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은지

위은지 기자

동아일보 디지털랩 전략영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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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부터 히어로콘텐츠와 같은 멀티미디어 스토리텔링 기획을 맡고 있습니다. 지면에 비해 제약이 적은 디지털 공간에서 어떻게 독자들에게 기사를 더 효과적이고 흥미롭게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wizi@donga.com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검찰-법원판결44%
사회일반23%
정치일반10%
사건·범죄7%
사법7%
우주/천체3%
정당3%
기타3%
  • 국민연금 개편 무산… 골든타임 2년 허송

    정부가 국민연금 기금 고갈을 막고 국민의 노후 보장 강화를 위해 지난해부터 약 2년간 추진해 온 국민연금 개편이 20대 국회에서 무산됐다. 전문가들은 국회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국민에게 인기가 없는 연금보험료 인상을 회피하면서 연금개혁의 골든타임을 허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정부도 지난해 단일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국회로 공을 넘겨 연금개편 지연을 자초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5일 부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올) 9월에는 국회의원들 마음이 60%는 국회, 40%는 지역구에 가 있었는데 10월, 11월이 되니 95%가 지역구에 가 있다”며 “정책 이야기를 해도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지금 국민연금 개편 단일안을 정부가 국회에 제안해도 실효성이 없다”며 “결국 현실적으로 (내년 6월) 21대 국회가 구성된 뒤 본격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내년 6월이면 차기 대선이 2년도 남지 않는 시점이어서 정부가 보험료율(월 소득에서 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율) 인상이 불가피한 연금개혁을 강하게 추진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표심을 고려하면 현 정부로서는 국민 부담이 커지는 연금개편 논의를 다음 정권으로 미루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연금개편의 책임을 다음 국회, 다음 정권으로 미루는 ‘폭탄 돌리기’가 반복될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런 상황 때문이다. 국민연금 개편 논의가 지지부진한 배경에는 기금 고갈 예상 시점이 수십 년 이후이다 보니 재정 문제를 ‘자기 발등에 떨어진 불’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있다. 지난해 국민연금 재정추계위원회는 2088년까지 기금 투자 수익률이 평균 4.5% 수준을 유지한다는 전제하에 국민연금 적립금이 2057년에 고갈될 것으로 예측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올 9월 저출산과 고령화 속도, 낮아진 연금 수익률 등을 고려할 때 고갈 시점이 2054년으로 3년 더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보험료율을 1%포인트 높이면 재정 고갈 시점은 2∼4년 늦출 것으로 추산한다. 연금개편이 늦어질수록 미래 세대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연금개혁을 위해서는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원식 건국대 경영경제학부 교수는 “국민연금 개혁은 장관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이 정권의 명운을 걸어야 하는 사안”이라며 “국가 발전을 제대로 달성하려면 지지율을 비롯해 일정 부분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고 말했다.부산=위은지 wizi@donga.com / 박성민 기자}

    • 2019-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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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금 고갈 점점 빨라지는데… 정부-국회, 총선 다가오자 개혁 미뤄

    “국민연금 개편안을 보완해 줄 수 있습니까?”(자유한국당 이명수 의원) “여야 의원들과 정부가 같이 심도 있는 토론을 해 보고 싶습니다.”(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정부가 먼저 단일안을 제시해 주셔야지요.”(이 의원) 이달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오간 이 의원과 박 장관의 질의문답은 최근 1년 동안 국회에서 답보상태를 면치 못한 국민연금 개편 논의의 축소판이다. 정부와 국회 모두 개편 방향을 상대가 결정해주기만을 기대하며 시간만 허비한 것이다. 국민연금제도가 지속 가능하려면 보험료율(월급에서 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율) 인상이 불가피한데, 누구도 ‘더 내고 덜 받는’ 인기 없는 연금개편을 위해 총대를 메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는 27, 28일 이번 정기국회의 마지막 법안심사소위를 열지만 국민연금 개편안은 이번에도 심사 대상이 아니다. ○ 국회와 정부 서로 공 떠넘기기 국민연금 개편 과제 중 보험료율 인상은 어느 정부에서나 쉽지 않은 과제였다. 1998년 6%에서 9%로 오른 보험료율은 20년 넘게 그대로다. 2003년 노무현 정부는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9%에서 15.9%로 올리는 내용의 국민연금 개혁을 추진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06년 보험료율 3.9% 인상안도 국회 반대에 막혔다. 이번 20대 국회도 국민연금 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의지가 없었다. 지난해 12월 정부에서 4가지 개편안을 넘겨받았지만 단일안이 아니라며 논의를 거부했다. 올 8월 사회적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국민연금개혁특위도 10개월간의 논의를 거쳐 3가지 국민연금 개편안을 내놨다.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2%로, 소득대체율을 40%에서 45%로 올리는 노후 소득 강화 방안이 다수안으로 제시됐다. 이는 그동안 보험료율 인상에 줄곧 반대했던 노동계가 처음으로 찬성으로 돌아섰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였다. 국회가 다수안을 바탕으로 국민연금 개편을 논의할 수 있었지만 결과는 빈손이었다. 국민연금 개편 지연의 원인을 정부의 미온적 자세에서 찾는 전문가도 많다. 지난해 11월 문재인 대통령은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국민연금제도 개선안을 다시 짜도록 지시했다. 보험료율을 12∼15%로 올리도록 한 개선안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국민 노후 보장을 위해 소득대체율은 높이되 보험료는 최대한 덜 올리라는 주문인데, 국민 세금으로 재정을 충당하지 않고서는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방안이었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안을 만들어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데, 인기가 없는 정책이다 보니 경사노위와 국회에 책임을 떠넘긴 것”이라고 말했다. ○ 개편 늦어지는 피해는 미래세대에 연금개혁이 늦어질수록 미래세대의 보험료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민연금 가입자가 전체 국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42.9%에서 2060년 27.3%까지 떨어진다. 반면 수급자 비중은 9.4%에서 37.8%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 가입자 100명이 부담할 연금수급자는 올해 18명에서 2060년 121.7명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올 8월말 현재 708조 원인 적립금의 고갈 시점도 정부 추산(2057년)보다도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해 0.98명까지 떨어진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과 낮아진 기금운용 수익률을 고려할 때 2054년이면 재정이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개혁이 미뤄지면 가입자들은 2057년 소득의 약 25%를 연금 보험료로 내야 할 것으로 본다. 결국 연금개편의 성공 여부는 정부와 국회가 국민을 얼마나 설득할 수 있는지가 결정한다. 지난해 12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에 반대하는 국민 의견(45.9%)은 찬성(23.6%)의 약 2배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국회에서 연금개편을 하지 못하더라도 내년 총선 이후 21대 국회가 구성되면 특별위원회를 꾸려 일정 시기 안에 연금 개편을 마무리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균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는 “연금 개혁은 30년, 100년의 장기 계획을 갖고 국민을 끝없이 설득해야 하는 작업”이라며 “내년 총선에서 여야가 4년 임기 또는 일정 기간 안에 개편안을 만든다는 공약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민 min@donga.com / 부산=위은지 기자}

    • 2019-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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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팔순의 근로자 “일 하니 더 건강해져요”

    “우리 같은 영감들한텐 돈이 문제가 아니에요. 출근해서 일할 수 있다는 게 좋은 거지.” 22일 오후 경기 군포시 군포시니어클럽에서 만난 정영화 씨(80)는 셔틀콕의 깃털을 하나하나 손으로 매만지며 불량품을 찾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시장형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정 씨는 일주일에 세 번, 하루 3시간 동안 군포시니어클럽의 셔틀콕 공동작업장에서 셔틀콕 검수(檢受)를 한다. 이렇게 해서 한 달에 쥐는 돈은 약 22만 원. 정 씨는 “이 돈으로 손주들에게 용돈을 나눠줄 수 있어 좋다”며 웃었다. 노인 빈곤을 완화하고 좀 더 여유 있는 노후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2004년부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인 일자리 사업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6년 42만 개였던 노인 일자리는 올해 64만 개로 늘었다. 내년에는 74만 개, 2021년에는 80만 개로 늘어난다. 이날 군포시니어클럽에서 열린 노인 일자리 현장간담회에 참석한 노인들은 “일을 시작한 후 삶이 더욱 즐거워졌다”고 입을 모았다. 이 자리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참석했다. 김현숙 씨(72·여)는 일주일에 두 번 어린이집을 찾아 인형극을 한다. 김 씨는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게 내게도 큰 즐거움”이라며 “소품을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이 쉽진 않지만 힘들다 생각하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건강도 좋아졌다. 김 씨는 “일을 시작한 후 건강이 좋아져 그동안 먹던 약도 끊었다”며 웃었다. 올 3월부터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박영호 씨(73)도 “손자손녀 같은 아이들 덕분에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다. 박 씨는 “일이 재미있어 근무시간 후에도 도서관이나 서점에 들러 동화책을 들여다본다”며 “최근엔 오카리나를 배워 아이들에게 동요도 연주해 준다”고 덧붙였다. 노인이 노인을 돌보기도 한다. 임옥자 씨(75·여)는 군포시니어클럽에서 노인 일자리를 상담, 안내한다. 연 2회 관내 홀몸노인을 방문해 치매검사를 해주기도 한다. 임 씨는 “경제적으로도 보탬이 되지만 나이가 많아도 사회에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어 보람차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노인의 상대빈곤율(65세 이상 노인 중 중위소득 50% 미만 노인의 비율)은 43.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다.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노인인구의 연금수급률은 46%에 불과해 빈곤한 노인이 상대적으로 많다. 노인 일자리 사업은 빈곤 노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의 하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7 노인 일자리 정책효과 분석연구’에 따르면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노인의 가구빈곤율은 참여 전 82.6%에서 참여 후 79.3%로 3.3%포인트 감소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노인은 참여하지 않은 노인에 비해 우울감이 낮았고 자아존중감과 삶의 만족도가 높았다. 1년간 의료비 지출도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뒤 약 85만 원을 덜 쓴 것으로 나타났다. 박 장관은 “노인 일자리는 단순히 소득에 보탬이 되는 것을 넘어 노인 삶에 활력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더 늘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일자리를 늘리면서 급여도 올려 더 보람을 느끼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군포=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 2019-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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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인일자리 참여 노인들 “돈이 문제가 아냐…일 시작한 후 더욱 즐거워”

    “우리 같은 영감들한텐 돈이 문제가 아니에요. 출근해서 일할 수 있다는 게 좋은 거지.” 22일 오후 경기 군포시 군포시니어클럽에서 만난 정영화 씨(80)는 셔틀콕의 깃털을 하나하나 손으로 매만지며 불량품을 찾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시장형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정 씨는 일주일에 세 번, 하루 3시간 동안 군포시니어클럽의 셔틀콕 공동작업장에서 셔틀콕 검수(檢受)를 한다. 이렇게 해서 한 달에 쥐는 돈은 약 22만 원. 정 씨는 “이 돈으로 손주들에게 용돈을 나눠줄 수 있어 좋다”며 웃었다. 노인 빈곤을 완화하고 좀 더 여유 있는 노후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2004년부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인일자리 사업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6년 42만 개였던 노인일자리는 올해 64만 개로 늘었다. 내년에는 74만 개, 2021년에는 80만 개로 늘어날 계획이다. 이날 군포시니어클럽에서 열린 노인일자리 현장간담회에 참석한 노인들은 “일하기 시작한 후 삶이 더욱 즐거워졌다”고 입을 모았다. 이 자리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참석했다. 김현숙 씨(72·여)는 일주일에 두 번 어린이집을 찾아 인형극을 한다. 김 씨는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게 내게도 큰 즐거움”이라며 “소품을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이 쉽진 않지만 힘들다 생각하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건강도 좋아졌다. 김 씨는 “일을 시작한 후 건강이 좋아져 그동안 먹던 약도 끊었다”며 웃었다. 올 3월부터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박영호 씨(73)도 “손자 손녀와 마찬가지인 아이들 덕분에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다. 박 씨는 “일이 재미있어 근무시간 후에도 도서관이나 서점에 들러 동화책을 들여다본다”며 “최근엔 오카리나를 배워 아이들에게 동요도 연주해준다”고 덧붙였다. 노인이 노인을 돌보기도 한다. 임옥자 씨(75)는 군포시니어클럽에서 노인일자리를 상담, 안내한다. 연 2회 관내 독거노인을 방문해 치매검사를 하기도 한다. 임 씨는 “경제적으로도 보탬이 되지만 나이가 많아도 사회에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어 보람차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노인의 상대빈곤율(65세 이상 노인 중 중위소득 50% 미만 노인의 비율)은 43.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노인인구의 연금수급률은 46%에 불과해 빈곤한 노인이 상대적으로 많다. 노인일자리 사업은 빈곤노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의 하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7 노인일자리 정책효과 분석연구’에 따르면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노인의 가구빈곤율은 참여 전 82.6%에서 참여 후 79.3%로 3.3%포인트 감소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노인일자리에 참여한 노인은 참여하지 않은 노인에 비해 우울감이 낮았고 자아존중감과 삶의 만족도는 높았다. 1년간 의료비 지출도 일자리사업에 참여한 뒤 약 85만 원을 덜 쓴 것으로 나타났다. 박 장관은 “노인일자리는 단순히 소득에 보탬이 되는 것을 넘어 노인 삶에 활력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더 늘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일자리를 늘리면서 급여도 올려 더 보람을 느끼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군포=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 2019-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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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지 기준선 밖의 ‘인천 일가족 비극’

    19일 인천 계양구에서 일가족을 포함한 4명이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 성북구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빚에 시달리던 네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된 지 17일 만이다. ‘인천 일가족’ 중엔 ‘성북구 네 모녀’처럼 한창 일할 나이인 20∼40대 구성원이 있었다. 신체질환으로 장애등급 판정을 받은 구성원은 없었다. 대다수의 정부 지원금 제도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다. 복지서비스의 기준선 밖에 있는 저소득층에게 ‘찾아가는 정신건강 상담’ 서비스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계양구 동양동의 한 임대아파트 복도엔 출입금지를 알리는 노란색 폴리스라인이 붙어 있었다. 이 아파트에선 이틀 전 A 씨(49·여)와 아들(24), 딸(20) 등 두 자녀, 그리고 딸의 친구 B 양(19) 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A 씨 가족을 잘 아는 인근의 한 상점 주인은 “A 씨는 가게에 들를 때마다 얼굴에 그늘이 있었다”고 했다. 계양구와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8월 커피숍에서 일하다가 손떨림 증상으로 실직했다. 같은 해 10월 주민센터에 들러 기초생활 주거급여(월 24만 원)와 한시적 긴급복지 지원금(월 93만6500원)을 신청해 받게 됐다. 긴급복지 지원금은 3개월 만에 끊겼다. 당시 주민센터 관계자는 기초생활 생계급여 제도도 안내했지만 A 씨는 “생각해보겠다”고만 하고 신청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만약 A 씨와 두 자녀가 모두 일을 할 수 없는 상태였고, ‘부양의무자’인 전남편과 친정 부모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형편이었다면 주민센터의 제안을 받아들여 월 최대 112만8010원(3인 가구 기준)의 생계급여를 받을 수도 있었다. A 씨는 어지럼증으로 한의원을 종종 찾았고 그의 아들은 제대 후 직장에 다니다가 몸이 안 좋아 실직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장애등급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복지부는 ‘송파 세 모녀 사건’(2014년 2월) 이후 ‘복지 사각지대 발굴 관리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A 씨 가족은 이미 한부모 가정으로 지원금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발굴 대상에 해당되지 않았다. 실제로 관할 주민센터는 A 씨 가족을 사례 관리 대상에 포함시켜 성금이나 기부 물품, 장학금 등을 전달해왔고 A 씨의 딸도 주민센터에 직접 들러 통신요금 감면을 신청하곤 했다. 이 때문에 복지부는 A 씨 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한 배경엔 신체질환이나 생계곤란 못지않게 정신적 어려움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관할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따르면 A 씨 가족이 우울증 상담을 받거나 서비스 대상으로 등록된 적은 없다. 이는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업무가 조현병 등 중증 정신질환자 관리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 226곳(2017년 말 기준) 가운데 중증 정신질환을 관리하는 곳은 218군데이지만 자활사업을 수행하는 센터는 81곳에 불과했다. 이런 경향은 올 4월 경남 진주시에서 중증 정신질환을 앓던 안인득이 방화, 살인을 저지른 뒤로 더 심해졌다. 홍정익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A 씨 가족처럼 생계가 어려워 긴급복지 지원금을 받다가 끊기면 ‘정신건강 위기가구’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상담사가 찾아갔으면 좋았겠지만, 현재는 그런 제도가 미비하다”라며 “내년엔 관련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1일 서울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인근엔 ‘성북구 네 모녀’를 위한 시민분향소가 차려져 조화를 바치고 향을 피우려는 시민의 발길이 이어졌다.인천=김소영 ksy@donga.com / 조건희·위은지 기자}

    • 2019-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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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역가입자 건보료, 이달부터 평균 6579원 올라

    이달부터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의 보험료가 가구당 평균 6579원 오른다.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은 지역가입자의 지난해 소득과 올 6월 기준 재산 변동사항을 반영한 건강보험료를 11월분부터 내년 10월까지 1년간 부과한다고 20일 밝혔다. 이달분 지역가입자 건보료는 지난달에 비해 가구당 평균 6579원(7.6%) 인상됐다. 증가율로 보면 전년도 같은 기간의 9.4%에서 1.8%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지역가입자 건보료는 소득(이자 배당 사업 근로소득 등)과 재산세 과세표준금액(재산과표, 건물 주택 토지 등) 그리고 자동차 등의 수준에 따라 차등 부과한다. 직장가입자 건보료는 월급과 종합소득만 반영해 부과한다. 전체 지역가입자 758만 가구 가운데 259만 가구(34.2%)는 전년 대비 소득이 늘거나 올해 부동산 공시가격 상승으로 재산과표가 오르면서 건보료도 올랐다. 재산과표 증가율은 8.7%로 지난해(6.3%)보다 2.4%포인트 높았다. 지난해 소득증가율은 9.1%로 2017년 소득증가율(12.8%)보다 3.7%포인트 낮았다. 건보료가 오른 가구 가운데 71.8%인 186만 가구는 지난달 보험료 기준으로 전체 지역가입자를 10분위로 나눴을 때 중위층 이상(6∼10분위)이었다. 143만 가구(18.8%)는 소득과 재산과표가 하락해 건보료도 낮아졌으며 356만 가구(47.0%)는 변동이 없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 2019-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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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벌받은 아이들, 주변에도 폭력행사”

    김모 군(12·경북 포항시)은 2년 전 겪은 일을 잊을 수 없다. 그날 아버지는 공부를 안 한다는 이유로 김 군을 외딴 마을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2시간 거리인 집까지 혼자 걸어오게 시켰다. 오후 10시 가까운 시간이라 막차도 끊긴 때였다. 그 후로도 김 군의 집에서는 고성과 폭행이 반복됐다. 지켜보다 못한 이웃들은 부모를 아동학대로 신고했다. 김 군은 “얼마나 잘못해야 벌을 받는지 모르는 게 가장 싫었다”고 말했다. 자녀를 체벌하는 부모들은 “내 자식 잘되라고 매를 드는 것”이라고 항변한다. 하지만 속내는 다른 경우가 많다. 자녀의 말과 행동을 고친다는 명목 아래 그저 빠르고 손쉬운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17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아동 학대 예방 주간(19∼25일)을 맞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설문 대상 부모의 절반가량(50.3%)이 ‘체벌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10명 중 3명(29.2%)은 여전히 ‘대화보다 체벌이 효과적’이라고 믿었다. 문제는 체벌이 ‘훈육’에 그치지 않고 학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난달 대구에서 아들(3)의 머리를 벽에 부딪쳐 숨지게 한 아버지는 “싸우는 걸 훈계하려 했다”고 진술했다. 15일에는 인천에서 20대 미혼모가 딸(3)이 말을 듣지 않는다며 빗자루와 주먹으로 때려 숨지게 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체벌이 가져오는 ‘폭력의 대물림’을 우려했다. 전남아동보호전문기관 안지현 팀장은 “체벌하는 부모의 상당수는 ‘나도 그렇게 자랐다’고 항변하는 경우가 많다”며 “피해 아동이 동생을 상대로 부모의 체벌을 그대로 반복하는 경우도 흔하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체벌은 득보다 실이 큰 훈육법으로 여겨진다. 2016년 미국 텍사스대 엘리자베스 거쇼프 교수는 체벌의 효과와 관련해 1961∼2013년 진행된 111건의 연구를 분석했다. 유의미한 79건의 연구 중 78건에서 체벌이 아동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체벌을 받는 아동일수록 인지 능력과 자존감이 낮고, 반사회적 성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미국 소아과학회도 “체벌은 아동의 뇌 발달을 저하시킨다”며 체벌의 부작용을 경고했다. 현재 스웨덴 등 54개국이 자녀 체벌을 금지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체벌 금지를 위해 민법 915조 개정을 추진 중이다. 체벌을 정상적인 징계(훈육)의 범위를 넘어선 행위로 규정하는 것이다. 강지영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이 아닌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하는 문화가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박성민 min@donga.com·위은지 기자}

    • 2019-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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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익 건보이사장 “연명의료 안 받겠다” 사전의향서 작성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67·사진)은 13일 오전 건보공단 서울 영등포남부지사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다. 몸이 건강할 때 앞으로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미리 밝혀둔 것이다. 김 이사장은 “오래전부터 생을 마무리할 때 회복 가능성이 없는데 연명의료를 계속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죽는 방식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건강할 때 미리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남겨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명의료는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같이 치료 효과는 없이 임종 기간을 연장하는 의료 행위를 뜻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19세 이상이면 전국 건보공단 지사 등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에서 상담 받고 작성할 수 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 2019-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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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월-거창 등 ‘의료취약’ 9곳에 공공병원 신축

    정부가 강원 영월과 경남 거창 등 병원 인프라가 크게 부족한 지역 9곳에 공공병원을 신축한다. 병원, 의료 인력 등의 수도권 쏠림으로 지방 중소도시나 농어촌 주민이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중증질환 입원 진료를 받는 비율이 서울시민은 93%였지만 경북도민은 23%에 불과하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지역 의료 강화 대책’을 11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공공병원이 없거나 기존 공공병원 규모가 300병상이 되지 않는 영월권(영월 정선 평창), 진주권(산청 하동 남해 사천 진주), 거창권(합천 함양 거창) 등 9개 중진료권에 5년 안에 공공병원을 신설하거나 더 큰 규모로 신축한다. 2013년 진주의료원 폐업 이후 의료원 재개설을 추진하게 된 경남도는 “진주권 공공병원 설립 방법 등은 공론화를 거쳐 내년 상반기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방 의료원 기능 보강 예산을 지난해보다 100억 원 이상 늘려 1026억 원을 편성했다. 정부는 인구 규모, 의료 이용률 등을 고려해 2∼8개 시군구를 하나로 묶은 중진료권 단위로 필수의료 정책을 관리할 계획이다. 지방의 필수의료 공백도 줄인다. 내년부터 중진료권 단위로 지역 심뇌혈관질환센터를 지정해 전국 14개 권역 심뇌혈관질환센터로 즉각 옮기기 어려운 환자를 1차 이송하기로 했다. 의료 취약지 의료기관과 응급실, 중환자실, 분만실 등 필수의료 분야의 신(新)포괄수가 정책가산을 강화하고 필수의료 취약지의 건강보험 수가 지역가산도 검토한다. 내년 하반기에는 필수의료를 수행할 규모와 요건을 갖추고 일정 수준 이상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소병원을 지역우수병원으로 지정한다. 간호인력 인건비 지원 대상지를 58개 군에서 82개 모든 군으로 확대하고 국립공공보건의료대 설립과 공중보건장학제도도 계속 추진한다. 이상운 대한지역병원협의회 의장은 “지역 의료를 살리겠다는 의도는 높이 평가하지만 정책의 실효성이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로 상급종합병원 쏠림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지역 병원을 살리려면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 2019-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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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때 친구들에 구명조끼 주고 부상당한 신영진씨 ‘의상자’ 인정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친구들의 탈출을 도왔던 단원고 졸업생 신영진 씨(당시 17세)가 의상자(義傷者)로 인정됐다. 보건복지부는 1일 의사상자심사위원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의상자는 직무 외의 행위로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구조행위를 하다 부상을 입은 경우 지정된다. 신 씨는 세월호가 침몰하던 당시 복도를 따라 각 객실에 들어가 친구들에게 구명조끼를 나눠줬다. 또 여학생들이 헬기를 탈 수 있도록 커튼을 묶어 친구들을 갑판 위로 올려 보내는 등 구조행위를 하다 다쳤다. 한편 이날 위원회는 진료 중 환자의 흉기에 찔려 세상을 떠난 고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교수의 의사자 지정 여부를 재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 2019-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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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호협회 “간호법 제정 시급”… 광화문서 선포식

    대한간호협회는 3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019 간호정책 선포식’을 열고 간호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날 선포식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 등 정관계 인사와 전국의 간호사, 간호대 학생, 간호 가족 등이 참석해 뜻을 보탰다. 신경림 대한간호협회장은 “치료 중심에서 예방과 만성질환 관리, 의료기관 중심에서 지역사회 네트워크 중심으로 보건의료 혁신이 시급하다”며 “40만 간호사는 그 해법이 간호법 제정에서 시작될 수 있음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이날 간호협회는 간호정책 5대 중점과제를 선포했다. 선포식 후에는 내년 세계보건기구(WHO) 지정 ‘세계 간호사의 해’와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탄생 200주년을 미리 기념하는 문화행사가 열렸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 2019-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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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암환자들 동물구충제 절대 복용말아야”

    “암 환자들이 강아지 구충제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 참 슬픕니다.” 폐암 4기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인 이모 씨(73)는 “나는 항암 효과가 확실히 검증되지 않은 강아지 구충제를 투약하지 않기로 했지만 많은 환자들이 구충제를 먹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폐암 환자와 그 가족 등 8만여 명이 가입한 온라인 커뮤니티 ‘숨사랑모임’ 운영진이기도 한 그는 “신약이 나와도 가격이 비싸 환자들이 쉽게 쓸 수가 없다”며 “쉽게 구할 수 있는 강아지 구충제에 항암 효과가 있다고 하니 절박한 심정에서 이를 투약하는 걸 잘못됐다고 비판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암 환자들 사이에서 강아지 구충제의 주성분인 ‘펜벤다졸’이 말기암을 치료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유통되면서 보건 당국이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와 대한암학회는 28일 “동물용 구충제는 동물에게만 허가된 약”이라며 “이를 고용량으로 장기간 투여할 경우 장기 손상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아지 구충제가 항암치료제로 둔갑하게 된 것은 미국에서 말기 폐암으로 3개월 시한부 진단을 받았던 조 티펜스 씨가 강아지 구충제를 먹고 완치했다는 증언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지난달 초 이런 내용이 담긴 유튜브 영상이 공개돼 조회 수 220만 회(28일 기준)를 넘어섰다. 동물약국에서는 펜벤다졸 성분이 들어간 파나쿠어, 옴니쿠어 등 동물의약품의 품귀 현상도 빚어지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달 23일에도 “펜벤다졸은 사람에게 안전성과 유효성이 전혀 입증되지 않았다”며 “암 환자는 절대 복용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암 환자들이 유튜브나 포털 사이트에 펜벤다졸을 복용해 체중이 늘거나 통증이 줄었다는 후기를 직접 공개하면서 강아지 구충제를 구입하는 환자들이 줄지 않고 있다. 폐암 4기 판정을 받은 개그맨 김철민 씨도 28일 페이스북에 “펜벤다졸을 4주 차 복용했더니 통증이 반으로 줄고 혈액검사가 정상으로 나왔다”고 주장했다. 김 씨도 지난달 말 “강아지 구충제 치료법에 도전하겠다”고 밝혀 ‘구충제 열풍’에 불을 지폈다. 전문가들은 사람을 대상으로 펜벤다졸 임상시험을 한 적이 없어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지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 권정혜 강동성심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펜벤다졸’은 항암제 1상 시험도 거치지 않은 물질”이라며 “40년 이상 동물을 대상으로만 사용돼 사람에게는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온라인상에 올라온 환자 후기에 치료 효과를 증명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도 부족하다”고 덧붙였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 2019-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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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액상형’ 유해성 확인땐 판매금지 검토

    최근 보건당국에 액상형 전자담배로 인한 폐 손상 의심 환자로 보고된 남성은 30세다. 지난달 28일 호흡곤란, 가슴 통증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이 환자는 일반 담배를 피웠으나 약 3개월 전부터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했다. 의료진은 감염 관련 검사에서 모두 음성이 나왔지만 X선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관찰된 점을 들어 이 남성의 증상이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으로 인한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 보건당국에 신고된 중증 폐 손상자 1479명(15일 기준) 중 79%도 35세 미만의 청년이었다. 액상형 전자담배가 상대적으로 흡연 기간이 짧은 흡연자에게 해를 줄 수 있다는 증거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등 일부 주는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했고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일부 국가에서는 사용 자제를 권고했다. 정부가 23일 “모든 국민은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하지 말라”고 강력하게 권고한 액상형 전자담배 2차 대책을 내놓은 배경이다. 현재 액상형 전자담배에서 폐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되는 물질은 ‘대마유래성분(THC)’이다. 미국 내 환자의 78%가 THC가 함유된 전자담배를 피운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에선 마약류관리법에 따라 THC 유통이 금지돼 있으나 제품 내 THC 함유 여부를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이번 대책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다음 달까지 액상형 전자담배에 유해성분이 들어있는지 분석할 방침이다. 조사 대상 유해성분은 THC와 THC 함유 액상에서 검출되는 비타민E 아세테이트, 가향물질 등 7종이다. 미국 내 환자의 10%는 니코틴만 함유된 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대마유래성분 외에 또 다른 유해성분이 문제가 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홍준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액상형 전자담배에 있는 개별 성분들이 화학적으로 결합되면 유해물질이 될 수 있다”며 “담배 회사들은 THC를 넣은 일부 담배의 문제로 치부하려 하지만 미국 환자의 10%가 니코틴 함유 제품을 피운 것은 액상형 전자담배 자체가 퇴출될 수도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유사담배도 모두 관리 대상으로 포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연초 잎에서 추출된 액상 니코틴을 사용한 액상형 전자담배가 국내에 36개 품목이 유통되고 있지만, 담배가 아닌 공산품으로 분류되는 유사담배 제품은 약 70개 품목으로 더 많다. 연초 줄기나 뿌리 추출물 등으로 만들어진 이 제품들은 담배에 해당하지 않아 유통 현황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번 대책에는 국민건강 보호를 위해 일반 담배에 대한 안전성 규제도 강화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정부는 담배 및 담배 연기에 포함된 성분과 첨가물 정보를 담배 제조자와 수입자가 의무적으로 제출하게 할 예정이다. 현재는 분기별로 일반 담배에 한해 니코틴 및 타르 성분 분석을 시험기관에 의뢰하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담배(전자담배 포함)가 공중보건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 판매금지 조치까지 취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담배사업법 개정안은 20대 국회에서 23건 발의됐지만 한 건도 처리되지 않았다. 이성규 국가금연지원센터장은 “공개를 해야 하는 성분을 구체적으로 법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위은지 wizi@donga.com·박성민 기자}

    • 2019-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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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릎관절염 피하려면… “방바닥에 앉지 마세요”

    ‘황혼 육아’ 중인 A 씨(65)는 얼마 전 손자를 업고 일어나다가 무릎이 몹시 아파 주저앉고 말았다. 몇 년 전부터 계속되던 무릎 통증이 최근 들어 더 심해져 걷기가 불편할 정도였다. 병원을 찾은 A 씨는 말기 퇴행성관절염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가급적 빨리 인공관절 수술을 받으라고 권했다. A 씨는 수술해도 10년이 지나면 재수술을 해야 한다고 주변에서 이야기하자 수술을 받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퇴행성관절염은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이다. 인구의 급격한 고령화 추세로 퇴행성관절염 환자도 매년 늘고 있다. 2013년 약 333만 명이던 환자는 지난해 387만 명으로 5년 만에 16% 증가했다. 동아일보는 14일 서울 중구 명동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건강 토크쇼―톡투 무릎관절염’을 열었다. 유재두 이대목동병원 정형외과 인공관절센터장과 궁윤배 세란병원 인공관절센터 부장이 강연자로 나서 무릎관절염과 인공관절 수술 등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줬다. 이날 토크쇼에는 청중 약 200명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비만, 좌식이 무릎관절염 ‘주범’ 무릎 퇴행성관절염은 무릎 관절을 보호하는 연골이나 그 주위의 뼈에 퇴행성 변화가 나타나 관절 간격이 좁아지고 염증과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연골이 거의 없어진 상태인 말기 환자의 경우 뼈와 뼈가 직접 맞닿아 겉으로 보기에도 다리가 안쪽이나 바깥쪽으로 휘어 있다. 관절염 초기에는 걸을 때 무릎이 아파도 휴식을 취하면 통증이 완화되지만 말기에는 쉴 때도 통증이 지속돼 잠을 설치기도 한다. 유 센터장은 “비만과 좌식(坐式) 생활습관이 무릎관절염의 주요 위험요소”라고 지적했다. 몸무게(kg)를 키(c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인 체질량지수(BMI)가 비만 판단의 기준점인 25 이하면 평생 관절염이 생길 확률이 30.2%이지만 BMI가 30 이상이 되면 관절염 발병 확률이 60.5%로 급격히 높아진다. 한국인이 자주 하는 쪼그려 앉거나 무릎을 꿇고 앉는 자세는 서 있을 때보다 무릎에 가해지는 압력이 약 20배 더 크다. 손상된 연골을 완전히 되살릴 방법은 없다. 그러나 관절염 초기에는 냉수욕, 온열찜질 같은 대증(對症)요법으로 증상이 심해지는 걸 어느 정도 늦출 수 있다. 과체중일 경우 다이어트를 하는 것도 좋다. 방바닥에 주로 앉아서 하는 좌식생활보다는 의자에 앉는 입식생활을 비롯해 무릎에 좋지 않은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걸을 때 지팡이를 사용하면 무릎에 가해지는 압력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 적절한 운동은 관절 기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주 3∼4회, 하루에 30분씩 평지에서 걷기, 수영, 자전거 타기처럼 무릎에 체중 부하(負荷)를 적게 주면서 관절을 움직일 수 있는 운동을 하면 좋다. 운동을 하다가도 통증이 느껴지면 멈춰야 한다. 유 센터장은 “걷거나 계단을 오르내릴 때는 발 사이 간격을 좁히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증상 호전 안 되면 인공관절 수술 고려 비(非)수술적 치료를 받아도 통증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수술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수술은 크게 관절 보전수술과 관절 치환수술로 나뉜다. 관절 보전수술로는 줄기세포를 관절에 투여해 연골을 재생시키는 동종 줄기세포 이식술이 최근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연골 결손 부위가 적은 초·중기 관절염 치료에만 도움이 된다. 유 센터장은 “결국 제일 많이 시행하고 비용 대비 효과가 뛰어난 수술 치료는 인공관절 치환술”이라고 강조했다. 인공관절 수술은 언제 받는 게 좋을까. 궁윤배 부장은 “말기 퇴행성관절염 환자 중 주사나 약물 복용으로도 통증이 치료되지 않거나 다리가 휘어 걸을 때 절뚝거리는 경우에는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자의 나이보다는 통증의 강도, 관절의 마모 상태 등을 고려해 수술 여부를 결정한다. 최근에는 로봇을 이용한 인공관절 수술이 활발하다. 궁 부장은 “이 중 가장 진일보한 방법은 ‘마코’를 이용한 로봇 인공관절 수술”이라며 “수술 전 환자의 상황에 맞춰 3차원(3D) 시뮬레이션을 하고 의료진이 마코로봇의 팔을 잡고 계획대로 수술을 진행하는 로봇과 의사의 협진이어서 수술 정확도와 안전성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인공관절 수술 후 일상생활이 불편해지진 않을까. 유 센터장은 “상갓집에서 무릎을 꿇고 절을 하거나 쪼그리고 앉을 때 불편할 수 있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다”라면서도 “인공관절 수명을 연장하려면 이런 자세를 반복적으로 하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궁 부장은 “수술 후 3개월이 지나면 무릎 각도도 회복되고 통증도 점점 사라진다”고 덧붙였다. ‘10년 후에 재수술을 해야 한다’는 얘기도 옛말이 됐다. 유 센터장은 “로봇수술로 대퇴골과 정강이뼈의 축과 무릎의 균형을 정확하게 맞출 수 있게 돼 관절 수명도 대략 15년 정도로 늘었다”고 말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 2019-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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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중지 강력 권고…유해성분 나오면 판매금지도

    정부가 23일 합동 발표한 액상형 전자담배 2차 대책은 보건복지부가 1차 대책을 내놓은 지 한 달여 만에 나왔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액상형 전자담배에 강력히 대처하라”고 지시하자 관련 부처들이 더 강도 높은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시중에 유통되는 액상형 전자담배 상당수가 담배 유사제품으로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다”며 “외국의 폐 손상 및 사망 사례 발생에 이어 국내에서도 폐 손상 의심사례가 보고 되는 등 현 상황은 담배와 관련된 공중보건의 심각한 위험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정부의 종합대책은 연초 잎에서 추출한 액상 니코틴을 사용해 국내 유통 중인 11개 회사 36개 품목의 액상형 전자담배뿐만 아니라 연초 줄기나 뿌리 추출물로 만들어진 유사담배제품까지 아우르고 있다. 현재 약 70개 품목이 시판 중인 유사담배제품은 담배가 아니라 공산품으로 분류돼 액상형 전자담배보다 더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종합대책은 더 나아가 일반 담배에 대한 안전성 규제도 강화해 국민건강을 담보하겠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담배 제조·수입자의 담배 및 담배연기에 포함된 성분과 첨가물 정보 제출을 의무화한다. 현재는 일반 담배만 분기별로 니코틴 및 타르 성분 분석을 시험기관에 의뢰하는 것 외에는 안전성 관련 규정이 없다. 담배에 어떤 유해성분이 있는지 알 길이 없다. 액상형 전자담배 유해성분 분석은 속도를 내게 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다음 달까지 THC(대마유래성분), 비타민E 아세테이트 등 미국에서 유해성분으로 의심받는 성분이 액상형 전자담배에 들어있는지 분석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유해성분이 들어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액상형 전자담배의 판매금지 조치도 고려하고 있다. 또 액상형 전자담배 제조·수입업자가 구성성분 정보를 제출하도록 요청하고 액상 니코틴 수입 통관절차를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 팔리고 있는 액상형 전자담배는 모두 수입품이다. 다만 판매금지 조치를 비롯해 이번 대책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법안들이 통과돼야 한다. 의료계나 학계에서는 담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관련법 개정은 지지부진하다. 담배사업법 개정안은 20대 국회에 23건 발의됐지만 단 한 건도 처리되지 않았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세계적으로도 그 위험성이 강조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15일 기준 액상형 전자담배가 원인으로 의심되는 중증 폐 손상 사례가 1479건, 사망 사례가 33건 보고 됐다. 지난달 미국 질병관리본부(CDC)는 원인물질 및 인과관계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자제를 권고했고, 메사추세츠 같은 일부 주는 판매금지 조치했다.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도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자제를 권고했다. 국내에서도 폐렴 증상으로 지난달 입원한 30세 남성이 액상형 전자담배 의심환자로 보고 됐다. 발병 2~3개월 전부터 액상형 전자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이 남성은 최근 상태가 좋아져 퇴원했다. 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은 “정부가 액상형 전자담배 규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긍정적인 변화”라면서도 “현재 국회가 ‘식물국회’가 되어버렸지만 국민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상정만 되어 있는 관련 법안을 빠른 시일 내에 논의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 2019-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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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국 여행 ‘홍역 주의보’… 이달 여행객-접촉자 9명 확진

    이달 들어 태국에 다녀와서 홍역을 앓는 환자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21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이달 1∼18일 발생한 홍역 확진자 9명 중 5명은 태국 여행을 다녀온 20, 30대였고 나머지 4명은 이들과 접촉한 사람이었다. 홍역 환자 대부분은 홍역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거나 홍역 면역력이 없었다. 태국에서는 올해 홍역 환자가 14일 현재 4582명 발생하는 등 홍역이 유행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홍역 환자 2495명보다 80% 이상 증가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12월 홍역 환자가 발생한 후 환자 수가 급격히 늘어 18일까지 194명이 홍역 확진을 받은 것으로 신고됐다. 이 중 73명은 해외여행을 했는데 여행지는 베트남(38명) 필리핀(15명) 태국(7명) 등의 순이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홍역은 예방접종을 하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어 여행 일정에 맞춰 사전에 접종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국 전 홍역 볼거리 풍진(MMR) 백신을 2회 모두 맞았는지 확인하고 홍역 면역력이 없으면 최소 4주 간격을 두고 2회 접종해야 한다. 2회가 어려울 경우 한 번이라도 맞는 게 좋다. 홍역은 공기로 감염되므로 해외여행 중에 손 씻기, 기침 예절 등을 준수해야 한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 2019-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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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인 케어’로 건강보험 재정적자 17조 2000억원 예상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 ‘문재인 케어’ 시행으로 현 정부 임기 중 건강보험 재정적자가 17조2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20일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이 의뢰해 작성한 국회 예산정책처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따른 재정 전망’에 따르면 건강보험 당기누적수지는 현 정부 임기(2018~2022년)에 17조2000억 원 적자를 기록하고 다음 정부(2023~2027년)에는 약 22조 원 적자일 것으로 예상된다. 예산정책처는 지난해 현 정부의 건강보험 적자 전망치를 13조5000억 원, 다음 정부 적자 전망치를 12조1000억 원으로 예측했으나 1년 만에 적자 폭이 각각 3조7000억 원, 9조9000억 원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에 비해 건강보험 적자 전망치가 더 늘어난 것에 대해 김 의원은 “정부가 올해 발표한 제1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에서 2017년 발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보다 더 많은 지출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예산정책처는 지난해 2027년으로 예측했던 건강보험 누적 준비금 고갈 시기도 2024년으로 앞당겼다. 정부는 2017년 기준 누적 준비금 20조 원 중 10조 원을 보장성 확대에 쓰고 나머지 10조 원은 유지하겠다고 하지만 건강보험료를 대폭 인상하지 않는 한 준비금 고갈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산정책처는 내다봤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종합계획의 재정절감 효과를 반영하지 않은 결과로 보인다”며 “요양병원 장기입원 억제 등을 통해 지출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정부는 무책임한 건강보험 재정 지출로 인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직시하고 대형 복지정책들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 2019-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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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종 아동 DNA 보관 규정, 현실에 맞게 바꿔야[현장에서/위은지]

    “유전자(DNA)는 장기 실종 아동을 찾는 가족들의 유일한 희망입니다.” 서기원 실종아동찾기협회 대표는 최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실종 기간이 길어질수록 아이는 부모가 기억하는 모습과 달라질 수밖에 없다. 부모가 절박한 심정으로 전국을 헤매도 잃어버린 아이를 찾는다는 보장이 없다. DNA 대조는 부모와 실종 아동이 재회할 확률을 높여주는 방법이다. 2005년 ‘실종 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 이후 경찰은 실종 아동과 실종 장애인, 그리고 이들을 잃어버린 가족들의 DNA를 채취해 대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은 DNA를 검사일로부터 10년이 경과하는 순간 검사기관의 장(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이 지체 없이 폐기하도록 하고 있다. 검사자 혹은 법정대리인이 10년 이내에서 연장을 요청할 경우에만 보관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이 아동권리보장원으로부터 받은 ‘DNA 검체 신상정보 접수 10년 이상 통계 현황’에 따르면 2004년부터 올 8월까지 접수된 전체 DNA 검체 신상정보는 3만6050건이다. 이 중 2004∼2008년에 접수돼 검사일이 10년 넘은 것은 2만341건으로, 전체의 56.4%에 해당한다. 법대로라면 검사자의 연장 요청이 없는 DNA 정보는 폐기됐어야 했다. 그러나 2017년 경찰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그리고 아동권리보장원 실종아동전문기관은 당사자의 의사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정보를 폐기하지 않기로 협의했다. 실종 아동이나 가족의 의사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기한이 지났다는 이유로 DNA를 폐기해 재회할 기회를 빼앗는 게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DNA를 등록한 가족들도 본인의 검사일자를 정확히 기억하기 쉽지 않은 데다 보관 기한이 정해져 있다는 걸 모르는 경우가 많다. 관련 기관들의 결단 덕분에 최근까지도 접수된 지 10년 넘은 DNA로 잃어버린 가족들이 만나고 있다. 2017년부터 올 8월까지 DNA 대조를 통해 가족을 상봉한 137건 중 접수된 지 10년 넘은 DNA를 대조해 찾은 경우는 22건(16%)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장기 실종 아동은 678명. 이 중 실종된 지 10년이 넘은 아동은 545명으로 전체의 81%다. 법 제정 당시 5년이던 DNA 보관 기간은 10년으로 늘었다. 인권단체의 주장대로 DNA 관리가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실종 아동 유관기관도, 실종 아동을 둔 가족도 “아이를 찾기 전까지는 10년이라는 기한이 너무 짧다”고 입을 모은다. 10년이 지나도 DNA를 폐기하지 않는 현실과도 동떨어진 규정이다. 가족들이 실종 아동과 재회하는 그날까지 DNA가 폐기되지 않도록 보관 기간을 현실화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위은지 정책사회부 기자 wizi@donga.com}

    • 2019-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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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입 간호사 67% “1년내 퇴직 고려”

    《간호사가 현장을 떠나고 있다. 면허를 취득한 지 1년이 안 된 신규 간호사 10명 중 7명은 근무가 힘들어 일하고 있는 병원을 그만둘 생각을 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가 이달 1∼7일 전국 신규 간호사 1397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다니는 병원을 1년 이내 그만두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는 응답자가 67.4%로 나타났다. 과중한 업무량과 낮은 임금, 불규칙한 근무시간, 야간 근무 등이 이들을 일터에서 멀어지게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간호 전문 인력이 부족해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이 입게 된다.》 지방의 한 병원에서 자궁절제술을 받고 입원 중인 김모 씨(60). 의사 얼굴 보기 힘들다는 것은 알았지만 간호사마저 그럴 줄 몰랐다. 당뇨가 있어 저혈당이 걱정돼 간호사가 자주 김 씨 상태를 체크해야 하지만 만나기가 어렵다. 그나마 잠깐 나타나는 간호사에게 수술 경과나 치료 일정을 묻지만 대답은 “잠깐만요”다. 김 씨는 “간호사들을 보면 딸 같은 마음에 이해해야지 싶다가도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씨와 같은 사례는 전국의 많은 병원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다. 14일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올해 간호사국가시험 합격자를 포함해 전국에서 활동하는 간호사는 20만7315명. 전체 간호사 면허 취득자 41만5532명의 49.9%다. 간호사 절반은 쉬거나 다른 일을 하는 셈이다. 동아일보는 간호사가 왜 병원을 떠나는지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하는 3회 시리즈를 연재한다.○ 병원을 떠나는 간호사들 간호협회가 이달 1∼7일 간호 면허를 딴 지 1년 이내인 간호사 1397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근무하는 병원에서 1년 안에 그만두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는 응답이 67.4%나 됐다. 떠나고 싶은 이유로는 과중한 업무량(19.0%), 낮은 임금(16.4%), 불규칙한 근무시간과 과도한 야간근무(15.7%) 등을 꼽았다. 응답자 중 1년이 채 안 돼 병원을 옮긴 간호사는 42.4%였다. 이직 사유 역시 과중한 업무량(21.7%), 직장문화(19.8%), 불규칙한 근무시간·야간근무(15.6%), 낮은 임금(13.4%) 순으로 비슷했다. 2016년 병원간호사회의 실태조사 때 ‘1년 이내 이직률’은 35.3%였다. 한국의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은 간호사 1명이 평균 16.3명의 환자를 돌본다. 중소병원은 43.6명이나 된다. 미국(5.7명) 스웨덴(5.4명) 노르웨이(3.7명) 등과 비교하면 중노동이다. 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간호사 1명당 환자 2.5명을 배치해야 하지만 유명무실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중환자실 2년 차 간호사 K 씨는 3교대 근무로 식사와 배변이 불규칙해 방광염과 변비를 번갈아 앓는다. 나이트 근무 때는 오후 9시 반에 출근해 이튿날 오전 8시 30분에 끝난다. 그러나 5시간도 못 자고 그날 오후 2시 반부터 오후 10시 반까지 이브닝 근무를 할 때도 많다. 인수인계하느라 근무시간을 훌쩍 넘겨도 초과수당은 없다. K 씨는 “신입 간호사들에게 떠날 수 있을 때 떠나라고 한다”고 탄식했다. 업무량은 과중한 데 비해 임금은 박하다. 병원간호사회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간호사 평균 연봉은 상급종합병원 3286만 원, 종합병원 2748만 원, 중소병원은 2506만 원이다. 같은 4년 차 대졸 대기업 초임에 뒤처진다. 환자 30∼40명을 책임지며 밤샘 야근도 잦은 중소병원 간호사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 심하다. 김영경 부산가톨릭대 간호대학장은 “과중한 업무량은 간호사가 병원을 떠나는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간호사 평균 연령 28.7세로 연소화 현장을 이처럼 많이 떠나다 보니 베테랑 간호사는 점점 줄어든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병원 간호사 평균 연령은 28.7세다. 전체 활동 간호사의 76.4%가 20대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간호사는 평균 6.2년 일한다. 평균 근속기간 18.1년인 미국의 절반도 안 된다. 간호사들은 대형병원이 젊고 튼튼한 간호사를 더 선호한다고 입을 모은다. 신규 간호사가 몇 달을 버티지 못하는 일이 많아서다. 대형병원에 들어간 간호사가 3개월을 버티면 이를 축하하는 ‘100일 잔치’가 있을 정도다. 서울의 대형병원 3년 차 간호사 S 씨는 “1년 차 미만 간호사가 중환자실 간호 인력의 60%라서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중소병원 2년 차 간호사 P 씨는 “‘잘못하다가는 나 때문에 환자가 죽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털어놨다. 탁영란 한양대 간호학부장은 “환자 회복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간호사가 현장을 떠나면 환자 안전에 직접 영향을 끼친다”며 “경험 있는 간호사가 포기하지 않도록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전주영 aimhigh@donga.com·위은지 기자}

    • 2019-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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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호사들, 3개월만 버텨도 ‘100일 잔치’…병원 떠나고 싶은 이유 1위는

    지방의 한 병원에서 자궁절제술을 받고 입원 중인 김모 씨(60). 의사 얼굴 보기 힘들다는 것은 알았지만 간호사마저 그럴 줄 몰랐다. 당뇨가 있어 저혈당이 걱정돼 간호사가 자주 김 씨 상태를 체크해야 하지만 만나기가 어렵다. 그나마 잠깐 나타나는 간호사에게 수술 경과나 치료 일정을 묻지만 대답은 “잠깐만요”다. 김 씨는 “간호사들을 보면 딸 같은 마음에 이해해야지 싶다가도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씨의 사례는 전국의 많은 병원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다. 14일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올해 간호사국가시험 합격자를 포함해 전국에서 활동하는 간호사는 20만7315명. 전체 간호사 면허 취득자 41만5532명의 49.9%다. 간호사 절반은 쉬거나 다른 일을 하는 셈이다. 동아일보는 간호사가 왜 병원을 떠나는지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하는 3회 시리즈를 연재한다.● 병원을 떠나는 간호사들 간호협회가 이달 1~7일 간호 면허를 딴 지 1년 이내인 간호사 1397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근무하는 병원에서 1년 안에 그만두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는 응답이 67.4%나 됐다. 떠나고 싶은 이유로는 과중한 업무량(19.0%), 낮은 임금(16.4%), 불규칙한 근무시간과 과도한 야간근무(15.7%) 등을 꼽았다. 응답자 중 1년이 채 안 돼 병원을 옮긴 간호사는 42.4%였다. 이직 사유 역시 과중한 업무량(21.7%), 직장문화(19.8%), 불규칙한 근무시간·야간근무(15.6%), 낮은 임금(13.4%) 순으로 비슷했다. 2016년 병원간호사회의 실태조사 때 ‘1년 이내 이직률’은 35.3%였다. 한국의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은 간호사 1명이 평균 16.3명의 환자를 돌본다. 중소병원은 43.6명이나 된다. 미국(5.7명) 스웨덴(5.4명) 노르웨이(3.7명) 등과 비교하면 중노동이다. 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간호사 1명당 환자 2.5명을 배치해야 하지만 유명무실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중환자실 2년차 간호사 K 씨는 3교대 근무로 식사와 배변이 불규칙해 방광염과 변비를 번갈아 앓는다. 나이트 근무 때는 오후 9시 반에 출근해 이튿날 오전 8시 30분에 끝난다. 그러나 5시간도 못 자고 그날 오후 2시 반부터 오후 10시 반까지 이브닝 근무할 때도 많다. 인수인계하느라 근무시간을 훌쩍 넘겨도 초과수당은 없다. K 씨는 “신입 간호사들에게 떠날 수 있을 때 떠나라고 한다”고 탄식했다. 업무량은 과중한데 비해 임금은 박하다. 병원간호사회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간호사 평균 연봉은 상급종합병원 3286만 원, 종합병원 2748만 원, 중소병원은 2506만 원이다. 같은 4년차 대졸 대기업 초임에 뒤처진다. 환자 30~40명을 책임지며 밤샘 야근도 잦은 중소병원 간호사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 심하다. 김영경 부산가톨릭대 간호대학장은 “과중한 업무량은 간호사가 병원을 떠나는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간호사 평균연령 28.7세로 연소화 현장을 이처럼 많이 떠나다 보니 베테랑 간호사는 점점 줄어든다. 지난해 12월말 기준 병원 간호사 평균 연령은 28.7세다. 전체 활동 간호사의 76.4%가 20대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간호사는 평균 6.2년 일한다. 평균 근속기간 18.1년인 미국의 절반도 안 된다. 간호사들은 대형병원이 젊고 튼튼한 간호사를 더 선호한다고 입을 모은다. 신규 간호사가 몇 달을 버티지 못하는 일이 많아서다. 대형병원에 들어간 간호사가 3개월을 버티면 이를 축하하는 ‘100일 잔치’가 있을 정도다. 서울의 대형병원 3년차 간호사 S 씨는 “1년차 미만 간호사가 중환자실 간호 인력의 60%라서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중소병원 2년차 간호사 P 씨는 “‘잘못하다가는 나 때문에 환자가 죽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털어놨다. 탁영란 한양대 간호학부장은 “환자 회복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간호사가 현장을 떠나면 환자 안전에 직접 영향을 끼친다”며 “경험 있는 간호사가 포기하지 않도록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 2019-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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