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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 아이를 돌돌 말린 매트 속에 거꾸로 넣어놓고 방치해 중태에 빠지게 한 혐의를 받는 태권도장 관장 A 씨에 대해 14일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피해 아동이 병원에서 심폐소생술을 받고 있는 사이 자신의 도장으로 돌아가 폐쇄회로(CC)TV영상을 지운 것으로 알려졌다.14일 오후 2시 40분경 A 씨는 경기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고, 약 2시간 진행된 조사 끝에 법원은 ‘증거인멸과 도망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그는 앞서 12일 오후 7시 20분경 자신이 운영하는 경기 양주시의 한 태권도장에서 매트를 말아 피해 아동을 거꾸로 넣은 채 10분 이상 방치해 중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피해 아동이 의식을 잃자 최 씨는 그를 들쳐 업고 같은 건물 아래층에 있는 이비인후과로 옮겼다. 이비인후과 원장 박모 씨는 “내가 심폐소생술을 하는 동안 A 씨가 몇 차례 다른 곳에 갔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시간 A 씨가 CCTV 영상을 지운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경찰은 “(사건 당시) A 씨를 제지했지만 듣지 않았다”는 주변인의 진술도 확보하고 여죄 파악에 나섰다. 경찰에 따르면 같은 도장에서 일하는 사범은 “이전에도 두 차례 추가 범행이 있어 ‘이건 너무한 게 아니냐’며 제지했지만 A 씨가 듣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서울의 대형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피해 아동은 아직 의식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 A 씨는 경찰과 피해자 측에 “장난으로 그랬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9명을 숨지게 한 서울 시청역 역주행 참사의 가해 운전자 차모 씨(68)가 사고 직전 내비게이션의 우회전 안내 음성에도 불구하고 직진해 일방통행 도로로 들어섰던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확인됐다. 9일 류재혁 서울 남대문경찰서장은 브리핑에서 “(차 씨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에서 ‘우회전하라’는 내비게이션 안내 음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사건 당일(1일) 오후 9시 26분경 내비게이션이 올바른 경로를 알려줬지만, 차 씨가 일방통행로로 직진했다는 것이다. 이후 차 씨 차량은 세종대로18길을 160m 이상 역주행 질주하다 인도로 돌진해 9명을 치어 숨지게 했다. 차 씨는 경찰 조사에서 “초행길이라 일방통행 도로인 줄 모르고 진입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류 서장은 “해당 도로가 직진 또는 좌회전 금지라는 사실을 몰랐다는 취지로 차 씨가 진술했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동승했던 아내 김모 씨(65)가 앞서 “남편이 사고 현장도 초행길이 아니고 많이 오가는 곳이었다”고 말한 것과 배치된다. 류 서장은 “증거와 어긋나는 진술의 모순점을 찾기 위해 수사를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차 씨의 차량이 역주행할 당시 “경로를 이탈했다”는 내비게이션 안내 음성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차 씨가 자동차 경적을 울렸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류 서장은 “사고와 관계 없는 사적인 대화 내용과 ‘어어’ 하며 당황해하는 차량 탑승자의 의성어만 블랙박스에 녹음됐다”면서 “일방통행로에 진입한 시점에 (차 씨가) 역주행 사실을 인지하지 않았을까 싶지만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차 씨의 주장대로 차량이 급발진했을 가능성, 그 탓에 내비게이션 안내를 따를 수 없었을 가능성도 함께 수사 중이다. 경찰은 버스 운전사인 차 씨가 평소 몰던 버스의 가속, 브레이크 페달과 사고 차량인 제네시스 G80의 가속 페달이 비슷하게 생겼다는 점도 확인했다. 일각에선 이를 근거로 차 씨가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 페달로 착각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류 서장은 “페달을 착각했을 가능성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내 김 씨는 앞서 본보에 “‘브레이크를 밟을수록 더 가속이 됐다’고 남편이 말했다”고 밝혔다. 차 씨는 사고 이후 지금까지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듣지 않았다”며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10일 차 씨가 입원한 병원에서 2차 조사를 할 예정이다. 경찰은 사고 현장 주변 12개 폐쇄회로(CC)TV와 차량 4대의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분석 중이다.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9명을 숨지게 한 서울 시청역 역주행 참사의 가해 운전자 차모 씨(68)가 사고 직전 내비게이션의 우회전 안내 음성에도 불구하고 직진해 일방통행 도로로 들어섰던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확인됐다.9일 류재혁 서울 남대문경찰서장은 브리핑에서 “(차 씨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에서 ‘우회전하라’는 내비게이션 안내 음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사건 당일(1일) 오후 9시 26분경 내비게이션이 올바른 경로를 알려줬지만, 차 씨가 일방통행로로 직진했다는 것이다. 이후 차 씨 차량은 세종대로18길을 160m 이상 역주행 질주하다 인도로 돌진해 9명을 치어 숨지게 했다.차 씨는 경찰 조사에서 “초행길이라 일방통행 도로인 줄 모르고 진입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류 서장은 “해당 도로가 직진 또는 좌회전 금지라는 사실을 몰랐다는 취지로 차 씨가 진술했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동승했던 아내 김모 씨(65)가 앞서 “남편이 사고 현장도 초행길이 아니고 많이 오가는 곳이었다”고 말한 것과 배치된다. 류 서장은 “증거와 어긋나는 진술의 모순점을 찾기 위해 수사를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경찰에 따르면 차 씨의 차량이 역주행할 당시 “경로를 이탈했다”는 내비게이션 안내 음성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차 씨가 자동차 경적을 울렸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류 서장은 “사고와 관계 없는 사적인 대화 내용과 ‘어어’ 하며 당황해하는 차량 탑승자의 의성어만 블랙박스에 녹음됐다”면서 “일방통행로에 진입한 시점에 (차 씨가) 역주행 사실을 인지하지 않았을까 싶지만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차 씨의 주장대로 차량이 급발진했을 가능성, 그 탓에 내비게이션 안내를 따를 수 없었을 가능성도 함께 수사 중이다.경찰은 버스 운전사인 차 씨가 평소 몰던 버스의 가속, 브레이크 페달과 사고 차량인 제네시스 G80의 가속 페달이 비슷하게 생겼다는 점도 확인했다. 일각에선 이를 근거로 차 씨가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 페달로 착각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류 서장은 “페달을 착각했을 가능성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내 김 씨는 앞서 본보에 “‘브레이크를 밟을수록 더 가속이 됐다’고 남편이 말했다”고 밝혔다.차 씨는 사고 이후 지금까지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듣지 않았다”며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10일 차 씨가 입원한 병원에서 2차 조사를 할 예정이다. 경찰은 사고 현장 주변 12개 폐쇄회로(CC)TV와 차량 4대의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분석 중이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서울 관악구 신사동에 사는 이모 씨(50)의 반지하 집은 2022년 8월 8일 당시 폭우로 허리 높이까지 물이 차올랐다. 그는 재빨리 빠져나왔지만 옆 골목에 살던 40대 자매와 13세 딸 등 일가족 3명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졌다. 당시 동작구 상도동에서도 1명이 반지하 주택에서 폭우로 숨졌다. 2년이 지난 7일 이 씨는 동아일보 취재팀을 만나 “올해도 비가 시작됐는데 우리 집은 여전히 차수판(물막이판)이 없다”며 “전기밥솥 등 집기를 전부 선반 위로 올려놨다”고 말했다. 8일 충청 등 전국 곳곳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며 장마가 시작됐지만 침수 취약지인 ‘반지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2년 전 폭우로 인명 피해가 발생한 서울 관악구와 동작구 일대 반지하 60채를 8일 취재팀이 직접 살펴본 결과 57채(95%)에 여전히 사람이 살고 있었다. ● 관악-동작 일대 반지하, 대부분 주민 거주 이 지역에서 취재팀이 만난 반지하 거주 주민들 중 대다수는 2년 전에도 집이 잠기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이 씨는 “그때 장판, 이불, 살림살이가 모두 다 젖어서 버렸다”며 “올여름은 어떻게 버텨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정부와 서울시는 2022년 폭우 피해로 반지하에서 4명이 숨지자 “반지하를 없애겠다”며 각종 주거, 이사 대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취재 결과 상당수 반지하에는 여전히 주민들이 그대로 살고 있었다. 관악구 반지하 방에서 7년을 거주했다는 정모 씨(52)는 “이사를 가고 싶지만 반지하가 아닌 곳은 보증금이나 월세가 여기보다 비싸서 못 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반지하에 사는 사람이 공공임대 주택으로 이사하면 보증금과 이사비를 지원하는 ‘주거 상향 이주 지원’ 정책을 당시 내놨었다. 7일 기준 서울시가 ‘침수 위험 가구’로 분류한 2만8439채 중 2022년 8월부터 올해 5월까지 반지하에서 공공임대로 이사한 가구는 5527채(19%)에 불과하다. 동작구 상도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2년 전 수해 사고 직후에는 반지하 세입자가 많이 빠졌지만 조금 뒤 다시 찾는 사람이 늘었다. 방값이 싼 만큼 어려운 계층이 많이 찾는다”며 “지금은 공실이 거의 없다”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반지하 주민에게 이주를 권해도 젊은층은 직장에서 멀어진다며, 고령층은 오래 살았던 곳을 떠나기 어렵다며 거부하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반지하에서 일반 지상 주택으로 이사하면 매달 월세 20만 원을 지원하는 바우처 사업도 실적이 저조하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신청 대상을 ‘침수 우려 가구’에서 ‘전체 반지하 가구’로 확대하고, 지원 기간도 2년에서 6년으로 늘렸다. 하지만 신청 가구는 2022년 12월부터 이달 8일 현재까지 967채에 그쳤다. 지원금을 감안해도 보증금이나 월세가 워낙 비싸기 때문이다. 동작구 반지하에 거주하는 최모 씨(78)는 “보증금 500만 원이 전 재산이다. 이곳 말고 달리 갈 곳이 어디 있겠냐”며 한숨을 쉬었다.● 반지하 10곳 중 4곳 아직도 차수판 없어 당장 올해 폭우를 막아야 할 차수판도 설치하지 못한 반지하가 많은 실정이다. 7일 취재팀이 둘러본 관악구, 동작구 일대 반지하 입주 건물 57채 중 물막이판 등 침수 대비 시설이 설치돼 있는 곳은 36곳(약 63%)이었다. 나머지 21곳(37%)은 도로에 물이 차오르면 그대로 창문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컸다. 관악구 신사동이 10곳, 동작구 상도동이 11곳이었다. 2년 전 사망 사고가 발생한 신사동 반지하 건물에도 여전히 차수판이 없었다. 서울시는 2022년 6월부터 2023년 8월까지 침수 우려 가구를 조사해 2만4842채를 대상으로 차수판 설치에 나섰지만 현재까지 설치된 곳은 1만5259채(61.4%)에 그쳤다. 서울시 관계자는 “차수판을 무료로 설치해 준다고 해도 집주인들이 ‘침수 위험 가구’로 낙인이 찍혀 집값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침수 전력이 있는 지역들 위주로 물막이판 설치를 적극 독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침수 피해 지역이 여전히 ‘침수 위험 지구’로 지정되지 못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침수 위험 지구로 지정되면 5년 단위의 중장기 정비계획이 세워지고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예산 지원도 받는다. 하지만 현재 서울 내에서 지정된 곳은 종로구 1곳, 서초구 2곳, 강서구 1곳이 전부다. 사망 피해가 발생한 관악구와 동작구는 지정되지 못했다. 최명기 한국기술사회 안전조사위원장은 “침수 대비 시설 설치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송진호 기자jino@donga.com}

“처음에는 내가 뭘 본 건지 와닿지가 않았어요. 그런데 뭔지 알기도 전에 눈물부터 나는 거 있죠. 너무 충격을 받아서….” 1일 서울 시청역 역주행 참사 당시 현장을 직접 목격한 40대 유모 씨는 4일 동아일보 기자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유 씨는 기자와 얘기하는 동안 울먹이거나 말을 멈추는 등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는 “이곳 지리와 신호를 잘 알다 보니 ‘10초만 늦었어도 사람이 훨씬 더 많이 죽었겠다’는 생각이 멈추질 않는다”고 토로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9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한 지 1주일이 지났지만, 현장 목격자와 사고를 간접적으로 접한 시민들의 정신적 고통(트라우마)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때처럼 ‘일상 속 참사’를 마주한 시민들의 트라우마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만큼, 정부가 심리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잘 때마다 사고 장면 떠올라” 호소 동아일보 취재팀은 사고 현장 인근 상인과 목격자 등 10명을 4∼5일 직접 만나 트라우마 측정 설문과 심층 인터뷰(1명당 30분 정도)를 진행했다. 설문 결과 10명 중 7명은 일반인들이 겪고 있는 수준을 훨씬 웃도는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7명 중 3명은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워 심리치료가 시급한 상황이었다. 설문조사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트라우마 평가 지침에 따라 ‘관련 기억이나 생각, 또는 감정을 피하는가’ ‘관련 악몽을 반복해서 꾸는가’ ‘관련해 자기 자신의 탓을 하고 있는가’ 등의 문항 20개로 진행했다. 문항당 5점(전혀 아님 0점∼매우 많이 4점) 척도로 총점이 37점 이상이면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수준으로 심리치료를 꼭 받아야 한다. 27점 이상은 트라우마가 아주 심하진 않지만,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 설문 결과 유 씨는 61점을 기록한 고위험군으로 분석됐다. 당장 트라우마 상담 등 심리 치료가 필요한 것이다. 56점을 기록한 손화자 씨(85·자영업)는 인터뷰에서 “바로 앞에서 사람이 죽었다니 믿기지 않는다. 하루에도 스무 번 넘게 사고 현장을 멍하니 보고 있는다”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32점이 나온 유모 씨(48·자영업)도 “‘쿵’ 소리가 나서 무슨 일인지 살펴보려고 갔는데 길바닥에서 돌아가신 분들의 모습을 봤다”며 “잘 때 눈 감으면 사고 모습이 계속 생생하게 떠오른다”고 호소했다. 29점이 나온 박평국 씨(57)도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어디선가 ‘드드드’ 하는 굉음이 나 다리에 힘이 풀리고 숨이 콱 막히더라”라고 토로했다. 박 씨는 사고 당시 ‘쿵’ 하는 소리를 듣고 바로 달려나와 현장 수습을 도운 바 있다.● “범정부 차원 심리 지원 필요”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시민들이 증가하면서 범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 설문에 응한 10명 중 8명도 심리치료 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현재 목격자에 대한 심리 상담·치료를 전담하고 있는 서울 중구의 심리상담센터 직원은 18명 남짓에 불과해 밀려드는 상담 수요를 커버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사고를 관찰했다면 트라우마 진단을 받을 수 있다”며 “다수의 시민이 희생당한 ‘사회적 재난’이기 때문에 정부는 상담 전문가들을 찾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2년 이태원 참사 당시 보건복지부는 ‘찾아가는 마음안심버스’를 확대 운영하고 목격자 1000여 명의 심리치료를 진행하는 등 지원책을 적극 펼쳤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도 ‘이태원 사고 원스톱 통합지원센터’를 마련하는 등 트라우마 치료를 밀착 지원했다. 하지만 시청역 참사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은 아직 마련되지 않고 있다. 이동우 인제대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국가트라우마센터 등 전문기관이 지역 사정에 밝은 구청 등 기관에 전문 인력을 파견해 목격자와 인근 상인에 대한 집중 치료를 지원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경찰은 시청역 참사 가해 운전자 차모 씨(68)의 2차 피의자 조사 일정을 조율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늦어도 수요일(10일) 전에는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처음에는 내가 뭘 본 건지 와닿지가 않았어요. 그런데 뭔지 알기도 전에 눈물부터 나는 거 있죠. 너무 충격을 받아서….”1일 벌어진 서울 시청역 역주행 참사 현장을 직접 목격한 40대 유모 씨는 4일 동아일보 기자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하다 현장을 목격한 유 씨는 기자와 얘기하는 동안 울먹이거나 말을 멈추는 등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 유 씨는 “이곳 지리와 신호를 잘 알다보니 ‘10초만 늦었어도 사람이 훨씬 더 많이 죽었겠다’는 생각이 아직도 멈추질 않는다”고 토로했다.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발생한 역주행 교통사고로 9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한 지 1주일 가량이 지났지만, 현장 목격자와 사고를 간접적으로 접한 시민들의 정신적 고통(트라우마)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때처럼 ‘일상 속 참사’을 마주한 시민들의 트라우마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만큼 정부가 심리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잘 때마다 사고 장면 떠올라” 호소동아일보는 4, 5일 사고 현장 인근 상인들과 목격자 등 10명을 직접 만나 트라우마 측정 설문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설문부터 인터뷰까지는 대상자 당 30분 가량이 소요됐으며 트라우마 지원을 받고 싶은지도 질의했다. 그 결과 10명 중 7명은 일반인 수준을 훨씬 웃도는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명 중 3명은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수준이었다. 설문조사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트라우마 평가 지침에 따라 ‘관련 기억이나 생각, 또는 감정을 피하는가’ ‘관련 악몽을 반복해서 꾸는가’ ‘관련해 자기 자신의 탓을 하고 있는가’ 등의 트라우마 측정 설문 문항 20개로 구성됐다. 1개 문항당 5점(전혀 아님 0점~매우 많이 4점) 척도인데, 총점이 37점 이상이면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수준이다. 27~30점은 트라우마가 아주 심하진 않지만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는 정도다.설문 결과 유 씨는 61점을 기록한 고위험군으로, 당장 트라우마 상담 등 심리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56점을 기록한 손화자 씨(85·자영업)도 “바로 앞에서 사람이 죽었다니 믿기지 않는다. 하루에도 스무 번 넘게 사고 현장을 멍하니 보고 있는다 ”라고 목소리와 손을 떨며 말했다. 32점을 기록한 유모 씨(48·자영업)는 “‘쿵’ 소리가 나서 무슨 일인지 살펴보려고 갔는데 길바닥에서 돌아가신 분들의 모습을 봤다”며 “잘 때 눈 감으면 사고 모습이 계속 생생하게 떠오른다”고 말했다. 29점이 나온 박평국 씨(57)도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어디선가 ‘드드드’하는 굉음이 나 다리에 힘이 풀리고 숨이 콱 막히더라”라고 토로했다. 박 씨는 사고 당시 소리를 닫고 달려나와 현장 수습을 도운 바 있다.● “범정부 차원 심리 지원 필요”트라우마를 호소하는 목격자와 시민들이 증가하면서 범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 설문에 응한 10명 중 8명도 심리치료 등 추가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현재 시청역 참사 목격자에 대한 심리 상담·치료를 전담하고 있는 서울 중구의 심리상담센터 직원은 18명 남짓에 불과해 밀려드는 상담 수요를 커버하기엔 역부족이다.전문가들은 방치된 목격자들에 대한 정부와 전문기관의 치료 지원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사고를 관찰했다면 이는 트라우마 진단의 기준이 된다”라며 “다수의 시민이 희생당한 사회적 재난이기 때문에 정부는 상담 전문가들을 찾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2022년 이태원 참사 당시 보건복지부는 ‘찾아가는 마음안심버스’를 확대 운영하고 목격자 1000여 명의 심리 치료를 진행했다.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구성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도 ‘이태원 사고 원스톱 통합지원센터’를 마련하는 등 트라우마 치료를 밀착 지원했다. 하지만 시청역 참사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은 아직 마련되지 않고 있다. 이동우 인제대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국가트라우마센터 등 전문기관이 지역 사정에 밝은 구청 등 기관에 전문 인력을 파견해 목격자와 인근 상인에 대한 집중 치료를 지원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한편 경찰은 7일 시청역 참사 가해운전자 차모 씨(68)의 2차 피의자 조사 일정을 조율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늦어도 수요일(10일) 전에는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3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실 앞에서 택시가 갑자기 돌진해 중상 1명을 포함해 총 3명이 다치고 병원 외벽 일부가 부서졌다. 60대 후반 택시기사는 ‘급발진’ 때문에 사고가 났다고 주장했다. 앞서 1일 벌어진 서울 시청역 역주행 참사를 둘러싼 급발진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는 가운데 시민들은 불안해했다. 서울 중부소방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15분경 의료원 응급실에 손님을 내려준 택시가 주차장을 빠져나가기 위해 유턴하다가 갑자기 과속하면서 응급실 앞에 있던 차량들과 길을 걷던 여성 3명을 치었다. 부상자 중 1명은 경미해 귀가했으나, 나머지 2명은 의료원으로 옮겨졌다. 그중 1명은 중상이지만 의식이 있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고로 택시와 충돌 차량도 크게 파손됐고, 의료원 건물 외벽도 일부 파손됐다. 경찰에 따르면 택시기사는 사고 직후 차에서 내려 “차가 붕붕거리며 말을 듣지 않았다”면서 급발진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에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경찰의 음주 측정과 마약 간이 검사에서는 모두 음성이 나왔다. 경찰은 택시기사를 임의동행 형식으로 조사한 한편, 응급실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과 차량 블랙박스 등을 분석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 중이다. 택시기사가 사고 원인을 급발진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이틀 전 보행자 9명을 숨지게 한 68세 차모 씨 역시 사고 원인을 급발진이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급발진 여부를 둘러싼 가해자, 전문가, 목격자들의 진술이 엇갈리는 가운데 정확한 사고 원인은 경찰의 수사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최모 씨는 3일 오전부터 가게를 찾은 손님들에게 국화 한 송이를 무료로 건넸다. 이틀 전 코앞에서 벌어진 역주행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조화(弔花)였다. 최 씨는 총 40송이를 손님들에게 나눠 주려고 준비했다. 그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사고가 일어나 안타까웠다”며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하다가, 시민들이 추모 의미로 국화를 놓고 갈 수 있게 무료로 나눠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가게에 꽃을 사러 온 김모 씨(20)는 국화를 무료로 가져가라는 주인 최 씨의 제안을 한사코 거절하고 기어이 값을 치렀다. 김 씨는 “돌아가신 분들의 사연이 너무 안타까워 사고 현장에 찾아왔다”며 “내가 국화값을 내야 진심으로 추모하는 의미를 담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는 꽃집을 나온 뒤 사고 현장에 가서 국화를 두고 갔다. ● 국화, 소주, 메모… 시민들의 추모 이어져 이날은 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움직임이 이어졌다. 9명이 숨진 사고 지점에는 국화 50여 송이와 소주, 음료수 등 시민들이 놓아둔 물품들이 있었다. 근처 가드레일에는 자신을 고등학생이라고 밝힌 시민이 남긴 추모 쪽지가 붙어 있었다. 쪽지에는 “퇴근 후 밥 한 끼 먹고 돌아가고 있던 그 길에서 더 이상 돌이킬 수 없이 유명을 달리한 9분의 명복을 빈다”며 “아빠와 비슷한 나이대의 분들이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미어진다. 아빠 생각을 많이 했다”고 적혀 있었다. “서울의 중심에서 이런 일이 생겨 너무 화가 난다”는 내용의 쪽지도 붙어 있었다. 시청역 근처 회사에서 근무하는 정모 씨(30)는 “직장에서 5분 거리라 자주 회식하던 곳이었다”며 “그렇게 많은 분들이 돌아가셨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사망자가 나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퇴근길에 음료수 한 병을 놓고 가려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추모글이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희생자가 우리 가족이었을 수도 있는 일 아니냐”며 “인근이면 바빠도 추모하러 가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서울 중구 서울시청 본관 7층 회의실에는 이번 사고로 목숨을 잃은 김모 사무관(52)과 윤모 조사관(31)의 영정 사진이 놓였다. 하얀 국화도 함께였다. 김 사무관과 윤 조사관이 생전에 쓰던 책상에는 동료들이 놓고 간 국화 바구니가 있었다.● 유가족이 유가족을 위로하다 함께 통곡 사고 이틀 후인 3일 사망자들이 안치된 빈소에는 유가족의 울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지하 1층에서 만난 서울아산병원 협력업체 직원 김모 씨(38)의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전날 아들을 잃은 충격에 한숨도 자지 못했다는 김 씨의 어머니는 “동료들과 함께 관련 전시회를 보러 갔다고 하는데,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다”고 했다. 이어 “결혼하고도 부모를 매주 보러 오던 착한 아들이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씨는 사고 날 회사 동료들과 게임 관련 전시회를 본 뒤 집으로 향하는 길에 변을 당했다. 지인들에 따르면 그는 5년의 연애 끝에 지난해 10월 결혼한 신혼부부였다. 이날 김 씨의 부인은 빈소에서 조문객을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2층에선 또 다른 사망자인 신한은행 직원 이모 씨(54)의 어머니가 “엄마 왔어. 엄마가 왔는데 넌 어디 가고 없니”라며 통곡했다. 이 씨 어머니를 달래던 다른 유가족들도 같이 울음을 터뜨렸다. 이 씨는 불과 석 달 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상고 출신으로 34년 전 은행에 입사한 이 씨를 동료들은 “누구보다 성실한 직원”이라고 기억했다. 불과 3개월 사이 남편과 아들을 모두 잃은 이 씨의 어머니는 빈소에서 “아이고, 어떡하라고 네가 먼저 떠나느냐”고 땅을 치며 눈물을 흘렸다.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3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실 앞에서 택시가 갑자기 돌진해 중상 1명을 포함해 총 3명이 다치고 병원 외벽 일부가 부서졌다. 60대 후반 택시기사는 ‘급발진’ 때문에 사고가 났다고 주장했다. 앞서 1일 벌어진 서울 시청역 역주행 참사를 둘러싼 급발진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는 가운데 시민들은 불안해했다.서울 중부소방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15분경 의료원 응급실에 손님을 내려준 택시가 주차장을 빠져나가기 위해 유턴하다가 갑자기 과속하면서 응급실 앞에 있던 차량들과 길을 걷던 여성 3명을 치었다. 부상자 중 1명은 경미해 귀가했으나, 나머지 2명은 의료원으로 옮겨졌다. 그 중 1명은 중상이지만 의식이 있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고로 택시와 충돌 차량도 크게 파손됐고, 의료원 건물 외벽도 일부 파손됐다.경찰에 따르면 택시기사는 사고 칙후 차에서 내려 “차가 붕붕거리며 말을 듣지 않았다”면서 급발진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에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경찰의 음주 측정과 마약 간이 검사에서는 모두 음성이 나왔다. 경찰은 택시기사를 임의동행 형식으로 조사한 한편, 응급실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과 차량 블랙박스 등을 분석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할 중이다.택시기사가 사고 원인을 급발진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이틀전 보행자 9명을 숨지게 한 68세 차모 씨 역시 사고 원인을 급발진이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급발진 여부를 둘러싼 가해자, 전문가, 목격자들의 진술이 엇갈리는 가운데 정확한 사고 원인은 경찰의 수사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최모 씨는 3일 오전부터 가게를 찾은 손님들에게 국화 한 송이 씩을 무료로 건넸다. 이틀 전 코앞에서 벌어진 역주행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꽃이었다. 최 씨는 국화 40송이를 손님들에게 나눠주려 준비했다. 그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사고가 일어나 안타까웠다”며 “내가 할 수 있는게 뭘까 생각하다가, 시민들이 추모 의미로 국화를 놓고 갈 수 있게 무료로 나눠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가게에 꽃을 사러 온 김모 씨(20)는 국화를 무료로 가져가라는 주인 최 씨의 제안을 한사코 거절하고 기어이 값을 치렀다. 김 씨는 “돌아가신 분들의 사연이 너무 안타까워 사고 현장에 찾아왔다”며 “내가 국화값을 내야 진심으로 추모하는 의미를 담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는 꽃집을 나온 뒤 사고 현장에 가서 국화를 두고 갔다. ● 국화, 소주, 메모… 시민들의 추모 이어져이날 곳곳에서 이번 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움직임이 이어졌다. 9명이 숨진 지점에는 국화 50여 송이와 소주, 음료수 등 시민들이 추모하려 두고간 물품들이 가득했다. 근처 가드레일에는 자신을 고등학생이라고 밝힌 시민이 남긴 추모 쪽지가 붙어 있었다. 쪽지에는 “퇴근 후 밥 한 끼 먹고 돌아가고 있던 그 길에서 더 이상 돌이킬 수 없이 유명을 달리한 9분의 명복을 빈다”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빠 생각을 많이 했다”고 적혀 있었다. 이어 “아빠와 비슷한 나이대의 분들이 차마 형용할 수 없는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미어진다”고도 적혀 있었다. 다른 시민이 남긴 것으로 보이는 쪽지에는 “서울의 중심에서 이런 일이 생겨 너무 화가 나고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글이 적혀있었다.시청역 근처 회사에서 근무하는 정모 씨(30)는 “직장에서 5분 거리라 자주 회식하던 곳이었다”며 “그렇게 많은 분들이 돌아가셨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사망자가 나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퇴근길에 음료수 한 병을 놓고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추모 글이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희생자가 우리 가족이었을 수도 있는 일 아니냐”며 “인근이면 바빠도 추모하러 가는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유가족이 유가족을 위로하다 함께 통곡사고 이틀째인 3일 사망자들이 안치된 빈소에는 유가족의 울음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이날 오전 7시 반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2층에선 사망자 이모 씨(54)의 어머니가 “엄마 왔어. 엄마가 왔는데 넌 어디 가고 없니”라고 통곡했다. 이번 사고로 역시 가족을 잃은 다른 유가족들은 이 씨를 달래던 끝에 결국 같이 울음을 터뜨렸다.사망자 중 김모 씨(38)는 결혼한지 1년 도 안 된 신혼부부였는데 이번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사고 날 회사 동료들과 게임 전시회를 보러 가다가 변을 당했다. 서울아산병원 협력업체에서 근무하는 김 씨는 지난해 10월 결혼했다. 그의 부인은 빈소에서 조문객을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렸다. 김 씨의 어머니는 “생전 아들의 유일한 취미가 게임이었다. 동료들과 함께 관련 전시회를 보러 간 것뿐인데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다”며 울었다. 사망자 중 신한은행 직원인 이모 씨(52)는 불과 세 달 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상고 출신으로 34년 전 은행에 입사한 이 센터장을 동료들은 “누구보다 성실한 직원”이라고 기억했다. 그는 슬하에 아들 둘을 뒀는데 “대학에 가지 않고 대신 기술을 배우겠다”는 아들의 뜻을 존중해 준 아빠였다. 불과 3개월 사이 남편과 아들을 모두 잃은 이 센터장의 어머니는 빈소에서 “아이고, 어떡하라고 네가 먼저 떠나느냐”고 땅을 치며 눈물을 흘렸다. 또 다른 사망자인 신한은행 직원 이모 센터장(53)은 20대 아들, 딸과 고3 막내딸을 둔 아빠였다. 그는 생전 어머니와 아버지가 수술을 받고 힘들어할 때 극진히 부모를 간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1일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역주행 참사를 낸 가해 운전자 차모 씨(68)는 사고 전날 15시간이 넘는 장시간 버스 운전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차 씨는 경기 안산시의 한 여객운송업체에서 511번 시내버스를 운행하는 촉탁직 버스 운전사다. 2일 기자가 해당 업체에서 접촉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들은 근무일에 이른 새벽부터 심야까지 12∼16시간 운전하고 다음 날 쉰다. 하루 일하고 하루 쉬는 격일제다. 차 씨는 사고 전인 지난달 24, 26, 28, 30일 근무에 투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에서 차 씨는 사고 당시 음주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마약 간이 검사에서도 음성이 나왔다. 차 씨는 1974년 운전면허를 딴 뒤 대형 화물차 기사로 10년 넘게, 서울 시내버스 운전사로 7년을 일했다. 지난해 2월 이 업체 입사 후 버스 사고 이력은 없었다. 다만 차 씨 아내 명의의 사고 차량(제네시스 G80)은 보험 처리 이력이 2018∼2021년 최소 6번 있었다. 교통사고로 차량이 파손돼 보험 처리를 하는 등의 경우 이력이 기록된다. 동료들은 “차 씨는 운전 잘하기로 알려진 사람”이라며 이번 사고를 의아해했다. 차 씨와 가깝게 지낸 한 동료는 “험악하고 경거망동하게 운전할 사람이 아닌데, 차량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 성실하고 운전 스타일도 점잖다”고 했다. 다른 동료는 “건강에 특이 사항은 없었던 걸로 안다”고 전했다. 차 씨가 소속된 여객운송업체는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차 씨를 징계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운행 중 사고가 아닌 사생활 영역에서의 사고이긴 하지만 운전면허가 취소되는 결과가 나오면 당연히 해직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사고 당시 차량에 함께 탄 아내, 이후 연락을 받고 온 차 씨의 딸 등을 2일 새벽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필요하면 (참고인 조사) 추가도 할 수 있는데 현재까지 ‘언제 하겠다’ 그런 건 말씀드릴 수 없다”고 했다. 기자가 사고 직후 2일 오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던 차 씨를 만났을 때 그는 가슴에 통증을 호소하고 있었다. 차 씨는 부상으로 말을 하기 어려워 사고 경위를 서면으로 작성해 경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산=최원영 기자 o0@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폭탄 떠넘기기’ 아닌가요. 옆 건물에 사는 것만으로도 싫었는데 여기로 이사를 보낸다니요. 제가 이사를 가야 할까요.” 경기 수원시 팔달구의 A오피스텔 주민 김모 씨(29)는 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수원 발발이’로 알려진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40)가 A오피스텔로 이사를 올 수도 있다는 소식 때문이다. 반면 박병화가 한 달째 살고 있는 이 동네 B오피스텔의 주민들은 그를 A오피스텔로 이사 보내려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불과 30여 m 떨어진 두 오피스텔 주민이 박병화의 이사 문제로 최근 갈등을 빚고 있다.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 제도 도입 이후 이들이 사는 거주지 주변 주민들은 비슷한 갈등을 겪지만, 정부는 뾰족한 대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병화 이사 보내자” vs “절대 받을 수 없다” B오피스텔 소유자들의 대표 겸 건물관리인 김모 씨(54)는 “내가 A오피스텔에도 한 채를 소유하고 있는데, 박병화를 그곳으로 이사보내자”고 B오피스텔 입주민들에게 제안했다. 입주민들이 찬성하자 김 씨는 지난달 23일 ‘박병화 전입 관련 통지문’이라는 제목의 내용 증명을 A오피스텔 소유주 대표 겸 건물관리인 지모 씨(68)에게 보냈다. 통지문 요지는 ‘박병화를 A오피스텔에 있는 김 씨 소유의 방으로 전입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1일까지 답장이 없으면 박병화가 앞으로 4년간 A오피스텔에 사는 데 이의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법적으로는 김 씨가 자기 소유의 방을 박병화에게 월세 주는 형태이기 때문에 사인 간의 부동산 계약에 해당한다. A오피스텔 대표나 입주민들이 이 계약을 거절하거나 반대할 법적 권리는 없다. 김 씨의 통지문은 “B오피스텔은 주거용 건물이라 여성 입주자들이 박병화의 존재를 불안해한다. 반면 A오피스텔은 사무실 위주라 박병화가 이사를 와도 주민들의 불안 문제가 적다”는 취지였다. 김 씨는 박병화에게 이사를 가면 향후 2년간 월세를 대신 내주고, 4년간 A오피스텔에 살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는 조건을 제안했다. 박병화는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오피스텔 주민들은 반발했다. A오피스텔 주민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는 “우리도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절대 반대합니다!” 등의 글이 계속 올라왔다. 반면 B오피스텔 주민들은 환영했다. B오피스텔 주민 이모 씨(21)는 “박병화가 이 건물에서 나갈 수 있다니 다행”이라고 했다.● 성범죄자 거주지 공개만 해놓고 손 놓은 정부 정부는 성(性)범죄자가 사는 주소지를 공개하면서, 이로 인해 벌어질 갈등과 주민들의 불안에는 아무런 대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보호 감호 확대와 같은 적극적인 조치들을 고려하는 등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갈등은 악질 성범죄자들이 출소할 때마다 반복됐다. 초등생을 성폭행해 감옥에서 복역하다가 2020년 12월 출소한 조두순(72)은 집을 월세 계약했다가 신원이 드러나 주민들이 반발하면서 계약이 파기됐다. 2022년에는 미성년자 12명을 성폭행한 김근식(56)이 출소해 경기 의정부시로 이사를 가려 하자 의정부시장과 주민들이 반발했다. 일부 국가는 성범죄자 주거지를 법으로 제한하고 있다. 미국은 2005년 ‘제시카법’을 제정해 아동 대상 성범죄자는 출소 이후 학교 등 아동이 많은 곳으로부터 약 610m 이내에 거주하지 못하도록 했다. 국내에서도 ‘한국형 제시카법’ 논의가 있었지만 법제화는 이뤄지지 못했다. 21대 국회에서는 임기 만료로 폐기됐고 이번 22대 국회에서는 아직 발의된 법안이 없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제시카법이 도입되더라도 형기를 마친 사람을 사회에서 완전히 고립시킬 수는 없다”며 “보안처분 등 재범 방지를 위한 정부 예산과 인력을 늘리고 지속적 교육을 통해 교화와 감시에 전력을 다하는 것이 주민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수원=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화재 참사가 일어난 경기 화성시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의 인근 지역에 있는 한 리튬 취급 공장이 안전진단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적발됐다. 30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 산하 기후환경에너지국, 소방재난본부, 특별사법경찰단 등은 합동점검반을 편성해 관내 48개 리튬 취급 사업장을 대상으로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4일까지 안전점검을 진행 중이다. 이 중 5곳은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과 함께 점검했는데, 리튬 배터리 제조업체 A사가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에 따른 안전진단을 실시하지 않아 적발됐다. 화관법에 따르면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을 운영하는 자는 위험도에 따라 주기적으로 안전진단을 받아야 한다. 위험도가 가장 높으면 4년마다, 낮으면 8∼12년마다 받아야 한다.점검에 참여한 환경부 관계자는 “A사는 4년에 한 번 받아야 하는 안전점검을 받지 않아 이번에 적발됐다”며 개선 명령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 번 더 적발될 시 경찰에 고발 조치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진단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경기도는 리튬 등 화학물질 취급 업체들이 법적 기준을 지켰다고 해도 실제로 위험성이 있는지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화재를 예방해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합동점검반은 30일 기준 조사 대상 48곳 중 7곳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한편 아리셀 공장의 근로자들이 “안전교육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고 비상구가 어디 있는지도 몰랐다”고 주장한 데 대해 경기남부경찰청 아리셀 화재 사고 수사본부는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주영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아리셀은 2021년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3년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위험성 평가 우수 사업장으로 인정받았다. 그 덕에 3년간 산재보험료 약 580만 원을 감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경기 화성시 리튬배터리 공장 화재 사건을 계기로 일상에서 쓰이는 배터리 안전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해외 직구’를 통해 들어오는 일부 배터리에는 과충전 방지장치 등이 없어 폭발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KC 인증 등 안전 검증이 면제된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통계청 ‘온라인쇼핑동향조사’에 따르면 1분기(1∼3월) 온라인 해외 직접 구매액 1조6476억 원 중 특히 중국 제품 구매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9384억 원(57%)으로 역대 최대치였다. 중국산 직구 품목 중 배터리 등이 포함된 컴퓨터 주변기기 및 가전·전자·통신기기 구매액은 2019년 1분기 530억 원에서 올해 1분기 1201억 원으로 5년 새 126% 증가했다. 특히 최근 1년 새 2배가량으로 늘었다.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 등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들의 한국 진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3월 의정부지법은 “보호회로나 안전인증 표시가 없는 중국산 리튬폴리머 배터리의 과충전 등으로 폭발사고가 빈번하다”며 “KS, KC 인증이 있는 보호회로가 내장된 배터리를 사용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KS 인증은 한국산업표준 기준을 말하고, KC 인증은 여기에 더해 안전성, 신뢰성까지 갖췄다는 의미다. 리튬 배터리의 경우 KC 인증을 받으려면 보호회로와 같은 안전장치를 갖춰야 한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보호회로가 없는 리튬 배터리를 충전하면 평균 섭씨 115.7도에 이르는 열이 발생한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노모 씨(42)는 2021년 에어소프트건(서바이벌 게임용 장난감 총)에 넣는 중국산 리튬폴리머 배터리를 샀다가 충전 중 배터리가 폭발했다. 노 씨는 “충전 1시간 만에 배터리에서 폭죽처럼 불꽃이 튀어올랐다. 공기를 차단하려고 담요로 덮어도 계속 불이 살아났다”고 했다. 올해 5월에도 서울 강서구 한 다세대주택에서 공동현관에 세워놨던 전동스쿠터에서 불이 나 1000만 원가량 재산 피해를 입혔다. 소방당국은 “전동스쿠터에 탑재된 중국산 배터리가 원인을 알 수 없는 전기적 요인으로 폭발했다”고 밝혔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해외 직구로 들여오는 배터리들에 대한 인증 절차는 일절 없다”며 “배터리처럼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제품들에 대해서만이라도 KC 인증을 받게 하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리튬 배터리 중 위해성이 있는 제품이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23명이 숨진 경기 화성시 아리셀 공장 사고와 같은 리튬전지 화재 때 효과가 있는 금속화재용 소화기가 1년 넘게 정부 내 심사 절차에 머물면서 현장 도입이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소방청은 지난해 3월 금속화재용 소화기의 성능 기준을 담은 기술 기준을 행정 예고했다. 현재 제조공장 등에 비치된 일반 소화기는 화성 사고처럼 리튬이나 칼륨, 세슘 등 가연성 금속에서 발생한 금속화재에 효과가 없다는 지적에 따라 신설한 것이다. 금속화재는 물로 끄려 하면 수소가 생성돼 폭발한다. 금속화재 소화기를 정식으로 승인하고 검사하려면 이 기준이 확정돼야 한다. 그런데 26일 현재 이 기준은 심사 단계에 계류 중이다. 같은 기준에 일반 소화기 부품의 원산지 표시법 등 다른 개정 내용도 30건 넘게 포함돼 있어 심사가 덩달아 늦어졌다. 금속화재용 소화기는 리튬전지 화재에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만큼, 더 일찍 도입됐다면 23명이 숨진 24일 아리셀 리튬전지 제조공장 화재 때도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됐을 거란 지적이 나온다. 발화 당시 작업자들은 29초 만에 일반 소화기로 진화를 시도했지만 효과가 없고 오히려 불길은 더 거세졌다. 소방청 관계자는 “7, 8월경에는 심사를 마치고 허가하겠다”고 말했다. 화재공장 인근 리튬전지 공장 5곳중 3곳 금속화재 소화기 없어[화성 리튬전지 공장 참사]금속화재 관련 대처 규정 없어… 전용소화기 있어도 검증 안된 제품카카오-NHN 리튬화재 맞춤 대응… 전문가 “전용소화기 도입 시급”26일 경기 화성시 서신면 전곡산업단지의 A리튬전지 제조공장. 이틀 전 화재로 23명이 숨진 아리셀 공장과 차로 5분 거리인 이곳에서는 이날도 외국인 근로자들이 작업으로 분주했다. 이 공장은 연간 수십만 개의 리튬전지를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품 창고 옆에는 불에 잘 타는 각종 목재와 폐품이 쌓여 있었다. 그런데 공장 안에선 리튬전지 화재 진화에 효과가 있는 금속화재용 소화기가 한 대도 보이지 않았다. 통상 가정용으로 쓰는 것과 같은, 리튬전지 화재 진화에 소용이 없는 일반 소화기만 곳곳에 놓여 있었다. 이 공장 관계자는 “금속화재용 소화기는 없지만 우리 공장은 구조가 달라 (불이 나도 탈출하기 쉽기 때문에) 괜찮다”고 했다.● 인근 공장 5곳 중 3곳, 금속화재 소화기 없어 동아일보 취재팀이 25일과 26일 아리셀 인근 리튬전지 공장 5곳을 방문해 보니 금속화재용 소화기를 비치한 곳은 2곳뿐이었다. B공장의 관계자는 “일반 소화기만 몇 대 갖고 있으면 되는 것 아니었냐”고 되물었다. C공장 측은 “(작업 공간) 25m 안에 소화기를 갖춰야 한다는 의무 사항은 지키고 있다. 뭐가 문제냐”고 했다. B와 C공장은 화재 시 경보를 울리는 자동화재탐지설비조차 갖추지 않고 있었다. D공장은 금속화재용 소화기는 있었지만 화재 대피 안내도가 없었다. 공장 측은 “리모델링하느라 떼어놨다”고 했다. 대피 안내도는 유사시 탈출로를 숙지하기 위해 항상 게시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일부 공장이 갖춘 금속화재용 소화기도 소방당국 검증을 거친 정식 제품이 아니라는 점이다. 소방청이 금속화재용 소화기 개발과 도입을 위해 지난해 3월 관련 기준을 행정예고하고도 1년 넘게 심사 중이기 때문이다. 2020년 감사원이 금속화재 대처 규정이 없는 문제를 지적한 지 4년이 지나도록 해결되지 않은 것이다. 현행 소화기 기준에 따르면 화재는 일반화재(A급)와 유류화재(B급), 전기화재(C급), 주방화재(K급) 등 총 4가지로 분류된다. 금속화재는 별도 분류가 없어 전용 소화기도 없다. 시중에 유통되는 금속화재용(D급) 소화기는 성능이 검증되지 않은 수입 제품이다. 효과를 담보할 수 없는 것이다. 남기훈 창신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 등에는 금속화재 전용 소화약제가 제작돼 있지만 우리나라는 관련 법적 정의조차 없어 (소화기 자체를) 시험할 기준이 없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리튬전지 화재 대응 자구책 리튬전지 화재 소화기 도입이 늦어지면서 산업계에선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2022년 10월 판교데이터센터 화재 당시 리튬전지가 순식간에 수백 도까지 온도가 오르는 ‘열 폭주’ 현상으로 서비스 먹통까지 겪은 카카오는 새 데이터센터를 만들면서 관련 대책부터 마련했다. 이달 11일 공개한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에 화재가 발생한 배터리의 전원을 초기에 차단하는 등의 특허 출원 기술을 적용한 것. 새 시스템에는 배터리만 비추는 열화상카메라와 연기감지기가 설치돼, 불꽃이 일거나 연기가 나면 관제센터에 자동으로 경고를 보낸다. 불이 붙은 리튬전지에는 방염천이 내려와 둘러싸고, 물 대신 전용 소화 약제를 뿌린다. 인근 소방서에도 즉시 신고가 접수된다. 소방당국이 도착할 때까지 진압이 안 될 경우 지속적으로 물을 뿌려 온도를 낮춤으로써 불의 확산을 막는다. 카카오처럼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NHN 클라우드도 발화 전 미세한 연기를 감지하는 특수 설비를 설치했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이른 시일 내 금속화재용 소화기뿐 아니라 리튬전지 화재에 특화된 전용 소화기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세진 우송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금속화재용 소화기를 도입하고 나면 내용물을 나트륨 등으로 대체해 리튬전지 화재 진화에 더 효과적으로 개조하는 건 크게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화성=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화성=임재혁 기자 heok@donga.com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그룹 엑소(EXO)의 유닛인 ‘첸백시’가 연예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임원진을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지난해 6월 에스엠과 계약 문제로 불거진 갈등이 경찰 수사로 확대된 것이다. 26일 서울 성동경찰서는 첸과 백현, 시우민으로 구성된 첸백시와 현 소속사인 아이앤비100이 전날 이성수 에스엠 최고A&R책임자(CAO)와 탁영준 에스엠 공동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양 측의 갈등은 지난해 6월 시작됐다. 당시 첸백시는 기존에 소속돼 있던 에스엠과 장기계약 등의 문제로 갈등을 빚다가 합의를 했다. 엑소 차원의 활동은 에스엠에서 하되 첸백시 등 개인 활동은 백현이 만든 소속사인 아이앤비100 소속으로 하는 것이 합의 내용이었다. 활동에서 거두는 수익을 각각의 소속사가 가져가는 것이다. 첸백시 측은 당시 에스엠이 내건 합의 내용을 에스엠이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에스엠이 (합의를 하면) 음반과 음원 유통 수수료율로 5.5%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어겼다”고 주장했다. 통상 신규 법인에서 음반을 유통하려면 매출액의 15% 이상을 유통사에 수수료로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에스엠 측은 “분쟁 과정에서 첸백시 측에 도움을 주기 위해 유통사와 협상이 잘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의미로 언급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에스엠은 12일 첸백시 측을 상대로 합의된 내용을 이행하라는 계약 이행 소송을 제기했다.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26일 밤 9시 반경 박순관 아리셀 대표가 회사 관계자들과 경기 화성시청 1층에 마련된 추모 분향소를 방문해 조문했다. 박 대표는 방명록에 이름을 적고 흰 장갑을 낀 채 추모대에 헌화했다. 이후 고개를 숙이며 “죄송합니다”를 크게 외치는 모습도 보였다. 당시 현장에 희생자 유가족은 없었다. 박 대표는 24일 화재가 발생한 리튬전지 공장을 운영하는 아리셀과 그 모회사인 에스코넥의 대표이사다. 박 대표는 조문을 마치고 빠져나가는 도중 ‘(26일 경찰의) 압수수색 관련 입장이 어떻게 되냐’ ‘인력업체 메이셀과 아리셀을 사실상 동일한 회사로 운영했다는 의혹 있는데 어떤 입장이냐’ ‘유족에게 직접 사과할 의향이 있냐’ 등 기자의 질문에 “죄송합니다. 제가 죄송합니다”라고만 대답했다. 화성=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곧 결혼식을 올릴 기대에 부풀어 있던 딸인데….” 25일 경기 화성시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앞에서 만난 중국인 채모 씨(79)는 전날 화재로 타버린 공장(3동)을 바라보며 이처럼 말했다. 그는 주한 중국대사관으로부터 딸(39)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을에 새 신부가 될 예정이었던 딸이 갑자기 떠났다는 소식에 채 씨가 급하게 인근 장례식장으로 달려갔지만, 딸이 안치된 곳을 찾을 수 없었다. 시신이 전소한 탓에 신원을 확인할 수 없어서다. 채 씨는 장례식장 2곳을 헤매다가 이날 화재 현장을 찾았다. 채 씨는 공장 안에서 목걸이를 건 시신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고 “목걸이를 건 (시신이 내 딸이라면) 형태만 봐도 내 딸인지 알 수 있다. 아비가 어떻게 몰라보냐”며 경찰에 시신이나 목걸이 사진을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신원 확인 못 해 이름 대신 ‘번호’로 구분 경찰 등에 따르면 25일 오후 6시까지 사망자 23명 중 신원이 확인된 건 2명뿐이다. 전날 거센 불길과 유독가스 탓에 화재가 발생한 지 약 5시간 만에야 본격적인 구조 작업이 이뤄지면서 시신의 손상이 심했던 탓이다. 이날 화성시 송산장례문화원 사무실 내부에 설치된 흰색 칠판에는 김 씨를 제외한 나머지 사망자 5명의 인적사항이 이름이 아닌 ‘고(故) 21번’, ‘故 16번’ 등 숫자로만 적혀 있었다. 이번 사고의 유일한 라오스인 희생자인 A 씨의 남편 이모 씨도 아내가 안치된 곳을 찾으려 여러 장례식장을 전전하다가 도착한 화성중앙종합병원 장례식장에서 황망해했다. 그는 뇌 수술을 받고 24일 퇴원하는 길에 지인으로부터 아내의 사망 소식을 듣고 그 길로 붕대도 못 푼 채 현장에 달려왔다고 한다. 이 씨는 “‘쭈이’(아내의 애칭)가 ‘수술 잘 받으라’고 보낸 문자가 마지막이 됐다”며 “어느 병원으로 이송됐는지 몰라서 사고 현장과 여러 장례식장을 무작정 ‘뺑뺑이’로 돌고 있다”고 말했다.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의 유가족도 비탄에 잠겼다. 25일 낮 12시 송산장례문화원 지하 주차장에 김모 씨(52·아리셀 연구직) 유가족의 울음이 울렸다. 김 씨는 24일 아리셀 리튬전지 제조공장 폭발 사고로 숨진 23명 가운데 가장 먼저 사망 판정을 받았다. 김 씨 가족에게 허락된 작별 인사의 시간은 짧았다. 김 씨의 시신을 부검 장소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옮기기 전, 단 3분이었다. 김 씨를 마주한 아내와 자녀들은 비통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김 씨를 태운 차가 주차장에서 빠져나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중국서 유가족 DNA 채취해 신원 확인 경찰은 사망자들의 신원을 확인하고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의뢰한 상태다. 소지품이나 치과 진료기록 대조 등으로 신원을 밝힐 수 있는 희생자가 거의 없어, 유전자(DNA) 채취 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마저도 상대적으로 훼손이 덜한 대퇴골 등에서 채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사망자의 DNA를 유가족의 것과 비교해 신원을 확정할 방침이다. 다만 희생자 대다수의 유가족이 해외에 거주하고 있어, 신원 확인엔 시일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해당국 영사를 통해 현지에서 유가족의 DNA를 채취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경찰 관계자는 “숨진 외국인의 인적사항을 영사 측에 일괄적으로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신원 확인이 지연되면서 사망자가 안치된 화성 인근 장례식장 5곳 모두 장례는커녕 유족 안내조차 못 하고 있다. 송산장례문화원 관계자는 25일 오전 “사망자 다수가 외국인이라 DNA 검사를 해야 하고 신원이 확인된 한국인 사망자도 부검해야 해 대기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화성=임재혁 기자 heok@donga.com화성=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화성=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경기 화성시의 한 리튬전지 제조공장에서 폭발과 함께 불이 나 24일 오후 10시 현재 22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실종자는 1명이다. 소방 당국은 리튬전지 약 3만5000개가 보관돼 있던 건물에서 폭발하듯 불길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날 화재는 오전 10시 31분경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산업단지에 있는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의 공장 11채 중 3동 2층에서 ‘펑’ 하는 폭발음과 함께 발생했다. 소방 관계자는 “배터리 셀 하나에서 폭발적으로 연소가 됐다는 목격자 진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화재 당시 해당 건물 1, 2층에는 아리셀 직원과 일용직 등 102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사망한 22명 중 대다수가 리튬 1차전지 완제품을 검수하는 2층에서 발견됐다. 그중 20명이 외국인이었다. 소방 관계자는 “2층에서 지상으로 통하는 계단이 있는데 미처 그쪽으로 탈출하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사고 직전 현장을 나온 직원 이모 씨는 “몇 초 안에 연기가 몰려서 시야 확보가 안 돼 동료들이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인접 소방서까지 동원하는 대응 2단계를 발령해 소방관 등 인원 191명과 펌프차 등 장비 72대를 투입했지만 불길은 약 5시간 후인 오후 3시 10분경에야 초기 진압됐다. 배터리가 연쇄 폭발하면서 급격히 불이 번져 진압에 어려움을 겪었다. 소방 당국은 배터리 분리막이 손상돼 양극과 음극이 접촉하면서 과열되는 ‘열폭주’로 불이 났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다. 경기남부경찰청은 130여 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꾸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화재 현장을 방문해 피해 상황을 점검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행정안전부 장관과 소방청장에게 “화성시 배터리 공장 화재 현장에 가용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인명 수색과 구조에 총력을 다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400도 열폭주’ 리튬전지 “펑펑펑”… 2층 근로자 대부분 대피 못해[화성 리튬전지공장 화재 참사]리튬전지 불나면 몇초만에 ‘열폭주’… 흰연기 15초만에 공장 내부 뒤덮어유독가스도 다량발생 접근 힘들어… 100% 충전 1차전지, 폭발력 더 커경기 화성시 서신면 리튬전지 제조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의 피해가 커진 이유는 리튬전지들이 폭발하듯 연소하는 ‘열 폭주(thermal runaway)’ 현상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리튬전지 내부 물질들의 전기화학적 반응 때문에 연쇄 발열 반응이 벌어지면서 화재가 순식간에 번졌고, 진압 역시 어렵게 한 결정적 요인이었다는 것이다. 열 폭주 현상이 벌어지면 배터리 온도가 불과 몇 초 만에 영상 400도 이상으로 폭증하고 꺼진 불이 다시 살아나기도 한다. 여기에 불이 난 공장이 대형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이었던 것도 화재를 키웠다.● 입구 반대편에서 대부분 숨져 24일 오전 발생한 화재로 사상자와 고립자가 속출한 아리셀 공장 앞. 이날 화재 현장은 회색 연기가 자욱하게 하늘을 뒤덮은 가운데 소방관들이 사방에서 펌프차로 물줄기를 쏘아 올리며 진압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었다. 공장 외벽과 열기를 못 이긴 공장 자재들이 흉측하게 녹아내려 전쟁통을 방불케 했다. 화재 현장에서는 이따금 ‘펑’ ‘펑’ 하는 폭음이 이어졌고, 주변에는 크고 작은 부품들이 마치 폭격을 맞은 것처럼 널브러져 있었다. 화재 현장에 굴착기를 끌고 지원을 나온 오태현 성일중기 대표는 “오전 11시경 현장에 도착했는데 ‘펑’ 하고 터지는 소리가 셀 수 없이 났다”고 전했다. 이날 화재가 발생한 건물 3동(제조 공장)에 있던 직원 중 1층에 있던 근로자는 모두 대피했다. 하지만 2층에서 일하던 근로자는 대부분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해 사망자 22명은 모두 2층에서 발견됐다. 특히 사망자 20명이 외국인 노동자로 건물 내부 구조에 익숙하지 않아 미처 대피하지 못한 채 출입구 반대편에 몰려 있다가 숨졌다. 발화지점은 2층 작업장 출입구 주변이었다. 조선호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은 “2층 작업장 출입구 앞쪽으로 대피했다면 인명 피해가 많이 줄지 않았을까 하는데, 근로자들이 놀라서 막혀 있는 (작업장) 안쪽으로 대피했다”며 “정규직 직원이 아니라 용역회사에서 필요할 때 파견받은 일용직이 대부분이라 (이들이) 공장 내부 구조가 익숙지 않았던 점도 피해가 커진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사망자들은 성별만 알아볼 수 있을 뿐 맨눈으로 신원을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에 탄 상태였다고 한다. 일부는 2층에서 바깥으로 뛰어내려 부상을 입기도 했다. 소방당국은 오후 3시 10분경이 돼서야 큰 불길을 잡고, 건물 내부로 들어가 수색을 진행했다. 이후 오후 6시경이 지나 실종 상태로 분류됐던 21명이 대부분 불에 탄 채 시신으로 실려 나오면서 곳곳에서는 한숨과 망연자실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날 화재는 1989년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에서 발생했던 폭발 사고 이후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화학공장 사고로 기록됐다. 당시 럭키화학 폭발 사고로 사망자 16명이 발생했고 17명이 다쳤다.● 불 더 키운 ‘열 폭주’ 화재를 키운 건 공장 내 리튬전지들이었다. 리튬전지 화재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열 폭주’ 현상이다. 리튬전지 안에는 음극과 양극을 막는 분리막이 있는데 충격이나 열 등으로 분리막이 손상되면 양극과 음극이 접촉해 열이 발생한다. 열은 순식간에 수백 도까지 치솟게 되고 제어가 안 되는 상황에 다다르면 폭발로 이어진다. 또한 리튬전지에 불이 나면 불화수소가 다량으로 발생한다. 불화수소는 한두 모금만 마셔도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대표적인 유독 물질로 꼽힌다. 특히 리튬전지 화재는 물로 끄기 어렵다. 리튬전지에 물이 닿으면 수소가 발생하는데, 이때 발생한 수소가 산소와 만나면 불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소방차가 화재 현장에 빠르게 도착해도 불을 쉽게 끄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소방 관계자는 “(이 공장 일대에는) 리튬전지 화재 등을 진화할 전용 소화 장비가 없다”고 밝혔다. 이날 화재 현장에서 김진영 화성소방서 재난예방과장은 “화재가 발생한 업체는 리튬 배터리를 제조해 완제품을 납품하는 곳이어서 최소 3만5000개의 전지가 불이 난 공장 2층에 있었다”며 “전지들이 다 타고 나서야 불이 잡혔다”고 말했다. 화성=이경진 기자 lkj@donga.com화성=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화성=송유근 기자 big@donga.com화성=손준영 기자 hand@donga.com화성=임재혁 기자 heok@donga.com변종국 기자 bjk@donga.com}

국산 헬기 수리온(KUH-1) 관련 자료와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의 설계도 등 군사기밀 정보를 판매한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이 등장해 군과 수사당국이 합동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8월 19일부터 이달까지 한 텔레그램 채널에 “군사 기밀을 판매한다”는 취지의 글이 지속해서 올라왔다. 채널 운영자는 올해 2월 “우리는 군 내부와 국방과학연구소 등 곳곳에 조력자를 두고 있다. 첫 국산 기동 헬기 수리온(KUH-1)에 관한 자료를 판매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헬기 부품 중 일부로 추정되는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특히 2026년 완료를 목표로 개발 중인 한국형 전투기 KF-21의 설계도와 한미 연합연습 ‘자유의 방패(FS·프리덤실드)’에 관한 문서를 판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SNS를 통해 방위산업기술을 해외로 유출하거나 구매자를 모집하는 행위는 방산기술보호법에 저촉돼 최대 징역 20년형에 처해진다. 법무법인 율촌 송광석 변호사(전 국방부 송무팀장)는 “실제로 자료를 넘기지 않는 ‘사기 판매자’라고 하더라도 예비·음모죄 등으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측은 “해당 계정에 올라와 있는 사진 샘플 등은 외부에 공식 제공한 적이 없는 자료”라며 국가정보원에 신고했다. 현재 이 사건은 국군방첩사령부가 국정원, 경찰과 함께 수사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내부자에 의한 유출이나 해킹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사건처럼 SNS를 통한 군사기밀 판매는 단기간에 피해가 커질 수 있는 만큼 수사가 신속히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올해 3월 28일엔 러시아 정보국 브로커라며 텔레그램으로 접근한 인물에게 2급 군사기밀 등을 12차례나 보낸 30대 특전사 대위가 적발돼 징역 10년과 벌금 5000만 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2010년대만 해도 관계자들에게 뇌물을 지급해 한 명씩 포섭하는 형태가 많았지만, 최근 SNS 등을 통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군사기밀 정보를 파는 경우가 늘고 있다”면서 “최대한 빨리 수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