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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군사 지원을 거론하며 “한국의 평균 관세율이 (미국보다) 4배 높다”고 주장하면서 한국에 대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청구서가 가시화되고 있다. 안보를 볼모로 관세와 방위비 분담금 인상, 주한미군 재조정 등에 대한 압박을 본격화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산 철강·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12일까지 불과 5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탄핵 정국 장기화로 인한 대응 공백으로 한국이 ‘트럼프발 태풍’을 직격타로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5일(현지 시간)부터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마이클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과 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장관급 접촉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외교장관, 산업장관에 이어 세 번째다. 신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언에 대해 “통상 관계 부처가 미국 상무부나 무역대표부(USTR) 등과 긴밀히 협의가 되고 있어서 좋은 결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왈츠 보좌관은 관세 업무와 직접 관계가 없는 만큼 관세 분야에서 구체적인 협의가 이뤄지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백악관은 이날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자동차 관세 부과를 다시 한 달간 유예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수차례 회담을 가진 캐나다와 멕시코 정상이 미국의 관세 부과 시 “보복관세로 대응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낸 가운데 이들 국가에 제조 시설을 두고 있는 미국 자동차 기업들이 관세 부과 계획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과 함께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가 예고된 일본, 상호관세 부과 대상으로 거론되는 인도 등도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관세 면제 등을 논의했다. 하지만 국정 리더십 공백이 계속되고 있는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와 수시로 관세 등 현안을 논의할 상설 고위급 채널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관세 면제를 논의하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국을 방문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관세와 에너지 등 5개 분야 실무협의체를 만들기로 했지만 아직 협의체도 구성되지 않은 것.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행정부 상무부와 USTR 실무진이 아직 구성되지 않은 만큼 실무급 협의체가 단기간 의미 있는 논의를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은 “미 측에 트럼프 발언의 시비를 따지기보다 유연하게 협상에 임할 수 있다는 인상을 줘야 한다”며 “최상목 권한대행이 한미 채널을 잘 조정하면서 안보, 통상 종합 패키지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대행체제’ 한국, 트럼프 맞상대 없어… 美관세 대응 카드 안보여[몰아치는 트럼프 스톰]美 ‘상호관세’ 한달도 안남았는데… 韓, 계엄이후 ‘정상 공백’ 이어져관세협상 대응 컨트롤타워 ‘고장’“카드도 없이 美에 끌려다닐 우려”“한국에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게 불투명하다.”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다음 달 2일(현지 시간) 전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한국이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될지에 대해 정부 당국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발 관세 폭탄’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는 의미다.하지만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정국으로 인한 ‘정상 공백’이 길어지면서 관세 문제를 둘러싼 한국의 대응이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이나 호주 등 주요국이 정상 외교를 통해 발빠른 대미투자를 약속하며 관세 면제를 요구한 것과 달리 한국은 관세 문제 등을 논의할 실무급 협의체도 아직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대선 공약이었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에 한국의 참여까지 기정사실화하고 나서면서 우리 정부가 대미 협상에서 쓸 카드를 잃고 청구서만 받아들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에도 가시화된 관세 위협트럼프 대통령은 4일 열린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상호관세 시행 배경을 설명하면서 “유럽연합(EU), 중국, 브라질, 인도, 멕시코, 캐나다 등이 우리가 그들에게 부과하는 관세보다 훨씬 더 높은 관세를 매겨 왔다”며 “한국의 평균 관세는 우리의 4배”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 군사적으로나 다양한 방식으로 엄청난 지원을 제공하지만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관세 부과 계획을 밝힌 중국과 캐나다, 멕시코 등은 물론이고 EU와 인도, 브라질 등은 일찌감치 상호관세 부과 대상으로 거론됐던 곳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정부는 한미 간의 관세율은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거의 없는 것과 다름없다는 점을 트럼프 행정부에 강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기획재정부는 이날 정부 요청으로 세계은행 무역통합시스템(WITS)상 한국의 대(對)미 실효관세율(2022년 기준)이 13.6%에서 3.91%로 수정됐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실효관세율 등을 기준으로 상호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에 대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역시 한국 정부가 추산하는 실효 관세율(0.79%)보다는 여전히 높다.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을 맺고 있는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서도 펜타닐의 미국 유입에 대한 조치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국에 대해서도 방위비 분담금 등을 명분으로 관세 압박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韓 컨트롤타워 부재에 “청구서만 받아올 수도”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트럼프 행정부와 관세, 에너지, 조선 협력, 알래스카 가스 개발 등을 논의할 국장급 실무협의체 구성을 준비 중이지만 아직 가동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다음 주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의 회담에서 한국에 대한 철강 관세 조치를 면제해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관세 발표와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오히려 한국이 미국의 청구서만 받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한국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 개발 사업’ 참여를 기정사실화했다. 이 사업은 미국 기업들이 사업성이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투자를 포기한 바 있다. 반길주 국립외교원 조교수는 “정부 당국은 협력 카드를 한꺼번에 내놓지 말고 살라미 전술식으로 아껴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트럼프 대통령이 안보와 통상 문제를 연계할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정부 ‘컨트롤타워’가 마땅치 않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대통령실이 컨트롤타워가 돼서 각 부처 의견을 조율해야 하는데 지금 그런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정상 간의 ‘톱다운 담판’을 선호하는 트럼프와의 정상 외교가 불가능하다는 근원적 한계도 있다”고 했다. 곽노성 동국대 국제통상학과 명예교수는 “리더십 부재는 한국의 한계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뿐만 아니라 재계와 산업협회들까지 총력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정책차관 후보자(사진)는 4일(현지 시간) “한국의 정치적 상황(political dynamics)을 보면 한미일 3자 협력이 지속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비상계엄 사태와 국정 공백 등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고위 인사가 한국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콜비 후보자는 이날 미 상원 군사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다자간 협력체엔 많은 사전 작업과 정치적 자본이 투입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역내 더 많은 다자협력체가 구축될 수 있지만 ‘아시아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같은 거창한 목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탄핵 정국 장기화로 인한 국정 공백과 한국의 정치 상황에 따라 한미일 안보협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책차관은 국방장관과 부장관에 이은 3인자로 군사 동맹 관계를 포함한 안보 전략을 실질적으로 총괄한다.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은 “비상계엄 사태로 한국은 국가 신뢰도에 치명상을 입은 상황”이라며 “한국의 정치적 불안정이 장기화된다면 미국과 일본이 확신을 갖고 한국과 대화를 계속해 나가기가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韓 국정공백 우려 꺼낸 美… 한미일 안보협력 범위 축소 가능성[안보에도 트럼프 스톰]국방차관 후보자 “3국협력 불확실”탄핵정국에 한미 정상외교 스톱… 美 외교전략 재편과정 소외 위기콜비 “한국과 전략협력 옵션 검토”… 전작권 이양엔 “동맹 힘 실어줘야”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 후 한국의 정치 불확실성에 대한 첫 우려를 표하면서 한미 외교 공백 리스크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외교전략을 재편하고 나선 가운데 한국의 정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와 함께 한미일 3국 안보 협력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공개적으로 제기된 것. 일각에선 한미일 안보 협력의 범위가 전임 조 바이든 정부 때보다 줄어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한미 외교 공백 장기화 리스크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차관 후보자는 4일(현지 시간)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열린 인준청문회에서 인도태평양에서 중국 견제를 위한 역내 동맹에 대한 질문을 받고 “우리는 일본, 한국, 필리핀과 매우 강력한 동맹을 맺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의 현 정치 상황에 대해선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지난해 초 한국을 방문했는데 미국, 일본, 한국 간 3자 협력에 대해 어떤 면에서는 고무적(encouraging)이지만 지난 6∼8개월 동안 한국의 정치 상황을 보면 이것이 지속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자간 협력체엔 많은 사전 작업과 정치적 자본이 투입된다”고 덧붙였다. 콜비 후보자는 한국의 ‘정치적 상황’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정치권의 극단 대치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동, 탄핵 정국으로 인한 국정 공백 등 정치적 불안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계속되면 한미일 3각 안보 협력을 트럼프 행정부 2기 인도태평양 전략의 주축으로 삼기 어려울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일본, 인도와 정상회담, 호주와는 정상통화를 갖는 등 아시아 주요국과의 외교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한미 간 정상외교는 ‘올스톱’ 상태다. 외교 공백이 지속되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외교 전략을 재편하는 시점에 한국의 한미동맹 전략이나 한국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오해를 바로잡을 채널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현욱 세종연구소장은 “트럼프 행정부 안팎에선 한국 정치의 불확실성이 큰 리스크로 인식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미일 3자 협력체도 축소 우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 인도태평양 전략의 주축이었던 한미일 3각 협력의 역할이 축소되고 북한과 중국 견제에 대한 한국의 기여를 높이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콜비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북한 핵무기를 거론하면서 “한국과의 전략적 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추가 옵션을 검토해야 한다”고도 했다. 또 서면 답변에선 전시작전통제권 이양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비전에는 한국과 같이 유능하고 의욕적인 동맹국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북핵 대응에 대한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안보는 물론이고 첨단 기술과 글로벌 공급망 등을 망라했던 한미일 3국 협력 범위도 북한 대응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콜비 후보자는 지난해 허드슨연구소 연설에서 “현실적으로 이 3각 협력이 미국의 전략적 부담을 얼마나 덜어줄 수 있는지를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면서 “각국의 국방 예산 증가, 실질적 군사 기여 수준, 그리고 정치적 안정성 등이 핵심 평가 기준”이라고 했다. 콜비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일본에 대해서도 “일본이 현재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로 이전에 비해 두 배로 늘리겠다는 계획은 중요하고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불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는 5일 국회에 출석해 “일본의 방위비는 일본이 결정한다”며 “정부로서 필요하면 예산에 올리는 것으로,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가 말한다고 정하는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와서 차 한잔하지? 어떻게 갑자기 지원하게 됐어?” 2019년 11월 충북선거관리위원회 사무실. 옥천군 공무원 A 씨가 경력채용 원서를 내러 가자 채용을 총괄하던 담당 과장 B 씨는 이같이 말하며 A 씨를 따로 불러 커피를 마셨다. B 씨는 충북 지역 선관위에서 일하던 A 씨 아버지의 동기였다. 다른 응시자들이 원서 접수를 마친 뒤 면담 없이 돌아간 것과는 확연히 다른 대우였다. 지역 시도 선거관리위원회 간부의 자녀들이 경력 채용 원서를 제출할 때부터 ‘아빠 친구’인 선관위 직원들로부터 특혜를 받아온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지역 선관위 직원들은 길게는 수십 년간 한 지역에서 순환 근무를 하기 때문에 서로 가족관계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채용 특혜가 발생할 위험이 큰데도 중앙선관위는 시도 선관위의 채용 과정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 ‘아빠 찬스’에서 ‘삼촌 찬스’까지 4일 감사원의 감사보고서 등에 따르면 A 씨 아버지는 충북선관위 경력 채용이 진행되던 2019년 11월 동기인 B 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아들의 소속 기관인 옥천군에서 선관위 전출을 동의해주지 않는다”며 도와달라고 했다. 그러자 B 과장은 옥천군선관위의 부하 직원을 시켜 “군수를 만나 전출 동의를 받아오라”고 지시했고 옥천군수는 A 씨의 전출에 동의해줬다. 면접에는 B 과장이 면접위원으로 들어갔고, A 씨는 최종 합격했다. 선관위 직원들이 내부망을 통해 경력 채용이 예정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서슴없이 담당자를 찾아가 자녀나 조카 등의 채용을 청탁한 사례도 확인됐다. 경남선관위 과장은 2021년 6월 경력 채용 실시 안건이 논의되자마자 담당 계장을 빈 사무실로 데려가 자신의 딸이 채용에 지원할 것이라고 알렸다. 중앙선관위의 한 직원도 2021년 내부망에 경력 채용 예정 문서가 게시되자마자 문서를 작성한 담당자를 찾아가 “보성군에서 일하는 조카가 선관위 전입을 갈망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딸과 조카는 모두 채용됐다. 한 지역에서 오래 근무했던 지역 선관위 관계자들이 지원 서류만 보고 응시자의 가족관계를 파악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김세환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의 아들이 경력 채용 응시 원서를 냈을 때 당시 강화군선관위와 인천선관위의 담당자들은 대부분 김 전 사무총장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김 전 사무총장은 물론이고 배우자와 자녀, 며느리도 모두 강화군 공무원 출신이라 이미 지역 선관위나 강화군 내부에서 김 전 총장 가족의 신상이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선관위 담당자가 한 지원자의 응시 원서를 보고 고위직 자녀라는 사실을 파악해 이를 채용 담당 계장 등에게 알려 특혜를 준 사례도 있었다.● ‘특혜 채용’ 10명 그대로 근무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은 공무원임용시험령에 따라 공무원을 경력 채용할 때 최종합격자 발표 전 채용점검위원회를 꾸려 채용 과정이 적절하게 이뤄졌는지 점검한다. 하지만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이유로 채용 점검을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다. 중앙선관위는 감사원의 요구에 따라 2020년부터 중앙선관위 경력 채용에서 ‘채용점검’ 절차를 실시했지만 각 시도 선관위의 경력 채용은 아예 점검하지 않았다. 한편 특혜 채용 문제가 불거진 김 전 사무총장 아들을 비롯한 10명은 여전히 선관위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중 5명은 2023년 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 논란이 일자 직무배제 조치됐지만 지난해 1월 22대 총선 업무 등을 이유로 업무에 복귀했다. 선관위는 재직 중인 특혜 채용 대상자 10명에 대한 후속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선관위는 이날 “지방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경력경쟁 채용제도는 현재 실시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실시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여부를 두고 고심하는 가운데 대다수 국무위원들은 “당장 임명하지 말고 숙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 후보자 임명 문제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에 미칠 영향은 물론이고 향후 국정 전반에 불러올 파장이 큰 데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전에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심사숙고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4일 정부 고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30분가량 진행된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대다수 국무위원들은 마 후보자 임명에 대해 숙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고 한다. 특히 이완규 법제처장 등 간담회 참석자들은 한 총리의 직무 복귀 가능성이 있는 만큼 최 권한대행이 마 재판관을 임명하면 안 된다는 취지로 발언했고 많은 참석자들이 이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권한대행은 참석자들의 의견을 경청하면서도 본인 입장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고 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최 권한대행이 참석자들 의견을 듣고 이에 ‘잘 알았다’는 취지로만 답했을 뿐 본인의 입장에 대해선 가타부타 얘기를 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최 권한대행은 헌재의 결정은 존중한다는 기조 아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면서 마 후보자 임명 시기를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마 후보자 임명을 국정협의회 재개의 조건으로 내세우는 반면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마 후보자 임명을 반대하며 단식 농성까지 벌이고 있어 최 권한대행도 서둘러 임명권을 행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국군 체육부대가 경쟁자보다 평가 점수가 낮은 선수를 체육특기병으로 선발한 사실이 감사원에 적발됐다. 감사원이 4일 공개한 국방부 정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국군 체육부대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남자축구를 비롯한 14개 종목에서 781명을 선발하면서 평가점수 순위상 합격권에 없던 47명을 과거 국가대표로 활동했다는 이유 등으로 특기병으로 선발했다. 평가점수 순위가 낮은데도 선발된 선수는 야구 종목에서 18명, 남자축구 7명, 레슬링 4명, 사격 3명 순이었다. 군은 체육특기병을 뽑을 때 경기 전적과 대표 경력, 체력평가 등이 포함된 평가점수를 별도의 위원회에서 매겨 특기병 선발 여부를 결정한다. 점수가 낮은 선수를 선발하려면 선발위원회 위원장이 별도로 사유서를 작성해야 하지만 47명 중 24명은 이 같은 사유서도 제출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대표적으로 국군 체육부대는 2023년 경쟁 선수보다 평가점수가 19.3점 낮은 수영 선수 A 씨를 특기병으로 선발했다. 그가 출전했던 자유형 단거리 수영대회에서 우수한 기록을 거뒀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 같은 대회 전적은 이미 A 씨의 평가점수에 반영돼 있었다. 체육부대는 또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음주운전이나 불법도박, 성범죄 등으로 징계 대상인 선수 51명 중 40명에 대해 경기 출전 제외 등 임무 수행을 제한하기 위한 심의를 건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체육부대에 대해 기관주의 조치를 내렸다. 군인이나 유공자의 복지를 위해 운영 중인 군 마트에서 민간업체 28곳이 화장품이나 홍삼 같은 제품 4억여 원어치를 대량 구매한 뒤 시중에 판매해 부당이익을 챙겨 온 사실도 확인됐다. 감사원은 군 내부 규칙 등으로 군 마트 물건을 재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보고서에서 강력한 전자기파로 기기와 전력망을 마비시키는 ‘전자기펄스(EMP)’ 공격에 대한 군의 방호시설 구축 계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북한 등의 EMP 공격에 대비한 방호시설 구축 사업 완료 시기를 2051년에서 2039년으로 앞당겼으나 이 같은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감사원은 또 적의 동향을 감시하는 경계용 드론이 기준 성능에 미달한 사례도 드러났다고 밝혔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여부를 두고 고심하는 가운데 대다수 국무위원들은 “당장 임명하지 말고 숙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 후보자 임명 문제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에 미칠 영향은 물론 향후 국정 전반에 불러올 파장이 크고,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전에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심사숙고가 필요하다는 취지다.4일 정부 고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30분 가량 진행된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대다수 국무위원들은 마 후보자 임명에 대해 숙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고 한다. 특히 이완규 법제처장 등 간담회 참석자들은 한 총리의 직무 복귀 가능성이 있는 만큼 최 권한대행이 마 재판관을 임명하면 안 된다는 취지로 발언했고 많은 참석자들이 이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최 권한대행은 참석자들의 의견을 경청하면서도 본인 입장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고 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최 권한대행이 참석자들 의견을 듣고 이에 ‘잘 알았다’는 취지로만 답했을 뿐 본인의 입장에 대해선 가타부타 얘기를 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이에 따라 최 권한대행은 헌재의 결정은 존중한다는 기조 아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면서 마 후보자 임명 시기를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마 후보자 임명을 국정협의회 재개의 조건을 내세우는 반면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마 후보자 임명을 반대하며 단식 농성까지 벌이고 있어 최 권한대행도 서둘러 임명권을 행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마은혁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 등에 대해 의견을 청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내부에선 여당이 마 후보자 임명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마 후보자 임명이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3일 정부 등에 따르면 최 권한대행은 4일 오전 국무회의 전후로 열릴 비공개 간담회에서 국무위원들로부터 마 후보자 임명에 대한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다만 최 권한대행이 이날 마 후보자를 곧장 임명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분위기다. 지난달 27일 헌재는 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게 국회의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하면서도 마 후보자 임명 시한을 못 박지 않았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민생경제를 비롯한 중요 사안들이 쌓여 있는 만큼 마 후보자 임명에 대해서도 충분히 의견을 듣고 순차적으로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최 권한대행은 ‘명태균 특검법’에 대해서는 소관부처인 법무부의 검토 의견을 받아본 뒤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명태균 특검법의 거부권 행사 시한은 이달 15일까지다. 정부 내부에선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을 모두 수사할 수 있도록 한 특검법 조항에 대해 “무한 별건수사를 허용해 위헌적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조직 정화를 위한 특별위원회(가칭)’ 설치를 검토하고 나섰다. 직원 자녀 특혜 채용 등 대규모 채용 비리에도 헌법재판소가 “선관위는 감사원의 감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고하면서 국회가 특별감사관 설치 등을 추진하자 자체 쇄신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 하지만 ‘셀프 개혁’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선관위 고위 관계자는 3일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감사원 감사 결과를 통해 선관위 조직 운영과 인사에서 여러 가지 난맥상이 드러났다”며 “외부 인사가 대대적으로 참여하는 객관적인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조직 정화 작업을 하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대국민 사과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노태악 선관위원장이 직접 선관위 개혁 방안 마련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선관위는 2023년 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 논란이 불거지자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한 감사위원회 등을 설치하겠다는 자체 혁신안을 내놓은 바 있다. 선관위의 자체 개혁안 발표는 국회에서 선관위 감시·견제 기구 설치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국민의힘은 선관위를 감사하는 한시적 기구를 설치하는 내용의 특별감사관법 당론 발의를 준비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성회 대변인은 이날 “선관위가 독립적이고 공정한 선거사무관리 기관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제도 개선 논의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선관위 과거에도 ‘셀프 쇄신’ 한계… 혁신위-감사위 모두 흐지부지조직정화특위 구성 검토 논란… 직원자녀 특혜채용 등 논란때마다자체 개혁기구 내놨지만 효과 못봐… “내사람 감싸기 관행 뿌리박힌 탓”‘세컨드폰’ 파문 김세환 前사무총장… 작년 與보선 출마, 정치중립 논란도“헌법재판소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감사원의 직무 감찰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는데, 비판적인 국민 여론에 더 불을 지핀 것 같다. 절박감을 가지고 ‘조직 정화를 위한 특별위원회’ 등을 고민하고 있다.”선관위 고위 관계자는 3일 조직정화특위(가칭) 설치를 검토하는 것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감사원 감사를 통해 선관위 채용 비리가 만연했음이 드러난 만큼 대국민 사과와 함께 전면적인 조직 쇄신 방안을 내놔야 한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과거 논란이 터질 때마다 선관위가 자체적으로 꾸렸던 혁신위원회나 조직·인사 개선 추진 기구가 결국 ‘셀프 개혁’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비판을 받아온 만큼 이번 혁신안을 두고도 논란이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관위 ‘셀프 쇄신’ 실효성 의문선관위는 새롭게 구성되는 조직정화특위를 전원 외부 인사로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선관위가 감사원의 직무 감찰 대상이 아닌 것으로 헌재가 판단했지만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결국 외부 인사로 구성된 객관적인 특위를 통해 쇄신 방안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선관위 고위 관계자는 “선관위 내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외부의 객관적인 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선관위는 2022년 대선 이후 수차례 자체 쇄신 방안을 내놨다. 2022년 3월 대선에선 유권자들이 기표한 사전투표 용지를 소쿠리에 담아 옮기는 이른바 ‘소쿠리 투표’로 사전투표 관리 부실 논란 등이 일자 조병현 선관위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선거관리혁신위원회를 구성했다. 선거관리혁신위는 같은 해 3월부터 약 한 달간 활동한 후 혼잡 사전투표소 지정 및 특별관리 등 사전투표 관리·운영 개선 방안과 감사 기능 강화 등의 대책을 발표했으나 근본적 조직 혁신은 뒤로 미뤘다는 지적을 받았다.선관위는 2023년 10월 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이 거세게 제기되자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독립적 감사위원회 설치를 공식화했다. 하지만 감사위원회 첫 회의가 석 달 뒤인 2024년 1월 열리는 등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선관위는 또 지난해 5월 조직 개편 개선 방안 등을 마련하기 위해 조직·인사 개선 추진 기구를 설치했지만 국정감사에선 이 기구에 참여한 추진단장 등 14명 모두가 내부 인력으로만 구성돼 자정 기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의힘 이달희 의원은 “내부 인력만으로 공정하고 합리적인 인사 규정을 도출해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내 식구 감싸기 관행이 뿌리박힌 결과”라고 했다.● 선관위, 정치적 중립성 논란도선관위의 특혜 채용 문제는 김세환 전 선관위 사무총장의 ‘세컨드 폰’과 지난해 인천 강화군수 보궐선거 출마 논란으로 정치적 중립성 문제로 확산하는 모양새다.감사원은 경력 채용 등 선관위 인력 관리 실태 감사보고서에서 김 전 사무총장이 2022년 1월 선관위 명의로 ‘세컨드 폰’을 개통해 정치인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김 전 사무총장은 지난해 10월 치러진 강화군수 보궐선거에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나섰으나 최종 경선에서 탈락해 공천은 받지 못했다.감사보고서에서는 아들 특혜 채용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사무총장이 아들에게 관사를 특혜 제공한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강화군에서 일하던 김 전 사무총장의 아들이 2020년 인천선관위에 특혜 채용된 뒤 관사 제공 대상이 아닌데도 김 전 사무총장의 지시로 관사를 배정받았다는 것. 선관위 직원들은 당초 감사 과정에서 이를 부인하다 감사원이 검찰에 김 전 사무총장에 대한 수사를 요청하자 뒤늦게 “김 전 사무총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소명서(자수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한편 선관위는 김 전 사무총장 등 고위직 채용비리로 논란이 커지자 내부 승진 관례를 깨고 2023년 사법연수원장을 지낸 김용빈 사무총장을 임명했다. 사실상 선관위 조직을 책임지는 사무총장에 외부 인사가 임명된 것은 35년 만이었다. 하지만 김 사무총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로 야당에선 “정부의 선관위 장악 의도”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김세환 전 선관위 사무총장 아들에게 관사를 특혜 제공한 사실에 대해 검찰에 수사요청된 뒤에야 “김 전 총장 지시가 있었다”며 기존의 허위 진술을 번복하는 소명서(자수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선관위 직원들은 김 전 총장에 대한 선관위 자체 감사와 감사원 감사 초기에는 “남는 관사 1채를 인천에 배정한 것”이라며 김 전 총장 지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선관위는 이런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전 사무총장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나 규정위반이 없었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특혜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을 깊이 인식한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그런데 이후로도 2년 넘게 허위 진술을 유지하던 이들이 막상 수사선상에 오른 뒤에야 돌연 자수서를 내고 사실을 털어놓은 것이다. 법조계에선 “선관위 셀프 감사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는 장면”이란 지적이 나온다. ● 수사요청된 뒤에야 “사실은…”3일 감사원의 ‘선관위 채용 등 인력관리 실태’ 감사보고서 등에 따르면 중앙선관위의 관사 업무 담당자였던 A 씨는 지난해 10월 감사원에 A4용지 2장 안팎의 소명서를 제출했다. 그가 기존에 했던 진술은 거짓이었고 사실은 상급자인 과장 지시를 받아 김 전 총장 아들을 위해 인천선관위의 관사를 한 채 늘려줬다는 자수서 성격의 내용이었다. 강화군에서 일하던 김 전 총장의 아들은 2020년 인천선관위에 특혜채용됐고 이후 선관위 내부 규정상 전보 대상이나 관사 제공 대상이 아닌데도 인천선관위로 자리를 옮겨 관사까지 제공받은 사실이 감사원 감사로 드러났다. A 씨는 2020년 12월 중앙선관위에서 관사 업무 담당자를 지내면서 김 전 총장 아들을 위해 부당하게 인천선관위 몫의 관사 한 채를 늘려줬다는 의혹을 받는 실무진이었다. 그는 2022년 김 전 총장 아들 특혜 의혹에 대한 선관위의 자체 감사 당시에는 “경북선관위가 청사를 이전해 여유 관사가 있었다”며 부당한 특혜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의 상급자였던 B 과장도 같은 진술을 했다. 이 내용은 선관위가 당시 공개한 자체 감사 결과에 그대로 담겼고, 이후 김 전 총장은 감사원에서 아들을 둘러싼 각종 특혜 의혹에 대해 “주변사람들이 과잉 충성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김 전 총장으로부터 관사 제공 관련 지시를 받지 못했다던 A 씨 등은 지난해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돌연 소명서를 냈다. 그는 소명서에서 기존 진술은 거짓이라고 밝히면서 “(상급자인) 과장의 지시로 인천선관위에서 관사 배정과 관련된 연락을 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 김 전 총장 아들에게 관사를 주기 위해서 중앙선관위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인 사실을 인정한 것. 이에 감사원은 선관위 직원들을 다시 불러 원점에서 조사했다. 이과정에서 김 전 총장이 2020년 12월 아들의 인천선관위 전입을 앞두고 중앙선관위의 담당 과장 B 씨에게 전화를 걸어 관사를 추가로 배정해줄 방법을 문의했고, 실무진들이 ‘인천선관위의 기존 원룸형 관사를 투룸으로 늘리는 방안’ 등이 담긴 보고서 등을 작성해 김 전 총장에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김 전 총장이 “다른 지역 관사를 조정해 보고하겠다”는 실무진에게 “인천에 어떻게든 하나 해달라” “무조건 1채 했으면 좋겠다”고 지시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B 과장을 비롯한 선관위 직원들은 “경북선관위 이전으로 남는 관사가 생겨 배정한 것”이라는 기존 진술에 대해서는 “선관위 자체 특별감사를 받으면서 개발한 논리”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선관위의 자체 특별감사를 앞두고 특혜 채용 의혹 등에 관련된 직원들 사이에 ‘말맞추기’ 등이 있었다고 인정한 것이다. ● “블라인드 채용”이라더니 메신저 기록 제시하자 진술 번복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연루된 선관위 직원들이 선관위 자체 감사를 앞두고 ‘말맞추기’ 등 증거 인멸에 나섰던 사례도 감사원 감사에서 적지 않게 확인됐다. 서울선관위 과장 C 씨는 2023년 5월 당시 서울선관위 상임위원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연루돼 선관위의 감사를 받게 되자 실무를 담당했던 계장에게 “면접 위원들에게 가족관계를 가린 정보를 제공했다고 하라”고 허위 진술을 지시했다. C 씨는 선관위 자체 감사 과정에서 본인도 “블라인드 채용이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당시 서울선관위가 면접위원들에게 인사기록카드의 가족관계란을 삭제하고 제공했다”는 이 내용은 중앙선관위가 같은해 공개한 자체감사 결과 보도자료에도 그대로 적혔다. 이후 C 씨는 감사원 감사를 앞두고 직원들에게 인사기록카드 등 주요 증거가 든 서류함을 “갈아버리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감사원이 디지털포렌식 등을 통해 당시 서울선관위 직원들이 주고받은 이메일 내용들을 복구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서울선관위 실무자들이 면접위원들의 평가 점수를 정리한 엑셀시트 초안과 이후 내정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조작한 최종 평가점수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 이후 서울선관위의 관계자들은 감사원에서 ‘말맞추기’를 비롯한 증거인멸 사실을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자녀 특혜채용 혐의로 수사요청 대상에 포함된 경남선관위의 D 과장도 선관위 자체 감사 직전에 동료에게 전화해 “내가 자녀의 채용 응시 사실을 서류전형 이후에 알았다고 진술하라”고 시켰다. D 과장 자녀 특혜 채용에 관여한 동료 직원들은 선관위의 자체 감찰 조사를 받은 뒤 “면접위원 변경 과정에서 D 과장이 자녀의 경력채용 응시 사실을 알았다고 하는게 좋겠다”며 구체적인 거짓진술 내용까지 공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헌법재판소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보류에 위헌 선고를 내린 가운데 마 후보자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마 후보자를 임명하라”고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일각에선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엔 마 후보자가 배제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마 후보자가 탄핵 심판에 참여할 경우 변론 갱신 절차(재판부가 바뀔 경우 기존 변론 녹음을 재생하는 절차)를 거쳐야 해 탄핵 선고가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신속한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이 지연돼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 국민의힘은 “마 후보자를 임명하라고 하더니 정작 탄핵 심판엔 참여하지 말라고 하며 곡예를 부리고 있다”며 “탄핵 선고를 앞당기기 위한 꼼수”라고 반발했다. 윤 대통령 측도 “마 후보자가 탄핵 심판에 참여하면 변론 갱신 절차를 철저하게 밟도록 요구할 것”이라는 입장이어서 향후 마 후보자의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참여 여부를 놓고 갈등이 불거질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헌재 ‘8인 체제’ 선고” 목소리 민주당은 28일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 최 권한대행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압박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정치적 술수를 앞세워 마 후보자 임명을 미루는 것은 헌법상 의무를 방기한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더 이상 미룬다면 대행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압박 수위를 높인 배경엔 전날 헌재 선고에도 마 후보자 임명 지연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내부 판단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최 대행은 4일 국무회의에서 마 후보자 임명과 관련한 의견을 들은 뒤 임명 시기 등에 대해 검토를 시작할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헌재 선고 직후 최 권한대행에게 서둘러 마 후보자를 임명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지만 최 권한대행은 임명 여부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내부에선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헌재의 탄핵 심판 선고가 이르면 다음 주로 예상되는 만큼 최 대행이 일단 한 총리에 대한 선고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한 총리가 복귀하면 또 어떤 이유로 마 후보자 임명을 미룰지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 후보자가 임명되면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히 적지 않다. 이에 따라 민주당에선 이날 “마 후보자가 임명돼도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엔 참여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공개적으로 나왔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날 “마 후보자는 즉각 임명돼야 한다”면서도 “(윤 대통령 탄핵 심판) 변론이 종결됐기 때문에 나중에 임명된 재판관은 빠지는 게 맞다. 현행 ‘8인 체제’ 선고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재판관이 추가돼 증거 조사 등을 다시 하게 되면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이 길게는 한두 달간 붕 떠버릴 위험이 있어 지도부가 고민이 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與 “李 선고 전 尹 탄핵 위한 꼼수” 비판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의원은 “윤 대통령 탄핵 선고 일자를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2심 선고보다 앞당기기 위해 꼼수를 부리는 것”이라며 “이제 와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말자고 말을 바꾸진 못하니 모순된 주장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 측은 탄핵 심판 선고 전 마 후보자가 임명될 경우 철저한 변론 갱신 절차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가 변론 갱신 절차를 단축하려 할 경우 윤 대통령 측이 “기존의 변론이 녹음된 파일을 법정에서 재생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절차적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것. 윤 대통령 측 관계자는 “만일 변론 갱신 절차가 이뤄진다면 변론이 4월 말이나 5월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안규영 기자 kyu0@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절도나 상해 등 범죄사건을 일으킨 선관위 직원에 대해 징계 절차를 밟지 않고 구두 주의나 경고 등 솜방망이 처분을 일삼은 사실이 드러났다. 선관위는 이에 대해 감사원에서 ‘헌법기관인 선관위는 일반 공무원과 다른 규정을 적용 받을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기도 했다. 28일 감사원의 선관위 감사 결과 보고서 등에 따르면 선관위는 직원들이 일으킨 범죄사건 36건 중 13건(36%)에 대해 징계 의결을 하지 않고 구두로 주의·경고 처분을 내렸다. 실제로 경기도선관위의 한 직원은 2020년 7월 절도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선관위는 이 직원에게 구두 경고 처분만을 내렸다. 솜방망이 처분을 받은 이 직원은 4개월 뒤에 또 절도를 저질러 법원에 벌금형에 해당하는 약식명령이 청구됐다. 그런데도 경기도선관위는 이 직원에 대해 “경기도선관위원장 표창을 받았다”며 견책 처분만 내렸다. 전남선관위 직원은 상해 혐의로 약식명령(주로 벌금)이 청구됐지만 선관위는 구두경고 처분을 내렸다. 광주선관위 직원은 교통사고 상해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지만 안전운행 촉구 처분을 받았다. 대통령 훈령에 따르면 공무원은 절도 등 범죄사건을 일으키면 기소유예 등의 처분을 받더라도 소속 기관이 여는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감봉이나 견책 이상의 징계를 받는다. 하지만 선관위는 자체 규정을 두고 선관위 직원의 직무와 관계없는 범죄에 대해서는 징계를 요구하지 않았다. 선관위는 2019년 이후 감사원으로부터 4차례에 걸쳐 이 규정을 개정하라는 요구를 받았지만 응하지 않았다가 2023년 특혜채용 의혹이 불거져 감사를 받게 된 뒤에야 규정을 개정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북한이 지난달 26일 서해상에서 전략순항미사일 발사 훈련을 했다고 28일 밝혔다. 앞서 1월 25일 때처럼 이번에도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하에 ‘북한판 토마호크’로 무력시위를 벌인 것. 미사일들은 각각 7961초와 7973초 동안 1587km 타원형 궤도로 비행한 후 표적을 명중 타격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 등은 전했다.북한이 쏜 순항미사일은 외형과 비행 제원을 고려할 때 ‘화살-1형’으로 군은 보고 있다. 1월 25일에 발사한 기종은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불화살-3-31형’ 개량형으로 추정된 바 있다. 군 관계자는 “지상은 물론이고 수중의 잠수함 등에서 쏠 수 있는 순항미사일의 실전 검증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라고 했다.순항미사일은 음속 이하로 탄도미사일(음속의 5배 이상)보다 느리지만 초저고도로 비행 경로를 바꿔 탐지, 요격이 힘들다. 북한이 이날 공개한 사진에도 순항미사일이 수면 위를 낮게 비행한 뒤 표적 건물을 직격해 파괴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김 위원장은 “믿음직한 핵방패로 국가의 주권과 안전을 영구적으로 수호해 나가는 것은 공화국 핵무력 앞에 부여된 책임적인 사명과 본분”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발사훈련 참관 때는 핵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번엔 순항미사일이 핵투발 수단임을 노골적으로 위협한 것.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북한 비핵화’ 원칙 재확인과 대북제재 감시 강화 등에 정면 대응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라고 했다.이달 중순에 실시되는 한미 연합연습 ‘프리덤 실드(FS)’를 겨냥한 무력시위로도 풀이된다. 군은 “순항미사일 발사 징후를 사전 인지했고 당일 오전 8시경 발사 후 추적 감시했다”며 “세부 제원은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절도나 상해 등 범죄사건을 일으킨 선관위 직원에 대해 징계 절차를 밟지 않고 구두 주의나 경고 등 솜방망이 처분을 일삼은 사실이 드러났다. 선관위는 이에 대한 감사원 조사에서 ‘헌법기관인 선관위는 일반 공무원과 다른 규정을 적용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기도 했다.28일 감사원의 선관위 감사 결과 보고서 등에 따르면 선관위는 직원들이 일으킨 범죄사건 36건 중 13건(36%)에 대해 징계 의결을 하지 않고 구두로 주의·경고 처분을 내렸다. 실제로 경기도선관위의 한 직원은 2020년 7월 절도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선관위는 이 직원에게 구두 경고 처분만을 내렸다. 솜방망이 처분을 받은 이 직원은 4개월 뒤에 또 절도를 저질러 법원에 벌금형에 해당하는 약식명령이 청구됐다. 그런데도 경기도선관위는 이 직원에 대해 “경기도선관위원장 표창을 받았다”며 견책 처분만 내렸다. 이 직원은 이후로 총 4차례 절도 혐의로 적발됐으며, 선관위는 경고와 견책에 이어 결국 1개월 정직과 강등 처분을 내렸다. 전남선관위 직원은 상해 혐의로 약식명령(주로 벌금)이 청구됐지만 선관위는 구두경고 처분을 내렸다. 광주선관위 직원은 교통사고 상해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지만 안전운행 촉구 처분을 받았다. 대통령 훈령에 따르면 공무원은 절도 등 범죄사건을 일으키면 기소유예 등의 처분을 받더라도 소속 기관이 곧바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감봉이나 견책 이상의 징계를 받는다. 하지만 선관위는 자체 규정을 두고 선관위 직원의 직무와 관계 없는 범죄에 대해서는 징계 요구하지 않았다.선관위는 2019년 이후 감사원으로부터 4차례에 걸쳐 이 규정을 개정하라는 요구를 받았지만 응하지 않았다가 2023년 특혜채용 의혹이 불거져 감사를 받게된 뒤에야 규정을 개정했다. 선관위는 감사 과정에서 “헌법기관인 선관위가 대통령 훈령을 무조건 추정해 공무원의 처분 기준을 개정하는 건 헌법가치와 법의 정신을 저해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27일 헌법재판소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마은혁 헌재 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보류한 것에 대해 “국회의 헌재 구성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마 후보자를 임명해야 한다는 ‘법률상 의무’를 최 권한대행에게 부여한 것이다. 그러나 최 권한대행은 마 후보자를 즉각 임명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권한대행이 내릴 각종 ‘선택’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과 조기 대선 국면이 요동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은혁 임명 의무’는 생겼지만… 헌재는 국회의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일부 인용하면서 “최 권한대행은 국회가 재판관으로 선출한 3인이 자격 요건을 갖추고, 선출 과정에서 법률을 위반한 하자가 없는 이상 이들을 재판관으로 임명해 재판관의 공석 상태를 해소해야 할 구체적인 작위의무를 부담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헌재는 마 후보자에게 재판관 지위를 즉각 부여하거나 최 권한대행이 즉시 임명해야 한다는 청구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각하했다. 헌재가 임명 의무를 부과할 순 있어도 임명을 강제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헌재가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낙태죄를 국회가 개정하지 않아도 강제하지 못하는 것과 유사한 상황인 셈이다. 최 권한대행도 기본적으로 헌재 결정 취지를 따라야 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최 권한대행은 기재부를 통해 “헌재 결정을 존중하고 결정문을 잘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 내부에선 임명 시기에 대해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최 권한대행이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선고까지 마 후보자 임명을 늦추면서 탄핵소추안 기각으로 한 총리가 복귀할 경우 공을 넘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선 19일 한 총리 탄핵심판 변론이 종결됐으며 이르면 다음 달 초 선고가 나올 수 있다고 법조계는 보고 있다. ● 마은혁 선고 참여 여부가 변수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면 윤 대통령 탄핵심판 합류 여부가 변수로 떠오른다. 지난달 1일 최 권한대행이 조한창 정계선 재판관만 임명하면서 헌재는 ‘8인 체제’로 윤 대통령 탄핵심판 등을 심리해 왔다. 마 후보자의 합류 여부에 대해 헌재 측은 “재판관 평의에 따라 결정될 사안”이라고만 설명하고 있다. 법조계는 탄핵심판 선고 전 임명되더라도 헌재가 마 후보자를 참여시키지 않고 현 ‘8인 체제’로 선고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변론이 이미 25일 종결됐기 때문이다. 수도권 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법관이 직접 변론에 참여해야 한다는 ‘직접심리주의’ 원칙에 따라 마 후보자는 합류하지 않을 것”이라며 “막판에 헌재가 절차적 위험 부담을 안을 여지는 적다”고 밝혔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오늘 헌재의 결정은 마 후보자를 윤 대통령 탄핵 사건엔 참여시키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마 후보자를 참여시키면 25일에 변론을 종결한 의미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변론 재개 시 선고 늦어질 듯 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고 헌재가 ‘9인 체제’로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선고하겠다고 결정하면 변론 재개와 공판 갱신 등 추가 절차가 필요하다. 헌재법 23조 2항은 ‘재판부는 종국심리에 관여한 재판관 과반수의 찬성으로 사건에 관한 결정을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탄핵심판은 변론에 관여해야 결정에 참여할 자격이 있다는 것”이라며 “마 후보자가 결정에 참여하기 위해선 변론을 재개하고 공판절차 갱신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판절차 갱신’이란 재판에 참여하지 않았던 법관이 내용 숙지 없이 판단하는 것을 막기 위해 녹음 재생 등으로 기존 재판을 복기하는 절차다. 대법원은 20일 재판 지연 해소책으로 형사소송규칙을 개정해 녹취서 열람 등 간이 방식으로 공판 절차를 갱신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신설했다. 다만 형사소송규칙을 헌재가 얼마나 준용할지는 재판관 평의에 달려 있다. 개정 규칙에 따라 ‘간이 갱신’을 결정할 경우 윤 대통령 측이 격하게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尹 탄핵 선고와 대선 일정에도 영향 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를 계속 임명하지 않거나, 헌재가 마 후보자 임명 후에도 ‘8인 체제’ 선고를 결정한다면 탄핵심판은 당초 예상대로 3월 중순에 선고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마 후보자가 선고 전 임명되고, ‘9인 체제’ 선고를 위한 변론 재개가 이뤄진다면 선고는 최소 2주 이상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탄핵심판 선고기일은 3월 말 4월 초로 미뤄질 수 있으며, 탄핵안이 인용되면 조기 대선은 6월경 치러진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선고는 3월 26일로 예정됐다. 마 후보자가 합류하면 이 대표 항소심 선고 이후에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이뤄질 수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공직선거법 강행규정 ‘6·3·3’(1심 6개월, 항소심과 상고심은 각각 3개월 안에 종료)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대법원이 심리에 속도를 내거나 헌재 선고가 예상보다 늦어지면 대선 전 이 대표 판결이 확정될 수 있다는 의견도 법조계 일각에서 제기된다. 이 대표는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마 후보자가 임명되고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늦어지더라도 윤 대통령과 여권에 무조건 유리한 것은 아니다. 진보 성향인 마 후보자가 선고에 참여한다면 탄핵안 인용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헌법재판소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은 국회의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헌재는 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를 즉시 임명해야 한다는 청구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각하했다. 최 권한대행이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라면서도 즉각 임명하진 않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마 후보자 임명 여부와 시점 등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과 조기 대선 국면이 요동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헌재는 27일 국회를 대표해 우원식 국회의장이 최 권한대행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일부 인용했다. 헌재는 “국회가 헌재 재판관으로 선출한 마은혁을 최 권한대행이 임명하지 아니한 부작위는 헌법에 의하여 부여된 헌재 구성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부작위’는 법률상 의무를 하지 않는 것으로, 국회의 선출권은 독자적인 권한이어서 재판관 임명을 거부하거나 선별해 임명할 수 없다는 취지다. 헌재는 “대통령의 재판관 임명권 행사는 그의 권한인 동시에 헌법기관인 헌재가 구성돼 중립적인 지위에서 헌법재판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할 헌법상 의무”라고 강조했다. 헌재는 우 의장이 국회 본회의 의결 없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것도 “별도의 본회의 의결은 필요하지 않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정형식 김복형 조한창 재판관은 절차적 흠결을 인정하면서도 국회가 14일 마 후보자에 대한 임명 촉구 결의안을 가결해 흠결이 보정됐다는 취지의 별개 의견을 남겼다. 그러나 헌재는 마 후보자에게 재판관 지위를 즉각 부여하거나 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를 즉시 임명해야 한다는 청구는 각하했다. 헌재는 “헌재가 권한 침해를 확인하는 것을 넘어 법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결정을 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최 권한대행은 기재부를 통해 “헌재 결정을 존중하고, 결정문을 잘 살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 안에선 서둘러 임명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선 결국 최 권한대행의 선택이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시점과 대선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고 마 후보자가 탄핵심판에 참여하면 선고가 2주 이상 늦어질 수 있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판결 이후 윤 대통령 탄핵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진보 성향의 마 후보자가 임명돼 선고에 참여할 경우 탄핵소추안을 헌재가 인용할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윤 대통령과 여권의 딜레마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아빠 찬스’ 논란에 휩싸였던 선거관리위원회가 전현직 직원들의 자녀를 합격시키기 위해 조직적으로 특혜 채용하고 이를 “친인척 채용은 선관위의 전통”이라며 묵인·방조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27일 최소 10명의 전현직 직원 자녀가 부정 채용됐고, 이에 따라 합격권이었던 다른 지원자들이 억울하게 탈락했다고 밝혔다.감사원은 2013년부터 2023년까지 진행한 선관위의 291차례 경력 채용을 전수 조사한 결과 최소 878건의 규정 위반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선관위에 전현직 직원 32명에 대해 중징계 및 인사자료 통보 등 조치하라고 했다. 선관위 직원들은 동료 직원의 자녀를 뽑기 위해 면접위원의 평가표를 조작하고, 내정자가 합격자 명단에서 빠지자 동료 직원들이 야근 중 몰래 엑셀시트로 면접 점수를 조작하기도 했다.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중앙선관위는 “특혜 채용이 있었다”는 투서를 받고도 관련자 조사조차 하지 않는 등 사건을 묵인했다. 선관위의 인사담당 직원들이 “선관위는 가족회사다”, “선거만 잘 치르면 된다”는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감사 과정에서 특혜 채용 관련자는 “과거 선관위가 경력직 채용을 할 때 믿을 만한 사람을 뽑기 위해 친인척을 채용하는 전통이 있었다”라고 답변하기도 했다.헌법재판소는 이날 선관위가 감사원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사건에서 “선관위는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다”라면서도 “감사원 감찰 대상이 아니라고 해서 부패에 대한 성역을 인정한 것으로 호도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중앙선관위는 “고위직 자녀 채용 문제와 복무 기강 해이 등에 대해 다시 한 번 국민께 사과드리며 감사원이 지적한 부분에 대해서는 관련 규정에 따라 엄중히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선관위, 직원 자녀 점수 조작해 올리고… 1급 자리 나눠먹기도감사원, 선관위 특혜채용 무더기 확인“1992년부터 친인척 채용 전통”내정자 합격 시키려 면접 파일 조작… 경쟁자는 허위사실 유포 탈락시켜1급 상임위원 임기 멋대로 조절도“선거관리위원회는 1992년부터 믿을 만한 친인척을 채용하는 전통이 있었다.” 감사원이 27일 내놓은 ‘선관위 인력 관리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조카의 채용을 청탁한 의혹을 받던 광주 동구 선관위 사무국장은 감사원 조사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선관위 직원들이 채용공고도 내지 않고 가족을 특혜 채용한 것이 범죄가 아닌 정당한 관행이었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선관위 고위직 간부들의 가족 채용 특혜 논란으로 시작된 감사원 조사에선 선관위 내부에 부정 채용 관행이 만연했음이 드러났다. 선관위 고위직뿐만 아니라 지역 선관위의 국과장급 직원들까지도 스스럼 없이 자녀의 채용을 동료에게 청탁했다는 것. 또 직원들은 선관위 동료 직원 자녀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면접 점수를 조작하거나, 경쟁 후보자를 부당하게 탈락시키면서까지 부정 채용에 가담했다. ● 자녀 채용 위해 짬짜미한 선관위보고서에 따르면 지역 시군구에서 일하는 공무원 자녀를 선관위 직원으로 채용하는 ‘경력 채용’이 부정 채용의 핵심 통로가 됐다. 경남선관위의 과장급 직원 B 씨는 의령군에서 일하던 자녀가 선관위 경력공채에 응시하자 인사 담당자인 동료에게 “맞게 냈는지 봐달라”며 자녀의 지원서를 건넸다. 인사 담당자는 면접 시험을 마친 뒤 B 씨 자녀를 비롯한 5명의 이름이 적힌 ‘내정자 리스트’를 부하 직원에게 전달했다. 리스트를 받은 직원은 이들이 합격할 수 있도록 면접시험 점수가 적혀 있는 엑셀 파일을 조작했다. B 씨는 자녀 채용을 도운 동료들에게 벌꿀 두 통을 건넸다. 직원 자녀들을 특혜 채용하기 위해 멀쩡한 합격자를 떨어뜨리기도 했다. 충북선관위는 2018년 단양군의 공무원을 경력채용 대상으로 추천받고도 “만 37세라서 나이가 너무 많다”라면서 추천을 거절했다. 이 자리엔 충북선관위 고위 간부의 딸을 공고도 내지 않고 채용했다. 경북선관위의 한 계장급 직원은 2021년 경력채용을 진행하면서 전직 선관위 직원의 자녀가 응시 요건에 미달하자 “8급으로 임명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합격시켰다. 반대로 경쟁자에 대해선 “응시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채용할 수가 없다”고 허위 정보를 퍼뜨려 불합격시켰다. 노골적인 부정 채용이 계속될 수 있었던 것은 중앙선관위가 관련 투서를 접수하고도 지역 선관위의 경력채용 과정을 방치했기 때문이다. 중앙선관위의 인사 담당 직원은 2021년 9월 경남선관위 과장의 자녀가 특혜 채용됐다는 투서를 접수했지만 관련자를 조사도 하지 않고 “문제가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감사원에 따르면 중앙선관위와 시도선관위의 인사 담당 직원들은 업무용 메신저로 “간부들이 호시탐탐 자녀를 데려오려고 노리고 있다” “법령을 어긴 것이지만 내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어쩔 수 없다” “상임위원이 경력공채에 자기 딸을 밀어넣으려 하는데 비밀로 해달라” 등의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불법 내부 규정 만들어 고위직 나누기도 선관위가 ‘1급 자리’인 시도선관위 상임위원 임기를 멋대로 조정한 사실도 확인됐다. 각 지역 선관위 상임위원의 임기는 법에 6년으로 정해져 있고 정년도 60세로 보장돼 있다. 그러나 선관위는 내부 규정을 만들어 지역 선관위 상임위원의 임기를 2년으로 줄였다. 또 상임위원들을 지명할 때 “59세에 퇴직한다”는 서약서도 받았다. 임기를 줄여 여러 명이 고위직을 맡을 수 있게 하려 한 것. 선관위는 또 교수나 법조인도 임명될 수 있는 시도선관위 상임위원에 대해선 ‘4급 이상 공무원 중 선거사무에 7년 이상 종사한 사람’이란 내부 규정을 만들어 사실상 내부 인사들만 채용될 수 있게 했다. 선관위가 기획재정부와 예산 협의도 하지 않고 2004년부터 1급 4자리를 만들어 운영한 사실도 드러났다. 감사원은 선관위가 고위직인 1급 자리를 여러 명이 ‘나눠 먹기’ 위해 이런 식으로 운영했다고 판단하고 법률 취지에 맞는 보직 운영 방안 등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반론보도]〈“친인척 채용은 전통” 특혜 묵인한 선관위〉 관련본 신문은 지난 2월 28일자 종합면에 〈“친인척 채용은 전통” 특혜 묵인한 선관위〉 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였습니다.이에 대해 경북선관위의 계장급 직원은 “해당 직원은 해당 응시자의 채용 대상 직급을 조정한 사실이 없다.”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선거관리위원회는 1992년부터 믿을만한 친인척을 채용하는 전통이 있었다.” 감사원이 27일 내놓은 ‘선관위 인력 관리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조카의 채용을 청탁한 의혹을 받던 광주 동구 선관위 사무국장은 감사원 조사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선관위 직원들이 채용공고도 내지 않고 가족을 특혜 채용한 것이 범죄가 아닌 정당한 관행이었다는 주장이었다. 지난해 선관위 고위직 간부들의 가족 채용 특혜 논란으로 시작된 감사원 조사에선 선관위 내부에 부정 채용 관행이 만연했음이 드러났다. 선관위 고위직 뿐만이 아니라 지역 선관위의 국과장급 직원들까지도 스스럼 없이 자녀의 채용을 동료에게 청탁했다는 것. 또 직원들은 선관위 동료직원 자녀에 특혜를 주기 위해 면접 점수를 조작하거나, 경쟁 후보자를 부당하게 탈락시키면서까지 부정 채용에 가담했다. ● 자녀 채용 위해 짬짜미 힌 선관위보고서에 따르면 따르면 지역 시군구에서 일하는 공무원 자녀를 선관위 직원으로 채용하는 ‘경력 채용’이 부정채용의 핵심 통로가 됐다. 경남선관위의 과장급 직원 B 씨는 의령군에서 일하던 자녀가 선관위 경력공채에 응시하자 인사 담당자인 동료에게 “맞게 냈는지 봐달라”며 자녀의 지원서를 건넸다. 인사 담당자는 면접 시험을 마친 뒤 B 씨 자녀를 비롯한 5명의 이름이 적힌 ‘내정자 리스트’를 부하 직원에게 전달했다. 리스트를 받은 직원은 이들이 합격할 수 있도록 면접시험 점수가 적혀 있는 엑셀파일을 조작했다. B 씨는 자녀 채용을 도운 동료들에게 벌꿀 두 통을 건넸다. 직원 자녀들을 특혜 채용하기 위해 멀쩡한 합격자를 떨어뜨리기도 했다. 충북선관위는 2018년 단양군의 공무원을 경력채용 대상으로 추천받고도 “만 37세라서 나이가 너무 많다”면서 추천을 거절했다. 이 자리엔 충북선관위 고위 간부의 딸을 공고도 내지 않고 채용했다. 경북선관위의 한 계장급 직원은 2021년 경력채용을 진행하면서 전직 선관위 직원의 자녀가 응시요건에 미달하자 채용 대상 직급을 조정해 합격시켰다. 반대로 점수가 높은 경쟁자에 대해선 “응시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채용할 수가 없다”고 허위 정보를 퍼뜨려 불합격 시켰다.노골적인 부정 채용이 계속 될 수 있었던 것은 중앙선관위가 관련 투서를 접수하고도 지역 선관위의 경력 채용 과정을 방치했기 때문이다. 중앙선관위의 인사담당 직원은 2021년 9월 경남선관위 과장의 자녀가 특혜채용됐다는 투서를 접수했지만 관련자를 조사도 하지 않고 “문제가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감사원에 따르면 중앙선관위와 시도선관위의 인사 담당 직원들은 업무용 메신저로 “간부들이 호시탐탐 자녀를 데려오려고 노리고 있다”, “법령을 어긴 것이지만 내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어쩔 수 없다”, “상임위원이 경력공채에 자기 딸을 밀어넣으려 하는데 비밀로 해달라”는 등의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불법 내부 규정 만들어 고위직 나누기도선관위가 ‘1급 자리’인 시도선관위 상임위원 임기를 멋대로 조정한 사실도 확인됐다. 각 지역 선관위 상임위원의 임기는 법에 6년으로 정해져 있고 정년도 60세로 보장돼있다. 그러나 선관위는 내부 규정을 만들어 지역 선관위 상임위원의 임기를 2년으로 줄였다. 또 상임위원들을 지명할 때 “59세에 퇴직한다”는 서약서도 받았다. 임기를 줄여 여러 명이 고위직을 맡을 수 있게 하려 한 것. 선관위는 또 교수나 법조인도 임명될 수 있는 시도선관위 상임위원에 대해선 ‘4급 이상 공무원 중 선거사무에 7년 이상 종사한 사람’이라는 내부 규정을 만들어 사실상 내부 인사들만 채용될 수 있게 했다. 선관위가 기획재정부와 예산 협의도 하지 않고 2004년부터 1급 4자리를 만들어 운영한 사실도 드러났다.감사원은 선관위가 고위직인 1급 자리를 여러 명이 ‘나눠먹기’ 위해 식으로 운영했다고 판단하고 법률 취지에 맞는 보직 운영 방안 등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아빠 찬스’ 논란에 휩싸였던 선거관리위원회가 전현직 직원들의 자녀를 합격시키기 위해 조직적으로 특혜 채용하고 이를 “친인척 채용은 선관위의 전통”이라며 묵인·방조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27일 최소 10명의 전현직 직원 자녀가 부정 채용됐고, 이에 따라 합격권이었던 다른 지원자들이 억울하게 탈락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2013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진행한 선관위의 291차례 경력채용을 전수 조사한 결과 최소 878건의 규정 위반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선관위에 전현직 직원 32명에 대해 중징계 및 인사자료 통보 등 조치하라고 통보했다. 선관위 직원들은 동료 직원의 자녀를 뽑기 위해 면접위원의 평가표를 조작하고, 직원 자녀가 합격자 명단에서 빠지자 동료 직원들이 야근 중 몰래 엑셀시트로 면접 점수를 조작하기도 했다.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중앙선관위는 “특혜 채용이 있었다”는 투서를 받고도 관련자 조사조차 하지 않는 등 사건을 묵인했다. 중앙선관위의 인사담당 직원들이 “선관위는 가족회사다”, “선거만 잘 치르면 된다”는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감사 과정에서 특혜 채용 관련자는 “과거 선관위가 경력직 채용을 할 때 믿을 만한 사람을 뽑기 위해 친인척을 채용하는 전통이 있었다”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선관위가 감사원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사건에서 “선관위는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다”라면서도 “감사원 감찰 대상이 아니라고 해서 부패에 대한 성역을 인정한 것으로 호도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중앙선관위는 “고위직 자녀 채용 문제와 복무 기강 해이 등에 대해 다시 한번 국민께 사과드리며 감사원이 지적한 부분에 대해서는 관련 규정에 따라 엄중히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헌법재판소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은 국회의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헌재는 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를 즉시 임명해야 한다는 청구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각하했다. 최 권한대행이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즉각 임명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마 후보자 임명 여부와 시점 등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과 조기 대선 국면이 요동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헌재는 27일 국회를 대표해 우원식 국회의장이 최 권한대행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일부 인용했다. 헌재는 “국회가 헌재 재판관으로 선출한 마은혁을 최 권한대행이 임명하지 아니한 부작위는 헌법에 의하여 부여된 헌재 구성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부작위’는 법률상 의무를 하지 않는 것으로, 국회의 선출권은 독자적인 권한이어서 재판관 임명을 거부하거나 선별해 임명할 수 없다는 취지다. 헌재는 “대통령의 재판관 임명권 행사는 그의 권한인 동시에 헌법기관인 헌재가 구성돼 중립적인 지위에서 헌법재판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할 헌법상 의무”라고 강조했다.헌재는 우 의장이 국회 본회의 의결 없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것도 “별도의 본회의 의결은 필요하지 않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정형식 김복형 조한창 재판관은 절차적 흠결을 인정하면서도 국회가 14일 마 후보자에 대한 임명 촉구 결의안을 가결해 흠결이 보정됐다는 취지의 별개의견을 남겼다.그러나 헌재는 마 후보자에게 재판관 지위를 즉각 부여하거나 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를 즉시 임명해야 한다는 청구는 각하했다. 헌재는 “헌재가 권한침해를 확인하는 것을 넘어 법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결정을 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최 권한대행은 기재부를 통해 “헌재 결정을 존중하고, 결정문을 잘 살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 안에선 서둘러 임명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법조계에선 결국 최 권한대행의 선택에 따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시점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선 출마 등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고 마 후보자가 탄핵심판에 참여하면 선고가 2주 이상 늦어질 수 있고,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대법원 판결 이후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도 생기기 때문이다. 진보 성향의 마 후보자가 임명돼 선고에 참여할 경우 탄핵소추안을 헌재가 인용할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윤 대통령과 여권의 딜레마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미국과) 탱고를 추려면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북정책 실무 책임자인 케빈 김 미 국무부 동아태부차관보(사진)는 2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은 본인과 북한, 북한 주민들에게 가장 이로운 길은 외교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후로 “비핵화는 없다”는 입장을 강조해 온 김 위원장을 향해 협상에 나와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 김 부차관보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한국을 방문한 첫 미 행정부 인사다. 대북정책을 검토하는 국장급 실무 책임자인 김 부차관보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도 북-미 정상회담 준비에 관여한 대북 협상 전문가다. 김 부차관보는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한미 외교 공백 우려에 대해선 “방한을 통해 명확히 확인한 건 한미동맹이 매우 강력하다는 점”이라며 “경제 협력은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진전될 것”이라고 했다. 김 부차관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상급 고위급 회담이 이뤄질 수 있는 중요한 무대”라며 “대통령과 주요 지도부는 국익을 증진할 수 있는 관점에서 APEC 참석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케빈 김 “LNG 등 韓美 경제협력, 정치 상황 관계없이 계속될 것”방한 美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트럼프 목표는 ‘北완전한 비핵화’글로벌 안보환경 지난 4년간 변화방위비 분담, 그에 맞춰 달라질것”“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외교가 본인과 북한, 그리고 북한 주민들에게 가장 이로운 길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북정책 실무를 맡을 케빈 김 미 국무부 동아태부차관보는 26일 서울 주한미국대사관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김 위원장과의 직접 대화 의지를 밝힌 만큼 김 위원장이 직접 화답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김 부차관보는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며 “북한이 (한반도) 문제의 근원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한미·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목표인 ‘한반도 비핵화’ 대신 ‘북한 비핵화’를 강조한 가운데 북한이 대화에 나서지 않으면 대북 압박 등을 통해 ‘북한 비핵화’를 유도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다. 23일부터 한국을 찾은 김 부차관보는 “경제협력과 관련된 논의는 한국의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올해 11월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와 관련해 “한국에서 개최된다는 점에 의미가 크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주요 지도부가 참석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로 미 국무부 인사가 한국을 찾은 건 김 부차관보가 처음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여러 차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대화할 의사를 표명했다. 북-미 대화와 관련한 방향성이 있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목표는 여전히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지렛대’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협상이었던) 2018년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와는 전혀 다른 입장에 처해 있다. 우리의 과제는 김정은이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필요성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한미·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공동성명에도 ‘한반도 비핵화’가 아닌 ‘북한 비핵화’란 표현이 포함됐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구해 온 목표를 명확하게 반영한 것이다. 현실적으로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북한뿐이다. 정책 목표를 최대한 명확히 하고, 미국 국민과 국제사회에 북한이 문제의 근원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체결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정은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유효한가.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한국 등 특정 국가에 국한된 것이 아닌 글로벌 차원의 문제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년 동안 글로벌 안보 환경이 크게 변화했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동맹국과 파트너들이 기여해야 하는 방위비 분담 수준도 달라질 것이다. 행정부는 앞으로 각 동맹국이 어떻게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 ―재협상이 필요하다면, 주한미군의 규모나 역할도 협상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는가. “한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상의 의무와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 약속이다. 한반도에서의 군사 대비 태세와 전력이 충분히 유지되어 분쟁을 억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것이 미국의 임무이고, 우리가 추구할 목표다.” ―한국과 철강 등에 대한 관세 면제 협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나. “트럼프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는 미국의 경제 관계를 보다 균형 있게 조정하는 것이다. 다만 미국은 한국 및 일본과 액화천연가스(LNG), 핵심 광물 공급망 등 다양한 경제협력 이슈를 논의할 계획이다. 또한 조선업 등 양자 간 협력을 심화하는 데도 관심이 있다. 경제협력과 관련된 논의는 한국의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계속될 것이다.” ―올해 한국에서 열릴 APEC 정상회의에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할 가능성이 있나.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APEC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APEC은 정상급 고위급 회담이 이루어질 수 있는 중요한 무대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주요 지도부가 미국의 국익을 증진할 수 있는 관점에서 APEC 참석 여부를 검토할 것이다. 특히 이번 회의가 한국에서 개최된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