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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8년까지 대형 원자력발전소가 최대 3기 새로 건설되고 소형모듈원전(SMR) 1기가 설치되는 등 신규 원전 4기가 추가로 들어선다. 원전과 신재생에너지를 더한 무탄소 비중은 2배 가까이로 늘어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3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경제인협회(FKI) 타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실무안을 공개했다. 전기본은 2년 주기로 수립되는 15년 단위 중장기 계획으로 전력 수요 전망과 발전소 공급 계획 등을 담고 있다. 실무안을 만든 ‘전력수급기본계획 총괄위원회’는 2038년까지 정부에 1기당 발전량이 1.4GW(기가와트)인 원전 3기를 추가 건설할 것을 권고했다.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인 SMR을 0.7GW 용량으로 신설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전기본에 새로운 원전 건설 계획이 포함된 건 신한울 3, 4호기 계획이 담겼던 2015년 7차 전기본 이후 9년 만이다.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수소 등을 포함한 ‘무탄소에너지(CFE)’ 비중은 지난해 39.1%에서 2038년 70.2%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전기본 총괄위원장을 맡은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이번 전기본은 무탄소에너지 70% 시대 비전을 제시하며, 무탄소 전원의 두 축인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균형 있는 확대를 추구했다”고 설명했다.AI發 전기수요 늘어 원전 신설… 2038년 ‘무탄소 에너지’가 70% 정부, 11차 전력수급 실무안 발표차세대 소형모듈원전 1기도 건설원전 확대 막는 野와 충돌 불보듯野, 법안 저지-예산 삭감 가능성 정부가 31일 발표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실무안의 핵심은 2038년까지 현재 대비 31.1%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력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발전원별 추가 공급 계획을 제시하는 것이다. 전기본 총괄위원회는 지난해 최대 98.3GW였던 전력수요가 2038년에는 30.6GW 증가한 128.9GW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원전으로만 환산할 경우 20∼30기가 더 필요한 분량이다.● “반도체, AI 성장으로 전력 수요 대폭 증가” 위원회는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인한 데이터센터 조성 등에 대규모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AI 산업 성장으로 반도체 및 데이터센터 전력수요가 2030년엔 지난해 대비 2배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창의융합대학 학장은 “이번 전기본은 10차 계획 때보다 목표 공급량을 대폭 상향했다”며 “전력 수요가 많은 첨단 산업 성장 추세 등을 감안할 때 합리적인 수준에서 증가한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위원회 추산에 따르면 전력 예비율 22% 등을 고려한 필요 설비는 2038년까지 157.8GW에 이른다. 기존 건설계획 등을 통해 확정된 설비는 147.2GW로, 현재로선 10.6GW가 모자랄 것으로 예상되는 셈이다. 위원회는 이 중 4.4GW를 원전으로 채우도록 권고했다. 이에 따라 1.4GW 용량 원전 3기가 새로 건설된다. 대형 원전은 부지 확보부터 준공까지 13년 11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2038년까지 완공하려면 빠른 시일 내 사전 작업에 착수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전기본에는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원전(SMR) 건설 및 실증 계획도 처음으로 포함됐다. 원전 주요 부품을 소형화한 SMR은 기존 원전에 비해 조립이 쉽고 건설 기간도 짧다. 대량의 냉각수가 필요한 대형 원전과 달리 입지 제약이 적어 반도체 파운드리,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단지 전력 공급 수단으로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현재 개발 중인 혁신형 SMR의 설계를 2025년까지 완료하고 2028년엔 표준설계 인허가를 취득할 계획이다.● “야당, 원전 확대 견제 가능성” 한편 위원회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1.6%로 2년 전 10차 전기본 때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했다. 10차 전기본 수립 당시 정부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문재인 정부 때 목표치였던 30.2%에서 8.6%포인트 줄였다. 당시 이를 두고 윤 정부가 탈(脫)원전 정책 폐기를 공식화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주장하는 더불어민주당과 원전 확대를 추진하는 정부가 서로 대립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기후행동의원모임은 이날 논평을 내고 “이미 국내 원전 밀집도는 세계 1위인 상황”이라며 “탄소중립 방법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더욱 빠르게 확대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야당이 전기본 내용에 반대하더라도 이를 직접 저지할 수는 없다. 전기사업법에 따르면 전기본은 확정 전 국회 상임위 보고 절차가 있지만,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입법과 예산 심사 등 간접적인 방법으로 제동을 걸 수는 있다는 것이 정부 안팎의 관측이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야당이 고준위법 등 원전 확대에 핵심적인 법안을 저지하거나 관련 예산을 삭감하는 방법으로 원전 정책 속도를 늦추려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30일 낮 서울 중구의 한 복권 판매점에는 직장인 10여 명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에서 로또 복권을 구매한 박모 씨(36)는 “월급만 모아서는 집을 사기 어려울 것 같아 매주 복권을 1만∼2만 원어치 구매하고 있다”고 했다.● 1등 당첨자 35% “주택 구입 계획” 이날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로또, 연금복권 등 복권을 구매한 가구는 221만2000여 가구로, 전체의 10.1%를 차지했다. 최근 5년간 1분기 기준 가장 비중이 높았다. 이는 박 씨처럼 자산 형성을 위해 복권을 사는 이들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복권 수탁사업자인 동행복권이 이날 공개한 로또 복권 1등 당첨자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당첨자의 35%는 ‘주택이나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밝혔다. 대출금 상환(32%), 부모님 또는 주변 가족 돕기(12%)가 뒤를 이었다. 복권을 구매한 가구는 복권을 사는 데 한 달 평균 7321원을 지출했다. 2020년에는 5983원을 지출했는데, 4년 새 약 22.4% 더 많은 금액을 썼다. 소득 분위별로는 소득 상위 40∼60%로 중간층에 해당하는 3분위 가구가 전체 복권 구매 가구의 22.9%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4분위(소득 상위 20∼40%) 가구가 22.8%, 5분위(0∼20%·22.4%), 2분위(60∼80%·17.3%), 1분위(80∼100%·14.6%) 순이었다. 중산층, 고소득층, 저소득층 순으로 복권을 많이 산 셈이다.● 정부, 로또 당첨금 증액 방안 검토 중 정부는 로또 당첨금을 증액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로또 당첨금을 올려 판매 수익금으로 저소득층 지원을 늘리는 방안에 대해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했다. 올해 로또 1등 당첨금은 평균 20억3300만 원 수준이다. 세금(기타 소득세 30%, 지방소득세 3%)을 제외하면 약 14억 원을 받는 셈이다. 이달 11일 진행된 1119회 로또 당첨금은 13억9603만 원이었다. 로또 도입 초기인 2003년 4월 당첨액이 407억 원에 달하는 등 100억 원이 넘는 당첨액이 여러 차례 나왔던 데 비하면 크게 줄었다. 최근 부동산R114의 집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12억9921만 원(17일 기준)이다. “로또에 당첨돼도 아파트 한 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복권위는 최근 있었던 로또 복권 조작 논란과 관련해 “복권 서버는 소수의 인가 사용자만 접근할 수 있고, 복권 티켓도 블록체인 형태 인증 코드가 있어 조작이 불가능하다”며 선을 그었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전기요금과 TV 수신료를 따로 내는 집이 전체 TV 시청 가구의 약 2.4%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전기요금과 수신료를 따로 걷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지 10개월여가 지났지만 실제 분리 징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29일 양향자 개혁신당 의원이 한국전력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청구요금 기준 전체 수신료 고지 2265만9494건 가운데 전기요금과 수신료를 분리해 납부한 경우는 53만4381건(2.4%)에 그쳤다. 정부가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별도로 징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해 7월 시행했지만, 실제 분리납부를 하는 가구는 거의 없는 셈이다. 이는 전기요금을 걷는 한전과 수신료를 받는 KBS 사이에서 세부 징수 방안이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개별 가구가 별도 신청한 경우에만 분리납부가 가능한 구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관리사무소가 가구별로 분리납부 수요를 조사해 일괄 신청을 해야 하는데,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곳이 많다고 한다. 분리 징수 방안을 두고 한전과 KBS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 같은 혼란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 측은 수신료 징수 업무를 KBS가 도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수신료 수익의 대부분을 KBS가 가져가는 가운데 분리납부로 인한 민원과 행정 부담은 한전이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한전은 지난달 KBS에 “수신료 징수 위탁 업무를 올해 말로 종료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KBS 관계자는 “수신료를 안정적으로 징수하기 위해 위탁계약이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1만6359개.’ 21대 국회 임기 종료(29일)와 함께 폐기될 법안들의 개수다. 여야가 임기 종료 하루 전에 열린 마지막 본회의에서도 고성 공방을 주고받으며 정쟁을 벌인 가운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등 소관 상임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법안들이 줄줄이 사라지게 된 것. 이 중에는 ‘외국인아동출생등록법’ ‘체액(정액) 테러 처벌법’(성폭력특례법) 등 여야 간 이견이 없는 민생 법안들도 대거 포함돼 있다. 반도체 지원법인 ‘K칩스법’이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 특별법’ 등 산업계에서 신속한 처리를 요구해 온 주요 산업 관련 법안들도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여야 공감대 이룬 법안도 폐기 28일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에 계류된 법안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등 특검법 20개를 제외하고 1만6359개에 이른다. 이 중 법사위에 계류된 법안만 1676개로, 상당수는 여야가 공감대를 이뤄 법사위 전체 회의만 열리면 통과될 수 있었던 법안들이다. 양육 의무를 다하지 못한 친부모가 자녀의 유산을 상속하지 못하도록 제한한 ‘구하라법’(민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국내 외국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에게 출생등록을 해주지 못하는 ‘인권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외국인아동의 출생등록에 관한 법률안’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6월 발의된 법안은 지난달 법안 소위에 상정됐지만 여야 간 극한 대치로 지난달 7일 이후 법안 논의를 위한 법사위 회의가 열리지 않아 더 진전되지 못했다. 법사위 관계자는 “해당 법안의 타협점을 찾는 데 성공했지만 회의 자체가 열리지 않으니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말했다. ‘체액 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성폭력특례법 일부 개정안도 여야 모두 처리에 합의했지만 폐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 7월 발의돼 법사위에 계류돼 있는 해당 법안은 처벌 대상에 ‘물건을 이용한 음란행위’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현행법상 성범죄로 규정되지 않아 처벌의 사각지대에 있는 체액 테러를 방지할 수 있다.● ‘처리 시급’ K칩스법·고준위법도 폐기 반도체 등 국가전략시설 투자액 세액공제 기한을 올해 말에서 2030년까지 연장해주는 ‘K칩스법’ 연장안이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국가 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전력망법)도 폐기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은 반도체 산업에 대규모 보조금을 지원하고 나섰는데, 한국은 기존에 있던 세제 혜택까지 사라질 위기”라고 말했다. 전력망법이 통과에 실패하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원자력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의 관리 및 처분 내용을 담은 고준위 특별법도 처리가 어렵게 됐다. 업계에선 2030년부터 각 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소가 포화될 경우 멀쩡한 원전 가동을 멈춰야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 외에도 정부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의 재정준칙 법제화를 비롯해 정부가 추진했던 상반기(1∼6월) 신용카드 사용 금액 증가분에 대한 소득공제 확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 혜택 확대 등 민생 법안들도 폐기된다.안규영 기자 kyu0@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2052년 서울 인구는 800만 명을 밑돌 것으로 전망됐다. 또 전국의 중위연령(중간 나이)은 60세에 육박한다. 2045년부터는 서울을 포함한 전국 17개 시도에서 인구가 자연감소한다.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장래인구추계 시도편’(2022∼2052년)에 따르면 2045년부터는 전국 17개 시도에서 출생아 수보다 사망자 수가 많아져 인구가 자연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에는 세종을 제외한 16개 시도에서 인구가 자연감소했다. 이 같은 전망은 출생, 사망 등 전망치를 중간 수준으로 가정한 중위 추계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했다. 6년 뒤인 2030년에는 서울 인구가 910만 명으로 2022년(942만 명)보다 32만 명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부산은 330만 명에서 311만 명으로, 광주는 147만 명에서 140만 명으로 줄어든다. 2052년에는 서울 인구가 793만 명으로 2022년 대비 149만 명(15.8%)이나 줄어든다. 부산은 330만 명에서 245만 명으로 85만 명(25.8%), 울산은 111만 명에서 83만 명으로 29만 명(25.7%) 감소한다. 대구와 경남도 각각 58만 명, 69만 명 줄어든다. 출생아 수가 줄고 노년층의 기대수명은 늘어나면서 전국 중위연령은 2022년 44.9세에서 2052년 58.8세로 높아질 것으로 추산됐다. 중위연령은 전체 인구를 나이 순서로 줄 세울 때 한가운데 있는 사람의 연령을 뜻한다. 2052년에는 50대 중반이 돼도 나이가 비교적 젊은 편에 속하게 된다는 뜻이다. 2052년 중위연령은 전남이 64.7세로 가장 높고 경북(64.6세), 경남(63.5세) 등이 뒤를 이었다. 생산연령인구(15∼64세)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 대비 2052년 생산연령인구 감소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울산(―49.9%), 경남(―47.8%) 등이었다. 울산은 2022년 생산연령인구가 81만 명에서 2035년 63만 명, 2045년 48만 명, 2052년 41만 명 등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울산, 경남은 중공업 생산시설이 다수 모여 있는 지역인 만큼 이들 지역의 인구 감소는 전체 제조업 생산성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밖에 부산(―47.1%), 대구(―46.9%), 전북(―43.4%) 등도 감소 폭이 클 것으로 보인다. 학생 수도 크게 줄어든다. 전국 학령인구(6∼21세)는 2022년 750만 명에서 2035년 482만 명으로 줄어든 뒤 2052년까지 424만 명으로 30년 새 44%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최대 1만6359개.’21대 국회 임기 종료(29일)와 함께 폐기될 법안들의 개수다. 여야가 임기 종료 하루 전에 열린 마지막 본회의에서도 고성 공방을 주고받으며 정쟁을 벌인 가운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등 소관 상임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법안들이 줄줄이 사라지게 된 것. 이 중에는 ‘외국인아동출생등록법’ ‘체액(정액) 테러 처벌법’(성폭력특례법) 등 여야 간 이견이 없는 민생 법안들도 대거 포함돼 있다.반도체 지원법인 ‘K칩스법’이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 특별법’ 등 산업계에서 신속한 처리를 요구해 온 주요 산업 관련 법안들도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정치권에서는 거대 야당은 국회 운영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이에 반발한 여당이 상임위를 보이콧한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 공감대 이룬 법안도 폐기28일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에 계류된 법안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등 특검법 20개를 제외하고 1만6359개에 이른다. 이 중 법사위에 계류된 법안만 1676개로, 이 중 상당수는 여야가 공감대를 이뤄 법사위 전체 회의만 열리면 통과될 수 있었던 법안들이다.양육 의무를 다하지 못한 친부모가 자녀의 유산을 상속하지 못하도록 제한한 ‘구하라법’(민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국내 외국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에게 출생등록을 해주지 못하는 ‘인권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외국인아동의 출생등록에 관한 법률안’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6월 발의된 법안은 지난달 법안 소위에 상정됐지만 여야 간 극한 대치로 지난달 7일 이후 법안 논의를 위한 법사위 회의가 열리지 않아 더 진전되지 못했다. 법사위 관계자는 “해당 법안의 타협점을 찾는 데 성공했지만 회의 자체가 열리지 않으니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말했다.‘체액 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성폭력특례법 일부 개정안도 여야 모두 처리에 합의했지만 폐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 7월 발의돼 법사위에 계류돼 있는 해당 법안은 현행법상 성범죄로 규정되지 않아 처벌의 사각지대에 있는 체액 테러를 방지할 수 있다. 법관 증원으로 재판 지연을 해소하기 위한 ‘각급 법원 판사 정원법안’ 등도 여야 간 이견이 조율됐음에도 법사위가 열리지 않아 결국 없어지게 됐다.● ‘처리 시급’ K칩스법·고준위법도 폐기반도체 등 국가전략시설 투자액 세액공제 기한을 올해 말에서 2030년까지 연장해주는 ‘K칩스법’ 연장안이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국가 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전력망법)도 폐기된다.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은 반도체 산업에 대규모 보조금을 지원하고 나섰는데, 한국은 기존에 있던 세제 혜택까지 사라질 위기”라고 말했다. 전력망법이 통과에 실패하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원자력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의 관리 및 처분 내용을 담은 고준위 특별법도 처리가 어렵게 됐다. 업계에선 2030년부터 각 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소가 포화될 경우 멀쩡한 원전 가동을 멈춰야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이 외에도 정부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의 재정준칙 법제화를 비롯해 정부가 추진했던 상반기(1~6월) 신용카드 사용 금액 증가분에 대한 소득공제 확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 혜택 확대 등 민생 법안들도 폐기된다.안규영 기자 kyu0@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원전 굴기(崛起)’를 외치며 공격적으로 원자력발전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이 가동 원전 수에서 프랑스와 함께 세계 2위에 올랐다. 중국이 전력 공급과 탈(脫)탄소 정책 수단으로 원전을 적극 확대한 데 따른 결과다. 중국이 차세대 원전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나서면서 머지않아 세계 원전 건설 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5년 새 원전 11기 지은 중국 27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중국의 56번째 원전인 ‘팡청강 4호’가 지난달 9일 광시좡(廣西壯)족자치구 팡청강(防城港)시에 완공되며 중국은 가동 원전 수 기준으로 프랑스와 공동으로 세계 2위 원전 운영 국가가 됐다. 중국은 올해 안에 원전 3기가 추가로 완공될 예정인 반면 프랑스는 올해 1기만 건설돼 조만간 중국은 단독 2위에 올라설 것이 확실시된다. 가동 원전 수 1위는 미국(94기)이고, 4위는 러시아(36기), 5위는 한국(26기)이다. 중국은 2000∼2010년대 정부 주도하에 적극적으로 원전 건설에 나섰다. 2010년까지 중국은 가동 원전이 10기에 그쳐 한국(21기)에 크게 못 미쳤지만 2015년 한 해에만 원전 8기를 신규 가동하며 총 30기로 한국(24기)을 추월했다. 최근 5년간 한국에서 원전 4기가 새로 지어지는 동안 중국은 11기를 완공하면서 격차는 더 벌어졌다. 중국은 원전 기술력 면에서도 빠르게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중국이 짓고 있는 원전 25기 중 상당수는 최신 기술이 도입된 3세대 원전이다. 특히 22일 준공돼 시험가동에 돌입한 ‘링룽 1호’는 2026년 정식 운영을 앞둔 세계 최초 상업용 소형모듈원전(SMR)이다. 차세대 원전인 SMR은 크기가 작고 공장에서 양산이 가능해 미래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중국은 SMR뿐만 아니라 가압경수로, 가스냉각로 등 거의 모든 종류의 신형 원자로에 투자하고 있다”며 “정부 지원과 자금력을 바탕으로 빠른 투자 결정이 이뤄지는 것이 중국 원전의 경쟁력”이라고 했다.● “동남아-아프리카서 중국 원전 수주 확대 가능성” 전문가들은 중국이 앞으로 동남아, 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에서 한국과 원전 수주 경쟁을 벌일 수 있다고 전망한다. 미국, 유럽 등 서구 국가들은 아직 중국 원전의 안전성을 신뢰하지 않고 있어 가능성이 낮지만 자금 지원이 필요한 신흥국의 경우 중국 원전 수입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아프리카 국가들은 미국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하고, 원전 수입과 함께 자금 지원을 받고자 하는 곳이 많기 때문에 (중국 원전 수입에) 적극적일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이 원전 수주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정익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는 “한국이 반도체 산업에서 파운드리 부문에 집중해 역량을 갖췄던 것처럼 원전 생태계에서도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며 “SMR 등 차세대 원전 생태계에서 선진국이 설계한 노형의 주요 부품을 생산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좋은 전략일 수 있다”고 했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한국과 중국이 2015년 12월 발효된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을 재개한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13년째 중단된 한중 투자협력위원회도 재가동하고, 양국 공급망 협력을 위한 한중 수출통제대화체도 출범한다. 한국과 일본은 자원협력대화를 마련해 공급망 위기에 공동 대응하고, 양국의 수소협력강화체를 설립하기로 했다. 취임 후 한미일 안보-경제 협력 강화 페달을 밟아온 윤석열 대통령이 상호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중일 협력 강화에도 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리창(李强) 중국 총리는 “경제무역에서 과도한 범정치화와 범안보화를 거부한다”는 뜻을 밝혔다. 미중 관세전쟁 격화 속 미국의 대중(對中) 압박 전선에 한국이 동참하지 말라고 요구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26일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리 총리,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각각 회담을 진행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회담 뒤 브리핑에서 “한중 FTA는 그동안 추진된 상품교역 분야 시장 개방을 넘어 앞으로는 서비스 분야, 특히 문화·관광·법률 분야에 이르기까지 교류와 개방을 확대하는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재개되는 한중 FTA 2단계 협상에서 문화와 관광 분야의 양국 개방 확대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힌 것. 윤 대통령은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 보다 활발히 투자하고, 보다 안심하고 기업 활동을 펼칠 수 있게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경제, 투자 지원 정책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리 총리는 “법치에 기반한 시장화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리 총리는 “첨단 제조업, 신재생에너지, 인공지능(AI), 바이오의약 분야에서 협력 강화를 원한다”고 밝혔다고 중국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미국이 중국의 수출을 규제하는 분야에서 한국에 협력 강화를 요구한 것이다. 윤 대통령과 리 총리는 한중 외교안보 대화 신설에도 뜻을 모았다. 외교부와 국방부 당국 간 2+2 협의체 첫 회의를 6월 중순에 개최하기로 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시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라인야후 지분 매각 논란을 비롯한 현안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가 국내 기업인 네이버에 지분을 매각하라는 요구는 아닌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는 이 현안을 한일 외교 관계와 별개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는 한국 기업을 포함해 외국 기업들의 일본에 대한 투자를 계속 촉진하겠다는 기존의 입장과 불변이라는 원칙하에 이해하고 있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일은 수소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고 한일 수소협력대화를 6월 신설하기로 했다.中 한한령에 막혔던 ‘관광 등 서비스 시장 개방’ 협상, 내달 재개 한중 FTA 2단계 협상 재개 합의 中 사드 보복으로 2017년 논의 중단… 내달초 수석대표회의 열기로13년째 중단된 투자협력위도 재개… 수출통제대화체 만들어 공급망 소통 한국과 중국이 2017년 말부터 논의를 시작하고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던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 분야 협상에 고삐를 당기기로 했다. 그간 상품 중심으로 이뤄지던 양국 간 시장 개방이 문화, 관광 등 서비스 분야로도 확대됨에 따라 중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내린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이 해제될지 관심이 모인다. 또한 13년째 중단됐던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와 중국 상무부 간 장관급 협의체도 다시 열린다.● ‘사드 보복’ 재발 방지할 전략적 소통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李强) 중국 국무원 총리는 26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중 양자회담을 열고 이 같은 협력 방안에 뜻을 같이했다. 이날 회담에서 양국은 서비스 분야를 중심으로 한중 FTA 2단계 협상을 재개하는 데 합의하고 다음 달 초 FTA 수석대표회의를 개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그동안 추진된 상품교역 분야 시장 개방을 넘어 앞으로는 서비스 분야, 특히 문화·관광·법률 분야에 이르기까지 교류와 개방을 확대하는 논의를 이어 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중 FTA는 2014년 상품 분야 협상이 타결돼 2015년 12월 발효됐다. 이후 2단계 협상으로 서비스 분야 논의를 이어 가기로 했지만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발한 중국 측이 2017년 한한령을 내린 데 이어 코로나19가 확산하며 논의가 이어지지 못했다. 이런 탓에 한중 FTA가 대(對)중국 수출보다는 오히려 수입 확대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2단계 FTA가 계획대로 진척될 경우 양국 관계 경색 등의 외부 변수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수준으로 경제 협력의 수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한국 정부는 그간 한한령 완전 해제를 중국 정부에 요구해 왔지만, 중국은 ‘한한령 자체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중국 정부는 “한중 FTA 2단계 협상 추진을 가속화하기를 원한다”며 회담 결과를 발표하면서도 문화, 관광 등 특정 분야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는 “자국 시장 보호를 위해 서비스업 분야에서 문을 걸어 잠그던 중국이 협상 재개에 협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다만 금융, 보험 등 중국 정부가 민감하게 여기는 서비스 분야까지 협상이 확대될지는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장관급 투자협력위도 13년 만에 부활 중국 측은 양국 경제협력과 함께 투자 유치에 중점을 뒀다. 이날 리 총리는 “시장 접근성을 한층 높이고, 법치·글로벌화된 경영 환경을 지속적으로 조성해 나갈 것”이라며 더 많은 한국 기업의 중국 투자를 환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한 국제협력시범구’ 건설을 심도 있게 재추진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한중 양국은 투자 분야에서 13년째 중단된 한중 투자협력위원회를 재개하기로 했다. 이는 한국 산업부, 중국 상무부가 참여하는 장관급 협의체다. 양국 간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고 소통 창구 역할을 해줄 한중 수출통제대화체도 신설된다. 기존에 설치됐던 한중 공급망협력조정협의체와 한중 공급망 핫라인도 가동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 밖에 한중 경제협력교류회 제2차 회의가 하반기(7∼12월) 중 개최된다. 교류회 1차 회의는 지난해 11월 중국 지린성에서 열린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차장은 “양국의 기업인과 중앙정부, 지방정부가 직접 교류하며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는 협의체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가 올 들어 3개월 동안 이자 비용으로만 1조5000억 원이 넘는 금액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가격 급등에도 원가를 밑도는 가격에 전기와 가스를 공급하면서 빚을 내 운영자금을 대고 있는 데 따른 결과다. 26일 한전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한전은 1조1500억 원을 이자 비용으로 썼다. 같은 기간 가스공사는 4100억 원을 부담했다. 두 회사가 3개월간 낸 이자 비용만 1조5600억 원으로, 하루에 평균 173억 원을 낸 셈이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한전과 가스공사는 올해 1년간 총 4조∼5조 원을 이자로 지불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한전은 이자 비용으로 4조4500억 원, 가스공사는 1조6800억 원을 지출했다. 한전과 가스공사가 이자 비용으로 큰돈을 쓰고 있는 건 국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한 2021, 2022년 쌓인 적자가 그대로인 가운데 금리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한전의 연결 기준 총부채는 202조5000억 원에 달했다. 가스공사는 47조4000억 원이다. 두 회사의 부채를 더하면 250조 원에 달해 사상 최대 규모다. 한전과 가스공사는 재무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정부가 국내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저금리 대출 등 총 26조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반도체 클러스터를 마련하기 위한 전력과 용수 등 인프라 지원과 연구개발(R&D) 투자도 대폭 늘린다. 다만 기업에 직접 보조금을 주는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23일 열린 제2차 경제이슈점검회의에서 “반도체가 곧 민생”이라며 “금융, 인프라, R&D는 물론이고 중소·중견기업 지원까지 아우르는 26조 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 종합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우선 반도체 금융지원 프로그램에 18조1000억 원이 투입된다. 정부는 KDB산업은행 출자를 통해 17조 원 규모의 대출 프로그램을 만들어 반도체 투자금을 저금리로 대출해주기로 했다. 민관 합동으로 조성되는 반도체 생태계 펀드는 현재 3000억 원 수준에서 1조1000억 원으로 늘린다. 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등을 위한 도로·용수·전력 등 인프라 조성에도 2조5000억 원 이상을 투입한다. R&D, 인력 양성 투자는 2022년부터 올해까지 3조 원 수준에서 향후 3년간(2025∼2027년) 5조 원 이상으로 늘린다. 정부는 이번 지원 방안을 통해 발표한 금액의 70% 이상을 중소·중견기업에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업들의 실제 수요를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 이번에 발표한 금융 및 재정 지원의 70∼80%는 중소·중견기업에 돌아갈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에선 환영하고 나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용수, 도로 등 인프라를 국가가 책임지고 조성겠다고 한 정부의 발표는 반도체 산업의 미래 경쟁력 제고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반도체 기업에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이 지원 방안에 담기지 않은 것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투자 시작 단계부터 막대한 보조금을 주는 경쟁국에 비해 지원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보조금 지원과 다를 바 없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세액공제는 R&D와 설비 투자금의 일정 비율을 국가가 환급해 주는 것으로 보조금이나 다를 바 없다”며 “올해 일몰되는 세액공제를 연장해서 기업들이 R&D와 설비 투자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산단을 조성하는 인프라 시간을 절반으로 단축하는 것도 시간 보조금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 세제 지원이 ‘부자 감세’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적극 반박했다. 그는 “세액공제를 통해 기업의 수익이 증가하고 일자리가 늘어나 세수가 더 크게 늘면 더 두터운 복지를 할 수 있다”고 했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반도체 수출 호조가 이어지며 이달 1∼20일 수출이 1년 전보다 1.5% 늘었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1일부터 20일까지 수출액은 327억4900만 달러(약 44조700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4억8000만 달러) 증가했다. 조업일수가 2일 부족한데도 수출이 늘어 월간 수출액도 이달까지 8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수입액은 331억 달러로 9.8% 줄었지만 수출을 웃돌아 무역수지는 3억 달러 적자였다. 특히 반도체 수출이 전년보다 45.5% 늘며 수출 증가세를 이끌었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18.9%로 전년보다 5.7%포인트 증가했다. 월간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두 자릿수가 넘는 증가율을 이어가고 있다. 지역별로는 미국(6.3%)과 중국(1.3%)으로 향한 수출이 늘었다. 대(對)중 수출액은 68억3300만 달러로 대미 수출액(61억6600만 달러)을 웃돌았다. 반면 유럽연합(EU)과 일본으로의 수출은 각각 11.8%, 4.8% 감소했다. 한편 이날 통계청과 관세청이 발표한 ‘2023년 기업 특성별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기업 수출액은 1년 전보다 9.4% 줄어 2019년(―13.5%) 이후 4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였다. 지난해 대기업이 중심인 반도체 산업이 부진했던 데다 원유 가격 하락으로 석유정제품 가격이 내려간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원자력발전의 연료로 사용된 사용후 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저장시설을 짓기 위한 특별법이 21대 국회에서도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21대 국회 임기 종료가 약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특별법 통과를 위한 절차가 줄줄이 취소된 데다 관련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0대 국회에 이어 이번 국회에서도 특별법 통과가 어려워지면서 중장기 전력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야 냉각되며 고준위 특별법 논의 중단” 20일 국회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여야 의원들은 이날 법안소위, 21일 전체회의 등을 거쳐 고준위 특별법 본회의 회부를 논의할 계획이었지만 관련 일정이 모두 취소됐다. 앞서 이들은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 용량 등 관련 쟁점에 대부분 합의하고 21대 국회 임기 내 통과를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최근 야당의 채 상병 특검법 단독 처리 등으로 여야 분위기가 냉각되며 관련 논의가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관계자는 “여야 지도부가 막판 합의를 통해 속도를 낼 수도 있지만 현재는 관련 논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어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했다. 고준위 특별법은 사용후 핵연료를 저장 및 관리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사용후 핵연료는 높은 열과 방사능을 배출하기 때문에 밀폐된 공간에 저장해야 한다. 원전 내부에 임시로 저장했다가 이후 원전 외부 중간 저장 시설, 영구 처분 시설 순으로 옮겨 보관해야 하지만 국내에는 아직 저장 및 처분 시설이 없다. 사용후 핵연료 저장 및 처분 시설은 1980년대부터 아홉 차례에 걸쳐 부지 선정이 시도됐지만 주민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이후 박근혜, 문재인 정부에서 특별법을 제정해 부지 선정 절차와 유치 지역 지원 등을 제도화하고자 했지만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원전 부지 내 임시 저장 시설은 2030년 한빛 원전을 시작으로 한울(2031년), 고리(2032년) 원전 등이 차례로 가득 찬다. 저장시설 건설이 미뤄지면 사용후 핵연료를 둘 곳이 없어 원전을 멈춰야 할 수 있다. 대만에선 2021년 궈성원전 1호기가 저장 시설이 포화돼 당초 계획보다 약 6개월 이른 시점에 조기 폐쇄되기도 했다. 한 원전 부품업체 대표는 “고준위 특별법이 마련되지 않으면 이전 정부에서 탈원전을 추진할 때처럼 원전 산업이 전반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을 갖고 있다”고 했다.● “22대 국회 넘어가면 원점서 재논의” 고준위 특별법 관련 논의가 22대 국회로 넘어가면 21대 여야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이뤄졌던 합의가 이어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국회 관계자는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 용량 등 대부분 쟁점에서 산자위 위원들 간 합의가 이뤄졌는데 22대 국회로 넘어가면 새로운 위원들끼리 원점에서 다시 합의를 해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다시 국회 본회의를 넘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부 탈핵 단체가 원전 확대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의 특별 법안을 22대 국회 발의를 목표로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져 논의가 더욱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시설 내 저장 용량을 최소한으로 제한할 경우 원전 신규 건설이나 기존 원전 계속운전에 제동을 걸 수 있다”며 “탈핵 단체와 야당이 손잡고 이 같은 법안을 발의하면 원전 확대 방침을 가진 정부, 여당과의 합의가 더욱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했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원자력발전의 연료로 사용된 사용후 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저장시설을 짓기 위한 특별법이 21대 국회에서도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21대 국회 임기 종료가 약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특별법 통과를 위한 절차가 줄줄이 취소된 데다 관련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0대 국회에 이어 이번 국회에서도 특별법 통과가 어려워지면서 중장기 전력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야 냉각되며 고준위 특별법 논의 중단”20일 국회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여야 의원들은 이날 법안소위, 21일 전체회의 등을 거쳐 고준위 특별법 본회의 회부를 논의할 계획이었지만 관련 일정이 모두 취소됐다. 앞서 이들은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 용량 등 관련 쟁점에 대부분 합의하고 21대 국회 임기 내 통과를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최근 야당의 채 상병 특검법 단독 처리 등으로 여야 분위기가 냉각되며 관련 논의가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관계자는 “여야 지도부가 막판 합의를 통해 속도를 낼 수도 있지만 현재는 관련 논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어 가능성이 낮아보인다”고 했다.고준위 특별법은 사용후 핵연료를 저장 및 관리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사용후 핵연료는 높은 열과 방사능을 배출하기 때문에 밀폐된 공간에 저장해야 한다. 원전 내부에 임시로 저장을 했다가 이후 원전 외부 중간 저장 시설, 영구 처분 시설 순으로 옮겨 보관해야 하지만 국내에는 아직 저장 및 처분 시설이 없다.사용후핵연료 저장 및 처분 시설은 1980년대부터 아홉 차례에 걸쳐 부지 선정이 시도됐지만 주민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이후 박근혜, 문재인 정부에서 특별법을 제정해 부지 선정 절차와 유치 지역 지원 등을 제도화하고자 했지만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원전 부지 내 임시 저장 시설은 2030년 한빛 원전을 시작으로 한울(2031년), 고리(2032년) 원전 등이 차례로 가득 찬다. 저장시설 건설이 미뤄지면 사용후 핵연료를 둘 곳이 없어 원전을 멈춰야 할 수 있다. 대만에선 2021년 궈성원전 1호기가 저장 시설이 포화되며 당초 계획보다 약 6개월 이른 시점에 조기 폐쇄되기도 했다. 한 원전 부품업체 대표는 “고준위 특별법이 마련되지 않으면 이전 정부에서 탈원전을 추진할 때처럼 원전 산업이 전반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을 갖고 있다”고 했다.● “22대 국회 넘어가면 원점서 재논의”고준위 특별법 관련 논의가 22대 국회로 넘어가면 21대 여야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이뤄졌던 합의가 이어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국회 관계자는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 용량 등 대부분 쟁점에서 산자위 의원들 간 합의가 이뤄졌는데 22대 국회로 넘어가면 새로운 위원들끼리 원점에서 다시 합의를 해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다시 국회 본회의를 넘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일부 탈핵 단체가 원전 확대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의 특별 법안을 22대 국회 발의를 목표로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져 논의가 더욱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시설 내 저장 용량을 최소한으로 제한할 경우 원전 신규 건설이나 기존 원전 계속운전에 제동을 걸 수 있다”며 “탈핵 단체와 야당이 손잡고 이 같은 법안을 발의하면 원전 확대 방침을 가진 정부, 여당과의 합의가 더욱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했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성장의 토대인 연구개발(R&D)을 키우기 위해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폐지하고, 투자 규모도 대폭 확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총사업비가 500억 원(국비 기준 300억 원) 이상인 재정사업을 진행할 경우 수개월가량 예타를 거쳐야 하지만 R&D 분야에 한해선 예타를 전면 폐지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약 3시간 동안 열린 2024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며 이같이 당부했다. 윤 대통령이 R&D 예타 전면 폐지를 지시한 건 첨단 분야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예타가 면제되는 구체적인 사업 분야도 선정해 발표할 방침이다. 이날 회의에선 국가적 비상사태인 저출생 극복을 위한 예산 투입 계획도 논의됐다. 윤 대통령은 “2006년 이후 무려 370조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출산율은 오히려 계속 떨어지고 있다”며 “실질적인 출산율 제고를 위해 재정사업의 구조를 전면 재검토해서 전달 체계와 집행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의료 개혁을 뒷받침하기 위한 재정 투자도 주문했다. 그는 “의료 개혁 완수를 위해 좀 더 적극적인 재정 전략이 필요하다”며 “필수의료 전공의 지원 체계, 지역의료 혁신 투자, 필수의료 기능 유지,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필수의료 R&D 확충을 비롯해 정부의 의료 개혁 5대 재정 투자가 차질 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저소득층 학생 장학금 확충, 어르신 기초연금·생계급여 확대 등 약자 복지 정책 등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이번 회의에선 내년도 예산 편성 방향과 2028년까지의 중기재정운영 계획에 대한 토론도 이뤄졌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부처별 사업타당성 전면 재검토 등 덜어내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며 “2028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50%대 초중반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19년까지 30%대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처음으로 50%를 넘겼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할 것”이라며 “정부 재정을 살펴볼 때면 빚만 잔뜩 물려받은 소년가장과 같이 답답한 심정이 들 때가 있다”고 밝혔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사진)이 “최후의 수단으로, 최소한의 전기요금 정상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16일 세종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전의 노력만으로는 대규모 누적 적자를 더 감당할 수 없는 한계에 봉착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지만 한전이 원가보다 싼값에 전기를 공급하면서 2021년부터 쌓인 한전 적자는 43조 원에 달한다. 김 사장은 “한전이 전기요금 인상 요인 상당 부분을 자체 흡수하며 일종의 방파제 역할을 수행해 물가 인상과 가계 부담을 최소화했다”며 “최근 중동 리스크에 따른 고유가와 1300원 후반대 고환율로 재무적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는 상황”이라고 전기요금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만약 요금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폭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비한 막대한 전력망 투자와 정전, 고장 예방을 위한 필수 전력 설비 투자에 소요되는 재원 조달은 더 막막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력 업계에선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kWh)당 1원 올리면 약 5500억 원의 한전 실적 개선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향후 에너지 가격과 환율 추이 등을 고려해야 해 현 시점에서 필요한 전기요금 인상 폭을 추산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김 사장은 한전의 영국 원전 수출 가능성과 관련해 “지난해 영국에 다녀왔을 때 그쪽에서 먼저 한전이 ‘온 타임, 온 버짓(on time, on budget·정해진 기간과 예산 안에서 건설)’을 바라카 원전에서 보여준 것을 알고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며 “어디까지 공개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영국 측과) 긴밀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영국은 2050년까지 24GW(기가와트) 규모의 원전을 건설할 방침이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정부가 2030년까지 연평균 6GW(기가와트) 규모의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을 보급한다. 원자력발전소 6개에 해당하는 규모로 최근 보급 실적의 2배에 가까운 용량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안덕근 장관 주재로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관계 기업들과 정책간담회를 열고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및 공급망 강화 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설비용량 6GW의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을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1GW는 일반적으로 원전 1기가 1년간 발전할 수 있는 양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최근 2, 3년간의 재생에너지 보급 실적이 연 3∼4GW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의욕적으로 보급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산업부가 지난해 확정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현재 10%에 못 미치는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30년에는 21.6%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 주도로 해상풍력, 태양광을 확대할 방침이다. 해상풍력은 정부가 입지 발굴 및 인허가를 지원하는 제도를 해상풍력 특별법으로 법제화한다. 다만 송전선로 확충 방안이 담겨 있지 않아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선 나온다. 전력이 만들어지더라도 필요한 곳으로 옮겨줄 전력망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으면 설비를 늘려도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11월 미국 대선에서 맞붙을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對)중국 관세 인상 경쟁에 나서면서 전 세계 무역이 극도의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두 사람은 서로의 공약이 허술하다며 “내가 더 강도 높은 정책을 펼 것”이라고 외치고 있다. 중국은 맞보복에 나설 뜻을 밝히고 있고, 이 같은 움직임이 유럽 등으로 번질 조짐도 있어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또 하나의 위험 요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는 14일(현지 시간) 중국산(産) 전기차, 범용 반도체, 배터리 등에 대한 관세를 최소 2∼4배 올리겠다는 방안을 공식화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은 이 모든 제품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해 전 세계가 소화할 수 있는 양보다 훨씬 많은 제품을 생산하도록 했다”며 “이는 ‘경쟁’이 아니라 ‘반칙’”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 당시 “중국을 오랫동안 먹여 살렸다”고 주장했다. 멕시코 등에서 생산된 중국 제품이 무관세 혜택을 받고 미국 시장에 들어오는 것까지 막겠다며 미국·멕시코·캐나다 3개국의 ‘자유무역협정(USMCA)’ 개정을 요구할 뜻도 시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같은 날 “중국이 지금 미국의 ‘점심(lunch)’을 뺏어 먹고 있다”면서 “바이든은 전기차보다 더 많은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한 발 더 나갔다. 그는 재집권하면 중국의 무역최혜국 대우를 박탈하고 중국산 제품에 6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줄곧 밝혔다.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장관)은 15일 “세계에서 가장 전형적인 횡포이자 일방적인 괴롭힘”이라며 “미국의 일부 인사가 자기의 패권을 지키기 위해 이성을 잃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미국발(發) 관세 인상 움직임은 전 세계에 보호무역주의 ‘도미노’ 현상을 부를 수 있다. 올해 주요7개국(G7) 의장국인 이탈리아의 잔카를로 조르제티 경제장관은 14일 “유럽도 미국처럼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매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대중 관세를 높였기에 중국의 과잉 생산 제품이 유럽으로 더 많이 몰려들 것이란 이유에서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대중 관세 인상으로 한국 수출이 일시적인 이득을 볼 수 있지만 대중 중간재 수출 감소, 중국산 저가 제품 범람 등 우려해야 할 요인도 적지 않다”고 진단했다.관세폭탄 나비효과… “美 못간 中저가품 밀려올것” 유럽도 인상 논의[美中 관세전쟁, 불확실성 시대로]바이든정부 “中 우회수출도 차단”… 트럼프 “中, 美의 점심 뺏어먹어”美대선 앞두고 ‘中 때리기’ 경쟁공급망 충격파… 美동맹국도 타격, 전세계 ‘보호무역 도미노’ 우려 11월 미국 대선 무대에서 벌어진 중국산(産) 제품에 대한 ‘관세 폭탄’ 경쟁이 미중 무역전쟁의 포문을 열면서 세계 무역이 다시 불확실성 시대로 접어들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번 관세 인상 대상으로 삼은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광 등은 한국을 비롯해 동맹국과 함께 글로벌 공급망 재구축이 이뤄지고 있는 분야들이다. 그런 만큼 미국의 관세 인상과 중국의 맞불 가능성으로 인한 충격파가 미국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 당장 멕시코, 베트남 등으로 중국의 우회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 속에 미국은 이를 차단하기 위한 추가 조치까지 예고했다. 이번 관세 인상 움직임이 미국과 중국을 넘어 다른 국가들로도 도미노처럼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中 우회수출도 막자’ 규제 예고, 동맹도 충격파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4일(현지 시간) 중국이 관세를 피해 우회 수출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 추가 조치를 예고했다. 타이 대표는 “멕시코에서 만들어진 (중국) 제품의 수입은 걱정해야 할 부분”이라며 “USTR은 현재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모든 수단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타이 대표는 “지켜보라(stay tuned)”며 우회 수출 차단 조치 발표가 임박했음을 내비쳤다. 카라 모로 USTR 수석고문도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USTR이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들어오는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을 줄이는 방안을 멕시코와 협의해 왔다고 밝혔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 장벽과 수출 규제를 피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인 USMCA를 맺은 멕시코에 생산시설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 멕시코가 지난해 중국을 제치고 미국의 최대 수입국이 된 것 역시 이 같은 우회 수출의 영향이 크다. 실제로 멕시코에 진출한 중국 전기차 업체인 비야디(BYD)는 바이든 대통령의 관세 인상 발표 당일 멕시코시티에서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픽업트럭을 출시했다. BYD가 해외에서 신차를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미국이 이번 관세 인상에 더해 중국의 우회 수출까지 차단하면 미 주도의 글로벌 공급망 재구축에 참여해 대미 무역흑자가 급증한 국가들이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 ‘중국산 쓰나미’ 될라, 관세 인상 도미노 조짐 미국이 관세 장벽을 높이면 이에 막힌 중국산 저가 제품들이 유럽 등 다른 시장으로 밀려들 수 있다. 중국의 과잉 생산에 따른 헐값 수출로 ‘제2의 차이나 쇼크’ 비상이 걸린 가운데 주요국에 관세 인상 등 보호무역 조치가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조지프 웹스터 선임연구원은 14일 “미국이 관세를 높이면 상당한 양의 중국산 저가 제품이 유럽으로 쏟아져 들어갈 수 있다”면서 “유럽연합(EU)이 신속하게 관세를 올리지 않으면 중국산 홍수를 맞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EU는 유럽 시장 내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지난해 10월부터 반(反)보조금 조사를 하고 있다. EU는 중국산 전기차에 이르면 이달부터 예비 관세를 부과하고, 대다수 회원국의 참여가 필요한 영구 관세를 11월에 부과할 수 있다고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EU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장관)은 15일 미국의 급격한 관세 인상에 대해 “이성을 잃었다”며 반발했다. 왕 부장은 “미국은 자기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고 국제 산업·공급망의 정상적인 운영에 더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관영 환추시보는 같은 날 사설을 통해 “중미 관계가 미국 국내 정치의 희생양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미국 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물리는 관세를 대폭 올리면서 당장은 한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하지만 중국의 수출이 줄면 한국 역시 중간재 수출이 줄어들고 과잉 생산된 중국산 제품이 국내에 더욱 많이 유입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미국발 관세 전쟁으로 전 세계에 보호무역 기조가 확산되면 수출의존도가 큰 한국 경제에는 결국 부정적인 영향이 더 커질 수도 있다.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1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열고 “(미국의 관세 인상이) 한국 기업에 그렇게 불리한 것은 아니지 않냐(고 본다)”고 했다. 윤 회장과 동행한 정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일부에서는 어부지리의 기회도 있지 않을까 하는데 이것이 기본적으로 중국을 타깃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국으로 향하는 중국산 수출이 줄면 한국 수출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이날 무역법 301조 평가 보고서를 내고 “2018년 미국의 대중 관세 부과 이후 반도체 부문에서 중국산 수입이 4년간 연평균 20.5% 감소한 반면에 한국에서의 수입은 1.9%씩 늘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미국의 대중 관세 정책 여파로 한국산 수출이 오히려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상현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배터리, 철강 등의 분야에서 중국산 완제품에 들어가는 한국산 중간재 수출이 정체되거나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산 저가 제품이 미국으로 수출되지 못하고 한국으로 대량 유입될 수도 있다. 심상렬 광운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과잉 생산된 중국산 제품이 밀어내기 식으로 유입돼 국내 기업의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며 “이 같은 저가 제품이 동남아 등 유망 시장에 수출되면 한국 기업 입장에서 중장기적으로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한국과 영국이 신규 원자력 프로젝트에서 협력하기로 한 가운데 영국에서 회의를 열고 영국의 신규 원전 건설, 중소형 모듈 원자로 개발 등을 논의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4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에서 영국 에너지안보탄소중립부와 ‘제6차 한영 원전 산업 대화체’ 회의를 열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회의는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산업부와 에너지안보탄소중립부가 맺은 ‘원전 협력 양해각서(MOU)’에 따른 후속 조치다. MOU에서 양국은 신규 원자력 프로젝트, 중소형 모듈 원자로 등의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회의에서 양국은 영국 신규 원전 개발 및 건설 전망을 점검했다. 영국 측은 원전 건설 인허가 간소화와 함께 사업자에게 금융 모델 선택과 관련해 유연성을 부여하려는 방안 등을 설명했다. 영국은 2030년부터 2044년까지 5년마다 3∼7GW(기가와트) 규모의 신규 원전 투자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50년까지 24GW 규모의 원전을 건설할 방침이다. 아울러 핵연료 공급망 다변화, 중소형 모듈 원자로 개발, 원전 해체 경험 및 기술 공유 등 원전 전(全) 주기에 걸친 양국 간 협력 동향도 점검하고 관련 정보를 공유했다. 회의에는 안세진 산업부 원전산업정책국장과 크리스 헤퍼 영국 에너지안보탄소중립부 원전담당국장을 수석대표로 양국 정부와 기업, 기관들이 참석했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대구 연구개발(R&D)센터는 전기차 전환 전략의 거점이 될 것이다.” 최근 대구 국가산업단지 내에 전기차 부품 연구소를 설립한 미국 자동차 부품 회사 보그워너의 군터 라브 부사장(사진)은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보그워너사는 2022년 11월 대구시와 맺은 4360만 달러(약 620억 원) 규모 투자 협약을 바탕으로 연구소 설립을 시작해 이달 9일 준공 및 개소식을 열었다. 보그워너는 1928년 설립돼 세계 24개국에 93개 제조공장과 연구소를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자동차 부품 회사다. 1988년 국내에 처음 투자를 시작한 뒤로 이달 문을 연 대구 연구소까지 총 7개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투자액은 총 1억4000만 달러(약 1915억 원), 총 고용 인원은 1400명에 달한다. 대구 연구소의 역할에 대해 라브 부사장은 “대구 연구소는 고전압 헤어핀(전기차 모터의 한 종류)과 통합구동모듈 등 전기차 핵심 부품을 개발하고 시제품을 생산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며 “대구 연구소를 통해 한국에서의 입지와 전기차 전환 전략을 확대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해외 투자처로서 한국이 갖는 의미에 대해 그는 “보그워너는 30여 년 전 한국 시장에 진출해 여러 사업장에서 활발하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한국의 보그워너사 직원들은 높은 전문성과 기술력을 갖고 있어 앞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현대자동차 등 국내 협력사와의 협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라브 부사장은 “우리 고객인 현대차 등 협력 업체들이 있는 곳에 입지를 확보하게 된 점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한국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지원을 극대화하고자 한다. 한국의 자동차 기업들은 세계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높은 품질과 성능, 디자인 등으로 미뤄볼 때 앞으로도 높은 점유율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브 부사장은 “대구시와 KOTRA,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기관의 적극적인 협력 덕에 투자에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면서 “보그워너사는 앞으로 3년 이상 대구 연구소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보그워너 대구 연구소에는 연구원 등 고숙련 인력을 중심으로 총 70여 명의 직원이 고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통상 연구소 투자는 현지에서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향후 생산 공장 등으로 투자 확대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