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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라는 것이 연결의 역할을 하잖아요. 앨범, 공연을 떠나 경연, 버스킹 등 저는 남다른 음악활동을 할 기회들이 많았어요. 그 덕에 더 넓은 관객들과 연결됐죠. 커버곡을 듣고 제게 건너오신 분들과 오랜 팬들을 위해 콘서트를 준비했습니다.” 가수 박정현이 4년 만에 연 콘서트에서 팬들에게 건넨 말이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21일 열린 박정현 단독 콘서트 ‘더 브리지(The Bridge)’는 데뷔 25주년과 정규앨범 10집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이날 박정현은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다. 숫자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해”라고 말했다. 첫 곡은 1일 발매한 10집 타이틀곡 ‘그대라는 바다’였다. 무대 뒤 3층 높이로 세워진 발광다이오드(LED) 전광판에는 해가 떠오르는 바다의 풍경이 더해져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박정현 콘서트의 매력 중 하나는 편곡이다. 본인도 “제 콘서트에는 곡마다 새로운 면을 발견할 수 있는 재미가 있다”고 강조할 정도다. 이날도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You Mean Everything to Me’ 등 여러 곡을 편곡해 불렀다. 가장 파격적이었던 건 팝 발라드곡 ‘P.S I Love You’를 록 버전으로 부른 것이었다. 이 외에도 ‘편지할게요’ ‘미장원에서’ ‘사랑이 올까요’ 등을 포함해 총 23곡을 소화했다. 박정현 특유의 맑은 음색과 풍부한 성량은 콘서트 내내 관객들을 휘어잡았다. 각종 경연 프로그램에서 뛰어난 가창력으로 활약한 만큼 커버곡도 공연 곡목의 다수를 차지했다. 주현미의 ‘비 내리는 영동교’, 팝가수 아델의 ‘Someone Like You’를 자신만의 음색으로 재해석해 불렀다. 그중에서 관객들의 호응이 가장 컸던 건 블랙핑크 지수의 솔로곡 ‘꽃’이었다. 느린 기타 반주에 맞춰 부른 박정현의 ‘꽃’은 더 처연하게 느껴졌다. 이어 데이식스의 ‘예뻤어’를 부른 박정현은 “커버곡을 연습하며 저도 모르는 제 안의 다른 면이 드러났다. 그래서 새롭게 준비한 커버곡이다. 요즘 케이팝에 빠져 있다”고 했다. ‘꿈에’를 마지막으로 3시간가량의 공연을 마친 박정현은 팬들에게 한마디를 남겼다. “의미 있는 시간이 될지 지금 당장은 알 수 없어요. 내년쯤 ‘작년 5월에 뭐했더라?’는 질문에 부디 저의 공연이 생각나 행복한 추억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박정현은 이날 콘서트를 시작으로 7월까지 부산, 대구, 전북 군산, 경기 고양에서 전국투어를 이어간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이 책의 저자 가운데는 인간이 아닌 존재가 있다. 약 4억 개의 그림과 글의 관계를 학습한 인공지능(AI) ‘DALL·E2(달리)’다. 영화 ‘만추’(2011년)의 김태용 감독은 이 AI의 힘을 빌려 작업에 착수했다. 평소 이성복 시인의 시 ‘남해 금산’을 영화화하고 싶었던 그는 영화의 콘셉트를 그림으로 만들어 봤다. 달리에게 처음으로 주문한 것은 “시가 탄생한 1986년, 그 시기에 어울리는 영화의 주인공을 보여 달라”는 것. 달리는 한 번도 겹치지 않고 다양한 인물의 이미지를 제안했으며, 김 감독은 그중 한 명을 골랐다. 김 감독은 이를 두고 책에서 “배우가 캐스팅됐다”고 표현했다. 김 감독은 이 이미지를 토대로 편집에 나섰다.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로 시작하는 시의 한 문장 한 문장을 시각화하고, 달리가 만들어낸 여러 그림을 주인공의 그림에 이어 붙였다. 그러고 나니 근사한 영화 포스터처럼 보이는 그림이 탄생했다. 김 감독은 “글자로 된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상상하는 것, 동료 예술가들과 협업하는 것이 이 작업 안에 다 있었다. 조금 더 외롭다는 것과 조금 덜 힘들다는 것이 다를 뿐”이라고 했다. 책은 김 감독 등 예술가 4명 및 뇌과학자와 AI의 협업 과정, 결과물을 담았다. 이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참여한 김대식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는 “달리 때문에 아티스트의 역할이 사라져 버릴까? 절대 아닐 듯하다. 단지 미래 아티스트들의 역할과 창작 방식이 달라질 뿐이다”라고 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김진성 전 CBS PD 별세·샘솔 씨 부친상=18일 한강성심병원, 발인 21일 오전 9시 02-2633-1444김태언기자 beborn@donga.com}

“본능적이고 원초적이다. 처음부터 뜨겁다. 하트시그널 시즌4에서는 지난 시즌에선 볼 수 없었던 또 다른 매력이 나온다.”(작사가 김이나) 원조 리얼리티 연애 예능 프로그램인 채널A ‘하트시그널’ 시즌4가 17일 오후 10시 반 처음 방송됐다. ‘하트시그널4’는 한 달 동안 시그널하우스에 입주한 남녀 6명이 누구를 향해 마음의 신호를 보내는지 예측단이 그 심리를 추리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날 열린 온라인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예측단 윤종신, 이상민, 김이나, 미미, 강승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총기와 박철환 CP는 “역시 하트시그널이다” “난리 날 거다” 등 여러 기대를 밝혔다. 이번 시즌은 3년 만에 돌아온다는 점에서 방송 시작 전부터 시청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박 CP는 “4번째 시즌을 연출한다기보다는 새 프로그램을 시작한다는 느낌”이라며 “연애 콘텐츠가 많이 생기면서 연출적 장치가 늘었다. 시즌4에서는 이전 시즌과 달리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최대한 (연출적 장치를) 덜어냈다”고 했다. 그는 “하트시그널4를 통해 2023년 청춘들은 어떻게 사랑하는지 알게 되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CP는 시그널하우스에 입주할 6명의 출연자에 대해 “수많은 지원자의 사연을 꼼꼼하게 읽었다. 그중 궁금한 분들을 세 차례 인터뷰했다. 자신의 감정에 대해 솔직한 사람을 찾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에선 ‘첫인상 투표’ 등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 이전 시즌과는 일부 차별화된 형식을 선보인다. 이번 시즌의 특징 중 하나는 젊은 세대의 연애 방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것. 김이나는 “출연진을 보고 있으면 ‘내가 어떻게 보일까’를 생각하기보다는 ‘이 순간만을 사는구나’란 생각이 든다”고 했다. 미미도 “체스판을 보는 느낌이었다. 출연진이 지켜야 할 부분은 지키고 자신의 것은 찾아간다. 단순히 알콩달콩한 게 아니라 고도의 심리전이 가미된 알콩달콩한 모습”이라고 했다. 연애 프로그램의 홍수 속에서 하트시그널은 ‘원조의 격’을 높일 예정이다. 이상민은 “사실 속으로 ‘하트시그널은 이제 안 돼’라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짜게 봤다. 그런데 1회 촬영분을 보는데 30초 만에 소름이 돋았다. 역시 하트시그널만큼 청춘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프로그램은 없다”고 말했다. 겨울에 주로 촬영했던 이전 시즌과 달리 이번 시즌은 봄에 촬영을 진행해 설렘을 돋운다. 예측단 가운데 윤종신, 이상민, 김이나는 이전 시즌에 참여했고 강승윤, 미미, 김 전문의는 새로 합류했다. 시즌1, 2 이후 5년 만에 돌아온 윤종신은 “시즌1이 8년 전인데, 그 사이 청춘들의 사랑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지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나왔다. 사랑의 시그널 표현 방식은 꾸준히 변해 왔지만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그것을 파악하자는 마음으로 추측에 임할 것”이라고 했다. 강승윤은 “하트시그널은 연애 프로그램 중 가장 유명하고 원조”라며 “(출연 제안을 받고) 뒤도 안 돌아보고 출연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미미는 “연애세포가 없는 편인데, 하트시그널은 없는 연애세포도 만들 기세더라. (촬영본을 보고 있으면) 원치 않는데도 마음이 두근거린다”고 했다. 이날 제작발표회에서는 하트시그널4의 감성을 애니메이션으로 담아낸 ‘단 한 번의 용기―Fearless’ 영상이 공개됐다. 하트시그널4는 매주 수요일 오후 10시 반에 방송된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하트시그널이 시작하고 끝날 때까지는 축제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이제 ‘사랑의 축제’가 시작됐다.”(이상민) 원조 리얼리티 연애 예능 채널A ‘하트시그널’ 시즌4가 17일 밤 10시 30분에 첫 방송한다. ‘하트시그널4’는 한달 동안 시그널 하우스에 입주하게 된 미혼 남녀 6명의 마음(하트)이 누구를 향해 신호(시그널)를 보내는지 연예인 예측단이 그 심리를 추리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날 오전에 진행된 온라인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패널 윤종신, 이상민, 김이나, 미미, 강승윤,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박철환 CP는 “역시 하트시그널이다” “최고를 찍는다” “난리 날 거다” 등 여러 기대평을 전했다. 이번 시즌은 3년 만에 돌아온다는 점에서 방송 시작 전부터 시청자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박철환 CP는 “하트시그널이 3년만에 돌아오다보니 4번째 시즌을 연출한다는 느낌보다는 새로운 시즌 프로그램을 시작한다는 느낌”이라며 “많은 연애 프로그램들이 각자의 재미를 갖고 있지만 하트시그널은 연애, 설렘, 만남에 대한 가장 기본에 가까운 프로그램이다. 많이들 설렐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연애 프로그램의 홍수 속에서 하트시그널은 ‘원조의 격’을 높일 예정이다. 이상민은 “사실 속으로 ‘하트시그널은 이제 안 돼’라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짜게 봤다. 그런데 (촬영본 분량) 30초 보고 소름이 돋았다. 역시 하트시그널만큼 청춘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프로그램은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시즌은 겨울에 주로 촬영했던 이전 시즌과 달리 봄에 촬영을 진행해 설렘을 돋울 예정이다. 이에 더해 박 CP는 “연애 콘텐츠가 많이 생기면서 연출적 장치가 늘었다. 저희는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최대한 (연출적 장치를) 덜어냈다”고 했다. 설렘에 재미를 더해줄 6인의 연예인 예측단도 새롭게 꾸려졌다. 이전 시즌부터 참여해온 ‘올드 예측단’ 윤종신, 이상민, 김이나와 함께 ‘뉴 페이스 예측단’ 강승윤, 미미, 김 전문의가 만났다. 윤종신은 “시즌1이 8년 전인데, 그 사이 청춘들의 사랑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지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나왔다”면서도 “표현 방식에 있어 사랑의 시그널들이 꾸준히 변해왔지만 변하지 않는 것들도 있다. 그것을 캐치하자는 마음을 갖고 추측에 임한다”고 했다. 이번 시즌부터 새 패널로 합류하게 된 강승윤은 “하트시그널은 연애 프로그램 중 가장 유명하고 원조라고 생각해서 뒤도 안 돌아보고 출연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미미는 “연애세포가 없는 편인데, 하트시그널은 없는 연애세포도 만들 기세더라. (촬영본을 보고 있으면) 원치 않는데도 마음이 두근거린다”고 했다. 김 전문의 역시 출연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사랑과 관련해 생겨나는 질투나 갈등 등 )마음의 문제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모두의 문제라는 사실을 더 많이 전달하고 싶었다”며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것이 인생 전반에 있어 가장 중요한 주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의 특징 중 하나는 요즘 젊은 세대의 연애 방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김이나는 “본능적이고 원초적이다. 처음부터 뜨겁다”며 “출연진들을 보고 있으면 ‘내가 어떻게 보여질까’를 생각하기보다는 ‘이 순간만을 살구나’라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미미 또한 “체스판을 보는 느낌이었다. 출연진들이 지켜야 할 부분은 지키고 자신의 것은 찾아간다. 단순히 알콩달콩한 모습이 아니라 고도의 심리전이 가미된 알콩달콩한 모습”이라고 했다. 이날 제작발표회에서는 하트시그널4의 감성을 애니메이션으로 담아낸 ‘단 한 번의 용기-Fearless’의 티저 영상이 최초로 공개됐다. 박 CP는 “3년간 기다려주시고 기대해주시는 분들에게 드리는 작은 선물”이라며 “하트시그널4의 메시지를 담고 있으니, 방송이 끝날 때쯤 다시 봐주신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음악 축제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23’(뷰민라) 둘째 날인 이날 현장은 개장 1시간 만에 인파로 가득찼다. 다닥다닥 붙은 돗자리에 관객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들어찼다. 여기저기서 “이젠 진짜 코로나 끝인가 봐” “이게 얼마만의 인파냐”란 즐거운 탄성이 터졌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1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선언을 한 후 맞는 첫 주말다웠다. 음악 축제 현장이 코로나19 이전의 분위기를 회복하고 있다. 지난해 야외 음악축제는 ‘절반의 정상화’에 가까웠다. 축제가 열리기는 했지만 입국 제한과 거리 두기 지침으로 가수를 초청하는 데 한계가 있었고 관객 수도 제한돼 아쉽다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피크닉형 페스티벌은 규모를 키우고 있다. 팬데믹 기간이었던 2021년에도 유일하게 열렸던 대형 음악 축제 ‘뷰민라’는 그해 4000석, 지난해 8000석에서 올해 1만3000석으로 규모를 확대했다. 올해로 2회를 맞는 ‘메가필드뮤직페스티벌’(6월 17, 18일)은 지난해 최대 5000명이 관람할 수 있는 서울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열렸지만 올해는 8000명까지 올 수 있는 난지한강공원으로 무대를 옮겼다. 지난해 단일 무대에서 열렸던 ‘서울파크뮤직페스티벌’(6월 24, 25일)은 올해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과 88호수수변무대로 공연 공간을 넓혔다. 해외 가수들의 활약도 기대된다.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제15회 서울 재즈 페스티벌’(5월 26∼28일)에는 ‘쌀 아저씨’란 별명을 가진 아일랜드 싱어송라이터 데이미언 라이스, ‘김믹하’로 불리는 영국 싱어송라이터 미카가 출연한다.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2023 인천 펜타포트 락페스티벌’(8월 4∼6일)은 주요 출연자로 미국 출신 5인조 록 밴드 ‘스트록스’를 섭외했다. 스트록스가 내한하는 건 2006년 ‘제1회 인천 펜타포트 락페스티벌’에 출연한 후 17년 만이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음악을 처음 시작했을 때 큰 사랑을 받는 가수의 삶을 동경했어요. 꿈을 이뤄 가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합니다. 다만 이렇게까지 활발히 활동하는 뮤지션을 꿈꿨던 건 아니었어요. 하하.” ‘아메리카노’(2010년),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2011년), ‘봄이 좋냐’(2016년) 등으로 사랑받아 온 인디밴드 ‘십센치’의 권정열(40)이 말했다. 지난달 26일 서울 마포구에서 진행된 유튜브 채널 ‘조코딩’과의 촬영 현장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정규 앨범 1집 때부터 대중의 주목을 받아왔다. 앨범 1만 장이 하루 만에 다 팔려 나갈 정도였다. 그는 “2011년 MBC ‘무한도전’의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에 출연한 뒤 생각보다 빨리, 훨씬 성공해 버렸다는 생각이 강해졌다”고 했다. 이날 ‘조코딩’ 채널에선 ‘십센치(권정열) 찾기’ 시합이 벌어졌다. 인공지능(AI) 클론싱어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권정열과 AI 모델을 통해 만들어낸 4명의 목소리만으로 노래 대결을 펼쳐 누가 진짜 가수인지 찾아내는 게임이었다. 권정열 스스로 놀랄 정도로 AI는 그와 유사한 목소리를 만들어 냈지만, 4라운드 내내 투표자 80% 이상이 실제 권정열 목소리를 맞혔다. 그만큼 개성 강한 창법과 독특한 그의 음색은 흉내만으론 구현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권정열은 올해 정규 앨범 5.0을 발매할 예정이다. 발매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다. 14일 선공개된 ‘부동의 첫사랑’과 여러 신곡, 싱글 ‘5.1’(2020년), ‘5.2’(2021년), ‘5.3’(2022년)을 앨범에 포함할 예정이다. 그는 “활동이 많아지면서 2019년부터 시작한 정규 앨범 작업을 하는 데 4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지금도 마무리 중이다. 올해 가장 큰 목표가 정규 앨범 발매”라고 했다. 이어 “2019년 작업 초기에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작업기를 팬들과 공유하곤 했는데 지속적으로 보여드리지 못했다”며 “기다려 주신 만큼 좋은 음악으로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달 말 ‘조코딩’과 함께한 두 번째 협업 프로젝트도 공개한다. 조코딩은 “챗GPT로 작사를 해볼 예정이다. 챗GPT가 가사와 코드를 만들어 주면 권정열이 즉석에서 합주하며 곡을 완성하는 식이다. 주제는 사랑과 관련된 것”이라고 했다. 권정열은 “익숙한 것만 하고 살 순 없다는 생각으로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새로운 도전은 꽤 즐겁다”고 했다. 그는 자신에 대해 배포가 작은 사람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단지 음악 하며 사는 게 좋았어요. 참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생각지도 못한 큰 사랑을 받고 있어서 고마울 따름입니다.” 그는 2013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었던 연말 콘서트를 한번 더 열고 싶다고 했다. 인디 뮤지션 출신인 십센치가 대형 가수의 공연장으로 알려진 체조경기장에 선 것은 당시 가요계의 큰 화제였다. 그는 “솔직히 당시 조금 아쉬웠다”며 “그때보다 더 흥미롭고 새로운 콘서트를 열어 보고 싶다”고 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지난달 27일 유튜브에서는 별안간 ‘십센치(권정열) 찾기’ 시합이 벌어졌다. 코딩 유튜브 채널 ‘조코딩’에서 진행한 ‘인공지능(AI) 클론싱어’ 프로그램이었다. 실제 권정열과 AI 모델을 통해 만들어낸 4명의 목소리가 노래대결을 해 누가 진짜 가수인지 찾아내는 게임이었다. 권정열 스스로 놀라할 정도로 유사했지만, 4라운드 내내 투표자 80% 이상이 실제 권정열 목소리를 맞췄다. 그야말로 ‘개성 강한 창법과 음색’의 주인공, 권정열을 만났다. 서울 마포구 촬영 현장에서 만난 권정열은 그의 가사만큼이나 솔직했다. 그는 자신을 “도전에 대한 열정이 떨어지는 편”이라고 했다. 그래서 올해 초, ‘도전하는 한 해’가 되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가장 중대한 올해 일정은 2019년부터 준비한 정규앨범 ‘5.0’ 발매다. 14일 공개된 곡 ‘부동의 첫사랑’과 싱글 ‘5.1’(2020년), ‘5.2’(2021년), ‘5.3’(2022년) 등을 두루 포함한 앨범이 될 예정이다. “오랜 기간 리메이크 앨범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던 그는 올해 2월 인디신 후배들의 4개 곡을 리메이크한 앨범 ‘Remake 1.0’을 내놓기도 했다. “나라면 소중한 작업물이니 재해석을 허락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았다”던 그는 “제 곡이 한 번도 리메이크된 적 없는데, 제가 리메이크 앨범을 내버린 이상 감사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이달 말 ‘조코딩’과의 두 번째 협업 프로젝트도 공개된다. 유튜브가 아티스트와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콜라보레이션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아티스트 커넥트’의 일환이다. 조코딩은 “챗GPT로 작사를 해볼 것”이라며 “챗GPT가 가사와 코드를 만들어주면 십센치 팀이 즉석에서 합주하며 곡을 완성하는 식이 될 것이다. 주제는 사랑과 관련된 것”이라고 했다. 권정열은 “너무 기대된다”며 “‘익숙한 것만 하고 살 순 없다’ 생각하다보니 여기까지 왔는데 실제로 꽤 즐겁다”고 했다.“음악을 처음 시작했을 때 큰 사랑을 받는 가수의 삶을 동경했으니, 꿈을 이뤄가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죠. 다만 이렇게 활발히 활동하는 뮤지션을 꿈꿨던 건 아니었어요.” 그도 그럴 것이 십센치는 정규 1집 때부터 대중의 주목을 받아왔다. 앨범 1만 장이 하루 새에 다 팔려나갈 정도였다. 곡 ‘아메리카노’(2010년),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2011년), ‘봄이 좋냐’(2016년) 등 히트곡도 다수다. 2011년 MBC ‘무한도전’의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에 출연하고부터는 “생각보다 빨리, 훨씬 성공해버렸다”는 생각도 강해졌다. 권정열은 “스스로 배포가 작은 사람이라 생각한다. 단지 음악하며 사는 게 좋았던 것뿐이었다. 참 다행인 일이지만 생각지도 못한 더한 사랑을 받은 인생”이라고 했다. 예상보다 더 큰 사랑이 그에게 준 것은 ‘책임감’이다. 그는 “정규 1집 때만 해도 저는 음악하는 제가 만족스럽고 멋있는 게 중요했다”고 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바뀌었다. “음악의 방향성이 나에서 대중을 향해야 한다”는 철학이 생긴 것. 권정열은 “대중과 괴리를 두고 제가 원하는 음악을 했을 때, 꽤 허무했다. 그렇게 해서 얻은 만족스러운 시간은 짧더라. 이러면 시간이 지나고 제 귀에도 음악이 좋게 들리질 않는다”고 했다.“이 철학이 모호해질 때가 많고, 사실 모호한 채로 프로젝트가 진행될 때도 많아요. 그럴 때마다 그냥 부담을 크게 느껴버려요. 그러면 열심히 하게 돼요.” 여느 때와 같이 활발한 활동을 예고한 권정열. 그가 벌써부터 기대하는 것은 연말 콘서트다. 그는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연말 콘서트를 다시 열고 싶다”고 했다. 2013년, 인디뮤지션 출신인 십센치가 대형 가수의 공연장으로 알려진 체조경기장에 선 것은 가요계의 하나의 사건이었다. “당시 조금 아쉬웠었다”는 그는 “그때보다 더 명실상부하게 콘서트를 열어보고 싶다”고 말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모두가 젊어진 시간이었다. 일흔셋의 나이에 ‘오빠’라는 호칭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가왕 조용필은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은 듯 뜨거운 무대를 선보였다.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13일 열린 콘서트 ‘2023 조용필&위대한 탄생’ 무대. 불꽃축제를 방불케 하는 엄청난 양의 폭죽이 하늘을 수놓았다. 별무늬 셔츠에 검은색 재킷, 선글라스를 끼고 조용필이 등장하자 팬 3만5000여 명은 격하게 환호했다. 백발의 여성도, 지팡이를 짚은 신사도 예외는 없었다. 2018년 데뷔 50주년 콘서트에 이어 5년 만에 다시 주경기장 무대에 오른 조용필은 이날 관객에게 응원봉을 무료로 제공했다. ‘미지의 세계’로 포문을 연 조용필은 ‘그대여’ ‘못 찾겠다 꾀꼬리’를 연이어 부른 뒤 “인생을 여러분과 함께해 왔다. 제 나이 몇인 줄 아시죠? 오십다섯입니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총 4만 명이 관람했던 지난해 11, 12월 콘서트 후 6개월 만에 팬들과 만난 그는 “오늘 저와 같이 노래하고 춤추며 마음껏 즐기자”고 외쳤다. 25곡을 열창한 2시간 동안 그의 목소리는 흔들림 없이 투명했다. 조용필은 ‘단발머리’ ‘모나리자’ ‘바운스’ 등 히트곡을 휘몰아쳐 부른 뒤 지난달 발표한 미니 앨범 ‘로드 투 20―프렐류드 2(Road to 20―Prelude 2)’의 수록곡 ‘Feeling Of You’를 라이브로 처음 선보였다. ‘Feeling…’은 신스팝 장르 곡으로, 조용필은 특유의 힘 있는 미성과 리듬감으로 무대를 장악했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지난해 11월 콘서트에선 부르지 않았던 ‘비련’ ‘돌아와요 부산항에’도 이어졌다. 조용필이 ‘비련’의 첫 소절 “기도하는”을 시작하자 기다렸다는 듯 엄청난 함성이 쏟아졌다.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부를 땐 거대한 배 한 척이 무대 위로 들어오는 듯한 장면이 연출됐다. 안정적이고 또렷한 음색에 일부 관객들은 눈을 감고 음미하거나 환하게 웃었다. ‘창밖의 여자’와 ‘친구여’에서는 떼창이 이어졌다. 조용필이 “1988년 서울 올림픽 전야제에 참여하며 주경기장에서 처음 노래했을 때 부른 곡”이라고 소개한 ‘서울 서울 서울’ 무대에선 올림픽 개막식 공연 장면이 스크린에 비쳤다. 주경기장은 조용필과 역사를 함께한 곳이다. 그는 2003년 데뷔 35주년을 맞아 솔로 가수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이곳에서 콘서트를 열었다. 이날 공연은 주경기장에서의 여덟 번째 단독 콘서트였다. 주경기장을 리모델링하기 전 마지막 콘서트다. 주경기장에서 공연할 때마다 공교롭게도 우천 콘서트가 돼 ‘비를 부르는 남자’로 불렸던 조용필은 “항상 이 무대에 설 때마다 비가 왔는데 오늘은 괜찮다”고 말해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저는 별로 멘트가 없다. 여러분 다 아시니까 그냥 즐기시라. 저는 노래하겠다”고 선언한 조용필은 공연 후반부, 쉼 없이 12곡을 노래했다. 공연 마지막 곡 ‘여행을 떠나요’ 전주가 나오자 관객들 모두 일어나 각자의 리듬으로 뛰어놀았다. 관객 윤은미 씨(65)는 “조용필은 내 청춘을 대표하는 가수”라며 “여전한 가창력과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변함없이 노래에 애정을 보이는 모습이 좋다”며 ‘조용필’이 적힌 피켓을 흔들었다. 조용필은 27일 대구 수성구 대구스타디움에서도 팬들을 만난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제33회 편운문학상 수상자로 박상천 시인(67)과 정채원 시인(71)이 11일 선정됐다. 수상작은 박 시인의 시집 ‘그녀를 그리다’와 정 시인의 ‘우기가 끝나면 주황물고기’다. 시상식은 20일 오전 11시 경기 안성시 조병화문학관에서 열린다. 편운문학상은 조병화 시인(1921∼2003)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콘셉트가 지속되면 스타일이 되고, 그러면 문화가 돼요. 이젠 가수 싸이(사진)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여름엔 ‘흠뻑쇼’에 가는 게 하나의 문화가 돼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3일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공개된 ‘싸이 흠뻑쇼 2022’는 9개 도시에서 35만 명의 관객이 참여한 지난해 흠뻑쇼를 생생하게 담아낸 콘서트 라이브 필름이다. 2011년 시작된 흠뻑쇼는 싸이가 월드컵 기간 거리 응원을 보고 착안한 페스티벌로 관객이 물에 젖은 채 즐기는 게 특징이다. 9일 화상으로 만난 싸이는 “(쇼가) 10년 만에 무럭무럭 잘 자라줬다”고 했다. 이번 공연 실황 영상의 관전 포인트는 현장음. 싸이는 “다른 공연물에 비해 관객 소리가 크게 잡혔다. 현장감을 한껏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춤과 노래, 무대 기획과 연출까지 모두 도맡는 그는 “가수 싸이가 무대에서 걱정 없이 뛰어놀 수 있게 연출자 박재상(싸이의 본명)은 집요하고 고통스러운 준비 시간을 갖는다”고 했다. 흠뻑쇼 관객의 평균 연령은 25세다. 싸이는 “제가 여전한 현역이란 생각이 들어 굉장히 자랑스럽다”고 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2020년 3월, 3인조 록밴드 래드윔프스는 애니메이션 감독 신카이 마코토로부터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의 간단한 줄거리가 담긴 글을 받았다. “감상을 들려줬으면 좋겠다”는 신카이 감독의 부탁과 함께. 앞서 래드윔프스는 신카이 감독의 ‘너의 이름은.’(2017년) ‘날씨의 아이’(2019년)의 OST를 작업한 인연이 있었다. 신카이 감독이 래드윔프스에게 또다시 협업을 제안한 것이다. 국내 개봉한 일본 영화 중 관객 수 1위에 오르며 누적 관객 500만 명 돌파를 앞둔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OST를 만들고 부른 래드윔프스를 단독으로 서면 인터뷰했다. 래드윔프스는 신카이 감독이 ‘스즈메의 문단속’ 줄거리를 건넸던 순간을 떠올리며 “또 한 번의 모험이 시작되겠다는 예감이 들었다”고 밝혔다. 래드윔프스 멤버는 노다 요지로(보컬 기타 피아노), 구와하라 아키라(기타), 다케다 유스케(베이스기타)다. 작업 초반 신카이 감독과 래드윔프스, 가와무라 겐키 프로듀서의 공통된 의견은 “주제가를 팝 분위기로 가지 말자”는 것이었다. 래드윔프스는 “음악의 색감을 이전 두 작품과 달리 확 바꾸고 싶은 마음이 컸다”며 “어딘가 그리운 일본의 정취, 향토적인 울림을 넣어 작업을 시작했다”고 했다. 가장 먼저 만든 건 ‘스즈메’. 가수 도아카의 날카로운 들숨으로 시작하는 곡이다. OST 중 래드윔프스 아닌 가수가 부른 일부 곡 중 하나다. “이 주제가를 만들면서 영화의 세계관과 함께 넓은 대지와 하늘 같은 이미지가 떠올랐어요.” ‘다마키’라는 곡은 신카이 감독이 동명의 캐릭터인 스즈메의 이모 이와토 다마키를 만들 때 참고했다고 한다. 실제 담당 성우인 후카쓰 에리도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이 곡의 도움을 받았다. ‘신카이 사단’으로 불리는 래드윔프스가 꼽은 신카이 감독의 ‘재난 3부작’ 중 최고 작품도 ‘스즈메의 문단속’이다. “각본을 읽을 때부터 대단한 작품이 될 것이라고 직감했어요. 이 영화를 보고 ‘다녀올게요’ ‘다녀왔어요’라는 말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굉장히 행복한 일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매년 추모곡을 발표해 온 이들은 “그저 시대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자각을 하며 음악을 한다”고 했다. “살면서 맛보는 기쁨은 물론 재난 같은 상황을 보며 느낀 슬픔도 솔직하게 담아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동일본 대지진 추모곡도 그 일부고요.” 래드윔프스의 음악은 다음 달 국내 개봉 예정인 영화 ‘남은 인생 10년’에서도 만날 수 있다. 불치병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스무 살 여성이 주인공인 이 영화는 지난해 일본에서 개봉한 실사 영화 중 박스오피스 매출 1위를 기록했다. 래드윔프스는 7월 21일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5년 만에 내한 공연을 한다. 이달부터 북미, 유럽 등을 도는 월드 투어의 일환이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2020년 3월 신카이 마코토 감독으로부터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플롯이 도착했다. “감상을 들려줬으면 좋겠다”는 부탁과 함께. 수신자는 3인조 록밴드 래드윔프스. 신카이 감독과 ‘너의 이름은.’(2017년) ‘날씨의 아이’(2019년)을 함께 작업한 바 있는 래드윔프스에게 또 한번의 협업 제안이 온 것이었다. 국내 누적관객수 500만 명을 목전에 두며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의 OST작업을 담당한 록밴드 래드윔프스를 서면으로 단독 인터뷰했다. 래드윔프스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신카이 감독의 세번째 제안을 받았던 순간을 회상하며 “또 한 번의 모험이 시작되겠다는 예감이 들었다”고 했다.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은 내용만큼이나 OST가 호평 받고 있다. 곡들은 영화가 모두 끝난 후에 등장함에도 감정의 고조를 돕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작업 초반 신카이 감독과 래드윔프스, 카와무라 겐키 프로듀서의 공통된 의견은 “주제가를 팝 분위기로 가져 가지 말자”는 것이었다. 래드윔프스는 “음악의 색감을 이전 두 작품과 달리 확 바꾸고 싶은 마음이 컸다”며 “어딘가 그리운 일본의 정취, 토착적인 울림을 넣어보며 작업을 시작했다”고 했다. 그렇게 가장 먼저 만들어진 작품은 ‘스즈메’. 가수 토아카의 날카로운 들숨으로 시작하는 곡이다.“이 주제가를 만들어가는 단계에서 영화의 세계관과 함께 ‘넓은 대지’와 ‘하늘’ 같은 공통된 이미지가 떠올랐어요. 이 즈음 ‘스즈메의 문단속’ 음악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만들어갔죠.” 여러 곡 중에서도 ‘타마키’라는 곡은 신카이 감독이 동명의 캐릭터를 만들 때 참고했다고 한다. “당신이 싫었어/당신이 미웠어/미움 받을 말만 하고 괜히 무리해서 어른스러운 척 하는 당신이”로 시작하는 이 곡은 스즈메의 유일한 혈육인 이모 이와토 타마키와 닮아있다. 실제 담당 성우인 후카츠 에리도 캐릭터를 만드는데 이 곡의 도움을 받았다.“존경하는 창작자와의 협업일수록 ‘그 사람에게 내가 무엇을 돌려줄 수 있을까’가 가장 중요한 테마가 돼요. 신카이 감독이 납득한다면 관객들에게도 닿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기거든요. 가끔은 다른 사람을 위해 작업하는 건 강한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자신을 위해 만드는 곡은 자기만족적인 부분에 머물게 되기도 하니까요.” 신카이 사단으로 불리는 래드윔프스, 그들이 꼽은 ‘재난 3부작’ 중 최고 작품도 ‘스즈메의 문단속’이다.“각본을 읽을 때부터 대단한 작품이 될 걸 느꼈어요. 읽을 때 상상했던 그림을 압도적으로 뛰어넘는 완성도를 보여줬고요. 이 영화를 보고 ‘다녀올게요’ ‘다녀왔어요’라는 말을 주고받을 수 있는 환경에 있다는 것만으로 굉장히 행복한 일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매 주기마다 추모곡을 발표해온 이들은 “그저 시대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자각을 한 채 음악을 한다”고 했다.“기쁨이나 슬픔, 비극, 그야말로 재난과 같은 일들에 솔직하게 반응해서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동일본 대지진 추모곡도 그 일부고요. 음악을 만든다는 것은 제게 있어 그런 습관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래드윔프스의 목소리는 다음달 국내 개봉 예정인 영화 ‘여명 10년’에서도 만날 수 있다. 고마츠 나나, 사카구치 켄타로가 주연인 이 영화는 지난해 일본 현지에서 개봉한 실사 영화 중 박스오피스 매출 1위를 기록했다. 래드윔프스가 실사 영화의 음악을 담당한 건 처음이다. 또 7월 21일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5년 만에 단독 내한 공연을 연다. 이달부터 북미, 유럽, 일본에 이은 아시아 월드 투어의 일환이다.“2020년 3월부터 잡혀있던 월드 투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모두 취소됐어요. 충격적인 일이었죠. 상당히 절망적인 마음으로 지내던 중 어떻게든 제정신을 유지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스튜디오에 들어가 래드윔프스의 앨범 작업을 했어요. 사실 벌써 다음 작품의 레코딩이 시작됐답니다. 부디 기대하면서 기다려주세요!”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스타 변호사인 야망가 도재이라는 인물이 어떻게 복수할지, 회차를 거듭할수록 변하는 감정선이 너무나 궁금해 출연을 결심했어요. 촬영을 하며 그 어떤 현장에서보다 행복했습니다.” 서울 구로구 디큐브시티에서 24일 열린 채널A 월화 드라마 ‘가면의 여왕’ 제작발표회에서 주인공 도재이 역을 맡은 배우 김선아가 말했다. 그는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며 “배우들과 스태프의 노고를 보면 100점 만점에 100점이다. ‘케미’가 참 잘 맞았다”고 덧붙였다. 24일 오후 10시 반 첫 방송을 한 ‘가면의 여왕’은 채널A가 ‘쇼윈도: 여왕의 집’ 이후 2년 만에 내놓은 미스터리 멜로 복수극이다. 화려하게 성공한 도재이(김선아), 주유정(신은정), 윤해미(유선) 앞에 10년 전 그들의 거짓말로 살인자 누명을 쓴 옛 친구 고유나(오윤아)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이날 제작발표회에는 4명의 주연 배우와 주유정의 남자 송제혁(이정진), 도재이의 남자 최강후(오지호), 윤해미의 남자 차레오(신지훈)가 참석했다. 도재이 역을 맡은 김선아는 역대급 센 캐릭터로 변신했다. 신은정은 영운예술재단 이사장으로, 유선은 호텔 부사장으로 각각 다채로운 캐릭터를 연기한다. 복수의 칼날을 쥐고 있는 고유나 역의 오윤아는 냉기 서린 분위기로 극을 압도해 나간다. 연출을 맡은 강호중 감독은 “여성 캐릭터들은 아내, 엄마, 딸로서가 아니라 정말 자기만을 위해 복수한다”며 기존 복수극과의 차별점을 강조했다. 유선은 “각양각색의 매력을 가진 7명의 주요 인물간에 갈등이 고조되며 만들어내는 시너지가 복수극이라는 장르에 맞게 많은 볼거리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오윤아는 출연 계기를 ‘김선아’라고 답했다. 오윤아는 “어릴 때부터 선배님의 연기를 보고 공부를 많이 했다. 같이 연기할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다고 생각해 김선아 선배를 보자마자 (작품을) 흔쾌히 선택했다”고 말했다. 신은정은 주유정 역에 대해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사람이지만, 배신당한 남자에 대한 복수심을 표현할 때에는 전혀 약하지 않은, 완전히 상반된 모습을 갖고 있다”며 “이를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유선은 “정말 절묘한 캐스팅이라 감탄할 정도로 모든 캐릭터를 적격인 분들이 맡아 저만 잘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특히 오윤아는 옛 친구 세 명을 상대로 벌이는 복수의 열쇠를 쥔 인물이다. 오윤아는 “촬영 초반에 정말로 식은땀이 날 정도로 긴장되는 장면이 많았다.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역할이지만, 모든 배우들이 편하게 대해 주셔서 훈훈하게 촬영했다”고 말했다. ‘가면의 여왕’은 결국 인간의 본성을 그린 드라마다. 이정진은 “세상에는 두꺼운 가면을 쓴 사람도 있고, 투명한 가면을 쓴 사람도 있다. ‘가면의 여왕’은 사회적 위치라는 가면 안에서 각자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드라마”라고 말했다. 이어 “드라마를 보며 ‘나는 어떤 가면을 썼나’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윤아는 “모든 캐릭터들이 반전이 있다”며 “겉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니기에 각 캐릭터의 진짜 모습을 찾아내는 것도 관전 포인트”라고 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바쁜 일상에 치일 때 한 번쯤 떠올리게 되는 곳, 제주. 시야에 모두 담을 수 없는 제주의 바다와 하늘을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그곳으로 도피하고 싶다. 제주에서 영영 여행하듯 살아볼까? 한데 지금 편한 이 생활을 버릴 수 있을까…. 이렇게 제주살이를 꿈꾸지만 막막한 이들을 위한 길잡이 같은 책이다. 5∼10년간 제주로 터전을 옮겨 살아본 다섯 명의 저자가 환상을 걷어낸 제주살이의 진짜 모습을 털어놓는다. 이들은 제주 ‘이주’라고 표현한다. 여행일 땐 못 느꼈던 무심한 이웃의 말투나 도시와는 다른 분위기의 운전 문화 등이 곧 익숙해져야 할 일상이었기 때문이다. 가장 문제되는 것은 배송이다. 저자들은 필요한 물건은 더는 이것저것 따지지 않게 됐다고 한다. 심사숙고하며 주문을 미루다가 때맞춰 배송을 받지 못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던 탓이다. 이제는 직전 주문 내역을 보고 같은 물건을 바로바로 주문한다고. 아이의 학교는 태풍 예보만으로도 휴교다. 처음엔 불평했던 저자도 다음 날 대로변에 놓인 바윗덩이를 보곤 태풍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전까진 절대 나가지 않게 됐다. 비상식량도 구비해 놓는 게 좋다. 저자들은 나이나 하는 일, 이주의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모두 낯설더라도 진심을 다해 하루하루를 채워 나가려 애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제주살이를 그저 꿈으로만 남기지 말길, 조금 더 용기를 내길” 바란다. 나아가 “사실 꼭 제주에 살아서 좋은 것이 아님을. 어디서든 내 마음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안다. 다만 나는 제주에서 운명처럼 그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한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를 선두로 K팝 가수들이 미국 음악 시장을 호령하고 있다. 지난해 K팝 음반 수출액은 3000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관세청이 올해 1월 발표한 수출입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K팝 음반을 많이 구입한 국가는 일본(8574만9000달러), 중국(5132만6000달러), 미국(3887만7000달러) 순이었다. 이 중 특히 주목할 만한 건 미국 시장이다. 2016년 K팝 음반의 미국 수출액은 81만 달러였다. 6년 새 수출 규모가 48배로 늘며 급성장한 것이다. K클래식 역시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 안방, 도시 점령한 BTS BTS가 미국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한 2017년부터 한국 음악의 대미 수출액은 가파르게 증가했다. BTS는 2017년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 아시아 가수 최초로 출연해 ‘DNA’로 축하 무대를 꾸미며 미국 안방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K클래식 역시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BTS가 간 길은 ‘한국 가수 최초 기록’의 행진이었다. 2020년 8월 ‘Dynamite’로 빌보드 싱글 차트인 핫100에서 처음 1위에 올랐다. 이어 ‘Butter’, ‘Savage Love’, ‘Life Goes On’, ‘Permission to Dance’, ‘My Universe’까지 총 6곡을 ‘핫100’ 1위에 올렸다. 지민은 첫 솔로 앨범 ‘페이스(FACE)’ 타이틀 곡 ‘Like Crazy’로 이달 4일 한국 솔로 가수 최초로 ‘핫100’ 1위에 올랐다. BTS는 종합 앨범차트인 빌보드200에서도 2018년 5월 ‘Love Yourself: 轉 ‘Tear’’로 정상을 처음 밟은 후 ‘Love Yourself: 結 ‘Answer’’, ‘Map of the Soul: Persona’, ‘Map of the Soul: 7’, ‘BE’를 모두 1위에 올렸다. 지난해 6월에는 ‘Proof’로 이 차트 정상에 올랐다.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도 2017년부터 ‘톱 소셜 아티스트’에 오른 것을 비롯해 지난해까지 6년 연속 수상했다. 2021년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대상 격인 ‘올해의 아티스트’를 수상하는 기록을 세웠다. 2021년부터 3년 연속 그래미 어워즈 후보에 올랐다. 지난해 4월 BTS가 미국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에서 개최한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라스베이거스’는 공연장은 물론이고 도시 전체를 BTS를 상징하는 색인 보랏빛으로 물들였다. BTS는 지난해 5월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백악관을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아시아인 혐오범죄 근절 방안에 대해 이야기해 화제가 됐다. 블랙핑크도 맹활약 중이다. 지난해 북미 7개 도시에서 공연을 열었던 블랙핑크는 현재 월드투어를 하고 있다. 블랙핑크는 이달 열리는 미국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서 주요 출연자로 무대에 선다. ● 임윤찬 조성진 필두로 인기 끄는 K클래식 미국에서 K클래식의 열기는 임윤찬 조성진을 비롯한 피아노 연주자들의 활약과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음악감독인 김은선으로 대표된다. 임윤찬이 지난해 6월 우승한 미국 포츠워스의 밴 클라이번 콩쿠르는 1985년 구소련에서 열린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미국 음악계의 자존심을 떨쳤던 피아니스트 밴 클라이번을 기념하는 대회다. 지난해 9월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와 텍사스, 콜로라도 등에서 첫 미국 순회공연을 펼친 임윤찬은 올해 5월 10∼12일 뉴욕 링컨센터의 데이비드 게펜 홀에서 제임스 개피건 지휘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을 협연할 예정이다. 임윤찬은 내년 2월 뉴욕 카네기홀에서 단독 리사이틀도 연다. 카네기홀은 임윤찬의 공연을 미국을 대표하는 피아노 거장 이매뉴얼 액스, 러시아의 다닐 트리포노프, 우즈베키스탄의 베조트 압두라이모프, 한국의 조성진 등 피아니스트 4명의 공연과 함께 2023∼2024시즌 ‘건반의 거장’ 시리즈 공연으로 분류했다. 2015년 폴란드 쇼팽 콩쿠르 우승 후 월드스타로 떠오른 조성진은 카네기홀에서 지난달 12일 공연해 절찬을 받았다. 카네기홀에서만 세 번째 무대다. 2019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이어 북미 두 번째 권위와 규모를 자랑하는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음악감독으로 임명돼 화제를 모은 지휘자 김은선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를 비롯해 미국 내 주요 오페라극장과 오케스트라 지휘도 이어갈 예정이다. 그는 지난해 5월 ‘오페라 최고 흥행작’으로 꼽히는 푸치니의 ‘라보엠’을 지휘하며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데뷔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김태언기자 beborn@donga.com}

‘촉촉한 봄비 오는 날 듣기 좋은 노래’, ‘그리던 봄비가 그리움 되어 내릴 때’. 전국 대부분 지역에 비가 내린 18일 오전, 각종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 올라온 플레이리스트 제목이다. 플레이리스트에 담긴 곡은 에픽하이의 ‘우산’, 헤이즈의 ‘비도 오고 그래서’, PATEKO의 ‘Rainy day’ 등 봄, 비와 관련된 노래였다. TPO(시간·장소·상황)에 딱 맞는 음악 구성이다. 추천곡은 누가 어떤 방식으로 고를까. 멜론, 벅스, FLO 등 국내 주요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는 ‘플레이리스트 큐레이터’가 이를 담당한다. 국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사용자들은 플레이리스트 단위로 음악을 많이 듣는다. 멜론은 2020년 12월을 기점으로 플레이리스트 내 스트리밍 수가 멜론 메인 차트 내 스트리밍 수를 넘어섰다. FLO는 메인 화면에서 실시간 차트를 없애고 플레이리스트 서비스를 올릴 정도다. 벅스는 플레이리스트 유튜브 채널 ‘essential;’을 운영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자동화 서비스도 가능한데, 왜 사람이 직접 고르는 시스템도 함께 운영할까. 플레이리스트 큐레이터는 ‘감성’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승엽 멜론 뮤직콘텐츠기획운영팀 매니저는 “자동화 추천은 청취 이력을 기반으로 하기에 익숙하지만 특정 분야로 편중되기가 쉽다”며 “사람이 고른 곡은 이런 점을 보완해준다”고 했다. 이준규 FLO 큐레이션팀장은 “사람의 손을 거치면 비슷한 유형의 곡으로만 구성되지 않는다. 해당 플레이리스트만의 스토리, 즉 기승전결을 살리는 건 아직은 인간의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플레이리스트 주제는 당대 사회, 문화 트렌드를 반영한다. 최근 화제가 된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는 플레이리스트의 핫한 주제였다. 리스트 제목에 드라마 속 유명 대사인 “연진아, 나 지금 너무 신나”를 인용하는 식이다. J-pop이나 하이틴, 성격유형지표(MBTI)도 주요 키워드로 활용된다. 이승엽 매니저는 “음악계 거장이 별세하거나 그래미 같은 주요 시상식이 열리는 날은 해당 거장과 수상자들의 곡을 주로 고른다”고 말했다. 선곡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뭘까. 이들은 공통적으로 ‘1∼5번 트랙’을 꼽았다. 첫 곡을 단 10초만 듣고도 이탈하는 사용자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벅스 큐레이션팀 관계자는 “첫 번째 곡은 플레이리스트의 첫인상이고, 두 번째 곡은 주제에 대한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음악”이라고 했다. 이어 “해당 위치에 대중적인 음악만 배치하는 건 아니다. 주제에 맞는 곡, 전체적인 균형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플레이리스트 큐레이터의 영역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벅스, 멜론은 일정한 심사를 거쳐 일반인 큐레이터를 선발하고 있다. FLO는 누구나 원하면 음악 선별이 가능하도록 했다. “워낙 다양한 음악이 존재하잖아요. 사용자에게 ‘나중에 한 번 더 꺼내 들어야지’라는 느낌을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플레이리스트입니다. 음악에 대한 애정이 클수록 큐레이션에 대한 감각을 키울 수 있죠.”(이준규 팀장) “정기적으로 기존 플레이리스트에 곡을 추가하는 것도 중요해요. 하나의 플레이리스트가 브랜드가 되는 거죠.”(이승엽 매니저)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다음주 해외 유명 밴드들이 잇달아 내한한다. 25~26일 오후 8시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에서는 미국 밴드 ‘드림시어터’가 6년 만에 내한 공연을 연다. 프로그레시브 메탈의 상징으로 통하는 이 밴드는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에 돌아와 환상적인 에너지를 경험하고 멋진 미소들을 보게 되어 저희 모두 신난다”고 말했다.이번 공연은 1999년 첫 내한 이후 통산 9번째다. 드림시어터는 “매 공연 초반, 열광적이었던 한국 관중들이 생각난다. 이리 저리로 폭발해 날아다니는 벌들 같았다”고 했다. 드림시어터는 “음악 활동을 하면서 멤버들과 갈등을 겪어본 적 없다. 최고 수준의 공연을 만들자는 미션에만 집중하고, 이 임무는 모든 생각과 감정을 능가한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2회로 예정돼있다. 드림시어터는 “팬 분들을 최대로 수용하고 싶었다”고 했다.22일과 23일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는 ‘맨 아이 트러스트’와 ‘뉴 호프 클럽’이 각각 내한 공연을 진행한다. ‘맨 아이 트러스트’는 캐나다 퀘벡 출신의 혼성 3인조 밴드로, 이들의 음악은 빈티지한 감성과 서정적인 가사가 특징이다. 본래 남성 듀오였으나 2016년 여성 보컬 엠마뉴엘 프룰을 영입했다. 이후 발매한 곡 ‘Lauren’(2016년)이 히트를 치면서 점차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Show Me How’(2019년), ‘Numb’(2021년) 등으로 유명하다. 영국의 3인조 밴드 ‘뉴 호프 클럽’은 내한에 앞선 14일 새 싱글 ‘Just Don’t Know It Yet’을 발매했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 이들의 신곡 무대를 처음 볼 수 있다. 이들은 ‘하이틴 감성’ 콘셉트로 국내 여러 플레이리스트에 등장하며 존재를 알렸다. 이후 SF9, 피원하모니 등과 함께 해외 투어를 선보이며 팬덤을 확장시켰다. 이번 공연에도 피원하모니가 함께 무대에 설 예정이며, 21일 발매되는 두 그룹의 협업물인 디지털 싱글 ‘슈퍼 시크’를 부른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13일 오후 8시 서울 마포구 무신사 개러지에서 일본 싱어송라이터 이마세가 국내 첫 쇼케이스를 열자 500여 명이 모였다. 이마세가 국내에 이름을 알린 것은 지난해 8월 발매한 곡 ‘나이트 댄서’를 통해서다. 지난달 이 곡은 국내 음원 플랫폼 멜론의 일간 해외 종합 차트(2위)와 톱 100 차트(17위)에 진입했다. 최근 Z세대를 비롯해 젊은층을 중심으로 제이팝(J-pop·일본대중가요) 바람이 불고 있다. 기존에도 일부 음악 마니아를 중심으로 1970, 80년대 일본 시티팝이 크게 사랑받았지만 최근에는 국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메인 차트에 진입할 정도로 인기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제이팝에 익숙해진 이들이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찾아 듣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틱톡에서 뜨면 음원도 뜬다 이마세의 ‘나이트 댄서’가 좋다는 입소문의 근원지는 틱톡이었다. 김지민 유니버설뮤직코리아 미디어마케팅 차장은 “‘나이트 댄서’가 틱톡에서 댄스 챌린지 배경음악으로 사용되면서 조회수가 12억 회가 넘었고, 이 기록이 음원 차트에서의 성공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글로벌 차트를 역주행했던 일본 싱어송라이터 후지이 가제의 곡 ‘죽는 편이 나아’는 2020년 발매됐지만 지난해 하반기 인스타그램 릴스와 틱톡을 통해 널리 퍼졌다. SNS상의 인기 척도인 스포티파이 바이럴 차트에서 일본 곡 최초로 23개국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유튜브 음악 차트에 따르면 일본 싱어송라이터 요네즈 겐시의 곡 ‘Lemon’(2018년) 역시 1월 초부터 13주 연속 한국 주간 차트 TOP 100에 포함됐다. 쇼트폼 콘텐츠를 중심으로 인기가 높아지면서 젊은층이 즐겨 이용하는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도 진입한 것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국내 흥행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 1월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엔딩곡인 10-FEET의 ‘제ZERO감’은 영화에 대한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2월 네이버 바이브 J-POP TOP 100 2위, 지니뮤직 2위, 멜론뮤직 4위에 각각 올랐다. 지난해 11월 개봉한 영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의 OST인 요루시카의 ‘좌우맹’은 같은 해 12월 유튜브 뮤직 한국 주간 차트에서 24위를 했다. 영화 관람객이 110만 명을 넘자 음원을 발매한 지 5개월 후에 국내 차트에도 진입한 것이다.● 한일, 비슷한 장르 음악 유행 일본 음악 시장의 무게 중심이 실물 음반에서 디지털 음원으로 급격히 이동하면서 국내 팬들의 접근도가 높아진 것도 국내에서 제이팝이 인기를 끄는 요인 중 하나다. 일본 음악 시장은 보통 매출의 70% 이상을 CD 등 실물 음반이 차지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1 해외 콘텐츠시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일본 오디오 레코드 및 뮤직비디오 시장 매출은 전년 대비 85%나 하락한 반면에 디지털 음원 전송 매출은 3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갔다. 일본과 한국 음악시장이 일부 동조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관우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상무는 “한국과 일본에서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장르의 음악이 사랑을 받으면서 서로 영향을 미쳐 양국에서 선호하는 음악의 인기가 한층 더 뜨거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국내에서 이무진, 잔나비, 새소년 등 어쿠스틱 사운드를 앞세운 가수들의 인기가 급상승하며 비슷한 콘셉트의 유우리, 요네즈 겐시 등 일본 싱어송라이터로 팬들의 시야가 확장됐다”고 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13일 오후 8시 서울 마포구 무신사 개러지에서는 의미 있는 공연이 열린다. 최근 ‘나이트 댄서’ 곡을 통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일본 싱어송라이터 이마세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여는 쇼케이스가 바로 그것. 이마세의 대표곡 ‘나이트 댄서’는 지난해 8월 발매된 곡으로, J-POP 곡으로는 최초로 국내 음원 플랫폼 멜론의 일간 해외 종합 차트(2위)와 톱 100 차트(17위)에 진입했다. 제이팝 열풍이 거세다. 최근 3~5년간 국내 음악 마니아들 사이에서 1970~1980년대 일본 시티팝이 많이 소비됐지만 이마세의 ‘나이트 댄서’ 처럼 국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메인 차트에 진입할 정도로 제이팝이 큰 인기를 끈 건 이례적이다. 그 배경에는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젊은 세대)의 음악 소비 패턴이 영향을 미쳤다. SNS의 쇼트폼 콘텐츠를 중심으로 제이팝을 접한 Z세대들이 그들에게 익숙한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도 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것. 이마세의 ‘나이트 댄서’ 또한 입소문의 근원지는 틱톡이었다. 해외 음반 유통사인 유니버설뮤직 코리아 관계자는 “‘나이트 댄서’가 틱톡에서 댄스 챌린지 배경음악으로 사용되면서 12억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 기록이 음원 차트에서의 성공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역주행했던 제이팝 ‘죽는 편이 나아’도 마찬가지다. 이 곡은 일본 싱어송라이터 후지이 카제가 2020년 발매했지만, 지난해 하반기 인스타그램 쇼트폼 릴스와 틱톡 등을 통해 널리 퍼졌다. ‘죽는 편이 나아’는 SNS상의 인기척도인 스포티파이 바이럴 차트에서 일본인 최초로 23개국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유튜브 음악 차트 및 통계에 따르면 일본 싱어송라이터 요네즈 켄시의 곡 ‘Lemon’(2018년) 또한 1월6일째 주부터 13주간 한국 주간 차트 TOP 100에 랭킹됐다. 최근 일본 애니메이션의 국내 흥행이 끼친 영향도 크다. 올 1월 개봉한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엔딩곡인 10-FEET의 ‘제ZERO감’은 2월 네이버 바이브 J-POP TOP 100 2위, 지니뮤직 2위, 멜론뮤직 4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개봉한 영화 ‘오늘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오세이사)’의 OST인 요루시카의 ‘좌우맹’은 같은 해 12월 유튜브 뮤직 한국 주간 차트에서 24위를 기록했다. 영화가 110만 관객을 동원하는 등 흥행에 성공하자, 음원 발매 5개월 후에 국내 차트에 진입한 것이다. 이 같은 행태가 이례적으로 보이는 것은 일본 음악 산업의 특이점 때문이다. 본래 일본 음악 시장에서는 매출의 70% 이상이 CD인 등 실물 음반 비중이 높았다. 하지만 최근의 흐름은 다르다. 2021년 12월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간한 ‘2021 해외 콘텐츠시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음악 오디오 레코드 및 뮤직비디오 시장 매출은 전년 대비 85% 수준으로 하락한 반면 디지털 음원 전송 매출은 7년 연속 성장, 3년간 두 자리 수 성장을 이어가며 전년 대비 110% 성장했다. 일본 내 모방가수 ‘우타이테’가 메이저 음원 차트에 진입하는 등 이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우타이테는 일본 유명 웹사이트 ‘니코니코 동화’에서 컴퓨터 가창으로 만들어진 보컬로이드 곡을 커버하는 일반인이다. 우타이테 출신인 ADO는 곡 ‘신시대’(2022년)로 발매 직후 애플 뮤직과 스포티파이 글로벌 차트 1위를 기록했다. 2020년 일본 스포티파이에서 선정한 ‘주목할 만한 신인’ 중 한 명이었던 바운디(Vaundy)도 우타이테 출신이었다.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관계자는 “일본 음악 시장의 특징은 장르가 다양하다는 것이다. 지금의 제이팝 열풍은 한-일 양국에서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장르가 인기를 끌며 발생한 일련의 공진(共振) 현상”이라 분석했다. 그는 “국내에서 이무진, 잔나비, 새소년 등 어쿠스틱 사운드를 앞세운 싱어송라이터와 인디 뮤지션들의 인기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유우리, 요네즈 켄시 등 일본의 싱어송라이터로까지 그 시야가 확장된 것”이라고 말했다.김태언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