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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블랙핑크 멤버 로제와 팝스타 브루노 마스가 부른 히트곡 ‘APT.(아파트)’가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을 역주행하며 역대 K팝 여성 가수 중 가장 높은 5위에 올랐다. 6일(현지 시간) 빌보드에 따르면 ‘아파트’는 ‘핫100’에서 전주보다 29계단 상승해 5위를 기록했다. ‘아파트’는 지난해 10월 공개되고 11월 2일 ‘핫100’ 8위에 오르면서 K팝 여성 가수 기준 역대 최고 순위를 기록했지만 연말 캐럴 음악 등에 잠시 순위가 밀렸다. 그러다 이번에 다시 5위에 오르면서 로제는 자체 기록을 경신하게 됐다. 종전 K팝 여성 가수 최고 순위는 블랙핑크와 미국 팝스타 셀레나 고메즈가 부른 ‘아이스크림’이 기록한 13위였다. ‘아파트’는 지난해 12월 27일부터 이달 2일까지 전 세계에서 1억4480만 회 온라인 스트리밍된 것으로 집계됐다. ‘핫100’ 1위는 레이디 가가와 브루노 마스가 부른 ‘Die with a Smile’, 2위는 샤부지의 ‘A Bar Song’이었다. ‘아파트’는 로제의 첫 솔로 정규앨범 ‘로지(rosie)’의 선공개곡으로, 한국의 술 게임인 ‘아파트 게임’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다. 반복적이고 중독성 있는 후렴구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엘리트 예술가가 아닌 시민 예술가의 숫자가 사회의 수준을 나타낸다고 생각해요. 주인공으로 사는 사람, 주위 문제를 무대에 올리는 사람이 많아야 ‘다음 사회’로 나아갈 수 있죠. 생활예술과 전문예술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 제 연극의 목표입니다.” 지난해 연기 경력이 없는 어린이 비전문배우 10명이 출연한 연극 ‘이상한 어린이 연극―오감도’로 제61회 동아연극상 새개념연극상을 받은 연극제작집단 ‘공놀이클럽’의 연출가 겸 극작가 강훈구(34). 당시 이 연극은 “아동극에 대한 편견을 깨부쉈다”는 찬사를 받았다. 그뿐 아니다. 강 연출가는 기존 연극계 관습과 형식에서 탈피한 작품들로 지난해 동아연극상과 한국연극평론가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연극 베스트 3’ 등 굵직한 연극상들을 휩쓸었다. 3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예술극장에서 만난 그는 “기쁘고 무섭다. 연출가보다 출연진, 창작진이 더 돋보인 작품이라 주신 상 같다”며 밝게 웃었다. 연희예술극장에서 공연 중인 신작 ‘클뤼타임네스트라’ 역시 제작 과정부터 남다르다. 대본이 먼저 나온 뒤 연습을 시작하는 기존 방식이 아닌, 연습에 들어가고서야 집필을 시작했다. 그리스 비극 ‘아가멤논’을 모티프로 한 이 작품에 12·3 불법 비상계엄 등 최근 사건이 생생히 담길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강 연출가는 “연극은 관객 눈앞에서 벌어지는 예술이기에 영화, 드라마보다 시차를 좁히는 게 중요하다”며 “무대 위 세계를 목격한 관객이 현실의 정치사회를 한발 떨어져서 생각해 보기를 바랐다”고 했다. ‘공놀이클럽’의 모험은 아동·청소년극에서 더욱 반짝인다. 통상적으로 성인 배우가 어린이 역할을 맡는 ‘어린이 없는 어린이극’이란 불문율에서 과감히 탈피했다. 특히 ‘이상한 어린이 연극-오감도’는 ‘제○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로 잘 알려진 이상의 시 ‘오감도’를 아이들의 상상력으로 재해석했다. 작품은 스산한 불협화음을 배경으로 어린이는 단지 겁먹은 존재가 아닌 ‘무서운 존재’로서 전쟁이나 이혼 등을 스스럼없이 거론한다. 실제로 대본은 제작에 참여한 아이들의 아이디어로 완성되기도 했다. 강 연출가는 “교훈적인 연극에서 질문하는 연극으로 거듭나고자 했다”며 “아이들이 쉽게 겁먹는 이유는 충분한 정보가 없어서이지, ‘애들은 몰라도 되는 얘기’를 받아들이기 힘들어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강 연출가가 처음부터 이른바 ‘돈 안 되는’ 아동·청소년극에 매진한 건 아니었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재학 시절 “극예술연구회의 ‘나이롱’ 멤버”였던 그는 2017년 사회비판적 희곡을 쓰면서 연극계에 입성했다. 데뷔작 ‘미인도 위작 논란 이후 국립현대미술관 제2학예실에서 벌어진 일들’이 문예위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으로 선정됐다. 하지만 크고 작은 정치적 격변이 이어진 뒤에도 기대만큼 바뀌지 않는 세상을 보면서 어릴 적 바라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깊이 자문했다. 어른이 되려는 이들을 위한 연극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비판적 담론도 좋지만, 솔직한 연극을 하고 싶었어요. 아동극을 보러 오는 관객 다수가 20, 30대인 건 어릴 적 유예해야 했던 욕망과 고민을 뒤늦게라도 복기하기 위함이라 생각해요. 연극을 통해 청소년, 청년에게 ‘나 잘 살고 있는지’ 솔직하게 묻고 싶습니다.” 이러한 천진함은 ‘공놀이하듯 연극한다’는 공놀이클럽의 바탕이다. 이곳저곳으로 통통 튀어오르면서 질문을 공처럼 굴린다는 개념이다. “공놀이를 하려면 시간, 공간, 친구, 옷을 버려도 되는 마음이 필요하죠. 그중 무엇 하나 제대로 갖기 쉽지 않은 세상이지만 연극 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학예회라도 괜찮아요. 모두가 즐기고, 누구든 실수해도 괜찮은 사회에선 우리가 모인 것만으로도 사건이 되니까요.”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 로제와 팝스타 브루노 마스가 부른 히트곡 ‘아파트(APT.)’가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을 역주행하며 역대 K팝 여성 가수 중 가장 높은 5위에 올랐다.6일(현지시간) 빌보드에 따르면 ‘아파트’는 ‘핫100’에서 전주보다 29계단 상승해 5위를 기록했다. ‘아파트’는 지난해 10월 공개되고 11월 2일 ‘핫100’ 8위에 오르면서 K팝 여성 가수 기준 역대 최고 순위를 기록했지만 연말 캐롤 음악 등이 각종 차트 상위에 오르면서 잠시 순위가 밀렸다. 그러다 이번에 다시 5위에 오르면서 로제는 자체 기록을 경신하게 됐다. 종전 KK팝 여성 가수 최고 순위는 블랙핑크와 미국 팝스타 셀레나 고메즈가 부른 ‘아이스크림’이 기록한 13위였다.‘아파트’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일까지 전 세계에서 1억4480만 회 온라인 스트리밍된 것으로 집계됐다. ‘핫100’ 1위는 레이디 가가와 브루노 마스가 부른 ‘Die With a Smile’, 2위는 샤부지 ‘A Bar Song’였다.‘아파트’는 로제의 첫 솔로 정규앨범 ‘로지(rosie)’의 선공개 곡으로, 한국의 술 게임인 ‘아파트 게임’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다. 반복적이고 중독성 있는 후렴구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뮤지컬의 본고장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한국 뮤지컬 최초로 ‘100만 달러 클럽’에 입성한 ‘위대한 개츠비’가 지난 연말 일주일간 매출 260만 달러(한화 약 38억 원)를 돌파했다. 브로드웨이에서 주당 매출액 100만 달러는 작품의 성패를 결정하는 기준이다.6일 플레이빌에 따르면 지난달 23~29일 ‘위대한 개츠비’는 매출액 261만 달러를 냈다. 이는 뮤지컬 ‘위키드’(503만), ‘라이온킹’(420만), ‘해밀턴’(293만), ‘알라딘’(280만)의 뒤를 잇는 다섯 번째다. 지난해 5월부터 8개월째 ‘위대한 개츠비’가 공연되고 있는 브로드웨이 시어터는 ‘레미제라블’ ‘미스사이공’ 등의 대작이 거쳐 간 극장으로, 브로드웨이에서 두 번째(약 1700석)로 크다. 지금까지 이곳에서 낸 최고 매출액은 2018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180만 달러다.작품은 미국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토대로 한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데스노트’ 등을 만든 국내 공연 제작사 오디컴퍼니가 제작해 지식재산권(IP)까지 보유했다. 4월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와 7월 서울에서 공연이 예정돼 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2024년 무용계는 최호종와 전민철 등 스타 무용수들의 탄생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2025년 새해 무용계는 이처럼 확대된 저변을 바탕으로 한국무용과 발레, 현대무용 등 여러 장르에서 다채로운 신작을 준비 중이다. ‘한국 무용계의 아이돌’ 최호종을 배출한 국립무용단은 올해 연이어 현대 무용가와 손잡는다. 4월 3∼6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되는 신작 ‘미인’이 올해의 최고 기대작. 최근 무용 서바이벌 예능에서 코치로 활약하며 이름을 알린 안무가 정보경, 지난해 배우 황정민 출연으로 화제 몰이한 연극 ‘맥베스’의 연출가 양정웅이 협업했다. 6월 25∼29일 달오름극장에서는 에르메스와 나이키가 선택한 현대 무용가 예효승의 신작 ‘파이브 바이브’가 열린다. 국립무용단 남성 무용수 전원이 출연해 원초적 자유로움과 역동성을 표현한다. 굵직한 안무가들이 나선 현대무용 신작도 눈길을 끈다. 11월 8, 9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는 세계적인 현대 무용가 윌리엄 포사이스의 대표작 ‘One flat thing, reproduced’를 국립현대무용단이 국내 초연한다. 5월 23∼2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열리는 ‘우리는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에는 무용수 겸 안무가 김보람, 이재영, 정철인 등이 한자리에 모인다. 다음 달 7∼9일 서울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는 ‘죽고 싶지 않아’ 등을 안무한 류장현의 신작 ‘그래비티(Gravity)’가 공연된다. 지난해 ‘제2의 김기민’ 발레리노 전민철이 이목을 집중시킨 발레계에서도 묵직한 신작 행렬이 이어진다. 다음 달 28일부터 3월 1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와이즈발레단의 신작 ‘갓: 세렝게티’가 공연된다. 신을 넘어서려는 인간 문명의 위대함과 무모함을 춤으로 풀어낸다. 국립발레단은 세계적인 안무가 2인의 작품을 새롭게 선보인다. 먼저 관객을 맞는 건 5월 7∼11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리는 ‘카멜리아 레이디’.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에게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를 안겨준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적인 발레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가 프레데리크 쇼팽의 음악을 배경으로 안무했다. 체코를 대표하는 안무가 이르지 킬리안의 작품 세 편을 묶은 ‘킬리안 프로젝트’도 6월 26∼29일 서울 강남구 GS공연장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에드바르 뭉크의 그림 등에서 영감을 얻어 안무됐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지난해 공연 티켓 판매액이 2년 연속 영화 티켓 매출액을 넘어섰다.3일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지난해 뮤지컬, 대중음악 등 공연 티켓 판매액은 1조4537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보다 14.5% 증가한 수치다. 영화 매출액(1조1945억 원)보다 많다. 총 티켓예매액 기준 상위 10개 공연 중 콜드플레이 내한공연(1위)과 가수 임영웅 콘서트(7, 8위)를 제외한 7개는 전부 뮤지컬이었다. 지난해 뮤지컬 티켓 판매액은 4650억 원으로 전년(4591억 원)보다 1.3% 증가했다.뮤지컬 시장의 성장은 검증된 히트작들이 견인했다. 지난해 뮤지컬 티켓 예매액 1위는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뮤지컬 ‘알라딘’이었다. 디즈니의 동명 애니메이션을 토대로 한 뮤지컬로 지난해 11월 국내에 첫선을 보였다. 스타 뮤지컬 배우 김준수, 정성화, 민경아 등이 출연해 주목받았다. 내년 6월까지 서울 공연이 계속되며, 현재 예매 가능한 3월 초까지 좌석 대부분이 팔린 상태다.매니아층을 보유한 스테디셀러 뮤지컬들이 뒤를 이었다. 2014년 초연된 ‘프랑켄슈타인’(2위), 2000년 초연된 스테디셀러 ‘시카고’(3위), 2014년 초연된 ‘킹키부츠’(4위) 등 10년 이상 재공연된 작품이 많았다. 뮤지컬 예매액 상위 10개 작품 중 창작뮤지컬이자 신작으로서 순위 안에 오른 작품은 ‘베르사유의 장미’뿐이다. 외국에서 창작된 작품의 판권을 수입해 국내에서 공연하는 라이선스 작품은 7개에 달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묵직한 서사, 강렬한 캐릭터로 올해 극장을 뜨겁게 달궜던 ‘셰익스피어 희곡 열풍’이 새해에도 이어진다. ‘오셀로’ 등 원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연극과 뮤지컬이 연초부터 줄줄이 펼쳐질 예정이다.‘드라마의 정수’로 불리는 셰익스피어 희곡은 뚜렷한 기승전결이 특징이다. 다채롭게 변주돼도 이야기의 힘을 잃지 않는 이유다. 이달 국내 초연된 연극 ‘로미오 앤 줄리’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열여덟 살 동갑내기가 사랑에 빠지면서 겪는 이야기로 탈바꿈시켰다. 원작 속 명문가 자제 로미오는 넉넉지 않은 환경에서 홀로 아이를 키우는 싱글 대디로, 줄리엣은 가난한 집안에서 천체물리학자를 꿈꾸는 우등생으로 재탄생했다. 두 주인공의 사랑을 가로막는 것은 집안의 반대가 아닌 혹독한 현실. 연극 ‘킬롤로지’ 대본을 쓴 극작가 게리 오언의 신작으로, 지난해 영국 런던 내셔널시어터에서 초연됐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스24아트원 2관에서 내년 3월까지 공연된다.내년 7∼9월엔 같은 원작을 셰익스피어의 사랑 이야기로 재구성한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가 관객을 만난다. 가난한 천재 작가 셰익스피어가 연극을 사랑하는 여인 비올라와 사랑에 빠지면서 겪는 이야기를 원작의 틀에 맞게 바꿔 풀어낸다. 제7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 등 7개 부문을 석권한 동명 영화(1998년)를 영국 극작가 리 홀이 희곡으로 만들었다. 대사 곳곳에 ‘소네트 18번’ ‘베니스의 상인’ 등 셰익스피어 대표작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고, 뮤지컬적 요소가 더해져 셰익스피어 입문자도 편하게 볼 수 있다. 뮤지컬 ‘헤드윅’ 등을 무대에 올린 공연제작사 쇼노트가 만들었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왕자 햄릿을 해군 출신 공주로 바꾼 파격적 각색으로 올해 7월 매진 행렬을 이어갔던 국립극단 ‘햄릿’처럼 400년 전 쓰인 고전을 시대에 맞게 뒤튼 작품도 선보인다. 내년 1월 8∼26일 대학로 SA HALL에서 공연되는 창작뮤지컬 ‘오셀로의 재심’은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인 ‘오셀로’를 여주인공 데스데모나 입장에서 새롭게 그렸다. 장군 오셀로가 아내 데스데모나를 살해한 죄로 특별법정에서 다시 심판받는다. 원작에선 무고한 희생양에 그쳤던 데스데모나의 시선으로 사랑과 폭력의 실체를 들여다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으로 선정됐다. 오셀로 역은 배우 고영빈과 고훈정이, 데스데모나 역은 박란주가 연기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뮤지컬 팬인 직장인 김태은 씨(28)는 최근 뮤지컬 ‘웃는 남자’의 티켓 R석을 17만 원에 예매한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최고가석이 보통 19만 원 정도 하다 보니, 이 정도는 ‘합리적 가격’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김 씨는 “사실 부담이 큰 가격인데 요즘 티켓값이 너무 오르다 보니 이상한 착시 효과를 느낀 것 같다”며 “5년 가까이 기다린 작품이지만 너무 비싸 여러 번 보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올 한 해 뮤지컬, 콘서트 등 ‘티켓플레이션’(티켓값+인플레이션)이 가속화하며 관람객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올해 연극계는 역대 티켓 최고가(12만 원)를 경신했고 세계적인 가수,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은 40만, 50만 원대를 훌쩍 뛰어넘었다. 29일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티켓 1장당 평균 판매액은 6만6472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만727원) 대비 9.5% 상승했다. 대극장 뮤지컬의 경우 VIP석에서 4인 가족이 문화 생활을 즐기기 위해서는 80만 원에 육박하는 돈을 내야 한다. 뮤지컬 ‘알라딘’은 티켓 최고가가 19만 원, ‘지킬 앤 하이드’는 2021년 시즌보다 2만 원 오른 17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에 충성도 높은 ‘회전문 관객’까지 지갑 열기를 주저하기도 한다. 대학생 때부터 공연 관람을 즐긴 전모 씨(30)는 “출연진 조합을 바꿔 보는 재미가 크지만 요즘은 후기를 미리 꼼꼼히 살펴본 뒤 꼭 보고 싶은 조합만 본다”며 “예전보다 재관람 할인이 줄어 소득이 없던 학생 때보다 부담이 더 크게 느껴진다”고 했다.세계적인 가수,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 가격은 더 높다. 내년에 예정된 내한 콘서트는 고가의 각종 패키지 상품을 내놨다. 콜드플레이의 경우 백스테이지 투어와 무대 위 사진 촬영, 한정판 굿즈 등이 포함된 패키지석 가격이 108만 원에 달한다. 밴드 오아시스는 한정판 굿즈, 팔찌가 포함된 VIP 패키지를 41만7000원에 판매한다. 올해 한국을 찾은 오스트리아 빈 필하모닉과 독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은 R석 가격이 각각 53만 원, 47만 원이었다. 내년 뮤지컬 ‘위키드’, 세계 3대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 등이 예정된 가운데 지나치게 오른 티켓 가격이 문화 생활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7일 발표한 ‘2024 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에 따르면 소비 위축,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보편화 등의 영향으로 월평균 여가 비용은 전년보다 7.5% 줄어들었다. 공연계는 각종 제작비, 물류비는 물론이고 환율과 인건비까지 줄줄이 올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할인 프로모션이 줄고 일회성 관객이 유입되면서 매출액은 늘었으나 활황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며 “제작·기획사끼리 관객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살피며 추가 인상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상상만발극장2의 ‘하얀 밤을 보내고 있을 너에게’와 제12언어 연극 스튜디오의 ‘화성에서의 나날: 파트1’이 제61회 동아연극상 작품상을 수상했다.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위원장 김옥란)는 23일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에서 최종 심사를 진행해 수상작이 없는 대상을 제외하고 작품상 연출상 연기상 등 9개 부문 수상작과 수상자를 선정했다. 올해 본심에는 심사위원 추천작 29편이 올랐다. 김옥란 위원장은 “주목할 만한 다양한 시도가 돋보인 한 해였다. 다채로운 주제들, 젊은 창작진의 신선한 접근은 다양한 기준을 가지고 작품을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고 총평했다. 이어 “앞으로 국내 연극계에 여러 색채와 시선을 지닌 작품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작품상을 받은 ‘하얀 밤을 보내고 있을 너에게’는 연출상(박해성)까지 거머쥐었다. 2교대 노동자인 ‘새벽’과 승무원 ‘여정’이 서로 다른 시차로 인해 엇갈리면서도 연결을 모색하는 과정을 그린다. 초연결 시대가 만들어낸 고립의 세상에서 연결의 의미와 가능성을 새로이 짚는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감수성과 세계관을 밀도 있게 담았다. 짧은 장면을 영상적 감각으로 전개해 이들의 슬픔과 피로를 과하지 않고 위트 있게 풀어냈다”는 평을 받았다.‘화성에서의 나날: 파트1’은 화성 탐사를 떠난 두 등장인물이 사고를 당하면서 우주에 고립된 상황을 주축으로 한 산문 연극이다. 사뮈엘 베케트의 부조리극 ‘고도를 기다리며’의 ‘21세기 버전’이라는 평을 얻었다. 작품에 출연한 백종승 배우는 유인촌신인연기상도 수상했다. “작은 작품이지만 인공지능(AI)과 비인간 담론 등 깊이 있는 주제를 신선한 연극성으로 풀어냈다. 의자를 활용해 유영하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등 연출적 시도도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연기상을 받은 조영규 배우(‘진천 사는 추천석’)에 대해서는 “관객이 극 중 설정을 믿고 따라올 수 있도록 진솔하게 연기하는 점이 돋보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상자 송인성 배우(‘간과 강’)는 “긴 시간 동안 인물을 창조해야 하는 고독한 작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공연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카르타고’ ‘애도의 방식’ 등에 출연한 최호영 배우와 ‘화성에서의 나날: 파트1’ 백종승 배우는 나란히 유인촌신인연기상을 받았다. ‘카르타고’에서 보호관찰소에서 자란 토미 역을 맡은 최호영에 대해서는 “희곡 분석력과 인물 형상화가 뛰어났다”고 평했다. 백종승은 “희극적 연기 캐릭터를 가졌으면서도 진솔한 연기를 보여주는 점이 눈에 띄는 배우”라고 했다. 희곡상은 ‘비명자들 3막―나무가 있다’를 쓰고 연출한 이해성 작가에게 돌아갔다. 2017년부터 이어진 ‘비명자들’ 시리즈의 완결편으로, 실체 없는 고통을 비명으로 형상화한 작은 인간들이 거대 권력에 맞서는 이야기다. “국가가 주도한 대학살을 3부작에 걸쳐 집요하게 밀고 나간 힘과 상상력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동창작 실패 다큐멘터리’로 신인연출상을 받은 본주 연출가에 대해서는 “꾸준히 작업을 해오면서 야생적인 힘과 근성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새개념연극상은 ‘이상한 어린이 연극―오감도’를 주최한 종로 아이들극장과 작품을 제작한 공놀이클럽이 받았다. 시인 이상의 대표작 ‘오감도’를 어린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공동 창작 다큐멘터리 연극이다. 심사위원들은 “어린이 연극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부쉈다. 어린이극의 창작 방법론을 새롭고 깊이 있게 고민했다”고 말했다. 국립극단 ‘활화산’으로 무대예술상을 받은 임일진 무대디자이너에 대해서는 “시각적 스펙터클이 강렬했고 오브제 자체가 작품의 미학을 특정하는 대담한 시도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특별상에는 김민기(1951∼2024)와 ‘학전’이 선정됐다. 김민기는 1991년 대학로 공연 문화의 상징인 소극장 학전을 설립해 33년간 이끌었고, ‘지하철 1호선’ 등을 만들어 국내 창작 뮤지컬의 토대를 닦았다. 심사위원들은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작품을 만드는 데 헌신했고, 젊은 배우를 기용하는 민주적 시스템을 국내 연극계에 자리 잡게 했다”고 말했다. 수상작으로 이름을 올리진 못했으나 완성도 높은 소극장 연극도 다수 언급됐다. 트렁크씨어터프로젝트의 ‘김치찌개 웨스턴’, 그린피그의 ‘역사시비 시리즈’, 국립극단 ‘전기 없는 마을’ 등이다. 시상식은 내년 1월 20일 열릴 예정이다.“양자역학의 ‘다세계’서 영감… 무한고독 담아”‘하얀 밤을…’로 연출상 박해성씨“무한히 연결된 세상은 반대로 무한한 고독을 낳았어요. 이 질서를 받아들이되 우리가 어떻게 공존하고 연대할지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연극 ‘하얀 밤을 보내고 있을 너에게’로 제61회 동아연극상 연출상을 수상한 박해성 연출가(사진)는 23일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가 연출한 ‘하얀 밤…’은 초연결 시대, 연결성이 갖는 의미에 대해 새 방향성을 제시한 작품이다. 올해 작품상까지 받아 2관왕을 차지했다. 박 연출가는 “수상 소식을 듣고 오랫동안 같이 작업해준 동료들 한 명 한 명이 떠올랐다. 마침 ‘하얀 밤…’팀과 회식을 하는 날에 상을 받아 영광스럽고 감사하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작품은 2교대 노동자인 ‘새벽’과 그의 연인이자 승무원인 ‘여정’이 각자의 시차로 인해 계속 어긋나면서 시작된다. 저마다의 힘겨운 사정은 불안과 소외로 마음을 소진시키고, 두 사람을 멀어지게 한다. 이때의 시차(時差)는 무대 위에서 시차(視差)로 표현된다. 박 연출가는 “두 사람이 서로 바라보고 있어야 할 장면에서 바라보지 않게끔 연출하는 등 시공간이 확장될 수 있는 개념임을 녹여냈다”며 “이들이 어떤 세계, 어느 곳에서는 함께 존재하고 있음을 무대로 풀어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연출은 20세기 양자물리학자 휴 에버렛이 제시한 ‘다세계 해석’ 이론에서 영감을 얻었다. 학부에서 컴퓨터과학을 전공한 박 연출가는 2009년 연극계에 발을 디딘 후 ‘스푸트니크’ 등 여러 우주가 중첩된 세계관을 꾸준히 연출했다. 그는 “현상을 관찰해 가설을 세우고 실패를 거쳐 검증하는 과학적, 수학적 철학 훈련이 밑거름이 된 것 같다”고 했다. 박 연출가가 꿈꾸는 연극적 목표 역시 그의 ‘다세계 연작’과 연결된다. 통상 개개인으로 나뉘어 작업하는 창작자들이 서로 연대함으로써 고립 아닌 공존을 지향하자는 것. 그는 “함께 창작 의제를 만들고 교류하는 연극 생태계에서는 작품의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다양한 방식과 형태로 공존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관객에게도 다채로운 ‘시차’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이라고 했다. “백 명의 관객에겐 백 개의 연극이 있다고 생각해요. 한 가지 정해진 정답이 아니라 관객이 각자의 연극을 생성하는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하겠습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소득 피라미드의 최상위 포식자는 소득 대부분을 연 단위로 번다. 그러나 그 아래는 주 단위, 심지어는 시간당, 건당 소득을 올린다. 보수 지급 기간이 짧을수록 예측 불가능성과 소득 불안정은 더 커진다. 이는 정신적 스트레스로도 이어지기 쉽다. 책은 경제구조 변화에 따라 개개인의 시간 통제권이 줄어들게 된 역사를 되짚으면서 과로가 만연한 오늘날 ‘일하지 않을 권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영국 런던대 교수이자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의 공동창립자인 저자는 신자유주의가 확산하고 기업가 정신이 표준이 되면서 노동이 ‘열정’으로 미화됐다고 지적한다. 이는 일상과 노동 간 경계를 흐리는 결과를 낳았다. 자기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통제하게 될 줄 알았던 플랫폼 산업은 정반대의 결과를 낳았다. ‘기그 워커’(단기 계약하에 초단기 노동을 제공하는 근로자)의 현실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일’(work)과 ‘노동’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에 따르면 일은 가족 돌봄, 예술 활동, 공부 등 공동체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재생산 활동을 포함하지만, 노동은 태생적으로 따분하고 사고력을 앗아가는 수동적 행위를 뜻한다. 저자는 ‘일을 함으로써 자아 실현을 이룬다’는 오래된 명제 자체를 거부하지 않지만 노동을 옹호한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일의 가치까지 하락했다고 본다. 책은 특정 진영에 특별히 매몰되지 않는다. 시간 통제권을 상실시킨 주체가 좌우 진영 모두라는 것이다. 과거 사회민주주의자들이 노동주의를 받아들인 사실을 비판하며 “자유롭지 않은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이 아닌 정당한 소득 분배를 요구하는 데 그쳤다. 사람들을 예속된 지위에 밀어 넣고 물질적 궁핍에 대한 공포를 조장했다”고 지적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해법은 기본소득이다. 기본소득이 노동시간을 줄여 돌봄, 자원 활동 등 사회적 책임감을 강화할 것이라고 본다. ‘2030년이 되면 주당 15시간만 일할 것’이라던 케인스의 한 세기 전 예언이 빗나가는 지금 ‘일하지 않을 권리’에 대한 논쟁적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눈부신 달빛, 새빨간 장미. 결코 한 번도 약속을 어긴 적 없는 ‘낭만 호걸’ 시라노가 5년 만에 돌아왔다. 거인 앞에 당당히 콧대 세우고 낮은 자에게 무릎 꿇는 그 모습 그대로, 서사는 묵직해지고 애수는 더욱 깊어졌다. 6일 개막한 뮤지컬 ‘시라노’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내년 2월 23일까지 관객을 맞는다. 2017년, 2019년에 이어 이번에 세 번째 시즌을 맞아 넘버, 등장인물, 무대 등 작품 전반을 대폭 수정해 돌아온 것. 공연은 위선과 폭력이 만연하던 17세기 프랑스, 용맹한 가스콘 부대를 이끌며 “얼룩 한 점 없는 영혼”으로 산 시라노의 이야기를 그린다. 최고의 검객이자 익살맞은 시인이지만 괴상한 코를 가진 탓에 사랑하는 여인 ‘록산’ 앞에선 한없이 위축된다. 19세기 프랑스 희곡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가 원작. RG컴퍼니와 CJ ENM이 공동 제작했다.작품을 이끄는 주인공 시라노 역은 배우 최재림, 조형균, 고은성이 돌아가면서 연기한다. 초연, 재연에서 출연과 제작을 겸한 28년 차 ‘원조’ 뮤지컬 배우이자 RG컴퍼니 대표인 류정한은 이번 시즌 프로듀서 역할에만 매진한다. 18일 극장 백스테이지에서 만난 그는 “영혼 바쳐 사랑한 유일한 뮤지컬이다. 어지러운 세상에서 언제나 용기를 준다”면서 “작품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더 훌륭한 배우들이 많기에 출연은 중단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각 시라노를 빗대자면 최재림은 든든한 친구, 고은성은 귀여운 애인 같다. 조형균은 안아주고 싶은 시라노”라고 추켜세웠다. 이번 시즌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넘버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등에 참여한 프랭크 와일드혼이 총 3개의 넘버를 새롭게 작곡했다. 오프닝 넘버 ‘연극을 시작해’는 각 등장인물의 배경과 당대 사회상을 더욱 압축적으로 담아냈다. 이른바 ‘삐리빠라송’으로 불리며 B급 감성을 풍기던 넘버 ‘달에서 떨어진 나’는 한결 차분해졌다. 류 프로듀서는 “1막 ‘발코니 신’ 전까지 지나치게 길고 설명적이었다고 느꼈다. 오프닝 곡의 구체성을 보완해 초반 스피드를 높였다”고 했다. 이어 “‘달에서 떨어진 나’는 시라노의 어릴 적 아픔을 부각했다.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 뮤직비디오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시라노의 상징물이자 하이라이트로 등장하는 달 조형물은 초연 모습으로 돌아왔다. 달은 밝고도 애처로운 시라노의 영혼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결정체다. 류 프로듀서는 “재연 때는 극장 조건으로 인해 달 모형을 불가피하게 영상으로 대체했으나 질감, 색감이 전부 아쉬웠다”며 “이번 시즌 달의 의미를 강화했다. 시라노가 등장할 때 초승달 조명이 무대 바닥을 비추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했다. 무대세트는 ‘어른을 위한 동화’처럼 펼쳐진다. 종이가 겹겹이 쌓인 액자 속, 빛바랜 색감의 영상이 수놓이면서 극 중 배경을 낭만적으로 구현한다. 등장인물은 원작을 토대로 더욱 명료하고 개성 있게 거듭났다. 록산의 경우 아버지가 왕궁 검술사였다는 사실 등을 추가하고, 일부 장면에서 드레스 대신 바지를 입음으로써 주체성을 높였다. 록산 역 출연진은 무술 레슨을 통해 칼 잡는 자세도 바로잡았다. 1막에서 다소 가볍게 비치던 록산의 연인 크리스티앙에게는 진지함을 더해 2막과의 연결성을 높였다. 류 프로듀서는 “원작에 관련된 자료라면 가리지 않고 샅샅이 공부했다. 시라노에게는 붉고 긴 재킷을 입혀 열정과 헌신, 강인함을 시각적으로 부여했다”며 “관객이 너무 깊이 생각하지 않고도 울고 웃으며 ‘시라노’의 감동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한국연극평론가협회가 17일 극단 공놀이클럽의 ‘말린 고추와 복숭아향 립스틱’, 서울시극단의 ‘퉁소소리’, 프로젝트 아일랜드의 ‘장녀들’을 ‘올해의 연극 베스트 3’로 선정한다고 발표했다. 이 상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1월까지 국내 무대에 오른 연극 중 연극계에 유의미한 방향성을 제시한 작품 세 편에 수여된다. 극단 공놀이클럽의 ‘말린 고추와 복숭아향 립스틱’은 재개발과 가족 내 권력에 집착하는 할머니, 아들이 삶의 희망인 홀어머니, 몰래 립스틱을 바르는 서울대생 오빠와 재수생 여동생을 통해 자신과 타인의 굴레, 욕망을 들여다보게 하는 작품이다. 4명의 가족을 연기하는 배우들은 옷을 바꿔 입는 행위를 통해 돌아가면서 역할을 바꿔 연기한다. 이번 선정에서 “유쾌한 배반의 연극”이라는 평을 받았다. 이성곤 평론가는 “전통적인 가족 서사와 퀴어 서사가 나란히 등장하지만 휴먼드라마적 감동이나 도발에 기대지 않는다. 이 둘을 교차시키는 방식으로 뜻밖의 연극성을 성취해 낸다”며 “섣불리 화해를 시도하거나 이해를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도 미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극단의 ‘퉁소소리’는 17세기 조위한이 지은 고전소설 ‘최적전’을 원작으로 ‘스타 연출가’ 고선웅이 각색 및 연출했다. “자유분방하여 거칠게 보이지만 흠결 없는 연출이 정점에 이르렀다”는 평을 받았다. 고선웅은 제47회, 제52회 동아연극상에서 연출상을 두 차례 수상한 연극 연출가다. 백로라 평론가는 “실시간 국악 연주, 묵자들의 등퇴장, 과장과 반복의 행위 등 공연의 모든 요소가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리듬감 있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며 “어느 한 부분을 힘줘 꾸미지 않고 놀이하듯 자연스럽게 장면을 풀어 나갔다는 점에서 고선웅의 연출이 일정한 경지에 올랐음을 보여줬다”고 했다. 프로젝트 아일랜드의 ‘장녀들’은 “방대한 소설을 무대화한 모범 사례”로 꼽혔다. 일본 작가 시노다 세쓰코가 쓴 원작 소설을 서지혜 연출가가 각색한 작품이다. 공연의 1, 3부에서는 중증질환을 앓고 있는 부모를 부양하는 장녀의 삶을, 2부에서는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담론을 불교적 관점으로 다뤘다. 김건표 평론가는 “원작 서사를 집요하게 탐구한 서 연출가의 근성이 돋보였다”며 “균열 없는 박자감의 3부 구성은 연극적 미학을 보여줬고, 2부에 담긴 사회적 담론은 시각적으로 명확하게 드러났다”고 설명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조선 최고이자 최대의 여각 ‘용천루’. 카지노와 레스토랑까지 갖춘 이곳은 조선 땅에서라면 누구나 꿈꾸는 명소이자 한양도성 젊은이들의 ‘꿈의 직장’이다. 이곳에 출사표를 낸 네 청춘이 있다. 기존 규율들에 수시로 “하오나”로 반기를 들며 극의 재미를 더하는 이들은 왕의 아들인 ‘이은’, 용천루의 상속자 ‘천준화’, 조선의 미생 ‘고수라’, 그리고 숨은 홍일점인 남장여자 ‘홍덕수’다. 한양의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인턴 ‘하오나 4인방’의 파란만장 사랑과 성장을 그린 채널A 퓨전 사극 드라마 ‘체크인 한양’이 21일 오후 9시 10분 처음 방송된다. 자본의 힘이 신분의 위력을 넘어서기 시작하는 시대, 용천루의 주인에게 휘둘리는 왕실을 구하기 위해 인턴으로 위장한 이은과 아버지 죽음의 배후를 파헤치고자 용천루에 잠입한 홍덕수가 인연을 맺으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무영군 이은, 홍덕수 역은 각각 배우 배인혁과 김지은이 연기한다. 극 중 김지은은 분홍 쓰개치마를 쓴 홍재온과 푸른 도포에 갓을 쓴 남장 캐릭터 홍덕수를 재치 있게 오간다. 드라마 ‘엄마친구아들’, ‘천원짜리 변호사’ 등으로 인기를 얻은 그가 사극에 출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17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김지은은 “사극은 줄곧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였다. 그만큼 부담과 걱정이 컸지만 사극 경험이 많은 선배들이 큰 의지가 됐다”고 말했다. 드라마 ‘슈룹’에서 믿음직한 세자 역을 맡아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은 배인혁은 “사극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노를 젓는 주인공 배역에 욕심이 났다”며 출연 계기를 밝혔다. 목욕하는 사환들 사이, 홍덕수 홀로 옷을 싸매 입고 속저고리를 신경 쓰는 모습은 웃음을 불러 일으킨다. 배인혁은 “(김지은이) 카메라 밖에서도 일부러 털털하게 행동하면서 캐릭터를 완성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점점 잘생겨지는 덕수로 인해 남자 주인공으로서 위기의식을 느끼기도 했다”며 웃었다. 김지은은 “메이크업 단계부터 고심했다. 촬영 시작 전 화장을 1∼5단계로 나눠 홍덕수와 가장 이질감이 적은 단계를 상의했다”고 말했다.인턴 사환으로 입사한 ‘하오나 4인방’이 정식 사환이 되려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오늘날 세태와도 닮았다. “가문을 일으키겠다”는 고수라 역의 박재찬은 “한양의 MZ세대 캐릭터다. 솔직하고 열정 넘치는 면모가 실제 성격과 닮아서 몰입이 잘됐다”며 “네 사람이 함께 촬영할 때면 웃음을 참기 힘들 정도로 즐거웠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F4’처럼 ‘하오나 4인방’이 고유명사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여유만만한 상속자 천준화 역은 정건주가 연기한다. 작품을 연출한 명현우 감독은 “정건주 씨는 큰 키, 다부진 몸이 여심 잡는 천준화 역에 적격이라고 봤다. 박재찬 씨는 넷 중 유일하게 오디션을 거쳐 만장일치로 캐스팅됐다”고 밝혔다. 왕권을 두고 벌이는 치열한 정치 싸움은 드라마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 영화 ‘서울의 봄’에 출연한 배우 김의성,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김민정 등 베테랑 연기자들이 주·조연으로 출연해 무게감을 더한다. 김의성은 “금권이 지배하는 세상”을 꿈꾸는 용천루의 주인 ‘천방주’ 역을, 김민정은 용천루의 총지배인 ‘설매화’ 역을 연기한다. 명 감독은 “청춘 남녀들을 중심으로 진행되지만 왕좌에 얽힌 묵직한 이야기로 중장년층의 공감대를 높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총 16부작인 드라마는 매주 토, 일요일에 방영된다. 배인혁은 “용천루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기존 사극과 다른 매력을 줄 것”이라며 “시청률 목표 15%를 달성한다면 ‘하오나 4인방’이 용천루 교육생복을 입고 챌린지 춤을 추겠다”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프레핑(prepping).’ 종말 직전 세상에서 살아남고자 사냥칼, 전투식량, 요새 등 준비물을 갖추는 일에 강박적으로 투자하는 하위문화다. 그런데 과연 기후 위기, 핵무기, 민주주의의 붕괴로 위협받는 지금, 이런 행위가 목숨을 지켜줄지 의문이다. 저자는 “프레퍼는 두려움이 아닌 환상에 대비하고 있다. 더는 유용하지 않은 남성성 중심의 생활 양식으로 회귀하려는 환상”이라고 주장한다. 프레핑은 주로 미국 백인 남성 위주로 행해진다. 책은 종말론적 사고의 전모를 파헤친다. 종말을 맹신하는 이들이 준비해둔 안전시설 등을 직접 탐방하며 그 과정을 영화처럼 흥미진진하게 그려냈다. 온갖 음모론을 신봉하는 미국 부동산업자가 세워 올린 ‘최고급 벙커’에는 DNA 보관소와 승마장 등이 들어서고, 뉴질랜드의 땅은 기후 위기와 정치적 소요에서 비교적 안전한 ‘억만장자들의 피신처’로 판매된다. 저자는 “이러한 업체를 수용할 수 있는 문명은 어떤 의미에서는 이미 붕괴한 문명”이라고 지적한다. 종말론을 마주할 때면 두려움뿐 아니라 지겨움, 부당함 등 여러 감정이 동시에 두루뭉술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따져본다. 저자는 “오늘날 종말론의 문제는 지겹다는 것”이라며 종말이 어떤 한 원인으로 청천벽력처럼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온갖 전조들을 보이며 느리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미국 일론 머스크의 프로젝트 중 하나인 화성 식민지 계획처럼 종말에 대비해 우주를 식민지화하려는 계획은 석연찮은 느낌이 든다고 저자는 밝힌다. 이런 계획은 “과학기술에 대한 20세기 낙관론과 흥분을 회복하려는 연습”이라며 동시에 식민지 팽창 시대를 연상케 한다고 꼬집는다. 종말론적 불안의 다양한 근원을 밝혀냄으로써 몰락의 시대에 알맞은 마음가짐을 제시하는 책. 즉, 캄캄한 미래에 함몰되지 않고 ‘현재’와 ‘희망’에 다시 눈길을 돌리자는 것이다. ‘도피라는 죽음’과 허무주의 대신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직시하고 나아갈 것도 권한다. “모든 것은 무(無)로 변한다. 그러나 그전까지 모든 것은 무가 아니다. 그러니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라.”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걸그룹 뉴진스(사진)의 노래 ‘슈퍼내추럴’이 미국 뉴욕타임스(NYT) 선정 올해 최고의 노래로 꼽혔다. 9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는 ‘2024 베스트 송’ 68곡 중 하나로 ‘슈퍼내추럴’을 발표했다. K팝으로는 ‘슈퍼내추럴’이 유일하다. 뉴욕타임스는 매년 세 명의 대중음악 평론가에게 올해의 노래 및 앨범을 추천받아 발표한다. 올해 세 평론가 중 한 명인 존 캐러머니카는 “지난 몇 년간 가장 스타일리시한 K팝 그룹이 세련되고 엄청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노래를 만들어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그 밖에 팝스타 비욘세의 ‘텍사스 홀덤(Texas Hold ’Em)’, 사브리나 카펜터의 ‘플리즈 플리즈 플리즈(Please Please Please)’, 힙합 스타 켄드릭 라마의 ‘낫 라이크 어스(Not Like Us)’ 등이 목록에 올랐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소개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10일(현지 시간) 오후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사에서 열린 ‘2024 노벨상 시상식’ 연회장 내에 한국어가 또렷이 울려 퍼졌다. 소설가 한강의 수상 소감 차례를 소개하던 스웨덴 대학생 사회자가 한강을 한국어로 소개한 것. 사전 배포된 프로그램 큐시트에는 없는 한강을 위한 ‘깜짝 선물’이었다. 사실 이에 앞서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도 당초 한국어로 한강을 호명할 예정이었으나 막판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스웨덴 한림원을 대표해 문학상 시상 연설을 한 엘렌 맛손 종신위원은 당초 연설문을 스웨덴어로 낭독한 뒤 마지막 두 문장을 한국어로 호명하는 것을 검토했었다. 하지만 실제 시상식에선 영어로 한강을 소개했다. 한림원 측은 한강의 소설을 스웨덴어로 번역했던 번역가에게 부탁해 직접 한국어로 바꾼 소개 문장의 녹음본까지 전달받았지만, 실제 시상식에선 영어로 한강이 호명됐다. 자칫 어색한 한국어 발음이 시상식의 집중력이나 무게감을 흩뜨릴 수 있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한림원 측의 미안함이 연회에서의 한국어 깜짝 호명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도 나온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걸그룹 뉴진스의 노래 ‘슈퍼내추럴’이 미국 뉴욕타임스(NYT) 선정 올해 최고의 노래로 꼽혔다.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2024 베스트 송’ 68곡 중 하나로 ‘슈퍼내추럴’을 발표했다. K팝으로는 ‘슈퍼내추럴’이 유일하다. 뉴욕타임스는 매년 세 명의 대중음악 평론가에게 올해의 노래 및 앨범을 추천받아 발표한다. 올해 세 평론가 중 한 명인 존 캐러머니카는 “지난 몇 년간 가장 스타일리시한 K팝 그룹이 세련되고 엄청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노래를 만들어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그밖에 팝스타 비욘세의 ‘텍사스 홀덤(Texas Hold ’Em)’, 사브리나 카펜터의 ‘플리즈 플리즈 플리즈(Please Please Please)’, 힙합 스타 켄드릭 라마의 ‘낫 라이크 어스(Not Like Us)’ 등이 목록에 올랐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소개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10일(현지 시간) 오후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사에서 열린 ‘2024 노벨상 시상식’ 연회장 내에 한국어가 또렷이 울려 퍼졌다. 소설가 한강의 수상 소감 차례를 소개하던 스웨덴 대학생 사회자가 한강을 한국어로 소개한 것. 사전 배포된 프로그램 큐시트에는 없는 한강을 위한 ‘깜짝 선물’이었다. 사실 이에 앞서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도 당초 한국어로 한강을 호명할 예정이었으나 막판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스웨덴 한림원을 대표해 문학상 시상 연설을 한 엘렌 맛손 종신위원은 당초 연설문을 스웨덴어로 낭독한 뒤 마지막 두 문장을 한국어로 호명하는 것을 검토했었다. 하지만 실제 시상식에선 영어로 한강을 소개했다. 한림원 측은 한강의 소설을 스웨덴어로 번역했던 번역가에게 부탁해 직접 한국어로 바꾼 소개 문장의 녹음본까지 전달 받았지만, 실제 시상식에선 영어로 한강이 호명됐다. 자칫 어색한 한국어 발언이 시상식의 집중력이나 무게감을 흐트릴 수 있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한림원 측의 미안함이 연회에서의 한국어 깜짝 호명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LG와 함께하는 제19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피아노 부문) 결선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칠 주인공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9,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 종합문화관에서 열린 준결선 경연 결과 결선에 오르게 된 참가자는 김동주(20·서울대), 문성우(24·미국 뉴잉글랜드 음악원), 배재성(24·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 선율(24·프랑스 파리 에콜 노르말 음악원), 유성호(28·독일 하노버음악대학), 정지원(22·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 씨 등 6명이다. 배재성 씨는 준결선에서 베토벤 소나타 29번을 연주해 베토벤 소나타를 가장 잘 연주한 참가자에게 주는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는 “베토벤 소나타 중 가장 어려운 곡으로 꼽히는 데다 과거 손민수 선생님 연주를 듣고 깊은 감명을 받아 선곡했다”며 “곡이 내포하는 방대한 이야기가 마음에 일으키는 감정을 최대한 자유롭게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참가자 중 가장 어린 김동주 씨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는 이번이 처음이라 많이 긴장했다. 준결선 연주에서 완벽히 몰입하지 못해 다소 아쉽다”며 “존경하는 연주자들의 연주를 최대한 참고하면서 결선에 대비하려 한다”고 했다. 독일에서 입국한 유성호 씨는 “지난번 경연에서 5등을 받았다. 경연 결과와 상관없이 많은 연주 경험을 쌓고 한국인으로서 국내 가장 권위 있는 콩쿠르이기에 다시 참가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정지원 씨는 “준결선에선 음악 외적 요소가 빛을 보는 곡들로 선정했다. 작품별로 소리를 어떻게 달리 표현할지 고심했다”고 했다. 결선에서 선보일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에 대해서는 “준결선과 반대로 음악만이 존재하는 연주를 보여주는 것이 목표다. 브람스는 음악이 그 자체로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 작곡가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선율 씨는 “준결선에서 평소 안 하던 실수들을 해 시원섭섭하다. 주어진 기회에 감사하면서 열심히 준비한 만큼 최대한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콩쿠르를 위해 미국에서 입국한 문성우 씨는 “지난번 경연 당시 준결선에서 탈락했다. 콩쿠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발전했다고 느꼈기에 올해 다시 도전장을 냈다”며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고 말했다. 결선 경연은 12일 오후 7시와 13일 오후 2시 반부터 서울 종로구 서울아트센터 도암홀에서 김광현 지휘 한경아르떼필하모닉 협연으로 열린다. 모차르트, 베토벤, 라흐마니노프 등 작곡가의 피아노 협주곡 중 한 작품을 골라 연주한다. 시상식은 결선에 이어 13일 오후 5시 30분에 개최된다. 전석 3만 원.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예술가가 된다는 건 삶 전반에 걸쳐서 자신의 원천을 찾아내고 지문을 남기는 일이에요. 그러나 오늘날 국제 콩쿠르들은 ‘잘 팔리는 상품’을 탄생시키는 데 치중하는 경향이 있어요. 서울국제음악콩쿠르처럼 참가자가 내면을 탐구할 수 있도록 돕는 대회가 많아져야 합니다.” 올해 피아노 부문으로 열리는 ‘LG와 함께하는 제19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미국의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61)는 7일 서울 중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는) 참가자가 자기 강점을 보여줄 수 있는 곡들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특별하다”며 “쇤베르크, 천이 등 통상 경연에서 찾아보기 힘든 작곡가가 등장했다”고 말했다. “오늘날 한국인 피아니스트들은 세계 무대에서 걸출한 실력을 보여주고 있어요. 올해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러 미국에 왔을 때 제 사무실에 들러 연주를 들려주고 이야기를 나눴어요. 더는 내가 조언할 수 없는, 정상 중의 정상이에요. 국제적 대회를 서울에서 여는 건 응당합니다.” ‘조성진의 멘토’로 잘 알려진 케너는 1990년 클래식 콩쿠르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와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를 동시에 거머쥐면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발돋움했다. 각각 1등 없는 2등상, 동메달을 받은 것. 쇼팽 콩쿠르, 부조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 등 세계적인 대회에서 심사위원으로 활약해 심사 경력도 풍부하다. 그는 “심사위원 제안을 받고 굉장히 신났다. 참가자들이 굉장히 높은 수준일 것임을 직감으로 알았기 때문”이라고 미소 지었다. 다만 참가자들을 향해 ‘참신함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했다. 케너는 “콩쿠르에 참여하는 학생들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문제점이죠. 색다른 해석은 멋지지만 고민과 의도 없이는 안 된다”면서 “단지 외적으로 눈에 띄기 위함이라면 속임수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릴 적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후 스승 리언 플라이셔(1928∼2020)를 찾아가 조언을 구하던 순간을 떠올렸다. 스승의 한마디는 ‘네게 가르친 모든 것을 잊으라’였다. “오랜 배움이 예술적 발전의 마지막 단계가 아니라고 강조하셨어요. 지금까지 배운 걸 넘어 영혼 깊숙한 이야기를 듣고, 음악으로 화답하는 것. 그러기 위해선 음악을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연습이 필요해요. 작곡가가 악보에 써둔 가이드는 물론이고 역사적 문헌을 공부하면서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관객에게 설득력 있게 들려줘야 합니다.”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그 역시 예술적 원천은 “아직 찾아 나가는 중”이다. 그 여로를 함께하는 이는 ‘영혼의 동반자’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다. 두 사람은 2011년 처음 만난 뒤 꾸준히 같은 무대에 오르고 있다. 케너는 “무대에 오른 정경화는 음악적 정수를 추구하는 동시에 관객과 아주 친밀하게 소통한다. 어느 순간 무대가 사라지고, 관객과 대화하듯 연주한다”며 “같은 곡이라도 관객, 장소에 따라 다채롭게 변화한다. 존경스럽다”고 했다. “연주자만 음악에 심취해선 안 돼요. 관객 모두 즐길 수 있어야 하죠. 돈을 낸 이들에게 단지 ‘쇼’로 보여주는 연주라면, 그건 음악이 아닙니다.” ‘LG와 함께하는 제19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결선 경연은 12일 오후 7시, 13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종로구 서울아트센터 도암홀에서 열린다. 전석 3만 원.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