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영국 노동당이 4일(현지 시간) 치러진 조기 총선에서 보수당을 크게 누르고 2010년 이후 14년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노동당 소속 최장수 총리인 토니 블레어 전 총리(1997∼2007년 집권)와 유사한 노선을 표방해 ‘제2의 토니 블레어’로 불리는 키어 스타머 신임 총리 겸 노동당 대표(62)가 소득세와 법인세 동결, 아동수당 확대 반대, 국경 경계 강화 등 기존의 좌파 색깔을 지운 ‘우클릭 공약’을 앞세워 중도 표심을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보수당은 1834년 창당 후 190년 만에 가장 적은 의석을 얻으며 참패했다. 고물가, 불법 이민자 증가 등에 대응하지 못한 것이 패배 원인으로 지목된다. BBC방송 등에 따르면 노동당은 현지 시간 5일 낮 12시(한국 시간 오후 8시) 기준 하원 전체 650석 중 412석을 차지해 제1당을 확정했다. 2019년 총선 때보다 210석 늘었고 과반(326석)도 훌쩍 넘겼다. 보수당은 121석으로 기존 의석(365석)의 3분의 1 수준을 얻는 데 그쳤다. 극우 성향인 영국개혁당은 4석을 확보해 2018년 창당 후 처음으로 원내 진출에 성공했다. 스타머 총리는 5일 런던 버킹엄궁에서 찰스 3세 국왕을 만나 정부 구성 요청을 받으며 새 총리로서 임기를 시작했다. 그는 취임 연설에서 “국민은 변화에 투표했다”며 “우리 나라에 큰 조정(Reset)이 필요한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노동당, ‘중도실용’으로 민심 잡아… 보수당, 190년만에 최악참패[英, 14년만에 정권 교체]스타머, 부자증세 등 좌파공약 폐기‘핵잠 건조’ 등 우클릭 행보로 주목… ‘英 러스트벨트’ 레드월서도 선전보수당, 경제실패 등 무능-부패 문제… “가장 성공적 정당, 이제 잊혀질 위기”“우리가 해냈다. 이제 ‘변화’가 시작된다.” 영국 조기 총선이 실시된 다음 날인 5일(현지 시간) 오전 키어 스타머 신임 총리 겸 노동당 대표(62)는 노동당이 의석수 과반을 달성하며 승리를 결정짓자 수도 런던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이같이 밝혔다. 14년 전 현 집권당인 보수당에 대패하며 표류했던 노동당이 다수당 자리를 되찾은 건 변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베트 쿠퍼 노동당 의원은 “2019년 선거 때는 이런 일이 일어날지 몰랐는데, 사람들이 다시 노동당을 신뢰하니 매우 감동적”이라며 감격했다. 스타머 총리는 분열됐던 노동당을 통합하고 이념에 얽매이지 않는 ‘중도 실용주의’로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특히 노동당은 과거 강세를 보였지만 반(反)이민 정서로 보수당 지지가 강해졌던 영국 중북부의 이른바 ‘레드월(Red Wall·붉은 벽)’ 지역에서 다시 선전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레드월 지역은 ‘영국판 러스트벨트(미국의 쇠락한 공업지대)’로도 불린다.● “분열 치유, 중도로 변화” 스타머 총리는 좌우 대립을 넘어 실용을 꾀한 ‘제3의 길’로 10년간 집권한 노동당 소속 토니 블레어 전 총리에게 비견된다. 그는 2020년부터 노동당을 이끌면서 슈퍼 리치 증세와 무상 대학 등록금 같은 좌파 공약을 버리고 중도 노선을 취했다. 안보 분야에선 핵잠수함 4척 건조, 해상 억지력 유지, 효율적인 해상 순찰을 위한 잠수함 업그레이드 등 ‘핵 억지력 3중 잠금’ 국방 정책을 발표하는 등 보수당의 노선에 가까운 파격적 행보를 보였다. 분열이 극심했던 노동당도 잘 추슬러 통합했다. 극좌 성향인 제러미 코빈 전 총리와 그 지지자들을 몰아내는 쇄신으로 주목받았다. 로이터통신은 “그(스타머 총리)는 당내의 많은 분열을 치유하고 노동당을 정치적 중도에 더욱 가깝게 이끌었다”고 평했다. ● 보수당 집권 14년간 총리 4명 낙선 보수당은 1834년 창당 이래 최악의 성적표를 받고 충격에 휩싸였다. 리시 수낵 전 총리(44)가 지지율 하락 속에 연말로 예상됐던 총선을 7월로 앞당기는 도박에 나섰지만 결국 실패한 것. 참패의 핵심 원인은 경제위기로 꼽힌다. 영국 통계청(ONS)에 따르면 월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2년 11월 11.1%를 찍었고,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3분기(7∼9월) ―0.1%, 4분기(10∼12월) ―0.3%로 경제 침체에 빠졌다. 수낵 전 총리 집권기에 지표는 호전됐지만 서민들이 받은 타격은 여전했다. 여론조사기관인 유고브가 5월 말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3%가 2010년보다 ‘영국의 사정이 안 좋다’고 답했다. 2020년 코로나19,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등 악재가 터지며 경제는 더 어려워졌다. 게다가 2020년 발효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해외 투자가 감소하고 인력 공급이 부족해 경제가 더 위축됐다. 반이민 정서로 브렉시트가 현실화됐지만 오히려 올 4월 발표된 연간 난민 심사 건수는 9만 건을 넘겨 역대 최다였다. 결국 이번 선거에서 수낵 전 총리를 제외한 보수당 집권 14년간의 총리 네 명이 다 낙선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테리사 메이의 지역구는 자유민주당이, 보리스 존슨과 리즈 트러스의 지역구는 노동당이 가져갔다. 보수당의 실정에 유권자들이 호되게 심판한 셈이다. 포린폴리시는 “역사적으로 가장 성공적으로 여겨지던 보수당이 이제 잊혀질 위기”라고 했다.● “노동당 승리가 아닌 보수당의 패배” 노동당이 잘해서라기보다 보수당이 너무 무능해서 압승했다는 분석도 있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선거가 노동당의 승리라기보다는 보수당의 패배였다는 것에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새 노동당 의원들은 오래 머물 것이라는 전망에 안주하지 않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이어 “이번 투표는 부패하고 무능한 보수당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었다”고 평가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영국 노동당이 4일(현지 시간) 치러진 조기 총선에서 14년 만에 보수당을 크게 누르고 2010년 이후 14년 만의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노동당 소속 최장수 총리인 토니 블레어 전 총리(1997~2007년 집권)와 유사한 노선을 표방해 ‘제2의 토니 블레어’로 불리는 키어 스타머 신임 총리 겸 노동당 대표(62)가 소득세와 법인세 동결, 아동수당 확대 반대, 국경 경계 강화 등 기존 좌파 색깔을 지운 ‘우클릭 공약’을 앞세워 중도 표심을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반면 보수당은 1834년 창당 후 190년 만에 가장 적은 의석을 얻으며 참패했다. 고물가, 불법 이민자 증가 등에 대응하지 못한 것이 패배 원인으로 지목된다.BBC방송 등에 따르면 노동당은 현지 시간 5일 오전 12시(한국 시간 오후 8시) 기준 하원 전체 650석 중 412석을 차지하며 제1당을 확정했다. 2019년 총선 때보다 210석 늘었고 과반(326석)도 훌쩍 넘겼다. 보수당은 121석으로 기존 의석(365석)의 3분의 1 수준을 얻는 데 그쳤다. 극우 성향 영국개혁당은 4석을 확보해 2018년 창당 후 처음으로 원내 진출에 성공했다.스태머 총리는 5일 런던 버킹엄궁에서 찰스3세 국왕을 만나 정부 구성 요청을 받으며 새 총리로의 임기를 시작했다. 앞서 런던 중심부에서는 지지층을 만나 “영국이 14년 만에 미래를 돌려받았다. 마침내 희망의 햇살 아래 걷게 됐다”고 외쳤다.참패한 보수당의 리시 수낵 전 총리는 5일 사퇴하며 “이번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보수당 집권기에 영국의 치과가 쇠퇴했다. 이를 막아야 한다.” 4일 치러진 영국 총선에서 2010년 이후 14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뤄낼 것이 확실시되는 제1야당 노동당의 구호다. 노동당은 이번 총선 기간 중 홈페이지에 “긴급 치과 진료 70만 건 이상을 제공하겠다”는 ‘치과 구제 계획’을 발표하며 유권자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치과 의사가 턱없이 부족해 5∼9세 아동이 병원에 입원하는 가장 흔한 이유가 ‘썩은 이를 제거하기 위해서’일 정도로 공공의료가 마비됐다는 비판도 덧붙였다. 실제 치과 예약을 잡지 못한 많은 영국인들이 집에서 ‘셀프 발치’를 하거나 해외로 ‘원정 치료’를 떠나고 있다. 이처럼 이번 영국 총선의 핵심 현안으로 ‘공공의료 붕괴’를 꼽는 사람들이 많다. 여론조사회사 서베이션의 2일 조사에서 노동당이 하원 650석 중 484석을 확보하는 압승을 거둘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 것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정부를 구성할 준비를 이미 마쳤다”며 선거 압승을 자신했다.● 펜치-접착제로 ‘셀프 치아 치료’ 노동당은 총선 기간 보수당의 치과 제도 등 공공의료 문제를 집중 공격했다. 특히 치과 치료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됐다. 영국에는 치과 진료소 1만1000여 곳이 있다. 영국의 무상의료 체계인 국민보건서비스(NHS)의 보조금을 받아 비교적 저렴한 ‘NHS 진료’와 지원금을 받지 않아 비싼 편인 ‘개인 진료’로 나뉜다. 의사들은 최근 정부 지원금이 충분하지 않다며 NHS 진료 대신 값비싼 개인 진료를 늘리고 있다. 비용 부담이 크다 보니 서민들에겐 치과 문턱이 확 높아졌다. BBC 방송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치과 진료소의 90%가 NHS 진료 때 신규 성인 환자를 받지 않았다. 비싼 개인 진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은 NHS 진료 대기만 하다 결국 스스로 치아를 뽑기도 한다. 또 다른 여론조사회사 유고브에 따르면 ‘셀프 치과 치료’를 했다고 답한 영국인이 전체의 10%에 달했다. 일부는 집에서 쓰는 펜치나 초강력 접착제를 사용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보수당 경제난 대응도 비판 고조 보수당은 경제 부문에서도 많은 질타를 받고 있다.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고물가가 고착화한 와중에 세금 부담 또한 작지 않아 민심을 떠나게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보수당 출신의 여러 총리가 구설에 올랐던 것도 문제로 꼽힌다. 특히 2022년 한 해에는 무려 세 명의 총리가 등장했다. 보리스 존슨 전 총리는 코로나19 기간 방역 지침을 어기고 술잔치를 벌이는 소위 ‘파티 게이트’로 낙마했다. 뒤이어 취임한 리즈 트러스 전 총리는 대규모 감세안 발표로 파운드화 급락을 초래해 취임 44일 만에 사퇴했다. ‘영국 역사상 최단명 총리’라는 오명도 썼다. 2022년 10월 집권한 리시 수낵 현 총리는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면 2030년까지 연 170억 파운드(약 30조 원)의 세금을 깎아주겠다”며 세금 인하 공약으로 떠나간 민심을 잡으려 했다. 반면 스타머 대표는 “공공의료를 개혁하고 생계비 인상분을 반영해 최저임금을 높이겠다”며 맞섰다. 특히 스타머 대표가 노동당의 전통적인 좌파 색깔을 지우고 ‘우클릭’ 공약을 많이 도입하면서 중도층 유권자 표심을 적극 공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대학 등록금 폐지, 초고소득자 소득세 인상 같은 강성 좌파 공약을 철회했다. 러시아 중국 등의 위협에 맞서 핵잠수함을 추가 건조하겠다며 안보 정책에서도 보수적인 면모를 보였다. 영국 총선에선 각 선거구에서 1위를 차지한 후보가 과반을 달성하지 못해도 당선된다. 노동당이 승리하면 수낵 총리가 바로 사임하고 곧바로 스타머 대표가 총리직을 이어받을 것으로 보인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보수당 집권기에 영국의 치과가 쇠퇴했다. 이를 막아야 한다.”4일 치러진 영국 총선에서 2010년 이후 14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뤄낼 것으로 확실시되는 제1야당 노동당의 구호다. 노동당은 이번 총선 기간 중 홈페이지에 “긴급 치과 진료 70만 건 이상을 제공하겠다”는 ‘치과 구제 계획’을 발표하며 유권자 지지를 호소했다. 치과 의사가 턱없이 부족해 5~9세 아동이 병원에 입원하는 가장 흔한 이유가 ‘썩은 이를 제거하기 위해서’일 정도로 공공의료가 마비됐다는 비판도 덧붙였다. 실제 치과 예약을 잡지 못한 많은 영국인들이 집에서 ‘셀프 발치’를 하거나 해외로 ‘원정 치료’를 떠나고 있다. 이처럼 이번 영국 총선의 핵심 현안으로 ‘공공의료 붕괴’를 꼽는 사람들이 많다. 여론조사회사 서베이션의 2일 조사에서 노동당이 하원 650석 중 484석을 확보하는 압승을 거둘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 것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정부를 구성할 준비를 이미 마쳤다”며 선거 압승을 자신했다.● 펜치-접착제로 ‘셀프 치아치료’노동당은 총선 기간 보수당의 치과 제도 등 공공의료 문제를 집중 공격했다. 특히 치과 치료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됐다. 영국에는 치과 진료소 1만1000여 곳이 있다. 영국의 무상의료 체계인 국민보건서비스(NHS)의 보조금을 받아 비교적 저렴한 ‘NHS 진료소’와 지원금을 받지 않아 비싼 편인 ‘개인 진료’로 나뉜다. 의사들은 최근 정부 지원금이 충분하지 않다며 NHS 진료 대신 값비싼 개인 진료를 늘리고 있다. 비용 부담이 크다보니 서민들에겐 치과 문턱이 확 높아졌다. BBC방송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치과 진료소의 90%가 NHS 진료 때 신규 성인 환자를 받지 않았다. 비싼 개인 진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은 NHS 진료 대기만 기다리다 실패해 결국 스스로 치아를 뽑기도 한다. 또 다른 여론조사회사 유고브에 따르면 ‘셀프 치과 치료’를 했다고 답한 영국인이 전체의 10%에 달했다. 일부는 집에서 쓰는 펜치나 초강력 접착제를 사용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보수당 경제난 대응도 비판 고조보수당은 경제 부문에서도 많은 질타를 받고 있다.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고물가가 고착화한 와중에 세금 부담 또한 적지 않아 민심을 떠나게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보수당 출신의 여러 총리가 구설에 올랐던 것도 문제로 꼽힌다. 특히 2022년 한 해에는 무려 세 명의 총리가 등장했다. 보리스 존슨 전 총리는 코로나19 기간 방역 지침을 어기고 술잔치를 벌이는 소위 ‘파티 게이트’로 낙마했다. 뒤이어 취임한 리즈 트러스 전 총리는 대규모 감세안 발표로 파운드화 급락을 초래해 취임 44일 만에 사퇴했다. ‘영국 역사상 최단명 총리’라는 오명도 썼다.2022년 10월 집권한 리시 수낵 현 총리는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면 2030년까지 연 170억 파운드(약 30조 원)의 세금을 깎아주겠다”며 세금 인하 공약으로 떠나간 민심을 잡으려 했다. 반면 스타머 대표는 “공공의료를 개혁하고 생계비 인상분을 반영해 최저임금을 높이겠다”며 맞섰다. 특히 스타머 대표가 노동당의 전통적인 좌파 색깔을 지우고 ‘우클릭’ 공약을 많이 도입하면서 중도층 유권자 표심을 적극 공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대학등록금 폐지, 초고득자 소득세 인상 같은 강성 좌파 공약을 철회했다. 러시아 중국 등의 위협에 맞서 핵잠수함을 추가 건조하겠다며 안보 정책에서도 보수적인 면모를 보였다.영국 총선에선 각 선거구에서 1위를 차지한 후보가 과반을 달성하지 못해도 당선된다. 노동당이 승리하면 수낵 총리가 바로 사임하고 곧바로 스타머 대표가 총리직을 이어받을 것으로 보인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4일 실시되는 영국 총선에서 14년간 집권한 보수당이 예상보다 더 큰 참패를 맞을 것이란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하원의원(MP) 650석 가운데 64석밖에 얻지 못해 창당 190년 만에 역대 최소 의석을 얻는 데 그칠 것이란 전망이다. 유럽 극우의 돌풍 속에서 극우 성향인 영국개혁당도 보수당을 바짝 뒤쫓고 있어 보수당은 사면초가에 몰린 형국이다. 영국 총선은 4일 잉글랜드와 웨일스,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의 지역구 650곳에서 일제히 진행된다. 각 지역구에서 최다 득표한 후보가 하원의원으로 선출된다. 관례적으로 하원 다수당 대표가 행정 수반인 총리에 오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여론조사기업 서베이션은 2일 집권 보수당이 의회 650석 중 64석만을 얻을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노동당은 484석을 차지해 역대 최다 의석을 가져갈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개혁당은 7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난달 24∼26일 지지율 조사에서 16%를 얻어 2위 보수당(20%)을 추격하는 모양새다. 노동당은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압승을 거뒀던 1997년 총선(418석)보다도 훨씬 많은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유력한 총리 후보인 키어 스타머 대표가 구설에 오르며 지지율을 깎아먹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스타머 대표는 1일 버진라디오에 출연해 “금요일엔 오후 6시 이후 아이들과 시간을 보냈고 이를 유지하려 노력 중”이라며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오후 6시 이후엔) 업무와 관련된 건 하지 않는다”고 말해 ‘파트타임 총리’라는 비판을 받았다. 논란이 커지자 “장인어른이 유대인이라 가족들이 (유대교 전통대로) 금요일 기도 시간을 갖는다”고 해명했으며 영국 내 유대인들은 “보수당이 유대교 전통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달 30일 총선 1차 투표에서 극우 국민연합(RN)이 선두를 점한 프랑스에선 이달 7일 2차 투표를 앞두고 좌파와 중도 진영이 대거 사퇴하며 후보 단일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자체 집계 결과 3일 오전 4시 현재 2차 투표 진출자 1300여 명 중 221명이 사퇴했다”고 보도했다. 132명은 좌파 연합체인 신민중전선(NFP)이며 83명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 범여권 후보자들이다. 중도와 좌파 진영에서 사퇴가 줄을 잇는 건 3자 대결 구도가 이어지면 반(反)극우 진영의 표가 분산돼 RN만 이득을 얻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좌파 사회당 소속인 안 이달고 파리시장은 현지 언론 프랑스2에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우린 모든 힘을 동원해야 한다”며 반극우 결집을 촉구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중국산 전기차 등 저가 제품의 공세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유럽연합(EU)이 이번에는 온라인 초저가 상품 플랫폼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에서 판매되는 초저가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에 나설 예정이다.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즈(FT)는 3일(현지 시간) EU 집행위원회가 150유로(약 22만 원) 미만의 제품을 무관세로 살 수 있는 기준을 폐지하는 방안을 이달 제안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앞으론 150유로 미만의 제품이어도 관세가 부과돼 좀더 비싸게 팔릴 수 있는 것이다. 적용 대상은 EU 외의 지역에서 EU 소비자에게 직접 물품을 운송하는 온라인 소매기업들이다. EU의 한 당국자는 이번 규제의 타깃이 알리, 테무, 쉬인이라고 전했다. EU는 최근 알리, 테무, 쉬인이 큰 인기를 끌며 이들 업체가 무관세로 수입하는 물품이 급증하자 이런 조치를 고려하게 됐다. EU 집행위에 따르면 지난해 EU 회원국에 무관세로 수입된 150유로 미만 제품은 23억 개에 달한다. 이는 EU 내에서 각 가정에 2개씩 판매된 꼴이다. 전년에 비해 2배 이상으로 늘어난 규모다.다만 이번 관세 부가 방안은 EU 회원국들이 통관 업무가 늘어난다며 이의를 제기할 수 있어 실제 집행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북미와 유럽 등 서방국가의 안보 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최근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지속적인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러시아와 2년 넘게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민간 주재관을 파견하고, 독일에 신규 사령부를 세워 장기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나토의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 서방의 정치 상황이 나토 체제에 불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방위비 문제를 놓고 나토 탈퇴까지 시사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올 11월 재선될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유럽에선 프랑스 총선에서 국민연합(RN)이 승리하는 등 자국우선주의를 주창하는 극우 세력들이 부상하고 있어 자칫 나토의 존립 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단 우려가 깔려 있다.● “우크라군, 나토군과 동급으로 강화”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 미국 등 나토 동맹국 당국자를 인용해 “나토가 키이우에 민간 주재관을 배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다음 주 미 워싱턴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선 관련 계획을 담은 ‘우크라이나 장기 지원 방안’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키이우 파견 주재관은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 독일 비스바덴에 새로 생기는 사령부와 연계해 우크라이나군 현대화 및 비(非)군사적 지원을 담당할 예정이다. 나토가 독일 남서부 헤센주(州) 비스바덴에 세우는 사령부에는 32개 회원국에서 약 700명이 배치될 계획이다. 이들은 ‘우크라이나를 위한 나토 안보 지원 및 훈련’ 작전에 참가해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미국이 수행해 온 임무 대부분을 인계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나토는 해당 작전을 계기로 우크라이나군을 나토 군대와 동급으로 강화하는 걸 목표로 두고 있다. WSJ는 “다만 이들은 지원에 초점을 두고 직접 군사훈련에 참여하진 않는다”고 전했다. 이는 ‘러시아와 직접 전쟁한다는 취지로 오인되지 않아야 한다’는 독일의 의견을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 美 트럼프 2기와 유럽 극우 돌풍에 대비 나토의 이러한 행보는 그간 러시아와 직접적인 맞대결을 피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군 인력 파견 등을 꺼려 왔던 것과 크게 대비된다. WSJ는 “나토는 전쟁 초기엔 갈등 당사자란 비난을 피하려 우크라이나 군 작전과 거리를 뒀지만, 조직적 변화를 통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싸우는 데 실질적인 역할을 하려 한다”고 평가했다. 이는 자국 안보를 중시하며 나토 탈퇴 카드까지 꺼내 들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을 염두에 둔 포석이란 해석이 나온다. 선제적으로 우크라이나 지원 체계를 정비해 둠으로써 ‘트럼프 2기’에 대비하려는 심산이다. 특히 지난달 27일 첫 TV토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부진한 모습을 보인 게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미국의 탈퇴가 현실화되면, 나토는 재정적인 압박은 물론 각종 군사장비 공급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이에 미국이 지원을 줄이거나 철회하더라도 나토 활동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대비할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보 달더르 전 나토 주재 미국대사도 “나토의 지원과 훈련을 조정하는 책임을 미국이 아닌 나토 자체가 맡는 것”이라며 “이는 트럼프의 영향을 차단(Trump-proof)한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유럽의 최근 분위기도 나토의 변화를 이끌었다. 지난달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양대 정당이 4, 5위에 오른 데다 프랑스 조기 총선 1차 투표에서 극우 국민연합(RN)이 1위에 올랐다. 이달 4일 영국 총선 역시 극우 영국개혁당의 지지율이 17%로 급상승하며 집권 보수당(20%)을 위협하고 있다. 더글러스 루트 전 나토 주재 미국대사는 “미국과 프랑스, 영국, 유럽연합(EU)의 선거 결과에 나토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각국의 정치 변화에도 나토는 (우크라이나 지원 등의 대책을 통해) 영향력을 유지시킬 수 있다”고 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유럽연합(EU) 중추 국가인 프랑스에서 사상 처음으로 극우 정당이 ‘의회 제1당’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1일(현지 시간) 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전날 실시된 조기 총선 1차 투표 집계 결과 극우 성향 국민연합(RN)이 33.2%를 득표해 1위를 차지했다. 좌파 신민중전선(NFP)이 28.0%로 2위를, 집권당인 중도 르네상스가 이끄는 범여권 앙상블은 20.8%로 3위를 차지했다. 최종 의석수는 7일 치러지는 결선 투표에서 결정되지만 현지 언론들은 이번 결과를 판세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로 삼고 있다. 결선 투표에서도 현재 흐름이 이어진다면 의회 전체 의석 577석 중 RN 240∼270석, NFP 180∼200석, 앙상블 60∼90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RN은 기존 의석보다 약 3배 늘고, 범여권 진영은 최대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 1차 투표에서 당선이 확정된 76석 중 RN은 절반에 약간 못 미치는 37석을 차지했다. NFP는 32석을 차지했고, 앙상블은 2석에 그쳤다. 이번 선거 결과는 반(反)이민 정서와 계속되는 경제난에 불만을 쌓아온 유권자들이 현 정부를 심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통상 의회 제1당 대표가 총리에 오르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선 ‘중도’ 성향인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극우’ 조르당 바르델라 총리(현 RN 대표)가 동거 정부를 이룰 가능성이 높다. 이질적인 내각이 경제·외교 현안을 두고 삐걱대며 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반이민 정책과 서민 대상 경제정책 강조 이번 선거 투표율은 약 67%로 2022년 최종 투표율(47.5%)보다 월등히 높았을 뿐만 아니라 1997년 1차 투표(67.9%) 이후 27년 만에 최고치였다. 팍팍한 현실에 분노한 유권자들이 투표장으로 달려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유권자들은 이민자 증가로 인한 사회 혼란과 고물가 등 경제난에 대한 불만이 큰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극우 정당은 ‘단골 공약’인 반이민 정책과 보호무역 등을 내세워 지지 기반을 넓혔다. RN은 프랑스에 거주하는 외국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가 18세가 되면 자동으로 프랑스 국적을 받는 출생시민권제도의 폐지를 공약으로 발표했다. 또 불법체류자에게 의료서비스나 사회복지 혜택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RN은 전 국민 부가가치세(VAT) 인하와 39세 이하에 대한 세금 감면 공약으로 경제난에 시달리는 서민들의 지지도 얻었다. 감세로 고물가에 지친 민심을 달래주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부족해질 세수를 채울 재원 마련 방법은 제시하지 않아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라는 여당의 비판을 받았지만 당장 지갑이 얇아진 서민들은 환호했다. 마크롱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집권 세력에 대한 분노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각종 개혁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일방적’ 소통이 많았고, 굵직한 사안을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마크롱 대통령은 2022년 재선 성공 뒤 정부가 의회 동의 없이 입법을 할 수 있는 헌법 제49조 3항의 권한을 23차례나 행사했다”며 “총선은 마크롱주의에 대한 국민 투표”라고 보도했다.● 삐거덕거리는 동거 정부 가능성 높아 마크롱 대통령과 바르델라 총리 체제가 구성되면 마크롱 정부가 추진해온 연금개혁 등 주요 경제 정책이 중단될 수 있다. 또 EU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의 우크라이나 지원 연대가 깨질 가능성도 있다. 바르델라 RN 대표는 지난달 19일 한 행사에서 “우크라이나는 스스로 방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는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달 9일 유럽의회 선거 결과 자신이 이끄는 르네상스가 14.6%를 득표해 RN(31.5%)에 참패하자 돌연 결정한 바 있다. 당장 RN의 상승세를 꺾지 않으면 2027년 대선에서 RN이 승리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르몽드는 “마크롱 대통령은 의회를 해산하려다가 자신의 다수당(르네상스)을 해산해 사실상 몰락 위기에 처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NFP와 앙상블은 결선 투표를 앞두고 합종연횡을 시도하고 있다. 앙상블 측은 “결선 투표 때 지역구 60곳의 후보를 사퇴시키겠다”고 밝혔다. NFP와 앙상블 후보가 각각 출마할 경우 RN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이유다. NFP도 1차 투표에서 3위를 차지한 후보들을 사퇴시키기로 했다고 CNN은 전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유럽연합(EU) 중추 국가인 프랑스에서 사상 처음으로 극우 정당이 ‘의회 제1당’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1일(현지 시간) 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전날 실시된 조기 총선 1차 투표 집계 결과 극우 성향 국민연합(RN)이 33.2%를 득표해 1위를 차지했다. 좌파 신민중전선(NFP)이 28.0%로 2위를, 집권당인 중도 르네상스가 이끄는 범여권 앙상블은 20.8%로 3위를 차지했다.최종 의석수는 7일 치러지는 결선 투표에서 결정되지만 현지 언론들은 이번 결과를 판세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로 삼고 있다. 결선 투표에서도 현재 흐름이 이어진다면 의회 전체 의석 577석 중 RN 240~270석, NFP 180~200, 앙상블 60~90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RN은 기존 의석보다 약 3배 늘고, 범여권 진영은 최대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 1차 투표에서 당선이 확정된 76석 중 RN은 절반에 약간 못 미치는 37석을 차지했다. NFP는 32석을 차지했고, 앙상블은 2석에 그쳤다.이번 선거 결과는 반(反)이민 정서와 계속되는 경제난에 불만을 쌓아온 유권자들이 현 정부를 심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통상 의회 제1당 대표가 총리에 오르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선 ‘중도’ 성향인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극우’ 조르당 바르델라 총리가 동거 정부를 이룰 가능성이 높다. 이질적인 내각이 경제·외교 현안을 두고 삐걱대며 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반이민 정책과 서민 대상 경제정책 강조이번 선거 투표율은 약 67%로 2022년 최종 투표율(47.5%)보다 월등히 높았을 뿐만 아니라 1997년 1차 투표(67.9%) 이후 27년 만에 최고치였다. 팍팍한 현실에 분노한 유권자들이 투표장으로 달려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유권자들은 이민자 증가로 인한 사회 혼란과 고물가 등 경제난에 대한 불만이 큰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극우 정당은 ‘단골 공약’인 반이민 정책과 보호무역 등을 내세워 지지 기반을 넓혔다. RN은 프랑스에 거주하는 외국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가 18세가 되면 자동으로 프랑스 국적을 받는 출생시민권제도의 폐지를 공약으로 발표했다. 또 불법체류자에게 의료서비스나 사회복지 혜택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RN은 전 국민 부가가치세(VAT) 인하와 39세 이하에 대한 세금 감면 공약으로 경제난에 시달리는 서민들의 지지도 얻었다. 감세로 고물가에 지친 민심을 달래주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부족해질 세수를 채울 재원 마련 방법은 제시하지 않아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라는 여당의 비판을 받았지만 당장 지갑이 얇아진 서민들은 환호했다.마크롱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집권 세력에 대한 분노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각종 개혁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일방적’ 소통이 많았고, 굵직한 사안을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는 비판이 많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마크롱 대통령은 2022년 재선 성공 뒤 정부가 의회 동의 없이 입법을 할 수 있는 헌법 제49조 3항의 권한을 23차례나 행사했다”며 “총선은 마크롱주의에 대한 국민 투표”라고 보도했다.● 삐끄덕거리는 동거 정부 가능성 높아마크롱 대통령과 바르델라 총리 체제가 구성되면 마크롱 정부가 추진해온 연금개혁 등 주요 경제 정책이 중단될 수 있다. 또 EU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의 우크라이나 지원 연대가 깨질 가능성도 있다. 바르델라 RN 대표는 지난달 19일 한 행사에서 “우크라이나는 스스로 방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이번 선거는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달 9일 유럽의회 선거 결과 자신이 이끄는 르네상스가 RN에 두 배가 넘는 31.5%의 지지율로 참패하자 돌연 결정한 바 있다. 당장 RN의 상승세를 꺾지 않으면 2027년 대선에서 RN이 승리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르몽드는 “마크롱 대통령은 의회를 해산하려다 자신의 다수당(르네상스)을 해산해 사실상 몰락 위기에 처했다”고 평가했다.한편 NFP와 앙상블은 결선 투표를 앞두고 합종연횡을 시도하고 있다. 앙상블 측은 "결선 투표 때 지역구 60곳의 후보를 사퇴시키겠다"고 밝혔다. NFP와 앙상블 후보가 각각 출마할 경우 RN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이유다. NFP도 1차 투표에서 3위를 차지한 후보들을 사퇴시키키로 했다고 CNN은 전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유럽의 경제 강국인 프랑스와 영국이 각각 6월 30일, 7월 4일 총선을 치르는 가운데 극우 정당이 각국에서 동시에 열풍을 일으키고 있어 유럽 주요국의 우경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에선 극우 정당이 사상 처음 승리해 ‘극우 총리’를 배출할 것으로 예상되고, 영국에선 여론조사에서 3위인 극우 정당이 집권 보수당을 역전할 수 있을 만큼 바짝 추격해 극우의 입김이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에선 30일 총선 1차 투표가 프랑스 본토와 해외령 577개 선거구에서 진행됐다. 1차 투표에서 지역구 등록 유권자의 25% 이상, 당일 총투표수의 50% 이상의 득표에 성공한 후보가 승리한다. 득표율이 이에 미치지 못하면 7월 7일 2차 투표를 치러야 한다. 이번 선거는 6월 9일 유럽의회 선거 결과 극우 성향 국민연합(RN)이 집권당 르네상스 지지율의 두 배가 넘는 30%대로 압승한 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의회를 전격 해산하며 치러졌다. 새롭게 의회를 구성해 국정 동력을 되찾겠다는 취지였지만 오히려 RN의 지지율은 선거기간 내내 견고한 1위를 점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총선에서 지더라도 대통령직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통상 의회 다수당 대표가 총리로 지명돼 중도 대통령과 극우 총리가 전례 없는 동거 정부를 이룰 가능성이 높다. 동거 정부 내에서 균열이 생기며 연금개혁 등 마크롱표 개혁이 표류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마크롱 대통령이 지지하던 우크라이나 지원 등 유럽연합(EU)의 굵직한 외교 노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자유시장 지향적이고 친유럽적인 대통령(마크롱)은 보수적이고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회의적인 총리(조르당 바르델라)와 직접 대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집권 르네상스를 이끄는 마크롱 대통령은 참패할 경우 다시 조기 총선을 추진할 것이란 보도도 나온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마크롱 대통령이 1년 내에 총선을 다시 실시하는 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4일 총선을 앞둔 영국에서도 극우 성향 영국개혁당의 열풍이 거세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지지율 조사 결과 6월 27일 기준 노동당이 41%로 1위, 집권 보수당은 20%로 2위였고, 영국개혁당이 17%로 보수당을 바짝 추격 중이다. 영국개혁당이 보수당의 보수적인 노인 유권자들을 흡수하고 있는 가운데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는 연일 강성 발언으로 보수 표심을 결집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9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BBC가 ‘퀘스천 타임’의 부당한 방청객에 대해 사과할 때까지 (인터뷰를) 거부한다”며 영국 공영방송 BBC 보이콧을 선언했다. 그가 퀘스천 타임에 출연했을 때 자신의 인종차별적 발언을 지적한 방청객을 출연시킨 점에 항의한 것이다. 게다가 그의 선거운동원들이 인도계인 리시 수낵 총리를 인종차별적 비속어로 불렀다는 현지 언론 보도도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이들이 정말 우리의 최선인가!” 14년 만의 정권교체 여부를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이는 영국 집권 보수당 총리와 노동당 대표가 다음 달 7일 조기 총선 전 벌인 마지막 TV토론을 놓고 나온 평가다. 보수당은 연이은 정책 실패로 190년의 명성을 무너뜨리는 ‘의석수 붕괴’가 예고돼 있는데 제1야당인 노동당은 정작 대안을 제시하지 못해 유리한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수당의 리시 수낵 총리와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대표는 26일 BBC방송 토론에서 감세 정책, 국경 통제 등 현안을 두고 맞붙었다. 노동당에 두 배 이상으로 지지율이 뒤처지는 수낵 총리는 유권자들을 향해 “노동당에 굴복하지 말라”고 반복해 말했다. 감세를 공약으로 내건 자신과 달리 노동당은 세금을 올릴 것이며, 복지 지출에 치중하느라 이민 통제에 재원을 제대로 투입하지 못할 것이란 주장이다. 야당에 대한 네거티브 선거전을 벌인 셈이다. 현지에선 보수당의 대패 전망이 지배적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26일 여론조사에서 의회 450석 중 노동당은 과반수인 250석을 차지해 1위였지만 보수당은 60석을 차지해 자유민주당(71석)에도 밀렸다. 보수당 의석이 노동당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이 와중에 보수당 후보와 보직자들이 총선과 관련한 내기를 했다는 의혹으로 조사를 받는 ‘베팅 스캔들’까지 불거져 민심을 잃고 있다. 유리한 고지를 점한 노동당의 스타머 대표는 최근 보수당의 베팅 스캔들을 집중 공략하며 마찬가지로 네거티브전에 나섰다. 보수당 소속이던 보리스 존슨 전 총리의 팬데믹 기간 규정 위반을 상기시키며 보수당의 청렴성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좋은 기회를 잘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팀 베일 런던 퀸메리대 교수는 AP통신에 “스타머 대표는 (노동당 소속) 토니 블레어 전 총리 같은 카리스마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TV토론 직후 유고브의 여론조사에서 두 사람은 50 대 50으로 비겼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토론에서 한 청중이 ‘당신 둘이 정말 우리의 최선인가’란 질문을 했는데 안타깝게도 대답은 ‘그렇다’라고 본다”고 평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프랑스는 예기치 않게 닥친 조기 총선으로 정국이 혼란에 빠졌다. 다음달 26일 개막하는 파리올림픽마저 이달 30일과 다음달 7일로 이어지는 총선에 묻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때문에 안 이달고 파리시장은 조기 총선 발표로 올림픽 홍보가 지장을 받았다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조기 총선은 프랑스 내부 사정으로 비쳐지기 마련이지만 이번엔 유럽 전역을 흔들 사건이란 우려가 나온다. 총선에서 승리가 우세한 극우 성향 국민연합(RN)이 의회에서 다수를 차지하면 민족주의적 표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책으로 프랑스 경제가 불안해지고, 무역이 위축될 수 있다는 얘기다.● 佛기업들 “선거 탓에 주문 감소”프랑스 총선은 30일 1차 투표에서 지역별로 과반을 얻는 후보가 없으면 다음 달 7일 2차 결선 투표에서 최다 득표자를 승자로 결정한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RN이 35%의 지지율로 1위가 되고, 좌파 4개 정당 연합인 신민중전선(NFP)이 27%로 2위를 차지할 것으로 관측됐다. 이에 비해 집권당 르네상스는 20%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선거에서 최다 의석을 차지한 당 대표가 총리로 추천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 RN의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가 중도 성향인 마크롱 대통령과 동거정부를 꾸릴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프랑스 정치사에 전례 없는 ‘중도 대통령-극우 총리’ 정부가 탄생하게 된다.이에 따라 프랑스 기업들부터 걱정이 앞선다. 프랑스 기업들은 이번 선거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경제 활동을 급격히 둔화시켜 주문이 감소된다고 보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에 따르면 최근 프랑스 기업 활동을 보여주는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월 48.9에서 6월 48.2로 하락했다. 성장 여부를 구분하는 50선 아래로 떨어지면서 신규 주문이 올해 들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이번 조사에서 프랑스 기업 구매 담당자 일부는 이번 기업 활동 감소가 선거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답했다. 함부르크 커머셜 뱅크의 노먼 리브케 이코노미스트는 “다가오는 선거의 불확실성으로 프랑스 기업들이 힘든 시기를 두려워하며 정체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극우 감세공약, 재정 악화 우려투자자들이 극우 정당의 집권을 우려하는 이유는 감세 정책에 있다. RN의 감세 정책이 프랑스 재정 악화를 심화시켜 프랑스 경제를 위축시킬 것이란 얘기다. 바르델라 RN 대표는 전 국민에 대한 부가가치세(VAT) 인하와 39세 이하에 대한 세금 감면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하지만 현 집권당 르네상스는 RN이 세금은 깎아준다면서 대신 어디서 세금을 걷어 세수를 충당할지는 제시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재정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포퓰리즘 정책이란 지적이 나온다.RN이 마크롱 대통령이 야심 차게 추진한 연금 개혁을 취소하고 법정 퇴직 연령을 현재 추진 목표인 64세에서 기존 62세로 되돌리겠다고 한 점도 문제다. 장-필립 탕기 RN 재정 담당자는 현지 방송인 프랑스앵포에 출연해 “당이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개혁을 취소하고 법정 퇴직연령을 62세로 되돌리려면 정부가 90억 유로(약 13조3000억 원)를 지출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다른 조치로 보상을 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RN이 연금 개혁을 폐기하면 재정에 더 부담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 “佛 경제혼란, 유로화 위기 촉발”프랑스 재정 적자는 안 그래도 심각한 상황이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달 “프랑스 재정적자가 2027년 국내총생산(GDP)의 3%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낮췄다.감세 정책과 연금 개혁 폐기로 재정에 무리가 되면 프랑스 정부는 부채 상환에 큰 부담을 안게 되고, 재정을 적극적으로 쓸 수 없으니 경기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 ‘정치 초보’ 정당의 리더십도 경제에 악재다. 프랑스 증권거래소 운영을 맡은 유로넥스트의 스테판 무이나 최고경영자(CEO)는 프랑스앵포에 “한 번도 통치한 적이 없는 정당이 권력을 잡으면 완전히 불확실한 미지의 상태가 될 것”이라고 했다.프랑스의 경제 위기는 유럽에서 단일통화로 쓰이는 유로화 가치 하락까지 촉발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프랑스가 국수주의적 정책을 채택하면서 경제와 사회 위기를 일으키고, 유로화의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에서 불거지는 경제 이슈가 부쩍 늘었습니다. 경제 분야 취재 경험과 유럽 특파원으로 접하는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 유럽 경제를 풀어드리겠습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세계적 현대미술관인 프랑스 파리의 퐁피두센터가 한국 추상미술의 1세대 작가인 고 방혜자 화백(1937∼2022)의 회고전을 25일(현지 시간) 개막했다. 한국 작가로는 처음 마련된 회고전으로, 프랑스 내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이 순수예술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방 화백의 회고전은 이날 파리 퐁피두센터 5층의 전시실 두 곳에서 열렸다. 선보인 작품 30점 중 13점은 기증받은 작품이고 1점은 미술관이 구입했다. 나머지는 개인 소장 작품으로 회고전을 위해 한꺼번에 선보였다. 자비에르 레이 프랑스 국립현대미술관장은 회고전 개막식 축사에서 “방 화백은 한국 작가로 파리로 이주한 뒤 자신의 예술을 정립하고 발전시킨 위대한 예술가”라며 “한국과 프랑스를 자주 오가며 생전에 전통 한지 작업을 했는데 이 작업은 두 세계를 이어줬다”고 평가했다. 방 화백은 6·25전쟁 직후인 1956년 서울대 미대 서양화과에 입학했다. ‘단색화의 거장’ 이우환(88), 우현 송영방(1936∼2021)과 함께 1세대 서양화가 장욱진(1917∼1990)에게 그림을 배웠다. 1961년 국내 첫 프랑스 국비유학생으로 선발돼 파리 국립미술학교에서 수학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프랑스의 샤르트르대성당에 해외 작가 최초로 스테인드글라스 작품 4점을 설치하는 등 세계적으로도 명성을 알렸다. 방 화백은 ‘빛의 화가’로 불릴 정도로 빛의 표현에 주력했다. 그의 작품은 한국적 색채가 짙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작 ‘우주의 노래’(1976년)는 한지와 황토를 섞어 빛의 번짐을 표현한 작품이다. 방 화백의 회고전은 내년 3월 10일까지 진행된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30일 프랑스 조기 총선 1차 투표를 닷새 앞두고 차기 총리직을 놓고 겨루는 ‘간판 청년정치인’ 30대 현직 총리와 20대 극우정당 대표가 TV토론에서 격돌했다. 감세와 이민정책 등을 두고 치열한 설전을 벌였으나, 양측 모두 약점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극우 측은 실현성이 떨어지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공약만 되풀이했고, 총리는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현지에선 극우정당이 총선에서 압승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중도 성향인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새로운 극우 총리가 ‘이질적인 동거 정부’를 이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프랑스 안팎에선 “총선 이후 여러 정책이 삐걱거리고 경제적 혼란도 커질 수 있다”며 “프랑스 총선발(發) 유로화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젊은 간판’ 아탈 vs 바르델라 격돌 25일 프랑스 방송사 TF1이 주최한 정당 대표 3자 토론회는 참석자 중에 40대도 없을 정도로 ‘젊은피’들의 무대였다. 중도 성향 집권당 르네상스의 가브리엘 아탈 총리(35)와 극우 국민연합(RN)의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29), 좌파 연합인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마뉘엘 봉파르 의원(38)은 시종일관 팽팽하게 맞서며 논쟁을 이어 갔다. 특히 아탈 총리와 바르델라 대표의 대결은 이번 TV토론의 백미였다. 바르델라 대표는 ‘단골 공약’인 감세 정책으로 지지를 호소하는 데 집중했다. 전 국민 부가가치세(VAT) 인하와 39세 이하 세금 감면 공약을 내세우며 “국민이 믿어준다면 구매력(을 높이는)의 총리가 되겠다”고 했다. 세금을 깎아 고물가에 지친 민심을 달래겠다는 취지다. 이에 아탈 총리는 중간중간 말까지 끊어가며 “자금 조달은 어떻게 할 거냐”라고 쏘아붙였다. 재정 적자가 심각한데 세금까지 깎으면 나라 곳간이 텅 빌 거라는 지적이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달 “프랑스 재정적자가 2027년 국내총생산(GDP)의 3%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낮췄다. 아탈 총리는 “총리로서 거짓말하고 싶지 않다”며 “바르델라는 마법처럼 VAT를 깎겠다면서 자금 조달 방법은 내놓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그 역시 재정적자를 해결할 대책을 제시하진 못한 채 “내년 겨울부터 전기요금을 15% 인하하겠다”며 마찬가지로 재정에 부담이 될 공약을 내놓았다. 바르델라 대표는 “당신이 믿을 만했다면 (우리가) 이 자리에 있지 않았을 것”이라며 “겸손하라”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 이달 6∼9일 유럽의회 선거에서 집권당의 참패로 마크롱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시킨 책임을 상기시킨 것이다.● “이질적 동거정부, 정치적 마비 우려” 현지에선 젊은 스타 정치인들의 대격돌로 기대를 모았던 TV토론이 기대보다 실망스러웠다는 의견이 많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결정적인 핵심 쟁점은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조연으로 치부됐던 봉파르 의원이 되레 차분하게 의견을 개진했다는 호평도 나왔다. 프랑스 총선은 30일 1차 투표에서 지역별로 과반을 얻는 후보가 없으면 다음 달 7일 2차 결선 투표의 최다 득표자가 승자가 된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RN이 35%의 지지율로 1위가 되고, 좌파 4개 정당 연합인 신민중전선(NFP)이 27%로 2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집권당 르네상스는 20%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최다 의석을 차지한 당 대표가 총리로 추천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 프랑스 정치사에 전례가 없는 ‘중도 대통령-극우 총리’라는 동거정부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융합하기 어려운 대통령과 총리 체제가 경제 현안 등에서 삐걱거리면 프랑스는 물론 유럽 전체가 경제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 “극우가 의회를 지배하면 포퓰리즘 정책으로 경제가 흔들려 유럽 단일통화인 유로화의 위기까지 촉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프란치스코 교황(사진)이 지난해 물의를 일으켜 고국인 독일로 돌려보냈던 전직 교황 비서관을 발트해 연안 3국 대사로 임명했다. 불편한 관계에 있던 동료를 용서하며 화해의 손길을 내민 셈이다. 현지 언론에선 교황이 ‘자비를 베풀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24일(현지 시간) 교황청 관영 매체 바티칸뉴스에 따르면 교황청은 이날 게오르크 겐스바인 대주교(68)를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의 교황 대사로 임명했다. 겐스바인 대주교는 고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오랜 비서였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2013년 2월 교황직에서 사임한 뒤에도 겐스바인 대주교는 직책을 맡아 약 7년간 전·현 교황을 모두 섬겼다. 2022년 말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선종한 뒤 그는 회고록 ‘진실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교황 베네딕토 16세 옆에 있는 나의 삶’을 출간해 주목받았다. 회고록에서 교황청의 음모를 폭로하고 전·현 교황이 행복한 관계였다는 통념을 깨뜨렸기 때문이다. 그는 책 출판 이후 2020년 교황청 장관직은 중단했지만 공식적으론 지난해까지 그 직책을 유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교황청 업무에서 겐스바인 대주교를 해임하고 그가 속한 교구인 독일 남서부의 프라이부르크로 돌아갈 것을 명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미국에선 한 끼에 1인 15유로(약 2만2000원) 정도였는데, 파리는 어딜 가도 30유로가 넘네요.” 20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몽마르트르 언덕 근처에서 만난 미국인 관광객 앨릭스 호프 씨는 파리에 왔다가 비싼 외식비에 깜짝 놀랐다. 대도시의 유명 관광지라 웬만큼 각오는 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식비가 많이 들어 당황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잠시 머무는 외지인들만 느끼는 게 아니다. 최근 번화가를 중심으로 ‘바가지 영업’ 조짐이 번져 파리 시민들도 불만이 적지 않다. 아메리카노 한 잔에 6유로를 받는 등 기존보다 몇 배나 가격을 올린 식당도 늘고 있다. 한 카페는 오렌지주스 1잔에 9유로를 달라고 했다.》관광객을 집중 겨냥한 기념품 가게는 가격 ‘뻥튀기’가 더욱 심했다. 보통 2유로쯤 하던 엽서 한 장이 6유로에 팔렸다. 비싼 가격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빈손으로 자리를 뜨는 고객들이 적지 않았다. 다음 달 26일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을 한 달 앞두고 파리는 이미 ‘비싼 올림픽’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관광객은 둘째치고 파리지앵들도 치솟는 물가에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주민들도 올림픽 개최에 대한 기대보다는 “빨리 끝나기만 기다린다”란 반응이 주를 이뤘다. ● “지하철표 올림픽 전에 사두자” 현지에서 가장 큰 불만은 대중교통이다. 지하철 요금이 올림픽 기간에 2배로 오르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종일권’은 원래 한 장에 8.65유로. 하지만 7월 20일부터 9월 8일까지 16유로로 인상된다. 정부는 “올림픽 기간에 대중교통 혼잡을 막기 위해서”라고 인상 이유를 밝혔다. 이용자 급증에 대비해 지하철을 증편하는 비용을 요금 인상으로 충당하겠다는 취지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파리 시민들은 “그렇다고 해도 인상 폭이 너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올림픽 기간 에펠탑이나 콩코르드광장 등이 경기장으로 바뀌는 바람에 시내 도로 곳곳이 통제돼 도심 운전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 그 때문에 그나마 믿을 만한 이동수단이 지하철인데, ‘그럼 걸어 다니란 얘기냐’란 볼멘소리가 나온다. 올림픽 이전에 장기 통행권을 미리 최대한 사두려는 주민들도 늘고 있다. 파리 주요 명소의 입장료도 속속 오르고 있다. 세계인들이 몰려오는 올림픽을 맞아 관광 수익을 바짝 올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미 루브르박물관은 관람료가 30% 인상됐으며, ‘파리의 얼굴’ 에펠탑 입장료도 약 20% 오른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에펠탑 입장료는 노후 시설 보수비용 마련과 팬데믹 시즌에 입장객이 줄어든 손실 보충을 위해 이번에 올랐다. 호텔 숙박비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BFM TV는 “올림픽 기간에 호텔 가격은 평상시 대비 21%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명당’으로 꼽히는 호텔 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프랑스 소비자단체 ‘크 슈아지르’가 센강변에 위치한 3, 4성급 호텔 80곳을 조사한 결과 개회식 당일 1박 투숙 요금(성인 2명 기준)은 평균 1033유로였다. 온라인 구입 플랫폼 아마데우스에 따르면 올림픽 개막 주인 7월 마지막 주 파리의 호텔 객실 점유율은 이미 평균 74%에 이른다.● 초호화 올림픽 패키지도 등장 올림픽 인플레이션은 개최지마다 항상 논란이 벌어지는 이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많은 이들이 즐길 수 있는 ‘열린 대회’란 슬로건을 내걸고 있지만 언제나 비싼 티켓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그중에서도 파리 올림픽은 유독 더 ‘돈 있는 이’들에게만 열린 대회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는 초기에 가장 저렴한 24유로짜리 관람권 100만 장을 풀었는데, 일찍이 매진돼 버렸다. 이후 티켓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육상 준결승전 관람권은 980유로에 이른다.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야외에서 열리는 ‘센강 개회식’ 입장권은 무려 2700유로다. 이에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조차 “내 가족들도 경기를 보러 올 수가 없다”는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프랑스 유도 선수인 아망딘 뷔샤르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올림픽이라지만 실제로는 은행 대출이라도 받아야 사랑하는 이들이 나를 볼 수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과 일본 도쿄 올림픽 여성7종경기에서 연속으로 금메달을 땄던 벨기에 선수 나피사투 티암은 자국 언론 DH에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가족이 나를 보러 올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불만이 커지고 있지만 파리올림픽조직위는 이전 올림픽과 비교하면 양호하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조직위는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가격은 2012년 런던 올림픽 수준과 엇비슷하다”며 “2020년 도쿄 올림픽 땐 엄격한 팬데믹 규제로 관중 입장이 제한됐지만 오히려 파리 올림픽보다 더 비쌌다”는 입장이다. 그 와중에 일반 서민에겐 그림의 떡인 ‘슈퍼 리치’를 겨냥한 초호화 올림픽 패키지 상품들은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올림픽 경기 입장권에 파리 고급 레스토랑 식사나 5성급 호텔 숙박을 묶은 상품들이 적지 않다. 대형 스포츠 에이전시들은 선수 네트워크를 활용해 유명 선수와의 만남이나 선수촌 제한구역 투어 등을 끼워 넣은 상품도 내놓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한 업체에선 올림픽 결승전 및 개회식 관련 상품이 38만1600달러(약 5억3000만 원)에 팔리고 있다.● 기업 마케팅 각축…韓 기업들도 나서 올림픽을 앞두고 여러 의견이 나오는 와중에 글로벌 기업들의 이색 마케팅들도 눈길을 끌고 있다. 관광객 등의 눈길을 사로잡는 데 한몫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숙박 예약 플랫폼인 에어비앤비는 개회식 당일에 맞춰 전무후무한 호텔 숙박권을 걸고 홍보하고 있다. 숙박권이 걸린 호텔은 과거 파리에서 번화했던 옛 오르세역 건물 5층에 위치한 시계실이다. 올해 마티유 르아뇌르 디자이너가 이 공간을 고급 침실로 변신시켰다. 에어비앤비 측은 “역사적으로 이곳에서 숙박이 가능했던 적이 없다”며 “새롭게 꾸며진 침실은 독특한 플로팅 침대와 파리 올림픽 성화의 복제품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IOC 공식 글로벌 파트너인 삼성전자는 샹젤리제 거리 개선문이 훤히 올려다보이는 공간에 홍보관을 열었다. 건축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과의 디자인 협업으로 완성됐다. 방문객들은 10월 31일까지 삼성전자의 각종 제품을 체험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세계인들에게 한국 관광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22, 23일 파리 대형 쇼핑몰 ‘웨스트필드 포럼 데 알’에서 홍보 박람회 ‘K관광 로드쇼’를 열었다. 올림픽 기간 파리 시내 190여 곳에서 한국을 알리는 광고를 송출한다. 2016년 프랑스 스포츠법률 및 경제센터에 따르면 세계적 기업들이 모여드는 파리 올림픽의 경제적 효과는 최대 107억 유로로 추산된다. 하지만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경제 상황이 많이 바뀌어 이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블라디미르 안드레프 파리 판데온소르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인플레이션 위기와 국제적 상황을 고려해 경제효과 추정치를 수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은아 파리 특파원 achim@donga.com}
프랑스 파리에서 한국 관광을 소개하는 대규모 체험 행사가 열렸다. 한국을 찾은 프랑스인 관광객이 지난해 사상 최고치에 달하는 등 프랑스 내 K관광에 대한 관심도 높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다음 달 26일 개막하는 2024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22, 23일(현지 시간) 파리 쇼핑몰 ‘웨스트필드 포럼 데 알’에서 ‘K-관광 로드쇼’를 열었다. 쇼핑몰의 지하 3층을 한국관광 홍보존으로 마련했다. 방문객들은 대한항공 1등석 좌석이 설치된 포토존에서 한국에 항공기로 도착하는 느낌을 체험했다. K팝 댄스 강좌와 K뷰티 강좌는 물론이고 길거리 음식 체험, 전통주 칵테일 시음 등이 인기를 끌었다. 문체부와 관광공사는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파리 시내 190여 곳에 한국관광 광고를 내보내고, 올림픽 기간 동안 운영되는 코리아하우스에 관광홍보관을 운영할 계획이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러시아 최남단 다게스탄자치공화국에서 잇따라 테러가 발생하며 경찰 15명을 포함한 최소 19명이 숨졌다. 3월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콘서트장 테러로 약 140명이 사망한 지 3개월 만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집중하면서 러시아 내 치안 체계에 균열이 생긴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방에선 이번 테러가 그리스 정교회 축제인 오순절(23일)을 맞아 해당 지역의 유대교와 기독교 종교시설을 목표로 한 점으로 미뤄 3월 테러와 마찬가지로 종교 갈등이 원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는 이번에도 ‘우크라이나 배후설’을 주장하며 원인을 외부 탓으로 돌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대교, 그리스 정교회 겨냥 동시 테러 24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오순절을 맞은 전날 오후 6시경 다게스탄 데르벤트에서 무장괴한들이 유대교 회당과 정교회 성당에 침입해 성직자와 신도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했다. 유대교 회당에서는 총격에 이어 화재가 발생해 건물이 타버렸다. 같은 날 다게스탄 수도 마하치칼라에서도 저녁 괴한들이 정교회 성당과 인근 경찰 초소를 공격했다. 다게스탄 내무부는 이번 공격으로 테러 공격을 진압하던 경찰관 15명과 정교회 신부를 포함한 민간인 4명 등 최소 19명이 숨지고, 25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밝혔다. 총격범 5명도 숨졌으며 이들의 신원이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연방조사위원회(ICR)는 “대중의 높은 관심과 신속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위해 중앙으로 이관해 추가 조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게스탄은 러시아와 두 차례 독립전쟁을 치른 체첸공화국과 인접해 있다. 이전부터 이슬람 반군들이 세력 확대를 시도하며 여러 차례 테러를 일으켰다. 특히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로 정세 불안이 더 심각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유대교 회당과 정교회 성당이 모두 공격받은 데르벤트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역사 도시다. 민족 구성이 다양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6월 ‘프리고진 쿠데타’ 발생 직후 민심 수습을 위해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이기도 하다. 마하치칼라에선 지난해 10월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출발한 여객기를 막기 위해 팔레스타인 국기를 든 수백 명이 공항에 난입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이번에도 “서방-우크라에 배후 있다” 테러 공격의 배후는 아직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배후로 지목하고 나섰다. 세르게이 멜리코프 다게스탄공화국 수반은 이날 텔레그램 동영상을 통해 구체적인 정보를 밝히지 않은 채 “공격의 배후가 누구인지 파악했다”고 말했다. 또 “이번 공격이 해외에서 준비됐고, 다게스탄은 이제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관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압티 알라우디노프 러시아군 총정치국 부국장도 “서방에 책임자가 있다”며 “이들은 러시아에 맞서 하이브리드 전쟁(비군사적 수단을 활용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모스크바 콘서트홀 테러 때도 별다른 증거 없이 “테러범들이 우크라이나 쪽으로 도주하려 했다”며 우크라이나 배후설을 주장한 바 있다. 당시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분파인 ‘IS-K’(호라산)는 테러 직후 자신들의 소행을 자처했다. 푸틴 대통령은 직접 반응을 내놓진 않았다. 다만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은 크림반도에서 미사일 공격으로 가족을 잃은 이들, 다게스탄에서 숨진 이들과 가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강제 병합된 크림반도를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로 공습한 것을 함께 거론한 것이다. 러시아 내부에서도 서방으로 책임을 돌리는 태도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 상원의원은 텔레그램에서 “모든 테러를 우크라이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계략으로 간주하면 러시아에 큰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한국의 대(對)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지원 검토에 대해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제공하면 큰 실수가 될 것”이라며 “그런 일이 일어나면 우리는 상응하는 결정을 할 것이고 이는 한국 지도부에 달갑지 않은 결정일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이 직접 한국에 ‘고통스러운 방식으로 보복하겠다’고 위협한 셈이다. 유사시 러시아의 한반도 군사 개입 근거를 담은 북-러 조약 체결에 우리 정부가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불가 원칙을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한 지 24시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또 북한에 초정밀 무기를 공급하는 것을 배제하지 않는다며 우리 정부가 레드라인으로 규정해 온 ‘첨단 군사기술 이전’을 노골적으로 거론했다. 북-러 조약 체결에 따른 안보 위협을 엄중 항의하기 위해 우리 외교부가 21일 초치한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 대사는 오히려 “러시아 연방에 대한 위협과 협박 시도는 용납될 수 없다”고 맞받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은 이날 담화를 내고 우리 민간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이유로 “분명 하지 말라고 한 일을 또 벌였으니 하지 않아도 될 일거리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며 오물풍선 살포 재개 등 보복성 도발을 예고했다. 북한이 북-러 조약을 공개한 20일에는 북한군 여러 명이 중부전선에서 군사분계선(MDL)을 20m가량 침범했다가 경고 사격을 받고 되돌아갔다고 합참이 21일 밝혔다. 러시아가 한국의 새로운 안보 위협으로 떠오르며 한-러 관계가 격랑에 빠져드는 가운데 북-러가 동시에 보복 위협을 내놓자 한국 정부는 한미일 공동 대응을 강조하고 나섰다. 북-러 군사동맹이 불러온 안보 위협이 한-러 갈등은 물론 한미일 대 북-러 간 신냉전 대치를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다음 주 한미일의 다영역 연합훈련인 ‘프리덤 에지’에 미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참가한다. 한미일 3국 안보실장 또는 외교 국방 장차관급 소통도 확대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다음 달 말 일본에서 개최되는 미일 2+2 외교·국방장관 회담에 한국이 참가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필요하면 우리도 참여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제공 여부와 수준은 러시아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북-러 조약 체결 다음 날인 20일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우크라이나군이 미국산 무기로 모든 국경 지역에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레드라인 넘겠다는 푸틴… 韓美日,내주 연합훈련으로 ‘경고장’[‘북러 vs 한미일’ 신냉전 가속화]푸틴發 안보위협, 한반도 긴장 고조푸틴 “北에 초정밀 무기 공급할수도”… 이행땐 北의 핵-미사일 위협 증폭韓 “우크라 지원 수준, 러 태도에 달려”… 한미일 내달 외교-국방 대화도 추진“러시아는 다른 나라에 무기를 공급할 권리가 있으며 북한과 맺은 합의에서도 이를 배제하지 않는다.” 블룸버그통신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북한에 초정밀 무기를 공급하는 것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북-러 밀착에 대응해 대(對)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재검토라는 초강수를 던진 우리 정부를 향해 “아주 큰 실수가 될 것”이라며 보복을 협박하는 동시에 대북 첨단 무기 공급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 러시아가 넘지 말아야 할 레드라인으로 우리 정부가 규정한 대북 첨단 군사기술·무기 지원의 구체적인 방식을 노골적으로 거론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는 북한에 대한 첨단군사무기·기술 지원이라는 레드라인을 넘는 러시아의 행동이 구체화되면 우리에 대한 심각한 안보 위협이 현실화되는 것이라고 보고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지원을 포함한 전방위 외교·군사 대응에 단계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우선 ‘푸틴발’ 안보 위협에 맞서 한미일 고위급 회동이나 3자 연합훈련 실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의 협력 강화 등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냉전시대 혈맹 수준 관계를 복원한 북-러 군사동맹 대 한미일 간의 신냉전 구도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푸틴, ‘레드라인 넘겠다’ 노골화 정부는 러시아가 첨단 무기를 북한에 실제로 지원할 경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핵 탑재가 가능한 신형 순항미사일 등이 한반도에 배치될 경우 기존 한미 연합 작전계획이나 방어태세를 전면 수정하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검토 카드를 꺼내든 건 실제 북-러가 레드라인에 빠르게 근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무기 지원 수준은 러시아의 태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절차 등에 대한 법적, 행정적 검토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실제 행동이 포착되면 우리 정부가 살상무기 지원을 공식 발표한 뒤 무기의 위력별로 구분해 단계적 지원에 나서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절실한 ‘창(고위력 정밀타격무기)과 방패(방공무기)’를 모두 갖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이날 우리 정부를 겨냥해 사실상 최고 수위의 경고성 발언을 쏟아낸 것도 한국의 무기 지원이 우크라이나 전황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창’은 휴대용 대전차 유도무기와 천무 다연장로켓 등이 대표적이다. ‘방패’는 휴대용 지대공 유도무기 ‘신궁’과 탄도미사일까지 요격할 수 있는 ‘천궁-2’ 등을 들 수 있다. 다만 전차나 전투기, 미사일 등의 운용에 병력이 필요한 전력들은 지원 리스트에서 후순위로 밀릴 것으로 보인다. 이들 무기를 운용하기 위해선 사실상 우리 군 파병이 동반돼야 해 긴장 수위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 안팎에선 우선순위 지원 무기들로 155mm 포탄이나 대전차 유도탄 등이 거론되고 있다. 병력 지원 없이 상호호환이 가능해 우크라이나군도 바로 전쟁에 투입할 수 있고, 살상 반경이 좁아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러 밀착, 한미일 3국 안보에 중대 위협” 우리 정부는 당분간 양국이 서로의 레드라인을 주시하면서 긴장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을 검토하면서도 단기적으론 한미일을 중심으로 한 외교·군사적 대응에 집중할 방침이다. 정부 당국자는 “일단 한-러가 ‘말’로 주고받았지만 우리나 러시아나 갈등이 다음 스텝으로 이어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라면서 “비공식적 외교라인 소통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한미일 군 당국은 미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를 전개한 가운데 이달 말 해상·수중·공중·사이버 등 다영역에서 실시되는 군사훈련 ‘프리덤 에지’를 처음으로 실시해 북-러 밀착에 경고장을 날릴 방침이다. 다음 달 말 일본에서 개최되는 미일 2+2 외교·국방장관 회담에 한국이 참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20일 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에 이어 이날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 일본 외상과 전화통화를 하고, 북-러의 동맹급 밀착이 “한미일 3국 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유럽 정치 뒤흔드는 ‘청년 극우’인스타그램, 틱톡 등으로 재치 있고 세련되게 소통하는 ‘청년 극우’가 유럽을 뒤흔들고 있다. 30일 프랑스 조기 총선을 앞두고 곳곳에서 청년 극우가 왜 돌풍인지, 지지자들의 속내는 무엇인지 짚어봤다.》“‘극우파’가 아니라 ‘애국파’라 불러주세요.”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청년 조직인 RNJ에서 지롱드 지역 대표를 맡고 있는 오아다 야니스 씨는 18일(현지 시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대뜸 “극우란 표현을 바로잡고 싶다”고 했다. 그는 RN 지지에 대해 “극좌파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나라를 망치는 걸 지켜보는데 지쳤다”며 “멀쩡한 나라를 되찾고 싶다”고 털어놨다. 6∼9일 유럽의회 선거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 성향 집권당 르네상스가 극우 RN에 참패하자 프랑스는 정치적 후폭풍이 거세다. 마크롱 대통령은 의회를 해산하고 30일과 다음 달 7일로 이어지는 조기 총선을 발표했다. 극우 지지자들은 ‘정권 교체의 기회’라 환호하는 반면, 중도·좌파는 ‘극우를 저지해야 한다’며 전의(戰意)로 가득하다. 유럽을 휩쓰는 극우의 돌풍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극우 정당을 지지하는 청년들이 급증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프랑스와 독일은 물론이고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 유럽 곳곳에서 전례 없는 극우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과거 유럽 극우 지지자들은 상대적으로 소수였고, 드러나지 않게 활동했다. 하지만 최근 극우 세력은 청년층을 중심으로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등 소셜미디어를 앞세워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당당하게 드러낸다. 동아일보는 최근 유럽 내 극우 부상과 관련해 실제로 극우 정당에 몸담고 있는 청년 3명의 인터뷰를 함께 진행했다. 이들은 모두 ‘극우’ 하면 떠오르는 강성적 태도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히려 부드럽고 친근하게 답하는 태도가 인상적일 정도였다. “우리 정당을 취재해줘서 고맙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해 달라”며 거리감을 좁혔다. ● ‘그레타 세대’ 대신 ‘청년 극우’ 부상 원래 20, 30대 젊은 유권자들은 진보 성향이 강한 편이다. 특히 친환경 정책에 대한 지지가 강해 유럽 청년층은 스웨덴의 젊은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이름을 따서 ‘그레타 세대’로 불린다. 이들의 지지를 등에 업은 진보 성향 녹색당은 2019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전체 의석의 10%를 차지하며 4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유럽의회는 판도가 확 바뀌었다. 기존 제1당인 중도 우파 유럽국민당(EPP)과 중도 좌파 사회민주진보동맹(S&D), 중도 자유당그룹(Renews Europe)이 상위 3위를 차지한 건 비슷하다. 하지만 극우 양대 정당인 ‘유럽보수와개혁(ECR)’과 ‘정체성과민주주의(ID)’가 4, 5위에 올랐다. 두 극우 정당이 연대하면 2위 정당의 의석과도 맞먹을 정도다. 현지에선 유럽 정치 지형도에서 변방에 머물던 극우 정당들이 득세한 건 젊은 극우 지지자들의 힘이 결정적이라고 분석한다. 물론 20, 30대 젊은층은 전체적으로 아직 진보 성향이 더 강하다. 하지만 매우 빠른 속도로 ‘우클릭’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3월 여론조사기업 포컬데이터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프랑스 18∼24세 유권자는 35.8%가 RN을 지지했다. 25∼34세의 RN 지지율은 이보다 높은 39.1%였다. 젊은 유권자 10명 중 3, 4명은 극우 정당을 지지한 셈이다. 네덜란드도 18∼34세의 30% 이상이 극우 자유당(PVV)을 지지했다. 스웨덴도 마찬가지다. 극우 스웨덴민주당(SD)이 20% 안팎의 지지를 받았다. 이탈리아의 이탈리아형제들(Fdl), 독일의 독일을위한대안(AfD) 등도 지지율이 각각 15% 안팎으로 만만치 않다. 특히 프랑스는 RN이 집권당 르네상스를 두 배가 넘는 지지율로 이기며 그 동력이 된 젊은 극우들이 더 주목받고 있다. RN 청년 단체로 30세 이하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RNJ는 페이스북 팔로어가 약 8만 명. 각종 소셜미디어를 무기 삼아 젊은 유권자들을 공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아일보와 인터뷰한 극우 정당 청년들은 공통점이 있었다. 자신을 ‘극우’란 틀에 가두려 하지 않았다. “국가와 민족을 우선 생각하는 청년들로 봐 달라”고 입을 모았다. 진영 논리에 갇혀 경직되기보단 열린 태도로 나라에 도움이 되겠다는 취지다. 극우 RN의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29)도 2022년 11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바르델주의(바르델라의 이념)를 어떻게 정의하는가’란 질문에 “상식과 실용주의의 한 형태”라고 했다. 민족주의나 국가우선주의 같은 기존 극우의 전통적 수사(修辭)는 나오지 않았다. 기존 극우와 비교하면 탈이념적인 면모라 할 수 있다. ● “불안의 시대, 안정을 원해” RNJ 청년 당원들은 RN을 지지하는 이유로 “불안해진 사회에서 안정을 찾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현재 유럽은 지정학적으로 이민이 급증하는 와중에, 경제난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러 악재가 겹친 상황이다. 불안정한 현실에 미래마저 불투명해진 청년들은 반(反)이민, 민족주의를 내세워 현실을 바꾸겠다는 극우 정당에서 오히려 안정감을 느끼는 것이다. 바르델라 대표의 인스타그램 팬 계정을 운영하는 아당 우치 씨도 “프랑스에는 경제, 이민과 안보 문제 등 너무 많은 불안 요소들이 존재한다”며 “프랑스인들은 안정을 되찾고 싶어 RN을 지지한다”고 했다. 유럽은 유럽의회 출범 이후 경제난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유럽의회 선거가 있던 2019년 1.98%였다. 하지만 팬데믹을 겪으며 2020년 무려 ―5.56%로 떨어졌다. 물론 이듬해 5.91%로 다시 상승했지만 전년의 역성장에 따른 기저효과가 컸다. 경제는 그후로도 둔화되더니 지난해 결국 ‘0%대 성장’에 머물렀다. 앞으로 5년간 성장 전망치도 1%대 전후에 그친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더 큰 악재였다. 각종 원자재값이 급등하며 경제난을 악화시켰다. 전쟁은 경제난은 물론이고 안보 불안까지 고조시켰다. 프랑스에선 마크롱 대통령이 파병 가능성을 재차 거론하자, 청년들이 발끈해 항의 집회를 벌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언제든 유럽의 다른 국가도 침공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독일과 영국 등이 징병제 논의에 들어간 것도 청년들을 불안하게 했다. 불안한 청춘은 현 권력에 대한 불만을 키웠다. 영국 더타임스는 “2024년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청년들은 기성세대보다 행복하지 않다”며 “청년들 일부는 지구 온난화와 싸우고 있지만, 침묵하는 다수의 젊은이들은 생존의 질을 걱정한다”고 전했다. 독일 청소년 관련 연구자인 시몬 슈네처 씨는 FT에 “현 젊은 세대는 정말 비관적”이라며 “돈이 부족해 자신들이 성장하며 누리던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오만한 권력자는 싫어” “마크롱 대통령이나 다른 정치인들은 오만해요.” 프랑스 파리 외곽 일드프랑스의 발드마른에서 RNJ 당원으로 활동하는 가브리엘 뒤랑 씨는 기성 정치인들에 대한 혐오로 바르델라 대표를 지지하게 됐다. 마크롱 대통령이 연금개혁을 의회 동의 없이 밀어붙이는 등 각종 개혁에 강도 높은 드라이브를 건 게 오히려 반감을 키웠다는 생각이다. 자주 대국민 연설로 소통을 시도하지만, 대개 ‘일방적인 설득’이란 비판도 적지 않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2020년 팬데믹 당시 유럽 지도자들이 내린 봉쇄 명령은 ‘정치 엘리트들은 강압적’이란 인식을 확고하게 했다”며 “이런 불만은 많은 유럽 우파 유권자들 사이에 깊이 뿌리내렸다”고 설명했다. 반면 최근 극우 정치인들은 소탈하게 소통하는 이미지를 앞세웠다. 폴리티코는 “바르델라 대표는 정치 집회 무대에 오르기 전 게시한 영상에서 ‘양복을 다림질하는 게 귀찮아 청바지를 입었다’고 해 많은 댓글과 공감을 얻었다”고 전했다. 이러다 보니 극우 청년들의 눈에 현 권력자들은 오만하고 무능한 ‘꼰대’로 비치고 있다. 유라시아그룹 산하 글로벌문제연구소의 루커스 로빈슨 수석연구원은 영국 더타임스에 “극우 정당에 대한 청년층 지지는 정치권이나 정부가 사회 문제의 구조적 원인을 해결하지 못해 청년들이 좌절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일각에선 이런 젊은 극우의 부상이 청년들이 본질적으로 우파로 돌아선 건 아니란 시각도 있다. 이른바 반정부 정서를 표출하는 방식이란 해석이다. 네덜란드 정치학자 캐서린 더프리스 씨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젊은 유권자들과 극우 사이에 문화적, 이념적 동질성이 있다는 가정은 조심해야 한다”며 “많은 국가에서 젊은이들이 나이든 유권자보다 더 외국인 혐오자가 된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젊은 유권자들은 워낙 다양하게 파편화돼 있다 보니, 하나의 단면이 우경화로 비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외교 전문 매체 포린폴리시는 “지난해 8월 여론조사회사 유고브 여론조사에 따르면 젊은 유럽인들은 기후 위기에 압도적으로 우려를 표하며, 행동하려는 의지가 중장년층보다 훨씬 높았다”며 “독일의 또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젊은층 관심사의 상위 순위엔 인권 침해와 기후변화, 성희롱, 아동학대가 올라 있다”고 전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