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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5년 7월 타결된 ‘이란 핵합의’ 파기를 시사하며 “북한에 올바른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지난달 30일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란 핵협정(JCPOA)’에서 미국이 탈퇴한다면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앞두고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주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자 “그렇지 않다. 그것은 올바른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미사일 탑재용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숨겼다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TV 연설을 거론하면서 “이것을 그저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협정에 따른 이란 제재 면제 여부 결정 시한이 12일인 점을 언급하며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말하지 않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내가 뭘 할지) 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12일 전에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무슨 일이 생길지 두고 볼 것이며, 우리가 깨달은 것은 내가 100% 옳았다는 점을 실제로 보여줬다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직후부터 이란 핵협정을 “사상 최악의 협상”이라고 비난하며 여러 차례 파기를 시사했다. 이란 핵협정의 뼈대는 미국과 유럽이 제재를 푸는 대신 이란은 핵 프로그램을 동결, 제한하기로 한 것이다. 한편 이날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고 검증이 가능할 때까지 제재를 철회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협상장으로 나온 가장 큰 이유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경제 제재’를 꼽으면서 “이 경제적 제재가 실제로 효과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30일 갑자기 판문점을 거론하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놓고 최종 담판을 벌일 후보지로 판문점이 급부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 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많은 국가들이 회담 장소로 고려되고 있지만 한국과 북한의 경계(on the border)에 있는 ‘평화의집’, ‘자유의집’이 제3국보다 더 대표성 있고 중요하며 더 오래 기억될 장소가 아닐까”라고 글을 올렸다. “(팔로어 여러분들에게) 그저 물어본 것(just asking)”이라고 단서를 붙였지만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과 자유의집을 회담 장소로 고려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벌써부터 “트럼프가 회담장으로 판문점을 제안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처음엔 폐기됐다 남북 회담 후 판문점 급부상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수용한 뒤 그 장소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 판문점의 이른바 ‘2연속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설마’가 아니라 제대로 힘이 실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중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5개 장소가 검토되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지난달 27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2개 장소로 좁혀졌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지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나선 것은 남북 정상회담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가 결정적인 계기였다고 한다. 당시 문 대통령은 미국이 검토하고 있던 싱가포르와 몽골 외에 판문점과 제주도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할 경우의 상징성과 장점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했다. 실제로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의 제안을 받아들여 회담을 수락한 3월 9일 이후부터 트럼프 대통령에게 판문점을 제안해 왔다. 하지만 당시엔 판문점이 평양, 워싱턴과 함께 일찌감치 후보지에서 제외됐었다. 북한 핵 문제의 직접 당사국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 특히 판문점에서 할 경우 문 대통령에게 포커스가 맞춰지면서 트럼프가 주목을 못 받을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김정은이 유년 시절을 보낸 스위스와 북한과 외교 관계를 갖고 있는 스웨덴, 몽골, 싱가포르 등이 후보지로 거론됐다.○ 남북미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카드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직전에 판문점을 거론하고 나선 것은 전 세계로 생중계된 남북 정상회담을 보고 판문점이 가진 역사적인 상징성을 새삼 확인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이 판문점 선언으로 시동을 건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논의를 트럼프 대통령이 바로 판문점 그곳에서 완성한다는 남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보고 깊은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 일각에서 트럼프가 김정은과 비핵화에 합의할 경우 노벨 평화상 후보로 거론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강력한 명예욕의 소유자인 트럼프를 움직였을 수 있다. 여기에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대형 이벤트를 한 차례 성공적으로 치른 데다 북-미 모두 정상에 대한 경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주성하 기자}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강은 27일 열린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을 축하하고, 이번 회담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외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비핵화 의지를 밝히지 않은 것 등은 이번 회담의 한계로 지적했다. ○ 주변 4강 “한반도, 평화로 가기를 바란다” 미국 백악관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난 직후 한반도의 평화를 염원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백악관은 “미국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역사적인 만남을 계기로 한국 국민에게 평안함이 도래하길 빈다”고 밝혔다. 또 “미국은 한국의 긴밀한 공조에 감사를 표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몇 주 앞으로 다가온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을 준비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 모두 남북 정상이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어 악수하는 역사적 장면을 봤다”며 “남북 정상이 보여준 정치적 결단과 용기를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남북 정상의 공동선언이 발표된 이날 저녁 기자들과 만나 “한국 정부의 노력을 칭찬하고 싶다. 북한 관련 각 현안의 포괄적 해결을 향한 긍정적인 움직임으로 보고 환영한다”고 밝혔다. 또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회담 내용에 대해 직접 듣고 싶다”며 조만간 전화 통화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리는 남북 정상의 회동 자체와 발표된 회담 결과를 아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 “김정은의 입에서 ‘비핵화’가 언급되진 않았다” 미국 CNN은 “기술적으로는 여전히 전쟁 상태에 있는 두 나라의 정상이 함께 매우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며 걷는 광경은 분명 주목할 만했다. 신뢰 관계가 시작되는 걸 지켜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방송의 간판 앵커 크리스티안 아만푸어는 “굉장히 흥미롭고 중요한 단어들과 보디랭귀지가 오갔다”고 평가하면서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 북측의 입에선 비핵화가 단 한 번도 거론되지 않았다는 점은 앞으로 면밀히 분석돼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관영 중국중앙(CC)TV는 환영만찬이 끝날 때쯤 임진각의 현장 기자와 연결한 생방송에서 “비록 핵 폐기, 비핵화를 어떤 방식으로 할지에 대한 명확한 언급이 없었지만 평화체제 구축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조치를 거론했다”고 전했다. 이어 “북-미 회담이 더 큰 좋은 소식을 전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NHK 등 일본 언론은 ‘완전한 비핵화’ 문구가 들어간 것을 평가하면서도 구체적인 일정과 단계가 나오지 않은 점은 한계로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공동선언과 기자발표에 (일본 측 현안인) 납치 일본인 문제가 언급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트위터를 통해 이번 정상회담에 대한 개인적 기대와 우려를 피력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면서도 2007년 자신이 직접 북한의 핵 원자로에 들어가 찍었던 사진을 올렸다. 그는 “곧 다른 이들도 (나와 같은 행보를) 이어갈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북-미 회담 이후 강도 높은 북핵 시설 사찰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 것이다.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CFR) 회장도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준비가 됐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미국을 향한 위협을 줄이기 위해선 아직 이뤄져야 하는 일이 많다”고 적었다. 뉴욕타임스(NYT)의 한반도 전문기자인 데이비드 생어는 27일 CNN에 출연해 “백악관이 기대하고 있는 비핵화와 관련된 그 어떤 시간표도 제시되지 않았다”며 “(핵 문제가 언급되기 시작할 때) 본격적으로 마찰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양국 정상이 깜짝 놀랄 수준의 친밀감을 보였다”면서도 “‘비핵화’가 명확히 무엇을 뜻하는지에 대해선 설명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보수 성향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역사적인 회담을 통해 남북 정상이 평화협정을 추진하자고 말했지만,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북한의 핵무기 포기 의사에 대해선 불확실성이 남았다”고 비판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도쿄=장원재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미국판 ‘살인의 추억’ 진범이 42년 만에 체포됐다. 범인이 전직 경찰이어서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미 언론들은 1976년부터 1986년까지 12명을 살해하고, 45명을 성폭행한 것을 비롯해 120여 건의 강도 행각을 벌인 ‘골든스테이트(캘리포니아주의 별칭) 킬러’가 24일 오후 경찰에 체포됐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피해자들은 13∼41세 여성이었다. 체포된 조지프 제임스 디앤절로는 올해 72세의 백인 남성. 그는 주요 범죄 무대로 삼았던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서 차로 약 30분 떨어진 시트러스 하이츠라는 작은 부촌(富村)에서 살고 있었다. 디앤절로는 1986년 로스앤젤레스 남쪽 어바인에서 18세 여성을 강간 살해한 뒤로는 지금까지 조용한 시민으로 살아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구체적인 가족관계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성인 자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트러스 하이츠에는 6년 전 이사 왔다. 그는 1970, 80년대 캘리포니아주를 공포에 몰아넣은 살인마였다. 그는 여성이 혼자 사는 집을 물색해 며칠 관찰한 뒤 복면과 장갑을 착용하고 들어가 범죄를 저질렀고 전혀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처음에는 여성이 혼자 사는 집을 노렸지만 점차 대담해져 부부와 아이가 있는 집에도 들어가 남편을 묶어 두고 그 부인을 옆방에서 수차례 성폭행하기도 했다. 디앤절로는 여러 엽기적인 특징으로 악명이 높았다. 피해자들을 총으로 협박한 뒤 직접 신발끈으로 꼬아 만든 밧줄을 사용해 이른바 ‘다이아몬드 매듭’으로 결박했다. 성폭행이 끝나면 범죄현장에서 크래커를 먹는 엽기 행각도 벌였다. 먹을 때는 커피잔을 피해자의 몸에 올려놓고 조금이라도 소리가 나면 살해하겠다고 협박했고, 먹고 난 뒤 다시 성폭행을 반복했다. 또 피해자의 물품 가운데 기념품과 보석, 동전 등을 수집해 보관했다. 그는 늘 탈출구가 여러 개 있는 집에 들어갔고, 여러 차례 발각됐지만 그때마다 도주에 성공했다. 디앤절로는 1973∼1979년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 인근 엑세터와 오번 경찰국에서 일했다. 그러나 1979년 약국 절도 혐의로 체포돼 파면됐고 그 후 더 대담하게 범행을 저질렀다. 디앤절로가 42년 만에 체포된 것은 유전자(DNA) 분석의 힘이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2016년 용의자를 60∼75세 금발의 백인 남성으로 규정했고 그 직업이 군사훈련이나 법 집행, 총기 사용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수사는 지지부진했지만 중단되지 않았고, 결국 끈질긴 DNA 분석 끝에 용의자를 특정해 내는 데 성공했다. 경찰은 현재 “디앤절로의 버려진 DNA를 이용해 그를 체포했다”고만 공개했을 뿐 구체적인 추적 및 체포 경위는 밝히지 않고 있다. 경찰은 디앤절로의 집을 며칠 동안 감시하며 그가 비무장 상태로 외출하는 순간을 기다렸다가 체포했다. 새크라멘토 검찰은 25일 “40년 넘게 숨어버린 범인을 찾기는 건초 더미에서 바늘 찾기와 같은 일이었다. 그러나 그 바늘은 분명히 건초 안에 있었다”고 말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주한 미국대사에 지명될 것으로 알려진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관은 미 해군에서 최초로 제독으로 진급한 아시아계다. 1956년 일본 요코스카에서 주일미군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미 본토에서 성장했다. 해리스 사령관은 지일파로 분류되지만 한국과도 깊은 인연이 있다. ○ 안동소주·하회탈에 푹 빠져 부친 해리 빈클레이 해리스는 6·25전쟁 참전용사다. 해군 항해사(중위)로 참전했고 종전 후 군사고문단의 일원으로 진해 해군기지에 2년간 머무르며 선박 엔진 기술을 한국에 전수했다. 해리스 사령관은 2년 전 국내 언론 인터뷰에서 “부친 때문에 나는 어려서부터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감사함을 배웠고, 한국을 깊이 이해하게 됐다”고 한국과의 특별한 인연을 밝혔다. 그는 불고기와 갈비 같은 한국 음식을 좋아하며 특히 경북 안동소주와 하회탈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주호놀룰루 총영사 시절 당시 태평양함대 사령관이었던 해리스 사령관과 의형제를 맺었다는 백기엽 한국관광대 총장(53)은 2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안동소주를 좋아해 사무실에 두고 귀빈이 오면 대접할 정도”라고 말했다. 또 “세계의 민속탈을 모으는 취미를 가진 해리스 사령관에게 한 번은 안동 하회탈을 선물했더니 보자마자 ‘노장탈(탈춤에서 늙은 승려가 쓰는 탈)’이라며 대뜸 알아보고 대단히 기뻐했다”고 덧붙였다.○ 해리스 기용은 북한 압박, 중국 견제 카드 해리스 사령관은 1978년 미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P-3 해상초계기 조종사로 군 생활을 시작한 뒤 6함대 사령관, 태평양함대 사령관을 역임했다. 2015년엔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이 배속된 태평양사령부 사령관(대장)에 취임했다. 그는 2011년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독재정권을 제거하기 위한 ‘오디세이 새벽’ 작전에 미국-유럽 연합군 해상작전 사령관으로 참여해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이 밖에 이라크 사막의 방패·폭풍작전과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 8개 전쟁과 작전에 참전하는 등 실전에서 잔뼈가 굵은 노장이다. 해리스 사령관은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거친 설전을 벌일 때 “오늘 밤에라도 당장 전투에 나설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주한미군을 독려했던 대북 강경파다. 3월엔 상원 청문회에 나와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로 한반도를 적화통일하려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특히 한반도 유사시 증원되는 미군 병력을 지휘하는 현직 태평양사령관의 주한 대사 기용은 트럼프 행정부의 비핵화 해결 의지가 강력하다는 것을 대내외적으로 알리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성 중의 강성인 해리스 사령관을 주한 대사에 앉히는 것 자체가 북한과의 대화는 대화대로 진행하면서도 제재와 압박은 비핵화 해결 때까지 좀처럼 풀지 않겠다는 메시지라는 것이다. 그는 태평양사령관으로서 ‘아시아 재균형 전략’의 실질적 지휘관으로 활약하며 중국의 군사적 야심을 견제했다. 해리스 사령관은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인근으로 군함을 진입시키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치며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무력화했다. 그런 그가 주한 대사에 공식 지명되면 중국이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신화통신은 2월 해리스 사령관이 호주 대사로 지명되자 “각종 언행으로 태평양을 태평하지 못하게 만들어온 일본계 장성 해리스가 임명되면 아시아태평양 평화와 안정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발끈했다. 한국 외교부는 16개월째 공석인 주한 미국대사가 채워지는 것을 반색하는 분위기다. 대북·대중 강경 성향에 대한 우려보다는 일단 “트럼프 행정부와 소통할 상대가 생겼다”는 기대가 앞서는 모습이다.● 해리 해리스 미국 태평양사령관의 북-중 관련 발언“(주한미군이 철수한다면) 김정은은 승리의 춤을 출 것이다.”“(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지나치게 낙관해서는 안 된다. (회담이) 어디로 가는지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3월,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전쟁 수행 능력이 없으면 종이호랑이다. 중국과 충돌을 바라지는 않지만, (전쟁에) 대비해야만 한다.” ―2월, 미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주성하 zsh75@donga.com·신나리 기자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해리 해리스 ::1956년 8월 일본 요코스카 출생(62세)1978년 미 해군사관학교 졸업2009∼2011년 6함대사령관2013∼2015년 태평양함대사령관2015년∼ 태평양사령관}

주한 미국대사에 대북·대중 강경파로 불리는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관(62·사진)이 지명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 CNN 등 미국 언론들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후보자가 호주 대사로 낙점된 해리스 사령관을 주한 대사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천거했다고 24일(현지 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25일 줄리 비숍 호주 외교장관도 하루 전 미 국무부로부터 관련 내용을 통보받았다며 이를 확인했다. WP는 백악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해리스 사령관이 한국 대사로 기꺼이 일하겠다고 폼페이오에게 말했다”며 “대통령의 최종 승인이 나면 곧바로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해리스 사령관은 2월 호주 대사에 지명돼 24일 오전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 청문회에 출석할 예정이었으나 전날 밤 정부의 요청으로 취소됐다. 미국이 호주 대사로 지명된 인사를 주한 대사로 변경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한국이 미국의 최우선 관심사라는 것을 보여준다. 해리스 사령관이 부임하면 최초의 군인 출신 주한 미국대사가 된다. 외교 소식통은 “현직 4성 제독인 해리스 사령관이 임명될 경우 역대 최고위급 주한 미국대사”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후보자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이어 해리스 사령관이 주한 대사로 임명되면 미국의 핵심 대북라인은 모두 강경파 인사로 채워지게 된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주성하 기자}

북한이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결정한 것은 이미 ‘사용 불능’ 상태이기 때문이라는 일부 외신들 주장을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가 정면으로 반박했다. 38노스는 풍계리 핵실험장을 10년 가까이 위성사진으로 꾸준히 관찰하고 분석해 온 전문매체다. 38노스는 23일(현지 시간) 논평을 통해 “북한이 6차례 지하 핵실험을 감행한 풍계리 핵실험장은 우리가 아는 한 여전히 완전 가동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9월 6차 핵실험 이후 북쪽 갱도는 버려졌지만, 굴착공사를 진행해 온 서쪽과 남쪽 갱도에서는 앞으로도 핵실험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38노스는 “풍계리에서 더는 핵실험을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릴 근거는 없다”며 “평양의 명령만 떨어지면 핵실험에 쓸 수 있는 2개의 갱도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38노스는 또 “2018년 3월 초 중요한 새로운 서쪽 갱도가 발견됐고, 3월 중순경 이 갱도가 축소되긴 했지만 4월 초까지도 완전히 중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남쪽 갱도도 미래의 지하 핵실험에 적합하다”고 거듭 강조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미국 정부가 ‘비핵화 조치 없이 제재 완화는 없다’는 입장을 거듭 천명했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23일(현지 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의 분명한 목표는 한반도 비핵화”이라며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북한의 구체적인 조치를 볼 때까지 최대의 제재와 압박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들을 볼 때까지 어떤 제재도 해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북한과 ‘합의했다(has agreed)’라는 표현을 쓴 것을 두고 “이미 비핵화 합의가 된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밝혔다’라고 한 말을 인용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 “비핵화는 미국이 북한과 가질 대화나 협상의 초점”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비핵화 개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북-미 정상회담이 열려야 세부 사항들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말로 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이 있어야만 한다는 것은 매우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우리는 이 과정에서 어리숙하지 않다”며 “올바른 방향으로의 일부 조치를 봤지만 주요한 변화를 보기 위해서는 가야할 길이 멀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 회담에서도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포기를 종용하기 위해 ‘최대압박’ 기조를 유지한다는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이 발표됐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 외무장관은 이틀간의 회동을 마친 뒤 성명을 내고 “북한의 핵무장을 절대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한반도와 그 너머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생물학 및 화학무기를 포함한 모든 대량 살상무기와 미사일, 관련 시설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라는 목표 달성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의미 있는 협상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이 수반돼야 한다”며 “해외에 나와 있는 북한 외교관들의 숫자를 줄이거나 경제적 관계를 축소하는 등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을 유지하겠다”고 덧붙였다.워싱턴=박정훈 특파원sunshade@donga.com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최근 몇 년 사이 방울뱀, 흑곰, 상어의 공격을 당하고도 그때마다 목숨을 건진 ‘행운아’ 청년이 화제다. 주인공은 미국 콜로라도에 사는 야외 스포츠 애호가 딜런 맥윌리엄스(20).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맥윌리엄스는 19일 아침 하와이 카우아이섬에서 보디보드(엎드려서 타는 소형 서프보드)를 즐기다 상어의 공격을 받았다. 그는 상어를 계속 발로 걷어차면서 육지까지 40m 정도 헤엄쳐 나왔다. 상어에게 물려 깊숙한 상처가 난 종아리를 일곱 바늘이나 꿰맸지만, 다행히 다리를 절단하지는 않았다. 그를 공격한 상어는 길이 2m쯤 되는 뱀상어로 추정됐다. 뱀상어는 식인상어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종으로, 공격을 받은 사람이 목숨을 건지기란 쉽지 않다. 맥윌리엄스는 3, 4세 때부터 할아버지한테서 생존 기술을 배웠고, 생존 훈련 강사 자격증까지 갖고 있는 ‘프로’여서 위급한 상황에서도 침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수년간 미국과 캐나다 일원을 돌아다니며 배낭여행 중인 맥윌리엄스는 지난해 7월엔 콜로라도주에서 흑곰에게 물려 끌려가다 목숨을 건져 지역 신문에 보도된 적이 있다. 텐트에서 자던 어느 날 오전 4시경 그는 아픔에 눈을 떴다가 무게 300파운드(약 136kg) 정도 되는 커다란 흑곰의 입에 자신의 뒷목이 물려 있음을 알았다. 그는 질질 끌려가면서도 곰의 눈을 찌르며 사투를 벌였다. 고함소리에 놀란 친구들이 달려오자 곰은 그를 내려놓고, 앞발로 몇 차례 세차게 내려친 뒤 도망갔다. 다음 날 아침 공원 당국은 그의 피가 발톱에 묻어 있는 암컷 불곰을 찾아내 사살했다. 이 공격으로 맥윌리엄스는 뒷목을 아홉 바늘이나 꿰맸다. 지금도 그의 목에는 그때의 흉터가 남아 있다. 맥윌리엄스는 4년 전 유타주에선 하이킹을 하다 방울뱀에게 물리기도 했다. 그는 “다행히 독이 많이 들어가지 않아 2, 3일간 앓은 뒤 일어났다”며 “우리 부모님은 내가 여전히 살아 있는 것만도 감사하신다”고 말했다. 세 번씩이나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온 그는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기보다는 ‘불행한 상황에서의 운’이 좋은 경우인 것 같다”며 “나는 늘 동물을 사랑한다. 그래서 나를 공격한 동물들조차 비난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영국의 캐서린 세손빈(36·사진 왼쪽)이 23일 셋째 자녀를 출산했다. 윌리엄 왕세손(36)과 캐서린 세손빈이 거주하고 있는 런던의 켄싱턴궁 측은 이날 “캐서린 세손빈이 아들을 출산했다”고 발표했다. 켄싱턴궁 측은 “캐서린 세손빈이 오늘 아침 초기 단계의 산기를 느껴 런던 세인트 메리 병원으로 갔으며 오전 11시경 8파운드 7온스(3.83kg)의 아들을 낳았다”면서 “산모와 아이 모두 건강하며 출산 소식에 왕실의 모든 사람이 기뻐하고 있다”고 밝혔다. 윌리엄 왕세손은 아내와 동행했고, 병원에서 셋째의 출생 순간을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병원은 윌리엄 왕세손과 캐서린 세손빈의 첫째인 조지 왕자(5)와 둘째 샬럿 공주(3)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이번에 태어난 왕자는 찰스 왕세자, 윌리엄 왕세손, 조지 왕자, 샬럿 공주에 이어 영국 왕위 계승 서열 5위가 된다. 윌리엄 왕세손의 동생으로 다음 달 미국 여배우 메건 마클과 결혼하는 해리 왕손은 조카가 태어남에 따라 왕위 계승 서열이 종전 5위에서 6위로 바뀐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현 시점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적개심은 여전하다고 중동권 방송 알자지라가 22일 보도했다. 방송은 ‘트럼프에 대한 북한 주민의 시각―그가 사람이기나 합니까’라는 제목으로 이달 중순 제임스 베이스 외교담당 기자가 평양에서 진행했던 인터뷰 일부를 방영했다. 방송에 등장한 한 북한 남성은 “트럼프라는 말만 들어도 하나같이 조선 사람들은 분노한다. 조선 민족 전체를 위협했는데 그가 사람이냐. 승냥이지”라고 화난 표정으로 말했다. 다른 남성은 “미국 사람들은 증오하지 않지만 나는 미국의 제국주의를 싫어한다. 모든 조선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을 증오한다”고 말했다. 방송은 남북, 북-미 관계가 최근 급진전하고 있지만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북한 내 일반적 정서는 여전히 적대적이라고 전했다. 방송은 또 “북한의 일반 주민은 현재 (남북과 북-미 사이에서) 진행 중인 외교적 움직임을 전혀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해당 방송 인터뷰가 북한이 남북, 북-미 대화 국면 소식을 공개적으로 발표하기 전인 이달 중순에 이뤄졌음을 감안할 때 현재는 북한 주민들이 정상회담 소식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65·사진)가 어머니 바버라 부시 여사가 세상을 떠난 지 하루 만에 강단에 서 눈길을 끌었다. 부시 여사의 차남인 부시 전 주지사는 18일(현지 시간) 시카고 교외 도시 오크브룩의 힐턴호텔에서 열린 정부론 포럼에 참석해 청중 800여 명을 대상으로 1시간가량 연설했다. 그는 “내가 (상중이라) 집에 있었다면 어머니는 ‘부시 가족답지 못한 일’이라며 속상해하셨을 것”이라면서 “어머니는 내가 몇 달 전에 스케줄이 잡힌 포럼에 참석하길 원했을 것이고, 또 약속을 지킨 것을 기뻐하실 것”이라고 자신의 포럼 참석 이유를 설명했다. 부시 전 주지사는 이날 연설 대부분을 어머니를 회상하는 데 할애했다. 그는 “어머니는 나의 첫 선생님이었다. 시민으로서의 책임과 의무, 온 마음과 뜻을 다해 가족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실천을 통해 가르치셨다”며 “바버라 부시 같은 어머니를 가진 것은 복권에 당첨된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대 정치의 품격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요즘 TV에 자주 보이는 일부 정치인처럼 말하면 어머니는 회초리로 엉덩이를 때렸을 것”이라고 말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막말을 겨냥한 듯한 발언도 했다. 미국 41대 대통령 조지 부시(93)의 아내이자 43대 대통령 조지 W 부시(71)의 어머니인 부시 여사는 전날 93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부시 여사는 차남인 부시 전 주지사가 2016년 대선에 도전하자 “아들아, 미국은 (너 말고도) 이미 너무 많은 ‘부시’를 가졌단다”라며 끝까지 만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김일성이 들려주었다는 ‘황금덩이와 강낭떡’ 동화를 배우며 자란다.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옛날 어느 마을에 대홍수가 나자 지주는 제일 소중한 황금덩어리들을 보자기에 싸 들쳐 메고 나무에 올라갔다. 그의 머슴은 강낭떡(옥수수떡)을 싼 보자기를 메고 옆 나무에 올라간다. 비는 며칠이고 그칠 줄 몰랐다. 점점 배가 고파진 지주는 머슴에게 황금 한 덩이와 강낭떡을 바꾸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머슴은 한마디로 거절한다. 날이 갈수록 지주가 주겠다는 황금덩이 수는 늘어가고, 마침내는 금을 몽땅 줄 테니 떡을 하나만 달라고 사정사정하지만, 머슴은 끝내 ‘난 금이 필요 없다’며 거절한다. 굶주린 지주는 결국 정신을 잃고 나무에서 떨어져 죽는다. 홍수가 끝난 뒤 머슴은 지주가 남긴 황금을 차지하고 팔자를 고친다.” 이 동화를 통해 북한은 황금만능주의는 강낭떡 한 개보다 쓸데없는 욕심이라고 아이 때부터 세뇌하고 있다. 또 머슴보다 어리석은 지주와 자본가는 탐욕만 부리다가 결국 망할 수밖에 없다고 가르치고 있다. 요즘 한반도 정세가 돌아가는 것을 보니 어렸을 때 배웠던 이 동화가 불쑥 생각났다. 바로 지금 김정은이 먹지도 못할 황금덩이를 부둥켜안고 점점 정신이 혼미해가는 지주의 신세이기 때문이다. 국력을 총동원해 핵과 미사일을 만들어 보따리에 싸 들었지만, 그것으로 배를 채울 수는 없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는 무서운 홍수처럼 언제 끝날지 끝이 보이지 않는다. 결국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자 김정은은 황금덩이를 꺼내선 미국과 한국을 향해 떡을 바꿔 먹자고 손을 내민 형국이다. 문제는 아직 북한이 동화 속 지주처럼 굶주려 정신이 혼미해진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김정은은 지난달 중국에 가서 “한미가 선의로 우리의 노력에 응해 평화 안정의 분위기를 조성해 평화 실현을 위한 단계적, 동시적인 조치를 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생각과 거리가 있다. 그의 속내는 “단계적 접근 방식을 택한 과거의 협상이 모두 실패했고, 북한이 시간을 버는 것을 허용하는 협상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아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선언하고, 최소한 먼저 핵시설을 불능화한 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수용하기를 기대할 것이다. 이렇게 북-미의 견해차가 많이 클 때 김정은이 떠올려야 할 것이 바로 ‘황금덩이와 강낭떡’이란 단순한 동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굶주린 사람에겐 먹을 것을 쥔 사람이 갑이다. 그래서 홍수가 나자 지주와 머슴의 갑을 관계가 바뀌었다. 대북제재로 굶주려가는 북한은 이대로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아직까진 당당하게 ‘단계적, 동시적 조치’를 주장하고 있지만, 앞으로 점점 목소리에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김정은 역시 시간이 자기편이 아님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그러니 아직 기운이 있는 바로 지금 최대의 양보로 최대의 실리를 택하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싶다. 가끔 억울한 생각이 들 때면 할아버지 김일성이 들려줬다는 이 동화를 떠올리면 좋겠다. 핵을 꼭 부둥켜안고 놓지 않으면 결국 목숨도 핵도 다 잃게 된다. 어른이 돼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니 김일성이 각색한 이 동화는 한편으로 매우 비인간적이고 잔인한 동화이기도 했다. 머슴은 갑이 되자 눈앞에서 지주란 사람이 굶어 죽어가도 눈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지주 자본가는 무조건 죽어야 한다는 북한식 계급 노선만 반영됐을 뿐, 생명존중 사상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이 동화의 한국판은 좀 다르다. 지주는 금을 몽땅 내어주고 머슴에게서 강낭떡 하나를 얻어먹을 수 있었다. 난 머슴이 남의 불행을 이용해 뜯어내는 데서 지주보다 더 영악한 기질을 보인 이 결말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서로 떡을 나눠 먹고, 욕심 많던 지주도 뉘우치고 개과천선해 홍수가 끝난 뒤 둘이 사이좋게 지낸다’ 이렇게 바뀌면 훨씬 더 인간적인 동화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현실성이야 제일 떨어지겠지만, 아이들을 교육하는 동화 아닌가. 동화가 아닌 현실에선 김정은과 트럼프의 만남은 어떤 마무리로 끝날지 참 궁금하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부패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7일 수감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사진)이 감옥 안에서도 여전히 대선후보 지지율 1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브라질 여론조사업체 ‘다타폴랴’의 조사에 따르면 룰라 전 대통령은 대선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가장 많은 31%의 지지를 받았다. 1월 조사 때보다 6%포인트 떨어졌지만 2위 후보(15%)의 2배에 이른다. 룰라 전 대통령은 정부 계약 수주를 도와주는 대가로 대형 건설업체로부터 복층 아파트를 받은 혐의와 돈세탁 혐의 등으로 징역 12년 1개월 형을 선고받아 10월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높은 인기 비결은 성장과 분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 좌우 진영의 폭넓은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재임 기간 1인당 국민소득은 20% 이상 증가했고, 2000만 명이 극빈곤층을 탈출했다.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올림픽 유치에도 성공했다. 이런 업적은 그의 재임 기간 국제 경기 호황으로 원자재 가격이 계속 상승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원자재 가격이 폭락하자 브라질은 큰 타격을 받았고, 룰라 전 대통령의 후임자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은 복지 예산을 대폭 줄이는 강력한 긴축정책으로 원성을 샀다. 다시 가난해진 상당수 국민은 룰라 전 대통령이 집권하면 과거의 번영을 되살려 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시리아 화학무기 시설 공습을 ‘완벽한 공격’이라고 자평했지만 시리아가 추가 도발할 경우 미국이 꺼내 들 카드가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린 ‘임무 완수(Mission Accomplished)’라는 표현을 둘러싸고 ‘미국의 임무가 무엇인가’라는 논쟁이 미국 내에서 불붙고 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2003년 이라크 침공 직후 항공모함 위에서 성급하게 ‘임무 완수’를 선언한 뒤 이라크전쟁이 계속된 것의 데자뷔라는 지적도 나온다.○ 임무 완수? 무엇이 임무인가? 트럼프 대통령은 공습 하루 뒤인 14일 ‘이보다 더 좋은 결과는 있을 수 없다. 임무 완수!’라는 트윗을 올렸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들은 이에 대해 한목소리로 ‘무엇이 임무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화학무기 사용에 따른 1회성 응징이었을 뿐 시리아 내전을 다룰 중장기적 대책이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과 2주 전만 해도 수개월 내로 시리아에서 미군 병력을 감축하겠다고 했다. 시리아에는 특수전 요원, 군사고문, 훈련교관단 등 2000여 명의 병력이 주둔하고 있다. 하지만 시리아 공습 이후 미군이 계획대로 철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CNN은 “공습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시리아 정책이 무엇인지 더욱 혼란스럽다”며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축출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화학무기 사용에 대해서만 ‘레드라인(금지선)’을 긋는 것인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공습은 중동 정세 완화라는 목표와도 분명히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 사용을 중단하더라도 민간인들을 내전의 위험에서 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CNN은 나아가 이번 공습이 트럼프 대통령 측과 러시아 정부 간 유착 의혹인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와 포르노 배우와의 불륜 스캔들로 곤궁에 빠진 트럼프 대통령이 국면 전환용으로 꺼내 든 것이 아닌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관련 발언이 오락가락했던 것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4년 전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를 공습하면 많은 부채와 장기적인 분쟁 외에 얻을 게 무엇이냐”고 개입에 반대했지만 집권 후 입장을 180도 바꿔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두 번씩이나 시리아를 공습했다.○ ‘임무 완수’, 부시의 ‘데자뷔’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에 적은 ‘임무 완수’는 10여 년 전 아들 부시 대통령이 성급하게 플래카드에 사용했다가 두고두고 곤욕을 치른 말이다. 부시 전 대통령은 이라크 공습 6주 만인 2003년 5월 1일 에이브러햄 링컨 USS 항공모함에서 이라크 주요 전투 종료를 선언했다. 이때 부시 전 대통령이 직접 “임무 완수”라고 말하진 않았지만 연설대 뒤쪽으로 ‘임무 완수’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하지만 이라크전은 금방 끝나지 않고 2011년 12월까지 8년 넘게 이어졌다. 미군 전사자는 4400명이 넘었고, 전쟁에 쏟아부은 돈은 2조 달러가 넘었다. 부시 전 대통령 자신도 2009년 1월 8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백악관을 떠나면서 한 고별 기자회견에서 임무 완수 선언을 임기 중 가장 아픈 실수로 꼽았다. 미국의 중동정책에서 오판과 실수를 상징하는 대명사가 된 임무 완수 단어를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꺼내 든 것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아침 트위터에 “시리아 공습이 너무 완벽하니 가짜 뉴스 미디어들은 임무 완수란 용어만 걸고넘어진다. 나는 그들이 이걸 시비 걸 줄 알고 있었다. (임수 완수를) 자주 쓰겠다”고 밝히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미국이 온라인 성매매를 뿌리 뽑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 시간) 제3자의 성매매 관련 콘텐츠를 게재한 인터넷 사이트에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온라인 성매매와의 전쟁법(FOSTA)’ 법안에 서명했다. 입법 과정에서 정보기술(IT) 산업 위축과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결국 대통령 서명이라는 최종 관문을 넘어선 것이다. 세계 최대 다국적 인터넷 기업들이 몰려 있는 미국이 ‘온라인 성매매와의 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1860억 달러(약 200조 원·2016년 기준)로 추산되는 세계 성매매 산업이 크게 위축될지 주목된다. 사이버공간을 통한 성매매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한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대통령집무실에서 성매매 사이트 탓에 자녀를 잃은 희생자 유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FOSTA 법안에 서명했다. 그는 유가족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여러분은 이 세상에서 어떤 사람도 이겨내기 힘든 아픔을 견뎠다. 이 법안은 실제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성매매는 아마도 지금이 우리 역사에서 가장 최악이고 여러분은 혼자가 아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이 입법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다며 “이방카에게 공을 돌려야 한다”고 특별히 언급하기도 했다. 올해 2월과 3월에 압도적 표차로 각각 하원과 상원을 통과한 이 법안은 성매매 알선 광고와 같은 성매매 연관 콘텐츠를 게재한 소셜미디어, 포털, 인터넷 사이트를 주(州)검찰이 기소하거나 성매매 피해자가 직접 소송을 걸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전까지의 성매매 규제 법안은 원칙적으로 인터넷상 외설물 배포만 금지했을 뿐 제3자의 외설물을 게재한 웹사이트들에는 법적 책임을 묻지 않았다. 이러한 허점을 파고들어 많은 인터넷 사이트는 물론이고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인터넷 공룡들까지 약관에 ‘제3자가 게시하는 정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조항을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법망을 빠져나갔다. FOSTA가 발효하게 된 것은 미국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온라인 성매매 사이트인 ‘백페이지닷컴’의 영향이 컸다. 백페이지닷컴은 세계 약 100개국, 1000여 개 도시에서 최근까지 성업했던 온라인 광고 사이트로, 5억 달러에 이르는 수익의 99%를 불법 성매매 중개를 통해 벌어들였다. 미국 실종학대아동센터(NCMEC)는 “미국 내에서 벌어지는 아동 성매매의 73%에 백페이지가 연관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다 2016년 12월 일리노이주에서 데즈리 로빈슨이라는 16세 여성이 이 사이트를 통해 성매매를 하려던 남성을 만났다가 칼에 찔려 사망한 사건이 일어나 미 전역이 발칵 뒤집혔다. 지난해 2월엔 백페이지닷컴에서 성노예로 팔렸던 13세 딸을 구출해낸 가족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아이엠 제인 도’가 해당 법안이 만들어지는 데 결정적 여론 형성을 했다. 국내 온라인에서도 성매매 콘텐츠가 넘쳐나고 있다. 방문자가 많은 인터넷 사이트는 물론이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성매매 관련 게시물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단속이 쉽지 않다. 제작자와 유포자는 처벌할 수 있지만 콘텐츠가 게재된 사이트 운영자에 대해선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곳은 해외에 본사를 둔 인터넷 사이트와 SNS다. 국내법 적용이 쉽지 않다 보니 처벌은커녕 수사 착수조차 쉽지 않다. 이 경우 운영자는 고사하고 콘텐츠 제작자와 유포자 추적도 어렵다. 성매매 콘텐츠의 온상으로 떠오른 포털 사이트 야후의 SNS ‘텀블러’는 한국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자율심의 협력 요청에 “미국 국내법을 따른다”며 거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른바 ‘온라인 성매매와의 전쟁법’에 서명하면서 국내 온라인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게시자를 처벌하기 위해 해외 본사에 정보를 요구하면 답변을 받는 데만 2∼3개월이 걸렸다. 앞으로는 적극적인 수사 공조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주성하 zsh75@donga.com·김동혁 기자}

중국이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단장으로 한 예술단을 13일 북한에 파견한다. 중국 예술단은 김일성 생일인 4월 15일을 맞아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제31차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에 참가한다고 신화통신이 11일 보도했다. 지난달 25∼2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격 방중으로 회복되기 시작한 양국 관계를 문화 교류를 통해 계속 이어나가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중국이 ‘당 대 당’ 차원에서 대규모 예술단을 보내는 것은 2012년 김정은 집권 이후 처음이다. 중국은 2014년 4월에 동방가무단과 산둥성교예단을 친선예술축전에 보냈지만 당 간부를 함께 보내진 않았다. 같은 해 7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을 국빈 방문한 이후 북-중 관계가 급격히 냉각되면서 지금까지 4년 동안 중국 예술단의 방북은 없었다. 북한은 2015년 12월 관계 개선 차원에서 모란봉악단을 베이징에 보냈지만, 프로그램 내용을 놓고 중국 측과 의견 차이를 보여 직전에 공연을 취소하고 귀국했다. 예술단을 인솔한 쑹 부장이 김 위원장과 만날지도 관심사다. 쑹 부장은 지난해 11월 시 주석의 특사로 북한을 방문했지만, 북한이 중국의 대북제재 동참과 지위 낮은 특사 파견에 불만을 드러내는 바람에 김 위원장과의 면담이 불발됐다. 쑹 부장은 권력 서열 204위까지인 중앙위원이다. 김 위원장이 이번에 쑹 부장을 만날 경우 북-미 정상회담 등과 관련한 시 주석의 특별 메시지가 전달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북한이 서해안 남포에 새로운 유류 저장 시설을 크게 확장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구글어스에 공개된 3월 14일자 북한 평안남도 남포 일대 위성사진을 분석해 “기존의 13개 유류 저장 탱크에 이어 추가로 8개의 저장 탱크 건설 작업이 최근에 진척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기존 유류 저장 시설들은 내륙에 있기 때문에 대북제재 이후 밀무역을 통해 공해 상에서 환적한 유류를 보관하려면 항구(남포항) 유류 저장 시설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북-중 관계가 좋아짐에 따라 이 저장 시설은 향후 중국에서 유류 지원이 재개될 경우 요긴하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황인찬 기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페이스북 이용자 8700만 명의 정보 유출 사건에 대해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면서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CNN은 9일 저커버그가 미 의회 청문회 출석에 앞서 “우리의 책임을 충분히, 넓은 시각으로 보지 않았다. 이는 큰 실수였다. 미안하다. 내가 페이스북을 시작했고, 운영했다. 여기에서 발생한 일은 내 책임”이라고 적은 문서를 의회에 제출했다고 전했다. 저커버그는 10일 오후 상원 법사위원회와 상무위원회 합동청문회에 이어 11일 오전에는 하원 에너지상무위원회 청문회에 나설 예정이다. 그가 의회에 나오는 것은 2007년 페이스북 창업 이후 처음이다. 저커버그는 청문회장에서 미리 제출한 사과문을 읽고 보안 강화를 위한 대책들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1일과 3일 평양에서 열린 한국 예술단의 ‘봄이 온다’ 공연 이후 가수 백지영이 부른 노래 ‘잊지 말아요’가 북한에서 최고 인기를 얻으며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북한 소식통이 8일 전했다. 소식통은 “남조선 예술단의 평양 공연을 동영상으로 담은 USB메모리(휴대용 저장장치)가 벌써 북-중 국경 시장에서 몰래 유통되고 있다”며 “동평양대극장 공연(1일)은 1부, 류경정주영체육관 공연(3일)은 2부로 소개돼 팔린다”고 말했다. 북한은 남측 예술단 공연 실황을 아직 TV로 방영하지 않았다. 소식통은 “공연을 몰래 본 사람들은 백지영이 부른 ‘잊지 말아요’를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이 노래는 2009년 방영된 TV 드라마 ‘아이리스’의 주제곡이다. 남북 간 ‘제2차 6·25전쟁’을 막기 위해 목숨을 걸고 임무를 수행하는 첩보원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드라마는 지금도 북한에서 인기리에 몰래 유통되고 있다. 드라마 주제곡으로 듣던 한국 노래를 실제 가수가 평양에 와서 직접 불러 주민에게 큰 감동과 충격을 줬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사람들이 아이리스는 꿈과 같은 상상 속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주제곡을 부른 가수가 직접 평양에 온 현실에 놀랐다”며 “백지영이 (북한 최고 악단인) 모란봉악단보다 노래를 훨씬 잘 부른다는 평가도 받는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노래의 후렴구인 ‘우리 서로 사랑했는데/우리 이제 헤어지네요/같은 하늘 다른 곳에 있어도/부디 나를 잊지 말아요’는 남북의 안타까운 분단 상황을 연상시킨다. 당시 공연 현장에서도 이 가사에 눈물짓는 북한 관객이 유독 많았다. 현장에서 공연을 관람한 김정은도 백지영의 노래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예술단을 이끌고 평양에 다녀온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백지영이 ‘총 맞은 것처럼’을 부르고 나자 김정은은 ‘어느 정도 레벨의 가수냐, 저 노래는 최근 노래냐’고 물었다”고 5일 전했다. 유통되는 USB메모리엔 북한 중앙방송이 4일 공연 소식을 전할 때 통째로 편집했던 걸그룹 ‘레드벨벳’의 공연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당시 남북 예술단 합동공연 소식을 3분 20초가량 방영했지만 이선희의 ‘J에게’ 외에는 우리 가수의 이름이나 노래, 발언을 무음으로 처리했다. 특히 화제를 모았던 레드벨벳의 무대는 통째로 들어냈다. 소식통은 USB메모리 영상을 본 북한 주민도 레드벨벳 노래 ‘빨간 맛’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북한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는 USB메모리는 중국에서 누군가가 한국 녹화방송을 복사해 돈을 받고 북에 유통시켰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에선 주로 돈 있는 권력층이 이런 영상을 요구한다. 평양 출신 탈북자는 9일 “중국에서 밀수된 동영상은 수요가 가장 많고, 가장 비싸게 팔리는 평양으로 직행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탈북자도 “요즘 외부 동영상을 가장 많이 퍼뜨리는 사람들은 이런 영상을 단속하는 보안원(경찰)들”이라며 “보안서에 압수한 각종 영상물이 다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전기난으로 지방에서 TV를 거의 볼 수 없지만 태양광 등을 통해 충전시켜 USB메모리 저장물을 볼 수 있는 ‘노트텔’이란 기기가 광범하게 퍼져 있다. 한국 가수가 평양에서 부른 노래가 북한에서 큰 인기를 얻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 탈북 청년은 “2002년 윤도현밴드의 평양 공연 후 가요 ‘너를 보내고’가 전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며 “당시 청년들이 모이면 이 노래를 불렀다”고 말했다. ‘잊지 말아요’도 당분간 북한 최고 인기 가요 반열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남북 유화 모드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은 여전히 한국 가요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8일 “양강도 삼수군에서 금지된 한국 가요 50여 곡을 듣고 춤을 춘 16, 17세 청소년 6명이 지난달 22일 공개재판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들은 가요를 USB메모리에 복사해 다른 이들에게 전달하려고도 했다. 신문은 “반국가음모죄로 2명은 중범죄자들이 가는 교화소에 갔고, 4명은 노동단련형 1년을 선고받았다”고 전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 인근 해저 송유관이 파손돼 원유가 대량으로 유출되면서 주변 해역이 크게 오염됐다. 인도네시아 환경단체 인도네시아환경포럼(WALHI)은 “지난 10년간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환경재해 중 최악의 참사”라고 밝혔다. 유출 사고가 발생한 곳은 인도네시아령 동(東)칼리만탄주의 주도인 발릭파판 앞바다로, 이곳 해저에 있던 인도네시아 국영 석유기업 페르타미나의 해저 송유관이 지난달 31일 파손됐다. 이 사고로 인해 매일 20만 배럴의 원유가 흘러나와 서울 면적의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약 130km²의 해역을 오염시켰다. 일부 어민이 사고 초기 바다를 뒤덮은 석유를 태워 없애기 위해 불을 붙였다가 인근 어선과 석탄 운반선 등이 불에 휩싸이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이 불로 5명이 사망했다. 항구 수백 곳이 오염됐으며 항구 주변에서는 사람들이 호흡 곤란과 구토 증세에 시달리고 있다. 발릭파판시 당국은 2일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해역 인근 주민들에게 담배를 피우지 말 것을 당부했다. 주변 해양 생태계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사고 지역 인근 해변에는 폐사한 갑각류와 어류들이 떼로 밀려들었다. 사고 원인을 조사하는 인도네시아 당국은 “해저 송유관이 원래 위치에서 약 0.5m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5일 밝혔다. 범인으론 파나마 국적 중국 석탄 운반선이 지목됐다. 인도네시아 에너지·광물자원부는 “중국 석탄 유조선이 내린 닻에 해저 송유관이 파괴됐을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현지 경찰 당국은 중국 선박의 소행으로 밝혀질 경우 형사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발릭파판은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큰 석탄 생산 지역으로 수많은 석탄 운반선이 드나든다. 해당 송유관은 발릭파판에 있는 정유시설로 원유를 수송하기 위해 1998년 설치됐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