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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인근의 한 주유소에서 80대 남성이 몰던 승용차가 갑자기 인도를 덮쳐 보행자 2명이 다쳤다. 서울 용산구에서도 70대 운전사가 모는 택시가 승용차 3대와 추돌했다. 1일 서울 시청역 역주행 참사로 9명이 사망한 데 이어 고령 운전자 차량 사고가 또 발생한 것이다. 7일 경찰에 따르면 6일 오전 9시 20분경 서울 용산구 서계동의 한 주유소를 빠져나가던 승용차가 갑자기 방향을 바꿔 인도로 돌진했다. 차량은 보행자 2명을 잇달아 친 뒤 담벼락에 부딪치고 나서야 멈춰 섰다. 1명은 잠시 의식을 잃기도 했지만, 현재 생명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1명은 경상을 당했다. 사고 차량은 주유소 출구로 나와 차로로 진입하려던 중 인도에 돌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행자 1명이 쓰러진 이후에도 멈추지 않고 15m가량 더 돌진했고, 보행자 1명을 또 들이받은 채 약 10m를 더 전진했다. 경찰은 80대 남성 운전자가 운전 미숙으로 핸들을 반대 방향으로 조작한 것으로 보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상 혐의로 운전자를 입건했다. 7일 오후 2시 12분경엔 서울 용산구 이촌동에서 70대 운전사가 모는 택시가 승용차 3대와 부딪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실수로 발생하는 사고는 65세 미만 운전자보다 더 잦고, 피해 수준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보험에 가입된 주피보험자 기준 65세 이상 운전자의 계약 건수는 258만6338건, 사고 건수는 11만8287건으로 4.57%의 사고율을 보였다. 반면 65세 미만 운전자의 사고율은 4.05%로 나타났다. 사고 발생 시 65세 미만 운전자는 평균 피해자 수가 1.96명이었던 반면 65세 이상 운전자가 낸 사고는 평균 2.63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사고 피해자 중 중상자와 사망자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65세 이상은 8.72%로, 65세 미만 운전자(7.67%)보다 높았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야간엔 운전하지 않는 ‘조건부 면허’를 도입하는 대신 면허 갱신 기간을 늘려주거나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인센티브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서울역 인근의 한 주유소에서 80대 남성이 몰던 승용차가 갑자기 인도를 덮쳐 보행자 2명이 다쳤다. 1일 서울 시청역 역주행 참사로 9명이 사망한 지 5일 만에 고령 운전자 차량이 인도로 돌진하는 사고가 또 발생한 것이다.7일 경찰에 따르면 6일 오전 9시 20분경 서울 용산구 서계동의 한 주유소를 빠져나가던 승용차가 갑자기 방향을 바꿔 인도로 돌진했다. 차량은 보행자 2명을 잇달아 친 뒤 주유소 옆 담벼락에 부딪히고 나서야 멈춰 섰다. 1명은 사고 직후 잠시 의식을 잃기도 했지만, 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진료를 받아 현재는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1명은 경상을 당했다.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사고 차량은 주유소 출구로 나와 차로로 진입하려던 중 갑자기 인도에 돌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행자 1명이 차량에 치여 쓰러진 이후에도 멈추지 않고 15m가량을 더 돌진했고, 보행자 1명을 또 들이받은 채 약 10m를 더 전진했다. 이후 주유소 옆 고철장 담벼락에 추돌한 후에야 정지했다.경찰은 80대 남성 운전자가 운전 미숙으로 핸들을 반대 방향으로 조작하면서 인도로 돌진한 것으로 보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상 혐의로 운전자를 입건했다. 경찰은 곧 운전자를 불러 자세한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실수로 발생하는 사고는 65세 미만 운전자보다 더 잦고, 피해 수준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보험에 가입된 주피보험자 기준 65세 이상 운전자의 계약 건수는 258만6338건, 사고 건수는 11만8287건으로 4.57%의 사고율을 보였다. 반면 65세 미만 운전자의 사고율은 4.05%로 나타났다. 사고 발생 시 65세 미만 운전자는 평균 피해자 수가 1.96명이었던 반면 65세 이상 운전자가 낸 사고는 평균 2.63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사고 피해자 중 중상자와 사망자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65세 이상에서 8.72%로, 65세 미만 운전자(7.67%)보다 높았다.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주간 운전만 하고 야간엔 운전하지 않는 ‘조건부 면허’를 도입하는 대신 면허 갱신 기간을 늘려주거나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인센티브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처음에는 내가 뭘 본 건지 와닿지가 않았어요. 그런데 뭔지 알기도 전에 눈물부터 나는 거 있죠. 너무 충격을 받아서….”1일 벌어진 서울 시청역 역주행 참사 현장을 직접 목격한 40대 유모 씨는 4일 동아일보 기자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하다 현장을 목격한 유 씨는 기자와 얘기하는 동안 울먹이거나 말을 멈추는 등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 유 씨는 “이곳 지리와 신호를 잘 알다보니 ‘10초만 늦었어도 사람이 훨씬 더 많이 죽었겠다’는 생각이 아직도 멈추질 않는다”고 토로했다.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발생한 역주행 교통사고로 9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한 지 1주일 가량이 지났지만, 현장 목격자와 사고를 간접적으로 접한 시민들의 정신적 고통(트라우마)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때처럼 ‘일상 속 참사’을 마주한 시민들의 트라우마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만큼 정부가 심리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잘 때마다 사고 장면 떠올라” 호소동아일보는 4, 5일 사고 현장 인근 상인들과 목격자 등 10명을 직접 만나 트라우마 측정 설문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설문부터 인터뷰까지는 대상자 당 30분 가량이 소요됐으며 트라우마 지원을 받고 싶은지도 질의했다. 그 결과 10명 중 7명은 일반인 수준을 훨씬 웃도는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명 중 3명은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수준이었다. 설문조사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트라우마 평가 지침에 따라 ‘관련 기억이나 생각, 또는 감정을 피하는가’ ‘관련 악몽을 반복해서 꾸는가’ ‘관련해 자기 자신의 탓을 하고 있는가’ 등의 트라우마 측정 설문 문항 20개로 구성됐다. 1개 문항당 5점(전혀 아님 0점~매우 많이 4점) 척도인데, 총점이 37점 이상이면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수준이다. 27~30점은 트라우마가 아주 심하진 않지만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는 정도다.설문 결과 유 씨는 61점을 기록한 고위험군으로, 당장 트라우마 상담 등 심리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56점을 기록한 손화자 씨(85·자영업)도 “바로 앞에서 사람이 죽었다니 믿기지 않는다. 하루에도 스무 번 넘게 사고 현장을 멍하니 보고 있는다 ”라고 목소리와 손을 떨며 말했다. 32점을 기록한 유모 씨(48·자영업)는 “‘쿵’ 소리가 나서 무슨 일인지 살펴보려고 갔는데 길바닥에서 돌아가신 분들의 모습을 봤다”며 “잘 때 눈 감으면 사고 모습이 계속 생생하게 떠오른다”고 말했다. 29점이 나온 박평국 씨(57)도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어디선가 ‘드드드’하는 굉음이 나 다리에 힘이 풀리고 숨이 콱 막히더라”라고 토로했다. 박 씨는 사고 당시 소리를 닫고 달려나와 현장 수습을 도운 바 있다.● “범정부 차원 심리 지원 필요”트라우마를 호소하는 목격자와 시민들이 증가하면서 범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 설문에 응한 10명 중 8명도 심리치료 등 추가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현재 시청역 참사 목격자에 대한 심리 상담·치료를 전담하고 있는 서울 중구의 심리상담센터 직원은 18명 남짓에 불과해 밀려드는 상담 수요를 커버하기엔 역부족이다.전문가들은 방치된 목격자들에 대한 정부와 전문기관의 치료 지원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사고를 관찰했다면 이는 트라우마 진단의 기준이 된다”라며 “다수의 시민이 희생당한 사회적 재난이기 때문에 정부는 상담 전문가들을 찾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2022년 이태원 참사 당시 보건복지부는 ‘찾아가는 마음안심버스’를 확대 운영하고 목격자 1000여 명의 심리 치료를 진행했다.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구성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도 ‘이태원 사고 원스톱 통합지원센터’를 마련하는 등 트라우마 치료를 밀착 지원했다. 하지만 시청역 참사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은 아직 마련되지 않고 있다. 이동우 인제대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국가트라우마센터 등 전문기관이 지역 사정에 밝은 구청 등 기관에 전문 인력을 파견해 목격자와 인근 상인에 대한 집중 치료를 지원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한편 경찰은 7일 시청역 참사 가해운전자 차모 씨(68)의 2차 피의자 조사 일정을 조율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늦어도 수요일(10일) 전에는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서울 시청역 역주행 참사 가해 운전자 차모 씨(68)가 4일 첫 경찰 조사에서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딱딱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차량의 사고기록장치(EDR)에 저장된 5초의 상황에서 브레이크를 밟은 기록이 없는 점을 확인하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4일 오후 3시 차 씨가 입원한 서울대병원에 조사관 4명을 보내 피의자 조사를 진행했다. 최 씨에 대한 정식 조사는 이날이 처음이다. 경찰에 따르면 차 씨는 “사고 당시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딱딱했다”며 차량 상태 이상에 따른 급발진을 주장했다. 다만 차 씨 차량 EDR엔 가드레일 충돌 5초 전 기록만 저장됐는데, 경찰은 이 시간 동안 브레이크가 밟힌 기록이 없는 점을 확인했다고 한다. 이에 경찰은 운전자 과실 또는 급발진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서울중앙지법은 “출석에 응하지 않을 이유가 있다거나 체포의 필요성 단정이 어렵다”며 차 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이 사고 당시 음주 측정을 뒤늦게 한 점도 뒤늦게 알려졌다. 당초 경찰은 사고 당일인 1일 오후 9시 30분경 현장에서 차 씨를 체포해 음주 여부를 측정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약 1시간 30분 뒤인 오후 11시 3분 서울대병원에서 측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참사 나흘째인 4일 오전엔 희생자 발인식이 차례로 열렸다. 서울시 사무관 사망자 김인병 씨(52)의 운구차는 오전 5시 40분경 국립중앙의료원을 출발해 근무지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으로 향했다. 시청 직원 80여 명이 나와 동료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김 씨의 셋째 형 김광병 씨(57)는 “동생이 중학생 때 교통사고로 오른쪽 눈을 잃었고, 고등학교를 마친 직후에는 약 5년간 외판원으로 일하며 책과 도장을 팔았다”며 “노력 끝에 공무원으로 입신양명했지만 교통사고로 허망하게 갔다”고 비통해했다. 김 씨는 둘째 딸이 대학에 합격하자, 그 대학의 석사 과정에 등록할 정도로 딸을 사랑했다고 한다. 이날 다른 사망자들의 발인도 진행됐다. 사망자 신한은행 직원 이모 씨(54)의 어머니는 불편한 다리 탓에 보행보조기에 몸을 의지하며 발인을 지켰다. 그는 “네가 ‘엄마한테 고기를 보내야 하는데 어떻게 할까, 한번 다녀갈까’ 하더니, 네가 무슨 돈이 있다고 이런 걸 보냈냐고 내가 그랬는데…”라며 울었다. 병원 용역업체 직원 박모 씨(39)의 발인식도 열렸다. 친구 이상훈 씨(39)는 “도저히 믿기지 않아 사망자 명단을 계속 살펴보고 폐쇄회로(CC)TV 영상도 수백 번 돌려봤다”며 울먹였다.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얘는 좀 특별해예. 태어날 때부터 고난을 겪던 애야. 우유 먹일 돈도 없어서 갓난아기 때 볕에 말린 백설기 끓인 죽 있잖아. 미지그리한 게 뭐 맛은 없는데 그리 컸어요.”시청역 역주행 참사 희생자 김인병 씨(52·서울시 사무관)의 맏형 김윤병 씨(67)가 4일 인병 씨의 장지인 경기 고양시 서울시립승화원에서 동아일보 기자에게 말했다. 인병 씨 가족은 1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안동의 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초등학교까지만 졸업하고 생계에 뛰어들어 7남매를 길렀다. 형제의 첫째·둘째 누나도 공장을 다니며 나머지 5형제를 먹여 살렸다. 이날 기자는 인병 씨의 빈소부터 발인, 화장까지 유족과 동행했다. 윤병 씨가 다시 말했다.“어머니가 인병이를 40대 중후반에 낳았다. 내가 그때 중학교 2학년이었는데, 안동 시내에서 4시간 걸어서 집에 돌아오니 큰어머니가 ‘너그 엄마 너 오늘 못 볼 뻔했다. (노산이라 위중해) 엄마를 못 볼 뻔했는데 너 엄마가 살아났다’던 기억이 생생하다.”인병 씨의 빈소엔 하루 평균 1500명의 조문객이 찾아왔다. 시청의 동료 직원들은 물론, 유족들이 예상하지 못한 사람도 빈소를 찾아 김 씨를 추모했다. 윤병 씨는 “경북 영양군 직원들이 심히 흐느끼면서 조문을 와 무슨 연유인지 물어봤는데, 서울시청 광장에서 잠시 특산물을 판매하는 행사를 했을 때 너무 친절하게 업무 협의를 해줬었다고 하더라”라고 했다.탈북 청소년 학교 ‘여명학교’의 교장 조명숙 씨(54)도 인병 씨의 사망 소식을 뉴스로 접하고 3일 오후 11시 40분경 버선발로 빈소에 뛰어왔다. 서울에 있는 유일한 탈북학교인 여명학교는 2019년 서울 은평구 은평뉴타운에 자리를 잡으려고 했지만,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혔고, 높은 임대료에 새 보금자리를 찾지 못했다. 이 때 인병 씨가 나섰다고 한다.조 씨는 “지난해 1월 서울시 남북협력팀장이었던 김 씨가 추운 겨울 난방도 잘되지 않는 학교에 직접 찾아와 탈북 아이들이 폐교돼 흩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인 것을 보았다”며 “김 씨가 조례를 고치는 것을 추진해서 임대료가 5분의 1 수준으로 경감돼 지금의 자리(폐교된 염강초등학교)로 올 수 있었다”고 했다. 인병 씨는 학교가 멀고 무연고인 탈북 학생들을 위해 기숙사도 마련되도록 힘썼다.조 씨는 지난해 감사하다는 취지의 편지를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썼고 이를 본 오 시장이 인병 씨가 소속된 팀을 격려하기 위해 식사를 했다고 한다. 조 씨는 “공무원 사회에서 너무 귀감이 될 분이라 뉴스를 접하자마자 인천에서 장례식장으로 곧장 달려갔다”고 했다.4일 오전 5시 40분경 인병 씨를 태운 운구차는 발인을 마치고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을 출발해 인병 씨의 생전 근무지였던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으로 향했다. 검은 옷을 갖춰 입은 시청 직원 80여 명이 광장에 나와 운구차를 맞이하는 모습이 창밖으로 보이자 유족들은 다시 울음을 참지 못하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셋째 형 김광병 씨(57)는 “동생은 굉장히 자기가 한 일에 대해서 자부심이 강했다. 그런 이야기를 하면 우리는 오형제가 다 공무원이었기 때문에 철없는 이야기로만 생각했었다”면서도 “이번에 상을 치르며 이 사람 저 사람 얘기를 들어보니 어마어마하게 많은 일을 해내고 덕망을 쌓아왔더라”라고 말했다.유족들은 오전 6시경 차에서 내려 인병 씨의 둘째 딸 김신영 씨(20)가 든 영정 사진을 따라 인병 씨의 마지막 출근길을 함께 했다. 둘째 딸은 자신이 영정 사진을 꼭 들고 싶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들에 따르면 김 씨는 생전 둘째 딸이 대학에 합격하자, 그 대학의 대학원 석사 과정을 등록할 정도로 딸을 사랑한 아버지였다.인병 씨를 운구하는 행렬은 시청 1층 로비를 한 바퀴 돈 뒤 다시 차에 올라 서울시립승화원으로 향했다. 둘째 누나 김점늠 씨(72)는 “시청 직원분들이 동생의 마지막 길을 이렇게 배웅해 주니 정말 감동적이고, ‘동생이 잘 살아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가족들에 따르면 인병 씨는 중학교 때 시골길에서 자전거를 타다 지나가던 차와 부딪히는 바람에 오른쪽 눈을 실명하고 왼쪽 팔을 크게 다쳐 1년 동안 학교를 다니지 못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책과 도장 등을 파는 외판원과 전기장판을 까는 일을 했다. 인병 씨는 공무원이었던 형들을 따라 시험을 준비했고, 공직 입문 후 능력을 인정받아 서울시 5급 사무관까지 승진했다. 하지만 다시 겪게 된 교통사고로 이날이 마지막 출근길이 됐다.인병 씨의 남매들은 “공무원이었던 형들을 따라 공무원이 된 동생이 이제 보니 일을 가장 잘하더라.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열심히 시민을 위해서, 국가를 위해서 일한 동생이 부디 좋은 곳으로 갔으면 좋겠다”라고 마지막 말을 전했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최모 씨는 3일 오전부터 가게를 찾은 손님들에게 국화 한 송이를 무료로 건넸다. 이틀 전 코앞에서 벌어진 역주행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조화(弔花)였다. 최 씨는 총 40송이를 손님들에게 나눠 주려고 준비했다. 그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사고가 일어나 안타까웠다”며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하다가, 시민들이 추모 의미로 국화를 놓고 갈 수 있게 무료로 나눠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가게에 꽃을 사러 온 김모 씨(20)는 국화를 무료로 가져가라는 주인 최 씨의 제안을 한사코 거절하고 기어이 값을 치렀다. 김 씨는 “돌아가신 분들의 사연이 너무 안타까워 사고 현장에 찾아왔다”며 “내가 국화값을 내야 진심으로 추모하는 의미를 담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는 꽃집을 나온 뒤 사고 현장에 가서 국화를 두고 갔다. ● 국화, 소주, 메모… 시민들의 추모 이어져 이날은 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움직임이 이어졌다. 9명이 숨진 사고 지점에는 국화 50여 송이와 소주, 음료수 등 시민들이 놓아둔 물품들이 있었다. 근처 가드레일에는 자신을 고등학생이라고 밝힌 시민이 남긴 추모 쪽지가 붙어 있었다. 쪽지에는 “퇴근 후 밥 한 끼 먹고 돌아가고 있던 그 길에서 더 이상 돌이킬 수 없이 유명을 달리한 9분의 명복을 빈다”며 “아빠와 비슷한 나이대의 분들이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미어진다. 아빠 생각을 많이 했다”고 적혀 있었다. “서울의 중심에서 이런 일이 생겨 너무 화가 난다”는 내용의 쪽지도 붙어 있었다. 시청역 근처 회사에서 근무하는 정모 씨(30)는 “직장에서 5분 거리라 자주 회식하던 곳이었다”며 “그렇게 많은 분들이 돌아가셨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사망자가 나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퇴근길에 음료수 한 병을 놓고 가려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추모글이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희생자가 우리 가족이었을 수도 있는 일 아니냐”며 “인근이면 바빠도 추모하러 가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서울 중구 서울시청 본관 7층 회의실에는 이번 사고로 목숨을 잃은 김모 사무관(52)과 윤모 조사관(31)의 영정 사진이 놓였다. 하얀 국화도 함께였다. 김 사무관과 윤 조사관이 생전에 쓰던 책상에는 동료들이 놓고 간 국화 바구니가 있었다.● 유가족이 유가족을 위로하다 함께 통곡 사고 이틀 후인 3일 사망자들이 안치된 빈소에는 유가족의 울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지하 1층에서 만난 서울아산병원 협력업체 직원 김모 씨(38)의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전날 아들을 잃은 충격에 한숨도 자지 못했다는 김 씨의 어머니는 “동료들과 함께 관련 전시회를 보러 갔다고 하는데,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다”고 했다. 이어 “결혼하고도 부모를 매주 보러 오던 착한 아들이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씨는 사고 날 회사 동료들과 게임 관련 전시회를 본 뒤 집으로 향하는 길에 변을 당했다. 지인들에 따르면 그는 5년의 연애 끝에 지난해 10월 결혼한 신혼부부였다. 이날 김 씨의 부인은 빈소에서 조문객을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2층에선 또 다른 사망자인 신한은행 직원 이모 씨(54)의 어머니가 “엄마 왔어. 엄마가 왔는데 넌 어디 가고 없니”라며 통곡했다. 이 씨 어머니를 달래던 다른 유가족들도 같이 울음을 터뜨렸다. 이 씨는 불과 석 달 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상고 출신으로 34년 전 은행에 입사한 이 씨를 동료들은 “누구보다 성실한 직원”이라고 기억했다. 불과 3개월 사이 남편과 아들을 모두 잃은 이 씨의 어머니는 빈소에서 “아이고, 어떡하라고 네가 먼저 떠나느냐”고 땅을 치며 눈물을 흘렸다.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 원인을 수사 중인 경찰이 “사고 현장에 가해 차량의 스키드 마크가 없었다”고 3일 브리핑에서 밝혔다. 스키드 마크란 차량이 달리다가 급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갑자기 멈춘 타이어가 지면과 마찰하며 생기는 자국이다. 이날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브리핑 등을 통해 “(가해 차량이 정차한) 최후 사고 지점 주변에 스키드 마크는 없었다”며 “부동액이나 엔진오일, 냉각수가 흐르면 나오는 유류물 흔적만 남아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기본적으로 제동 장치가 걸려야 스키드 마크가 생성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해 차량은 1일 밤 사고 당시 시속 100km가 넘는 속도로 역주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제동 장치들이 작동하면 스키드 마크가 생기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다”며 “가해 차량의 사고기록장치(EDR) 자료를 확보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공신력 있는 기관에 분석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가해 차량이 과속한 시점을 “영상으로 확인했을 때 호텔 지하 1층 주차장을 나오면 출입구 쪽에 약간의 턱이 있다. 그 턱에서부터 가속이 된 걸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가해 차량 운전자 차모 씨(68)의 아내 김모 씨는 3일 기자를 만나 “사고 직전 차가 갑자기 빨라지는 것을 느끼고 남편에게 ‘아!’ 소리를 지르면서 ‘천천히 가, 왜 이렇게 빨리 가?’라고 외쳤다”고 말했다. 이후 남편이 치료 중인 병원에서 김 씨가 “왜 역주행을 했냐”고 묻자 차 씨는 “(브레이크를) 밟을수록 더 가속이 돼서”라고 답했다고 했다. 김 씨는 “남편 고향도 서울, 직장도 서울이었다. 사고 현장도 초행길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전날(2일) 진행된 참고인 조사에서 “(사고 당시)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 씨는 현재 갈비뼈가 부러지고 폐에 구멍이 뚫린 상태로 치료를 받고 있어 직접 경찰 조사를 받기 어려운 상태다. 경찰은 피의자 조사를 진행하기 위해 3일 오전 차 씨가 입원한 병원의 담당 의사와 면담하고 소견을 듣는 등 차 씨의 건강 상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가해 차량이 들이받은 BMW와 쏘나타의 블랙박스도 확보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식을 의뢰하고, 운전자들을 참고인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화성=최원영 기자 o0@donga.com}
서울 중구 시청역 역주행 참사로 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가해 운전자가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손해보험사가 보상 문제를 전담할 사고대책본부를 구성했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해당 손보사는 전날 총괄 임원이 이끄는 대책본부를 만들고 보상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대책본부는 상실수익금, 합의금 등 내부 기준을 종합해 보험금을 산정할 계획이다. 이 손보사 관계자는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밝힐 수 없으나 피해자 보상에 전혀 지장이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사고 원인이 ‘급발진’인지에 대해서는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조사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가해 운전자가 타인의 신체에 대한 배상 책임을 한도 없이 보장하는 종합보험에 가입했다면 사망자 9명에게 지급되는 보험금 총액은 수십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사망자 수가 많았던 데다 연령대가 30∼50대인 만큼 잔여 근속 기간도 길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대부분 대인배상 보장 한도가 무한인 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하는 추세”라며 “피해자 1명당 보험금이 지급되는 구조라 총 수십억 원의 보험금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또한 이번에 사고를 당한 피해자들에게 서울시민안전보험 사회재난사망 보험금 2000만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시민안전보험은 화재, 대중교통사고 등 예상치 못한 사고로 인한 사망, 후유장해, 부상을 입은 시민들에게 보험기관을 통해 보험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개인적으로 가입한 다른 보험이나 자치구의 구민안전보험과 중복 지급도 가능하다. 서울시에 주민등록이 된 사람 누구나 자동 가입되는데, 사망의 경우 상법에 따라 15세 이상 시민에게만 지급한다.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 원인을 수사 중인 경찰이 “사고 현장에 가해 차량의 스키드 마크가 없었다”고 3일 브리핑에서 밝혔다. 스키드 마크란, 차량이 달리다가 급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갑자기 멈춘 타이어가 지면과 마찰하며 생기는 자국이다. 이날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브리핑 등을 통해 “(가해 차량이 정차한) 최후 사고 지점 주변에 스키드마크는 없었다”며 “부동액이나 엔진오일, 냉각수가 흐르면 나오는 유류물 흔적만 남아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기본적으로 제동 장치가 걸려야 스키드마크가 생성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해 차량은 1일 밤 사고 당시 시속 100km가 넘는 속도로 역주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제동 장치들이 작동하면 스키드 마크가 생기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다”며 “가해 차량의 사고기록장치(EDR) 자료를 확보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공신력 있는 기관에 분석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가해 차량이 과속한 시점을 “영상으로 확인했을 때 호텔 지하 1층 주차장을 나오면 출입구 쪽에 약간의 턱이 있다. 그 턱에서부터 가속이 된 걸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전날(2일) 차 씨의 아내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면서 사고 당시 상황을 물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차 씨의 아내는 “(사고 당시)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진술로 미루어 볼 때 동승자(아내) 역시 남편처럼 급발진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했다.차 씨는 현재 갈비뼈가 부러지고 폐에 구멍이 뚫린 상태로 치료를 받고 있어 직접 경찰 조사를 받기 어려운 상태다. 경찰은 피의자 조사를 진행하기 위해 3일 오전 차 씨가 입원한 병원의 담당 의사와 면담하고 소견을 듣는 등 차 씨의 건강 상태를 확인했다.경찰은 가해 차량이 들이 받은 BMW와 쏘나타 승용차 탑승자들에 대해서도 참고인 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사고로 경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BMW와 소나타의 블랙박스를 확보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사고가 난 세종대로18길 4차로 일방통행 도로에 대해 “역주행 방지를 위해 노면에 색깔을 표시하는 등 정책적인 부분을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했다. 사고 예방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최모 씨는 3일 오전부터 가게를 찾은 손님들에게 국화 한 송이 씩을 무료로 건넸다. 이틀 전 코앞에서 벌어진 역주행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꽃이었다. 최 씨는 국화 40송이를 손님들에게 나눠주려 준비했다. 그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사고가 일어나 안타까웠다”며 “내가 할 수 있는게 뭘까 생각하다가, 시민들이 추모 의미로 국화를 놓고 갈 수 있게 무료로 나눠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가게에 꽃을 사러 온 김모 씨(20)는 국화를 무료로 가져가라는 주인 최 씨의 제안을 한사코 거절하고 기어이 값을 치렀다. 김 씨는 “돌아가신 분들의 사연이 너무 안타까워 사고 현장에 찾아왔다”며 “내가 국화값을 내야 진심으로 추모하는 의미를 담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는 꽃집을 나온 뒤 사고 현장에 가서 국화를 두고 갔다. ● 국화, 소주, 메모… 시민들의 추모 이어져이날 곳곳에서 이번 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움직임이 이어졌다. 9명이 숨진 지점에는 국화 50여 송이와 소주, 음료수 등 시민들이 추모하려 두고간 물품들이 가득했다. 근처 가드레일에는 자신을 고등학생이라고 밝힌 시민이 남긴 추모 쪽지가 붙어 있었다. 쪽지에는 “퇴근 후 밥 한 끼 먹고 돌아가고 있던 그 길에서 더 이상 돌이킬 수 없이 유명을 달리한 9분의 명복을 빈다”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빠 생각을 많이 했다”고 적혀 있었다. 이어 “아빠와 비슷한 나이대의 분들이 차마 형용할 수 없는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미어진다”고도 적혀 있었다. 다른 시민이 남긴 것으로 보이는 쪽지에는 “서울의 중심에서 이런 일이 생겨 너무 화가 나고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글이 적혀있었다.시청역 근처 회사에서 근무하는 정모 씨(30)는 “직장에서 5분 거리라 자주 회식하던 곳이었다”며 “그렇게 많은 분들이 돌아가셨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사망자가 나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퇴근길에 음료수 한 병을 놓고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추모 글이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희생자가 우리 가족이었을 수도 있는 일 아니냐”며 “인근이면 바빠도 추모하러 가는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유가족이 유가족을 위로하다 함께 통곡사고 이틀째인 3일 사망자들이 안치된 빈소에는 유가족의 울음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이날 오전 7시 반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2층에선 사망자 이모 씨(54)의 어머니가 “엄마 왔어. 엄마가 왔는데 넌 어디 가고 없니”라고 통곡했다. 이번 사고로 역시 가족을 잃은 다른 유가족들은 이 씨를 달래던 끝에 결국 같이 울음을 터뜨렸다.사망자 중 김모 씨(38)는 결혼한지 1년 도 안 된 신혼부부였는데 이번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사고 날 회사 동료들과 게임 전시회를 보러 가다가 변을 당했다. 서울아산병원 협력업체에서 근무하는 김 씨는 지난해 10월 결혼했다. 그의 부인은 빈소에서 조문객을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렸다. 김 씨의 어머니는 “생전 아들의 유일한 취미가 게임이었다. 동료들과 함께 관련 전시회를 보러 간 것뿐인데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다”며 울었다. 사망자 중 신한은행 직원인 이모 씨(52)는 불과 세 달 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상고 출신으로 34년 전 은행에 입사한 이 센터장을 동료들은 “누구보다 성실한 직원”이라고 기억했다. 그는 슬하에 아들 둘을 뒀는데 “대학에 가지 않고 대신 기술을 배우겠다”는 아들의 뜻을 존중해 준 아빠였다. 불과 3개월 사이 남편과 아들을 모두 잃은 이 센터장의 어머니는 빈소에서 “아이고, 어떡하라고 네가 먼저 떠나느냐”고 땅을 치며 눈물을 흘렸다. 또 다른 사망자인 신한은행 직원 이모 센터장(53)은 20대 아들, 딸과 고3 막내딸을 둔 아빠였다. 그는 생전 어머니와 아버지가 수술을 받고 힘들어할 때 극진히 부모를 간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서울 시청역 역주행 참사가 일어난 다음 날(2일) 이 지역 상인들은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도 추모에 참여하는 분위기였다. 음식점이나 상점에 손님 발길이 끊어지진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2일 오후 6시 기자가 찾아간 서울 중구 북창동 먹자골목 일대는 전날 가해 차량이 들이받아 망가진 가드레일이 그대로 방치돼 있는 등 사고 여파가 남아 있었다. 사고 지점과 가까운 곳의 커피전문점 등 일부 점포는 평일 퇴근 시간대인데도 불이 꺼진 채 문이 닫혀 있었다. 노랫소리가 가득했던 상점 거리도 적막이 감돌았다. 이곳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30대 장모 씨는 “평소에 크게 틀어놓던 가요도 모두 껐다”며 “사고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 퇴근 직장인들로 만석을 이뤘어야 할 술집, 식당들과 행인들로 붐벼야 할 먹자골목도 텅 비다시피 했다. 한 식당 주인은 “사람들에게 들어보니 인근의 몇몇 큰 회사들은 직원들에게 ‘당분간 밥을 나가서 먹지 말고 구내식당을 이용하라’고 했다더라”고 말했다. 이어 “가게 운영이 어렵지만, 안타까운 일이 발생해 추모하면서 이 기간을 버티려고 한다”고 밝혔다. 5년째 고깃집을 운영하는 정모 씨(55)는 “평소 점심시간에 20팀 정도가 오는데 오늘은 5팀밖에 오지 않았다”며 “저녁 예약도 다 취소됐다”고 했다. 그는 “시청 직원들도 ‘어제 사고로 당분간 조심하라는 지시가 내려와서 예약을 취소한다’며 연락을 해왔다”고 말했다. 족발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 씨(52)는 “평소 저녁 시간대면 100석이 넘는 테이블이 꽉 차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는데 오늘은 10명도 오지 않았다”며 “저녁 예약도 모두 취소됐다”고 말했다.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1일 서울 시청역 인근 역주행 참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경찰이 가해 차량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으로 옮겨 분석에 나섰다. 가해 운전자 차모 씨(68)가 왜 역주행을 했는지, 그의 주장대로 급발진이나 차량 결함인지, 왜 사람들을 치기 전 운전대를 틀지 않았는지, 고령의 나이 탓인지 등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제기된다.● 주차장 나간 뒤 역주행 질주… “굉음”경찰과 목격자, 차 씨의 진술 등을 종합하면 1일 오후 9시 26분경 서울 중구 시청역 뒤편에 있는 웨스틴조선호텔 주차장에서 차 씨의 검은색 제네시스 G80 차량이 빠져나왔다. 차 씨 부부는 호텔에서 열린 지인의 칠순 잔치에 참석했다가 귀가하는 길이었다. 운전석에는 차 씨, 조수석에는 아내가 탔고 다른 탑승자는 없었다. 사고 당시 폐쇄회로(CC)TV 등을 보면 차 씨의 차는 갑자기 세종대로 18길 4차선 일방통행 도로를 신호도 무시하고 빠르게 역주행했다. 경찰이 사고기록장치(EDR)를 분석한 결과 시속 100km가 넘었다. 약 200m를 질주한 끝에 인도와 차도를 분리해 놓은 가드레일을 먼저 들이받았다. 그러곤 붕 떠서 날아가는 듯이 인도 위의 시민 11명과 오토바이 2대를 연속으로 쳤다. CCTV에는 담소를 나누던 시민들이 갑자기 다가오는 헤드라이트 불빛을 보고 놀라는 장면이 담겼다. 차량 속도가 너무 빨라 피할 겨를조차 없었다. 충돌 직후에는 주변 가게에서 사람들이 나와 황망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펴보는 모습이 담겼다.이후 차 씨의 차량은 계속 질주해 횡단보도에 서 있던 시민들과 BMW, 쏘나타 승용차를 추가로 들이받았다. 그리곤 교차로를 가로질러 2호선 시청역 12번 출구 근처까지 와서야 속도를 줄이며 멈춰 섰다. 앞에 행인들이 있었지만 차량 속도가 줄어든 덕분에 재빨리 자리를 피할 수 있었다. 불과 몇 초 만에 벌어진 상황이었다. 소방 등 당국에는 9시 27분에 사고가 처음 접수됐다. 인근 호프집에서 사고를 목격한 신모 씨(61)는 “천둥 소리가 나서 처음엔 비가 오는 줄 알았다. 놀라서 나가 보니 피 흘리는 사람들이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 급발진 논란… 전문가 “운전자 부주의 가능성”현장에서 검거된 차 씨는 급발진을 주장했다. 하지만 목격자들은 “일반적인 급발진 사고와 달라 보였다”고 말했다. 목격자 정모 씨는 “시속 100km도 넘어 보이는 속도로 브레이크도 안 밟고 시민들을 친 것 같았다”며 “사고 이후엔 정상적으로 멈추더니 차에서 남녀가 내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운전자 부주의일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사고 영상으로는 브레이크가 정상 작동을 하며 차가 멈췄던 것으로 보인다”며 “급발진보다는 운전 부주의로 보이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교통사고 전문 최충만 변호사는 “급발진 차량은 정면으로 가지 역주행을 하는 경우가 드물다”며 “급발진의 경우 장애물에 막혀야 차가 멈춘다.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는다고 차가 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해 차량은 두 달 전 경기 안산의 한 차량정비업체 종합검사 결과에서 아무런 이상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2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사고 차량 자동차등록원부에 따르면 해당 차량은 2018년 5월 제조돼 2022년 6월과 올 5월 두 차례에 걸쳐 안산의 차량정비업체에서 검사를 받았다. 올해 5월 8일 종합검사를 진행한 A업체는 본보에 “(가해 차량에 대한)종합검사 당시 모든 항목에서 ‘양호’가 나왔다”고 밝혔다. 급발진 관련해선 “‘센서 진단’을 진행했는데 적합, 양호하다고 나왔다”고 설명했다.경찰은 2일 국과수에 가해 차량 감정을 의뢰했다. EDR 분석에는 통상 약 2개월이 소요되지만 경찰은 신속한 분석을 요청했다고 한다. 차 씨 부부가 차량에 타기 전 다투는 모습이 목격됐다는 일부 소문에 대해서 경찰은 “블랙박스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블랙박스에는 차 씨 부부가 운전 중 놀란 듯 ‘어, 어’ 하는 음성 등만 담겼다. 경찰은 차 씨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도 검토할 계획이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1일 밤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사거리에서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해 최소 9명이 숨지는 등 1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현장에서 검거된 68세 남성 운전자는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경찰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27분경 지하철 2호선 시청역 12번 출구 인근 교차로에서 68세 남성이 몰던 제네시스 G80 차량이 과속으로 역주행해 인도를 걸어가던 보행자 여러 명과 도로 위에 있던 차들을 잇달아 들이받았다. 소방당국은 오후 11시 30분 기준으로 사망자 9명, 중상 1명(가해 차량 운전자), 경상 3명 등 총 1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현장에서 가해 운전자의 신병을 확보한 가운데, 가해 운전자는 ‘급발진’이 원인이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남성은 경기 안산의 한 여객운송업체 소속 버스운전사로 알려진 가운데, 사고 직후 갈비뼈에 통증을 호소해서 병원으로 이송됐다. 한 현장 목격자는 “숭례문에서 광화문 방향으로 운전 중에 신호를 대기하고 있었는데 오른쪽(세종대로18길 방향)에서 검은색 제네시스가 갑자기 빠른 속도로 역주행했다”며 “인도에 있는 사람 10여 명을 치고 나서도 브레이크를 안 밟은 것처럼 속도를 줄이지 않고 사거리 방향으로 내달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목격자에 따르면 오후 9시 50분경 시청역 7번 출구 앞에서 119 구급대가 들것에 사상자들을 실어 이송하는 장면이 목격됐다. 현장에서 목격된 가해 차량은 운전석과 바로 뒤 좌석이 심하게 파손된 모습이었다. 운전석에는 터진 에어백으로 추정되는 하얀색 천이 매달려 있었다. 경찰은 해당 운전자의 음주운전 및 마약 복용 여부 등을 수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오후 10시 37분경 대변인 서면 브리핑을 통해 “피해자 구조 및 치료에 총력을 다하라”고 행정안전부 장관과 소방청장에게 긴급 지시했다. 68세 운전차량 인도 돌진… 보행신호 기다리던 시민들 덮쳐서울광장앞 교통사고 9명 사망교차로 한복판-횡단보도-차도 등피해자들 여기저기 쓰러져 아수라장목격자 “천둥소리 같은 굉음 들려”1일 오후 9시 26분경 대형 교통사고로 최소 1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교차로 일대는 소방차와 구급차, 인근을 통행하다가 멈춰 선 차량들로 마비됐다. 오후 9시 반경 본보 기자가 찾은 사고 현장에는 사상자 10여 명이 인도와 도로 여기저기에 쓰러져 있었다. 시청역 교차로를 지나는 횡단보도에 약 6명이 쓰러져 있었고, 교차로 한복판에는 사고 차량에 치여 튕겨나간 것으로 보이는 사상자 2, 3명이 쓰러져 있었다. 인근 도로에도 사상자 3, 4명이 쓰러져 있었다. 본보가 확보한 사고 현장 폐쇄회로(CC)TV에는 인도에서 대화를 나누거나 서 있던 시민 11명을 가해 차량이 들이받는 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또 다른 CCTV 장면에는 가해 차량이 약 50m를 역주행해 오토바이 2대를 들이받고 그 충격으로 오토바이가 인근의 가게로 날아가는 순간이 담겼다. 사고 직후 오후 10시 40분경 소방당국은 중상을 입은 가해 차량 운전자를 포함해 최소 1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사상자 중 남성이 12명, 여성이 1명이었다. 소방당국과 목격자 등에 따르면 사고 직후 가해 차량인 제네시스 G80 차량에서 68세 남성 A 씨와 여성 한 명이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직후 경찰은 현장에서 가해자에게 음주 측정을 실시했으나 양성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가해 차량에 동승했던 여성은 현장에서 본보 기자를 만나 자신이 가해자의 아내라고 밝혔다. 그는 기자에게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차가 막 여기저기 다 부딪혀서 저도 죽는 줄 알았다”며 “남편은 병원으로 이송됐다. 왼쪽 갈비뼈 부근이 아프고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남편은 음주를 하지 않았다. 사고 직후 경찰이 바로 측정했다”며 “남편 직업이 버스 운전사라 매일 운전을 해야 하기 때문에 술은 한 방울도 안 마셨다”고 말했다. 또 “남편은 현역에서 은퇴한 뒤 시내버스를 운전해왔다”며 “착실한 버스 운전사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갑자기 급발진하면서 역주행이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사고 직후 현장에서는 소방차와 경찰차, 응급차 등이 계속 몰려오고 구급대원들이 사상자들을 긴급히 실어 나르는 모습이 포착됐다. 구급대원들은 사상자 중 쓰러져 있던 7명에 대해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한 뒤 병원으로 이송했다. 참사 현장을 눈앞에서 목격한 시민들은 충격이 가시지 않는다는 듯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사고 수습 과정을 지켜봤다. 현장 목격자 김모 씨는 “가해 차량이 갑자기 인도로 달려오며 오토바이 2대와 시민들을 덮쳤다”며 “충돌 당시 순간 천둥 소리 같은 굉음이 들렸다”고 말했다. 운전자가 고령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최근 잇달았던 노인 운전자 사고도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앞서 4월 22일 경기 성남시 판교노인종합복지관 주차장에서는 90세 고령 운전자 박모 씨가 몰던 차량이 복지관을 찾은 노인 4명을 덮쳐 1명이 숨졌다. 2021년 9월에는 60대 운전자가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앞의 횡단보도에서 자신이 몰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행인들을 치어 6세 여자아이 1명과 아이 엄마 등 총 6명이 다쳤다. 행정안전부는 현장상황관리관을 사고 현장에 보내 사고 수습을 지원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가용할 수 있는 인원을 총동원해 인명 구조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1일 밤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사거리에서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해 최소 9명이 숨지는 등 1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현장에서 검거된 68세 남성 운전자는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서울경찰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27분경 지하철 2호선 시청역 12번 출구 인근 교차로에서 68세 남성이 몰던 제네시스 G80 차량이 과속으로 역주행해 인도를 걸어가던 보행자 여러 명과 도로 위에 있던 차들을 잇달아 들이받았다. 소방당국은 오후 11시 30분 기준으로 사망자 9명, 중상 1명(가해 차량 운전자), 경상 3명 등 총 1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경찰은 현장에서 가해 운전자의 신병을 확보한 가운데, 가해 운전자는 ‘급발진’이 원인이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남성은 경기 안산의 한 여객운송업체 소속 버스운전사로 알려진 가운데, 사고 직후 갈비뼈에 통증을 호소해서 병원으로 이송됐다.한 현장 목격자는 “숭례문에서 광화문 방향으로 운전 중에 신호를 대기하고 있었는데 오른쪽(세종대로18길 방향)에서 검은색 제네시스가 갑자기 빠른 속도로 역주행했다”며 “인도에 있는 사람 10여 명을 치고 나서도 브레이크를 안 밟은 것처럼 속도를 줄이지 않고 사거리 방향으로 내달렸다”고 말했다.또 다른 목격자에 따르면 오후 9시 50분경 시청역 7번 출구 앞에서 119 구급대가 들것에 사상자들을 실어 이송하는 장면이 목격됐다. 현장에서 목격된 가해 차량은 운전석과 바로 뒤 좌석이 심하게 파손된 모습이었다. 운전석에는 터진 에어백으로 추정되는 하얀색 천이 매달려 있었다. 경찰은 해당 운전자의 음주운전 및 마약 복용 여부 등을 수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오후 10시 37분경 대변인 서면 브리핑을 통해 “피해자 구조 및 치료에 총력을 다하라”고 행정안전부 장관과 소방청장에게 긴급 지시했다.이상환 payback@donga.com·손준영·주현우 기자}
화재 참사가 일어난 경기 화성시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의 인근 지역에 있는 한 리튬 취급 공장이 안전진단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적발됐다. 30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 산하 기후환경에너지국, 소방재난본부, 특별사법경찰단 등은 합동점검반을 편성해 관내 48개 리튬 취급 사업장을 대상으로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4일까지 안전점검을 진행 중이다. 이 중 5곳은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과 함께 점검했는데, 리튬 배터리 제조업체 A사가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에 따른 안전진단을 실시하지 않아 적발됐다. 화관법에 따르면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을 운영하는 자는 위험도에 따라 주기적으로 안전진단을 받아야 한다. 위험도가 가장 높으면 4년마다, 낮으면 8∼12년마다 받아야 한다.점검에 참여한 환경부 관계자는 “A사는 4년에 한 번 받아야 하는 안전점검을 받지 않아 이번에 적발됐다”며 개선 명령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 번 더 적발될 시 경찰에 고발 조치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진단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경기도는 리튬 등 화학물질 취급 업체들이 법적 기준을 지켰다고 해도 실제로 위험성이 있는지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화재를 예방해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합동점검반은 30일 기준 조사 대상 48곳 중 7곳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한편 아리셀 공장의 근로자들이 “안전교육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고 비상구가 어디 있는지도 몰랐다”고 주장한 데 대해 경기남부경찰청 아리셀 화재 사고 수사본부는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주영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아리셀은 2021년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3년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위험성 평가 우수 사업장으로 인정받았다. 그 덕에 3년간 산재보험료 약 580만 원을 감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주말 이틀 간 전국 곳곳에 장맛비가 쏟아지며 시설물과 재산 피해가 잇달았다. 3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지난달 29일)부터 내린 비로 이날 오전 6시까지 전국 3개 시군구에서 21가구 31명이 일시 대피하고 항공기 5편이 결항했다. 행정안전부는 전라·충청·경상권에 지난달 29일 오후 5시부터 중대본 1단계를 가동하고 호우 위기 경보를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상향했다.중대본에 따르면 29일 자정부터 일요일인 30일 오전 5시까지 제주 서귀포시(249.5mm),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130.0mm), 전남 영암군(144.0mm), 전남 진도군(141.5mm), 경남 산청군(141.0mm), 경남 하동군(139.0mm), 강원 춘천시(103.0mm) 등에 폭우가 쏟아졌다.특히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은 지난달 29일 낮 시간대에 시간당 81mm ‘물 벼락’이 쏟아졌다.기상청은 30일 오전 2시를 기해 제주도 북부와 북부 중산간에 강풍경보를, 경상북도(영덕, 울진 평지, 포항, 경주, 경북 북동 산지) 등에 강풍주의보를 발령했다.전국 곳곳에서는 크고 작은 시설,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지난달 29일 오후 1시 3분 시간당 81mm의 폭우가 쏟아진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난산리의 한 도로에서는 차량 3대가 불어난 물에 고립돼 운전자 3명이 차를 버려둔 채 탈출했다. 같은 날 오후 8시 7분에는 제주 북부인 제주시 연동의 한 길거리에 심어진 가로수가 강풍을 견디지 못해 쓰러졌다. 제주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30일 오후 2시까지 총 50건(배수 지원 16건, 도로 침수 10건, 하수 역류 6건, 가로수 전도 7건, 펜스 날림 2건, 중앙분리대 조치 2건, 신호등 흔들림 1건, 대문 날림 3건, 외벽 무너짐 1건, 나무 부러짐 1건)의 호우·강풍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영남 지역에서도 많은 비와 강풍으로 피해가 잇따랐다.30일 오전 7시 35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월영동에서는 이 일대 주택 992가구가 정전됐다가 3시간 50여분 만에 복구됐다. 강풍에 나무가 쓰러지면서 전선을 건드린 것이 원인이었다. 통영에선 침수 위험지역에 사는 주민 1명이 지난달 29일 밤 숙박 시설로 대피했다. 부산에서는 해운대구 도로에서 강풍에 나무가 쓰러졌고, 수영구에서는 임시 보행자 통로가 전도됐다. 호남에서도 피해 신고가 이어졌다.광주시 소방안전본부는 30일 오전 10시 27분 광산구 장덕동 도로가 침수됐다는 신고를 받고 배수 작업을 벌이는 등 총 15건 안전조치를 했다. 전남도 소방본부도 30일 오전 11시 59분경 목포시 산정동 한 주택에 물이 찼다는 신고를 받고 배수 조치를 하는 등 총 47건의 안전조치를 했다.서울에서도 담이 무너지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50분경 서울 중랑구 중화동에서는 강풍에 연립주택 담벼락이 무너져 잔해가 골목을 뒤덮어 차량 통행에 불편을 겪었다. 중랑구청은 현장에 출동해 3시간 만에 잔해를 치우고 통행로를 확보했다.기상청 관계자는 “10일까지 정체전선과 저기압의 영향으로 비가 오는 지역이 많겠다”며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매우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광주=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송진호 기자jino@donga.com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창원=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경찰이 유명 배우, 스포츠 선수 등을 내세운 ‘스캠(사기) 코인’이라는 의혹을 받는 가상화폐 위너즈코인의 최모 전 대표 등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27일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위너즈코인 최 전 대표 등 주요 피의자 3명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24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코인을 발행하는 과정에서 불법적으로 투자금을 모집하는 등 정상적인 코인 판매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이에 4월 1일 위너즈코인 발행 업체인 위너즈의 강남구 사무실과 최 전 대표의 자택을 압수수색했고, 당시 최 전 대표의 휴대전화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최 전 대표는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가격을 폭락시켜서 투자자들을 다 손실 보게 하고 돈 들고 도망가는 것이 스캠 코인이라고 알고 있다”며 “우리는 여태까지 정말 열심히 (사업) 했고 논란이 있던 2월부터 지금까지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사업했지만 오히려 손실만 봤다”고 해명했다.투자금을 돌려주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처음부터 환불 조항이 없었다. 논란이 일기 전에 사정이 있어서 환불 요청을 했다면 몰라도 코인이든 주식이든 빼고 싶을 때 마음대로 뺄 수 있는 그런 투자는 없다고 본다”고 했다.위너즈코인은 블록체인과 격투기 등 스포츠를 연계한 서비스를 표방하며 2022년 11월 발행돼 이후 전직 국회의원과 경찰 고위 간부, 유명 유튜버 등을 앞세워 투자자를 모았다. 하지만 스캠 코인이라는 투자자들의 주장과 민원이 빗발쳐 올 2월 금융위원회가 관련 민원을 경찰에 보내 수사가 시작됐다.최 전 대표는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 연예인 등을 앞세워 30억 원대 투자금을 모집한 뒤 돌려주지 않은 ‘골든골(GDG)’ 코인 운영업체의 핵심 관계자이기도 하다. 그는 관련 수사를 받던 중 당시 시도경찰청장이었던 인물과 사무실에서 사진을 찍어 논란이 일었다. 이 사건을 수사하던 경기 김포경찰서는 최 전 대표를 4월 22일 인천지검 부천지청에 송치했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23명이 숨진 경기 화성시 아리셀 공장 사고와 같은 리튬전지 화재 때 효과가 있는 금속화재용 소화기가 1년 넘게 정부 내 심사 절차에 머물면서 현장 도입이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소방청은 지난해 3월 금속화재용 소화기의 성능 기준을 담은 기술 기준을 행정 예고했다. 현재 제조공장 등에 비치된 일반 소화기는 화성 사고처럼 리튬이나 칼륨, 세슘 등 가연성 금속에서 발생한 금속화재에 효과가 없다는 지적에 따라 신설한 것이다. 금속화재는 물로 끄려 하면 수소가 생성돼 폭발한다. 금속화재 소화기를 정식으로 승인하고 검사하려면 이 기준이 확정돼야 한다. 그런데 26일 현재 이 기준은 심사 단계에 계류 중이다. 같은 기준에 일반 소화기 부품의 원산지 표시법 등 다른 개정 내용도 30건 넘게 포함돼 있어 심사가 덩달아 늦어졌다. 금속화재용 소화기는 리튬전지 화재에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만큼, 더 일찍 도입됐다면 23명이 숨진 24일 아리셀 리튬전지 제조공장 화재 때도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됐을 거란 지적이 나온다. 발화 당시 작업자들은 29초 만에 일반 소화기로 진화를 시도했지만 효과가 없고 오히려 불길은 더 거세졌다. 소방청 관계자는 “7, 8월경에는 심사를 마치고 허가하겠다”고 말했다. 화재공장 인근 리튬전지 공장 5곳중 3곳 금속화재 소화기 없어[화성 리튬전지 공장 참사]금속화재 관련 대처 규정 없어… 전용소화기 있어도 검증 안된 제품카카오-NHN 리튬화재 맞춤 대응… 전문가 “전용소화기 도입 시급”26일 경기 화성시 서신면 전곡산업단지의 A리튬전지 제조공장. 이틀 전 화재로 23명이 숨진 아리셀 공장과 차로 5분 거리인 이곳에서는 이날도 외국인 근로자들이 작업으로 분주했다. 이 공장은 연간 수십만 개의 리튬전지를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품 창고 옆에는 불에 잘 타는 각종 목재와 폐품이 쌓여 있었다. 그런데 공장 안에선 리튬전지 화재 진화에 효과가 있는 금속화재용 소화기가 한 대도 보이지 않았다. 통상 가정용으로 쓰는 것과 같은, 리튬전지 화재 진화에 소용이 없는 일반 소화기만 곳곳에 놓여 있었다. 이 공장 관계자는 “금속화재용 소화기는 없지만 우리 공장은 구조가 달라 (불이 나도 탈출하기 쉽기 때문에) 괜찮다”고 했다.● 인근 공장 5곳 중 3곳, 금속화재 소화기 없어 동아일보 취재팀이 25일과 26일 아리셀 인근 리튬전지 공장 5곳을 방문해 보니 금속화재용 소화기를 비치한 곳은 2곳뿐이었다. B공장의 관계자는 “일반 소화기만 몇 대 갖고 있으면 되는 것 아니었냐”고 되물었다. C공장 측은 “(작업 공간) 25m 안에 소화기를 갖춰야 한다는 의무 사항은 지키고 있다. 뭐가 문제냐”고 했다. B와 C공장은 화재 시 경보를 울리는 자동화재탐지설비조차 갖추지 않고 있었다. D공장은 금속화재용 소화기는 있었지만 화재 대피 안내도가 없었다. 공장 측은 “리모델링하느라 떼어놨다”고 했다. 대피 안내도는 유사시 탈출로를 숙지하기 위해 항상 게시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일부 공장이 갖춘 금속화재용 소화기도 소방당국 검증을 거친 정식 제품이 아니라는 점이다. 소방청이 금속화재용 소화기 개발과 도입을 위해 지난해 3월 관련 기준을 행정예고하고도 1년 넘게 심사 중이기 때문이다. 2020년 감사원이 금속화재 대처 규정이 없는 문제를 지적한 지 4년이 지나도록 해결되지 않은 것이다. 현행 소화기 기준에 따르면 화재는 일반화재(A급)와 유류화재(B급), 전기화재(C급), 주방화재(K급) 등 총 4가지로 분류된다. 금속화재는 별도 분류가 없어 전용 소화기도 없다. 시중에 유통되는 금속화재용(D급) 소화기는 성능이 검증되지 않은 수입 제품이다. 효과를 담보할 수 없는 것이다. 남기훈 창신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 등에는 금속화재 전용 소화약제가 제작돼 있지만 우리나라는 관련 법적 정의조차 없어 (소화기 자체를) 시험할 기준이 없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리튬전지 화재 대응 자구책 리튬전지 화재 소화기 도입이 늦어지면서 산업계에선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2022년 10월 판교데이터센터 화재 당시 리튬전지가 순식간에 수백 도까지 온도가 오르는 ‘열 폭주’ 현상으로 서비스 먹통까지 겪은 카카오는 새 데이터센터를 만들면서 관련 대책부터 마련했다. 이달 11일 공개한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에 화재가 발생한 배터리의 전원을 초기에 차단하는 등의 특허 출원 기술을 적용한 것. 새 시스템에는 배터리만 비추는 열화상카메라와 연기감지기가 설치돼, 불꽃이 일거나 연기가 나면 관제센터에 자동으로 경고를 보낸다. 불이 붙은 리튬전지에는 방염천이 내려와 둘러싸고, 물 대신 전용 소화 약제를 뿌린다. 인근 소방서에도 즉시 신고가 접수된다. 소방당국이 도착할 때까지 진압이 안 될 경우 지속적으로 물을 뿌려 온도를 낮춤으로써 불의 확산을 막는다. 카카오처럼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NHN 클라우드도 발화 전 미세한 연기를 감지하는 특수 설비를 설치했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이른 시일 내 금속화재용 소화기뿐 아니라 리튬전지 화재에 특화된 전용 소화기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세진 우송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금속화재용 소화기를 도입하고 나면 내용물을 나트륨 등으로 대체해 리튬전지 화재 진화에 더 효과적으로 개조하는 건 크게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화성=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화성=임재혁 기자 heok@donga.com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화재로 23명이 사망한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의 경기 화성시 공장이 연면적 기준 미달로 소방당국의 ‘화재안전 중점관리 대상’에서 제외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에서 일차전지를 만드는 공장 10곳 중 8곳도 연면적 기준에 미달해 중점관리 심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리셀 측이 22일에도 공장에 화재가 발생했는데 신고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는 등 이번 사건이 총체적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25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한국산업단지공단의 ‘2024년 5월 전국공장등록현황’에서 리튬 등 일차전지 제조업(28201)으로 분류된 공장 32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 27곳(84.3%)은 연면적이 ‘3만 ㎡ 이하’여서 각 소방서에서 관련법에 따라 심의를 거쳐 지정하는 ‘화재안전 중점관리 대상’에 지정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중점관리 대상에 포함되면 매년 관할 소방서의 계획에 따라 화재 안전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소방특별조사나 점검도 받는다. 하지만 일차전지 업체 대부분이 중점관리 대상이 아닌 탓에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연면적이 약 2300㎡에 불과한 아리셀 공장도 중점관리 대상 심의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라 아리셀 측은 자체 점검만 한 뒤 최근 3년 동안 ‘이상 없음’으로 소방당국에 통보했다. 특히 건축 면적이 500㎡ 미만인 공장은 산업집적법상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할 의무조차 없다. 이에 미등록 일차전지 업체는 현황조차 제대로 집계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이차전지 제조업체는 현황을 파악하고 있지만 (이차전지에 비해) 규모가 작은 일차전지는 정책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따로 현황을 집계하지 않았다”며 “고용보험 가입 기준으로 확인된 일차전지 제조업체 500여 곳에 대해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아리셀 공장에 보관 중이던 군용 배터리가 폭발하며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군용 배터리가 일반 배터리보다 용량이 커 폭발·화재 위험성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돼 온 만큼 경찰은 아리셀 측이 규정에 맞게 보관했는지를 수사할 방침이다. 한편 경찰은 박순관 아리셀 대표 등 5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입건하고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박 대표에겐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화성에만 배터리 공장 18곳… 소방당국-업체 전용 진화장비 ‘0’[화성 리튬전지 공장 참사]리튬전지 공장 ‘소방안전 사각지대’청주 29개-구미 24개-충주 16개… 방화벽 등 국제기준, 국내서는 외면“불나면 전소할 때까지 볼 수밖에”… ‘열폭주’ 법안, 국회서 논의도 안돼리튬전지 제조업체인 아리셀의 경기 화성시 공장에서 불이 나 23명이 사망한 가운데 국내 일차·이차전지 공장 상당수가 화재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화성시뿐만 아니라 충북 청주 등지에도 리튬전지 공장들이 모여 있는 경우가 많아 동시다발로 화재가 발생할 경우까지 감안해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화재 공장 옆 건물에도 리튬 2t 보관 25일 찾은 아리셀 공장은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구조였다. 특히 불이 난 3동(공장)에서 불과 10m 떨어진 8동엔 배터리 완제품을 30만 개 이상 만들 수 있는 리튬 2t이 있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8동으로 불이 옮겨붙었으면 리튬을 저장하는 탱크가 터졌을 것”이라며 “(소방관들이 뿌리는) 소화용 물이 리튬에 닿았다면 초대형 화재가 발생했을 수 있다”고 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리튬 등 일차·이차전지 공장은 현재 화성시에만 18개가 건립됐다. 충북 청주(29개), 경북 구미(24개), 충북 충주(16개) 등 일부 산업도시에도 밀집해 있다. 반면 리튬전지 공장 밀집 지역에서 불이 나도 뾰족한 진압책이 없는 상황이다. 리튬전지는 물과 결합하면 수소가 발생해 더 큰 폭발을 일으키기 때문에 마른 모래 등 특수한 진압 시스템이나 금속화재 소화약제 등 전용 장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아리셀 공장이 있는 전곡산업단지 등 화성 일대에는 소방당국과 업체 측 모두 전용 진화 장비가 없었다. 다른 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등록한 일차전지 공장의 84.3%가 연면적 기준 미달로 소방당국의 ‘화재안전 중점관리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대처 방안이 없다 보니 리튬전지 화재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차전지 업체 비츠로셀의 충남 예산 공장도 2017년 4월 화재로 전소되기도 했다. 당시 공장과 가까운 아파트 유리창 30∼40개가 파손됐고, 주민 200여 명이 긴급 대피했다. 유해물질인 아황산가스를 마신 주민들은 치료를 받아야 했다. 이후 비츠로셀은 공장을 재건하면서 철근 콘크리트 구조를 적용하며 특수 스프링클러를 설치했고, 배터리를 옮길 때 사용하는 트레이를 불에 잘 타지 않는 난연 소재로 사용하는 등 안전설비를 대폭 강화했다.● “중소기업은 안전시설 갖추기 어려워” 생산 현장의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는 공장도 많다. 한국화재보험협회에 따르면 △90분의 내화 성능(화재에 견디는 성능)을 가진 방화벽 △20m 안전거리 확보 등을 통해 리튬전지를 분산 보관하는 게 국제 표준이다. 그러나 전곡산업단지 입주 업체 관계자는 “이번에 처음 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일차전지 업체는 중소기업이 많아 화재 대응 능력도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리셀 공장도 연면적이 2300㎡에 불과해 3만 ㎡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화재안전 중점관리 대상’에서 빠졌다. 한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대기업은 안전시설을 완벽하게 꾸며놓지만, 중소기업은 갖출 수가 없다”며 “한번 불이 나면 전소할 때까지 속절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리셀) 근방의 다른 일차전지 업체들도 2010년대 중반 화재로 줄도산했다”고 했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이차전지는 각종 규제에 따라 보호장치를 다수 적용하지만, 일차전지는 안전기준 등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7월 국회를 통과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은 전기차 배터리를 만들거나 수입할 때 안전성 인증을 받게 하고 성능 시험에서 배터리 제조사에 핵심 부품 결함조사를 요구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배터리 제조 과정 관련 내용은 담고 있지 않다. 21대 국회에서 ‘열 폭주’ 현상에 대비해 소방 훈련을 강화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상임위원회 소위에서 한 번도 논의되지 못하고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도 일차전지와 관련한 화재 방지나 안전 강화 법률은 발의되지 않고 있다.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화성=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수익률) 700% 계획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10일 보안 메신저 텔레그램의 한 대화방에서 자칭 ‘관리자’가 주식 투자를 유도하며 이런 메시지를 띄웠다. 이어서 다른 회원들이 ‘송금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송금액이 ‘3억 원’으로 찍힌 입금증을 대화방에 띄웠다. “150억 원의 현금 보상을 제공한다”며 투자자를 모은 한 주식 투자 리딩방의 모습이다. 최근 제도의 사각지대 속 스팸 문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지적 속에 동아일보 취재팀은 이달 초부터 이러한 스팸 문자를 통해 텔레그램 리딩방에 3주 동안 잠입해 실태를 직접 확인했다. 계기는 7일 기자에게 날아온 문자 메시지였다. “특별 수익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예상 수익은 700%에 달한다”라는 메시지에 대화방 링크가 첨부돼 있었다. 기자가 링크를 타고 일반 투자자 방에 진입하자 사흘 뒤 ‘VIP방’에 초대됐다. VIP방에선 ‘한 교수’라는 대화명을 지닌 한 인물이 ‘종목 정보’라며 투자 유도 글을 올리고 있었다. 주로 초보적인 수준의 투자 지식에 유망해 보이는 사업을 버무린 내용이었다. 하지만 참가자들은 “감사합니다 교수님” “오늘 시장도 복잡한데 교수님 계셔서 안심”이라며 ‘한 교수’라는 인물을 추종했다. 현금 수억 원을 입금했다는 출처가 불명확한 인증 메시지가 계속해서 올라왔다. 그런데 약 2주가 지나자 점점 ‘탈퇴한 계정’이 늘기 시작하며 바람잡이 역할을 하던 이들은 사라졌다. 소수의 일반 투자자는 “너무 많이 입금시키는 것 아니냐” “왜 연락을 받지 않냐”며 걱정을 쏟기 시작했다. 업체 측이 소개한 사명과 로고는 설명과 무관한 미국의 한 회사의 것이었다. 최근 주식 리딩방 사기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관련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리딩방으로 투자자를 유도하는 주요 수단은 스팸 문자다. 하지만 24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은 보이스피싱 조직원과 공모해 지난해 8월 24일부터 일주일간 허위 대출 문자 총 9만9472건을 발송한 혐의를 받는 A 씨(49)에게 이달 12일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하는 데 그쳤다. 판결문에 따르면 A 씨는 ‘국회 의결예산으로 시행되는 생계 지원자금 혜택 대상’이라는 허위 문자를 대량으로 발송했다. 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스팸 문자 발송만으로는 구체적인 피해액 측정이 어려워 처벌 수위가 약하다”라며 “처벌보다 수익이 더 이득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관련 규정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