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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미국 증시 기업공개(IPO) 대어로 불리는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ARM의 공모 가격이 희망가 최상단으로 결정돼 14일 미 나스닥 시장에서 거래를 시작했다. 한동안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과 테크 시장 침체 속에 숨죽이고 있던 미 IPO 시장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앞서 ARM은 13일 최종 공모 가격을 주당 51달러로 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공모 희망가 47∼51달러 가운데 최상단이다. 모바일 칩 설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ARM에 대한 투자자들의 수요가 몰려 공모가를 최상단으로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 대만 TSMC도 최대 1억 달러(약 1327억 원) 투자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공모가 51달러 기준 ARM의 기업가치는 545억 달러(약 72조2000억 원)로 추산돼 올해 최대 규모 IPO 기록을 세우게 됐다. 이는 소프트뱅크가 지난달 산하 비전펀드에서 지분을 인수할 때의 640억 달러보다는 적지만 시장에서 판단한 450억∼500억 달러보다 많다. 뉴욕타임스(NYT)는 “ARM 상장은 향후 테크 기업 IPO 성공의 바로미터로 여겨져 미 월가와 실리콘밸리 양쪽의 관심을 받아 왔다”며 “성공 여부가 IPO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했다. 미국 IPO 시장이 뜨거워지는 배경으로는 올 들어 엔비디아 등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기술주 랠리가 이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다음 주에는 2012년 설립된 미국 마트 배송업체 인스타카트가 상장을 기다리고 있다. 주관사 선정 후 IPO를 준비한 지 3년 만이다. 공모 가격 희망 범위는 주당 26∼28달러로 상장 후 기업가치가 최대 93억 달러(약 12조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인스타카트는 소비자 대신 마트에서 장을 보고 배송해 주는 서비스 업체다.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가 생전에 즐겨 신었던 샌들 브랜드 버켄스탁도 다음 달 초 뉴욕 증시의 문을 두드린다. 최근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통해 IPO를 추진한다고 신청했다. 버켄스탁의 상장 후 기업가치는 80억 달러(약 10조6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1774년 독일의 구두 수선공인 요한 아담 비르켄스토크에 의해 설립된 이 회사는 2021년 5월 프랑스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 그룹 계열의 사모펀드 엘캐터턴 파트너스가 인수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올해 미국 증시 기업공개(IPO) 대어로 불리는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ARM의 공모 가격이 희망가 최상단으로 결정돼 14일(현지 시간) 미 나스닥 시장에서 거래를 시작했다. 한동안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과 테크 시장 침체 속에 숨죽여있던 미 IPO 시장이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앞서 ARM은 13일 최종 공모가격을 주당 51달러로 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공모 희망가 47~51달러 가운데 최상단이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설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ARM에 대한 투자자들의 수요가 몰려 공모가를 최상단으로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 대만 TSMC도 최대 1억 달러(약 1327억 원) 투자 방침을 밝혔다.이에 따라 공모가 51달러 기준 ARM 기업가치는 545억 달러(72조2000억 원)로 추산돼 올해 최대 규모 IPO 기록을 세우게 됐다. 이는 소프트뱅크가 지난달 산하 비전펀드에서 지분을 인수할 때의 640억 달러보다는 적지만 시장에서 판단한 450억∼500억 달러보다 많다.뉴욕타임스(NYT)는 “ARM 상장은 향후 테크 기업 IPO 성공의 바로미터로 여겨져 미 월가와 실리콘밸리 양쪽의 관심을 받아왔다”며 “성공 여부가 IPO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했다.미국 IPO 시장이 뜨거워지는 배경으로는 올 들어 엔비디아 등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기술주 랠리가 이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다음주에는 2012년 설립된 미국 마트 배송업체 인스타카트가 상장을 기다리고 있다. 주관사 선정 후 IPO를 준비한 지 3년 만이다. 공모가격 희망 범위는 주당 26∼28달러로 상장 후 기업가치가 최대 93억 달러(12조3000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인스타카트는 소비자 대신 마트에서 대신 장을 보고 배송해주는 서비스 업체다.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가 생전에 즐겨 신었던 샌들 브랜드 버켄스탁도 다음달 초 뉴욕 증시의 문을 두드린다. 최근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통해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고 신청했다. 버켄스탁의 상장 후 기업가치는 80억 달러(약 10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1774년 독일의 구두 수선공인 요한 아담 버켄스탁에 의해 설립된 이 회사는 2021년 5월 프랑스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그룹 계열의 사모펀드 엘 캐터튼 파트너스가 인수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국제유가가 연일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미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시장 전망치를 상회해 인플레이션 재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긴축 장기화에도 힘이 실린다. 13일(현지 시간) 미 노동부는 8월 미국소비자물가지수(CPI) 전년 대비 상승률이 3.7%로 지난달(3.2%)보다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3.6%)를 상회하는 수치다. 둔화되고 있던 미 물가에 다시 경고음이 켜진 것이다.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국제 유가는 전날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11월 인도분 가격이 전장보다 1.42달러(1.57%) 오른 배럴당 92.06달러로 연중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지난해 11월 16일(92.86달러)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미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전장 대비 1.55달러(1.78%) 상승한 배럴당 88.84달러에 거래를 마쳐 연중 가장 높았다. 올 3월 저점 대비 33.11%나 올랐다.● 연준 11월 인상설 힘받나 미국 9월 CPI는 전월 대비로 0.6% 올라 지난달 0.2%에서 상승 폭을 키웠다. 시장 전망치에는 부합하지만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에너지 물가가 전월 대비 5.6%로 상승한 탓이 큰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에너지와 식품 물가를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도 경고음을 더했다. 전년 대비 기준 4.3%로 7월(4.7%)에 비해 내려갔지만 전월 대비로는 0.3% 상승으로 시장 예상치(0.2%)를 웃돌았다. 미국의 8월 CPI는 연준의 11월 정책 경로를 가늠할 수 있어 시장의 이목이 집중돼 왔다. 연준은 19, 2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5.25~5.50%로 동결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문제는 11월 FOMC다. 유가 급등과 노동시장 강세에 힘입어 물가가 재상승 시그널을 보냄에 따라 추가 금리 인상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달 잭슨홀 중앙은행 연례 정책심포지엄 연설에서 “필요하면 추가 인상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CPI 발표 직후 금리 선물 투자자들은 11월까지 인상 가능성을 약 45%로 내다보고 있다.● 감산에 리비아 홍수 여파 유가 급등은 추석을 앞둔 한국 물가 우려도 키우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의 ‘8월 수출입 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원화 기준 수입물가지수는 135.96으로 전월 대비 4.4% 상승했다. 지난해 3월(7.6%) 이후 17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강(强)달러에 따른 환율 상승도 수입물가를 높이는 데 일조했다. 지난달 원-달러 평균 환율은 1318.47원으로 전달보다 2.5% 상승했다. 수입물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4%로 전월 대비 1.1%포인트 높아졌다.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 상승에도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며 “이미 유류세 인하를 실시한 데다 기준금리 인상 같은 통화정책을 활용하는 것도 어려워 운신의 폭이 좁다”고 말했다.유가는 공급 부족 우려 속에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확산되고 있다. 석유수출기구(OPEC)는 월간 보고서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 결정에도 올해 원유 수요는 하루 240만 배럴, 내년에는 225만 배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OPEC 회원국 리비아는 이날 50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대홍수 여파로 원유 수출항 4곳을 폐쇄했다.투자분석기업 오안다 에드워드 모야 수석 애널리스트는 “OPEC 월간 보고서는 원유 수급이 좀 더 빠듯해질 것임을 시사한다”며 “중국이나 유럽 경제가 개선된다면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수준으로 상승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국제유가가 연일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미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시장 전망치를 상회해 인플레이션 재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긴축 장기화에도 힘이 실린다. 13일(현지 시간) 미 노동부는 8월 미국소비자물가지수(CPI) 전년 대비 상승률이 3.7%로 지난달(3.2%)보다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3.6%)를 상회하는 수치다. 둔화되고 있던 미 물가에 다시 경고음이 켜진 것이다.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국제 유가는 전날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11월 인도분 가격이 전장보다 1.42달러(1.57%) 오른 배럴당 92.06달러로 연중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지난해 11월 16일(92.86달러)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미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전장 대비 1.55달러(1.78%) 상승한 배럴당 88.84달러에 거래를 마쳐 연중 가장 높았다. 올 3월 저점 대비 33.11%나 올랐다.● 연준 11월 인상설 힘받나 미국 9월 CPI는 전월 대비로 0.6% 올라 지난달 0.2%에서 상승 폭을 키웠다. 시장 전망치에는 부합하지만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에너지 물가가 전월 대비 5.6%로 상승한 탓이 큰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에너지와 식품 물가를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도 경고음을 더했다. 전년 대비 기준 4.3%로 7월(4.7%)에 비해 내려갔지만 전월 대비로는 0.3% 상승으로 시장 예상치(0.2%)를 웃돌았다. 미국의 8월 CPI는 연준의 11월 정책 경로를 가늠할 수 있어 시장의 이목이 집중돼 왔다. 연준은 19, 2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5.25~5.50%로 동결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문제는 11월 FOMC다. 유가 급등과 노동시장 강세에 힘입어 물가가 재상승 시그널을 보냄에 따라 추가 금리 인상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달 잭슨홀 중앙은행 연례 정책심포지엄 연설에서 “필요하면 추가 인상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CPI 발표 직후 금리 선물 투자자들은 11월까지 인상 가능성을 약 45%로 내다보고 있다.● 감산에 리비아 홍수 여파 유가 급등은 추석을 앞둔 한국 물가 우려도 키우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의 ‘8월 수출입 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원화 기준 수입물가지수는 135.96으로 전월 대비 4.4% 상승했다. 지난해 3월(7.6%) 이후 17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강(强)달러에 따른 환율 상승도 수입물가를 높이는 데 일조했다. 지난달 원-달러 평균 환율은 1318.47원으로 전달보다 2.5% 상승했다. 수입물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4%로 전월 대비 1.1%포인트 높아졌다.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 상승에도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며 “이미 유류세 인하를 실시한 데다 기준금리 인상 같은 통화정책을 활용하는 것도 어려워 운신의 폭이 좁다”고 말했다.유가는 공급 부족 우려 속에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확산되고 있다. 석유수출기구(OPEC)는 월간 보고서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 결정에도 올해 원유 수요는 하루 240만 배럴, 내년에는 225만 배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OPEC 회원국 리비아는 이날 50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대홍수 여파로 원유 수출항 4곳을 폐쇄했다.투자분석기업 오안다 에드워드 모야 수석 애널리스트는 “OPEC 월간 보고서는 원유 수급이 좀 더 빠듯해질 것임을 시사한다”며 “중국이나 유럽 경제가 개선된다면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수준으로 상승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22년이 22초 같습니다. 이곳에서 내 동생 조가 죽었습니다. 그 이름을 부르면 그는 기억되고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11일 미국 뉴욕 맨해튼 ‘그라운드 제로 9·11 추모 공원’ 단상에서 희생자 유족이 이렇게 말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한 여성은 숨진 남편 이름을 부르며 “당신 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배웠지만 아직 극복하지 못했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은 2001년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단체 알카에다가 민간 여객기 4대를 납치해 뉴욕 세계무역센터(WTC)와 펜타곤(국방부) 등을 공격한 9·11테러 발생 22주년 되는 날이었다. 총 사망자 2977명 중 2753명이 숨진 뉴욕은 이날 종일 어두운 분위기에서 추모 행사가 이어졌다. 이날 오전 7시 30분부터 희생자 유족과 소방대원 경찰 군인 등은 보안이 삼엄한 그라운드 제로 추모식 현장에 몰려들었다. 추모식이 거행되는 연단과 연단 주변은 이들 유족을 위한 공간이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 등 정치권 인사들은 연단 아래 왼쪽에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오전 8시 40분경 뉴욕 경찰 및 소방 의장대의 북소리가 추모식 시작을 알렸다. 첫 번째 항공기가 WTC 북측 빌딩을 들이받은 오전 8시 46분이 되자 종소리와 함께 묵념을 했다. 이어 약 4시간 동안 유족 대표들은 연단에 올라 각각 희생자 20여 명을 호명한 뒤 그리운 가족들을 추모하고 내려왔다. 2001년 이후 태어나 희생자를 기억하지 못하는 조카나 손녀 손자 등도 희생자 이름 읽기에 동참하며 “잊지 않겠다”고 외쳤다. 유족들은 가져온 가족사진을 품에 안고 눈물을 연신 훔쳤다. 한 유족은 “이제 세계 인구 절반은 9·11 이후 태어났다고 한다. 추모식이 계속돼 후대까지 이 일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은 연설은커녕 연단에 오르지도 않았다. 아직까지 뉴욕에서 숨진 희생자의 40%인 1104명의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자(DNA) 기술 발전으로 전날 1648, 1649번째 신원이 각각 밝혀졌다. 유족들의 뜻에 따라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다. 9·11테러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벌이던 뉴욕 소방대원 343명이 목숨을 잃었고 341명은 분진을 너무 많이 들이마셔 이후 각종 호흡기 질환 등으로 목숨을 잃었다고 뉴욕 제복소방관협회가 발표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베트남 국빈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알래스카주 앵커리지 군 기지에서 열린 추모식에 참석해 “미국과 미국 국민, 동맹을 겨냥한 또 다른 공격을 막겠다는 우리의 의지는 결코 약해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 검색 엔진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구글에 대한 반(反)독점 재판이 소송 제기 3년 만인 12일(현지 시간) 시작된다. 1998년 마이크로소프트(MS)를 겨냥한 반독점 소송 이후 미 연방정부의 첫 대규모 소송이다. 10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번 ‘세기의 재판’을 앞두고 미 법무부와 구글 양측은 증인을 총 150여 명 신청하고 500만 쪽 넘는 문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2020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 법무부가 제기한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구글이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스마트폰 기본 검색 엔진으로 탑재되도록 삼성, 애플과 배타적 계약을 했는지 여부다. 법무부는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사업자로서 구글 검색 엔진과 지도 같은 애플리케이션(앱)을 미리 설치하도록 한 뒤 소비자가 이를 삭제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애플과도 장기 계약을 맺어 아이폰 등에 구글 검색 엔진이 기본 탑재되도록 연간 최대 120억 달러(약 16조 원)를 지불했다는 것. MS ‘빙’이나 ‘덕덕고’ 같은 다른 검색 엔진을 처음부터 배제해 경쟁을 저해하고 검색 광고 수익을 독점했다고 법무부는 주장한다. 켄트 워커 구글 글로벌 업무 담당 사장은 “빙에서 가장 많이 검색되는 단어는 ‘구글’이다. 실제 소비자가 구글 검색 엔진을 선호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를 뚫고 만든 중국 화웨이 새 5세대(5G) 스마트폰 ‘메이트 60 플러스’ 이후 세계는 퍼즐 조각 맞추기 중이다. 화웨이 기술이 허풍인지 혁신인지, 그 사이 어디쯤 있을 진실을 찾기 위해 미 상무부는 조사에 들어갔고 세계 반도체 기업이나 금융 투자자들도 저마다 분석에 나섰다. 화웨이가 설계하고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 SMIC가 만든 7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공정 반도체 칩. 중국 반도체 설계, 장비, 파운드리라는 3박자, 즉 생태계가 성장했다는 방증이라 이목이 집중됐다. 3나노 양산 경쟁 중인 1위 TSMC나 2위 삼성전자 수준에 비하면 5년여 뒤처진 기술이다. 하지만 서방 반도체 생태계에서 고립된 채 자력으로 양산에 성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을 깼다는 데 공감대가 모아진다. 테크인사이츠라는 분석업체가 이 스마트폰을 분해해서 7나노 칩이 들어 있음을 확인했다. 하지만 자체 기술 여부는 여전히 의문이다. 화웨이가 이 스마트폰 판매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기 며칠 전 미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 반도체협회(SIA)가 회원사들에 화웨이 관련 주의를 요하는 경고문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직접 제재 대상이 된 이후 미국 업체와의 거래가 원천 차단된 화웨이가 다른 기업 뒤에 숨어 중국 내 반도체 공장 2곳을 인수하고 3곳을 세우려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것이 성사될 경우 화웨이는 다른 업체 이름으로 몰래 인수한 공장을 통해 미국 반도체 장비를 구매할 수 있다. 과연 수율(收率·결함이 없는 합격품 비율)을 높여 대규모 양산 체제를 갖췄는지는 또 다른 의문점이다. 중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 없이 시장 경쟁력이 있는 수율을 달성한 것인지 미 월가에서도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게다가 SMIC가 7나노 공정 반도체 생산에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네덜란드 기업 ASML의 심자외선(DUV) 노광 장비는 사실상 이달부터 중국 수출이 금지된다. 중국 자부심과 별도로 향후 고충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의미다. 그사이 한국 대만 반도체 기술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 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기술 시장에서는 불가능해 보이는 것이 특정 상황과 맞물려 업계 선두를 바꿔 치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1983년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 회장이 반도체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밝힌 ‘도쿄 선언’ 당시 인텔과 세상은 과대망상이라고 비웃었다. 하지만 기업의 명운을 건 투자와 개발자들의 열정, 더불어 미일 반도체 갈등이라는 특수 상황이 맞물려 한국은 반도체 강국으로 발돋움할 계기를 맞았다. 지난달 대만 TSMC 창업자 모리스 창의 미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도 이 같은 도약의 순간을 읽을 수 있었다. TSMC는 반도체 강자 삼성과 인텔을 넘겠다는 꿈을 키워 왔다고 한다. 하지만 2009년 은퇴한 그의 집 앞에 해고된 임직원들이 ‘거짓말쟁이’라는 팻말을 들고 몰려들 만큼 어려움을 겪던 시기가 있었다. 그는 현업에 복귀해 투자자들의 반발 속에서도 이 임직원들을 재고용하며 때를 기다렸다. 2010년 애플에서 연락해 왔다.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반도체 기업에 속하게 된 TSMC 신화의 시작이었다. 기술 산업에서는 한순간에 시장 판도가 바뀐다. 누구든 허풍에서 혁신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것을 되새겨야 한다. 미중 갈등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확실한 세계에서 오만은 더욱 버려야 한다.김현수 뉴욕 특파원 kimhs@donga.com}

10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번 ‘세기의 재판’을 앞두고 미 법무부와 구글 양측은 증인을 총 150여 명 신청하고 500만 쪽 넘는 문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2020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 법무부가 제기한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구글이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스마트폰 기본 검색 엔진으로 탑재되도록 삼성 애플과 배타적 계약을 했는지 여부다.법무부는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사업자로서 구글 검색 엔진과 지도 같은 애플리케이션(앱)을 미리 설치하도록 한 뒤 소비자가 이를 삭제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애플과도 장기 계약을 맺어 아이폰 등에 구글 검색 엔진이 기본 탑재되도록 연간 최대 120억 달러(약 16조 원)를 지불했다는 것. 마이크로소프트(MS) ‘빙’이나 ‘덕덕고’ 같은 다른 검색 엔진을 처음부터 배제해 경쟁을 저해하고 검색 광고 수익을 독점했다고 법무부는 주장한다.켄트 워커 구글 글로벌 업무 담당 사장은 “빙에서 가장 많이 검색되는 단어는 ‘구글’이다. 실제 소비자가 구글 검색 엔진을 선호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구글 VS 美 연방정부 반독점 소송전〉독점 시기쟁점 영향 검색 -2020년 소송-2023년 9월 재판 시작 -구글이 스마트폰 기본 검색엔진이 되기 위해 독점 지위 남용-삼성 및 애플 등 스마트폰 제조사에 수십억 달러 계약 -법무부, 구글 사업 분할 요구 가능성 -향후 AI 검색 시장 판도 영향 전망 디지털 광고기술-2023년 소송 -구글이 디지털 콘텐츠 제작자 및 광고주가 광고를 사고팔 때 필요한 시스템을 독점해 경쟁을 저해-구글 디지털 광고기술 사업부 해체 가능성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국제유가 급등과 ‘차이나 리스크’ 부상으로 안전자산인 달러로 돈이 몰려 ‘킹달러’ 귀환 우려를 키우고 있다. 달러 가치가 6개월 만에 최고치로 올랐고, 일본 엔화는 10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지는 등 글로벌 환율이 요동치고 있다. 6일(현지 시간) 미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 유로화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장중 한때 105.03까지 올라 최근 6개월 사이 최고치를 찍었다. 달러지수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완화 기대감이 높아진 7월 한때 100 밑으로 떨어졌지만 국제유가 급등과 연준의 긴축 장기화 우려 속에 오르고 있다. 강(强)달러에 엔화 가치는 올 들어 11.40%, 원화는 5.35%, 위안화는 5.8% 각각 하락했다. 7일 원-달러 환율은 4.9원 오른 1335.4원에 거래를 마쳤고, 코스피도 전날보다 15.08포인트(0.59%) 내린 2,548.26에 마감했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249.94포인트(0.75%) 하락한 32,991.08에 거래를 마쳤다. 상하이종합지수는 1.13%, 홍콩H지수는 1.39% 내린 채 장을 마감했다. 강달러에 전 세계 자본이 미국으로 몰리면 자금이 빠져나간 신흥국 증시는 하락하게 된다. 미 외환관리사 컨베라의 조 매님보 애널리스트는 로이터통신에 “중국과 유럽발(發) 글로벌 성장 둔화로 달러가 안전자산으로 각광받고 있다”며 “동시에 (강달러가) 고물가를 압박해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强달러에… 韓 ‘고환율-고물가-고금리’ 3高 재연땐 침체 장기화차이나리스크에 원유감산 겹쳐美 ‘나홀로 성장’속 달러 초강세글로벌 자금, 신흥국 이탈 가속화‘中타격→침체 장기화’ 악순환 우려 최근의 강(强)달러는 ‘나 홀로 성장’하고 있는 미국과 부진을 면치 못하는 중국, 유럽의 격차가 확대되는 탓이 크다. 미국과 한국, 일본 등 금리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에 투자자들이 달러에 베팅하는 것이다. 게다가 중국 부동산 위기에서 비롯된 ‘차이나 리스크’는 한중일 화폐 가치를 흔들고 있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감산 연장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하며 달러 몸값을 높이고 있다. 이에 달러 가치가 초강세를 보이는 ‘킹 달러’ 현상이 1년 만에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美 나 홀로 성장 속 차이나 리스크 부각 6일 영국 런던 ICE 거래소에서 브렌트유 10월 인도분은 전일보다 0.56달러 오른 배럴당 90.60달러로 마감해 상승세를 이어갔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0.85달러 상승한 87.54달러로 장을 마쳤다. 전날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 연장에 따른 공급 우려가 유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미 경제가 강력하다는 지표가 나와 인플레이션 상승 우려에 불을 지펴 환율과 채권, 증시 등 세계 금융 시장이 흔들렸다. 이날 미 공급관리협회(ISM)의 8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4.5로, 월가의 전망치(52.5)를 크게 상회했다. 시장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긴축 우려가 높다고 전망하면서 2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5%를 돌파한 5.025%까지 올랐다. 기술주 중심의 미 나스닥 지수는 1.06% 떨어졌다. 긴축 장기화 우려는 달러 가치 상승을 부추겨 달러지수는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다. 반면 중국은 경기 부진 우려 속에 지난달 서비스업 PMI가 51.8로, 전월(54.1)보다 낮아졌다. 유로존 8월 PMI는 47.9로 30개월 내 최저치로 하락해 유럽 경기둔화 우려를 키웠다. 미국의 나 홀로 성장은 다른 국가와의 금리 격차를 키울 수 있을 뿐 아니라 안전자산으로서의 달러의 인기를 높이는 결과로 작용하고 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비자이 카난 거시경제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통신에 “아시아 신흥국은 (미국과의) 금리 격차와 중국 경기 부진 영향 속에 달러 강세 영향에 더욱 취약하다”고 분석했다.● 킹 달러, 한국 등 세계 경제에 직격탄 킹 달러 현상은 세계 경제에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초래하고, 신흥국의 자금 이탈을 가속화해 금융 시장 불안을 유발할 수 있다. 또 고유가 상황에서 각국의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고 이것이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면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우려도 크다. 한국 경제의 경우 당장 물가 상승세가 가속화될 우려가 크다. 강달러가 환율 상승과 수입물가 상승을 거쳐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고환율과 고물가가 고금리로 이어질 경우 작년에 극심했던 ‘3고(高) 위기’가 한국 경제에 재발할 수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강달러가 지속되면 강한 물가 상승과 실질 소득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강달러는 외국인 수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한국 증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이처럼 유가 상승과 달러화 강세가 동시에 진행되면 기준금리를 결정해야 하는 한국은행도 셈법이 복잡해진다. 한은은 올 2월부터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해 왔지만, 유가 급등으로 물가가 계속 오른다면 금리 인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중국 부동산발 위기에 내년 성장률 전망도 밝지 않아 금리 인상 카드를 쉽게 꺼내 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강달러는 중국 경제에 가장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부동산발 경기 침체로 중국은 외국인 투자가들의 자금 이탈이 심한 상황인데 앞으로 이탈 속도가 빨라지면 위안화 가치가 더 급격히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중국의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대중 의존도가 높은 한국 등 아시아 국가 등에 충격이 돌아오는 악순환도 우려된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국제유가가 올해 처음으로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서면서 전 세계적으로 물가 공포가 다시 커지고 있다. 고유가가 최근 진정세를 보이던 인플레이션에 다시 불을 붙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기조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5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11월물 가격은 배럴당 90.04달러에 장을 마쳤다. 올 들어 처음 90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전날보다 1.04달러(1.2%) 올랐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도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1.14달러(1.3%) 상승한 배럴당 86.69달러로 마감했다. 지난해 11월 15일 이후 최고치다. 국제유가 급등은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당초 예상과 달리 연말까지 하루 100만 배럴 감산을 지속하겠다고 밝히면서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진 탓이다. 이와 함께 앞으로 날씨가 추워지면서 난방용 유류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당분간 국제유가 상승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3개월 만에 다시 3%대로 올라선 한국도 인플레이션 압력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5일 미국 뉴욕시 편의점 CVS. 유리문이 잠긴 진열대에 6.59달러짜리 치약과 보디클렌저, 비누 등이 놓여 있다. ‘고객 서비스’라고 쓴 벨을 누르고 3분쯤 지나니 열쇠 꾸러미를 든 직원이 나타나 진열대 문을 열었다. 점원은 “도둑이 너무 많아졌다. 판매대에 (물건을) 놓으면 순식간에 (누군가) 가져갈 수 있다”고 말했다. 샴푸를 사러 왔다는 토미 씨는 “점원을 부르는 게 너무 불편하다. (할인) 쿠폰만 아니면 온라인 주문이 더 낫다”고 했다. 이 매장 아이스크림 냉장고에도 자물쇠가 달려 있었다. CVS뿐 아니라 뉴욕 전역 주요 소매업체 월그린, 타깃도 진열대에 잠금장치를 달고 있다. 소비자가 불편해 발길을 끊어 판매가 줄더라도 도둑질을 피하는 게 낫다고 본 것이다. 전미소매유통협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도둑맞은 물품 비용은 945억 달러(약 126조 원)였다. 브라이언 코넬 타깃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실적 발표 전화 회견에서 “올 1∼5월 우리 매장에서 폭력적인 도난 사건이 12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절도범이 치약이나 세제 같은 소비재를 훔쳐 가는 이유는 이 생필품을 되파는 암시장이 커지기 때문이다. 마약중독자에서 작가로 변신한 재러드 클릭스타인 씨는 최근 일간 뉴욕포스트 기고에서 “하루치 헤로인을 사려면 350달러(약 47만 원)가 필요했다. 훔친 물건(을 넘기고 받는) 수수료 10∼20%를 챙기기 위해 치약, 비누를 쓸어 담았다”고 말했다. 생계형 범죄를 넘어 조직적으로 생필품을 거래하는 ‘블랙마켓’이 확산된다는 의미다. 미 대형마트 체인 자이언트는 수도 워싱턴 우범지대인 워드 8 점포에서 콜게이트 치약, 타이드 세제, 애드빌 진통제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생필품 암시장에서 인기 높은 이 제품들 대신 재판매 가치가 낮은 자체제작(PB) 상품으로 채워 절도를 막아보겠다는 고육책이다. 플래시몹처럼 수십 명이 명품 매장이나 백화점을 터는 사건도 급증해 경찰이 경비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범죄율이 높아진 샌프란시스코에서는 핵심 상업지구인 유니언스퀘어의 루이뷔통을 비롯한 고급 매장 앞에 경찰 두세 명을 배치하기 시작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지난달 2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의 할렘 지역에 있는 ‘흑인 솔 푸드’ 식당 ‘만나스’에서 독특한 모임이 열렸다. 뉴욕에 거주하는 한인과 흑인 10여 명이 만나 점심 식사를 함께 한 것이다. 이날 처음 만난 이들은 뉴욕에 사는 소수인종으로서 그동안 겪었던 억울한 사연들을 공유했다. 고급 백화점에 갔다가 점원의 눈총을 받은 일, 이민국에서 당했던 설움도 이들의 공통점이었다.이 만남은 뉴욕시가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는 인종 혐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시작한 ‘빵을 나누며 연대하기(Breaking Breads, Building Bonds)’ 캠페인의 일환이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비영리 문화복지단체 ‘이노비(EnoB)’ 김재연 국장은 “이번 행사에 참여하면서 한인과 흑인들이 소수인종으로 느꼈던 정서, 뉴욕에 오게 된 사연을 나누며 서로 이해도가 높아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행사가 열린 만나스는 한인인 베티 박 사장(70)이 할렘에서 40여 년 운영해 온 식당으로, 흑인과 아시아계의 화합을 상징하는 장소로 꼽힌다.》 ‘인종 편견 없애기’ 실험 뉴욕의 ‘빵 나누기’ 캠페인은 미국 전역에서 벌어지는 혐오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반영한다. 지난달 흑인 민권 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워싱턴 행진’ 60주년 기념식이 열리던 날 플로리다주에선 20대 백인 청년이 흑인 3명을 살해해 미 전역에 충격을 줬다. 용의자는 독일 나치를 상징하는 문양이 새겨진 AR-15 계열 반자동 소총 등을 범행에 사용했다. 뉴욕은 미국에서 다양성을 존중하는 대표적인 도시로 꼽혀 왔지만 팬데믹 직후인 2021년, 전년 대비 혐오 범죄 건수가 100% 이상 급등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지역사회에서 인종 간 교류가 줄어드는 가운데 온라인상에서 퍼지는 혐오가 확증 편향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우려도 확산됐다. 지난달 10대 흑인 소녀가 뉴욕 지하철에서 한국계 가족을 공격해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미국 내 혐오 범죄의 20%가 아시아계에 대한 공격이었고, 30%는 성소수자(LGBTQ+)를 상대로 한 폭력이었다. 이처럼 인종이나 성 정체성이 다른 집단을 향한 위협과 그로 인한 공포심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자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올 초 ‘빵 나누기’ 캠페인을 발표했다. 애덤스 시장은 “두려움은 적대감을 불러일으킨다. 식사를 함께 하며 상호 간의 벽을 허물면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도록 해준다”며 캠페인 취지를 강조했다. 소그룹이 개인적 교류를 확대해 함께 밥을 먹다 보면 ‘우리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체감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캠페인은 뉴욕시가 1000끼 식사를 목표로 식사비를 내주고 서로 다른 그룹의 만남을 주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할렘 지역에서 한인과 흑인들이 함께 ‘빵 나누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만난 것은 두 집단이 미국 사회에서 오랫동안 반목해 왔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브루킹스연구소는 “아시안과 흑인들은 소수인종 차별이라는 연대감이 실제 존재하는데도 상호 간의 편견이 강화돼 왔다”며 “팬데믹 이후 아시아 혐오 범죄 급증으로 이 같은 편견이 더욱 심해졌다”고 지적했다.할렘 ‘한인 대모’도 나섰다 “잘 지내요 베티?” 기자가 5일 미 뉴욕 할렘 지역 125번가와 126번 사이에 위치한 만나스를 방문했을 때 한 주민이 야외 테이블에 앉아 있던 박 대표에게 환하게 인사를 건넸다. 식당에 머무는 1시간여 동안 10명 이상의 주민이 박 대표에게 말을 걸어왔다. 대부분 흑인 주민들이었다. 음식을 포장해 가던 한 단골 여성 고객은 “음식은 이곳이 최고”라며 웃어 보였다. 할렘의 ‘40년 터줏대감’인 만나스의 박 대표는 “서로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함께하다 보면 딱히 반목할 게 없다”고 말했다. “식당을 운영하며 권총 강도를 만나기도 했고, 믿었던 직원이 배신하는 어려움도 겪었지만 알고 보면 정겨운 동네”라고도 덧붙였다. 팬데믹 이후 인종 갈등이 더욱 심해지자 시와 함께 ‘빵 나누기’ 캠페인에 참여한 이유다. 2021년 할렘 지역 정치인들과 시민단체 등이 인종 간 화합을 장려하는 취지로 박 대표에게 공로패를 전달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1980년대 초 할렘 흑인들이 한인 상인들에 대해 ‘우리를 상대로 돈을 벌면서 우리를 무시하고 지역사회에 기여하지 않는다’며 거센 시위에 나설 당시 마이크를 잡고 설득에 나선 경험도 있다. 30대 ‘신입’ 여사장이던 그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제가 안되는 영어로 이렇게 말했어요. ‘우리는 일제 강점과 6·25전쟁 같은 슬픈 역사를 거쳐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그래서 표정이 굳어 보일 수 있지만 지역 주민들을 적극 고용하겠다’고 하자 박수가 쏟아졌어요.” 박 대표는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의외로 개인 차원에서 대화로 이해하는 방법도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강조했다.인종별 학군까지 갈려 미 월스트리트 거물들도 뉴욕시의 고질적인 혐오 범죄 예방에 나서고 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회장 등이 지원하고 있는 비영리단체 ‘페이싱 히스토리&아워셀브스’는 올해 말부터 혐오 범죄 관련 교과서를 만들기로 했다. 미 중고생 과정인 뉴욕시 공립학교 6∼12학년이 대상이다. 중학교는 45분, 고등학교는 1시간씩 5∼10회 수업하며 혐오의 역사적 뿌리와 문제에 대해 집중 다루겠다는 취지다. 투자 자문사 브레이브 워리어 캐피털 창업자 글렌 그린버그는 최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혐오 방지 교육 프로그램에 무제한 기부를 선언했다”며 “자신을 방어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괴롭히는 사람들이 싫다. 선동적인 수사와 소셜미디어, 심지어 음악 가사까지 (혐오 범죄) 위험성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 시절부터 괴롭힘과 혐오 발언, 나아가 폭력을 방지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미 최대 교육구인 뉴욕시 공립학교는 인종이나 사회경제적 계층에 따른 분리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다. 사는 지역이나 학교 수준에 따라 생활환경이 나뉘어 서로 다른 집단끼리 교류할 일이 줄고 있다. 미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뉴욕시는 백인이 31.9%, 히스패닉 28.9%, 흑인 23.4%, 아시안 14.2%로 미 전체 백인 비중이 60%인 것과 비교하면 다양성이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하지만 뉴욕대 분석에 따르면 부촌인 어퍼이스트사이드나 웨스트빌리지 지역은 백인 비중이 약 70%인 반면 흑인 비중은 3∼4% 수준이다. 입시를 치르는 미 뉴욕 특목고 스타이버선트 고등학교는 올해 신입생 762명 중 흑인이 총 8명에 그쳤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민권 프로젝트 연구팀은 2021년 보고서에서 “뉴욕주 학교 시스템은 인종 분리가 가장 심각하다”면서 흑인 3명 중 2명꼴로 백인 재학생이 10% 미만인 학교에 다닌다고 지적했다. 김현수 뉴욕 특파원 kimhs@donga.com}

5일 미국 뉴욕시 편의점 CVS. 유리문이 잠긴 진열대에 6.59달러짜리 치약과 바디클렌저, 비누가 놓여 있다. ‘고객 서비스’라고 쓴 벨을 누르고 3분쯤 지나니 열쇠 꾸러미를 든 직원이 나타나 진열대 문을 열었다. 점원은 “도둑이 너무 많아졌다. 판매대에 (물건을) 놓으면 순식간에 (누군가) 가져갈 수 있다”고 말했다. 샴푸를 사러 왔다는 토미 씨는 “점원을 부르는 게 너무 불편하다. (할인) 쿠폰만 아니면 온라인 주문이 더 낫다”고 했다. 이 매장 아이스크림 냉장고에도 자물쇠가 달려 있었다.CVS뿐 아니라 뉴욕 전역 주요 소매업체 월그린, 타깃도 진열대에 잠금장치를 달고 있다. 소비자가 불편해 발길을 끊어 판매가 줄더라도 도둑질을 피하는 게 낫다고 본 것이다. 전미소매유통협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도둑맞은 물품 비용은 945억 달러(약 126조 원)였다. 브라이언 코넬 타깃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실적 발표 전화 회견에서 “올 1~5월 우리 매장에서 폭력적인 도난 사건이 12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절도범이 치약이나 세제 같은 소비재를 훔쳐 가는 이유는 이 생필품을 되사는 암시장이 커지기 때문이다. 마약중독자에서 작가로 변신한 재러드 클릭스타인 씨는 최근 일간 뉴욕포스트 기고에서 “하루치 헤로인을 사려면 350달러(약 47만 원)가 필요했다. 훔친 물건(을 넘기고 받는) 수수료 10~20%를 챙기기 위해 치약, 비누를 쓸어 담았다”고 말했다. 생계형 범죄를 넘어 조직적으로 생필품을 거래하는 ‘블랙마켓’이 확산된다는 의미다.미 대형마트 체인 자이언트는 수도 워싱턴 우범지대인 워드 8 점포에서 콜게이트 치약, 타이드 세제, 애드빌 진통제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생필품 암시장에서 인기 높은 이 제품들 대신 재판매 가치가 낮은 자체제작(PB) 상품으로 채워 절도를 막아보겠다는 고육책이다.플래시몹처럼 수십 명이 명품 매장이나 백화점을 터는 사건도 급증해 경찰이 경비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범죄율이 높아진 샌프란시스코에서는 핵심 상업지구인 유니온스퀘어의 루이비통을 비롯한 고급 매장 앞에 경찰 두세 명을 배치하기 시작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지난해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치솟던 인플레이션이 나라마다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물가가 둔화되고, 유럽에서는 치솟는 등 ‘인플레이션 다이버전스(divergence·차이)’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 에너지 가격 상승 여파와 임금 인상 압력 수용 여부에 따라 세계 각국의 인플레이션 방향성에 차이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까지 우크라이나 전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공급망 병목 현상으로 미국, 유럽, 아시아 전역에서 40여 년 만에 고물가 현상이 나타난 것과 대비되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해 6월 9.1%까지 치솟았던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이 7월 3.2%까지 내려갔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도 한때 6%를 육박하다 최근 4%대로 내려앉았다. 반면 7월 영국 근원 CPI 상승률은 6.9%로 지속적인 상승 추세에 있다. 유로존도 지난해 1월 2.3%에서 올해 7월 5.5%까지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폭염이 겹쳤고, 천연가스 가격까지 상승해 여전히 에너지 위기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노조의 힘이 강한 영국 등에선 높은 임금 인상률도 한몫하고 있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인플레이션 추세에서 멀어지는 현상은 각국 통화정책 당국자들을 고민에 빠뜨리고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달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세계 각국이 인플레와 동일하게 싸운 이후 현재는 국가별로 통화정책의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미국은 ‘금리 정점론’에 힘이 실리고 있지만 유럽은 물가 안정을 위한 금리 추가 상승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은 경제 위기론 속에 금리 인하 압박이 높아지고 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뜯어봤더니 진짜 7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공정 프로세서가 있었다.” 글로벌 기술 분석업체 테크인사이츠가 4일(현지 시간) 미국 블룸버그통신 의뢰를 받아 세계 이목이 집중된 중국 화웨이의 새 스마트폰 ‘메이트 60’을 분해한 결과 자체 생산한 7나노 공정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가 들어 있었다고 밝혔다. 이 AP가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SMIC의 2세대 7나노 칩 ‘기린 9000s’라고 확인한 것이다. 7나노 공정은 세계 1, 2위 파운드리 기업 TSMC와 삼성전자가 양산 경쟁 중인 3나노 공정에 5년 이상 뒤처진 기술이다. 하지만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등 첨단 반도체 생산장비 수입이 제한됐음에도 어느 정도 양산(量産)에 성공했다는 뜻이어서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 실효성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다만 충분한 양산이 가능한지, 비용 효율성은 갖췄는지 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中반도체, 미국 한 방 먹이다” 화웨이는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의 중국 방문 기간인 지난달 29일 자사 온라인몰에서 신제품 ‘메이트 60’ 한정 수량 판매를 시작했다. 스마트폰의 두뇌 격인 AP 사양도 밝히지 않고 조용히 판매에 들어간 것이다. 화웨이는 한정 판매 물량이 모두 팔렸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매체는 “미국에 대한 승리”라며 치켜세웠다. 화웨이와 SMIC 모두 미국 제재 대상 기업이다. 한때 세계 1위 통신장비 기업이자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을 추격하던 화웨이는 2020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제재로 첨단 나노 공정이 요구되는 5G 지원 AP를 살 수 있는 길이 끊겼다. 지난해 중국의 14나노 이하 반도체 개발을 막기 위한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에 네덜란드가 동참하면서 네덜란드 장비 업체인 ASML은 EUV 노광 장비에 이어 이달 1일부터 이보다 낮은 단계인 심자외선(DUV) 노광 장비의 중국 수출도 금지했다. 테크인사이츠 분석대로라면 SMIC는 보유하고 있던 DUV로 7나노 공정에 성공한 것이다. 지난해 비트코인 채굴기에 쓰이던 SMIC 1세대 7나노 칩과 달리 이번 2세대 7나노 공정은 양산 체제를 일정 정도 갖춘 것으로 보인다고 테크인사이츠는 분석했다. 댄 허치슨 테크인사이츠 부회장은 로이터통신에 “중국이 미국 면전에 한 방 먹인 것”이라며 “이 칩은 러몬도 장관에게 ‘우리는 당신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고 했다.● “대량생산 가능할지는 미지수”블룸버그의 ‘화웨이 메이트 60 분해’ 보도 직후 홍콩 증시에서 SMIC 주가는 11% 넘게 상승했다. 하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의문점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미 투자사 제프리스의 에드슨 리 애널리스트는 “몇 시간 만에 화웨이 새 스마트폰이 다 팔렸다는 것은 재고가 제한됐다는 의미”라며 “중국은 7나노 칩을 아주 소량만 생산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투자사 샌퍼드 번스타인 측은 “화웨이 칩은 첨단 패키징(가공된 웨이퍼 포장 기술)과 (상대적으로 적은) 전력 소비로 (5G급) 속도를 내고 있다”며 “예상을 뛰어넘는 발전”이라고 평했다. 다만 화웨이 7나노 칩은 최신 반도체 기술과는 2세대 이상 벌어져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2019년 EUV 노광 기술을 적용한 7나노 제품을, 지난해 6월 3나노 제품을 각각 양산하기 시작했다. 2025년에는 모바일용 2나노 제품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애플은 다음 주 3나노 칩을 장착한 아이폰15를 공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긴장하면서도 한국 반도체 기술을 위협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보는 분위기다. 업체 관계자는 “중국 반도체 기술력을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성과이지만 속도나 발열, 생산 단가, 수율 등을 아직 모르기 때문에 어느 수준인지 가늠이 잘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과의) 기술력 격차는 아직 크다”고 말했다.7nm 반도체 공정반도체 회로의 선폭이 7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인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공정. 선폭이 좁을수록 같은 크기의 웨이퍼에서 더 많은 칩을 만들 수 있다. 삼성전자는 2019년에 7나노, 작년 6월부터 3나노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변종국 기자 bjk@donga.com}

“뜯어봤더니 진짜 7nm(나노미터·10억 분의 1m) 공정 프로세서가 있었다.”글로벌 기술 분석 업체 테크인사이츠가 4일(현지 시간) 미국 블룸버그통신 의뢰를 받아 세계 이목이 집중된 중국 화웨이 새 스마트폰 ‘메이트 60’을 분해한 결과 자체 생산한 7나노 공정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가 들어있었다고 밝혔다. 이 AP가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 SMIC의 2세대 7나노 칩 ‘기린 9000s’라고 확인한 것이다.7나노 공정은 세계 1, 2위 파운드리 기업 TSMC와 삼성전자가 양산 경쟁 중인 3나노 공정에 5년 이상 뒤처진 기술이다. 하지만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등 첨단 반도체 생산 장비 수입이 제한됐음에도 어느 정도 양산(量産)에 성공했다는 뜻이어서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 실효성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다만 충분한 양산이 가능한지, 비용효율성은 갖췄는지 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中반도체, 미국 한 방 먹이다” 화웨이는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의 중국 방문 중인 지난달 29일 자사 온라인몰에서 신제품 ‘메이트 60’ 한정 수량 판매를 시작했다. 스마트폰 두뇌 격인 AP 사양(仕樣)도 밝히지 않고 조용히 판매에 들어간 것이다. 화웨이는 한정 판매 물량이 모두 팔렸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매체는 “미국에 대한 승리”라며 치켜세웠다.화웨이와 SMIC 모두 미국 제재 대상 기업이다. 한때 세계 1위 통신장비 기업이자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을 추격하던 화웨이는 2020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제재로 첨단 나노 공정이 요구되는 5G 지원 AP를 살 수 있는 길이 끊겼다.지난해 중국의 14나노 이하 반도체 개발을 막기 위한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에 네덜란드가 동참하면서 네덜란드 장비 업체인 ASML은 EUV 노광 장비에 이어 이달 1일부터 이보다 낮은 단계인 심자외선(DUV) 노광 장비의 중국 수출도 금지했다. 테크인사이츠 분석대로라면 SMIC는 보유하고 있던 DUV로 7나노 공정에 성공한 것이다. 지난해 비트코인 채굴기에 쓰이던 SMIC 1세대 7나노 칩과 달리 이번 2세대 7나노 공정은 양산 체제를 일정 정도 갖춘 것으로 보인다고 테크인사이츠는 분석했다.댄 허치슨 테크인사이츠 부회장은 로이터통신에 “중국이 미국 면전에 한 방 먹인 것”이라며 “이 칩은 러몬도 장관에게 ‘우리는 당신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고 했다.● “대량생산 가능할지는 미지수”블룸버그의 ‘화웨이 메이트 60 분해’ 보도 직후 홍콩 증시에서 SMIC 주가는 11% 넘게 상승했다. 하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의문점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미 투자사 제프리스 에드슨 리 애널리스트는 “몇 시간 만에 화웨이 새 스마트폰이 다 팔렸다는 것은 재고가 제한됐다는 의미”라며 “중국은 7나노 칩을 아주 소량만 생산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투자사 샌포드 번스타인 측은 “화웨이 칩은 첨단 패키징(가공된 웨이퍼 포장 기술)과 (상대적으로 적은) 전력 소비로 (5G급) 속도를 내고 있다”며 “예상을 넘는 발전”이라고 평했다. 다만 화웨이 7나노 칩은 최신 반도체 기술과는 2세대 이상 벌어져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2019년 EUV 노광 기술을 적용한 7나노 제품을, 지난해 6월 3나노 제품을 각각 양산하기 시작했다. 2025년에는 모바일용 2나노 제품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애플은 다음 주 3나노 칩을 장착한 아이폰15를 공개할 것으로 전망된다.국내 반도체 업계는 긴장하면서도 한국 반도체 기술을 위협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보는 분위기다. 업체 관계자는 “중국 반도체 기술력을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성과이지만 속도나 발열, 생산 단가, 수율 등을 아직 모르기 때문에 어느 수준인지 가늠이 잘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과의) 기술력 격차는 아직 크다”고 말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변종국}

지난해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치솟던 인플레이션이 나라마다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물가가 둔화되고, 유럽에서는 치솟는 등 ‘인플레이션 다이버전스(divergence·차이)’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 에너지 가격 상승 여파와 임금 인상 압력 수용 여부에 따라 세계 각국의 인플레이션 방향성에 차이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까지 우크라이나 전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공급망 병목 현상으로 미국, 유럽, 아시아 전역에서 40여년 만에 고물가 현상이 나타난 것과 대비되는 것이다.미국은 지난해 6월 9.1%까지 치솟았던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이 7월 3.2%까지 내려갔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도 한때 6%를 육박하다 최근 4%대로 내려앉았다. 반면 7월 영국 근원 CPI 상승률은 6.9%로 지속적인 상승 추세에 있다. 유로존도 지난해 1월 2.3%에서 올해 7월 5.5%까지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폭염이 겹쳤고, 천연가스 가격까지 상승해 여전히 에너지 위기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노조의 힘이 강한 영국 등에선 높은 임금 인상률도 한몫하고 있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인플레이션 추세에서 멀어지는 현상은 각국 통화정책 당국자들을 고민에 빠뜨리고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달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세계 각국이 인플레와 동일하게 싸운 이후 현재는 국가별로 통화정책의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미국은 ‘금리 정점론’에 힘이 실리고 있지만 유럽은 물가 안정을 위한 금리 추가 상승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은 경제 위기론 속에 금리 인하 압박이 높아지고 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이런 건 쓰레기통에나 어울립니다.” 지난달 8일 소셜미디어 라이브 방송에 나온 숀 페인 전미자동차노조(UAW) 위원장은 미국 자동차 기업 스텔란티스 사측의 임금·단체협약 제안서를 쓰레기통에 넣으며 강경한 어조로 말했다. 페인 위원장은 “우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중에도 일했지만 보상은 적다”며 “스텔란티스는 양보만을 원한다”며 사측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역대급 강성 위원장으로 불리는 그는 사상 최초로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빅3’ 업체 동시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협상이 다가올 ‘전기차 시대’의 초기 일자리 환경을 좌우한다고 보고 절박함이 커진 것이다. 미 자동차업계 노사는 한국과 달리 4년마다 임단협 협상을 벌인다. 미 언론이나 월가에서는 빅3 중 적어도 한 업체는 파업할 가능성을 높게 본다. 자동차 3사의 협상 마감 시한은 이달 14일이다.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 시간) “협상 시한이 2주밖에 남지 않아 파업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보도했다. ● “미래 달렸다”… 관행 깬 UAW UAW는 3사가 노조 요구를 충분히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15일 0시부터 행동하겠다고 경고했다. 2019년 GM 파업처럼 노사 교섭 때마다 한 기업만 집중 공략하는 관행을 깨고 3사 전체 파업을 예고한 것은 파격적이라는 평가다. 노조는 4년 동안 46% 임금 인상과 생계비 보전을 비롯해 고용 안정에 방점을 둔 일자리 나누기(주 4일 근무), 해고자 지원 프로그램 등을 요구하고 있다. 스텔란티스 일리노이주 공장 폐쇄 저지와 배터리 합작사 노조 일자리 확보도 제시했다. 이에 3사 노조원은 90%가 넘는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미 자동차노조의 강성화에는 전기차 전환으로 인한 미래 일자리 불안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기차 1대 생산에 필요한 인력은 내연기관차 대비 약 30% 줄어든다. 고용 불안과 비(非)노조 저임금 일자리 우려가 큰 것이다. 올 상반기(1∼6월) GM 50억 달러, 스텔란티스 119억 달러로 예상 밖 고수익을 거두는 등 미국 경제 회복세가 강해지고 실업률이 50년 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하며 노동자 우위 시장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도 노조에 힘을 싣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핵심 지지층인 노조 손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다.● 美 정부 “일자리 유지 시 추가 보조금” 바이든 행정부는 전기차 전환 시 추가 보조금을 약속하며 합의를 종용하고 있다. 노동절(4일) 연휴 직전인 지난달 31일 백악관은 전기차 전환 공장에 120억 달러(약 15조8000억 원) 지원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단협이 적용된 공장에 가산점을 주는 지원 조건이 있다. 전기차 전환 정책에 대한 불만으로 바이든 대통령 지지 표명을 보류한 노조 달래기용인 셈이다. 컨설팅 기업 앤더슨경제그룹이 추산한 3사 파업 시 손실 비용은 10일간 약 56억 달러(약 7조4000억 원)나 된다. 자동차노조 강성화가 한국 기업을 압박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UAW와 갈등의 골이 가장 깊은 스텔란티스는 최근 삼성SDI와 두 번째 배터리 합작 공장을 짓기로 했다. 노조는 배터리 공장의 노조가 주장하는 단협 적용을 요구하고 있어 부담이 될 수 있다. UAW는 현대차가 조지아주에 짓는 새 전기차 공장의 노조 일자리 보장도 요구하고 있다. ● 한국서도 현대차, 기아 노조 파업 수순 전동화 전환에 고삐를 죄고 있는 한국 자동차업계의 사정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올해 노조의 강경 투쟁 기조에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해 모두 무분규로 임금 및 단체협상을 타결했던 양사 노조는 지난달 정년 연장과 전년도 순이익(영업이익)의 30% 이상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며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특히 지난달 25일 쟁의권에 대한 현대차 노조(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조합원 투표에서 역대 가장 높은 88.93%(재적 인원 대비)의 찬성률이 나오자 업계는 긴장하는 분위기다. 국내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표면적으론 노조가 추가 임금에 대한 요구를 더 강하게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생계 위협’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전동화 전환 교육을 받기 어려운 고령 생산 노동자를 중심으로 최대한의 임금과 복지 보장을 받아내겠다는 의지가 커 보인다”고 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새 스마트폰을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화웨이가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의 지난달 말 방중 기간 중 보란 듯이 공개한 이 스마트폰에 ‘5세대(5G)’ 통신 첨단 반도체가 탑재됐는지, 탑재됐다면 이를 어디에서 조달했는지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실제로 탑재됐다면 거듭된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에도 중국의 첨단 반도체 자립이 가까워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2일(현지 시간) 화웨이 5G 휴대전화와 관련해 “미국의 제재가 중국의 기술 개발 노력을 오히려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또한 “화웨이의 미스터리 폰을 테스트해 보니 최신 아이폰에 가까운 통신 속도를 보여 5G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중국 반도체의 이정표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화웨이는 지난달 29일 자사 온라인몰을 통해 신제품 ‘메이트 60’ 한정수량 판매를 시작했다. 구체적인 사양은 밝히지 않았지만 ‘역대 가장 강력한 메이트 모델’이라며 5G폰을 시사했다. 미국 애플의 ‘아이폰 15’가 공개되는 12일을 겨냥해 이달 중순경 공개 행사도 열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선 이번 화웨이 폰에 중국 파운드리 업체 SMIC가 제조한 7nm(나노미터)급 기린 90000이 탑재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7나노 칩은 아이폰의 2018년 기술 수준까지 따라온 것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화웨이는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행정부의 제재로 5G 칩을 구매할 길이 막혔다. 이로 인해 2020년 이후 5G폰을 만들지 못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삼성전자와 애플, 엔비디아, 인텔이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ARM 투자를 결정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14일로 ARM이 미국 나스닥에 상장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ARM의 고객사인 이들 테크 기업들은 각각 최대 1억 달러(약 1322억 원)가량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구글 모회사 알파벳과 AMD, 케이던스 디자인 등도 ARM과 막바지 투자 협상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기업들은 투자 규모를 각각 2500만 달러(약 330억 원)∼1억 달러에 합의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투자가 예상됐던 아마존은 최종적으로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바일 기기의 두뇌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는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ARM은 올해 미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로 꼽혀 왔다. ARM을 소유한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은 ARM의 기업 가치를 500억∼550억 달러(약 66조∼73조 원)로 책정해 당초 시장 평가액인 최대 700억 달러(약 93조 원)보다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주당 공모가는 47∼51달러(약 6만2000∼6만7000원) 수준이다. 2016년 320억 달러(약 42조 원)에 ARM을 인수한 소프트뱅크는 2020년 엔비디아에 400억 달러(약 53조원)에 매각하려다 영국의 거센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이에 소프트뱅크는 IPO로 방향을 틀어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투자자들을 모집해 왔다. ARM은 지난달 21일 미국 금융당국에 등록 서류를 제출하며 나스닥 상장 절차를 공식 개시했다. 미 노동절 연휴가 끝나는 4일 이후 기업 설명회를 시작해 13일 공모가를 책정하고, 14일 상장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