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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물품을 실어 나르는 미국의 무인 우주화물선이 28일 대서양 연안인 버지니아 주 월롭스 섬 기지에서 발사 직후 폭발했다. 2011년 ISS 물품 공급 업무를 민간에 위탁한 이후 처음 발생한 사고다. 이에 따라 경비 절감을 이유로 관련 업무를 민간에 맡긴 미 항공우주국(NASA)의 정책에 대한 비판론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민간 우주항공사 오비털 사이언스가 주관한 이번 발사에서 안타레스 로켓은 이날 오후 6시 22분경 발사된 지 6초 만에 폭발했고 곧이어 발사대로 추락했다. 이어 거대한 화염과 연기가 피어올랐다. 이 사고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로켓과 우주화물선 시그너스, 보급품, 발사시설 등에 상당한 재산 피해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미 언론이 전했다. CNN 등은 사고 즉시 긴급뉴스로 폭발 소식을 내보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폭발 직후 사고 내용을 보고받았다고 NASA는 밝혔다. 사고 로켓은 ISS 내 우주인들이 사용할 식량과 실험장비 등 물품 5000파운드(약 2267kg)를 화물선에 싣고 있었다.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전문가들은 AJ-26엔진에 의구심을 던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보다 강력한 2단계 추진체 모터가 처음으로 쓰였다”고 보도했다. NASA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사고를 ‘이례적 재앙’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미 언론은 NASA가 민간업체의 로켓을 충분히 검증했는지 의문이라며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NASA는 비용 절감, 우주항공 산업 활성화 등을 이유로 2011년 자체 우주왕복선 운영을 중단한 뒤 주요 업무를 민간업체에 대거 위탁해왔다. 이후 우주정거장의 화물 운송을 러시아 등 다른 나라 로켓에 의존해오다 최근에야 자국 업체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최근에는 보잉, 스페이스 엑스 등과 2017년쯤 상용화될 우주인 운송 계약도 맺었다. 오비털 사이언스는 ISS에 최소 8차례 이상 보급품을 전달하는 조건으로 NASA로부터 총 19억 달러(약 1조9760억 원)를 받는 계약을 맺었다. 오비털 사이언스는 지금까지 네 차례 우주선을 발사했으나 야간 발사는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NASA는 이번 사고에도 불구하고 민간 위탁 정책을 고수할 뜻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기상 조건 등이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우주선이 갑자기 폭발함에 따라 현 정책을 두고 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NASA와 오비털 사이언스 측은 사고 원인을 파악하는 대로 재발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쿠바 정부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아이를 많이 낳는 부부에게 금융 지원을 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출산장려책을 마련했다고 AFP통신이 27일 보도했다. AFP는 쿠바 공산당 기관지 그란마를 인용해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이 “쿠바의 고령화는 사회와 경제, 가정생활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국가가 당면한 가장 큰 도전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쿠바 인구는 최근 10년 동안 1120만 명에서 1110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주택난과 육아비용 급증 등이 저출산의 주된 이유로 꼽히고 있다. 저출산과 함께 이민과 망명 등으로 젊은층이 쿠바를 떠나는 현상도 인구 감소의 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연간 4만5000여 명이 섬을 떠났다. 인구 감소와 함께 고령화 현상이 심해지자 당국은 노인에 대한 사회적 배려를 늘리는 취지의 정책도 발표했다. 60세 이상 고령인구는 현재 240만 명으로 추산되며 2045년에는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당국자는 “2027년이면 사망자 수가 신생아 수를 넘어서면서 인구 감소 추세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쿠바는 북한과 마찬가지로 해외 인력수출로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기 때문에 청년 인구 감소는 장차 국가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들의 격리 여부를 두고 미국 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활동했던 의료진의 강제격리를 놓고 연방정부와 주 정부가 대립하는 가운데 ‘군인은 강제격리, 민간 의료진은 자가격리’라는 차별대우 논란까지 일고 있다. 미 육군은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 방지 임무를 마치고 귀환하는 장병들이 귀국 전 이탈리아 빈센차 기지 내 별도의 장소에서 21일 동안 격리된 채 집중 관찰을 받도록 명령했다고 ‘더 힐’지가 27일 보도했다. 미국은 서아프리카 지역에 4000명의 군 병력을 파견할 예정이며 이미 882명이 파견돼 활동하고 있다. 현재 군에서 에볼라 의심환자는 나오지 않았다. 군 당국은 대릴 윌리엄스 아프리카 주둔 미 육군 사령관과 일행 11명이 기지에서 격리 관찰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날 의료진 등에 대한 새 지침을 발표하면서 ‘고위험군’은 자발적으로 자택에 머물며 감염됐는지 관찰하는 ‘자가격리’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했다. 서아프리카 에볼라 창궐 국가에서 환자를 치료하던 중 치료용 바늘에 찔렸거나 보호 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환자를 돌봤던 이들이 대상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뉴저지 등 미국 일부 주가 밝힌 ‘에볼라 구호인력 21일 강제격리’ 조치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내고 “(강제격리는) 의학적인 사실에 기반을 두지 않은 것인 만큼 이들을 격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뉴저지 주에서 나흘간 격리되면서 인권 침해 논란을 제기했던 간호사 케이시 히콕스 씨(33)는 27일 퇴원해 메인 주 집으로 돌아갔다. 현지 언론은 “히콕스가 뉴저지의 사실상 감금 조치에 대한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수도 워싱턴 인근의 메릴랜드 주와 버지니아 주는 이날 에볼라 환자와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의 대중교통 이용 금지 등에 관한 대책을 발표하는 등 주 정부들은 여전히 에볼라 확산 우려에 민감하게 대처하고 있다. 특히 메릴랜드 주는 ‘지역 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대중 집회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서약서까지 서명하도록 했다. 한반도 인접국에도 에볼라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라이베리아에서 2개월간 체류한 뒤 27일 귀국한 외국 국적의 45세 남성 언론인이 한때 체온이 37.8도로 오르자 28일 내각관방에 ‘에볼라 출혈열 대책실’, 총리관저 위기관리센터에 ‘정보연락실’을 설치하는 등 바짝 긴장하고 나섰다. 이 남성은 검사 결과 에볼라에 걸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런던 보건 및 적도의학대 페터르 피오트 교수는 최근 홍콩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중국은 아프리카에서 근무하는 근로자가 많아 어느 날엔가 중국에서 감염자가 발생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광둥(廣東) 성은 8월 23일 이후에만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발생 지역에서 8672명이 입국했으며 아프리카와 광저우(廣州) 간 직항이 한 달에 160편에 이른다.워싱턴=신석호 kyle@donga.com / 도쿄=배극인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부패는 ‘공공의 적’ 1호(public enemy No.1)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지난해 10월 한 인터뷰에서 “부패한 공직자나 기업인이 자기 주머니로 착복하는 1달러는 의료 지원이 필요한 임산부로부터 훔치는 돈”이라며 부패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국제기구뿐만 아니다.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도 ‘부패와의 전쟁’이라는 표현을 공공연하게 사용하고 있다. 부패지수가 높은 중국, 인도부터 반부패 선진국인 유럽연합(EU) 싱가포르까지 예외가 없다. 2003년 유엔의 반부패협약 제정으로 부패 문제에 있어 국경이 허물어지기 시작했고, 협약의 실효성이 커지면서 이제는 부패가 숨을 곳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 반부패에 눈을 뜨다 우선 한국보다 반부패인식지수가 낮은 중국이 달라졌다. 시진핑(習近平) 체제는 반부패 체제로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 주석의 공산당 총서기 취임 한 달 뒤인 2012년 12월 리춘청(李春城) 쓰촨(四川) 성 당 부서기가 낙마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성부급(省部級·장관급) 이상 고위직 55명이 부패 혐의로 물러났다. 또 18만 명의 당원이 비리 혐의로 처분을 받았다. 시 주석의 강력한 지원 아래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원회(기율위) 서기는 올해 7월 저우융캉(周永康) 전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정법위원회 서기를 조사 중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전·현직 상무위원은 처벌받지 않는다(刑不入常)’는 개혁개방 이후의 묵계가 처음 깨진 것이다. 상무위원은 공산당 최고 지도부다. 시 주석이나 리커창(李克强) 총리도 상무위원 7명 중 한 명이다. 기율위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의 비서실장이자 최측근인 링지화(令計劃) 당 중앙통일전선공작부장에게 칼날을 겨누고 있다. 이미 링 부장의 형과 동생을 잡아들였다. 그가 낙마하면 저우 전 서기 이후 최대 정치 스캔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대규모 ‘호랑이(고위급 부패 관료) 사냥’으로 반부패 사정이 정권 초기 일회성 정치 이벤트가 아니고 성역도 없음을 분명히 했다. 또 ‘파리(하위직 부패 관료) 사냥’을 병행하고 해외로 도망친 뤄관(裸官·외국에 재산과 가족을 빼돌린 공무원)까지 조사해 직급과 지역을 불문한 전방위 개혁을 단행하고 있음을 천명했다. 시 주석은 이미 지난해 1월 기율위 전체회의에서 “호랑이와 파리를 모두 때려잡아야 한다” “권력을 제도의 틀에 가둬야 한다”며 부패 척결 의지를 강조했다. 제5세대 지도부인 시진핑호가 반부패를 최고의 정책 목표로 둔 이유는 집권 능력과 통치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에 이어 세계인구 2위인 인도 역시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만연한 부패에 저항하는 인도인들이 거리행진을 한 뒤 인도 입법부가 지난해 부패공직자의 신속한 처벌과 수뢰 행위를 감시하는 기구를 설립하기 위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반부패 선진국도 지속적인 제도 개선 회원국 상당수가 매년 부패인식지수 순위 톱10을 휩쓸고 있을 만큼 반부패 선진국인 EU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EU 집행위원회는 2011년 “EU 국내총생산(GDP)의 1%인 연간 1200억 유로가 부패 비용으로 사용된다”며 이른바 반부패정책 패키지를 제안했다. 지난해에는 회원국의 부패척결 노력을 조사·평가하는 ‘반부패리포트’를 발간해 부패와의 싸움에서 실패한 나라의 이름을 공개키로 했다. “해당 국가의 이름을 밝히고 부끄럽게 만들면서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미국에서는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 공화당 후보인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의 러닝메이트로 거론될 정도로 미국 정계에 영향력이 컸던 밥 맥도널 전 주지사 부부의 재판이 세간의 화제다. 주지사로 재임하던 시절 이권 청탁의 대가로 15만 달러가 넘는 뇌물을 제공받았다는 게 올해 1월 검찰의 기소 내용이다. 맥도널 전 주지사는 법정에서 “아내가 받은 금품은 대가를 바란 뇌물이 아니라 공여자가 오래전부터 내 아내에게 반했기 때문”이라며 자신의 아내를 불륜의 상대방으로 몰아가기까지 했다. 자신의 뇌물 혐의를 피하기 위해 아내의 정조까지 팔고 나선 건 검찰이 기소한 14개의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되면 최대 300년에 가까운 징역형이 내려질 수도 있는 사법 시스템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비판했다. 아시아 국가로는 유럽 수준으로 부패인식지수가 낮아 각종 조사 때마다 기업 하기 좋은 아시아 국가 1, 2위로 꼽히는 싱가포르와 홍콩도 부패척결에 나서고 있다. 두 나라의 공공부문 부패는 어느 정도 사라졌음에도 민간부문 범죄 줄이기에 집중하고 있다. 담당 인력을 늘리고, 온라인 조달 및 아웃소싱 시스템을 도입해 비리가 발생할 여지를 없애겠다는 취지다. 올해 초 일본은 만능세포인 ‘자극야기 다능성 획득(STAP) 세포’ 논문 조작으로 떠들썩했다. 8월 초 문제의 논문 집필 지도를 맡았던 사사이 요시키(笹井芳樹) 이화학연구소 발생재생과학연구센터 부소장이 자살하기까지 했다. 문부과학성은 8월 말 대학과 연구기관에 가칭 ‘연구공정추진실’을 내년부터 설치하기로 결정하는 등 재발방지책을 마련했다. 추진실은 대학의 윤리교육을 강화하고 연구 부정을 막는 사령탑 역할을 한다. 일본은 문제가 생기면 적극적으로 재발 방지책을 만들며 같은 부정부패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데 주력해 왔다. 그러다 보니 과거 악명 높았던 정(자민당)-관(공직사회)-재(대기업)의 이른바 ‘철의 트라이앵글’ 관련 대형 비리가 차츰 사라지고 있다. 시민들의 행정감시도 상시화돼 있다. ‘전국시민 옴부즈맨 연결회의’는 지방자치단체의 부정부패를 감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자체의 정무활동비 지출 보고서, 영수증 등을 인터넷에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현재진행형인 ‘부패와의 전쟁’은 무역전쟁처럼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베이징=고기정 koh@donga.com / 워싱턴=신석호 / 도쿄=박형준 특파원}
시드니 사일러 미국 국무부 북핵 6자회담 특사가 27일 서울을 방문해 동북아평화협력포럼에 참석하는 것을 시작으로 한중일 3국을 연쇄 방문한다. 이번 순방은 북한이 21일 미국인 억류자 가운데 한 명인 제프리 파울 씨를 석방하고 유엔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인권 외교전을 펴는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다. 사일러 특사는 27일 신재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 북핵외교기획단장 등 우리 측 당국자들과 만나 2차 고위급 회담 성사를 두고 분수령을 맞고 있는 남북관계 현안을 점검하고 대북 정책을 조율할 예정이다. 이어 28∼30일 ‘평화와 협력의 동북아시아로 가는 길’을 주제로 열리는 동북아평화협력 포럼에 미국 정부 대표로 참석한다. 이번 포럼은 박근혜 정부가 제시한 동북아평화협력 구상을 주제로 동북아 주변국 4강대국 당국자들이 처음 참석하는 고위급 다자회의다. 중국에서는 싱하이밍(邢海明) 외교부 아주국 부국장, 러시아에서는 그리고리 로그비노프 외교부 북핵담당 특별대사, 일본에서는 주한 일본대사관 관계자가 참석하기로 했다. 사일러 특사는 포럼 참석에 이어 30일 중국 베이징(北京)으로 건너가 고위 당국자들과 회동하고 다음 달 1일 도쿄(東京)를 방문해 오노 게이치(小野啓一) 일본 외무성 북동아과장 등을 만날 예정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공개 활동 재개 이후 북한 정세에 관해 정보를 교환하고 북-일 간 납북자 문제 협상 상황 등의 설명을 들은 뒤 다음 달 4일 워싱턴으로 귀환한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 조숭호 기자}

한미 양국이 23일 한반도 안보 상황과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 등 ‘조건’이 갖춰질 때까지 전시작전통제권을 전환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에 대해 역대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들은 한목소리로 ‘올바른 결정’이라고 지지했다. 현 커티스 스캐퍼로티 사령관에게 지휘권을 넘겨준 제임스 서먼 전 사령관(28대·2011∼2013년)은 24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양국 동맹 강화를 위한 ‘좋은’ 결정에 이른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은 끊임없이 도발하고 핵·미사일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한반도 안보환경이 불안하기 때문에 전작권 전환은 조건에 기반을 둔 것이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작권 전환 때까지 한미연합사 본부를 현 용산기지에 두기로 한 것에 대해 “한미연합사령부 체제는 한미동맹의 전략적 토대이자 기초다. 용산기지는 한국의 합동참모본부 및 주한 미국대사관 등과 가까워 신속한 결정 및 조정에 용이하다. 그래서 사령관이 변화무쌍한 안보 상황을 쉽게 통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먼 전 사령관은 한반도 방위를 미국에 의존한다는 일각의 지적에 “한국은 미국에 의지할 필요가 없도록 국방에 요구되는 투자를 해야 할 것”이라며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전작권 전환의 목표연도로 제시한 2023년까지) 한국군이 능력을 현대화하고 요구되는 통제 지휘 능력을 완비할 것을 권고하고 싶다”고 조언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체계의 한국 배치는 “북한의 미사일 공격 위협이 커짐에 따라 양국이 통합된 합동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가지는 것이 한반도와 지역 방어를 위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버웰 벨 전 사령관(26대·2006∼2008년)은 e메일 인터뷰에서 “특히 한반도와 역내 안보 환경이 조건 중 하나로 포함된 것은 매우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한국군의 군사력 증강만을 조건으로 하면 안 되며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는 이상 미군이 전작권을 갖고 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존 틸럴리 전 사령관(23대·1996∼1999년)도 “이번 결정은 계속적인 도발은 용납되지 않을 것이며 비핵화만이 관계 정상화의 길이라는 강한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했다”고 평가했다. 월터 샤프 전 사령관(27대·2008∼2011년)은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북한의 위협을 막는 최상의, 위대한 결정”이라며 적극적으로 지지했다.워싱턴=신석호 kyle@donga.com·이승헌 특파원}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사진)은 24일 미국 워싱턴 국방부(펜타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현재 핵탄두 소형화 능력을 가졌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핵탄두 소형화는 핵무기를 미사일에 탑재해 발사할 수 있도록 작게 만드는 핵심 기술이다.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 참석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한 스캐퍼로티 사령관은 “북한이 이동식 발사대와 신형 중장거리 미사일, 핵탄두 소형화 기술을 언제쯤 결합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맞다. 그들은 이미 ‘그렇다’고 밝혔고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이 발언은 북한이 사실상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다는 의미로 해석돼 큰 파장이 예상된다. 또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체계의 한국 배치 당위성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스캐퍼로티 사령관은 “그들은 그들이 가졌다고 말하는 것을 잠재적, 실재적으로 운반할 수 있는 기술을 가졌다(고 믿는다)”고 말해 북한이 소형화 핵탄두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장착할 수 있는 기술을 가졌다고 본다는 취지로 답했다. 그는 기자들이 재차 확인을 요구하자 “그들이 가진 기술력과 개발해 온 시간 등을 고려할 때 아마도 그럴 것이라고 말한 것”이라며 “특히 이 시점에 그들이 그런 기술력을 가졌는지 나는 모른다”고 발을 뺐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핵탄두를 소형화할 능력이 있다는 것과 그것을 ICBM에 탑재해 발사할 능력이 있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라며 “스캐퍼로티 사령관은 소형화 능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을 뿐이지, 탑재할 능력이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고 진화에 나섰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한미 양국은 24일(현지 시간) 오전 미국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외교·국방장관(2+2) 회의’를 열어 한미 원자력협정 적시 타결과 북한 비핵화 및 인권 개선 필요성 등에 의견을 같이했다. 한국 측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한민구 국방부 장관, 미국 측에서 존 케리 국무장관과 척 헤이글 국방장관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는 에볼라와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등 국제 현안도 깊이 있게 논의했다. 케리 국무장관은 이날 “지금 주한미군 감축을 언급하는 것은 완전히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케리 장관은 전날 “북한의 비핵화 진전에 따라 주한미군 감축 준비를 할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서 “단순히 북한과의 비핵화 대화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는 주한미군 감축과 관련한 어떤 조치도 논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양국은 이날 한미 원자력 협상에 진전이 있었음을 환영하고 협정을 타결해 나갈 것을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지난 4년 동안 진행해 온 원자력 협상의 연내 타결이 확실시된다. 특히 양국은 전날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를 기존 2015년 12월에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맞설 킬 체인(kill chain)과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사업이 완성되는 2023년을 목표로 미룬 것과 연동해 포괄적 전략동맹을 확대 발전시키는 데 동의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정부 고위 당국자는 23일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의 두 번째 조건인 ‘한반도 역내 안보환경’에 “통상적인 핵 미사일 및 재래식 군사위협 외에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까지 포함된다”고 밝혔다. 한미 양국이 ‘체제 불안정성’이라는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개념까지 포함시킨 것은 그만큼 북한 김정은 3대 세습 체제의 미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한국을 중심으로 보면 불안정성은 ‘좋은 불안정성’과 ‘나쁜 불안정성’으로 나뉠 수 있다. 당국자는 좋은 불안정성에 대해 “북한이 비핵화를 하거나 미국과 남한을 향한 적대정책을 포기하거나 한반도 통일이 된다면 핵심군사능력 구비와 관계없이 전환을 위한 협의에 착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위협을 전제로 한 핵심군사능력의 구비가 불필요해지기 때문이다. 나쁜 불안정성은 반대로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2014년 현재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고도화되거나 △내란 등으로 인해 김정은 정권에 의해 관리되던 핵 미사일 관리 권한이 군부 반란세력 등 예측 불가능한 집단에 넘어가거나 △김정은 정권이 핵 미사일로 적극적인 공갈에 나서거나 실제 사용에 나서는 상황 등을 가정할 수 있다. 한편 양국이 한반도는 물론이고 동북아시아 역내까지 안보환경의 범위를 확대해 둔 것은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여타 강대국 변수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이나 러시아가 북한과 함께 적극적인 대미, 대남 공세 정책을 펴거나 중일 무력 분쟁 등 북한 외 변수에 의해 한국과 미국이 전쟁에 휘말리는 때 등을 예상할 수 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 2기 대북정책을 사실상 총괄하는 시드니 사일러 국무부 6자회담 특사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및 국무부 당국자들이 지난달 극비 방북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고위 소식통은 2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2개월간 대화 신호를 보낸 북한의 진정성을 ‘살펴보는(probing)’ 차원의 방북이었던 것으로 안다”며 “(억류 미국인 석방 문제 외에도) 6자회담 전제조건, 북한이 취할 진정성 있는 조치와 그 범위 등을 폭넓게 논의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대표단의 방북 사실을 확인한 또 다른 고위 소식통은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로 미국과 협상하려 하고 있다. 그것은 (북핵 포기에 합의한) 2005년 9·19 공동성명 무효화 시도일 수 있다”며 “북-미 협상이 본격화되더라도 가시밭길일 것”이라고 예고했다.○ 미국인 석방 계기로 북-미 대화 불씨 살릴 듯 사일러 특사는 21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 발사 실험을 유예하고 핵 프로그램을 중단하면 6자회담 재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핵화’에서 ‘핵 활동중단’으로 6자회담 문턱을 낮추는 듯한 발언이다. 미 행정부가 북한과의 대화 기류를 살려가는 데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존 케리 국무부 장관의 22일 주한미군 감축 관련 발언 시점도 미묘하다. 케리 장관은 독일 베를린 장벽 붕괴 25주년을 기념해 베를린을 방문한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과의) 대화가 재개돼 비핵화 등에서 진전이 이뤄지기 시작하면 우리도 이 지역에서의 미군 주둔 수요를 줄이는 절차를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 위협 자체가 축소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 몇 주, 몇 달간 상황이 발전해 우리가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케리 장관의 발언이 주한미군 축소 논란으로 커지는 듯하자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의 참석차 워싱턴을 방문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케리 장관 발언의) 방점은 빨리 비핵화를 하라는 데 있는 것이고 주한미군 감축은 먼 훗날 비핵화 실현 국면에서 논의될 문제”라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케리 장관의 발언이 미국에 ‘체제 안전 보장’을 끊임없이 요구해온 북한을 향한 모종의 메시지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회의론은 여전하다. 패트릭 크로닌 신미국안보센터(CNAS) 아시아태평양담당 소장은 최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내실없는 북-미 간 합의는 미 의회나 여론의 비난만 자초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간 끌기용 포석? 북한의 최근 대화 공세는 ‘시간 끌기용’이라는 지적이 많다.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및 2+2회의, 그리고 11월 미중 정상회담 등 일정에 앞서 선제적인 대화 공세에 나섰다는 것. 관련국들의 대북 압박 기조를 와해시킬 목적에서다. 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NSC 선임보좌관은 “워싱턴의 새로운 대북정책 라인을 겨냥해 대화 공세를 펴고 있지만 비핵화 의지는 없는 듯하다”라고 평가했다.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승리가 유력한 가운데 오바마 행정부가 돌파구 모색에 나선 것은 ‘북핵 문제에 아무런 진전이 없다’는 의회의 비난을 사전에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김정안 기자 jkim@donga.com /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그는 진정한 영웅이다.”(피터 매케이 캐나다 법무장관) “의원들과 의사당 직원들은 그에게 목숨과 안전을 빚졌다.”(크레이그 스콧 신민주당 의원) 캐나다 국회의사당 총기 난사사건의 범인인 마이클 지하프비보를 사살한 케빈 비커스 경위(58)에게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22일 캐나다 현지 언론인 CBC 등에 따르면 비커스 경위는 지하프비보가 의사당 회의실 문 앞까지 접근하자 총격전 끝에 그를 사살했다. 당시 이 회의실에는 스티븐 하퍼 총리와 일부 부처 장관, 여당 의원 등 30여 명이 회의를 하고 있었다. 비커스 경위가 제때 지하프비보를 저지하지 못했다면 자칫 캐나다의 수뇌부 다수가 위험에 처하는 대형 참사가 일어날 뻔했다. 비커스 경위는 왕립 기마경찰대에서 29년간 복무하며 살인, 마약사건 수사를 맡았다. 뉴 브런즈윅 부총독의 부관으로 일하며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과 앤드루 왕자의 경호를 맡기도 했다. 2005년 의회의 보안 책임자에 임명된 그는 이듬해 의회 고위직을 보호하고 건물의 안전과 보안을 총괄하는 자리에 올랐다. 평소 보안 업무보다 의회를 방문한 귀빈의 의전이나 행사를 담당해 온 그는 지난달 22일 박근혜 대통령이 캐나다 의회를 방문했을 때 방명록 서명을 안내했다. 비커스 경위의 동생은 “그는 언제나 국가와 국민을 맨 앞에 두던 사람”이라고 전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일본군이 중국 마을을 점령해 젊은 여성들을 강간한 뒤 위안소로 끌고 갔습니다. 한 여성은 강간당할 때 귀를 물어 뜯겨 지금까지 귓불이 반쪽인 채로 살고 있습니다. 적게는 5만 명, 많게는 20만 명이 위안부로 끌려갔습니다.” 일본군이 제2차 세계대전 중 자행한 중국인 위안부의 참상을 파헤쳐 온 페이페이 추 미국 뉴욕 배서칼리지 교수(사진)는 21일 워싱턴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주최 ‘중국인 위안부의 비참한 이야기’ 세미나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출판된 ‘중국인 위안부(CHINESE COMFORT WOMEN)’의 공동 저자인 그는 처참한 사례를 사진과 함께 공개하던 도중 말을 잇지 못하고 두 차례나 울음을 터뜨렸다. 추 교수가 이날 고발한 중국인 위안부의 참상은 한국인 위안부 할머니의 증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힘없는 여성들은 일본군에 의해 강제로 위안소에 끌려갔고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성적인 노예로 살아야 했다. 한반도와 달리 일본군이 중국군과 직접 전투를 벌였던 터라 중국인 위안부 학대는 더 심했다고 추 교수는 주장했다. 이번 세미나는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과 극우세력이 아사히신문의 위안부 기사 오보 인정을 계기로 2007년 미국 하원의 위안부 결의안 무력화에 나선 가운데 워싱턴에서 한국인 위안부뿐 아니라 중국인 위안부의 참상을 알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참석자들은 입을 모았다. 워싱턴 소식통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비단 한일 양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여성들의 문제였으며 아베 정권 출범 이후 워싱턴에서 치열하게 진행되는 한일 간 위안부 역사 전쟁에 중국 지식인도 힘을 보탠 값진 사례”라고 평가했다. 세미나에는 2007년 위안부 결의안 통과에 관여했던 미국의 지한파 지식인들도 참석해 지난달 본보와 넬슨리포트 등을 통해 소개된 일본 측의 위안부 역사 왜곡을 질타했다. 민디 코틀러 아시아폴리시포인트 소장은 “몇 개의 기사가 오보라고 해서 위안부 역사 전체를 부정하려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河野) 담화의 의미를 깎아내리기 위해 애썼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22일 기자회견에서 ‘고노 담화에 위안소 전체 분위기가 강제적이었다고 적시돼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국내외 역사학자, 전문가의 손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또 그는 고노 담화가 한국과의 정치적 타협의 결과라는 종전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일본 정부는 이른바 강제 연행은 확인할 수 없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사실관계를 왜곡하지 않는 범위에서 (한일 외교당국 간에) 아슬아슬한 조정이 이뤄졌다”면서 “한국 대통령도 이 문안을 평가했다”고 주장했다.워싱턴=신석호 kyle@donga.com / 도쿄=배극인 특파원}
북한이 미국인 억류자 3명 가운데 한 명인 제프리 파울 씨(56)를 21일 전격 석방하면서 특사 등 주요 인사를 초청하지 않고 미 군용기만 부르는 독특한 방식을 사용했다. 미 국무부 마리 하프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파울 씨 석방 사실을 발표하면서 “북한 당국이 미국 정부에 정해진 시간 안에 그를 데려가라고 요구했다”며 “국무부가 국방부에 요청해 공군기가 평양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AP통신은 “평양 주재원들이 미 공군기가 이날 평양 국제공항에서 이륙하는 것을 목격했다”며 꼬리 날개에 별과 줄무늬가 새겨진 미군 항공기가 순안공항 활주로에 서 있는 장면을 찍은 사진을 전송했다. 파울 씨 일행이 탑승한 군용기는 괌을 거쳐 22일 아침 미국 오하이오 주의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파울 씨의 건강은 양호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도 이 소식을 전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2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오바마 미 대통령의 거듭되는 요청을 고려하여 미국인 범죄자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을 석방시키는 특별조치를 취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2012년 4월과 8월, 그리고 지난해 9월에 특별기 편으로 백악관과 국무부 당국자들을 보내 북한과 비밀리에 접촉하고 억류된 미국인 석방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울 씨가 억류자 3명 중 가장 먼저 석방된 것은 최고령인 데다 혐의가 가벼운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올해 4월 29일 북한에 들어가 함경남도 청진을 여행했으며 북한 당국은 그가 호텔에 성경책을 남기고 나온 것을 트집 잡아 5월 7일 체포했다. 파울 씨는 지난달 북한 당국이 허용한 CNN 인터뷰에서 잘못을 인정했다. 하프 부대변인은 “북한 당국의 석방 결정을 환영한다”며 ‘북한’ 대신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이라는 정식 국호를 사용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도 “파울 씨 석방은 긍정적인 결정”이라며 “나머지 두 명의 석방도 촉구한다”고 말했다. 정부 소식통은 “유엔이 김정은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할 움직임을 나타내는 등 국제사회의 전방위 인권 압박에 부담을 느낀 북한이 유화적 제스처를 보인 것으로 판단된다”며 “북한이 억류자 석방을 고리로 다시 북-미 대화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북한은 22일 ‘고위급 접촉 북측 대표단’ 성명을 내고 남북 간 군사적 충돌 방지를 위한 조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북한은 성명에서 이런 조치를 취하면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을 개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내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와 관련해 “삐라 살포는 곧 전쟁행위로, 그것이 강행되면 (전단의 풍선) 소멸 전투가 벌어진다”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대북 전단에 대한 총격 등 잇따른 도발이 고위급 접촉에서 주도권 행사를 노린 의도임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 윤완준 기자}

중간선거 사전투표를 하러 갔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 남성에게서 "내 여자친구를 건드리지 마라"는 뜻밖의 경고를 받았지만 특유의 말솜씨로 되받아쳐 화제가 되고 있다. 오랜만에 '대통령다운 유머'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오바마 대통령은 20일(현지 시간) 자신의 정치적 고향이기도 한 일리노이 주 시카고 시의 한 투표소에 설치된 터치스크린 투표기에서 투표에 몰두하고 있었다. 때마침 오바마 대통령의 바로 옆 투표기에는 아이아 쿠퍼라는 한 흑인 여성이 투표를 하고 있었다. 쿠퍼의 남자친구인 마이크 존스는 다정해 보이는 두 사람의 관계를 오해한 듯 지나가면서 "대통령님, 내 여자친구를 건드리지 마세요"라고 가볍게 항의했다. 당황할 만한 상황이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투표기에서 고개도 들지 않은 채 쿠퍼에게 "나는 정말로 그럴 생각이 없다네. 항상 사람을 당황하게 하는 오빠가 있기 마련이지, 아무 이유 없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쿠퍼에게서 남자친구의 이름이 마이크라는 사실을 확인한 뒤 "나중에 친구들에게 이렇게 얘기해. '정말 믿을 수 없어. 마이크는 정말 바보야'라고 말이야"라고 농담을 던졌다. 투표장은 순식간에 웃음바다가 됐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장난기'는 계속 이어졌다. 쿠퍼가 웃으면서 "정말 그렇다"고 맞장구를 치자 오바마 대통령은 쿠퍼의 말투를 흉내 내면서 "창피해 죽겠어. 그렇지만, 다행스럽게도 멋진 (오바마) 대통령이 다 괜찮다는 거야"라고 친구들에게 말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더니 오바마 대통령은 "나한테는 키스를 해주고 남자친구에게는 얘깃거리를 주라"고 말하며 쿠퍼를 한 번 안아준 뒤 볼에 키스까지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를 지켜본 쿠퍼의 남자친구를 바라보며 "이제는 정말 질투하겠군"이라고 놀리기도 했다. 졸지에 유명해진 쿠퍼 커플은 21일 CNN에 출연해 당시 상황을 유쾌하게 설명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집무실에서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던 전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 씨(사진)가 공개 강연에서 당시 상황을 언급했다. 이른바 ‘지퍼게이트’의 부활에 2016년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진영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르윈스키 씨는 20일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포브스 주최 행사에서 20, 30대 젊은 청중을 상대로 “대학을 갓 나온 22세의 나이에, 당시 또래보다 좀 더 낭만적이었던 나는 상사와 20대의 방식으로 사랑에 빠졌다. 그런데 그 상사가 대통령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때의 일을 깊이 후회한다. 다른 사람들이 상처를 받았고 전혀 옳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이 (1998년 드러지 리포트를 통해) 대중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하룻밤 사이에 사생활이 존중되는 한 개인에서 공개적으로 완전히 망신을 당하고 파괴된 사람이 됐다”고 떠올렸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힐러리 대선 행보의 중요한 축인 점을 감안하면 르윈스키 씨의 스캔들 언급은 상대당인 공화당 후보들에게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1994년 10월 북-미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 낸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북핵특사(사진)는 “북한 측 협상 대표였던 강석주 현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를 지금 다시 만난다면 ‘어떻게 하면 다시 협상이 진행되도록 할 수 있을까’를 함께 논의할 것”이라며 대화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현재 조지타운대 교수로 있는 갈루치 전 특사는 최근 연구실에서 가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북-미 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진) 최근 상황은 매우 실망스럽다”며 “미국은 북한에 진정성을 요구하고 있지만 나는 실용적이어서 진정성보다는 ‘좋은 협상(good deal)’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대화를 통해 북한 비핵화를 이뤄낼 수 있다고 믿는가. “대답은 ‘아마도(maybe)’일 것이다. 지난해 9월 스티븐 보즈워스 전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함께 독일 베를린에 가서 북측 인사들을 만났을 때 내가 ‘핵을 포기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들의 대답도 ‘아마도’였다.” ―북한과 대화가 미국에서 정치적으로 수용 가능한가. “지금 북한과 대화를 하겠다는 미국의 어떤 대통령도 우파의 비판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도 미국 내 우파와 김영삼 대통령 등 한국 측의 비판을 받았다. 리더십의 문제다.” ―지난 20년 동안 미국의 대북정책, 북한 비핵화 정책은 실패했다고 선언했다.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나. “우리에겐 성공할 기회가 없었을 수도 있고 기회를 놓쳐버렸을 수도 있다. 2002년(2차 북핵위기 당시)에 제네바 합의를 깨기보다 대화를 더 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김영삼 대통령은 1994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제네바 합의를 통해 붕괴 직전의 북한을 구해줬다고 주장했는데…. “많은 사람이 북한이 붕괴할 것이라고 예측해 왔다. 언젠가는 그럴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붕괴할 것이라는) 희망이 전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시 강 비서와 협상하면서 기억에 남은 일화가 있다면…. “협상이 한창일 즈음 ‘협상 진전을 위해 한반도에 함대를 배치하겠다’는 미 해군 장성의 발언이 알려졌다. 강 비서는 ‘이 일로 당신을 공격하게 될 것’이라고 나에게 사전에 알려줬다. 나도 ‘고맙다. 나도 내 생각과 관계없이 미국을 변호할 것’이라고 답해줬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17일 오후 미국 수도 워싱턴 중심가에 있는 한미경제연구소(KEI) 세미나장. 불이 꺼지자 일곱 살 꽃제비 신혁이의 탈북 역정이 스크린에 펼쳐졌다. 북-중 국경을 넘어 자유의 땅을 밟은 신혁이는 난생처음 타 보는 자동차 안에서 먹은 것을 토해냈다. 마치 북한에서 겪은 지독한 악몽을 게워 내려는 것처럼. 올해 4월 미국 휴스턴 국제영화제 대상 수상작인 채널A의 다큐멘터리 ‘특별취재 탈북’의 워싱턴 상영이 성황을 이뤘다. 오전에 열린 ‘북한인권법: 10년 이후’ 세미나에 참석했던 한미 양국 130여 명 가운데 절반가량인 60여 명이 남아 간단한 샌드위치로 점심식사를 대신하며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작품을 본 미국인 관객들은 “감동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마크 토콜라 KEI 부소장은 “탈북자들이 실제로 어떤 일을 겪는지 보고 들을 수 있었다. 더 많은 사람이 이 다큐멘터리를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로버타 코언 북한인권위원회(HRNK) 이사회 공동의장도 “북한 사람들이 악조건 속에서 탈출을 시도하는 모습이 매우 감동적이었다”고 평가했다. HRNK와 KEI가 공동 주최한 이날 세미나는 2004년 미국 의회의 북한인권법 제정 이후 10년 동안의 북한 인권 상황을 점검하고 개선책을 토론하는 자리였다. 발표자로 나선 조진혜 재미탈북민연대 대표는 “미국이 적극 나서서 북한 고아를 구출한다거나 탈북자를 대거 받아들인다거나 중국 경제를 압박해서 탈북자 강제 북송을 막는 조치를 취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그는 “미국이 마음만 먹는다면 북한을 무너뜨리는 것은 순식간이라고 본다”며 “북한에서 300만 명이 굶고 맞아 죽어 간 사실이 많이 알려졌지만 언제까지 계속 모니터링만 하고 지켜보기만 해야 하는지 답답하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했다. 조 씨는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절 먹을 것을 찾아 북-중 국경을 넘나들다 4차례 강제 북송되는 등 우여곡절을 거쳐 2006년 탈북에 성공한 뒤 미국에 정착했다. 로버트 킹 미 국무부 대북인권 특사는 기조 발언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를 계속 제기하고 싸워 나가야 한다”며 “최근 이수용 북한 외무상의 유엔총회 참석 등은 북한 정부가 인권 문제를 강조하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불안해한다는 증거이고 이 싸움에서 우리가 이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강조했다.워싱턴=신석호 kyle@donga.com·이승헌 특파원}
미국 워싱턴에서 발행되는 외교 소식지 ‘넬슨 리포트’가 14일(현지 시간) 동아일보 심규선 대기자의 최근 칼럼을 인용하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탄압을 받는 아사히신문에 침묵하는 일본 언론과 한국 검찰의 산케이신문 기소에 이의를 제기하는 한국 언론이 비교된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발행인인 크리스토퍼 넬슨은 ‘역사전쟁’이라는 글에서 일본 극우세력이 1991년 한국인 위안부 피해자의 증언을 기사화했던 우에무라 다카시(植村隆) 전 아사히신문 기자와 가족을 위협하고 소속 대학에 폭탄테러 위협을 한 사실 등을 전하면서 “아사히신문에 대한 ‘전쟁’은 아주 추악하게 변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리포트는 한국 검찰이 세월호 침몰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과 관련한 기사를 통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가토 다쓰야(加藤達也)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을 불구속 기소한 사실을 전하며 “일본 언론은 우에무라 가족이 악의적인 공격을 당한 것에는 침묵하는 반면 한국 언론이 박근혜 정부에 의해 침해된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집결하는 모습은 대조적”이라고 전했다. 이어 “일본 언론은 기백을 발휘해 한국 동아일보의 접근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며 ‘산케이 전 서울지국장 기소는 패착이다’라는 제목의 본보 13일자 심규선 대기자 칼럼을 직접 번역해 상당 부분을 전제했다. 심 대기자는 칼럼에서 “‘박 대통령을 비방 중상할 의도가 없고 한국에서 언론 자유가 위협받고 있다’는 산케이신문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 검찰의 기소는 실익이 없으며 특히 기소 과정은 득보다 실이 많은 패착”이라고 신랄히 지적한 바 있다. 리포트는 “(검찰의 기소에 대해)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옥죈 일이니 비판은 당연하다”고 지적한 13일자 한겨레신문 사설도 함께 소개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미국에서 에볼라 환자로부터 직접 감염된 두 번째 환자가 발생했다. 문제의 감염 장소는 텍사스건강장로병원.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가 최근 숨진 토머스 에릭 덩컨 씨가 치료받았던 곳이다. 덩컨 씨를 돌봤던 베트남계 미국인 간호사 니나 팸 씨(26·여)는 사흘 전 이곳에서 미국 내 첫 2차 감염자로 확인됐다. 텍사스 보건당국은 덩컨 씨를 돌봤던 의료진 가운데 또 다른 여성 직원 한 명이 에볼라 양성반응을 보여 격리했다고 15일 밝혔다. 그는 혼자 살며 반려동물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덩컨 씨가 숨지기 전까지 그와 접촉한 의료진은 76명. 그가 병원에 오기 전에 접촉한 사람은 48명에 이른다. 방역복 등 보호장비를 착용한 팸 씨가 왜 감염됐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2차 감염자가 또 나와 에볼라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잇따른 감염 원인은 의료진의 부주의가 아니라 허술한 의료체계라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진 탈의실이 비좁아 옷을 갈아입는 과정에서 바이러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간호사들은 명확한 규정도 없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토머스 프리든 CDC 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신속한 대응이 있었더라면 추가 감염을 막을 수 있었다”며 초기 부실 대응을 처음으로 시인했다. 덩컨 씨를 발병 초기에 전문치료시설을 갖춘 에모리대 병원 등으로 옮겼어야 했다는 뜻이다. CDC는 앞으로 신속대응팀을 꾸리겠다고 밝혔다. 텍사스건강장로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팸 씨는 이날 오전 “(병상에서) 잘 지내고 있다. 나를 위해 기도해준 모든 사람에게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8월 초 에볼라에 감염됐다가 완치된 의사 켄트 브랜틀리 씨의 혈액을 수혈 받은 그는 현재 안정된 상태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에볼라 대응이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2개월 안에 새로운 감염자가 매주 1만 명에 이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브루스 에일워드 WHO 사무부총장은 “지난 4주간 매주 1000건의 새로운 감염 사례가 발생했고 치사율도 70%로 상승했다”며 “올 12월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매주 5000∼1만 명의 새 감염자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 최창봉 기자}
미국 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가 처음으로 나오면서 미국 사회에서 에볼라 공포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 환자는 라이베리아에서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채 미국에 들어와 치료를 받다 8일 사망한 토머스 에릭 덩컨 씨를 돌봤던 여성 간호사다. 병원들마저 에볼라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여론이 확산되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서 철저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토머스 프리든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소장은 12일 기자회견에서 “간호사는 여러 차례 광범위하게 덩컨 씨를 접촉했으며 확인되지 않은 안전규정 위반이 감염을 일으켰다. 연방 당국이 정밀 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방역망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발생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간호사는 방역복, 마스크, 장갑, 안면 보호대 등 안전장비를 모두 착용했던 것으로 밝혀져 어떤 경로로 바이러스가 침투했는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 미 전역의 모든 병원이 에볼라 대처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보건당국의 주장에도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AP통신은 지적했다. 특히 CDC가 미국의 에볼라 방역망에 구멍이 뚫렸는데도 책임을 지기는커녕 간호사를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는 비난까지 나온다. 미국간호사연합(NNU)은 로이터통신에 “우리는 (방역) 시스템의 오류를 안고 있고 그것을 고쳐야 한다. 특정인을 희생양으로 삼거나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NNU가 덩컨 씨 사망 직후 간호사 19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0% 이상이 에볼라 환자 치료와 관련한 실질적 교육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CDC는 이 간호사가 성능이 검증된 안전장비를 모두 착용했던 점에 비춰 진료 뒤 장비를 벗는 과정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CDC 규정에 따르면 방역복은 장갑, 고글·안면보호대, 가운, 마스크·인공호흡장치 순으로 벗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각종 장비가 의료진의 점액이나 점막, 피부, 옷의 표면 등에 닿지 않아야 한다. 병원 측은 간호사의 빠른 판단으로 추가 감염을 차단했다는 데 일단 안도하고 있다. 간호사는 하루에 두 번 자신의 체온을 체크했으며 10일 체온이 오른 것을 확인하고 즉시 병원 응급실로 갔다. 이후 90분 뒤 허가를 받고 격리 병동에 스스로 걸어 들어갔다는 것이다. 텍사스건강장로병원은 간호사가 증세를 나타낸 뒤 동료 의료진 한 명과 접촉한 사실을 파악하고 이 동료 역시 격리해 관찰하고 있다. 간호사의 집에서 발견된 애견 한 마리도 격리했다. 주와 지역, 연방 당국자들은 병원에 추가 감염자가 있을 가능성도 조사하고 있다. 병원 측은 직원 18명의 상태를 관찰하고 있다고 밝혔다. 댈러스 보건당국은 간호사가 살던 아파트에 출입금지 명령을 내리고 입구와 공공 이용구역, 병원 이송 차량 등을 방역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2일 간호사의 확진 판정 직후 실비아 버웰 보건장관에게서 전화 보고를 받고 “CDC는 안전규정 위반 조사를 마무리하고 병원의 감염 통제 절차를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한편 보스턴글로브는 이날 에볼라가 창궐하는 서아프리카 지역을 여행한 뒤 에볼라 감염 증상을 보이는 한 환자가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에 있는 베스 이스라엘 디커니스 병원에 격리 수용됐다고 보도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