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혁

임재혁 기자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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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동아일보 사회부 사건팀 임재혁입니다.

heok@donga.com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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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당 절반 택시비로… 새벽 청소근로자 한숨

    28일 오전 4시에 시작된 서울 시내버스 총파업이 11시간 만에 종료됐지만, 지하철도 다니지 않는 새벽에 출근하는 건물 청소원과 경비원, 일용직 근로자 등은 직격탄을 맞았다. 서울 서초구의 한 빌딩에서 10년 넘게 청소미화원으로 근무해 온 김모 씨(70)는 이날 출근길에 일당 5만5000원의 절반에 가까운 2만6000원을 내고 택시를 타는 ‘사치’를 부려야 했다. 평소 타던 버스가 파업으로 멈췄기 때문이다. 김 씨는 “버스가 안 다닐 걸 어제 알았으면 차라리 건물 지하 4층 휴게실에 가서 잤을 텐데요”라며 안타까워했다. 김 씨가 평소 타는 640번 버스는 지하철 첫차(오전 5시 40분)가 다니기 전인 오전 4시 20분부터 양천구 신월동과 강남구 강남역을 오간다. 고 노회찬 의원이 “강남 빌딩에 출근하지만 투명인간으로 사는 청소근로자가 타는 버스”라고 한 6411번(양천구 신정동∼강남구 선릉역)처럼 도시 하층민에게 유일한 새벽 출근 수단이다. 민생행보에 나선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해 1월 타고 나서 첫차 시간을 오전 3시 50분으로 앞당긴 8146번(노원구 상계동∼강남구 강남역) 버스 등도 운행을 멈췄다. 일자리를 잃을까 봐 불안에 떠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영등포구 여의도동에서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는 양모 씨(70)는 “지하철 첫차를 기다리느라 30분 지각했다. 해고당할까 봐 식은땀을 흘렸다”고 했다. 일용직 근로자들이 새벽에 인력소개소에 집결하지 못하면서 공사가 중단된 현장도 있었다. 광진구 자양동 한 인력개발소는 이날 일용직 30명 중 20명이 출근하지 못해 공사 현장 15곳 중 9곳에 인력을 보내지 못했다고 한다.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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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방차 막은 아파트 불법주차, 쪽문으로 대원 진입

    “불법 주차된 차량 때문에 소방차가 한참을 못 들어가더라고요.” 24일 오전 10시경 경기 광주시 도척면의 한 아파트 단지. 이곳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 목격자는 주차구역 밖에 세워진 차량 다섯 대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는 “아파트 차원에서 단속하려는 움직임도 있었지만 주민들 항의로 무산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전날 새벽 이 아파트 9층에서 불이 나 일가족의 가장이 숨지고 두 자녀가 중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불이 난 곳은 전체 380여 가구 중 78가구가 거주하는 동이었다. 하지만 불법 주차된 차량으로 인해 소방차가 아파트 단지 안으로 진입하는 데 5분 넘게 걸렸다. 대규모 화재가 발생한 현장에서 소방차 진입이 지연될 경우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입로 막혀 쪽문으로 돌아간 대원들 경기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23일 오전 2시 56분경 13층짜리 아파트 9층에서 불이 났다는 맞은편 아파트 주민의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1시간 20여 분 만인 오전 4시 19분경 불길을 완전히 잡았다. 이 불로 집 안에 거주하던 이모 씨(45)와 아들(10), 딸(7)이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지만, 이 씨는 끝내 숨졌다. 두 자녀 역시 중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가 확보한 폐쇄회로(CC)TV 영상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 6분경 소방차가 아파트 단지에 도착했다. 그러나 오르막길을 따라 승용차와 트럭 등 차량 6대가 주차돼 있어 소방차가 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전진과 후진을 반복한 끝에 약 7분 뒤 소방차가 아파트 주차장으로 들어섰지만 이번에도 주차구역 밖에 세워진 차량 때문에 소방차는 사고가 난 건물 공동현관 앞으로 진입하지 못했다. 뒤늦게 차량 주인이 차를 옮겼지만 이미 소방대원들은 아파트 쪽문 계단을 통해 현장으로 진입한 뒤였다. 당시 상황에 대해 소방 관계자는 “차량 진입은 지연됐지만 다행히 건물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출입로가 가까워 빠르게 달려가 초동조치를 할 수 있었다”면서도 “아파트 내부 소화전이 노후해 고장나 있는 경우도 많아 소방차가 반드시 아파트 공동현관 앞까지 진입해야 신속하게 화재를 진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막으면 부순다”…실제론 6년간 4건 불과 사고 다음 날 다시 찾은 현장에는 여전히 차량 5대가 오르막길 노면에 표시된 ‘소방차전용’ 구역을 차지한 채 주차돼 있었다. 아파트 주민 김모 씨(68)는 “늦게 퇴근하면 주차장에 자리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주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18년 3월 이처럼 소방차의 화재 현장 진입을 막는 차량을 부수는 등 강제처분할 수 있도록 소방기본법이 개정됐다. 하지만 올 1월 공개된 국회 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6월 개정안이 시행된 이래 약 6년간 실제 주차된 차량을 강제처분한 사례는 4건에 불과했다. 강제처분 훈련은 2022년 약 4000회, 지난해 약 5300회 실시했지만 현장에선 사실상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현장에선 강제처분이 어려운 이유로 사후 처리 과정의 행정적 부담을 꼽고 있다. 백승주 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강제처분이 면책되려면 소방 당국이 ‘긴급한 상황’이었다고 입증해야 해 이 과정에서 소방관 개인이 시달릴 여지가 있다”며 “소방 활동을 방해한 차량의 경우 배상을 받으려는 이들이 책임 소재를 입증하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광주=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 2024-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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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칼한 맛 유튜브 끄고 ‘도파민 단식’ 12시간… 슴슴한 곰탕이 느껴졌다

    휴대전화와 작별한 지 30분. 쉴 새 없이 울려대던 업무 연락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도 잠시, 일종의 ‘금단 증상’이 찾아왔다. 분명히 휴대전화를 끄고 상자 깊숙한 곳에 넣어놨는데 어디선가 ‘카톡!’ 하는 알림이 온 듯한 환청이 느껴졌다. 진동이 울린 줄 알고 무의식적으로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빼기도 했다. 18일 전자기기 사용을 중단하고 ‘도파민 단식’에 나선 기자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됐다. 도파민은 쾌락을 느낄 때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문제는 ‘질 나쁜’ 도파민에 빠져 사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짧은 영상 위주의 쇼트폼 콘텐츠를 시청할 때가 대표적이다. 손쉽게 분노와 기쁨을 느끼며 도파민이 빠르게 분출되고, 이를 중단하면 우울과 불안이 밀려오면서 큰 자극을 찾게 되는 악순환이다. 휘발성 자극을 모두 끊고 그 시간을 독서나 산책으로 채우면 몸과 마음엔 어떤 변화가 찾아올까. 본보 기자가 이날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12시간 동안 도파민 단식에 나선 건 이런 이유였다.스마트폰 끈 지 10분 만에 ‘카톡’ 환청… 익숙해지니 ‘물멍’도 즐거워 스마트폰-커피-술 멀리하기 도전… 무료함에 독서-청소 등 할일 찾아짧은 영상으로 얻는 ‘즉각 보상’… 우울-불안 쫓으려 더 큰 자극 불러중고생 32% “하루 8시간 스마트폰”… 최근 ‘전자기기 금지’ 카페 생기고중독 청소년 대상 캠프도 등장… “자극 멀리하기, 짧게 해도 효과” 18일 오전 7시. 기자는 휴대전화와 태블릿 PC, 노트북 등 모든 전자기기의 전원을 껐다. 커피와 술, 탄산음료, 패스트푸드 등 자극적인 식단도 멀리하기로 다짐했다. 특히 휴대전화의 ‘전원 끄기’ 버튼을 누를 때가 생경했다. 입사 이후 줄곧 언제 캡(사건팀장)이 전화할지 몰라 단 1초도 휴대전화를 꺼둔 적이 없기 때문이다. ‘체험 취재’라는 명분으로 휴대전화를 보지 않아도 되는 자유를 얻으니 기분이 묘하게 좋았다. 이날 오후 7시까지 12시간 이어질 기자의 ‘도파민 단식’은 이렇게 시작됐다.● 생경했던 고요, 익숙해지자 ‘벽돌 책’도 술술 오전 7시 10분. 자유는 오래가지 않았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막막함이 엄습하기 시작했다. ‘강아지들 보고 싶네….’ 퇴근하고 나면 2시간씩 강아지가 뛰어노는 동영상을 보며 ‘동물 멍’을 때린 습관도 떠올랐다. 전원이 꺼진 휴대전화를 잠시 꺼내 손에 쥐어 보기도 했다. 한 유통업체에 따르면 올 1월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의 유튜브 사용 시간은 한 달 평균 40시간으로 5년 전보다 19시간 늘었다. 교육부의 ‘2022년 청소년 건강 행태 조사’에서 중고교생 31.6%는 주말에 하루 8시간 넘게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고 답했다. 업무 연락이나 인터넷 강의를 위해서라며 우리는 그간 스마트폰에 너무 많은 곁을 내주고 살아온 건 아닐까. 오전 7시 40분. 허전함을 덜기 위해 자취방 안을 빙빙 돌며 걷자, 평소에 안 보이던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창문에 이렇게 얼룩이 많았나? 명함은 언제 이렇게 쌓여 있었지?’ 기자는 이곳 원룸에 입주한 지 3개월 만에 처음으로 손걸레를 빨아 창문을 청소했다. 또 수습기자 때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명함도 직종별로 분류했다. 총 132장이었다. 오전 9시 30분. 짧은 동영상에 밀려 손을 대지 않았던 일도 다시 시도할 수 있었다. 고전(古典) 읽기였다. 지난해 사놓고도 909쪽의 분량 탓에 포기했던 에밀 루트비히의 책 ‘나폴레옹’을 책장에서 꺼냈다. 평소 10쪽도 못 읽고 휴대전화로 시선이 옮겨가곤 했다. 이날 기자는 책을 펼친 지 2시간 만에 124쪽을 읽었다. 책장이 넘어갈 때마다 뿌듯함이 밀려왔다. 오전 11시. 출출해졌다. 전자기기만큼 끊기 힘든 게 ‘고자극’ 음식이었다. 평소 습관처럼 찾았던 과자와 탄산음료가 생각났다. 칼칼한 컵라면 국물도 간절했다. 하지만 신중하게 고른 이날의 점심 메뉴는 맨밥과 건더기 없는 레토르트 사골곰탕이었다. 유튜브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없이 ‘혼밥’을 하려니 어색했다. 하지만 곰탕 맛에 집중하니 뜻밖에 슴슴하니 깊은 맛이 느껴졌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연구팀에 따르면 TV를 보면서 식사하면 음식의 맛이나 양에 신경을 덜 쓰는 탓에 비만할 위험이 40% 증가한다고 한다. 식사 중 스마트폰 사용은 오죽할까. 얼마 전 등록한 피아노 교습소에서 받아 온 악보도 꺼내 봤다. 평소엔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던 음표가 어쩐지 더 생생하게 보였다. 악보 속 히사이시 조의 ‘언제나 몇 번이라도’가 스마트폰 음악 애플리케이션(앱) 없이도 재생되는 듯했다.● 멍하니 한강 바라보니 잊고 살았던 친구 떠올라 오후 2시 30분. 오랜만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으로 산책에 나섰다. 평소엔 누워서 스마트폰을 하다 보면 어느덧 잠잘 시간이 돼 외출을 포기할 때가 많았다. 휴대전화도, 이어폰도 없이 한강공원을 산책한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혼자 산책하는 13명 중 9명은 노란 산수유나 새순이 올라온 나무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오로지 휴대전화만 보고 있었다. 자취방에서 챙겨 간 캠핑 의자에 앉아 멍하니 강물을 바라봤다. 햇살이 부딪혀 반짝이는 강물을 하염없이 보고 있으려니 놓쳤던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특히 취업 이후 ‘축하한다’며 저녁을 사준 고마운 친구가 떠올랐다. ‘그 친구는 잘 있을까. 바쁘다는 핑계로 답례는커녕 연락도 제대로 못 했네.’ 기자는 도파민 단식 체험이 끝나면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오후 5시. 배달 앱을 열지 못하는 탓에 저녁도 직접 만들어 먹어야 했다. 마트에서 사 온 식재료로 간단한 요리를 해서 배를 채우고 설거지와 빨래 등 간단한 집안일도 마쳤다. 시간은 어느덧 오후 7시. 이제 도파민 단식을 마치고 휴대전화를 다시 꺼낼 시간이 됐다. 어쩐지 아쉬웠다. 의미 없는 습관과 유혹을 인내한 대가로 집 청소, 건강식, 산책까지 마친 하루와 작별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내 깨달았다. 온전한 나를 마주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언제든 작은 휴대전화 화면에서 한 발짝 멀어지면 가능한 일이었다.● ‘디톡스 경험’ 찾는 현대인들 최근엔 1, 2시간이라도 도파민 단식을 체험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전자기기 사용을 제한하는 공간도 인기를 얻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서울 강남구 ‘욕망의 북카페’다. 이곳은 지난해 5월부터 내부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도파민 단식을 통해 책 읽기나 각자 해야 할 일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취지다. 19일 오후 2시경 이 카페에선 손님 5명이 책을 읽고 있었다. 누구도 휴대전화를 보거나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지 않고 있었다. 이들의 휴대전화는 모두 계산대 앞에 놓인 작은 철제 박스에 보관돼 있었다. 카페 안에 들어오기 전에 휴대전화를 맡겨 두는 것이 이 카페의 원칙이다. 초창기에는 항의나 반발도 컸다고 한다. 평일 기준 방문객 수가 하루 20명으로 대폭 감소하기도 했다. 디지털 디톡스(해독)가 유행하면서 지금은 방문객이 다시 느는 추세다. 평일에는 80명 넘게, 주말에는 그 두 배를 넘어 200명 가까이 방문하기도 한다. 손님들은 “짧은 시간이라도 온전히 집중하고 싶다”며 방문 이유를 밝혔다. 한 달에 한 번 이 카페를 방문한다는 김영수 씨(43)는 “다른 북카페는 주변 이용객이 전부 동영상을 보고 있어 덩달아 집중이 안 된다”며 “이곳에서는 책에 집중할 수 있다”고 했다. 권민경 씨(27)는 “2시간만이라도 집중해서 책을 읽기 위해 왔다”고 전했다. 3개월째 디지털 디톡스를 시도 중인 권 씨는 “짧은 길이의 자극적인 영상 등을 보면 시종 불안하고 마음이 복잡해 일부러 하루 7시간 이상 휴대전화를 보지 않고 있다”며 “그러고 나면 책이나 영화 등을 볼 때 집중력이 상당히 높아진 것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도파민 단식, 짧게라도 꾸준히 시도하면 효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지난해 3월 발표한 ‘2022년 스마트폰 실태 조사’에 따르면 만 3세∼69세 스마트폰 이용자 중 23.6%가 과의존 위험군이었다. 이 중 만 10세∼19세 청소년 이용자의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40.1%로,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최근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 중독된 청소년을 대상으로 전문적인 상담과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설립 청소년 기숙형 복합 치유 재활기관인 국립청소년디딤센터는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치유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과의존 청소년들은 캠프를 통해 정신의학 전문의와 전문 상담사가 함께하는 상담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숲치료·놀이치료 등 자연과 어울릴 수 있는 다양한 외부활동도 제공된다. 전문가들은 영상 시청에 중독될 경우 우울 증세 등이 심각해질 수 있으며, 나이가 어릴수록 영향이 더 클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단기적인 디지털 디톡스도 안정감이나 우울감 해소에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중독 치료 전문가인 애나 렘키 미국 스탠퍼드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기쁨을 느끼기 위해 스스로의 ‘보상’에 중독되면 뇌는 행복을 느낄 수 없어진다”며 “(도파민 단식을) 한 달은 꾸준히 시도하도록 환경과 규칙을 바꿔 보라”고 권했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유튜브 ‘쇼츠’처럼 시선을 잡아 두기 위한 고자극 영상에 과잉 노출되면서 우울감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단기적인 과잉 자극은 도파민 분비 체계 등 기분 조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이해국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쇼츠가 주는 자극이 100이라고 한다면, 자극이 사라질 경우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은 ‘0’이 아닌 ‘―100’ 수준”이라며 “100만큼의 자극을 10개의 작은 자극으로 분산해 대체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도파민 단식일정 기간 전자기기나 커피, 술 등 자극적인 요소를 끊고 건강한 도파민 분비 패턴을 회복시키는 생활 양식. 쇼트폼 콘텐츠 등 자극을 끊는 것 못지않게 그것을 대체할 독서, 산책 등 건전한 자극을 충분히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4-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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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70 국제전화 010으로 조작… 54억 보이스피싱 도운 일당 기소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과 공모해 070 국제 전화번호를 010으로 조작하는 중계소를 국내에서 운영한 외국인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20일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수민)은 지난해 5월부터 서울 관악구 등에 변작(발신번호 조작) 중계소를 차려 보이스피싱 조직이 총 170명으로부터 약 54억 원을 뜯어내도록 도운 혐의(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로 중국 태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아이티 등 국적의 외국인 21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 조직은 여러 개의 유심칩을 장착해 발신번호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보이스피싱을 도운 뒤 약 4억5000만 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검거 과정에서 압수한 유심칩이 8000개가 넘었다. 이들은 변작 말고도 범죄수익 환전과 수당 지급, 부품 관리 및 배달 등으로 역할을 나눠 점조직 형태로 범행했다. 검거를 피하기 위해 중계기 부품과 수당을 ‘던지기’ 수법으로 전달하기도 했다. 던지기는 우편함, 분리수거장 등에 물건을 놓아두고 받는 사람이 찾아가게 하는 전달 방식이다. 조직원은 주로 불법 체류자이거나 난민 신청자였다. 경찰 수사로 인해 조선족 조직원 모집이 어려워지자, 국내에서 정상적인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태국인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 사람 등을 모집했다. 이들은 가담 기간이 길수록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일에 따라 매주 50만∼100만 원의 수당을 나눠 받았다. 다만 이들의 총책과 일부 간부는 아직 검거되지 않았다. 검찰은 총책의 신원을 특정하고 추적 중이다. 김수민 단장은 “이젠 010으로 걸려온 번호도 보이스피싱일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 2024-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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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10’도 안심 못해…번호 바꿔 54억 가로챈 보이스피싱 일당 재판행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과 공모해 070 국제 전화번호를 010으로 조작하는 중계소를 국내에서 운영한 외국인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20일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수민)은 지난해 5월부터 서울 관악구 등에 변작(발신번호 조작) 중계소를 차려 보이스피싱 조직이 총 170명으로부터 약 54억 원을 뜯어내도록 도운 혐의(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로 중국·태국·남아공·아이티 등 국적의 외국인 21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주로 불법체류자이거나 난민 신청자였다.이들 조직은 여러 개의 유심칩을 장착해 발신번호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보이스피싱을 도운 뒤 약 4억5000만 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검거 과정에서 압수한 유심칩이 8000개가 넘었다. 다만 이들이 ‘골드’라고 부른 조직의 총책과 일부 간부는 아직 검거되지 않았다. 총책은 조직원과도 텔레그램으로 소통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총책의 신원을 특정하고 추적 중이다. 김수민 단장은 “이젠 010으로 걸려온 번호도 보이스피싱일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 2024-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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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또 “여고서 칼부림” 예고글, 수위 더 높아져… 해당 학교는 방과후 활동 중단

    서울 강동구의 한 여고에서 칼부림해 최소 10명을 찌르겠다는 글이 이틀 만에 또 온라인에 게재돼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번엔 교실에서 최소 10명을 대상으로 범행하겠다고 예고하는 등 수위도 전보다 높아졌다. 해당 학교는 방과 후 활동을 중단하고 학생들에게 등하교시간을 지정해 권고했다.20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19일 오후 10시 41분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내일 이 칼로 ○○여고에서 칼부림 한다’는 제목으로 올라온 글의 작성자를 협박 혐의로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글에는 “안녕하세요 저는 ○○여고에 다니는 학생입니다. 내일(20일) 교실에 칼을 가지고 가서…”라는 내용이 담겼다. 작성자는 교실에 칼을 가지고 가서 최소 10명을 대상으로 범행하겠다고도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전 글과 동일범인지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17일에도 “내일 이 칼로 ○○여고에서 칼부림한다”는 제목의 글이 여러 건 올라왔다. “내일 ○○여고에서 권총테러 한다”는 글도 있었다. 해당 글들에 대해선 애초 서울 강동경찰서가 수사에 나섰다가 사건이 경기남부경찰청으로 넘어가 작성자를 추적하고 있는 상태다. 연이틀 협박 대상이 된 해당 여고는 19일 가정통신문을 내고 “수사가 종결될 때까지 경찰과 긴밀히 소통하겠다”며 “사안이 끝날 때까지 당분간 방과 후 활동을 중단하고 출입자 확인을 위해 후문을 잠정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학생들에겐 오전 7시 30분 이후 등교할 것과 일과 종료 후 30분 안에 하교할 것을 권고했다. 전체적인 등하교 시간을 정해 외따로 지내는 학생이 없도록 한 것. 안전상 외부인과의 구분을 위해 등교 시 교복, 생활복, 체육복 등 학교에서 정한 복장을 착용할 것도 권했다. 학교 측은 두 번째 협박 글이 올라온 다음 날인 20일 오전 개인 사정으로 결석하거나 지각한 학생에 대해서도 혹시 몰라 전부 불출석 사유를 파악한 상태다. 학교 관계자는 20일 동아일보에 “이틀 만에 또 글이 올라온 만큼 추가 조치를 더 취할지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현재 경찰은 학교 측과 협조해 교내외를 순찰하는 등 안전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학교 각 층과 복도 등마다 경찰이 배치돼 있다고 한다. 해당 여고를 겨냥한 모든 협박 글은 내용을 볼 수 없도록 삭제된 상태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 2024-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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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구 국가대표 출신 오재원, 마약 투약 혐의 체포

    국가대표 출신 전직 야구선수 오재원 씨(39·사진)가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19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오 씨를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10일 오전 오 씨와 함께 있었던 여성으로부터 ‘오 씨가 마약을 투약했다’는 취지로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조사를 벌인 바 있다. 이때 경찰은 오 씨에게 간이 시약 검사를 했지만 음성으로 판명돼 일단 귀가시켰다. 당시 오 씨는 혐의를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경찰은 오 씨를 대상으로 마약 정밀검사를 벌이는 등 추가 확인 작업을 벌여왔다. 경찰은 그 과정에서 오 씨의 마약 투약 단서를 추가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19일 오후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오 씨의 신병을 확보했다. 동아일보는 이날 오 씨가 운영하는 야구 교습 아카데미를 찾아갔지만 오 씨 측의 입장은 듣지 못했다. 오 씨는 2007년 두산 베어스에 프로 선수로 입단해 2022년까지 활약했다. 국가대표로도 활동하며 2014년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낸 바 있다. 지난해에는 한 스포츠 전문 채널에서 야구 해설위원으로도 활동했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 2024-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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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라톤 축제, 서울의 봄을 열다

    한국 유일의 ‘플래티넘 라벨’ 대회인 2024 서울마라톤 겸 제94회 동아마라톤이 17일 10개국 141명의 엘리트 선수와 3만8000명의 마스터스 러너가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세계육상연맹(WA)은 마라톤 대회를 4개 등급(플래티넘, 골드, 엘리트, WA)으로 나눠 인증하는데, 서울마라톤은 한국에서 유일한 플래티넘 라벨(최고 등급) 대회다. 이날 국제 부문에선 남녀부 모두 에티오피아 선수들이 우승했다. 남자부의 제말 이메르 메코넨이 2시간6분8초로, 여자부의 피크르테 웨레타 아드마수가 2시간21분32초의 기록으로 1위를 했다. 남자부는 1, 2, 3위가 1초 간격을 두고 차례로 결승선을 지났을 만큼 접전이었다. 서울 광화문광장을 출발해 잠실종합운동장 동문까지 이르는 풀코스에 1만8000명, 잠실종합운동장 동문을 출발해 되돌아 오는 10km 코스에 2만 명의 마스터스 러너가 참가해 도심 레이스를 즐겼다.교통통제 협조해주신 시민께 감사드립니다 17일 열린 2024 서울마라톤 겸 제94회 동아마라톤이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대회 구간 교통 통제에 따른 불편을 감수하고 서울마라톤을 성원해 주신 시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대회 개최와 진행에 도움을 준 서울시, 서울경찰청, 대한육상연맹 관계자와 자원봉사자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필리핀 부부도 94년생 동호회도 “잊지못할 코스” 서울 질주 서울마라톤 겸 94회 동아마라톤칠레 부자 “환상 코스서 최고 추억”시각장애러너 “온 세상이 느껴져”… 15번째 참가 60대 “30번 더 뛸 것”이영표-션-박재범도 완주 환호성 산수유가 노랗게 봉오리를 터뜨린 17일 오전 서울 중구 청계천변을 따라 색색의 옷을 입은 마라토너가 달리는 장관이 펼쳐졌다. 평소 회사원으로 붐비던 무교동 거리도 이날만큼은 마라토너의 차지였다. 이날 열린 2024 서울마라톤 겸 제94회 동아마라톤은 칠레와 필리핀, 캐나다 등 각국에서 온 외국인과 국내 러닝크루들로 북적였다. 풀코스(42.195km) 약 1만8000명, 10km 코스 약 2만 명 등 총 3만8000명은 서울 도심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전국 최대 규모 마라톤 대회에서 함께 봄을 맞이했다.● 러닝크루의 ‘성지’로 자리 잡은 도심 축제 2000년생 막내부터 1980년생 ‘큰 형님’까지 2040세대 젊은이들로 구성된 ‘보라매 트랙 러닝크루(BTRC)’는 이번 대회에 50명이 동반 참가했다. 오전 7시 40분경 출발 지점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준비운동을 하던 크루 구성원 이정윤 씨(28)는 “넉 달 동안 추운 겨울에도 땀이 뻘뻘 나게 연습했다”며 “3시간 30분 이내로 풀코스를 완주하겠다”고 힘차게 목표를 외쳤다. 1994년생 개띠 동갑내기 120명이 모인 러닝크루 ‘멍뭉런’은 이날 풀코스에 17명, 10km에 10명이 참가했다. 지난해 12월부터 토요일 오전 10시마다 한강공원에 모여 10km부터 차근차근 강도를 높이며 훈련해 왔다고 한다. 올 7월 결혼하는 강재훈 씨(30)와 신문희 씨(30)에겐 이번 대회가 ‘웨딩 동반주’가 됐다. 머리에 흰색 리본을 단 신 씨는 “사랑하는 예비 남편과 아프지 않게 재밌게 뛰고 가겠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부산마라톤클럽과 구리마라톤, 보령마라톤, 제주마라톤클럽, 천안러너스, 광주철인클럽 등이 전국 각지에서 모였다. 이날 생애 첫 풀코스를 완주한 이영표 전 축구 국가대표(47)는 “완주는 아무나 해낼 수 있는 게 아니지만, 그에 맞는 땀과 노력을 들이면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에 매력이 있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가수 션(52)도 풀코스를 완주하고 푸르메재단과 함께 5000만 원을 기부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가 311만 명에 달하는 가수 박재범(37)도 이날 자신의 SNS에 10km 완주 인증샷을 올렸다.● 외국인도 시각장애인도 “최고의 코스” 대회에 참가한 외국인도 엄지를 치켜들었다. 이번 대회 참가를 위해 필리핀에서 온 19년차 부부 톰 씨(47)와 메일린 씨(46)는 “인터넷에서 ‘한국에서 유명한 마라톤’을 찾아보다 동아마라톤을 알게 됐다”며 “오늘이 한국 여행의 피날레”라고 말했다. 칠레인 무리엘 씨(34)는 고국에서 온 아버지와 함께 10km 코스에 참가하며 “도심 속 코스가 너무 재밌다”면서 “아버지와 좋은 추억을 남겨 행복하다”고 했다. 올해로 15번째 동아마라톤에 참가한 정재각 씨(69)는 “언덕 없이 서울 시내를 가로지르는 평탄한 코스로 짜여 20년 전부터 러너에게 최적의 무대였다”며 “앞으로도 30번 넘게 계속 참가하겠다”고 포부를 다졌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경험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VMK시각장애인마라톤동호회장 이민규 씨(40)와 회원 홍은녀 씨(45)는 비장애인 ‘가이드 러너’와 왼팔을 끈으로 묶은 채 안내를 받아 풀코스를 완주했다. 이들은 주 2, 3번 10km씩, 토요일에는 16km씩, 한 달 평균 150km를 뛰며 훈련했다고 한다. 홍 씨는 “달리다 보면 보이지 않아도 온 세상이 느껴진다. 얼굴에 스치는 바람과 관중의 응원 소리가 주는 쾌감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김영인 씨(40)는 2시간 57분 만에 풀코스를 주파해 ‘서브스리’(3시간 안에 풀코스 완주)를 달성했다. 목표를 세운 지 2년 만이다. 대학원 박사 과정을 거치며 심리적으로 힘들었던 와중에 중심을 잡아준 게 마라톤이었다고 한다. 김원용 씨(70)는 기존 개인 기록보다 2분 빠른 1시간 2분 만에 10km를 완주했다. 그는 “나이가 있다 보니 완주를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개인 최고기록을 세워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6학년 이재하 군(12)은 아버지 이진형 씨(40)와 10km를 약 56분 만에 완주했다. 아이스하키 선수가 되기 위해 훈련 중인 이 군은 “앞으로도 꾸준히 아빠와 달리기 연습을 해 최고의 지구력을 가진 아이스하키 선수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 2024-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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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0년 어부 인생중 이런 바다는 처음봐”… 국지성 돌풍에 이달만 선박사고 40건

    “40년 동안 어부로 살았지만 올봄처럼 바다가 변덕스러운 적은 처음입니다.” 정창훈 전남 여수 연합복합협회장(68)은 12일 “평생 바다에서 낙지를 잡았지만 최근엔 돌연 태풍 같은 돌풍이 부는 등 기상 이변이 많아졌다”며 이렇게 말했다. 최근 서해와 남해상에서 어선이 전복되거나 좌초되는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어부들은 갑작스러운 기상 악화를 사고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가운데, 해양 전문가들은 부주의로 인한 사고도 생길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12일 오전 8시 15분경 전남 여수시 남면 작도 인근 해상에서 7t급 장어잡이 어선이 전복됐다. 이 사고로 이모 씨(67) 등 선원 6명은 인근에서 조업하던 다른 어선에 의해 구조됐으나 선장 임모 씨(69)는 숨졌다. 선원 이 씨는 “돌연 선체가 45도 기울어 선장이 조타실에서 비상벨을 눌러 탈출했다”며 “다른 어선으로 옮겨 타던 중 선체가 급격히 중심을 잃고 전복됐다”고 전했다. 10일에도 여수시 삼산면 소거문도 동쪽 약 2.8km 해상에서 9.7t급 낚시어선이 암초에 부딪쳐 좌초했다. 사무장 정모 씨(42)가 머리를 다쳐 숨졌고, 선장 임모 씨(46)가 중상을 입는 등 8명이 다쳤다. 이 밖에도 20∼30t급 대형 어선도 잇달아 전복돼 인명 피해가 커지고 있다. 이달에만 최소 5척의 어선이 전복되거나 좌초돼 8명이 숨졌고 6명이 실종됐다. 해경은 인명 피해가 없는 경우까지 합치면 1일부터 12일 동안 선박 사고가 최소 40건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김종욱 해경청장은 12일 전국 지휘관 화상회의를 긴급 소집해 예방활동 강화를 지시했다. 어부들은 봄철에는 특히 해상 기상 악화가 심하고 물고기 산란철을 맞아 조업이 활발해져 해난 사고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또 최근 어선들이 평년과 다른 곳으로 이동해 조업하는 등 바뀐 조업 환경도 사고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된다. 기후변화로 바다가 평년보다 일찍 따뜻해지면서 제주 해상에서 잡히는 옥돔이 평년보다 빨리 육지 쪽으로 북상하자 어선도 덩달아 이동했다는 것. 정 협회장은 “물고기 떼를 쫓아 어선들이 더 먼 바다로 이동하다 사고가 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장현 전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문위원은 “봄철엔 극심한 안개로 시야 확보가 어려워 자동항법장치가 없는 소형 선박들의 사고 위험이 크다”며 안전 운항을 당부했다.여수=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 2024-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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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전공의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 문건 게재 사이트 압수수색

    경찰이 대한의사협회(의협) 내부 문서라는 주장이 제기된 이른바 ‘전공의 블랙리스트’ 문건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11일 온라인 커뮤니티 운영 업체를 압수수색했다. 전공의 집단 사직과 관련해 ‘처방 기록 등을 삭제하고 나오라’는 이른바 ‘전공의 지침’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현직 의사를 불러 조사하는 등 관련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11일 오전 디시인사이드 운영 업체를 압수수색해 ‘전공의 블랙리스트’ 문건을 올린 작성자의 로그인 정보와 접속 인터넷주소(IP주소) 등을 확보했다. 수사 대상은 7일 디시인사이드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작성자는 ‘의협이 배포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2쪽 분량의 문서를 올렸다. 거기엔 ‘전공의 집단행동 불참 인원 명단을 작성 및 유포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또, ‘(사직서 제출) 불참 인원들에 대한 압박이 목적’, ‘명단 작성과 유포에 대한 자세한 방법은 텔레그램을 통해 개별 고지’ 등이 적혀 있고, 의협 로고와 회장 직인이 있었다. 이를 두고 ‘의협이 집단행동에 불참한 의사를 감시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그러나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명백한 허위’라고 반발하며 신원 미상의 작성자를 사문서 위조와 행사, 명예훼손, 업무방해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의협 측은 “위조된 의협 공문을 인터넷 게시판에 게재해 가짜뉴스를 양산하고 여론을 호도하는 악플러(작성자)를 고발한다”며 “(의협은) 이런 공문을 작성한 적이 없고 이런 지침을 하달한 적이 전혀 없다”고 했다. 처음 게재됐던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다만 작성자를 자처한 누리꾼은 7일 재차 “(나는) 명예훼손과 문서위조죄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유복하지 않다”며 “수사해 보면 알게 될 일”이라는 글을 올렸다. 해당 문건이 사실이라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한편 서울 강남경찰서는 의사 전용 커뮤니티에 ‘전공의 지침글’을 올린 현직 의사를 9일 업무방해 혐의의 피의자로 불러 조사했다. 해당 커뮤니티에는 전공의 집단 사직과 관련해 ‘처방이나 인수인계 지침 등을 삭제하고 나오라’는 내용의 행동 지침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서울 소재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로 확인됐다. 한편, 경찰은 ‘의사 집회에 제약회사 직원들이 동원됐다’는 온라인 글이 허위라며 작성자를 고소한 의협 비대위 주수호 언론홍보위원장을 11일 고소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주 위원장은 출석 전 기자들과 만나 “의협 산하 단체에서 조직적으로 그런 일을 한 사실이 명백하게 없다”며 “현재까지 경찰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사실 관계가 입증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 2024-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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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강 해이 경찰, 또 음주 시비… 경찰청장 특별경고도 안 먹혀

    최근 현직 경찰의 음주 폭행과 미성년자 성매매 등 비위가 잇따르자 경찰청장이 ‘특별 경보’까지 내리며 내부 단속에 나섰지만, 그로부터 약 35시간 만에 경찰관이 시민과 폭행 시비를 벌이는 사건이 또 벌어졌다. 경찰의 기강 해이가 도를 넘어 치안 불신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경찰 내 일각의 ‘동료 봐주기’ 문화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장 ‘엄중 경고’ 35시간 만에 또 음주 시비 10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3기동단 소속 박모 경위는 9일 오전 2시 40분경 경기 남양주시 다산동의 한 거리에서 술에 취한 채 행인과 시비를 벌인 혐의(폭행)로 입건됐다. 경찰은 박 경위가 노래방을 이용하고 나오다가 다른 손님과 시비가 붙었고, 이후 건물 밖에서 몸싸움까지 벌인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경위를 조사 중이다. 서울경찰청은 박 경위에게 대기발령 조치를 내린 뒤 징계 여부와 수위를 검토 중이다. 이 사건은 윤희근 경찰청장이 7일 오후 3시 30분 전국 시도 경찰청장과 경찰서장을 화상으로 불러 모아 ‘의무 위반 근절 특별 경보’를 발령한 지 만 이틀도 지나지 않아 벌어졌다. 윤 청장은 이 자리에서 최근 연달아 발생한 경찰 비위를 강한 어조로 비판하며 엄중 조치를 지시했다. 4월 11일까지 특별 감찰을 벌여 음주운전과 성비위 등 의무 위반 행위자를 가중처벌하고 관리자(소속 계·팀장, 서장 등)를 문책하겠다는 내용이었다. 7일 조지호 서울경찰청장 역시 서울청 소속 경찰관들에게 ‘음주 자제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처럼 지휘관들의 ‘일벌백계’ 방침이 무색하게 경찰관이 물의를 빚는 일이 잇따르자 현장에선 ‘백약이 소용없을 정도로 기강이 느슨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6일 서울청 기동단 소속의 한 경장은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만난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맺고 이를 불법 촬영한 혐의로 신고됐다. 이후 같은 기동단 소속 직원들의 음주 폭행 사건이 2건 이어지자, 조 청장은 같은 달 16일 서울청 기동본부를 찾아 소속 경찰들의 행실 관리를 당부하며 비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경고했다. 하지만 7일 후인 같은 달 23일 같은 기동단 소속 직원이 또다시 음주 폭행 사고에 휘말렸다. 29일엔 강북경찰서 지구대 소속 경사가 불법 성매매를 한 혐의로 적발됐다. 이달 들어서도 경찰관의 비위는 이어지고 있다. 7일 강동경찰서의 한 지구대 순경은 경기 성남시 중원구의 한 아파트 입구의 길 위에서 술에 취해 자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동료 경찰에게 욕설하고 폭행한 혐의(공무집행방해)로 체포됐다. 경찰은 특별 경보 발령 이후 발생한 이번 사건을 엄중히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3기동단 소속 박 경위의 경우) 지시 위반 등으로 가중처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그의) 상급자가 관리 감독의 역할을 충분히 했는지도 들여다볼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경찰 내 ‘동료 봐주기’ 문화 탓” 전문가들은 잇달아 터진 경찰 비위가 치안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의 주요 업무는 음주 폭력 등 각종 범죄를 단속하는 것”이라며 “비위가 계속되면 시민이 경찰의 안내를 따르지 않으려 하거나 치안 능력을 불신하는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지금처럼 ‘일벌백계’를 강조하며 징계를 강화하는 것만으론 경찰 비위를 근절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년 전부터 경찰서와 지구대 내에서 불시에 음주 단속을 하거나 징계 규정을 강화하는 등의 조치가 되풀이됐지만, 경찰 내 ‘동료 봐주기’ 문화와 수직적 분위기가 비위 근절을 막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5월에도 윤 청장은 전국 경찰에 음주운전과 성비위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중징계 이상의 엄중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미국 등 선진국에선 경찰 감찰 부서가 혹독할 정도로 내부 조사를 벌일 뿐 아니라 같은 부서 동료도 서로 모니터링하고 비위를 제보하는 분위기가 정착돼 있다”며 “더 큰 사고를 막으려면 동료의 비위를 눈감아 줘선 안 된다는 인식이 현장에 뿌리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 2024-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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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R&D예산 삭감에, 1200억 줄어든 서울대 ‘실험 차질’

    #장면1.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의 한 연구실은 올해 들어 실험을 1건도 못 했다. 지난해보다 약 20% 줄어든 연구비를 메꾸기 위해 연구과제 지원서를 새로 써내느라 바빴기 때문이다. 소속 연구원 10명은 석박사 과정에 필요한 과제엔 손도 못 대고 있다. 이 연구실 차모 씨(31)는 “올해는 (인건비가 없어서) 우리 연구실이 생긴 이래 처음으로 대학원 신입생도 뽑지 못했다”고 말했다. #장면2. 포스텍 연구원들은 최근 총사업비가 2000만 원 이하인 연구용역 과제도 샅샅이 찾아 지원하고 있다. 그간 연구원이 10명이 넘는 이른바 ‘대형 랩(연구실)’은 이 정도 규모의 과제를 크게 눈여겨보지 않았지만, 최근엔 신규 공고만 뜨면 연구실 수십 곳이 달려들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일이 잦아졌다. 포스텍 관계자는 “예전엔 신청만 하면 따갈 수 있었던 소액 연구과제를 위해 교수와 연구원들이 경쟁적으로 달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비 메꾸느라 신규 채용-실험 ‘올스톱’ 올해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이 지난해보다 14.8% 감액된 26조5000억 원 배정된 여파가 대학 연구 현장에서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그간 국가 R&D 과제를 주로 수주했던 국립대와 주요 이공계 대학에서는 ‘연구비 보릿고개’가 인력 이탈이나 실험 중단으로 현실화하고 있다. 최근 서울대는 내부적으로 연구비 수입을 추계한 결과 올해 아무리 많이 잡아도 4800억 원 이상을 배정받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해(약 6000억 원) 대비 20% 정도 줄어드는 것으로, 전체 국가 R&D 예산의 감액 비율보다 크다. 특히 학생 연구원 8000여 명에게 지급할 인건비가 약 1000억 원에서 800억 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서울대 연구처 관계자는 “서울대는 정부 과제가 2000여 건이어서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사외이사를 겸하는 교수들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연구비를 대는 자구책까지 검토하고 있다. 현재는 교수들이 기업에서 받는 월급 일부를 걷어 저소득층 학생 장학금으로 쓰고 있는데, 이를 연구비로 돌려야 할 정도로 형편이 어려워진 것이다. 서울대 공대의 한 연구실 소속 박모 씨(27)는 “이번 연구비 삭감으로 ‘한국에선 연구할 수가 없다’며 외국으로 뜨려고 하는 대학원생들이 많다”고 토로했다.● 지방 국립대도 연구비 태부족 ‘비상사태’ 비수도권 국립대도 상황이 비슷하다. 충청 지역의 한 국립대 관계자는 “1700억 원가량이던 지난해 연구비 예산이 15% 정도 깎여 교수들이 사비로 메꾸는 방법밖엔 답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2000명 늘린다는 정부 정책과 맞물려 ‘이공계 엑소더스(대탈출)’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이번 의대 2000명 증원 규모는 의약학 계열을 제외한 서울대 이과 계열 학과 전체(1775명)가 하나 더 늘어나는 꼴이다. 실제로 서울대는 2024학년도 정시모집에서 자연 계열 모집 인원 769명 중 164명이 등록을 포기했다. 이는 자연 계열 정시 합격자의 21.3%로, 지난해 88명이 이탈했던 것에 비해 2배 가까이로 늘어났다. 정부는 내년도 국가 R&D 예산을 원상으로 복구하기로 했지만, 1년간 이어질 보릿고개의 상처는 더 길게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공계에 미래가 없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퍼지면 결국 늘어난 의대 정원은 다 이공계 지원자나 재학생으로 채워질 것”이라고 말했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 2024-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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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남현희 ‘전청조 사기 방조’ 무혐의 결론

    ‘30억 원대 사기’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전청조 씨(28)의 결혼 상대였던 올림픽 펜싱 은메달리스트 남현희 씨(43)가 공범 의혹을 벗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4일 남 씨의 사기 방조 혐의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리고, 검찰에 송치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남 씨는 전 씨의 재벌 사칭 등 사기 행각을 미리 알고 범행을 도운 혐의로 고소돼 조사받아 왔다. 하지만 경찰은 남 씨의 휴대전화 등 증거를 분석하고 그를 전 씨와 세 차례 대질시킨 결과 공모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남 씨는 전 씨가 실제로 재벌 3세라고 믿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사기 방조가 아닌 다른 혐의에 대해서는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남 씨가 대한체육회 이사로 활동하던 중 전 씨로부터 벤틀리 차량 등 고가의 물품을 받은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는 아직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남 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학원에서 일어난 코치의 성추행을 방관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가 진행 중이다. 전 씨는 재벌 혼외자로 행세하며 투자를 유도한 후 투자금을 가로채 30억 원을 챙긴 혐의(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로 지난달 14일 법원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 2024-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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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통사고 환자, 의사 없다고 병원 20~30곳서 치료 거부”

    의대 입학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대란이 현실화되면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병원을 떠도는 이른바 ‘표류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23일 온라인게임 ‘오버워치’ 프로게이머 류제홍 씨(30)의 유튜브 채널에는 류 씨가 20일 새벽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뒤 입원 중이라는 공지가 올라왔다. 이와 관련해 류 씨와 함께 오버워치 대회에 참가 중인 김도현 씨는 자신의 인터넷 방송을 통해 “(류 씨가) 교통사고가 났는데 크게 다쳐서 새벽 2∼3시에 응급실에 실려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고 후) 병원 20∼30군데에 전화를 돌렸는데 거의 다 의사분들이 안 계신다고 했다”며 “(류 씨가) 아침 10시까지 버티다가 겨우 수술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류 씨처럼 치료받을 병원을 찾아 거리를 떠돌아야 했던 환자들의 사연이 연이어 올라왔다. 서울 세브란스병원에서 개두술(두개골 절제술)을 받은 환자의 가족은 뇌질환 환자가 모인 온라인 카페에 글을 올려 “21일 수술을 받은 40대 동생이 우측편마비가 와 대소변도 못 보고 있는데, 의료파업으로 퇴원도 급하게 이뤄졌다”고 적었다. 이어 “(세브란스병원의) 재활병동으로 가지도 못해 어제 하루 종일 재활병원을 찾느라 너무 힘들었다. 눈물만 나온다”고 하소연했다. 한 고령 환자의 자녀는 ‘응급실 대기 3일째’라는 글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렸다. 그는 “(어머니가) 작은 병원에서 간단한 수술을 하고 흡인성 폐렴이 왔다”며 “대학병원은 물론이고 2차 병원까지 자리가 없어 수술했던 병원으로 다시 옮기려 한다”고 했다. 부산의 한 시민도 인터넷에 글을 올려 “친구 아들이 다쳤는데 2시간째 (병원을 옮겨 다니며) 뺑뺑이를 돌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심각할 때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토로했다.장하얀 기자 jwhite@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 2024-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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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술 취소해놓고 검사비 환불 거부”… 피해신고 하루에 58건 쏟아져

    “상급 병원에서 추가 수술을 받기 위해 대기하던 중 갑자기 ‘수술을 못 하게 됐다’며 하급 병원으로 전원을 당했습니다. 이 병원에선 수술 일정은 논의조차 못 하고 있어요.”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8층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 수술을 애타게 기다리는 환자가 전화를 걸어 와 “환자 안전을 내팽개친 병원은 행정 조치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이렇게 울분을 토했다. 보건복지부가 19일 오전 9시부터 운영을 시작한 이곳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 대한법률구조공단 변호사 등 10여 명이 파견돼 전공의 집단사직에 따른 피해를 접수하고 지원 방안을 안내하고 있었다. 20일에만 58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되는 등 총 136건의 상담이 밀려오며 센터 전화는 하루 종일 쉴 새 없이 울렸다. 특히 환자의 생명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수술 관련 신고가 이날 하루 동안 44건이나 접수되는 등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한 환자는 “검사를 다 마쳤는데도 갑자기 수술을 취소당했다”며 “자기공명영상(MRI) 촬영비 등 검사비 환불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환자는 “어머니가 간병해 주시기 위해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왔는데 ‘무기한 수술 연기’ 통보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정금호 센터장은 “수술 지연으로 피해 신고를 한 환자 대부분은 암 환자로 파악됐다”며 “피해 신고자 모두 ‘빨리 상황이 종식되게 해달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고 했다. 전공의 집단사직에 따른 의료대란은 이른바 ‘빅5’를 제외한 나머지 종합·대학병원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21일 오전 통합응급의료정보 인트라넷(portal.nemc.or.kr)의 ‘응급실종합상황판’에선 응급실 진료가 불가하다는 ‘응급실 메시지’를 띄운 병원 목록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 성동구 한양대병원 응급실은 20일부터 소아 환자를 받지 않는다고 공지했고, 광진구 건국대병원은 외과 응급수술 환자나 급성 뇌경색 환자 등 촌각을 다투는 환자들까지 받을 수 없다고 공지했다. 정부가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운영을 확대하고 있는 공공병원도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서울의 한 공공병원 관계자는 “상급종합병원이 맡아야 하는 중증 환자가 올 경우 치료 장비나 공간도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이 지속되면 더 큰 의료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호중 순천향대 부천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이른바 빅5 병원은 규모가 커서 며칠은 버틸 수 있지만 다른 병원의 경우 전공의 사직 여파가 더 빠르게 올 것”이라며 “사명감으로 버티고 있는 대학병원 간호사나 교수들도 누적된 과로로 언제 포기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장하얀 기자 jwhite@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 2024-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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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공의들 병원 떠났다… 정부 ‘진료유지명령’

    전국 대형병원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이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19일 집단 사직서를 제출했다. 또 세브란스병원과 대전성모병원 등에선 전공의들이 이날부터 근무를 중단했다. 정부는 의료 공백 사태가 현실화되자 전국 전공의에게 ‘진료유지명령’을 내리고, 대한의사협회(의협) 지도부 2명에 대한 면허정지 절차에 착수했다. 또 전공의들에게 병원을 이탈할 경우 “상응하는 처벌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날 빅5 병원(서울대, 세브란스, 서울아산, 삼성서울, 서울성모병원)을 비롯한 전국 병원에서 전공의 수천 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전공의 612명 중 600여 명이 사직서를 내고 소아청소년과 등 일부 과는 이날부터 병원을 떠났다. 삼성서울병원은 전공의 525명 중 160여 명, 서울성모병원은 290명 중 190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빅5 병원에서만 전공의 2745명 중 1000명 이상이 사직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복지부는 “병원을 떠나지 말라는 진료유지명령과 함께 병원을 이탈한 경우 문자메시지 등으로 업무개시명령을 전달했다. 그래도 복귀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공의 상당수는 예고한 대로 20일 오전 6시부터 근무를 중단한다는 방침이어서 의료대란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도권 한 대학병원의 3년 차 외과 전공의는 “응급수술이 많은 신경외과나 중환자실 등은 일부 남아야 한다는 소수 의견도 있었지만 결국 병원을 같이 떠나기로 뜻을 모았다”고 했다. 대형병원들은 잡혀 있던 수술과 입원 일정을 속속 연기했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하루 200건가량 수술이 진행되는데 19일에 20건, 20일엔 70건가량이 연기됐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의료대란을 막기 위한 비상진료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에는 전국 12개 군병원 응급실을 민간에 개방하고 공공병원 진료 시간을 연장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상황이 심각해지면 현재 제한적으로 허용 중인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의료는 국방이나 치안과 다름 없이 국민 생명과 건강에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고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 회동에선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대응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지시했다. 또 복지부는 의협 지도부 2명에 대해 전공의 집단 사직을 부추겼다며 의사 면허정지를 위한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발송했다. 법무부와 경찰은 의료계 파업에 대해 주동자 구속 수사 등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반면 의협은 “(정부가) 잘못된 제도를 만들고 강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반발했다.텅 빈 소아병동… “심장병 두살배기 딸 어쩌나” 아빠는 한숨만 [‘전공의 집단 사직’ 의료 혼란]예정됐던 암수술도 갑자기 취소… 입원 환자들 퇴원 요구받기도심전도실 진료 대기 평소 2배일부 병원선 교수들이 당직 근무… “사태 장기화땐 버티기 힘들어” 1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어린이병원 1층 로비. 심실중격결손과 대동맥축착 등 심장질환을 앓는 두 살배기 딸을 둔 아버지 김모 씨(34)가 대기 공간에서 아이의 기저귀를 갈고 유모차에 태우고 있었다. 그는 “전공의 파업과 관련된 설명을 병원으로부터 자세히 듣지 못했다”며 “앞으로 딸의 진료가 어떻게 변동될지 알 수 없어 모든 게 너무 막연하고 불안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날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파업이 시작된 것을 모른 채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이날까지 세브란스병원 전공의 600여 명은 사직서를 냈고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등은 이날부터 병원을 떠났다. 김 씨의 딸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수술 등 치료를 받아 왔다. 아이가 아직 어리다 보니 언제 증상이 심해져 다시 입원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는 “파업이 계속된다면 딸의 입원이나 수술에 지장이 생길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공의 파업 개시를 하루 앞둔 19일 일선 대학병원 곳곳에선 환자들의 불안감이 감지됐다.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나간 자리를 메우고 있는 교수와 간호사 등은 열흘에서 2주가량 대체 근무표를 짜놨다. 하지만 파업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어 의료 현장은 폭풍전야를 맞았다.● “병원 30년 다녔지만 이런 적 처음”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심전도실 앞엔 진료를 기다리는 대기자가 40명을 웃돌았다. 30년째 이 병원을 다닌다는 순환기내과 환자 김명환 씨(77)는 “평소 7개 전부 운영되던 검사실이 현재 4개만 운영되고 있다”며 “평소엔 10∼20분만 기다리면 검사를 받을 수 있었지만 오늘은 이미 20분을 기다렸는데 20분을 더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충남 홍성군에 살지만 인근 병원에선 협심증 치료가 불가능해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왕복 5시간이 걸려 하룻밤을 묵고 이틀 일정으로 오간다. 김 씨는 “이렇게 오래 기다린 적은 처음”이라며 “20일에 잡혀 있는 진료마저 미뤄질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2009년부터 암환우 온라인 커뮤니티 ‘아름다운 동행’을 운영해 온 최한중 대표는 “수술은 간병인까지 일정을 다 맞춰 두기 때문에 갑자기 취소되면 난감한 경우가 많은데 예정된 수술이 취소됐다는 피해 사례가 접수되고 있다”며 “현재 입원해 있는 환자들도 퇴원을 종용받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수술이 연기돼 다른 병원을 찾고 있지만 난도가 높은 암 수술 특성상 대체할 수 있는 병원이 많지 않다고 한다. 폐암 4기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뒤 온몸에 암세포가 퍼져 있는 사진을 공개한 이건주 한국폐암환우회장은 이날 의사들을 향해 “최고의 지성과 명예를 갖춘 집단으로서 부족한 사회에 대한 관용도 보여 달라”며 “당국과 의협은 즉각 협상을 재개하고 서로 양보해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남은 의료진 “장기화하면 못 버텨” 세브란스병원 이식외과는 마취통증의학과 인력이 부족해지자 이미 다음 주 수술을 절반으로 줄인 상태다. 한 이식외과 교수는 “신장 공여자와 스케줄을 미리 맞춘 건데 다 어그러지니까 조정하는 게 쉽지 않다”며 “간 이식 수술 중에서도 미뤄지면 생명이 위독할 환자 먼저 수술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교수는 “열흘 이상 의료 공백 사태가 장기화되면 교수들만으로는 버티기 힘들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은평성모병원도 16일부터 교수들이 당직을 서고 있다. 한 흉부외과 교수는 “밤새 환자 보고 당직 서고, 다음 날 외래 보고 수술까지 해야 하다 보니 하루 이틀이야 버티겠지만 기간이 길어지면 얼마나 버틸 수 있겠느냐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가천대 길병원의 한 내과 교수는 “응급환자를 줄이거나 입원 환자나 수술을 줄이지 않으면 지금 인력만으로는 대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공의 파업에 비대면 진료 및 진료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한간호협회 측은 정부의 PA 간호사 활용과 관련해 어떠한 협의도 없었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간호사 업무 범위와 관련된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 2024-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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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개 병원 전공의 715명 사직서 제출

    빅5 병원(서울대, 세브란스, 서울아산, 삼성서울, 서울성모병원) 전공의들이 예고한 집단 사직서 제출 시한(19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18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국민 담화를 갖고 “의료 공백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삼는 일”이라며 의사단체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빅5 전공의들은 20일 오전 6시부터 근무 중단을 결의한 상태다. 한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절대적 의사 수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의료개혁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의대 정원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병원을 떠나는 건 환자와 국민을 죽음으로 내모는 행위”라며 “국민이 있고 환자가 있어야 의사가 있다”고 했다. 또 “(의사들이 반대하는) 2000명 증원 규모를 조정할 가능성은 없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6일 오후 6시까지 사직서를 낸 전공의는 23개 병원, 715명이다. 이 중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 103명 중 3명은 업무개시명령에도 복귀하지 않고 있다. 복지부는 수련병원 221곳에 ‘전공의 근무 현황을 매일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한편 무기한 파업을 예고한 대한의사협회(의협)는 18일 “한 총리의 담화는 전공의와 의대생을 처벌하기 위한 명분 쌓기”라며 반발했다. 또 원광대 의대는 전국 의대 중 처음으로 재학생 160명이 집단 휴학계를 제출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부모 서명 등 요건이 미비해 반려 처리될 것”이라고 했다.빅5병원-국립암센터 수술 절반 연기… “날짜 확정 못해” 통보도 진료 일정 조정 등 개별 통보 시작환자들 “갑자기 취소 말도 안돼”일부 병원선 외래진료까지 차질의협 “의사 악마화, 대재앙 맞을것” “엊그제만 해도 ‘이달 내로 수술하자’더니 돌연 취소가 말이 되나요.” 18일 오후 7시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1층 로비에서 만난 김모 씨(57)는 간암을 앓고 있는 남편 걱정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지난해부터 외래 진료와 입원 치료를 반복하던 김 씨의 남편은 며칠 전 증상이 심해져 응급환자로 이 병원에 들어왔다. 병원 측에서 먼저 수술 날짜를 앞당기자고 했다. 그러나 김 씨는 이날 병원으로부터 돌연 “수술 날짜를 확정지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김 씨는 “(의료) 파업 여파가 아닐까 싶다. 기한 없이 기다리는 상황에서 큰일이라도 일어날까 두렵다”고 했다. ● 환자들 “수술 취소되고 일정도 확정 안 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18일 이른바 ‘빅5’ 병원(서울대, 세브란스, 서울아산, 삼성서울, 서울성모병원) 곳곳에서 수술 건수를 절반 가까이 줄이는 등 수술 일정 조율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서울병원은 18일부터 의료진이 개별적으로 환자에게 전화를 걸어 수술 연기 방침을 전달하고 있다. 19일부터 수술을 평소 대비 절반으로 줄이기로 한 세브란스병원도 수술 연기 환자를 선별해 통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평균 45건 안팎의 수술을 진행하던 국립암센터는 20∼23일 예정 수술 중 절반가량을 연기하기로 했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은 “암센터 환자들은 모두 중증이라 파업이 길어지면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국립암센터엔 총 70명의 전공의가 근무 중이다. 한 직장인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전공의 파업으로 어머니 수술이 취소됐다. 다음 일정도 확정 안 된 이 상황이 지옥”이라고 하소연했다. 일부 병원에선 외래 진료까지 밀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황모 씨(72)는 “아내가 고령인데다 폐렴 증상이 심해 입원을 요청했으나 병원에서는 이유도 알려주지 않은 채 계속 거부했다”고 말했다. 파업으로 수술 날짜가 조정되며 지정 헌혈 날짜까지 바꿔야 할 처지에 놓였다는 혈소판감소증 환자도 있었다. 이 환자는 “고위험 산모여서 대학병원을 선택했는데 동네 병원보다 더 나 몰라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전공의 사직에 따른 의료 공백을 간호사나 응급구조사 등 다른 직군이 메우게 하려다 반발에 부닥친 병원도 있었다. 서울아산병원 소속의 한 간호사는 “의사 파업으로 간호사에게 업무가 넘어오는 것에 대해 무력감만 느낀다”고 전했다. 보건의료노조는 18일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의사 집단 진료 중단은 국민 생명을 내팽개치는 비윤리적 행위”라고 규탄했다. 지역 병원에서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광주·전남 지역의 3차 병원인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 전공의들이 19일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뒤 무단결근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시도 부산대병원과 동아대병원 등 5개 대학병원 전공의들(약 880명)의 사직서 제출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대책을 수립 중이다.● ‘개인적 사직’에 복지부 “집단 사직 판단할 것”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6일 오후 6시까지 전국 수련병원 23곳에서 전공의 71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의국장이라고 밝힌 전공의 4년 차 김혜민 씨는 17일 입장문을 통해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의국장은 전공의들을 통솔하는 최고참 전공의다. 김 씨는“아파도 병가는 꿈도 못 꾸고, 수액 달고 폴대 끌며 근무해왔다. 엄마 역할을 포기할 수는 없으니 소아청소년과 의사를 포기하고 피부미용 일반의를 하며 살아가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사직의 표면적 사유가 개인 사정이라고 해도 집단 사직을 공모했거나 동료들의 동반 사직을 독려한 정황이 있다면 집단 사직으로 판단하고 병원들이 사직서 수리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직 이후 동료들의 사직서 제출이 이어진다면, 집단 사직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 대한의사협회는 18일 성명을 통해 “의사를 악마화하면서 마녀사냥하는 정부 행태가 변하지 않았다”며 “정부가 의대생, 전공의들의 자유의사에 기반한 행동에 위헌적 프레임을 씌워 처벌하려 한다면 의료 대재앙을 맞이할 것”이라고 밝혔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 2024-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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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문경 화재 공장, 면적기준 못미쳐 ‘중점관리’서 빠졌다

    지난달 31일 화재로 무너져 소방관 2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북 문경시의 A 식품공장 건물은 관할 소방서의 중점 점검 대상에 들지 않았던 것으로 5일 확인됐다. 면적이 기준보다 작다는 이유에서다. A 공장에 4t이 넘는 식용유가 저장된 데다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져 실제 화재가 폭발과 붕괴로 이어졌던 걸 고려하면, ‘위험 건물’의 기준을 다시 세우고 건물 관리자의 책임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 소방서는 화재예방법에 따라 심의를 거쳐 다수의 인명 및 재산 피해 발생이 우려되는 시설을 ‘화재 안전 중점관리대상’으로 지정한다. 여기에 포함되면 매년 각 소방서에서 세운 화재 안전 시행 계획에 따라 화재 안전 관리를 강화해야 하고, 소방특별조사나 점검을 받기도 한다. A 공장은 화재 안전 중점관리대상이 아니었다. 공장과 창고의 경우 관련 소방청 예규에 따라 연면적 3만 ㎡ 이상인 대형 건물 중에서 화재 안전 중점관리대상을 지정하기 때문이다. A 공장은 4000㎡에 불과해 심의에도 오르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A 공장은 설 연휴를 앞두고 주문 증가에 대비해 식용유를 4.5t가량(소방 추정) 쌓아둔 상태였다. 바닥 마감재도 인화성 물질인 에폭시 소재였다. 화재 시에 대형 참사로 이어질 위험이 컸다는 얘기다. 따라서 화재 안전 중점관리대상 심의에 올릴 건물을 정할 땐 면적만 따질 게 아니라 실제 대형 화재의 위험성을 판단할 수 있도록 정교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험물 저장 여부와 건물 구조, 소방서와의 거리, 건물의 복잡도 등을 복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얘기다. 다만 화재 안전 중점관리대상을 무작정 확대할 경우 오히려 한정된 조사 인력이 분산돼 부실 점검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건물 관리자 책임을 강화하자는 대안이 제기된다. 박청웅 세종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전 전남소방본부장)는 “건물 특성에 따른 화재 위험을 체크리스트 형식으로 보급하고, 여기서 위험군에 해당하는 건물은 관리자를 대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처럼 강한 책임을 부여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 2024-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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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이재명 습격범 작년 4월에 범행 계획 정황… “붉은무리 공천 막으려 李 제거 시도” 진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흉기로 습격한 김모 씨(67·수감 중)가 “‘붉은 무리’가 총선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는 걸 막기 위해 이 대표를 제거할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9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 씨는 ‘붉은 무리’라고 지칭한 단체 2곳도 특정해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거 직후엔 범행 동기에 대해 함구하던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런 내용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지난해 4월 인터넷으로 9만 원에 흉기를 구입했는데 이 무렵 민주당 당원으로 가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 씨가 올 4월 총선을 1년가량 앞둔 시점부터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범행 당일인 2일 김 씨는 부산 가덕도 신공항 인근 대항전망대에 도착하기 전 흉기로 이 대표를 찌르는 연습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10일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김 씨를 검찰에 넘길 계획이다. 부산경찰청 수사본부는 9일 오후 피의자신상공개심의위원회(신상공개위)를 열고 김 씨의 얼굴과 이름, 나이 등 신상 정보를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비공개 사유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신상공개위는 외부 위원을 포함해 7명으로 구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규정상 참석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할 경우 신상 정보를 공개한다. 경찰은 앞서 정당법에 따라 김 씨의 당적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다. 수사 결과 발표 때도 당적은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다. 김 씨의 범행을 도운 혐의(살인미수 방조)로 7일 오후 긴급체포됐던 70대 남성 A 씨는 8일 석방됐다. 경찰은 “가담 정도가 비교적 경미하고 고령인 점, 관련자 진술 등으로 혐의 입증이 충분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어 A 씨를 8일 오후 11시 반경 석방했다”고 밝혔다.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부산=임재혁 기자 heok@donga.com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 2024-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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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습격범, 범행동기 묻자 “변명문 8장 제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흉기로 습격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김모 씨(67)가 유치장에서 삼국지를 읽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4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 인근에서 이 대표를 흉기로 습격한 혐의(살인미수)로 부산 연제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된 김 씨는 경찰로부터 삼국지를 빌려 읽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김 씨는 경찰에 ‘책을 읽고 싶다’고 요구해 경찰이 100여 권의 대여도서 목록을 제공했고 김 씨가 삼국지 1, 2권을 골랐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책 이외에 다른 요구사항은 없었다. 책을 모두 읽었는지 등 구체적인 사항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현재 김 씨는 돌발 행동 없이 차분하게 유치장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 씨가 유치장에서 소리를 지르는 등의 돌발행동을 하지 않고 제공된 식사도 잘하며 생활 중”이라고 말했다. 연제경찰서 건물 내 유치장에 현재 3명 수감 됐는데 김 씨는 혼자 생활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제경찰서에는 5개의 유치장이 있다. 특별관리 대상인 김 씨가 다른 수감인과 마찰이 빚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이 같은 조처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부산지법은 김 씨의 구속영장실질심사를 4일 오후 2시부터 진행한다. 김 씨는 이날 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이송되면서 ‘왜 이 대표를 공격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경찰에 내 변명문 8장을 제출했다. 그걸 참고해달라”고 말했다.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부산=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 2024-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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