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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드루킹 특검 수사과정에서 불거진 송인배 대통령정무비서관의 정치자금 수수 의혹과 관련해 “특검에 법적 책임을 묻겠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앞서 민주당은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6일 특검에 소환돼 피의자 조사를 받자 지도부와 당권주자들이 일제히 “정치 특검”이라고 공격한 바 있다. 홍 원내대표는 1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송인배 비서관이 과거 민간기업에 근무할 때 받았던 급여가 정치자금에 해당하는지를 (드루킹 특검이) 수사하겠다고 한다. 이것은 명백한 별건수사이자, 특검 수사 범위를 넘어서는 위법 행위”라고 했다. 이어 “특검 활동이 끝난 뒤라도 별건수사와 언론플레이 등 특검법 위반 행위를 철저히 따져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앞서 특검 수사 과정에서 송 비서관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회장이던 고(故)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이 경영한 업체로부터 급여 명목으로 2011∼2016년 약 2억 원을 받았다는 게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특검 안팎에서는 드루킹 특검 수사와 직결된 사항이 아닌 만큼 특검이 직접 수사에 나서기보다 관련 내용을 검찰에 통보하는 선에서 마무리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특검이 왜 수사에 나서겠다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송 비서관 조사에서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하자 별건수사를 통해 압박을 가하고 정치적 갈등을 키우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규제개혁과 혁신성장의 간판 브랜드로 추진하고 있는 ‘은산분리 완화’에 대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반대 목소리가 서서히 나오고 있다. 민주당 제윤경 의원 등이 7일 문 대통령이 참석한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 방문에 돌연 불참한 데 이어 일부 의원이 당 지도부 방침보다 강화된 은산분리 법안을 내놓았다. 특히 홍영표 원내대표가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의 지분(의결권 있는 주식) 보유 한도를 현 4%에서 34%까지 완화하는 방안을 야당과 협의하자, 당내 대표적 ‘재벌 저격수’인 4선의 박영선 의원이 “보유 한도 34%도 지나치다”며 이를 더 낮춘 법안을 발의하고 나섰다. 박 의원은 금융자본이 최대주주인 경우에 한해 산업자본의 지분 보유 한도를 25%까지 허용하는 내용의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제정안을 10일 대표 발의했다. 당 원내지도부가 잠정적으로 목표하는 보유 한도 34%보다 9%포인트 낮춘 것이다. 그나마 상장 시에는 산업자본 보유 한도를 지방은행과 같은 15%로 더 낮추도록 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은산분리 완화 관련 제정·개정안은 총 5건이다. 이 중 민주당 정재호 의원과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각각 발의한 2개 법안에 34% 보유 한도가 명시돼 있다. 정 의원 등이 산업자본 보유 한도로 34%를 규정한 것은 상법상 특별결의 비율(주주 의결권의 3분의 2)을 감안한 것이다. 특별결의란 정관 변경이나 합병, 해산 등 주주총회를 거쳐야 하는 핵심 의사결정 사안을 말한다. 은산분리 취지상 산업자본이 50% 이상을 갖지 못하도록 규제하면서 동시에 금융자본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견제할 수 있도록 의결권 있는 주식의 3분의 1(34%)까지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당정이 추진한 대로 산업자본 보유 한도가 34% 이상으로 확대되면 정보기술(IT) 대기업이 주도하는 특화된 금융서비스가 가능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와 같은 첨단 핀테크 산업이 본격화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박 의원 측 생각은 다르다. 비록 50%를 넘진 않지만 34%도 은산분리 원칙을 흔들 수 있는 과도한 지분이라는 것이다. 박 의원은 “박근혜 정부 당시 인터넷전문은행 특혜 인가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혁신성장과 규제완화라는 이름으로 은산분리 기본 원칙이 무너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산업자본 보유 한도로 당초 15%를 검토했으나, 당 관계자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미국 은행법 등을 감안해 25%로 결정했다고 한다. 박 의원 측 관계자는 “미국은 금융자본이 최대주주인 경우 산업자본이 최대 25%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안팎에서 34% 지분 한도를 갖고도 의견이 분분한 것은 상장 이후 지분 변동과 관련이 깊다. 상장 이후 다양한 투자 지분이 들어오면 산업자본이 34%의 지분을 갖고도 사실상 최대주주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20대 국회 전반기까지 정무위원회에서 활동한 박용진 의원은 최근 “은산분리 완화를 위해선 당 차원에서 정책 의총을 열고 당론을 변경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관계자는 “은산분리는 당의 정체성과 직결된다고 보는 의원이 적지 않아 실제 입법이 진행되면 당내 갈등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국회가 특수활동비를 전면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여야는 그동안 사용 명세 공개 등을 통해 특활비 양성화를 추진했지만 부정적 여론을 감안해 특활비를 전면 폐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12일 “특활비를 전면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홍영표 원내대표가 13일 문희상 국회의장 및 야당 원내대표들과의 회동에서 관련 내용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활비에 대한 국민 인식이 좋지 않은 데다 당내에서도 이번 기회에 사용처가 불분명한 ‘깜깜이’ 특활비를 없애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야당도 특활비를 폐지하는 데 찬성하는 분위기다. 자유한국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특활비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의원이 많다.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특활비 폐지에 대해 최종 입장이 정리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과 정의당은 이미 특활비 폐지를 당론으로 정한 상태다. 각 정당에 지급되고 있는 정당보조금이나 업무추진비로도 정당을 운영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특활비는 의원들 사이에 의도가 불분명한 봉투가 오가는 방식으로 우리 정치를 왜곡시켰다. 더 이상 존재할 필요도, 명분도 없다”고 했다. 여야는 13일 회동에서 특활비가 국회 운영경비로 쓰이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업무추진비 등 투명한 관리, 감독이 가능한 별도 예산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일상적인 정당 운영경비가 아닌 의원 외교를 위한 비용도 새로운 예산 항목을 신설하는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문 의장은 지난달 취임 후 기자간담회에서 “개인적으로는 특활비 예산을 (매년) 절반씩 줄여나가는 것을 추진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올해 남은 기간 특활비 집행 규모를 대폭 삭감하고 10억 원 이상을 아껴 국고로 반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었다. 올해 국회 특활비는 총 60억 원가량으로 이 가운데 12분의 7가량이 지난달까지 분할 지급된 상태다. 한편 국회 사무처는 2016년 하반기(6∼12월) 국회 특활비 명세를 공개하라는 1심 판결에 불복해 최근 서울행정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고용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경제를 살리고 2년 뒤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중도 지지층을 포섭하는 방향으로 정책 변화가 불가피하다.”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동아일보와 만난 김진표 의원은 2020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하려면 ‘경제 당 대표’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의원은 경제부총리 출신으로 지난해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을 맡아 문재인 정부 정책의 밑그림을 그린 경제 정책 전문가다. 그는 ‘관료 출신의 보수 이미지여서 민주당 정체성과 안 맞는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중도로 (지지층을) 확장하지 않고서는 민주당이 다음 총선에서 180석을 얻을 수 없다. 의회 권력을 장악하지 못하면 정권 재창출은 어렵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당 대표 자리를 두고 경쟁 중인 이해찬 의원을 겨냥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이 의원은 민주당의 홍준표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자유한국당이 가장 박수를 치며 반길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주요 일문일답. ―한국당이 왜 이 의원의 승리를 바란다고 보나. “경제를 살리지 않고는 총선을 이길 재간이 없다. 당권 주자 중에 경제를 가장 잘 아는 내가 당 대표가 돼야 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 한국당은 당연히 나를 가장 경계한다. 반면 이 의원은 독선적이고 강한 스타일이다. 총선에서 이기려면 당내 소통 능력과 확장성을 두루 갖춰야 한다. 30%의 전통적 지지층에만 기대는 것은 야당 시절의 전략이다.” ―당 대표가 되면 경제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정치는 바꿨지만 경제는 제대로 못 바꿨다. 중소·벤처기업 중심으로 가야 하는데, 재벌과 대기업에 의존하는 전략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촛불의 힘으로 정권을 교체한 문재인 정부는 중소·벤처기업 중심으로 강력하게 경제 정책을 추진할 힘이 있다.” ―구체적인 사례를 든다면 어떤 일이 가능하겠나. “나를 지지하는 의원들과 어제 조찬모임을 가졌다. 그 자리에서 올 6월 청와대에 제안한 ‘경제활성화 보고서’ 이야기를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왜 이렇게 혁신성장이 늦어지냐’고 걱정하시기에 나름대로 고민한 전략을 정리해 드렸더니, 얼마 전 문 대통령께서 그 보고서 내용을 공개적으로 언급하셨다. 그 보고서에는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한 은산분리 완화와 중소·벤처기업 지원을 위한 기업벤처캐피털(CVC) 확대 방안 등이 담겨 있었다.”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를 도와주고 있는 이들이 많나. “대표적 친문(친문재인) 의원인 전해철 의원을 비롯해 전 의원과 가까운 초선 의원들이 나를 돕고 있다. 전 의원은 다음 주부터 적극적으로 지지 활동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시간이 좀 지나면 친문 주류가 어디로 향하는지 보고 당 대표 선거에서 누구를 찍을지 선택하는 사람이 늘어날 거다. 최재성 의원도 결국 나와 함께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야당과 협치를 잘할 자신이 있나. “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이나 민주평화당 정동영 신임 대표는 노무현 정부 때 함께 일한 경험이 있다. 당시 이 의원은 국무총리를 하면서 이분들을 꾸짖던 위치였다. 반면 나는 그분들과 서로 의논하던 사이였다. 게다가 이 의원이 언급한 ‘보수궤멸론’은 야당과 대화를 하려는 자세라고 보기 힘들다. 야당을 ‘경제 살리기’의 경쟁적 동반자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 ―송영길 의원은 ‘세대교체’를 주장하고 있다. “정치인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신의를 지켜야 한다. 송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 임기 후반에, 청와대가 어려울 때 노 전 대통령을 정면으로 공박했다. 반면 나는 노무현 정부 때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로, 현 정부 들어서는 종교인 과세 문제로 많은 공격을 받았지만 한 번도 대통령 탓을 안 하고 묵묵히 화살을 맞았다.”김상운 sukim@donga.com·박효목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은 개별 언론사와 인터뷰를 갖지 않기로 해 당권주자 인터뷰를 기자 간담회 기사로 대체합니다.}

주한미군으로부터 기지 반환을 추진 중인 강원 원주시 ‘캠프 롱’ 주변 지역에 TPH(석유계총탄화수소)와 벤젠, 카드뮴, 아연 등 오염물질이 기준치의 최대 18배까지 유출된 사실이 확인됐다. 대전 동구 ‘리치먼드 통신중계소’ 주변에서도 기준치의 최대 17배에 이르는 오염물질이 검출됐다. 이번 조사 결과는 한미 기지 반환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9일 국회 국방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환경부에서 제출받은 ‘2017년 주한미군 공여지 주변 지역 토양·지하수 오염평가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기지 폐쇄가 이뤄진 캠프 롱 주변에서 기준치의 18배에 달하는 kg당 9012mg의 TPH가 검출됐다. 이 밖에 △벤젠 5.9mg(기준치의 5.9배) △카드뮴 88.73mg(1.5배) △아연 1663.1mg(2.8배) 유출도 확인됐다. 환경공단 조사팀은 오염 지점이 2008년 기름 유출 사고지역과 가깝다는 점에서 기지 내 유류 저장탱크에서 유출된 기름이 주변 지역으로 확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미국과 캠프 롱을 비롯해 캠프 이글(원주) 호비(경기 동두천시) 마켓(인천) 등의 기지 반환을 위한 한미 환경협상을 진행 중이다. 캠프 롱은 이번 정부 들어 첫 미군기지 반환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미국이 환경오염 정화비용 부담을 거부해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국방부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방위비 분담금 협상처럼 오염 정화비용 부담을 극도로 꺼려 연내 기지 반환이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리치먼드 통신중계소 주변에서도 기준치의 17배에 달하는 kg당 최대 1만3528mg의 TPH와 기준치의 11배 수준(117.41mg)의 카드뮴이 검출됐다. 조사팀은 중계소 내 1만 L 규모 미군 유류 저장탱크에서 기름이 새면서 오염물질이 외부로 유출된 걸로 분석했다. 환경부는 조사 결과를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이번 주 내 통보할 예정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총 54곳의 반환 미군기지 가운데 24곳에서 오염물질이 확인됐지만 미군이 정화비용을 부담한 사례는 한 건도 없다. 안 위원장은 “주한미군은 기지 내 오염 정화에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다. 사전 예방을 위해 주한미군환경관리지침(EGS)의 보완과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2011∼2013년 국회 특수활동비를 가장 많이 받은 국회의원은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황우여 전 원내대표와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 박지원 전 원내대표였다. 두 사람은 각각 6억2341만 원과 5억9110만 원의 특활비를 받아갔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8일 발표한 ‘2011∼2013 국회 특수활동비 지급내역 분석보고서’에서 특활비 고액 수령 의원 명단을 공개했다. 황 전 원내대표는 2011년 5월∼2012년 5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원내대표, 국회 운영위원장, 법제사법위원으로 활동하며 특활비를 받았다. 박 전 원내대표는 2012년 5∼12월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와 국회 남북관계발전특위 위원장, 법사위 위원으로 일하며 특활비를 수령했다. 새누리당에서는 황 전 원내대표에 이어 △이한구 전 원내대표(임기 2012년 5월∼2013년 5월) 5억1632만 원 △최경환 전 원내대표(2013년 5월∼2014년 5월) 3억3814만 원 △ 김무성 전 원내대표(2010년 5월∼2011년 5월) 2억1837만 원 순으로 특활비를 많이 타갔다. 민주통합당은 박 전 원내대표에 이어 △김진표 전 원내대표(2011년 5월∼2012년 5월) 5억5853만 원 △전병헌 전 원내대표(2013년 5월∼2014년 5월) 3억8175만 원 △박기춘 전 원내대표(2012년 12월∼2013년 5월) 2억3591만 원 순이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고고학계에는 ‘폼페이의 역설’이라는 말이 있다. 폼페이가 각종 관광 상품과 여행서를 통해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 것 같지만, 의외로 잘못 알려진 내용이 많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할리우드 영화를 통해 고착화된 ‘급작스러운 재난’ 이미지다. 3년 전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의 폼페이 특별전에 전시됐던 다양한 캐스트(화산재가 시신 위에 쌓여 형체가 보존된 것)도 이런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일조했다. 코와 입을 틀어막은 채 숨진 남자와 얼굴을 감싼 여자, 집 안에 묶인 채 죽음을 맞은 개 등 다양한 형태의 캐스트들이다. 그러나 메리 비어드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저서 ‘폼페이, 사라진 로마 도시의 화려한 일상’(글항아리)에서 서기 79년 8월 25일 베수비오 화산 폭발은 급작스러운 재난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최근 자연과학과 고고학 연구에 따르면 폼페이 주민 상당수는 화산 폭발 직전 잦은 지진에 위험을 감지하고 피난을 떠났다. 장거리 여행이 여의치 않은 만삭의 여인이나 가난한 서민들, 폭발 장면을 가까운 거리에서 관찰하려던 귀족 등이 대폭발의 희생자가 됐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사상 최악이라는 올해 폭염도 비슷한 측면이 있다. 갑작스러운 재난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환경부에 따르면 한국은 1954∼1999년 사이 10년마다 평균 기온이 0.23도 상승했으나, 2001∼2010년에는 평균 0.5도가 오르며 온난화 속도가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다. 2012년 발간된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 보고서는 남한지역 폭염일수가 연간 10.1일에서 △21세기 전반 13.9일 △중반 20.7일 △후반 40.4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폭염 진단과 대응 세미나에서 만난 김해동 계명대 교수(지구환경학)는 “기상청이 지난달 첫 설명 자료를 내놓기 이전부터 전문가들은 기상 패턴을 분석해 이미 유례없는 폭염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폭염이 본격화되기 전에 일부 전문가들은 피해를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정부와 국회는 이제야 폭염 대책을 내놓겠다며 뒷북 대응에 나서고 있다. 1일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재난안전법에 폭염이 재난으로 포함되도록 8월 국회에서 법 개정을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2005년 당시 한나라당 이성권 의원이 처음 발의했고 20대 국회 들어서도 비슷한 법안이 9차례나 발의됐다. 자연재난 조항에 폭염 두 글자를 추가하기로 하는 데 13년이 걸린 것이다. 법 개정이 늦어진 데는 폭염 피해의 인과관계와 보상 기준이 애매하다는 이유로 법 개정을 계속 반대하다 지난달 24일 문재인 대통령 발언 이후에야 입장을 바꾼 정부의 책임이 가장 무겁다고밖에 볼 수 없다. 비록 늦었지만 정부와 국회는 이제라도 제대로 된 ‘맞춤형 폭염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한시적인 전기요금 인하로는 광범위한 폭염 피해를 충분히 예방할 수 없다. 저소득층과 고령층, 농어민 밀집 지역에서 온열질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했다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최근 빅데이터 연구 결과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2008년 세계 최초로 기후변화법을 제정해 국가 차원에서 폭염 대응 매뉴얼을 수립한 영국 정부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지진 전조를 무시하고 아무런 대비책을 세우지 않다 재앙을 맞은 고대 폼페이 주민들의 비극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김상운 정치부 기자 sukim@donga.com}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드루킹 특검에 출석한 6일 더불어민주당 당권주자들은 일제히 ‘김경수 감싸기’에 나섰다. 송영길 김진표 이해찬 후보(기호순) 모두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 지사에 대한 특검 수사에 부정적인 친문(친문재인) 권리당원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존 친문세력과 구분해 신문(新文·새로운 친문)을 자처하는 송 의원은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특검이) 드루킹의 거짓 진술에 휘둘려 삼인성호(三人成虎)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존재하지 않는 호랑이를 만들어 내는 정치특검의 오점을 남기지 않기를 바란다”고 썼다. 예비경선(컷오프) 직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로 내려가 김 지사와 따로 오찬회동을 가진 이 의원은 페이스북에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은 애초 특검을 할 정도의 사안이 아니었다. (특검은) 정치적 공방과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정치특검의 오명을 쓰지 않기 바란다”고 했다. 최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탈당을 사실상 요구한 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허익범 특검은 마치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특검 조사 시 논란이 된) ‘논두렁 시계’를 연상시킬 정도로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망신주기 수사를 하고 있다. 저는 (지방선거 때) 당당하게 김경수 후보를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고 썼다.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민주평화당 신임 대표에 4선의 정동영 의원이 선출됐다. 당 대표 선거 2∼5위를 기록한 유성엽 최경환 의원, 허영 인천시당위원장, 민영삼 전 최고위원은 최고위원에 선출됐다. 자유한국당에 이어 평화당 대표도 노무현 정부 출신 인사로 채워진 셈이다. 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정 의원은 총 68.57%의 득표율을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유성엽(41.45%) 최경환(29.97%) 허영(21.02%) 민영삼 후보(19.96%) 순으로 득표했다. 앞서 평화당은 1일부터 4일 동안 당원 8만여 명으로 구성된 선거인단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를 병행했다. 전당대회 선거는 1인 2표제로 당원 투표 90%, 국민 여론조사 10%가 반영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영입해 1996년 15대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한 정 대표는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뒤 2007년 대선에 출마했으나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에게 졌다. 6·13지방선거 참패를 반영하듯 이날 평화당 전대는 시종일관 위기감이 흘렀다. 정 대표는 결과 발표 전 현장 유세에서 “솔직히 앞이 잘 안 보이는 게 사실이다. 새로운 지도부가 똘똘 뭉쳐 답답한 현실을 뚫고 21대 총선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새로운 평화당 지도부는 지방선거 이후 강화된 양당제를 극복할 수 있는 선거제도 개편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다당제로 선거 개혁을 반드시 이뤄내겠다. 한국당,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정의당을 아우르는 5당 선거 연대를 만들겠다”고 구상을 밝혔다. 이 과정에서 정치적 뿌리가 같은 민주당과 협치 내지 연정을 모색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그러나 최근 최경환 의원(광주 북구을)이 “문재인 정권의 협치 내각 구상이 국정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비판하는 등 여당과의 협치에 대한 당내 이견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일단 민주당 백혜련 대변인은 논평에서 “정치권의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열망을 담아낼 수 있는 발전적 협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2002∼2015년, 14년간 전국에서 인구 대비 온열질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은 전북 임실군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른바 ‘대프리카’, ‘서우디’로 불리는 대구, 서울 등 대도시에 비해 저소득층 및 고령자 비율이 높은 농어촌 지역 주민이 폭염으로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이에 따라 정부가 폭염 대책을 수립할 때도 기온보다는 사회 경제적 요인을 더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호남 농어촌 지역이 폭염 피해 가장 심각” 국무총리실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2002년부터 2015년까지 14년간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DB)에 등록된 온열질환 발병 건수를 토대로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별 폭염 피해를 빅데이터 방식으로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발병 건수 외에도 지자체별로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 △농어업 인구 비율 △소득 수준(건강보험료 0∼5분위) △8월 일 최고 평균기온 등 다양한 데이터를 넣어 이들 간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조사 대상 기간 임실군은 인구 1만 명당 44.5명꼴로 온열질환자가 발생해 전국에서 인구 대비 발병률이 가장 높았다. 이어 전남 신안군(28.5명) 고흥군(20.6명) 보성군(18.3명) 장성군(17.6명)이 2∼5위로 나타났다. 1∼5위가 모두 호남 농어촌 지역이다. 발병률 30위권 내에는 최근 폭염경보가 발령된 서울과 대구 지역은 단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았다. 광역시 지역에서도 부산 기장군(11.0명·11위)과 인천 서구(6.6명·30위)만 순위권에 들었다. 연구원은 온열질환자가 많았던 지역들의 특징으로 고령층과 저소득층, 농어업 종사자 비율이 높다는 점을 들었다. 임실군 등 1∼5위 지역은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평균 26.5%에 달해 전국 평균 14.6%의 2배에 가까웠다. 이는 농어촌 지역의 고령화 현상과 관련이 깊다. 건보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한 연령별 임계기온(온열질환자가 급증하기 시작하는 온도)도 △30대 이하 30.3도 △40대 28.6도 △50∼64세 24.1도로 집계돼 고령일수록 상대적으로 낮은 기온에서도 온열질환에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온열질환 발생률 상위 5개 지역은 농어업 인구 비율도 현저히 높았다. 이들 지역의 농어업 인구 비율은 평균 42.4%로 전국 평균(16.4%)의 약 2.6배에 달했다. 야외에서 보내는 시간이 긴 농어업의 특성과 이들 지역의 고령화가 맞물리며 폭염 피해가 더 심각했던 셈이다. 소득수준이 폭염 피해와 밀접하다는 점도 확인됐다. 임실군 등 상위 5개 지역에서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으로 분류되는 ‘보험료 0분위’ 인구 비율은 평균 8.2%였다. 이는 전국 평균 4.8%에 비해 3.4%포인트 높은 수치다. ○ “폭염 대책, 노인·저소득층 지원에 집중해야” 채여라 선임연구위원은 “지역별 인구구조와 소득수준, 직업에 따른 맞춤형 폭염 대책을 정부가 수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는 농어촌 고령자의 피해를 돌보기 위한 방문서비스 실시와 ‘무더위 쉼터’ 설치 등을 들었다. 또 저소득층, 고령층에 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편의점 등에서 쓸 수 있는 바우처를 제공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의 폭염 대책은 ‘보여주기’식 뒷북 행정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더불어민주당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폭염을 체계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폭염을 재난안전법상 자연재해에 포함시키겠다’는 내용의 대형 배너를 내걸었다. 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도 전날 “8월 임시국회에서 재난안전법 개정을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회 일정상 폭염이 끝난 뒤인 이달 말에나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폭염을 재난으로 규정해 국가 차원에서 대응책을 갖추자는 내용의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 개정안이 20대 국회에서만 9건이 발의됐지만, 정부 반대와 정치권의 무관심으로 방치된 걸로 나타났다. 비슷한 법안이 2005년 6월 17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걸 감안하면 13년째 정부와 국회 모두 폭염에 대한 제도적 대처 마련에 뒷짐을 지고 있었던 셈이다. 1일 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자유한국당 이명수 의원 등이 발의한 9건의 재난안전법 개정안과 민주평화당 천정배 의원이 발의한 ‘기후변화에 대응한 국민건강관리에 관한 법률안’은 모두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한 채 해당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정부가 심사 과정에서 “폭염과 폭염 피해 사이에 인과관계 규명이 어렵다”며 입법에 반대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지난달 24일 문재인 대통령이 “폭염을 특별재난 수준으로 취급해야 한다”고 한 이후에야 뒤늦게 법을 고치겠다고 태도를 바꿨다. 1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9.6도까지 올라 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전 지구적 기후변화로 폭염 피해가 급증하는데 국회와 정부가 미리 대비하지 못한 것이다.○ 정부, 폭염 입법 번번이 반대 “폭염 기준이나 피해 지원 기준을 정하기 어렵습니다. 법안에 폭염을 추가하는 건 곤란합니다.”(장인태 행정자치부 2차관) “폭염 때문에 사람이 죽었다든지 이러면요?”(강창일 의원) “폭염만 갖고 (사망의) 직접 원인으로 규정하기는 어려움이 있지 않겠습니까. 법에 들어가면 다른 재난처럼 보상 문제도 일괄적으로 해야 해 우리나라에선 시기상조입니다.”(장 차관) 2006년 9월 14일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법안심사 소위.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이성권 의원이 1년여 전 발의한 재난안전법 개정안을 놓고 찬반 토론이 벌어졌다. 폭염에 대한 피해자 보상과 국가 차원의 대응을 규정한 첫 법안이었다. 그러나 주무 부처인 행자부 반대로 법안은 결국 폐기됐다. 마치 도돌이표를 보듯 10여 년이 흐른 현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주무 부처는 같은 이유로 입법을 반대했다. 김두관 의원 등이 발의한 재난안전법 개정안 3건에 대해 류희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지난해 8월 2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위에서 “폭염은 개인 건강이나 주변 환경에 따라 피해 정도가 다르게 나타나 원인 규명이 어렵다. 현재는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 주장이 사실과 다른 측면이 있다고 반박한다. 폭염과 폭염 피해의 인과관계는 이미 숱한 연구 결과를 통해 충분히 입증됐다는 것. 김해동 계명대 교수(지구환경학)는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 등 피해 인과관계는 이미 국내외에서 연구가 많이 돼 있다. 폭염이 재난이라는 걸 증명하는 건 너무 쉽다”고 했다.○ 폭염 길어지며 입법 움직임 활발 폭염 대책 입법이 지지부진한 것은 국회가 정부의 반대 논리를 적극적으로 반박하지 않고 그대로 수용한 데도 책임이 있다. 재난안전법 개정안을 처음 발의했던 이성권 전 의원은 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전례가 없어 해외 입법 사례를 참고해 법안을 내놓았지만 동료 의원들이 별 관심이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여름만 지나면 폭염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식는 것도 국회의 입법 의지에 영향을 줬다. 민주당 관계자는 “여름이 지나면 자연스레 폭염 이슈가 묻혀 의원들이 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올해는 폭염이 예년보다 장기화하며 관련 입법 움직임이 활발하다. 권칠승 민주당 의원은 1일 폭염을 재난으로 규정하고 복구계획 수립 때 재난 예방을 위한 기반시설 설치 등 중·장기 계획을 포함하도록 하는 내용의 재난안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폭염 재난이 발생한 달에 모든 주택용 전기요금을 30% 감면해주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온열질환 실제로 연평균 1만7000여 건 “요즘 생활지도사들은 홀몸노인 자택을 방문할 때마다 폭염 때문에 쓰러진 어르신들 시신을 볼까 두렵다는 얘기를 자주한다.”(김정민 서울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 “최근 구토 증세를 호소하거나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가는 어르신이 늘고 있다.”(손연서 세종시 응급관리요원) 국회와 정부의 폭염 대책 입법 방치 속에 냉방 기구를 충분히 사용할 형편이 못 되는 저소득층의 피해는 점점 커지고 있다. 폭염 때문에 홀몸노인의 집에 설치된 활동 감지기가 오작동을 일으키는 일도 잦다. 손연서 응급관리요원은 동아일보에 “전기료를 아끼려고 선풍기를 안 틀다 보니 방 안 온도가 35도까지 치솟은 집도 있다”고 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 따르면 2012∼2015년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온열질환 발병 건수는 연평균 1만7713건. 이는 같은 기간 질병관리본부가 샘플조사 방식으로 조사해 발표하는 공식 통계인 연평균 846건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두 기관 사이에 이처럼 큰 차이가 생긴 건 조사 방식 때문이다. 건보는 전수 조사인 반면, 질병관리본부는 특정 병원을 샘플로 조사하기 때문에 실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로는 정부의 공식 발표 수치보다 폭염으로 인한 피해가 훨씬 더 많다는 얘기다.김상운 sukim@donga.com·박효목 기자박강수 인턴기자 성균관대 철학과 4학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예비경선(컷오프)을 통과한 이해찬(7선) 김진표 송영길 의원(이상 4선)이 ‘진보 20년 집권론’과 ‘경제 당대표’, ‘젊은피 수혈론’을 각각 앞세우며 본선 레이스에 돌입했다. 예비경선에서 친문 표 분산이 확인된 만큼 컷오프에서 낙선한 예비후보들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당권주자들의 러브콜도 치열해지고 있다. 친노(친노무현) 좌장인 이 의원은 29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문재인 정부에 대한 뒷받침과 당 현대화, 남북관계 지원을 강조하면서 “개혁정책이 뿌리내리려면 20년 정도는 집권하는 계획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국무총리 등으로 국정에 참여한 경험을 거론하며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10년으론 정책이 뿌리를 못 내리고 불과 2, 3년 만에 뽑히는 걸 겪었다”고도 했다. 앞서 이 의원은 컷오프 직후 첫 주말인 전날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오찬을 가졌다. 여권에서는 노무현 정부의 책임총리이자 친노, 친문(친문재인) 좌장으로서 이 의원의 당내 위상을 보여주려는 행보로 인식하고 있다. 이 의원 측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인 김 지사를 만난 것 자체가 상징성이 있다”고 말했다.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진표 의원은 ‘경제 당대표’로 차별화를 시도하며 지지층이 겹치는 이 의원에 대해 견제에 나섰다. 이날 오후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김 의원은 “국민이 느끼는 민생경제의 어려움은 ‘사이다’를 마신다고 해결될 게 아니라 시원한 소나기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초선 의원 토론회 등에서 스스로 ‘7선 사이다’를 자칭한 이 의원을 겨냥한 발언이다. 친문 당원들이 여전히 거부감을 갖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향해 탈당까지 거론한 것도 주목된다. 김 의원은 이날 간담회에서 “이 지사가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가족 채용 문제로 한때 탈당한 서영교 의원 사례를 예로 들었다. 김 의원은 컷오프 전까지 단일화 논의를 벌인 최재성 의원과의 접촉도 재개했다. 문 대통령의 또 다른 최측근으로 통하는 최 의원의 지지를 얻어 친문 권리당원의 표심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한 포석이다. 후보 중 유일하게 50대인 송 의원은 첫 공식일정으로 국립서울현충원의 김대중 전 대통령(DJ) 묘역을 참배하며 ‘젊은 피 수혈론’을 내세웠다. 이, 김 의원이 친노 친문 경쟁을 벌이는 사이 민주당의 또 다른 축인 ‘DJ 정신’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송 의원은 이날 청년들과의 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2000년 ‘젊은 피 수혈론’을 앞세워 저를 공천해 국회의원에 당선시켰다. 민주당 대표가 되면 젊은 여성과 청년들을 영입해 그들이 정치 지도자로 성장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송 의원 역시 예비경선 직후 최 의원을 만나 당 혁신 방안에 대해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당내 86그룹 지지를 바탕으로 예비경선에 나섰던 이인영 의원과의 물밑 접촉도 추진하고 있다.김상운 sukim@donga.com·박성진 기자}
“본인이 지지하지 않는 후보들에게도 열심히 박수를 치니 누가 앞서는지 알 수가 없더라.” 26일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예비경선(컷오프) 현장에서 만난 한 원외 지역위원장은 “청중이 프로 정치인이어서 그런지 죄다 ‘포커페이스’여서 속내를 읽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투표에 앞서 박력 있는 연설로 상대적으로 큰 박수를 받은 후보들은 대부분 낙선했다. 컷오프 투표권을 행사하는 당 중앙위원 440명은 국회의원과 원외 지역위원장, 광역·기초지방자치단체장 등 선거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다. 중앙위원들의 포커페이스는 투표장에서는 물론이고 장외에서도 유지됐다. 컷오프 통과가 유력했던 이해찬 김진표 의원 등은 투표 직전 식사 자리 등을 마련하며 막판 세몰이에 나섰다. 친노(친노무현) 좌장인 이 의원이 투표 전날 마련한 조찬 모임에는 김태년 김경협 의원 등 현역 의원 24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 의원은 “2011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정계 입문을 권유하며 막걸리 20병을 함께 비웠다. 문 대통령을 설득해 대선에 나서게 했으니 이제는 ‘문재인 정부’가 성공할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 의원도 같은 날 변재일 전해철 의원 등과 오찬 회동을 가졌다. 김 의원은 앞서 지난 주말에도 15명의 의원과 비공개 회동을 하는 등 현역 의원들의 표를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투표 직전 김 의원 측은 최소 30명 이상의 의원 표를 확보했다고 자신했다. 누가 될지 모르니 일부 의원들은 유력 당권 주자의 모임에 ‘겹치기 출연’했다는 말도 나왔다. 이번에 선출되는 당 대표가 2020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하는 점을 감안해 여러 모임에 두루 참석하며 보험을 들려 했다는 얘기다.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불법 정치자금 의혹을 수사하던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2016년 경찰과 검찰 수사와는 다른 증거 등을 추가로 확보했다. 당시 수사기관은 노 의원이 ‘드루킹’(온라인 닉네임) 김동원 씨(49·수감 중)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그러나 한 달 가까운 특검 수사를 거치면서 새로운 증거가 나왔고, 관련자들도 진술을 뒤집었다. 특검팀은 2012년 9월부터 노 의원과 고교 동창인 경공모 회원 ‘아보카’ 도모 변호사(61)가 노 의원과 만남을 가졌고, 2013년 8월 도 변호사의 소개로 노 의원이 ‘드루킹’ 김 씨를 만난 것으로 의심되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김 씨의 부인 최은선 씨의 참고인 진술에서 단서를 잡은 특검팀은 김 씨와 ‘파로스’ 김모 씨(49) 등으로부터 노 의원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받아냈다. ‘나리’ A 씨(59)는 ‘드루킹’ 김 씨에게 2016년 7월 4200만 원을 빌려준 사실까지 시인했다. 이 돈은 노 의원에게 돈이 전달되지 않은 것처럼 증거를 조작하기 위해 쓰인 것으로 특검팀은 파악하고 있다. 특검팀 관계자는 23일 “노 의원이나 가족들은 소환 통보를 한 적도, 소환 일정도 조율한 적 없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특검팀의 수사는 노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드루킹’ 김 씨와 여권 인사의 댓글 여론조작 활동 등 크게 두 갈래였다. 특검팀이 공을 들이던 수사의 한 축을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잃게 되면서 김경수 경남도지사, 송인배 대통령정무비서관 등의 수사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도 노 의원의 투신으로 김 지사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붙을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 지사의 연루 의혹은 특검 수사가 어떤 방향으로 결론 나든 정치적인 파장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관계자는 “노 의원이 유서에서 후원금 수수를 인정한 만큼 김 지사가 받은 자금이 정치후원금인지도 제대로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나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특검 수사가 무뎌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특검에 대한 반발 여론이 일어나면 수사팀이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정성택 neone@donga.com·김상운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희상 의원(경기 의정부갑·6선·사진)이 20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에 선출됐다. 국회가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 대치로 멈춰선 지 46일 만에 정상화된 것이다. 문 신임 국회의장은 13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국회의장 선거에서 총 투표 수 275표(전체 300명) 중 259표(득표율 94.2%)를 얻었다. 임기는 20대 국회가 종료되는 2020년 5월까지다. 국회법에 따라 정 의장이 이날 민주당을 탈당했다. 국회부의장에는 자유한국당 이주영 의원과 바른미래당 주승용 의원이 선출됐다. 문 의장은 선출 인사말에서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협치”라며 “개혁·민생입법의 책임은 정부·여당이 첫 번째다. 야당 탓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청와대와 정부, 여당이 그동안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고수해온 은산분리 규정을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완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 주재 규제혁신점검회의가 취소된 것도 은산분리 완화에 대한 여당 일각의 반대를 조율하기 위해 시간을 가지려는 취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경제지표 악화로 다급해진 여권이 ‘경제 활성화’로 급선회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은산분리는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한도를 4%로 묶어 대기업의 은행 소유를 제한하는 은행법상의 규정이다. 이에 따라 현 정부가 규제완화와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경제 활성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금까지는 시민단체 등 전통적인 지지 세력을 고려해 친(親)기업 정책 마련에 소극적이었지만 좀처럼 경제지표가 회복되지 않자 ‘이념’ 대신 ‘실리(實利)’를 고려하기 시작한 것이다. 12일 여권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열릴 예정이던 청와대 규제혁신점검회의가 돌연 취소된 이유는 은산분리 완화에 대한 여당 내 이견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의 반대가 원인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회의에서 금융위원회는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한 은산분리 완화를 보고할 예정이었으며 해당 안건은 ‘핵심 토론의제’에 포함될 만큼 비중이 컸다. 회의를 앞두고 가진 당정청 논의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규제 완화를 통한 경제 활성화에 방점을 둬야 한다는 기조가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은산분리 완화는 은행법 개정 등 입법 과정이 관건인데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일부 여당 의원이 대통령 공약 이행, 재벌의 금융기관 사금고화 가능성 등을 이유로 반대했다”며 “핵심 안건 보고가 취소되면서 청와대에서 회의 자체를 연기하기로 전격 결정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가 은산분리 원칙을 허무는 단초가 될 수 있다며 반대한다. 하지만 정부와 청와대는 이 같은 반발에도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연일 강조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1일 국회 토론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규제를 국제적인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은산분리 완화가 그간 왼쪽으로 치우쳐 있던 경제 정책 방향을 정부가 오른쪽으로 ‘미세조정’하는 대표적인 징후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정부가 출범 이후 1년이 넘게 이렇다 할 경제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연일 악화되는 경제지표를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인도 삼성전자 신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투자와 일자리 확충을 당부하고 경제부처 수장들이 연일 규제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대통령과 경제부총리 등을 중심으로 조금씩 경제 정책의 기조가 바뀌는 게 현장에서도 느껴진다”며 “우선 일자리 문제부터 해결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김상운 sukim@donga.com / 세종=송충현 / 조은아 기자}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에는 김수로 왕의 왕비로 2000년 전 가야를 찾아온 허황옥의 고향이 있습니다.”(9일 인도 국빈방문) “터키의 선조인 튀르크족은 고구려와 동맹 관계였습니다.”(5월 한-터키 정상회담) 한때 역사학도를 꿈꾼 정치인답게 문재인 대통령은 외교에서 자주 고대사를 인용한다.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인연으로 외교 현안을 풀어가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학창 시절 김해 금관가야 유적을 답사한 문 대통령은 집권한 뒤 가야사 연구·복원을 강조했다. 이번 인도 방문에선 “가야는 동북아 최고의 철기문화를 발전시켰다. 인도에서 전파된 불교문화가 가야에서 꽃피웠다”고도 했다. 사실 학계에선 허황옥의 가야 도래(渡來)가 사실이 아닌 신화에 가깝다는 의견이 많지만, 대통령 발언처럼 동아시아 불교문화 전파란 관점에서 의미를 찾고 있다. 인도 고대사를 전공한 이광수 부산외국어대 교수는 ‘가락국 허왕후 도래 설화의 재검토’ 논문에서 “(허왕후 설화는) 통일신라 이후 형성된 불국토(佛國土) 관념에서 한국이 인도와 인연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한-인도 양국의 특수 관계는 과거에만 머물지 않고 있다. 특히 한-인도 정상회담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외교안보 분야 발언에 특히 주목하고 싶다. 모디 총리는 “한반도 긴장 완화에 우리도 의지를 가질 것”이라며 “인도는 남아시아 핵 비확산 노력의 직접 당사자이자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이해 당사국”이라고 했다. 사실 인도는 한반도 비핵화를 강 건너 불구경할 수 없는 입장이다. 국경을 두고 오래 경쟁했던 파키스탄이 북한과 오랜 기간 핵개발 기술을 공유했기 때문이다. 모디 총리의 발언은 미중 주요 2개국(G2) 갈등 이후 대중(對中) 외교 관점에서 한국에 적지 않은 전략적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미국은 2011년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전략을 발표한 데 이어 인도, 호주, 일본과 연대해 중국을 봉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영토를 둘러싸고 1962년 중국과 무력충돌까지 빚은 인도 역시 중국의 지역 굴기가 달갑지 않다. 인도의 대중 견제 대열에 한국이 들어오기를 바라는 속내가 깔려 있다. 중국의 영향력을 외면할 수 없는 한국의 셈법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서 중국의 협조가 중요하지만, 지난해 사드 보복 국면처럼 중국이 공세적으로 나올 땐 적절한 ‘견제구’를 날릴 필요도 있다. 김정 북한대학원대 교수(국제정치학)는 “이번에 한국은 중국을 자극하지 않고 인도와 양자관계를 심화하는 데 집중했지만 향후 중국의 태도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될 여지는 있다”고 했다. 가야는 강력한 신라에 맞서 백제, 왜(倭)와 동맹을 맺으며 철 국제무역을 바탕으로 수준 높은 문화를 꽃피웠다. 허왕후 설화로 맺어진 한국과 인도의 오랜 인연이 G2 패권경쟁 시대에도 서로 윈윈하는 성과로 이어졌으면 한다. 김상운 정치부 기자 sukim@donga.com}
다음 달 25일 새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치르는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이해찬 의원이 청와대에 들어가 문재인 대통령과 독대를 했다’는 소문이 퍼지며 크게 술렁였다.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덕분에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른바 ‘문심(文心)’이 이번 전대의 핵심 변수라고 보는 분위기다. 그런 상황에서 친노(친노무현) 좌장인 이 의원이 문 대통령과 독대를 했다면 이는 그 만남 자체만으로 선거 판을 흔들 수 있는 재료다. 소문이 퍼지자 당 일각에선 한술 더 떠 ‘문 대통령의 요청으로 두 사람의 만남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추측까지 나왔다. 당내 최다선(7선)으로서 자신을 대표로 ‘합의 추대’ 해주길 기대하는 이 의원에게 문 대통령이 출마를 권했을 거라는 논리다. 그러자 당권 도전을 준비 중인 친문 성향 A 의원을 중심으로 “이 의원이 당 대표에 출마하기를 바라는 당내 인사들이 꾸며낸 ‘역(逆)정보’인 것 같다”는 말이 돌기 시작했다. 이 의원의 경쟁자, 특히 다른 친문 주자들의 출마 의지를 꺾으려고 거짓 소문을 냈다는 것이다. A 의원 측 관계자는 “청와대 관계자를 통해 최근 1개월간 출입기록을 알아봤지만 ‘이 의원이 문 대통령을 만난 사실은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2020년 총선 공천권을 겨냥한 민주당의 전당대회를 앞두고 주요 주자, 특히 출마 여부에 따라 경선 판이 흔들리는 인사들을 중심으로 전례 없는 ‘정보 대전(大戰)’이 벌어지고 있다. 단순한 ‘카더라 소문’이나 ‘찌라시(사설 정보지)’ 수준을 넘어 신빙성 있는 정보로 포장되는 만큼 일시적으로 전대 판에 충격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곧장 이를 무마하거나 뒤집으려는 ‘역정보’도 생산되고 있어 당 안팎에선 어느 때보다 혼탁한 전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출마 여부를 둘러싸고 여전히 논란이 많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지난달 21일 러시아를 방문하기 위해 출국하는 문 대통령을 배웅하러 서울공항을 찾았던 일로 김 장관은 최근 국회 ‘복도 통신’의 화제가 됐다. 김 장관은 당시 공항에서 문 대통령과 짧은 대화를 나눴는데, 이를 두고 당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김 장관에게 “장관을 조금 더 하시라”고 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에 다른 당권 주자들은 김 장관 관련 소문을 퍼뜨리며 “문 대통령이 김 장관에게 출마하지 말라는 시그널을 준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그러자 김 장관의 출마에 긍정적인 쪽에선 정반대의 소문도 들리고 있다. 청와대가 ‘친문 패권주의’ 역풍이 불 것을 우려해 김 장관을 당에 돌려보내려 한다는 게 이런 풍문의 요체다. 청와대가 친문 후보를 견제할 ‘대항마’로 김 장관과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두 사람을 놓고 저울질 중이라는 소문까지도 돌고 있다. 전대를 앞두고 퍼지는 ‘소문의 잔치’를 접하는 여권 인사들 중 일부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우리끼리야 치열한 경쟁을 한다고 하겠지만 국민이 보기엔 ‘지방선거 압승으로 벌써부터 배가 불러서 찌라시 같은 이야기로 정치 놀음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정책 대결은 아니더라도 이런 식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충분한 역사적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통령 개헌안에서 빠졌던 ‘촛불혁명’이 다음 달 전당대회에서 개정되는 더불어민주당의 새 강령(綱領)에 포함된다. 강령은 정당의 기본적 정책 노선을 밝힌 것이다. 민주당의 새 강령에는 청년고용의무제와 토지공개념 등 현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 공정경제 정책을 뒷받침하는 내용도 대거 들어갈 예정이다. 민주당 민병두 의원(전당대회 강령·정책분과위원장)은 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촛불시민혁명의 역사적 의미나 가치는 이미 우리 사회에서 널리 인정받고 있다. 촛불혁명이 민주화운동 발전과 시민사회 성숙을 총체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당 강령에 넣기로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앞서 3월 대통령 개헌안을 발표하면서 헌법 전문에 △부마항쟁 △5·18민주화운동 △6·10항쟁을 추가했지만 지난해 정권 교체의 기폭제가 된 촛불혁명은 넣지 않았다. 당시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촛불혁명은 현재 진행 중이라는 측면에서 포함하지 않았다. 6·10항쟁 정도의 (역사적) 평가가 있어야 헌법에 들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촛불혁명을 헌법에 명기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민주당 관계자는 “보수 진보를 아우르는 전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한 헌법과 달리 정당 강령은 1차적으로 특정 정치세력에 한정된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촛불혁명이 당 강령에 포함된 배경을 설명했다. 정책추진 속도를 놓고 논란이 분분한 소득주도 성장 관련 내용도 민주당은 새로운 강령에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청년 고용의무제 확대, 추가 고용장려금 신설 등 현재 당 강령에 빠진 내용이 대거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현 강령에는 최저임금 적정화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확대, 임금격차 해소 등이 적시돼 있다. 당 관계자는 “이번 강령 개정은 당정청이 같이 가는 틀을 구축하는 데 의미가 있다. 당 강령에는 정부 국정과제보다 한발 더 나아가는 혁신적인 방안이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여야 대치로 결의안 통과가 무산됐던 판문점 선언 지지도 강령에 반영된다. 현 강령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2000년 발표한 6·15 남북 공동선언에 대한 내용이 들어있다. 민 의원은 “올해 들어 급진전된 남북관계 발전을 감안해 판문점 선언에 따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도 당 강령에 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국회 문턱을 넘지는 못했지만 여권이 추진하는 정치개혁 구상의 핵심이 담긴 대통령 개헌안의 주요 내용도 새 강령에 명기된다. 지방분권과 국민기본권 강화, 토지공개념 등이 그것이다. 민주당은 당 산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을 중심으로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폭넓게 들은 뒤 전당대회 이전인 다음 달 초까지 새 강령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민주당 강령은 전당대회 준비위원회와 최고위원회, 당무위원회를 거쳐 다음 달 25일 전당대회에서 최종 확정된다.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정치권이 ‘일하는 국회’를 표방하고 있지만 정작 여야 지도부의 의정활동 성적표는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야는 20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조차 합의하지 못해 한 달 넘게 국회를 공전시키고 있다. 국민의 뿌리 깊은 국회 불신을 해소하려면 양당 지도부부터 의정활동에 모범을 보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4일 국회 회의록과 공보를 토대로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대 국회 전반기(2016년 6월∼올해 5월) 더불어민주당 대표, 원내대표를 지낸 4명의 상임위원회 출석률은 1인당 평균 65.5%로 전체 의원의 평균 출석률(85.4%)보다 약 20%포인트 낮았다. 자유한국당 역시 같은 기간 지도부 4명의 상임위 출석률(75%)이 평균을 밑돌았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양당 지도부 8명 중 가장 낮은 상임위 출석률(26.8%)을 기록했다. 우상호 우원식 전 원내대표는 각각 54.2%, 81.7%로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그나마 홍영표 현 원내대표는 양호한 출석률(운영위 100%, 환경노동위 98.5%)을 보였다. 한국당은 20대 국회 초기 당 대표였던 이정현 의원(현 무소속)만 상임위 출석률(88.9%)이 평균을 웃돌았다. 정진석 정우택 전 원내대표는 평균 아래였고,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은 국토위 78%, 운영위 100%, 정보위 60%였다. 민주당 관계자는 “최고위원회 등 원내·외를 통할해야 하는 지도부의 공식 업무가 적지 않다 보니 개인 의정활동에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당 지도부가 여야 협치를 통한 법안 통과를 강조하고 있으나 정작 자신들이 대표 발의한 법안을 통과시킨 사례는 많지 않았다. 양당 지도부의 법안 가결 비율은 민주당 8.74%, 한국당 3.5%였다. 민주당 추 대표는 지난 2년 동안 총 13개 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한 건도 통과시키지 못했다. 해당 법안들은 모두 상임위에 계류돼 있다. 이 전 대표는 10개 법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이 중 1개(10%)만 가결됐다. 한 당직자는 “당 대표 발의로 이름을 올리지 않을 뿐 각 당의 중점법안 입법에 지도부가 깊숙이 개입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당 전문가들은 상임위 출석 등 기본적인 의정활동을 등한시한 채 국회 개혁을 추진한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한다. 이재묵 한국외국어대 교수(정치학)는 “당 지도부 구성이나 공천 과정에 국회의원들의 의정 성과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