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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화웨이가 신규 운영체제(OS) ‘하모니OS 넥스트’를 공개 출시하며 OS 독립에 본격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하모니OS 넥스트는 구글 안드로이드 기반 애플리케이션(앱)을 배제한 화웨이의 첫 OS로 중국 테크 업계의 독립 생태계가 출범하는 신호탄 격이다. TV, 가전 등 스마트 기기에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구글에 맞서 자체 OS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기기 판매만으로는 수익을 내는 데 한계에 이르자 소프트웨어, 서비스 분야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전략이다.● 오픈베타 시작, 위챗 등 1만 개 앱 맞춤 개발 10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화웨이는 신규 OS 오픈베타 서비스를 내놓으며 메이트60 시리즈, 메이트X5 등 자사 제품에 하모니OS 넥스트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화웨이는 2019년부터 하모니OS를 출시, 배포해 왔지만 안드로이드 앱을 지원하지 않는 버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드로이드 앱이 지원되지 않는 만큼 앱 개발 업체들은 하모니OS에 최적화된 앱을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 화웨이는 1월부터 클로즈드베타 버전을 중국 개발사들에 공유하며 고도화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바이두, 징둥, 텐센트 등 중국 주요 빅테크들이 대거 참여했다”며 “현재 화웨이OS 넥스트를 위해 1만 개 이상의 앱이 개발됐다”고 전했다. ‘중국 카카오톡’이라 불리는 위챗도 하모니OS 버전이 출시됐다. 하모니OS 넥스트는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PC, 태블릿, 차량 등 화웨이 모든 제품 및 서비스에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화웨이는 자국 내 ‘애국소비’ 열풍에 힘입어 스마트폰과 OS 사업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모바일 OS 시장에서 하모니OS 점유율은 1분기(1∼3월) 17%를 차지하며 애플 iOS(16%)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전년 동기 점유율은 8%였다. 한때 미국 규제로 바닥을 찍었던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점유율이 같은 기간 10%에서 17%로 뛰어올랐다. 스마트폰업계 관계자는 “화웨이 폰을 쓰는 사용자가 늘어나며 OS 사용자도 자연스럽게 따라 증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TV·가전에서도 OS 독립 활발 OS ‘독립전쟁’은 TV, 가전업계에서도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자체 개발한 타이젠, 웹(web)OS를 앞세워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도전하고 있다. 글로벌 TV 1, 2위 업체인 만큼 자사 제품에 적용하는 것만으로 상당한 점유율을 확보한 상태다. 여기에 세탁기, 냉장고 등 다양한 가전으로도 연결하고 최근 부상하는 차량 인포테인먼트(정보+오락) 시장도 노리고 있다. 하드웨어가 주력이었던 기업들이 OS 사업에 적극 뛰어드는 이유는 소프트웨어 분야가 큰 수익원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OS 수익 사업이 콘텐츠와 광고다. 구글, 애플도 OS 기반 광고나 앱 마켓 결제에서 발생한 수수료를 통해 수익을 내고 있다. 중국 기업 입장에서는 미국 규제 리스크에서 벗어나려는 목적도 크다. 화웨이가 하모니OS를 처음 출시한 시기도 2019년 미국 정부가 구글 안드로이드 OS 사용을 금지한 규제 직후였다. 스마트홈 시대 기기 간 연결이 중요해지며 생태계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목적도 크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OS는 다양한 서비스를 연동하고 최적화하는 가장 밑바탕”이라며 “타사 OS에 의존하기보다 자체 OS를 기반으로 생태계를 확장하는 게 전략적인 판단일 수 있다”고 했다. 기기 간 연결이 중요한 만큼 OS 생태계를 타사 제품으로까지 확산시키는 것은 과제다. 타 업체와 제휴를 맺고 OS를 확대 적용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상당 부분 자사 기기가 차지하는 상황이다.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TV OS 시장 1위는 안드로이드로 점유율 42.2%였고 이어 2위 타이젠 20%, 3위 웹OS 11.7% 순이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2030년까지 비즈니스솔루션(BS)사업본부 매출액을 현재의 2배 수준인 10조 원 규모로 끌어올리겠습니다.” 장익환 LG전자 BS사업본부장(부사장)은 10일 경기 평택시 LG디지털파크에서 열린 ‘BS사업본부 사업경쟁력 및 미래비전 공유’ 기자간담회에서 “66년간 축적한 가전제품 노하우로 기업 간 거래(B2B) 고객에게 맞춤형 서비스와 차별화된 솔루션을 제안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BS사업본부는 LG전자의 4대 사업부문(H&A, HE, VS, BS) 가운데 한 곳으로 상업용 디스플레이인 디지털 사이니지와 로봇, 정보기술(IT) 기기, 전기차(EV) 충전 등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올해 약 5조5000억∼6조 원 수준의 매출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장 본부장은 이날 상업용 디스플레이와 전기차 충전기, 의료용 모니터를 주요 핵심 B2B 사업으로 삼고 집중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LG전자가 2030년 전사 목표로 하는 B2B 매출 비중 45% 달성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전략이다. 장 본부장은 “구체적으로 디스플레이 및 IT 기기에서 8조 원, ‘논하드웨어’(서비스, 소프트웨어)에서 1조 원, 전기차 충전 등 신사업에서 1조 원의 매출을 낼 것”이라고 했다. BS사업본부는 마이크로LED 등 프리미엄 사이니지를 중심으로 성장세를 가속화하는 한편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제품도 연내 출시해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할 계획이다. LG전자 관계자는 “LG 차세대 마이크로LED는 생산 과정에서 AI가 2500만 개에 이르는 LED칩 각각의 품질을 정밀하게 감정하고 선별한다”며 “또 제품 출하 이후에는 AI 프로세서가 영상의 밝기, 색조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최적화된 화질로 보정한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충전기 사업은 2030년까지 미국 급속충전기 시장 내 8% 수준의 점유율을 확보해 글로벌 ‘톱티어’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장 본부장은 “보통 충전기 1대당 전기차 3, 4대는 있어야 (인프라가 갖춰졌다고 평가한다)”라며 “유럽이나 북미는 아직 1대당 16대 수준이어서 여전히 충전 인프라가 더 깔려야 한다”고 했다. 장 본부장은 또 IT 사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인 의료용 모니터 분야를 키워 해당 시장에서 5년 내 글로벌 톱3가 되겠다고 밝혔다. LG전자 관계자는 “북미, 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는 병원에서 엑스레이, 내시경 이미지를 확인할 때 의료용 모니터를 사용하도록 법으로 강제하고 있어 앞으로 시장성이 밝다”고 했다.평택=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LG전자는 3분기(7∼9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7% 늘어난 22조1769억 원을 기록했다고 8일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3분기 기준 최대치다. 다만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0.9% 줄어든 7511억 원으로 기대치를 밑돌았다. 증권가 예상치 1조154억 원보다 26% 못 미친 것이다. LG전자는 이날 실적과 관련해 “매출은 지난해 4분기(10∼12월)부터 4개 분기 연속 전년 동기 대비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며 “영업이익은 하반기(7∼12월) 들어 급등한 물류비와 마케팅비 증가에 따라 줄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물류비 증가는 이른바 홍해 사태로 해상 운임비가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8월 기준 국내에서 유럽연합(EU)으로 보내는 해상수출 운송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210.0%나 상승했다. 미국 서부와 동부도 각각 78.7%, 89.4% 올랐다. LG전자는 그럼에도 전사 매출 규모를 꾸준히 늘려 가고 있다는 점에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마트, 백화점 등 유통채널을 거치지 않는 소비자직접판매(D2C), 매달 일정 금액을 받고 냉장고, 에어컨 등을 빌려주고 관리까지 해주는 가전구독과 같이 사업 방식의 다변화가 대표적인 성과다. 가전 등 ‘레드오션’(포화시장)으로 평가받는 기존 주력사업 분야에서 꾸준한 매출 성장을 꾀하는 것이다. 냉난방공조(HVAC), 전장(자동차 전자장치) 등 기업 간 거래(B2B)에서도 성장세가 꾸준하다. TV 사업에서는 플랫폼 사업인 ‘웹(web) OS’ 분야가 빠르게 성장하며 수익성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 웹 OS는 LG전자에서 개발한 TV용 운영체제로 최근 서비스 범위를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정보·오락), 스마트 가전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LG에너지솔루션이 북미에서 메르세데스벤츠에 10년간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한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속에서도 최근 잇달아 수주 성과를 내며 ‘1등 경쟁력’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LG에너지솔루션은 8일 벤츠와 총 50.5GWh(기가와트시) 규모로 2028년부터 2038년까지 북미 및 기타 지역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이는 전기차 약 70만 대 분량이다. 구체적인 금액은 밝히지 않았지만 수조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고객사와의 협의에 따라 공시 외 추가적인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이 벤츠에 공급하는 제품은 원통형 46시리즈(지름 46mm)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이 유럽 전통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원통형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46시리즈 기준 경쟁사가 유럽 완성차 업체와 계약을 맺은 사실은 알려진 바 없다. 46시리즈는 이전 세대인 21시리즈(지름 21mm) 대비 에너지 용량이 5배 크고 주행거리도 16% 늘어난 차세대 배터리다.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애리조나에 짓고 있는 원통형 배터리 공장에서 벤츠용 46시리즈를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 연산 36GWh 규모 공장으로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LG에너지솔루션은 7월 또 다른 유럽 완성차 업체 르노와도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으며 주목받았다. 내년부터 5년간 전기차 60만 대 분량인 39GWh 규모로 공급할 예정이다. 그동안 중국 업체들이 장악한 전기차용 LFP 배터리에서 국내 업체가 수주를 따낸 것은 LG에너지솔루션이 처음이다.한편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3분기(7∼9월)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6조8778억 원, 448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4%, 38.7% 감소했다. 전기차 캐즘 속 특히 유럽 시장 부진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다만 “전 분기 대비로는 실적이 성장하는 등 개선되는 추세”라며 “전기차 캐즘에도 고객 및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신사업을 강화해 견고한 매출구조를 마련해 나가겠다”고 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2028년까지 매출을 2배 이상 확대시키겠습니다. 더 이상 배터리 제조업에 머무르지 않고 ‘에너지 순환’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갈 것입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7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구성원 대상 비전 공유회에서 이같이 발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에너지로 세상을 깨우다(Empower Every Possibility)’라는 비전을 새롭게 제시하며 배터리 제조를 넘어 에너지 저장, 이동에 이르는 순환 생태계에서 무궁무진한 사업 기회를 열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2020년 말 공식 출범한 LG에너지솔루션이 기업 비전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사장은 새 비전에 대해 “지속 성장이라는 LG에너지솔루션의 궁극적인 지향점을 담고 있다”며 “우리의 성공 DNA를 바탕으로 더 많은 사업 기회를 만들어 시장을 압도하는 기술 리더십을 갖춰 나가겠다”고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를 통해 2028년까지 2023년(33조7455억 원) 대비 매출을 2배 이상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매출 대비 상각전영업이익(EBITDA)률을 10% 중반대로 끌어올려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정부로부터 받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액 공제 지원을 제외한 수치다. LG에너지솔루션은 4대 중장기 전략도 수립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도심항공교통(UAM) 등 비전기차(Non-EV) 사업 확대와 △리튬·인산·철(LFP), 원통형 배터리 등 포트폴리오 다양화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사업 기반 확보 △전고체 등 차세대 기술 리더십 강화다. 김 사장은 “우리는 배터리 산업의 글로벌 표준을 만들어 왔고 앞으로도 업계 리더로서 위상을 지켜낼 것”이라고 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수요가 갈수록 인공지능(AI) 등 프리미엄군으로 쏠리며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최첨단 분야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내에서도 최신 제품에 대부분의 수요가 집중되는 상황이다. 보통 2년 수준이던 제품 주기도 점점 짧아지는 등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기업 간 기술력 경쟁이 첨예해지고 있다. 3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내년 HBM 수요의 80% 이상이 5세대 제품인 HBM3E에서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중 절반이 최근 갓 출시된 HBM3E 12단이다. HBM은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메모리다. 12단은 D램 12개를 쌓았다는 의미다. 5세대 HBM3E는 올 3월 SK하이닉스가 8단 제품을 양산한 이래 삼성전자도 연이어 양산에 돌입한 상태다. 용량 등을 업그레이드한 12단은 지난달 말 SK하이닉스가 양산에 나섰고 삼성전자와 미국 마이크론은 현재 제품 검증을 진행 중이다. HBM 12단은 엔비디아와 AMD의 최신 AI 가속기에 탑재될 예정이다. AI 가속기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들이 AI를 학습, 개발시키는 데 쓰는 반도체다. 전체 메모리 시장에서도 HBM과 범용 메모리 수요 격차가 커지고 있다. 컴퓨터, 모바일 등 정보기술(IT) 기기 침체로 범용 메모리 제품이 주춤한 반면 HBM은 빅테크 기업들의 AI 수요가 성장을 주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PC에 쓰이는 D램 범용(DDR4 8Gb 1Gx8) 제품의 가격은 1.70달러로 전달 대비 17% 급락했다. 올 들어 경기 회복 기대에 힘입어 반등하나 싶었지만 다시 작년 말(1.65달러) 수준으로 돌아온 것이다. 트렌드포스는 “PC 업체들은 아직 제품 수요가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에 (메모리) 재고 축소에 집중할 것”이라며 “4분기(10∼12월)에도 D램 조달량은 더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전체 D램 시장 중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8%에서 내년 30%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AI 고도화를 위한 HBM 신제품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만큼 HBM3E 12단, 더 나아가 6세대인 HBM4에서 진검승부가 펼쳐질 전망이다. 메모리 업체에 요구되는 수준이 갈수록 높아지고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며 신제품 주기도 짧아지고 있다. SK하이닉스가 HBM 3세대인 HBM2E를 양산하고서 4세대(HBM3)를 양산하기까지 1년 11개월이 걸렸는데 이후 1년 9개월 뒤 5세대를 양산했고 6세대 양산 시점은 이보다 더 짧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워낙 시장이 급박하게 바뀌다 보니 기존에 선점했던 선두업체도 방심할 수 없다”며 “시장에서 새롭게 요구하는 기술력을 얼마나 빨리 갖추고 제품 양산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가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투자업계에서 나오는 HBM 등 AI 칩 과잉공급 논란도 기업들의 실제 공급 역량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까지 시장을 이끄는 분야는 모두 프리미엄”이라며 “문제는 기업들이 최첨단 선단(先端)공정으로 전환해도 프리미엄 제품의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수량은 제한적”이라고 내다봤다. 트렌드포스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모두 HBM 공정 확대를 계획하고 있지만 실제 실현될지는 제품의 성공적인 검증에 달렸다”고 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회원사 의견 수렴을 거쳐 ‘서비스산업 활성화를 위한 30대 규제 개선 과제’를 정부 부처에 전달했다고 30일 밝혔다. 한경협은 관광진흥법에 ‘공유숙박업’을 신설해 국내 업체들이 내외국인 구분 없이 손님을 받을 수 있게 허가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행법은 국내 공유숙박업이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영업하도록 하고 있어 생태계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형마트 유통 규제와 관련해 ‘공휴일 휴업’ 의무 조항을 지방자치단체별 권한으로 변경하고 영업금지 시간 중 온라인 거래를 허용해야 한다는 제안도 했다. 한경협은 “온라인이 소매유통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알리, 테무 등 중국 저가 온라인 쇼핑몰로부터의 위협이 거세지는데 시대착오적인 오프라인 유통업 규제들이 우리 유통산업의 동반 침체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경협은 또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한 영상 원본 활용을 허용해 달라고 촉구했다. 현행 법규상 모자이크(가명 처리)한 영상정보만 학습에 활용할 수 있어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한경협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원본 영상 활용을 금지하지 않고 데이터 유출 시에만 법적 책임을 묻는다”고 설명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정부가 이른바 ‘썩는 플라스틱’인 생분해 플라스틱에 대한 친환경 인증 유효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당초 올해를 끝으로 기존 인증이 끝날 예정이었는데 산업계 요청에 따라 정책을 4년 더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산업계는 당장 한숨을 돌리긴 했지만 근본적인 육성책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2일 환경부 및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생분해 플라스틱에 대한 친환경 인증 유효기간을 2028년 12월 31일까지로 연장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중단했던 신규 인증도 검증을 거쳐 내주겠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생분해 플라스틱으로 분류됐던 제품들은 2022년 1월부터 환경부 친환경 인증 대상에서 제외돼 국내에서 새 인증 제품이 나오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앞서 인증 받은 제품도 유효기간에 따라 올해 말 인증이 종료되는 수순을 밟고 있었다. 생분해 플라스틱이란 일정한 조건에서 미생물 등에 의해 분해·소멸되는 플라스틱을 말한다. 정부는 2003년부터 산업 육성을 위해 특정 환경을 갖춘 퇴비화 시설에서 6개월 내 90%가 분해되는 플라스틱에 대해 친환경 인증을 해왔다. 하지만 일부 환경단체 등을 중심으로 생분해 플라스틱이 ‘그린워싱(친환경 위장)’이라는 지적이 제기됐고 정부는 2021년 11월 정책을 바꿔 친환경 인증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환경단체들은 이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은 특정 조건을 갖춘 퇴비화 시설이 아니라 토양 매립만 하면 썩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오히려 무분별한 플라스틱 사용을 조장한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정부 정책을 믿고 따라온 기업들은 하루아침에 규제 산업이 돼 타격이 심각하다고 호소했다. 실제 생분해 플라스틱 사업을 하는 석유화학기업 A사는 국내 정책이 부정적으로 바뀌며 관련 수요가 뚝 떨어져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절반으로 줄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생분해 플라스틱은 일반 플라스틱 대비 제조비가 비싸기 때문에 친환경 인증 여부에 따라 시장성이 크게 달라진다”며 “친환경 인증도 안 된 제품을 굳이 기업이나 소비자가 더 많은 돈을 들여 쓸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2026년 30조 원 규모로 예상되는 생분해 플라스틱 시장을 놓고 세계 각국이 산업 육성 정책을 적극 펴고 있지만 한국만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중국은 2020년부터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 사용을 전면 금지하며 생분해, 바이오, 재활용 등 친환경 플라스틱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2022년 말 순환 플라스틱 생태계를 목표로 생분해 플라스틱 사용을 장려하는 정책 프레임워크를 발표하고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체계적으로 산업을 육성해야 하는 시점인데 한국 정부가 강력한 규제만 앞세우고 있다는 얘기다. 이번 정부 방침 선회로 또다시 생분해 플라스틱을 둘러싼 그린워싱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생분해 플라스틱에 대한 강한 규제보다는 탄소 감축에 실효성 있는 산업으로 어떻게 키울지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황성연 경희대 식물환경신소재공학과 교수는 “퇴비화 설비 등 인프라가 부족하면 투자를 늘려 확대하는 게 맞지 기존의 산업 자체를 잘못됐다고 규정하는 건 지나치다”며 “생분해 플라스틱 제품을 수거하는 시스템부터 최종 분해에 이르기까지 생태계 전반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한국은 제 인생에서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에티오피아인 워쿠 타델레 씨(24)는 4일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한국은 할아버지부터 시작해 지금까지도 내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타델레 씨의 할아버지는 6·25전쟁에 참전한 칵뉴 부대 출신이다. 칵뉴 부대는 당시 에티오피아 황제 직속 6000명 규모의 최정예로 꾸려져 6·25전쟁 중 250여 회 크고 작은 전투에 참여했으며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은 전설적인 부대로 유명하다.타델레 씨 자신도 한국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 에티오피아 ‘LG-KOICA 희망직업훈련학교’에 2021년 6월 입학해 2년간 전자공학을 전공했고 지난해부터 LG전자 중동·아프리카 지역본부에서 서비스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다.희망직업훈련학교는 아프리카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6·25전쟁에 참전한 에티오피아를 위해 LG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함께 설립한 기술 교육 기관이다. 2014년 설립돼 올해 졸업생 83명을 포함해 총 541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취·창업률은 100%다. 타델레 씨는 “오늘까지 만난 모든 한국인들은 저에게 많은 지지와 친절을 베풀어 줬다”며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타델레 씨와 함께 지난해 희망직업훈련학교를 졸업한 느웨이 실레시(24) 씨도 할아버지가 칵뉴 부대 출신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다. 그는 “한국인들이 할아버지의 희생에 감사하면서 에티오피아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실레시 씨는 졸업 후 모리셔스 공화국 전자제품 유통업체인 드래건 일렉트로닉스에 취업했다.두 사람 모두 “한국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전공 공부는 꿈도 못 꿨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희망직업훈련학교 입학 전 고향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공부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내전이 벌어진 것이다. 타델레 씨는 “어떻게든 먹고살아 보겠다고 수도로 이주했는데 운이 좋게도 희망직업훈련학교에 대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이들은 자신들이 배운 지식을 토대로 현지 취약계층을 위한 봉사활동도 펼치고 있다. 어렵게 배운 만큼 이웃과도 기술을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실레시 씨는 “장애인이나 노인들을 위한 복지 기관을 찾아 제가 직접 구입한 부품으로 세탁기 등 여러 기기들을 무상 수리해 줬다”면서 “또 공부에 도움이 필요한 친구들에게는 교육 봉사를 하고 내가 받은 지원금을 주변 학생들과 나눠 쓰기도 했다”며 웃었다.앞으로는 직업과 학업을 병행해 전공을 더 발전시킬 계획이다. 타델레 씨는 “여전히 배움에 대한 갈증이 있다”며 “다른 일반 대학처럼 4년, 5년 과정을 통해 전문성을 키우고 싶다”고 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삼성만큼만 뽑아 봐라”2015년 엔비디아가 SK하이닉스에 요구한 주문이다.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가속기 개발에 갓 뛰어들며 자사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뒷받침할 고성능 메모리가 필요한 시기였다. 엔비디아는 고대역폭메모리(HBM)만이 답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문제는 메모리업계에서 봤을 때 사업성이 전혀 가늠이 안 됐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모두 HBM이 전체 D램 생산량의 1%도 채 안 되던 시절이었다.SK하이닉스는 ‘만년 메모리 2등’이란 딱지를 뗄 절호의 기회라고 보고 개발에 공격적으로 뛰어들었다.“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삼성전자 HBM의 속도는 당시 엔비디아가 요구하던 2.4gbps(초당 24억비트)를 너끈히 충족했는데 SK하이닉스의 HBM은 별 짓을 다해도 그 절반 아래인 1.0gbps도 채 안 나오는 거예요. 그렇게 HBM 담당 임원 여럿이 갈렸습니다.”2일 동아일보 사옥에서 만난 심대용 동아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당시 상황을 이같이 기억했다. SK하이닉스 부사장 출신의 심 교수는 2016년 말 당시 ‘임원들의 무덤’으로 불리던 HBM 사업 담당 상무로 발령이 났다. 박사학위를 딴 지 얼마 안 된 시기여서 “팔팔한 심 박사가 해결해 보라”고 보낸 것이다.●“속도·전력·발열 삼박자 잡자 날았다”심 교수가 고민한 끝에 고안한 해결책은 이전과 전혀 다른 새로운 접근법이었다. HBM에서 데이터가 오가는 구멍을 한 번 더 뚫자는 것이었다. HBM은 데이터 처리에 특화된 D램 8~12개를 수직으로 쌓아서 속도를 극대화한 메모리다. 이때 실리콘관통전극(TSV)이라는 기술을 활용해 D램들을 연결한다. 심 교수가 내놓은 방법은 D램 간 구멍을 뚫는 TSV를 두 배로 적용해 연결통로도 두 배로 확장하자는 것이었다.효과는 확실했다. 속도뿐만 아니라 전력효율도 크게 개선시켰다. 기존에는 전력이 오갈 때 병목현상이 발생하며 일시적으로 HBM 성능을 떨어트리는 부작용이 있었는데 통로가 두 배가 되니 이러한 고민도 해결된 것이다. 심 교수는 “여기에 또 하나 묘수가 있었는데 바로 칩과 칩 사이에 ‘마이크로 범프’라는 돌기를 만들어 열이 빠져나갈 통로를 여는 것”이라며 “일종의 환풍구 역할을 하면서 덕분에 발열 제어 능력이 경쟁사보다 훨씬 우수해졌다. 속도, 전력효율, 발열 삼박자를 갖추면서 SK하이닉스의 HBM 경쟁력이 획기적으로 향상된 것”이라고 했다.문제는 양산 효율이었다. 심 교수는 “칩에 구멍을 더 뚫어야 하다 보니 전체 면적도 커지게 됐다. 회사 입장에선 웨이퍼 한 장으로 최대한 칩을 많이 찍어야 비용이 절약되므로 면적이 10%만 커져도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었다”고 회상했다.AI는 먼 미래 같았기에 내부 반대도 거셌다. 하지만 회사는 위험을 감수하기로 하고 TSV 두 배 적용을 결정했다. SK하이닉스는 그렇게 HBM 2세대인 HBM2에서 확실한 인정을 받으며 두각을 나타냈고 3세대인 HBM2E부터 시장 확대에 본격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SK하이닉스가 이때 다진 HBM 경쟁력은 6년 뒤 빛을 발했다. 2022년 말 코로나19 이후 갑작스러운 과잉재고와 경기침체로 반도체 업계가 불황일 때다. 당시 챗GPT의 등장과 함께 AI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린 것이다. 심 교수는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AI칩 붐이 일었고, HBM을 공급할 수 있는 곳은 SK하이닉스뿐이었다”고 했다.●“TSMC 종속 위험, 한국 생태계로 접근해야”심 교수는 2021년 말 부사장직을 끝으로 회사를 나와 현재 대학에서 후임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그는 “HBM 6세대인 HBM4부터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국내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업체들과 함께 협력하는 ‘K생태계’를 키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HBM4부터는 반도체 가장 밑단에 있는 베이스다이(GPU와 연결돼 데이터를 주고받는 집적회로) 설계가 달라지며 이전보다 훨씬 더 수준 높은 미세공정이 요구된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현재 여기에 필요한 10나노 이하 미세공정 기술이 없기 때문에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와 협력을 하고 있다.심 교수는 “SK하이닉스로서도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TSMC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되면 우리가 반대로 종속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과 SK는 HBM에서는 경쟁자이지만 파운드리에서는 협력할 수 있기 때문에 묘안을 찾아야 한다”며 “여기에 대규모 투자도 필요한 만큼 정부가 적극 지원해 생태계 구축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삼성만큼만 뽑아 봐라” 2015년 엔비디아가 SK하이닉스에 요구한 주문이다.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가속기 개발에 갓 뛰어들며 자사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뒷받침할 고성능 메모리가 필요한 시기였다. 엔비디아는 고대역폭메모리(HBM)만이 답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문제는 메모리업계에서 봤을 때 사업성이 전혀 가늠이 안 됐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모두 HBM이 전체 D램 생산량의 1%도 채 안 되던 시절이었다. SK하이닉스는 ‘만년 메모리 2등’이란 딱지를 뗄 절호의 기회라고 보고 개발에 공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우리 HBM은 별짓을 다해도 속도가 달리는 거예요. 그렇게 HBM 담당 임원 여럿이 갈렸습니다.” 2일 동아일보 사옥에서 만난 심대용 동아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당시 상황을 이같이 기억했다. SK하이닉스 부사장 출신의 심 교수는 2016년 말 당시 ‘임원들의 무덤’으로 불리던 HBM 사업 담당 상무로 발령이 났다.● “연결통로 두 배로” 승부수 심 교수가 고민한 끝에 고안한 해결책은 이전과 전혀 다른 새로운 접근법이었다. HBM에서 데이터가 오가는 구멍을 한 번 더 뚫자는 것이었다. HBM은 데이터 처리에 특화된 D램 8∼12개를 수직으로 쌓아서 속도를 극대화한 메모리다. 이때 실리콘관통전극(TSV)이라는 기술을 활용해 D램들을 연결한다. 심 교수가 내놓은 방법은 D램 간 구멍을 뚫는 TSV를 두 배로 적용해 연결통로도 두 배로 확장하자는 것이었다. 효과는 확실했다. 속도뿐만 아니라 전력 효율도 크게 개선시켰다. 문제는 양산 효율이었다. 심 교수는 “칩에 구멍을 더 뚫어야 하다 보니 전체 면적도 커지게 됐다. 회사 입장에선 웨이퍼 한 장으로 최대한 칩을 많이 찍어야 비용이 절약되므로 면적이 10%만 커져도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AI는 먼 미래 같았기에 내부 반대도 거셌다. 하지만 회사는 위험을 감수하기로 하고 TSV 두 배 적용을 결정했다. SK하이닉스가 이때 다진 HBM 경쟁력은 6년 뒤 빛을 발했다. 2022년 말 챗GPT의 등장과 함께 AI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린 것이다. 심 교수는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AI칩 붐이 일었고, HBM을 공급할 수 있는 곳은 SK하이닉스뿐이었다”고 했다.● “TSMC 종속 위험, 한국 생태계로 접근해야” 심 교수는 2021년 말 부사장직을 끝으로 회사를 나와 현재 대학에서 후학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그는 “HBM 6세대인 HBM4부터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국내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업체들과 함께 협력하는 ‘K생태계’를 키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HBM4부터는 반도체 가장 밑단에 있는 베이스다이(GPU와 연결돼 데이터를 주고받는 집적회로) 설계가 달라지며 이전보다 훨씬 더 수준 높은 미세공정이 요구된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현재 여기에 필요한 10나노 이하 미세공정 기술이 없기 때문에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와 협력을 하고 있다. 심 교수는 “SK하이닉스로서도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TSMC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되면 우리가 반대로 종속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과 SK는 HBM에서는 경쟁자이지만 파운드리에서는 협력할 수 있기 때문에 묘안을 찾아야 한다”며 “여기에 대규모 투자도 필요한 만큼 정부가 적극 지원해 생태계 구축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필요하면 언제든 다른 업체를 이용할 수 있다.” 글로벌 최대 인공지능(AI) 칩 설계업체인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대만 TSMC가 아닌 다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도 칩 생산을 맡길 수 있다고 시사해 반도체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초미세 공정이 필수인 AI 칩 생산에 있어 TSMC의 대안은 사실상 삼성전자뿐이어서 삼성 파운드리가 새로운 기회를 잡을 가능성도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황 CEO는 11일(현지 시간) 미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서 골드만삭스가 주최한 테크 콘퍼런스 중 “우리는 TSMC가 (칩 생산에 있어) 동종 업계 최고이기 때문에 의존하고 있다”면서도 “엔비디아는 기술 대부분을 자체 개발하고 있어 다른 공급업체로 주문을 전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현재 전 세계 AI 칩 시장은 엔비디아가 90% 이상 차지하고 있다. 현재 주류 제품인 ‘호퍼’ 시리즈와 차기작 ‘블랙웰’ 생산을 모두 TSMC에 맡기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기준 글로벌 파운드리 점유율은 TSMC 62%, 삼성전자 13%다. 반도체 업계는 황 CEO가 TSMC가 아닌 새로운 파운드리 업체와의 협력 가능성을 내비친 배경에 공급망 다변화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AI 칩 수요가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 황 CEO는 이날 AI 칩 시장과 관련해 “수요가 너무 많다”며 “제한된 공급으로 (AI 칩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고 일부 기업은 (제때) 공급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TSMC가 파운드리 분야 ‘슈퍼 을’로 불리며 갈수록 지위가 높아지는데 엔비디아 같은 고객사 입장에서는 계속해서 의존도를 키우는 게 부담”이라며 “삼성전자 등 선택지를 다변화하는 게 엔비디아의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도 유리한 전략일 수 있다”고 말했다.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칩 블랙웰 시리즈는 TSMC의 4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공정이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TSMC를 제외하고 선단공정으로 분류되는 5나노 이하에서 외부 고객사 수주를 받아 양산하는 곳은 삼성전자뿐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4나노 공정은 수율(정상품 비중)이 안정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3나노는 계속해서 개선 중인 상태다. 삼성전자는 7월 2분기(4∼6월) 실적 발표에서 “3나노 1세대 공정은 성숙 단계에 도달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황 CEO는 다만 이날 파운드리 공급망 변화가 “칩의 품질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며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는 단서도 달았다. 한편 “AI 수요가 너무 많다”는 황 CEO의 발언은 최근 투자시장에서 불거지는 ‘AI 거품론’을 일부 불식시키며 반도체 관련주의 상승을 이끌었다. 황 CEO는 특히 블랙웰의 인기가 크다면서 “4분기(10∼12월) 출하하고 내년부터 (본격) 확장할 것”이라고 했다. 엔비디아는 전날보다 8.15% 오르며 장을 마감했다. 이에 국내 증시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각각 2.16%, 7.38% 상승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애플이 전작 대비 인공지능(AI) 기능을 업그레이드하고 카메라 편의를 확대한 아이폰 16을 공개했다. 중국 내수 시장을 등에 업은 화웨이도 애플 신작 공개에 맞춰 3단으로 접는 새로운 형태의 폴더블폰을 선보이며 하반기(7∼12월) 스마트폰 대전에 뛰어들었다. 애플은 9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서 애플 신제품 발표 행사를 열고 아이폰 16 시리즈를 공개했다. 애플 스마트폰 가운데 AI 시스템 ‘애플 인텔리전스’가 탑재된 모델이다. 사용자가 작성한 글을 자연스럽게 다듬어 주거나 말로 묘사하면 조건에 맞는 사진을 찾아 주는 기능이 담겼다. 이메일, 알림의 내용을 파악해 우선해서 봐야 할 것들을 띄워주는 기능도 있다. 통화 녹음 및 요약도 지원된다. 음성 비서 ‘시리’는 사용자가 말을 더듬어도 맥락을 통해 곧바로 이해하는 등 언어 이해 능력이 향상됐다. 카메라 촬영의 편의를 위해 기기 옆면 ‘카메라 컨트롤’ 버튼이 새로 생겼다. 버튼을 누르면 카메라 모드로 전환되고 빠르게 사진,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버튼을 문지르는 식으로 확대·축소, 노출 조절 등 세밀한 제어도 가능하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는 AI 기능이 기대보다 아쉽다는 반응도 나왔다. 실시간 통역이나 이미지·영상 편집 등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지원되는 AI 대비 부족하다는 평가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이날 리포트를 내 “애플 인텔리전스는 사용자가 기기를 일찍 업그레이드하도록 유도할 만큼 매력적이지 않다”며 “AI가 아이폰에 미치는 영향은 시간이 지나야 점진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아이폰16, 13일부터 사전예약 - 20일 정식판매애플 AI폰 韓美 동시출시 아이폰 16의 출고가는 전작과 같다. 내장 메모리 128GB 기준 기본 모델이 799달러(약 125만 원), 플러스가 899달러(약 135만 원)다. 프로는 999달러(약 155만 원)다. 프로맥스는 256GB부터 판매하고 1199달러(약 190만 원)다. 13일부터 사전 예약을 시작해 20일 정식 판매한다. 한국이 1차 출시국에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화웨이도 이날 두 번 접는 트리플 폴더블폰 메이트XT를 공개했다. 화웨이는 제품 공개 전인 7일부터 사전 주문을 받기 시작해 오후 6시 현재 예약 건수가 400만 건을 돌파했다. 메모리 용량 256GB와 512GB, 1TB 세 가지 모델로 출시되고 판매가는 1만9999위안(약 380만 원)부터 2만3999위안 사이다. 아이폰 16과 마찬가지로 20일부터 공식 판매가 이뤄질 예정이다.삼성전자는 다음 달 갤럭시Z 폴드6의 두께를 약 1mm 줄인 갤럭시Z 폴드6 슬림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경쟁사 신제품 출시에 대응하면서 내년 초 갤럭시 S25 출시 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애플, 화웨이가 잇달아 신제품을 내놓으며 하반기(7~12월) 스마트폰 대전이 본격화됐다. 각각 새로운 인공지능(AI)과 폼팩터를 무기로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삼성전자와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애플은 10일 신제품 발표 행사를 열고 아이폰16 시리즈를 공개했다. 가장 큰 특징이 이전보다 강화된 AI 및 카메라 기능이다. 앞서 6월 연례 개발자회의(WWDC)에서 선보인 애플의 AI 시스템 ‘애플 인텔리전스’가 탑재됐다. 사용자가 작성한 글이나 문자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다듬어주거나 격식에 따라 형식을 바꿔주는 기능이 담겼다. 말로 묘사하면 조건에 맞는 사진을 찾아주는 기능과 이메일, 알림의 맥락을 파악해 우선해서 봐야 할 것들을 우선해서 띄워주는 기능도 있다.카메라 촬영의 편의를 위해 기기 옆에 ‘카메라 컨트롤’ 버튼이 새로 생겼다. 버튼을 누르면 카메라 모드로 전환되고 조작법에 따라 줌인, 줌아웃, 노출 조절 등이 가능하다.AI 기능의 한국어 지원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10월부터 영어 모델로 지원이 되고 내년에는 중국어, 프랑스, 일본어, 스페인어가 추가된다.프로 및 프로맥스의 디스플레이가 전작 대비 커진 점도 특징이다. 기본 모델과 플러스는 각각 6.1인치, 6.7인치이고 프로와 프로맥스는 6.3인치, 6.9인치다. 가격이 이전보다 오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지난해와 동일한 가격으로 내놨다. 기본 모델 128GB는 799달러(약 125만 원), 플러스 128GB는 899달러, 프로 128GB는 999달러다. 프로맥스는 256GB부터 판매하고 가격은 1199달러다.13일부터 사전예약을 시작해 20일 정식 판매한다. 한국이 1차 출시국에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화웨이도 이날 한국시간으로 오후 2시 30분 두 번 접는 트리플 폴더블폰 메이트XT를 공개할 예정이다. 화웨이는 제품 공개 전인 7일부터 사전 주문을 받기 시작해 오후 2시 기준 예약 건수가 350만 건을 돌파했다.화웨이몰에 공개된 모습을 보면 붉은색 바탕에 디스플레이가 접히는 힌지가 두 번 적용됐다. 512GB, 1TB 두 가지 옵션이 있고 가격은 약 2만 위안(약 380만 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20일부터 공식 판매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삼성전자는 다음달 갤럭시Z 폴드6의 두께를 약 1mm 줄인 갤럭시Z 폴드 6 슬림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고객 수요를 충족하고 내년 갤럭시 S25 출시 이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달러를 떠난 나라는 미국과 거래할 수 없을 것이다.”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달러 대신 중국 위안화 등을 쓰는 국가에 대해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7일(현지 시간) 대선 격전지 위스콘신주 유세에서 미중 무역전을 ‘기축통화’ 패권전으로 확전하고, 중국 편에 선 국가에 보복 관세로 응징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미국 대선전이 과열될수록 각 후보들의 미중 무역전쟁 ‘시즌 2’ 구상도 격화되고 있다. 미국과의 무역전에 적극 대응해 온 중국도 보복 카드를 꺼낼 수 있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미중 갈등에 끼여 전방위 압박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대중국 첨단 산업 견제를 시사해 왔다. 지난달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에서 “중국이 아닌 미국이 21세기 경쟁에서 승리하도록 할 것”이라며 “인공지능(AI), 우주 분야에서 세계를 이끌고 미국의 세계적 리더십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10일 양 후보의 첫 대선 TV토론에서 대중국 정책 기조가 더욱 선명하게 공개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양측의 대중국 정책 강경 기조에 따라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국 기업이 고래 싸움 속 ‘새우 등’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 기업의 중국 투자뿐 아니라 중국과 위안화 무역 시스템을 논의해 온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과의 협력도 미국 규제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다. 무엇보다 중국에 주요 생산라인과 시장을 두고 있는 반도체 업계의 리스크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해리스-트럼프 中규제 압박, 韓반도체 먹거리 HBM 타격 우려[‘미중 무역전쟁 시즌2’ 새우등 한국]美대선 누가 되든 ‘무역전쟁 시즌2’美, 양자컴퓨팅 등 첨단기술 통제… 삼성전자 핵심기술도 대상에 포함SK 中공장 규제 다시 강화 가능성… 달러-위안 ‘환율전쟁’ 불똥 튈수도“중국을 겨냥한 인공지능(AI) 반도체 추가 규제가 나오면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수출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최근 미국 금융사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한국 반도체 산업과 관련한 분석 보고서를 내고 이 같은 우려를 제기했다. 한국 메모리 산업은 AI 산업 성장 덕을 봤지만 미중 무역전이 격화된다면 대중국 반도체 수출 축소 등 산업 전반이 얼어붙는 위협에 직면할 것이란 경고였다.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대중국 강경 기조를 시사하자 한국 기업들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관세, 환율부터 대중국 투자, 반도체 수출까지 한국 경제 전반이 영향권에 들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수출에서 20%를 차지하는 반도체는 미국의 대중국 규제 핵심 품목이라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정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대선에서 누가 이기든 대중국 규제는 강화되고, 한국 등 주변국에 대해 규제에 동참하라는 압박 수위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SK 中공장에 이어 HBM도 사정권8일 산업계에 따르면 미 정부는 현재 중국 반도체 산업을 이전보다 강력하게 옥죄기 위한 규제 카드를 준비하며 이를 단계적으로 가시화하고 있다. 5일 미 상무부 산하 산업안보국(BIS)은 양자컴퓨팅, 최신 반도체 등과 관련한 첨단 기술의 수출 통제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삼성전자가 3나노 이하 첨단 반도체를 만드는 데 쓰는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기술도 포함됐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미세 공정의 핵심인 GAA는 삼성전자가 2022년 세계 최초로 도입한 기술이다.한국 반도체의 새 먹을거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출 통제 가능성도 최근 부상하고 있다. BIS는 앞서 GAA와 함께 HBM도 규제 대상으로 검토해 왔다. 전체 글로벌 D램 시장 매출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8%에서 올해 21%, 내년에는 30%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HBM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90% 이상 차지하고 있다.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모두 최첨단 반도체 기술로 아직까지는 중국 시장 비중이 크진 않지만 글로벌 반도체 최대 수요처인 중국에서 신시장 발굴이 어려워지는 만큼 기업들의 성장성을 크게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삼성과 SK의 중국 현지 반도체 공장 불확실성도 크다. 미국은 반도체 지원 법안인 칩스법에 따라 보조금을 지원하는 대신 중국 증산량에 대한 규제를 걸었다. 지난해 한미 정부 합의를 통해 10년간 생산능력을 최대 5% 늘릴 수 있도록 규제 유예를 받았지만 언제든 다시 통제가 강화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동맹국도 못 피하는 대중국 규제미중 무역전이 격화될수록 “규제에 동참하라”는 동맹에 대한 압박 수위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7일 네덜란드는 자국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2종의 수출을 직접 통제하겠다고 밝혔다. 첨단 장비뿐 아니라 구형 반도체 장비까지 수출 통제를 강화한 것이다. 네덜란드는 그간 “ASML은 경제에 중요한 기업”이라며 통제 강화를 고심해 왔다.기업들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앞서 ASML의 크리스토프 푸케 최고경영자(CEO)는 대중 규제에 대해 “갈수록 안보 때문이라는 이유를 납득하기 힘들다. (미국의) 경제적 이유가 더 큰 것 같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전략에 적극 동참한 대만 반도체 기업 TSMC는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부터 “미국 반도체 칩 사업의 거의 100%를 빼앗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한국도 향후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를 비롯해 중국에 대한 투자 및 협력에 대해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을 맞닥뜨릴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돼 실제로 달러-위안화 패권전이 가속화되면 한국이 위안화 중심의 수출 시장에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기축통화인 달러 수요가 확대되면 원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하락해 수입 물가가 급등하는 등 한국 경제에도 파장이 미친다.전문가들은 한국의 미국 대중 규제 동참은 궁극적으로 피하기 어렵기 때문에 포기할 건 포기하더라도 ‘규제 유예’ 등 실리를 취할 수 있는 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한다.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당장 HBM 등 한국이 특화한 반도체가 타깃이 되면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피해를 최소화하는 수준의 규제 절충점을 모색하는 정부 차원의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한국은 오히려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술, 공정에 투자를 집중해 살아남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인공지능(AI), 반도체, 에너지 등 미래 핵심 사업에 대한 국가 간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글로벌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은 만큼 촉을 높이 세우고 기민하게 대응하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7일 서울 종로구 서린사옥에서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등 그룹 경영진과 글로벌 경영환경 점검회의를 열고 이같이 당부했다. SK에 따르면 회의에는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유정준 부회장, 서진우 부회장, 장용호 SK㈜ 사장,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등이 참석했다. 최 회장과 SK그룹 경영진들은 11월 미국 대선과 9월 일본 총리 선거,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 및 중국 경기 침체 장기화 등 글로벌 사업에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들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은 그룹 차원에서 중요하고 시의성이 있는 의제가 있으면 종종 주말회의를 열어 경영진과 의견을 나누고 대응책을 모색해왔다”고 전했다. 최 회장은 “SK가 주력하는 AI, 반도체, 에너지 사업 모두 국가 경제와 안보 측면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갖고 있다”며 “불확실한 경영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사업의 경쟁력도 빠르게 키워야 하는 우리의 과제는 쉽지 않지만 반드시 감당해야 할 일이다. 나부터 더 열심히 앞장서 뛰겠다”라고 강조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방한한 미국 상원의원단을 각각 만나 한미 경제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 회장은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승지원에서 미국 상원의원단과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를 만났다. 미 상원의원단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인 공화당 소속 빌 해거티 의원 등 7명이 자리했다. 삼성 측에선 전영현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장,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등이 배석했다. 최 회장도 3일 서울 종로구 서린사옥에서 미 상원의원단과 만나 SK의 한미 반도체 생태계 구축을 통해 “양국의 인공지능(AI) 리더십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4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제2회 한미일 경제대화(TED)’에 참석해 AI, 에너지, 수소, 자율주행 등의 분야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이 자리에는 미 상원의원단과 더불어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유정준 SK온 부회장, 홍범식 LG 사장 등이 자리했다. 이날 행사는 현대차그룹 후원으로 진행됐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2027년 시장규모 20조 원 돌파가 예상되는 게이밍 모니터 시장을 두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게이밍 모니터는 게임 이용자들을 겨냥해 일반 모니터보다 선명한 그래픽과 빠른 화면 전환에 강점을 갖는 제품이다. 기업들은 특히 게이밍 모니터 중에서도 이제 막 개화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게이밍 모니터를 겨냥해 신제품, 신기술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4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OLED 게이밍 모니터는 국내 기업들이 양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기준 지난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43.6%, 38.1%를 차지했다. 두 기업 합계로 81.7%다. 3위 에이수스, 4위 델이 각각 3.8%, 3.7%로 집계돼 큰 차이를 보였다. 이는 삼성과 LG가 해외 경쟁사 대비 게이밍 모니터 시장에 일찍 진입해 공격적인 사업 확대를 펼친 덕분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오디세이 OLED G9’을 출시한 데 이어 올해 라인업을 G6, G8, G9 등 5종으로 확대 출시했다. 스펙을 다양화해 소비자 선택 폭을 넓힌 것이다. LG전자도 올해 OLED 게이밍 모니터인 ‘LG 울트라기어’ 5종을 출시했다. OLED 게이밍 모니터가 주목받는 이유는 갈수록 게임에서 요구하는 그래픽 사양이 높아지고 있고 여기에 맞춰 게이머들의 눈높이도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게이밍 모니터의 성능을 가르는 핵심 요소인 주사율과 응답속도에서 OLED의 강점이 부각된다. 주사율은 화면 속 움직임이 얼마나 부드럽고 선명한지를 나타내는 수치다. 응답속도는 빠를수록 화면 변화가 신속해 잔상이 적고 깔끔해진다. 최신 OLED 모니터의 응답속도는 0.03ms(밀리세컨드·1ms는 1000분의 1초) 안팎으로 LCD 모니터 대비 10배가량 빠르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주사율과 응답속도는 유기적으로 연동돼 한쪽만 높으면 실제 원하는 수준을 구현하지 못한다”며 “LCD가 주사율이 더 높은 경우도 있지만 응답속도가 뒷받침되지 못해 ‘반쪽짜리’ 스펙이란 지적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가 최근 업계 최고 사양 패널을 출시하며 주목받았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달 29일 주사율 480Hz(헤르츠)에 응답속도 0.02ms를 갖춘 27인치 게이밍 OLED 패널의 본격 양산에 나섰다고 발표했다. 이전 최고 사양인 360Hz, 0.03ms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보통 120Hz만 넘어도 고주사율이라고 하지만 최근 게임 발전 속도가 빨라져 360Hz 이상을 원하는 수요도 느는 추세”라고 했다. 라이엇에서 개발한 글로벌 1인칭 슈팅(FPS) 게임 1위인 발로란트에서 최적화에 요구하는 사양이 360Hz다. 삼성디스플레이도 매년 업그레이드된 성능의 OLED 디스플레이를 선보이며 시장 확대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최고 주사율 360Hz에 27∼49형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올 5월 누적 출하량이 100만 대를 돌파했다. 옴디아에 따르면 게이밍 모니터 시장은 지난해 97억 달러(약 13조 원)에서 2027년 151억 달러(약 20조 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이 중에서도 OLED 게이밍 모니터 시장은 같은 기간 3억9000만 달러에서 28억9000만 달러(약 3조9000억 원)로 고속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전체 시장이 1.5배가 되는 사이 OLED 분야는 약 7배로 뛰는 것이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최태원 SK 회장이 3일 서울 종로구 서린사옥에서 빌 헤거티 의원 등 미국 상원의원 7명을 만나 양국 경제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최 회장이 미 상원의원 대표단을 맞는 것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최 회장은 “SK그룹은 한미 양국에서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양국의 인공지능(AI) 리더십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상원의원들도 “양국 관계는 한미 동맹 등 전 분야에서 강력한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다방면에서 양국의 협력이 이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두 나라 발전에 SK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이 같은 움직임이 한미 양국은 물론 한·미·일 3국의 공동 발전과 전 세계 번영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사회적 기업 ‘에이드런’은 아이들로부터 받은 영감으로 만든 패턴 제품을 판매한다. 전문 디자이너들이 취약계층 아동들에게 무상 미술 교육을 제공하고, 이 과정에서 아이들의 이야기를 형상화한 패턴을 엽서, 물컵, 쿠션, 지갑 등에 새기는 것이다. 수익금은 더 많은 아이에게 미술 교육을 제공하는 데 사용한다. 에이드런은 2015년 사업 시작 후 지금까지 2350명의 아동을 만났고 450여 종의 제품을 만들었다. 12일 열리는 대한민국 사회적 가치 페스타에서는 에이드런을 비롯해 참신한 아이디어, 기술을 뽐내는 다양한 사회적 기업의 제품, 서비스를 사고파는 장이 열린다. 사회적 기업은 환경, 건강, 교육, 복지 등 우리 사회가 당면한 중요 과제 해결을 목표로 하면서 동시에 지속가능성을 위한 사업 모델을 만드는 민간 주체들이다. 이들 기업의 가장 큰 어려움 가운데 하나가 자신들의 제품, 서비스를 판매·유통할 판로 개척 기회가 적다는 점이다. 사회적 가치 페스타는 사회적 기업들에 이러한 어려움을 풀어갈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1일 사회적 가치 페스타를 주최하는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행사장에는 크게 식품, 패션, 생활 등 3가지 카테고리로 나눠 약 40개 업체가 판매 부스를 차릴 예정이다. 12일 오전 10시∼오후 6시 코엑스 B홀 ‘마켓 존’에 설치된다. 행사장에는 사회적 가치에 관심 있는 일반인이면 누구나 참석 가능하다.마켓 존에는 시니어들이 직접 그리고 쓴 손그림, 손글씨를 활용한 제품을 판매하는 ‘아립앤위립’도 들어선다. 아립앤위립은 폐지 수거 노인 등 빈곤 노인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선물하겠다는 목표로 사업을 시작했다. 제품의 특징 중 하나가 맞춤법이 틀리거나 잘못 기재해 ‘×’표를 한 글씨도 그대로 살린다는 것이다. 예컨대 ‘그까짖꺼 화끈하게 살아라’ ‘맷지게 하고 이쁘×게 살아라’ 같은 문구를 디자인에 담는 것이다. 아립앤위립은 “70, 80대 이상 노인들이 맞춤법에 익숙하지 않아 평생 틀린 글자를 사용했다는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도 어르신들에 대한 존중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사회적 기업인 ‘세상에 없는 세상’은 플라스틱 등 폐자원 소재를 기반으로 ‘업사이클링’(업그레이드+재활용) 제품을 판매, 홍보한다. 대표 제품은 100% 재활용 원단 ‘플라텍스’다. 버려진 패트병을 깨끗이 세척해 작은 조각으로 분쇄하고 원단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이 회사는 업사이클링 원단뿐만 아니라 가방, 쿠션, 수건, 점퍼 등 다양한 생활용품 및 의류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이 밖에도 식물성 떡갈비, 스테이크 등 대체육 전문 사회적 기업인 ‘디보션푸드’,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친환경 이유식을 판매하는 ‘에코맘의산골이유식’, 시각장애인도 손쉽게 타 먹을 수 있는 드립커피를 만드는 ‘아로마빌커피’ 등 각양각색의 사회적 기업들이 마켓 존에 부스를 차려 제품, 서비스 홍보에 나설 예정이다. 판로 확보는 사회적 기업들이 지속가능성을 갖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지점이다. 앞서 21대 국회에서도 사회적 기업의 판로를 지원하는 ‘사회적 경제 기업 제품 구매 촉진 및 판로 지원에 관한 특별법’(판로지원법)이 발의됐으나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하고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정부, 지방자치단체 등에 사회적 기업 지원 및 관련 계획 수립에 대한 책임을 규정하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서종식 사회적기업진흥원 본부장은 “사회적 기업들이 잘 뿌리내리고 지속가능성을 가지려면 사회적 가치 페스타 같은 판로 개척 기회가 정말 중요하다”며 “특히 이번 행사는 국가나 공공기관이 주최하는 게 아니라 대한상의가 주최하고 사회적 기업들의 고객, 파트너가 되는 민간 기업들이 주도하는 만큼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제 1회 대한민국 사회적 가치 페스타 신청하기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