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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로 사실상 우변 백은 숨을 거뒀다. 자체 삶은 불가능하고 중앙 연결도 끊겼기 때문. 백 108까지 몸부림쳐 보지만 흑 109로 모든 것이 막혔다. 이래선 흑의 우세가 완연하다. 그런데 백 110의 응수타진 때 흑 111이 큰 실착. 알기 쉽게 참고 1도 흑 1로 단단하게 연결했으면 무탈했다. 백 2로 공격해도 흑 3, 5로 대마가 확실히 살 수 있다. 백은 112로 붙여 우변에 계속 미련을 두고 있지만 흑 115까지 철벽방어에 더 이상 손쓸 수 없는 상태. 백은 116으로 흑 대마에 대한 공격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흑은 117로 백 두 점을 잡고 일단 좌하 귀부터 살렸다. 흑이 참고 1도처럼 두지 못한 탓에 백 124로 패가 났다. 중앙 흑의 목숨을 담보로 한 거대한 패여서 치열한 패싸움이 예상된다. 하지만 흑은 대마를 살리자는 자체 팻감이 워낙 많아 백보단 한결 여유 있다. 백은 흑 대마를 잡진 못해도 최소한 우변 대마가 잡힌 만큼의 대가를 얻어내야 하는데 과연 가능할까.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대부분 개인투자자들은 모멘텀 투자를 한다. 말이 좋아 모멘텀이지 실제로는 주변 지인이나 방송 인터넷에 나오는 전문가의 추천, 빅뉴스 등에 따라 우르르 몰려다니는 투자를 한다. 짜릿한 대박을 원하지만 매매타이밍조차 잡지 못해 쪽박 차는 개인투자자가 흔하다. 주식으로 돈 번 개인투자자가 없다는 자조는 여기에서 나온다. 여기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이 가치투자다. 기업의 내재가치를 분석해 현 주가보다 저평가 돼있으면 싸게 샀다가 적정가에 달하면 파는 것이다. 잘 되면 가장 이상적인 투자법이다. 가치투자의 전설인 워렌 버핏처럼 말이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이 기업 분석을 하기엔 지식이 부족하고, 기업 탐방 등을 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장기적인 가치투자가 분명 좋긴 하지만 개인투자자가 도전하기에는 벽이 높다. 그렇다면 개인투자자에게 좋은 대안이 없는 것일까. 국내에는 최근 ‘퀀트(계량)투자’ 바람이 불고 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문병로 교수가 ‘알고리즘 투자’ ‘퀀트투자’를 표방하며 운용하고 있는 ‘옵투스자산운용’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더욱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퀀트투자’는 통계적으로 확인된 정량적 지표에 따라 기계적으로 투자하는 방법이다. 주관적 판단을 완전히 배제한다는 점이 가치투자와 다르다. 통계 숫자 등을 운운하니 역시 일반 투자자는 접근하기 어려운 게 아닐까. 최근 발간된 ‘실전 퀀트투자’(이레미디어)는 퀀트투자의 개념부터 모의투자(백테스트·Backtest) 사례 등을 제시하며 개인투자자에게 가장 적합한 투자법임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현직 증권맨. 유안타증권 메가센터잠실에서 PB로 일하고 있는 홍용찬 씨(40)를 지난달 하순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주관적 판단 완전 배제해 누적수익률 162%우선 숫자부터 알려주는 게 ‘퀀트투자’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홍 씨가 퀀트투자방법으로 운용하는 개인 계좌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162.61%의 누적 수익률을 올렸다. 연평균 수익률로 하면 27%. 해당기간 코스피는 6.55%, 코스닥은 24.44% 올랐다. 2018년 코스피가 -17% 이상 손실을 볼 때도 그는 4%가 넘는 수익률을 올렸다. 이 정도면 꽤 매력적인 수익률이다. 그는 고객의 의뢰를 받아 자금을 굴리고 있는데 개인 계좌와 같은 방식으로 운용한다. 홍 씨와 같은 시기에 투자했다면 같은 수익률을 올렸다는 의미다. -퀀트투자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달라. “정성적 분석 없이 숫자만 갖고 하는 투자다. 재무지표 등을 토대로 종목을 골라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뒤 투자하면 된다. 일정 기간을 정해놓고 포트폴리오 구성 원칙대로 교체 매매한다.”-그것이 수익이 난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나“모의투자, 즉 백테스트를 한다. 그러면 연평균 수익률을 알 수 있다. 백테스트 방식이나 자료가 틀리지 않았다면 우리는 이미 수익률이 대략 얼마인지 알고 투자하는 셈이다. 또 백테스트를 하면 이 투자방법으로 얼마나 투자자가 고생했는지도 알 수 있다.”(상자기사 참조)-고생했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퀀트투자가 매년 꾸준히 수익을 내는 것은 아니다. 연평균 20%의 수익률이라는 얘기가 매년 20% 씩 수익을 낸다는 의미가 아니다. 어떤 해는 큰 폭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할 때도 있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이 때를 견디지 못한다. 백테스트를 통해 어려운 시기를 참아내면 그 손실을 다 만회할 뿐 아니라 수익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알게 되고, 퀀트투자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된다.” -본인은 어떤 퀀트 방식으로 수익률을 올렸나. “주로 재무지표를 이용해 저평가된 종목 약 40개를 뽑아 모두 같은 비중으로 산 뒤 6개월마다 교체매매했다. 주식투자비중은 늘 99%다.” -보통 주식 시장이 맑음이면 주식 비중을 늘리고, 흐림이면 현금 비중을 늘리라는 것이 소위 ‘고수’들의 조언 아닌가. “나는 미래의 주식시장이 좋을지 나쁠지 예측할 능력이 없다. 그래서 할 수 있는 일만 한다. 원칙에 따라 종목을 고르고 정기적으로 교체매매하는 것뿐이다.”백테스트(모의투자)로 확신 얻을 수 있어-어떻게 퀀트투자에 입문하게 됐나. “2010년 저평가 주식에 투자했다. 성장성은 낮았지만 배당도 꽤 주고 PBR도 낮았다. 2년 후 30%의 수익을 보고 매도했다. 만족스런 수준이었는데 혹시 매수 시점에서 비슷한 배당수익률과 PBR을 보여줬던 다른 주식들의 수익률은 얼마였을지 궁금했다. 수십개의 종목을 같은 비중으로 샀다고 하고 분석한 결과 ‘2년 30%’보다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열심히 고생해서 저평가 주식을 찾았다고 자부했는데 기계적인 투자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이후 백테스트를 통해 퀀트투자의 매력에 빠졌다.” -고객들이 퀀트투자를 잘 이해하고 따라오나. “퀀트투자는 기계적으로 투자하면 수익이 난다. 오히려 주관이 들어가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보통 사람들은 종목을 고르는 안목이 높다고 과대평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실제 안목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다. 자신의 안목이 낮다고 겸허하게 인정하고, 확률이 높은 투자법에 몸을 맡기는 것이다. 주관이 아예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안목이 없어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책에 나온 퀀트 투자 방법을 보면 당기순이익, 영업이익, PER, PBR 등 재무제표 지표 중 하나만 이용해 투자해도 10~25%의 연평균 수익률을 올리는데, 너무 쉬운 거 아닌가. “쉬운 거 맞다. 1년에 단 한번만 종목들을 정해서 교체매매하니까 기업분석이니 내재가치니 기업이 속한 산업의 흥망 등 복잡한 분석이 필요 없다. 그래서 개인 투자자에게 매우 좋다.”-그렇다면 무엇이 퀀트투자를 힘들게 하나. “자꾸 비교하기 때문이다. 일부 투자자들이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해서 단기간에 2~5배의 수익을 내는 것을 보면 흔들린다. 퀀트투자가 장기적으로 훌륭한 투자지만 단기적으로는 초라해 보일 수 있다. 인내심이 없다면 퀀트투자 하기 어렵다.” 책에는 미국 주식시장에서 1926년 7월 100달러로 소형 저PBR 주식에 퀀트투자한 뒤 1년에 한 번씩 교체매매를 했을 때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이 100달러는 2017년 12월 무려 51억8000만 달러가 된다. 91년 동안 연평균 21.43%의 복리 수익률이다. 그래프로 그리면 매우 아름다운 우상향 곡선이 만들어진다. <그래프 참조> 하지만 일부 구간에선 매우 어려운 시기가 있다. 1928년 11월 투자했으면 대공항의 영향으로 원금 대비 무려 84%가 넘는 손실을 본다. 또 1968년 12월 투자했으면 계속 손실을 보다가 79개월(6년 7개월)만에야 원금을 회복한다. 결국 79개월의 기간 혹은 84%의 원금 손실도 참아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퀀트투자를 뼈대로 삼되 다양한 부가방법을 추가하면 안 되나. “퀀트투자에는 또 다른 유혹이 뒤따른다. 만약 40개 종목을 샀는데 그중 단기간에 수익률이 급등하는 종목이 있을 수 있다. 1년 보유가 원칙이라면 그대로 내버려둬야 하는데 급등한 종목을 팔아 이익실현하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이 욕망대로 이익을 실현했는데 주가가 크게 빠지면 다시 주관적 판단이 맞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이렇게 몇 번 반복하면 주관적 판단 아래 점점 원칙에서 벗어난 방식을 쓰게 된다. 어떤 종목이 오르고 내릴지는 예상할 수 없는데 모르는 일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건 퀀트투자가 아니다.”-누구나 같은 방식의 퀀트투자를 하면 퀀트투자의 효과가 사라지는 건 아닐까. “책에 쓴 대로 1월에 주식이 가장 많이 오른다는 ‘1월 효과’나 월말과 월초에 거래하면 수익률이 좋다는 ‘월말월초 효과’는 백테스트로 분석한 결과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PER PBR 등 가치지표를 갖고 하는 투자의 효과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 PER PBR이 낮다는 건 그만큼 시장에서 소외돼 있다는 것이다. 소외 종목에 투자하는 것은 본성에 반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인간의 본성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흑자 기업 중 저PBR 주식 선택해볼만 -독자들을 위해 가장 간단한 퀀트투자 방법을 알려준다면. “직전년도 흑자가 난 기업 중 저PBR 주식을 권하고 싶다. 저PBR 순으로 50종목을 사서 6개월 혹은 1년에 1번씩 교체매매하는 것이다.”-그런 기업을 찾기 어렵진 않나. “한국거래소 홈페이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부자가 되려면 이런 정도의 수고로움은 감수해야 한다.”-책을 보면 백테스트를 통해 주식시장에 대해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미신’을 해소하는 내용이 있다. 가장 의외의 결과가 나온 것은 무엇인가. “보통 직전년도 ROE가 높은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일반적 관념인데, 백테스트 결과는 달랐다. 물론 ROE가 낮은 기업은 수익률이 낮았는데 ROE가 높다고 꼭 수익률이 높진 않았다. 추가로 적자 기업을 제외하고 백테스트를 했더니 ROE가 낮은 기업이 오히려 수익률이 높은 경향성이 나타났다.” 가치투자자인 워렌 버핏은 투자 원칙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제1원칙은 돈을 잃지 않는 것, 제2원칙은 제1원칙을 잘 지키는 것이다. 홍 씨의 얘기를 들으면서 퀀트투자자들에겐 제1원칙이 원칙을 깨지 않는 것이고 제2원칙이 제1원칙을 잘 지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 마지막으로 퀀트투자의 경우 얼마나 오래 투자해야 하냐는 질문을 던졌다. 기자의 예상은 “최소 10년”이었다. 하지만 그는 “평생”이라고 답했다. 기자의 답이 우문이었을까. 아니면 홍 씨의 답이 현답이었을까. ○ TIP 백테스트 과거 데이터를 갖고 모의투자를 해보는 것. ‘실전 퀀트투자’에선 2000~2017년 국내 주식 시장의 데이터를 사용했다. 순서는 이렇다. 저PBR주를 예로 들어 어떻게 투자하는지 알아보자. 직전년도 실적 등을 통해 저PBR 순으로 상위 5%를 고른 뒤 6월 마지막 거래일에 동일비중으로 매수한다. 1000만 원으로 50개 기업을 산다면 기업마다 20만 원어치씩 사는 셈이다. 그리고 이듬해 6월 마지막 거래일에 판다. 이걸 17년간 반복한 모의투자 결과 연평균 25% 이상 수익을 내는 것으로 나왔다. ○ 저PBR에 따른 수익률 기간: 2000년 7월~2017년 6월대상: 코스피 코스닥 종목 중 매매시점 직전연도 당기순이익이 흑자이며 완전자본잠식이 아닌 기업교체 매매 주기: 1년에 1회교체 시기: 6월 마지막 거래일방법: 매매시점에서 PBR이 낮은 종목 순으로 5% 이내 종목들을 동일가중으로 교체매매한다. 결과: 연평균 수익률 25.69%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흑 ●로 인해 우변 백은 빈사 상태에 빠졌다. 좌변 흑 대마를 최대한 공략하는 것이 백에게 남은 길이다. 그 출발점은 백 82. 일단 흑이 두 집을 내는 것은 차단했다. 흑 83이 묘한 수. 참고 1도 백 1, 3으로 응수하면 흑의 미끼를 문 꼴이다. 흑 4까지 되면 흑은 중앙 탈출도 수월해진다. 특히 ‘가’가 선수이고 ‘나’로 두는 뒷맛이 있어 안형을 만들기가 훨씬 쉬워진다. 흑 85로 눈목자로 달려 일단 밖으로 탈출한 모습. 이래서 흑이 여유가 생겼다. 백도 86으로 중앙을 정비해 놓아야 추후 흑에 대한 공격을 엿볼 수 있다. 흑 93에 대해 백 94로 응수를 물어본 것 역시 묘하다. 흑은 95, 97로 잇달아 연결했다. 참고 2도 백 1로 붙이면 끊기는 수단이 있기 때문이다. 흑 8까지 좌하는 살지만, 중앙 흑 대마가 위험할 수도 있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가 결국 화근이었다. 전보에서 보여준 대로 백은 64를 선수하고 A로 막아 두터움을 유지했어야 했다. 백 ◎로 살짝 빈틈을 보이자 흑 63으로 가르고 나와 백 모양이 전체적으로 엷어졌다. 백이 A로 뒀으면 튼튼하게 중앙을 연결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66으로 보강해도 약점이 많다. 흑은 67, 71로 힘차게 밀어 올린다. 우변 백돌을 은근히 노리고 있는 것. 여기서 흑이 실리를 탐해 참고도로 두면 백 2, 4로 중앙과 우변 백이 단번에 살아난다. 물론 백도 72로 막아 좌변 쪽 흑 대마 전체를 노려본다. 하지만 좌변 흑은 워낙 탄력이 좋아 쉽게 잡힐 돌이 아니다. 반면 우변 백은 좀처럼 눈 모양을 만들기 어렵다. 흑 73부터 77까지 공격하자 흔히 말하는 ‘장대’처럼 뻣뻣한 돌이 돼버렸다. 백으로선 우변 돌을 살리고 싶지만 그 과정에서 중앙이 모두 깨지는 것이 싫다. 그래서 눈 딱 감고 백 78로 중앙을 먼저 지키며 버티기에 나섰다. 그러나 흑 81이 떨어지자 우변 백은 점점 수렁으로 빠지고 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는 엉뚱한 붙임처럼 보이지만 백 ◎에 대한 응수를 마련하기 위한 것. 흑 51로 젖히기 위해 뒤를 튼튼히 마련해 놓는 사전작업이다. 이렇게 해놓고 흑은 51, 53의 강수를 날린다. 무난하고 안전하게 두려면 참고 1도가 있다. 흑 1로 늘고 7까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밋밋하다. 백에게 많은 여지를 주는 그림이다. 흑 53으로 반발한 이상 백 54부터 60까지는 외길 수순이나 마찬가지. 흑 대마가 한 점을 때려냈는데도 확실한 두 눈이 없다. 흑 61의 보강은 연결을 위해 꼭 필요한 수. 그런데 이때 백 62가 어땠을까. 참고 2도를 보자. 백 1로 삶의 급소를 한번 찔러 놓은 뒤 평범하게 3으로 막는 것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백 9까지 둬 볼 만하다. 특히 이후 흑의 반격을 염두에 뒀다면 실전보단 참고 2도가 더 나았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전보 마지막 수인 흑 ●가 은은히 빛을 발한다. 국면 전체를 굽어보며 백에 압박을 넣는다. 아직 미생인 우변 백과 좌상 A의 끊음 등을 노리고 있는 것. 그래서 백이 40, 44로 보강한 것은 필수다. 이런 돌들이 한번 쫓기기 시작하면 대세의 주도권을 완전히 놓쳐버릴 수 있다. 여기서가 어렵다. 백 진을 부순다는 의미라면 참고 1도 흑 1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백 2, 4로 끊는 수가 있지만 흑 5, 7로 두 점을 버려도 손해는 없는 모습이다. 그래도 참고 1도보단 흑 45가 더 든든하다. 대마를 하변으로 연결하는 안전장치를 만들고 귀의 백 집을 부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때 백 46의 헤딩이 의외의 수. 참고 2도 흑 1처럼 섣불리 젖혔다간 백 6까지 전면전이 벌어진다. 직접 응수는 곤란하다고 본 흑은 47로 한술 더 뜬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우상 귀를 마무리하지 않고 백 20으로 걸친 것은 알파고다운 발상.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백 24가 좋은 수. 흑이 무심코 참고 1도 1로 손 따라 두면 2, 4의 콤비 블로가 기다리고 있다. 백이 쉽게 타개한 모양. 그래서 흑 25의 반발은 당연한데 백 26이 너무 나약했다. 여기는 흑 돌이 많은 곳이어서 재빨리 수습하는 것이 제일 좋다. 따라서 참고 2도 백 1로 젖히는 수가 좋다. 이어 백 7까지 두텁게 정리하면 백이 편했을 것이다. 흑 27로 호구친 자세가 너무 좋다. 물론 백의 생각은 우변을 선수로 간명하게 처리하고 28을 두고 싶다는 뜻이었으리라. 하지만 나중에 우변 백이 시달린 것을 고려하면 참고 2도가 더 나아 보인다. 흑 33, 백 34는 모양의 급소. 흑 35 역시 좌변을 견제하면서 흑 석 점을 보강하는 ‘절대 한 수’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한국 NHN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한 인공지능(AI) 프로그램 ‘한돌’이 이젠 정상급 프로기사의 수준을 넘어섰다. 최근 ‘한돌’은 신민준 이동훈 김지석 박정환 신진서 9단과 차례로 이벤트 대결을 펼쳤는데 모두 이겼다. 백 10의 젖힘은 최근에는 보기 힘들다. 백 14까지 진행되면 백 행마의 속도가 느리다고 본 것. 참고 1도가 가장 많이 나온다(12=5). 최근에 참고 2도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흑 8 때 손을 빼고 다른 곳을 두는 것이 포인트다. 알파고가 진화했듯이 다른 AI도 진화하면서 선호하는 정석이 달라지고 있는 추세다. 선수를 잡은 흑은 15로 우하귀를 굳혔다. AI와 인간의 의견이 일치하는 수. 흑 19의 협공은 올바른 선택. 상변은 값어치가 작아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백도 우변에서 놀아야 하는데….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초반에 백이 우세를 잡은 뒤 깔끔하게 마무리 지은 한판이다. 그 장면을 살펴보자. 하변에서 백이 움츠린 행마를 한 탓에 좌변에 거대한 흑 세력이 생겼다. 이 세력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 참고도 흑 1이 묘한 지킴. 좌하에서 백이 나와 끊는 수를 방비한 듯한데 인간 바둑에선 찾아보기 힘든 수다. 그러자 알파고제로는 백 2로 응수타진한 뒤 4로 뛰어들어 흑 진을 송두리째 부숴버리겠다고 나왔다. 인간이라면 심장 떨리는 수여서 결행하기 쉽지 않을 텐데 제로는 확실한 계산이 선 것이다. 마스터 역시 잡는 것은 쉽지 않다고 보고 우상 쪽에서 두터움을 다시 쌓았으나 백은 18부터 22까지 매우 손쉽게 살아버렸다. 이래서는 백 우세. 결과적으론 흑 1로 지키는 수가 이상했을까. 차라리 A의 곳으로 지켰으면 삭감을 당할지언정 실전처럼 좌변에서 백이 쉽게 살지는 못했을 것이다. 제로는 확실히 세력 폭파 전문가다. 그래서 실리를 먼저 챙기는 것을 좋아하나 보다. 272=269, 279=71, 283 289 294=211, 286 292=248, 293=213. 294수 끝 백 불계승.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중앙 흑 진이 뚫려 패색이 짙어진 흑은 떼를 쓰기 시작했다. 형세가 불리할 때 인공지능(AI) 프로그램에 종종 나타나는 현상이 또 벌어지고 있다. 흑 95, 103, 105가 모두 떼쓰는 수. 게다가 흑 105는 선수도 아니다. 하지만 백도 106으로 태연히 받아준다. AI 바둑에선 유리하면 상대가 떼쓰는 걸 받아주는 경우도 자주 등장한다. 흑이 이리저리 분주하게 손을 써보지만 다 헛수고다. 백 110으로 가일수하자 불씨가 모두 꺼진 상황. 끝내기에서 재미있는 해프닝도 등장했다. 백 122. 급수 낮은 아마추어들은 왜 이 수가 문제일까 싶을 것이다. 흑은 123 대신 참고도 1로 받아야 했다. 흑 5까지 실전과 비교하면 2집 차이. 물론 승패와 관계없지만 백이 두 눈 뜨고 2집을 헌납한 셈이다. 백도 122 대신 126의 곳에 먼저 붙여야 한다. 그럼 실전과 똑같아진다. 알파고 실력에 이런 간단한 끝내기 맥을 모를 리는 없고 아마도 형세 차이가 벌어지면 안전하게 두려는 습성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백 132 이후 수순은 총보.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이 중앙에서 손을 빼고 상변에 ●를 두고 버티자 백이 즉각 ◎로 응징에 나선 상황. 흑은 A로 단수해 패를 낼 순 있지만 우변에 백의 팻감이 많아 흑 필패의 길이 된다. 백 82 때 흑의 응수가 고약하다. 참고 1도 흑 1이 최대한 버티는 수지만 백 2 때 대책이 없다. 결국 흑 5, 7로 패를 낼 순 있지만 이전과 마찬가지로 우변 백의 팻감을 당해 낼 수 없다. 백이 야금야금 흑의 중앙 진영으로 진출하며 차이를 더 벌리자 알파고 마스터가 평정심을 잃은 것일까. 흑 89가 어이없는 후퇴. B로 강하게 틀어막아야 수가 나지 않는다. 흑 89 탓에 백 90, 92가 성립하게 됐다. 흑은 참고 2도 1로 잇고 싶지만 백 2가 선수여서 큰 수가 난다. 중앙에서 진퇴양난이 된 흑은 손을 돌려 93을 둬 보는데….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이변이 없는 한 백이 곧 결승점을 통과할 기세다. 흑 57의 차단은 백에 대한 마지막 압박. 여기서 이득을 보지 못하면 돌을 던져야 한다. 백 58이 재미있는 수. 기분 같아선 참고 1도 흑 1로 차단하고 싶다. 그러면 흑 5까지 중앙 백을 잡을 순 있는데, 백 6이 선수여서 10까지 흑 두 점이 잡힌다. 물론 이건 흑의 손해. 이후 알파고 제로의 응수는 빈틈이 없다. 백 70까지 중앙 백이 깔끔하게 연결됐다. 흑 71에 백이 쌍립 서서 참아도 될 텐데 72로 젖혀 패를 불사한다. 우변에 확실한 팻감이 4개 이상 있으니 패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는 것. 흑이 참고 2도 1로 무난하게 끝내기하는 것은 백 10까지 백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된다. 그래서 흑 77로 최대한 버텨 간다. 그런데 백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강수 일변도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에 흑 35는 불가피하다. 어떤 경우라도 백이 35의 곳에 늘면 수가 나기 때문. 이때 백 36, 38이 날카로운 수. 참고 1도 흑 1이 최대한 버티는 수지만 백은 14까지 넘어간 뒤 나중에 ‘가’로 치중하는 수를 노린다. 이것은 흑이 당한 모양. 이보다는 흑 39로 물러선 실전이 낫다. 하지만 그로 인해 흑 ● 3점을 백에게 상납할 수밖에 없다. 수순 중 흑 45로 참고 2도 1, 3으로 버티고 싶지만 백은 당장 패를 결행한다. 백 8과 같은 우변의 팻감 때문에 흑이 견딜 수 없다(흑 7=●). 흑은 가까스로 중앙을 틀어막았으나 이번엔 백 52, 54의 잽이 기다리고 있다. 잽이지만 꽤 충격이 있다. 팻감이 없는 흑은 55를 생략할 수 없는데 백 56 때 백 54 때문에 흑 A로 젖힐 수 없다. 백이 뜻하면 반상에서 이뤄진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전보 마지막 수인 백 ◎는 유혹을 느끼게 한다. 흑으로선 불문곡직하고 참고 1도 1로 끊고 싶다. 그러나 이후 수순이 너무 쉽다. 백은 계속 단수한 뒤 12로 자세를 잡으면 잡힐 돌이 아니다. 오히려 흑이 안위를 걱정해야 하는 모양. 사람이 뒀다면 흑 15로 물러서는 수가 매우 쓰라렸을 것이다. 백 16은 수를 내겠다는 뜻은 아니고, 20을 선수해 중앙 백의 연결에 도움을 주겠다는 것. 모든 게 백의 뜻대로 되는 만사형통 국면이다. 백 26은 흑에게 보강하라는 응수타진인데 흑은 29로 중앙을 지키며 버티고 나섰다. 백 26은 무슨 뜻이었을까. 백은 참고 2도 1로 끊는 수가 있다. 이후는 외길 수순으로 백 11까지 넘어가는 큰 끝내기가 있다. 언제 이걸 두나 싶었는데 백 34로 바로 결행한다. 백이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전보 마지막 수인 흑 ●는 우변에서 중앙에 이르는 흑 진을 모두 집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백 90, 92의 평범한 행마가 흑의 발목을 잡는다. 흑은 95, 97로 중앙을 최대한 틀어막겠다고 나섰다. 이곳만 놓고 보면 참고 1도 흑 1이 깔끔하게 틀을 잡는 수. 그러나 상변 흑이 약해서 택할 수가 없다. 실전에서도 나왔지만 백 2가 멋진 맥점. 백 6 때 흑의 응수가 곤란하다. 흑 넉 점을 살려야 하는데 그 대가로 중앙이 무너진다. 그러나 흑 95, 97이 있는 상황에서 백 98은 어땠을까. 흑은 여기서 참고 2도 1로 버텨야 했다. 모양은 나쁘지만 일단 백 98 한 점을 손에 넣을 수 있다. 불리한 형세이기 때문에 최대한 버텨볼 필요가 있었다. 흑이 쉽게 물러서자 선수를 잡은 백은 102로 얕게 삭감한다. 백 우세는 불변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좌변 백말은 과연 살 수 있는 걸까. 흑이 잡으려면 참고 1도 흑 1로 치중하는 수가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백 14까지 어렵지 않게 살아간다. 다른 변화도 있지만 막상 백을 쉽게 잡을 수 없다. 흑은 주변 상황이 바뀌어 때가 무르익기를 기다리며 일단 75로 방향을 돌린다. 백 76은 소극적인 수. 참고 2도 백 1로 버틴 뒤 7까지 좌변을 확실히 살리는 것이 적극적인 수법. 우변 백 한 점은 11, 13으로 뛰어나가면 잡힐 돌이 아니다. 백 76으로 인해 흑 83까지 우변 백 한 점이 달아나기 힘든 상황이 됐다. 하지만 백은 우세를 확신했기 때문에 76으로 안전하게 물러섰다고 볼 수 있다. 백 88까지 좌변을 확실히 살리자 백이 우세한 국면. 흑이 중앙을 모두 집으로 만들어야 승산이 있는 국면이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타개가 알파고 제로의 특기이긴 하지만 과연 백 ◎가 거대한 흑 진 안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흑 57의 공격에 백 58은 응수타진. 흑의 다음 수가 궁금했는데 엉뚱하게 흑 59가 놓이자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그냥 참고 1도 흑 1로 받아주고 귀에서 백을 조그맣게 살려준 뒤 흑 9로 중앙을 경영하는 것이 보통이다. 게다가 지금 흑 59로 붙일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흑 67 때 백이 68로 받아줬으니 망정이지 손을 빼고 참고 2도처럼 뒀으면 백이 사는 게 어렵지 않았다. 물론 흑 ‘가’로 두는 뒷맛이 나쁘지만 좌변 흑 모양을 지운 것을 고려하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다. 백은 유리하다고 보고 68로 참은 것. 흑 69의 공격에도 백은 74까지 살아보겠다고 나섰다. 흑은 좌변 백을 잡을 수 있을까.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로 붙인 이상 백 42까지는 외길 수순. 흑 43으론 참고 1도 흑 1로 막는 것도 유력하다. 백 4로 뚫리는 것 같지만 흑 9로 두면 좌변 흑 모양을 다시 입체화할 수 있다. 흑은 43으로 응급처치를 하고 45로 젖히는 수에 매력을 느낀 것 같다. 실제 45가 오면 좌변 흑 세력의 폭이 매우 넓어진다. 그런데 돌연 백이 46으로 물러선 이유는 무엇일까. 알기 쉽게 참고 2도 백 1로 젖히면 5까지 예상되는데 확실히 실전보다는 낫다. 실전은 하변이 납작하게 눌린 데다 백 52의 보강이 불가피해 선수도 빼앗겼다. 이제 흑이 좌변을 보강할 때인데 53은 정말 예상하기 힘든 수. 이렇게 움츠려야 튼튼하단 뜻일까. 흑 진이 너무 깊어 침투가 어렵다고 봤는데 백 56은 흑 53만큼이나 관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여기서 살 수 있단 말인가.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23의 붙임은 알파고가 자주 쓰면서 최근 가장 유행하는 형태다. 백 28이 좋은 수. 흑이 참고 1도 1로 둬 흑 한 점을 살리면 백 2로 끼워 붙이는 맥이 작렬한다. 4까지 백이 두터운 모양이다. 흑 29로 한 점을 버리고 선수를 잡는 판단이 올바르다. 백 30은 다소 소극적인 느낌이 든다. 참고 2도 백 1로 붙여 응수를 물어보고 싶다. 흑 2, 4로 두면 백 9, 11로 둔다. 선수로 백이 이득을 보았다고 말할 수 있다. 이미 상변은 백이 두텁게 처리된 이상 흑 31로 젖혀 처리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 흑 31을 두지 않고 다른 데를 두면 백이 33의 곳에 끊어 큰 싸움을 유도할 수 있다. 흑 35는 A로 젖히는 것과 비교해 어떤 것이 좋은지 판단하기 어렵다. 흑은 선수가 중요하다고 보고 간명하게 단수한 뒤 하변에서 37로 붙여갔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알파고 이후에 각국에서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중국의 줴이, 일본의 딥젠고, 유럽의 릴라제로에 이어 페이스북의 엘프고까지 나와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했다. 한국에선 돌바람과 오지고(카카오)에 이어 한돌(한게임)이 등장했다. 한돌은 최근 국내 정상급 기사와 대결을 펼치고 있다. 현재까지 한돌이 신민준 이동훈 9단을 물리쳐 2-0으로 앞서고 있다. 앞으로 김지석 신진서 박정환 9단과의 대결이 예정돼 있다. 최근 상용화된 엘프고와 릴라제로는 백 6의 3·3침입 대신 참고 1도 1로 두는 수를 추천한다. 이후 백 18까지의 변화도를 제시한다. 알파고 제로의 생각이 궁금한 대목이다. 흑 17까지는 알파고 제로와 마스터 간의 정석이라고 할 만큼 많이 등장했다. 백 18부터 바둑이 달라졌다. 참고 2도가 최근 일반화된 정석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