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식

김갑식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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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갑식 부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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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06~2025-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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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로서 받은 달란트, 연극 통해 이웃과 나누고 싶어요”

    《성탄절을 앞둔 서울 명동대성당은 요즘 색다른 분위기다. ‘명동, 겨울을 밝히다’라는 제목으로 캐럴과 연극 공연, 가톨릭평화방송(cpbc) 라디오 생방송, 성탄 소품을 판매하는 성탄 마켓이 진행 중이다. 2015년 성탄 무렵 명동을 찾는 사람들을 위로하자는 소박한 취지에서 시작된 행사다.》 서울가톨릭연극협회(회장 최주봉)와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으로 톨스토이 원작의 연극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도 무대에 올랐다. 이 작품에 출연 중인 배우 심우창 문지영과 문화프로그램 산파역을 맡은 유환민 신부를 최근 만났다. 1998년 사제품을 받은 유 신부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을 다녔다. “요즘 저작권 때문에 거리에서 캐럴도 듣기 힘들어요. 첫해에 고생 많았죠. 직접 망치 들고 무대 만들면서 손에 동상 걸린 분도 있어요. 올해는 250석 규모의 파밀리아 채플에서 공연하는데 거의 호텔에서 공연하는 느낌입니다.”(유 신부) 연극은 24일 오후 5시 8시, 25일 오후 2시 5시 반, 캐럴 공연은 성당 들머리에서 24일 오후 4시 7시, 25일 오후 1시 3시에 열린다. 가톨릭회관 앞마당에서는 낮 12시∼오후 9시 먹을거리와 수공예 성물 등을 판매하는 마켓이 진행되고, 수익금은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한다. 연극 ‘사람은…’에서 심우창은 구두수선공 세몬, 문지영은 미하일 천사 역을 맡았다. “술기운에 외투와 장화를 거리의 미하일에게 내줍니다. 그냥 가려다 마음의 소리를 외면하기 어려웠던 거죠.”(심우창) “미하일은 구두수선공 부부와 지내면서 하느님이 주신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습니다.”(문지영) 이들이야말로 ‘배우는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자문자답을 숱하게 했을지 모른다. 연극 무대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이들이 생활인으로 살아가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심우창은 1973∼1986년 국립극단 단원으로 활동한 베테랑 배우로 드라마 ‘태조 왕건’, 영화 ‘타짜’ 등에도 출연했다. 세례명이 독일 성인의 이름을 딴 세베로라고 밝힌 그는 “복을 ‘세 배로’ 받아야 하는데…”라며 웃었다. 문지영의 세례명은 여왕이란 뜻의 레지나. 서울시립예술단(현 서울시립뮤지컬단)에서 활동하다 1990년대 후반 본격적으로 대학로 무대에 도전했다. 하지만 생계를 잇기 어려울 정도로 생활은 불안정했다. 그때 집 앞 성당을 찾아 ‘하느님, 살려 달라’며 무작정 빌었다. “그 일이 신앙의 시작이 됐어요. 당시 알게 된 수녀님이 연극계 여왕이 되라며 레지나라는 세례명을 추천했고요.” 심우창은 연기 활동이 일정하지 않자 경기 수원시에서 닭꼬치 장사를 했다. 그를 알아본 손님이 “장군님, 여기서 왜 꼬치를 파냐”고 묻기도 했다. “그 손님이 드라마 속 장군 역할을 기억한 거죠. 남에게 신세 지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일해 생계를 꾸리겠다는 각오로 버텼습니다. 2년 내내 적자였는데 그때 성경 공부를 많이 했어요.” 문지영은 일반인에게 연극을 돌려준다는 의미를 담은 ‘플레이백 시어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소외 계층을 찾아 그들의 삶을 토대로 한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출연도 시키는 형식으로, 서울가톨릭연극협회의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다. “‘너희는 가서 네 백성을 위로하라’는 성경 구절을 좋아합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달란트(재능)가 연극인 만큼 연극을 통해 사랑을 나누고 싶습니다.” 유 신부는 “재능 있고 신앙의 길을 충실히 걷고 있는 배우들과 함께 일하는 것 자체가 축복”이라고 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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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가지 나눔 축제 화제 모은 새에덴교회 30년사

    설립 30주년을 맞아 소외된 이웃을 위한 30가지 나눔 축제로 화제를 모은 새에덴교회(경기 용인시 죽전로)의 30년사가 최근 출간됐다. 책 제목은 ‘꽃송이 하나로도 봄은 오리라’(사진)로 교회 30년의 족적을 살핀 통사, 사역사, 화보사의 3권으로 구성됐다. 통사는 맨손 맨발 맨몸, 이른바 ‘3M의 사명자’로 불리는 소강석 담임목사가 유교 분위기가 강한 집안 반대를 뚫고 목회자의 소명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담았다. 이후 서울 송파구 가락동의 지하 76m2(약 23평) 개척교회를 시작으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과 구미동 시대를 거쳐 죽전로에 현재의 프라미스 콤플렉스 건립과 함께 정착하기까지의 과정이 실렸다. 해외 6·25 참전용사 초청과 미주 한인의 날 행사, 한일 화해와 평화통일 노력 등 시대를 선도하는 교회의 노력도 엿볼 수 있다. 사역사는 예배, 은혜, 선교, 사랑, 비전, 연합, 생명의 7가지 테마로 교회의 DNA를 분석했고, 화보사는 교회 30년의 주요 장면을 화보로 정리했다. 소강석 목사는 발간사에서 “30년사는 눈물로 씨를 뿌리며 달려온 성도(신자)들의 찬란한 약속과 꿈의 서사”라며 “새에덴교회가 다시 60주년, 100주년이 될 때까지 한국 교회를 섬기고 시대를 이끌어가는 선한 영향력을 지켜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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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갑식의 뫔길]무종교의 시대

    미국 사회학자인 필 저커먼의 ‘종교 없는 삶’은 근래 종교 분야에서 화제가 됐던 책이다. 한마디로 신(神) 또는 종교 없이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오랫동안 종교와 사회의 관계를 연구해온 그는 한발 더 나아가 무종교인들이 더 도덕적이고 관대할 수 있다고 본다. 미국에서는 지난 25년간 무종교인이 두 배로 늘었다. 종교 지도자들의 부정부패, 여성의 사회 진출 증가,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 등이 무종교화의 원인이라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국내는 어떤가. 통계청이 2015년 기준으로 발표한 조사에서 무종교인은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는 56.1%에 이른다. 저커먼의 주장을 그대로 우리 사회에 대입하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종교인에 대한 부정적 시선은 무종교화의 큰 원인이다. 2010년부터 5년간 전문직군별 강간 및 강제추행범죄 건수에 대한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종교인이 442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름도 알 수 없는 교단까지 포함돼 있다지만, 누구보다 앞장서 법을 지켜야 할 종교인의 비중이 높다. 종교 지도자들이 모인 종단 내부의 갈등과 이로 인한 사회적 파문은 올해도 여전했다. 불교계 최대 종단인 조계종의 여름은 뜨거웠다. 외부에 의해 부처의 법이 유린되는 법난(法難)이 아니라 ‘큰스님’들의 행태를 둘러싼 이른바 ‘승난(僧難)’ 때문이었다. 설정 총무원장의 은처자(隱妻子·숨겨놓은 처와 자식) 의혹은 종단을 뿌리부터 흔들었다. 1994년 종단 개혁을 이끌었던 원로 설조 스님이 원장 퇴진과 종단 개혁을 주장하며 41일간 단식을 벌였다. 국회 격인 중앙종회의 총무원장에 대한 초유의 불신임안 가결과 설정 원장의 사퇴가 이어졌다. 총본산인 조계사 안팎에서 종단수호대회와 종단의 전면적 개혁을 요구하는 승려대회가 동시에 열리는 부끄러운 장면도 연출됐다. 세 후보의 사퇴로 단독 입후보한 원행 스님이 9월 제36대 총무원장으로 당선됐지만 조계종에 대한 개혁 요구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요즘 총무원에서 보직을 맡은 스님들이 없을 때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말이 있다. ‘강남 총무원’이다. 총무원장 퇴임 뒤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자승 전 원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은정불교문화진흥원이 그곳에 있다. 설정 스님 옹립과 퇴진, 원행 스님의 선출 이면에는 자승 전 원장이 8년간 재임하면서 쌓은 인적, 물적인 힘이 그대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그래서 종권(宗權) 교체를 승난의 끝으로 보는 이는 많지 않다. 출가자의 계율 파괴를 둘러싼 논란이 여전한 데다 종권이 소수에게 집중돼 있는 구조적 문제도 개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신교는 예장 통합은 물론 세계 최대의 장로교회로 불리는 명성교회 사태로 떠들썩했다. 김삼환 목사가 퇴임한 뒤 아들 김하나 목사가 청빙됐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게 교회 측의 주장이다. 통합 재판국은 이를 교단법에서 적법하다고 판단했지만 9월 총회는 세습 방지를 천명한 교단법 정신에 위배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종교계는 미투 열풍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태석 신부(1962∼2010)가 선교 활동을 했던 남수단에서 2011년 발생한 천주교 수원교구 소속 신부의 여신자 성폭행 시도 사건이 불거졌다. 최근 인천 한 교회 목회자의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 신자 여러 명에 대한 그루밍(가해자에 의한 성적 길들이기) 혐의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오랜 인연이 있는 50대 영화감독인 A와 종교에 관한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애주가에 골초인 그가 20대부터 꾸준히 교회에 다녔다는 것은 의외였다. 여러 교회를 전전하던 그는 한동안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를 다녔다. “메뚜기처럼 여러 교회를 옮겨 다녔는데 옥한흠 목사의 설교를 듣다 뭔가 울컥하는 걸 느꼈다. 그러다 우연히 일본 공항에서 마주친 노(老)목사의 에나멜이 벗겨지고 해진 구두를 보고 신자가 됐다.” 2010년 옥 목사 소천(별세) 뒤 A는 더 이상 감동을 느낄 수 없어 교회를 떠났다고 한다. 요즘에는 서울 송파구의 한 교회에 나간다. 교회 건물 없이 학교 강당을 빌려 예배를 보고, 헌금함을 돌리지 않아 마음이 편해서라는 것이 그 이유다. 무종교 시대가 된 가장 큰 원인은 종교인의 오만 때문일지도 모른다. 종교인이 어떤 모습으로 살든 내 교회, 우리 사찰에 오리라고 믿는 것은 착각이다. 종교가 아니라 종교인의 문제다. 거리낌 없는 무애(無碍) 도인이자 자신을 낮추는 하심(下心)의 삶 끝에 올해 5월 입적한 오현 스님의 임종게가 떠오른다. ‘천방지축(天方地軸) 기고만장(氣高萬丈)/허장성세(虛張聲勢)로 살다보니/온몸에 털이 나고 이마에 뿔이 돋는구나/억!’ 김갑식 문화 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dunanworld@donga.com}

    • 2018-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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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사와 주먹밥 싸들고 감태나무 찾아 헤매던 기억 생생”

    당나라 선승 임제 선사에 얽힌 얘기다. 어린 나이에 출가한 그는 스승 황벽 선사를 만나 밤을 낮으로 여기고 정진했다. 곁에서 지켜보던 누군가가 “그대는 왜 황벽 선사를 만나 불법의 참뜻을 묻지 않는 건가”라고 했다. 이에 임제 스님이 황벽 선사를 찾아 그 뜻을 물었지만 스승은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주장자(柱杖子)로 제자를 내리쳤다. 임제 선사는 세 차례 스승을 찾아가 주장자로 두드려 맞은 뒤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불가에서는 이처럼 주장자에 얽힌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적지 않다. 주장자는 출가자가 몸에 지녀야 할 지팡이이면서 불법(佛法)의 상징이었다. 부산 원광사 주지 인오 스님(54)이 최근 출간한 ‘주장자’(맑은소리맑은나라·1만5000원·사진)에는 은사 지일 스님과의 추억이 담겨 있다. “은사와 주장자 얘기를 나눴는데 그럼 주장자를 만들자고 하시더군요. 주먹밥과 김치를 싸서 천성산 영축산 운문산 등지를 돌며 재료가 되는 감태나무를 찾아다니던 기억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네요.” 그로부터 4, 5년 뒤인 2001년 은사는 입적했다. 21일이 17주기다. 은사 입적 뒤에도 인오 스님의 주장자 사랑은 계속됐다. 겨울마다 가볍고 단단한 감태나무를 찾아 산을 오르내리며 작업한 주장자가 250여 개 이른다. “감태나무는 가지에 빨간 잎이 남아 있어 겨울에 찾기가 더 쉽습니다. 혹 벼락 맞은 나무는 번뇌가 사라진다고 해서 최상으로 칩니다. 껍질을 구워 벗겨내고 물로 씻고 그늘에서 말린 뒤 옻칠 작업을 합니다.” 이 책은 주장자 백과사전을 연상시킨다. 주장자의 의미를 비롯해 경전과 설화, 고전 속의 주장자 이야기, 경봉·성철 스님의 주장자 법문을 실었다. 주장자는 부처 재세 시기뿐 아니라 후대까지 불법을 상징하는 법구(法具)로 계승됐고, 석장(錫杖) 지장(智杖) 덕장(德杖)으로도 불렸다. 윗부분을 탑 모양으로 만들어 고리를 여러 개 달았는데, 보시 인욕 정진 등 보살의 육바라밀을 상징하는 6개의 고리가 있는 것은 육환장(六環杖)이라고 한다. 인오 스님은 “주장자를 통해 바른 수행 기풍과 가르침의 엄격한 정신을 볼 수 있다”며 “큰 스님들의 위엄을 보여주는 주장자를 과거처럼 자주 볼 수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주장자 전시회도 내년 3월 서울 조계사와 부산에서 열릴 예정이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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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기불교의 佛法과 수행 18가지 핵심주제 분석

    초기 불교 교학과 수행의 18가지 핵심 주제를 분석한 ‘위방가’(사진)가 국내 최초로 한글로 완역됐다. 불교 경전은 크게 승단 규범을 담은 율장(律藏), 부처와 제자들의 설법을 담은 경장(經藏), 불법(佛法)에 대한 분석과 설명을 담은 논장(論藏)으로 나뉜다. 위방가는 논장에 속하는 일곱 가지 논서(論書), 칠론(七論)의 두 번째에 해당한다. 위방가 1권은 18장으로 구성된 원문 중 1∼8장, 2권은 9∼18장을 싣고 있다. 각묵 스님이 고대 인도어인 팔리어로 된 원문을 옮겼다. 각묵 스님은 율장 경장 논장 등 팔리어 삼장(三藏)을 우리말로 번역해 왔다. 스님은 앞서 경장 5부 중 첫 번째인 ‘디가 니까야’를 2006년 교계 최초로 번역했고 2009년에는 ‘상윳따 니까야’를 6권으로 번역해 출간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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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교회, 남북 화해-평화통일 노력 지지”

    “남북한은 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 있습니다. 정교회(正敎會·Orthodox Church)는 최근 남북 화해를 위한 노력에 지지를 보내며 평화로운 통일이 이뤄지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서울 마포구 성 니콜라스 대성당에서 4일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바르톨로메오스 정교회 세계총대주교(78·사진)의 말이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을 7일 예방할 예정인데 평화와 통일을 향한 문 대통령의 노력을 지지하며, 임기 중 그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르톨로메오스 총대주교는 3억 명에 달하는 세계 정교회의 정신적 지도자다. 기독교는 1054년 다른 지역 교회에 대해서도 교황에게 절대적 권한을 주는 수위권(首位權) 문제로 로마 가톨릭과 정교회로 대분열했다. 정교회 명칭에는 수위권을 인정하지 않고 역대 공의회의 결정만 따른다는 의미로 정통(Orthodox)이라는 단어가 들어 있다. 정교회는 전통적으로 콘스탄티노플 대주교가 세계 정교회를 대표하는 세계총대주교를 함께 맡는다. 바르톨로메오스 총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인연을 소개하며 교회 일치(一致)를 위한 노력도 강조했다. 그는 “교황을 8차례 만났는데 겸손하고 사랑이 많은 분”이라며 “여러 만남을 통해 교회 일치와 환경보전, 인간 존엄성 회복을 위한 노력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고 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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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교회, 南北 화해노력-평화통일 지지”…바르톨로메오스 세계총대주교 방한

    “남북한은 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 있습니다. 정교회(正敎會·Orthodox Church)는 최근 남북 화해를 위한 노력에 지지를 보내며 평화로운 통일이 이뤄지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서울 마포구 성 니콜라스 대성당에서 4일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바르톨로메오스 정교회 세계총대주교(78)가 말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을 7일 예방할 예정인데 평화와 통일을 향한 문 대통령의 노력을 지지하며, 임기 중 그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르톨로메오스 총대주교는 3억 명에 달하는 세계 정교회의 정신적 지도자다. 기독교는 1054년 다른 지역 교회에 대해서도 교황에게 절대적 권한을 주는 수위권(首位權) 문제로 로마 가톨릭과 정교회로 대분열했다. 정교회 명칭에는 수위권을 인정하지 않고 역대 공의회의 결정만 따른다는 의미로 정통(Orthodox)이라는 단어가 들어 있다. 정교회는 전통적으로 콘스탄티노플 대주교가 세계 정교회를 대표하는 세계총대주교를 함께 맡는다. 바르톨로메오스 총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인연을 소개하며 교회 일치(一致)를 위한 노력도 강조했다. 그는 “교황을 8차례 만났는데 겸손하고 사랑이 많은 분”이라며 “여러 만남을 통해 교회 일치와 환경보전, 인간 존엄성 회복을 위한 노력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고 했다. 최근 국제적 이슈가 되고 있는 정교회 독립을 둘러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갈등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나타냈다. “우크라이나 정교회 독립은 총대주교청은 약해지지만 ‘어머니 교회’로써 독립을 원하는 자녀들의 요청에 답한 것이다. 안타깝게도 러시아 교회는 희생하고 약화되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 하지만 지역 교회에 대한 독립 인정 여부는 총대교구청만이 할 수 있는 권한에 속한다.” 바르톨로메오스 총대주교는 성 니콜라스 대성당 건축 50주년을 기념하는 미사 집전과 염수정 추기경 등 교계 지도자의 만남, 환경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 등에 참석한 뒤 8일 출국한다.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아 ‘녹색 대주교’로도 불리는 그는 “그 별명은 앨 고어 미국 전 부통령이 붙여준 것”이라며 “다음 세대에 좋은 환경을 전해주는 것은 지금 우리 세대의 책임”이라고 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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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머니는 늘 자신을 비워 남에게 준 존재”

    “재미있는 것은 수학의 원주율을 가리키는 파이(π)와 서양의 디저트 파이(Pie)의 발음이 같다는 겁니다. 그런데 엄마의 생일이 3월 14일, 바로 3.14죠.” 아들의 눈에 비친 어머니는 일종의 신비였을지 모른다. 아버지를 따라 20대에 미국을 떠나 한국에 온 어머니는 장애인 학교에서 가르치고 항상 매혹적인 냄새의 파이를 구워 냈다. 수영장에서 일하는 어머니를 본 누군가가 “저 외국인 파출부 어디서 구하셨어요”라는 말을 할 정도로 그녀의 삶은 사랑과 헌신 그 자체였으니까. 김요한 목사(51)와 어머니 트루디 여사(80). 김 목사는 극동방송 이사장인 김장환 목사(수원중앙침례교회 원로목사)의 2남 1녀 중 막내로 형 김요셉 목사(수원 원천침례교회)와 3부자 목회자로도 알려져 있다. 최근 ‘파이 굽는 엄마’(바이북스)를 출간한 김요한 목사를 지난달 30일 대전 함께하는교회에서 만났다. 이 책은 사진작가 유재호 씨가 1년에 걸쳐 파이 가게를 중심으로 찍은 트루디 여사의 사진과 김 목사의 글이 어우러진 포토 에세이다. ‘엄마의 망가진 손’ ‘파이의 밑바닥’ ‘식탁’ 등 어머니의 평범한 일상을 담은 사진과 아들의 단상이 여운을 준다. 그에게 어머니는 어떤 존재일까. “책에서 ‘엄마는 없다’고 했어요. 그것은 있고 없는 존재의 문제가 아니라 항상 자신을 내어줘 정작 자신은 비어 있다는 의미죠. 바다 같다는 생각도 했어요. 하늘이 높고 멀리 있는 반면 바다는 가깝고 넓고 받아주니까요.” 아버지가 교계 원로인 김장환 목사라는 사실은 축복이자 어려움일 수도 있다. 아들 목사는 “교회 신자들의 눈 때문에 ‘항상 똑바로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면서도 뜻밖의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5, 6년 전 아내에게 얘기하고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죠. 남자의 로망 아닙니까.(웃음) 그런데 어느 날 아버지께서 따로 할 말이 있다고 하시는 겁니다. 속으로 ‘이거 죽었구나’ 했죠. 그런데 가죽 점퍼를 주면서 ‘오토바이 타려면 이걸 입어라’ 하는 거 있죠. 아버지의 사랑이 이렇게 나오나 싶어 울컥했어요.” 의외로 대(代)를 이은 목회에 대해 아버지의 언급은 없었다는 게 김 목사의 말이다. 그는 미국에서 열린 형태의 교회를 접하면서 목회자의 길을 만났다. 대전 함께하는교회는 그의 꿈이 오롯이 담겨 있다. 지상 4층, 지하 2층 교회에는 대형 십자가가 없다. 실내 체육관과 놀이시설, 요리·사진 등 각종 소모임을 위한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지하 예배 공간에는 영화 상영과 공연이 가능한 시설들이 있다. “신앙과 세대 차이 등으로 교회에서 멀어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교회가 열려 있어야 사회의 다양한 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다리(bridge)가 될 수 있습니다.” 특성을 잘 살린 작은 교회들에서 그의 목회 방향을 엿볼 수 있다. 홍대가까운교회, 보리떡교회, 링크교회 등 지역과 나이 등을 감안한 5개 교회가 네트워크를 구성했다. 담임 목사가 아니라 여러 목회자들이 몇 개월씩 돌아가며 설교를 맡고 있다. 이 책은 바다 같은 어머니 삶에 대한 아들의 감사 편지일지도 모른다. 2006년부터 희귀암의 일종인 다발성 골수종으로 투병해 온 어머니는 한때 위기를 맞았지만 가족들의 도움으로 건강이 다소 좋아진 상태라고 한다. “어머니가 걷는 걸 정말 좋아했는데 이제는 가벼운 산보만 가능해 안타까워요. 건강 때문에 파이숍도 쉬고 계시고요. 하우스(house)와 홈(home)의 차이는 ‘파이를 굽는 어머니’가 있고 없고의 차이 아닐까요.” 대전=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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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갑식의 뫔길]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매년 이맘때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풍경이 있습니다. 매서운 찬 바람과 뎅그렁 울리는 손종 소리와 빨간 자선냄비죠. 30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북측 광장에서 본격적인 자선냄비 거리 모금을 알리는 시종식(始鐘式)이 열립니다. 전국 440곳에서 자원봉사자 5만7000명이 거리 모금에 나설 예정이라네요. 구세군에 따르면 최초의 구세군 자선냄비는 1928년 12월 옛 동아일보 사옥(현 일민미술관) 앞에 설치됐습니다. 동아일보는 그해 12월 22일자 ‘구세군주최 자선과설치(救世軍主催 慈善鍋設置)’ 기사에서 모금에 나선 여성 사진과 함께 구세군이 빈민을 구제하고자 자선냄비를 설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솥 또는 냄비를 가리키는 한자 ‘과(鍋)’를 쓴 것이 흥미롭습니다. 올해 개신교계는 교회 세습과 목회자의 성추문 등으로 논란이 적지 않았지만 초심(初心)을 잊지 않은 종교인들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최근 찾은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로 구세군 서울후생원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구세군 사관과 자원봉사자의 노력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다음 달 30일 설립 100주년을 맞는 이곳은 가정 내에서 양육이 어려운 아이들을 돌보는 아동생활시설입니다. 이곳 출신으로 고교를 마친 뒤 캐나다로 요리 유학을 떠난 최다현 씨(21)의 편지를 보게 됐습니다. 최 씨는 고교 3학년이던 2015년 영국에서 열린 구세군 150주년 국제대회에 후생원 풍물팀으로 참가하면서 외국에 나가 요리 공부를 하고 싶다는 소망을 품게 됐다고 합니다. ‘Dear My family, 구세군 서울후생원’으로 시작하는 그의 편지에서는 가족들을 보고 싶다는 그리움과 “학비가 비싼 만큼 수석 졸업하고 싶다”는 당찬 각오도 읽을 수 있었습니다. 1997년 교회 설립 이후 최근 21번째 교회 분립(分立)으로 화제를 모은 경기 고양시 거룩한빛광성교회 정성진 목사(63)는 신앙의 목소리에 충실하기 위해 노력해온 목회자입니다. 2012년 인터뷰를 위해 교회의 집무실에 들어선 순간, 액자의 글자가 눈을 확 끌었습니다. ‘아사교회생(我死敎會生·내가 죽어야 교회가 산다).’ 이순신 장군의 ‘필사즉생(必死則生·죽으려 하면 살 것이요)’을 연상시키는 비장한 각오였죠. 이 문구는 정 목사가 교회 설립 예배를 올리던 날 신학교 은사인 청량리 중앙교회 임택진 원로목사가 팩스로 보내온 것입니다. 아사교회생의 후렴구는 목사가 살면 교회가 죽는다는 아생교회사(我生敎會死)죠. 최근 소속 교단법 정년(70세)보다 훨씬 이른 63세의 조기 은퇴를 선언한 그를 6년 만에 만났습니다. 그의 집무실 한쪽 메모판에 ‘행백리자반어구십(行百里者半於九十)’이란 문구가 보였습니다. 길을 가는 데 처음 90리와 나머지 10리가 맞먹는다는 것으로 처음은 쉬워도 끝맺기가 어렵다는 의미죠. 그에게 이 문구는 자만한 게 아닌지, 퍼뜩 정신이 들게 하는 경종(警鐘)이었다고 하더군요. 초심의 종소리는 최근 설립 30주년을 맞은 새에덴교회(경기 용인시 죽전로) 소강석 목사(56)에게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교회는 설립 당시 기도했던 섬김과 나눔을 위해 소외된 이웃을 위한 30가지 축제로 특별한 11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교회 규모가 커지면 가까운 이웃은 물론이고 국가와 민족을 위한 역할도 마땅히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입니다. 12년째 진행 중인 해외의 6·25전쟁 참전 용사 초청 행사가 대표적인 사례죠. 부담이 적지 않은 교회 신자들에게 한 말씀 해달라고 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천국 가면 제가 여러분의 종이 되겠다. 부르면 언제든 달려가 신자들에게 따뜻한 짬뽕을 대접하겠다.” 페이스북 친구로 이따금 소식을 접하는 이호영 목사(58)는 왕년의 전설적인 헤어디자이너입니다. 1998년까지 서울 강남에서 ‘이홍 머리방’을 운영한 그는 한때 손님이 많아 갈퀴로 긁듯 돈을 벌었다고 합니다. 연예인과 모델까지 등장하는, 당시로서는 생소한 헤어쇼를 주최하며 박준 헤어디자이너와 어깨를 나란히 했습니다. 형의 갑작스러운 죽음 등 몇 가지 사연이 그를 신앙의 길로 이끌었습니다. 2004년 목사 안수를 받은 그는 현재 경기 안성시에 터전을 잡고 참살이힐링마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한 미용봉사를 위해 아직도 가위를 놓지 않은 ‘사랑의 가위손’이기도 합니다. 2005년부터 매년 8월 말이면 어김없이 봉사를 위해 홍도행 여객선에 몸을 싣습니다. 뱃삯과 숙식에 드는 비용도 자신들이 부담한다고 하네요. 거리의 자선냄비와 손종 소리는 한 해를 마감하는 시기의 징표가 됐습니다. 당신의 마음 시계는 어디쯤 가고 있나요? 혜민 스님의 말처럼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지 않을까요. 김갑식 문화부 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dunanworld@donga.com}

    • 2018-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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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란치스코 교황 청년평화순례단 격려

    프란치스코 교황이 염수정 추기경과 DMZ 국제청년평화순례에 참가한 젊은이들에게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도와 격려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26일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밝혔다. 이는 올해 8월 ‘2018 평화의 바람―DMZ 국제청년평화순례’에 참가한 세계 각국 청년들이 순례를 마치며 평화의 일꾼으로 일하고자 하는 결의를 다짐하는 서한에 공동으로 서명해 염 추기경을 통해 교황에게 전달한 데 대한 답변이다.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최근 보내온 답변 서신에서 “교황 성하께서는 염 추기경께서 보내주신 정성 어린 마음에 고마움을 전해 달라고 하시며, 한반도의 항구한 평화를 위해 거듭 기도하고 계신다”고 전했다. 국무원 부원장 에드가드 페냐 대주교도 “교황께서는 지난 순례의 은총이 모두를 격려하여, 여러분이 형제적 연대와 지속적인 평화에 바탕을 둔 세상을 건설하는 일에 협력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 순례는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가 문화체육관광부와 통일부 후원을 받아 2016년부터 매년 개최하는 국제청년 평화교육 프로그램이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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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년 받은 은혜, 소외이웃 위한 30가지 나눔 축제로 보답”

    《 새에덴교회(경기 용인시 죽전로)의 11월은 특별하다. 1988년 서울 송파구 가락동 지하에서 시작한 이 교회는 14일 설립 30주년을 맞았다. 현재는 등록신자 4만여 명의 대형 교회로 성장했다. 하지만 그 특별함은 이례적인 성장뿐 아니라 교회와 소강석 담임목사(56)가 걸어온 길 때문이다. 새에덴교회는 2007년 이후 12년째 해외 6·25참전용사 3500여 명을 초청한다. 30주년 행사도 큰 운동장을 빌린 잔치가 아니라 장애인 단체에 쌀 5000포를 기증하는 등 40억 원을 들여 ‘소외된 이웃을 위한 30가지 나눔 축제’로 진행하고 있다. 21일 소 목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교회의 여정을 숫자 중심으로 정리했다. 》  3. 지리산 자락인 전북 남원 출신인 소 목사는 교계에서 ‘맨발의 소명자’로 불린다. 유교 분위기가 강한 집안의 반대로 가출해서 목회자의 꿈을 키웠다. 변변한 학벌이나 집안의 교회 배경도 없어 맨몸 맨손 맨땅의 ‘3M 목회자’다. “3M이라는 말에 처음에는 어디서 문방구 열었나 하더군요. 열정적이고 시끄러워서인지 ‘엿장수 목회’라는 말도 들었어요. 여기까지 왔지만 제게는 아직도 ‘빅토리아풍’ 목회, 우아하고 단아한 목회에 대한 아쉬움이 있어요. 제 목회 스타일이 싫어서 떠난 신자들도 있지 않나 하는 미안함도 있고요.”30. 설립 30주년의 모토는 ‘받은 은혜, 섬김과 나눔으로’. 사랑의 쌀·김장 나누기를 시작으로 복지시설과 결손가정, 중증환자, 신학교, 미자립 교회 등을 지원하고 있다. 40억 원의 예산은 기존 봉사 활동을 뺀 금액이다. “1988년은 한국 교회의 성장이 정체기를 맞으면서 물량화, 세속화에 대한 비난이 나오던 시기죠. 그때 저는 세속에 물들지 않은 천상 교회, 청초한 교회, 흰옷 입은 교회를 꿈꿨습니다. 새에덴에는 이런 의미가 담겨 있죠. 당시 신천지란 이름도 후보였는데 큰일날 뻔했죠.(웃음)” “30주년을 맞아 장로님들이 올해는 빚 모두 갚고 가자고 하는데, 새로운 ‘빚’ 가운데로 가자고 설득했어요. 우리 빚 갚는 것보다 교회들이 세상에 진 빚을 갚는 게 더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그게 빛으로 가는 길이니까요.” 12. 2007년 시작한 해외 참전용사 초청은 미국에서 만난 백발 노병(老兵)과의 만남이 계기였다. 한국에 다시 가 보고 싶지만 여건이 안 된다는 말에 소 목사는 대꾸를 못 한 채 한국식 큰절을 했다. 고맙고 미안하다는 의미였다. “지금은 남북 평화 무드라지만, 어쨌든 우리는 6·25를 겪었죠. 해외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도 없습니다. 노병들은 역사의 산증인입니다. 젊은 세대들이 우리 민족이 겪은 고난의 역사를 기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미국이 여러 전쟁에 참여했지만 감사의 메시지를 전한 나라는 없다고 합니다. 미국 재향군인회는 감사의 의미를 담은 참전용사 초청이 미국의 국격(國格)을 높여줬다고 합니다. 자연스럽게 감사할 줄 아는 대한민국의 국격도 올라갔죠.” 85. 자신의 목회 인생에 대한 평점은 ‘B+’ 또는 85점이다. “한국 교회에 누를 끼치지 않고, 신자들에게 큰 상처를 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런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제 안의 불만은 있죠. 변화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각오로 공부하고 설교하고 발언하고 있습니다.” 2018. 현재의 한국 교회는 위기다. 교회의 세속화와 세상과의 소통 부족 등이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교회가 시대정신을 이끌어가는 선구자가 돼야 하는데, 염려의 가십거리가 되고 있는 게 현실이죠. 세상의 교회에 대한 요구는 분명합니다. ‘교회부터 정화해라’ ‘목회자의 도덕성을 높여라’…. 교회는 세상과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면서도 그리스도를 왕으로 모시는 복음의 본질을 지키는 게 중요합니다.” 1. 30주년을 맞아 초심의 첫걸음을 기억하자는 게 교회의 다짐이다. “기도하는 구절이 있습니다. 요한의 편지인 요한일서 2장 17절 ‘이 세상도 그 정욕도 지나가되 오직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이는 영원히 거하느니라’라고 했습니다.” “꿈이 많은 담임목사를 만나 성도(신자)들이 고생이 많습니다. 천국 가면 제가 여러분의 종이 되겠습니다. 부르면 언제든 달려가 맛있는 짬뽕을 대접하겠습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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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정 잃은 아이들의 보금자리… 유학꿈도 도와”

    올해 초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로에 있는 구세군서울후생원에 반가운 소식이 도착했다. 후생원 출신으로 올해 2월 캐나다 토론토 조지브라운대 조리학과에 입학한 최다현 씨(21)의 편지였다. 그는 ‘한국에 다녀온 지 두 달 정도인데 왜 이렇게 그리운지. 모두 저를 위해 기도하며 힘써 도와주신 것에 감사드리며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다’며 ‘학비가 비싼 만큼 가능하면 수석으로 졸업하고 싶다’고 썼다. 그는 고교 3학년이던 2015년 영국에서 열린 구세군 150주년 국제대회에 후생원 풍물팀으로 참가하면서 외국에 나가 요리 공부를 하고 싶다는 소망을 품게 됐다. 이후 구세군과 캐나다 교포의 도움으로 어학연수를 한 뒤 꿈을 이뤘다. 최근 만난 서울후생원장 김호규 사관(51·사진)은 최 씨의 유학은 아직은 ‘특별한 사건’이라고 했다. “일반 가정에서는 대학에 가지 않으려면 용기가 필요하지만, 후생원 출신 학생들은 학업과 함께 자립도 해야 하기 때문에 더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다음 달 30일 설립 100주년을 맞는 구세군후생원은 방임과 학대, 가정해체 등으로 가정 내에서 양육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한 아동생활시설이다. 1918년 12월 30일 서울에서 처음 문을 연 뒤 대구와 전북 군산, 대전에도 생겼다. 국내에서는 5번째, 개신교에서는 첫 번째 아동생활시설이었다. 이후 후생원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국내 아동복지의 산증인이 됐다.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한 뒤 브라스밴드 대원 18명이 납북되는 아픔을 겪었다. 전쟁 중에도 부산과 제주로 옮겨가면서 아이들을 양육했다. 1970, 80년대에는 100여 명이 후생원에 있었지만 지금은 67명이 생활하고 있다. 김 사관은 “과거에는 전쟁과 방임, 학대 때문에 시설로 오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요즘에는 베이비박스에 남겨지는 아이들이 많다”며 “영·유아 31명 가운데 23명이 베이비박스에 남겨진 케이스”라고 했다. 서울후생원은 설립 100주년을 앞두고 ‘구세군서울후생원 100년사’를 발간했고 최근까지 세 차례 기념음악회를 개최했다. 사회복지사와 간호사, 상담심리사 등 36명이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연중 자원봉사자 3500여 명과 후원자 500여 명이 후생원 운영의 큰 버팀목이다. 김 사관은 “이곳에 있는 아이들은 받는 데 익숙하기 때문에 나누고 감사하는 마음을 키워주기 위해 노력한다”며 “다현이처럼 꿈을 이룬 아이들의 편지를 자주 받고 싶다”고 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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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 진학, 큰 용기 필요했지만…” 반가운 다현이의 편지

    올해 초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로에 있는 구세군서울후생원에 반가운 소식이 도착했다. 후생원 출신으로 올해 2월 캐나다 토론토 조지브라운대 조리학과에 입학한 최다현 씨(21)의 편지였다. 그는 “한국에 다녀온 지 두 달 정도인데 왜 이렇게 그리울까요? 모두 저를 위해 기도하며 힘써 도와주신 것에 감사드리며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다”라며 “학비가 비싼 만큼 가능하면 수석 졸업하고 싶다”고 썼다. 그는 고교 3학년이던 2015년 후생원 풍물 팀으로 영국에서 개최한 구세군 150주년 국제대회에 참가하면서 외국에 나가 요리 공부를 하고 싶다는 소망을 품게 됐다. 이후 구세군과 캐나다 교포의 도움으로 어학연수 뒤 꿈을 이뤘다. 최근 만난 서울후생원장 김호규 사관(51)은 최 씨의 유학은 아직은 ‘특별한 사건’이라고 했다. “일반 가정에서는 대학에 가지 않으려면 용기가 필요하지만, 후생원 출신 학생들은 학업과 함께 자립도 해야 하기 때문에 더 큰 용기가 요구됩니다.” 다음달 30일 설립 100주년을 맞는 구세군후생원은 방임과 학대, 가정해체 등으로 가정 내에서 양육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한 아동생활 시설이다. 1918년 12월 30일 서울에서 처음 문을 연 뒤 대구와 전북 군산, 대전에도 생겼다. 국내에서는 5번째, 개신교에서는 첫 번째 아동생활 시설이었다. 이후 후생원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국내 아동복지의 산증인이 됐다.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한 뒤 브라스밴드 대원 18명이 납북되는 아픔을 겪었다. 전쟁 중에도 부산과 제주로 옮겨가면서 아이들을 양육했다. 1970, 80년대에는 100여명이 후생원에 있었지만 지금은 67명이 생활하고 있다. 김 사관은 “과거에는 전쟁과 방임, 학대 때문에 시설로 오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요즘에는 베이비박스에 남겨지는 아이들이 많다”라며 “영·유아 31명 가운데 23명이 베이비박스에 남겨진 케이스”라고 했다. 서울후생원은 100주년을 앞두고 ‘구세군서울후생원 100년사’를 발간했고 최근까지 3차례 기념음악회를 개최했다. 사회복지사와 간호사, 상담심리사 등 36명이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연중 자원봉사자 3500여명과 후원자 500여명이 후생원 운영의 큰 버팀목이다. 김 사관은 “이곳에 있는 아이들이 받는 데 익숙하기 때문에 나누고 감사하는 마음을 키워주기 위해 노력한다”라며 “다현이처럼 꿈을 이룬 아이들의 편지를 자주 받고 싶다”고 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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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엄경 한국어 번역판 ‘화엄경청량소’ 1차 7권 출간

    경전 중 가장 방대한 깊이를 자랑하는 화엄경의 한국어 번역판 ‘화엄경청량소(華嚴經淸凉疏·사진·담앤북스)’가 최근 출간됐다. 이는 당나라 고승 청량 국사(737∼838)가 주석을 붙인 것으로 화엄경의 진면목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에 나온 한국어판은 서울 강남구 봉은사에 소장된 목판 80권을 원본으로 삼았다. 경남 하동군 쌍계사 승가대 강주를 지내고 현재 경남 양산시 원각사 주지를 맡고 있는 반산 스님이 번역 작업을 맡았다. 모두 34권으로 출간될 예정이며 1차로 7권이 나왔다. “화엄경은 빈부귀천에 관계없이 그 누구에게도 부처님의 지혜광명이 안 미치는 곳이 없음을 밝히는 최고의 경전”이라는 게 반산 스님의 말이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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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티 없는 佛心으로, 묵묵히 제 몸 태우는 촛불처럼 삽시다”

    《 30일은 군승(軍僧) 파견 50주년이 되는 날이다. 대한불교조계종 군종특별교구장 혜자 스님(66)은 별명이 많다. 법호(法號)는 선묵(禪默)이지만 ‘초코파이, 무지개, 파랑새 스님’으로도 불린다. 2006∼2012년 1차로 진행한 108산사 순례기도회는 우리 농산물 살리기와 환경보호, 문화가 어우러진 장이었다. 한 해 30만 명까지 순례에 나섰다. 지방 사찰에서는 3일장이 열려 신도들이 구입한 농산물만 30억 원어치에 이른다. 인근 군부대 장병에게 보낸 초코파이는 440만 개를 웃돈다. 정전 60주년이었던 2013년에는 부처 탄생지인 네팔 룸비니 동산의 ‘평화의 불’을 가져오는 2만 km 대장정을 벌였다. 서울 용산구 국방부 원광사에서 12일 스님을 만났다. 》 ―별명으로 불려도 괜찮은가. “살아온 흔적이 담긴 것이니 훈장 아닌가 싶다. 큰 행사를 치르면서 무지개를 70차례 봤다. 경기 파주 임진각에서 평화의 불 행사를 할 때 북측에 뜬 무지개를 봤다. 평화를 위한 좋은 기운이었다.” ―‘파랑새 스님’은…. “말로만 듣던 파랑새를 2016년 주지로 있는 수락산 도안사에서 봤다. 매년 오라고 기도했는데 해마다 찾아온다. 불가에서는 파랑새가 관세음보살을 인도한다고 해서 관음조(觀音鳥)라고 한다. 북의 묘향산 보현사에 서식지가 있다고 한다. 파랑새가 남북 평화의 전령이 되길 바란다.” ―첫 군승 파견을 결정한 이가 은사 청담 스님(1902∼1971)이다. “은사가 총무원장이면서 도선사 주지였을 때 당시 베트남 파병 한국군 사령관이던 채명신 장군이 절에 들러 군승 파병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은사께서 첫 군승 파견을 결정했고, 내가 군종교구장으로 50주년을 맞았으니 불가의 인연법이 맞긴 맞다(웃음).” 청담 스님은 1971년 11월 13일 1군사령부의 강원 원주시 법웅사 낙성식에서 마지막 법문을 하고 이틀 후 입적했다. ―은사는 어떤 분이었나. “마지막 시봉을 제가 했는데 엄하고 빈틈이 없으면서도 자애로운 분이었다. 큰스님 출타 중 나이든 보살(신도)이 떡을 놓고 갔는데 법정 스님 일행이 들이닥쳐 모두 먹어버렸다. 내심 당황하고 있었는데 보살이 오셔서 ‘스님, 떡 잘 드셨느냐’고 묻자 은사께서 ‘잘 먹었네. 꿀떡이더구먼’ 하며 웃으시더라. 중생과 제자를 위하는 무언의 법문이었다.” ―50주년 행사는 어떻게 하나. “군승 파견 첫 행사가 열린 조계사에서 50주년 행사를 한다. 당시 파송 군승 5명 중 생존해 있는 4명이 참석한다. 108개 군법당 평화의 불 봉안 기념비 제막식도 열고 전시(戰時) 가사 전시회도 한다.” ―108산사 순례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산사 순례와 관련한 책 출간을 준비하다 중국으로 불지(佛指)사리를 친견하는 행사를 했다. 그때 신도들과 순례하자는 생각이 퍼뜩 들더라. 부처님의 아이디어였다. 당시 총무원장이던 지관 스님이 불교 1700년사에 없던 신행 문화라며 잘하라고 당부했는데 그렇게 됐다.” ―어떤 면에서 새로웠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때문에 우리 농촌에 대한 걱정이 많던 시기였다. 그래서 기도만 할 게 아니라 농산물도 사고 장병에게 초코파이도 건네자고 했다. 신자들이 농촌, 다문화, 환경, 국방 문제를 배우고 실천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군종교구장이 된 뒤 ‘평화의 불 평화순례단’ 운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108개 군법당을 골라 평화의 불을 모시는 행사를 갖고 있다. 한반도 평화의 싹을 키우자는 노력이다. 평화의 불을 묘향산 보현사, 금강산 신계사, 평양 광법사, 황해도 정방산 성불사에도 봉안하고 싶다.” ―어려운 이들이 많다. “문수보살 게송을 보면 성 안 내는 그 얼굴이 참된 공양구(供養具)이고, 부드러운 말 한마디가 미묘한 향, 티 없는 진실한 마음이 부처님 마음이라고 했다. 묵묵히 열심히 몸을 태우는 촛불처럼 살아가야 한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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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교의 새로운 미래 위해 책임-역할 다하겠다”

    대한불교조계종 제36대 총무원장 원행 스님 취임 법회가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개최됐다. 이날 행사는 불교 의식에 이어 종정 진제 스님의 법어, 원행 스님의 취임사, 각계 축사 등으로 진행됐다. 진제 스님은 서산 대사의 법문을 인용해 “출가하여 수행자가 되는 것은 편함과 한가함, 명예와 재물을 구함이 아니다. 생과 사의 괴로움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며 부처님의 지혜를 잇고 중생을 건지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원행 스님은 “지난 시절 우리 종단은 커다란 혼란기를 겪었다”라며 “지금 이 순간부터 승가는 승가답게, 불자는 불자답게 주어진 책임과 역할을 다해 한국 불교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원행 스님은 교구본사주지협의회 회장, 중앙종회 의장 등을 지냈다. 9월 설정 스님의 중도 퇴진 뒤 치러진 선거에서 총무원장으로 선출됐다. 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와 엄기호 한기총 대표회장, 오도철 원불교 교정원장, 이정희 천도교 교령 등 이웃 종교 대표를 비롯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등 5000여 명이 참석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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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습 비난할 생각은 없지만 아름다운 퇴장이 교회 살려”

    명성교회의 변칙 세습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거룩한빛광성교회 정성진 목사(63)가 조기 은퇴를 선언해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거룩한빛광성교회는 출석 신자가 1만 명이 넘는 예장통합교단의 주요 교회 가운데 하나로 지난달 청빙에 관한 투표를 통해 정 목사의 뒤를 이어 곽승현 목사를 제2대 담임목사로 선정했다. 정 목사는 분립(分立)하는 거룩한빛운정교회 목회를 보다 내년 12월 은퇴한다. 교단법상 담임목사의 정년은 70세다. 1997년 이 교회를 개척한 정 목사는 △6년마다 담임목사에 대한 신임 투표 실시 △담임목사 정년 65세 △원로목사직 맡지 않기 등을 실천해 왔다. 최근 경기 고양시의 교회에서 만난 그는 “교회 바깥의 변화보다 내부의 변화가 느릴 때 교회는 죽는다”는 목회자이자 리더십의 대가인 고든 맥도널드의 말을 인용하며 소감을 밝혔다. ―조기 은퇴라 해도 너무 빠른 것 아닌가. “시대가 변하는데 한 사람이 20, 30년 담임목사로 있는 건 장려할 일이 아니다. 40, 50대 목회실업도 심각하다. 부목사를 뽑는다고 장신대 게시판에만 알렸는데 100여 명이 왔다.” ―교회는 왜 분립해야 하나. “신자 2450명의 가정을 방문하는 ‘심방’을 하다 포기했다. 하루 장례를 네 번 치른 적도 있는데 이걸 정상으로 볼 수 없다. 신자 100명이 정답이고 300명은 대형, 1000명은 초대형 교회다. 그 이상은 명예욕이고 탐욕이다. 목자(牧者)가 양을 알고 그 음성을 들어야 하는데 교인을 못 만난다. ‘이건 가짜다’라고 생각했다.” ―같은 교단의 명성교회 세습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됐다. “세습은 교회의 공공성 때문에 안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예수가 남을 비난하라고 한 적은 없다. 각자 좋은 모범으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 그의 집무실은 차향(茶香)이 가득했다. 보이차를 건네던 그는 명성교회 이야기에 이르자 복잡한 표정이었다. 그는 “김삼환 목사님은 제게 좋은 영향을 많이 주셨고, 큰형님처럼 가까운 분”이라며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좋은 마음으로 직언(直言)할 것”이라고 했다. ―원로목회자들의 아름다운 퇴장이 쉽지 않아 보인다. “기독교(개신교)는 시장(市場)의 영성이다. 불교로 치면 사판의 영역에 있으면서 수행자 이판승이 되어야 하는 어려움과 비슷하다. 신앙도 문득 하나님의 성령이 임하고, 그 뒤 계속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깨달음이 온 뒤에도 수행하는 불교의 돈오점수(頓悟漸修)처럼. 법정 스님은 길상사가 자기 절로 비칠까 봐 잠도 자지 않고 가셨다고 한다. 남의 종교라도 본받아야 한다.” ―그만큼 어려운가. “개척해 ‘오너’가 되면 내려놓기가 쉽지 않다. 제가 한 해 500억∼600억 원을 결제한다. 교회와 관련한 복지재단 직원만 500여 명이다. 위임 리더십이 아니면 못 한다. 스스로 절제하고 교인들에게 공언했기 때문에 그나마 내려놓기가 쉬웠다. ‘토 홀더(toe holder)’, 발가락 잡는 사람들, ‘아니 되옵니다’ 하는 사관들이 있어야 한다.” ―행백리자반어구십(行百里者半於九十)이란 메모가 눈에 띈다. “길을 가는데 처음 90리와 나머지 10리가 맞먹는다는 것으로 무슨 일이나 처음은 쉽고 끝맺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1년 전 이걸 보고 깜짝 놀랐다. 저는 90리는 왔다고 생각했는데 하하. 마무리 투수의 공이 크더라. 요즘 항상 ‘잘 끝내자’고 자나 깨나 다짐한다.”  고양=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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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갑식의 뫔길]대통령의 종교

    문재인 대통령은 가장 소중한 애장품으로 묵주반지를 꼽을 정도로 독실한 가톨릭(천주교) 신자다. 20여 년 전 어머니가 선물한 이 묵주반지를 보면서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마음을 다잡는다고 한다. 1953년 경남 거제에서 태어난 문 대통령은 6·25전쟁 피란민들의 판잣집 촌에서 가난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초등학교 1, 2학년 때 학교를 마치면 인근 성당에 가 양동이를 들고 줄을 서서 구호식량을 배급받아 오는 게 장남의 일이었다. 자서전 ‘운명’에는 수녀복을 입고 식량을 나눠주던 수녀들의 모습이 천사 같았다는 내용도 있다. 어머니가 먼저 신자가 됐고, 문 대통령은 초등학교 3학년 때 부산 신선성당에서 세례를 받았다. 세례명은 티모테오, ‘하느님을 공경하는 이’라는 뜻이다. 대통령의 어머니는 지금도 이 성당에 다니고 있고, 문 대통령의 혼인성사(결혼식)도 이곳에서 치러졌다. 김정숙 여사도 ‘골롬바’(평화의 상징 비둘기)라는 세례명을 갖고 있다. 가톨릭 신자이면서도 이웃 종교에 대한 문 대통령의 관심은 남다르다. 5월 강원 속초 신흥사의 최고 어른인 조실(祖室) 오현 스님이 입적하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스님의 입적 소식에 ‘아뿔싸!’ 탄식이 절로 나왔다”라며 과거 인연을 회고했다. 7월에는 여름 휴가 직전 휴일을 이용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경북 안동 봉정사를 찾았다. 대통령이 사법시험 공부를 한 전남 해남 대흥사 동국선원 7번 방은 명소가 됐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이웃 종교들에 대해 대체로 열린 자세를 보여 왔다는 게 세평이다. 그럼에도 최근 문재인 정부와의 불통(不通)을 호소하는 종교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울러 가톨릭 독주와 이웃 종교 ‘푸대접’론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문 대통령은 10월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미사에 참석했다. 한반도 평화라는 의미가 있지만 대통령 내외가 참석한 바티칸 미사 장면을 종교방송도 아닌 지상파TV가 생중계한 것은 지나치다는 게 불교계 주장이다. “교황 ‘알현’을 마치고 나왔던 문 대통령이 밝은 표정이었다”는 청와대 언급에 대해서도 다종교 국가의 국민 정서와 시대적 상황을 감안할 때 부적절하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9월 평양에서 열린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은 종교계에 예상밖의 후유증을 남겼다. 7대 종단 연합체인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회장이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와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장(민추본) 원택 스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이홍정 총무, 원불교 한은숙 당시 교정원장이 종교계 특별수행원으로 참가했다. 평양선언을 통해 2019년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을 남북 공동으로 하자고 제안하면서 3·1운동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천도교가 방북단에서 배제됐다. 이 여파로 천도교 내에서는 집행부 총사퇴론까지 나왔다. KCRP 소속이면서도 역시 방북단에서 빠진 유교와 한국민족종교협의회도 천도교와 마찬가지로 선정 기준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방북 기간 중 가톨릭 측만 유일하게 북측 관계자와 접촉한 사실도 뒤늦게 알려져 특정 종교 특혜 논란도 있다. 원택 스님은 북측과 논의할 의제 등을 준비했고 정부에 여러 차례 그 뜻을 전달했지만 정상회담 성공에 집중해 달라고 해서 개별 만남과 협의는 이뤄지지 못했다는 게 민추본의 설명이다. 그러나 정부 요청과 달리 김 대주교는 방북 뒤 열린 간담회에서 “조선카톨릭교협회 강지영 회장과 조속한 시일 내에 만나 (사제 파견 등을) 협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종교계 현장에서 느끼는 정부와의 불통은 심각한 수준이다. 천도교 측은 방북단에서 배제된 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앞으로 항의 공문을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그 대신 “위에서 내려온 결정이라 사정을 모르겠다”(문화체육관광부) “미안하다. 다음에는 꼭 기회를 만들겠다”(대통령시민사회수석실)는 반응이 돌아왔을 뿐이다. 천도교의 한 고위 관계자는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을 평양 공동선언에 넣으면서 천도교를 배제한 것은 청와대 참모진의 상식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힘센 종단만 초청한 것이냐? 정부가 오히려 종교 간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했다. 보수적 성향의 개신교계에서도 현 정부와의 소통지수가 김대중 정부 이래 최악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어떤 현안에 대해 입장을 내도 대체로 무반응이고, 필요할 때만 협조를 구한다는 것이다. 한 중견 목회자는 “문재인 정부의 종교관이 ‘종교는 마약’이라는 수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남북 관계가 중시된다고 해도 특정 종교에 의지한 정책과 소통은 곤란하다. 대통령의 종교가 가톨릭이기에 더욱 종교 간 균형과 배려가 필요하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dunanworld@donga.com}

    • 2018-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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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갠지스강에는 인도인의 삶과 죽음이 흐른다

    갠지스강은 히말라야에서 발원해 인도 북부지역을 2400여 km 가로질러 벵골만으로 들어간다. ‘강가’는 이 강의 힌디어 이름이자 어머니 여신을 가리킨다. 강가는 오랜 세월 식수와 농수를 제공해 온 생명의 원천이었다. 특히 힌두교인들은 생전에 한 번만이라도 그 강에 안기고 싶어 하고, 죽어서도 그 품에 돌아가는 것을 소원으로 삼는다. 갠지스강과 접한 인도 북부 바라나시는 인도인의 삶과 죽음에 대한 의식을 엿볼 수 있는 도시다. 14일 새벽, 강가 여러 곳에 마련된 화장터에는 이미 붉은 불꽃이 치솟고 있었다. 한쪽에는 죽은 이를 위해 준비한 꽃과 공물이 놓여 있고, 다른 쪽에서는 가족들이 해를 맞이하며 기도하고 있었다. 이 부근에서만 하루 100여 회의 장례가 치러진다. “인도인들은 이 강 없으면 못 살아요” “갠지스 강은 어머니 품”이라는 게 현지인들의 얘기다. 장례비는 화장터 사용과 주로 망고나무를 쓰는 장작, 불 값으로 300달러(약 34만 원) 수준이다. 죽은 이의 생전 직업과 경제력에 따라 비용이 오르기도 내리기도 한다. 망자에 대한 예의 때문에 가까운 곳에서 사진을 찍는 것은 금지돼 있다. 화장터와 조금 떨어진 지역에는 가트(Ghat)가 마련돼 있다. 이는 육지에서 강으로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든 계단이다. 새벽에도 이곳을 찾은 순례자들은 강물에서 몸을 씻으면서 기도와 명상으로 시간을 보낸다. 갠지스강이 갖고 있는 신비한 정화력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강가에서 배를 타고 20분 정도 가면 건너편의 항하사(恒河沙)를 만날 수 있다. 한역 불경에 자주 등장하는 이곳은 항하(갠지스강)의 모래라는 뜻으로 무수히 많은 수효를 일컫는다. ‘항하사는 부처가 유행(遊行)하는 곳이며… 이곳에서 목욕을 하면 죄와 허물이 모두 없어진다’는 기록도 있다. 순례자들은 항하사 모래 한 줌을 움켜쥐며 일출을 지켜본다. 갠지스의 풍경처럼 생사(生死)는 먼 곳에 있지 않을지 모른다. 삶 자체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처럼 덧없는 것이리라. 바라나시 인근 사르나트(녹야원)는 경전 구절처럼 부처가 깨달음을 얻은 뒤 자신과 함께 고행 수행을 했던 다섯 비구를 찾아 진리를 처음으로 전한 ‘초전법륜(初轉法輪)’의 장소로 유명하다. 이곳에는 아소카 대왕이 부처의 첫 설법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높이 13m의 다메크 대탑이 있다. 다메크는 ‘진리를 본다’는 뜻이다. 이날 사르나트를 찾은 안국선원(선원장 수불 스님) 재가불자 100여 명은 대탑에서 부처의 뜻을 되새겼다. 순례단은 깨달음의 땅으로 불리는 부다가야를 비롯해 부처의 흔적이 남아 있는 쿠시나가르와 슈라바스티, 라지기르 등 성지를 찾아 좌선(坐禪)과 함께 수불 스님의 법문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수불 스님은 “일회적인 순례가 아니라 부처님 기운이 남아 있는 현지에서 수행의 시간을 갖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깨달음을 얻은 뒤에도 해탈에 들지 않고 40여 년간 불법을 전한 부처님의 뜻을 되새겨야 한다”고 말했다.바라나시·사르나트(인도)=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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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갑식의 뫔길]총무원장 원행 스님의 초심

    14일 찾은 인도 북동부 비하르주의 부다가야는 깨달음의 땅이다. 2500여 년 전 고행으로 쇠약해진 싯다르타는 네란자라강에서 목욕을 한 뒤 수자타의 우유죽 공양을 받는다. 기력을 회복한 그는 보리수 아래 깊은 명상에 들었고 마침내 생로병사의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깨달음을 얻는다. 인류를 위한 위대한 깨달음을 얻은 이, 그는 최초의 부처다. 이날 오후 부다가야의 마하보디 사원은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 사원은 부처가 깨달음을 얻은 자리에 세웠다는 높이 52m의 피라미드형 대탑을 중심으로 조성됐다. 대탑에 봉안된 불상을 참배하는 긴 행렬에는 승속(僧俗), 나이, 피부색이 따로 없었다. 참배를 마친 이들은 대탑과 보리수 주변을 돌며 탑돌이를 했다. 몸이 피곤해지면 난간 한쪽 또는 풀밭 어딘가에 앉아 명상에 잠겼다. 현재의 보리수는 부처 당시 그 나무는 아니다. 부처의 깨달음을 지켜본 보리수가 1876년 폭풍으로 쓰러진 뒤 그 고목에서 싹이 나와 자라났다고 한다. 사원을 발굴한 영국 고고학자 알렉산더 커닝엄이 부처 당시 보리수와 인연이 있는 스리랑카 사원의 것을 옮겨 심었다는 설도 있다. 아들 보리수든 손자 보리수든, 그늘의 품은 수십 m에 이를 정도로 넓고 여유롭다. 한쪽에서는 30여 명이 앉아 독송에 맞춰 기도하고, 다른 쪽에서는 이방의 한 승려가 온몸을 던지는 오체투지(五體投地)로 부처를 맞아들였다. 이들이 간절하게 기도하며 구하는 것은 무엇일까. 개인적인 마음의 평안일까. 정작 부처는 깨달음 뒤에도 열반에 들지 못하고 고해(苦海)에 빠진 중생을 위해 40여 년간 가르침을 전했다. 수백 km라도 걸어서 그 깨달음을 전하는 걸 마다하지 않은 ‘길 위의 부처’였다. “부처님은 찾아가는 서비스의 원조”라는 가이드의 우스개를 귓등으로 흘릴 수 없었다. 여러 논란 끝에 9월 28일 원행 스님(65)이 제36대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으로 선출됐다. 전 총무원장 설정 스님과 관련해 출가자에게는 가당치도 않은 숨겨 놓은 자식 논란이 이어졌고, 기득권 세력을 비판하는 전국승려대회와 이에 맞서는 교권수호대회가 치러졌다. 선거를 앞두고 종권(宗權)을 둘러싼 갈등은 극에 달했고, 그럴수록 불교를 대하는 사회의 시선은 차가워졌다. 원행 스님이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밝힌 세 가지 과제는 승가 복지와 종단 화합, 사회적 책임이다. 화합과 소통을 위해 열린 자세를 강조한 것도 종단의 분열상에 비춰볼 때 바람직하다. 누구의 목소리에 특히 귀를 열어야 하나. 신임 총무원장은 진정한 종단화합을 이루고 추락한 불교 위상을 되찾기 위해 무엇보다 반대편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원행 스님의 득표율은 전임 설정 원장과 비슷한 약 74%였다. 하지만 이 선거는 선거인단 315명의 간선제로 치러진 데다 나머지 세 후보가 기득권 세력의 특정 후보 지원을 이유로 사퇴해 공정성과 대표성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원행 총무원장은 무효표로 처리된 26%뿐 아니라 직선제를 요구하며 선거를 거부한 그룹, 종단 행정에 대해 기대조차 없는 다수의 불심(佛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1994년 개혁종단 출범 이후 최악의 수준이라는 우리 불교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켜야 할 또 다른 사회적 책임이 있다. 종단정치라는 말이 있을 만큼 선거 뒤 논공행상은 조계종의 관행이었다. 하지만 이제 신임 총무원장은 자신에게 표를 몰아줬던 중앙종회(조계종의 국회)나 특정 세력이 아니라 종단 대중이 원하는 새로운 개혁의 수장이 되어야 한다. 청정승가(淸淨僧伽) 회복은 가장 시급한 과제다. 설정 전 총무원장에 대한 탄핵의 비등점을 넘어선 것은 계율 파괴를 둘러싼 논란이었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본사 주지를 비롯한 중견 승려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는 게 청정승단을 표방하는 조계종의 현주소다. 총무원은 물론이고 중앙종회와 본사 주지 등 종단 행정의 중심축이 기득권 세력화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개혁 조치도 요구된다. 생명력이 다한 선거제도를 포함한 종단 제도의 민주화도 시대적 과제다. 현재의 간선제는 종회 내 다수파가 종단 구성원 다수의 뜻에 관계없이 종권을 재생산할 수 있어 불공정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개혁이 좌초될 경우 조계종은 또다시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번쩍, 마하보디 사원에 어둠이 깔리면서 보리수 주변에 등이 환하게 켜졌다.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교화한다. 출가자라면 숱하게 들었을 초심(初心)의 소리다. 무소의 뿔처럼 꿋꿋하게 걸어가는 총무원장을 기대한다.부다가야(인도)=김갑식 문화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dunanworld@donga.com}

    • 2018-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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