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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 때 바둑이는 흑 49, 51로 무식하게(?) 나와 끊었다. 예전엔 이렇게 노골적인 수법을 꺼렸지만 인공지능 시대에는 실용적인 수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골루아는 백 52, 54로 물러섰다. 참고 1도 백 1처럼 막으면 수상전이 벌어지는데, 흑 12까지 흑이 이기는 그림이다. 한번 밀리면 계속 밀릴 수밖에 없다. 흑은 기분 좋게 백을 관통하며 중앙으로 뚫고 나왔다. 바둑이가 선제골을 넣은 상황이다. 흑 57로 한 번 더 밀어간 것이 좋은 수. 백 58로 흑에게 이을 것을 강요하지만 흑은 59로 중앙을 중시한다. 참고 2도 흑 1로 잇는 것은 백 2, 4로 나온 뒤 8까지 죽죽 밀어붙이면 흑의 두터움이 눈 녹듯 사라지게 된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로 비껴서자 골루아는 계속 A로 뚫는 것이 소용없다고 보고 백 40, 42로 우변에서 터를 잡았다. 백이 유연하게 두겠다는 것인데, 바둑이는 “뭔 소리”라고 하는 듯 43으로 급박한 싸움을 걸어갔다. 흑이 침착하게 두려면 백 46의 자리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상변은 물론 전판에 은은하게 영향을 미치는 대세점이다. 흑 45로도 참고도 흑 1이 좋아 보인다. 흑 5까지 전반적으로 흑이 두텁다. 바둑이가 지난 보까지는 여유 있게 두다가 이번 보에선 다시 ‘적극 모드’가 활성화된 느낌이다. 흑 47 역시 강력한 수. 그러나 백 48로 씌우자 흑이 좀 답답해졌다. 하변 흑 두 점의 타개는 전혀 문제없지만 그 과정에서 지금까지 쌓아온 흑의 두터움이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하변을 지키지 않고 백 ◎로 밀고 올라온 것은 일종의 도발. 웬만하나 프로기사라면 참고 1도 흑 1로 반발하는 것을 떠올린다. 흑 11까지 흑이 꿀릴 이유가 없는 싸움이다. 하지만 바둑이는 흑 27로 두텁게 막는다. 초반에 서두르지 않는 셈인데, 그래도 백 28로 지키는 자세가 훌륭하다. 흑 29가 생각하기 어려운 응수타진. 이어 흑 33도 적시에 상대의 응수를 물어보는 수. 참고 2도 백 1로 단수하면 흑 ‘가’가 선수여서 흑 2가 가능하다. 백 34로 받은 것은 비록 중앙이 막히더라도 우하에서 흑에게 좋은 모양을 주지 않겠다는 판단이다. 백 36으로 뚫고 나올 때 흑 39로 슬쩍 늦춰 받은 것도 좋은 수. 흑 27로 둘 때 다 이런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을까.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이번 대회에는 현존하는 인공지능(AI) 최고수로 알려진 중국의 줴이(絶藝)가 참가하지 않았다. 같은 중국의 골락시를 상대로 여러 번 져서 나오지 않았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그래서 대회 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골락시가 꼽혔다. 골락시도 여성 프로기사를 두 점 접고 이길 정도라고 한다. 백 16을 선수하고 18로 응수한 것은 정수. 흑 19는 전투를 피한 느낌이다. 참고 1도 흑 1로 하변을 갈라쳐 싸움을 걸어가는 것도 일책. 흑 3까지 흑이 거리낄 이유는 없다. 백 20의 양걸침에 흑 25까지는 무난한 그림. 여기서 골루아가 백 26으로 밀어 올려 강하게 드라이브를 건다. 무난하게 가려면 참고 2도가 있다. 여기서 흑이 성을 내고 맞받아칠까, 아니면 백의 의도대로 순순히 받아줄까.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지난달 26∼29일 중국 푸저우시에서 세계 인공지능(AI) 바둑대회가 열렸다. 한국에선 전통의 강호 ‘돌바람’과 이주영 고등과학원 교수팀이 만든 ‘바둑이’가 참가했다. 바둑이는 예상을 깨고 준우승을 차지했다. 알파고 등장 이후 AI 세계대회에서 한국 AI가 결승에 올라간 건 처음이다. 8개 팀이 벌이는 예선에선 5판을 둔다. 바둑이의 첫 상대는 프랑스에서 개발한 ‘골루아(GOLOIS)’. 백 6으로 붙이는 수는 AI가 불러온 변화다. 참고 1도 백 1처럼 협공하는 수는 이제 자취를 감췄다. 흑 2, 4로 누르고 6으로 협공하면 흑의 승률이 확 올라가기 때문이다. 흑 15는 바둑이의 기풍을 보여준다. 참고 2도 흑 1로 유연하게 둘 수도 있지만 바둑이는 적극적이고 발 빠른 기풍을 갖고 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한돌과 국내 정상급 프로기사 5명의 공식 대결은 한돌의 5-0 승리로 막을 내렸다. 이전 비공식 대국에서 이미 한돌이 압도적 우위를 보였던 터라 예상된 결과였지만 ‘혹시나’를 바랐는데 ‘역시나’로 끝났다. 프로기사들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인공지능(AI)을 상수로 인정하면서 그들로부터 끊임없이 배우려고 한다. 이젠 인간이 AI에 2점을 놓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최근 AI끼리의 세계대회에서 우승한 중국의 ‘골락시’가 여성 프로기사들에게 2점 치수로 4연승을 거뒀다. AI를 상대로 프로기사들은 초반 포석에서 밀린다. 넓은 공간에서 다음 수를 계산으로 정하는 AI와 감으로 택하는 인간의 차이다. 이 바둑도 참고도 흑 6, 8의 방향 착오와 12의 과수로 인해 약간 손해 본 뒤 한 번도 역전 찬스를 잡지 못했다. 인간 AI로 불리는 신진서 9단이 진짜 AI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이다. 190수 백 불계승.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현 상황에선 신진서 9단도 패배를 인정하고 있다. 다만 아쉬움이 진하게 남기에 둬 보고 있다. 흑 73은 꼭 둬야 하는 수. 손 빼면 백 A의 비마달리기가 선수 7집에 달하는 큰 끝내기다. 흑 81은 수를 내려는 목적보다는 끝내기로 한 집이라도 득을 보려는 응수타진이다. 흑 83이 마지막 노림수. 백이 응수하지 않으면 참고 1도 흑 1로 두는 수가 있다. 백 2로 막아 흑 석 점은 달아날 수 없지만 흑 3을 선수하고 9까지 두면 백이 자충에 걸려 중앙 백이 흑에게 잡힌다. 흑 85, 87로 둘 때 한돌은 백 88, 90으로 받아 안전하게 응수한다. 참고 2도를 보면 이곳은 수가 나는 모양은 아니다. 하지만 백이 원천봉쇄하자 신 9단은 돌을 던졌다.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로 붙였을 때 흑은 ●를 둬 백 ○와 교환했다. 이것은 명백한 흑의 손해. 신진서 9단이 왜 이런 손해를 감수한 것일까. 백 ◎로 붙인 이후 백이 계속 둔다면 참고도로 두는 것이 보통이다. 한돌도 이 진행을 예상한 것인데, 흑 6까지 큰 패가 벌어진다. 신 9단은 이 패를 위한 팻감으로 흑 ●를 둔 것. 여기서 많은 팻감이 나온다. 유리한 백으로선 굳이 패를 하는 모험을 할 필요가 없다. 참고도처럼 두지 않고 백 54로 우변 큰 곳을 둔다. 흑도 55로 백 ◎를 잡아 버렸다. 부분적으로 백 ◎를 대악수로 만든 것이다. 하지만 한돌의 계산은 일단 ○로 중앙에서 득을 봤고 백 56부터 우변 흑 집을 돌파하는 수단이 있어 별 손해 없다는 것이다. 백 60이 정교한 수순. 이 수가 있어야 백 64를 둘 수 있다. 흑 69까지 어려운 변화가 일어날 곳은 없어지고 잔끝내기만 남은 상황이다.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이제 국면은 끝내기 단계로 들어가고 있다. 흑 45에 백 46으로 받지 않아도 참고 1도 백 2가 선수여서 잡히지는 않는다. 하지만 흑 3, 5로 두는 끝내기가 적지 않고 백 6으로 두더라도 흑 ‘가’로 빅을 만드는 수단도 있어 백 46은 끝내기로 한 수의 가치가 있는 곳이다. 신진서 9단은 흑 47을 선수하고 흑 49로 젖혀 불리하나마 최선의 끝내기를 한다. 이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백 50의 붙임이 놓인다. 신 9단 역시 머릿속엔 없었던 수. 흑은 일단 51로 단수해 응수를 물어본다. 한돌은 백 52로 두어 흑 51을 헛수로 만들려 하고 있다. 참고 2도 흑 1로 따내도 백 10까지 수가 나지 않는다. 흑이 더 곤경에 빠진 것 같은데 신 9단의 생각은 무엇일까.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는 실리도 크지만 우하 흑 대마 전체를 노리고 있다. 그래서 흑의 응수가 까다로운 것인데 흑은 33부터 실마리를 풀어간다. 흑 35로 쏙 빠져나오고 37로 두 점 단수한 것이 좋은 수순이다. 만약 흑 37에 대해 참고 1도 백 1처럼 2점을 살리면 어떻게 될까. 이때 흑 2로 한 번 더 나오는 게 좋다. 백 3으로 막을 때 흑 6으로 넘어갈 수 있다. 이건 흑이 선방한 결과. 참고 1도가 탐탁지 않아 참고 2도 백 3으로 꽉 이어 넘겨주지 않으면 또 어떻게 될까. 이때는 흑 4로 이어 백 2점을 잡는다. 참고 1, 2도 모두 실전보단 실리로 백이 손해를 본다. 그래서 백 38로 잇고 흑은 39로 두 점을 잡아 성공리에 타개를 마쳤다.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은 끝내기 맥점. 흑 23까지는 된 결과와 참고 1도 백 1, 3으로 선수 끝내기를 당한 것을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 그런데 수순 중 흑 21로 참고 2도 흑 1처럼 한 발 더 들어가서 백을 괴롭히려고 하면 어떻게 될까. 흑 7의 비마 달리기가 있어 흑이 우상과 연결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 상변 백 집이 사실상 없어지는 것. 하지만 백 10이 선수여서 ‘가’로 들어가는 끝내기가 있다. 이렇게 되면 좌상 흑 집이 깨져 실리로 흑이 이득 본 게 없다. 백 30은 침착한 지킴. 중앙 백을 안정시키면서 백 32를 노린다. 흑은 수세적으로 상변을 지킬 수 없어 흑 31로 단수했는데, 그 순간 백이 32로 들어갔다. 흑이 직접 응수하기 매우 까다로운데 어떻게 받아야 할까.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인간이라면 백 ◎를 두면서 얼굴이 환해졌을 것이고, 인공지능은 승률이 확 올라갔을 것이다. 흑 3점을 잡으면서 흑 대마도 공격하는 기분 좋은 수. 흑 11은 참고 1도 백 2가 있어 생략할 수 없다. 백 14로 차단하자 더 응수하지 않고 흑 15로 멀리 달아난다. 지금 당장 백은 참고 2도 1로 둬 흑의 연결을 차단할 수는 있다. 하지만 흑 2, 4로 틀을 잡으면 이득이 없다. 따라서 참고 2도 백 1은 아직 때가 아니다. 주변 여건이 성숙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둬야 한다. 반면 백 1을 늘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하는 흑은 운신의 폭이 그만큼 좁아졌다. 한돌은 공격을 멈추고 반상 최대의 곳인 백 16을 차지했다. 백이 우세한 형세에서 끝내기로 접어들고 있다.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의 응수타진에 A로 두면 무난하다. 하지만 백은 100을 들고나왔다. 참고 1도 흑 1로 두면 귀의 백은 그대로 죽는데 무슨 뜻일까. 백은 사석작전을 유도한 것. 참고 1도 백 2부터 12까지 선수해 두터움을 만들고 14에 선착하면 중앙 흑 대마가 몹시 위태롭다. 그래서 흑은 101로 물러섰고 백은 102로 귀를 살려 우상 공방은 일단락이 됐다. 백에게 귀와 상변을 모두 내준 흑으로선 이제 중앙의 전리품을 차지할 때. 그런데 흑 103이 신진서 9단답지 않은 실수. 백이 즉각 104, 108을 선수하자 B로 상변이 뚫리는 수가 남았다. 갈 길 바쁜 흑이 치명적인 실수를 한 것이다. 참고 2도 흑 1로 둬야 실리도 지키고 중앙도 수습할 수 있었다.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은 우상 귀 사활에 개의치 않고 ◎로 끊어 선제공격에 나섰다. 이렇게 끊어 놓으면 좌상 흑이 미생이기 때문에 오히려 귀의 백이 안전하다는 뜻이다. 백 94까지는 서로 침착한 행마. 이때 흑 95가 당연하면서도 의미심장한 수다. 백이 98로 상변을 보강했는데 그 이유는 뭘까. 참고도를 보자. 백 ◎ 등 중앙 석 점만 생각하면 백 1의 행마가 정답. 하지만 흑에게는 95 때 숨겨둔 비수가 있다. 바로 흑 4, 6으로 두는 수다. 이른바 회돌이축에 걸려 백이 잡혀 버린다. 흑 6 이후에 백은 귀까지 후수로 살려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완전히 형세 역전이다. 그래서 백 98이 불가피한데 흑 99가 백으로선 골치 아픈 응수타진. 우상 귀의 백은 죽지 않지만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냥 살기만 하겠다는 발상은 안 된다. 설령 귀를 죽이는 한이 있어도 순순히 물러나면 안 된다. 그리고 그것은 좌중앙 쪽 흑 대마와 연관된 거대한 퍼즐이기도 하다.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의 3·3 침입에 대해 흑은 81, 83으로 차단한다. 백을 넘겨주면 실리로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백 84로 달린 것은 정수. 참고 1도 백 1로 미는 것은 흑이 귀를 살려주고 8로 침입해 백돌의 수습이 쉽지 않다. 백은 84, 86으로 귀와 상변을 모두 수습하려 하고 있다. 흑 87로 젖힌 수는 상변 백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다. 넘겨주지 않는 데만 급급해 참고 2도 흑 1로 내려빠지면 백은 2, 4로 귀를 살고 백 6으로 상변도 지켜 대만족이다. 흑 87에 대해 백은 당장 귀에 가일수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상변 보강이 필수가 된다. 그렇다고 해서 상변을 소극적으로 지키는 수로는 부족하다. 한돌은 이 장면에서 백 90으로 끊어 흑의 약점을 적극적으로 추궁하고 나섰다.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국내 프로기사들 사이에서 신진서 9단은 인공지능(AI)에 가까운 기사로 평가받고 있다. 신 9단이 대국 검토를 할 때 제시하는 그림이 인공지능의 그것과 놀랍도록 일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도 실전은 다르다. 초반에 이리저리 노선을 바꾸다가 벌써 주도권을 한돌에 넘겨줬다. 흑 ●로 째고 나왔을 때 백 66으로 밀고 70으로 지킨 것은 튼튼한 행마. 흑 71로 우변을 전개하는 것은 당연하다. 거꾸로 백이 그곳을 뒀다고 가정하면 흑은 수습하는 데 급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백 72를 선수해 중앙 백 대마를 더욱 튼튼히 하고 백 74로 우상 귀에 걸치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행마. 흑에게 전혀 빈틈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백 78의 3·3 침입은 실리에 균형을 맞추는 수. 요즘은 참고도 백 1, 3으로 많이 둔다. 만약 흑이 4, 6으로 받으면 백 7로 귀를 취한다. 백 15까지 두는 것도 백으로선 훌륭한 작전이다.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의 일관성 없는 작전 탓에 중앙 흑 대마가 약해져 앞으로 시달림을 좀 받을 것 같다. 중앙 흑으로 인해 흑의 행마는 상당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 백 58로 하변의 품을 넓히자 신진서 9단은 즉각 흑 59로 뛰어들었다. 형태상의 A로 끊는 수를 노리고 있다. 백 60으로 A를 방비할 때 흑 61도 가시 같은 수. 하변을 지키려면 참고도 백 1로 눌러 막아야 하는데 흑은 사석작전을 펼친다. 참고도 백 21까지 흑 다섯 점이 잡혔지만 우하귀를 도려내고 우변까지 점령해 흑이 좋다. 한돌은 어차피 하변은 지키기가 힘들다고 보고 백 62, 64로 상변에서 터를 잡는다. 이 수들은 멀리 중앙 흑 대마도 은근히 노려보고 있다. 신 9단은 내친김에 흑 65로 하변 백 진에 한발 더 들어섰다. 중앙 흑 대마를 보강하고 있다가 하변 백 집이 크게 나면 낭패를 본다. 하변 백 집을 깨면 실리로는 흑이 앞서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역전을 도모해 보려는 생각이다.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는 누구도 짐작하지 못한 수. 보통은 참고 1도 흑 1로 중앙을 보강하고 뒷날 ‘가’ 혹은 ‘나’로 뛰어드는 수를 노린다. 흑 ●에 대해 실전처럼 백 50으로 흑 한 점을 끊어잡으면 흑에게 어떤 대책이 있는 걸까. 이 의문은 흑 51로 진득하게 나가자 어느 정도 풀렸다. 현재 흑의 고민거리는 허약한 중앙 말. 그런데 흑 51, 백 52를 교환하고 참고 2도 흑 1부터 5까지 두면 중앙 흑은 더 이상 걱정할 일이 없을 정도로 탄탄해진다. 그래서 신진서 9단의 안목에 감탄했는데, 정작 신 9단은 참고도처럼 두지 않고 흑 53으로 하변 백 세를 견제하고 나섰다. 겨우 이해했는데 그걸 뒤엎으니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백 54가 적절한 한 방. 흑 55로 지켰지만 중앙 흑은 여전히 약하다.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32부터는 평범해 보이는 진행이지만 이것이 인간에겐 어렵다. 근접전의 득실 계산은 인공지능과 인간이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지금처럼 넓은 공간에서 한 수의 가치를 제대로 파악해 내기란 정말 힘들다. 인간은 오랜 경험에 의한 ‘감’으로 판단할 뿐인데 인공지능은 계산을 해낸다. 고수의 바둑에선 이 차이가 크다. 백 36은 이례적인 수. 보통 참고 1도 백 1처럼 좌변을 바로 벌린다. 백 40의 붙임에 흑 41은 느슨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참고 2도 흑 1, 3으로 두는 것이 중앙 흑을 응원하고 있어 실전보다 낫다. 흑 43도 좋지 않은 행마. 백 44로 밀리고 나니 흑 43이 백의 벽에 너무 가까이 붙어 있다. 흑이 조금씩 꼬이는 느낌인데 흑 47이 누구도 짐작하지 못한 수였다.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로 끊으면 백 18은 ‘오직 이 한 수’다. 흑 21로 젖혔을 때 백 22로는 참고 1도 1로 호구하는 것도 두터운 수법이다. 백 9까지 실전과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참고 2도 백 1로 젖히는 수도 있다. 이때는 흑 2로 버텨 수상전이 벌어진다. 21까지 백은 귀를 잡아 실리를 취하고 흑은 빵때림을 하며 두터움을 얻는다. 다른 변화도 많다. 젊고 공부하는 프로기사들이 아니면 함정에 걸려들기 십상이다. 백 22로 이으면 흑 29까지는 외길 수순이다. 여기까지 이 정석의 1라운드가 끝났다. 백 30부터 2라운드가 시작됐다. 1라운드는 복잡하긴 해도 갈 길이 정해져 있지만 2라운드에는 길이 다양하다. 한 수만 삐끗해도 인공지능에 그대로 밀릴 수 있다.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