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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출신의 전설적인 밴드 비틀스의 마지막 신곡이 2일(현지 시간) 발표됐다. 유니버설뮤직은 이날 “비틀스의 모든 멤버가 참여한 마지막 노래 ‘나우 앤드 덴(Now and then)’이 나왔다”며 “1996년에 나온 ‘리얼 러브(Real Love)’ 이후 27년 만”이라고 밝혔다. 비틀스의 유튜브 공식 채널에 공개된 지 21시간 만에 조회수 492만 회를 넘어섰다. 멤버 존 레넌(1940∼1980)이 1977년 녹음해 놓았던 미완성 데모곡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신곡 ‘나우 앤드 덴’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구현됐다. ‘나우 앤드 덴’은 레넌이 비틀스 해체 후 만든 곡으로 그의 아내 오노 요코(90)가 1994년 폴 매카트니(81)와 링고 스타(83), 조지 해리슨(1943∼2001)에게 미완성곡이 담긴 데모 테이프를 넘겼다. 남은 멤버들은 이 곡을 완성해 발매하려고 힘썼지만 몇몇 구간에서 레넌의 목소리가 피아노 반주에 묻히는 등 음질이 좋지 않아 작업을 중단했다. 그러다 2021년 영화 ‘킹콩’(2005년)의 감독 피터 잭슨이 다큐멘터리 ‘비틀스: 겟 백’을 만드는 과정에서 AI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기술을 찾았다. 잭슨 감독은 ‘렛잇비’를 녹음하는 장면에서 악기와 보컬, 말소리 등을 분류하는 기술을 사용한 것. ‘나우 앤드 덴’도 이 기술을 통해 피아노와 레넌의 보컬을 분리한 뒤 추출해 낼 수 있었다. 신곡이 만들어진 과정을 담은 12분 분량의 다큐멘터리도 2일 공개됐다. 매카트니는 “컴퓨터 신호음이 몇 초간 나오더니 레넌의 선명하고 깨끗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에 다른 멤버들의 연주까지 더해지니 진정한 비틀스의 노래가 탄생했다”고 말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제로 슈거, 곰팡이로 만든 단백질, 닭 없는 닭고기…. 식탁에 다양한 대체식품이 올라오고 있다. 배양육 같은 ‘실험실 식품’은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됐고, 채식주의자들의 관심도 높다. 그런데 이들 식품이 어디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저자는 이런 궁금증을 풀어준다. 인슐린 분비가 부족해 발생하는 제1형 당뇨병이 있는 그는 어릴 적부터 모든 음식을 성분 단위로 분석해 섭취해 왔다. 음식 전문 기자로서 첨단식품 기술 분야를 폭넓게 취재한 그는 자신의 병력과 이력을 바탕으로 실험실 식품의 개발, 생산, 가공, 저장, 유통, 소비 과정을 꼼꼼히 쫓는다. 대표 사례가 ‘두류’다. 콩 단백질을 활용하면 고기의 식감과 형태를 가장 흡사하게 낼 수 있다. 맛과 식감을 위해 생산 과정에서 분리와 가공 절차를 거친다. 대개 북미에서 완두를 재배하고 콩이 마를 때 거둬들인다. 그런 뒤 중국 제조 시설로 옮겨 콩의 분자를 단백질과 섬유질, 전분으로 분리한다. 대체식품에 활용할 단백질은 미국으로 다시 보내고, 전분은 중국에서 국수 제조에 사용한다. 문제는 가공한 후에도 원재료의 좋은 기능이 남아있느냐 여부다. ‘다이어트 안 하고 사는 법’을 쓴 유명 임상영양학자(의학 박사)인 마이클 그레거는 “정제된 단백질에는 다량의 영양소가 제거되고 없다”고 했다. 저자는 “가공된 완두콩 단백질에는 눈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카로티노이드와 루테인 같은 완두콩의 식물 영양소가 대부분 사라진다”고 말한다. 또 풍부한 섬유질과 무기질은 가공되지 않은 콩에서만 발견할 수 있다. 배가 미국과 중국을 오가며 탄소 배출이 늘고, 감염병을 확산시킬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도 환경과 인간에 치명적인 단점으로 작용한다. 저자는 식품회사들이 마케팅에서 밝히지 않는 사실들을 풀어놓는다. 가공을 많이 한 음식일수록 순식간에 소화돼 더 빨리 허기를 느끼고 더 많은 음식을 먹게 된다는 게 대표적이다. 저자는 “실험실 식품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대체식품을 만드는 기업들이 먹는 사람의 입장에서 지속 가능한 식탁을 구상하고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꼭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봐야 하는 프로그램이에요.” 5일 오후 7시 50분 첫 방송을 하는 채널A 새 예능프로그램 ‘성적을 부탁해: 티처스’에서 공동 MC를 맡은 전현무, 한혜진, 장영란의 말이다. 이들은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호텔서울에서 2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정말 많이 들게끔 만든다”고 입을 모았다. ‘성적을 부탁해: 티처스’는 대한민국 최고 강사진이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가르쳐 성적을 올려주는 교육 솔루션 프로그램이다. 각각 수학과 영어 과목의 ‘일타 강사’로 유명한 정승제(47) 조정식 씨(41)가 성적 때문에 고민하는 학생들의 구원투수로 나선다. 정승제 강사는 이투스, EBS 등에서 활동하며 누적 수강생 910만 명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메가스터디교육 소속인 조정식 강사는 거침없는 독설과 뛰어난 강의로 데뷔 1년 만에 일타강사가 됐다. 두 강사는 프로그램을 통해 30일간 학생들과 일대일 밀착 수업을 한다. 바쁜 스케줄 틈틈이 문자메시지 등으로 질문을 받고, 직접 학생 집으로 찾아가 과외 수업을 하기도 한다. 부모의 지나친 간섭 혹은 방임 속에서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 등 다양한 사연을 지닌 청소년 출연자들이 등장한다. 1회에는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꼴찌 취급을 받는 아이돌 연습생 출신 학생이 출연한다. 두 강사는 “‘학생들 성적이 오르지 않으면 어떡하나’ 하는 부담감이 크다”면서도 “이 프로그램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는 ‘공부에 대한 학생들의 마음가짐과 태도 변화’”라고 강조했다. 정승제 강사는 “‘한 달간 열심히 하면 성적이 오를 수 있어’가 아니라 영어와 수학이라는 과목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바뀌었을 때 성적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봐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채널A 대표 예능인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 제작진의 새 예능 프로그램이란 점도 눈길을 끈다. 김승훈 CP는 “‘금쪽같은 내 새끼’를 졸업한 부모들이 필요한 다음 콘텐츠는 무엇일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라며 “갈등을 자주 빚는 시기에 놓인 부모와 청소년이 함께 어떤 과목을 어떻게 공부하는지부터 차근차근 고민해 나가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제작진이 두 강사를 섭외하는 데는 꼬박 1년이 걸렸다. 오랜 시간 고민한 끝에 이들이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뭘까. 정승제 강사는 “‘수학은 강남 대치동 사교육을 받아야만 성적을 올릴 수 있다’는 통설을 깨고 싶은 마음이 컸다”며 “수학을 대하는 태도만 바뀐다면 누구나 문제 풀이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고 밝혔다. 조정식 강사는 “다수의 학생을 대상으로 강의하다 보니 수업에 대한 피드백을 구체적으로 받기가 어려웠다. (프로그램을 통해) 일대일로 가르치면서 학생들이 어느 부분을, 왜 모르는지 깊이 고민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출연으로 인한) 부작용이 있다면 학생들 개인사를 알게 되니 이제 독설을 못 하겠다는 것”이라며 웃었다. 세 명의 MC는 프로그램의 감초 역할을 한다. 전현무는 “목동에서 치맛바람 속에 자란 아들로서 이 프로그램에 공감해 참여하게 됐다. 제가 옛 사교육 세대라 학생들에 대한 공감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달라진 게 하나도 없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수학 문제 앞에서 겁을 많이 먹었던 학생이었는데, 정승제 선생님 말씀을 듣고 문제에게 지지 말자는 마음을 배웠다”며 “두 강사분을 미리 만났다면 내 출신 학교가 바뀌었을 것”이라며 웃었다. ‘현재 목동맘’ 장영란과 초등학생 딸을 둔 한혜진은 부모의 입장에서 질문한다. 한혜진은 “부모님에게는 같은 학부모로서, 아이들에겐 이모나 엄마처럼 친근하게 마음을 열어드리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영란은 “학부모로서 공감도 됐고, 아이들의 마음도 이해가 됐다. 저 역시 프로그램을 통해 배우는 게 많다. 출연료를 깎아도 될 정도”라며 애정을 표했다. 학생들이 이뤄내는 놀라운 변화는 매주 일요일 오후 7시 50분에 확인할 수 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매출이 줄고 손님 발길이 끊겨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를 구하라.’ 폐업 위기에 몰린 자영업자들에게 맞춤형 해법을 제시해 재기의 발판을 제공하는 채널A ‘서민갑부 폐업 탈출 대작전’(토요일 오후 7시 50분)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계속되는 경영난에 6개월간 순수익 0원을 기록한 초밥집, 월 매출 1억5000만 원을 올린 대박집이었지만 매달 적자를 면치 못하다 폐업 위기에 처한 돈가스집, 갑작스러운 남편과의 사별로 7개월간 가게 문을 열지 못하며 위생 상태가 최악이 된 코다리집 등 위기에 몰린 자영업자들의 놀라운 성장기가 매회 감동을 전하고 있다. 2014년 12월 시작한 ‘서민갑부’는 자수성가한 서민들의 성공법을 소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올해 7월부터는 어려움에 처한 자영업자들에게 해법을 제시하는 새로운 포맷의 ‘서민갑부 폐업 탈출 대작전’을 방송하고 있다. 프로그램의 두 MC 은현장(39)과 제이쓴(37)은 자영업자들의 ‘동아줄’ 같은 존재다. 두 MC는 매장을 직접 찾아가 메뉴 개발, 영업 방식, 인테리어 등에 대해 맞춤형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리고 3주 뒤 재방문해 변화를 확인한다. 은 씨는 배달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해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를 키워낸 뒤 200억 원에 매각했다. 구독자 114만 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장사의 신’을 운영하고 있다. 제이쓴은 셀프 인테리어 전문가다. 경기 고양시의 한 카페에서 지난달 26일 은 씨를 만났다. 10월 말 기준으로 15회까지 방영된 ‘서민갑부 폐업 탈출 대작전’에서 솔루션 도움을 받은 자영업자는 총 13개 팀이다. 은 씨는 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식당으로 경기 수원의 고깃집을 꼽았다. “이 고깃집은 촬영 전 하루 평균 손님이 단 두 테이블일 정도로 고전 중이었어요. 인건비도 안 나오는데 함께 매장을 운영하던 어머니가 항암 치료를 받게 되면서 30대 사장님이 굉장히 버거워했죠. 시청자들도 너무 안타까워했고요. 하지만 사장님이 변하려는 의지가 강했어요.” MC들이 내린 고깃집 솔루션은 눈에 띄지 않는 간판 교체와 새로운 점심 메뉴 개발 등이었다. 효과는 확실했다. 촬영 전 10만∼20만 원이던 하루 매출이 촬영 후 최고 130만 원으로 올랐다. 은 씨는 “장사는 음식을 만드는 것보다 파는 게 중요하다. 식당을 운영하는 분들이 마케팅에 소홀한 경우가 많은데, 이를 보강해주면 의외로 쉽게 어려움이 해소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두 MC의 적절한 독설과 위로는 프로그램의 관전 포인트다. 제이쓴이 자영업자들의 사연에 공감해주는 데 집중한다면, 은 씨는 문제점을 찾아 혹독하게 다그치는 편이다. “시청자들은 어려움에 빠진 자영업자들을 보며 ‘장사를 저렇게 하면 안 되지’라는 생각을 합니다. 제가 시청자를 대신해 잘못된 부분을 속시원하게 지적하면 시청자들도 공감하죠. 빠른 시간 안에 변화를 끌어내야 하기 때문에 독설을 할 수밖에 없어요.” 자영업자들의 태도 변화도 볼거리다. 경기 시흥의 닭 요리 전문점 사장은 MC들의 지적을 받자 계속 변명했다. 그러나 MC들과 개인 면담 시간을 가진 뒤 바뀌었다. 은 씨는 “다들 오랫동안 장사를 해온 분들이기에 자존심이 강하다. 지적을 받아들이지 못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적인 솔루션을 제안하면 대부분 수용한다”고 말했다. 이 가게 역시 190만 원가량이던 월 매출이 방송 후 약 8배인 1580만 원까지 껑충 뛰었다. 은 씨는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들에게 “꾸준한 부지런함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부지런함을 바탕으로 성실하게 노력한다면 서민갑부가 되는 길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겁니다.”고양=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연예계 마약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이선균, 유아인 등 배우와 가수, 작곡가까지 마약류 투약 정황이 드러나며 연예계를 파고든 마약 실태가 충격을 안겼다. 영화 ‘기생충’(2019년), 드라마 ‘오징어 게임’(2021년)을 비롯해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연이은 성공으로 전 세계에서 큰 사랑을 받는 ‘K컬처’에 악재로 작용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선균-유아인이 날린 제작비만 940억 원 이선균이 마약류 투약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자 팬데믹으로 인한 타격에서 아직 회복하지 못한 한국 영화계는 더욱 침체되는 분위기다. 올해 개봉할 예정이던 이선균 주연의 제작비 200억 원 영화 ‘탈출: PROJECT SILENCE’는 개봉이 무기한 연기됐다. ‘탈출…’은 5월 칸영화제에 초청받은 뒤 해외 판매에도 주력하고 있었지만 이 역시 모두 중단된 상태다. 제작비 약 90억 원을 투입한 영화 ‘행복의 나라’도 촬영을 마치고 후반 작업을 하고 있었으나 올스톱됐다. 드라마 ‘노 웨이 아웃’은 첫 촬영을 앞두고 있었지만 이선균이 하차하면서 대체할 배우를 찾고 있고, 그가 주인공인 ‘Dr.브레인 시즌2’는 제작이 불투명해졌다. 앞서 올해 3월 마약류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유아인 역시 영화 ‘승부’, ‘하이파이브’와 넷플릭스 시리즈 ‘종말의 바보’ 공개를 앞두고 있었지만 모두 무기한 연기됐다. 세 작품의 제작비는 총 650억 원이다. 이선균, 유아인 두 배우가 출연했다가 개봉이 연기된 작품 제작비는 약 940억 원에 달한다.● “엎친 데 덮친 격”…연이은 악재에 영화계 패닉 영화계는 팬데믹 이후 좀처럼 매출이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서 마약 사태까지 터져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영화산업 전체 매출액은 팬데믹 이전(2017∼2019년 각 상반기 평균)의 72.5%였고, 관객 수는 57.8%에 그쳤다. 특히 영화계 대목으로 꼽히는 추석이 있던 9월에도 영화산업 전체 매출액은 팬데믹 이전 같은 기간의 52.9%로 절반 수준이었다. 올해 추석에 맞춰 개봉한 대작 한국 영화 3편(‘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거미집’ ‘1947 보스톤’)도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팬데믹 이후 한국 영화에 대한 투자가 이전만큼 회복되지 않고 있는데 마약 사태까지 벌어져 걱정이 크다”며 “연말에도 관객 수가 회복세로 돌아서지 못할까 봐 두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투자·제작사 관계자는 “마약 관련 루머만 돌아도 긴장하고 있다”며 “우리 작품에서는 부디 (마약 이슈가) 터지지 않기를 기도하며 폭탄 돌리기 하는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외신도 이번 사태를 주목하고 있다. 미국 버라이어티지는 “오스카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의 스타 이선균이 마약류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며 “이선균은 ‘기생충’으로 미국 배우조합상도 받은 유명 배우”라고 보도했다. 미국 할리우드리포터도 이선균 소식을 전하며 “한국 연예계에서 최근 마약 관련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우들의 일탈이 한국 영화·콘텐츠업계의 해외 투자에도 리스크가 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배우 개인의 책임을 실효성 있게 묻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작품마다 계약서가 제각각이고, 위약금 조항 유무와 배상 수준도 천차만별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의 출연료에 비례해 위약금 조항을 넣지만 수백억 원의 콘텐츠 투자금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한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인적 네트워크가 중요한 사업이어서 문제를 일으킨 배우의 소속사와 법적 공방을 벌이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아이돌 그룹, 한 명만 추락해도 도미노 붕괴 이선균과 함께 작곡가 등도 수사 대상에 오르자 가요계 역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이돌 그룹은 멤버 한 명의 마약류 투약이 팀 활동에 큰 제약으로 작용한다. 2019년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 아이콘의 리더 비아이가 마약 사건으로 입건된 후 탈퇴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리더이자 프로듀싱 멤버였던 비아이의 탈퇴 후 아이콘의 팬덤 규모나 활동 범위는 현격히 축소됐다. 그룹 위너 출신 남태현은 필로폰 투약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작곡가이자 가수 돈스파이크는 필로폰을 투약하고 엑스터시를 건네 지난달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K콘텐츠의 위상과 영향력이 단시간에 높아지면서 연예인들도 그에 맞는 책임감을 가져야 했지만 실제로는 부족했다”며 “몇몇 사람에 의해 K콘텐츠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지 않으려면 연예인들이 자신의 영향력을 제대로 인식하고 자기 관리를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국내 연예계에서 마약류 투약·흡입이 확산된 데는 일정 기간 쉬다가 복귀하면 아무 제약 없이 다시 활동하는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우 하정우는 2020년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3000만 원 벌금형을 받은 후 지난해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으로 2년 만에 복귀했다. 이후 영화 ‘비공식작전’ ‘1947 보스톤’에 출연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케타민, 엑스터시 투약 혐의로 2009년 징역 6개월을 선고받은 배우 주지훈은 2012년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로 활동을 재개했다.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 ‘공작’ ‘비공식작전’을 비롯해 드라마 ‘킹덤’ ‘하이에나’에 출연하며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1999년 대마초 흡연 등의 혐의로 체포된 방송인 신동엽은 이듬해 2000만 원의 벌금형을 받은 후 자숙 기간조차 없이 곧바로 예능 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로 복귀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마약류 투약·흡입 후 빠르게 복귀한 여러 선례가 마약에 대해 안일하게 여기는 분위기를 키웠다고 지적한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연예인 마약 범죄는 형량이 가벼운 데다 자숙하면 ‘부활’할 수 있다는 학습효과를 만들었다. 막대한 돈을 버는 연예인들에게 회생 불가능한 수준의 손해배상이 얼마인지에 대한 정교한 논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연예인이 위법 행위를 저지를 경우 광고 및 작품 제작 등에서 거액의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2019년 유명 가수 겸 배우인 피에르 다키가 코카인 복용 혐의로 체포되자 그가 성우로 참여한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을 포함해 여러 작품의 상영이 중단됐다. 이로 인해 피에르가 제작사 등에 물어준 위약금은 총 10억∼30억 엔(약 90억∼271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2014년부터 ‘마약 연예인 명단’을 정부에서 관리하고 있다. 중국 미디어를 총괄하는 국가광파전시총국은 마약 범죄를 일으킨 연예인들이 제작 및 출연한 작품의 방송과 상영을 중단하는 것은 물론이고 당사자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기도 한다. 한편 국내 연예인들의 마약류 투약·흡입이 잇달아 알려지며 세계에서 깨끗한 이미지로 좋은 평가를 받아온 K컬처도 타격을 입게 됐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K스타들이 어느 때보다 주목받는 시기에 마약 사건으로 이미지가 실추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글로벌 10대들의 팬덤을 중심으로 성장한 K팝은 아이돌 그룹의 반듯한 이미지가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K팝 가수들은 연습생 시절부터 숙식을 함께하며 소속사가 밀착 관리해 스캔들 리스크가 적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때문에 마약류 투약·흡입이 가요계로 확산될 경우 청정 이미지가 추락하며 K팝 시장에 충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임진모 음악평론가는 “해외에서는 K팝 가수들이 지닌 도덕적인 이미지를 좋아하기에 가수의 마약 범죄 혐의 자체만으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서울 용산구의 한 주택가 골목에서 승용차가 상가로 돌진해 행인 등 10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차량의 운전자는 가수 설운도 씨(65)의 부인 이모 씨였는데 차량에는 설 씨도 동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용산경찰서에 따르면 25일 오후 8시 반경 이 씨가 몰던 벤츠 차량이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병원 인근 골목으로 들어가던 중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앞서 가던 택시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차량은 이후 식당으로 돌진했다. 이 사고로 행인 등 시민 6명과 택시기사가 부상을 입었다. 차량에 있던 설 씨와 이 씨, 아들도 경상을 입었다고 한다. 이 씨는 음주 상태가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설 씨의 소속사 측은 “설 씨 가족이 같이 이동하던 중 급발진으로 보이는 사고가 일어났다. 에어백도 안 터져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차량 감정을 의뢰한 상태”라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영화 ‘위플래쉬’(2015년), ‘라라랜드’(2016년)의 음악감독 저스틴 허위츠(38)가 다음 달 16∼1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을 연다. ‘라라랜드 인 콘서트’(16, 17일)와 ‘위플래시 인 콘서트’(18일)다. 두 공연에선 그의 지휘에 맞춰 영화 위플래쉬와 라라랜드의 주요 OST 곡들을 연주할 예정이다. 2017년 첫 내한 후 다섯 번째 한국에 오는 허위츠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그는 “팬데믹 기간에 예정됐던 내한 공연이 불발돼 아쉬운 마음이 있었다. 한국 팬들을 만날 때마다 공감대가 잘 형성되는 느낌을 받는다. 올해 5월 이후 6개월 만에 다시 한국에서 공연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이어 “위플래쉬 콘서트의 드럼 파트는 짧은 시간에 쉽게 익힐 수 없어서 드러머만 유일하게 미국에서 함께 출발한다”고 했다. 하버드대 음대 재학 시절 학교 친구였던 데이미언 셔젤 감독과 다섯 편의 영화를 만들어온 허위츠. 그는 위플래쉬와 라라랜드에서 재즈를, ‘퍼스트맨’(2018년)에서는 전자음악을, ‘바빌론’(2023년)에서는 컨템퍼러리 음악을 선보이는 등 매번 새로운 시도를 해왔다. 그는 가장 자랑스러운 작품으로 라라랜드를 꼽았다. 그는 “우리가 이미 정점을 찍은 것이 아니었으면 한다. 라라랜드만큼 상징적인 작품을 더 많이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가 제작에 참여한 영화는 음악이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영화의 배경음악 중 ‘City of Stars’(라라랜드), ‘Caravan’(위플래시)처럼 작품 못잖게 큰 인기를 얻은 곡도 많다. 그는 “언제나 영화 음악에서 지향하는 목표 한 가지는 영화와 상관없이도 많은 사람들이 그 음악을 듣는 것”이라고 했다. 허위츠는 라라랜드를 뮤지컬로 제작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현재 초반 단계다. “몇 년 안에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뿐 아니라 다른 도시들에서도 뮤지컬 라라랜드가 공연될 수 있길 희망합니다. 많은 각색 작업을 하고 새로운 노래들도 추가할 예정입니다. 이번 한국 방문 때 미니 키보드를 갖고 가서 시간 날 때마다 뮤지컬 작업을 할 겁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음원 TOP 100 차트인, TV 화제성 순위…. 매일 같이 쏟아지는 기사 제목입니다. 시선에서 자유로울 것 같은 예술계도 성공의 기준은 꽤 명확한 편입니다. 그럼 당장 순위권에 없는 이들은 어떨까요? ‘차트 밖 K문화’는 알려졌지만 알려지지 않은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연재물입니다. 유치할지라도 대놓고 진지하게, 이 시대 예술가들의 철학을 소개합니다.어린 나이에 화려한 데뷔, 그 후 이어진 수년간의 무명기, 10년 만에 히트곡 탄생. 한 사람의 10년을 요약할 순 없지만, 가수 박재정(28)의 활동은 이렇게 정리되곤 한다.19살이던 해,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던 엠넷 ‘슈퍼스타K5’에서 우승하며 데뷔했다. 하지만 이후 발매한 앨범들의 성적은 좋지 못했다. 그러다 데뷔 10년 만인 올해, 첫 정규앨범 ‘얼론(Alone)’을 냈고 그중 자작곡 ‘헤어지자 말해요’가 국내 음원 차트 상위권을 휩쓸었다.누구에게나 성장의 시간이 있다. 달리 말하면 큰 성과는 없는 이 기간. 어떤 예술가는 대중의 꾸준한 관심과 응원을 받으며 몸집을 키워가지만, 박재정은 아니었다. 서울 강남구 소속사에서 16일 만난 그는 ‘솔직히 그동안 쓸쓸하진 않았냐’는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놀랄 만큼 덤덤하게 “대중에게 섭섭함 따위는 느끼지 않는다. 오로지 감사하다”고 했다.으레 하는 겸손의 표현이 아니었다. 그는 “큰 사랑을 받기엔 제게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라며 지나온 날들에 대한 존중을 표했다. 이런 겸허한 태도는 발라드에 대한 박재정의 정의를 보면 더 잘 알 수 있다. 그는 “발라드의 힘은 많은 이의 공감에서 온다. 누군가 제게 ‘살면서 무엇을 남기겠는가’ 묻는다면 저한텐 ‘위로’ 밖에 없다”고 했다.애초에 발라드 가수의 길을 걷게 된 배경도 ‘위로’에 있다. 어릴 적 그는 윤종신, 김동률의 곡을 들으며 펑펑 울곤 했다. 타고난 음색을 가졌음에도 “여전히 노래하는 성대보다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귀가 있음에 가장 감사하다”고 말한다.위로받고 위로하는 인생을 꿈꾸기에 그는 가난했던 지난날을 타인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았다. 주변의 멸시를 되레 감사히 여긴다. 스스로를 모자라다고 생각했던 과거의 자신을 용서했다.“20대 내내 원한의 감정이 작업의 동력이 됐다고 생각했어요. 음악계의 인정에 목매다 보니 질투도 샘도 많았거든요. 하지만 요즘은 절 사랑해 주시는 분들만 생각해요. 그들을 위로하기 위해 노래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크죠. 이젠 정말 괜찮아요. 제 상처는 앨범으로 다 보내줘서 기억이 안 나요. (웃음)”올해 좋은 성적을 거뒀기 때문에 이리 미련 없이 말할 수 있는 건 아닐까. 그렇다기엔 박재정은 10년 만의 성공에도 흥분하지 않는다. 앞으로의 작업도, 본인의 30대도 크게 기대하진 않는다고 했다. “삶을 거창하게 대하고 싶진 않다. 그냥 음악하고 맛있는 음식 먹으면 행복한 것, 그게 박재정이다”라고 말할 뿐이다.그는 그저 시간의 힘을 믿는 듯했다. 딱히 탐하는 것 없어보였던 박재정은 “빨리 늙고 싶다”고 했다. “힘든 것도 좋은 것도 모두 다 빨리 경험하고 싶다. 생각도 성장해야 하고, 목소리도 익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저는 저만의 강점이라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어요. 뮤지션이라고 해서 자신만의 강점이 꼭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에요. 그냥…열심히 살면 안 될까요?이렇게 묻는 그는 세월이 주는 자연스러운 깨달음을 기다리고 있었다.특히 연륜 있는 가사를 쓰게 될 미래를 동경했다. 곡 ‘헤어지자 말해요’가 포함된 그의 정규앨범 수록곡 10곡은 모두 그가 작곡 작사했다. 어릴 때부터 싱어송라이터가 되고 싶었던 그는 2018년 곡 ‘가사’부터 조금씩 작사에 도전해왔다.작사는 그에게 “스스로를 위로하는 과정이었다”고 했다. 특히 청춘의 불안함과 분노에 대해 노래한 이번 앨범은 공을 많이 들였다. “박재정이 궁금한데 굳이 앨범 전곡을 다 듣고 싶지 않다면 가사만 보셔도 어느 정도 저를 이해하실 수 있을 것”이라 말할 정도다.“그전에는 곡을 받아 노래했었기 때문에 배우로 살았다고 봐도 무방해요. 이번에 전곡 작사 작곡을 하면서 다시 1년 차가 된 느낌이에요. 이제야 제 영화를 만드는 것 같달까요? 앨범을 내보낸 지금, 저는 새로운 경험을 기다립니다. 앞으로 제게 올 모든 경험을 정성스럽게 맞이할 거예요. 저와 비슷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에게 박재정이 필요했으면 해요.”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배우 유승호(30)가 6일 공개된 웨이브 8부작 드라마 ‘거래’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작품에 첫 도전장을 내민다. ‘거래’는 빚에 쫓겨 우발적으로 친구 민우(유수빈)를 납치한 준성(유승호)과 재효(김동휘)가 100억 원의 몸값을 요구하며 벌이는 스릴러물이다. 삭발한 머리에 욕설을 내뱉고, 과격한 액션을 거침없이 하는 유승호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를 23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서른이 되면서 잘하는 것, 편한 것에 안주하고 싶지 않았다. 새로운 걸 경험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며 ‘거래’에 출연한 계기를 밝혔다. 2000년 드라마 ‘가시고기’의 아역으로 데뷔한 그는 영화 ‘집으로…’(2002년), 드라마 ‘선덕여왕’(2009년), ‘공부의 신’(2010년) 등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탄탄하게 다져왔다. 로맨스와 사극에 주로 출연하던 그에게 ‘거래’는 변화의 물꼬였다. 그는 “초반에는 긴장했는데 점점 이전에 못 본 제 모습을 보니 재밌었다”고 했다. 그가 맡은 준성은 재효가 주도한 납치를 따르는 인물이다. 재효와 준성은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 민우를 죽이려 하고, 민우는 살기 위해 친구들을 설득한다. 셋의 감정은 급격히 널뛰기하며 긴장을 자아내고,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이야기가 몰아친다. 유승호는 시청자 반응에 대한 걱정이 컸다고 한다. “촬영 초반에는 큰 옷을 입었다는 느낌이 강했어요. 다행히 동료 배우들과 감독님이 잘 이끌어줘 빨리 캐릭터에 이입할 수 있었습니다.” 스스로를 “겁 많은 사람”이라고 한 그는 최근 새로운 행보에 나섰다. 이달 ‘런닝맨’을 통해 처음 예능 프로그램에 도전한 것이다. “어릴 때부터 일을 하다 보니 만나는 사람들은 늘 어른들이었고 그들은 멋있었어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죠. 단단한 사람이 될 줄 알았는데, 저는 한없이 약하고 말랑한 사람이에요.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 여러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매주 금요일 오전 11시 2회차씩 공개되는 ‘거래’는 27일 7, 8회가 마지막으로 방영된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은 어떻게 미술을 감상할까? 일본인 시라토리 겐지는 선천적 시각장애 탓에 앞이 전혀 보이지 않지만 20여 년 동안 미술 작품을 감상해왔다. 겐지는 동행자가 시각 정보를 말해주면 그에 관한 여러 주제로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작품을 감상한다. 세계적인 미술관인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이 제창한 ‘대화형 감상’과도 비슷한 방식이다. 일본 도쿄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는 저자가 겐지와 함께 2년 넘게 일본 각지의 미술관을 방문한 경험을 담았다. 저자가 설명해주는 미술 지식뿐만 아니라 겐지와 함께 작품을 보는 방식이 특히 흥미롭다. 프랑스 화가 피에르 보나르(1867∼1947)의 작품 ‘강아지와 여자’(1922년)는 개를 안고 있는 여자를 그린 그림이다. 저자는 겐지에게 “한 여성이 강아지를 안고 있는데 강아지 뒤통수를 유독 자세히 보네요. 개한테 이가 있는지 보는 건가” 하며 묘사한다. 그렇게 보기를 10분. 그림의 크기, 형태, 색채, 구성 등을 설명하다 보니 저자는 “슬퍼하며 식사하는 듯했던 여성은 느긋하게 오후의 티타임을 즐기는 사람으로 보였다”고 했다. 이처럼 겐지와 함께 미술관에 가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였다. 저자는 “평상시였다면 지나칠 작품을 앞에 두고 그에게 조금이라도 자세히 설명하기 위해 ‘새롭게 보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야기는 작품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기억을 소재로 작업하는 오타케 신로(68)의 콜라주 ‘8월, 하리활도(荷李活道)’(1980년)를 보며 하단의 사진 속 인물이 백인인지 흑인인지 논쟁하다가 인종의 개념에 대해 고민한다. 시간과 삶을 다룬 설치미술가 크리스티앙 볼탕스키(1944∼2021) 전시관을 둘러보며 내세와 죽음을 생각한다. 인간과 역사, 장애 등 다양한 주제로 확장돼 가는 이들의 대화를 읽다 보면 깨달음을 얻게 된다. “서로 이해하려 노력하고 이해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모순투성이 세계를 계속 살아갈 수 있게 하는 힘”이라는 사실이다. 2022년 일본 서점대상(논픽션 부문)을 받았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영화관에 입장해 가상현실(VR) 기기를 쓰자 그룹 에스파 멤버들이 악당 블랙맘바의 눈이 움직이는 무대 중앙에 섰다. 가상 공간에서 아바타와 함께 성장한 콘셉트를 내세운 에스파는 ‘Next Level’ 등을 선보이며 춤춘다. 중간중간 코멘트와 메이킹 필름까지 상영돼 실제 공연 같다.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코엑스에서 25일부터 다음 달 말까지 진행되는 에스파의 VR 콘서트 ‘링팝: 더 퍼스트 브이알 콘서트 에스파’다. 약 50분간 진행되는 이 콘서트는 66석으로 된 2개관에서 열린다. 콘서트 제작사인 스튜디오 리얼라이브의 이승우 대표는 “VR 콘서트는 현장감이 있는 데다 관객 1인을 위한 공연처럼 느껴지면서도 함께 관람하는 이들과 응원하며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티켓 가격은 2만2000∼3만3000원이다. K팝 콘서트를 즐기는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다. 실존 가수의 공연을 3차원(3D) 배경으로 옮겨오거나 가상 아이돌 그룹을 오프라인 콘서트에서 전광판을 통해 초대하는 방식이 도입되고 있다. 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지난달 23일 열린 ‘2023 이세계 페스티벌’에는 멜로망스, 로꼬 등 실존 가수들이 참석했지만 더 주목받은 건 5팀의 가상 아이돌 그룹이 펼치는 오프라인 콘서트였다. 발표하는 곡마다 속속 국내 음원 차트 상위권을 기록하는 6인조 가상 그룹 ‘이세계아이돌’이 마지막 무대를 장식했다. 커다란 전광판에 이세계아이돌이 나타나자 응원봉을 든 1만 명의 관객은 함성을 질렀다. 이세계아이돌은 “지금까진 방송에서만 여러분을 봤는데 팬들과 가까이 만나는 공연은 처음이라 설레서 잠을 못 잤다”며 4곡을 선보였다. 공연을 주최한 패러블엔터테인먼트는 “전광판을 통해 콘서트를 관람하기에 전문 확장현실(XR) 스튜디오와 함께 전광판의 굴곡 정도를 실험하며 입체감을 최대한 느낄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전광판으로 콘서트를 즐기다 보니 선호하는 자리도 바뀌었다. 5인조 가상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의 첫 오프라인 콘서트 ‘아이돌 라디오 라이브 인 서울’이 열린 지난달 23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 통상 무대 바로 앞자리를 최고의 명당으로 꼽는 것과 달리 플레이브 팬들은 전광판을 한눈에 볼 수 있는 2층석을 먼저 확보하기 위해 애썼다. 플레이브의 소속사 블래스트는 “전석 매진된 이날 공연에서 좌우 전광판과 가까운 좌석을 차지하려는 경쟁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SM엔터테인먼트는 “그룹 에스파에 이어 내년 1월경 두 번째로 여는 VR 콘서트에는 그룹 엑소의 멤버 카이가 설 예정”이라고 했다. 올해 5월 카이가 입대하기 전 콘서트에 필요한 영상을 촬영했다. SM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형식의 콘서트를 계속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요계에서는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새로운 유형의 콘서트가 속속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가수의 외형과 움직임을 구현하는 수준을 넘어 캐릭터별 특징을 살려 풍성하게 즐길 수 있는 콘서트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데뷔 1년 차 신인 가수로 돌아온 느낌이에요. 이제야 가수로서의 인생이 시작된 것 같아요.” 서울 강남구 소속사 사무실에서 16일 만난 가수 박재정(28)이 수줍게 말했다.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은 그가 ‘중고 신인’의 심정을 고백한 데에는 10년 만에 낳은 첫 히트곡의 영향이 크다. 올 4월 발매된 첫 정규앨범 ‘얼론(Alone)’의 타이틀곡인 ‘헤어지자 말해요’가 바로 그것. 이 곡은 발표 후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국내 음원차트 상위 10위 안에 꾸준히 오르고 있다. 또 금영노래방 발라드 차트에서 9주 연속 1위를 기록하며 많은 이들의 애창곡으로 사랑받고 있다. 10년 만에 히트곡을 낸 데 대해 그는 “어깨에 힘이 들어가거나 (성공에) 취하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발라드란 장르 자체가 누군가를 위로하는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발라드 가수라면 힘든 사람들에게 공감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들뜨거나 흥분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그는 고등학교 3학년이던 2013년 엠넷 ‘슈퍼스타K5’ 우승자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후 싱글과 미니앨범을 꾸준히 냈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다 2021년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의 MSG워너비 멤버로 합류하며 다시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준비 기간만 4년이 걸린 이번 앨범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앨범 수록곡 10곡 모두 그가 작사·작곡했다는 것이다. 타이틀곡 ‘헤어지자 말해요’와 같은 사랑 이야기도 있지만, 대개 청춘이 겪는 불안과 외로움에 대한 고민이 담겼다. 그는 “이제껏 (인기 없는 가수로서) 무시받았던 경험들, 스스로 모자라다는 생각이 곡을 만드는 동력이 됐다. 이번 앨범엔 내 20대 인생이 담겨 있다”고 고백했다. “슈퍼스타K에서 우승한 뒤 전 시즌 우승자들과의 비교도 심했고, 여기저기서 치였어요.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을 겪었고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음악을 1순위로 두지 못한 것에 대한 불안감도 컸죠. 팬들이 원하는 멜로디를 만들어 부르고픈 욕심이 늘 있었는데, 올해 이를 이룬 게 가장 짜릿해요.(웃음)” 그의 다음 행보는 뭘까. “지난달 첫 단독 콘서트에서 불렀던 미발매곡 ‘준비’를 포함한 더블 싱글 앨범을 군 입대 전 내고 싶어요. 스스로 ‘대중을 위해 노래하는 공무원’이라 부르는데, 오랫동안 롱런하는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불이 꺼지고 내 등 뒤로 밀려오는 음악 소리에/천천히 검은 막이 걷혀질 때….” 13일 서울 송파구 KSPO 돔(옛 올림픽체조경기장). 곡 ‘The Concert’(2008년)에 맞춰 가수 김동률(49·사진)의 공연 ‘Melody’가 시작됐다. 올해 데뷔 30년을 맞은 그의 차분하면서도 호소력 있는 목소리에선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았다. 2019년 이후 4년 만에 단독 콘서트를 연 그는 7일부터 15일까지 총 6회 콘서트를 통해 관객 6만여 명을 만났다. 김동률은 콘서트에서 자신의 히트곡을 적게 부르는 걸로 유명하지만 이번엔 팬데믹으로 목말랐던 팬들의 오랜 기대를 고려해 이례적으로 대중적인 곡을 여러 곡 선사했다. ‘사랑한다는 말’(2001년)을 시작으로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2001년), ‘이방인’(1996년)을 비롯해 ‘취중진담’(〃), ‘기억의 습작’(1994년)까지 이어졌다. 김동률은 “히트곡이 유독 반가웠다. 저도 이런데 관객들은 얼마나 반가워들 하실까 하는 생각에 듣고 싶을 것 같은 노래들로 채웠다”고 했다. ‘완벽주의자’로 불리는 그의 무대는 명불허전이었다. 40여 명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는 연극처럼 무대를 꾸민 ‘망각’(2001년) ‘연극’(2018년) 등을 노래할 때 풍부한 음색으로 귓전을 울렸다. 김동률이 직접 피아노를 치며 노래한 ‘기억의 습작’에선 특유의 깊은 목소리와 섬세한 떨림까지 그대로 전달됐다. 올해 발표한 댄스곡 ‘황금가면’에서는 댄서들이 등장해 뮤지컬처럼 무대를 구성해 객석 1층에선 관객들이 일어나 춤추기도 했다. 발라드 곡이 주인 그의 공연에선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된 것. 색다른 느낌으로 편곡해 부른 곡도 적지 않았다. 김동률은 “젊었을 때 쓴 곡이 낯간지러워서 못 견디겠더라”고 했다. 탱고 버전으로 편곡한 ‘아이처럼’(2008년)을 부르고 난 뒤 “후반부를 바꿔봤는데 어떠냐”고 물었다. ‘망각’을 부른 뒤엔 “(잘 알려지지 않아) 아픈 손가락인 곡들을 편곡해 무대에 올리는게 뿌듯하다”고 했다. 김동률은 다음 달 싱글 발매를 알리며 “시간이 오래 걸려도 누군가에게 닿아서 싹이 트고 꽃이 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세계적 팝스타들의 내한 콘서트가 이달 열린다. 영국 출신 팝스타 샘 스미스(31)는 17, 18일 서울 송파구 KSPO 돔(옛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 ‘GLORIA the tour’를 연다. 미국 싱어송라이터 찰리 푸스(32)는 20∼22일 같은 장소에서 공연 ‘Charlie Puth Live in Seoul’을 연다. 샘 스미스는 ‘아임 낫 디 온리 원(I’m Not the Only One·2014년)’ ‘스테이 위드 미(Stay With Me·2015년)로 유명하며 그래미 어워즈, 브릿 어워즈, 골든 글로브,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 감성적인 발라드를 주로 선보이다가 최근 파격적인 댄스곡까지 소화하고 있다. 올해 4월 발매한 싱글 ‘언홀리(Unholy)’도 대담한 퍼포먼스와 가사로 인기를 모았다. 첫 내한 공연 뒤 5년 만의 방한이다. 찰리 푸스는 2015년 영화 ‘분노의 질주: 더 세븐’ OST, ‘시 유 어게인(See You Again)’으로 세계적 스타가 됐다. 이후 ‘데인저러슬리(Dangerously·2016년), ‘위 돈트 토크 애니모어(We Don’t Talk Anymore·2016년)’가 큰 사랑을 받았다. 지난해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정국과 협업해 ‘레프트 앤드 라이트(Left and Right)’를 냈다. 2018년 이후 5년 만의 내한 공연이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극한의 전투 미션이 주는 긴장감과 전우애, 도전정신으로 2021년 시즌1부터 큰 호평을 받은 채널A·ENA의 밀리터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강철부대’가 지난달 시즌3(화요일 오후 10시 반)로 돌아왔다. 이번 시즌 새로 합류한 미특수부대(USSF)를 포함해 총 6개 특수부대가 실제 군사시설인 해양경찰 최대 규모 함정 5001함, 제50보병사단 사령부 실거리 사격장 등에서 난도 높은 전투미션을 치르며 화제를 낳고 있다. 시즌3는 넷플릭스 ‘오늘 대한민국의 TOP10 시리즈’(10월 6일 기준) 2위, 굿데이터 코퍼레이션이 집계하는 9월 4주 차 ‘비드라마 검색 이슈 키워드 TOP10’에서 2위를 차지하는 등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현재 4회까지 방영됐다. 시즌1부터 각각 연출자 및 마스터로 활약 중인 신재호 채널A PD(35)와 최영재 마스터(41)를 9일 서울 마포구 동아디지털미디어센터(DDMC)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이번 시즌의 특징으로 “최강자전” “더 강해진 미션” “실제 군사시설을 활용해 한층 높아진 긴장감”을 꼽았다. 신 PD는 “이번 시즌은 ‘최강자전’을 키워드로 삼았다. 섭외 단계에서부터 ‘누가 제일 센데?’라는 원초적인 질문을 갖고 시작했다. 승부에 대한 집착과 광기가 돋보이는 인물들이 이전보다 훨씬 늘어 생동감 있는 장면이 많이 펼쳐진다”고 말했다. USSF는 가장 섭외가 어려웠던 부대다. 최 마스터는 “미군 전우회에 메일을 보내고, 주한미군특수작전사령부에 찾아가는 등 전방위로 뛰었다. 마침내 그린베레(미 육군 특수부대)의 윌 라벨로가 섭외됐고, 그의 도움으로 네이비실(미 해군 특수부대)에 연락이 닿았다”고 했다. 시즌1 해군특수전전단(UDT)의 우승 주역 정종현, 시즌2에서 뛰어난 사격 실력과 날 선 인터뷰로 눈길을 끌었던 육군첩보부대(HID) 출신 이동규도 시즌3에 출연했다. 신 PD는 “각 시즌을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대결 역시 주요 관전 포인트다.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혀 온 USSF는 최강대원 선발전에서 전원이 탈락해 충격을 줬지만, 본미션에서 UDT를 누르고 승리했다. 최 마스터는 “최강대원 선발전 때 USSF가 ‘다른 대원들이 목숨 걸고 대결에 임하는구나’라고 느끼고 마인드세팅을 다시 한 듯하다”고 말했다. 시즌2 우승 부대인 육군특수전사령부(특전사)가 이번 시즌 첫 본미션인 ‘해상 폭탄 제거 작전’에서 패해 첫 탈락 부대가 된 것도 충격이었다. 제작진은 시즌을 거듭하며 출연진과 시청자의 관점 변화를 체감한다고 했다. 신 PD는 “이제 시청자들은 승패 여부보단 ‘누가 더 특수부대답게 싸웠는가’를 평가한다”고 했다. 대표적인 예가 1회 실탄 사격 미션이다. 5001함 위에서 10초 내에 사격하는 미션 중 USSF가 다른 팀과 달리 속사를 했다. 결과는 USSF의 패배였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신 PD는 “현장에서 제작진은 속사에 대해 걱정했는데, 방송 후 ‘실전이었다면 USSF처럼 속사를 했을 것이다. 리얼해서 좋았다’는 시청자 반응이 이어졌다”며 놀라워했다. 대원들의 투지도 감동 포인트다. 첫 탈락 팀인 특전사는 대결이 종료됐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통나무 및 모래주머니 1400kg을 적재한 3t 군용 트럭을 끝까지 밀었다. 박문호는 “특전사 현역과 예비역 선후배들에게 정말 죄송합니다”라며 눈물을 흘렸고, 김대성은 “특전사를 기억해주십시오”라고 외쳐 가슴을 찡하게 만들었다. 최 마스터는 “최선을 다했지만 아쉬움이 남았던 각자의 경험을 떠올리게 했다”고 말했다. 신 PD는 “저희가 우직하게 조명해야 하는 건 이런 모습”이라며 “시즌3에선 결과로 평가받는 세상에서 패자의 노력과 정신력도 아름답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젊은 남자가 추락사했다. 경찰은 평소 그가 동생과 경쟁하는 일이 잦았으며, 당일 술에 취한 형제가 파쿠르(도시나 자연의 지형, 건물, 사물을 이용해 곡예처럼 뛰어다니는 스포츠)를 했고 ‘동생이 형을 밀었다’는 목격자 진술을 언급했다. 하지만 영국 법의병리학자인 저자는 부검을 통해 고인이 다리 근육이 서서히 퇴화하는 장애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저자는 “어떤 유전병은 이른 나이에 나타나지 않지만 점점 활동에 지장을 준다”고 설명했다. 저자는 부검 사례 24건을 통해 인물의 죽음과 생애에 관한 비밀을 밝혀낸다. 생후 6개월 된 아이의 죽음과 대체의학을 맹신하는 부모, 결혼 생활이 위기를 맞은 중년기에 배우자를 살해한 이 등 주검이 품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심리 부검을 통해 전혀 다른 결론을 도출해 내기도 한다. 2010년, 정보기관에서 일하던 30대 남성의 죽음이 그렇다. 남성은 자신의 집에 놓인 가방 속에서 벌거벗은 채 태아와 같은 자세로 죽어 있었다. 언론에서는 정보요원으로 활동하던 그에게 앙심을 품은 누군가가 살해했다는 추정이 나왔다. 하지만 저자는 달리 봤다. 외부 침입 흔적이 전혀 없었을 뿐 아니라 그가 죽기 1년 전부터 반복적으로 이용했던 한 웹사이트가 있었기 때문이다. 남성은 좁은 장소에 갇혀 있다가 탈출하는 성적 판타지를 종종 즐겨 왔던 것으로 판단됐다. 도착적 행위의 수위를 높여가다가 안전한 수위를 벗어나 죽음을 맞았던 것이다. 저자는 유아부터 노인까지 인생을 일곱 단계로 나누고 시기별 죽음을 분석한다. 나이와 죽음 간의 관계가 높은 시기는 노년기다. 같은 날짜에 사망한 노부부 사건은 범죄가 아니라 쇠약해진 노인이 병사한 배우자를 찾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죽음은 생각보다 많다고 한다. 느닷없는 죽음이 두렵게 느껴지지만 저자는 강조한다. “죽음이 어떻게 일어났든 고인의 얼굴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안식을 보여준다”고. 그리고 “대개의 죽음은 과정이지 갑작스러운 사건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길 바란다”고 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64·사진)가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스웨덴 한림원은 5일(현지 시간) “말할 수 없는 것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한 혁신적인 희곡과 산문을 썼다”고 밝혔다. 노르웨이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역대 네 번째다. 1928년 소설가 시그리드 운세트가 수상한 후로는 95년 만이다. 노르웨이 해안도시 헤우게순에서 태어난 포세는 1983년 장편소설 ‘레드, 블랙’으로 데뷔했다. 1990년대 초부터 전업 작가로 활동하며 소설 ‘3부작’, ‘아침 그리고 저녁’을 비롯해 희곡, 시, 에세이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였다. 1990년대 중반 발표한 희곡 ‘이름’, ‘기타맨’, ‘가을날의 꿈’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포세의 작품은 전 세계 무대에 900회 이상 올라 ‘인형의 집’을 쓴 헨리크 입센(1828∼1906) 다음으로 많은 작품이 상연된 노르웨이 극작가로 꼽힌다. 2003년 프랑스 공로훈장, 2007년 스웨덴 한림원 북유럽 문학상 등을 받았다. 국내에는 ‘3부작’을 비롯해 ‘이름’, ‘기타맨’, ‘가을날의 꿈’, ‘보트하우스’ 등이 출간됐다. 상금은 1100만 크로나(약 13억5000만 원)다.“생존투쟁의 그늘 파고들어… 입센의 재림” 노벨문학상,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희곡-산문 넘나들며 작품 활동전 세계 무대에 900회 이상 올려“죽음-가족 등 소재로 인간 본질 탐구”혼란이 넘치는 시대, 스웨덴 한림원의 선택은 인간의 본질을 탐구한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64)였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5일(현지 시간) 선정된 포세는 현대 연극의 최전선을 이끄는 극작가이자 소설가다. 스웨덴 한림원은 “포세의 작업은 노르웨이의 언어와 자연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이를 예술적 기교와 섞었고 인간의 불안과 양가성을 본질적으로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이어 “오늘날 세계에서 작품이 가장 널리 공연되는 극작가 중 한 명이지만, 산문으로도 점점 더 인정받고 있다”고 밝혔다. 수상 소식을 들은 포세는 “벅차고 다소 겁이 난다”고 말했다. 극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건 영국의 해럴드 핀터(2005년) 이후 18년 만이다. 그는 희곡, 소설, 시, 에세이, 동화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방대한 작품을 썼다. 한림원은 노르웨이 작가 헨리크 입센(1828∼1906)의 ‘재림’이자 아일랜드 작가 사뮈엘 베케트(1906∼1989)의 ‘환생’이라는 평가를 받는 포세가 희곡과 산문을 넘나들며 경계를 부쉈다는 점에 주목했다. 1959년 노르웨이 해안도시 헤우게순에서 태어난 포세는 하르당에르피오르에서 성장했다. 대학에서는 비교문예학을 전공했다. 1983년 소설 ‘레드, 블랙’으로 데뷔했고, 1994년 첫 희곡 ‘그리고 우리는 결코 헤어지지 않으리라’를 발표했다. 약 40편의 희곡은 전 세계 무대에 900회 이상 올랐다. 희곡과 소설뿐만 아니라 시, 에세이, 동화는 4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됐다. 그는 군더더기를 극도로 배제한 구성, 리얼리즘과 부조리주의 중간쯤에 있는 화법으로 유명하다. 매일 생존투쟁에서 체념하고 절망하는 인간이 등장하는 비극을 산문과 희곡을 넘나들며 선보였다. 대표적인 소설 ‘아침 그리고 저녁’(문학동네)은 고독하고 황량한 피오르를 배경으로 요한네스라는 이름의 평범한 어부가 태어나고 죽음을 향해 다가가는 과정을 꾸밈없이 담담하게 풀어낸다. 연작소설집 ‘3부작’(새움)은 3편의 중편소설을 묶었다. 세상에 머물 자리가 없는 연인과 그들 사이에 태어난 한 아이의 이야기를 통해 가난하고 비루한 이들의 삶과 죽음을 들여다본다. 동화 ‘오누이’(아이들판), 희곡 ‘가을날의 꿈 외’(지만지드라마) 등 여러 작품이 국내에 출간됐다. 이달 20일엔 빛을 사랑했지만 그늘진 인생을 살아야 했던 예술가의 일생을 그린 산문 ‘멜랑콜리아 I-II’(민음사)가 나온다. 포세는 한때 알코올중독으로 입원한 적이 있다. 정민영 한국외국어대 독일어과 교수는 “죽음, 가족, 남녀관계 등 보편적 소재를 시적으로 깊게 다루는 작가”라며 “극단으로 치닫고 혼란스러워지는 시대에 인간의 본질이 무엇인지 파고들었다는 점에 한림원이 주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미혜 한양대 연극영화과 명예교수는 “포세의 작품엔 눈 덮인 산과 호수 등 북유럽의 풍광과 감성이 탁월하게 담겨 있다”고 했다. 홍재웅 한국외대 스칸디나비아어학과 교수는 “평범한 인간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삶과 죽음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작가”라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양파라는 콘텐츠가 지금으로선 향수로 느껴지는 상황인 걸 저도 알아요. 다시 현재 진행형으로 돌리는 것이 제겐 숙제겠죠?”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지난달 27일 만난 가수 양파(본명 이은진·44)는 이렇게 말하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양파는 14, 15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에서 2년 만에 단독 콘서트 ‘어웨이크닝’을 연다. 그는 “선배 가수나 옛 가수 같은 느낌보다는 늘 곁에 있는 사람이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했다”며 “이제 다시 시작해 보려 한다”고 했다. 1996년 정규 1집 ‘Yangpa’로 데뷔한 양파는 타이틀곡 ‘애송이의 사랑’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정규 3집 ‘개구리 연못 속의… 날다’(1999년) 이후 미국 버클리음대 진학, 소속사와의 분쟁이 이어지며 활동 공백이 잦았다. 양파는 인터뷰 내내 “공연에서 부를 노래들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새로운 곡을 빨리,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며 조바심을 냈다. 이번 공연은 행성 ‘어웨이크닝’으로 이주한 양파가 그곳에서 만난 음악 파트너들과 새로운 챕터를 시작한다는 콘셉트로 기획됐다. ‘어웨이크닝’은 성경에 나오는 “늘 깨어있으라”는 문구에서 착안한 것으로, 지금의 양파에게는 신조 같은 말이라고 한다. 양파는 “록을 워낙 좋아해 이번 공연은 록으로 편곡을 많이 시도했다. 재밌게 즐기셨으면 한다”고 했다. ‘아픈 손가락 같은 곡’을 꼽아달라고 하자 정규 5집 ‘The Windows Of My Soul’(2007년) 이후 모든 앨범을 꼽았다. 양파는 “그때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은 ‘잃어버린 시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사랑… 그게 뭔데’ 등 히트곡이 적지 않지만, 양파만의 창법과 정체성이 희미해졌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올해 싱글, 내년 상반기 미니 앨범 발매를 준비하고 있는 그는 “이제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는 “발라드는 아닐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음악인으로서도 새로운 도전을 이어간다. 양파는 올 6월 ‘수퍼픽’이란 플랫폼을 만들고 인디 가수들과 팬들을 위해 작은 공연을 열어왔다. 그는 “음악을 잘하는데 제도권의 도움을 받은 적이 없거나 스스로 마케팅을 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많다. 과거의 저도 그랬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 시작해 봤다. 현 소속사와의 계약이 종료되면 1인 기획사를 만들고 이 플랫폼을 계속 꾸려 나가고 싶다”고 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채널A·ENA 공동 제작 예능 ‘강철부대’ 시즌3의 1, 2회를 재방영한다. 1회 관전 포인트는 웅장한 출정식이다. 육군특수전사령부(특전사), 육군첩보부대(HID), 제707특수임무단(707), 해군첩보부대(UDU), 해군특수전전단(UDT), 미특수부대(USSF) 등 6개 특수부대 대원 24명이 대한민국 해양 경찰의 최대 규모 함정 ‘5001함’에서 출정식을 가진다. 2회부터는 ‘최강 대원 선발전’이 본격적으로 열린다. 첫 라운드인 2 대 2 참호격투에서는 예상치 못한 이변이 이어진다. 강렬한 존재감과 카리스마를 보였던 USSF가 전원 탈락한 것. 치열한 참호 격투 끝에 HID와 UDT는 전원 생존, USSF와 707은 전원 탈락했다. ‘최강 대원 선발전’ 두 번째 라운드는 장애물 각개 전투. 4명씩 한 조를 이뤄 철조망 포복 구간, 8m 네트 장애물, 컨테이너, 수중 포복 구간, 11m 외줄을 돌파하는 과정이다. HID의 강민호, 박지윤, 고야융과 UDT의 정종현, 이한준, 그리고 UDU의 이병주가 2라운드를 통과했다. 6명이 최종 라운드에 진출한 가운데 ‘최강 대원 선발전’ 우승자의 혜택을 공개한다. 최영재 마스터는 “최강 대원은 첫 번째 탈락 부대가 나오는 본 미션의 대진 결정권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3라운드는 인질 구출 호송 사격”이라며 이전 시즌에서 보지 못한 새로운 미션을 제시했다. 강철부대 시즌3의 1, 2회 몰아보기 방송은 29일 오후 3시 반 채널A에서 볼 수 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