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재

이호재 기자

동아일보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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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틈틈이 소설을 쓰며 스토리텔링에 천착한다. 숨소리까지 살아 숨쉬는 생생한 내러티브 기사가 넷플릭스 영상보다 가치 있는 컨텐츠라 믿는다.

hoho@donga.com

취재분야

2025-11-16~2025-12-16
문화 일반51%
인사일반20%
문학/출판10%
기획7%
무용3%
사고3%
칼럼3%
기타3%
  • 근대문학 이끈 ‘이태준 월북전 작품 전집’ 선보여

    어느 날 서울 성북동으로 이사온 ‘나’는 황수건이라는 남자를 만난다. 황수건은 신문 배달원과 참외 장사를 했지만 실패하기 일쑤다. ‘나’는 황수건이 못나고 우둔하다고 생각한다. 실패자인 그를 보며 혀를 끌끌 차곤 한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나’는 매일 황수건을 기다린다. 그는 엉뚱하지만 착하고 인정이 많다. 도시인들의 영악함에 지친 ‘나’에게 황수건의 천진한 심성은 위로가 된다. ‘나’는 장사가 망하고 아내에게도 버림받은 황수건이 술에 취한 모습을 보며 이렇게 읊조린다. “달밤은 그에게도 유감한 듯하였다.” 일제강점기 변화하는 세태 속에서 방황하는 당대인들의 모습을 아름다운 문장으로 담아낸 소설가 이태준(1904∼?)이 1933년 발표한 단편소설 ‘달밤’의 내용이다. ‘달밤’ 등 이태준의 작품을 수록한 ‘상허 이태준 전집’(열화당·사진) 1∼4권이 최근 출간됐다. 1권에 단편소설, 2권에 중편소설·희곡·시·아동문학, 3·4권에 장편소설을 각각 담았다. 2028년까지 총 14권으로 완간될 계획이다. 근대문학을 이끈 이태준은 1925년 단편소설 ‘오몽녀’로 등단했다. 1934년 첫 단편소설집 ‘달밤’을 비롯해 소설, 희곡, 시, 아동문학 등에서 다양한 글을 남겼다. 소설가 이효석(1907∼1942)과 김유정(1908∼1937)이 활동한 문학동인 ‘구인회’의 창립 멤버다. 이태준은 특히 1940년 펴낸 글쓰기 교본 ‘문장강화’로 유명하다. 당시 문단에서 “시는 정지용(1902∼1950), 산문은 이태준”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이태준은 뛰어난 문장가였다. 광복 직후 월북해 1950년대 중반 북한에서 숙청당했다. 앞서 2015년 ‘이태준 전집’(전 7권·소명출판) 등 전집이 여러 번 출간된 적이 있다. 하지만 월북 이전 그의 모든 작품을 망라하는 전집은 처음이다. 이번 전집에는 각 권마다 500∼1400개의 주석을 달았다. 주석 작업은 이태준의 조카인 김명열 서울대 영문과 명예교수(84)가 주도했다. 김 교수는 “문학은 이태준에게 생명처럼 소중한 것이었다. 그가 북한에서 겪었을 가장 가슴 아픈 일 중 하나는 자신의 작품이 철저히 제거된 점일 것”이라며 “전집 출간이 외삼촌의 한을 풀어드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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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연상이 취향인데 이제 없어’ 어르신표 위트의 정수

    ‘연명 치료/필요 없다 써놓고/매일 병원 다닌다’. 일본 미야기현에 사는 70세 남성 우루이치 다카미쓰 씨는 신간에 실린 시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 주위엔 삶에 대한 집착을 포기하고 연명 치료 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병원 문턱이 닳도록 자주 드나드는 자신의 이중성을 돌아본 것이다. 노인의 삶에 대한 풍자가 간결하게 녹아 있어 시를 읽은 뒤에도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일본 노인의 일상을 담은 이른바 ‘실버 센류’ 88수를 모은 시집이다. 센류(川柳)는 하이쿠(俳句)처럼 운을 가진 일본 고유의 시로 일본어 기준 5·7·5의 17개 글자로 이뤄져 있다. 신간은 사단법인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가 일본 노인들을 대상으로 2001년부터 열고 있는 센류 공모전에 당선된 작품들을 모았다. ‘연상이/내 취향인데/이제 없어’처럼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는 작품들이 매년 공모전에 약 1만 편씩 투고된다고 하니 문학에 대한 일본 노인들의 열정이 대단하다. 노인들은 늙음이란 일상을 주목한다. ‘환갑 맞이한/아이돌을 보고/늙음을 깨닫는다’, ‘‘연세가 많으셔서요’/그게 병명이냐/시골 의사여’라는 센류에선 일본 초고령화 사회의 단면을 볼 수 있다. ‘종이랑 펜/찾는 사이에/쓸 말 까먹네’, ‘세 시간이나/기다렸다 들은 병명/노환입니다’라는 고백에선 늙음에 대한 애환이 느껴진다. ‘혼자 사는 노인/가전제품 음성 안내에/대답을 한다’, ‘손주 목소리/부부 둘이서/수화기에 뺨을 맞댄다’는 고백에선 외로움도 묻어 나온다. 하지만 노인들은 마냥 한탄하지 않는다. ‘물 온도 괜찮냐고/자꾸 묻지 마라/나는 무사하다’고 당당히 외친다. ‘손을 잡는다/옛날에는 데이트/지금은 부축’, ‘분위기 보고/노망난 척해서/위기 넘긴다’며 노년의 삶을 웃음으로 승화한다. ‘두 사람의 연애담/처음 들은/장례식 날 밤’, ‘자동 응답기에 대고/천천히 말하라며/고함치는 아버지’처럼 자녀 시점에서 쓴 센류도 있어 젊은 독자도 읽을 만하다. 신간은 글자가 큼직하게 인쇄돼 있어 장년층 독자도 읽기 편하다. 매일 자식의 안부 전화를 기다리는 부모님께 “당당히 노년을 마주하라”며 선물 드리고 싶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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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구에게나 마음속 빛나는 인연 하나쯤[이호재의 띠지 풀고 책 수다]

    미국 뉴욕의 한 공원. 파란색 셔츠에 베이지색 바지를 입은 해성(유태오)이 홀로 서 있다. 해성은 어색한 듯 두 손을 만지작거린다. 괜스레 주위를 둘러보고 자꾸 머리를 매만진다. 해성의 얼굴엔 걱정이 묻어 있다. “해성!” 흰 셔츠와 회색 바지를 입은 나영(그레타 리)의 부름에 해성이 돌아본다. 나영이 천천히 걸어와 해성 앞에 선다. “와. 너다” 나영이 감탄한다. 두 사람은 서로를 쳐다본다. 24년 전 두 사람이 한국에서 함께 놀던 장면이 플래시백으로 5초 나온다. 동일 장소, 동일 시간에 존재했던 기억을 떠올린 덕일까. 어색함은 서서히 사라진다. 현재로 돌아온 둘은 소중한 인연을 떠올리며 껴안는다.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의 한 장면을 보며 수필집 ‘인연’의 책장을 열었다. “수십 년 전 내가 열일곱 되던 봄, 나는 처음 동경에 간 일이 있다.” 표제작인 수필 ‘인연’에서 피천득 시인(1910∼2007)은 17세 봄 일본 도쿄에서 유학 중 하숙집에서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던 일본 여성 아사코를 만난 기억을 털어놓는다. 눈이 예쁘고 웃는 얼굴을 지닌 아사코는 피천득을 오빠처럼 따랐다. 피천득이 도쿄를 떠나던 날 아침 아사코는 피천득의 목을 안고 뺨에 입을 맞췄을 정도였다. 10여 년이 지나 두 사람은 재회한다. 아사코는 영문학을 공부하는 대학생으로 커 있었다. 저녁을 먹기 전 두 사람은 산책하며 끌림을 느꼈지만 끝내 이어지진 않았다. 다시 10여 년이 지났다. 제2차 세계대전과 6·25전쟁을 겪은 뒤였다. 어떤 일들을 겪은 것인지 결혼한 아사코의 얼굴은 시들어 있었다. 피천득은 “십 년쯤 미리 전쟁이 나고 그만큼 일찍 한국이 독립되었더라면 아사코의 말대로 우리는 같은 집에서 살 수 있게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악수 없이 절한 뒤 헤어진다. 피천득은 복잡한 자신의 감정을 이렇게 쓰며 글을 끝맺는다. “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아사코와 나는 세 번 만났다.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 감독의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는 한국에서 유년 시절을 함께 보낸 해성과 나영이 미국 뉴욕에서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는 두 남녀의 모습을 연달아 보여준다는 점에서 ‘패스트 라이브즈’와 ‘인연’은 유사하다. 셀린 송과 피천득이 자신이 겪은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마치 한 편의 연애소설처럼 솔직하게 펼쳐냈다는 점도 비슷하다. 피천득은 수필집에서 “인생은 작은 인연들로 아름답다”(수필 ‘신춘’ 중), “오래 살고 부유하게 사는 방법은 아름다운 인연을 많이 맺는 것”(수필 ‘장수’ 중)이라고 말한다. 셀린 송은 영화계 최고 권위의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에 오른 뒤 “(인연은) 기적적인 연결”이라고 했다. 셀린 송이 피천득의 수필을 읽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두 사람이 인연에 대해 갖는 생각은 다르지 않은 듯하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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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읽는 쉬운 글 쓰고 싶어… 마음 전해진 듯”

    “어려운 글이 아니라 어린이들도 읽을 수 있는 쉬운 글을 쓰고 싶었어요. 그 마음이 전해진 게 아닐까요.”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이금이 작가(62)는 세계적인 아동문학상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글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소감을 묻자 수줍게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그는 “40년 동안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글을 쓰다 보니 괜히 거창한 표현은 하지 않는다”며 “2020년 안데르센상 글 부문 1차 후보에 들었으나 최종 후보에는 포함되지 못했다. 이번 소식을 듣고 얼떨떨하다”고 했다. 그는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IBBY)가 최근 발표한 올해의 안데르센상 글 부문 최종 후보 6명에 포함됐다. 안데르센상은 덴마크 동화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1805∼1875)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세계적 권위의 아동문학상이다. 이수지 작가가 2022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안데르센상 그림 부문을 수상했다. 하지만 1956년 상 제정 이래 한국인 글 작가가 최종 후보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1984년 새벗문학상에 동화 ‘영구랑 흑구랑’이 당선되며 등단했다. 고교 졸업 후 대학에 가지 않고 등단해 작품이 잘 써지지 않을 때마다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하지 않아서가 아닌지 스스로 되묻곤 했단다. 그는 “글 쓰는 데 대학 공부가 무슨 도움이 될지 의문이 들어 대학에 가진 않았지만, 작가가 된 후엔 콤플렉스에 시달렸다. 아들이 초등학교에 가자 나도 방송통신대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했다”고 털어놓았다. “사실 제가 하고 싶은 건 ‘학벌 세탁’이었던 것 같아요. 한때 다른 대학에서 국문학과 석·박사 과정을 공부하려는 마음도 있었지만, 글 쓸 시간이 사라진다는 걸 깨닫고 공부를 포기했죠. 따로 문학 공부를 안 한 덕에 어린이들을 위한 쉬운 문장이 탄생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50여 편에 이르는 그의 작품 이면에는 한국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이 담겨 있다. 동화 ‘너도 하늘말나리야’(1999년·밤티)는 가족 결손 문제를 다루고, 동화 ‘망나니 공주처럼’(2020년)은 고정된 성 역할에 의문을 제기한다. 성폭력 문제를 파고든 청소년소설 ‘유진과 유진’(2004년)처럼 묵직한 작품도 있다. 그는 “처음에는 내가 청소년기에 겪은 고민을 담아 썼지만, 두 아이의 엄마가 된 뒤에는 학교에 다녀온 아이들의 수다를 들으며 당시 청소년들의 고민을 들으려 했다”며 “청소년은 어른이 쥐고 있는 주류 사회에서 밀려난 이방인이자 어른과 아이 사이에 있는 경계인”이라고 했다. 특히 IBBY에 제출된 그의 대표작엔 일제강점기를 다룬 장편소설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2016년·사계절), 하와이 이민 1세대가 등장하는 장편소설 ‘알로하, 나의 엄마들’(2020년·창비)이 포함됐다. 한국 역사의 질곡을 다루며 그의 작품세계가 확장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학교, 학원만 오가는 한국 청소년들의 현재를 벗어나 과거의 한국 청소년들이 어떻게 살아갔는지를 들여다보고 싶었다”며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 한국지부(KBBY), 한국문학번역원, ‘한국 문학 전도사’로 불리는 영미권 출판 에이전트 바버라 지트워의 도움이 없었다면 작품이 해외에 소개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다음 계획을 묻자 그는 활짝 웃으며 답했다. “동화 ‘밤티 마을’ 3부작은 인권 의식, 성인지 감수성을 반영해 개정판을 3월에 냅니다. 또 일제강점기 러시아 사할린으로 강제징용된 여성이 주인공인 장편소설을 준비 중입니다. 4월 수상자가 발표되는 안데르센상에 휩쓸리기보단 창작에 집중할 겁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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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가 강만수’

    1980년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던 여름날 오후. 재무부 공무원인 ‘나’는 총을 멘 군인들이 보초를 서고 있는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로 걸어 들어갔다. 살벌함이 가득한 국보위엔 육군 소장인 국보위 재무분과위원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현재 국가의 재정상태를 잘 모르는 상부의 지시에 따라 일하면 일어나는 각종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처음에 근엄한 표정으로 귀를 기울이지 않던 재무분과위원장은 사표까지 들고 온 나의 지적에 조금씩 귀를 열기 시작했다. 하지만 재무분과위원장의 태도가 조금 바뀌었다고 세상이 달라지진 않는다. 1979년 12·12쿠데타와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을 거치며 수많은 공무원이 사표를 냈다. 상부에 잘못 보였다는 이유만으로 구속된 동료도 있다. ‘나’는 바람이 불고 밤비가 내리는 세종로를 걸으며 되뇐다. “열정과 꿈은 부서졌다. 내일 출근하지 말자. 그들의 조국과 돌아서자.” 지난해 11월 출간된 소설집 ‘2024 신예작가’(한국소설가협회)에 실린 단편소설 ‘세종로 블루스’의 내용이다. 이 작품의 작가는 바로 이명박 정부에서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강만수 씨(79·사진)다. 강 전 장관은 25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세종로 블루스’는 내 공무원 시절 고뇌를 담은 자전적 소설”이라고 했다.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1970년 행정고시에 수석 합격해 경제부처 공무원으로 30여 년 일한 자신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그는 원래 소설가를 꿈꾼 문학청년이었다. 미국 작가 존 스타인벡(1902∼1968)의 장편소설 ‘분노의 포도’를 읽고 고등학교 2학년 때 소설가가 되겠다며 자퇴했다가 1년 만에 복학했다. 1997∼1998년 재정경제원 차관, 2008∼2009년 기재부 장관을 지냈지만 문학청년의 꿈은 버리지 못했다. 그는 “2022년 한국소설가협회가 주관하는 제73회 한국소설신인상 단편소설 부문에 ‘동백꽃처럼’을 투고해 당선됐다”고 했다. ‘세종로 블루스’는 타임머신을 타고 44년 전으로 돌아간 듯 각 정부 부처들이 몰려 있는 서울 종로구 세종로를 생생하게 묘사한다. 부가가치세 존치를 두고 설왕설래하던 당시 분위기를 치밀한 르포르타주처럼 전한다. 신군부 세력에 대해 “주권자인 국민 누구도 그들에게 그런 칼을 주지 않았다”처럼 비판한 대목은 그의 생각을 대변하는 듯하다. 그는 “신군부 치하에서 당시 공무원들은 각자 고민을 지니고 있었다”며 “분노, 모욕, 체념이 뒤범벅된 세월을 성찰하며 마지막으로 외치고 싶은 얘기를 썼다”고 했다. 다음 계획을 묻자 그는 소설가로서 포부를 당당히 밝혔다. “곧 단편소설집과 장편소설을 각각 낼 계획입니다. 늦은 만큼 꾸준히 써야죠.”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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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패전 후 “우리는 희생양”… 독일은 진정으로 반성했을까

    “독일인들은 왜 세상 사람들에게 인기가 없을까?” 1947년 1월 독일 잡지 ‘관점’에 실린 기사의 일부다. 이 기사는 “(독일인들은) 유럽의 문제아이자 세계의 속죄양”이라며 “국제사회에도 일반 가정과 마찬가지로 사랑받는 아이가 있으면 미움받는 아이도 있다”고 지적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세계인들이 전쟁의 책임을 돌리기 위해 독일을 과녁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당시 독일인들은 스스로를 전쟁의 가해자가 아닌 ‘속죄양’으로 생각한 셈이다. 독일 일간지 베를리너 차이퉁 기자 출신으로 현재 독일 베를린예술대 문화 저널리즘 명예교수인 저자는 신간에서 전후 독일인의 심리를 파헤친다. 지금의 독일인들은 나치의 만행을 지속적으로 사죄하고 있지만, 2차 대전 패망 직후 10년 동안은 잘못을 뉘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반성하는 독일인의 이미지와는 사뭇 거리가 있는 모습이다. 독일이 패망한 1945년 5월 8일로 시계를 돌려보자. 당시 독일은 엉망진창이었다. 전쟁으로 6000만 명이 사망했다. 소련군은 독일을 약탈하고 짓밟았다. ‘기아의 겨울’이라고 불릴 정도로 혹독한 굶주림을 겪었다. 나라 자체가 대혼돈의 상태였다. 연합군 점령 직전 권력 공백기에 독일인들은 약탈에 몰두했다. 극도의 불안감 속에서 이들은 정부 청사와 창고, 화물열차, 이웃집 등을 미친 듯이 털었다. 암시장에는 횡령하거나 밀수한 물건들이 넘쳐났다. 저자는 이 시기를 ‘늑대의 시간’이라고 부른다. 질서에 집착하는 합리적 지성인으로 묘사되는 독일인들이 늑대처럼 서로를 약탈하며 도덕적으로 완전히 무너졌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자 독일인들은 자신을 전쟁의 ‘희생자’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는 아돌프 히틀러(1889∼1945)가 주도한 것이고, 나치즘에 선량한 독일인들이 희생당했다는 논리다. 저자는 “얼어 죽지 않은 사람은 모두 도둑질을 했다. 모두가 도둑이라면 과연 서로를 도둑이라고 비난할 수 있을까”라고 말한다. 죄책감이 사라진 자리에는 쾌락이 찾아왔다. 경제가 살아나기 시작하자 영화관이 앞다퉈 문을 열었다. 수많은 댄스홀이 영업을 재개했다. 전후 인구의 5%만 살아남은 쾰른에선 종전 이듬해인 1946년 축제가 열렸다. 학살에 대한 폭넓은 사회적 논쟁은 존재하지 않았다. 독일인들은 전쟁의 기억을 점차 잊어갔다. 독일인들이 과거사 청산에 나선 건 1963∼1968년 ‘아우슈비츠 재판’ 이후다. 아우슈비츠 재판은 나치 치하에서 반인도적 범죄를 저질렀지만 뉘른베르크 재판(1945∼1949년)에서 단죄받지 않은 독일인 22명을 독일 정부가 기소한 사건이다. 하지만 저자는 아우슈비츠 재판을 자기반성의 산물이라고 보지 않는다. 1968년 5월 프랑스 학생운동으로 촉발된 이른바 ‘68세대’가 부모 세대에 대해 분노한 결과일 뿐이라는 것. 저자는 “‘과거 청산’은 훗날 후손들이 떠맡았다. 전쟁 세대는 집단 책임의 비난을 자기 자식들에게 받았다”며 전쟁 세대가 스스로 반성하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저널리스트 출신답게 1945∼1955년 10년 동안의 공식 문서, 신문, 잡지, 책 등 다양한 자료를 촘촘하게 분석했다. 독일인 저자가 자국인들의 심리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며 ‘비겁한 독일’에 대한 자기반성을 꾀한 건 인상적이다. 직접 전쟁을 겪은 가해자들이 자신의 잘못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건 독일인이든 일본인이든 마찬가지 아닐까.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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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가 난다, 또 보고 싶다!… 대중문화 ‘분노 콘텐츠’ 바람

    최근 대중문화계에서 분노한 사람들이 등장하거나 대중의 분노를 자극하는 ‘분노 콘텐츠’가 주목받고 있다. 콘텐츠마다 분노의 원인이나 양상은 다르지만, 분노라는 보편적 감정을 통해 소비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건 공통점이다. 15일(현지 시간)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 상인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 8관왕에 오른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BEEF)’이 대표적이다. 이 작품은 ‘모범적 소수자’로 살아야 하는 한국계 이민자의 삶을 그리면서도 인정 욕구, 질투, 불안, 자기혐오 등 현대인의 분노를 자극하는 보편적 감정을 다뤄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극중 못난 가족을 건사해야 하는 대니(스티븐 연)나 자신보다 육아에 더 큰 역할을 하는 남편의 눈치를 살피는 에이미(앨리 웡)의 모습은 국경을 초월해 분노를 일으킨다는 것. 시청자들 사이에서 “나도 대니, 에이미처럼 화낸 적이 있다”, “분노가 가득한 현대인의 마음을 후벼팠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성난 사람들’을 연출한 이성진 감독은 지난해 4월 미국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로드 레이지’(난폭 운전)가 늘어났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코로나19가 악화시킨 것은 고립감과 외로움”이라고 말했다.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단절이 현대인의 분노를 폭발시키고 있다는 얘기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코로나19는 마스크 의무 착용 등 사회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를 보여줬다”며 “‘성난 사람들’은 사회가 개인에게 강요하는 억압이 해결되지 못하면 개인은 분노하고 파괴적인 성향을 보일 거라는 통찰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성난 사람들’이 분노한 주인공들을 보여준다면 12·12쿠데타를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은 불의에 무기력한 인물들을 통해 관객들의 분노를 자아낸다. “영화를 보다 분노가 치밀었다”, “내가 느낀 분노를 인증한다”며 젊은 층 사이에서 ‘심박수 측정 챌린지’가 유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젊은 세대의 분노가 이어지며 지난해 11월 개봉한 이 영화는 현재까지 약 13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서울의 봄’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의 김원국 대표는 “요즘 세대는 공정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라며 “합리적이고 공정한지를 찾아 나간다는 점에서 ‘서울의 봄’은 젊은 세대가 분노할 수 있는 비극적 서사”라고 했다. 사회적 공분뿐 아니라 ‘불륜 서사’도 분노를 유발하는 소재로 쓰이고 있다. 약 8억 회의 조회 수를 기록한 웹툰 원작의 tvN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친구와 바람이 난 남편에게 배신당하고 억울하게 죽은 여자의 복수극으로 최고 시청률 9.4%를 달성했다. 동명의 웹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웹툰 ‘재혼황후’도 불륜 소재로 여성들의 공분을 자아내며 네이버웹툰 여성 독자 조회수 1위에 올랐다. 분노 콘텐츠가 인기를 끄는 건 온라인 플랫폼의 소비 트렌드도 한몫하고 있다. 이융희 문화연구자(전 세종사이버대 만화웹툰창작과 겸임교수)는 “회당 읽는 시간이 5분 남짓한 웹소설, 웹툰은 독자의 감정을 폭발적으로 자극해 다음 회차를 구매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콘텐츠 소비 시간이 점차 짧아지고 있는 만큼 분노를 자극하는 콘텐츠는 앞으로도 인기를 끌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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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뭇가지로 그린 동그란 고정관념… 누구도 벗어나지 못했다

    한 소녀가 또각또각 구두 소리를 내며 걸어온다. 소녀는 바닥에 놓인 나뭇가지를 집어 원 하나를 그린다. 원은 소녀가 두 팔을 벌리면 꽉 찰 듯 작다. 신문을 읽는 중년 남성, 가방을 든 젊은 여성, 스마트폰을 보는 학생,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차려 입은 신혼부부…. 소녀 뒤를 따라 등장한 사람들은 하나 둘 원 안으로 들어간다. 원은 꽉 찼지만, 사람들은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소녀가 다시 등장해 원을 지운 뒤에야 사람들은 제 갈 길을 간다. 다음 달 15일(현지 시간) 개막하는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단편 경쟁 부문에 초청된 애니메이션 ‘서클’의 한 장면이다. ‘서클’을 연출한 정유미 감독(42·사진)은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애니메이션으로 네 번이나 초청받았다. 그는 19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사회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느라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을 그리고 싶었다”며 “고정된 관념의 벽을 벗어나기를 갈망하는 메시지를 간결하게 담아내려고 한 점이 인정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클’에선 정 감독 특유의 세밀한 연필 드로잉 기법이 돋보인다. 머리에서 갑자기 아이가 튀어나오는 ‘수학시험’(2010년), 사랑하는 남녀의 모습을 그린 ‘연애놀이’(2013년), 집이 허물어지는 모습을 통해 소멸의 의미를 고찰한 ‘존재의 집’(2022년) 등 앞서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그의 전작들도 모두 흰색의 평면 공간에 채색 없이 검은 선으로만 그려졌다. 그는 “국민대 회화과에서 순수미술을 배우고, 이후 애니메이션에 흥미를 느껴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애니메이션을 시작했다”며 자신의 인생 경로가 작법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했다. “대학에 다닐 때부터 서양화보다는 동양화를 좋아했어요. 애니메이션을 배운 뒤에도 여러 색상보다 흑백에 익숙했죠. 동양화 같은 애니메이션이라 신비로운 분위기와 작품의 상징성이 도드라집니다.” 그는 자신이 만든 애니메이션을 그림책으로 펴낸다. 히로시마 국제애니메이션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나의 작은 인형 상자’(2006년),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 감독 주간에 초청받은 ‘먼지아이’(2009년)는 각각 동명의 그림책으로 출간됐다. 그는 이 두 작품으로 한국 그림책 작가로는 처음으로 아동문학계에서 세계적 권위를 지닌 ‘볼로냐 라가치상’ 대상을 2년 연속(2014, 2015년) 수상했다. 특히 ‘나의 작은 인형 상자’는 라가치상 심사위원회로부터 “시각적 내러티브의 독창적인 구조”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나의 작은 인형 상자’는 소녀가 직접 만든 작은 인형 상자 안을 여행하는 액자식 구조”라며 “애니메이션에서 자주 사용하는 작법이 그림책 분야에선 독특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학생 때부터 ‘이나중 탁구부’ 같은 독특한 일본 만화, 꼭두각시 인형을 사용하는 ‘퍼핏 애니메이션’ 등 실험적인 애니메이션을 자주 봤다”며 “내 작품은 주로 ‘내면의 아이’(무의식에 담긴 어린 시절의 기억)를 묘사하고 풀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시각예술 작품을 보면서 한 장르의 작법을 다른 장르에 적용하는 방식을 즐긴다. “표현하는 방법이 다를 뿐이지 애니메이션과 그림책 모두 여러 장면을 이어붙여 이야기를 담아낸다는 점에서는 같아요. 여러 장르를 옮겨 다니며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싶을 뿐이죠.” ‘서클’을 그림책으로도 만날 수 있을까. “기회가 되면요. ‘서클’은 7분 남짓의 짧은 애니메이션입니다. 그림책으로 만든다면 마치 시 같은 독특한 작품이 되지 않을까요.”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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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천성 근육병 딛고 SF작가로… “읽고 쓰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저는 손가락에 힘이 없어서 컴퓨터 타자를 못 쳐요.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글을 쓸 수 있죠.” 15일 충남 천안시의 한 아파트. 최의택 작가(33)는 전동 휠체어에 앉은 채 책상 위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며 해맑게 말했다. 그는 컴퓨터에 설치한 ‘가상 키보드’로 글을 쓴다. 먼저 오른손으로 마우스를 잡고 가상 키보드의 자음이나 모음에 커서를 놓는다. 이후 왼손으로 숫자가 쓰인 매크로 키보드를 누르면 글자가 입력된다. 마우스를 누를 힘이 없어 특별히 고안한 방법이다. 설명을 듣고 따라 해봤지만 자꾸 오탈자가 났다. 타자 속도가 더뎌 한 문장을 쓰기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이 방식으로 많게는 하루에 1만 자를 쓴다. 200자 원고지 600장 분량의 소설을 2개월 만에 쓴 적도 있다. 비장애인 작가도 소화하기 힘든 속도다. 그는 “피곤해서 몸이 빳빳하게 굳어도 매일 4시간씩 이런 방법으로 글을 쓴다”고 말했다. 그는 근육병의 일종인 ‘선천성 근이영양증’을 태어날 때부터 앓고 있다. 영국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1942∼2018)이 앓은 루게릭병처럼 몸이 점점 굳는다. 어릴 적부터 걸어본 적이 없고, 휠체어로 학교를 다녔다. 병세는 빠르게 진행됐다. 손가락조차 움직이기 힘들어지면서 고등학교 2학년 때 자퇴했다. 이후 방 안에 틀어박혀 게임에 빠졌다. 그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우울증이 찾아왔다. 그러다 소설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문학소년도, 책벌레도 아니다. 소설을 읽고 쓰는 것밖엔 할 게 없어 문학을 시작했다. 문학이 유일한 삶의 탈출구이자 구원자였다. 정보라 작가(48)의 단편소설집 ‘저주토끼’(래빗홀·2017년)에 실린 단편소설 ‘안녕, 내 사랑’을 읽은 뒤 2018년부터 공상과학(SF)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손으로 종이책을 들 수 없어 가족의 도움으로 종이책을 스캔해 PC로 읽고 습작했다. 2021년 장편소설 ‘슈뢰딩거의 아이들’(아작·2021년)로 제1회 ‘문윤성 SF 문학상’ 대상을 받으며 세상에 나왔다. 그의 소설은 비주류에 주목한다. 가상현실 중고교에 유령처럼 등장한 학생들을 다룬 ‘슈뢰딩거의 아이들’은 주류의 시선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인공지능(AI) 보육교사에게 돌봄을 받는 자폐아의 이야기를 다룬 단편소설 ‘보육교사 죽이기’에선 돌봄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그는 “남들처럼 학교를 다니고, 회사에 다니지 못해 남들처럼 쓰지 못했다. 나도 모르게 소수자의 이야기를 쓰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SF 작가 70여 명이 소속된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 대표로 최근 선출됐다. 그를 비롯해 부대표, 운영이사까지 3명의 간부 모두 데뷔 5년 내 신인 작가들이다. 그는 순수문학계에 비해 ‘문단’ 고리가 약한 장르문학계에서 불거지는 저작권 논쟁 등 창작자 권리 보호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계획이다. 그는 “고등학교 자퇴 후 15년을 방 안에 살던 내게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 소속 작가들은 소중한 친구들”이라며 “체력이 더 떨어지기 전에 동료 작가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앞으로도 글 쓰는 일을 계속할까. 그와 그의 어머니 박미서 씨(59)가 담담히 답했다. “소설 쓰는 일에 중독됐어요. 쓸 수 있을 때까지는 그냥 계속 쓰고 싶어요.”(최 작가) “어떨 땐 아들이 숨 쉬는 것조차 힘들어 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그만 쓰면 좋겠다 싶다가도 쓸 때 즐거워하는 걸 보면 말리지 못해요.”(박 씨)천안=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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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해외 대형 출판사들, “AI 번역금지” 국내 출판사에 계약 요구

    북미 최대 출판사인 펭귄랜덤하우스를 비롯한 해외 대형 출판사들이 국내 출판사들과의 최근 판권 계약서에 ‘인공지능(AI) 번역기 사용 금지’ 조항을 넣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국내 번역가들은 오류를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선 AI 번역기 사용이 필요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AI 활용 논란이 테크업계를 넘어 출판계, 학계 등 전방위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대형 출판사인 열린책들은 지난해 12월 해외 유명 출판사와 미국 에세이 작가의 신작 판권 계약을 맺으며 ‘AI 기술을 사용해 책을 번역할 수 없다’는 조항의 삽입을 요구받았다. 김영사도 2018년 국내에 번역 출간된 유럽 작가의 장편소설을 재출간하는 과정에서 해외 출판사로부터 ‘AI 번역기 사용 금지’ 요청을 받았다. 국내 번역가가 딥엘이나 파파고, 구글번역기와 같은 AI 번역기를 사용하면 계약 위반으로 법적 책임을 질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존 계약서의 번역 관련 조항에는 ‘번역을 정확히 충실하게 해야 한다’, ‘번역가의 자질을 검증해야 한다’, ‘문장을 수정하거나 축약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만 있었는데 최근 들어 AI 번역기 사용 금지 조항이 추가됐다. 해외 출판사들의 AI 번역 금지 요구는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대형 출판사 창비의 계열사인 미디어창비와 중형 출판사 동아시아도 각각 어린이책과 논픽션 출간 계약을 최근 맺으면서 해외 출판사의 요구로 AI 번역 금지 조항을 넣었다. 특히 해외 출판사들은 계약서에 ‘표지, 디자인, 오디오북 제작에도 AI 사용을 금지한다’는 조항까지 넣고 있다. 번역뿐 아니라 표지, 디자인 등 책 제작 전반과 오디오북 등 지식재산권(IP) 활용에도 AI 사용을 막은 것이다. 산하 브랜드만 100여 개에 달해 ‘출판계의 공룡’으로 불리는 펭귄랜덤하우스나 세계적 학술 출판 그룹 존와일리앤드선스처럼 유명 저자들의 판권을 대거 보유한 해외 대형 출판사들이 이 같은 요구를 하고 있어 국내 출판계는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 해외 대형 출판사들이 AI 번역기 활용을 금지한 표면적인 이유는 ‘오역 우려’다. AI 번역기가 문장을 직역해 저자의 뜻을 왜곡한다는 것. 예를 들어 지난해 5월 한국문학번역원이 연 심포지엄 ‘AI 번역 현황과 문학 번역의 미래’에선 AI 번역기에 의한 오역 사례가 다수 발표됐다. 예컨대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1871∼1945)의 시 ‘해변의 묘지’의 일부분(“바람이 분다. 살아보자꾸나”)을 챗GPT는 “바람이 일어납니다! … 살아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라고 잘못 번역했다. 출판계에선 AI 번역기에 원문을 입력하는 과정에서 콘텐츠가 유출될 가능성을 해외 출판사들이 우려하는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온라인에서 쉽게 수집할 수 있는 기사나 논문과 비교해 책은 상대적으로 AI 학습에 노출될 가능성이 낮다. 하지만 AI 번역기에 전문이 입력되는 순간 책 내용이 머신러닝(기계학습)에 쓰일 수 있다. 표지나 디자인 역시 AI가 제작에 관여하면 AI가 이를 학습할 수 있다. 국내 출판사들은 법적 책임을 우려해 해외 출판사의 요구사항을 번역가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국내 출판사 관계자는 “이미 번역가들에게 구두로 AI 번역기 사용 금지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출판사 대표도 “번역가들이 AI 번역기를 몰래 사용하다 걸리면 국내 출판사들이 법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AI 번역 금지 조항을 번역가와의 계약서에 따로 넣을지 검토 중”이라고 했다. 번역 오류를 줄이고 효율을 높이기 위해 AI 번역기를 이미 활용하고 있는 국내 번역가들은 이 같은 요구에 반발하고 있다. 한 프리랜서 번역가는 “챗GPT나 파파고를 쓰면 번역 속도가 2배 이상 빨라진다. 특히 일반 문장들은 거의 완벽한 번역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른 번역가는 “미묘한 뉘앙스 차이가 중요한 소설보다는 비교적 문장이 단순한 실용서나 학술서 번역에 AI 번역기가 많이 활용되고 있다. AI 번역기를 활용해 번역 건수와 수입이 2배 늘었는데 이를 멈출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최근 번역 시장에선 AI 번역기로 초벌 번역을 하고 이를 번역가가 검수해 완성도를 높이는 ‘기계번역 사후교정(MTPE)’ 방법이 일반화되고 있다. 예컨대 국내 AI 번역 기업 플리토는 MTPE 일감을 대량으로 받아 소속 번역가나 프리랜서 번역가에게 감수만 맡긴다. 한 번역가는 “번역 단가가 낮아 생계 때문에 번역을 그만둔 이들이 MTPE가 늘면서 다시 업계로 돌아오고 있다. AI 번역기 활용의 긍정적인 측면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출판사들이 번역가들의 AI 활용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에 책의 특정한 정보가 포함돼 있을 경우 AI 번역기 활용 과정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을 의심해 볼 수는 있다. 지난해 미국 할리우드 영화·방송작가들이 챗GPT가 기존 대본을 짜깁기할 우려가 있다며 파업을 벌인 것처럼 저작권 논란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출판계가 AI 사용을 무조건 거부하기보다는 번역가와 AI 번역기가 공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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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최초 칸 영화제 초청’ 이두용 감독 별세

    한국 영화사 최초로 칸 영화제에 초청된 이두용 감독(사진)이 19일 폐암으로 별세했다. 향년 82세. 1942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동국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멜로 영화 ‘잃어버린 면사포’(1970년)로 데뷔했다. 1974년 한 해에만 ‘용호대련’, ‘죽엄의 다리’, ‘돌아온 외다리’, ‘분노의 왼발’, ‘속(續) 돌아온 외다리’, ‘배신자’ 등 6편의 태권도 영화를 내놨다. 한국 에로 영화의 한 획을 그은 ‘뽕’(1985년)도 고인의 작품이다. 고인은 봉건제도를 비판한 ‘피막’(1980년)으로 베니스 영화제 특별상을 받았다. 여인의 기구한 인생사를 그린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1983년)로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한국 영화사 처음으로 초청됐다. 유족으로는 아들 호, 딸 진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발인은 21일 오후 1시 반. 02-2072-2010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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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기억하는지, 불안하고 반짝인 그 시절을

    “내가 얼마나 평범해졌는지 봐. 그 옛날에는 이렇게 될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어?” 어느 날 ‘나’는 옛 연인 마야에게 e메일을 받는다. 마야는 두 아이와 함께 교외의 집에 살고 있다. 매일 달리기하고 규칙적으로 식사한다. 머리는 짧게 자른 상태다. 마야가 보낸 사진을 보며 ‘나’는 마야의 옛 모습을 떠올린다. 물감이 튄 작업복을 입고, 히피풍의 샌들을 신은 채, 길게 늘어뜨린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그림을 그리던 마야의 과거와 현재는 너무도 다르다. 하지만 ‘나’는 마야에게 왜 그림을 그만뒀냐고 묻지 않는다. 흘러간 시간 속에서 모두의 인생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다만 ‘나’는 과거를 곱씹을 뿐이다. 마야와 함께 작은 아파트에 세 들어 살며 하고 싶던 일을 마음껏 하던 그 시절을 말이다. 신간에 포함된 단편소설 중 하나인 ‘넝쿨식물’의 내용이다. 현대 영미문학의 신예로 떠오르고 있는 미국 소설가의 두 번째 소설집이다. 그의 첫 소설집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문학동네)은 2011년 한국에 출간된 뒤 절판됐다. 하지만 2019년 한 팟캐스트에서 소개된 뒤 재출간돼 화제를 끌었다. 삶의 변곡점을 포착하는 예리한 시선과 서정적이고 유려한 문장으로 단편소설의 미학을 제대로 살려낸 그의 재능에 한국 독자들이 뒤늦게 반응한 것이다. 신간에 담긴 15편의 단편소설은 대부분 중년의 화자가 청년 시절의 추억을 곱씹는 이야기다. 물론 친구들과 꿈꾸던 미래(단편소설 ‘라인벡’)처럼 불안하지만 빛나던 시절을 돌아보는 일은 무용하지 않다. 어떤 일은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할 정도(단편소설 ‘오스틴’)로 성숙해졌다. 하지만 예술에 전념하던 시기는 떠났고(단편소설 ‘담배’), 촉망받던 예술적 재능이 연기처럼 사라진 사실(단편소설 ‘첼로’)은 부인할 수 없다. 우리가 가끔 친구들과 모여 ‘사라진 것들’을 떠올릴 때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감정이 드는 건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그저 우린 “해가 뜨고 어둠이 걷히면서 이젠 떠나야 한다는 것을, 거의 두려움에 가까운 무언가를 느끼며 깨닫기 전까지의 반시간”(단편 ‘사라진 것들’ 중)을 응시할 뿐이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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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난 사람들’ 보다가 실비아 플라스 읽기[이호재의 띠지 풀고 책 수다]

    15일(현지 시간)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상인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 8관왕에 오른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BEEF)’의 10개 에피소드엔 명언에서 모티브를 받은 시적인 소제목이 붙어 있다. 특히 3화 소제목 ‘내 속엔 울음이 산다’는 미국 시인 실비아 플라스(1932∼1963)의 시 ‘느릅나무’의 한 구절을 그대로 가져왔다. 옛 연인 앞에서 자신의 감정을 분출하는 주인공 대니(스티븐 연)의 모습이 나오는 3화 내용과 소제목이 절묘하게 어울린다고 생각하면서 ‘에어리얼: 복원본’의 책장을 열었다. ‘에어리얼’은 1963년 실비아 플라스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인 1965년에 처음 출간돼 세계적 찬사를 받은 시집이다. 하지만 편집 과정에서 시가 수십 편 사라지고, 시의 배열 순서가 바뀌어 작가의 본래 의도와 멀어졌다. ‘에어리얼: 복원본’은 시인이 세상을 떠날 때의 책상 위에 놓인 검은색 공책에 놓인 원고를 그대로 살린 번역본이다. “내 속에는 울음이 살고 있다./밤마다 울음은 날개를 퍼덕이며 나와/자신의 갈고리들로, 사랑할 무언가를 찾는다.”(시 ‘느릅나무’ 중) 플라스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친하게 지냈던 친구에게 바친 시다. ‘성난 사람들’ 3화의 소제목은 이 구절에서 따왔다. ‘I am inhabited by a cry’라는 원문을 넷플릭스는 ‘내 속엔 울음이 산다’, ‘에어리얼: 복원본’은 ‘내 속에는 울음이 살고 있다’로 번역했다. 절친한 친구에게 자신의 마음속에 마치 울음이 집을 짓고 사는 것처럼 묘사하는 문장에서 플라스의 고통이 여실히 느껴진다. 특히 감정인 울음을 날개를 퍼덕이고 갈고리를 뻗친다며 생명체처럼 묘사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시집에 부정적인 감정을 토로한 시들만 담겨 있는 건 아니다. 시인은 “얼마나 자유로운지, 당신은 모를 거야, 얼마나 자유로운지”(시 ‘튤립’ 중)처럼 자유를 노래한다. “사랑이여, 세상은/갑자기 색깔을 바꾸고, 바꾼다”(시 ‘11월의 편지’ 중)처럼 애정이 담긴 시도 있다. 특히 시집의 첫 단어는 ‘사랑’, 마지막 단어는 ‘봄’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고, 바람기가 가득한 남편과 이혼한 불우한 인생이지만 플라스는 적어도 시집의 시작과 끝에선 희망을 찾으려 한 것이다. ‘성난 사람들’ 1화 소제목 ‘새들은 노래하는 게 아니야, 고통에 울부짖는 거지’는 독일 영화감독 베르너 헤어초크(82)의 말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현대인들의 고통을 다룬 작품의 시작을 알린다. “깨달음은 빛의 형상을 상상하는 게 아니라, 어둠을 알아차림으로써 얻게 되는 것”이라는 스위스 정신과 의사 카를 구스타프 융(1875∼1961)의 문장에서 따온 10화 소제목 ‘빛의 형상’은 화해(?)를 모색하는 작품의 결말을 암시한다. ‘성난 사람들’ 정주행 시청을 끝낸 이들이라면 소제목을 곱씹어보며 해석의 묘미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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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자 아빠…’ ‘… 투자의 정석’ 재테크 책 인기

    ‘부자아빠의 돈 공부’(동양북스), ‘2024 9대 테마 투자 트렌드’(한스미디어), ‘유목민의 투자의 정석’(리더스북), ‘돌파 매매 전략’(이레미디어), ‘주식 월급 만들기 프로젝트’(아템포)…. 새해부터 출판계에 투자서 붐이 일고 있다. 고물가, 고금리로 경기 침체가 심화되면서 투자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기존 투자서가 국내 주식에 초점을 맞췄다면 올해는 해외 주식을 겨냥한 책들이 눈에 띈다. ‘나는 엔화로 미국 시장에 투자한다’(이레미디어)는 일본 엔화로 미국 시장에 투자해 이익을 거두는 방법을 소개한다. ‘미국주식 처음 공부’(이레미디어)도 미국 주식 투자 입문서다. 10일(현지 시간) 미국 금융당국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거래를 처음 승인하는 등 가상화폐 수요가 높아지면서 ‘나는 월급날 비트코인을 산다’(진서원)와 같은 관련 투자서도 나왔다. ‘선생님의 돈 공부―수업은 끝났고요, 재테크 중입니다’(창비교육)처럼 특정 직업군을 겨냥한 투자서도 있다. 통상 투자서는 40, 50대 중년층 독자가 많지만 최근에는 20, 30대 독자가 늘고 있다. 온라인서점 알라딘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2일 출간된 ‘처음부터 시작하는 주식투자 단타전략’(길벗) 구매자의 28.7%가 20, 30대로 조사됐다. 유튜버가 쓴 이 책이 18일 종합 순위 기준으로 온라인 교보문고 1위, 알라딘 3위, 예스24 5위에 오른 데에는 젊은 독자들의 영향력이 컸다는 평가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올해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아파트 투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부모 도움 없이 재테크에 성공하고 싶은 20, 30대 독자가 늘면서 투자서의 인기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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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준호-박찬욱 덕분에 한국이름 자부심”… 이성진 감독, ‘소니 리’ 버리고 본명 사용

    “나도 미국 이름 말고 이성진이라는 한국 이름에 자부심을 느껴야겠다고 생각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Beef)’의 각본을 쓰고 연출, 제작까지 맡은 이성진 감독(43)은 지난해 8월 서울 국제방송영상마켓에서 “미국인들이 봉준호, 박찬욱 감독의 이름을 부를 때는 조금이라도 더 발음을 정확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영화 ‘기생충’(2019년)으로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거머쥔 봉 감독의 활약을 계기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이 감독은 한국에서 태어나 생후 9개월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갔다. 한국에 돌아와 초등학교 3∼5학년을 보낸 뒤 다시 미국으로 갔다. 미국인들은 ‘이성진(Lee Sung Jin)’이라는 한국어를 제대로 발음하지 못했다. 이에 그는 숙제를 낼 때 ‘소니 리(Sonny Lee)’라는 영어 이름을 썼다. 미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과를 2003년 졸업하고, 2008년 미국 월트디즈니 계열 케이블 채널 FXX 드라마 ‘필라델피아는 언제나 맑음’에 각본가로 참여할 때도 영어 이름을 사용했다. 하지만 2019년 ‘투카 앤드 버티’ 각본을 쓰면서부터 한국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주연 ‘대니 조’로 열연한 스티븐 연(연상엽·41)도 한국에서 태어나 다섯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한국계 미국인이다. 2016년 결혼한 그의 아내 조아나 박(박은경) 역시 한국계 미국인이다. 스티븐 연은 2009년 연극 무대에 서며 배우의 길을 걸었다. 그는 2017년 개봉한 봉 감독의 ‘옥자’에 출연하면서 한국 관객들에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2018년 이창동 감독의 ‘버닝’, 한국계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의 2020년 영화 ‘미나리’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극 중 대니의 동생인 ‘폴 조’ 역의 영 마지노, 대니의 사촌형 ‘아이작 조’ 역의 데이비드 최도 한국계 배우다. 조연인 에드윈(저스틴 민), 베로니카(앨리사 김), 나오미(애슐리 박)도 한국계 배우들이 연기했다. 극 중 일본계 ‘조지 나카이’를 연기한 조셉 리도 2018년 KBS 2TV 드라마 ‘우리가 만난 기적’에 출연한 한국계 배우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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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서전 예산 삭감에… 출판협회 “해외진출 차질” vs 문체부 “정부가 주도”

    국내외 도서전 지원 예산을 둘러싸고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서울국제도서전, 해외 도서전과 관련해 문체부가 출협에 지원하는 예산이 지난해 22억9000만 원에서 올해 12억2000만 원으로 46.7% 급감한 데 따른 것이다. 15일 출판계에 따르면 출협은 “문체부는 출협이 수행하고 있는 국고보조금 사업의 진행을 축소하거나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문체부 때문에 많은 출판사가 해외 진출 전략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대통령실에 최근 발송했다. 출협은 공문에서 “문체부는 행사가 망해도 상관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출판업계는 문체부의 태도에 분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체부의 출협 지원 예산 중 가장 크게 줄어든 건 해외 도서전에서 주빈국관 설치 예산이다. 출협은 매년 국내 작가, 출판사와 함께 해외 도서전에 참가해 주빈국관을 세우고 국내 책을 소개한다. 문체부는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 샤르자 국제도서전의 주빈국관 설치 예산으로 출협에 7억7000만 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올해는 편성된 관련 예산 10억 원을 출협이 아닌 문체부 산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배정했다. 또 해외 도서전에서 한국관 운영 비용 지원도 지난해 6억5000만 원에서 올해 5억5000만 원으로 줄였다. 출협은 현재 검토 중인 캐나다, 브라질 도서전에서 주빈국 참여가 힘들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출협 관계자는 “국회에서 이미 통과된 예산에 주빈국 사업이 편성돼 있음에도 다른 사업으로 전용하겠다는 문체부 방침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해외 도서전은 외교 성격을 지니고 있어 민간단체인 출협이 아닌 공공기관인 출판문화진흥원을 통해 정부가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올해는 해외 도서전에 참가하는 것보다는 7월에 열리는 프랑스 파리 올림픽에서 국내 도서를 홍보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출협은 서울국제도서전 지원 예산이 지난해 9억7000만 원에서 올해 6억7000만 원으로 줄어든 데 대해서도 반발하고 있다. 출협은 “책에서 출발한 콘텐츠가 영화, 드라마, 게임 등 다양한 인접 산업으로 확산되는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다”며 “서울국제도서전을 안정적으로 성장시킬 방법이 필요한 시기에 예산 삭감은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서울국제도서전 예산 축소는 지난해 회계 처리 논란의 후속 조치라고 반박한다. 앞서 지난해 8월 문체부는 서울국제도서전 회계 보고 과정에서 문제를 발견했다며 윤철호 출협 회장과 주일우 서울국제도서전 대표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서울국제도서전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선 적정 수준의 예산 집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양측의 갈등을 정부와 민간단체 중 누가 출판시장을 주도할 것인지를 둘러싼 신경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출판계 관계자는 “올해 12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이 열리는 등 현안이 산재해 있다. 문체부와 출협이 협의를 통해 갈등을 줄이지 않으면 성공적인 사업 개최가 힘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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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인구 위기와 함께 ‘위대한 성장의 시대’ 막 내릴 것”

    로마의 인구는 황금기로 불렸던 2세기에 110만 명에 달했다. 2000여 년 전에 이미 웬만한 대도시 규모였던 셈이다. 하지만 376∼382년 로마 제국과 고트족 사이에 일어난 ‘고트 전쟁’, 410년 서고트족이 로마 시내를 약탈한 ‘로마 약탈’을 거치며 인구가 급감했다. 7세기 10만∼20만 명, 11세기엔 3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특히 성벽 안쪽의 일부 땅은 사람들이 살지 않았다. 질병과 강도가 들끓었다. 버려진 땅이라는 뜻의 ‘디스아비타토(Disabitato)’라 불렸다. 한때 제국으로 불리며 세계를 통치했던 로마도 사람이 없어지자 쇠퇴한 것이다. 인구 감소가 도시 몰락으로 이어지는 것이 비단 과거에만 국한될까. 미국 도시계획 전문가인 저자는 신간에서 “여러 국가에서 인구가 줄어들면서 ‘위대한 성장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고 역설한다. 근대에 들어선 뒤 현대 의학이 발달하고 위생상태가 개선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던 시기는 끝났다는 것이다. 인구가 줄어들면 고령화에 따라 생산과 소비가 줄어들고 국가 경쟁력이 자연스레 떨어진다는 논리다. “한번 인구가 감소한 나라는 다시 그 수준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2100년이 되면 전 세계 대다수 도시가 ‘축소 도시’가 될 것이다.” 저자가 눈여겨보는 국가는 일본이다. 일본의 65세 이상 비율은 1950년대 전체의 5%였지만, 2010년대 30%에 달한다. 2018년 기준 일본의 집 7채 중 1채인 빈집은 2040년에는 3채 중 1채꼴로 늘어난다는 게 저자의 예측이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2040년 일본 지방자치단체 절반이 소멸한다. 한국도 다를 바 없다. 1970년대 한국에선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표어가 유행했다. 하지만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 수)이 1960년 6명에서 2022년 0.78명으로 떨어졌다. 2023년 4분기 합계출산율이 0.6명대로 감소할 것이란 전망치도 나왔다. 저자는 한국이 일본과 함께 축소 국가의 선두에 섰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인구 축소가 양극화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2018년 기준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불가리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지역인 스타라자고라의 2배에 가깝다. 일자리와 돈을 찾아 수도권으로 인구가 유입되고, 지방 도시는 소멸하는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것이다. 프랑스처럼 가족수당, 세금 혜택, 보조금 지급, 유급 육아휴직 등 적극적인 출산 장려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나라도 비용 대비 효과가 좋지 않다는 게 저자의 평가다. 저자는 2050년 무렵이면 세계 경제 성장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상한다. 저자는 다만 미국은 2050년에도 여전히 ‘경제적 강자’로 군림할 것이라 평가한다. 중국, 독일과 비교하면 최근 미국의 출산율 감소 폭이 크진 않고, 15∼30세의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편이라는 이유에서다. 독일은 이민정책, 중국은 출산 장려 정책으로 인구를 지탱하려 하지만 2050년까진 미국의 우위를 뒤집을 수 없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신간은 그래프와 도표를 바탕으로 각 국가의 인구 변화를 세밀하게 들여다본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시의 적절한 주제를 다루면서 “축소 시대가 왔다는 걸 거부하지 말자”는 주장을 펼치는 것도 흥미롭다. 다만 “늦기 전에 (끓는) 솥에서 나올 방법을 우리는 찾을 것”이라면서도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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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한 순간 찍는 건, 불행할 때 꺼내 볼 희망이 필요하기 때문”

    라일락이 흐드러지게 핀 나무 아래. 예쁜 아치문 안으로 걸어 들어가면 손때 묻은 카메라가 하나 있다. 언뜻 평범해 보이는 이 카메라엔 독특한 기능이 있다. 살면서 행복했던 순간을 사진으로 찍어준다는 것이다. 또 원하는 시점의 미래를 미리 찍어주기도 한다.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당한 부부,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한 딸,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청년, 일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한 워킹맘…. 운명에 이끌린 듯 사진관을 찾아온 손님들은 카메라 앞에 선다. 과거로 돌아가고, 미래를 바라보기 위해서다. 사진사는 떨리는 마음을 부여 안은 손님을 향해 외친다. “눈을 감고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지금 마음에 떠올려 보세요. 사진 찍습니다. 하나, 둘, 셋!” 손님들은 행복해질 수 있을까. 12일 출간된 장편소설 ‘메리골드 마음 사진관’(북로망스)의 줄거리 일부다. 10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윤정은 작가(41)는 신간처럼 따뜻하고 해맑았다. 왜 사진으로 사람들을 위로하는 ‘힐링 판타지’를 썼냐고 묻자, 그는 “모두 마음에 상처 하나씩은 안고 살아가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치유 받고 싶은데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생각해 보면 ‘힐링’이란 말 자체가 ‘판타지’ 아닌가 싶었죠. 사람들의 상처를 판타지로 치유하는 소설을 쓰고 싶었어요. 하하.” 신간은 지난해 3월 출간된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북로망스)의 속편이다. 전작은 국내에서 30만 부 팔리며 2020∼2021년 ‘달러구트 꿈 백화점’(팩토리나인) 1·2권, 2021∼2022년 ‘불편한 편의점’(나무옆의자) 1·2권에 이어 힐링 소설 열풍을 이어갔다. 수상 경력은 2012년 ‘삶의향기 동서문학상’ 소설부문 은상뿐으로, 장편소설을 처음 펴낸 그가 출판계를 요동치게 한 것이다. 그는 “광고대행업, 파티플래너, 마케터로 일하며 10여 년 동안 동아일보 등 여러 신춘문예에 응모했지만 다 떨어졌다”며 “20대 중반부터 에세이 작가로 활동하며 초등학생부터 할머니까지 모두가 쉽게 읽을 수 있게 쓴 글을 독자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고 했다. 전작은 세계적 출판사 펭귄랜덤하우스로부터 판권 선인세로 영국 10만 달러(약 1억3200만 원), 미국 15만 달러(약 1억9700만 원)를 받았다. 이탈리아, 포르투갈, 폴란드, 튀르키예, 일본, 중국 등 15개국 출판사와도 판권 계약을 맺었다. 한강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2021년·문학동네)의 영국 선인세가 7만5000파운드(약 1억2600만 원)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 독자가 위로 받기를 원했다. 세탁소라는 공간이 해외 독자에게도 익숙하고, 최근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전작과 신작 모두 사람들을 위로한다는 주제는 같다. 다만 신작은 “우리가 행복한 순간을 사진으로 굳이 남기는 이유는, 행복하지 않은 어떤 날에 꺼내어 볼 희망이자 빛이 필요하기 때문” 같은 섬세한 문장으로 독자를 더 따뜻하게 위로한다는 점이 돋보인다. 그는 “‘속편의 저주’를 걱정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라며 “전작보다 신작을 쓸 때 더 행복하게 썼기 때문에 독자들도 이를 느낄 것”이라고 했다. 다음 계획을 물으니 그는 당찬 목소리로 답했다. “이젠 상에 대한 미련은 없어요. 상 받는 작가보다는 독자 곁에서 호흡하고 싶은 작가가 되고 싶으니까요. 앞으로는 영화 각본이나 드라마 시나리오도 작업해보고 싶어요. 물론 신작이 인기를 끈다면 ‘메리골드 마음’ 시리즈 3편도 쓸 겁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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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TS 정국, 9주째 ‘빌보드 200’에 K팝 솔로가수 음반으로 최장 기록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정국(27·사진)이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 9주 연속 머물며 신기록을 세웠다. 9일(현지 시간) 빌보드에 따르면 정국의 솔로 앨범 ‘골든(GOLDEN)’은 ‘빌보드 200’ 28위에 올랐다. 지난해 11월 12일 이 차트 2위에 오른 뒤 9주 연속이다. K팝 솔로 가수 앨범 중 ‘빌보드 200’에 9주 연속 머문 건 최장 기간이다. ‘골든’ 앨범의 타이틀곡 ‘스탠딩 넥스트 투 유(Standing Next to You)’도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서 70위에 올라 9주 연속 차트에 들어갔다. 정국의 솔로곡 ‘세븐(Seven)’은 미국 빌보드 글로벌 차트인 ‘글로벌200’과 ‘글로벌’(미국 제외) 모두 10위 안에 진입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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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대형출판사, 중소업체 책 표지 표절 논란

    국내 대형 출판사인 쌤앤파커스의 인문학서 ‘벌거벗은 정신력’의 표지가 지난해 4월 출간돼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도둑맞은 집중력’(어크로스)의 표지 디자인을 표절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쌤앤파커스는 5일 자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2018년 국내에 출간된 ‘물어봐줘서 고마워요’를 ‘벌거벗은 정신력’으로 이달 말 개정 출간한다는 글과 함께 개정판 표지를 올렸다. 개정판 초록색 표지 맨 위엔 큰 글씨로 책 제목, 그 아래엔 ‘LOST CONNECTIONS’란 원제가 쓰여 있다. 맨 아래엔 검은색 띠지를 두르고 책에 대한 홍보 문구를 넣었다. ‘벌거벗은 정신력’은 영국 저널리스트 요한 하리가 우울증 환자를 인터뷰해 단절에 대해 고찰한 책이다. 하지만 곧 SNS를 중심으로 개정판 표지가 집중력을 잃어버린 시대를 저격한 ‘도둑맞은 집중력’의 표지를 베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중소 출판사 어크로스가 출간한 ‘도둑맞은 집중력’의 주황색 표지엔 맨 위에 큰 글씨로 책 제목, 그 아래엔 ‘STOLEN FOCUS’란 원제가 쓰여 있다. 맨 아래엔 검은색 띠지를 두르고 책에 대한 홍보문구를 넣었다. 서체, 부제의 위치, 띠지 스타일 등 디자인 대부분이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공교롭게도 두 책의 저자가 같은 데다 책 표지 디자인마저 유사하다 보니 마치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시리즈처럼 보인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출판계에선 두 책의 저자가 같고, 표절당한 책이 온라인 서점 예스24 이용자들이 투표로 선정한 ‘올해의 가장 사랑받은 책’, 교보문고 ‘연간 베스트셀러’ 인문 분야에서 각각 1위에 오른 만큼 쌤앤파커스의 의도성이 짙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목, 표지를 협의 없이 표절했다는 점에서 대형-중소 출판사의 갑을 관계를 보여준다는 비판도 있다. 김형보 어크로스 대표는 “지난해 유난히 주목받은 책인 만큼 쌤앤파커스에서 표절 여부를 모를 리가 없는데, 어크로스에 알리지도 않았다”며 “깜짝 놀라 쌤앤파커스에 항의했다”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쌤앤파커스는 표지를 바꾸기로 했다. 쌤앤파커스 관계자는 “독자에게 같은 저자의 작품이라는 점을 전달하려는 의도였지만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인지했다”며 “사후 재발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최근 출판계에선 표지, 제목을 따라 하는 ‘카피캣’이 연달아 벌어지고 있다. 2021년 장편소설 ‘불편한 편의점’(나무옆의자)이 인기를 끌자 밤에 불이 켜진 건물이 그려진 표지를 내세운 소설책이 우후죽순 등장했다. 2020년 에세이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갤리온)가 베스트셀러가 된 뒤 비슷한 제목의 책이 줄지어 출간됐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출판사들이 표지, 제목, 디자인에 투자해 차별화된 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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