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구

이진구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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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터 ‘이진구 기자의 대화’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딱딱하고 가식적인 형식보다 친구와 카페에서 수다 떠는 듯한 편안한 인터뷰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sys1201@donga.com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종교67%
문학/출판23%
문화 일반7%
인사일반3%
  • “화엄사의 ‘비건 햄버거’ 한번 드셔보겠습니까”

    “하하하, 화엄사 비건 햄버거 한번 드셔보겠습니까.” 조선 숙종이 ‘선교양종(禪敎兩宗)의 대가람(大伽藍·큰절)’이라 한 천년고찰 전남 구례 화엄사의 주지 덕문 스님이 말했다. 숙종이 ‘절 중의 절’이라고 한 이 근엄하고 조용한 절이 몇 년 전부터 시끌벅적해졌다. 경내에서 모기장영화음악제, 홍매화·들매화 사진 찍기 대회, 화엄문화제와 요가 대회 개최, 굿즈 제작에 이어 이달부터는 야간 개방까지, 보통 절에서는 보기 힘든 변신이 쉴 새 없이 일어나고 있는 것. 덕문 스님은 화엄사에서 10일 가진 인터뷰에서 “절은 모든 사람을 위한 곳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이런저런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절에서는 잘 보기 어려운 행사들이 많습니다. “저도 아이디어를 내지만 절 차원에서 홍보위원회를 만들었어요. 제가 귀가 아주 얇아요.(웃음) 그래서 위원회에서 이런 거 저런 거 해보자고 하면 대부분 하지요. 실패할 수도 있지만 뭐 어떻습니까. 많은 분이 즐거워한다면 해보는 거죠. 모기장영화음악제도, 우리 어릴 때 마당 평상에서 수박 먹으며 TV 보던 추억을 떠올리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지친 사람들에게 힐링 시간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시작했지요. 처음에는 돗자리를 깔려고 했는데, 여름에 모기가 많아서 2, 3인용 모기장 안에 들어가서 보는 걸로 바꿨습니다. 근데 그게 더 운치 있다고 좋아합디다.” ―자체 굿즈도 만들었더군요.“버려지는 커피 원두 마대를 활용해 가방과 컵 홀더, 차받침 등을 만들었어요. 친환경적이고 홍보 효과도 있지만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이것저것 해보고 있습니다. 홍매화를 새겨 넣었는데, 꽤 예뻐요. ‘화엄사 비건 햄버거’도 개발 중인데, 곧 출시할 예정이에요. 요즘 사찰음식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으니까 접목을 한 거죠. 절에서만 파는 게 아니라 백화점이나 마트에도 납품하려고 해요.” ―홍매화 사진 찍기 대회 때는 차가 하루에 1만 대씩 들어왔다고요. “구례 지역이 먹고살 거리가 부족해요. 절도 지역사회 안에 있는데, 스님들만 잘 먹고 잘살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 지역이 발전하는 게 절에도 좋은 거지요.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면 아무래도 이런저런 효과가 생기지 않겠습니까. 제가 주지로 취임해서 첫 번째로 했던 일이 절에 가로등을 설치하는 거였어요. 밤이면 어두컴컴해서 사람들이 다 내려갔으니까요. 보통 절들이 문화재 관리 때문에 야간 개방을 잘 안 하는데, 문화재청과 지방자치단체를 설득해서 8월부터 밤 12시까지 개방한 것도 같은 이유지요. 조명도 전문가들 도움을 받아 설치해서 걸어다니기에 굉장히 좋습니다.” ―각종 행사로 지난해 지역사회에 46억 원의 경제 유발 효과가 생겼다더군요. “행사가 있는 날은 절 아래는 물론이고 구례 읍내 음식점들까지 식재료가 오후면 다 떨어졌다고 해요. 전에는 안 그랬거든요. 하루 50잔도 안 팔린 커피가 200∼300잔이 팔린다고 하니 마음이 좋지요.” ―그래도 요가 대회는 너무 파격적이지 않습니까. “하하하, 젊은 여성들이 달라붙는 옷을 입고 절 안을 돌아다니는 걸 안 좋게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참가했어요. 저는 절이 스님들만의 공간이 아닌 모든 국민을 위한 곳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오래되고 국보·보물로 절을 채운들 사람들이 오지 않으면 그게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화엄사와 구례를 찾아오는 분들께 특별한 선물도 해주고 싶고…. 우리가 베풀 수 있는 것은 다 베푸는 게 부처님 뜻이 아닐까요. 화엄사 홍매화, 들매화가 얼마나 좋습니까. 섬진강을 낀 경치는 또 어떻고요. 그 좋은 걸 중들만 즐기면 너무 아깝지요.”구례=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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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최후의 승자는 적응하는 종… 우리는 끝까지 살아남을까

    미국의 전설적인 무용가 이사도라 덩컨(1877∼1927)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버나드 쇼(1856∼1950)에게 말했다. “선생님의 머리와 제 외모를 닮은 아이가 태어나면 얼마나 근사할까요?” 이에 쇼가 말했다. “내 얼굴과 당신 머리를 닮는다면?” 웃고 넘어가면 그만인 에피소드다. 하지만 뭔가 생각하게 하는 지점이 있다. 우리 대부분도 덩컨처럼 ‘남보다 더 뛰어난 아이’를 낳기 위해 배우자를 고르는 데 열성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더 나아가 그 아이가 남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그렇게 길러진 아이들이 아닌 아이들에 비해 훨씬 더 사회에 잘 적응하고 살아남을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당뇨병을 연구하던 의사가 인류의 미래에 대해 물음을 던진 책이다. ‘우리는 어떻게 변해왔고, 또 어떻게 변할까’라는…. 저자는 당뇨병의 빠른 증가가 (코로나바이러스처럼) 당뇨병 자체가 달라져서가 아니라, 인간의 몸이 과잉 섭취 등 주어진 환경에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유전자는 우리를 빚어내지만, 불변의 청사진이 아니라 환경에 따라 성장하는 프로그램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착안해 자연선택에서 벗어난 인류가 환경에 따라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우리는 세포가 만들어 낸 산물이지만 세포 또한 우리가 만들어 낸 산물이다. 생명은 하나의 세포에서 출발하며 그 세포가 200여 가지 전문화된 변이형으로 분화한다. 이 딸세포들은 환경의 단서에 반응하고, 우리와 마찬가지로 자라고 죽는다.”(15장 ‘죽어가는 짐승에 옭매여’ 중) 우리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이후 현재까지 환경에 적응하며 변화해 온 인류의 모습을 알고 있다. 그러면 미래에는? 기후변화, 환경오염 등 자연 생태적 변화에서 인공지능(AI) 등 과학적 변화, 약물 남용과 영양과잉으로 인한 비만 등 각종 질병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유전자가 살아남기 위해 적응해야 할 요인들은 100여 년 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넘쳐나고, 또 빠르게 늘고 있다. 저자는 이런 환경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살아남는 것은 가장 힘센 종도, 가장 영리한 종도 아닌 변화에 가장 잘 대처하는 종”이라는 찰스 다윈의 말을 인용하며. 저자는 여러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유사 이래 어느 때보다도 신체,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오래 살고 있으며, 이는 인간으로 인해 변화된 세상에 새롭게 적응한 결과라고 말한다. 상당히 낙관적인 결론인데, 지금까지 잘 버텨왔다는 것이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근거가 될 수 있을까? 이를 의식해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저자는 자신의 결론에 살짝 여지를 뒀다. ‘어떤 상황이 닥쳐도 잘 적응할 수 있다’가 아니라 적응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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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엄사, 故 차일혁 경무관 다례재 엄수

    6·25전쟁 중 소각 명령을 어기고 화엄사 전각을 지킨 고 차일혁(1920~1958) 경무관의 추모 다례재가 10일 대한불교조계종 지리산 대화엄사(주지 덕문 스님) 각황전에서 엄수됐다.차 경무관은 중일전쟁 직전인 1936년 말 16살의 나이로 중국으로 건너가 독립운동을 펼쳤으며, 6·25전쟁 때는 경찰에 투신해 빨치산 토벌대장으로 지리산, 덕유산 자락을 누볐다. 차 경무관은 작전 중 상부로부터 화엄사를 불태우라는 명령을 받았지만 “절을 태우는 데는 한나절이면 충분하지만, 절을 세우는 데는 천 년 이상의 세월로도 부족하다”며 상부의 명령을 어겨 천년고찰 화엄사를 온전한 모습으로 보전케 했다. 덕문 스님은 “화엄사뿐만 아니라 천은사, 쌍계사, 금산사, 백양사, 선운사 그리고 덕유산 사찰을 비롯한 수많은 천년 고찰들이 고인의 지혜로운 결단으로 온전하게 보존될 수 있었다”며 “차 경무관의 민족문화유산에 대한 소중한 뜻을 대화엄사의 천년역사와 더불어 만대에 걸쳐 선양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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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퇴 앞두니, 네 교회 왜 남 주느냐고 악마가 속삭여…”

    “은퇴를 앞두니 악마가 속삭이더군요. 애써 키운 교회를 왜 남 주느냐고….” 최근 신간 ‘꺾이지 않는 사명’을 출간한 류영모 전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대표회장(한소망교회 담임목사)은 내년 말 은퇴를 앞두고 책을 낸 이유를 묻자 이 말부터 꺼냈다. 류 전 대표회장은 7일 경기 고양시 드림하우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세상이 한국 교회에 바라는 것은 공적인 교회, 공공의 선을 이루는 교회가 돼 달라는 것”이라며 “남에게 요구하기 전에 나부터 실천하는 게 당연하지 않으냐”고 말했다. ―실례지만 목사 사위가 있지 않으십니까. “제가 처음 교회를 개척할 때는 정말 예배드릴 공간 하나 없이 모든 것이 열악했습니다. 지금은 대형 교회(등록 신도 1만4000여 명)로 성장했지요. 그동안 제 피와 뼈를 갈아 넣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는 평소에 교회 세습을 반대했습니다. 그런데도 은퇴할 때가 되니까 (자기 가슴을 가리키며) 여기서 다른 소리 하나가 들리더군요. ‘네 교회다, 네가 세웠는데 왜 남을 주려고 하느냐….’ 마귀의 소리지요. 그래서 시간 오래 끌지 말고 빨리 후임을 정하기로 결심했어요. 오래 끌면 저도 사람인지라 넘어질지 모르니까요.” ―후임은 어떻게 뽑으셨습니까. “후보가 20여 명 됐는데, 위원회를 꾸려서 몇 차례의 논의와 투표를 거치며 추리고 추려서 한 명을 선정했습니다. 투표는 만장일치로 했지요. 당연히 저와는 아무런 혈연관계도 없고요. 교회 세습이 정말 성경적으로 틀렸느냐는 건 논쟁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교회라면 일반 기업과는 좀 달라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분명히 있습니다. 저는 교회가 설립자나 교회 지도자들의 것은 아니라고 믿지요.” ―교회 안팎에서 많은 유혹이 있었다고 하셨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대형 교회 담임목사를 하면 이런저런 많은 유혹이 들어옵니다. 한교총 대표회장이면 말할 것도 없지요. 자기 진영을 위한 편향된 목소리를 내달라는 정치적 요구도 많고요. 더군다나 제가 한교총 대표회장이던 지난해에는 대선이 있었습니다. 한두 명이 찾아왔겠습니까? 조언을 듣겠다고 찾아와서는 ‘저희가 교회를 위해 뭘 도와드릴까요?’라고도 하고…. 교회도 세상 속에 있다 보니 민원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걸 정권과 소통해 해결하려 하면 안 되지요. (책에서도 언급했지만) 저는 한국 교회가 그동안 정권과 결탁해 왔던 악습의 고리를 끊는 것이 시대적 요청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목소리 내는 건 고사하고 정치인들의 조찬 기도회 요청도 다 거절합니다.” ―세상과 동떨어진 외딴 세상에 사는 교회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셨더군요. “교회 안에도 진보와 보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보수적인 교단은 교회, 성경, 하나님 중심이라는 가치를 중하게 여기다 보니 사회의 어려움과 문제에는 소홀한 경향이 있지요. 반면 진보적인 쪽은 너무 사회 문제에 집착하다 보니 교회라기보다 시민단체처럼 된 면이 있습니다. 교회는 이념을 떠나 세상의 희망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양쪽의 장단점을 잘 수용해, 세상과 어려움을 함께하면서도 교회라는 본분을 잊지 않는 자세가 필요합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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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교총, 잼버리 참가자에 교회 시설 숙박 제공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은 8일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참가자들을 위해 각 지역 수련원, 청소년센터, 수양관 등 교회 시설을 제공키로 했다고 밝혔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3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도 파주 ‘오산리최자실기념금식기도원’과 기도원 인근 영산청소년수련원, 경기 안성 안성크리스찬휴빌리지 등을 제공한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새에덴교회(소강석 담임목사)도 경기 용인 교회 1~6층 교육관을 모두 숙박시설로 제공키로 했다.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오정현 담임목사)도 교회 내 채플실을 1000여명이 숙박할 수 있는 숙소로 제공한다. 이 밖에 기독교대한감리회(감독회장 이철 목사)는 충북 옥천 제자들교회 수양관, 옥천 좋은기도동산 경기 포천 광림세미나하우스, 경기 광주 광림수도원 등 교회 시설 10여 곳을 제공키로 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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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순택 대주교 “2027 세계청년대회 차질없이 준비”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정순택 대주교(사진)는 2027년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WYD) 서울 개최와 관련해 6일(현지 시간) 포르투갈 리스본 WYD미디어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 각국, 다양한 나라의 많은 젊은이가 어려움 없이 올 수 있도록, 또 기꺼이 환대할 수 있도록 잘 대처하고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정 대주교는 “WYD는 가톨릭만의 행사가 아닌, 선의를 지닌 모든 이들이 함께 참여해 친교를 나누는 자리”라며 “모든 인류의 형제애적·영적·사회경제적 선익과 유익을 위한 행사”라고 말했다. 또 “필리핀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열리는 만큼 바티칸시국은 물론 한국 정부와 서울시,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긴밀히 협조해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정 대주교는 “한국 교회 젊은이들은 굉장히 활발하고 영적인 힘이 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지난 3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을 거치며 신앙 생활에서 멀어진 면이 있다”며 “서울 WYD가 한국을 포함한 모든 나라에 청소년·청년사목 부흥의 기회, 다시 꽃피울 수 있는 전환점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정 대주교는 지난달 31일 염수정 추기경, 손희송 서울대교구 총대리 주교 등과 함께 현지로 출국해 대회 유치 활동을 펼쳤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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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외 관광 프로그램 긴급 편성… 한강투어-템플스테이-푸드 체험

    “2배, 3배의 재정 지원과 노력, 인력을 지원해 (대원들이) 만족해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6일 전북 부안군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일일 브리핑에서 “대원들이 불편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정부와 지자체, 군과 민간이 최선을 다해 잼버리 환경을 개선하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온열질환자의 폭발적 증가와 시설 미비 등으로 인해 ‘현실판 생존게임’으로 불린 잼버리 대회가 정부와 광역단체, 민간의 총력 지원 속에 가까스로 중대 고비를 넘어서는 양상이다.● 청소인력·냉방버스·냉수 등 총력 지원 여름휴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 박진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서울과 평택에 머물고 있는 영국과 미국 스카우트 학생들이 안전하고 유익하게 영외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꼼꼼하게 챙겨 달라”고 전폭적인 지원을 거듭 강조했다. 또 “잼버리 기간 위생 관리로 식중독 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살펴 달라”고 주문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6일 사흘 연속으로 잼버리 대회 현장을 찾아 “중앙정부가 본격적으로 대응하면서 문제점이 상당 부분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 충분하지 않다”며 “조직위 관계자들이 책상에만 앉아 있지 말고 현장에 나가 조치한 뒤 보고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야영장 곳곳에 262대의 쿨링 버스가 배치됐고, 셔틀버스 배차 간격도 30분에서 10분으로 단축됐다. 대원들이 무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영지 곳곳에 69개 동의 그늘막이 설치됐고, 8개의 물놀이 시설이 추가 설치됐다. 화장실과 샤워실 관리인력은 1400명으로 늘었다. ● 한강투어·템플스테이… 韓 문화 체험 흠뻑 대회의 정상 진행이 어려워진 가운데 정부는 참가자들을 위한 관광 프로그램 긴급 편성을 주문하며 수습에 나섰다. 사태 수습을 위해 17개 시도에서 제안한 영외 문화활동 프로그램은 90여 개에 이른다. 대한불교조계종이 전국 170여 개 사찰을 개방함에 따라 스카우트 대원들은 새만금 영지에서 버스를 타고 나와 전북 부안 내소사, 고창 선운사, 김제 금산사에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학생들은 염주알을 실에 꿰어 손목 팔찌를 만들거나 명상을 체험했다. 전북 부안의 곰소젓갈발효식품센터에서는 세계 각국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곰소 젓갈을 활용한 김치 담그기와 김치부침개 먹기 등 ‘푸드 체험 프로그램’도 개최됐다. 서울시는 잼버리 단원들을 위한 야간 시티투어를 진행했다. 서울 광화문을 출발해 반포대교-N서울타워, 남대문시장, 청계광장 등을 둘러보는 프로그램이다. 서울로 이동한 영국 스카우트 단원들이 60인승 2층 버스 2대 등에 나눠 타고 야간 투어에 참여했다. 한강공원 일부를 숙영지로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강원도도 춘천 남이섬, 원주 간현 유원지, 평창 올림픽 시설 등을 활용하는 지원 프로그램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보훈부는 영국잼버리위원회와 6일 오후 서울에서 긴급히 회동하고 영국 청소년들에게 6·25전쟁 당시 영국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의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원하기로 했다. 영국 잼버리 청소년들은 8일부터 경기 파주 영국군 설마리 전투 추모공원 방문, 전쟁기념관 및 국립서울현충원 방문 프로그램을 소화한다.삼성 에어컨 화장실, LG 음료 20만병, HD현대 봉사단 지원기업들도 잼버리 정상화 힘 보태건설업계, 현장 청소-설비 수리 나서 기업들도 폭염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 지원에 나섰다. 자원봉사 인력을 파견하고 식음료, 야영지 등을 제공하며 행사 정상화에 힘을 더하고 있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입사 후 연수 중인 신입사원 150여 명을 7일부터 현장에 파견해 쓰레기 분리수거 등 환경미화에 나서기로 했다. 앞서 5일부터 삼성서울병원 의사 5명과 간호사 4명, 지원인력 2명 등 총 11명으로 구성된 의료지원단을 보냈다. 삼성은 위생 문제와 더위로 고생하는 청소년들을 위해 에어컨이 설치된 간이 화장실 7세트와 살수차 5대, 발전기 5대도 지원했다. 외부 활동의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잼버리 참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경기 평택·화성 반도체 공장 등 사업장 견학 프로그램도 운영하기로 했다. HD현대는 봉사단 120여 명을 긴급 파견했다. 계열사 임직원으로 구성된 봉사단은 화장실 등 대회장 시설 정비를 돕는다. 정비 및 청소에 필요한 비품은 자체적으로 마련해 지방자치단체 부담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각종 식음료 및 편의제품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LG는 생수 및 이온음료 총 20만 병을 지원할 계획이다. 목에 두르는 ‘넥 쿨러’ 1만 개를 비롯해 그늘막 300동, 휴대용 선풍기 총 1만 대도 지원하기로 했다. 보조배터리, 냉동 탑차 6대는 이미 투입한 상태다. 포스코는 재해구호협회를 통해 쿨스카프 1만 장을 지원해 잼버리 현장에 배송했다. 쿨스카프는 야외 활동 시 목에 두르면 열을 식혀준다. 이마트는 4일 얼음 생수 8만여 병을 공급하기 시작해 10일까지 매일 생수 10만 병가량을 지원하기로 했다. GS25도 냉동 생수 4만 개를 매일 무상 제공하기로 했다. SPC는 행사 종료일까지 매일 파리바게뜨 아이스바와 빵을 3만5000개씩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도 선크림 4만 개를 지원하기로 했다. 아워홈은 식자재 추가 공급을 비롯해 얼음, 냉수, 과일, 아이스크림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건설업계도 현장 청소와 설비 수리 등 지원에 나섰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6일 현재 삼성물산(100명) 현대건설(100명) SK에코플랜트(50명) 등에서 현장 청소인력 350명을 보냈다. 또 설비전문가를 투입해 화장실 수리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냉방 대형버스 100대와 냉장냉동 탑차 15대도 현장에 공급했다. 경제단체들도 힘을 보탰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냉동 생수 총 10만 병을 지원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대형 아이스박스 400여 개를 보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부안=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이건혁 기자 gun@donga.com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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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쓰시로 대본영 징용한인 사망자 수백명… 국내서도 아는 사람 없다는게 더 안타까워”

    “마쓰시로(松代) 대본영(일본 나가노현 나가노시) 건설 공사에는 6000∼7000여 명의 조선인이 강제 징용됐습니다. 그중 추정 사망자는 최소 300명 이상입니다. 우리에게는 큰 아픔이죠. 그런데 국내에서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 안타깝지요.” 지난달 15일 일본 나가노현 아즈미노(安曇野)시 금강사에서 일제강점기 마쓰시로 대본영 건설 공사에 강제 동원된 조선인 희생자들을 위한 합동 천도재가 열렸다. 법회를 주도한 사람은 금강사 주지 법현 스님(한국불교태고종 열린선원 원장). 그는 지난달 26일 서울 은평구 열린선원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늘 일본의 진정한 사죄를 요구하지만 정작 우리는 얼마나 우리 역사를 알고 있는지 자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쓰시로 대본영 희생자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마쓰시로 대본영은 일제가 태평양전쟁 말기 본토 결전에 대비해 히로시마 대본영을 대신하고자 만든 대규모 전쟁 시설이다. 사방 수 km의 암반 속에 왕궁과 군사·행정·통신 기관이 들어갈 지하도시를 건설했는데, 수천 명의 조선인이 강제 동원되고 이 중 300∼100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금강사와 희생자들이 관계가 있나. “금강사는 재일교포들이 마쓰시로 희생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40여 년 전에 대본영 인근에 지은 작은 한국식 절이다. 일본 사찰과 달리 삼성각(三聖閣)이 있고, 대웅전에도 석가모니불과 아미타불을 함께 모시고 있다. 조선인 희생자들이 극락왕생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신도 수가 적어 운영이 어려워지자 평소 알던 신도회장님이 운영을 도와달라고 해서 주지를 맡게 됐다.” ―천도재를 연 계기는…. “2018년에 정식으로 주지에 취임했는데, 그전에는 신도들끼리 간헐적으로 법회를 열었다. 이런 뜻깊은 행사가 잊혀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취임 이듬해부터 재일교포는 물론이고 여러 단체와 함께 추모제를 지냈다.” ―10일에도 추모제가 열린다고 하던데…. “일본이 항복하겠다는 의사를 연합국에 밝힌 1945년 8월 10일에 맞춰 마쓰시로 대본영 지하호 앞 희생 조선인 추모비 앞에서 열린다. 절에서는 매년 7월 천도재를 열고, 8월에는 마쓰시로 대본영 앞에서 추모제를 진행한다.”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몇 년 전 한일관계가 어려울 때였는데, 재일교포 불자들이 한국의 시각으로 너무 강하게 말하지 말라고 부탁하더라. 스님은 말하고 떠나면 그만이지만 자신들은 남아서 주워 담아야 한다며…. 이처럼 한일관계는 어렵고 복잡한 부분이 많다. 일본이 제대로 된 역사의식을 갖추길 바라는 것과 함께 우리도 깨어 있는 역사의식으로 진실을 알리는 노력을 더 해야 한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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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톨릭 세계청년대회, 2027년 서울서 열린다

    전 세계 가톨릭 청년들의 최대 축제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가 2027년 서울에서 개최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6일 오전(현지 시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2023 세계청년대회’ 파견(폐막)미사에서 “2027년 세계청년대회는 아시아 한국 서울에서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세계청년대회는 1984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창설한 행사로 2∼4년 간격으로 대륙을 순회하며 열린다. 전 세계에서 적게는 수십만 명, 많게는 수백만 명의 가톨릭 청년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대규모 국제 행사다. 교황도 직접 참석한다. 1987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회 이후 리스본 대회까지 15번 개최됐으며 아시아에서 개최되는 것은 필리핀 마닐라(1995년) 대회 이후 서울이 두 번째다. 한국 천주교는 염수정 추기경과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를 비롯한 10명의 주교단이 리스본 대회에 참석해 유치 활동을 펴왔다. 2027년 서울에서 세계청년대회가 열리게 되면서 교황의 방한도 예상된다. 통상 대회 기간 중 교황은 개막미사와 파견미사를 집전한다. 역대 교황 가운데 요한 바오로 2세는 1984년, 1989년 두 차례 한국을 방문했으며 프란치스코 교황도 2014년 한국을 찾아 ‘윤지충 바오로와 124위 시복식’ ‘아시아청년대회’에 참석한 바 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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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 성직자 당연히 있어야한다면서도, ‘우리교회에는…’ 하는 분위기 안타까워”

    요즘 시대에 여성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는 곳 중 하나가 아이러니하게도 종교계다. 가톨릭은 아예 여성 사제가 없고, 개신교도 일부 교단은 여전히 여성 목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불교도 비구니가 고위직에 있는 경우가 드물다. 대한성공회의 여성 사제 가운데 한 명인 동대문교회 한주희 신부(42)는 2일 서울 종로구 대한성공회 여성선교센터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말로는) 여성 성직자가 당연히 있어야 한다면서도 ‘그렇지만 우리 교회에는…’ 하는 분위기가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대한성공회에 여성 사제는 얼마나 되나. “2001년 부산교구 민병옥 카타리나 사제가 첫 서품을 받은 이후 지금까지 20여 명이 배출됐다. 중간에 그만둔 분도 있고, 외국에서 활동하는 분도 있어서 지금 국내에는 10여 명, 서울에선 나를 포함해 5명이 목회 활동을 하고 있다.” ―종교계가 워낙 보수적이라 여성 신부가 나오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민 신부는 신학 과정을 마치고 사제 서품을 받기까지 20여 년이 걸렸다. 첫 여성 신부를 배출하기까지 내부에서 참 많은 노력이 있었다. 그런 분들의 노력으로 지금은 성공회 내에서 여성이 사제가 되는 데 제도적으로 걸리는 것은 없다. 그렇다고 문화나 관습까지 다 바뀐 것은 아직 아니다.” ―여전히 편견이나 선입견이 있나. “2015년에 사제가 됐는데 내 경우도 처음 발령받은 교회에 부임하지 못했다. 그곳에서 여성이 오는 것을 꺼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다른 곳에 가게 됐는데, 한 선배 성직자가 ‘가서 관할 사제에게 잘해’라고 했다. 신도들이 반대하는데도 관할 사제가 받아줬다는 것이다. 그날 성직자가 된 후로 처음으로 펑펑 울었다. ‘내가 뭘 잘못했기에 이런 일을 겪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날 만나보지도 않은 사람들에게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거부당한 거니까. 정말 되게 억울했다.” ―여성이 성직자를 하면 안 될 이유는 없을 텐데…. “하하하, 설마 남녀 차별이 하나님의 뜻일 리가 있을까? 고린도전서 14장에 나오는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34절)’ ‘…여자가 교회에서 말하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라(35절)’라는 바울의 말을 근거로 드는 사람들이 있다. 성경은 여러 문서를 묶어서 엮은 것이고, 그것도 수천 년 전에 쓰인 것이다. 쓰일 때 상황과 목적, 맥락도 권마다 다 다르다. 그걸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게 과연 맞을까?” ―바깥 세상보다 종교계가 변화가 많이 느리다. “워낙 오랫동안 굳어진 질서 속에 있다 보니… 미사 때 나한테는 성체를 안 받는 어른분들이 계셨다. 악수를 안 하는 분도 있었고. 그런데 몇 년 함께 지내고 내가 떠나는 날인데 다가오시더니 ‘처음 왔을 때 환영해주지 못해서 미안했다’고 하더라. 그때 ‘아, 여성 사제를 겪어본 적이 없다 보니 낯설고 몰라서 그랬던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말은 역으로 여성 성직자가 없거나 아주 적으면 그런 편견과 선입견이 여전히 계속해서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가 계속 노력해서 여성 성직자를 더 많이 배출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종교를 떠나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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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살기 위해 낯선 땅으로… 인류는 오래전부터 유목민

    미국과 멕시코 국경을 관통하는 리오그란데강에는 현재 수중 철조망 설치가 한창이다. 미국 공화당 소속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가 불법 월경을 막겠다며 강행하고 나선 것. 철조망 일부 구간에는 면도날 같은 가시가 달려 부상의 위험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CNN에 따르면 텍사스주는 경비대원들에게 “불법 이민자를 강물에 다시 밀어 넣거나 이들에게 마실 물을 주지 말라”는 비인간적 명령도 내렸다고 한다. 미 법무부는 “연방정부 승인 없는 장벽 설치는 불법”이라며 텍사스주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애벗 주지사는 “대통령이 국가를 방어해야 할 의무를 위반했기에 자신이 대신 장벽을 설치했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공방이 거세지면서 이 사안은 내년 미 대선의 정치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으려는 사람들과 그것을 막는 사람들. 그리고 인간의 이동을 둘러싼 온갖 사회적 갈등. 영국에서 태어나 인도, 탄자니아, 아프가니스탄, 캄보디아 등 전 세계를 옮겨 다니며 살아온 저자가 이주, 이동, 이민 등과 관련한 질문을 던졌다. 누군가는 왜 떠나고 싶어 하고, 누군가는 왜 그들을 막으려고 하는지, 왜 사람들의 이동이 제한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저자는 인류사에서 이주의 역할이 매우 과소평가되고 오해받아 왔다고 지적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고정된 집 주소와 국적을 갖고, 토지와 집을 소유하는 정주(定住)를 당연하게 여기지만 긴 인류의 역사를 보면 오히려 그 반대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네안데르탈인의 이동에서부터 아메리카 인디언, 바이킹, 메이플라워호 그리고 멕시코인들의 미국 이주까지 광범위한 인류의 이주 역사를 씨줄과 날줄처럼 엮어 풀어냈다. 그렇다고 저자가 이주와 관련해 어떤 특정한 방향으로 결론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땅에 울타리를 치고 소유권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등장했을 때 …(중략)… ‘땅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니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됩니다’라고 외쳤다면 인류가 온갖 범죄와 전쟁, 살인 같은 불행과 참상을 겪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집, 국가, 국경을 당연하게 여기는 요즘 시대에 자칫 이를 부정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는 장 자크 루소의 말까지 인용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인간의 이동, 이주를 피부색과 국가에 따라 차별적으로 대해 왔다는 사실도 지적한다. 하지만 그 진의는 소유권 부정이나 무조건적으로 이주가 당연하다는 게 아니라 이주 문제를 인류의 오랜 역사와 문화 속에서 보길 바라는 데 있다. 국경과 민족국가가 있는 오늘날의 정주주의 세계에 사는 우리는 그 역사를 너무나 자주 잊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이를 인정한다면 이 새로운 렌즈를 통해 이주민 문제에 대한 현대적 논의를 재설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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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황 “정전협정 기념이 화합의 밝은 미래 제시할 것”

    프란치스코 교황(사진)이 6·25전쟁 정전 70주년을 맞아 “정전협정 기념이 적대 행위 중단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는 물론이고 더 넓은 세상을 향해 화해, 형제애, 항구한 화합의 밝은 미래까지 제시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교황은 27일 서울 중구 서울대교구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에서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이 대독한 메시지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교황은 “오늘날 인류 가족, 특히 가장 힘없는 우리 형제자매에게 고통을 주는 수많은 전쟁과 무력 충돌은 공동체들 안과 민족들 사이에서 정의와 우호적인 협력을 수호하고 증진하려면 끊임없는 경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비극적으로 상기시켜준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불교조계종,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원불교, 유교, 천도교, 한국민족종교협의회 등 7대 종교의 지도자들도 이날 “남북 당국은 한반도의 긴장 해소와 평화 정착을 위해 적극 대화에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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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라이 라마 “한반도 평화 항구적 해결책 찾아야”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사진)가 6·25전쟁 정전 70주년을 맞아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항구적인 해결책을 호소했다. 달라이 라마는 700여 개 종교·시민단체로 구성된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에 24일 보낸 메시지에서 “남한과 북한의 새로운 세대들이 평화롭게 사는 것이 서로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며 “여기에 세계의 평화와 안정이 달려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무기에 의존하거나 무력을 사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대화와 외교를 통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한반도의 모든 주민이 평화와 번영, 안전을 누릴 수 있도록 현실적이고 상호 수용할 수 있는 조치가 취해지기를 간절히 기도한다”고 말했다. 또 “평화는 말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며 “세계의 비무장화와 모든 핵무기의 완전한 제거를 공언해 온 운동가로서 나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해서도 이러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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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잠시 속세 떠나… 달마야 놀자

    ‘달마야 놀자?’ 왠지 속세와 떨어져 있어야 할 것 같은 절. 하지만 요즘은 절도 대중과 친숙해지기 위해 각종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전남 구례 화엄사(주지 덕문 스님)는 다음 달 5일 오후 7시 반 경내 특설무대에서 ‘제3회 모기장 영화음악회’를 연다. 어릴 적 한여름 밤 마당에 모기장을 치고 둘러앉아 옥수수를 먹으며 TV를 보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유정우 클래식 음악평론가가 ‘쇼생크 탈출’에 나오는 ‘편지의 이중창’(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중), ‘킬링필드’의 ‘아무도 잠들지 못한다’(푸치니 ‘투란도트’ 중) 등 영화 속 음악을 영화와 함께 소개한다. 팝페라 그룹 트루바와 피아니스트 안예현, 바이올리니스트 김소정, 첼리스트 강기한 트리오의 공연도 펼쳐진다. 신라 자장율사가 645년 창건한 강원 정선 정암사(주지 천웅 스님)는 다음 달 4∼6일 개산문화제를 연다. 개산문화제는 2020년 정암사 수마노탑이 국보로 승격된 것을 기념해 시작됐다. 올해 부처님오신날 서울 광화문광장을 밝힌 봉축등이 수마노탑을 형상화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10월에 열렸지만, 더 많은 대중과 함께하기 위해 올해부터는 여름휴가 기간과 ‘함백산 야생화 축제’에 맞춰 시기를 앞당겼다. 산상콘서트(함백산 풍류 ‘말과 벗’), 재즈·포크·블루스 뮤지션들의 산사음악회, 창건 1378주년 개산대재 및 현대무용 퍼포먼스가 흐드러지게 핀 야생화 속에서 황홀한 멋을 보여준다. 경북 의성 고운사(주지 등운 스님)는 30일 ‘천년의 시간 속으로 맨발로 걸어요’를 개최한다. 경내 가꾼 약 2km의 산책길을 맨발로 걷는 것. 가수 박서진, 국악인 남상일, 경북도립국악단, 테너 강병길, 소프라노 박보윤 등이 출연하는 고운음악회도 열린다. 고운사는 신라 시대 최치원이 머물던 절. 절 이름도 그의 호 고운(孤雲)에서 따왔다. 경기 남양주 봉선사(주지 초격 스님)에서는 다음 달 5∼12일 ‘행복바라미 연꽃축제’가 열린다. 전통차 시음과 다례 체험, 연잎 차 만들기 등 체험 행사와 함께 마지막 날인 12일에는 오후 7시 반부터 가수 진해성, 배아현, 걸그룹 베리즈, 찬불가수 송우주의 공연도 볼 수 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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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꽃 촬영 40년… 찰나 잡으려는 모든 노력이 수행”

    “연꽃은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추함을 보이지 않아요. 사진을 찍을 때마다 늘 그 마음을 새기지요.” 40여 년간 초지일관 사진으로 연꽃만을 담아 온 대한불교조계종 동욱 대종사는 19일 경북 칠곡 보덕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부처님의 꽃, 연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우연히 만난 연꽃과의 40년 인연은 곧 수행의 과정이기도 했다”며 “꽃을 찍는 자세가 달라지니 마음도 달라졌다”고 했다. 경남 합천 해인사 성보박물관에서는 16일부터 그의 작품 250여 점을 전시한 ‘꽃을 드니 미소 짓네’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연꽃의 마음을 새긴다고 하셨습니다. “아마 시든 채 피어 있는 연꽃을 본 적이 없을 거예요. 연꽃은 절대 시들어서 떨어지지 않거든요. 떨어진 뒤에야 시들고 썩지요. 마지막 순간까지 추한 모습을 보여 주지 않는다고 할까…. 그래서 군자의 꽃이라고 불리지요. 진흙 속에서 깨끗한 모습으로 피어나는 것도 그렇고요. 일반인이나 수행자나 살면서 얼마나 유혹이 많습니까.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하는 사람도 많잖아요. 연꽃을 볼 때마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연꽃만 찍는 이유가 있습니까. “처음에는 취미로 이것저것 찍었어요. 사찰 소식지를 만들게 됐는데 연꽃 사진을 넣으려고 찾아보니 제대로 된 게 없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찍으러 다닌 게 시작이었지요. 찍다 보니 이게 수행이 되고, 깨달음이 되더라고요. 전 지금도 디지털 카메라가 아닌 필름 카메라를 쓰거든요.” ―사진 찍는 게 수행이 됐다고요? “필름 카메라는 디지털카메라와 달리 연속으로 찍을 수가 없어요. 가장 좋은 시간, 장면, 느낌이 오는 딱 그 타이밍을 찾으려면 몇 시간이고 땡볕에 땅에 누워 기다려야 하지요. 연꽃은 한여름에 피고, 또 연못은 습하잖아요. 보통 인내로는 쉽지 않지요. 그렇게 기다리다 셔터를 눌렀는데 기대와 다를 땐 또 얼마나 허탈하겠어요. 그 마음도 다스려야 하고….” ―필름 카메라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저는 사진작가가 아니라 수행자니까요. 찰나의 순간을 잡으려는 그 모든 노력이 제겐 수행이지요. 자동으로 놓고 찍은 수백 장 중에 고르면 수행도 없고, 배울 것도 없지 않습니까. 저는 트리밍이나 연출도 하지 않아요. 카메라 앵글 안에 생각하는 장면이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리지요.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아래를 향해 찍다가 점점 하늘을 보며 찍게 됐어요.” ―하늘을 보며 찍게 됐다는 게 무슨 말인지요. “처음에는 꽃만 보였어요. 그래서 연꽃을 아래에 놓고 위에서 클로즈업해 찍었지요. 제 마음이 위에 있었던 거예요. 그런데 기다리는 시간이 오래되면서 주변의 다른 연꽃들, 벌레, 잡풀, 그 위의 구름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그 모든 것과 어우러지는 연꽃을 찍으려면 제가 낮아져야 했지요. 낮아지고 나니 더 많은 것이 보이는데,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절로 미소가 지어지더라고요.” 전시는 9월 3일까지 열린다. 무료.칠곡=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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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흥식 추기경 “교황, 오송 참사 희생자 위해 기도”

    “수해로 희생되신 분들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유가족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한국의 수해 참사 소식을 들었으며 희생된 이들과 유가족, 한국 사회를 위해 기도하고 계십니다.”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은 최근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충북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 수해에 대해 22일 이렇게 말했다. 한국을 방문한 유 추기경은 이날 서울 중구 천주교 서울대교구청에서 열린 ‘라자로 유흥식(바오로딸)’ 한국어판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각자가 자기 역할을 조금만 더 확실히, 정확하게 잘했더라면 이렇게 큰 피해가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 같은 희생을 막기 위해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바 사명을 성실히 수행했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유 추기경은 6·25전쟁 정전 70주년을 맞아 27일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에서 열리는 ‘정전 70주년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에서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교황의 메시지를 낭독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 추기경은 “교황이 ‘같은 민족이 70년 동안 갈라져 왕래도 없고, 서로 모르고 지내는 것처럼 큰 고통이 어디 있겠느냐. 이런 상황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서 이 고통을 끝내주고 싶다’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교황의 북한 방문 의사가 매우 강하다”며 “교황청 외교관들이 각자 업무를 수행하는 나라에서 북한, 중국 대사 등을 만나 방북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북한의) 가시적인 답변은 받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유 추기경은 교황의 건강과 관련해 “6월 (탈장) 수술로 9일간 입원했지만 3일째부터는 병원으로 서류를 가져오라고 해 업무를 봤다. 언론에는 교황이 쓰러졌다고 났지만, 교황은 그런 적이 없다. 실제보다 훨씬 더 안 좋게 알려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라자로 유흥식’은 유 추기경의 생애와 영성, 교회와 사제직에 대한 비전을 인터뷰 형식으로 담은 책이다. 올해 초 이탈리아에서 출판됐을 때 프란치스코 교황이 손수 추천서를 쓴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유 추기경은 2021년 한국 가톨릭 사제 중 최초로 교황청 장관에 임명됐고, 김수환 정진석 염수정 추기경에 이어 지난해 네 번째 한국인 추기경이 됐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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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식량 앞에 가족도 없어… 남한 사람들과 생각도 달라, 제대로된 북한 알기 꼭 필요”

    “종교를 떠나 북한을 제대로 알리는 교육이 정말 시급합니다.” 25년째 북한 주민 돕기 사역을 해오고 있는 최광 선교사(67·열방빛선교회 대표·사진)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수십 년간 탈북자들과 함께 생활해 온 자신도 아직 잘 모를 정도로 북한 주민들의 생각이 우리와 차이가 크다는 것. 서울 영등포구 열방빛선교회에서 16일 만난 최 선교사는 “통일은 물론이고 인도적 지원을 위해서도 북한 주민을 제대로 아는 것이 필요한데, 우리는 그런 교육도 없이 피상적으로만 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사역은 어떻게 하게 됐습니까. “제가 남들보다 굉장히 늦은 30대 중반에 신학대에 들어갔어요. 그러다 보니 성경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조용히 공부하고 싶어 중국에 갔지요. 거기서 탈북인들을 만나게 됐는데, 그때가 북한 고난의 행군(1994∼2000년) 시기였어요. 그 참상을 보며 북한 주민을 돕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당시 100만∼300만 명이 아사했다고 하던데요. “막 돌아가신 할아버지 산소를 3일 동안 지킨 뒤에 탈북한 사람이 있었어요. 유교 정신이 투철한 집안이라 그랬나 싶어서 ‘왜 그랬냐?’고 물으니까 동네 사람들이 시체를 파내서 먹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고 하더군요. 너무 먹을 게 없으니까 그런 일이 빈번하다는 거예요. 선교도 중요하지만 먼저 북한 주민들부터 살려야겠더라고요. 그래서 생필품이나 돈을 보내는데, 이전에는 보내는 돈의 30% 정도였던 수수료가 요즘은 50%까지 올랐어요.” ―북한에도 지하교회가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적당한 용어가 없어서 ‘지하교회’라는 말을 쓰는데…. 동굴이나 지하실 같은 데서 은밀하게 모이는 교회를 생각하면 안 돼요. 북한은 너무 감시가 심해서 그런 모임을 갖기가 거의 불가능하거든요. 친인척도 믿기 힘드니까…. 북한에 들어간 선교사들도 정말 믿을 만한 사람 한두 명씩 만나 전도하는데, 그마저도 발각돼 잡히니까요.” ―지금 북한에 억류된 우리 선교사들이 꽤 있다고요.“납치돼 수년째 북한에 억류된 분(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선교사 등)이 지금 여럿 있습니다. 우리 교회에서도 탈북자 출신으로 신앙을 가진 뒤 선교를 위해 다시 북한에 들어갔다 잡힌 분이 10여 명이나 돼요. 이 중 6명은 처형된 게 확인됐고요. 억류자 송환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하는데 소극적이어서 안타깝습니다.” ―앞서 우리가 북한을 너무 모르고 있다고 했습니다. “자기만 살기도 너무 힘드니까 북한에는 지금 남을 위한 이타적인 행동,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 이런 개념들이 거의 없어요. 가족이라는 개념도 상당히 무너진 상태지요. 배급받은 밀가루로 떡을 만들었는데 아내, 자식은 고사하고 자기 어머니도 안 주고 남편이 혼자 다 먹었다며 기막혀 한 탈북자도 있으니까요. 이런 사람 2000만 명이 갑자기 우리와 섞이게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잖아요. 그래서 북한을 제대로 아는 교육이 꼭 필요한데, 우리는 그게 전혀 없어요. 정말 제대로 된 북한 알기 교육이 필요합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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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사업은 수단일 뿐” 지구 지키기 위해 돈 번다는 기업

    2011년 11월 미국의 친환경 패션 브랜드인 ‘파타고니아’는 ‘블랙 프라이데이’를 맞아 뉴욕타임스에 황당한 광고를 내보냈다. 광고 카피는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 사지 말라고 한 옷은 자사 인기 제품인 R2 재킷이었다. 파타고니아가 이런 광고를 내보낸 것은 환경에 대한 회사의 철학을 역설적으로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우리의 터전인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한다’는 기업 철학을 가진 파타고니아는 이미 재활용 원단, 염색하지 않은 캐시미어, 중고 옷 구매를 장려하고 망가진 옷을 수선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나아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깊이 생각하고 적게 소비하자는 취지로 이 같은 광고까지 한 것. 이런 철학에 사람들은 열광했고, 파타고니아는 미국 3대 아웃도어 브랜드로 올라섰다. 파타고니아의 지속가능경영 담당 부사장으로 있으면서 이 광고를 기획했던 릭 리지웨이가 회사 창업자인 이본 쉬나드, 노스페이스 창업자인 더그 톰킨스 등과 함께 30여 년 동안 전 세계 오지를 다니며 보고 겪은 일을 담았다. 칠레 마젤란 피오르, 남극, 보르네오섬 횡단에서 에베레스트와 K2봉에 이르는 발길을 보면 ‘이런 곳을 어떻게 갔을까’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그렇다고 단순한 오지 기행문으로 생각하면 오산. 탐험 중 만난 치루(티베트 영양), 벨루가고래 등 멸종위기 생명에 대한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왜 저자가 수십 년간 환경운동에 천착하고, 자사 제품을 사지 말라는 광고까지 기획했는지 이해가 간다. 오지 기행문, 환경운동 지침서를 넘어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지침이 될 만하다. “(톰킨스의 아내로 파타고니아 최고경영자를 지낸) 크리스와 더그는 더 야심찬 계획을 이루기 위한 일을 하고 있었다. (칠레) 파타고니아 중심에 국경을 품은 공원, 옐로스톤 국립공원보다 규모가 큰 공원을 조성하는 것이었다. … 그들은 이 미래의 프로젝트를 ‘미래 파타고니아 국립공원’이라고 불렀다.”(23장 ‘세계 최고의 국립공원을 꿈꾸다’에서) 이들은 남아메리카 최남단 파타고니아에서 매입한 어마어마한 면적의 땅을 칠레와 아르헨티나 정부에 기부해 국립공원으로 만들게 했다. 파타고니아 창립자 이본 쉬나드는 지난해 자신과 가족이 소유한 회사 지분을 환경보호운동 단체에 넘겼다. 읽다 보면 일과 직업을 숭고한 가치를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한 존경심이 생긴다. ‘인생을 원하는 삶으로 꽉꽉 채우고 싶은 모든 분에게…’라는 한비야(국제구호전문가·오지여행가)의 추천이 마음에 와 닿는 것도 그런 까닭인 듯싶다. 여담이지만 지금 북한산 인수봉을 오르는 인기 코스인 쉬나드 A, B루트는 이본 쉬나드가 주한 미군으로 근무하던 1963∼1965년 개척했다고 한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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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 소녀 합창단, 폭격 속 연습… 참상 알리려 초청”

    음악으로 세계에 평화와 화합,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2023 강릉세계합창대회가 13일 막을 내린다. 34개국 320여 개 팀, 8000여 명이 참가해 음악으로 국가, 인종, 성별을 뛰어넘어 하나 되는 장을 펼친 이 대회는 ‘합창 올림픽’으로 불린다. 이번 대회에서 특히 눈길을 끈 이들은 전쟁 중인데도 참가한 우크라이나의 보흐니크 소녀합창단. 이 합창단 단원 40명을 초청하는 데 산파 역할을 한 김태양 우크라이나지원공동대책위원회 사무총장(남양주참빛교회 목사·사진)은 10일 전화 인터뷰에서 “전쟁의 참상과 평화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초청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지원공동대책위(위원장 이양구 전 주우크라이나 대사)는 전쟁이 발발한 직후인 지난해 3월 발족했으며 국내외에서 우크라이나를 위한 각종 생필품 지원 및 전후 재건 준비 운동을 펼치고 있다. ―우크라이나 합창단은 어떻게 초청하게 된 건가. “처음에는 국내에 있는 우크라이나 사람들과 우크라이나를 돕는 한국 및 일본 사람들로 연합 합창단을 만들려고 했다. 전쟁의 참상을 알리고 우크라이나를 돕는 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한 우크라이나 공동체에 있는 니콜라이라는 친구가 키이우에 좋은 합창단이 있는데 그들을 초청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했다. 바로 보흐니크 소녀합창단이었다. 1970년대에 창단돼 전 세계, 특히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단체다.” ―초청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마침 강릉세계합창대회 조직위원회에서도 우크라이나 합창단을 초청하고 싶어 했는데, 전쟁 중이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조직위 승낙을 받고 1월부터 접촉했는데 4월까지는 결정해야 참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초청장과 항공권 발송, 경비 입금 등 우리 쪽에서 해야 할 일도 많았지만, 전쟁 중이라 합창단원들이 가족의 허락을 받는 데도 시간이 필요했다. 키이우에서 폴란드 바르샤바까지 버스로 16시간을 이동해 이달 1일 한국에 왔는데, 폴란드에 입국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까지 혹시 무슨 일이 있을지 몰라 마음을 졸였다.” ―단원들이 폭격 속에서도 연습했다고 들었다. “연습 중에 공습경보가 발령되면 건물 지하 대피소로 피했다가 해제되면 다시 모이기를 반복했다고 하더라. 폭격을 피해 3시간 넘게 대피소에 숨어 있던 적도 있고. 러시아군의 폭격이 낮밤을 가리지 않고 수시로 있어 시도때도 없이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리는 데다 가족이 참전 중인 단원들은 가족 걱정으로 대부분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다고 했다. 일부 단원은 대회 개막식 폭죽 소리에 폭격을 떠올릴 만큼 일상이 무너진 상태다.” ―보흐니크 소녀합창단은 3일 올해 4월 발생한 강릉 산불 피해 지역에서 이재민들을 위한 공연도 열었다. “대형 산불로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주저앉은 건물과 잔해 앞에서 노래했는데, 이는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합창단이 대회를 위해 준비한 60여 곡의 주제가 모두 ‘평화와 희망’이다. 힘들어도 희망을 잃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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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꽃 카페서 차 마시고 국보도 감상… ‘저 절로’ 템플스테이 어때요

    ‘절’로 가면, ‘저절로’ 즐거워∼. 다가오는 여름 휴가철. 가고 싶은 곳은 많지만, 막상 정하려고 하면 걸리는 것이 많다. 비용, 안전, 교통, 주변 볼거리에 아이들 안전과 교육적 효과까지, 이것저것 따지다 보면 정작 가장 중요한 ‘휴식’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없다. 이럴 땐 템플스테이가 어떨까. 문화유적 탐방은 물론이고 마치 외국 휴양지 카페에 온 듯한 분위기를 지닌 절들도 많아지고 있다.● 지리산이 품은 작은 정원 수선사경남 산청 수선사는 여행 마니아 사이에서는 연꽃 카페와 아름다운 정원, 연못으로 유명한 곳. 절은 30여 년 돼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절도 관광지로 보는 요즘 트렌드에 어느 정도 맞춰야 한다는 주지 스님의 생각 때문에 한 폭의 정갈한 정원으로 태어났다. 유명한 연꽃 연못은 공사를 위해 땅을 팠더니 돌이 많이 나왔고, 그 돌을 빼냈더니 물이 고여 저절로 연못이 됐다고 한다. 개화 시기인 7∼8월, 수면 가득 핀 연꽃을 보며 걷는 맛이 일품이다. 대웅전 앞 잔디밭은 캠핑장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템플스테이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지만, 수려한 경관에 끌려 데이트를 하거나 차 한잔하러 오는 관광객이 더 많다. ● 국보와 함께하는 시간 전남 순천 송광사는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진 불보사찰(佛寶寺刹) 통도사(경남 양산), 부처님의 가르침인 팔만대장경이 있는 법보사찰(法寶寺刹) 해인사(경남 합천)와 함께 한국 불교의 승맥(僧脈)을 잇는 승보사찰(僧寶寺刹)이다. 대찰답게 경내에 박물관이 있어 목조삼존불감, 혜심고신제서, 국사전, 금강반야경소개현초 등 국보, 보물들이 즐비해 아이들과 함께 둘러보기 좋다.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는 1박 2일간 저녁 및 새벽 예불, 스님과의 차담 등을 경험하는 체험형과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휴식형이 있다. 7월 말∼8월 말 일반인이 참여할 수 있는 여름수련법회(2박 3일)도 열린다.● 세계문화유산 음미 다성(茶聖) 초의선사(1786∼1866)로 유명한 전남 해남 대흥사는 여름 가족 특별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대흥사는 서산대사(1520∼1604)의 금란가사와 발우 등이 봉안된 곳으로 201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매표소에서 일주문까지 이르는 약 4km의 숲길은 말 그대로 장관.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쭉쭉 뻗은 나무들과 계곡 물소리가 어우러져 감탄을 자아낸다. 추사 김정희가 쓴 무량수각 현판, 원교 이광사의 대웅보전 현판, 정조대왕의 표충사 현판을 자녀들과 감상한다면 살아있는 교육이 따로 없다. 이 밖에 인천 강화 전등사는 사회 초년생을 위해 사회생활 잘하는 법, 나와 맞는 사람 만나는 법을 알려주는 ‘어른 수업’ 특별 템플스테이를 진행한다. 경북 경주 골굴사는 초등학생, 중학생을 대상으로 선무도 수련, 승마, 국궁을 가르치는 여름 캠프를 운영한다. 대부분의 템플스테이는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운영하는 템플스테이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단, 산청 수선사 같은 일부 사찰은 직접 사찰에 신청해야 한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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