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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업계가 산지 직송 방식을 통해 제철 과일 상품군을 늘리고 있다. 편의점에서 매년 과일 매출이 늘면서 대형마트의 산지 직송 방식을 편의점도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25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세븐일레븐은 최근 겨울을 맞아 충남, 전남 유명 딸기 산지에서 소싱한 국내산 딸기 3종을 선보였다. 설향, 만년설, 금실딸기 3가지 품종을 한번에 맛볼 수 있는 ‘딸기샘플러(400g·2만1900원)’도 처음으로 내놨다. CU도 충남 논산 딸기 농가 20곳과 손잡고 프리미엄 딸기 산지 직송 상품을 27일부터 선보인다. 점포에서 발주하는 즉시 농장에서 당일 재배한 딸기를 포장해 납품하는 방식이다. CU에서 올해(1∼11월) 과일 매출은 전년 대비 20.8%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과일 매출이 늘면서 중간 협력사를 거치는 대신 산지에서 바로 들여와 유통 과정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쇼츠(유튜브), 릴스(인스타그램), 틱톡 등 60초 이내 짧고 간결한 동영상이 모바일 대세로 자리 잡자 홈쇼핑 업계도 잇달아 신규 서비스를 시작하고 있다. 홈쇼핑 주요 채널이 모바일로 옮겨오면서 빠르게 많은 상품을 소개할 수 있는 쇼트폼(short form·짧은 동영상) 콘텐츠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것이다. 홈쇼핑 GS샵은 쇼트폼 서비스 ‘숏픽(Short Picks)’을 정식 시작한다고 25일 밝혔다. 숏픽은 TV홈쇼핑 방송과 라이브 커머스 영상을 1분 내외로 편집해 보여주는 쇼트폼 콘텐츠다. 패션, 뷰티, 식품 등 주목도가 높은 상품군을 중심으로 1000여 개 콘텐츠를 선별해 앱 첫 화면에서 보여준다. 업계에선 TV로 주문하던 고객을 모바일(라이브 커머스)로 이동시킨 것이 ‘모바일 시프트 1세대’라면, 모바일 방송을 1분 내외로 단축한 이번 시도가 ‘모바일 시프트 2세대’라고 보고 있다. CJ온스타일에서도 8월 모바일 앱 내에 쇼트폼을 모아 볼 수 있는 전용 탭 ‘푸드숏클립’을 신설해 시범 운영한 바 있다. ‘홍진경 더김치’ 방송의 하이라이트 부분을 20초 내외 짧은 영상으로 선보이는 식이다. CJ온스타일은 “기존 유사 행사 대비 고객 유입은 58%, 고객 주문 전환율은 283% 신장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쇼트폼을 통해 고객층을 확대하고 더 많은 상품을 빠르게 소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TV로는 1시간에 1, 2개 상품을 살펴본다면 쇼트폼을 통해서는 60개 이상을 둘러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실제로 GS샵에서 테스트 기간 중 고객들이 평균 10개 내외 숏픽을 약 10분간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숏픽을 본 고객이 앱을 이용하는 시간은 전체 평균 대비 9배까지 긴 것으로 집계됐다. 끝까지 시청하는 비율도 40%였다. 특히 고객들이 상품 시연 영상을 전체 쇼트폼 영상 평균 시청 시간 대비 2배 길게 시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존 TV 홈쇼핑이 강점을 가진 상품 시연 영상에 대한 주목도가 높은 만큼, 기존 홈쇼핑 방송 영상을 쇼트폼으로 전환해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진석 GS리테일 홈쇼핑사업부장은 “시청 데이터가 쌓이고 나면 시청 데이터와 고객 구매 데이터를 연결해 고객별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처럼 고객이 직접 숏픽을 만들어 공유할 수 있도록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단일 점포 연매출 3조 원 타이틀을 차지했다. 백화점 개별 점포가 연매출 3조 원을 넘어선 것은 국내 처음으로 세계적으로도 일본 이세탄백화점, 영국 해러즈 런던 등 극소수에 그친다. ‘오프라인 경험력’을 강화하며 우수고객(VIP)이나 영앤리치(젊고 부유한 고객)를 끌어들인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엔데믹 시대에 백화점들이 대표 점포를 내세우며 오프라인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21일 서울 서초구 소재 강남점의 올해 매출액을 집계한 결과 전날을 기준으로 3조 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단일 점포 연매출이 3조 원을 넘어선 것은 국내 처음이다. 2019년 국내 첫 연매출 2조 원을 넘어섰던 신세계 강남점은 4년 만에 다시 기록을 쓰게 됐다. 백화점 3.3㎡(약 1평)당 매출은 1억800만 원이다. 백화점 단일 점포로 연간 매출 3조 원이 넘는 곳은 손에 꼽힌다. 일본에서 지난해 이세탄백화점 신주쿠점이 처음으로 매출 3조 원(약 3000억 엔)을 넘기며 3조16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해러즈 런던은 2022년 3조6400억 원을 달성했다. 중국에선 명품 백화점인 베이징SKP(옛 신광톈디)가 2021년 240억 위안(당시 환율로 4조3200억 원)을 달성했다. 신세계 강남점이 고물가, 고금리에 따른 경기 불황에도 연매출 3조 원을 달성한 건 구매력 높은 고객이 밀집한 강남에 위치한 데다 오프라인 경쟁력을 강화한 영향이 크다. 꾸준한 점포 재단장(리뉴얼)을 통해 쾌적한 ‘몰링’(쇼핑, 외식, 오락 등을 한꺼번에 즐기는 곳)으로의 변신을 계속해왔다. 2021년에 개장한 1, 2층 메자닌은 쇼핑 공간을 혁신했다는 평가다. 메자닌은 층과 층 사이를 뜻하는 이탈리아어로 테라스나 발코니 같은 라운지를 뜻한다. 신세계백화점은 메자닌에 구매력 높은 VIP들의 취향을 반영한 주류 전문점 ‘버건디앤’과 니치 향수 매장 등을 넣었고 미술품 전시와 판매까지 진행했다. 또 1층 전체를 뷰티 전문관 ‘아틀리에 드 보테’(미를 위한 작업실이라는 뜻의 프랑스어)로 꾸미고 100여 개 브랜드를 배치했다. 온·오프라인 조화 전략도 한몫을 했다. 매출 3조 원엔 신세계 온라인 채널 SSG닷컴을 통한 구매액이 상당 부분 포함됐다. 신세계 강남점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전국 각지서 온라인으로 주문할 수 있게 해서 매출을 늘렸다는 평가다. 그 결과 신세계 강남점 구매 고객 2명 중 1명(49.1%)꼴로 연간 800만 원 이상 쓰는 VIP가 됐다. VIP 비중은 신세계 다른 점포 평균(35.3%)보다 높다. 에르메스(4개), 루이비통(3개), 샤넬(4개) 등도 강남점에선 패션, 화장품, 주얼리 카테고리별 세분된 매장을 운영하며 공 들이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방문객 구매력이 높은 신세계 강남점 입점 여부는 브랜드 성공 여부를 가르는 중요 기준”이라고 했다. 신세계백화점은 내년 식품관 리뉴얼을 통해 오프라인 쇼핑 경험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최대 규모(1만9800㎡)로 조성될 식품관에 디저트 전문점과 위스키 및 샴페인 전문점을 넣어 방문객 체류 시간을 늘린다는 것. 박주형 신세계백화점 대표는 “과감한 투자와 혁신으로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되겠다”고 했다. 경쟁사들도 대표 점포를 앞세운 오프라인 경쟁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롯데백화점은 명동본점과 잠실점 등 두 곳에서 연매출 2조 원 돌파를 노린다. 현대백화점은 개점 3년 만에 매출 1조 원 클럽에 들어간 더현대 서울에 루이비통 매장을 입점시켜 성장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 양극화에도 상위 계층은 지출액이 오히려 느는만큼 백화점은 대표 점포의 매출은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중소기업계가 2024년 사자성어로 ‘운외창천(雲外蒼天)’을 선정했다. 20일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사자성어로 풀어 본 중소기업 경영환경 전망조사’에서 응답자의 25.8%가 운외창천을 2024년의 사자성어로 선택했다고 밝혔다.운외창천은 ‘어두운 구름 밖으로 나오면 맑고 푸르른 하늘이 나타난다’는 뜻으로 희망을 잃지 않고 난관을 극복하면 더 나은 미래가 있다는 의미다. 올 한해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복합위기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의 난관을 벗어나면 다시 도약할 기회가 생긴다는 기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내년 경영환경 대응전략으로는 ‘거래처 확대 등 판로 다변화’라고 응답한 비율이 45.8%로 가장 높았다. ‘마케팅 강화’(43.3%), ‘기술개발 등 생산성 혁신’(34.2%)이 뒤를 이었다. 중소기업인들은 가장 필요한 지원으로 ‘고금리 대책 마련’(36.4%)을 꼽았다. ‘판로 확대’(32.0%), ‘인력 채용’(30.2%), ‘기술 개발 투자 지원’(28.6%)이 뒤를 이었다.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운외창천’에는 3년간 지속된 코로나 팬데믹에 이은 원자재 가격 인상, 고금리 등 계속된 난관에도 희망을 잃지 않은 771만 중소기업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온라인 쇼핑 플랫폼 쿠팡이 6500억 원을 들여 세계 최대 럭셔리 온라인 플랫폼 ‘파페치(Farfetch)’를 인수하기로 했다. 패션과 화장품 유통 강화에 공들여 온 쿠팡이 명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최근 럭셔리 시장 성장 정체로 파페치의 기업 가치가 크게 떨어진 상황이라 쿠팡이 부도 위기를 겪던 회사에 무리한 투자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쿠팡의 모회사인 쿠팡Inc는 19일(현지 시간) 5억 달러(약 6500억 원)를 투입해 온라인 명품 플랫폼 파페치 홀딩스를 인수한다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공시했다. 쿠팡Inc는 투자사 그린옥스 캐피털과 파페치의 모든 자산을 인수하는 합자회사 ‘아테나’를 세우고, 여기에 5억 달러를 대출 계약 형태로 지급한다. 쿠팡Inc가 아테나 지분 80.1%, 그린옥스 펀드가 19.9%를 보유한다. 파페치는 1400개 럭셔리 브랜드를 190개국에서 파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세계 3대 브랜드인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의 중고품과 세계 각국의 명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23억1668만 달러(약 3조 원)의 매출을 거뒀다. 상당수 브랜드의 정식 판권을 확보해 가품 우려를 차단하는 전략으로 세계 1위 입지를 굳혔다. 유통업계에서는 쿠팡이 가전, 공산품에 비해 약점으로 꼽히던 패션 부문 경쟁력을 강화하고, 명품 시장의 전통 강자인 백화점과의 경쟁도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쿠팡은 최근 ‘로켓 럭셔리’ 등을 선보이며 패션과 화장품 매출 확대에 힘써 왔으나, 비교적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하지만 이번에 파페치 인수로 쿠팡이 명품 시장에 빠르게 침투할 것이란 설명이다. 모건스탠리 분석에 따르면 2022년 한국의 1인당 명품 구매액은 325달러로 세계 1위다. 미국(280달러), 중국(55달러)보다 높다. 파페치는 그간 뉴욕, 파리, 밀라노 등에선 ‘90분 배송’, ‘당일 배송’을 해왔지만 한국에서는 최대 5일 배송 기간이 걸렸다. 궁극적으로 쿠팡 로켓배송을 활용하면 국내 배송 속도가 획기적으로 단축될 전망이다. 쿠팡은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영업 중인 기업을 인수한 건 창립 후 처음이라고 설명했다.이에 쿠팡이 파페치를 통해 글로벌 사업에 본격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쿠팡이 국내 비즈니스를 캐시카우로 활용하면서 글로벌 비즈니스 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며 “대만 등 해외 진출과 궤를 같이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경기 불황과 명품 시장 성장 정체로 인수 효과가 낮다는 지적도 있다. 뉴욕타임스 등은 최근 파페치가 5억 달러의 자본 조달을 하지 않으면 파산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글로벌 소비 위축으로 매출이 줄며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8년 뉴욕증시에 상장된 파페치의 시가총액은 2021년만 해도 230억 달러에 이르렀지만 최근 2억5000만 달러까지로 폭락했다. 국내에서도 발란, 머스트잇, 트렌비 등 명품 플랫폼이 최근 투자심리 위축과 위조품 판매 논란 등으로 고전하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 인수를 통해 쿠팡 브랜드 가치가 확장되고, 명품 시장 진출을 통해 매출도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면서도 “부도 위기 회사인데 다소 고가에 사들인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경기 평택시에서 4년째 자취 중인 직장인 이모 씨(35)는 일요일에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대형마트에 갈 때마다 긴장의 끈을 부여잡는다. 의무휴업일인지 찾아보지 않고 급하게 갔다가 도착한 후에야 영업을 안 한다는 걸 확인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어서다. 그는 “전통시장도 가깝지만 주차가 힘들어서 대형마트가 문 닫으면 온라인으로 구매한다”고 했다 . 월 2회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외 온라인 배송 금지를 골자로 한 대형마트 규제가 11년째 소비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전통시장을 살린다는 취지로 도입된 규제가 결국 전통시장을 활성화하지 못하고 대형마트 산업까지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서초구와 대구시 등 일부 지자체가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바꾼 가운데 규제 도입 당시와 달리 온라인 판매가 확산된 만큼 규제의 유통기한이 다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3개사의 점포 수는 2017년 410개에서 최근 375개로 줄며 2012년 수준(376개)으로 되돌아왔다.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매출은 2013년 39조1000억 원에서 지난해 34조7739억 원으로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한 2012년 3월만 해도 대형마트가 ‘유통 공룡’으로 통했지만, 코로나19 확산 등을 기점으로 성장세가 크게 꺾였다. 전통시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전국 전통시장 수는 2013년 1502개에서 2021년 1408개로 줄었다. 매출, 종업원 수도 감소세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경쟁력이 약화된 사이 규제 영향권 밖에 있던 온라인 플랫폼과 식자재 마트 등이 그 사이를 메웠다. 대형마트가 쇼핑객이 주로 몰리는 휴일 두 차례 휴무를 하다 보니 소비자 선택권이 제약을 받는 데다 온라인으로 대형마트에 물건을 주문하려고 해도 영업시간이 아닌 새벽이나 휴일에는 배송이 안 돼 불편함이 크다는 지적이 크다. 특히 서울 도심에선 쿠팡과 컬리 등의 새벽배송이 일반화됐지만, 이들 플랫폼의 물류창고가 없는 지방의 경우 대형마트가 새벽배송을 할 수는 있지만 영업시간 외 온라인 배송 금지로 인프라가 있는데도 쓰지 못한다는 것. 대한상의가 지난해 내놓은 대형마트 영업 규제 완화 관련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7.8%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납품업체도 타격이 크다. 국내 한 대형마트에 25년째 굴, 가리비 등 신선 해산물을 납품하는 한 중소기업은 대형마트가 쉬는 날에는 산지에서 해산물 폐기를 감수하고 있다. 해산물은 매일 원래 나오는 수량이 있고 이를 고무줄처럼 늘리거나 줄일 수 없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한 달에 두 번씩만 생산량을 줄이자니 어업 종사자도 줄어드는 상황에서 인력을 고무줄처럼 늘렸다 줄였다 할 수도 없고, 그냥 과잉 생산하고 버리는 악순환”이라며 “폐기하는 날은 수확물의 70%가 폐기된다”고 했다. 시민 불편이 커지자 대형마트 2회 의무휴업은 유지하되 휴업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바꾸는 경우가 나오고 있다. 서초구는 이르면 내년 1월부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수요일로 전환할 예정이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처음이다. 실제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꾼 대구의 경우 반응이 긍정적이다. 지난달 12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 1000원짜리 씨앗호떡과 5000원짜리 칼국수 등 시장 음식을 즐기러 나온 인파로 오후 내내 붐볐다. 이날은 일요일로 여느 때 같으면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 날이었다. 하지만 대구시는 올해 2월부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바꾸면서 매주 일요일 대형마트가 영업을 하게 됐다. 실제로 이날 약 2km 떨어진 대구 북구 이마트 칠성점이 정상 영업 중인데도 이와 무관하게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었다. 서문시장의 한 상인은 “대형마트에 가면서 시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을 먹으러 시장을 들르기도 하는 등 장사에 크게 영향받지 않는다”고 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형마트 규제를 워낙 오래 하다 보니 소비자, 판매자, 사업자 모두 관성이 생겼다”며 “10년 이상 된 규제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 얼마나 (시장이) 왜곡됐나, 앞으로 얼마나 왜곡을 고착화시킬 것인가 심각하게 바라볼 때가 됐다”고 말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롯데그룹이 영국 리테일 테크 기업 ‘오카도’와 손잡고 첫 번째 물류센터를 부산에 짓기 시작했다. 온라인 시장에서 부진하다는 평가를 받아 온 롯데가 최첨단 물류센터를 내세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5일 롯데쇼핑은 부산 강서구 국제산업물류도시에서 고객 풀필먼트 센터(CFC) 기공식을 열었다. 지난해 11월 영국의 글로벌 리테일 테크 기업 오카도와 파트너십 계약을 맺은 지 약 1년 만이다. 기공식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상현 롯데쇼핑 부회장, 박형준 부산시장 등이 참석했다. 부산 CFC는 오카도의 통합 솔루션인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OSP)이 적용된 첫 물류센터다. 연면적 약 4만2000㎡(약 1만2700평) 규모로 기존 롯데의 온라인 물류센터보다 처리할 수 있는 상품 종류를 2배 많은 4만5000종으로 늘렸다. 배송 처리량도 2배 수준인 하루 3만 건으로 확대했다. 투자비용은 약 2000억 원이다. 2025년 말 공사가 완료되면 부산, 창원, 김해 등 경남 지역 230만여 가구에 온라인 쇼핑을 제공하게 된다. 부산 CFC에선 상품을 고른 후 포장, 배차까지 모든 과정이 자동화로 이뤄져 오배송이나 지연배송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CFC는 수도권에 짓는다. 아울러 2030년까지 1조 원을 투입해 전국에 6개 CFC를 건립하고, 이를 기반으로 2032년 온라인 식료품 매출 5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가 오카도와 손잡고 선보일 CFC는 국내 유통업계에 혁신을 일으킬 자동화 물류센터”라며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온라인 그로서리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팝업스토어’ 전성시대 바야흐로 ‘팝업스토어’ 전성시대가 도래했다. 임시 매장인 팝업스토어는 서울 곳곳에서 상시적으로 열린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선 이틀에 한 개씩 새로운 팝업스토어가 나오고, 서울 성동구 성수동 팝업스토어용 대관료는 4년 새 2배로 뛰었다.》짱구를 만나기까지 1시간 40분. 짱구의 인기는 못 말릴 정도였다. 지난달 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현대백화점 지하 2층에는 인기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 말려’(일본 원제 ‘크레용 신짱’)의 팝업스토어가 마련됐다. 팝업스토어는 말 그대로 웹페이지에서 떴다 사라지는 ‘팝업창’처럼 짧게는 하루 이틀, 길게는 한두 달간 운영되는 가게다. 굳이 한국어로 번역하면 ‘임시 매장’이지만, 요새 마케터들에게 팝업스토어는 임시 매장 이상의 위력을 발휘한다. 이날 기자가 짱구는 못 말려 팝업스토어를 찾은 시간은 오후 5시 40분. 대기 인원이 주말에는 200명을 훌쩍 넘는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후기를 참고해 평일인 수요일 퇴근 시간대보다 이른 시간을 노렸건만, 앞선 대기 인원은 이미 83팀에 달했다. 팝업스토어에는 인형, 스티커, 노트 등 다양한 짱구 ‘굿즈’에 푹 빠진 20, 30대로 가득했다. “귀엽다” “사고 싶다”는 감탄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가장 인기를 끈 건 애니메이션 주인공 짱구와 반려견 흰둥이가 무인 사진관 ‘인생네컷’을 찍은 콘셉트로 제작된 스티커였다. 스티커 판매대 앞에 인파가 몰리며 5분 이상 갇혀 있어야 했다. 팝업스토어 외부에서도 짱구 캐릭터 조형물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짱구 팝업스토어는 이날을 포함해 경기 성남시 판교, 대구, 부산 등 올해 네 번 열려 총 방문객 18만 명 이상을 모았다. 팝업스토어 열풍이 거세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과 마포구 홍대입구 등 ‘핫플레이스’를 중심으로 유행하던 팝업스토어가 이젠 백화점 등 기성 유통 채널에서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국내 팝업스토어 메카인 성수동은 팝업스토어 인기로 부동산 임대료가 몇 년 새 두 배로 오르는 등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온라인의 대항마… 유통가에 부는 팝업스토어 바람팝업스토어가 지금과 같이 유통채널과 결합돼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기는 명확하지 않다. 팝업스토어 초창기엔 신제품 소개나 할인 판매 매장의 성격이 짙었다. 팝업스토어를 마케팅 차원에서 내걸고 운영한 사례는 2009년 제일모직(현 삼성물산)의 패션브랜드 구호(KUHO)가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마련한 매장이나 나이키가 마포구 상수동에 마련한 매장이 최초의 팝업스토어로 받아들여지긴 한다. 그러다가 2015년 전후로 온라인 쇼핑이 확대되자 오프라인만의 묘미를 지닌 팝업스토어가 서울 도심의 골목길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모니터로만 볼 수 있었던 상품이 오프라인에 소개되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팝업스토어에 대한 관심이 잠시 주춤했으나,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시대가 도래하자 ‘경험’과 ‘한정판’에 꽂힌 소비자들이 몰려드는 공간이 됐다. 오프라인 공간의 매력을 살려야 하는 유통업계, 특히 백화점은 팝업스토어를 적극 유치하기 시작했다. 유행에 민감한 업종의 특성상 인기 팝업스토어를 통해 20, 30대 젊은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백화점 팝업스토어는 현대백화점 더현대서울, 롯데백화점 잠실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등 백화점 점포 중 가장 인지도가 있거나 규모가 큰 매장에서 진행된다. 팝업스토어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곳은 더현대서울이다. 마케팅업계에 따르면 더현대서울은 2021년 2월 개점 후 올해 11월 중순까지 약 460회의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이틀에 한 개꼴로 새로운 팝업스토어를 연 셈이다. 롯데백화점도 올해에만 잠실점에 200여 개, 신세계백화점도 강남점에 100여 개 팝업스토어를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기 팝업스토어 매출은 기존 매장을 훌쩍 뛰어넘는다. 백화점에 정식 입점한 패션 매장 최상위 브랜드의 월 매출은 3억∼4억 원대 수준이다. 하지만 더현대서울 인기 팝업스토어의 경우 1, 2주 운영하는 동안 매출이 10억 원, 심지어 20억 원에 육박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알려졌다. 팝업스토어의 주 고객층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다.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팝업스토어 전용 공간 ‘아트리움’을 설치한 이후 방문객 중 20, 30세대 비중이 약 10%포인트 늘었다. 더현대서울의 경우 팝업스토어 제품 구매 고객 중 MZ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75%다. 더현대서울을 제외한 현대백화점 15개 매장의 평균 20, 30대 비중이 약 25%인 점을 감안하면 3배 이상 높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팝업스토어를 적극 유치한 결과 더현대서울에 200만 명 이상의 고객을 추가로 유치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임시 매장’의 이미지였던 팝업스토어가 ‘한정판 전문 매장’으로 진화했다고 본다. 운영 기간 제한이라는 팝업스토어의 특징이 ‘이때 아니면 못 산다’는 인식을 주게 된 것.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소비 환경의 변화로 과거 같은 대중적, 빅 브랜드의 탄생 자체가 어려워졌다”며 “SNS에서 쇼트폼(짧은 동영상)이 유행하듯 유통업계에서는 팝업스토어가 유행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핫플레이스’ 내 팝업스토어… 부동산 가치도 끌어올려 서울 성수동, 신사동, 한남동 등 이른바 ‘MZ세대 핫플레이스’가 팝업스토어의 격전지로 떠오르자 해당 지역 부동산 시장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성수동의 경우 팝업스토어가 자주 설치되는 골목을 따라가다 보면 곳곳에서 과거 ‘임대 문의’ ‘입점 문의’와 같은 문구 대신 ‘팝업(스토어) 문의’, ‘대관 문의’ 등의 현수막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카페거리가 있는 성수동 연무장길은 최근 수년간 월평균 100개 이상 팝업스토어가 열리자 인근 상업 시설의 매매가격이 치솟았다. 지난달 30일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 기업 알스퀘어에 따르면 연무장길 일대(성수동 1∼2가) 상업 시설 평균 매매가는 대지면적 기준 평당(3.3㎡) 1억2972만 원으로 3년 전인 2020년(7644만 원)보다 약 70% 상승했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4년 전인 2019년 6월 220억 원에 연무장길 땅을 매입해 지어 올린 사옥 ‘무신사캠퍼스E1’은 올해 10월 1115억 원에 팔리기도 했다. 팝업스토어를 위한 단기 임대는 ‘부르는 게 값’으로 통한다. 성수동 소재 공인중개사무소 등에 따르면 성수동 팝업스토어용 단기 임대 일일 대관료는 평당 15만∼20만 원대다. 평당 10만 원대였던 2019년과 비교하면 4년 사이 2배 가까이로 뛰었다. 장소와 시기 등 구체적인 조건에 따라 편차가 있으나 통상 20평 크기 팝업스토어를 일주일간 운영한다면 대관료만 2000만 원 이상 드는 셈이다. 마케팅과 인테리어 비용도 추가로 수천만 원이 발생한다. 건물주들 사이에선 임대보다 팝업스토어 유치를 선호하는 추세도 두드러진다. 월세보다도 팝업스토어 수익이 높다 보니 팝업스토어 임대업으로 전환하는 곳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한 공인중개사무소는 “추운 겨울이지만 여름철만큼이나 많은 팝업스토어가 이어지고 있어 수요가 넘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팝업스토어 시장이 커지면서 관련 플랫폼도 생기고 있다. 이들은 공간 대여를 중개하거나 운영 기획을 대행한다. 팝업스토어 대행사인 ‘스위트스팟’이 중개한 팝업스토어 숫자는 2019년 대비 30배 이상 증가하면서 같은 기간 스위트스팟 매출액도 126% 뛰었다.● 팝업스토어 과열… 희소성 떨어지고 젠트리피케이션전문가들은 당분간 ‘팝업스토어 전성시대’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한정된 경험과 재미를 추구하는 최근 소비 성향, 팝업스토어를 통해 다양한 시도를 하려는 업체들의 수요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다만 팝업스토어 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자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기성 유통사, 대기업 브랜드까지 모두 팝업스토어를 만들고 나서자 팝업스토어가 가진 독특함, 희소성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팝업스토어의 묘미는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를 발굴한다는 측면도 있다”며 “대기업 참여가 늘어날수록 팝업스토어만의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있다”고 전했다. 특히 ‘팝업스토어의 성지’인 성수동의 경우 전형적인 상업형 젠트리피케이션 전철을 밟고 있단 분석이 나온다. 성수동이 팝업스토어라는 독특한 콘텐츠를 무기로 삼아 성장했지만, 자본이 몰려들고 상업화되면서 지역 특색이 점차 희석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팝업스토어로 임대료가 이전보다 크게 높아지면서 성수동의 기존 상인들은 이를 감당하지 못해 지역을 떠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성수동도 팝업스토어 유행이 시들해지다 보면 어느 순간 슬럼화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주기적인 팝업스토어에 따른 폐기물 역시 문제로 꼽힌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팝업스토어가 계속 바뀌며 들어가는 인테리어 자재와 폐기물 등이 환경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팝업스토어의 환경 문제에도 인지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MZ세대 잡아라” 각양각색 금융권 팝업스토어 [위클리 리포트] 팝업스토어 열풍 어디까지팝업스토어로 이미지 변신 꾀하는 금융권은행권, 고객에 친근한 이미지 주기 위해… 공항-지역 상생 주제로 체험 공간 마련보험-카드 등 제2금융권도 젊은층 공략… 브랜드 인지도 높여 업계 선점 노려 유통업계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팝업스토어 열풍이 금융회사로 번지고 있다. 금융업계가 갖고 있던 보수적인 이미지를 벗고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전략이다. NH농협은행은 지난달 15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NH올원뱅크 신선놀음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MZ세대 소비자들이 NH농협은행의 애플리케이션(앱) ‘NH올원뱅크’의 금융·생활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은행권은 단순히 상품 홍보를 넘어 다양한 방식과 주제로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올 7월 해외여행 서비스 플랫폼 ‘트래블로그’를 홍보하기 위해 팝업스토어 ‘하나뿐인 공항, 성수국제공항’을 오픈했다. 실제 공항처럼 꾸며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해외여행 전용 체크카드의 혜택을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오픈런’을 해야 할 정도로 화제를 모으자 하나금융은 7월 7일부터 16일까지였던 운영 기간을 23일까지로 늘렸다. 이 기간 동안 약 1만7000명이 팝업스토어를 찾았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역 상생을 주제로 내걸었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원 더 바이브 합정’을 열고 지역 상점이 판매하는 소품을 활용한 포토존, 지역 예술가들의 아트북 등을 체험하는 공간을 만들었다. 은행은 MZ세대를 겨냥하는 수단으로 팝업스토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딱딱하고 보수적인 이미지 대신 젊음과 친숙함을 내세워 고객을 확보하려는 취지다. MZ세대의 ‘핫 플레이스’인 성수동이 팝업스토어를 여는 단골 장소인 것도 이러한 이유다. 은행권 관계자는 “팝업스토어는 비대면에 익숙한 젊은층이 은행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라며 “고객들이 상품에 따라 언제든 은행을 바꿀 수 있는 환경인 만큼 접근성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제2금융권도 팝업스토어를 통해 젊은층 공략에 나섰다. 삼성화재는 이달 2일까지 반려인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인 ‘오모오모 하우스’를 운영한다. 펫 전용 사진 스튜디오, 슬개골 마사지 클래스, ‘펫스널 컬러(펫+퍼스널 컬러)’ 진단 등 반려인과 반려동물을 위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브랜드 인지도와 이미지를 각인시켜 보험사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펫보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신한카드는 싱가포르항공과 함께 ‘크리스플라이어 팝업스토어’를 열고 ‘싱가포르항공 크리스플라이어 더 베스트 신한카드’ 상품에 대한 각종 정보를 제공하기도 했다. 앞으로 팝업스토어를 활용하는 분야가 더욱 다양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팝업스토어를 통해 젊은 소비자들이 금융 서비스를 실체적으로 느낀 것이 결국 고객 확보로 연결된다”며 “젊은 세대가 낯설게 느끼는 업종들이 팝업스토어 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분석했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이른바 ‘한국의 아마존’을 지향하며 한때 옥션, 지마켓 등과 3대 ‘오픈마켓’으로 꼽혔던 11번가가 휘청이고 있다. 전자상거래 시장의 출혈 경쟁 심화와 경기 침체 장기화로 실적 반등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서 11번가의 최대주주 SK스퀘어가 매각 주도권을 재무적투자자(FI)에게 넘겨줄 상황에 놓였다. 30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는 전날 국민연금과 사모펀드(PEF) H&Q코리아 등으로 구성된 FI 컨소시엄의 11번가 보유 지분 18.18%를 매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11번가의 최대주주는 SK스퀘어로 지분 80.26%를 보유하고 있다. 컨소시엄은 2018년 11번가에 5000억 원을 투자하면서 5년 내 기업공개(IPO) 조건을 달았다. 당시 11번가의 기업가치를 2조7000억 원으로 평가한 투자였다. 만약 IPO에 실패하면 SK스퀘어가 원금 5000억 원에 연 8%의 이자를 더해 이를 다시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우선매수청구권) 조항도 포함됐다. SK스퀘어는 이번에 이 콜옵션을 포기한 것이다. 이에 따라 주도권은 컨소시엄이 갖게 됐다. 콜옵션 포기로 컨소시엄은 SK스퀘어가 보유한 지분까지 묶어 11번가를 매각할 수 있는 권리(드래그얼롱)를 행사할 수 있다. 권리를 행사하면 SK스퀘어가 진행하던 11번가 매각을 컨소시엄이 주도할 수 있다. 컨소시엄은 이 권리의 행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11번가는 2018년 SK플래닛에서 독립 법인으로 출범할 당시 한국판 아마존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받았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처럼 인공지능(AI) 기술과 쇼핑 플랫폼을 결합해 혁신을 일으키겠다는 취지였다. 실제 2021년 8월 아마존과 사업 협력을 통해 ‘직구(직접 구매)’ 서비스를 도입하기도 했다. 문제는 독립 법인 출범 후 컨소시엄으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뒤 11번가가 업계 경쟁 심화로 별다른 성장 동력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쿠팡과 네이버가 대규모 투자를 통해 점유율을 점점 높이면서 11번가는 4위권으로 밀려났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점유율은 1위 쿠팡이 24.5%, 2위 네이버는 23.3%로 7%에 그친 11번가와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시기 온라인 쇼핑 거래량이 급증했을 때 오히려 11번가의 실적은 더 나빠졌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적자를 냈으며 올 1∼9월 누적 영업손실도 910억 원에 이른다. 최근에는 2008년 서비스 출시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도 했다. 만 35세 이상 근속연수 5년 이상의 직원을 대상으로 4개월 치 급여를 지급하는 조건이다. 컨소시엄이 매각을 주도해도 인수자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자상거래 업계 관계자는 “전자상거래 시장은 결국 1, 2개 업체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며 “쿠팡이나 네이버 또는 대규모 자본력을 갖춘 해외 업체가 11번가를 인수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말했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중소기업은 지금도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는 산업안전보건법으로 곧장 처벌 받습니다.”(배조웅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장)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사업주가 구속되거나 징역형을 받으면 중소기업은 폐업으로 이어집니다.”(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중기중앙회는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초청 간담회를 열고 내년 1월 27일 적용을 앞둔 중대재해처벌법의 유예를 재차 호소했다. 중소기업계는 22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해 “영세 기업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며 정부와 국회가 노력해줄 것을 호소했다. 이날 중소기업인들은 정부를 향해 50인 미만 중대재해처벌법 유예기간 연장 등 현장 애로 34건을 전달하고 개선 방안을 촉구했다. 중기인들은 현 시점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준수를 위한 부담이 너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은종목 한국용접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개별 중소기업이 외부 전문가에게 컨설팅을 맡기려면 수천만 원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업종·지역별로 공동 안전 관리자를 채용해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인건비 등을 지원해 달라”고 제안했다. 이 장관은 이에 대해 “50인 미만 기업에 안전보건 관리체계가 조속히 구축될 수 있도록 컨설팅, 교육, 기술 지도 등을 집중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를 주재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대응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부담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회가 적용 시기 유예를 위한 법 개정안을 연내 조속히 처리해 주시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근래 한국 뷰티 시장에서 가장 큰 변화를 겪은 카테고리는 ‘향수’다. 5년 전 향수는 백화점 화장품 매출 구성비에서 약 5%를 차지하는 작은 카테고리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3년 현재 향수는 약 15%의 매출 구성비를 차지하며 다른 뷰티 카테고리를 바짝 쫓고 있다. 한국 화장품 업계와 유통업계에서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향수가 글로벌 트렌드를 무섭게 좇으며 국내 리테일 시장을 변화시킨 것이다. 무엇보다 백화점 내 매장 지형도를 변화시켰다. 10년 전 대형 백화점 기준 화장품 매장에 향수 전용 매장은 단 3∼5개뿐이었지만 지금은 10개 정도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슥 지나갈 때 매력이 쓱… 향기의 마력, 1초면 충분해옷을 입듯 향기를 걸치는 시대희소성 높은 ‘니치 향수’도 인기기분-개성 표현 수단으로 자리 2010년부터 2017년 사이 글로벌 패션사와 화장품사들은 향수 브랜드를 앞다퉈 인수하고,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하며 ‘니치향수’에 대한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였다. 당시 한국의 화장품사와 패션사들은 이를 염두에만 뒀을 뿐 큰 변화를 일으키지는 못했다. 오히려 한국 대형 화장품사들은 색조에 힘을 주거나 스킨케어 상품을 중국에 수출하는 데 힘을 쏟았다. 물론 성과는 좋았다. ‘쿠션’이라는 카테고리를 탄생시켰으며 글로벌 면세점 매출 1위 브랜드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만큼 향수에 대해서는 늦게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 워낙 한국인들이 체취가 약한 편이기도 하고 향수는 사치품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많은 한국 패션사가 포트폴리오에 향수를 추가하며 출사표를 던졌고, 기존 화장품사들도 향수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단순 국내 판권 획득을 넘어 세계시장을 공략할 ‘니치향수’ 브랜드를 론칭하는 브랜드도 다수 보이고 있다. 물론 이외에도 여러 가지 변화 포인트가 많다. 변화의 원인은 소비자에게 있다. 향수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것이다. 향수를 사치품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인식하게 됐다. 드디어 한국의 향수 시장도 성숙기에 진입하게 된 것이다.이제는 칭찬, “이건 무슨 향수예요?”향수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하나의 작은 질문이 칭찬으로 바뀌게 됐다. 바로 “이건 무슨 향수예요?”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은 여러 가지 이유로 기분을 좋게 만든다. 그만큼 타인에게 관심을 받았고, 내가 선택한 향수가 타인에게도 좋은 감정을 전달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이런 질문을 한 번이라도 받으면 향수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이 카테고리를 더 즐기게 된다. 잠을 자기 전에도 뿌려 보고, 기분 전환하기 위해서도 뿌려 보고, 상황과 장소에 맞춰 향수를 뿌려 보기도 한다. 후각을 타깃으로 하는 아이템의 힘이다. 향수는 후각으로 승부한다. 후각은 오감 중에 가장 예민한 감각이며 감정과 가장 관계가 깊은 감각이다. 단 1초면 우리는 냄새를 맡고 감정으로 형상화할 수 있다. ‘좋다’ ‘싫다’ ‘상큼하다’ ‘달다’ ‘무엇이 떠오른다’ 등 1초면 충분하다. 그리고 이 1초를 공유하고 싶어진다. 마치 예쁜 옷이나 멋있는 옷을 입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더 나아가 차별화하고 싶어 한다. 희소성이 있으면서 다수가 좋은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것을 찾게 된다. 매력적인 향수를 계속 찾게 될 것이다. 향수가 자신을 꾸미고 표현하는 좋은 수단으로 인식되면서 향수 시장은 앞으로 계속 성장할 것이다.타인이 궁금해 할 법한 향수많은 이가 나에게서 나는 향이 타인에게 좋은 감정으로 전달되길 바란다. 그렇다면 대다수가 좋아하는 ‘베스트셀러’를 뿌리는 게 정답일 수도 있지만 희소성을 충족하긴 어렵다. 대중성과 희소성을 모두 만족시킬 만한 향수 몇 가지를 추천하려 한다.크리드 - 어벤투스 오드퍼퓸‘성공을 기원하는 향수’로 불리는 남성 향수다. 높은 가격대로 하이앤드 니치퍼퓸이라는 명성을 가진 브랜드로 다수의 사랑을 받는 동시에 희소성까지 갖추고 있다. 무게감이 있는 향임에도 시트러스하면서 프루티한 향이 난다. 파인애플 톱노트에서 자작나무, 그리고 베이스 노트 머스크까지의 여정은 매혹적이고 강인하다. 달콤하게 시작한 향이 스파이시하고 스모키함을 선사하기까지의 여정을 꼭 느껴보기를 권한다.아쿠아 디 파르마 - 오스만투스 오드퍼퓸겨울의 고결함 같은 향이다. 활기찬 시트러스와 오스만투스의 조화가 오히려 겨울에도 어울리는 느낌이다. 플로럴하고 프루티한 계열을 좋아하는데 겨울에 뿌릴 만한 향수를 찾는다면 꼭 시향해 보기를 권한다. 상큼하고 시원하게 시작한 네롤리와 만다린 향에 달콤함이 더해져 제법 무게감이 있다. 추운 날씨에도 어울린다고 생각한다.트루동 - 메디 오드퍼퓸1643년 프랑스에서 태어난 트루동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왁스 제작 업체로 알려져 있다. 왁스로 시작해 캔들 명가로 자리 잡은 브랜드인 만큼 향도 특별하다. 메디는 트루동의 베스트셀러임에도 아직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 희소성이 있다. 시트러스 향이 주를 이루지만 분명히 따뜻한 느낌이다. 시트러스와 아로마노트의 여정에서 따스한 인센의 기운을 마주하는 시간이 즐겁다. 필자의 인생 향수 중 하나다.임지완 롯데백화점 Cosmetics팀 치프바이어정리=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어려운 시기일수록 성장하는 브랜드와 하락하는 브랜드의 차이가 뚜렷해진다. 시계 분야 도전자인 에르메스 워치가 돋보일 절호의 기회다.” 한국을 방문한 로랑 도르데 에르메스 시계부문 최고경영자(CEO)는 20일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에르메스는 시계 분야에서도 선두 주자가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도르데 CEO는 1995년 에르메스에 합류해 2015년부터 에르메스 시계 CEO를 맡고 있다. 가방, 실크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브랜드로 꼽히는 에르메스가 상대적으로 약했던 시계 분야를 맡아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에르메스만의 창의력이 반영된 독특한 제품을 내세워 보수적인 시계 산업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며 “그 덕분에 자신의 취향이 명확한 한국 소비자들도 에르메스 시계를 인정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에르메스라는 브랜드 자체는 잘 알려져 있지만 에르메스 시계는 아직 조금 생소하다. 에르메스 시계만의 특징이자 장점은? “에르메스는 현재 가방과 실크 액세서리로 잘 알려져 있고, 두 분야의 선두 주자로 인식되고 있다. 시계 분야에서도 가방과 실크와 마찬가지로 업계 리더로서의 지위를 확립하는 게 목표다. 에르메스가 스위스 시계 산업에 들어온 이유는 수 세기 동안 전통 시계 제조사들이 이끌어온 시계 산업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서다. 우리는 에르메스만의 창의력을 담은 독특한 컴플리케이션 시계(기능이 다소 복잡하고 제작 과정에서 고난도의 조립 및 가공 기술을 요하는 시계)들을 선보이고 있다. 스타일, 창의성, 판타지, 유머 등에서 전통적인 시계 브랜드들이 보여주지 못한 차별화된 것을 선보이는 게 목표다. 모건스탠리의 리서치 리포트에 따르면 2022년 에르메스 시계는 스위스 시계 회사 랭킹 중 18위를 차지했다. 이는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에르메스 시계를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에르메스 H08 컬렉션의 새로운 모델이 올해 10월 한국 시장에 출시다. 다양한 색상이 인상적인데 이렇게 컬러풀한 색상을 적용한 이유가 있는지. “2021년 H08 라인을 처음 내놓았다. 이 라인은 시작부터 스포티한 이미지를 갖추고 있었으며 캐주얼하고 실용적이고 혁신적인 소재를 믹스 매치해 가벼우면서도 튼튼하다는 특징을 지녔다. 처음 선보인 H08 라인이 매우 짙은 3가지 어두운 색상을 사용했기 때문에 두 번째 선보이는 라인은 더욱 활기찬 색상을 도입하고자 했다. 유리 섬유에 슬레이트 파우더가 혼합된 복합 소재의 케이스는 충격에 강하고 가볍다.” ―켈리의 경우 ‘오브제’라는 표현이 눈에 띈다. “켈리 시계는 1975년 처음 에르메스 시계 컬렉션으로 소개됐고 오랜 기간 재해석해서 선보인 적이 없었다. 이번에 우리는 아이코닉한 이 오브제를 정교하고 섬세하게 재탄생시키고자 했다. 새로운 켈리 시계는 2022년 워치스 앤드 원더스를 통해 공개된 직후 큰 반응을 일으켰다. 기존 제품보다 자물쇠 크기를 작게 조정하고 기능도 개선했으며, 가죽 네크리스와 함께 구성돼 손목뿐 아니라 목에도 걸 수 있다.” ―한국 소비자들이 럭셔리 워치를 고를 때 어떤 점을 중시한다고 판단하는지. 한국 소비자들만의 특징이 있다면 무엇인가. “한국 고객은 매우 높은 기준을 갖고 있다. 시계 제작과 기술적인 부분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많고, 여러 브랜드를 비교하는 것에도 매우 능숙하다. 지난 십 년 동안 한국은 에르메스 시계가 가장 큰 성장과 꾸준한 성장을 거둔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에르메스가 선보이는 다양한 스타일의 시계들은 전통적인 시계 제조사의 것들과는 명확하게 다른 새로운 접근을 보여준다. 이러한 독특함은 자신의 취향이 명확한 한국 고객들에게 우리 시계가 사랑받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고금리, 경기 불황으로 럭셔리 시장 전반에 충격이 불가피하다. 이를 극복할 전략이 있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품질을 최우선으로 두고 어떤 양보도 없이 최고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높은 가치의 가격을 의미할지라도 고객들은 품질에 우선순위를 두고 여전히 독특하고 특별한 제품, 환상적인 기능을 갖춘 차별화된 컴플리케이션 시계를 기대하고 있다. 분명 에르메스가 돋보일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10월 초에 공개된 에르메스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전반적인 실적은 매우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특히 시계 부문은 약 24% 성장했고, 전체 브랜드로도 전년 대비 약 22% 정도 성장했다. 에르메스 코리아의 세부적인 실적은 언급할 수 없지만 3분기 리포트를 통해 에르메스가 어려운 시기에도 견고함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고객들은 브랜드가 일관된 가치, 동일한 수준의 품질, 품질과 창의성에서 타협하지 않을 것이란 것을 믿고 있다. 고객들의 신뢰가 에르메스 브랜드가 가진 견고함의 기반이다.” ―한국에서 럭셔리 제품 가격이 지나치게 빠르게 오른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대한 에르메스 워치의 입장은 어떠한가. “가격 정책에 대해 에르메스는 항상 매우 신중하다. 시계 부문의 경우 특히 그렇다. 시계 분야에 있어 에르메스는 아직 도전하는 입장으로 이제 막 업계 18위에 올랐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가격 정책을 정함에 있어 더욱 신중하다. 시장 상황 및 환율 변동 등을 고려해 극도로 신중하게 접근하며, 합리적인 수준의 가격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물가가 치솟고 경기 불황이 길어지자 가격이 저렴한 ‘리퍼브(refurbished·재공급품)’ 상품 판매가 늘고 있다. 리퍼브란 매장에 전시됐거나 유통 과정 중 미세한 흠집이 생겨 반품된 것을 다시 정비해 저렴하게 파는 상품이다. 품질에 문제는 없는데 가격은 저렴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시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다. 자원 재활용으로도 인식돼 친환경 가치 소비에 중점을 두는 고객들에게도 호응을 얻고 있다. 22일 롯데마트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리퍼브 상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배 늘었다. 특히 샴푸나 세제 등 생활용품이 전년 대비 50% 늘었다. 홈리빙용 수납 상자 역시 전체 리퍼브 상품 매출에서 상위 10위에 드는 인기 상품이다. 이에 롯데마트는 23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2주간 전국 23개 점에서 리퍼브 상품 할인행사를 진행한다. 가전·가구를 제외한 전 품목에 20% 추가 할인이 적용된다. 롯데마트 측은 통상 리퍼브 상품이 일반 소비자 가격 대비 최대 70% 저렴한 것을 감안하면 추가 할인 적용 시 80% 이상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리퍼브 상품에 대한 수요가 커지자 다음 달 초 광주 서구 월드컵점에 300평 규모 리퍼브숍 개장도 앞두고 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중소기업계가 중대재해처벌법을 5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하는 시점을 최소 2년 유예해 달라고 재차 촉구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사진)은 20일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에 동행하기 위해 출국하기 전 기자단과 만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무기한 유예해 달라는 게 아니라, 철저한 준비를 위해 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대로 소규모 사업장까지 법이 적용되면 많은 중소기업이 심각한 경영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은 내년 1월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을 앞두고 있다. 다만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를 2년 유예해 2026년부터 적용하는 법안을 다룰 예정이다. 김 회장은 “83만여 개에 이르는 50인 미만 사업장을 위한 컨설팅 등 지원이 더 빠르고 과감하게 시행됐어야 했다”며 “범정부 차원의 로드맵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기업 안전보건관리 인력 지원 사업을 신설하고 공공 부문 발주 공사부터 가격 중심의 입찰 제도를 최소화하는 등 건설공사 입찰 및 낙찰 제도 개선에도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기중앙회 등 18개 중소기업 및 건설업 단체도 이날 국회에서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기간 연장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유예 없이 2개월 후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다면 현장의 혼란은 물론 준비를 아예 포기해버리는 기업들이 대거 나타날 우려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8월 중기중앙회 설문조사에서는 50인 미만 사업장의 80.0%가 “아직 준비 못 했다”고 응답했고 85.9%는 “유예기간 연장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건설사 대다수도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에 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응답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대한전문건설협회와 함께 전문건설사 781곳을 대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실태’를 조사한 결과 96.8%가 중대재해처벌법 대응과 관련해 “별다른 조치 없이 종전 상태를 유지한다”고 답했다. 대응이 미흡한 이유로는 ‘대한 안전보건 의무와 그 내용의 모호함’(67.2%), ‘비용 부담’(24.4%) 등을 꼽았다. 따라서 50인 미만 사업장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51.5%)하거나 3년 유예해야 한다(26.5%)는 답변이 70%가 넘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고물가에 조금이라도 더 싸게 사려고 묶음 상품을 구입했는데 실제 계산해 보면 묶음 상품이 낱개 상품보다 더 비싼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개당 가격으로 환산했더니 6개짜리 묶음 상품이 낱개 상품에 비해 개당 1500원이나 비싼 경우까지 있다. 더 많이 사는 소비자일수록 더 비싼 가격에 물건을 사는 셈이다. ‘번들(묶음 상품)’일수록 가격이 비싼, 일명 ‘번들플레이션’으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번들의 배신’이란 말이 나온다. 낱개 가격을 일일이 계산해 보지 않으면 손해 보는 구조라 온라인에도 단위 가격 표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20대 자취생 A 씨는 ‘네이버쇼핑’에서 햇반(210g)을 사려다가 의아한 점을 발견했다. 좀 더 싸게 사려고 24개짜리 대용량 묶음 상품을 장바구니에 넣었다. 하지만 개당 가격을 계산해 보니 3개짜리 묶음 상품보다 오히려 비쌌다. 24개짜리 묶음의 개당 가격은 1017원, 3개짜리 묶음의 개당 가격은 993원이었다. 그는 “묶음 상품일수록 더 싼 게 상식적이지 않느냐”며 “이젠 소비자가 낱개 가격까지 따져봐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묶음 상품이 더 싸다’는 상식이 통하지 않고 있다. 고물가에 조금이라도 더 싸게 사려고 묶음 상품을 골랐지만 계산해 보면 묶음 상품이 낱개 상품보다 더 비싼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가격은 그대로 두고 용량을 줄인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주요 성분을 줄인 ‘스킴프플레이션(skimpflation)’에 이어 묶음 상품을 더 비싸게 파는 이른바 ‘번들플레이션(bundleflation)’이 비판받고 있다. 19일 네이버쇼핑 ‘브랜드스토어’에서 CJ제일제당 ‘비비고 육개장 500g’ 상품을 검색해 보니 1개는 3980원인 반면 6개짜리 묶음 상품은 3만2880원에 판매됐다. 개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6개짜리 묶음 상품은 개당 5480원꼴로 낱개 상품에 비해 1500원이나 비쌌다. 보통 더 싸게 사려고 묶음 상품을 구매하지만, 실제로는 많이 사는 소비자일수록 비싼 가격에 상품을 구입하는 셈이다. 브랜드스토어는 해당 제조사가 네이버를 통해 직접 파는 채널로, 개인업자가 입점해서 판매하는 게 아닌 제조기업들의 일종의 공식적인 몰이다. 눈속임 가격 책정 브랜드는 한두 개가 아니었다. 농심 ‘신라면 컵라면(65g·소컵)’의 경우 12개 묶음의 개당 환산 가격은 1017원인 반면 6개 묶음은 817원이었다. 더 많이 살수록 돈을 더 내는 구조다. 유한킴벌리의 하기스는 ‘네이처메이드 팬티형 기저귀 4단계 52매’ 상품을 2개 묶음은 4만8900원에, 4개 묶음은 10만5900원에 팔고 있었다. 오뚜기의 ‘오뚜기밥 고시히카리(210g)’ 상품도 3개 묶음은 4380원에, 18개 묶음은 2만9280원에 판매됐다. 개당 가격으로 환산해 보면 3개 묶음은 1460원꼴인 반면 18개 묶음은 1627원꼴로 더 비쌌다. 일각에서 기업들이 마진을 많이 남기려고 묶음 제품이 더 쌀 것이라는 소비자 기대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해 가격을 오히려 높게 책정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대해 제조기업은 “프로모션(판매 촉진 행사)을 다양하게 벌이다 보니 특정 시기에 낱개는 할인이 들어가고, 묶음 상품엔 할인이 적용되지 않았을 수 있다”며 “일부러 가격을 높인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오프라인에 이어 온라인에서도 단위 가격 표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가격 책정이야 기업 자율이지만 번들플레이션은 소비자 기망 행위”라며 “소비자가 일목요연하게 가격을 비교할 수 있게 해서 단기 이익을 위해 번들 가격을 속이면 장기적으론 (기업이) 손해 본다는 점을 알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번들플레이션번들(bundle·묶음)과 인플레이션(Inflation·물가 상승)의 합성어. 단위 가격으로 비교했을 때 묶음 상품이 낱개 상품보다 더 비싼 현상을 가리키는 신조어. 고물가에 조금이라도 더 싸게 사기 위해 묶음 상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중소 제조기업들이 국회에서 가장 시급히 통과돼야 할 킬러규제 혁파 법안으로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유예 기간을 연장하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을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300개 중소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정부·국회에 바란다’는 설문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이 가장 크게 느끼는 규제 분야는 노동 규제(44.7%)로, 환경(25.3%), 인증(21.3%), 금융·세제(15.3%) 규제보다 월등히 높았다. 실제로 중소기업들은 국회에 계류 중인 중소기업 관련 법안 중 가장 시급히 통과돼야 할 법안으로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유예 기간을 연장하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47.0%)을 꼽았다. 증여세 연부연납 기간을 늘리는 ‘조세특례제한법, 상속세 및 증여세법’(37.7%), 납품대금 연동 대상에 전기료 등을 포함하는 ‘상생협력촉진법’(29.7%)이 뒤를 이었다. 21대 국회 4년을 중소기업 관점에서 평가하는 문항에서는 ‘잘못함’(46.0%)이 ‘잘함’(3.0%) 대비 10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21대 마지막 정기국회 일정이 얼마 안 남았는데 국회 통과만을 기다리는 중소기업 관련 법들이 많다”면서 “중대재해처벌법, 기업 승계 관련 법 등은 중소기업에 킬러규제로 작용하는 만큼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반드시 통과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막상 피워 보니 호기심이 생기더라고요. 불법만 아니면 진짜 대마초 흡연을 시도했을 것 같아요.” 김모 씨(42)는 “완벽하게 실제와 유사한 향을 구현했다는 업체 광고를 보고 궁금해져서 온라인 쇼핑몰에서 대마향이 나는 전자담배 액상을 샀다”며 “은근히 중독되는 것 같은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온라인 쇼핑몰에서 대마초 향을 재현한 전자담배 액상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에선 “규제 대상인 대마 성분이 없기 때문에 불법이 아니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마약류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해 투약으로 이어질 수가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한민국 유일 합법 대마’ 광고 16일 한 온라인 쇼핑몰에선 한 업체가 ‘대한민국 유일 합법 대마’라는 문구와 함께 합성 니코틴을 사용해 만든 대마향 전자담배 액상 30mL를 3만1000원에 팔고 있었다. 상품 후기는 1500개가 넘었는데 “대마초의 새로운 경험이 가슴을 두근두근하게 했다”, “덕분에 진짜 대마가 더 궁금해졌다” 등의 내용이었다. 이 온라인 쇼핑몰에선 다른 업체도 ‘이것은 대마인가, 액상 담배인가’ 등의 문구를 내걸고 합성 니코틴을 사용해 제조한 대마향 전자담배 액상 두 종류를 팔고 있었다. 액상을 사면 대마 문양이 포함된 스티커와 대마 종이로 만든 디자인 카드를 사은품으로 함께 준다고도 했다. 한 판매업체 대표는 1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내 기준을 충족했고 합법적으로 사업하고 있다”며 “정부에서도 제품의 유해성은 없는 것으로 검증됐다”고 밝혔다. 마약류관리법상 불법으로 분류된 대마는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 칸나비디올(CBD) 등의 성분으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대마향 액상에는 THC와 CBD가 전혀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을 지낸 정희선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석좌교수는 “한 판매업체에서 밝힌 가향 성분 4종류는 모두 마약 성분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위해성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선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법적 규제 없는 사각지대 대마향 전자담배 액상을 두고선 다른 가향 액상과 달리 마약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정부 부처에서 감독하거나 규제할 근거는 없는 상황이다. 먼저 담배를 관리하는 기획재정부는 담배사업법에 따라 ‘연초의 잎을 원료로 제조한 것’만 담배로 간주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합성 니코틴을 사용하는 전자담배 액상이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건 맞다”면서도 “합성 니코틴에 대한 유해성 검증이 안 돼 담배에 포함하는 건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도 “담배사업법상 담배로 정의된 제품만 세부 성분을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환경부는 화학물질 수입량이 연간 100kg 미만인 경우엔 ‘위해성 심사’를 안 한다. 업체 스스로 신규 화학물질인지, 위해성이 있는지 체크해 환경부에 제출하고 수입하는 식이다. 가향 전자담배 액상이 흡연을 부추긴다는 지적에 따라 2019년 9월 보건복지부가 관할하는 국민건강증진법에 전자담배 액상에 가향 물질 첨가를 금지하는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본회의에서 통과되지 않아 20대 국회 임기 만료 후 폐기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관련 법이 없어 세부적으로 어떤 향을 넣었는지까지 규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대마향 전자담배 액상이 마약류에 대한 호기심을 부추기고 심리적 장벽을 낮출 수 있다고 지적한다. 마약범죄 전문 이승기 변호사는 “마약향이 나는 전자담배가 기호식품처럼 받아들여지면 마약으로 연결되는 관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박경민 인턴기자 연세대 정치외교학 수료}
배추 가격이 안정되면서 올해 김장 비용이 지난해보다 소폭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16일 가격조사 전문기관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4인 가족 김장 비용(20포기 기준)을 조사한 결과 전통시장에서는 30만1000원, 대형마트에서는 36만6000원이 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각각 30만6000원, 36만8000원이 들었던 것과 비교하면 5000원(1.7%), 2000원(0.5%) 줄었다. 이는 김장 재료 수급이 안정을 찾은 덕이다. 김장 재료 중 비중이 가장 큰 배추는 올여름 장마와 폭염으로 가격이 크게 올라 한때 ‘금(金)추’로 불렸지만 가을 이후 수급이 안정되면서 가격이 내려갔다. 배추는 10월 접어들면서 한 달 전과 비교해 60% 넘게 가격이 내렸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이슈로 가격이 불안정했던 천일염도 정부가 비축물량을 풀면서 가격이 하락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조사에서도 김장 물가 안정세는 유지됐다. 13일 기준 배추 20포기 김장 비용이 19만3106원으로 전주(21만8425원) 대비 11.6%, 전년(21만6358원) 대비 10.7% 하락했다. 두 조사기관의 단위와 품목 등이 달라 합계는 차이가 있지만 전년 대비 하락세는 동일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롯데백화점·마트·슈퍼 등이 포함된 롯데쇼핑이 올해 3분기(7∼9월) 사업부별로 엇갈린 성적표를 받았다. 백화점은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심리 악화를 떨쳐내지 못한 반면 마트·슈퍼는 강도 높은 점포 구조조정 등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9일 롯데쇼핑에 따르면 3분기 매출액은 3조739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 줄었고 영업이익은 1420억 원으로 5.3% 감소했다. 롯데쇼핑에는 백화점과 마트, 슈퍼, e커머스 등이 있는데 그중 백화점은 3분기 매출이 7530억 원(―2.0%), 영업이익이 740억 원(―31.8%)으로 모두 지난해 3분기 대비 줄었다. 보복 소비 열기가 뜨거웠던 지난해와 달리 고금리와 고물가 여파로 명품 등 소비가 한풀 꺾인 영향이 크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여름의 더운 날씨가 9월까지 이어지며 가을·겨울 상품 판매가 부진했고 물가 상승으로 가계 부담이 늘면서 소비 심리까지 위축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했다”고 했다. 같은 기간 롯데마트·슈퍼는 지난해 11월부터 시작한 상품 통합 소싱과 판매관리비 절감 노력으로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다. 마트는 3분기 영업이익 510억 원을 냈는데, 이는 2014년 이후 최대 분기 실적이다. 외식 물가 상승으로 집에서 먹는 수요가 늘어 신선식품 및 주류를 중심으로 마트·슈퍼 모두 기존 점 매출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 전날 강성현 롯데마트·슈퍼 대표는 주요 파트너사 100여 곳을 초청한 자리에서 “올해 롯데마트를 방문한 고객 수가 12년 만에 증가했다”고 말했다. e커머스 롯데온은 지난해부터 뷰티, 럭셔리, 패션, 키즈 등 핵심 상품군을 특화한 서비스를 연달아 내놓으며 적자 폭을 줄였다. 지난해 3분기부터 5개 분기 연속으로 매출액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고, 같은 기간 적자 폭도 지속적으로 줄여 나가고 있다. 소비심리 악화에 따른 유통업계 부진은 신세계, 현대백화점에도 두루 나타나고 있다. 신세계는 올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1조4975억원, 영업이익 1318억 원을 냈다고 8일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3.4%, 13.9% 하락했다. 현대백화점은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74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8% 감소했다고 7일 공시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통합 1년을 맞은 롯데마트와 롯데슈퍼가 매장의 90%를 그로서리(식료품) 상품군으로 채운 ‘그랑 그로서리’를 선보이기로 했다. 이를 통해 내년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한 ‘넘버원 그로서리(식료품) 마켓’을 구현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롯데마트와 롯데슈퍼는 8일 서울 송파구 롯데 시그니엘 서울에서 ‘2024 롯데마트·슈퍼 파트너스 데이’를 연 뒤 올 한 해 성과를 공유하고 내년도 성장 전략을 소개했다. 강성현 대표(사진)는 “넘버원 그로서리 마켓을 향해 함께 성장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새로운 통합 비전인 ‘넘버원 그로서리 마켓’을 선포했다. 더 다양한 국내 우량 품종을 도입하고 점포별 상권에 특화된 즉석조리 식품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강 대표는 “오프라인 매장의 가장 큰 어려움이 지속적으로 바뀌는 트렌드를 어떻게 흡수할 것인가라는 것”이라며 “내년에도 리뉴얼을 지속함으로써, 가장 트렌디한 유통업체를 지향하겠다”고 말했다. 롯데마트·슈퍼는 매장의 90%를 그로서리 상품군으로 편성한 새로운 유형의 매장 ‘그랑 그로서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그랑 그로서리 1호점으로 예정된 ‘은평점’은 40m 규모의 국내 최장 즉석조리 식품 매대를 앞세운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