이 강제로 동원됐다는 것을 명확히 알게 해주는 ‘강제동원’ ‘강제노역’ 등의 문구는 없었다. 강제동원에 대한 일본 측의 사과 표현도 없었다. 사도광산 등재와 이에 따른 전체 역사 반영으로 한일 양국 정부는 과거사 대립을 피하고 한 발씩 양보하면서 각각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자평한다. 하지만 양국 인식의 골을 메우고 역사 화해를 하는 데는 한계를 보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도광산에 ‘조선인 가혹한 노동’ 기록… 불법성은 인정 안해韓日, 연초배급대장 실마리로 추적80년만에 조선 청년들 이름 되찾아조선인 위험노동 투입, 日의 5배 등부당한 대우에 ‘강제’ 표현 없어 논란25번 김기순 1919년 2월 16일생. 26번 장재익 1918년 8월 1일생. 28번 최삼동 1916년 10월 12일생…. 조선인 노동자 전시 공간 패널에 실린 전시 자료에는 한국인들의 이름이 줄줄이 적혀 있었다. 사도광산 기숙사에 살던 조선인 노동자에게 담배를 배급한 기록이 담긴 1944년 판 ‘연초 배급대장’ 명부다. 식민지 백성이라는 이유로 영문도 모른채 외딴섬 광산에 끌려온 20, 30대 꽃다운 조선의 젊은이들은 80년이 지나서야 전시관에 이름 석 자가 새겨졌다. 일본은 감추려 했고, 한국은 챙기지 못했던 일제강점기 아픈 과거사가 21.84㎡ 좁은 공간에 작은 흔적으로나마 전시됐다.● 힘들고 가혹한 노동은 조선인 몫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일본 정부는 1946년 주요 사업장에 조선인 동원 명부를 제출하라는 통지를 내렸다. 하지만 사도광산을 운영했던 미쓰비시는 조선인 명부를 제출하지 않으며 강제동원을 은폐했다. 잊혀 가던 과거사 기록을 니가타현 향토 사학자들이 찾아 나섰다. 사도섬의 사도박물관에서 발견된 연초 배급대장이 그중 하나다. 한일 역사 연구자들은 이를 근거로 조선인 노동자 실체와 규모를 추정하며 과거사 조각을 맞춰 가기 시작했다. 전시 자료에는 혹독했던 당시 환경이 짐작되는 대목들이 보인다. 1943년 5월 사도광산 노동자는 일본인 709명, 조선인 584명으로 일본인이 더 많았다. 하지만 발파, 운반 등 노동 강도가 세고 위험한 작업에는 조선인이 일본인보다 최대 5배가량 많이 투입됐다. 조선인은 월평균 28일 일했다. 계약 기간이 끝나도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계속 일을 시켰다. 출신지는 논산, 공주, 부여, 청양, 연기 등 충남에 집중됐다.● ‘강제’ 표현 끝내 언급 안 해 역사 사실을 전하는 사도광산 현장의 사료 전시를 보면 누구라도 당시 조선인은 강제로 끌려와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짐작할 수 있다. 2015년 하시마섬(군함도) 세계유산 등재 조건이었던 산업유산정보센터 설치가 군함도와 1000km 이상 떨어진 도쿄에 이뤄졌고 ‘차별은 없었다’는 왜곡된 내용으로 채워진 것과 대조적이다. 하지만 전시 공간 어디에도 ‘강제동원’ ‘강제노역’이라는 표현은 없다는 점은 앞으로도 논란이 예상된다. 일본 정부는 2015년 하시마섬 세계유산 등재 당시 강제노역(forced to work)을 시킨 것을 인정했지만 이번에는 끝내 언급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모집, 관 알선, 징용의 강제성은 인정하지만, 국제법이 규정한 ‘강제노동’은 아니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는다. 전시장에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해 5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혹독한 환경에서 많은 분들이 매우 고통스럽고 슬픈 일을 겪으셨다는 것에 마음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한 발언이 설명판으로 전시됐다. 하지만 사도광산 조선인 노동자들에 대한 직접적인 사과는 물론이고 1990년 아키히토 일왕 유감 표명(“통석의 염을 금할 길이 없다”),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식민지 지배로 한국민에게 고통을 안긴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 사죄를 한다”) 등 과거 사과 표현 전시도 없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일제강점기 한국인에게 가혹했던 역사를 담은 설명판을 현장에 설치하는 성과를 거뒀고, 일본은 강제동원 인정 및 추가 사과를 하지 않으면서 세계유산 등재라는 실속을 챙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일본이 추도식을 비롯한 후속 조치 이행에 있어서도 우리 정부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진정성 있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사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비엔티안=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26일(현지 시간)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장관)과 만나 새 조약까지 체결하는 등 밀착한 북-러 관계에 대해 “엄중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날 중국 외교부가 공개한 회담 자료에 따르면 왕 부장은 조 장관에게 “중국은 한반도에서 전쟁과 혼란이 발생하는 걸 원하지 않고 모든 관련 당사자가 공동으로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해 상황을 완화하고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추진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이날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과 왕 부장은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외교장관회의 참석을 계기로 40여 분간 회담했다. 조 장관은 “최근 북한의 복합적인 도발과 북-러 밀착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이라며 “양국 간 전략적 소통 강화가 그 어느 때보다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중국 측의 건설적 역할도 당부했다. 왕 부장은 “중국의 대(對)한반도 정책에 변함이 없다”며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중국은 이날 기존 입장을 반복했지만 최근 한 달 새 우리와 세 차례나 고위급 교류에 나선 자체가 북-러 밀착에 대한 불편함을 내비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지난달 19일 한중 ‘2+2’ 외교안보대화 당시엔 “북-러 간 교류가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중국 외교부는 조 장관이 회담에서 “‘하나의 중국’을 존중하는 한국의 입장에 변함이 없고 대만이 중국의 핵심이익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의 이 발언은 한국 외교부 발표엔 담기지 않았다. ‘하나의 중국’은 중국이 상대국에 이를 원칙으로 지키면서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취지에서 사용해 온 표현이다. 이날 조 장관은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 일본 외상과도 48분 동안 회담을 갖고 북-러 밀착 우려를 공유했다. 비엔티안=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가 유력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와 막판 교섭에서 ‘사도광산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려면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 등 전체 역사를 반영해야 한다’는 한국 요구를 수용하고 이를 위한 일부 실질적인 조치를 이미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2015년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나가사키현 하시마섬(군함도) 세계유산 등재 때와 비교해 일본 측의 전향적 조치를 이끌어 냈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본이 사도광산 조선인 강제노역에 대해 얼마나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알릴지는 미지수다. 조선인 노동자에게 가혹했던 상황에 대해 일본이 사죄 의사를 내비칠 가능성도 낮다. 이에 따라 한국 측 요구가 일부 반영됐다고 하더라도 역사 반성에 인색한 일본과 인식 간격을 메우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인 1500여 명 강제동원된 장소 외교부 당국자는 26일 기자들과 만나 “가까스로 한일 간 합의가 막판에 이뤄지고 있다”며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한일 간 (등재 찬반) 투표 대결 없이 사도광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사도광산은 27일 인도 뉴델리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 46차 회의에서 한국을 포함한 21개 회원국 컨센서스(전원 동의)로 등재가 확실시된다. 이 당국자는 일본이 ‘전체 역사’를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이를 위한 실질적 조치를 이미 취했다”고 말했다. 실질적 조치는 조선인 노동자 역사를 알리는 시설물을 현장에 전시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일본 정부가 조선인을 포함한 노동자 역사를 사도광산 현지에 전시할 방침을 굳혔고 한국 정부와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사도광산은 16∼19세기 세계적 규모의 금광이었다. 19세기 후반부터 대규모로 개발됐고 일제강점기엔 1500여 명의 조선인이 끌려가 혹독한 강제노역에 시달렸다. 일본 정부는 애초 조선인 강제동원 역사가 불거질까 봐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2022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가 한국과의 역사 전쟁을 피해선 안 된다며 세계유산 후보로 추천해 갈등이 점화됐다.● 여전히 큰 한일 역사 인식 간격 한국 정부는 2015년 군함도 세계유산 등재 당시 일본이 약속을 어긴 전례를 염두에 두고 일본의 사전 조치 이행 확인에 초점을 맞췄다. 9년 전에는 약속만 받아냈지만 이번에는 일본이 이미 조치를 취했다는 점에서 당시보다 한 발 나아갔다는 평가다. 일본은 군함도 등재 당시 ‘본인 의사에 반하는 조선인 강제노역’을 공식 인정하며 희생자를 기리는 전시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전시 시설(산업유산정보센터)은 군함도에서 1000km 이상 떨어진 도쿄에 뒀다. 강제노역 사실보다는 조선인을 평등하게 대해줬다는 왜곡된 설명문을 주로 전시했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는 강제동원을 포함한 전체 역사가 반영되지 않으면 사도광산 등재에 반대하겠다고 맞섰다. 유네스코 자문기구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도 지난달 한국 입장을 반영해 “전체 역사를 현장 레벨에서 포괄적으로 다루는 설명 전시 전략을 책정하라”며 ‘보류(refer)’를 권고했다. 한일 합의로 세계유산 등재가 이뤄지게 되면서 지난해 3월 한국 정부의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법 발표 이후 이어져 온 한일 관계 개선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본이 사도광산 현장에 전시하는 시설물이 한국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면 정부 간 관계 개선과 별개로 한국 국민들의 반발은 커질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자신들이 과거에 행한 다양한 형태의 강제동원이 국제법상 강제노동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과거사 사죄 문제에서도 2015년 아베 담화에서 “다음 세대에 계속 사죄의 숙명을 짊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며 더 이상 반성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사도(佐渡)광산일본 혼슈 서쪽 니가타현 사도섬에 있는 광산. 16∼19세기 일본 최대 금광이었고 1939∼1945년에는 조선인 1500여 명이 강제동원돼 혹독한 노동에 시달렸다. 1989년 폐광돼 현재는 관광지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가 유력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와 막판 교섭에서 ‘사도광산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려면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 등 전체 역사를 반영해야 한다’는 한국 요구를 수용하고 이를 위한 일부 실질적인 조치를 이미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한국 정부는 2015년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나가사키현 하시마섬(군함도) 세계유산 등재 때와 비교해 일본 측의 전향적 조치를 이끌어 냈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본이 사도광산 조선인 강제노역에 대해 얼마나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알릴지는 미지수다. 조선인 노동자에게 가혹했던 상황에 대해 일본이 사죄 의사를 내비칠 가능성도 낮다. 이에 따라 한국 측 요구가 일부 반영됐다고 하더라도 역사 반성에 인색한 일본과 인식 간격을 메우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투표 대결 없이 사도광산 등재될 듯”외교부 당국자는 26일 기자들과 만나 “가까스로 한일 간 합의가 막판에 이뤄지고 있다”며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한일 간 (등재 찬반) 투표 대결 없이 사도광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사도광산은 27일 인도 뉴델리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 46차 회의에서 한국을 포함한 21개 회원국 컨센서스(전원 동의)로 등재가 확실시된다.이 당국자는 일본이 ‘전체 역사’를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이를 위한 실질적 조치를 이미 취했다”고 말했다. 실질적 조치는 조선인 노동자 역사를 알리는 시설물을 현장에 전시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일본 정부가 조선인을 포함한 노동자 역사를 사도광산 현지에 전시할 방침을 굳혔고 한국 정부와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사도광산은 16~19세기 세계적 규모 금광이었다. 19세기 후반부터 대규모로 개발됐고 일제강점기엔 1500여 명의 조선인이 끌려가 혹독한 강제노역에 시달렸다.일본 정부는 애초 조선인 강제동원 역사가 불거질까 봐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2022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가 한국과의 역사 전쟁을 피해선 안 된다며 세계유산 후보로 추천해 갈등이 점화됐다.● 여전히 큰 한일 역사 인식 간격한국 정부는 2015년 군함도 세계유산 등재 당시 일본이 약속을 어긴 전례를 염두에 두고 일본의 사전 조치 이행 확인에 초점을 맞췄다. 9년 전에는 약속만 받아냈지만 이번에는 일본이 이미 조치를 취했다는 점에서 당시보다 한발 나아갔다는 평가다.일본은 군함도 등재 당시 ‘본인 의사에 반하는 조선인 강제노역’을 공식 인정하며 희생자를 기리는 전시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전시 시설(산업유산정보센터)은 군함도에서 1000km 이상 떨어진 도쿄에 뒀다. 강제노역 사실보다는 조선인을 평등하게 대해줬다는 왜곡된 설명문을 주로 전시했다.이 때문에 한국 정부는 강제동원을 포함한 전체 역사가 반영되지 않으면 사도광산 등재에 반대하겠다고 맞섰다. 유네스코 자문기구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도 지난달 한국 입장을 반영해 “전체 역사를 현장 레벨에서 포괄적으로 다루는 설명 전시 전략을 책정하라”며 ‘보류(refer)’를 권고했다. 한일 합의로 세계유산 등재가 이뤄지게 되면서 지난해 3월 한국 정부의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법 발표 이후 이어져 온 한일 관계 개선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일본이 사도광산 현장에 전시하는 시설물이 한국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면 정부 간 관계 개선과 별개로 한국 국민들의 반발은 커질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자신들이 과거에 행한 다양한 형태의 강제동원이 국제법상 강제노동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과거사 사죄 문제에서도 2015년 아베 담화에서 “다음 세대에 계속 사죄의 숙명을 짊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며 더 이상 반성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사도(佐渡)광산일본 혼슈 서쪽 니가타현 사도섬에 있는 광산. 16~19세기 일본 최대 금광이었고 1939~1945년에는 조선인 1500여 명이 강제동원돼 혹독한 노동에 시달렸다. 1989년 폐광돼 현재는 관광지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정부가 8·15 광복절을 목표로 준비 중인 새 통일담론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이라는 통일의 ‘최종단계(end state)’를 명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통일 방안은 어느 체제로 통일할지 적시하지 않은 반면 이번엔 우리 체제로 통일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겠다는 것이다. 야당에선 “흡수 통일 방안”이라고 비판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새 통일담론과 관련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등을 포함해 정부가 내세우는 가치를 담아내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3·1절 기념사에서 “이제 모든 국민이 자유로운 통일 한반도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면서 “자유와 인권이라는 보편의 가치를 확장하는 것이 바로 통일”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통일부는 3월부터 진행한 여론 수렴 결과와 연설문 형태의 새 통일담론 초안 등을 작성해 대통령실에 이미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의 초안에는 지난해 8월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3국 정상이 지지한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 등 정부의 통일 비전을 국제사회에 확산하고 북한 인권 문제를 지적하며 북한 정권의 변화를 촉구하는 취지 등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우리가 원하는 통일의 지향점을 분명하게 북한에 촉구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역대 정부의 공식 통일방안이자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민족공동체통일방안’(1994년)은 큰 틀에서 수정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정부가 민족공동체통일방안에 자유주의 철학 비전 등이 누락돼 있다고 판단했던 만큼 대규모 손질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통일부의 여론수렴 과정에서 수정에 반대하는 여론이 많아 큰 틀에서 바꾸지 않는 방향으로 검토가 이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