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석

임현석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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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임현석 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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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24~2026-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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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는만큼 매력적인 울진, 봄맞이 서울 자연 속 도서관까지[여행의 기분]

    동아일보가 간추린 이 계절 여행지 소식. 매주 목요일마다 뉴스레터로 만나보세요.이번 주 간추린 여행지 1. 울진의 동굴, 모노레일, 스카이워크동아일보는 울진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석회암 동굴 ‘성류굴‘과 등기산 스카이워크, 죽변 해안스카이레일을 꼽습니다. 3곳의 관광지는 당일 여행코스로도 알맞습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관광했는데, 관광지 간 이동 시간은 차로 30분씩 소요됐습니다. 울진은 인구 밀집도가 낮은 편이라 교통 체증도 적고, 이동 환경이 쾌적하다는 장점도 있었다네요. 2. 서울 자연 속 도서관서 힐링봄 날씨가 찾아오면서 서울 곳곳에서 이색 야외 독서 프로그램이 열립니다. 18일 개장한 서울야외도서관은 올 11월 10일까지 휴장 없이 운영합니다. 올해로 3년 차를 맞은 서울야외도서관은 서울시민이 뽑은 1위 정책에 꼽힐 정도로 호응이 컸죠. 올해는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에 이어 청계천까지 장소를 확대했습니다. 3. 오감 만족 남도 여행, 전북의 치유관광 전북은 전체 면적의 56%가 산림이죠. 물이 맑고 공기가 좋습니다. 이런 자연환경은 지친 몸에 쉼을 줍니다.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만 같네요. 많은 이가 전북을 찾는 이유가 여기에 있죠. 전북도와 전북문화관광재단은 지난해 10곳의 치유 관광지를 선정했습니다. 어떤 곳들인지 함께 알아보시죠.1. 아는 만큼 매력적인 울진▶클릭하시면 기사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울진을 대표하는 관광지는 석회암 동굴 ‘성류굴’로 2억5000만 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국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곳이다. 총길이는 약 870m이며, 일반인에게 개방된 구간은 270m이다.성류굴은 입장하는 순간부터 이색적인 풍광에 압도되는 느낌을 받는다. 동굴이라는 공간 자체가 주는 낯섦과 쉽게 접하기 어려운 석회암 생성물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종유석, 석순, 석주, 석판, 석막 등 다양한 형태의 석회암이 가득해 마치 탐험가가 된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성류굴은 신라 진흥왕 17년(548년)에 발견됐으며, 임진왜란(1592년) 때 왜군을 피해 불상들을 굴 안에 피신시킨 것으로 유명해졌다. 실제로 굴 안은 연중 12~18도를 유지하는데, 덥지도 춥지도 않은 쾌적한 온도라 추운 겨울과 더운 여름에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울진을 관광한다면 성류굴 방문은 추천할 만하다. 지구의 신비로움을 온몸으로 경험할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5000원, 어린이는 2500원이며 인근에 넓은 주차장이 조성돼 있다.2. 책 읽기 좋은 봄… 자연 속 도서관서 힐링▶클릭하시면 기사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공원 한가운데 있는 도서관이라 아들과 함께 일주일에 서너 번은 오고 있어요.”16일 서울 양천구 양천공원 책쉼터에서 만난 김민지 씨(35)는 네 살 된 아들에게 뽀로로 책을 읽어주며 이렇게 말했다. 2020년에 조성된 책쉼터는 양천근린공원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어 공원을 찾는 주민들이 잠시 쉬었다 가는 장소가 됐다. 어디서나 공원이 잘 보이도록 통유리 창이 곳곳에 설치돼 있어 자연과 바로 이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소장 도서도 1만 권 가까이 돼 주민들에게 인기다. 이날도 20여 명이 이곳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김 씨는 “바로 앞에 큰 놀이터도 있고, 일반 도서관과 다르게 대화도 가능해서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기 좋다”며 “어린이집에서 하원하면 아이가 먼저 도서관에 가자고 한다”고 전했다.봄 날씨가 찾아오면서 서초구, 강북구 등에서도 이색 야외 독서 프로그램 운영을 시작하고 있다. 강북구는 24일부터 북한산과 인접한 수유1동에 숲속 북카페인 ‘산수유’를 운영한다. 북한산 초입에 있어 주민들이 차를 마시면서 책도 읽을 수 있는 힐링 공간으로 조성됐다. 서초구는 다음 달 25일부터 ‘서초 책 있는 거리’를 운영한다.3. 별빛이 내린다… 숲에서 별 보고 명상하니 여기가 무릉도원▶클릭하시면 기사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전북형 치유 관광지 10곳 가운데 힐링·명상과 뷰티·스파 주제에 이름을 올린 곳은 임실 성수산 왕의 숲 생태관광지와 고창웰파크시티다. 고려 태조 왕건과 태조 이성계의 건국 설화를 바탕으로 조성된 임실 성수산 왕의 숲 생태관광지는 편백은 물론이고 희귀종인 청 배실 나무 등 다양한 생태계가 잘 보존돼 있다. 아이들이 숲과 하나 돼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숲 놀이터, 북카페를 비롯해 명상 덱, 풍욕장, 수목원 등이 있어 일상에서 지친 몸의 재충전에 안성맞춤이다.고창웰파크시티에서는 게르마늄 성분이 함유된 온천에서 수압 자극을 통해 물리치료의 효과를 느낄 수 있다. 어린아이들을 위한 물놀이 시설도 있다. 황토와 피톤치드로 만들어진 숙소와 황톳길 체험장, 면역 산책로를 걷다 보면 몸에 쌓은 노폐물을 배출하고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다.전통 생활을 하면서 휴식을 취할 곳도 있다. 전북 완주군 소양면에 있는 대승한지마을이 그곳이다. 대승한지마을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전국 최고의 한지 생산지로 명성이 높았던 지역이다. 지금도 장인 수준의 한지 생산 기술자들이 국내산 닥나무와 전통 방식의 외발, 쌍발을 이용한 제작 기술로 고려 한지의 명맥을 유지, 발전시키고 있다. 한지 생활사 전시관과 한지 체험장에서 한지를 직접 뜰 수 있고, 한옥 숙박 체험도 가능하다.동아일보가 간추린 이 계절 여행 이야기, <여행의 기분>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임현석 기자 lhs@donga.com}

    • 202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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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월의 목련, 5월의 차나무 [여행의 기분]

    동아일보가 간추린 이 계절 여행지 소식. 매주 목요일마다 뉴스레터로 만나보세요.이번 주 간추린 여행지1. 천리포수목원의 목련봄이면 수많은 꽃 축제가 열리지만, 목련 관련 축제는 국내에서 천리포수목원 목련 축제가 유일합니다. 지난달 29일부터 열린 축제는 이달 21일까지 이어집니다. 천리포수목원은 한국 최초의 민간 수목원이자 세계 최다 목련 수종을 보유한 수목원으로도 유명하죠. 목련 축제 프로그램은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수목원을 찾은 김선미 기자는 목련을 감상한 후 아름다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됐다고 말합니다. 2. 쌍계사의 차 문화국내에서 처음으로 차나무를 심었던 경남 하동군 쌍계사에선 다음 달 2∼5일 차문화대축전이 열립니다. 올해는 시배지에서 찻잎을 채취하는 개원채다 의식, 다도 의례, 다맥전수식 등과 함께 청소년을 대상으로 ‘茶-디카시로 만나다’라는 행사도 연다는군요. 이진구 기자가 쌍계사 주지 지현 스님을 만나 ‘선다일미(禪茶一味)’의 경지를 이야기합니다.3. 2.5km 길이, 국내 최장 ‘징검다리’전남 신안군 암태도에 딸린 부속 섬 추포도엔 두 가지 명물이 있습니다. 가는 모래로 유명한 추포해수욕장과 300년의 애환이 담긴 노둣길이죠. 길은 암태도와 추포도를 잇는 시멘트 도로 속에 숨어 있었지만, 최근 이를 철거한 뒤 다시 얼굴을 드러냈습니다. 1. 목련, 순간적이면서 동시에 영원한▶클릭하시면 기사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지난 주말 천리포수목원에서의 한나절은 황홀했습니다. 세상에서 목련의 종류가 가장 많은 수목원에서 눈이 시리도록 목련을 봤으니까요. 컵케이크처럼 생긴 목련을 비롯해 꽃잎이 마흔 장이나 되는 별목련까지…. 4월의 탄생석인 다이아몬드보다 목련이 더 아름다운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이달 21일까지 열리는 천리포수목원의 ‘사르르 목련 축제’에 간 것은 이 수목원을 설립한 고 민병갈 원장(1921~2002·미국 이름은 칼 페리스 밀러)에게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습니다.지난해 9월 썼던 ‘고 민병갈 천리포수목원장님에게 보내는 계절 편지[김선미의 시크릿가든]’ 기사()의 맨 마지막은 이랬습니다. ‘내년 봄 목련이 가득 필 무렵에도 가겠습니다. 각별히 아끼셨다는 ‘라즈베리 펀’ 목련, 딸기에 크림을 얹은 색 같다며 ‘스트로베리 앤드 크림’이라고 이름 붙이신 목련도 보고요. 그래서 사람들이 천리포는 계절마다 가봐야 한다고 말하나 봅니다. 천리포수목원을 아끼고 사랑하는 팬들이 많습니다, 원장님.’예. 이번에 가서 라즈베리 펀 목련도, 스트로베리 앤드 크림 목련도 눈과 마음에 가득 담아왔습니다. 라즈베리 펀은 천리포수목원 밀러가든의 민병갈 원장 동상 옆에 별 모양의 연분홍 꽃을 풍성하게 피우고 있었습니다. 2. 차 마시기 전 명상 잠기면 마음속 화가 사르르▶클릭하시면 기사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올해 처음 딴 첫물 차인데, 한번 드셔보세요.”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자 주지 스님이 차를 권했다. 늘 보던 것과 달리 투명에 가까울 정도로 하얀빛. 진한 차 맛을 기대하고 한 모금 마셨는데, 생각과 달리 약간의 단맛이 나는 맹물에 가까웠다. “무슨 맛은 나지요? 허허허. 이게 진짜 녹차 맛입니다.”2024 쌍계사 세계 차문화대축전’(5월 2∼5일)이 얼마 남지 않은 15일. 경남 하동군 쌍계사에서 만난 주지 지현 스님은 “차를 마시는 과정이 수행하는 것 같다는 뜻에서 선다일미(禪茶一味)라고 한다”며 “마시기 전 3분만 조용히 명상에 잠겨도 마음속 화가 많이 가라앉을 것”이라고 말했다.3. ‘300년 역사’ 전남 노둣길 살아나니 갯벌도 ‘생기’▶클릭하시면 기사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추포도에 살면서 옛 선조들이 옳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추포도는 전남 신안군 암태도에 딸린 부속 섬이다. 본래 북쪽 포도(浦島)와 남쪽의 추엽도(秋葉島), 동쪽의 오도(悟島) 등 3개 섬으로 이뤄졌으나 1965년 간척으로 하나의 섬이 되었다. 서울 여의도의 약 1.4배(4.050km²)인 추포도에는 명물이 두 개 있다. 가는 모래로 유명한 추포해수욕장과 300년의 애환이 담긴 노둣길이다.김성룡 추포도 이장(70)은 요즘 갯벌에 나가는 주민들이 많아졌다며 달라진 일상을 전했다. 김 양식과 염전, 농사일을 주로 하는 주민들이 갯벌에 자주 나가는 이유는 칠게와 낙지, 짱뚱어가 예전보다 많아졌기 때문이다. 김 이장은 “지난해 암태도와 연결된 시멘트 도로를 철거한 뒤 일어난 변화”라고 말했다.동아일보가 간추린 이 계절 여행 이야기, <여행의 기분>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임현석 기자 lhs@donga.com}

    • 202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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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원을 다시 보게 됐다 [여행의 기분]

    매주 목요일 발행되는 뉴스레터 ‘여행의 기분’동아일보가 간추린 이 계절 여행지 소식. 매주 만나보세요.이번주 간추린 여행지1. 남원, 여러 빛깔의 사랑.서울역에서 KTX를 타면 남원역까지 약 2시간 20분. 광한루부터 몽심재까지. 남원은 우리나라 정원의 과거 현재 미래를 당일치기 여행으로 볼 수 있는 장소입니다. 여기 한 기자는 여러 빛깔의 사랑이 남원의 정원에 있다고 말합니다. 남원의 공간 속에 사랑은 어떻게 스며들고 있을까요.2. 걷기 좋은 봄밤, 도시의 숲 경기 부천시의 대형 실내 수목원인 수피아가 5일부터 주말 야간 개장을 시작했습니다. 도심 숲 치곤 드물게 각종 야자수를 둘러볼 수 있습니다. 한낮 도시 열기를 벗어나 야자수 숲을 걷고 있노라면, 사막을 지나 오아시스로 건너가는 기분입니다.3. 고궁에서 느끼는 따뜻한 봄날매년 치열한 예약 경쟁으로 ‘궁케팅(궁궐+티케팅)’이란 신조어도 만들어낸 ‘경복궁 별빛야행’도 어김없이 열립니다. 다음 달 2∼4일 하루 2회 차로 진행됩니다. 경복궁 소주방에서 도시락 형태로 만들어진 수라상을 체험한 뒤 궁 곳곳에 대한 해설을 들으며 밤 산책을 할 수 있습니다. 궁중문화축전 사전예약 프로그램은 예약 플랫폼 티켓링크에서 예약할 수 있습니다.1. 사랑 사랑 내 사랑이어라 ▶클릭하시면 기사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광한루가 있는 정원 일대를 통칭하는 광한루원은 조선을 대표하는 관아정원(官衙庭苑)으로 대한민국 명승(名勝)이다. 광한루에 오른다. 광한루의 진가는 내부에 들어섰을 때 확연히 드러난다. 봄바람 드는 광한루에 서면 조선의 뛰어난 문인(文人) 정철이 발의한 세 개의 섬, 즉 삼신산이 시야에 펼쳐진다. 정면 5칸, 측면 4칸으로 내부가 뻥 뚫린 본루에서 바라보는 광경은 연지와 오작교 그리고 대나무, 배롱나무, 버드나무가 어우러진 신선의 세계다. 광한루에 걸린 현액(懸額)이 ‘계관(桂觀)’이다. 계수나무가 있는 달나라 궁전을 암시하는 것이다.광한루원에서는 다음 달 10∼16일 제94회 춘향제가 열린다. 일제강점기인 1931년 남원 유지와 주민, 권번 기생들이 돈을 모아 춘향사당을 준공하고 제사를 지내면서 시작된 춘향제는 대한민국 대표 축제로 성장했다.광한루원에서는 다음 달 10∼16일 제94회 춘향제가 열린다. 일제강점기인 1931년 남원 유지와 주민, 권번 기생들이 돈을 모아 춘향사당을 준공하고 제사를 지내면서 시작된 춘향제는 대한민국 대표 축제로 성장했다.2. 걷기 좋은 봄밤, 야자수 숲으로▶클릭하시면 기사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경기 부천시가 원미구 상동호수공원에 건립한 돔 형태의 대형 식물원 ‘수피아’가 5일부터 주말 야간에도 개방됐다. 황사와 미세먼지가 심한 요즘 밤에 상동호수공원 산책에 나서는 시민들이 청정한 공기를 마시며 휴식할 수 있는 쉼터가 생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8일 시에 따르면 72억 원을 들여 지상 2층 규모(연면적 2969m²)로 수피아를 조성해 2022년 6월 문을 열었다. 9개 테마공간에 430여 종(2만8000본)에 이르는 식물이 자라고 있다.우선 관엽원에는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12종류의 고무나무가 식재됐다. 수생원은 열대지방 강과 호수 주변에서 서식하는 수생식물이 자란다. 열대벗풀과 알로카시아 등을 만날 수 있다. 식물원 중앙에 있는 야자원에서는 오아시스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중동야자, 대왕야자, 공작야자, 코코넛야자 등 22종의 야자수가 관람객을 맞는다.3. 고궁에서 느끼는 따뜻한 봄날▶클릭하시면 기사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서울 고궁에서 따뜻한 봄날을 만끽하며 전통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축제가 열린다. 을 입고 궁중 일상을 체험하거나, 수라상을 맛본 뒤 궁중의 야경을 감상할 수도 있다.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와 한국문화재재단에 따르면 이달 27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창경궁, 경희궁 등 5대 궁과 종묘 일대에서 ‘2024 봄 궁중문화축전’이 열린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축전은 고궁을 배경으로 다채로운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축전 기간 5대 궁을 무제한으로 방문할 수 있는 ‘궁패스’는 26일까지 1만 장 한정 판매한다.올해는 조선 세종 시대를 배경으로 전통 복식을 입고 궁중음식과 무예, 무용 등 다양한 궁중 일상을 체험하는 관객 참여형 프로그램 ‘시간여행, 세종’을 경복궁 일대에서 새롭게 선보인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궁 침전, 소주방 등에서 연기자들이 펼치는 왕실 상황극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다. 다음 달 4, 5일 경복궁 근정전에서 가야금, 대금, 해금 연주자 100여 명이 연주하는 ‘고궁음악회, 100인의 치세지음(治世之音)’도 처음 선보인다. 조선 궁중음악 ‘여민락(與民樂)’을 시작으로 음악으로 세상을 화평하게 하려 했던 정신을 느낄 수 있다.동아일보가 간추린 이 계절 여행 이야기, <여행의 기분>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임현석 기자 lhs@donga.com}

    • 2024-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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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백예린은 그렇지 않아 [소소칼럼]

    가수 백예린이 R&B 팝스타를 거쳐 록 밴드 보컬로 앨범을 낸 건 3년 전이다. 백예린의 중저음 보컬과 팝스러운 멜로디는 록밴드 더 발룬티어스(The Volunteers)에서 지글거리는 기타와 억센 드럼 사운드에 맞서면서 세련된 균형감을 만들어낸다. 2021년 백예린의 록 밴드 보컬 변신을 두고 임희윤 대중음악 평론가(a.k.a 희미넴, 전 동아일보 기자)는 당시 인터뷰에서 “‘눈의 꽃’의 나카시마 미카가 영화 ‘나나’에서 펑크 록커로 변신했던 것”에 빗댔다. 그 말엔 복합적인 의미가 담겨있다. 마치 새 배역을 맡은 영화배우처럼 돌연한 변신의 느낌을 자아낸다는 것. 그리고 동시에 R&B 기반 팝가수가 거친 사운드로 중무장한 록 밴드 보컬로 변신한 사례를 찾자니, 그만큼 드물다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백예린은 록 밴드에 너무 진심이라, 가사에도 상당한 분노가 실려 있다. 가사에 관한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팬이나 대중이 저를 떠올릴 때 원피스를 입은 하늘하늘한 예린, 페스티벌 예린… 이렇게 많이 생각해주시는데 그런 것들을 많이 깨보고 싶었나 봐요.” ()맞다. 백예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그때나 지금이나 2017년 ‘해브 어 나이스 데이’ 페스티벌에서 초록색 원피스를 입고 바람을 맞으며 당시로선 미발표곡 ‘스퀘어’를 부르는 모습이다. 강렬한 인상이라, 그 영상을 보는 동안엔 내가 아저씨 몸에 갇힌 백예린 감성이라는 걸 깨닫게 될 정도였다.(나 그랬구나!)록 밴드 보컬로서의 변신은 나 같은 뜨내기 팬을 비롯해 팬들의 기대감을 의식하기에 의도적으로 엇나간다는 식이었다. 음악으로 자신을 표현할 때 백예린은 묘하게 이율배반적이다. 그의 음악이 감동을 자아낸다면, 자신을 표현하는 과정에서의 고민과 해석이 노래에 섬세하게 묻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는 백예린이 쌓아온 독보적인 캐릭터이기도 하다. 최근 인공지능(AI)으로 합성된 백예린의 목소리를 들었다. 합성된 소리는 영화 라붐 OST 리얼리티(Reality)를 부른다. 음색은 판박이다. AI 예린이 완곡할 때 그것이 감동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내 깨달았다. 그 감동이란 현실에서의 백예린이 다지면서 만들어온 단단한 캐릭터와 자아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임을. AI는 들어줄 만하지만, 거기엔 독자적인 매력은 없다. 백예린은 더 발룬티어스 보컬로서 같은 곡을 커버한 적이 있다. 그때 현실에서의 백예린은 장미 가시를 밟는 처절한 사랑을 끝낸 뒤인 것만 같다. AI 예린은 원곡의 늦은 밤 포근하고도 사랑스러운 기운을 담아낸다. 실제 이 곡을 커버하는 현실에서의 백예린은 외롭게 낮게 읊조린다. 같은 음색으로 음표를 실수 없이 회수하는 AI엔 없는 매력이다. 시행착오 속에서 만들어낸 단단한 감동이 없고, AI는 그저 실재하는 백예린의 캐릭터에 기댄다. AI 커버는 아무리 잘 부른 노래라도 매력적인 캐릭터 없인 공허하다는 것. 유튜버 침착맨이 부르는 ‘시티팝’과 스타크래프트 해설가 전용준이 부르는 발라드도 마찬가지다. 현실에서의 독보적인 캐릭터 없인 아무리 잘 부른 노래도 재미를 주지 못한다. 그리고 캐릭터란 오랜 세월 동안 도전하고 실수하고 시행착오를 겪고 고민하고 다시 나아가는 인간만의 영역이다. 이쯤 되니 백예린 음악은 AI에 맞선 존 코너 같기도. 그런 점에서 이승재 기자의 무비홀릭 칼럼 ‘’의 마지막 말이 더욱더 그럴싸하게 느껴졌다. “북두칠성처럼 빛나는 인간의 흑심은 죽어도 챗GPT가 넘어서지 못할 테니까요.” 으흠, 과연 그렇다.[소소칼럼]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나 소소한 취향을 이야기하는 가벼운 글입니다. 소박하고 다정한 감정이 우리에게서 소실되지 않도록, 마음이 끌리는 작은 일을 기억하면서 4명의 기자가 돌아가며 씁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 2024-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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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말 전국 곳곳 ‘봄꽃 축제’…22일부터 벚꽃 개화[여행의 기분]

    부산과 경남에서 첫 벚꽃이 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22일부터 ‘봄꽃 축제’가 줄줄이 개막한다. 이번주 막바지 꽃샘추위에도 올해 봄꽃 개화는 평년보다 1~5일 정도 빠를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는 15일 개나리 개화가 시작됐다. 광주와 대구에는 19일 봄꽃이 열렸다. 대전 26일, 서울 28일, 춘천은 다음 달 2일 각각 개나리가 핀다. 벚꽃 개화 시기도 다가온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벚꽃을 맞이하는 곳은 부산과 경남 일대(22일)이다. 광주 28일, 대전 30일, 서울에선 다음 달 3일 벚꽃 개화가 예상된다. 벚꽃 개화에 맞춰 전국 축제들도 개막 준비에 한창이다. 국내 최대 벚꽃 축제인 ‘진해 군항제’는 22일 전야제부터 시작해 다음달 1일까지 열린다. 진해 군항제가 열리기 시작한 이래 가장 이른 시기 개막이다. 올해는 450만 명 인파가 군항제를 찾을 것으로 주최측은 전망하고 있다.전남 구례군 문척면 일대에선 ‘구례 300리 벚꽃축제’가 22일부터 사흘간 열린다. 전국에서 가장 긴 300리 벚꽃길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대구 달성군 옥포읍번영회는 23, 24일 옥포읍 기세리 벚꽃길과 송해공원에서 ‘제10회 옥포 벚꽃축제’를 연다. 이 축제는 달성군노인복지관에서 송해공원 제4주차장까지 이어지는 약 1.5km의 벚꽃길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다만 막바지 꽃샘추위가 이번 주 금요일까지 이어지고, 주말 토요일 비 소식이 있어 봄꽃 축제 일정은 유동적이다. 경주 대릉원돌담길 벚꽃축제는 당초 22일부터 사흘간 열릴 참이었으나, 벚꽃 개화가 다소 늦을 수 있다는 관측이 있어 개막을 일주일 미뤘다.동아일보가 간추린 이 계절 여행 이야기, <여행의 기분>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임현석 기자 lhs@donga.com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 2024-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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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비줌인/임현석]성실 연재하던 초인을 기리며

    만화 ‘드래곤볼’ 창작자 도리야마 아키라 작가가 뇌출혈로 일주일 전 별세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8일. 공교롭게도 이날 도리야마의 마지막 메시지가 공개됐다. 일본 도쿄 애니메이션 어워드 페스티벌에서다. 도리야마는 당시 행사에서 공로상을 받았고, 이에 그가 행사 주최 측에 미리 보내 놓은 수상 소감이 그의 만화를 주제로 한 전시 부스에서 공개된 것이다. 별세 소식은 메시지가 공개된 후 알려졌다. ‘애니메이션엔 별로 관심이 없고 부끄럽기도 해서 예전엔 제 작품이 애니메이션화됐을 땐 많이 안 봤습니다. (중략) 젊었을 때 생활 습관 때문인지 건강엔 자신 없는 제가 앞으로 얼마나 더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려고 노력할 테니 많은 응원 부탁합니다.’ 이날 메시지는 만화잡지에 장편 연재하던 만화가 도리야마가 애니메이션 공로상을 받는 데 대한 머쓱함을 밝힌 것이다. 출판 만화가 아닌 애니메이션엔 관심 없었다던 솔직함. 그러면서도 이날 메시지는 연말로 예정된 드래곤볼 탄생 40주년 기념 애니메이션 ‘드래곤볼 다이마’를 기대해 달라는 내용 또한 담겼다. 원작자로서 조언만 한다는 게 일이 점차 커져서 직접 캐릭터 디자인과 세계관 설정에 참여했다며. 그의 마지막 메시지는 외면적으론 평범한 수상 소감처럼 보이지만, 짧은 문구들 속에서도 그의 삶을 관통하는 태도가 읽힌다. 그는 낯가림이 심하고 영화나 애니메이션처럼 자기 관심사 밖 일은 버겁다면서도, 막상 일이 시작되면 자기 작품에 강한 책임감을 드러내는 타입이었다. 장편 만화 연재 종료 후 애니메이션에 관여하지 않을 것처럼 암시했지만, 실제로는 조언뿐만 아니라 캐릭터와 각본 등 드래곤볼 애니메이션 작품에 적극 참여했다. 마지막 메시지를 보면,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차기작에 몰두 중이었다. 도리야마는 드래곤볼 주요 설정(정신과 시간의 방에 별다른 배경 요소가 없는 점 등)에 대해 ‘그리기 귀찮아서’라고 답했다는 사실 등이 알려져 천재성에 의존하는 작가라는 인상이 매우 강한 편이다. 그러나 공을 들일 대목과 대충 그려도 될 구간을 구분하는 건, 살인적인 연재 일정 가운데서도 단 한 번도 펑크를 내지 않는 비결이었다. 드래곤볼 이후 장편 연재를 하지 않은 건 오랫동안 연속된 작업 과정에서 얻은 심한 건초염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그는 휴가를 가기 전에도 미리 연재 분량을 그려놓고 갈 정도로 성실했다. 애니메이션 계약 때문에 만화 연재를 그만두기는커녕 잠시 쉴 수도 없었던 점이 불만이었는 데도, 애니메이션 ‘드래곤볼Z’ 제작 일정에 맞추고자 당시 차기 만화용 에피소드 콘티를 먼저 보내는 등 협조한 편이다. 살인적인 연재 스케줄 속에서도 게임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 일러스트레이터 일도 근면하게 해냈다. 투덜대면서도 할 건 다 하는 유형이었다. 그는 독자와 편집자 요구에 따라 작품 방향을 유연하게 수정했던 면모도 있다. 드래곤볼이 서유기를 본뜬 캐릭터성이 강한 모험물에서 격투물로 전환한 건 편집자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 악역 캐릭터가 이전 강자를 뛰어넘으면서 쉴 새 없이 강해지는 데다 결투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을 듣자 최근 애니메이션 들어선 캐릭터성을 더 드러내는 방향(드래곤볼 슈퍼: 슈퍼 히어로)으로 각본 노선을 틀었다. 차기작 드래곤볼 다이마는 손오공을 비롯한 주요 캐릭터들이 어린이로 돌아간다는 설정을 주고 전투의 비중을 더 낮출 참이었다. 그렇다고 그가 줏대 없이 유연하기만 한 사람이냐면 그건 아니다. 손오공을 성인으로 성장시킨다는 결정은 출판사 반대를 무릅쓰고 도리야마가 내린 결정이었다. 2018년 한 인터뷰에서 그는 요즘 만화가들이 완성도는 높지만 개성이 없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이런 작가 면모를 종합할 때 드래곤볼이 인기를 끌었던 이유가 분명하게 와닿는다. 이야기의 본질을 이해하는 올바른 작가주의, 독자와 호흡하는 유연성, 작품을 떠받치는 작가로서의 근면성까지. 드래곤볼이라는 만화가 탄생하는 과정 자체가 마치 손오공의 성장기와도 닮은 측면이 있다. 천재성과 매번 이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키는 책임감이라는 점에서. 그가 만든 세계를 기억하는 많은 이들이 그의 별세를 안타까워한다. 별세 소식이 알려진 뒤 프랑스 총리 가브리엘 아탈이 “용신으로도 살려낼 수 없는 곳으로 그가 갔다”는 포스팅을 올려 아쉬워했고, 아르헨티나의 한 광장에선 그를 추모하는 시민들이 손을 들어 원기옥을 모으는 자세를 취했다. 그곳을 지나갔다면 나 역시 주저 없이 두 손을 번쩍 들었을 것이다. 성실하고 탁월한 만화가를 기리며. 그를 사랑하는 여느 지구인으로서.임현석 DX본부 전략팀 기자 lhs@donga.com}

    • 2024-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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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닷물이 호수되고, 산이 정원되고 [여행의 기분]

    동아일보 뉴스레터 ‘여행의 기분’ 입니다.동아일보가 간추린 이 계절 여행지 소식. 매주 만나보세요. 이번주 선별한 여행지1. 산이정원 (전남 해남군 산이면 구성리 664)가평아침고요수목원에서 30년 간 정원총괄이사를 맡았던 이병철 대표가 올해 5월 해남에 새로운 정원을 엽니다. 남도에 문을 열 정원형 식물원 먼저 살펴보시죠. 2. 궁캉스를 아시나요 (서울 종로구 사직로 161)궁궐에서 즐기는 바캉스, 궁캉스가 젊은 세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경복궁 수라간 시식공감 체험 프로그램’ 등이 인기라네요.3.측백나무숲에서 명상 (대구 동구 도동 산180번지)우리나라 천연기념물 1호는 뭘까요? 바로 대구 도동에 있는 측백나무숲입니다. 숲을 즐기는 방법이 더 많아지고 있다고 하는데요.1. 산이 정원이 된다 이제 새로운 명소를 여행 리스트에 올려야 한다. 해남군 산이면 구성리에 5월 초 문을 여는 산이정원이다. ‘산이 정원이 된다’는 뜻을 담은 정원형 식물원이다. 30여 년간 경기 가평 아침고요수목원을 일군 이병철 산이정원 대표(서남해안기업도시개발 부사장)가 새로운 경관을 만들고 있다. 2025년까지 조성할 52만3000㎡(약 16만 평) 중 16만5000㎡(약 5만 평)가 이번에 문을 연다.산이정원은 보성그룹, 전남도, 전남개발공사 등이 세운 특수목적법인(SPC) 서남해안기업도시개발의 ‘솔라시도(태양을 뜻하는 solar와 바다를 뜻하는 sea의 합성어)’ 프로젝트 중 하나다. 솔라시도는 민간이 이끄는 국내 최대 규모 신(新)환경 스마트시티 사업이다. 산이정원은 이 도시의 상징이 될 예정이다.미리 가본 산이정원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바닷물이 호수가 된 물이정원이었다. 시냇물을 지나 백운동 원림에 들어서듯 호수를 건너 미래 세대를 위한 공간에 들어서게 된다. 물이정원에는 어른들의 잃어버린 꿈과 아이들이 찾는 꿈을 동시에 담은 이영섭 작가의 ‘어린왕자’ 작품도 설치돼 있다.산이정원은 정원이 어떻게 생태와 미래를 담아야 하는지 보여준다. 일년초로 화려한 꽃밭을 꾸미는 게 아니라 여러해살이 야생화와 수목으로 사계절 지속 가능한 아름다움을 전한다. 높은 곳에서 조망하면 나무들이 해남향교에서 문양을 딴 연꽃과 붉은 홍가시나무 형태를 이룬다. 사이프러스를 죽 심어 이탈리아 토스카나 정원을 연상시키는 드넓은 ‘하늘마루 정원’에서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다.2. 궁캉스를 아시나요몇 해 전부터 시행되고 있는 궁중체험 프로그램에선 궁궐의 내밀한 곳을 방문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마치 왕이 된 듯 국악 공연을 즐기며 도슭(도시락의 옛말) 수라상을 맛보는 체험으로 발전했다. 경복궁 ‘별빛야행’의 경우 평시 공개되지 않는 ‘장고∼집옥재·팔우정∼건청궁∼향원정’에 이르는 경복궁 북측 권역을 전문해설사와 함께 야간 탐방하면서 고종의 이야기와 조선시대 후기 역사를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다.야행 중 나오는 도시락은 왕과 왕비만 받을 수 있었던 12첩 반상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찬합에 정갈하게 담아낸 것이다. 이 외에도 경복궁의 생과방, 수라간 시식공감, 경복궁에서의 가을나기, 창덕궁 달빛기행 등이 있다. 요새 이런 ‘궁캉스’(궁궐에서 즐기는 바캉스)는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프로그램마다 매년 수십, 수백 대 1의 경쟁률 속에 마감된다. 이런 호응 속에 2023년 궁능관람객은 1400만 명을 돌파했으며, 작년보다 28.5%가 증가했다.3. 측백나무숲에서 명상대구 동구는 천연기념물인 도동 측백나무숲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를 위해 천년의 숲, 측백향 사업을 추진한다. 측백나무는 소나무처럼 침엽수에 속하지만 잎이 가늘거나 끝이 뾰족하지 않고 잎 표면이 둥그스름한 편이다. 주로 중국에서 많이 자라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동구 도동에 측백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 식물 및 유전학 연구 가치가 높다는 판단에 1962년 12월 천연기념물 1호로 지정됐다. 우리나라 최초로 지정된 천연기념물이라는 상징성으로 인해 전국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동구는 측백나무숲을 찾은 관광객들을 위해 다음 달부터 다양한 치유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숲향 앤 명상’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숲 해설가가 동행하며 측백나무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복합문화공간인 측백향 커뮤니티센터에서 차를 마시고 명상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참가자들에게는 측백나무 묘목을 화분에 옮겨 심은 선물도 준다. 음악과 체험이 어우러진 인문학 체험 프로그램인 ‘측백 와락 토크’도 준비했다. 측백나무숲 앞에서 음악 공연을 들으며 다양한 주제의 인문학 토론에도 참여할 수 있다.동아일보가 간추린 이 계절 여행 이야기, <여행의 기분>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임현석 기자 lhs@donga.com}

    • 2024-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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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행의 기분]‘아트캉스’라고 들어보셨나요?

    동아일보 지면엔 매일 방방곡곡 지역 소식이 실립니다. 기사가 만들어지는 방식은 다양한데요, 어떤 기자들은 현장을 직접 찾죠. 어떤 곳이 좋다는 소식을 들으면 교통편을 타고 이동해서 현장을 훑어보고 감상을 전합니다.어떤 기자들은 관공서에서 매일매일 안내하는 여행·관광 관련 보도자료 중 가치있는 내용을 선별해 읽기 쉽게 정리하기도 합니다. 이 경우에도 독자가 볼 만한 가치가 있는지 따져봅니다. 때론 매거진이 온라인 속 화제가 된 장소를 모아 큐레이션하기도 하죠. 이때도 역시 어떤 주제로 묶을 것인지, 실제로 독자에게 의미있는 장소일지 고민합니다. ‘여행의 기분’은 이렇게 전한 매일의 기사 중 여러분이 찾아가보아도 좋을 만한 곳들만 골라 일주일에 한 번씩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혹시 이 계절, 주말 어디론가 가족, 친구 혹은 혼자 훌쩍 떠나려는 분들에게 혹시 도움이 될까 싶어서요. 누구나 가끔씩 그러고 싶을 때가 있으니까요.기사를 선별하고 묶는 뉴스레터는 일주일에 한 번 매주 목요일에 전합니다. 링크()에서 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동아일보가 간추린 이 계절 여행지 소식. 매주 만나보세요.● 이번주 선별한 여행지 1.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231)‘아트캉스’라는 개념 어떻게 느껴지시나요. 새롭나요? 익숙하신가요? 호텔이 휴식하는 공간을 넘어, 관광지 그 자체가 돼 갑니다. 2. 경북 구미시 낙동강 탐방로(경북 구미시 비산동 산 2-1)많은 사람들이 구미를 회색 산업도시로 알죠. 이젠 ‘일상이 행복이 되는 낭만도시’를 꿈꾸는군요. 지난달 낙동강 풍광과 자연 생태계를 볼 수 있는 산책길 비산 나룻길이 열렸습니다. 3. 부산 해운대구 바다 위 구름상점 여행지를 떠올리게끔 해주는 특별한 소품들이 있죠. 부산부터 시작해 전국의 독특한 지역 소품샵들을 함께 알아봅니다. 여행을 오랫동안 추억하는 방법이 이렇게나 많네요!1. 요즘 뜨는 아트를 보려면 호텔로 가라… ‘아트캉스’의 시대호텔은 여행의 공간이자 쉼의 공간이고 감각의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기꺼이 비용을 부담하고 고급 호텔에 들어서는 건 그에 아깝지 않은 만족감과 행복을 얻기 위해서다.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새하얗고 푹신한 침구일 수도, 누군가에게는 오감을 일깨우는 식사일 수도 있겠다. 천장이 높은 수영장, 시야가 탁 트인 피트니스룸, 향이 좋은 보디클렌저와 로션, 어마어마하면서도 세심한 꽃꽂이…. 우리는 취향에 따라 호텔을 고르기도 하지만 호텔에서 취향을 습득하기도 한다. 사랑받는 호텔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전략과 노고로 구석구석 공간을 채워 우리의 감각을 깨운다. 호텔에서 경험하는 낯선 감각 중의 최고는 아트가 아닐까 한다.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내거나 식사할 때 우리는 평소보다 느긋한 태도를 갖게 된다. 하루쯤은 호강하겠다는 마음이기 때문에 모든 감각을 열고 벽에 걸린 아트 작품을 들여다보는 여유가 생긴다. 요즘 호텔의 아트는 세계적 미술관이나 갤러리급이다. 홈페이지에 작품 소개를 상세히 해 두고, 원하는 투숙 고객에게는 아트 투어도 해준다. 공간의 모퉁이마다, 식사 대기 장소에도 아트 작품들이 있다.‘아트캉스’(아트+바캉스)로 입소문이 난 서울 강남구 역삼동 조선팰리스에 다녀왔다. 신세계그룹 조선호텔앤리조트의 최상급 브랜드 호텔로 2021년 5월 문을 연 조선팰리스에는 400여 점의 아트 작품이 곳곳에 비치돼 있다.(후략)2. 낙동강변 걸으니… 낙원이 따로 없네구미시는 지난달 낙동강 탐방로 ‘비산 나룻길’을 개방했다. 비산 나루터에서 구미천 종점부까지 약 1km 구간. 시는 총사업비 55억 원을 들여 수상 보도교와 목재 산책길로 꾸몄다. 낙동강 풍광과 자연 생태계를 감상하면서 걸을 수 있어 탐방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시는 또 낙동강과 구미천이 만나는 지점에 있는 갈대 습지 구간에 1.3km의 생태 탐방로를 조성한다. 시는 이곳 습지에 다양한 야생 동식물이 서식하는 만큼 상세한 계획 수립과 하천 점용 등의 절차를 거쳐 올해 말 개방할 예정이다.3. 여기서만 만나요! 로컬 소품 숍 5여행을 추억할 때면 다녀온 장소나 같이 갔던 사람, 맛있게 먹은 음식 등이 떠오르기 마련.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그때의 분위기다. 바다 위 구름상점은 부산 여행의 무드를 담아낸 실링 왁스를 선보인다. 예컨대 부산 시내 속 작은 어촌 마을인 청사포를 모티프로 삼은 제품에는 밝고 활기찬 느낌을 내기 위해 파스텔 톤의 푸른색과 코럴 색의 비즈왁스를 이용했다. ‘부산불꽃축제’ 명소인 광안리에서 바라보는 광안대교 야경은 어두운 보라색과 파란색 펄 비즈왁스로 표현했다. 이 밖에도 마린시티, 기장 캠핑존, 아쿠아리움 등 부산을 대표하는 관광지 분위기를 색감으로 녹여낸다. 이곳은 부산의 문화관광 기념품 제작 기업 ‘모다라’의 메인 오프라인 숍인 만큼 실링 왁스 외에도 부산 이미지로 디자인한 에코백, 스카프, 머그 컵 등 다양한 상품을 찾아볼 수 있다.동아일보가 간추린 이 계절 여행 이야기,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임현석 기자 lhs@donga.com}

    • 2024-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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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비줌인/임현석]나, 영원한 미스터리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는 미스터리 영화다. 각본을 쓰고 연출한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 감독 설명에 따르면 그렇다. 열두 살 때 서로 좋아하던 남녀가 24년 만에 뉴욕에서 만나서 데이트하는 이야기인데도? 송 감독은 “첫 장면에서 주인공 세 사람이 등장해서 서로가 서로에게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제기하는데, 대답 자체가 미스터리”라고 설명한다. 영화는 나영(그레타 리)과 해성(유태오), 나영의 남편 아서(존 매가로)가 새벽 4시 한 술집에서 대화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들은 누구이며, 서로 어떤 관계인지 추측하며 수군거리는 내레이션이 깔린다. 그들이 회사 동료인지, 여행자들인지, 서로 애인인지, 만약 애인이라면 어느 쪽인지 궁금해하는 테이블 맞은편 시선 목소리다. 화면은 천천히 나영의 표정을 확대하며 빨려 들어간다. 바깥의 질문과 추측, 수군거림이 나영의 내면과 겹쳐진다. 저들은 누구야? 그건 나영이 평생에 걸쳐 의식해온 질문일 것이다. 영화는 나영과 해성의 로맨스 감정을 근간에 깔지만, 사랑을 절대화하는 여느 로맨스 공식과는 달리 ‘반드시 이뤄졌어야 할 사랑, 무조건 지켜’ 식은 아니다. 즉, 사랑과 삶을 경합시키지 않는다. 삶이 굳건히 이기는 구도다. 영화는 로맨스의 실현이 아니라, 관계와 인연의 의미가 무엇인지 묻는 것을 더 중요시한다. 그리고 한 인간의 정체성을 이루는 요소들을 차례대로 훑으며 대답을 찾아간다. 한국과 미국, 유년과 청년, 중년에 진입하는 시점을 교차하면서.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찾는 접근. 맞다. 이건 틀림없이 미스터리다. 여기선 저마다의 정체성과 여기서 파생되는 관계가 가장 중요한 테마다. 영화든 실제든 한 인간의 정체성이란 다양한 성분 배합이다. 선택하거나 선택하지 않은 것, 주어지거나 주어지지 않은 것. 각각의 요소가 얼마나 비율별로 뒤섞이고 혼합되느냐에 따라서 각자의 정체성이 규정된다. 그 배합의 비율이란, 돌이켜보면 늘 공교롭고도 묘한 것이다. 여기서 나영은 중산층 배경에 열두 살 때 캐나다로 이민을 간다. 나영은 해외에서 쓸 이름을 선택해야 할 때 마땅한 이름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노라라는 이름을 부모에게서 받다시피 한다. 이는 모두 주어진 것이다. 그러나 나영 혹은 노라는 자신이 오랫동안 꿈꿔온 작가로서의 삶을 위해 캐나다에서 다시 미국으로 건너간다. 예술인 레지던시에 입주한다. 선택이다. 선택과 조건이 중첩되며 삶이 구성된다. 그러나 나영은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길에 대해서도, 인연이라는 의미를 남겨둔다. 도무지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삶이 흘러갈 때에도, 몇 겹의 인연이 쌓여서 만들어진 필연이라는 믿음. 이건 돌고 돌아 선택과 우연이 쌓여 만들어진 자기 정체성을 긍정하는 논리가 된다. 우연에도 의미가 있다고 믿으며 실패와 착오, 삶의 교차와 엇갈림에 대해서도 납득한다. 여기 나 자신은 불가피하므로,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 명제는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모두 마찬가지다. 남편 아서가 현재 미국 사회에 안착한 노라의 삶과 선택을, 해성은 나영이 선택하지 않고 내려놓고 온 한국에서의 삶과 과거를 각각 상징한다. 그 모두 인연의 형태로 나영과 맺어져 있다. 나영은 얼마간은 한국인이고, 얼마간은 미국인이며 혼재된 정체성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지금의 삶이 무수한 ‘패스트 라이브스(Past Lives)’, 전생이 중첩된 결과라면 모든 인간은 다 얼마간씩은 혼재된 채로 살아간다. 영화는 서구권에선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윤회 사상을 가지고 와서 다층적 정체성의 감각을 일깨웠고, 이로 인해 해외 평단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아마도 나영은 오프닝 장면에서 한국에 남아 있었더라면 가능했던 삶의 형태들을 떠올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아주 잠시일 뿐이다. 로맨스조차도 나를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로서 받아들일 테니. 오히려 로맨스 대신 나라는 영원한 미스터리로 빠져들어 가며 속에서 계속 되묻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누구인가. 그러한 질문은 이민자의 테마만은 아니다. 우리는 모두 인연 속에 흘러간다. 정체성이란 늘 유동적이다. 이러니 타인을 한 가지 정체성으로 함부로 규정해도 될 것인가.임현석 DX본부 전략팀 기자 lhs@donga.com}

    • 2024-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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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비줌인/임현석]원작자 반대에도… 장난기 대신 슬픈 얼굴의 웡카

    영국 소설가 로알드 달(1916∼1990)이 쓴 소설 ‘찰리와 초콜릿 공장’(1964년)은 1971년 처음 영화화됐다. 로알드 달은 그 영화를 몹시도 싫어했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제목. 영화는 ‘윌리 웡카와 초콜릿 공장’(국내 개봉명 ‘초콜릿 천국’)이다. 영화 제목에선 주인공 판잣집의 가난한 꼬마 찰리 대신 제과업자 웡카의 이름이 들어간다. 식품회사 퀘이커가 원작 소설에서 착안해 초콜릿 ‘웡카 바’를 만들어서 팔 참이었고, 이를 홍보하기 위해 영화 제작비 전액인 300만 달러를 댔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제품을 광고하려는 목적인 만큼, 영화 제목에도 제품명처럼 웡카가 들어가야 한다고 못 박았다. 당시 침체기였던 영화업계는 온갖 자산을 팔던 시점이라 후원인의 입김은 절대적이었다. 졸지에 웡카 영화가 된다. 달은 배역 캐스팅도 못마땅해했는데, 특히 웡카 역을 맡은 배우를 두고두고 씹었다. 비밀스러운 초콜릿 공장을 운영하는 웡카는 소설에선 장난기와 웃음기가 가득하다고 묘사된다. 반면 이 역을 맡은 미국 배우 진 와일더는 장난꾸러기보다는, 친절하되 냉소적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그는 애수에 젖은 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 달은 와일더의 유약한 인상이 괴짜 웡카 역엔 어울리지 않는다고 봤지만, 감독의 견해는 달랐다. 초콜릿 공장에 온 아이들을 환대하다가도 그들이 무례할 때마다 악마처럼 돌변해서 골려주는 웡카라는 인물은 다층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영화는 원작자 의사와 무관하게 각색이 이뤄졌다. 소설에서 웡카는 아이들과의 첫 만남에서 느닷없이 토끼춤을 추는 반면, 와일더가 연기한 웡카는 첫 등장 신에서 지팡이를 짚고 다리를 절뚝이면서 걸어 나온다. 그러던 그가 앞으로 넘어질 것처럼 휘청이다가 앞구르기를 하자 아이들이 환호한다. 시작부터 아이들을 속이는 깜짝 공연이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속내를 알 수 없고 의뭉스러운 인물을 묘사하고자 와일더가 제안한 각색이다. 달은 이런 잡다한 각색을 인정하지 않았는데도, 영화는 개봉했다. 그는 영화가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아서 TV에 나오면 그냥 꺼버렸다. 007 시리즈 ‘두 번 산다’ 각본을 쓴 그였지만, 정작 자기 작품 영화화엔 인색해졌고 영화 산업에 대해서도 냉소했다. 원작자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영화는 겨우 손익 분기점을 맞췄다. 그러나 작품의 운명이란, 인생처럼 모를 일이다. 이 인기 없던 가족 영화는 1980년대 들어 재조명된다. 당시 가정용 비디오 기기 보급과 함께 어린이 가족 영화 붐이 일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크리마스 시즌 재방송 등으로 큰 인기를 누린다. 최근 개봉작 ‘웡카’는 이 1971년작 영화의 프리퀄이다. 달 소설에서 캐릭터만 빌려오고, 스토리는 모두 새롭게 창작된 것이다. 주인공 웡카(티모테 샬라메)와 메인 캐릭터 움파룸파(휴 그랜트) 모두 1971년 영화 작품과 복장이 유사하다. 약간은 슬퍼 보이는 웡카의 표정도 해당 작을 따른다. 또 그때와 같은 노래를 부른다. 달은 웡카가 노래를 부른다는 설정도 싫어했지만, 이제 더 이상 소설만이 원작도 아닌 것이다. 작품의 운명이란 이처럼 묘하다. 이번 작에서 관중 앞에서 태연하게 공연하는 웡카 캐릭터는 소설이 아니라, 1971년 작에서 따왔다. 이는 코미디언이기도 했던 와일더의 해석이었다. 영화 웡카에서 어머니의 사랑을 중시하는 무드 역시 1971년 작과 관련이 깊다. 그 영화에선 주인공 찰리가 편모슬하이고, 엄마의 사랑이 각별하다. 소설 원작에선 아버지가 있는데도 바꾼 설정이었다. 이처럼 최근작은 소설보다 영화 원작을 취하지만, 그럼에도 원작자 달이 추구해온 작품 세계를 섬세하게 반영한다. 자기가 능숙한 줄 알지만 실은 엉망진창인 어른과 책벌레로 야유받지만 실제로는 세상사에 통달한 어린이의 대립 구도는 달의 말년 수작인 ‘마틸다’를 떠올리게끔 한다. 달은 오 헨리처럼 ‘트위스트 엔딩’(소설 막바지에 이뤄지는 반전)의 달인이었는데, 선한 얼굴을 하고서 남을 속이거나 제 꾀에 넘어가서 골탕먹는 악인들을 자주 등장시키곤 했다. 웡카 영화 속 악인인 여관 주인은 그의 단편 소설 ‘하숙집 여주인’(번역 소설집 ‘헨리 슈거’에 수록)이 연상된다. 이번 작 웡카는 원작의 결함을 보완하기까지 한다. 소설에선 초콜릿을 먹으려고 공장에 와서 일하던 움파룸파 나라 사람들이 제국주의의 희생자처럼 보였다면 최근 개봉작에선 웡카와 동등한 위상을 지닌 활극의 주역이 된다. 이쯤 하면 캐릭터도 캐릭터지만, 작품을 둘러싼 서사까지도 함께 성장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성장은 응원할 수밖에 없다.임현석 DX본부 전략팀 기자 lhs@donga.com}

    • 2024-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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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비줌인/임현석]평범한 사람들의 초능력

    영화 ‘시민덕희’는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한 시민 덕희(라미란)가 중국으로 날아가 범죄조직 총책을 잡는 이야기를 그린다. 2016년 세탁소를 운영하던 40대 주부 김성자 씨가 보이스피싱으로 3200만 원을 잃은 뒤 조직원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총책 검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야기를 영화로 재구성했다. 김 씨는 조직원과 연락하며 조직 총책의 인적 사항과 사기 피해자 명단 등과 같은 핵심 정보를 받아 경찰에 전달했고, 이를 통해 실제로 검거까지 이뤄졌다. 김 씨는 신고 후 경찰이 미온적으로 대응하기에 직접 정보를 모았다고 한다. 영화는 실화에 상상력을 보태 덕희가 보이스피싱 조직이 있는 중국 칭다오까지 날아가서 잠복하고, 범죄 조직 주소를 찾고, 감시하는 것으로 나온다. 모티브가 된 실화 자체가 흥미로워서 영화화하기 쉬운 소재처럼 보이지만 범죄물에서 완력을 쓰지 않는 40대 여성을 주인공으로 삼고, 초점을 맞춘다는 게 만만한 조건이 아니다. 여기 덕희는 범죄도시 마석도 같은 주먹이 없고, 복수의 화신 존 윅 같은 총잡이도 아니다. 그렇다고 두뇌 싸움을 할 만한 캐릭터도 아니다. 영화 제목에 시민이 들어간 것도, 내세울 게 시민이라는 것뿐이라 별 능력이 없다는 의미다. 덕희가 보이스피싱을 당한 사실을 알고 난 뒤 사기 친 조직원 재민(공명)과의 통화에서 시원하게 욕을 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가만 안 둔다고 하면 진짜 곧 상대를 으스러트릴 것 같은 마동석과 달리 덕희는 그 장면이 너무도 무력하기만 하다. 그러나 영화는 무너진 삶과 자존감을 회복하려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발버둥으로도 기어이 극을 끌고 간다. 영화 속 덕희는 욕 잘하고 막무가내일 뿐이어서 범죄조직 주소를 하나하나씩 찾아나설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하나씩 찾아가는 동안 실마리를 찾는 느낌을 받게 된다. 덕희가 아등바등하며 피해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직접 조직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는 동안 느낄 수 있다. 자존감은 평범한 사람들의 초능력이라는 것을. 영화는 자기 삶을 회복하겠다는 마음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밝히는 데 집중한다. 그렇게 삶의 존엄과 자존감의 문제를 전방 배치하면서, 범죄 피해자가 갖고 있을 것만 같은 속성에서 벗어난다. 그러면서 사기와는 무관한 개인적인 신파에 갇히지 않는다. 덕희는 아이 둘을 혼자 키우는 엄마로 그려지지만, 영화는 거기에 어떤 이유나 배경이 있는지를 다루지 않는다. 그런 사연이 본질이 아니라는 것. 삶의 회복 그 자체가 중요할 뿐이므로, 사기로 말미암아 벌어진 사달과 피해만을 다룰 뿐이다. 이는 ‘나쁜 놈 잡는 데 이유 없다’는 범죄도시의 교훈과도 절묘하게 포개진다. 중국에 가면서 연차를 쓸 고민, 한국에 돌아와서는 쉬느니 일해야 한다고 말할 때 덕희는 꿋꿋하게 평범하다. 그리고 평범하다는 건 존엄성을 지키면서 산다는 의미다. 바보 같아서 사기당했다는 피해자 비난에도 절박한 삶이 무엇이 잘못이냐고 되묻는다. 이야기의 또 다른 축은 칭다오의 보이스피싱 조직에 갇혀서 부득이하게 범죄에 조력하는 재민이다. 재민 역시 맞지 않고, 욕먹지 않는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그 역시 자존을 지키는 삶을 우선시한다. 평범한 삶을 지켜주기 위해서 발벗고 나선 게 공권력이 아니라, 사기 피해를 입은 덕희라는 점 또한 인상적이다. 개인사를 덜어내고 범죄 피해와 가해에 대해서만 다루는 영화는 한결 가볍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범죄 피해로 무너지는 덕희를 비추다가, 재민의 연락을 받고 직접 범죄조직을 잡겠다고 마음먹는 장면까지 숨 가쁘게 펼쳐진다. 16부작 드라마를 3부부터 보는 것 같은 빠른 호흡이다. 이 점이 관객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화가 공감과 몰입을 이끌어내기 위해 잔인한 묘사를 가져오는 점은 호불호가 갈린다. 특히 완력으로 범죄조직을 만류할 힘이 없는 덕희는 몸을 내던지는데, 여기서의 폭력이 과하다는 평이 있다. 다만 영화 모티브가 된 실화 속에선 범죄 피해자 중 한 분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도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현실이 영화 속 폭력만큼이나 잔혹했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김 씨가 돈을 앞세운 총책의 합의 권유를 물리친 것도 목숨을 끊은 피해자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고. 잔혹한 세상에도 누군가를 안쓰러워하는 마음이 있다. 그건 이 세상이 초능력이 있는 영웅들의 세상보다 나은 점이다. 임현석 DX본부 전략팀 기자 lhs@donga.com}

    • 2024-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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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비줌인/임현석]밀레니엄 오타쿠의 추억

    ‘신세기 에반게리온’ TV 시리즈의 극장판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 국내 개봉은 이번이 처음이다. 에반게리온 TV 시리즈(1995년) 24화 이후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일본에선 1997년 개봉했으나 국내에서는 27년 만에 정식으로 소개되었다. 구작 마감 후 10년 만인 2007년부터 리부트한 신(新)극장판 시리즈의 경우 구작과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일종의 대체 현실이라, 마니아들 중에선 TV판과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만을 시리즈 원작이자 진정한 종결로 보는 이들도 적잖다. 국내 개봉은 이번이 최초지만, 일찍이 이 작품을 어떻게든 다 구해서 본 이들이 있다. 한국식 오타쿠(한 분야에 빠진 마니아)의 첫 주축이라고 할 만한 세대다. 지금 오타쿠라고 하면 방구석에서 음험하게 자기 세계에 갇힌 사람들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지만, 20년 전 한국의 오타쿠들은 달랐다. 작품을 구하려고 발품을 팔고 정보를 수집하는 활력적인 사람들. 내 기억 속 세기말 혹은 2000년을 전후로 한 새천년 오타쿠들이다. 이 무렵 한국의 오타쿠들은 음지로 돌아다니는 작품들을 구하기 위해 비록 낯을 가리는 성격일지언정 바깥에서 사교할 수밖에 없었다. 정보에 빠삭한 친구에게 접근해야 했고, 어떤 테이프가 돌고 있는지 안테나를 바짝 세워놓아야만 했다. 잡지 부록으로 나눠주던 애니메이션 설정집을 구하기 위해 서점을 수시로 들락거렸다. 태동하던 온라인 문화에도 누구보다 개방적이면서 적극적이었다. 평소 만화 취향이 비슷하지만 친하지는 않았던 옆 반 아이가 희귀작을 구했다는 소문을 들으면, 먼저 인사를 건네며 자신을 소개할 정도의 비즈니스 매너가 있어야만 그 시절 오타쿠였다. 그럼 옆 반 아이도 복된 소리 전한다는 마음으로 같이 영상을 보는 인류애를 품어야만 참된 오타쿠였고. 그러다가 그들은 해적판을 판다는 어느 역 근처 굴다리로 가는 모험에 함께하기도 했을 것이다. 굴다리의 음험한 분위기에 흠칫 놀라면서도,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 발을 내디뎠다.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그랬던 시절이었다. 중2병을 앓으며 에반게리온을 봤으며, 지금도 에반게리온 얘기라면 밤새도록 이야기할 수 있는 동시대 오타쿠 손지상 서울웹툰아카데미 멘토는 “그 무렵은 사회성이 없으면 오타쿠를 할 수 없던 시대”라며 “온갖 과정을 거쳐 어렵게 구한 작품을 보기에 앞서 ‘이 작품을 구하고 접한 나, 칭찬해’ 정서가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그렇기에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은 한국 오타쿠들이 특히 좋아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다. 당시 어둠의 경로 내지는 일본에 사는 친척 등을 통해 어렵게 작품을 구하고 접했던 한국 오타쿠들은 손 작가 지적처럼 ‘나 칭찬해, 나 대단해’ 정서 속에 작품을 올려치기 하는 경향도 없잖아 있었다. 기자도 TV판 시리즈 마지막을 보면서 훌륭한 작품이라며 훌쩍이던 생각이 난다. 지금까지도 용두사미의 대명사처럼 불리며 조롱받는 TV판 갑분싸 ‘오메데토 엔딩’(축하해 엔딩·등장인물들이 주인공 주변에서 박수를 치며 축하하며 끝내는 엔딩)도 더할 수 없이 훌륭해 보였다. 감동을 받으려고 이미 준비가 다 돼 있는 상태로 에반게리온을 접했고, 턱없이 감동했다.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이 TV판 엔딩의 미흡한 마무리를 수습하기 위한 작품이라는 설명을 듣고선, 그게 미흡했던가 돌이켜야 할 만큼. 에반게리온 TV판에서 종결짓지 못한 기획 의도와 진짜 서사를 알려고 극장판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을 보려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 일본 전국 고교생 종합체육대회 토너먼트 2차전을 다룬 극장판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어느 팀이 이겼는지 알려고 보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매트릭스로 철학 하기, 에반게리온으로 철학 하기가 유행이던 2000년대 초반 지적 탐구의 시대를 떠올리며 이제야 에반게리온 전체를 뒤늦게 배우러 가거나, 21세기 들어 신극장판을 통해 새롭게 접한 뒤 구작의 감동을 뒤늦게 접해 보려는 관객은 있을지도. 아니면 해적판 같은 걸로 처음 접했던 세대들이 다시 정당하게 값 치르고 뒤늦게 작품에 공식적으로 경의하려는 목적이거나. 그렇다면 탑건, 슬램덩크를 거쳐 에반게리온까지. 이젠 극장은 서사를 보는 곳이 아니라, 자기 성장 서사를 완성시키는 곳이 돼 가는 것은 아닐까. 상영에 들어가기 전, 극장이 어두워질 때 같은 희귀작을 같이 보던 그때 친구들은 지금 어디에서 어른인 척하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어둠 속이 꼭 굴다리 같아서. 임현석 DX본부 전략팀 기자 lhs@donga.com}

    • 2024-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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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비줌인/임현석]거장의 마지막 대답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1952∼2023)의 마지막 연주는 재작년 9월에 촬영됐다. 그가 온몸으로 전이된 암과 투병 중이던 때다. 굽은 등, 옴팍한 볼, 야윈 손가락에서 이미 병세가 완연해 보인다. 죽음을 예감한 이의 마지막 연주. 자리를 청한 건 사카모토 본인이다. 사카모토는 2020년 12월 11일 암으로 인해 이대로 두면 살 날이 6개월뿐이라는 통보를 받는다. 그럼에도 사카모토는 바로 다음 날 온라인으로 전 세계에 송출될 솔로 콘서트에 예정대로 나선다. 그는 스태프들에겐 시한부 통보를 받은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그날 표정 변화가 거의 없는 얼굴로 담담히 연주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죽음을 머릿속에서 떨쳐낼 순 없었고, 자신의 연주를 썩 만족스럽게 여기지 않았다. 이 완벽주의자는 생각했다. 한 번 더 납득할 수 있는 연주를 하고 싶다고. 사카모토는 자신의 스완송(Swan Song·최후의 작품 내지는 활동)을 완성시켜줄 사람으로 영화감독 소라 네오를 찾아간다. 소라는 자신의 아들(어머니의 성을 따른다)이다. 아들은 마지막 연주를 찍기로 승낙하면서 연주할 곡 목록부터 정해줄 것을 요청했고, 사카모토는 음악가로서의 삶을 관통하는 스무 곡을 미리 선별한다. 연주 장소는 사카모토가 일본에서 가장 좋은 소리를 내는 곳으로 여긴 ‘NHK 509 스튜디오’. 촬영은 7일간 이뤄졌으니, 하루에 대략 세 곡씩이다. 곡마다 2∼3번씩 테이크. 소라 감독은 사카모토의 마지막을 담은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이하 오퍼스)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으로 열한 번째 곡 ‘통푸(Tong Poo)’ 연주 장면을 꼽는다. 그 장면에서 사카모토는 연주 안에 젊은 날의 작의를 담아내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도무지 손이 받쳐주질 않는다. 몸이 쇠한 그는 악보대로 타건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럴수록 스튜디오에 설치된 세 대의 4K 카메라는 사카모토의 표정과 손을 파고든다. 사카모토는 거의 울먹이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사카모토의 팬이라면 하필 그가 어려워하는 그 곡이 통푸라는 게 저릿할 수밖에. 사카모토가 마지막 연주를 위해 선별한 스무 곡이 각 시절을 상징한다면, 통푸는 사카모토의 청년기에 해당한다. 한때 그는 백남준의 전위 예술과 영화 문법을 파괴하는 장뤼크 고다르의 영화에 심취했다. 고다르의 영화 제목 ‘동풍’(東風·일본식 발음은 통푸)과 ‘중국 여인’을 자신의 음악 여정 중 초창기에 몸담은 옐로 매직 오케스트라(YMO) 곡 제목으로 가져왔을 정도. 고다르를 의식하며 작곡한 통푸는 젊은 사카모토의 미래 선언문 같기도 하다. 1978년에 무기적이고도 단속적인 기계음을 중심에 놓고 만든 이 곡을 듣고 있노라면, 그가 자신의 전도유망함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는 점이 매우 강하게 와닿는다. 그는 고교 1학년 때 쓴 곡으로도 도쿄예술대 작곡과에 합격할 만하다고 평가받은 천재 아니던가. 그는 1983년 YMO 해체 이후 영화 음악가이면서 배우, 모델로서도 명성을 쌓는다. 그러면서도 피아노 연주자 커리어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의 피아노 독주에서도 통푸는 포함됐는데, 원곡처럼 빠른 템포로 어레인지했다. 여전히 음은 조밀하고, 틈을 허용하지 않는다. 젊은 시절의 연주는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마지막 연주에서 통푸는 다르다. 그는 간신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한 발씩 나아갈 때마다 음을 아주 깊숙한 심연으로 떨어트리면서다. 소라 감독은 힘에 부친 사카모토를 그대로 담았다. 소라 감독이 가장 인상적이라고 말할 때, 그건 사카모토의 젊은 날과 말년의 교차를 뜻하는 것이다. 오랜 시간을 거친 뒤 한계에 직면한 인간이 거기에 있다. 사카모토가 한계 속에서 분투하는 장면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의 내면과 회한까지도 넘겨 보게끔 한다. 사카모토가 숨을 고르며 연주를 이어가는 동안 음 사이는 넓어진다. 그리고 이는 곡과 곡 사이에 있는 여백과도 포개진다. 그 진공 속에선 낮은 기침 소리나 흐느낌, 벅찬 숨소리까지도 음악이 돼서 뒤섞인다. 그것은 벅차기도 애처롭기도 해서 도대체 음악이란 무엇이기에 이렇게까지 전념하고 있느냐고 묻고 싶어진다. 그리고 그 질문에 사카모토는 말없이 연주를 이어간다. 영상 속 그는 평생에 걸쳐 대답하고 있다. 임현석 DX본부 전략팀 기자 lhs@donga.com}

    • 2024-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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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침없는 캡틴 코리안의 시대 [무비줌인/임현석]

    올해 흥행과 화제 모두 잡은 영화엔 공통점이 있다. 주인공이 불의한 시스템 속에서 혼자 애국한다는 것. 올바른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동시에 불의를 한 번에 뒤집는 초인에 대한 갈망이 담겼다는 점이다. 마블 영화 속 애국자 히어로 ‘캡틴 아메리카’에 비견할 만한 ‘캡틴 코리안’의 시대랄까. 올해 1000만 관객을 넘은 두 영화 ‘범죄도시3’와 ‘서울의 봄’이 그렇고, 개봉 나흘 만에 100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 가도를 밟고 있는 ‘노량: 죽음의 바다’ 역시 불의한 세상에서 외롭게 애국하는 한국형 히어로 공식에 충실하다.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과 물가 및 영화 티켓 값 인상으로 인해 극장을 찾는 인구가 크게 줄었는데도 화제 몰이에 성공한 몇 안 되는 영화들이다. 이들 영화 속 한국형 히어로들은 누구보다도 철저한 국가관에 입각한 원칙론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범죄도시3에서 주인공 형사 마석도(마동석)는 범죄 조직이 서울 한복판에서 마약을 판매하고 있다는 걸 알고 말한다. “나쁜 놈들은 잡아야 돼.” 수사 방식이 무리하다는 상부 지적에도 초인적인 완력을 믿고 홀로 범죄의 한복판에 뛰어들어 악인들을 기어이 쥐어팬다. 범죄도시 시리즈 속 “나쁜 놈들은 잡아야 돼”는 시대를 넘나들며 변주된다. 서울의 봄에선 12·12 군사반란 당시 수도경비사령관 장태완을 모티브로 한 이태신(정우성)의 입을 통해서도 나온다. “내 조국이 반란군한테 무너지고 있는데 끝까지 항전하는 군인 하나 없다는 게 그게 군대냐.” 여기 국가관이 철저한 원칙론자는 시시각각 전세가 기울어지는 가운데서도 고군분투하며 기세를 팽팽히 맞춰 놓는다. 연말 대작인 노량에서도 이 대사는 반복된다. “이 전쟁을 이렇게 끝낼 수는 없다.” 이순신(김윤석)은 전쟁을 종결하기 위해 왜군을 끝까지 쫓아 섬멸하겠다는 의지를 다진다. 그러고 보면 한국형 히어로들은 국가 시스템 내지는 세상과 불화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이들은 모두 내부의 적으로 인해 발목이 잡혀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범죄도시 시리즈에선 상부가 무리한 수사라며 마석도를 말리기도 하거니와, 3편에선 아예 경찰이 범인이다. 서울의 봄에서도 결코 멈추지 않을 것만 같던 이태신에게 제동을 거는 것은 결국 상부다. 노량에선 진린이 명나라 황제에게 하사받은 칼로 항전을 결사하는 이순신을 겨누면서까지 전투를 만류하는 장면이 들어간다. 임금 선조가 왜 아직도 이순신은 고니시 유키나가를 잡지 못했느냐고 책망하자 신하 윤두수가 이순신이 공적을 세우지 않으면 오히려 잘됐다고 고하는 장면도 있다. 이들 영화 모두 상황과 원칙이 충돌할 때, 자신을 멈춰 세우려는 세상과 이를 돌파하려는 원칙론자의 대립을 통해 극을 끌고 간다. 애국 영웅 캡틴 코리안에 열광하는 현상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원칙 없이 상황에 따라 부화뇌동하는 세상, 자기 진영에 따라 진실도 다르게 취급하는 세상에서 그저 원칙과 본질만을 추구하는 마음을 영화에서라도 찾고 싶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해 보인다. 진영과 조직 논리에 상관없이 본질만을 향해 가는 올곧은 이들이 그만큼 현실에선 귀하다는 것이다. 대중은 영화를 통해 불의한 세상을 극복할 상상력을 얻고, 올바른 세상에 대한 비전을 얻는다. 혹은 잘못된 현실에 대한 대리만족으로서 영화를 소비한다. 영화란 언제나 한국 사회의 거울이었지만, 최근엔 그러한 경향이 더욱더 뚜렷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올바른 세상에 대한 비전을 의리로 똘똘 뭉친 군대와 경찰 조직의 초인적 영웅상에서 찾고 열광하는 심리가 무엇인지도 궁금해진다. 한국 사회가 불의에 대한 대안으로서 여전히 초인적 메시아를 갈망해서? 매력적인 서사를 가져 한때 초인처럼 보이던 정치인들이 권력을 쥐자마자 그저 비루한 욕망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걸 보고도? 아 참, 이들 영화의 또 다른 공통점. 모두 영웅담을 다루지만, 관념적 영웅주의에 대해서 동시에 냉소를 심어 놓았다는 점이다. 결국 동료의 조력으로 퍼즐을 풀어가는 마석도, 전두환을 모티브로 한 전두광의 대사(“인간은 강력한 누군가가 자기를 리드해 주길 바란다니까”),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인간적인 마음을 부각하고 전장을 왜군과 조선군 일개 병졸의 시선으로 따라가는 노량 속 연출까지. 불의를 일소하는 영웅을 기대하는 마음, 그리고 그 마음을 다독이면서도 동시에 냉소하는 표정이 영화에서 동시에 스친다. 올해 영화는 한국 사회 그 자체가 됐다.임현석 디지털이노베이션팀 기자 lhs@donga.com}

    • 2023-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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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비줌인/임현석]역사를 되돌아보는 방식들

    1979년 12월 12일 밤 10시 조금 넘은 시각. 한 무리의 군인들이 서울 광화문 동아일보사(현 일민미술관 건물)에 들어섰다. 수도경비사령부(수경사·현 수도방위사령부) 마크를 단 군인들이 총기를 들고 각 층마다 진입해 창문을 열고 밖을 향해 사격 자세를 취했다. 군인들은 1층과 옥상을 수시로 쉴 새 없이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무전 교신을 했다. 새벽 3시경 ‘병력을 이동시키라’는 무전 연락을 받은 뒤 수경사 병력들은 철수했다. 새벽 4시경 이번엔 공수부대 병력이 동아일보사에 진입했다. 먼동이 틀 무렵인 6시 반, 또 다른 병력이 진입한다. 그날을 떠올리던 동아일보 기사(1987년 11월 21일 9면)는 이렇게 덧붙인다. “공수부대는 수경사 병력으로 교체됐으나 이들은 처음 왔던 수경사 병력과는 성격이 전혀 다른 군인들이었다.” 서울 한남동에서 총소리를 들었다는 시민 전화를 받고 현장 취재에 나간 기자들과 회사에 소집된 기자들은 급변하던 그날 상황을 각각의 역사적 현장에서 지켜봤다. 그리고 13대 대선을 한 달여 앞둔 1987년 11월 특집 연재 기획 ‘12·12 수수께끼’(1987년 11월 14∼24일)를 통해 상당 부분 베일에 가려져 있던 그날의 세부를 까발렸다. 그때 기록을 보면 지금도 서늘하게 느껴지는 구석이 있다. ‘유신통치 기간 중 중앙정보부와 청와대 비서실 지침에 의해 움직인 관습에 젖은 행정부처는 물론 사법부까지도 계엄 업무와 관련이 없는 일반 소관 업무조차 계엄사령부에 세부 지침을 요구하거나 지침이 없다는 이유로 직무를 정상적으로 집행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이처럼 힘의 행사를 요구받기 시작한 군 조직 내부에서 주도권을 잡고자 하는 파워 게임이 전개되는 현상은 권력의 속성상 필연적인 일일지도 모른다. (중략) 국가 위기 상황에서 군이 근본 임무에 충실치 않고 실력자끼리 힘의 대결을 벌이다 민주화를 8년이나 늦어지게 한 사건이라는 역사적 심판도 면할 수 없다.’(1987년 11월 23일 5면) 여기서 기사는 12·12 군사반란이 권력의 속성을 드러내고 민주화를 늦춘 사건이라는 의의를 중시한다.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이들 각자의 대의나 욕망은 기사에선 모두 의견이자 주장으로만 처리된다. 그리고 어떤 주장이나 의견도 역사적 심판(민주화를 늦어지게 한 사건)이나 의의를 넘어설 순 없다. 기사는 증언을 최대한 수집하되 진실은 대립하는 의견 속 어딘가쯤에 위치한다고 여긴다. 예컨대 최규하 당시 대통령을 두고선 ‘(전두환 보안사령관의 정승화 육군참모총장 연행 재가 요청을 물리친 것은)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의견과 “정승화 총장이 12월 9일 급박하게 전두환 보안사령관의 전보 인사를 대통령에게 건의했지만, 별 조치 없이 48시간을 끌었다”란 김치열 전 법무부 장관 비판이 상존한다는 점을 당시 기사는 밝히고 있다. 우유부단해 실기했다거나 군 실세의 재가 요청을 물리친 강골이라는 상반된 평가 중간 어디쯤 진실이 있을 것이다.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되, 역사적 의의를 무겁게 여기는 것. 또 반대로 결론을 엄연하게 여기되 동시에 역사 주체들의 의도와 다른 가능성을 생각해보는 것. 냉정한 역사 인식은 이 사이를 오가는 것이어야 한다. 12·12 군사반란 당일 긴박한 시간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은 팩트에 기반한다지만 캐릭터를 명확하고 단순하게 설정해, 많은 부분 상상력에 기댄 의견임을 숨기지 않는다. 그동안 12·12 군사반란에 대한 방송 재연극이 다수 있었는데, 이전과는 다르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긴다. 그동안의 재연이 대부분 신군부 세력이 어떻게 권력 획득에 성공했는지를 조명하는 데 집중했던 반면 이번엔 진압군의 실패 과정에 초점이 맞춰지며 중심축이 옮겨갔기 때문이다. 기존 서사 중심축을 흔들기 위해 영화 편집은 훗날 신군부 세력과 반란을 진압하는 육군본부 지휘체계를 빠르게 오가며, 진영을 교차하는 것만으로도 팽팽한 기싸움이 느껴지게끔 한다. 영화는 주요 인물의 동기를 대의와 욕구로 단순하게 처리하는데, 이 점은 역사를 납작하게 만든다는 비판과 서사성을 끌어올려 극 자체의 몰입감을 높인다는 평가가 공존할 만하다. 충실한 재연이라는 측면만 놓고 보면 드라마 ‘제5공화국’ 등 기존 재연극에는 못 미치지만 역사적 사실에 대한 환기라는 면에선 호소력이 있다. 12·12 군사반란을 다룬 다른 재연극들이 대개 5공의 종말까지 다루면서 권력 앞에 의리란 덧없다는 교훈까지 나아가는 것과 달리, 영화는 그저 권력욕이 비루하다고 보여주는 쪽에 가깝다. 정말이지 권력이란 무엇일까. 서울의 봄을 비롯한 숱한 해석들과 여러 관점 속에서 전체적인 그림을 맞춰보고 싶어진다.임현석 디지털이노베이션팀 기자 lhs@donga.com}

    • 2023-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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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비줌인/임현석]누가 더 인간적인가?

    그리스 신화에서 명계를 다스리는 죽음의 신 하데스는 로마 신화로 건너오면 플루토(Pluto)가 된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시리즈 ‘플루토’는 죽음의 신을 자처하는 악당 로봇 플루토와 어린이 로봇 아톰의 대결을 그린다. 아톰? 맞다. 그 ‘우주소년 아톰’이다. 애니메이션 만화 원작은 ‘20세기 소년’ ‘몬스터’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우라사와 나오키 작이다. 데즈카 오사무(1928∼1989)의 유명 만화 아톰 시리즈 중 ‘지상 최대의 로봇’(잡지 기준 1964년 작) 편을 리메이크했다. 만화 플루토는 데즈카 원작에서 설정된 주인공 아톰의 출생연도인 2003년 연재를 시작(2009년 종료)했다. 연재 시기를 부러 아톰 출생연도에 맞춘 것. 만화를 통해 로봇과 인간의 관계를 일찍이 사유한 데즈카 감독에 대한 헌사 의미가 담겼다. 애니메이션 플루토도 기본 스토리 골격은 리메이크 대상작(지상 최대의 로봇)을 따른다. 데즈카 작에서 중동의 한 왕국 술탄이 사치로 인해 왕좌에서 쫓겨나고 이에 대한 분풀이로 악당 로봇 플루토를 개발해 아톰을 비롯한 지상 최강의 로봇 7대와 싸우게 한다. 플루토는 최강 로봇들을 하나씩 쓰러뜨린다. 원작인 지상 최대의 로봇 편에서는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로봇이 등장한다. 희생당한 친구(브란도)와의 우정을 떠올리며 복수를 다짐하는 로봇(헤라클레스), 그와의 전투 후 죽기 직전인 플루토를 살려준 채로 떠나는 아톰, 플루토를 이길 힘이 있지만 어린이를 구하려다가 뒤를 잡혀 죽는 로봇(엡실론) 등이다. 플루토 역시 아톰을 유인하기 위해 아톰의 여동생 우란을 납치하고서 죄책감을 느끼는 것으로 그려진다. 반면 술탄과 그를 추종하는 박사는 플루토를 다그치며 전투에서 지면 자폭하게끔 설계한다. 작품은 묻는다. 누가 더 인간적인가? 인간적이라는 건 무엇인가? 만화는 인간만을 주체에 두는 무성의한 이분법과 도식을 비튼다. 우라사와도 이 점에 끌렸으리라. 플루토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 사유를 증폭시킬 정교한 세계관을 만든다. 인공지능(AI)과 기계공학이 고도로 발달해 인간형 로봇이 보편화된 미래. 로봇인권법에 따라 로봇들 역시 인격이 있는 것으로 간주되며 인간과 같이 살아간다. 로봇을 증오하는 인간과 그런 증오심마저 학습해 인간에 한층 더 가까워진 로봇이 출현한다. 로봇 아톰과 로봇 형사 게지히트, 플루토는 모두 고도로 진화해 인간을 닮았다. 그들은 악인과 선인 모두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 1960년대 아톰 원작과 달리 플루토는 인간성 해석에 더 집중하는 서스펜스 스릴러다. 애니메이션에서 인간은 증오로 인해 스스로 종말을 향해 간다. 증오하는 것도 인간이고, 증오를 끊어낼 힘이 있는 것도 인간뿐이다. 아톰의 재해석 역사를 보는 것도 흥미롭다. 1964년 데즈카 작 지상 최대의 로봇은 민족주의적 성향이 다분하다. 이란으로 추정되는 한 중동 국가에서 만든 로봇이 지구 전역을 돌며 각국 대표 로봇들을 각개 격파하다가 일본 대표 로봇 아톰에 가로막힌다는 스토리는 미국인 레슬러를 때려눕히는 역도산의 프로레슬링 쇼처럼 보인다. 강한 일본이 패전 후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스토리로도 해석되는 것. 플루토와 싸우는 최강 로봇 7대 중엔 미국산이 없다. 1960년대 이란은 친미 국가였다. 플루토 머리에 달린 두 개의 뿔은 커다란 두 개 귀를 단 디즈니 만화 캐릭터와도 닮아 보인다. 플루토는 플루토늄, 우란은 우라늄, 아톰은 아토믹을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전후 트라우마도 드러난다. 단, 플루토를 절대 악으로만 그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훗날 리메이크를 통해 풍요롭게 해석할 여지를 남긴다. 만화 플루토가 나온 2003년, 지상 최강의 로봇들이 로봇 무기화를 단행한 페르시아 왕국을 단죄하기 위한 다국적군에 참여했다는 설정 등은 이라크전쟁을 떠올리게끔 했다. 선악으로 도식화하는 서구 패권주의에 대한 반발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민족주의 해석, 패권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풀이되더니, 올해 공개된 애니메이션은 AI 시대와 중동 갈등 와중에 공개돼 공존과 증오 극복을 화두로 한 작품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트라우마에 갇힌 일국 민족주의에서 증오를 극복하는 보편성 추구로 나아가는 재해석 과정이 의미심장하다. 희망을 생각해 보게끔 한다.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밝힌 제작 기간은 10년,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작화감독 중 한 명이자 지브리 출신 가와구치 도시오가 감독을 맡았다. 시리즈는 총 8개 작품 각 1시간 분량이다.임현석 디지털이노베이션팀 기자 lhs@donga.com}

    • 2023-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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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비줌인/임현석]아무리 외로워도 귀신과 어울리지 말 것

    공포영화의 핵심 공식. 세상에는 꼭 하지 말라는 일을 하는 이들이 있고, 영화에서 이들은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 왜 금기를 넘는가? 인간은 어리석기 때문이다. 왜 어리석은가? 인간은 욕망하기 때문이다. 무슨 욕망? 좋은 공포물이라면 몇 단계를 거쳐 마지막엔 이 질문 앞에 도착한다. 여기 지금의 욕망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공포물 ‘톡 투 미’는 이렇게 대답한다. 우린 너무 외롭다고. 그래서 우린 가끔 너무 어리석은 행동을 하게 된다고. 영화 톡 투 미는 90초짜리 쇼트폼 동영상 챌린지에 몰두하는 젊은이들을 비춘다. 이들은 소통을 즉각적인 동영상 소비로 대신한다. 이 시대에 소통이란 ‘관종’으로서 소비되거나, 감정을 유발하는 도구로서 대상을 호출하는 것을 의미할 뿐, 여기 누군가를 이해하거나 누군가에게서 이해받고자 하는 마음은 해소되지 못한 채 깊은 갈증만을 남긴다. 목마른 자, 기꺼이 플랫폼 시대의 관종이 된다. 영화 속 엄마를 잃은 17세 소녀 미아는 심한 우울증으로 인해 수시로 손톱을 만지작거리는 아이다. 미아는 외로움 속에 아버지를 떠나 친구 제이드 집에서 살다시피 한다. 어느 날 미아는 제이드와 참석한 한 파티에서 또래 사이에서 유행하는 90초 빙의 챌린지 톡 투 미 의식을 치른다. 미아가 또래들과 어울리려는 마음으로 자진해서 의식에 참여한 것. 기꺼이 스스로 온라인 동영상 속 소비 대상이 된다. 미아는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박제 손을 잡고 귀신을 부르는 주문(“톡 투 미”)과 귀신을 몸으로 불러들이는 주문을 외고 빙의 체험에 돌입한다. 친구들은 스마트폰 동영상으로 미아의 신비 체험을 촬영하다가 그 이상을 지나면 귀신이 붙는다는 90초를 지나서 가까스로 미아와 박제의 손을 떼어낸다. 미아는 그날 의식 이후 이상한 환영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번엔 제이드의 집에서 치러진 심령 파티. 제이드의 동생 라일리가 빙의 체험을 하던 중 미아의 엄마가 몸에 붙은 것처럼 행동한 뒤 발작을 일으키고 자해하는 모습을 본다. 미아는 엄마가 죽은 이유를 찾고, 귀신에 붙들린 라일리의 영혼을 구해내겠다는 마음을 품지만 곳곳에서 함정과 마주친다. 영화는 플랫폼 소비의 취약성과 현대적 욕망을 정확히 들여다보았다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우울감 속에서 호러를 발견했다는 호평 속에 세계 최대 영화 비평·리뷰 사이트인 ‘로튼 토마토’에서 토마토 미터(신선도 지수·긍정적 평가를 내린 사람의 비율)는 94%(12일 기준)에 이른다. 영화 내용만 들여다보면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지 말고, 위험한 장난은 하지 말라는 어른들의 경고를 오컬트적으로 해석한 것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날엔 그러한 금기도 새롭게 해석된다. 여기서 친구들은 돌아가면서 영상을 촬영하고, 온라인에 업로드하면서 놀이 문화에 심취하는 이들로 그려진다. 타인에게 주체의 자리를 내어주지 않고 대상으로서 소비하는 놀이는 결코 서로를 이어주지 못한다. 라일리가 자해 소동을 벌이고 경찰이 집에 찾아오자 책임 피하기에 급급하다. 빙의 의식에 참여한 이들이 이상 행동을 벌이고, 촬영본에 대해 지워 달라고 친구들에게 사정하는 모습을 통해 영화는 스스로 주체가 되지 못하는 이들이 결국 돌고 돌아 공포에 사로잡힌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타인을 대상으로서 소비하지 말고, 주체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소비되지도 말라는 것. 이 영화의 메시지다. 타인과 연결되고 싶더라도 그 주체의 자리는 항상 나여야 하며, 타인의 욕망 역시도 주체의 자리 위에 놓아주어야 한다. 누군가와 어울리더라도(그게 귀신이라고 해도), 자신을 내어주는 방식이어선 곤란하다. 그러니 오해하지 말 것. 외로움과 이에 대한 해소라는 욕망 자체는 죄가 없다. 인간이 존엄하다면 욕망도 마찬가지일 터. 영화를 보면서 올해 일본 아쿠타가와상을 받고 최근 한국에 번역된 소설 ‘헌치백’이 절묘하게 떠올랐다. 중증 장애인인 소설 속 주인공은 자기 욕망이 얼마나 엄연한지 받아들이면서 자신을 대상이 아닌, 주체의 자리에 놓는다. 욕망을 바라보는 영화와 소설 두 시선을 교차하며 살피는 것도 흥미롭다. 임현석 디지털이노베이션팀 기자 lhs@donga.com}

    • 2023-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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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라인 라운지]윤곤강 시·비평 세계 재조명… 전집 출간

    ◇윤곤강 시·비평 전집(소명출판) 윤곤강 시인(1911~1950)의 문학 활동을 정리한 ‘윤곤강 시·비평 전집’이 출간됐다. 1911년 충남 서산 태생인 윤 시인은 1928년 보성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한 뒤 1930년 일본 센슈대학에서 법철학을 전공하던 중 1931년 비판 7호에 시 ‘녯성터에서’를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작품을 발표했다. 그는 신석초, 김광균, 이육사 등 주요 문인들과 시 전문 동인지 ‘자오선’(1937)을 발간하는 등 당대 문단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해방 이후 해방기념시집 ‘횃불’(1946)에 참여했고 1948년에는 시집 ‘피리’, ‘살어리’와 비평집 ‘시(詩)와 진실(眞實)’을 펴냈다 윤 시인은 특정 문예사조에 매몰되기보다는 당대 담론을 폭넓게 용인한 시인으로 평가된다. 한국문학이 근대 담론을 본격적으로 수용하고 그 방식에 대해 고민하던 1930년대 문단에 등장해 리얼리즘·모더니즘·전통주의 등 다양한 층위의 문학 활동을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시론을 펼쳤다는 평도 따라 붙는다. 해당 문집은 ‘윤곤강 문학기념사업회’가 기획해 출간됐다. 해당 전집 출간에 맞춰 이달 3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사간동 출판문화회관에 출판기념회가 열린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 2023-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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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비줌인/임현석]그도 어른이 되려는 것일까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82)는 은퇴 선언이 잦은 감독이다. 최신 극장판 애니메이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무려 네 차례의 은퇴 번복 끝에 나왔다. 최신작을 두고 언론에서 나오는 혼란스러운 수식어(사실상 마지막 작품, 새로운 시작, 복귀작, 이번엔 진짜 은퇴작일지도…)는 앞선 이력 때문이다. 첫 은퇴 선언은 1997년이다. 그는 당시 극장 애니메이션 ‘모노노케 히메’를 만든 뒤 개봉에 앞서 자신의 마지막 작품이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의 초기 극장판 ‘바람계곡의 나우시카’(1984년)의 주제의식을 잇는 작품으로 구상에만 16년, ‘붉은 돼지’(1992년) 이후 5년 만에 내놓은 극장판으로 감독 사상의 집대성 느낌이 강했던 터라 은퇴 선언이 거장의 결기처럼 여겨졌다. 해당 작이 1400만 명 이상 관객을 동원하며 일본 극장가 관객 기록을 갈아치운 가운데 50대 감독의 이른 퇴장을 받아들일 수 없던 팬들 성화로 그는 이듬해 은퇴를 철회했다. 그러나 다음 작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년)을 내놓으며 재차 은퇴 선언. 그러다가 당초 기획만 맡기로 했던 2004년 작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선 직접 감독직을 맡으며 복귀. 다음 작 ‘벼랑 위의 포뇨’(2008년)를 제작 중 또 은퇴 선언, 다시 복귀. 가장 최근 은퇴 선언은 10년 전이다. 장편 극장판 ‘바람이 분다’(2013년) 발표 당시 미야자키는 기자들에게 “또 말뿐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이번엔 진짜 은퇴다”라고 발언했다. 본인도 머쓱했는지 말한 뒤엔 멋쩍게 웃었다. 그동안 그의 은퇴 번복은 특유의 완벽주의 성향과 경영상 이유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은퇴 선언과 무관하게 매일 회사에 출근해 오던 그로선 뒷방 신세를 견디지 못하고 답답한 마음에 결국 복귀하는 패턴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또 그는 흥행 실적이 상대적으로 다소 부진했던 경우(벼랑 위의 포뇨) ‘잘 팔리는’ 감독으로서 실적을 만회하겠다는 마음가짐을 밝히며 복귀하기도 했다. 흥행과 작품성을 보장할 수 있는 진짜 후계자가 나오느냐가 관전 포인트가 됐다. 그땐(아쉽긴 해도) 미야자키도 진짜 내려놓겠지 하고 말이다. 그러나 전작 ‘바람이 분다’부터 이런 시각이 달라졌다. 미야자키가 이전 작품들을 미진하게 여기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다시 쓰겠다는 열의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아직 자신의 이야기를 끝내지 못한 것이다. 그는 최근 들어 신화적 세계관을 덜어내면서 보다 직접적인 형태로 자신의 어린 시절 무의식을 지배했던 이미지와 그 근원에 대해서 풀어놓는다. 그 과정에서 미야자키 이전 작품들에 녹아들어 있는 생태주의와 반전·평화주의는 모순적인 배경 위에 세워져 있다는 사실이 선연해진다. 예컨대 전작 ‘바람이 분다’는 평화를 바라면서도 전쟁에 사용되는 전투기에 매혹된 어린 시절의 향수가 강하게 녹아들어 있다. 그거 모순 아니냐는 질문에 노감독은 당시 인터뷰에서도 선선히 그렇다고 대답했다. 평화주의와 향수를 오가다가 결국 우울로 이어지는 해당 작품의 서사는 느슨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그는 그 작품만으론 자신의 어린 시절을 지배한 기억과 감정을 충분히 풀어내지 못했다고 느꼈으리라. 그는 자전적 성격이 강한 최신작에서 모순을 스스로 끄집어 낸다. 군수공장 공장장으로 일하던 아버지라는 실제 자신의 생활 배경을 소환한다. 세계가 무너진 이후에도 살아남아서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과 과거 정체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이번 작은 과거에 대한 향수와 환멸을 동시에 품는 실존에 대해 미야자키가 그 모습대로 인정하고 다음 스텝으로 가겠다는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이제 관건은 어떤 세계를 만들어갈지 그 구체성에 달렸다고 말하려는 것일까. 그 점에서 의미심장한 것은 이 세계에서 있었던 일을 잊느냐, 기억하느냐가 주인공 마히토에게 달려 있다는 점이다. 미야자키에게 천착해 온 서브컬처 평론가 손지상 서울웹툰아카데미 멘토는 “결국 미야자키는 자신의 정체성과 모순을 직시한 뒤 ‘나는 이렇게 살 것’이라고 대답한 것이며 이는 제목에 숨겨진 진짜 의미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번 작은 미야자키 작품 속 소녀 이미지가 모성과 연결돼 있다는 그동안의 비평 분석에 대해 ‘히미’라는 캐릭터를 통해 직설적으로 화답하는 점도 인상적이다. 미야자키가 유년의 의미를 명확하게 인식하게 된 것일까. 그럼 이제 그도 어른이 되는 것일까. 그는 또 작품을 내놓겠지만, 적어도 그의 유년 이야기는 종지부를 찍었다. 어른이 되려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통과해야 할 질문을 던져놓고선.임현석 디지털이노베이션팀 기자·전 카이로 특파원 lhs@donga.com}

    • 2023-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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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비줌인/임현석]되풀이되는 폭력의 역사

    팔레스타인 지역 분쟁을 부추기는 요인들이 있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과정에서 벌어진 이스라엘과 아랍 세계의 구원은 차치하고서라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 강경파들은 갈등을 조정하기보다 도모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취하는 구조가 공고화됐다는 점. 폭력과 갈등은 되풀이된다. 이 폭력의 악순환을 해부한 작품이 2005년 스티븐 스필버그 연출작 영화 ‘뮌헨’이다. 영화는 1972년 독일 뮌헨 올림픽에서 벌어진 이른바 뮌헨 올림픽 참사를 배경으로 한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올림픽 현장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조직 ‘검은 9월단’이 이스라엘 선수단 11명을 인질로 잡고 팔레스타인 포로 석방을 요구했는데, 서독 경찰의 대응 실패로 인해 결국 인질 모두 숨진 사건이다. 이스라엘 해외 정보기관 ‘모사드’는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팔레스타인인 11명을 살해하려는 목적으로 5인조 암살단을 구성한다. 모사드 출신 비밀 요원 애브너(에릭 바나)가 리더로 암살단을 이끈다. 하지만 애브너는 목표물을 제거할수록 혼란을 겪는다. 복수를 해도 상대 조직 인사가 새로운 인물로 대체되고, 새로운 제거 목표가 생겨나며 도무지 복수의 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폭력으로는 악의 종식을 이룰 수 없고, 괴물과 싸우면서 괴물이 돼 간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여기에 암살 팀원들 역시 정체불명의 조직에 의해 하나둘 목숨을 잃으면서 복수의 대상은 더 늘어나고, 자신도 언제 제거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영화에선 무고한 테러리즘에 희생된 이들에 대한 복수심과 팔레스타인 민족 국가 건설이라는 과제에 투신하는 마음을 모두 온정적으로 다룬다. 이로 인해 영화는 다루기 어려운 복잡한 과제에 용감하게 도전했다는 긍정적인 평과 함께 덧없는 양비론과 평이한 휴머니즘에 입각한 밋밋한 작품이라는 비판을 동시에 받았다. 특히 뮌헨 올림픽 참사가 큰 트라우마로 새겨진 이스라엘에서도 비판받고, 이슬람권에선 대부분 상영되지 못했다. 이처럼 첨예하고 당장 피해가 발생하는 사태에서 본질적이고 이상적인 해답은 설득력이 떨어지고 무력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개인의 내면에 무관심하고 충성만을 요구하는 비정한 국가와 조직의 작동 방식을 다룬 점은, 예술이 늘 그러하듯 생각해 볼 여지를 만든다. 숭고한 대의로 움직이는 시스템은 개인의 마음을 황폐화시키며, 그 자체로 폭력적일 수도 있다는 것일까. 영화가 다루는 1970년대의 잔혹 복수극 이후로도 피가 피를 부르는 잔혹 사태는 이어지고 있다. 개인의 자리가 줄어들고, 복수를 수행하는 거대 정치의 비중 영역이 커지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제대로 복수를 수행하지 않으면 더 큰 화를 부를 것이라는 두려움도 있다. 영화에서 암시한 대로 복수의 시스템이 정확하게 작동할수록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커진다. 최근 이스라엘 정치권은 강화된 안보 역량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팔레스타인을 협력 대상으로 보지 않는 기조가 팽배해졌다.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에서도 친아랍 목소리가 줄어드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대립을 통해 정치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극우 강경파 비중이 점차 몸집을 키워 왔으며 갈등이 누적됐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실효 지배하는 무장정파 하마스 역시 통치 무능과 비민주적인 의사 결정에 대한 팔레스타인인들의 비난 어린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정국을 전환하려는 목적으로 극단주의에 입각한 테러리즘을 획책하는 경향이 더 심화됐다. 팔레스타인 민중 상당수는 하마스의 무능과 폭력성에 회의감을 느끼면서도 대안을 찾지 못한다. 여기에 중재를 외치지만 자국 이익에 따라 적당히 폭력을 용인하고 때맞춰 수습하는 이집트 등 주변 아랍 국가와 이란, 미국, 중국, 프랑스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보복과 복수를 반복하는 저주에 빠졌다. 대립이 격화될수록 사람들의 피가 맞교환된다. 정치에 의해 희생되고 있는 건 무고한 이들이다. 50년 전 참사를 다룬 20년 전 영화가 지닌 메시지는 지금도 변한 게 없어 보인다. 영화는 핏빛 복수 속에서 죽음을 목격할 가족의 존재를 암시한다. 그들은 지금 이스라엘에도 있고, 팔레스타인에도 있다. 남겨진 이들의 표정을 생각하면, 휴머니즘만이 세계를 구원할 것이라는 희망을 놓을 수 없다.임현석 디지털이노베이션팀 기자·전 카이로 특파원 lhs@donga.com}

    • 2023-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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