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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이 문학과 다채롭게 결합하며 다양한 결과물이 쏟아지고 있다. 페미니즘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작가가 적지 않고 대다수 문예지가 페미니즘을 조명했다. 특히 페미니즘에 정체성을 둔 정기·비정기 간행물(잡지)의 선전이 최근 눈에 띈다. 1997년 발간된 국내 최초 페미니즘 잡지 ‘이프’는 원래 종합지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요즘엔 한 가지 테마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2015년 6월 발간된 ‘소녀문학’은 여성주의와 퀴어에 집중하는 독립문예지를 지향한다. 여성과 성소수자를 다룬 원고를 투고 받아 지면에 싣는다. 지난해 7월 발간된 4호 ‘아침’에 실린 ‘문단 내 성폭력 공론화 이후’는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 바다출판사에서 만드는 ‘우먼카인드’는 페미니즘 이슈를 인문학적 코드로 풀어낸다. 박선영 전 기자의 미투 지지글을 담은 ‘#미투: 불의에 맞선다, 고로 나는 존엄하다’(3호), 김진아 울프소셜클럽 대표의 ‘그건 나의 권력이 아니었어’ 등이 호응이 좋았다. 2017년 11월 창간호 이후 5호까지 나왔다. ‘히스테리안’은 페미니즘 강의 수강생들이 필진으로 참여하는 과정을 담아 지면을 꾸린다. ‘나쁜년’ ‘미칠년’에 이어 ‘환향년’을 준비하고 있다. 여성주의 문화운동단체 ‘언니네트워크’가 발간하는 ‘)’(페미니스트+삶·2016년 창간)도 마니아층이 두껍다. ‘세컨드’는 영화와 여성에 대한 이슈를, ‘계간홀로’는 페미니즘을 바탕으로 비연애주의 등을 살핀다. ‘보슈매거진’ ‘프리즘오브’ 등도 독립서점 대표들이 추천하는 잡지들이다. 이 밖에도 민음사 비평지 ‘크릿터’ 1호가 페미니즘을 집중 조명하는 등 일반 문예·비평지도 꾸준히 페미니즘을 다루고 있다. 페미니즘 관련 도서를 소개하는 독립서점 ‘꼴’도 등장했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어려움을 겪다 폐간한 잡지도 적지 않다. 2013년 창간해 10호까지 낸 뒤 2017년 폐간한 ‘젖은잡지’의 정두리 편집장은 “잡지를 운영하는 동안 안티페미니즘의 공격과 열악한 재정 상황으로 힘들었다”고 했다. 나희영 우먼카인드 편집장은 “책은 논의의 관점을 넓고 깊게 볼 수 있게 한다. 남성 독자들까지 확산시키는 게 과제”라고 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현대는 움직이는 과녁 같아서 계속 변화해요. 역사는 고정돼 있지만 관점에 따라 달라지죠. 역사에 현미경을 들이대는 작업에 매력을 느낍니다.” 무표정을 모르는 듯 사라지지 않는 미소. 줄줄이 달려 나오는 이야기보따리. 9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소설가 성석제(59)는 의인화한 그의 작품 같았다. 이 시대 만담꾼인 그가 5년 만에 장편소설 ‘왕은 안녕하시다 1, 2’(문학동네·작은 사진)를 펴냈다. 그는 “2003년부터 역사에 관심을 가진 뒤로 각종 사료와 논문을 파고 한학자인 외숙부로부터 개인 교습도 받았다. 이젠 통성명만 해도 가문 내력부터 떠올릴 정도로 ‘와이어링(동기화·일체화)’이 됐다”고 했다. 》 이번 작품은 조선 숙종 대를 배경으로 한다. 내키는 대로 살던 파락호(난봉꾼) 성형이 고귀한 세자(숙종)와 의형제를 맺으며 벌어지는 활극을 그렸다. 실제 인물과 사건을 소재로 한 왕실 권력 다툼 등이 큰 줄기다. 그로선 2003년 장편 ‘인간의 힘’, 2006년 단편 ‘집필자는 나오라’에 이은 세 번째 역사소설. “두 편의 역사소설에 등장한 주인공들이 한 작품에 나온다고 상상을 해왔어요. 이번 작품이 그 결과물입니다. 역사라는 1%의 뼈대 위에 99%의 허구를 더해 당대의 실체에 접근하고자 했죠.” ‘왕은 안녕하시다’는 읽다 보면 페이지마다 장르가 바뀌는 기분이 든다. 심장 쫄깃한 미스터리부터 장쾌한 무협활극, 농염한 연애소설까지 넘나든다. ‘조선왕조실록’과 ‘연려실기술’ 같은 역사서와 ‘인현왕후전’ ‘박태보전’ 등 당대 문학을 쫄깃한 질감으로 뒤섞었기 때문이다. “작품 곳곳에서 다양한 레퍼런스(참고문헌)를 인용했어요. 치열하고 아름다운 조상들의 문장과 결기 어린 태도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렇다고 당대가 지금보다 우월했다고 말하려는 건 아닙니다. 작가는 저열하고도 고귀한 인간을 포용의 문장으로 품어야 하니까요.” 전작인 ‘투명인간’(2014년)은 사실주의 측면이 강했고, 2007년 작 ‘도망자 이치도’는 활극 분위기가 더 짙었다. 이렇듯 온도 차는 있지만, 그의 작품은 이름을 모르고 봐도 티가 난다. 비극 속에 빛나는 웃음과 페이소스가 성석제의 ‘브랜드’다. “능소능대하게 진지와 웃음을 오가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됩니다. 제가 잘 웃는 편이기도 해요. 어릴 때 고모 누나 여동생 등 여성이 많은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항상 시끌벅적하고 웃음이 끊이지 않았죠. 그 영향도 있지 싶어요.” 이제 막 책이 나왔건만 작가는 벌써 새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또 한 번 역사소설에 도전한다. 고구려에서 시작한 승마 기술인 ‘박차(拍車)’가 주요 소재다. “역사 속에서 인간성, 삶의 진실한 면모 등을 살피는 작업에 요즘 매력을 느낍니다. 어릴 적 한문에 능했던 할아버지와 책 읽던 기억 때문일까요, 허허.” 그는 농한기 없는 ‘농부작가’란 별명을 지녔다. 쉼 없이 다작(多作)해서다. 요즘 50, 60대 문인들의 작품을 만나기 어렵다는 문단의 평가를 슬쩍 흘려봤다. 그는 “나이가 들면 자연인으로서 정신적 근력이 감소한다.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환갑을 바라보는 농부작가도 지치기 시작했을까. “글쎄요. 여전히 숨 쉬고, 혈관에 피가 흐르고, 추위와 더위를 느끼고…. 살아 있다는 게 좋아요. 못 가본 곳도, 만나지 못한 사람도, 못 쓴 이야기도 너무 많습니다. 계속 나아가서 언젠가는 ‘이제 그만 써도 되겠다’는 지점을 만나고 싶습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현대는 움직이는 과녁 같아서 계속 변화해요. 역사는 고정돼 있지만 관점에 따라 달라지죠. 역사에 현미경을 들이대는 작업에 매력을 느낍니다.” 무표정을 모르는 듯 사라지지 않는 미소. 줄줄이 달려 나오는 이야기보따리. 9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소설가 성석제(59)는 의인화한 그의 작품 같았다. 이 시대 만담꾼인 그가 5년 만에 장편소설 ‘왕은 안녕하시다 1,2’(문학동네)를 펴냈다. 그는 “2003년부터 역사에 관심을 가진 뒤로 각종 사료와 논문을 파고 한학자인 외숙부로부터 개인교습도 받았다. 이젠 통성명만 해도 가문 내력부터 떠올릴 정도로 ‘와이어링(동기화·일체화)’이 됐다”고 했다. 이번 작품은 조선 숙종 대를 배경으로 한다. 내키는 대로 살던 파락호(난봉꾼) 성형이 고귀한 세자(숙종)와 의형제를 맺으며 벌어지는 활극을 그렸다. 실제인물과 사건을 소재로 한 왕실 권력다툼 등이 큰 줄기다. 그로선 2003년 장편 ‘인간의 힘’, 2006년 단편 ‘집필자는 나오라’에 이은 세 번째 역사 소설. “두 편의 역사 소설에 등장한 주인공들이 한 작품에 나온다고 상상을 해왔어요. 이번 작품이 그 결과물입니다. 역사라는 1%의 뼈대 위에 99%의 허구를 더해 당대의 실체에 접근하고자 했죠.” ‘왕은 안녕하시다’는 읽다보면 페이지마다 장르가 바뀌는 기분이 든다. 심장 쫄깃한 미스터리부터 장쾌한 무협활극, 농염한 연애소설까지 넘나든다. 소설에서 언급한 ‘조선왕조실록’과 ‘연려실기술’ 같은 역사서와 ‘인현왕후전’ ‘박태보전’ 등 당대 문학을 쫄깃한 질감으로 뒤섞은 탓이다. “작품 곳곳에서 다양한 레퍼런스(참고문헌)를 인용했어요. 치열하고 아름다운 조상들의 문장과 결기 어린 태도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렇다고 당대가 지금보다 우월했다고 말하려는 건 아닙니다. 작가는 저열하고도 고귀한 인간을 포용의 문장으로 품어야 하니까요.” 전작인 ‘투명인간’(2014년)은 사실주의 측면이 강했고, 2007년 작 ‘도망자 이치도’는 활극 분위기가 더 짙었다. 이렇듯 온도차는 있지만, 그의 작품은 이름을 모르고 봐도 티가 난다. 비극 속에 빛나는 웃음과 페이소스가 성석제의 ‘브랜드’다. “능소능대하게 진지와 웃음을 오가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됩니다. 제가 잘 웃는 편이기도 해요. 어릴 때 고모 누나 여동생 등 여성이 많은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항상 시끌벅적하고 웃음이 끊이지 않았죠. 그 영향도 있지 싶어요.” 이제 막 책이 나왔건만. 작가는 벌써 새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또 한번 역사소설에 도전한다. 고구려에서 시작한 승마기술인 ‘박차(拍車)’가 주요 소재다. “역사 속에서 인간성, 삶의 진실한 면모 등을 살피는 작업에 요즘 매력을 느낍니다. 어릴 적 한문에 능했던 할아버지와 책 읽던 기억 때문일까요, 허허.” 그는 농한기 없는 ‘농부작가’란 별명을 지녔다. 쉼 없이 다작(多作)해서다. 요즘 50, 60대 문인들의 작품을 만나기 어렵다는 문단의 평가를 슬쩍 흘려봤다. 그는 “나이가 들면 자연인으로서 정신적 근력이 감소한다.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환갑을 바라보는 농부작가도 지치기 시작했을까. “글쎄요. 여전히 숨 쉬고, 혈관에 피가 흐르고, 추위와 더위를 느끼고…. 살아있다는 게 좋아요. 못 가본 곳도, 만나지 못한 사람도, 못 쓴 이야기도 너무 많습니다. 계속 나아가서 언젠가는 ‘이제 그만 써도 되겠다’는 지점을 만나고 싶습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문학사상사가 주관하는 제43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윤이형 작가(43·사진)의 중편소설 ‘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가 선정됐다. 7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윤 작가는 “스스로를 소수 취향의 작가로 여겨왔는데 뜻밖의 수상 소식에 놀랐다. 앞으로 더 정진하라는 뜻으로 알고 감사히 상을 받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심사를 맡은 권영민 문학사상 주간은 “부부가 이혼에 이르는 과정을 미움 증오 비방 같은 감정 없이 담아낸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시상 이유를 밝혔다. 윤 작가는 2005년 단편소설 ‘검은 불가사리’로 중앙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소설집 ‘셋을 위한 왈츠’ ‘러브 레플리카’, 중편소설 ‘개인적 기억’ 등을 펴냈다. 문학동네 젊은작가상과 문지문학상 등을 받았다. 우수작으로는 ‘해변의 묘지’(김희선) ‘현수동 빵집 삼국지’(장강명) ‘울어본다’(장은진) ‘사라지는 것들’(정용준) ‘일 년’(최은영) 등 5편이 뽑혔다. 작품집은 이달 21일에 발간하며, 시상식은 11월에 열린다. 대상 상금은 3500만 원, 우수상 상금은 각 300만 원이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희망 용기 따듯함 거룩함 쾌활함…. 정해진 공식이 없는데도 캐럴은 비슷한 정서를 자아낸다. 중세시대 종교적 민요에 뿌리를 둔 탓이다. 국내에서도 캐럴은 대중가요 탄생과 동시에 꾸준히 사랑받아 왔다. 당대 문화를 이끈 캐럴에는 어떤 곡들이 있을까. 국내 최초의 캐럴은 1926년 소프라노 윤심덕이 부른 ‘파우스트 노엘(The First Noel)’이다. 창작 캐럴로는 송민도가 1958년 발표한 ‘추억의 크리스마스’가 처음이다. 가수 윤일로도 1960년 ‘성종이 울리는 밤’을 발표했다. 하지만 성탄절이 전통 기념일이 아닌 탓에 창작 캐럴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1960, 70년대에 캐럴은 전성시대를 누렸다. 크리스마스이브인 12월 24일과 12월 31일만 통금의 적용을 받지 않으면서 연말 파티 문화가 형성됐고, 젊은이들의 흥을 돋울 캐럴의 인기가 치솟았다. 박성서 대중가요평론가는 “1년 중 통금이 없는 연말은 밤새 자유를 만끽하는 축제 기간이었다. 젊은이들은 야외에서 키보이스의 ‘징글벨 락’ 등 로큰롤을 가미한 캐럴을 들으며 흥을 분출했다”고 했다. 이미자 패티김 나훈아 등 인기가수는 물론 김미화 김형곤 심형래 등 개그맨도 캐럴 음반을 냈다. 가수들의 단골 번안곡은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징글벨’, ‘기쁘다 구주 오셨네’, ‘실버벨’, ‘화이트크리스마스’ 등. 개그맨들은 가사를 재미있게 바꿔 불렀는데 심형래의 ‘흰눈 사이로 썰매를 탈까 말까’는 당대 최고의 히트곡이었다. 빙 크로스비의 ‘화이트 크리스마스’, 호세 펠리시아노의 ‘펠리스 나비다’ 등 팝 캐럴의 인기도 꾸준했다. 하지만 1982년 통금이 풀리고 2000년대 초반 디지털 음원이 보편화되면서 캐럴의 시대도 저물었다. 길거리 분위기를 주도하던 리어카 노점상과 레코드 가게가 사라진 것도 이런 분위기를 부채질했다. 여기에 저작권 문제가 겹치면서 캐럴은 필요할 때 찾아 듣는 음악이 됐다. 캐럴의 자리는 미스터 투(Mr.2)의 ‘하얀 겨울’(1993년), DJ DOC의 ‘겨울 이야기’(1996년), SM엔터테인먼트의 캐럴 음반(1999∼2011년), 별의 ‘12월 32일’(2002년), 박효신의 ‘눈의 꽃’(2004년) 등이 대신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나흘 뒤면 성탄절. 소중한 이들과 멋진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아직 계획이 없는 이들을 위해 맞춤형 성탄 연휴 사용설명서를 준비했다.#“로맨틱한 성탄절이 좋아”… 성탄절 분위기를 만끽하고 싶다면? 일곱 살 쌍둥이 자녀를 둔 직장인 김지경 씨(40)는 업무와 육아에 치여 아직 성탄절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김 씨의 로망은 화려하면서도 성스러운 크리스마스 야경. 아이들은 외출을 좋아하는 ‘망아지과’다. 동심을 부르는 ‘대형 트리’, 바라만 봐도 설레는 도심 야경…. 중세풍 유럽 도시에서 볼 법한 성탄절을 국내에서도 만날 수 있다. 성탄절 전후에 전국에서 화려한 크리스마스 야경을 동반한 축제가 펼쳐진다.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5번 출구 초입부터 장통교 구간에서는 새해 첫날까지 ‘서울크리스마스 페스티벌’이 열린다. 매일 오후 5시 산타마을을 주제로 꾸민 조형물이 환하게 불을 밝힌다. 대형 트리, 잔망스러운 토끼, 사랑스러운 하트, 화려한 벽면 장식 등이 인기 포토존. 청계천 변을 따라 걷다가 허기가 지면 광장시장에서 발걸음을 멈추자. 빈대떡, 육회, 잡채김밥, 칼국수 등으로 ‘만원의 만찬’을 즐길 수 있다. 인천 송도 센트럴파크 일대에서는 25일까지 ‘인천 송도 불빛축제’가 열린다. 수상공원 전체를 6개 테마의 불빛아트로 꾸몄다. 하트터널, 기린게이트, LED놀이터 등 ‘인생샷’을 건질 공간이 수두룩하다. 공간이 널찍하고 보트 타기, 야광 소품 만들기(유료) 등의 체험거리가 많아 유아 동반 가족도 방문할 만하다. 평일 오후 6∼10시, 주말 오후 6∼11시 매시 정각에 펼쳐지는 라이팅쇼가 축제의 백미.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인천 1호선 센트럴파크역 3번 출구로 나오면 된다. 이 밖에 경기권에서는 ‘에버랜드 별빛축제’, ‘롯데월드 크리스마스 미라클’, ‘조명박물관 크리스마스 특별전’ 등이 열린다. 지역 축제에서는 자연경관과 성탄 분위기를 동시에 누릴 수 있다. ‘보성차밭빛축제’, ‘담양산타축제’, ‘영월 석항 크리스마스축제’ 등이 눈에 띈다.#“바깥은 위험해”… 사람은 고픈데 붐비는 건 질색? ‘외출했다가 화병 나서 귀가하기.’ 유통업계에 종사하는 직장인 이지후 씨(34)는 매년 성탄절마다 이 패턴을 반복했다. 사람은 좋은데 복잡한 게 싫어 외출은 께름칙하고 홈파티는 해본 적이 없어 겁이 난다. 이 씨 같은 취향은 홈파티가 ‘딱’이다. 준비는 어렵지 않다. 1인 가구와 홈파티 인구 증가로 시중에 필요한 거의 모든 물품이 나와 있다. 약간의 시간과 마음을 들이면 우리만의 시간을 소중한 이들과 나눌 수 있다. 홈파티의 핵심은 분위기다. ‘다이소’ ‘아트박스’ ‘플라잉타이거코펜하겐’ 등 라이프스타일 숍에서 가성비 좋은 아이템을 취향껏 골라 보자. 산타전구, 앵두전구, 꼬마트리, 트리 방울 장식, 빨간색 부직포 등이 인기 아이템. 냅킨을 일회용 접시에 오려붙인 벽걸이 장식이나 색종이 산타를 지인들과 직접 만들어도 좋다. 내친김에 의상도 기분껏 챙겨 입자. 온·오프라인 생활잡화 매장에서 트리와 산타 복장을 변형한 파티복(1만∼10만 원 선)을 판매한다. 새로 사는 게 부담스럽다면 빨강 초록 화이트 등으로 드레스코드만 맞춰도 기분이 난다. 루돌프 모양 핀과 산타 코 안경 등 액세서리도 준비하자. 스펀지 루돌프 코는 웃음을 유발하는 아이템으로 인기가 많다. 코가 낮아 장착하기 힘들면 양면테이프로 붙이면 된다. 먹거리는 미리 준비하는 게 좋다. 연휴 기간 배달은 평소보다 시간이 2∼3배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바비큐, 스파게티 등 메인 요리에 과일로 만든 트리, 맥주병을 쌓아 올린 트리 등으로 분위기를 돋우는 게 정석. 간단히 기분을 내려면 카나페나 감바스가 제격이다. 요리 고수라면 에그노그(미국), 통나무 모양의 초코케이크 브슈 드 노엘(프랑스), 하몬과 전통과자 쿠론(스페인) 등 특식을 준비해 보자.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다양한 레시피가 올라와 있다. #“카타르시스 분출이 절실해”… 조용히 지성·감성 충전하고 싶다면? 대학원생 신모 씨(28)는 크리스마스가 반갑지 않다. 크리스마스 후 닷새만 더 지나면 한국 나이로 앞자리 수가 바뀌는데 이룬 것도, 같이 보낼 친구도 없다. 사람 만나 마음을 다치느니 혼자 자유롭고 충만한 시간을 보내는 게 낫지 싶다. 연말 연례행사로 통하는 모임, 공연 관람, 쇼핑. 남들이 다 해도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가시방석이다. 일과 사람에 치여 1년간 내달린 만큼 연말에는 오롯이 나로 ‘채우는 시간’을 갖는 것도 나쁘지 않다. 외출을 즐긴다면 편하게 볼 수 있는 전시회로 눈을 돌려 보자. 서울 성동구 갤러리아 포레에서 열리는 전시 ‘슈가플래닛’은 어린시절 믿던 수호 요정처럼 달콤한 위로를 건넨다. 사탕이 둥둥 떠다니고 커다란 젤리곰 풍선이 마련된 공간에 머무르다 보면 착한 에너지가 퐁퐁 샘솟는다. ‘가끔은, 셀 수 없는 것들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곤 합니다. 이를테면 별이나 함께 나눈 시간 같은 것’ 등의 전시설명 구절 앞에선 ‘돈심(돈을 탐하는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오래전 내쳤던 ‘시심(詩心)’을 돌아보게 된다.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리는 ‘앨리스 인 원더랜드’도 방문할 만하다. 미처 여행 준비를 못했다면 공항에서 머무르는 공항 체류 여행도 방법이다. 나홀로 외출이 부담스럽다면 ‘추억 소환 여행’을 떠나 보자. 모든 게 내 마음대로였던 어린시절로 돌아가면 심신이 절로 힐링된다. 우선 ‘그때 그 감성’을 자극할 당대 유행곡을 찾아 듣자. 그룹 왬의 ‘라스트 크리스마스’, 머라이어 케리의 ‘올 아이 원 포 크리스마스’, 영화 ‘러브 액츄얼리’ 삽입곡인 ‘크리스마스 이즈 올 어라운드’ 같은 캐럴이 성탄 기분을 살리기에 적당하다. 성탄 관련 콘텐츠가 아니라도 괜찮다. 학창 시절 나를 설레게 했던 가요, 팝송, 만화책, 영화 등을 미리 준비하자. 50대 중반 직장인 강모 씨는 대학가요제 포크송과 만화책 ‘바벨2세’를,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종사하는 신진아 씨(36)는 만화책 ‘아르미안의 네 딸들’을 최고의 감성 촉매제로 꼽았다. 30대 직장인 박모 씨는 싸이월드 둘러보기를, 40대 후반 직장인 송상훈 씨는 반 친구 모두에게 손수 만들어 돌리던 카드 만들기를 추천했다. 사진첩 정리도 좋은 방법. 빛바랜 사진에서 발견한 옛 친구에게 성탄 메시지를 보내 보자. 이럴 경우 상대방도 나를 떠올리는 ‘크리스마스 텔레파시’가 일어날 확률이 높다. 이것저것 준비할 에너지가 없다면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탐험하자. 연말 여흥을 돋우는 영화로는 ‘34번가의 기적’(1994년), ‘첨밀밀’(1996년), ‘세렌디피티’(2001년), ‘러브 액츄얼리’(2003년), ‘엘프’(2004년), ‘건축학 개론’(2012년), ‘배드 맘스 크리스마스’(2017년) 등이 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열흘 뒤면 새해가 시작된다. 소중한 이들과 멋진 연말연시를 보내고 싶지만 아직 계획이 없다면 공연장으로 눈을 돌려보자. 대규모 단원들이 훈훈한 분위기를 빚어내는 합창은 연말 가족 공연으로 인기가 많다. 2000년 창단한 국내 합창단인 그라시아스합창단은 21∼23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크리스마스 칸타타’ 공연을 선보인다. 1부에선 예수의 일대기를 오페라로, 2부에선 뮤지컬 ‘크리스마스 선물’을, 3부에선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를 선보인다. 평일 오후 7시 반, 주중 오후 3시 반, 7시. 4만∼12만 원. 연인, 친구와 함께라면 스타 연주자의 크리스마스 공연이 제격이다. 피아니스트 임동혁은 26일 ‘임동혁의 슈베르티아데’ 무대에 오른다.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피 재키브, 첼리스트 문태국 등이 슈베르트를 통해 교감한다. 오후 8시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3만∼10만 원. 관객과의 소통을 즐기는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소규모 콘서트를 준비했다. 28일 300∼400석 규모의 소셜베뉴 라움 체임버홀(서울 강남구)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스베틀린 루세브, 플루티스트 조성현과 ‘커튼콜-예스엠아트 두 번째 송년회’를 연다. 잔디밭이 있는 중세풍 건물에서 연주자와 눈을 마주치며 음악을 느낄 수 있다. 오후 7시 반. 전석 5만 원. 영화 주제곡을 연주하는 ‘슈퍼히어로와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콘서트’는 친구들과 왁자하게 즐기기 좋다. 25일 오후 7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3만5000∼5만5000원. 이설 기자 snow@donga.com}

“지난 두 달간 이 공연에 모든 걸 쏟아부었어요. 어쩌면 인생의 전환점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미국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39)이 21일과 22일 각각 서울 롯데콘서트홀과 인천 연수구 아트센터 인천에서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2번, 3번과 파르티타 3번을 연주한다. 바흐 탄생 333주년을 기념한 월드 투어 무대의 일환이다. ‘바흐 스페셜리스트’지만 무반주곡으로 단독 무대에 오르긴 처음. 그는 “독주는 숨을 공간 없이 오롯이 혼자 모든 걸 감내해야 한다. 준비 과정이 쉽진 않았지만 관객들에게 굉장한 에너지를 선사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4세 때 바이올린을 시작해 열 살에 미국 커티스 음악원에 입학했다. 열다섯에 로린 마젤이 지휘하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과 베토벤 협주곡을 협연했고, 데뷔 앨범으로 디아파종 상을 받았다. 그가 ‘잘 자란 영재의 전형’으로 꼽히는 이유는 실력만큼 빛나는 소통 능력 때문이다. 20년간 블로그에 글을 썼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연습 장면을 공개하기도 했다. “온라인은 창의성을 배출하는 창구와 같아요. 온라인으로 팬들과 소통하다 보면 탐구할 원동력을 얻고, 그 결과 기대보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배우게 되거든요.” 그는 음악과 일상 사이 균형을 위해 10년마다 안식년을 갖는다. 안식 기간에는 거의 연습하지 않고 라디오를 들으며 도예와 용접 등을 배운다. 남편도 이 기간에 만났다. 다음 안식년의 계획은 계획 없이 지내는 것. 그는 “나에게 바이올린은 ‘목소리, 여행, 사고의 확장, 자신’을 의미한다”며 “당분간 바흐에 집중하면서 다음 도전 과제를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18, 19일에는 파보 예르비가 이끄는 도이체 카머필하모닉과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5번을 협연한다. △‘파보 예르비 & 도이체 카머필하모닉’: 18일 오후 7시 반 대구 콘서트하우스. 3만∼15만 원. 19일 오후 8시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6만∼25만 원. △‘힐러리 한 바이올린 리사이틀’: 21일 오후 8시 서울 롯데콘서트홀. 5만∼15만 원. 22일 오후 5시 인천 연수구 아트센터 인천. 1만∼10만 원. 이설 기자 snow@donga.com}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독일 바이에른방송교향악단(BRSO) 공연. 감흥을 쉬 흘려보내기 아쉬워 꾹꾹 눌러 담으려던 찰나, 폭죽음과 함께 무대에 금비가 우수수 내렸다. BRSO가 준비한 깜짝 선물이었다. 관객과 단원 모두 깔깔 웃음보가 터졌다. 축제 같은 이날 공연의 화룡점정이었다. 명장 마리스 얀손스(75), 천재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47)이 함께하는 이날 공연은 단연 올해의 기대주였다. 공연 한 달 전 건강 악화로 얀손스 대신 주빈 메타(82)가 지휘봉을 잡는다는 소식이 들렸다. 인도 출신으로 60년간 베를린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 이스라엘 필하모닉을 거친 거장이다. 한데 메타도 지팡이를 짚고 등장했다. 부축을 받으며 힘겹게 걸음을 옮겨 의자에 몸을 뉘였다. 무대 밖에선 휠체어를 탈 정도로 쇠약했으나 불필요한 관심을 우려해 미리 소식을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숙연함으로 술렁이던 객석은 곧 연주에 몰입했다. 리스트의 피아노협주곡 1번을 향한 메타의 지휘봉은 강력하면서도 매서웠고, 단원들은 따로 또 함께 귀신같은 기량을 선보였다. 키신은 오케스트라에 홀로 맞선 검객처럼 독보적 음색을 선보였다. 이 곡은 리스트가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라 불리던 파가니니의 연주에 필적할 피아노 주법을 담았다고 알려진다. 단원 두세 명이 앙상블 연주를 하는 듯한 BRSO의 흥겨운 연주 태도도 인상적이었다. ‘앙코르 인심’으로 유명한 키신은 이날 메타를 배려해서인지 차이콥스키 명상곡 Op.72 5번을 비롯해 2곡을 선사했다. 2부 연주곡인 리하트르 슈트라우스의 영웅의 생에는 더 뭉클했다. 슈트라우스의 음악적 자서전으로 알려진 이 곡은 노장 메타의 생애와 겹쳐졌다. 호기롭게 불타올랐다가 고난 투쟁 사랑을 거쳐 안식하는 선율이 따뜻하게 무대를 휘감았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돈 벌어서 대만의 민진당 후원하는 것 아니냐.” 중국 대륙에서 활동하는 대만 사업가 중에는 이런 얘기를 공개적으로 듣는 경우가 있다고 중국의 한 전문가는 전했다. 2016년 1월 독립 성향 민진당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당선된 이후 중국의 민진당 압박 분위기를 보여준다. 지난달 24일 대만 지방선거에서 민진당이 국민당에 참패한 원인을 두고 중국의 경제적 압박도 주요한 요인 중 하나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선거에서 광역 지방자치단체장 중 민진당 소속은 13명에서 6명으로 줄어든 반면 야당인 국민당 소속 당선자는 6명에서 15명으로 늘었다. 민진당은 20년간 지켜 온 텃밭인 제2 도시 가오슝(高雄) 시장직도 국민당 한궈위(韓國瑜) 후보에게 뺏겼다. 중국은 차이 총통 집권 이후 대만행 관광객 쿼터를 축소하는가 하면 일부 농산물과 수산물 수출 제한 조치를 내렸다. 대만에서 공급받던 부품을 대륙 내에서 자체 조달하는 이른바 ‘홍색 공급망’의 가동 강화도 중소기업 부품 산업이 주력인 대만 경제에 큰 타격을 줬다. 박한진 KOTRA 중국지역본부장은 3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차이 총통 집권 이후 중국은 대만으로 가는 단체관광객 규모를 40% 가까이 줄이는 등 제재를 가했다. 관광 분야에서 특히 어려움이 컸다”고 말했다. 차이 총통 취임 당시 22개국이던 대만의 수교국이 올해 17개국으로 줄어들 만큼 외교적 고립 작전도 강화됐다. 이번 선거에서 민심이 민진당에 등을 돌린 주요인은 민생경제 악화다. 지난해 총 수출액 중 41.1%(홍콩 포함)를 차지할 정도로 대만의 중국 대륙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압도적인 상황에서 중국의 민진당 압박이 계속되자 대만 유권자들이 ‘명분보다는 실리’ ‘양안 갈등보다는 안정’을 선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친중 성향 국민당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의 10년 집권 후 대만 유권자들이 민진당의 차이 총통을 선택할 때는 얼마 정도의 양안 갈등도 예상했다. 차이 정부는 동남아와의 교류 확대 등 ‘신남방 정책’으로 돌파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중국과 등을 돌리면 경제가 너무 힘들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지방선거에서 차이 전 총통의 기반 지지층인 청년층 이탈이 심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중국정치경제학과 교수는 “중국에서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이 69%에 달한다”며 “대만 내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민진당이 중국과 계속 엇박자를 내자 청년 지지층이 등을 돌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3분기(7∼9월) 대만의 청년세대 실업률은 12.29%로 전체 실업률(3.76%)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대륙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대만인은 150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이 중에는 전기·전자 부품 공장 임직원도 많다. 페이퍼컴퍼니를 세우거나 통계에 잡히지 않는 방식으로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중국에 진출한 사업가들은 국민당 지지와 집권을 위해 선거 때면 비행기를 타고 대만으로 가 투표를 하고 돌아올 정도로 적극적이다.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마샤오광(馬曉光) 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과 대만의 도시 차원의 교류가 확대될 것”이라며 “중국 단체관광객이 가오슝으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당이 승리한 지역을 중심으로 교류를 확대하는 등 집권 민진당을 압박하면서도 친중국 지자체에 유화적인 조치가 병행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숱한 지휘봉과의 이별 끝에 이 ‘아이’를 만났죠.” 지휘자 최희준(45)이 지휘봉 15개 가운데 하나를 꼽으며 말했다. 손잡이 때가 유독 까맣고 군데군데 칠이 벗겨졌다. 13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교수 연구실에서 만난 그는 “지휘자에게 지휘봉은 곧 손이자 음악”이라며 “쥐고 있다는 사실을 잊을 정도로 손에 착 붙는 지휘봉은 따로 있다”고 했다. 이 지휘봉은 곧 그의 손을 떠난다. 롯데콘서트홀의 올해 작곡가시리즈 ‘쇼스타코비치 시리즈’ 마지막 무대의 사전 관객평 선물로 내놓은 것. 그는 12월 4일 KBS교향악단, 프랑스 태생 첼리스트 에드가르 모로와 함께 교향곡 제8번, 첼로 협주곡 제1번을 연주한다. “교향곡 8번은 제2차 세계대전이 극으로 치닫는 시기에 작곡됐어요. 전쟁의 참상과 고통, 곧 전쟁이 끝날 거라는 희망을 담았죠. 시리즈를 통해 국내 클래식계에 다소 생소한 쇼스타코비치를 조금이나마 알릴 수 있어서 기쁩니다.” 최수열, 성시연 지휘자 등과 더불어 그는 유학파 2세대 지휘자를 대표한다. 단국대 작곡과를 졸업한 뒤 독일 베를린 한스아이슬러 국립음대 지휘과에서 공부했다. 그의 음악 인생은 베를린 유학 시절 본격적으로 꽃을 피웠다. 같은 곡이 다르게 연주되는 지휘의 매력에 눈을 떴고, 문자 그대로 악보를 달고 다녔다. 그는 “클래식의 본고장이자 예술의 중심인 베를린이 주는 특유의 기운이 있다”며 “그곳에서 각종 할인을 통해 공연을 섭렵하고 악보를 파면서 음악과 사랑에 빠졌다”고 했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시절엔 지휘자로서는 드물게 팬덤을 거느렸다. 은둔하는 이미지와 깐깐한 악보 해석이 매력 포인트로 작용했다. “정확한 연주의 토대는 악보 속 작곡가의 의도라고 생각해요. 리허설을 반복해 최대한 그 의도에 가닿고자 노력하죠. 온전한 제 시간을 내기 힘들어 이른 아침 동네 독서실이나 학교 도서관에서 악보 공부를 해요. 대부분의 지휘자가 비슷할 겁니다.” 악보와 씨름하고 단원들을 설득하며 20년째 걸어온 지휘 외길. 그는 “좋은 연주는 ‘자발적인 한마음’에서 나온다”며 “이를 위해 ‘말러 교향곡 1번 1악장은 세상이 창조되는 느낌으로 해보자’고 음악으로 설득한다”고 했다. 후배들을 향한 조언을 묻는 동시에 ‘사랑’이란 단어가 나왔다. “지휘도 일이잖아요. 조건 없이 음악과 풍덩 사랑에 빠져야 잘할 수 있습니다.” 쇼스타코비치 시리즈 IV. 최희준 & KBS교향악단. 12월 4일 오후 8시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3만∼7만 원. 이설 기자 snow@donga.com}
‘보험금을 두 배로 높이면 보험료는 변하지 않지만 보험금에 대한 기댓값은 두 배가 된다.’ 2017학년도 수능 ‘국어 39번’ 문제의 일부 내용이다. 생소한 경제 용어로 가득하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도입 이래 난이도 조절 논란에 시달려왔다. ‘불 다음은 불, 불 다음은 물이다’ ‘쓰나미급 물(지나치게 쉬운 문제 지칭)이 올 수도 있다’ 등 농담과 가설도 난무했다. ‘적당한 온도의 수능은 신의 영역’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1997학년도 수능은 불수능의 시조 격이다. 문제 유형에 변화가 생긴 데다 난도가 높아 전국 최고점수가 400점 만점에 373.3점, 300점만 넘어도 서울대 합격권이었다. 수리는 80점 만점에 평균이 19점일 정도였다. 수학 24번은 지금도 전설로 통한다. 2001학년도는 물수능의 서막을 열었다. 만점자만 66명으로 역대 최다였고 만점자도 논술 부진 등으로 서울대에서 떨어졌다. 상위권 득점자가 폭증해 눈치로 대학에 들어가는 도박판으로 변질됐다. 이듬해인 2002학년도 수능은 1997학년도만큼 불수능이었다. 일부 수험생은 시험 도중 울면서 교실을 뛰쳐나갈 정도였다. 전년 수능에 비해 평균 총점이 90점이나 하락해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질책을 받았다. 전년 물수능으로 재수를 택한 이들 중 상당수가 울며 겨자 먹기로 3수를 택했다. 2010학년도 이후엔 2011학년도와 2017학년도 수능이 불수능으로 꼽힌다. 다만 EBS 방송과 인터넷 강의가 대중화되고 기출 문제 접근이 쉬워져 학생들은 예전보단 단련이 됐다. 매년 화제가 된 어려운 문제인 ‘킬러 문항’은 어떨까. 지난해 수능 ‘국어 29번’은 환율의 단기 급등락과 정부 정책을 소재로 했는데, 지문 내용이 어려워 수험생들이 애를 먹었다. 2017학년도 ‘국어 39번’은 보험 제도가 운용되는 방식을 다뤄 수험생 5명 중 4명이 틀릴 정도로 오답률이 높았다. 2016학년도엔 자유낙하에 관련된 ‘국어 29번’이 까다로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과학 기술 경제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 전문적인 내용이 국어 지문에 등장할 경우 오답률이 높았다. 난도가 특히 높은 수학 킬러 문항은 정답률이 1∼2%에 머물기도 한다. 2018학년도 ‘수학 가형 30번’은 2.2%, 2017학년도 ‘수학 가형 30번’은 1.4%였다. 영어는 2018학년도 37번(정답률 25.7%), 2017학년도 33번(23.2%), 2016학년도 34번(18%)이 초고난도 문제로 회자된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같은 밀도의 부피 요소들이 하나의 구 껍질을 구성하면, 이 부피 요소들이 구 외부의 질점 P를 당기는 만유인력들의 총합은, 그 구 껍질과 동일한 질량을 갖는 질점이 그 구 껍질의 중심 O에서 P를 당기는 만유인력과 같다.’(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 31번’ 문제 지문 중 일부) “3수생인데 1교시 국어 시간에 심리적으로 무너져버렸어요. ‘31번’이 ‘넌 4수야’라고 놀리는 것 같았죠.” 올해 수학능력시험(수능) 화제 문항은 단연 ‘국어 31번’이었다. 과학 지식을 다룬 난해한 지문으로 국어 문제가 아닌 물리나 수학문제란 질타가 쏟아졌다. 수험생들은 올해도 불수능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 적절한 수능 난도 조절은 신의 영역? 수능에서 변별력은 필수다. 이 가운데 최상위권 학생의 실력을 판별하는 게 ‘킬러 문항’의 역할이다. 그럼에도 최근 수년간 킬러 문항은 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나치게 어렵거나 괴상해 시험이 아니라 ‘찍기’의 영역으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킬러문항이 공포의 대상이 된 건 대략 2015년 이후부터다. 입시전문가들은 이를 사회 분위기와 연결지어 설명한다. ‘교과서 중심’ ‘평이한 수준’ ’사교육 타파’ 등이 강조되면서 수능 전체 수준은 평이해졌지만 킬러문항은 더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이재진 대학미래연구소 소장은 “수능이 곧 사교육과 연결된다는 인식 때문에 출제자들은 난도 조절에 민감하다. 킬러 문항으로 상위권 학생들의 에너지 소모가 크지만, 전체가 사교육에 휘둘리는 것보다는 낫다는 인식이 은연중 퍼져 있다”고 했다. 학생들의 실력 편차가 커지면서 수능 난도 조절이 어려워진 측면도 있다. 2009년 학생부종합전형 전신인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된 뒤 지난 10년간 수시 비중은 점차 확대됐다. 현재 주요 15개 대학에서 수시로 신입생을 뽑는 비율은 44.7%다. 자연히 수험생들은 문이 넓은 수시로 눈을 돌린다. 지난 3년간 수능 최저등급이 있는 전형은 6.9%, 지원자는 17.7% 줄었다. 수능을 보지 않아도 수시로 입학할 수 있다. 수능에 주력하는 수험생이 줄다보니 문제가 조금만 어려워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반면 사교육 세례를 받은 일부 상위권 학생들은 킬러 문항에 대한 내성을 키웠다. 한 입시전문가는 “대다수 학생은 수능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아 조금만 어려워도 불수능으로 느끼는 반면 상위권 학생들은 킬러 문항도 척척 풀어낸다. 이 괴리 사이에서 난도를 맞추기란 ‘신의 영역’에 가까운 일”이라고 했다. 상대평가 체제에서 난도 조절 실패는 숙명이란 의견도 있다. 권대봉 고려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서열화된 대학 구조에 수능 등급을 맞추려다보니 초고난도 문제를 배치할 수밖에 없다. 대학서열에 수능 난도를 맞추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 비대해진 수시, 취지 잃은 수능 수능을 치른 지 열흘째. 불수능으로 낭패를 본 수험생들은 정시를 준비하며 분투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의 일반고에 다니는 신모 양은 평소 모의고사 성적이 좋아 정시를 노렸으나 수능을 망쳐서 재수를 고려 중이다. 강남 대치동의 입시학원에서 공부하던 재수생 이모 군도 “국어 영어 수학 모두 모의고사 1, 2등급을 유지했는데 수능 국어는 3등급을 받았다”며 “이 성적에 맞춰 대학에 가자니 억울하고 울분이 터져 3수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교과과정 수준을 벗어난 불수능에 예비 고3들은 일찌감치 사교육에 눈을 돌리고 있다. 고2학생을 둔 학부모 김서윤 씨는 “내년에도 불수능일 가능성이 높아 보여 겨울방학 수능 패키지에 등록했다”고 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불수능 이후엔 예비수험생들이 겨울방학에 대비를 더 철저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 보습학원 등록률이 예년에 비해 껑충 뛰었다고 한다”고 했다. 컨설팅업체에도 문의가 크게 늘었다. 학교 현장도 입시전략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내년 수능이 불수능을 유지할지, 반대로 물수능이 될지 알 수 없어 학생지도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 학부모들은 수시와 정시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현실에 불만을 토로했다. 한 학부모는 “수시와 정시가 혼재돼 대입 전형 방식만 수천 개에 달한다. 고교 1학년부터 수시와 정시 중 하나를 선택해 사교육 등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하는 구조가 낭비로 느껴진다”고 했다. 숙명여고 쌍둥이 사태 등으로 올해엔 특히 수시에 대한 불신이 강하다. 성적 이외 활동으로 평가한다지만 기준이 애매모호하다는 이유가 많다. 교육 관련 온라인커뮤니티에는 수시로 상위권 대학에는 붙고 하위권 대학에는 불합격하거나, 내신 하위권인 학생이 상위권 학생이 떨어진 대학에 합격하는 사례를 제시하며 불만을 쏟아낸다. 반면 수시를 통한 입학생 선발을 찬성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고2 자녀를 둔 손자영 씨는 “시험 점수만으로 대학에 들어가던 세대인 학부모는 ‘점수로 줄 세우기’ 방식이 가장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양성을 강조하는 입시 방향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능 제도를 설계한 박도순 고려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비대해진 수시와 역할을 잃은 수능 사이에서 현 교육제도가 갈팡거리고 있다”며 “수시가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 대학의 선발권을 확대하는 방향도 고려할 만하다”고 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도도하고 까칠할 줄 알았는데 속이 깊고 다정하더군요.”(김수연) “착할 것 같았는데 실제로 그랬어요. 기대만큼은 아니었지만요, 하하.”(임동혁)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홀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임동혁과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의 ‘그랑듀오’ 콘서트. 연주 바깥 이야기로 ‘손수건 공유’가 화제에 올랐다. 임동혁이 땀을 닦은 손수건을 김수연이 건네받아 이마와 목을 쓱쓱 문지른 것. 공연에 앞서 16일 서울 강남구 연습실에서 만난 이들은 군대 동기 같았다. 독일 베를린에서 따로 날아와 서울에서 만났건만 인사치레 없이 일상 대화를 툭툭 주고받았다. 둘은 2015년 ‘슈베르트 포 투’로 호흡을 맞춘 뒤 3년 만에 국내 듀오 무대에 섰다. 모차르트, 슈베르트,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대표곡을 차례로 연주했다. 모든 게 조심스러웠던 첫 듀오 무대와 달리 이번엔 편안하게 의기투합했다. 같은 도시에 거주하며 이따금 음악, 고민, 밥상을 나눈 덕이다. “둘 다 개성이 뚜렷해 물 흐르듯 딱딱 맞는 호흡은 아니에요. 강함과 강함이 맞부딪치면서 나오는 미묘한 맛이 매력이라고 생각해요.”(김) “같은 의견이에요. 저희 듀오 무대는 (평이한) 체임버 오케스트라 스타일은 아니죠. 사실 저보다 반주 연주가 바이올리니스트 입장에선 협연하기 편할 거예요.”(임) 베를린은 최근 클래식 연주가들의 집합소로 자리매김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 조성진 김선욱 선우예권, 첼리스트 이상 엔더스,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 등이 둥지를 틀었다. 모두가 서로에게 고마운 존재다. 김수연은 “바흐 때문에 힘들 무렵 안부 전화를 걸었는데 임동혁 씨도 바흐로 고생하고 있더라”며 “‘우리 은퇴해야 하냐’며 농담하다 보니 자연스레 막힌 데가 풀렸다”고 했다. 두 사람의 요즘 화두는 ‘30대’. 10대, 20대보다 못한 체력이나 리듬감을 음악적 완숙미로 채워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임동혁은 “죽어라 연습하지 않아도 공연장엔 설 수 있다. 한데 안주하는 순간 연주자의 생명은 끝”이라며 “평생 스스로를 괴롭히며 연습에 매진하는 게 연주자의 숙명이라는 걸 요즘 받아들였다”고 했다. 김수연은 “음 하나에 머리카락을 쥐어뜯던 20대를 지나 약간의 여유를 갖게 됐다. 이젠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한다”며 “특히 좋은 연주는 좋은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진리를 깨달았다”고 한다. “열린 마음으로 경험과 사고의 지평을 넓히려 노력해요. 최근엔 도예를 배웠는데 흙 반죽을 만지는 순간 이거다 싶었죠. 바로 흩어지는 음악과 달리 손에 뭔가 남는 느낌이 색달랐어요.”(김) “이따금 1980, 90년대 가요를 들으며 여흥을 즐겨요. 음악과 일상의 균형 사이에서 오래도록 좋은 연주를 하고 싶습니다.”(임) 이설 기자 snow@donga.com}

태초의 소리가 연주되고 칠흑 같은 어둠에서 빛이 시작된다. 꿈인가 싶은 빛줄기와 함께 신들의 세계가 열리자 지혜를 상징하는 보탄의 눈이 무대를 유영한다. 14∼1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 바그너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라인의 황금’은 길고 거대한 설치미술 같았다. 화가 겸 오페라 연출가인 독일 거장 아힘 프라이어는 무대를 화폭 삼아 붓 대신 조명을 휘둘렀다. 무대 전체를 덮은 투명막에 다양한 영상을 비춰가며 극의 변화를 이끌었다. 조도를 달리해 지상과 지하를 나누는 식인데, 처음엔 기발했으나 곧 단조로움을 느꼈다. 보탄의 외눈을 강조하고 긴 팔을 붙인 프리카의 무대의상은 지나치게 직관적이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관전평도 비슷했다. “동화적이고 아름답다. 쉽게 입문하기 좋은 바그너 오페라였다”는 호평과 “연출과 소품이 유치할 정도로 일차원적이다. 바그너 드라마의 미덕을 살리지 못했다”는 혹평이 엇갈렸다. 비교적 박한 평가는 제작비 30억 원이 주는 기대감과 그간 사랑 등 주제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연출에 익숙해진 탓이 클 테다. 한 전문가는 “오페라 토양이 척박한 탓에 프라이어식 연출이 더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이라며 “다양한 연출을 시도하는 건 고무적인 일”이라고 했다.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금관주자 6명과 프라임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국내외 성악가들의 음색은 B+ 정도의 합격점을 받았다. 의미 있는 작업을 해낸 뚝심엔 대부분 찬사를 보냈다. 짧은 준비 기간에 프라이어는 복잡한 극을 놀라운 상상력으로 무대에 펼쳐 보였다. 바이로이트에서 활동하는 국내외 성악가를 섭외하고 오케스트라와 합을 맞추는 과정도 쉽지 않았을 터다. 국내 오페라계에 활력을 불어넣은 월드아트 오페라의 4부작 완주를 기대한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1 회사원 박상민 씨(40)는 올해 9월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인 ‘코리아세일페스타(KSF)’가 열린다는 소식에 백화점을 찾았다. 겨울 코트를 사기 위해 매장을 돌아다녔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대규모 할인 행사라고 했지만 비싸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던 것. 그는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라는 수식어를 왜 붙이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2 이달 11일 0시(현지 시간) 중국 상하이(上海) 메르세데스벤츠 아레나.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광군제(光棍節)’ 쇼핑 축제가 시작됐다. 10일 밤부터 시작된 전야제 행사가 끝나고 쇼핑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나온 지 2분 5초 뒤 무대 위 전광판에 ‘100억 위안’(약 1조6257만 원)이라는 표시가 떴다. 100억 위안어치 상품이 팔렸다는 뜻이다. #3 청소기, 코트, 장난감, 화장품…. 직장인 손의정 씨(38)는 1년 내내 ‘짠순이’ 모드로 살다가 11월 넷째 주 ‘블프’(미국 블랙프라이데이) 첫날 ‘광클’(광속으로 클릭)을 시작한다. 평소 사기 힘든 고가 브랜드 의류나 전자제품을 반값 이하로 살 수 있어서다. 그는 “눈독 들인 상품에 알람을 걸어뒀다가 구매에 성공하면 스트레스가 싹 날아간다”며 웃었다. 한국, 중국, 미국에서 열렸거나 열릴 대규모 쇼핑 행사에 대한 국내외 소비자들의 반응은 서로 다르다. 일단 KSF는 역사가 짧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존재감이 거의 없다. 오히려 싸지 않은 가격에 불만을 표시하는 소비자들도 나온다. 반면 광군제는 역대 최대 매출을 올리는 등 국내외 소비자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곧 시작될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도 국내외 소비자들이 ‘득템 기대감 지수’를 높이며 ‘결전’을 준비하고 있다.○ ‘미친 할인율’과 상품 구성에 차이 KSF가 블랙프라이데이나 광군제에 비해 인기가 낮은 가장 큰 이유는 깜짝 놀랄 정도로 싼 제품이 없어서다. KSF에 나온 제품 중 일부는 가격 비교사이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인터넷 최저가보다 비싼 경우도 있다. 해외 직구 제품보다 비싼 경우도 허다하다. 올해 KSF에서 대표 할인 상품으로 소개된 유일한 가전제품인 삼성전자 건조기 ‘그랑데’는 할인율이 최대 20%였다. 하지만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미국 전자제품 양판점 베스트바이가 제시한 비슷한 모델의 할인율은 27.8%. 일부 삼성전자 건조기 할인율은 31.6%나 된다. 삼성전자가 한국과 미국에서 판매하는 모델은 세부 기능이나 디자인 등에서 차이가 있어 가격을 단순 비교하긴 어렵다. 하지만 이 같은 차이에도 불구하고 할인율의 격차는 적지 않다. 유통업계 입김이 센 미국이 한국보다 가전제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다는 점을 감안하면 절대적인 가격 차이는 더 날 수도 있다. 유통 전문가들은 KSF에서 싼 제품을 볼 수 없는 원인을 국내의 독특한 유통 구조에서 찾는다. 한국은 유통업체가 매장을 빌려주고 수수료로 돈을 버는 구조다. 반면 미국은 백화점 등 유통업체가 제조업체로부터 직접 상품을 사서 판매한다. 상품이 팔리지 않으면 유통업체가 재고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파격적인 할인을 해서라도 재고를 소진할 수밖에 없는 셈. 중국도 완전한 직매입 구조는 아니다. 하지만 광군제 참여 업체에 할인 혜택 제공을 의무화하거나 미리 할인 상품 및 프로모션 항목을 결정한 뒤 직매입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가격을 떨어뜨린다. 할인 대상 제품 수가 블랙프라이데이나 광군제에 비해 적다는 점도 KSF의 약점이다. 올해 KSF에 참여한 기업은 450여 곳이다. 반면 블랙프라이데이나 광군제에는 대부분의 글로벌 브랜드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코리안 쇼핑타임’ 설정해야 전문가들은 한국이 블랙프라이데이나 광군제처럼 영향력 있는 쇼핑 축제를 키우려면 명확한 타임라인 설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블랙프라이데이와 광군제는 할인행사 기간이 확정돼 있는 반면 국내 행사는 업체마다 일정이 제각각이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명절과 창사기념일을 중심으로 할인대전을 펼치는 반면 이커머스 업체들은 수시로 ‘타임세일’ 등을 진행하다 보니 쇼핑 대목이라는 인상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초가을에 열리는 KSF는 추석 세일과 연말 세일 사이에 끼인 애매한 모양새로 주목도가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유통업계에서는 쇼핑 대목 기간이 자연스럽게 생길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있다. 이달 1∼11일 11번가와 이베이코리아는 각각 ‘십일절 페스티벌’과 ‘빅스마일데이’를 열어 흥행에 성공했다. 같은 기간 위메프는 그동안 수시로 진행하던 ‘특가데이’ ‘심야특가’ 등을 통합해 ‘블랙111데이’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비슷한 시기에 대형 이벤트를 열면서 ‘11월 온라인 쇼핑 축제’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위메프 관계자는 “업체들이 상황에 맞는 이벤트를 하다 보니 온라인으로 전체 소비가 연결됐다”며 “매년 더 많은 업체가 동참하다 보면 자연스레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디테일 마케팅에도 신경 써야 11번가가 진행한 할인행사 ‘십일절(11월 1∼11일)’의 모토는 ‘열일한 나에게 선물하다’이다. 11번가의 11을 열일로 발음해, 올 한 해 수고한 스스로에게 선물하라는 뜻으로 붙인 것이다. 중국에서 독신자를 뜻하는 ‘1’이 네 번 들어가는 11월 11일에 맞춰 독신자를 위한 할인행사(광군제)를 시작한 알리바바처럼 스토리텔링 기법을 적극 활용한 것이다. 덕분에 11번가는 이번 행사에서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쇼핑을 축제로 만드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한경 성신여대 서비스디자인공학과 교수는 “블랙프라이데이나 박싱데이 등 해외 쇼핑 문화를 경험한 사람일수록 쇼핑이 주는 일탈과 즐거움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며 “쇼핑을 축제로 만드는 마케팅이 성공의 핵심 열쇠”라고 했다. 최근 들어 소비가 경험이자 문화이자 놀이로 인식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얘기다. ‘판매 실적 공개 서비스’, ‘타임특가’ 등 소비자의 눈길을 끄는 마케팅 기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달 초 할인 이벤트로 매출 신기록을 갈아 치운 이베이코리아가 도입한 실시간 판매 실적 공개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이베이코리아 측은 “제품 수기 홍수 속에서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이 서비스를 도입했다”며 “구매자들이 제품 선택에 실적을 참고한 것은 물론이고 쇼핑 축제를 주도한다는 재미를 느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위메프는 타임특가를 적극 활용했다. 이달 1∼11일 투데이특가, 타임특가, 심야특가 등 특정 시간에 할인을 예고한 물품을 띄웠다가 내리는 이벤트를 벌여 흥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잔기술’과 스토리텔링에만 의지해선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우려도 있다. 한국유통학회장인 박주영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제품 구성과 할인 폭이 매력적이어야 스토리텔링도 힘을 발휘할 수 있다”며 “미끼 상품만 내세우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이설 snow@donga.com·송진흡 기자}

가족들을 뒤로하고 홀로 집을 나와 물고기와 씨름하는 ‘아재 낚시’는 이제 옛말이다. 생활낚시 인구가 800만 명에 이른다. 남녀노소 누구나 따로 또 같이 낚시를 즐기는 ‘낚시여가’ 시대가 열렸다. 낚시를 소재로 한 TV 프로그램도 인기다. 은둔의 취미로 여겨지던 낚시는 주5일 근무제와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힐링’ 추구 분위기 확산으로 대중 곁으로 성큼 다가왔다.○ 남녀노소 모두 낚아 낚아∼ 거제도, 군산, 태안…. 직장인 이보라 씨(34)는 주말마다 낚시 도구를 메고 전국을 누빈다. 탁 트인 바다에서 물고기와 한바탕 씨름을 벌이고 나면 주중에 쌓인 스트레스가 싹 날아간다. 그가 낚시를 시작한 건 미디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영향이 컸다. 연예인들이 고기 낚는 모습을 보고 호기심을 느끼던 중에 SNS에 조행기(釣行記)를 올리는 또래 여성과 인연이 닿았다. 그는 “여러 동작을 번갈아 하는 루어낚시를 하는데 운동량이 꽤 된다. 배 위에서 해산물을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며 “1박 2일 기준 30만 원 선의 비용이 아깝지 않다”고 했다. 최근 낚시인구 증가세가 가파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전국 생활낚시 인구는 700만∼800만 명으로 최근 2, 3년 사이 껑충 뛰었다. 낚시어선 이용객 수는 1년 만에 15% 이상 증가했다. 수도 늘었지만 내용도 많이 변했다. 낚시업계에 따르면 20, 30대 젊은 세대와 여성, 그리고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나들이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 새로운 취미를 찾아 나선 젊은 세대가 낚시로 유입됐다고 분석한다. 낚시게임과 실내 낚시카페가 인기를 끄는 등 저변이 확대됐다. 김태우 프로낚시(49)는 “과거에는 낚시꾼 하면 대부분 중년 남성 일색이었지만 요즘은 바다, 민물낚시 모두 여성 비율이 10% 이상”이라고 했다. 경기 용인 지곡낚시터의 진광두 대표(56)는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체험수업을 진행하는데 올해 신청자가 많아 반을 2개로 늘렸다. 초등학생 사이에서도 낚시가 화제”라고 전했다. 프로낚시란 낚시업계에 종사하며 방송과 강습 등을 진행하는 이들을 뜻한다. 김 프로낚시는 “낚시는 혼자 해도 좋고 가족이 함께해도 좋은 취미다. 게다가 자연 속에서 힐링을 맛보기에도 제격”이라며 “현대인들이 원하는 것들이 낚시 속에 다 있다”고 했다. 미디어의 영향도 크다. 8년간 홀로 낚시터를 누비던 박광선 씨(55)는 지난해부터 아내와 함께 ‘손맛’을 즐긴다. 낚시라면 눈부터 흘기던 아내가 채널A ‘도시어부’를 본 이후 태도를 바꾸었다. 박 씨는 “아내와 낚시를 함께하면서 대화도 늘었다”고 말했다. SNS의 대중화도 한 요인이다. SNS에 #낚시 #낚시스타그램 #낚시캠핑을 검색하면 관련 게시물이 주르륵 뜬다. 낚은 물고기 인증샷과 조행 사진도 넘쳐난다. 7년째 낚시를 즐기는 직장인 지홍은 씨(36)는 “SNS에 낚시 활동 관련 사진과 글을 자주 올리는데, 이를 보고 초보자들이 자주 문의해온다. 이들과 주로 낚시를 다닌다”고 했다. 특히 #낚시하는여자 관련 게시물은 34만7000여 개에 이른다. 선상 낚시를 즐기는 한 40대 직장인은 최근 여성 낚시인구가 급증한 데 대해 “낚시는 여성도 잘할 수 있는 취미활동이다. 선상 낚시는 30대 전후 미혼자가 많은 편”이라고 했다.○ 여행과 결합하는 낚시 풍속도 변화 낚시 인구가 늘고 다변화하면서 문화도 변하고 있다. 낚시와 여행의 결합이 대표적이다. 진광선 프로낚시에 따르면 최근 낚시와 캠핑을 겸하는 나들이객이 늘고 있다. 캠핑족은 낚시활동을 하면서 지루함을 덜고, 낚시족은 캠핑을 겸하며 가족과 시간을 갖는다. 캠핑지를 제공하는 캠핑낚시터도 늘어나는 추세다. 경기도에는 종합 낚시레저시설도 들어설 예정이다. 고객이 늘어나면서 서비스 경쟁도 치열해졌다. 낚시용품 업체들은 초보자용 장비를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유료 낚시터는 여성 화장실과 휴게실을 새로 만드는 등 공간 새 단장에 바쁘다. 낚싯배 위에서는 먹거리 전쟁이 벌어진다. 지홍은 씨는 “예전엔 라면주꾸미가 거의 유일한 메뉴였는데 요즘은 주꾸미찜, 철판볶음, 주꾸미삼겹살볶음, 주꾸미전 등으로 다양해졌다”고 귀띔했다. 도심에선 실내낚시카페가 성업 중이다. 커다란 수조에 물고기를 가득 넣어두고 여럿이 빙 둘러서 낚시를 하는 식이다. 시간당 요금을 내고 잡은 물고기는 무게를 잰 다음 일부는 놓아주는데 무게에 따라 상품을 주기도 한다. 연인과 초등학생, 유아를 동반한 가족 방문객이 많은 편이다. 낚시 입문자가 늘면서 문화 충돌을 빚기도 한다. 10년째 플라잉낚시를 즐겨온 김석환 씨(60)는 “큰 목소리로 초보자가 떠들어서 붕어가 달아나면 고수가 낚시터 예절을 훈계하기도 한다”고 했다. 지곡낚시터에서 만난 50대 남성은 “대낚시를 하는데 옆에서 루어를 던지는 초보자들 때문에 화난 적도 있지만 이젠 여유가 생겼다. 누구나 초보 시절이 있었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근엔 이런 갈등을 줄이기 위해 전문장과 체험장을 나눠 운영하는 유료 낚시터도 생겨나고 있다. 낚시인구가 늘면서 충청도 강원도 등 지자체 차원의 지원도 대폭 늘었다. 시에서 주관하는 낚시대회가 늘었고, 태안 통영 거제도 사천 울진 완도 등에는 해양낚시공원이 들어섰다. 해양수산부는 낚시 관련법을 정비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진광두 대표는 “낚시 관련법 자체가 미비하고 시도별 규정이 달라 낚시터 관리가 뒤죽박죽”이라며 “급증하는 낚시 인구를 원활하게 수용하려면 낚시문화 정착에 대한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낚시를 시작하려 해도 어디서 장비를 대여하고 낚시 법은 어떻게 배워야 할지 막막해하는 초보자가 많다”며 “낚시 예절을 포함한 교육, 장비 대여, 위생 등의 측면에서 체계적인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인근 유료낚시터 가면 장비 빌려주고 원포인트 레슨도▼낚시 어떻게 시작할까11~12월 바다낚시 최적지는 거제도 진도 추자도 제주도 통영가족 동반땐 연안 선상낚시가 안전… 미끼는 지렁이 대신 루어낚시 대세“모든 종류의 낚시를 섭렵할 순 없다.” 낚시업계의 정설이다. 아무리 뛰어난 전문가라도 방법, 어종, 공간별로 다른 낚시 법을 모두 익히긴 힘들다는 얘기다. 낚시는 크게 민물낚시와 바다낚시로 나뉜다. 바다낚시는 배 위나 갯벌 등에서, 민물낚시는 저수지를 낀 관리형 유료 낚시터에서 할 수 있다. 접근성 면에서는 민물낚시가 편리하다. 서울에서 1, 2시간 떨어진 수도권 인근에 유료 낚시터가 많아 주말에 가족과 연인들이 자주 찾는다. 장비 대여는 물론이고 첫 고기를 낚을 때까지 지도도 받을 수 있다. 3∼11월엔 붕어 배스 쏘가리 등 거의 모든 민물고기 낚시가 가능하다. 11∼3월엔 송어, 겨울철 얼음이 어는 시기엔 빙어 낚시를 할 수 있다. 입장료는 2만∼3만 원 선. 바다낚시는 먹거리를 낚을 수 있어 초보자들에게 인기다. 하지만 남해 서해 동해에 포인트가 몰려 있어 이동거리가 다소 길다. 보통 수도권에서 오전 2시 전후에 출발해 오전 5시부터 늦은 오후까지 선상에서 낚시하는 일정이다. 1년 내내 수온에 따라 남해 서해 동해 등에서 광어 우럭 참돔 삼치 도다리 농어 주꾸미 오징어 등을 잡는다. 제주도 남해는 11∼2월, 기타 지역은 3∼11월이 시즌이다. 바다낚시는 계절별로 어종이 달라 시기마다 다른 ‘입맛’을 즐길 수 있다. 낚싯배를 운영하는 선장마다 ‘비밀 포인트’가 있어 배를 잘 골라야 한다. 낚시 고수로 유명한 하응백 문학평론가는 “낚시는 70%가 날씨, 20%가 선장, 10%가 낚시꾼 덕이다. 훌륭한 낚시꾼의 자질은 기획력이다. 낚시하기 좋은 날 어종에 맞는 선장의 배를 고르는 안목이 중요하다”고 했다. 오랜 시간 배에서 머물러야 하기 때문에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은 연안 선상낚시를 하는 게 좋다. 제주도, 경남 통영 등에선 육지에서 10∼30분 떨어진 연안에서 2, 3시간 동안 낚시하는 프로그램을 다수 진행한다. 낚싯배 요금은 대상 어종에 따라 5만∼20만 원으로 다양하다. 낚시 방법은 생미끼를 이용한 대낚시, 가짜 미끼를 활용한 루어낚시, 날벌레로 가짜 미끼를 만들어 쓰는 플라이낚시, 보트를 타고 고기를 낚는 트롤링 등으로 다양하다. 2, 3년 전부터 지렁이 등 생미끼 대신에 가짜 미끼를 쓰는 루어낚시가 대세가 됐다. 이동하면서 진행하는 루어 낚시와 플라이 낚시는 젊은층이 특히 선호한다고 한다. 입문자가 늘면서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낚시 기술은 유료 낚시터나 지인에게 배우는 경우가 대부분. 최근엔 유튜브 동영상으로 장비를 구입하고 낚시 법을 익히는 게 일반적이다. 낚시 장비는 세트당 20만∼30만 원 정도다. 1, 2년 전까지 8 대 2 정도였던 바다낚시와 민물낚시 인구 비중은 최근 4 대 6 정도로 바뀌었다. 주말을 이용해 1박 2일 일정으로 선상낚시를 가는 이들이 늘어나서다. 예능 프로그램 ‘도시어부’ 제작진이 추천한 11, 12월 바다낚시 장소는 거제도, 진도, 통영, 추자도, 완도, 제주도 등. 참돔 방어 부시리 감성돔 벵에돔 갈치 등을 잡을 수 있다. 12월 얼음이 얼면 경기도 강원도 충청도 등에서 열리는 빙어와 산천어 축제도 가볼 만하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가족들은 뒤로하고 홀로 집을 나와 물고기와 씨름하는 ‘아재 낚시’는 옛말이다. 생활낚시 인구가 800만 명에 이른다. 남녀노소 누구나 따로 또 같이 낚시를 즐기는 ‘낚시여가’ 시대가 열렸다. 낚시를 소재로 한 TV프로그램도 인기다. 은둔의 취미로 여겨지던 낚시는 주 5일 근무제와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힐링’ 추구 분위기 확산으로 대중 곁으로 성큼 다가왔다. ● 남녀노소 모두 낚아낚아~ 거제도, 군산, 태안…. 직장인 이보라 씨(34)는 주말마다 낚시 도구를 메고 전국을 누빈다. 탁 트인 바다에서 물고기와 한바탕 씨름을 벌이고 나면 주중에 쌓인 스트레스가 싹 날아간다. 그가 낚시를 시작한 건 미디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영향이 컸다. 연예인들이 고기 낚는 모습을 보고 호기심을 느끼던 중에 SNS에 조행기(釣行記)를 올리는 또래 여성과 인연이 닿았다. 그는 “여러 동작을 번갈아 하는 루어낚시를 하는데 운동량이 꽤 된다. 배 위에서 해산물을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며 “1박 2일 기준 30만 원 선의 비용이 아깝지 않다”고 했다. 최근 낚시인구 증가세가 가파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전국 생활낚시 인구는 700만~800만 명으로 최근 2, 3년 사이 껑충 뛰었다. 낚시어선 이용객 수는 1년 만에 15% 이상 증가했다. 수도 늘었지만 내용도 많이 변했다. 낚시업계에 따르면 20, 30대 젊은 세대와 여성, 그리고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나들이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 새로운 취미를 찾아 나선 젊은 세대가 낚시로 유입됐다고 분석한다. 낚시게임과 실내 낚시카페가 인기를 끄는 등 저변이 확대됐다. 김태우 프로낚시(49)는 “과거에는 낚시꾼 하면 대부분 중년 남성 일색이었지만 요즘은 바다, 민물낚시 모두 여성 비율이 10% 이상”이라고 했다. 경기 용인 지곡낚시터의 진광두 대표(56)는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체험수업을 진행하는데 올해 신청자가 많아 반을 2개로 늘렸다. 초등학생 사이에서도 낚시가 화제”라고 전했다. 프로낚시란 낚시업계에 종사하면서 방송과 강습 등을 진행하는 이들을 뜻한다. 김 프로낚시는 “낚시는 혼자 해도 좋고 가족이 함께 해도 좋은 취미다. 게다가 자연 속에서 힐링을 맛보기에도 제격”이라며 “현대인들이 원하는 것들이 낚시 속에 다 있다”고 했다. 미디어의 영향도 크다. 8년간 홀로 낚시터를 누비던 박광선 씨(55)는 지난해부터 아내와 함께 ‘손맛’을 즐긴다. 낚시라면 눈부터 흘기던 아내가 채널A ‘도시어부’를 본 이후 태도를 바꾸었다. 박 씨는 “아내와 낚시를 함께 하면서 대화도 늘었다”고 말했다. SNS의 대중화도 한 요인이다. SNS에 #낚시 #낚시스타그램 #낚시캠핑을 검색하면 관련 게시물이 주르륵 뜬다. 낚은 물고기 인증샷과 조행 사진도 넘쳐난다. 7년째 낚시를 즐기는 직장인 지홍은 씨(36)는 “SNS에 낚시 활동 관련 사진과 글을 자주 올리는데, 이를 보고 초보자들이 자주 문의해온다. 이들과 주로 낚시를 다닌다”고 했다. 특히 #낚시하는여자 관련 게시물은 34만7000여 개에 이른다. 선상 낚시를 즐기는 한 40대 직장인은 최근 여성 낚시인구가 급증한 데 대해 “낚시는 여성도 잘할 수 있는 취미활동이다. 선상 낚시는 30대 전후 미혼자가 많은 편”이라고 했다. ● 여행과 결합하는 낚시 풍속도 변화 낚시 인구가 늘고 다변화하면서 문화도 변하고 있다. 낚시와 여행의 결합이 대표적이다. 진광선 프로낚시에 따르면 최근 낚시와 캠핑을 겸하는 나들이객이 늘고 있다. 캠핑족은 낚시활동을 하면서 지루함을 덜고, 낚시족은 캠핑을 겸하며 가족과 시간을 갖는다. 캠핑지를 제공하는 캠핑낚시터도 늘어나는 추세다. 경기도에는 종합 낚시레저시설도 들어설 예정이다. 고객이 늘어나면서 서비스 경쟁도 치열해졌다. 낚시용품 업체들은 초보자용 장비를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유료 낚시터는 여성 화장실과 휴게실을 새로 만드는 등 공간 새 단장에 바쁘다. 낚싯배 위에서는 먹거리 전쟁이 벌어진다. 지홍은 씨는 “예전엔 라면주꾸미가 거의 유일한 메뉴였는데 요즘은 주꾸미찜, 철판볶음, 주꾸미삼겹살볶음, 주꾸미전 등으로 다양해졌다”고 귀띔했다. 도심에선 실내낚시카페가 성업 중이다. 커다란 수조에 물고기를 가득 넣어두고 여럿이 빙 둘러서 낚시를 하는 식이다. 시간당 요금을 내고 잡은 물고기는 무게를 잰 다음 일부는 놓아주는데 무게에 따라 상품을 주기도 한다. 연인과 초등학생, 유아를 동반한 가족 방문객이 많은 편이다. 낚시 입문자가 늘면서 문화 충돌을 빚기도 한다. 10년째 플라잉낚시를 즐겨온 김석환 씨(60)는 “큰 목소리로 초보자가 떠들어서 붕어가 달아나면 고수가 낚시터 예절을 훈계하기도 한다”고 했다. 지곡낚시터에서 만난 50대 남성은 “대낚시를 하는데 옆에서 루어를 던지는 초보자들 때문에 화난 적도 있지만 이젠 여유가 생겼다. 누구나 초보 시절이 있었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근엔 이런 갈등을 줄이기 위해 전문장과 체험장을 나눠 운영하는 유료 낚시터도 생겨나고 있다. 낚시인구가 늘면서 충청도 강원도 등 지자체 차원의 지원도 대폭 늘었다. 시에서 주관하는 낚시대회가 늘었고, 태안 통영 거제도 사천 울진 완도 등에는 해양낚시공원이 들어섰다. 해양수산부는 낚시 관련법을 정비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진광두 대표는 “낚시 관련법 자체가 미비하고 시도별 규정이 달라 낚시터 관리가 뒤죽박죽”이라며 “급증하는 낚시 인구를 원활하게 수용하려면 낚시문화 정착에 대한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낚시를 시작하려 해도 어디서 장비를 대여하고 낚시 법은 어떻게 배워야 할지 막막해하는 초보자가 많다”며 “낚시 예절을 포함한 교육, 장비 대여, 위생 등의 측면에서 체계적인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좀 더 역동적으로 움직여 보세요.” 1일 서울 광진구 아차산로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 연습실. 개량한복 차림에 백발인 외국인 남성이 폴짝 무대로 뛰어올라 주먹을 휘둘렀다. 세계적인 독일 연출가 아힘 프라이어(84)다. 총 4부에 17시간이 넘는 공연 시간. 주요 인물만 30여 명. 나흘간 무대에 올려야 하는 역사상 가장 길고 어려운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라인의 황금’ 연습 현장은 무림 고수들이 맞붙은 치열한 경연장 같았다. 연기자와 스태프들은 한국어와 독일어, 영어에 몸짓을 섞어가며 뜨겁게 소통하고 있었다. 한국과 독일이 합작한 ‘니벨룽의 반지’는 14∼1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베일을 벗는다. 1부 ‘라인의 황금’을 시작으로 2020년 5월까지 ‘2부 발퀴레’, ‘3부 지크프리트’, ‘4부 신들의 황혼’을 올린 뒤 본고장인 독일 본극장에서도 공연한다. 2005년 러시아 마린스키 오페라단이 국내 초연했지만 한국이 직접 제작을 맡은 건 처음이다. 역사적 공연을 열흘 앞두고 연기자와 스태프들은 입을 모아 “빨리 작품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들에게 작품 감상에 도움이 될 만한 ‘꿀 팁’을 들었다.○ 연출가 아힘 프라이어 “시공간을 뛰어넘는 이야기라 누구나 대표 캐릭터에게 자신을 투영할 수 있을 거예요. 수준 높은 이야기·음악·연기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죠. 저주받은 반지가 인류를 파괴하는 이야기인데, 물질 권력 등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캐스팅 B 보탄 역 양준모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모든 내용이 ‘니벨룽의 반지’ 속에 있습니다. 이야기 뼈대가 같거든요. 보탄은 영화 속 마법사 간달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장르는 다르지만 비슷한 내용을 다룬 책이나 영화를 예습하면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마스크를 쓰고 노래하긴 처음이라 체력에 신경 쓰고 있습니다.”○ 캐스팅 A 로게 역 아르놀트 베쥐이언 “아힘이 연출한 ‘라인의 황금’ 로게 역은 두 번째예요. 2010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공연에도 출연했었거든요. 대작이긴 하지만 다른 오페라에 비해 이 작품이 어렵진 않아요. 약간의 준비를 하면 더 풍부한 감상이 가능하겠죠. 처음 중국 경극을 접하곤 문화적 충격을 느꼈는데, 두 번째 공연 땐 공부를 하고 갔더니 재미있더라고요.”○ 무대감독 한희태 “아힘 선생님 무대는 담백해요. 핵심 가치만 극대화하죠. 한국에서 흔히 보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특히 조명을 유심히 봐주세요. 바닥, 무대 벽면, 천장에서 아힘 선생님의 그림을 변형한 영상 300여 개가 공연 내내 돌아가면서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낼 겁니다.” 14∼18일 평일 오후 8시, 주말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5만∼40만 원. 이설 기자 snow@donga.com}

2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은 ‘키신교전당’ 같았다. 팬들은 공연 전 곡을 들으며 오감을 예열했고, 공연 후에는 그의 자서전 ‘기억과 회한’을 들고 사인을 받는 줄에 뛰어들었다. 공연장 안팎은 온통 러시아 태생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47)의 에너지로 물들었다. 쇼팽 녹턴 f단조, 슈만 피아노 소나타 3번, 라흐마니노프 전주곡 Op.23, Op32로 이어진 연주는 뚝심, 섬세함, 열정, 유연함을 황금비율로 섞었다. 관객들은 속수무책으로 마음을 홀렸고 ‘박수갈채-인사-앙코르’는 기어코 8바퀴를 돌았다. 천재로 태어나 연습 벌레로 사는 키신은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건반밖에 모르는 외골수, 6시간 리허설 조건을 고집하는 신실함, 객석을 설득하는 신들린 해석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네 번째 내한 리사이틀이 일깨운 키신의 핵심 가치는 ‘진심’이었다. “의무감이 아니라 관객이 원해서 앙코르를 한다”, “(남이 아닌) 나 자신으로 살려는 태도가 남들과 다른 점이다”라는 발언은 그가 꿈꾸는 삶과 음악을 보여준다. 키신은 11월 독일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과의 협연으로 다시 한국을 찾는다. 29일, 30일 중 두 번째 무대에서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들려준다. 건강상 이유로 하차한 마리스 얀손스 대신 주빈 메타가 지휘봉을 잡는다.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8만∼38만 원. 다음 달에는 세계적 피아니스트들의 공연이 이어진다. 헝가리 출신 ‘바흐 스페셜리스트’ 언드라시 시프는 11월 3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을 협연한다. 4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리사이틀을 열고 베토벤 소나타 24번, 브람스 8개의 피아노 소품과 7개의 환상곡 등을 연주한다. 3일 오후 8시 7만∼25만 원, 4일 오후 5시 5만∼15만 원. 조성진은 11월 16일 이탈리아 산타체칠리아 오케스트라와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협연한다. 영국 명장 안토니오 파파노의 지휘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한다. 오후 8시. 6만∼28만 원. 지난해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한 선우예권은 11월 2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대극장에서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이끄는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협연한다. 오후 7시 반. 5만∼25만 원. 11월 29일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공연하는 엘리소 비르살라제의 리사이틀도 눈길을 끈다. 오후 8시. 전석 8만 원. 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