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식

김갑식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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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갑식 부국장입니다.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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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김갑식]방탄소년단과 한글

    ‘고마워 우리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줘서.’ 6일(현지 시간)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 홈구장인 시티필드에서 열린 방탄소년단(BTS) 공연 중 한글로 적힌 응원 슬로건이다. 비욘세, 레이디 가가 등 팝스타 중에서도 톱스타들만 공연한 이곳에서 4만여 명의 팬들은 3시간 가까운 공연 시간 내내 ‘괜찮아 괜찮아’ 같은 한국어 가사를 따라 부르며 ‘떼창’을 했다. BTS의 열성 팬인 ‘아미(Army)’에게 한글과 우리말은 모국어만큼 친근했다. ‘감자밭할매’ ‘아미살롱’ 같은 인기 케이팝 번역 계정은 수십만∼수백만 명의 팔로어가 있다. ▷음악과 만났을 때 특히 빛을 발하는 언어가 있다. 전문가들은 대개 영어와 스페인어, 프랑스어 등을 꼽는다. 중년 이상의 세대들도 젊은 시절 비틀스의 팝송, 에디트 피아프의 ‘장밋빛 인생’, 훌리오 이글레시아스의 ‘헤이’를 흥얼거렸다. 2013년 세상을 떠난 프랑스 샹송가수 조르주 무스타키는 한 인터뷰에서 “언제나 승자는 멜로디”라고 했다. 방한 공연 중 프랑스어 노래를 따라 부르는 한국 관객들의 열정에 감탄했을 정도다. ▷한글은 과학적이고 아름답지만 받침이 많고 격음이 많아 음악적으로 담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평이다. 그러나 아이돌(Idol)과 훈민정음의 합성어인 ‘돌민정음’은 다르다. 아이돌그룹과 팬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말인데, 열성적인 케이팝 팬들은 미묘한 뉘앙스가 살지 않기 때문에 한글을 문자 그대로 알파벳으로 쓰고 읽는다고 한다. ‘Hyung(형) Oppa(오빠) Noona(누나) Unnie(언니)’라는 식이다. Aegyo(애교)와 까부는 멤버를 가리키는 ‘Kkab(깝)’도 있다. ▷정부는 8일 BTS 멤버들에게 한류를 확산시키는 등 대중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화관문화훈장을 수여하기로 했다. ‘비틀스’는 전성기였던 1965년 대영제국훈장을 받았다. 인기와 음반 판매량이 많아서가 아니라 영국의 언어와 문화를 세계에 알린 공로 때문이었다. ‘총, 균, 쇠’의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한글이 한국인의 천재성에 대한 기념비라고 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dunanworld@donga.com}

    • 2018-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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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가후 20여년… 힘든 때도 있었지만 제 갈길 가고있죠”

    일묵 스님(53)의 출가와 이후 행보는 세간의 관심사였다. 서울대 수학과 83학번인 그는 박사학위과정을 밟던 1996년 성철 스님의 상좌(제자)인 원택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1996∼97년 그를 포함한 서울대 졸업생과 재학생 10여 명이 세속의 성공을 버리고 잇달아 산문(山門)으로 향했다. 2003년 일묵, 종원, 명인 세 스님을 주인공으로 한 KBS 다큐멘터리 ‘선객’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일묵 스님은 2009년 서울 강남에 제따와나 선원을 개원하며 다시 주목을 받았다. 그가 화두를 틀고 수행하는 간화선 중흥을 이끈 성철 스님의 손상좌이면서도 초기 불교의 명상 수행 전통을 따랐기 때문이다. 강원 춘천시에 14일 선원을 이전 개원하는 일묵 스님을 최근 만났다. ―출가 후 20여 년이 흘렀다. 지금은 어디까지 와 있나. “제가 생각하고 있는 길을 가고 있다. 힘든 때도 몇 번 있었지만 지나고 보면 성장의 기회였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출가하면서 ‘서울대 출신 중에는 도인(道人)된 사람이 없다’는 말을 깨고 싶었다. 하하. 2003년 다큐멘터리 출연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졌는데 그때 나를 포함해 주변의 허상과 세속적 욕심을 절실하게 느꼈다. 오만해져 ‘이게 진리다’라며 떠들고 다녔는데 참 어리석었다.” ―수학 전공이 수행에도 영향을 미쳤나. “그런 듯하다. 저는 믿고 따르는 대신심(大信心)형이 아니라 논리적으로 따지는 지혜형 수행자다. 그래서 화두 중심의 수행보다는 분석적인 초기 불교가 맞았다.” ―성철 스님의 손상좌라 조계종 내에서 파장이 컸다. “성철 스님이 최상의 공부법을 이미 내놓았는데 ‘네가 성철 스님보다 낫냐’는 말에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최근 10여 년 사이 문중을 포함한 종단의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초기 불교와 관련한 경전이 번역되면서 이해하는 분위기가 생겼다.” 이날 찾은 선원은 약 1만1570m²(약 3500평)의 대지 위에 법당과 선원, 숙소 등 7동의 건물로 구성됐다. 한옥이 아니라 콘크리트 외관에 붉은색이 도는 파키스탄 벽돌 30만 장으로 외관을 장식했다. 선원은 초기 불교 수행 도량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서울대 출신 도반들과는 어떻게 지내나. “동안거와 하안거 해제 뒤 1년에 두 번씩 1박 2일을 지내며 밀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주변의 시선이 불편할 수도 있는데…. “출가 뒤 만나면 아무래도 벽이 있다. 세속에서부터 정서적 공감대가 있어 편한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과 안 어울리는 것은 아니다. 군 문제 등으로 속세로 돌아간 도반이 지금 청주교대 수학과 교수로 있다. 나머지 도반은 모두 선방에서 열심히 수행하고 있다.” ―‘선객’2를 기대해도 되나. “당시 PD, 작가들과 아직도 한 해 몇 번씩 본다. 농담 삼아 그런 얘기를 나눈 적은 있는데 아직은 계획이 없다. 혹 세월이 더 지나면 모르겠다.” 춘천=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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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김갑식]교황의 딜레마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3일(현지 시간) 열린 세계주교대의원회의 하이라이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2명의 중국 주교를 소개하는 장면이었다. 250여 명의 주교가 참석한 대회 개막 미사에서 교황은 사상 처음으로 중국 본토에서 온 2명의 주교가 함께했다며 환영을 요청했다. 설교는 감정에 북받친 듯 잠깐 중단됐고 신자들의 박수가 이어졌다. ▷교황이 임명하지 않은 중국인 주교의 첫 회의 참석은 중국 정부의 승리로 보여진다. 바티칸과 중국 정부는 지난달 22일 중국 교회의 주교 임명 문제에 대한 협상을 잠정 타결짓고 1951년 이후 단절된 양국 관계 정상화를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내용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중국이 주교 후보자를 지명하고 교황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알려졌다. 종교를 아편이라고 했던 공산당의 나라 중국에서 가톨릭 신자는 80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주교를 임명하는 가톨릭교회 교황의 수위권(首位權)은 교황이 예수의 가르침을 지키고 가르치는 베드로의 후계자임을 의미한다. 그러나 중국은 1949년 공산정권 수립 직후부터 교황의 위상을 인정하지 않고 7명의 주교를 독자적으로 임명했다. 자양(自養), 자전(自傳), 자치(自治), 즉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스스로 복음을 전파하며 교회도 다스린다는 삼자(三自) 원칙이다. ▷시진핑 주석 장기집권의 길을 열었다는 올 3월 개헌 이후 중국 정부의 종교 통제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종교시설의 국기 게양을 의무화하고 인터넷상 종교 전파 행위도 전면 금지에 나섰다. 퓰리처상 수상자로 ‘중국의 영혼들: 마오쩌둥 이후 신앙으로의 회귀’를 출간한 이언 존슨은 “종교가 전임자 시대보다 훨씬 더 회의적으로 취급되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교황은 중국과의 합의에 대해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고 했다. ‘물 새는 방주’라는 비판도 있지만 2000년 이상 서구사회를 지배해온 게 바티칸의 정치 노하우다. 주교들의 보호 아래 어쩌면 중국의 가톨릭 신자들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시진핑 시대 중국 가톨릭의 미래가 더 궁금해지는 이유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dunanworld@donga.com}

    • 2018-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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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암자를 돌며 만든 ‘보고 읽고 느끼는 책’

    최근 출간된 ‘상무주(上無住) 가는 길’(불광출판사·사진)은 욕심이 많은 책이다. 저자인 사진가 김홍희(59)는 서문에서 “‘읽는 책’인 동시에 ‘보는 책’을 추구했다”라고 했다.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은 그가 2년간 홀로 모터사이클을 타고 다니며 26곳의 암자를 담은 흑백 사진 100여 컷이다. 두 개 면에 걸쳐 펼쳐지는 이미지는 압도적이다. 그곳의 모습들은 컬러의 분칠을 벗겨내 실제에 가깝고, 아니 더 아름다울지도 모른다. 사진들 사이로 만만치 않은 내공의 글들이 도사리고 있다. 선승과 암자에 얽힌 일화는 물론 삶의 길에서 그가 물어온 깨달음 또는 구원에 대한 질문, 수십 년이 지나도 잊지 못하는 아들과의 사연 등 사람냄새가 물씬 풍긴다. 무소유의 법정 스님(1932∼2010) 거처로 알려진 전남 순천 송광사 불일암이 책의 첫 암자다. 스님과 2001년 작고한 정채봉 동화작가에 얽힌 얘기가 나온다. “스님은 사진 찍기를 아주 싫어하는데 김홍희 씨가 찍으면 안 그럴 것 같다”는 게 정 작가의 등 떠밀기였다. 그런데 실제 그렇게 됐다. 그는 법정 스님의 ‘인도 기행’에 들어갈 사진을 위해 인도로 날아가기도 했고, 책 ‘무소유’의 스님 프로필 사진도 찍었다. 스님은 그의 카메라를 마다하지 않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바닷물이 다 태평양에서 만날 것 같지만, 부산 앞바다 물은 부산 앞바다에서 만나고 태평양 물은 태평양에서 만난다.” 무슨 말일까. 상무주라는 제목도 너무 어렵지 않은가. 김 작가는 “우선 책 속에 등장하는 함양 상무주 암자”라고 설명했다. “서문 제목이 ‘저 높은 곳을 향하여’인데 ‘날마다 나아갑니다∼’라는 그 찬송가죠. 가려고 하지만 갈 수 없는 신(神)의 경지죠. 상무주도 무주(無住), 머무르거나 다다를 수 없는 극상의 이상향입니다.” 크리스마스에만 빵 받으러 가는 자칭 CC(크리스마스 크리스천)라는 그는 법정 스님의 책과 정찬주의 ‘암자로 가는 길’, 현각 스님의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 등 불교와 관련한 작업을 많이 했다. 암자 순례를 하며 “부처도 예수도 더 사랑하게 됐다”는 그는 부산 물, 태평양 물에 대해 “끼리끼리 모인다는 의미 아니냐”라며 웃었다. 경남 양산 통도사 극락암과 함양군 상무주암에서 선승으로 이름이 높았던 경봉 스님을 만날 수 있다. 절집 화장실을 가리키는 해우소(解憂所)가 스님의 작명이고, 상무주암의 편액은 스님의 작품이다. 10∼25일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22에서 동명 사진전도 열린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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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행 스님 “승가 복지-종단 화합 이루겠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에서 원행(圓行·65) 스님이 선출됐다. 조계종은 28일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선거인단 318명 중 315명이 투표에 참여해 원행 스님이 235표를 얻어 당선됐다고 밝혔다. 이는 선거인단 기준 약 74%의 득표율이다. 26일 동반 사퇴한 혜총 정우 일면 스님을 찍거나 기표하지 않은 무효표가 80표였다. 총무원장 임기는 4년으로 전국 3000여 개 사찰 주지 임면과 종단 및 사찰에 속한 재산 처분에 대한 승인권 등을 갖는다. 원행 스님은 총무원장을 두 차례 지낸 월주 스님의 상좌(제자)로 중앙종회와 교구 본사에 지지세가 두꺼워 선거 전부터 유력 후보로 꼽혀 왔다. 1973년 법주사에서 혜정 스님을 계사(戒師)로 사미계, 1985년 범어사에서 자운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받았다. 해인사 승가대와 중앙승가대를 졸업했고 종단 국회 격인 중앙종회 제11∼13대, 16대 의원을 비롯해 중앙승가대 총장, 금산사 주지, 본사주지협의회장, 중앙종회 의장 등을 지냈다. 이날 오후 3시경 당선증을 받은 원행 스님은 조계사 대웅전에서 삼배를 올린 뒤 기자회견을 가졌다. 원행 스님은 “종단이 변화하는 사회 현실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불교의 사회적 위상이 약화됐다”며 승가 복지와 종단 화합, 사회적 책임을 세 가지 과제로 꼽았다. 원행 스님은 또 “‘소통과 화합 위원회’를 설치해 어떤 의견이든 열린 자세로 듣겠다”며 “전국비구니회를 종법 기구화해 비구니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중 설정 전 원장의 퇴진을 초래한 출가자의 계율 파괴와 향후 직선제 실시에 관한 질문도 나왔다. 원행 스님은 “출가자와 재가자 등 사부대중의 다양한 의견을 모아 방향을 정하겠다”고 답했다. 이번 선거는 은처자(숨겨 놓은 아내와 자녀) 의혹으로 사퇴 압력을 받아온 설정 스님에 대한 종단 초유의 총무원장 탄핵으로 치러지게 됐다. 신임 총무원장 선출은 8월 16일 중앙종회의 불신임안 가결 이후 43일 만이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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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계종 제36대 총무원장에 원행 스님 당선…개혁 시험대 올라

    28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에서 원행 스님(65)이 선출됐다. 조계종은 이날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선거인단 318명 중 315명이 투표에 참여해 기호 2번 원행 스님이 235표를 얻어 당선됐다고 밝혔다. 이는 선거인단 기준 약 74%의 득표율이다. 26일 동반 사퇴한 혜총, 정우, 일면 스님을 찍거나 기표하지 않은 무효표가 80표였다. 총무원장 임기는 4년으로 전국 3000여개 사찰 주지 임면과 종단·사찰에 속한 재산 처분에 대한 승인권 등을 갖는다. 원행 스님은 총무원장을 두 차례 지낸 월주 스님의 상좌(제자)로 중앙종회와 교구 본사에 지지세가 두터워 선거 전부터 유력 후보로 꼽혀왔다. 1973년 법주사에서 혜정스님을 계사로 사미계, 1985년 범어사에서 자운스님 계사로 비구계를 받았다. 해인사 승가대와 중앙승가대를 졸업했고 종단 국회격인 중앙종회 제11~13대, 16대 의원을 비롯해 중앙승가대 총장, 금산사 주지, 본사주지협의회 회장, 중앙종회 의장 등을 지냈다. 종단의 주요 소임을 두루 맡아 종단 행정에 밝다는 평이다. 이날 오후 3시경 당선증을 받은 원행 스님은 조계사 대웅전에서 3배를 올린 뒤 기자회견을 가졌다. 원행 스님은 “종단이 변화하는 사회 현실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불교의 사회적 위상이 약화됐다”며 승가복지와 종단화합, 사회적 책임을 세가지 과제로 꼽았다. 원행 스님은 또 “‘소통과 화합 위원회’를 설치해 어떤 의견이든 열린 자세로 듣겠다”며 “전국비구니회를 종법 기구화해 비구니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중 설정 전 원장의 퇴진을 초래한 출가자의 계율 파괴와 향후 직선제 실시에 관한 질문도 나왔다. 원행 스님은 “출가자와 재가자 등 사부대중의 다양한 의견을 모아 방향을 정하겠다”고 답했다. 이번 선거는 은처자(숨겨 놓은 아내와 자식) 의혹으로 사퇴 압력을 받아온 설정 스님에 대한 종단 초유의 총무원장 탄핵으로 치러지게 됐다. 신임 총무원장 선출은 지난 8월 16일 중앙종회의 불신임안 가결 이후 43일 만이다. 원행 총무원장 체제가 종단의 화합과 안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여러 숙제를 안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른바 불교계 야권 뿐 아니라 제도권 내에서도 목소리가 높았던 선거제도 개혁은 시급한 과제다. 선거 이틀을 앞두고 후보로 출마했던 세 후보가 “전두환 시절의 체육관 선거 대신 직선제를 실시해야 한다”, “기득권 세력이 특정 후보를 밀고 있다”며 동반사퇴해 선거의 공정성과 대표성에 큰 흠집이 났다. 종단 내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직선제 지지율이 70%를 웃돌아 향후 선거제도 개혁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41일간 단식하며 설정 전 원장 퇴진을 주도한 설조 스님을 비롯한 불교계 시민단체와 선원수좌회 등도 직선제를 요구하며 선거 거부를 주장해왔다. 조계종의 청정성(淸淨性) 회복과 종단 내부의 민주화에 대한 요구가 종단은 물론 사회적 요청으로 확인된 만큼 종단 개혁이 속도를 내지 못할 경우 또 다른 갈등에 휩싸일 우려도 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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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계종 총무원장 후보 3명 동반 사퇴

    제36대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를 이틀 앞둔 26일, 후보로 출마한 혜총, 정우, 일면 스님이 공동 사퇴했다. 이들은 이날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선거가 현재대로 진행된다면 종단 파행은 물론이거니와 종단은 특정 세력의 사유물이 되어 불일(佛日)은 빛을 잃고 법륜(法輪)은 멈추게 될 것”이라며 “이처럼 불합리한 선거제도를 바로잡고자 총무원장 후보를 사퇴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총무원장 선거는 세 후보가 사퇴함에 따라 원행 스님 단독 후보로 치러지게 됐다. 단독 후보일 경우 선거인단 318명 중 과반수가 찬성하면 당선된다. 불교계에서는 원행 스님이 중앙 종회와 교구 본사 등에 지지세가 강해 당선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조계종은 총무원장 선거 이후에도 선거 제도의 공정성과 기득권 개혁을 둘러싼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혜총 스님은 “종단이 박정희, 전두환 시대의 체육관 선거를 하고 있는데 직선제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우 스님은 “선거가 진흙탕이면 연꽃을 피우고 시궁창이면 물꼬를 트고자 했다. 그러나 제도권이 특정 세력의 지시, 지령에 의해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사퇴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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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갑식의 뫔길]아들의 분노

    추석 연휴 중 가장 반가운 선물은 휴대전화로 걸려온 아들의 목소리였습니다. 3일 현역으로 논산훈련소에 입대한 아들과의 첫 통화였습니다. 한 주에 한 번 전화 통화가 가능한데 이상하게도 전화를 놓치곤 했습니다. “훈련 잘 받고 건강하게 잘 있어요.” “사격과 화생방 훈련을 걱정했는데 무사히 통과했어요.” 아들의 목소리는 3분 안팎의 짧은 전화라 평소보다 빨랐지만 밝았습니다. 옆에서 휴대전화의 스피커폰으로 듣던 아내가 “먼저 아빠에게 전화하고 안 되면 내게 하는 것 같네”라고 살짝 투정하자 아들은 “아빠랑은 계속 연결이 되지 않아 그렇다”고 하더군요. 다시 “보스턴(레드삭스)과 (뉴욕)양키스는 어떻게 됐어요?” “한국 야구는?”이라는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인터넷을 이용할 수 없으니 외부 소식이 궁금했던 모양입니다. 짧은 통화는 가족 안부로 시작해 야구로 끝났습니다. 대학 재학 중 입대한 아들은 스포츠, 특히 야구 마니아입니다. 메이저리그는 보스턴, 국내 야구는 두산의 열혈 팬이죠. 고등학교에 다니던 4, 5년 전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으로 두산과 롯데의 경기를 보다 생긴 일입니다. 장난기가 발동해 ‘이대호가 홈런 때려 경기가 뒤집힌다’고 예고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딱! 소리와 함께 이대호의 타구가 펜스 밖으로 훌쩍 넘어갔습니다. 곧이어 제 뒤통수에서도 딱! 소리가 났습니다. 백주대낮에 야구 때문에 아들이 ‘아비’를 치다니…. 화가 나 살짝 건드리려 했는데 너무 세게 때렸다고 어쩔 줄 모르며 거듭 사과하더군요. 황당하지만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었죠. 그 뒤로 이대호 선수가 타석에 설 때마다 둘이 씨익 웃는 가족사의 ‘사건’입니다. 아시아경기는 나름 체력을 다지며 입대를 기다리던 아들의 중요한 소일거리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야구 중계가 있을 때마다 아들의 분노는 치솟았습니다. “실업과 아마추어 야구 선수를 상대하기 위해 KBO리그를 중단해야 하는가?”, “몇몇 선수는 국가대표로 선발될 만한 성적이 아니다”, “경찰청과 상무 입단도 특혜인데, 그것도 싫어 금메달로 병역 면제를 받으려고 나섰다”는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맞장구를 치면서도 곧 입대라 걱정도 되는 게 부모 마음이었죠. 입대 이틀 전인 1일 한국과 일본의 야구 결승전을 보던 어색한 기억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아들은 “○○아, △△아, 같이 (군대) 가즈아∼”를 외치며 일본 응원에 나섰고, 저는 당연히 한국을 응원했죠.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일본을 응원하느냐고 하자 아들은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3회 무렵 “가즈아”를 연발하던 아들의 입에서 탄식이 나왔습니다. 일본 선수 유니폼의 팔뚝 부분에 ‘저팬 사무라이’ 문구가 있다며 “도저히 응원 못 하겠다”며 백기를 들었습니다. 입대 당일 우리 가족은 머리를 짧게 깎은 아들이 틀어놓은 김민우의 ‘입영열차 안에서’,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를 연신 들으며 논산으로 향했습니다. 훈련소의 입영심사대는 입대하는 신병과 1인당 2, 3명꼴의 가족들로 수천 명이 몰렸습니다. 입소식을 위해 연병장에 모인 신병들은 사복 차림이라 그런지 어색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신병들이 6주 뒤면 각 잡힌 군인으로 변한다는데 속으로 그럴까, 하면서 발길을 돌렸습니다. 요즘 가족의 일과 중 하나는 육군이 서비스를 시작한 군 복무 관련 온라인정보 서비스 앱 ‘더 캠프(THE CAMP)’를 찾아보는 겁니다. 이곳에서 군복 입은 낯선 아들의 거수경례를 볼 수 있었습니다. 추석을 앞두고는 동료 분대원과 찍은 ‘부모님 사랑합니다’라는 단체 푯말 퍼포먼스와 동영상도 볼 수 있더군요. 군대가 이런 서비스도 하냐는 약간의 놀라움과 조금씩 변화하는 아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흐뭇함이 교차합니다. 아시아경기를 통해 불거진 병역 특례의 문제점에 대한 아들 세대의 비판은 백번 옳았습니다. 그래도 아들의 분노를 누그러뜨리려고 애쓴 것은 군 복무 18∼20개월의 출발을 원망과 불복으로 시작하는 게 싫었습니다. 그런 마음이 그대로라면 그 시간에 훈련을 견디는 게 얼마나 힘들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습니다. 아들의 분노는 정당합니다. 그럼에도 군복무를 받아들인 그의 목소리에서는 부모에 대한 사랑, 동료에 대한 믿음, 당당하게 군복무를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공정하다면 기꺼이 받아들이는 게 청춘입니다. 심지어 기성세대가 만든 공정함의 허점조차 받아들이는 관대함과 건강함도 볼 수 있었습니다. 단, 아들 세대들이 더 이상 분노를 느끼지 않고 자랑스럽게 군 복무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는 게 시급합니다. 3주 뒤 대한민국 육군 이등병들의 멋진 행진을 기대해 봅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dunanworld@donga.com}

    • 2018-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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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계종 종무원 민노총 노조 출범… 종교계 처음

    대한불교조계종의 종단 업무를 담당하는 종무원 노조가 출범했다. 종교계에서 개별 사찰이나 산하 단체에 일부 노조가 있지만 종단이나 교단 차원의 노조가 만들어진 것은 처음이다. 민주노총 전국민주연합노조 산하 대한불교조계종지부는 20일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출범했다. 중앙종무기관과 산하기관에 근무하는 종무원 40여 명을 중심으로 조직된 이 지부는 전국 25개 교구 본사와 여기에 소속된 말사(末寺) 종무원 등을 대상으로 한다. 조계종 지부는 선언문에서 “지난 9개월여의 조계종단 소요는 모두에게 깊은 후유증을 남겼다”며 “소신 있게 종무를 행하는 중심축이 될 것이며 종단 구성원, 사회의 모든 사람에게 천 개의 손과 천 개의 눈(千手千眼)이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편 조계종은 대변인 학암 스님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노동조합이라는 형식으로 문제에 접근하려는 움직임에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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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 최초 혼인전문 부산가정성당… 혼인미사 1호는 보육원 출신 커플

    이달 1일 국내 첫 혼인 전문 성당인 부산가정성당에서 혼인미사가 열렸다. 한국과 필리핀에서 활동하며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한 알로이시오 슈워츠 신부(1930∼1992)가 세운 알로이시오고교 졸업생이 1호 커플이었다. 학생 수가 줄어 올해 3월 폐교한 이 학교는 1976년 개교 이후 보육원 출신 아이들의 등불이었다. 이날 미사는 최근 부산교구장 서리로 임명된 손삼석 주교가 주례를 맡았다. 성당에서는 어렵게 혼인을 준비한 이들의 여건을 고려해 혼인미사와 피로연 등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을 지원했다. 최근 찾은 이 성당은 부산 동구 초량역 부근에 있다. 건물 면적 3159m²에 지하 2층, 지상 4층의 고딕건축 양식에 붉은 벽돌이 조화를 이뤘다. 혼인미사가 진행되는 성전은 200여 석 규모로 작지만 아름답다. 스테인드글라스와 결혼의 의미를 밝히는 상징들이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초대 주임신부이자 교구 가정사목국장인 송현 신부(49)는 “교구 내 124개 본당에 모두 알려 사연이 있는 분들을 추천받았다”라며 “119년 전 이곳에서 하느님 복음이 부산에서 처음으로 뿌려져 풍성한 결실로 이어졌듯이 두 분의 혼인도 큰 축복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다른 지역 신자도 결혼식을 올릴 수 있다. 신랑과 신부 중 한 명만 신자라도 혼인미사가 가능하다. 혼인미사는 토요일과 일요일 각각 4차례 진행된다. 공간 임차 비용 70만 원을 비롯해 사진 촬영 100만 원, 피로연 뷔페는 1인당 2만7500∼3만8500원 선이다. 송 신부는 “혼인미사는 가톨릭에서 가장 중요한 전례의 하나임에도 공간적 제약 때문에 신자들의 어려움이 많았다”며 “돈이 없어 성당에서 결혼식을 못 하겠다는 말이 안 나오도록 가급적 저렴하게 운영하자는 게 교구의 뜻”이라고 밝혔다. 이 성당은 혼인미사와 함께 가정사목의 중요한 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송 신부는 “이 시대가 가정에 대한 요구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가정 해체와 같은 어려움이 심각하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전임 교구장 황철수 주교가 봉헌식, 신임 손 주교가 첫 혼인미사의 주례를 맡은 것만 봐도 이 성당에 거는 기대를 짐작할 수 있다. 부산가정성당은 주중에는 교구 신자와 일반인을 위한 강연회 등 문화 행사와 가정과 관련된 각종 행사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송 신부는 “결혼식은 물론이고 가정에서 생기는 다양한 고민과 해결책 마련을 위한 상담과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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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불교 김주원 종법사 선출

    원불교는 18일 전북 익산시 중앙총부에서 열린 제234회 임시수위단회에서 김주원 영산선학대 총장(70·사진)을 교단 최고지도자인 종법사(宗法師)로 선출했다. 김 신임 종법사는 총무부장과 경기인천교구장, 교정원장, 중앙중도훈련원장 등을 지냈다. 임기는 6년이며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다. 김 종법사는 이날 중앙총부에서 당선 봉고식을 올렸으며 11월 3일 중앙교의회에서 정식으로 추대된다. 종법사 취임식은 11월 4일 교단의 총회 기간 중 열릴 예정이다. 12년간 재임한 장응철 종법사는 퇴임한 종법사를 의미하는 상사(上師)로 추대됐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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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교는 수행을 통해 남이 아닌 자기 자신을 바꾸는 종교”

    《 부산 삼광사는 3다(三多)의 사찰이다. 신도, 기도와 염불, 축제다. 등록 신도 38만 명으로 단일 사찰로는 신도 수가 가장 많다. 부산진구 초읍천로 가파른 언덕에 있는 이곳을 찾은 방문객들은 재가불자(출가하지 않은 불교 신도)들의 연중 끊이지 않는 기도와 염불에 놀란다. 마지막으로 축제는 이 사찰의 새로운 전통이다. 4, 5월에 열리는 연등 행사에 이어 여름에는 연꽃, 가을에는 국화 축제로 장관을 이룬다. 5만여 개의 오색등이 빛나는 삼광사 연등은 미국 CNN이 2012년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곳 50선’에 꼽히기도 했다. 11일 주지 세운 스님을 만났다. 》  ―‘세계음식과 함께하는 연꽃문화제’가 8일 끝났다. “2017년 초 주지로 부임하니 세계의 삼광사가 돼 있더라. 특히 외국인이 많이 찾는다. 삼광사에 오면 한 해 7, 8개월간 축제를 만날 수 있다. 사찰은 종교적 역할뿐 아니라 문화적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음식문화축제도 열렸는데…. “미니 음악회와 7개국 다문화가족 2000여 명이 참여하는 음식축제가 있었다. 자국의 음식을 만들어 소개하고 체험하는 행사였다. 먹거리를 통해 서로를 알아 간다는 큰 의미가 있다.” ―다문화 행사의 의미는…. “대한민국은 더 이상 백의민족이 아니다.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문화적, 정신적 차이를 넘어 공생하는 게 큰 과제다. ‘베트남 빌리지’라는 쉼터 공간을 마련했는데 1개월에 한 번 법회를 하면 영남지역에서 1000명씩 모인다.” ―세계는 한 송이 꽃, 세계일화(世界一花)라는 의미인가. “그것은 한중일 불교 교류에서 오랫동안 나온 표현이다. 불교 사상적인 면에서는 ‘동체대비’(同體大悲·천지중생이 나와 한몸이라는 것을 알고 자비심을 일으킴)가 더 적합하다. 머리로만 이해하는 게 아니라 뼛속으로부터 생각이 우러나오도록 다져야 한다.” 세운 스님의 말은 열정적이고 명쾌했다. 때로 자문자답을 하며 부족한 설명을 보탰다. 동체대비에 대해서도 ‘이게 왜 안 될까’라며 “이유는 딱 하나다. 수행 없이는 불가능하다. 중생은 자기 생각만큼만 받아들인다. 3000배든 경전 독송이든 마음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체험이 필요하다”고 했다. ―주지로 살아보니 어떤가. “상머슴처럼 살겠다고 결심했다. 나부터 머슴처럼 살아야 불교의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밝히면…. “과거처럼 신심이 ‘활발발(活潑潑)’하게 살아나야 한다. 스님이나 재가불자 모두 마찬가지다. 삼광사 신도들에게 술 마시고 와서도 기도하라고 한다. 술 취해 식구들 괴롭히지 말고 절에 와 한두 시간 기둥에 기대어 자다 깨서 기도하면 된다. 삼광사가 도심에 있고 24시간 개방하는 이유다.” ―오랫동안 도심 포교에 힘써 왔는데…. “불교는 수행을 통해 자신을 바꾸는 종교이지 남을 바꾸는 종교가 아니다. 출가자 중심의 산중 사암(寺庵)으로는 불교와 나라 발전도 없다는 게 상월 원각 대조사(1911∼1974)의 가르침이다. 시도 때도 없이 참배하고 좌선하면서 부처님 가르침이 생활에 녹아들어야 한다. 부처님은 내가 나를 바꾸는 법을 알려주셨지만 직접 바꿔 주는 분이 아니다.” ―최근 불교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스님들만으로 구성된 조계종 중앙종회(국회격)와 달리 천태종 종의원의 경우 33명 중 12명이 재가불자다. 천태종은 종단이나 사찰 단위에서 사찰 관리, 운영, 포교, 전법 등에서 승속(僧俗)이 함께하는데 이게 대중불교다.” ―좋아하는 경전 구절은…. “‘게으른 자여 성불(成佛)을 바라는가’. 상월 대조사의 말씀이다. 학생, 직장인, 사업가 등 모두에게 바꿔 쓸 수 있다. 또 ‘세상에 내 것은 없다’. 사용하다 버리고 갈 뿐이라는 말도 있다. 80년 동안 먹이고 키운 육신도 순식간에 사라지는데 명예와 부를 어떻게 가져가겠느냐. 가져가는 것은 업(業)밖에 없다.” 부산=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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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광사 세운 스님 “주지는 머슴처럼 살아야 불교의 미래가 있다”

    부산 삼광사는 3다(三多)의 사찰이다. 신도, 기도와 염불, 축제다. 등록 신도 38만 명으로 단일 사찰로는 신도 수가 가장 많다. 부산진구 초읍천로 가파른 언덕에 있는 이곳을 찾은 방문객들은 재가불자(출가하지 않은 불교 신도)들의 연중 끊이지 않는 기도와 염불에 놀란다. 마지막으로 축제는 이 사찰의 새로운 전통이다. 4,5월 중 열리는 연등 행사에 이어 여름에는 연꽃, 가을에는 국화 축제로 장관을 이룬다. 5만 여개의 오색등이 빛나는 삼광사 연등은 미국 CNN이 2012년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곳 5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11일 주지 세운 스님을 만났다.―‘세계음식과 함께 하는 연꽃문화제’가 지난 8일 끝났다. “2017년 초 주지로 부임하니 세계의 삼광사가 돼 있더라. 특히 외국인들이 많이 찾아온다. 삼광사에 오면 한해 7, 8개월간 축제를 만날 수 있다. 사찰은 종교적 역할 뿐 아니라 문화적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음식문화축제도 열렸는데. “미니 음악회와 7개국 다문화가족 2000여명이 참여하는 음식축제가 있었다. 자국의 음식을 만들어 소개하고 체험하는 행사였다. 먹거리를 통해 서로를 알아간다는 큰 의미가 있다.”―다문화 행사의 의미는.“대한민국은 더 이상 백의민족이 아니다.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문화적, 정신적 차이를 넘어 공생하는 게 큰 과제다. ‘베트남 빌리지’라는 쉼터 공간을 마련했는데 1개월에 한번 법회를 하면 영남 지역에서 1000명 씩 모인다.”―세계는 한송이꽃, 세계일화(世界一花)라는 의미인가.“그것은 한중일 불교 교류에서 오래 나온 표현이다. 불교 사상적인 면에서는 ‘동체대비’(同體大悲·천지중생이 나와 한 몸이라는 것을 알고 자비심을 일으킴)가 더 적합하다. 머리로 만 이해하는 게 아니라 뼈 속으로부터 생각이 우러나오도록 다져야 한다.” 세운 스님의 말은 열정적이고 명쾌했다. 때로 자문자답을 하며 부족한 설명을 보탰다. 동체대비에 대해서도 ‘이게 왜 안 될까’라며 “이유는 딱 하나다. 수행 없이는 불가능하다. 중생은 자기 생각만큼만 받아들인다. 3000배든 경전 독송이든 마음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체험이 필요하다”고 했다. ―주지로 살아보니 어떤가.“상머슴처럼 살겠다고 결심했다. 나부터 머슴처럼 살아야 불교의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다.”―좀 더 구체적으로 밝히면.“과거처럼 신심이 ‘활발발(活潑潑)’하게 살아나야 한다. 스님이나 재가불자 모두 마찬가지다. 삼광사 신도들에게 술 마시고 와서도 기도하라고 한다. 술 취해 식구들 괴롭히지 말고 절에 와 한두시간 기둥에 기대어 자다 깨서 기도하면 된다. 삼광사가 도심에 있고 24시간 개방하는 이유다.” ―오랫동안 도심포교에 힘써왔는데…. “불교는 수행을 통해 자신을 바꾸는 종교지 남을 바꾸는 종교가 아니다. 출가자 중심의 산중 사암(寺庵)으로는 불교와 나라 발전도 없다는 게 상월 원각 대종사(1911~1974)의 가르침이다. 시도 때도 없이 참배하고 좌선하면서 부처님 가르침이 생활에 녹아들어야 한다. 부처님은 내가 나를 바꾸는 법을 알려주셨지만 직접 바꿔주는 분이 아니다.”―최근 불교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스님들만으로 구성된 조계종 중앙종회(국회)와 달리 천태종 종의원의 경우 33명 중 12명이 재가불자다. 천태종은 종단이나 사찰 단위에서 사찰관리, 운영, 포교, 전법 등에서 승속(僧俗)이 함께하는데 이게 대중불교다.”―좋아하는 경전 구절은.“‘게으른 자여 성불(成佛)을 바라는가’. 상월대조사의 말씀이다. 학생, 직장인, 사업가 등 모두에게 바꿔쓸 수 있다. 또 ‘세상에 내 것은 없다’. 사용하다 버리고 갈 뿐이라는 말도 있다. 80년 동안 먹이고 키운 육신도 순식간에 사라지는데 명예와 부를 어떻게 가져가겠냐. 가져가는 것은 업(業) 밖에 없다.” 부산=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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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장 통합 총회 13일 폐막…명성교회 판결 재심으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가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 세습 판결을 재심으로 돌려보내고 13일 폐회했다. 전북 익산시 이리신광교회에서 진행된 예장통합 제103회 총회 마지막 날 총대들은 규칙부와 총회재판국 보고에서도 명성교회 세습을 인정한 판결을 받지 않기로 결의했다. 앞서 총회는 지난 11일 명성교회 세습을 인정한 판결의 근거가 된 헌법위원회 해석을 채택하지 않기로 했고, 전날에는 재판국원 15명 전원을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조치들을 통해 명성교회 세습을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을 총회 다수의 의지로 보여줬다는 게 교계 해석이다. 재심에서 판결이 뒤집히면 명성교회는 세습을 철회하거나 교단을 탈퇴해야 한다. 한편 명성교회 측은 “모든 일정이 명성교회에 맞춰 초법적으로 위법하게 처리된 총회 결과는 무효”라며 “향후 사회 법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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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반도에 평화를’… 세계 禪의 스승들 DMZ에 모인다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DMZ)에서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대규모 명상대회가 열린다. 한국참선지도자협회(회장 각산 스님)는 최근 간담회를 열고 다음 달 13일 경기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DMZ세계평화명상대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 행사에는 태국 고승 아잔 간하, 영국 케임브리지대 출신의 명상가이자 저술가 아잔 브람, 세계 불교 통합 운동을 펼쳐온 대만 심도(신다오) 선사, 한국 간화선을 대표하는 혜국 스님 등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은 선(禪)의 스승들이 참여한다. 참가 인원이 1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게 주최 측 설명이다. 이들에 얽힌 사연이 적지 않다. 아잔 간하는 태국의 등불로 불렸던 아잔 차의 직계 제자다. 50년 가까이 밀림 속에서 탁발 수행했으며 스승으로부터 ‘번뇌 없는 자’로 인정받았다. 아잔 브람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영적 스승 100인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베스트셀러 ‘성난 물소 놓아주기’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의 저자이기도 하다. 심도 선사는 ‘불법은 하나’라는 신념 속에 종교 간 대화를 통해 세계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대만 시내에 세계종교박물관을 열면서 세계 불자 50만 명 이상에게 후원을 받기도 했다. 13세에 해인사에서 일타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혜국 스님은 화두를 들고 수행하는 간화선(看話禪)의 대표적인 수행자다. 조계종 수좌회 의장을 지냈다. DMZ 행사 참가비는 무료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한다. 오전 11시 혜국 스님의 한반도 평화 기원 참선법문을 시작으로 낮 12시 아잔 간하의 세계 평화 메시지, 오후 1시 아잔 브람과의 DMZ 평화 걷기 명상 등이 이어진다. ‘세계명상힐링캠프’는 강원 정선군 하이원리조트에서 3박 4일 일정으로 열린다. 캠프 참가자들은 DMZ세계평화명상대전이 끝난 뒤 리조트로 이동해 14일부터 본격적인 일정에 들어간다. 14일 오전 10시 아잔 간하의 ‘입재법문’을 시작으로 좌선, 하늘등산로 걷기 명상, 각산 스님과 심도 선사 등의 수행 지도 등이 이어진다. 매일 저녁에는 아잔 간하와의 질의응답 및 수행 인터뷰도 있다. 각산 스님은 “DMZ세계평화명상대전과 세계명상힐링캠프가 잇달아 열리는 것은 세계 불교계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DMZ대전을 통해 불자들의 평화에 대한 소망을 모아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행사를 주최하는 한국참선지도자협회는 봉암사, 해인사 등에서 수행한 30년 이상의 경력을 지닌 스님들과 정신의학 명상심리학 등 관련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참선과 명상의 대중화로 ‘명상 한류’의 본거지가 되겠다”는 게 협회의 포부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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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계종 총무원장 후보 4명 확정…혜총·원행·정우·일면 스님

    28일 치러지는 대한불교조계종 제36대 총무원장 선거에 4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6일 조계종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후보등록 첫날인 지난 4일 등록한 혜총, 원행, 정우 스님은 추첨으로 기호를 결정해 1~3번을 차례로 배정받았다. 후보등록 마지막 날인 6일 등록한 일면 스님은 기호 4번이 됐다. 부산 감로사 주지인 혜총 스님은 포교원장과 해인승가대 총동문회 회장을 지냈다. 앞서 34대와 35대 총무원장 선거에도 출마한 바 있다. 이번 출마를 위해 중앙종회 의장 사퇴 의사를 밝힌 원행 스님은 중앙승가대 총장, 제11~13대·16대 중앙종회 의원, 금산사 주지, 본사주지협의회 회장 등을 지냈다. 구룡사 회주인 정우 스님은 총무원 총무부장, 통도사 주지, 제9~12대 중앙종회의원, 군종특별교구장 등을 역임했다. 원로회의 의원인 일면 스님은 호계원장과 교육원장, 동국대 이사장, 군종특별교구장을 지냈고 현재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도 맡고 있다. 이번 선거는 전 총무원장 설정 스님의 불명예 퇴진으로 치러지게 됐다. 조계종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1일 후보자 자격심사를 한다. 선거운동 기간은 12~27일, 선거인단은 13~17일에 선출한다. 간선제로 치러지는 이번 선거인단은 현 중앙종회 의원 78명과 전국 24개 교구 본사에서 10명 씩 선출한 240명을 합해 318명이다. 불교계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큰 쟁점이 도덕성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설정 스님의 은처자(숨겨놓은 아내와 자녀) 의혹 등에 따른 불명예 퇴진은 물론 직선제 실시 등을 주장하며 전국승려결의대회를 주최한 개혁그룹의 움직임과 조계종에 대한 사회적 비판 여론이 강하기 때문이다. 중앙종회 내 최대 종책(계파)인 불교광장의 움직임도 관심사다. 불교광장은 기득권의 연장이라는 비판을 우려해 특정 후보 지원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5대 총무원장 선거에서는 불교광장이 설정 스님을 지원해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시켰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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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갑식의 뫔길]러시아 청년의 ‘말아톤’

    기록적인 폭염이라던 올 7월 러시아로 한 주간 답사여행을 떠났습니다. 전공이 사학이라 대학 시절 지방으로 가끔 답사를 떠났는데 과(科) 동창 20명이 30여 년 만에 다시 모였으니 추억여행이 됐습니다. 러시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가 주요 행선지였는데 막바지에 유람선으로 네바 강가를 도는 일정이 있었습니다. 문득, 다리에서 유난히 크게 손을 흔드는 20대 청년이 눈에 보였습니다. 짧은 금발에 안경을 낀 해맑은 모습이었죠. 그런데 그 청년은 배가 다리 서너 개를 지날 때마다 어김없이 나타나 지인을 만난 것처럼 반갑게 손을 흔들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일행의 눈을 끌게 된 그 청년을 살펴보니, 손 인사를 마치자마자 다음 다리까지 냅다 뛰고 있었습니다. 당시 현지 기온이 서울보다는 10도 정도 낮았지만 위도가 높은 곳이라 그늘이 없는 야외의 햇볕은 몹시 따가웠습니다. 이후 7, 8개의 다리에서 땀에 흠뻑 젖은 그를 계속 마주치자 걱정하는 말들이 나왔습니다. “어머, 쟤 또 왔어.” “멀쩡하게 생겼는데 왜 저러냐?” “누구 집 자식인지, 부모가 알면 얼마나 속상할까?” 국적과 피부, 언어가 달라도 엄마마음 아빠마음은 다를 게 없습니다. 일행은 어느 순간 장애가 있는 젊은이의 도전을 다룬 영화 ‘말아톤’의 한 장면을 떠올린 겁니다. 유람선이 좁은 지류에서 폭이 넓은 강 중심으로 향하자 청년의 모습도 사라졌습니다. 배가 다리가 많은 지류 쪽으로 돌아갈 무렵 그 친구가 또 보일까 하는 게 일행의 관심사가 돼 버렸습니다. 마침내 그의 모습이 나타나자 일행과 청년은 반갑게 서로 손을 흔들었습니다. ‘도대체 저 친구가 왜 그럴까’라는 궁금증을 안고서요. 선착장에 도착할 무렵 한국인 가이드가 “저 친구 ‘알바’예요. 아마 저보다 하루 수입이 많을걸요”라며 빙그레 웃었습니다. 엄마 아빠들은 5유로(6500원), 500루블(8200원)짜리 지폐를 주저 없이 건넸습니다. 땀에 젖은 채 연신 안경을 닦는 청년에게 애썼다며 등도 두드리고 같이 기념사진도 찰칵 찍었습니다. 누가 저런 아이디어를 처음 냈을까요? 세상사를 돈과 숫자로 환산할 필요는 없음에도 일행들 사이에서 다리 뛰기 알바는 ‘무자본 아이디어 벤처’라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그의 알바에는 분명 아이디어와 땀으로 자식 둔 부모 마음을 파고드는 스토리텔링의 힘이 깔려 있었습니다. 부모 관객들이 1시간여 동안 걱정과 궁금증을 갖고 심지어 ‘투 비 컨티뉴드(to be continued)’에 촉각을 세웠으니까요. 곧 귀국 비행기에 오르는 이방인들에게 펼쳐진 그림 같은 강가와 다리, 낯선 청년의 등장은 절묘한 타이밍의 드라마였습니다. 모스크바에서 관람한 서커스에서도 스토리텔링의 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과거 추석 무렵 TV에 나오던 몬테카를로 쇼 같은 세련된 분위기였죠. 아찔한 공중곡예와 10마리까지 등장하는 호랑이 쇼가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가장 큰 박수를 받은 것은 화려한 볼거리가 아니라 피에로였습니다. 그의 역할은 공연장 분위기를 띄워주고, 다음 코너를 준비하기 위해 시간을 버는 역할 정도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는 매번 10분 안팎의 짧은 시간에 관객을 불러내 순간적으로 러브 스토리와 삼각관계, 슬랩스틱 코미디를 만드는 배우이자 연출자였습니다. 관객들은 대사 없이 표정과 몸짓만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그의 무대에 흠뻑 빠져들었습니다. 시쳇말로 배꼽 잡으며 박수를 쳤습니다. 최근 김용화 감독의 영화 ‘신과 함께-인과 연’이 1200만 관객의 고지를 넘었습니다. 지난해 개봉한 첫 편에 이어 이번 작품까지 관객 1000만 명을 넘어 이른바 시리즈로서는 첫 ‘쌍 1000만 영화’가 됐습니다. 이 시리즈는 대만과 홍콩은 물론 동남아 개봉에서도 한국 영화의 흥행 기록을 경신하면서 할리우드의 마블처럼 시리즈 영화의 가능성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2013년 고릴라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 ‘미스터 고’의 흥행 참패(132만 명) 이후 만들어낸 흥행 반전입니다. 지옥세계를 수준급으로 그려낸 비주얼의 공도 있지만 권선징악과 가족애는 단순하지만 강렬한 흥행 코드였습니다. 부모 살해와 군부대 의문사, 빈민문제 등 무거운 소재도 있지만, 그 차이보다 더 뜨거운 가족의 용광로를 만들어낸 게 김 감독의 ‘신(神)의 한 수’였습니다. 알바였든 뭐든, 저로서는 뜻밖의 스토리를 남겨준 그 청년을 잊을 수 없습니다. 혹 10년 뒤 다시 찾아도 뛰고 있을까요?김갑식 문화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dunanworld@donga.com}

    • 2018-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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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교회 창립 40주년 기념 콘서트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은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가 12일 오후 7시 반 교회 본당에서 ‘이웃과 함께하는 소프라노 신영옥 특별초청 콘서트’를 개최한다. 신영옥은 이번 콘서트에서 찬양과 가곡 등 친숙한 레퍼토리를 선사할 예정이다. 신영옥은 1990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에 데뷔한 이래 ‘리골레토’ ‘사랑의 묘약’ ‘돈 조반니’ 등의 주역을 맡아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 여러 오페라에서 주역을 맡은 바리톤 공병우와 유럽·북미 평단에서 찬사를 받은 오르가니스트 신동일도 출연한다. 김홍식의 지휘로 ‘코리안 크리스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연주를 맡고 사랑의교회 호산나찬양대가 특별 협연한다. 이 콘서트는 한국 교회와 이웃들을 섬기기 위한 취지에서 별도의 입장료를 받지 않고 전석 무료로 선착순 입장으로 진행된다. 사랑의교회는 그동안 교회 시설을 주요 문화 행사에 제공하며 열린 교회의 역할을 실천해왔다. 지난달에는 세계적인 찬양 밴드인 ‘플래닛셰이커스’ 공연을 개최한 바 있다. 교회 시설은 인근 초중고교를 위해 대폭 개방했고 공공성이 높은 문화 행사가 교회 내 전시장과 공연장에서 열렸다. 교회 입당 후인 2014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새 예배당에서 개최된 행사는 650여 건, 총 참석 인원은 35만 명이다. 특히 6500석 규모인 본당은 70건의 행사에 8만여 명이 이용했다. 오정현 담임목사는 “신영옥 특별초청 콘서트는 지역사회의 이웃들과 모든 신자가 편안하게 찾아와 가을의 정취를 느끼고 쉼이 있는 시간을 가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준비했다”며 “교회 건물을 지역사회를 위해 지속적으로 열린 공간으로 개방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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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골탈태” 佛心은 하나인데… 뿌리깊은 종단갈등 개혁 먼길

    대한불교조계종의 총본산인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조계사 안팎에서 지난달 26일 열린 전국승려결의대회와 교권수호결의대회는 갈라진 조계종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총무원장 설정 스님의 퇴진에 이어 승려대회 등을 통해 드러난 불교계 민심과 향후 전망을 정리한다.○ “개혁해야 하지만 대안세력 없어” 이날 맞불집회는 세(勢) 대결의 양상을 보였다. 승려대회와 교권수호대회 측은 각각 3000명과 1만 명이 참여했다지만 거품이 많다. 승려대회는 승려 200명을 비롯해 최대 1000명, 교권수호대회는 승려 500여 명과 신도 3500여 명 등 4000여 명 정도로 추산된다. 제도권 측은 특히 승려 참가자가 적다며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실패한 승려대회라고 주장한다. 큰 부담이 됐던 설정 스님이 물러나고 승려대회 봉쇄에 성공한 만큼 선거 국면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를 잡았다는 판단이다. 반면 승려대회 측은 종권(宗權)을 장악한 제도권의 맞불집회에도 불구하고 개혁세력이 결집해 불교계 민심을 확인했다는 자평이다. 승려대회 측 대변인 격인 도정 스님은 “설조 스님 단식을 계기로 뭉친 개혁세력이 설정 원장의 퇴진이라는 큰 성과를 이뤄냈다”라며 “동원된 참가자와 자발적으로 모인 개혁 세력의 결집을 동일선상에서 볼 수 없다”고 했다. 집회 현장에서 확인한 조계종에 대한 불심(佛心)은 명확했다. 종단이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데에 이론의 여지가 없었다. 은처자(隱妻子·숨겨 놓은 아내와 자녀) 시비에 휩싸인 설정 전 원장을 비롯한 종단 고위 간부들을 언급하며 “어쩌다 조계종이 이런 지경까지 왔냐”는 쓴소리가 많았다. 교권수호대회에 참석한 한 신도조차 “MBC ‘PD수첩’ 보도가 과장됐지만 요즘처럼 불교 신도라는 게 부끄러운 적이 없다. 스님들이 제발 기도만 열심히 하고 살면 좋겠다”고 했다. 적폐청산을 주장해온 그룹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종단 행정을 담당하는 한 종무원은 “과격한 성명서 내고 MBC 같은 외부 세력을 끌어들이는 운동권 방식으로는 종단 구성원의 마음을 얻기 어렵다”며 “승려대회라면서 겨우 200명을 모은 것 자체가 대안이 안 된다는 증거 아니냐”고 했다.○ 총무원장 선거와 보이콧 두 대회 이후 조계종은 차기 총무원장 선거를 둘러싼 갈등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된다. 조계종 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일정에 따르면 4∼6일 후보자 등록을 시작으로 13∼17일 중앙종회(81석)를 뺀 24개 교구 본사별로 각 10명씩 총 240명 선거인단을 선출해 28일 제36대 총무원장 선거를 한다. 불교계에서는 동국대 이사장을 지낸 일면 스님, 중앙종회 의장 원행 스님, 전 포교원장 지원 스님, 전 고은사 주지 호성 스님 등 4, 5명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종책(계파) 차원의 후보 밀기는 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흘러나오지만 자승 전 총무원장의 의중에 여전히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승 전 원장이 영향력을 행사해온 불교광장은 지난해 제35대 총무원장 선거에서 설정 스님을 단일 후보로 밀어 73%의 지지율로 당선시켰다. 개혁세력은 선거인단 320명에 의한 간선제는 기득권 세력의 종권 연장이라며 직선제를 요구해왔다. 2016년 조계종 총무원장 직선제 특별위원회의 설문조사에서 직선제 지지율이 80.5%에 달하는 등 직선제가 종도들의 민심이라는 주장이다. 설조 스님과 불교계 시민단체인 불교개혁행동은 지난달 30일 “9월 28일 예정된 총무원장 선거는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불교개혁행동은 매주 토요일 토요법회를 통해 청정 교단을 염원하는 대중의 뜻을 알리겠다며 15일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교화한다는 가르침은 멀기만 하다. 물과 기름, 조계종의 현주소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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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단 안정” vs “적폐 청산”… 둘로 갈라진 조계종

    26일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대한불교조계종이 양분되며 ‘부끄러운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설정 스님의 총무원장 퇴진 이후 갈등 관계였던 조계종 중앙종회, 본사주지협의회 등 제도권 세력과 전국선원수좌회, 불교계 시민단체 등이 중심이 된 개혁그룹은 이날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에서 열린 맞불집회로 정면충돌했다.○ 전국승려결의대회 vs 교권수호결의대회 양측은 조계종 총본산인 조계사 앞 도로를 사이에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승려대회는 당초 오후 2시 조계사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낮 12시 같은 장소에서 교권수호결의대회가 먼저 열리는 바람에 조계사 앞 도로에서 진행됐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금권 선거 및 부패 카르텔의 뿌리가 되는 총무원장 간선제를 폐지해야 한다”며 총무원장 직선제, 중앙종회 해산과 비상종단개혁위원회 구성, 재가 불자의 종단 운영 참여를 골자로 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41일간 단식했던 설조 스님은 “자승 전 총무원장 세력이 종정 진제 스님의 교시를 왜곡하고 있다”며 “종단에서 은처승과 도박사 등을 축출해 파사현정(破邪顯正·사악함을 부수고 바른 것을 드러냄)을 이루는 게 종정 스님의 뜻”이라고 말했다. 앞서 열리기 시작한 교권수호대회에서 중앙종회 의장인 원행 스님은 “종법 질서를 지키자는 종도들의 뜻을 외면한 집회가 진행되고 있다”라며 “시비가 있고 저마다의 주장이 있지만 종도 모두는 (종정) 교시에 따라 화합 상생 안정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봉은사 주지 원명 스님은 수호대회에서 “MBC가 공영방송의 책무를 망각한 채 한국 불교를 음해했다”며 MBC 시청 거부 운동을 촉구했다. 총무원장 권한대행인 진우 스님도 “우리는 종단이 처한 위중함이 우리 공동체 안에 있음에도 내부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라며 “하루속히 안정과 화합의 제자리를 찾도록 노력하겠다”라고 했다.○ 조계종의 부끄러운 민낯 승려대회는 출가자 200여 명을 비롯해 약 1000명, 조계사와 봉은사 등 큰 사찰이 중심이 된 교권수호대회에는 약 4000명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됐다. 경찰은 조계사 주변에 12개 중대 2000여 명을 배치하고 6차선 도로 중간에 차단막을 설치했다. 우려했던 양측의 물리적 충돌은 없었지만, 두 대회가 열린 현장은 조계종의 부끄러운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다. 집회가 진행된 4∼5시간 동안 조계사 주변은 원색적인 구호와 주장, 찬불가, 경전 독송 등이 뒤섞인 아수라장이었다. 휴일 조계사를 찾은 적지 않은 외국인 관광객들도 발길을 돌렸다. 프랑스에서 온 비레스 쉰 씨는 “한국 불교를 배우려고 조계사에 왔지만 헛걸음만 했다”며 “불교가 평화의 종교인 줄 알았는데 이 상황이 매우 놀랍다”라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귀가 따가울 정도로 큰 스피커 음향 탓에 소음 신고도 이어졌다. 두 대회를 통해 드러난 조계종의 갈등은 쉽게 봉합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제도권 세력은 분수령으로 여긴 승려대회를 봉쇄한 만큼 차기 총무원장 선거로 국면을 빠르게 바꿀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조계종 선거관리위원회는 다음 달 28일 선거인단 321명에 의해 간선제로 뽑는 차기 총무원장 선거 일정을 이미 발표했다. 반면 승려대회 측은 “동원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참여한 승려대회가 불교계 적폐 청산을 열망하는 민심을 보여줬다”라며 “총무원장 직선제를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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