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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위 경제권인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에서 6일(현지 시간) 기준금리가 전격 인하돼 주목을 받았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캐나다, 스위스, 스웨덴에 이어 선진국으로선 선제적으로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단행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다른 중앙은행들의 인하를 유도할 것으로 예상됐다.그런데 ECB의 설명을 잘 짚어보면 ‘힘없는 피벗’ 모양새다. 중앙은행은 통상적으로 향후 금리 방향에 대한 힌트를 남겨 향후 금융시장의 충격을 완화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금리경로를 미리 정하지 않는다’며 금리의 방향을 조금도 제시하질 않아 추가 금리인하의 시기가 불분명해졌다. ECB는 왜 이번에 깜빡이를 유독 희미하게 켠 것일까. ● 금리 내리며 물가 전망치는 올려ECB는 이날 기준금리를 약 5년 만에 0.25%포인트 내리면서도 “특정 금리 경로를 미리 정하지 않는다”며 “물가상승률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기간에 정책 금리를 충분히 제한적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가상승세가 심상치 않을 때는 금리를 내리기 힘들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 역시 이날 기자회견에서 추가 금리인하 속도와 시간을 데이터가 정할 것이라며 “우리는 울퉁불퉁한(bumpy) 길이 될 것임을 알고 있다. 앞으로 몇 달은 평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리의 방향이 울퉁불퉁하다는 건 필요할 땐 금리를 올릴 수 있기 때문에 확연한 인하세가 되진 못할 것이란 얘기다. 게다가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도 2.0%에서 2.2%로 올려 금리인하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이에 시장은 금리 방향을 알 수 없게 됐다며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라가르드 총재가 (그간 금리인하를 자주 시사했기 때문에) 마지못해 금리를 인하했다”며 “시장은 ECB의 통화정책 방향을 점점 더 의문시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어 내년 물가상승률이 상향된 점에 “더욱 놀라운 일”이라고 짚었다. 라가르드 총재는 10일엔 좀더 명확하게 말했다. 이날 유럽 언론사 4곳과의 인터뷰에서 “필요한 만큼 금리를 동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달에 기준금리를 인하하긴 했지만 인상을 하는 데도 적극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시장은 ECB가 일단 7월엔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라가르드, 실기론 피하려 선수 쳐”ECB가 물가상승 전망치를 올렸음에도 이번엔 금리 인하를 택한 이유는 그만큼 유럽 경제가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나홀로 성장’ 분위기인 반면 유럽 경제는 성장이 둔화돼 성장률을 끌어올릴 동력이 필요하다. ECB는 금리를 내리면 주택시장과 기업, 소비자가 새로운 투자와 소비 활력을 찾을 것으로 봤을 것이다. 독일 은행 베렌베르크의 홀거 슈미딩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ECB가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은 가계와 기업의 관심을 끌고 투자 심리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라가르드 총재가 ‘실기론’을 되풀이하지 않으려 선수를 쳤다는 분석도 있다. 그는 작년 FT와의 인터뷰에서 “2022년 첫 6개월간 (금리 인상에) 더 과감했어야 했다”며 금리인상 실기론에 수긍하는 태도를 보인 바 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ECB의 금리 인하 당일 “오늘 금리 인하의 가장 큰 혜택은 한 사람, 라가르드 총재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줘 나중에 (다른 중앙은행들이 인하하는 시기에) 지금의 상황에 대해 ‘인하가 옳았다’고 말할 수 있다”고 풀이했다. 유럽 언론들은 금리 인하에 따른 경제 활력을 기대하는 반면 미국 언론들은 우려 섞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라가르드 총재가 그간 금리인하를 재차 예고했기 때문에 그 신뢰를 깨지 않기 위해 마지못해 금리를 내렸다면서 “ECB는 장기적으로 미국과 다른 길을 택한 대가를 치러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 연준은 12일 기준금리 인하 횟수 전망을 기존 3회에서 1회로 수정하면서 예상보단 고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ECB만 인하를 거듭할 경우 유로화 가치가 떨어지는 등 경제에 부담을 안길 수 있다. 프랑스 은행 나티시스의 ECB 담당자인 더크 슈마허는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그들(ECB)은 궁지에 몰렸다”며 ECB가 금리 인하로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를 약화시켜 수입 비용을 높이고, 물가상승률을 더 자극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에서 불거지는 경제 이슈가 부쩍 늘었습니다. 경제 분야 취재 경험과 유럽 특파원으로 접하는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 유럽 경제를 풀어드리겠습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유럽연합(EU)이 7월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를 최대 38.1%까지 추가로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지난달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00%로 올리기로 한 것에 뒤이은 조치다. 중국은 “권익을 지키기 위한 모든 조치에 나서겠다”며 보복을 예고했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12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다음 달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평균 21%의 추가적인 관세를 잠정 부과하는 계획을 중국 당국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기존 10%의 관세에 평균 21%가 추가되는 것이다. 비야디(BYD), 지리(Geely), 상하이자동차그룹(SAIC)에는 각각 17.4%, 20%, 38.1%의 추가 관세율을 별도로 정했다. 중국 전기차 1위 업체인 BYD는 기존 관세까지 합해 27.4%를 부과받는 것이다. 이번 관세는 잠정적 조치로, 확정 관세는 11월 EU 회원국 투표를 통해 최종 결정돼 5년간 적용될 예정이다. EU는 저가를 무기로 유럽 시장을 무섭게 공략하고 있는 중국산 전기차를 상대로 지난해 9월부터 정부 보조금 조사를 진행한 결과 과도한 보조금이 지급됐다고 결론을 내렸다. 중국산 전기차의 가격은 EU 제품보다 20%가량 저렴하다. EU는 내년이면 역내에서 중국산 전기차의 비중이 15%를 점할 것으로 보고 있다. EU의 추가 관세는 BYD, SAIC 등 중국 업체뿐 아니라 중국에 공장을 둔 테슬라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 경제 싱크탱크인 킬 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산 전기차에 20%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면 수입이 4분의 1가량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전기차 판매 세계 1위인 BYD는 40∼50%의 관세가 부과돼야 수입 억제 효과가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분석했다. 중국 외교부는 “전형적인 보호주의”라며 “중국은 합법적인 권익을 확고히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모두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극단주의의 열병에 맞서 더 단결하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30일로 예정된 조기 총선을 앞두고 극우세력에 대항하는 ‘반(反)극우 연대’ 구성을 촉구했다. 프랑스 정통 우파인 야당 공화당이 9일 종료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압승한 극우 국민연합(RN)과의 연대를 선언하자 마크롱 대통령은 RN을 저지하기 위해 중도 좌·우파에 대한 결집을 호소한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12일 유럽의회 선거에서 패배한 직후 의회 해산 및 조기 총선을 전격 발표한 뒤 연 첫 기자회견에서 “중도, 진보, 민주 및 공화주의는 단결돼 있다”며 반극우 연대로 극우 RN을 저지하자는 뜻을 강조했다. 의회를 전격 해산한 이유에 대해선 “극단주의(RN)에 투표한 프랑스인들 앞에서 ‘우리는 아무것도 바꾸지 않고 계속할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극우를 지지한 유권자들을 새로운 총선을 통해 설득하고 다시 신임을 얻겠다는 취지다. 또 그는 “2027년 극우에 권력의 열쇠를 주고 싶지 않았다”며 이번 조기 총선을 통해 차기 대선에서 RN의 전 대표였던 마린 르펜 의원의 집권을 막겠다는 의지도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의회 다수가 우리의 지속적인 연합을 허용하질 않았다”며 여소야대 의회가 정부의 개혁법 통과를 방해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11일 마크롱 대통령이 조기 총선을 발표한 직후 놀란 장관들에게 “역사를 견디느니 다시 쓰는 게 낫다”고 거듭 말했다고 보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사임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5년 임기는 2022년 대선에서 결정된 게 분명하다”며 결과와 무관하게 대통령직을 지킬 것임을 확실히 했다. 이에 따라 총선에서 RN이 승리하면 대통령은 마크롱이, 총리는 제1당 대표인 RN 조르당 바르델라가 맡는 ‘동거 정부’를 이룰 가능성이 높다. 1958년 프랑스 제5공화국이 건국된 이래 첫 ‘중도우파 대통령-극우 총리’ 동거 정부가 탄생하는 것이다. 조기 총선 발표에 따른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샤를 드골, 자크 시라크, 니콜라 사르코지 등 역대 대통령을 배출한 공화당의 에리크 시오티 대표는 11일 “우리는 힘을 합쳐야 한다”며 RN에 선거 연대를 제안했다. 공화당이 유럽의회 선거에서 5위에 그치자 극우와 손을 잡고 생명 연장에 나선 것이다. 브뤼노 르메르 재정경제장관 등 공화당 출신 장관 7명은 르피가로 공동 기고문에서 “드골 장군의 후계자들이 세운 이 당의 모든 것을 배반하는 행위”라며 시오티 대표의 방침을 비난했다. 공화당 상원의원 2명은 탈당 의사를 밝혔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극단주의의 열병에 맞서 더 단결하자.”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30일로 예정된 조기 총선을 앞두고 극우세력에 대항한 ‘반(反)극우 연대’ 구성을 촉구했다. 프랑스 정통 우파인 야당 공화당이 9일 종료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압승한 극우 국민연합(RN)과의 연대를 선언하자 마크롱 대통령은 RN을 저지하기 위해 ‘반(反)극우 연대’ 결성을 호소한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12일 유럽의회 선거에서 패배한 직후 의회 해산 및 조기 총선을 전격 발표한 뒤 연 첫 기자회견에서 “중도, 진보, 민주, 및 공화주의는 단결돼 있다”며 반극우 연대로 극우 RN을 저지하자는 뜻을 강조했다. 의회를 전격 해산한 이유에 대해선 “극단주의(RN)에 투표한 프랑스인들 앞에서 ‘우리는 아무것도 바꾸지 않고 계속할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극우를 지지한 유권자들을 새로운 총선을 통해 설득하고 다시 신임을 얻겠다는 취지다. 또 그는 “2027년 극우에 권력의 열쇠를 주고 싶지 않았다”며 이번 조기 총선을 통해 차기 대선에서 RN 전 대표였던 마린 르펜 의원의 집권을 막겠다는 의지도 강조했다.마크롱 대통령은 “의회 다수가 우리의 지속적인 연합을 허용하질 않았다”며 여소야대 의회가 정부의 개혁법 통과를 방해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11일 마크롱 대통령이 조기 총선을 발표한 직후 놀란 장관들에게 “역사를 견디느니 다시 쓰는 게 낫다”고 거듭 말했다고 보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사임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5년 임기는 2022년 대선에서 결정된 게 분명하다”며 결과와 무관하게 대통령직을 지킬 것임을 확실히 했다. 이에 따라 총선에서 RN이 승리하면 대통령은 마크롱이, 총리는 제1당 대표인 RN 조르당 바르델라가 맡는 ‘동거 정부’를 이룰 가능성이 높다. 1958년 프랑스 제5공화국이 건국된 이래 첫 ‘중도우파 대통령-극우 총리’ 동거 정부가 탄생하는 것이다.조기 총선 발표에 따른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샤를 드골, 자크 시라크, 니콜라 사르코지 등 역대 대통령을 배출한 공화당의 에릭 시오티 대표는 11일 “우리는 힘을 합쳐야 한다”며 RN에 선거 연대를 제안했다. 공화당이 유럽의회 선거에서 5위에 그치자 극우와 손을 잡고 생명연장에 나선 것이다. 브뤼노 르메르 재경경제부 장관 등 공화당 출신 장관 7명은 르피가로 공동 기고문에서 “드골 장군의 후계자들이 세운 이 당의 모든 것을 배반하는 행위”라며 시오티 대표의 방침을 비난했다. 공화당 상원의원 2명은 탈당 의사를 밝혔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이탈리아 총리는 유럽연합(EU) 이사회에서 호감과 존경을 받는 지도자다. 그녀는 유럽에 중요하다.” 유럽의회 선거에서 제1당으로 확정된 중도우파 정치그룹 유럽국민당(EPP)의 타나시스 바콜라스 사무총장은 10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47)를 이같이 추켜세웠다. EU 주류 세력인 바콜라스 사무총장은 제2당인 중도좌파 그룹과 안정적인 다수당을 구성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번 선거에서 4위에 오른 극우 정치그룹 유럽보수와개혁(ECR)과 ECR의 약진에 크게 기여한 멜로니 총리의 존재감을 인정한 것이다. 과격한 정책과 선동으로 ‘비호감’ 세력으로 여겨지던 극우가 어떻게 유럽 정치의 핵심까지 파고들었을까. 극우 부상의 원인으로는 경제난과 반(反)이민 정서 등 외부적 요인이 자주 언급된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드러났듯 극우 지지자임을 커밍아웃하길 꺼리던 유권자들이 이제 이를 적극 드러낼 정도로 극우가 대중성을 얻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는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의 색채를 누그러뜨리고 실용과 소통, 새 얼굴을 앞세운 극우 세력의 진화가 작용했다. 이번 선거의 최대 승자로 꼽히는 멜로니 총리와 프랑스에서 집권당을 누른 국민연합(RN)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29)가 그 중심에 있다.● 伊멜로니, 反EU 노선 버리고 타협 멜로니 총리는 이번 선거에서 극우 약진을 이끈 데다 차기 유럽의회 지형을 좌우할 ‘킹메이커’로 부상했다. 10일 잠정 개표에서 ECR의 일원으로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극우 이탈리아형제당은 28.8%를 득표했다. 직전 선거인 2019년 지지율의 4배가 넘는다. 2022년 10월 집권 전 ‘여자 무솔리니’로 불린 멜로니 총리가 유럽 정치의 중심에 화려하게 선 비결로는 실용주의와 타협의 태도가 꼽힌다. 로이터통신은 그가 EU에 반대하는 수사를 버린 대신 ‘EU를 개혁하자’는 기조로 물러선 점을 짚었다. 극우에 거리를 두던 EU 주류 보수와 극우 진영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면서 당초 이미지를 완화했다고도 분석했다. 멜로니 총리는 이날 승리 기자회견에서도 “우리에게는 보다 실용적이면서 덜 이념적인 정책을 취하는 유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9년 미국에서 열린 보수단체 행사에서 “EU를 무너뜨려라”라고 외치며 ‘친트럼프’ 성향을 드러냈던 그가 달라진 것이다. 유럽인들도 이민과 경제난에 대한 독설로 ‘매운맛’이던 극우가 ‘순한 맛’이 됐다고 느끼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멜로니 총리가 집권했을 당시 (극우에 대한) 공포감으로 그에게 투표한 이들도 공개적으로 고백하기를 꺼렸지만 이제 달라졌다”고 보도했다.● 미소짓는 佛바르델라, 극우의 새 얼굴 프랑스에서 집권 르네상스당을 두 배 이상의 지지율로 누르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47)에게 굴욕을 안긴 극우 국민연합(RN)의 무기는 29세인 바르델라 대표다. 1995년 파리 근교 드랑시에서 이탈리아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홀어머니와 낙후된 생드니의 공동주택단지에서 성장한 배경으로 비주류의 호감을 샀다. 극우 진영은 집권당의 가브리엘 아탈 총리(35)의 적수로 바르델라를 키웠다. 그는 세련된 외모와 적극적인 소셜미디어 소통으로 ‘센 언니’ 이미지가 강한 RN 전 대표 마린 르펜 의원보다 호감도 높은 극우의 새 얼굴이 됐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그의 성공 비결에 대해 “미소를 띤 편안한 인상을 배웠고, 합의와 겸손의 태도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들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여전하다. 맥스 헤이스팅스 칼럼니스트는 블룸버그통신 기고에서 경제 성장 하락세 등 유럽이 직면한 위기를 극우 포퓰리스트들은 직시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번 선거 결과는 (극우 세력에 대한 지지라기보다는) 수년간 권력 장악력이 약해진 유럽 엘리트들에 대한 엄청난 질책”이라고 주장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극우 성향을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1월 미 대선에서 재집권을 노리고 있는 가운데 유럽의회 선거 결과 유럽연합(EU) 내 극우 양대 정당이 각각 4, 5위에 오르며 크게 약진했다. EU의 양축인 프랑스와 독일에선 집권당이 극우 정당에 참패했다. 지지율이 극우 정당의 절반에도 못 미쳐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9일 의회를 전격 해산하고 30일 조기 총선을 치르겠다고 발표했다. 극우의 대약진을 두고 서방에서 ‘새로운 우파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 같은 현상이 유럽에 머물지 않고 미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세력을 고무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佛마크롱, 극우에 밀리자 의회 해산 6∼9일 EU 27개 회원국에서 치러진 선거가 마무리된 뒤 유럽의회가 10일 낮 12시 기준 잠정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제1당인 중도우파 성향 유럽국민당(EPP)은 총 720석 중 185석(25.7%)을 얻어 1당을 유지하게 됐다. 제2당인 중도좌파 사회민주진보동맹(S&D)은 137석(19.0%), 제3당인 중도 자유당그룹(Renew Europe)은 79석(10.9%)으로 예상됐다. 극우 양대 그룹인 유럽보수와개혁(ECR)은 69석에서 73석으로, 정체성과민주주의(ID)는 49석에서 58석으로 의석이 늘었다. 두 극우 정당의 의석수가 현 의회에 비해 13석 늘어난 것으로, 두 그룹이 연대하면 현재 제3당인 자유당그룹을 누를 수 있다. EU 회원국 유권자들은 자국 선거법에 따라 정당에 투표한다. 그 결과에 따라 각 회원국은 인구에 비례해 할당받은 의석수 내에서 당선인을 배분해 유럽의회 의원으로 보낸다. 출구조사 결과 ID 일원으로 프랑스 극우 마린 르펜 의원이 이끄는 국민연합(RN)은 약 31%를 득표해 자유당그룹에 속한 마크롱 대통령의 르네상스당(14.6%)을 두 배 넘게 앞섰다. 마크롱 대통령은 출구조사 결과 발표 1시간 만에 대국민 연설에서 “(선거를 통해) 여러분의 메시지를 들었다”며 “오늘 저녁 국회를 해산한다”고 발표했다. 2022년 6월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지 2년 만에 의회를 다시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할 수 있다.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끄는 독일 ‘신호등’ 연립정부에 속한 정당 3곳도 참패했다. 출구조사 결과 숄츠 총리가 속한 사회민주당(SPD)의 득표율은 13.9%로, 극우 독일대안당(AfD·15.9%)에 2위를 내주고 3위에 그쳤다.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에선 9일 집권당 열린자유민주당이 5%대로 극우에 밀리자 알렉산더르 더크로 총리가 눈물을 흘리며 사퇴를 선언했다.● “새로운 우익 시대 막 올라” 유럽 변방에서 부상하던 극우 세력이 핵심 정당으로 자리매김한 이유로는 고물가, 난민 유입에 따른 혼란, 친환경 정책으로 인한 비용 상승,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피로감 등이 꼽힌다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유럽의회에서 각각 중도우파, 중도좌파 성향의 1, 2당 간 연정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네덜란드 정치학자 카스 뮈더는 미 워싱턴포스트(WP)에 중도우파 연정 내 일부 세력이 더욱 우경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중도우파와 극우 진영이 연정을 구성할 가능성도 있다. 극우세력의 돌풍은 유럽에 머물지 않고 11월 미 대선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WP는 “자유주의적 가치의 보루처럼 여겨졌던 EU에서 극우 정당이 기록적인 세를 얻어 서방에 새로운 우익 시대의 막이 오를 수 있다”고 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선거 결과가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피즘’(트럼프주의) 세력을 고무시킬 수 있다고 관측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47·사진)가 7일 수도 코펜하겐 광장에서 39세 폴란드 남성에게 폭행을 당했다. 지난달 15일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가 여러 발의 총격을 입은 지 약 3주 만이다. 지난달 독일에서도 프란치스카 기파이 전 베를린 시장 등 유명 정치인 여러 명이 습격당했다. 전 세계 곳곳에서 일고 있는 극단적인 정치 분열이 각국 정치인에 대한 폭력을 부추기고 있다. 민주주의 선진국으로 꼽히는 서유럽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프레데릭센 총리는 이날 오후 광장에서 이 남성으로부터 갑작스러운 폭행을 당했다. 목격자들은 “해당 남성이 갑자기 다가와 총리의 어깨를 세게 밀쳤다”고 전했다. 도주하려던 범인은 현장에서 검거됐고 12일간 구금에 처해졌다. 왜 이런 일을 벌였는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경찰은 “용의자가 범행 당시 술과 마약에 취해 있었다. 피해자가 덴마크 총리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남성의 변호인은 “정치적 동기와는 무관한 범죄”라고 거듭 강조했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가벼운 목뼈 부상을 입었고 7일 일정을 취소했다. 8일 성명을 통해 “어제 사건으로 슬펐지만 안전하다”며 수많은 지지 인사에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진보 성향인 사회민주당 소속으로 2019년부터 집권 중이다. 특히 42세에 최연소 총리에 올라 큰 관심을 모았다. 유럽 지도자들은 한목소리로 정치 폭력을 규탄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우리가 믿는 모든 것에 반하는 이 비열한 행위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요나스 가르 스퇴레 노르웨이 총리 또한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사회에 대한 공격”이라고 동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 등도 프레데릭센 총리의 쾌유를 기원하고 범행을 규탄했다.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에 대한 공격은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6∼9일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각국의 극우 정당이 약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민 등을 둘러싼 기존 갈등이 격화하면 이 같은 정치 폭력이 더 빈번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제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들은 미국이 푸틴에 맞서길 바랄 것이다. 이를 의심하는 사람이 있는가?”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 시간)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국의 승리를 이끈 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을 맞아 상륙작전의 무대였던 프랑스 ‘푸앙트 뒤 오크’를 찾아 이같이 연설했다. 당시 참전용사들이 나치 아돌프 히틀러에 맞서 싸웠듯 오늘날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유럽을 위협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항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우리 시대의 자유를 지키고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나라 안팎에서의 침략에 맞서야 한다”고 했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야 함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나는 미국의 위대함이 과거의 일이란 사실을 거부한다”며 “우리가 함께 행동할 때 미국에서 우리의 능력을 넘어서는 것은 없다고 믿는다”고 했다. 이에 대해 미국 CNN방송은 바이든 대통령이 미 대선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간접적으로 겨냥했다고 해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란 슬로건이 잘못됐다고 꼬집은 셈이다. 푸앙트 뒤 오크는 1984년 재선 도전을 선언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노르망디 상륙작전 40주년 연설에서 “미국은 독재정부를 상대할 때 고립주의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을 배웠다”며 옛 소련에 대한 군비경쟁을 선언한 곳. 이 연설은 레이건 전 대통령을 재선으로 이끈 미국 대통령 최고의 연설 중 하나로 꼽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을 견제하는 동시에 레이건 전 대통령처럼 고립주의를 거부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노르망디 콜빌쉬르메르 미군 묘지에서 가진 연설에서도 “고립주의는 80년 전에도 답이 아니었고 오늘날에도 답이 아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했다.하지만 일각에선 과거 레이건 전 대통령을 ‘군사적 모험주의자’라고 비판했던 바이든 대통령이 레이건을 본 딴 연설에 나서는 것이 오히려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보좌관이었던 코리 샤크 미국기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뉴욕타임스에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은 달갑지 않은 비교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다만 공화당 내부에서도 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을 맞아 이른바 트럼프식 고립주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는 6일 NYT 기고문에서 “미국 우익에서 목소리가 큰 일부는 2차 세계대전 이전 고립주의를 부활하고, 전후 평화를 유지해온 동맹 제도의 기본 가치를 부정하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안의 미 의회 통과가 지연된 점을 사과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해 서방의 단결을 과시하려 한 것이다.바이든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회담은 13일부터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15일부터 스위스에서 열리는 우크라이나 평화정상회의를 앞두고 열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회담에 앞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무기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이와 관련해 미국은 러시아 본토에서 장사정 무기를 활용해 우크라이나 제2도시인 하르키우를 공격하는 러시아군을 타격할 수 있는 탄약을 포함해 2억2500만 달러(약 3000억 원) 규모의 추가 지원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것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6일 미 ABC뉴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모스크바나 크렘린궁을 타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러시아와의 직접 충돌로 전쟁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에 제한을 뒀다는 것이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캐나다가 5일(현지 시간) 주요 7개국(G7) 중 처음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하루 뒤에는 유럽중앙은행(ECB) 또한 금리 인하에 동참했다. 올들어 스위스, 스웨덴 등도 금리를 내렸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또한 올 하반기(7∼12월) 중 인하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근 몇 년간 고물가에 대처하기 위해 강도 높은 금리 인상 정책을 단행했던 주요국이 ‘긴축’에서 ‘완화’로 돌아서는 ‘피벗’(통화정책 전환)의 문을 열었다. ECB는 6일 기준 금리를 기존 4.50%에서 4.25%로 0.25%포인트 낮췄다. 2022년 7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내내 인상 기조를 이어갔지만 최근 독일 등 곳곳에서 경기 둔화가 심각해지자 금리를 낮췄다. 캐나다 중앙은행 또한 5일 기준금리를 기존 5.00%에서 4.75%포인트로 0.25%포인트 내렸다. 역시 2020년 3월 이후 4년여 만의 인하다. 세계 주요국 중 ‘나 홀로 성장’을 이어가던 미국 경제도 최근의 소비 부진, 고용 둔화 등으로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의 인하를 점친다. 주요국의 통화정책 전환 기대감에 5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지수, 나스닥지수 등 미국 증시의 주요 지수는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인공지능(AI) 개발 주도권을 쥔 대표 기술주 엔비디아가 상승 랠리를 이끌었다.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 하루에만 5.16% 올랐다. 시가총액 또한 3조100억 달러(약 4119조 원)로 애플을 제치고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이은 2위를 기록했다. 美, 고용-소비둔화에 9월 금리인하 기대감 커져글로벌 ‘금리 피벗’ 확산일부 “금리 내려도 인플레 전쟁 계속”캐나다 중앙은행과 유럽중앙은행(ECB)이 각각 5, 6일 0.25%포인트 금리 인하를 단행했고, 이달 말 영국중앙은행 또한 인하 대열에 동참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전 세계 금융시장의 관심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행보에 쏠리고 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미 경제지표 호조, 여전히 높은 소비자물가 수준 등을 들어 올해 안에 연준이 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없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1분기(1∼3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잠정치가 1.3%로 기존 속보치(1.6%)에 비해 0.3%포인트 낮아지고 고용, 소비지표 등도 둔화하자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금리 선물(先物)로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을 점치는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선물 투자자들은 연준이 올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을 70%로 보고 있다. TD증권 또한 “(미국의 뜨거운) 고용시장을 더 이상 인플레이션의 위험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인플레가 점진적으로 둔화한다면 연준의 9월 금리 인하를 지지할 만하다”고 평했다. 다만 미국과 EU가 금리를 인하해도 주요국의 인플레이션 전쟁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2.6%로 4월(2.4%)보다 올랐다. 필립 레인 ECB 수석 이코노미스트 또한 ECB가 금리 인하를 단행해도 이것이 인플레에 대한 “승리 선언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닐 카시카리 미국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또한 “현재의 고금리가 상당 기간 유지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피벗(pivot)‘축을 회전해 방향을 튼다’는 뜻으로 각국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기조를 변경할 때 널리 쓰인다. 최근 미국 캐나다 유럽 등에서 그간의 기준금리 인상 대신 금리를 동결하거나 인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주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표부가 5일(현지 시간) OECD와 공동으로 프랑스 파리에 있는 OECD 사무국에서 한국인 청년들을 위한 ‘2024년 OECD 진출 설명회’를 열었다. 올해 설명회에선 예년과 달리 한국인 OECD 직원 10여 명이 직접 참석해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OECD 산하 국제교통포럼(ITF)의 김영태 사무총장, 엘사 필리초프스키 OECD 공공거버넌스국장 등이 OECD 직원에게 필요한 역량 등을 소개했다.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된 이날 설명회에는 약 150명이 참석했다. 최상대 주OECD 대표부 대사는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올라가며 한국인 직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며 많은 한국 젊은이의 도전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주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표부가 5일(현지 시간) OECD와 공동으로 프랑스 파리에 있는 OECD 사무국에서 한국인 청년들을 위한 ‘2024년 OECD 진출 설명회’를 열었다. 올해 설명회에선 예년과 달리 한국인 OECD 직원 10여 명이 직접 참석해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OECD 산하 국제교통포럼(ITF)의 김영태 사무총장, 엘사 필리초프스키 OECD 공공거버넌스 국장 등이 OECD 직원에게 필요한 역량 등을 소개했다.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된 이날 설명회에는 약 150명이 참석했다. OECD 사무국엔 각국에서 온 4000여 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이 중 한국 직원은 100여 명이다. 최상대 주OECD 대표부 대사는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올라가며 한국인 직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며 많은 한국 젊은이의 도전을 기대한다고 밝혔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유럽연합(EU)이 6∼9일 나흘간 유럽의회 선거를 실시한다. 차기 의회 의원 720명을 선출하는 것으로, 27개 회원국 유권자 총 3억7000만 명이 직접 한 표씩 행사하는 ‘대규모 선거 이벤트’다. 극우 성향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1월 미 대선에서 재집권에 도전하는 가운데 미국과 함께 서방의 양축을 이루고 있는 EU에서도 우파 정당이 득세할지 관심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물가, 불법 이민자 급증으로 확산된 반(反)이민 정서 등으로 주요국 청년들이 기존 정당에서 돌아서며 극우 정당의 약진이 예상된다. ● 제2당 노리는 佛-伊 극우 정당 EU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5년 임기의 유럽의회 의원 720명을 선출한다. 의석수는 국가별 인구수에 비례해 할당된다. 독일은 가장 많은 96석을 받았고 키프로스, 룩셈부르크, 몰타 등은 가장 적은 6석씩을 받았다. 회원국들은 자국 선거법에 따라 선거를 치르며, 배정받은 의석수 내에서 득표를 많이 한 후보들을 의원으로 선출한다. 6일 네덜란드가 투표를 시작하고 9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대부분의 회원국들이 투표를 진행한다. 1차적인 윤곽은 9일 늦은 밤 드러날 예정이다. 정치매체 폴리티코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4일 현재 제1당인 중도우파 성향 ‘유럽국민당(EPP)’이 172석으로 1위를, 제2당인 중도좌파 성향 ‘사회민주진보동맹(S&D)’이 143석으로 2위를 달리고 있다. 이어 극우 성향인 ‘유럽 보수와 개혁(ECR)’과 ‘정체성과 민주주의(ID)’가 각각 75석, 68석으로 그 뒤를 쫓고 있다. 두 극우 정당의 예상 의석수를 합하면 제2당에 맞먹는다. ECR은 유럽의 대표적인 극우 지도자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이탈리아형제당), ID는 프랑스의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 의원이 속한 국민연합(RN)이 이끈다. 멜로니 총리는 르펜 의원과 EU 집행위원장 연임을 꾀하는 EPP 소속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현 위원장으로부터도 연대 ‘러브콜’을 받고 있다. 멜로니 총리가 그간 유럽 극우와 주류 보수 간 가교 역할을 하며 EU 집행위원장 선출권을 가진 의회 구성에서도 입지가 크게 부상했다. ● 경제난에 지친 청년층, 극우 지지 최근 유럽 극우 정당의 약진은 전 세계적인 고물가와 고금리, 주택난, 불법 이민자 급증 등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각국 젊은층의 극우 지지 성향이 뚜렷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3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18∼24세 프랑스 청년 중 36%가 “국민연합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25∼34세에서는 39%로 더 높았다. 네덜란드에선 18∼24세 유권자의 31%가 지난해 말 총선에서 1당에 오른 극우 자유당(PVV)을 지지한다고 했다. 스티븐 포티 스페인 바르셀로나자치대 교수는 “페미니즘에 무력감을 느낀 남성들이 극우를 지지하는 사례가 많다”고 진단했다. 유럽의회는 최근 확정된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 규제법((AI Act)과 같이 27개 회원국에 적용되는 법을 최종 결정한다. 법안은 EU 집행위원회만 발의할 수 있지만 유럽의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면 빛을 보지 못한다. 유럽의 핵심 산업에 대한 보조금을 포함한 EU 예산안을 승인하는 역할도 맡는다. 이 같은 기능을 하는 유럽의회의 우경화는 한국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 브뤼셀 지부는 4일 보고서에서 차기 의회가 친기업 정책을 추진하면 한국 기업들이 긍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선거에서 보수 성향 정당이 득세하면 현재의 친환경 정책 ‘그린딜(green deal)’의 추진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유럽에 진출한 한국 배터리, 전기차 기업들의 환경 규제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는 논리다. 또한 EU가 중국의 과잉 생산 및 헐값 수출 등에 본격 대응하면 중국의 수출 경쟁국인 한국 기업들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숲이 아니라 꼭 테마파크에 놀러 온 것 같아요.” 강원 춘천시 삼한골 상류에 있는 국립춘천숲체원에서 만난 최예솔 양(10)과 최 양의 아버지는 알록달록 색깔이 칠해져 있는 9m 높이의 실외 암벽장을 바라보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22일 찾은 이곳엔 단체 탐방객 20여 명이 무리 지어 숲해설가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마치 놀이동산을 방불케 할 정도로 활기찬 이곳은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군사시설로 일반인들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곳이었다. 그러다 2015년 자연휴양림으로 지정되면서 즐길 거리를 갖춘 이른바 ‘레저숲’으로 거듭났다. 수풀과 계곡, 바위 등 숲에 있는 자연환경을 원형 그대로 활용해 레저나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숲을 뜻한다. 산림청은 2018년부터 이곳에 숲을 활용한 레포츠 시설을 조성해 2021년 문을 열었고, 지난해 5만2000명이 방문하는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첩보부대 훈련장에서 레저숲으로 숲체원 부지는 육군 첩보부대(HID) 요원들이 1970년대부터 2014년까지 실제로 훈련했던 장소다. 도심과 멀리 떨어져 있진 않지만 민간인 출입을 통제해 숲 일대를 훈련장으로 활용했다. 그러다 2018년부터 도시민의 여가 수요를 반영해 실내외 암벽등반장과 글램핑장 등 다양한 산림레포츠 특화시설을 갖춘 레저숲으로 다시 태어났다. 과거 사격 훈련과 고지 점령 훈련, 유격 훈련이 이뤄진 실제 공간이 지금은 산림레포츠 체험 시설로 바뀌었다. 철거하지 않은 군사훈련용 막타워(모형탑)도 곳곳에 남아 있다. 축구장 300개가 넘는 335ha 규모의 숲체원 곳곳엔 6m 높이의 나무 타기 시설을 비롯해 산악자전거(MTB)를 탈 수 있는 코스, 5m 높이의 로프코스를 즐길 수 있는 모험숲, 놀이터를 갖춘 유아숲 등의 시설이 들어서 있었다. 이 같은 숲 체험 시설만 10개가 넘는다. 2시간 안팎에 걸쳐 계곡이나 숲길을 트레킹할 수 있는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명상과 ‘불멍’, 해먹 체험 등 다양한 산림교육 콘텐츠도 인기를 끌고 있다. 캠핑할 수 있는 글램핑 시설과 단체 숙박시설도 갖춰 1박 이상 머물며 프로그램을 즐길 수도 있다. 김보영 국립춘천숲체원 주임은 “주로 학교나 기관에서 오는 단체 탐방객이 많다”며 “60대 이상 어르신 단체도 종종 방문하는데 남녀노소 원하는 방식대로 숲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스트레스 해소 등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방문객 수도 크게 늘고 있다. 시범 운영을 시작한 2020년 3800여 명에서 2021년 2만6000명, 2022년 4만3000명, 지난해 5만2000명까지 3년 만에 13배가량 급증했다. 통상 3시간 이상 머무르기 때문에 생활인구로 산정돼 지역 활성화에 이바지하고 있다. 춘천시 국립용화산자연휴양림은 1박에 1만5000원이라는 저렴한 비용으로 야영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이름났다. 이런 숲체원이나 휴양림을 포함한 전국의 산림교육센터는 총 23곳에 이른다. 2017년 17만 명 안팎이었던 방문객 수는 지난해 약 53만 명으로 급증했다.● 치유하며 모험·체험 즐기는 숲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야외 활동이 늘어나면서 체험시설을 갖춘 숲을 찾는 이들뿐만 아니라 산악 마라톤이나 트레킹 등 산에서 모험과 체험을 즐기려는 동호인도 증가했다. 암벽 등반이나 산악 승마, 자전거, 패러글라이딩 등이 대표적인 산림레포츠다. 전국 산림레포츠 동호인은 2014년 23만 명에서 2020년 50만9000명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여기에 발맞춰 맞춤형 프로그램도 새로 생겨나고 있다. 경북 영주시에선 2030세대를 겨냥한 ‘알프스 챌린지’ 트레킹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소백산 비로봉과 연화봉 등을 등반하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인증하면 영주시의 ‘소백 3봉 챌린지’를 완성할 수 있다. 등산 인플루언서와 함께 챌린지형 산림 치유 트레킹도 참여할 수 있다. 산악 마라톤을 즐기는 이도 늘고 있다. 변덕스러운 날씨 속에서 험난한 비포장 산길을 달려야 하지만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풍경을 만끽하며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게 묘미다. 지리산 화대종주와 설악산 공룡능선, 제주 한라산 능선 코스가 대표적이다. 2021년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이러한 레저활동이나 치유 프로그램 등 연간 산림휴양 경험률은 79.2%로, 경험자의 97.1%는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인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준순 강원대 산림경영학과 교수는 “삶의 질이 핵심 가치인 시대에 숲은 최고의 놀이터”라며 “청소년기부터 다양한 종목의 산림 레포츠 등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취약 계층도 접할 수 있게 레저숲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도 우울감도 숲에서 모두 잊어요”無장애숲으로 이동약자 등 배려시각장애인 위한 오디오 숲해설우울감 치유 힐링캠프도 운영최근 국내 레저숲에 조성된 산림레포츠 시설은 휠체어를 탄 이동 약자나 시·청각 장애인, 노약자 등이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즐길 수 있는 ‘무장애숲’을 표방하고 있다. 강원 춘천시에 있는 국립춘천숲체원은 지난달 14일 SK 행복나눔재단과 함께 청년 장애인 직업훈련생 및 관계자 28명을 초청해 산림레포츠 체험을 지원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9m 높이 실외 암벽장을 도르래와 밧줄을 활용한 ‘어댑티브 클라이밍’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휠체어에 올라탄 채 암벽을 오를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법이다. 암벽 아래에서는 “할 수 있어요!”라고 소리치며 응원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처럼 휠체어를 타고 산림레포츠를 체험할 수 있어 이곳은 국내에서 유일한 ‘배려숲’으로 불린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무장애 나눔 숲길도 1km 추가로 조성할 계획이다. 김경포 국립춘천숲체원 산림레포츠팀장은 “장애인들이 산림레포츠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땅치 않은데 끝까지 암벽을 오르는 모습을 보면 정말 뿌듯하다”며 “몸과 정신 건강뿐만 아니라 자신감까지 얻어 갈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춘천숲체원은 2021년 개원 이후 매년 장애인을 위한 ‘나눔숲 캠프’를 열고 시각 장애인을 위한 오디오 숲해설 등 장애 유형별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는 장애인과 이들의 부모, 형제자매, 사회복지사, 특수교사, 돌봄 종사자의 스트레스 회복을 돕는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산림교육 대상자와 프로그램도 다양화하고 있다. 경북 영주시에 있는 국립산림치유원은 반려동물과 이별 후 정신적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겪는 ‘펫로스 증후군’ 가족을 대상으로 ‘내맘 쓰담 힐링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숲속에서 명상하거나 반려동물과의 추억을 간직하는 나무 액자 만들기 활동 등이 진행된다. 이 밖에도 한국 생활에 고립감을 느끼는 외국인 원어민 교사, 외국인 근로자, 유학생 등에게 심신 회복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영주 소백산 자락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숲 치유 프로그램, 한국 전통 다례를 배우는 다도 체험 등이 주요 활동이다. 산림청은 지난해 10월 엄마 배 속부터 유아, 청년, 장년, 노년에 이르기까지 생애 주기별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산림 시설을 대폭 확충하기로 했다. 산림복지 소외계층과 보행 약자를 위한 무장애 나눔 길 등 기반 시설을 늘리고 사회적 약자에게 제공하는 산림복지서비스이용권도 지속해서 확충할 계획이다. 특별취재팀▽팀장 강경석 사회부 차장 coolup@donga.com▽이상훈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김소민 명민준 기자(이상 사회부)}

“영광에는 큰 책임이 따릅니다. 그 책임을 진지하게 다하겠습니다.” 14년 연속 세계 성평등 지수 1위를 달리는 아이슬란드에서 28년 만에 다시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1일(현지 시간) 치러진 대선에서 당선된 할라 토마스도티르 후보(56)는 2일 수도 레이캬비크에 있는 자택 앞에서 벅찬 가슴을 다스리며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아이슬란드는 1980년 세계 최초로 민주선거로 여성 대통령을 선출했고, 당시 비그디스 핀보가도티르 대통령이 1996년까지 재임한 뒤 이번에 역대 두 번째 여성 대통령을 배출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번 아이슬란드 대선은 득표율 1∼3위가 모두 여성 후보였다. 개표 결과 토마스도티르 후보가 34.3%를 얻어 임기 4년의 차기 대통령에 오르게 됐다. 25.2%를 득표한 카트린 야콥스도티르 전 총리와 15.5%의 할라 흐륀드 로가도티르 후보가 뒤를 따랐다. 올해 대선 투표율은 78.83%로 1996년 이후 가장 높았다. 8월에 취임하는 토마스도티르 당선인은 이번 대선 레이스에서 정치적 이슈보다 사회적 문제에 집중해 큰 지지를 받았다. 소셜미디어가 청년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이나 아이슬란드 관광 활성화, 인공지능(AI)의 미래 등 다양하고 실질적인 논제를 잘 파고들었다는 평이다. 토마스도티르 당선인은 국제 비즈니스 및 경제를 전공한 기업인 출신이다. 2008년 금융위기에서 살아남은 아이슬란드 투자사 ‘아위뒤르 캐피털’의 공동 창업자였으며, 아이슬란드 최초로 여성 상공회의소 회장에 오르기도 했다. 직장 문화의 다양성 증진을 위해 활동하는 비영리단체 ‘비팀(B Team)’에서 최고경영자를 맡기도 했다. 유럽 매체들은 “여성 후보가 1∼3위를 차지한 이번 대선은 세계경제포럼(WEF)이 아이슬란드를 왜 14년째 세계 성평등 국가 1위로 선정했는지를 잘 보여 준다”고 전했다. WEF에 따르면 아이슬란드는 직원 25명 이상의 기업에 남녀 동일 임금을 지급했음을 증명할 의무를 부여한다. 육아휴직 기간엔 급여의 최대 80%를 지급하는 정책도 있다. 기업 이사회의 40%는 여성으로 구성해야 한다. 아이슬란드는 21세기 들어 여성 총리도 2명 배출했다. 요한나 시귀르다르도티르 총리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이번 대선에서 2위였던 야콥스도티르 총리는 2017년부터 올해 4월까지 직을 수행했다. 의원내각제인 아이슬란드에서 대통령은 헌법과 국민 통합의 수호자라는 상징적 역할을 수행하며, 실질적인 권한은 대부분 총리에게 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세계 3대 음악 콩쿠르로 꼽히는 벨기에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한국계 미국인 엘리 최(23)가 3위에 오르는 등 입상자 6명 가운데 한국계 2명이 포함됐다. 한국은 2022년 첼로 최하영과 지난해 성악 김태한에 이어 3년 연속 우승을 기대했으나 아쉬움을 삼켰다. 2일(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콘서트홀 보자르에서 열린 콩쿠르 결선(바이올린 부문)에서는 우크라이나의 드미트로 우도비첸코(25)가 1위를 차지했다. 결선 진출자 12명 중 6명이 입상했는데, 엘리 최와 5위 줄리언 리(24)가 한국계였다. 2001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태어난 엘리 최는 3세 때부터 바이올린을 배우며 ‘바이올린 신동’으로 이름을 알렸다. 2009년부터 줄리아드 음악원 예비학교를 거쳐 줄리아드 음악원에 다니며 동시에 컬럼비아대에서 경제철학도 전공하고 있다. 줄리언 리는 미 시카고 아카데미 음악원을 거쳐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미리엄 프리드 교수를 사사했다. 7세에 미 밀워키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클래식계에 데뷔했다. 한국 연주자 최송하(24)와 유다윤(23), 아나 임(27) 등 3명은 결선에 진출했으나 입상하지 못했다. 1937년 창설된 퀸엘리자베스 콩쿠르는 성악, 바이올린, 피아노, 첼로 부문이 해마다 번갈아 개최된다. 폴란드 쇼팽 피아노 콩쿠르, 러시아 차이콥스키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힌다. 한편 이날 우승한 우도비첸코는 심사위원 13명과 인사를 나누던 도중 러시아 심사위원과는 악수를 거부했다. 그는 “그와 악수하기 싫었다”며 “오늘 우승은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고, 당연히 우크라이나인으로서 이 영광을 우리나라에 돌리고 싶다”고 말했다.브뤼셀=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세계 3대 음악 콩쿠르로 꼽히는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입상자 6명 중 한국계가 2명 포함됐다. 한국계 미국인 엘리 최(23)는 3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이들을 포함해 아시아계 입상자는 4명으로 전체 입상자의 절반을 넘었다.2일(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콘서트홀 보자르에서 열린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결선에서 우크라이나 바이올리니스트 드미트로 우도비첸코(25)가 1위를 차지했다. 결선 진출자 12명 가운데 6명이 입상을 했는데 3위는 엘리 최, 5위는 줄리안 리(24)가 차지했다. 입상자 중 한국계 미국인이 2명이나 됐고, 이들을 포함해 아시아계는 4명이었다.2001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태어난 엘리 최는 3세 때부터 바이올린을 배우면서 일찌감치 ‘바이올린 신동’으로 이름을 알렸다. 당시 ‘최유경’이라는 한국 이름으로 국내 언론에서도 여러 차례 소개된 바 있다. 2009년부터 미국 줄리아드 음대 예비학교를 다니고 있는 그는 동시에 미국 컬럼비아대 경제철학을 전공한 독특한 이력이 눈에 띈다. 그는 음악을 하면서도 경제철학을 전공한 점에 대해 “대학에서 공부하며 음악을 해 큰 도움이 됐다”며 “더 많은 세상과 인간적인 경험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5위에 오른 줄리안 리는 미 시카고 아카데미 음악원을 거쳐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미리암 프리드 교수를 사사했다. 줄리안 리도 7세에 미 밀워키 심포니 오케스트라 협연으로 일찌감치 클래식계에 데뷔했다.한국 연주자 최송하(24), 유다윤(23), 아나 임(27) 등 3명의 바이올리니스트는 결선 진출자 12명에 포함됐으나 입상에 속하는 6위 내에는 들지 못했다. 한국 국적 결선 진출자는 미국 6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아 눈길을 끌었다. 현지에선 한국인 결선 진출자가 많은 점과 함께 한국계 연주자가 2명 입상한 점에 주목했다. 플로리안 리엠 국제음악콩쿠르 세계연맹 사무총장은 이날 “한국인은 매우 강하고 준비가 돼 있다”며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기에 미국과 유럽 연주자들은 우울에 빠졌는데, 한국 등 아시아에선 이 기간을 잘 보내며 공연을 잘 준비해 지금 성과가 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5위를 차지한 한국계 줄리안 리 씨는 “한국 연주자들은 좋은 성과를 내려 정말 열심히 노력한다”며 “한국 내에서 클래식 음악가들에 대한 지원도 다양하다”고 한국의 활약 비결을 분석했다.1937년 창설된 퀸엘리자베스 콩쿠르는 젊은 음악가의 등용문으로 알려져 있다. 매년 성악, 바이올린, 피아노, 첼로 부문이 번갈아 개최된다. 폴란드의 쇼팽 피아노 콩쿠르, 러시아의 차이콥스키 콩쿠르 등과 함께 세계 3대 권위의 콩쿠르로 꼽힌다. 브뤼셀=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유럽 지도자들 사이 우크라이나가 서방 무기를 활용해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도록 허용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이 이를 허용할 수 있음을 시사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우크라이나의 최대 지원국인 미국이 본토 타격을 허용하면 전쟁이 러시아 내부로 강도 높게 번질 수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다른 유럽 국가들에 대한 러시아의 보복을 부르며 핵 보유국인 러시아와 서방의 전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물론 러시아 본토 타격이 실제로 허용될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미 백악관에서도 찬반양론이 거세게 부딪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열세가 확연해진 우크라이나의 패배 시 책임론과 러시아와의 전면 대결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과제이기 때문이다.● 美, ‘러시아 본토 타격 허용’ 첫 시사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9일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몰도바를 찾아 “우크라이나는 자국을 방어할 방안을 스스로 결정해야 하며, 미 정부는 필요에 따라 적응하고 조정할(adapt and adjust) 것”이라며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발언을 내놓았다. 실제로 이날 현장에서 한 기자가 “적응과 조정은 우크라이나가 결정하면 러시아 본토 타격도 가능하단 얘기냐”고 묻자, 블링컨 장관은 “맞다”고 답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 본토 타격을 공개적으로 지지하진 않았지만, 이를 수용할 수도 있다는 시그널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쪽 모두에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블링컨 장관의 발언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전날 공동 기자회견에서 “서방 무기를 활용한 러시아 군사기지 타격을 허용해야 한다”고 발언한 직후 나왔다. 최근 유럽에선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교장관 등이 잇따라 비슷한 주장을 내놓았다. 미국에서도 백악관에 ‘금기’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29일 전직 관료와 학자 60명이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 지원 무기를 활용한 러시아 본토 공격을 허용해야 한다는 서한을 보냈다. 나토 전 사령관이던 필립 브리드러브 전 주우크라이나 미국 대사 등도 동참했다.● 바이든, 유럽서 전략 수정 메시지 내나 백악관은 일단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블링컨 장관의 발언에도 “현재 정책에 변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 대신 우크라이나가 지상전에서 주력으로 사용하는 155mm 포탄의 생산량을 늘려 대폭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일각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다음 달 6일 프랑스에서 열리는 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 기념식과 이탈리아에서 예정된 13∼15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전략 수정을 시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나토 창설 75주년을 맞아 동맹국의 단결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이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은 무기 사용을 허용하더라도 우크라이나 공격과 직접 연루된 러시아 국경 군사목표물로 무기 사용을 제한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제한적으로 허용하더라도 전쟁은 러시아 본토로 강도 높게 확전될 가능성이 있다. NYT는 “미국이 (러시아에서) 무기 사용을 승인하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내부에 엄폐한 포병과 미사일 기지를 반격할 수 있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럴 경우 전쟁이 유럽 전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전술핵무기 훈련을 실시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8일 서방이 러시아 내부 공격을 허용하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확전 가능성을 경고했다. 영국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러시아 싱크탱크인 외교국방정책협의회의 드미트리 수슬로프 의원은 푸틴 대통령에게 서방을 위협하기 위해 ‘시범적으로’ 핵폭발을 고려할 것을 제안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5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의 우체국 ‘로열메일’이 체코 억만장자의 손에 넘어간다는 소식에 영국이 발칵 뒤집힌 분위기다. 영국 곳곳에 170년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빨간색 우체통이 영국의 상징으로 꼽히듯 로열메일은 영국의 정체성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성이 강해 공기업으로 운영되던 우편서비스가 민간으로, 그것도 외국인 소유로 넘어간다는 소식에 영국 소비자들의 불안감도 생겨나고 있다.아마존, 알리바바 등 신기술로 날개를 단 물류서비스가 진가를 내고 있는 요즘 영국의 로열메일은 왜 외국인 주인에게까지 팔리며 고전하고 있는 것일까. ● ‘출혈 경쟁’에 1조 원 넘는 손실 영국 더타임스는 29일(현지 시간) 로열메일의 모회사 국제소포네트워크 GSL이 로열메일을 체코의 억만장자 다니엘 크레틴스키에게 파는 데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크레틴스키는 로열메일을 주당 약 370파운드(약 64만 원), 총 35억7000만 파운드(약 6조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크레틴스키는 자신의 투자사 EP그룹을 통해 주당 320파운드에 매입하기로 1차 제안을 했다가 최근 입찰가를 370파운드로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로열메일의 지주회사인 IDS주가는 321.25파운드(약 56만 원)로 약 50파운드(약 9만 원)의 프리미엄이 책정됐다.크레틴스키는 에너지 분야에 주로 투자하다 분야를 넓히며 유럽 전역에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영국에선 대표적인 식료품점 세인즈베리와 프리미어 리그 축구 클럽인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웨스트햄유나이티드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1516년 헨리 8세가 설립한 로열메일은 근대 우편제도의 효시로 꼽힌다. 1840년 빅토리아 여왕의 초상이 그려진 세계 최초의 우표를 발행한 바 있다. 정부 산하기관으로 운영되던 로열메일은 경영이 어려워지며 2013년 민영화됐다. 독일, 오스트리아, 벨기에 등 우정사업을 민영화해 높은 수익을 거둔 사례를 벤치마킹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민영화도 효과를 못 내고 오히려 경영이 악화되자 다시 공공의 손으로 넘어갔다.● 수술통보 우편 ‘배송사고’까지현재 공기업으로 운영되는 로열메일이 다시 민간에 팔리게 된 이유는 경영 악화 때문이다. 로열메일의 지주회사 IDS는 2023년 회계연도에 6억7600만 파운드(약 1조 원)의 손실을 냈다. 그 원인은 복잡하고 다양하다. 기본적으로 편지 발송이 감소해 수요가 줄었다. 여기에 로열메일은 온라인 쇼핑몰의 급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이미 ‘출혈 경쟁’이 심한 소포 시장에 주력했다가 더 타격을 입었다. 노동조합과의 갈등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통신노조 조합원들은 작년에 몇 달 간의 파업 이후 새로운 임금협상을 하기로 투표를 했다”며 “이 때 노조원들은 경영진이 우편 서비스보다 소포 서비스를 우선시한다고 비판했다”고 설명했다.여러 난맥이 얽히며 서비스는 현저히 악화됐다. 로열메일은 영업일 기준으로 1일 내에 1급 우편물의 93%를 배달한다는 품질 목표를 뒀지만, 실제론 1급 우편물의 73.7%만 해당 기간에 배송했다. 배송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탓에 당국으로부터 벌금을 여러 차례 부과 받았다.로열메일에 치명적인 과오는 아픈 어린 아이의 가정에 병원의 검진 일정 통지서를 제때 배송하지 못한 사례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는 로열메일을 통해 자스민 몰튼 씨 가정에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들의 검진 일정을 통보하는 우편을 보냈다. 하지만 이 편지가 제때 가정에 전달되지 못하는 바람에 아이들은 지난해 12월 말 진행했어야 할 수술을 놓쳐 버렸다. ● 총선 앞두고 정치권 개입할 듯로열메일이 실제 크레틴스키의 손으로 넘어가기까진 난항이 예상된다. 로열메일이 유서 깊은 영국의 기업인만큼 정치권이 인수를 막도록 개입할 의지를 밝히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거래는 영국에서 총선발표가 난 지 불과 며칠 만에 이뤄졌다”며 “7월 4일 총선에서 승리할 것이 유력한 야당 노동당은 이 거래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노동당 소속인 조너선 닐 레이놀즈 영국 산업 및 무역부 차관보는 “로열메일은 우리 사회와 인프라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하는 영국의 상징적 기관”이라며 “노동당은 로열메일의 부인할 수 없는 정체성과 공공성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에서 불거지는 경제 이슈가 부쩍 늘었습니다. 경제 분야 취재 경험과 유럽 특파원으로 접하는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 유럽 경제를 풀어드리겠습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사람 손을 타지 않고 550년이라는 세월이 만들어 낸 우리 숲의 본모습입니다.” 이봉우 광릉숲보전센터장은 9일 일반인 출입이 통제된 경기 포천시 광릉숲 안에 있는 생태연구타워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755ha(헥타르) 규모의 천연림 핵심구역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축구장 1000개가 넘는 광활한 숲에 바람이 일자 마치 초록색 파도가 일렁이는 듯했다. 광릉숲은 1468년 조선 세조대왕릉의 부속림으로 지정된 이래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다. 소리봉과 죽엽산 일대에 있는 광릉숲 핵심구역은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556년 동안 훼손이나 인위적 간섭 없이 자연 그대로의 숲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연구용 시설물과 숲길인 임도(林道)뿐이다. 그러다 보니 동식물과 곤충의 생태계가 촘촘해 생물다양성의 터전일 뿐만 아니라 숲의 성장 과정이 남아 있어 학술적으로 가치가 높다. 이 센터장은 “숲 전체가 하나의 연구실”이라며 “현재 생물다양성 목록화, 인공림 자연 회복성, 천연기념물 복원 등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생물다양성의 보물창고 이곳은 2010년 6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등재됐다. 전 세계적으로도 748곳뿐이다. 국내에는 광릉을 포함해 설악산, 제주, 강원 등 9곳이 생물권보존지역으로 지정됐다. 광릉숲에서 관찰 기록된 자생 생물은 곤충 3932종, 식물 946종, 고등균류 694종, 조류 187종 등을 포함해 모두 6251종에 이른다. 광릉숲은 ‘K원시림’으로 국내 숲 발전 방향의 기준점 역할을 한다. 출입 통제 속에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온대 중부 일반 산지 식생’(해발 800m 이하)이 자연 그대로 남아 있다. 특히 숲의 식생 변화 가운데 안정기에 접어든 온대 활엽수 극상림(極相林)을 이루고 있다. 556년이 응축된 숲의 정보는 훼손된 숲 복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해가 중천에 뜬 9일 정오에도 숲 안은 온통 그늘졌다. 이곳에서 접한 수령 250년 넘은 갈참나무의 몸통은 성인 3명이 팔을 벌리고 안아도 넘칠 만큼 웅장했다. 썩어서 쓰러진 나무에서는 버섯과 곤충, 이끼류 등이 둥지를 틀어 작은 생태계가 꾸려졌다. 김아영 국립수목원 임업연구사는 “다양한 생물이 어울려 살아서 병충해 약을 뿌리지 않아도 숲 스스로 건강을 유지한다”라고 했다. 국내에서 해발 800m 이하 일반 산지는 대부분 농업이나 땔감용, 인공림 등으로 쓰이며 온전한 모습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광릉숲은 서어나무와 졸참나무 등 활엽수림을 중심으로 저해발 산지 식생의 본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조용찬 국립수목원 임업연구사는 “광릉숲은 봉우리, 능선, 사면, 하천 범람원 등 모든 환경이 연결돼 상호작용하면서 생물다양성의 보물창고가 됐다”면서 “숲을 조성할 때 답안지로 활용할 수 있는 정보 저장고”라고 평가했다. 생태계에서 자연적으로 자라 가슴높이의 몸통 둘레가 3m 이상 자란 나무를 ‘큰 나무(산림유존목)’라고 한다. 전국에 837그루가 있는데 광릉숲에만 18그루가 있다. 광릉숲 천연림을 대표하는 식생은 서어나무와 졸참나무다. 서어나무는 풀, 작은 나무, 침엽수, 활엽수 단계로 이어지는 숲 식생의 변화 과정에서 가장 마지막 단계에 나타나 우위를 점해 ‘숲의 지배자’로 불린다. 이 덕분에 주로 말라서 죽은 서어나무에서 서식하는 천연기념물 제218호인 장수하늘소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광릉숲에서만 살고 있다. 이 밖에 하늘다람쥐, 황조롱이, 까막딱따구리 등 천연기념물 19종(조류 17, 포유류 1, 곤충 1종)이 산다.● 기후변화 대응할 숲의 기준으로 광릉숲의 촘촘한 생태계는 학술적으로 가치가 크다. 이곳의 연구 결과는 미래 K숲의 기준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광릉숲의 각종 생태 정보들을 통해 숲의 자연성 회복 과정과 변화 속도를 파악해 미래 인공림을 만들 때 천연림과 비슷한 생태계를 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광릉숲은 직접적인 탄소저감 효과와 더불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건강한 후대 숲을 양성하는 기준이 된다. 국립수목원이 발행한 광릉숲 시험림 보고서에 따르면 1ha 면적에 서어나무, 갈참나무 등 30개 종의 나무가 자란 것으로 조사됐다. 연간 이산화탄소 저장량은 1ha당 639.2t(2022년 기준)으로 파악됐다. 연간 1만5000km 주행한 승용차 266대가 내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638.4t과 비슷한 수준이다.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후대 광릉숲을 만들기 위한 작업도 진행 중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올해 강원, 충남, 경북, 전북, 인천, 대구, 부산 등 24개 지역 56ha에 대해 산림복원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절반은 비무장지대(DMZ) 일대 복원사업이지만, 산림생물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작업도 있다. 예를 들어 대구 남구 수목원에서는 희귀식물로 지정된 가침박달나무 복원이 한창이다. 2000년 9월 300그루가 자생하던 가침박달나무는 현재 50그루밖에 남지 않은 상태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산림은 보전과 이용이 균형을 이뤄야 지속 가능한 자원으로 경쟁력이 있다”며 “생태계가 두터운 광릉숲은 연구 대상이자 멸종 위기종의 마지막 안식처로서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곤충 왕국 광릉숲, 장수하늘소 멸종 막을 최후의 보루” 식생 풍부하고 고목 등 환경 조성매년 15마리 자연방생 ‘복원 작업’ 광릉숲의 또 다른 이름은 ‘곤충 왕국’이다.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에 보고된 곤충은 총 2만710종이다. 이 가운데 19%인 3932종이 광릉숲에 산다. 전국에 있는 곤충 5종 중에서 1종이 이곳에 사는 셈이다. 식생이 풍부해 나무가 다양하고, 나무가 죽어 고목이 되면 그 안에 곤충이 모일 수 있는 환경 덕분이다. 광릉숲을 대표하는 곤충인 장수하늘소는 최근 5년 동안 야생에서 총 30마리가 발견됐다. 2020년에 만든 산림곤충스마트사육동에서는 장수하늘소 복원작업이 한창이다. 자연에서는 부화하려면 최대 7년이 걸리지만, 사육동에서는 16개월이면 성충이 된다. 연간 500여 마리 개체수를 유지하고 매년 15마리 정도를 자연에 돌려보낸다. 몸에는 소형 위치추적기를 달아 2∼3주 정도 움직임을 파악한다. 지난해에는 방생한 암컷과 야생 수컷이 교미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김일권 국립수목원 임업연구사는 “장수하늘소는 중남미에도 분포해 지구 형성 초기 판게아 대륙이 갈라졌다는 증거가 되는 중요한 곤충”이라며 “광릉숲은 장수하늘소 절멸을 막을 수 있는 최후의 보루”라고 했다. 광릉숲에서 처음 발견돼 이름에 ‘광릉’이 붙은 곤충도 있다. 2017년 3월 서어나무 고사목에서 광릉왕맵시방아벌레 10여 마리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 맵시방아벌레류는 서어나무에서 성충 상태로 겨울을 나는데, 그동안 일본 산간 지역에서 발견돼 일본 특산종으로 알려졌다가 국내 서식이 확인됐다. 맵시방아벌레는 소나무재선충병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 유충을 잡아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릉왕모기는 다른 모기에 비해 몸집 크기가 두 배 이상 크다. 애벌레(장구벌레)는 나무구멍이나 지표면의 고인 물에 서식하며 다른 모기의 유충을 잡아먹고 자라 ‘모기를 먹는 모기’로 유명하다. 초록하늘소는 1986년 광릉 채집 기록 이후 29년 만인 2016년에 다시 발견됐다. 이처럼 광릉숲에는 환경부에서 지정한 멸종위기종 281종 가운데 21종이 서식한다. 조류 6종, 곤충류 6종, 포유류 4종, 파충류 2종, 양서류, 육상식물, 고등균류(버섯) 각 1종씩이다. 산림 생태계 안정에 필요하고 학술적 가치가 높아 우선 보호해야 하는 특별산림보호대상 53종 가운데 광릉골무꽃, 참작약 등 식물 2종과 노란달걀버섯, 산호침버섯, 연기색만가닥버섯, 잎새버섯, 자흑색불로초, 차가버섯 등 버섯 6종이 광릉숲에서 자란다. 특별취재팀▽팀장 강경석 사회부 차장 coolup@donga.com▽이상훈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김소민 명민준 기자(이상 사회부)}

유럽에서 서방 무기를 활용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타격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러시아의 대대적인 공세로 전쟁의 추가 기울자 위기감이 커진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방을 향해 ‘심각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8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의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에 (러시아의) 미사일 발사 지점을 공격하면 안 된다고 한다면, ‘우리가 무기는 제공하겠지만 당신들은 스스로 방어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셈”이라며 서방 무기를 활용한 러시아 군사기지 타격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숄츠 총리 역시 “우크라이나는 국제법상 모든 권한을 갖고 있고, 이를 명시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며 동의의 뜻을 밝혔다. 양국 정상의 발언은 최근 여러 유럽 지도자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24일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나토 동맹국들은 우크라이나가 서방 무기로 러시아 군사시설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한 조치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교장관도 이달 초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목표물을 공격하기 위해 서방 무기를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방은 앞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며 나토와 러시아의 전면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경계해 무기 사용 제한 조건을 걸었다. 이 때문에 전쟁 2년 3개월여 동안 우크라이나는 자체 생산한 무인기(드론)로 러시아 영토 내 정유시설 등을 제한적으로 공격해왔다. 하지만 미국의 무기 지원 공백을 틈타 러시아의 영토 점령이 거침없이 빨라지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17일 AFP통신에 “서방이 제공한 무기를 러시아 영토 공격에 쓸 수 없다 보니 러시아가 전쟁에서 유리해졌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지원의 ‘큰손’인 미국은 이날 “현재 시점에서 우리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당장 전략이 바뀔 가능성은 낮지만 유럽 지도자들이 계속 가세하며 기조가 바뀔 수도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러시아는 자국 본토 공격론에 대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날을 세웠다. 푸틴 대통령은 28일 “유럽 국가들은 그들이 무엇을 가지고 놀고 있는지 직시해야 한다”며 “작고 인구 밀도가 높은 나라들은 러시아 영토 공격 전에 꼭 명심할 게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면 전술핵 등으로 반격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