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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보험료,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한동안 외면받아 온 종신보험 판매 건수가 작년부터 두드러지게 증가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보장 항목에 질병을 추가하고 환급률을 높이는 식으로 단기납 종신보험을 공격적으로 팔아온 결과다. 일각에서는 보험사들이 회계상 이익을 높이기 위해 종신보험을 두고 ‘과열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 한화, 교보, 신한, NH농협 등 대형 생명보험사 5곳은 올 들어 9월 말까지 총 78만581건의 종신보험을 판매했다. 현재까지의 추세대로면 지난해 판매 건수(93만1359건)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금융권에서는 1인 가구 증가, 출산율 감소 등으로 인해 종신보험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이 같은 전망과 달리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종신보험 판매 건수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다. 종신보험 판매 건수가 급증한 것은 ‘단기납 종신보험’이 인기를 모은 까닭이 크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고객이 보험료를 5∼7년 동안 납입한 뒤, 가입한 지 10년째에 보험 계약을 해지하고 보험료의 최대 130%를 환급받는 상품이다. 보험업계에서 과당 경쟁 논란이 불거지자 금융감독원은 10년 시점 환급률이 130%에 달하는 단기납 종신보험 상품 판매에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영업 현장에서는 120% 안팎의 환급률을 제시하는 상품에 대한 수요가 꾸준한 분위기다. 생보사들도 사망보험금을 보장하는 종신보험에 연금, 저축 등을 덧붙이는 식으로 상품의 매력을 높이고 있다. 수도권에서 활동하는 한 보험설계사는 “원금 대비 환급률이 높은 데다 비과세 혜택까지 있다 보니 (단기납 종신보험을) 재테크 차원에서 주목하는 소비자들이 여전히 많다”며 “환급률이 120%에 조금 못 미치는 상품에 대한 문의도 꾸준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는 급증한 종신보험 판매 건수가 보험업계의 과당 경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란 지적도 나온다. 생보사들이 지난해 도입된 새로운 회계기준(IFRS17)에 맞춰 회계상 이익을 끌어올리기 위해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에 주력해 왔기 때문이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환급률이 높은 보험상품으로 해지가 많은 편인데도, 보험사가 고객 해지율을 낮게 가정해 자사의 수익성을 높이려 했다는 얘기다. 생보업계 고위 관계자는 “종신보험은 엄연히 보장성 보험이고 저축성 보험이 아닌데, 판매 현장에서 저축 성격을 강조하면서 이른바 ‘절판 마케팅’(판매 기한을 짧게 두는 영업 행위)에 나서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소비자들은 중도 해지 시 환급률 등을 가입 과정에서 꼼꼼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당국이 이 같은 사태에 직접 개입한 만큼 보험업계에서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는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이달 4일 개최된 제4차 보험개혁회의에서 보험사들의 ‘고무줄 회계’를 방지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단기납 종신보험의 해지율을 최소 30% 이상으로 설정하도록 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보장성 보험은 저축성 보험에 비해 더 많은 위험보험료와 사업비가 공제되기 때문에 저축 목적으로 가입하려는 경우 목적에 맞지 않을 수 있다”며 “소비자 피해 사항을 계속해서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금융감독원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 대한 2차 사업성 평가를 통해 금융권의 PF 구조조정을 유도할 방침이다. 상호금융,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PF 연체율이 좀처럼 잡히지 않는 상황을 고려한 조치다. 1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달 중 부동산 PF 사업장의 2차 사업성 평가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올 6∼8월에 진행한 1차 평가에서 제외된 182조8000억 원 규모의 사업장이 대상이다. 금감원은 이 중 약 1.2%(2조3000억 원)의 사업장이 유의, 부실우려 등급으로 분류돼 구조조정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금감원은 2금융권의 PF 구조조정 속도가 더디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상호금융(새마을금고 포함)과 저축은행업권의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각각 54조5000억 원, 16조6000억 원으로 금융권 전체(216조5000억 원)의 32.8% 수준이다. 노출액만 큰 것이 아니라 연체율 역시 상호금융은 4.38%, 저축은행은 8.36%로 지난해 말 대비 1.5배가량 치솟는 등 부실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2금융권이 초저금리 시대에 고금리를 내세워 유치한 예적금으로 부동산 PF 익스포저를 단기간에 늘린 여파로 분석하고 있다. 상호금융업권 관계자는 “2금융권의 경우 대출은 영업구역이 제한돼 있는 반면에 수신 자금은 비대면을 활용해 전국 단위로 확보할 수 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급격히 유입된 자금의 대부분이 부동산 PF 대출에 투입된 것”이라고 진단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올 8월 의정부지방법원은 이혼 후 자녀들을 키운 친부 A 씨가 친모인 B 씨를 상대로 제기한 양육비 청구소송 항고심에서 “B 씨는 A 씨에게 과거 양육비로 1억 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3년 전 자녀 C 씨가 교통사고로 숨졌는데, 자녀와 장기간 교류가 없었고 양육도 안 했던 B 씨가 법정상속인으로서 수령 가능한 최대 금액인 8670만 원의 보험금을 수령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처럼 사망보험금이 연락을 끊고 살던 가족에게 엉뚱하게 흘러가는 일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보험금 청구권을 신탁할 수 있게 시행령을 개정함에 따라, 이제 사망보험금을 금융사에서 맡아 피상속인이 원하는 대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 ● 사망보험금도 신탁 허용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법 시행령과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안의 시행으로 ‘보험금 청구권 신탁’이 도입된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개정으로 사망보험금 3000만 원 이상인 고객은 누구나 보험금 청구권 신탁에 가입할 수 있다. 보험업계 고위 관계자는 “사실상 종신보험에 가입한 대부분의 금융 소비자가 대부분 신탁을 활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신탁이란 특정 재산을 관리하는 수탁자(금융사)가 수익자(고객)를 위해 정해진 목적에 따라 재산을 관리, 처분하는 것을 뜻한다. 전체 인구에서 고령층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신탁 시장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신탁 자산 규모는 1310조 원으로 불어났다. 강성호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구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과정에서 상속재산 규모와 치매 고령자 수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이에 따라 신탁 시장 규모도 더욱 커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그동안 금융권에서 판매된 신탁 상품은 부동산, 퇴직연금, 펀드 등을 대상으로 했다. 보험성 재산은 신탁이 허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의 시행과 함께 보험금도 신탁 재산으로 허용된다. 금융사가 고객을 대신해 ‘사망보험금’을 관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재산을 물려주는 피상속인(고객)이 자신의 사망보험금을 신탁사(금융사)에 관리해 달라고 지시하면, 신탁사는 피상속인이 원하는 구조로 보험금을 관리해 수익자에게 지급하는 방식이다. 자녀를 위해 남겨둔 종신보험이 이혼한 전 배우자의 몫으로 가지 않도록 하거나, 낭비벽이 있는 자녀의 탕진을 막는 차원에서 보험금 수령 대상을 손주로 지정할 수도 있다. 증권사 퇴직연금 담당 임원은 “보험금과 상속 관련 분쟁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보험금 청구권 신탁은 이 같은 분쟁을 예방하는 ‘안전장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법정 대리인이 보험금을 임의로 써 버릴 가능성을 차단하는 구조를 짤 수도 있어 자녀가 성년에 도달하기 전부터 관리가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 새 시장으로 주목금융권에서는 이번 제도 시행과 함께 국내 신탁 시장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기 시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보험사들이 보험금 청구권 신탁 분야에서 새 먹거리를 발굴해 보려는 분위기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생명보험사 22곳의 사망 담보 계약 잔액은 883조 원에 달한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보사들이 종신보험을 주력으로 판매해온 만큼, 고객들의 생애주기별로 맞는 상품을 제공하는 데 차별화된 강점을 지니고 있다”며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을 계기로 ‘신탁업 자산관리’ 서비스에 기대를 걸고 있는 생보사가 많은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금융감독원이 고려아연의 2조5000억 원 규모 유상증자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금감원은 고려아연이 유상증자를 추진하기 위해 10월 30일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수정, 보완할 것을 요구했다고 6일 밝혔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투자자에게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 신고서의 정정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의 이 같은 요구로 앞서 고려아연이 제출한 신고서는 효력이 정지됐다. 고려아연이 3개월 안에 신고서를 다시 제출하지 않으면 유상증자는 철회된다. 올 8월에도 금감원은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합병 계획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신고서 정정을 요구하며 철회를 간접적으로 유도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 경영권을 사수하려는 최윤범 회장의 전략에도 수정이 필요하게 됐다. 최 회장 측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은 지난달 23일, 14일까지 각각 공개매수를 거쳐 지분을 추가로 확보했지만 둘 다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다. 재계 및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최 회장 측의 우호 지분을 35.40%, 영풍·MBK 연합은 38.47%로 각각 추정하고 있다. 한편 고려아연은 회사가 보유 중인 ㈜한화의 주식 7.25%(543만6380주)를 한화에너지에 전량 매각하기로 했다고 6일 밝혔다. 주식 매매대금은 약 1520억 원이다. 또 호주 자회사인 아크에너지 매킨타이어에 빌려줬던 자금 약 3900억 원을 이달 중에 조기 상환받겠다고 했다. 고려아연은 이렇게 확보된 약 5420억 원을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발생한 차입금 상환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매출 부풀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에 중징계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당초 금융감독원이 요구한 제재 수위보다 낮아졌지만 검찰에 자료가 이첩되는 만큼, 이미 ‘콜 차단 및 몰아주기’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사법 리스크가 이어지게 됐다는 분석이다. 5일 금융당국 및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증선위는 6일 오후에 열리는 정례회의에서 카카오모빌리티 분식회계 안건에 대한 최종 제재 수위를 결정한다. 증선위는 사전 논의를 거쳐 이번 안건을 ‘중과실’로 처리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증선위는 회사와 류긍선 대표이사, 전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에 총 4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앞서 금감원은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 택시 사업매출을 ‘고의’로 부풀렸다 보고 금융위에 제재안을 올렸다. 카카오는 가맹 택시 사업을 하면서 개인·법인 택시로부터 운행 매출의 20%를 로열티로 받는 대신, 업무제휴 계약의 형태로 사업자에게 이 중 16∼17%를 돌려줬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순액법’을 적용해 운임의 3∼4%만 매출로 인식하는 게 적절하다고 지적하면서 분식회계 혐의를 제기했다. 금감원의 의견대로 ‘고의’가 인정되면 과징금 규모도 높아질 뿐 아니라 형사고발도 이뤄질 수 있었으나, 증선위가 고의성이 낮다고 판단하면서 제재 수위는 다소 낮아지게 됐다. IB 업계 고위 관계자는 “(징계 수위가) 석 달 전 어느 정도 정해진 분위기였다”며 “카카오모빌리티가 금감원의 지적을 수용해 전년도 사업보고서를 정정 공시하는 등 정성적인 차원도 징계 수위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증선위는 관련 자료를 검찰에 전달하기로 했다. 현재 서울남부지검은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차단 및 몰아주기를 수사 중으로 이날도 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검사 장대규)는 경기 성남 카카오 본사와 카카오모빌리티 사무실 등 7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찰은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 택시인 ‘카카오T 블루’에만 콜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는 입장이다. 경쟁 가맹 택시에 대해선 호출을 차단했다는 의혹도 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콜 차단 의혹에 대해 724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카카오모빌리티를 고발했다. 콜 몰아주기 의혹에 대해서도 지난해 271억 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내렸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은행들이 지난달 0.25%포인트 인하된 기준금리에 맞춰 예·적금 금리 인하에 나섰다. 그러나 9월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하는 등 대출 금리는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금리 인하 국면에도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로 대출 금리가 높게 유지돼 오히려 은행들의 이익만 늘어나고 금융소비자들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리 안 낮춘 은행들도 곧 인하 가능성 높아”하나은행은 1일부터 11개 수신 상품에 대한 기본금리를 0.05∼0.25%포인트 인하한다고 이날 밝혔다. 이에 따라 만기가 1년인 ‘369 정기예금’ 금리는 연 3.00%에서 2.80%로, ‘급여하나 월복리 적금’은 연 3.35%에서 3.30%로 각각 낮아진다. 이날 토스뱅크도 입출금 통장 성격의 ‘토스뱅크 통장’ 금리를 0.3%포인트 낮췄다. SC제일은행 역시 예금 상품의 금리를 0.3∼0.8%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은행들이 예·적금 금리를 낮추는 건 기준금리가 인하됐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달 11일 기준금리를 연 3.50%에서 3.25%로 낮췄다. 3년 2개월 만에 통화정책을 전환하는 ‘피벗’을 단행한 것이다. 이에 NH농협, 우리, BNK경남·부산은행 등은 지난달 일찌감치 수신 상품 금리를 인하한 바 있다. 시중은행의 여신 담당 임원은 “한은 기준금리 인하의 영향을 받아 시장금리도 낮아져 예·적금 상품 금리도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아직 금리를 낮추지 않은 KB국민, 신한은행 등도 조만간 비슷한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당국 개입으로 은행만 역대급 수익”문제는 은행권의 예·적금 금리는 하락하기 시작했는데 대출 금리는 오히려 상승세라는 점이다. 한은에 따르면 올 9월 가계대출 가중평균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한 달 전보다 0.15%포인트 상승한 4.23%였다. 주담대(3.74%)와 전세자금대출(4.05%) 금리 모두 한 달 전보다 0.23%포인트 상승했다. 주담대의 경우 2022년 9월 이후 상승 폭이 가장 컸다. 김민수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5년 만기 은행채 금리가 보합세를 보였지만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높이면서 대출 금리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예·적금 금리 하락과 대출 금리 상승이 맞물리면서 9월 기준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 예대금리차는 평균 0.73%포인트로 7월(0.43%포인트), 8월(0.57%포인트)에 이어 두 달 연속으로 확대됐다. 예대금리차란 대출 금리에서 예·적금 금리를 뺀 값으로, 수치가 커질수록 은행권의 이익도 그만큼 늘어난다. 주요 금융지주들이 올 3분기(7∼9월)까지 역대급 수익을 거둔 것은 이자수익이 최대치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은행권이 대출 금리를 높게 유지하는 건 연말을 앞둔 까닭이 크다. 은행들은 매년 초 금융당국에 ‘대출 증가 목표치’를 제출하는데, 올 들어선 3분기에 대다수 은행이 연간 목표치를 초과했다. 금융당국이 목표치를 넘어선 은행에 페널티를 부과하겠다고 한 만큼 대출 금리를 높게 유지하고 기존 대출의 상환을 유도하는 식으로 가계부채 잔액을 줄이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의 대출 총량 규제가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지적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은행권이 대출 총량을 줄이려 하다 보니 기준금리 인하에도 대출 금리가 잡히지 않고 있다”며 “이에 따라 국민들의 이자 부담은 그대로인데 은행권은 역대급 수익을 앞둔 상황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소 꺾이는 모습이지만 은행권과 2금융권의 ‘대출 조이기’는 이어지고 있다. 금리 인하 국면에 대출 수요가 살아날 수도 있는 만큼 고삐를 풀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연간 대출 목표치를 초과한 은행들은 금융당국에 보고한 ‘연간 대출증가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기존 대출의 상환도 유도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내부 회의를 거쳐 임대인의 소유권 이전을 전제로 하는 전세자금대출(조건부 전세대출) 취급 제한 조치를 연장 운영하기로 했다고 31일 밝혔다. 조건부 전세대출이란 소유권이 바뀌는 주택에 대해 전세대출을 받는 것을 뜻한다. 금융권에서는 해당 대출이 ‘갭투자’(전세를 끼고 주택을 사는 것)에 악용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갭투자 방지를 위해 조건부 전세대출을 한시적으로 제한했는데, 가계대출 수요를 좀 더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취급 제한 기간을 연장하기로 한 것이다. 이로써 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 가운데 조건부 전세대출을 취급하는 곳은 하나은행 한 곳만 남게 됐다. NH농협은행도 1일부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최대 만기를 기존 40년에서 30년으로축소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1일부터 신용대출 상품의 한도를 연소득의 최대 150∼200%에서 100%로 제한한다. 2금융권도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신협중앙회는 다음 달 6일부터 다주택자의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한도를 1억 원으로 제한하고, 1주택 보유자에게도 주담대 보증보험인 모기지신용보험(MCI) 상품을 제한하기로 했다. 이렇듯 금융회사들이, 특히 은행들이 앞다퉈 가계대출 억제 카드를 연이어 꺼내는 건 연말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은행권은 사업계획을 수립한 뒤 금융당국에 ‘대출증가 목표치’를 매년 제출한다. 문제는 대다수의 은행이 올 8월에 연간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다는 데 있다. 금융감독원이 목표치를 넘어선 은행에 대해 페널티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만큼, 은행들은 신규 대출을 억제하고 기존 대출의 상환을 유도해야 할 상황이다. 이에 신한, 우리, IBK기업은행은 대출을 만기보다 빨리 갚을 경우에 부과하는 중도상환해약금을 11월 한 달 동안 면제해주기로 했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연말이 가까워진 탓에 고객들에게 대출 상환을 최선을 다해 유도하고 있다”며 “상반기(1∼6월)에 일찌감치 연간 목표치를 넘어서는 가계대출이 들어와서 총량을 어떻게든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대출 관리 기조 때문에 금리 인하 국면에도 대출금리는 뛰고 있다. 한국은행이 31일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에 따르면 9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연 4.23%로 전월 대비 0.15%포인트 높아졌다. 이에 대해 김민수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은행권이 가계대출을 관리하기 위해 가산금리를 높인 영향이라 보면 된다”고 밝혔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경영권 분쟁에서 영풍 측에 3%포인트 뒤처진 고려아연이 유상증자 카드를 꺼냈다. 유상증자로 발행할 신주의 20%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에 우호적인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최 회장 측의 고려아연 지분이 영풍·MBK파트너스 연합보다 근소하게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계획에 대해 영풍 측이 즉각 반발했고, 금융감독원은 31일 예정에 없던 긴급 브리핑을 열기로 했다. 고려아연은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373만2650주를 주당 67만 원에 일반 공모 형태로 신규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주식 2070만3283주의 18%에 해당하는 규모이며 금액으로는 약 2조5000억 원에 달한다. 12월 3∼4일 청약이 진행돼 신주 상장은 12월 18일에 이뤄질 예정이다. 고려아연 측은 “조달한 자본으로 국가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와 차입금 상환에도 사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최 회장 측 우호 지분은 35.4%로 38.47%인 영풍 측보다 3.07% 적다. 고려아연이 유상증자를 진행하면 전체 주식 수가 늘어나면서 양측이 보유한 지분은 동일한 비율로 낮아진다. 이후 신주의 20%를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하면 최 회장 측 지분이 늘어나게 된다. 최 회장 측은 36.06%,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은 35.56%를 확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상증자 소식에 전날 154만3000원이었던 고려아연의 주가는 이날 29.94% 폭락한 108만 1000원으로 마감했다. 통상 주식 수가 늘어나면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가 내려가 주가가 떨어진다. 국내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 주주들이 이번에 먼저 매도를 해서 수익을 얻고 향후 진행되는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영풍 측은 이날 “기존 주주들과 시장 질서를 짓밟는 행위”라며 “유상증자를 저지하기 위해 모든 법적 수단을 마련할 것이다”라고 했다. 또 “주당 89만 원 자기주식 공개매수로 막대한 현금을 유출시켜 피해는 주주들에게 전이됐다”며 “여기서 또 30%나 할인된 금액으로 유상증자가 이뤄지면 주주들의 주식가치는 더욱 희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금융당국은 고려아연 유상증자의 세부 내용과 절차를 면밀히 살펴볼 방침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유상증자에 대해 “고려아연의 이해관계자, 투자자 등이 예상하지 못했던 전격적인 결정이라 증자 내용, 가격 산정 방식 등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유상증자에 대해 시장에서 비판하는 주요 쟁점들부터 인지하기 시작했다”고 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퇴직연금 가입자가 계좌를 다른 금융회사로 손쉽게 옮길 수 있는 ‘실물이전 제도’가 31일부터 시행된다.400조 원에 달하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머니무브’가 본격화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고객 자금을 지키려는 은행과 신규 고객을 유치하려는 증권·보험 간의 치열한 각축전이 펼쳐지고 있다.》퇴직연금 상품 안 깨고 갈아타기 가능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은 400조878억 원 규모로 집계됐다. 이 중 은행권의 적립금이 210조2811억 원으로 전체의 52.56%를 차지하고 있다. 퇴직연금은 2005년 12월 국내에 처음 도입된 이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올해 말까지 430조 원, 2033년까지 940조 원 규모로 각각 불어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강성호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민연금, 기초연금 등의 재정 부담 증가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퇴직연금과 같은 사적 연금의 노후 보장 기능이 아직은 미흡하지만 2050년께는 국민연금을 초과하는 최대 노후 기금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문제는 KB국민, 신한, 하나, IBK기업, 우리, NH농협 등 상위 6개 은행에만 192조7077억 원이 몰려 있는 데다 아직 수익률도 저조하다는 데 있다. 이는 퇴직금 가입자의 대부분이 투자 손실 가능성이 낮은 예적금 등 원금보장 상품에 자금을 방치해두고 있다는 의미다. 금융위 관계자는 “연금이 국민들의 노후를 사실상 보장해주고 있지 못하다”며 “정부가 퇴직연금 실물이전제를 시행해 업권 간의 수익률 경쟁을 유도하려는 것도 이 같은 상황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31일부터 시행하는 퇴직연금 실물이전은 기존에 보유한 연금 상품을 별도의 해지 절차 없이 타사로 그대로 옮길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지금까지 퇴직연금을 다른 회사로 옮기려면 보유 상품을 모두 팔아 현금화했어야 했는데 이 같은 ‘갈아타기’와 관련된 불편함을 없앤 것이다. 정부는 제도 시행을 통해 업권 간의 경쟁을 도모하는 동시에 퇴직연금 가입자의 선택권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금융권에서도 실물이전 제도가 400조 원에 달하는 퇴직연금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란 기대가 조심스럽게 나온다. 일각에서는 대규모의 자금 이동이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이번 제도 시행으로 이전 가능한 상품은 예금, 정부 보증채권, 회사채,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등이다. 하지만 실물이전이 가능한 상품이라도 옮겨 타려는 금융회사가 해당 상품을 취급하고 있어야 이전이 가능하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연금 고객이 보유 중인 ETF를 갈아타려는 금융사에서 거래할 수 없다면 예전처럼 미리 매도해 현금화해야 계좌를 갈아탈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주식, 주가연계증권(ELS),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영제도) 등은 실물이전이 불가능한 것도 한계점으로 거론된다. 은행권 퇴직연금 담당 임원은 “생각보다 실물이전이 까다롭기 때문에 가급적 모든 퇴직연금 사업자가 참여해야 소비자들이 실질적으로 갈아탈 수 있다”며 “31일부터 시행되더라도 일부 회사가 불참하는 상황이라 서비스가 제대로 작동한다고 단정 짓긴 이르다”고 우려했다.400兆 자금 유치전 가열 은행권과 증권업계는 각 사의 빼어난 실적을 홍보하는 등 활발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보험사의 경우 실물이전 대상이 아닌 ‘보험형 자산관리계약’이 적립금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자금 유치 경쟁이 사실상 은행과 증권업 간의 ‘양 강 경쟁’으로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상품 중에서 실물이전이 불가능한 유형이 생각보다 많은 게 사실”이라며 “결국 수익률을 앞세운 ‘증권사들의 공격’과 ‘은행권의 방어’가 펼쳐지는 모양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은행권은 퇴직연금 상품을 다양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증권업계 대비 거래 가능한 상품 종류가 부족한 편이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펀드 상품 수를 348개에서 413개로, ETF도 131개에서 177개로 각각 늘릴 계획이다. KB국민은행은 ETF 상품을 68개에서 101개로 확대하는 동시에 퇴직연금 고객을 대상으로 한 ‘1대1 자산관리 상담 서비스’도 개시했다. 증권사들은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지닌 고객을 확보해 시장점유율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증권사 중 적립금이 가장 많은 미래에셋증권은 인공지능(AI)으로 자산 배분을 도와주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퇴직연금 계좌에 적립식 자동 투자 개념을 도입해 차별화를 꾀하는 중이다. 은행과 증권사들은 실물이전 상담을 신청하거나 계좌를 옮기기로 한 고객에게 상품권 등을 제공하는 다양한 이벤트도 병행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사들이 이 같은 판촉 전략을 펼치는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형 증권사 퇴직연금 담당 임원은 “금융상품과 서비스의 차별화를 통해 자금을 유치해도 모자랄 판에 커피 쿠폰, 사은품 등 본질에서 한참 벗어난 경품들을 내세워 퇴직연금 신규 고객을 모집하고 있다”며 “내로라하는 금융사 대부분이 이 같은 마케팅으로 ‘과당 경쟁’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한국 퇴직연금 사업이 후진적임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꼬집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경영권 분쟁에서 영풍 측에 3%포인트 뒤처진 고려아연이 유상증자 카드를 꺼냈다. 유상증자로 발행할 신주의 20%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에 우호적인 우리사주조합(자사주를 소유한 근로자)에 우선 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최 회장 측이 확보한 고려아연 지분율이 영풍·MBK파트너스 연합보다 근소하게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아연은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373만2650주를 주당 67만 원에 일반 공모 형태로 신규 발행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기존 주식 2070만3283주의 18%에 해당하는 규모로 전체 금액으로 따지면 약 2조 5000억 원에 달한다. 12월 3~4일 청약이 진행돼 신주 상장은 그달 18일에 이뤄진다.고려아연은 주당 발행가액으로 제시한 67만 원에 대해 “일종의 추정(예상)가로 실제 확정금액은 일반공모 청약일 전 가중산술평균주가(5일전부터 3일전까지의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할인율 30%를 적용해 최종 확정된다”고 했다. 고려아연은 이번 조치를 두고 “조달한 자본으로 국가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와 차입금 상환에도 사용할 것”이라며 “(영풍 측의)적대적 인수합병(M&A)을 방지해 임직원과 협력업체 등 이해관계자 이익을 보호함으로써 국민기업으로 거듭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현재 최 회장 측 우호 지분율은 35.4%로 38.47%인 영풍 측에 3.07% 밀리고 있다. 고려아연이 유상증자를 진행하면 전체 주식수가 늘어나면서 양측 모두 동일한 비율로 보유 지분율이 낮아진다. 이후 신주의 20%를 최 회장 측 우군으로 평가받는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하면 최 회장 측 지분율이 늘어나게 된다. 결국 최 회장 측은 36.06%를 확보하게 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35.56%)을 근소한 차로 앞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날 150만 원을 넘어섰던 고려아연의 주가는 유상증자 소식에 30일 오후 110만 원 미만으로 급락했다. 주식 수가 늘어나면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가 내려가기 때문이다. 영풍 측은 이날 “기존 주주들과 시장 질서를 짓밟는 행위”라며 “유상증자를 저지하기 위해 모든 법적 수단을 마련할 것이다”고 했다.한편 금융감독원은 31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등 시장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위해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진행하기로 했다. 양사의 분쟁이 장기화하면서 고려아연 주가 변동성이 커진 만큼 개인 투자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8일 금감원은 고려아연 공개매수와 관련된 불공정거래 조사에, 15일에는 회계 심사에 착수한 바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브리핑을 통해 현재까지의 조사 경과를 밝힐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최대 7000억 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자본 확충에 제동이 걸렸다. 깡통전세 피해자에게 집주인 대신 전세보증금을 돌려주느라(대위변제) 재무구조가 악화되자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려 했지만, 금융당국 반대로 무산됐다. HUG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4조 원에 육박하는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연내 자본 확충을 하지 못하면 내년 세입자들의 ‘전세보증금 반환보험’ 가입에 차질이 빚어져 서민들이 전세사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7000억 원 자본 확충 계획에 금융당국 제동 29일 HUG 및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UG는 이날 진행하려던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을 연기했다. 당초 HUG는 투자자 모집 결과에 따라 다음 달 5일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계획이었으나 일정이 모두 밀렸다. HUG 측은 “금융당국에서 발행 중단 요청이 있어 발행 시기를 한 달 정도 미루기로 했다”고 했다. 영구채로도 불리는 신종자본증권은 통상 만기가 30년 이상으로 길어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된다. HUG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려는 시도는 1993년 설립 이후 처음이다.HUG가 대규모 자본 확충에 나선 이유는 전세사기로 인한 대위변제액이 급증하면서 재무 구조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대위변제액은 △2021년 5041억 원 △2022년 9241억 원 △2023년 3조5544억 원 △2024년 1∼9월 3조220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3조9900억 원대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대규모 적자로 자기자본은 올해 1분기(1∼3월) 6조8000억 원에서 4분기(10∼12월) 2조6800억 원으로 쪼그라들 전망이다. IB 업계는 금융당국이 HUG의 계획에 제동을 건 이유를 높은 발행금리로 보고 있다. 당초 HUG는 공모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최대 연 4.1% 수준의 금리를 제시할 예정이었다. 교보생명, 롯데손해보험, 현대해상 등 민간 보험사들이 자기자본 성격의 채권 발행을 준비 중인 상태에서 HUG의 금리 수준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IB 업계 고위 관계자는 “공기업인 HUG가 연 4%대로 발행하면 보험사들은 이보다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하는데, 금리 인하 국면에서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금융당국 입장에선 보험사의 건전성도 챙겨야 해 HUG의 고금리 채권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금융당국은 HUG와 주간사회사인 NH투자증권이 작성한 증권신고서를 보완할 필요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HUG의 첫 번째 신종자본증권 발행인 점, 다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공모 상품인 점 등을 고려하면 증권신고서상 미비한 내용이 다소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전세보증금 반환보험 가입 차질 우려문제는 HUG의 자본 확충 계획이 틀어지며 당장 내년 전세보증금 반환보험 신규 가입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2021∼2023년 전세보증금 반환보험에 가입한 가구는 연평균 26만여 가구다. 주택도시기금법에 따르면 HUG는 자기자본 대비 90배까지 보증서를 내줄 수 있다. 하지만 HUG 내부 분석에 따르면 4분기 HUG의 자기자본 대비 보증(보증배수)은 132.5배로 기준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90배로 보증배수를 맞추려면 1조4288억 원의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미 HUG는 지난해 12월∼올해 3월 정부로부터 3차례에 걸쳐 현금, 주식 등 5조839억 원 규모 출자를 받았지만 재무 구조는 나아지지 않았다. 이에 보증배수를 50배에서 2021년 60배, 2023년 70배, 올해 90배로 늘리며 자금 여력 대비 보증 규모만 키워 놓은 상황이다. HUG는 “연내 자본 확충을 완료해 내년도 보증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전세보증금 반환보험 상품을 다양화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보증금을 전액 보장하려면 HUG 부담이 너무 커진다”며 “전세보증금 보장 범위가 80% 이내인 경우는 보증료를 적게 받고, 보장을 많이 할수록 보증료를 높게 받는 식으로 상품을 개발해 세입자와 HUG가 리스크를 나눠 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HUG가 악성 임대인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해 피해를 자초한 만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불필요한 손실을 줄이기 위한 악성 임대인 모니터링 등 시스템 개선이 수반돼야 한다”고 했다.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유령회사’를 세우거나 명의를 빌리는 식으로 최근 4년간 인터넷전문은행에서 약 265억 원의 허위 대출이 이뤄진 것으로 집계됐다. 사망한 고객 계좌의 금융거래를 방치해 과태료를 받은 데 이어, 대출 심사시 본인 확인도 충실히 하지 않은 점이 드러나면서 인터넷은행의 부실한 내부통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케이뱅크에서 2020년 6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9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액수로는 총 265억5800만 원에 달한다. 금융사고의 대부분이 허위 대출 형태였다. 유령회사를 이용한 대출이 4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명의를 도용하거나 대여받아 부당대출을 받은 사기도 3건이나 됐다. 카카오뱅크에서는 2022년 3월 명의 대여를 통한 199억4000만 원 규모의 허위 대출이 적발되기도 했다. 인터넷은행은 최근 잇달아 내부통제 시스템의 ‘빈틈’을 노출시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금감원 제재 공시에 따르면 카카오·케이뱅크는 올 5월 말에도 과태료 부과, 경영유의 등의 조치를 받았다. 금융사고가 발생했는데도 정해진 기간(15일) 안에 이를 공시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두 회사는 사망 고객의 명의로 발생한 금융거래를 사전에 차단하지 못한 점도 지적받았다. 금감원의 수시 검사 결과 카카오·케이뱅크에서 2018년 6월부터 지난해 5월 말까지 계좌 개설, 대출 실행, 예금인출 등 총 4만1996건의 사망자 명의 금융거래가 발생했다. 개인 정보만 알면 본인 외에도 금융자산에 접근 가능한 인터넷은행의 취약점이 사고 원인으로 꼽힌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사망자 명의 금융거래는 차명 계좌, 범죄 악용 등에 활용될 수 있다”며 “(두 은행은) 앞으로 이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사전 예방, 사후 점검 노력 등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터넷은행의 내부통제에 ‘적신호’가 켜진 만큼 위험 관리 시스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천 의원은 “인터넷 은행의 사고 적발 체계를 전면적으로 점검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25일부터 병원 진료 후 실손보험 관련 서류를 별도로 제출하지 않고도 보험금 청구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할 수 있는 ‘전산화 서비스’가 도입됐다. 소비자들의 편의가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크지만 의료기관의 참여도가 저조해 ‘반쪽짜리 시작’이란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보건복지부, 금융감독원, 보험업계 등과 서울 영등포구 보험개발원 본사에서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오픈행사’를 개최했다고 25일 밝혔다. 김병환 위원장은 “이번 전산화는 그동안 (소비자들이) 포기해왔던 소액 보험금을 되돌려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실손보험 가입자는 ‘실손24’ 앱과 홈페이지를 통해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 실손24에 가입해 보험계약 조회, 병원 및 진료일자 선택 등의 단계를 거치면 청구서 작성이 가능해진다. 전자전송이 가능한 서류는 계산서·영수증, 진료비 세부산정내역서, 처방전 등이다. 다만 입원비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진단서와 약제비에 대한 영수증의 경우 가입자가 직접 사진을 찍어 앱에 첨부해야 한다. 시행 첫날 청구 전산화를 바로 이용할 수 있는 병원은 210개로 전체 대상 병원(7725개)의 2.72%에 불과했다. 정부는 시스템 연계가 마무리되는 대로 참여 의향을 밝힌 4013개(병원 523개, 보건소 3490개)의 의료기관도 포함시킬 예정이다. 이들이 모두 참여할 경우 전체 대상 병원인 병상 30개 이상인 병원과 보건소 7725개 중 54.7%(보건소 제외 시 17.3%)가 청구 전산화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정부는 내년 10월 말까지 청구 전산화를 병상 30개 미만의 의원과 약국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병원들의 참여율이 높지 않아 다양한 소비자들이 혜택을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이날 전산상으로 실손보험금을 청구한 노모 씨(38)는 “서류 발급을 위해 병원에서 오랫동안 기다리지 않아도 돼 요긴하게 쓰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병원 중에서는 직원들이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시행을 인지하지 못한 곳도 있었다. 서울의 한 종합병원은 외래 접수·수납과 안내 창구 직원들이 해당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안내하고 있지 않았다. 이 병원의 관계자는 “처음 듣는 서비스이며 고객들에게 안내하라는 지시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티몬·위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로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커진 가운데 KDB산업은행이 티몬·위메프의 모회사인 큐텐그룹 계열사에 투자한 금액이 1000억 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실에 따르면 산은은 2019년 5월부터 지난해 6월 말까지 큐익스프레스, 큐텐코리아 등 큐텐 계열사에 10차례에 걸쳐 총 1016억 원을 투자했다. 펀드에 출자한 비중이 전체의 86.4%(878억 원)였으며 나머지(13.6%)는 직접 대출해 준 형태였다. 산은은 혁신, 구조조정 등이 필요한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성장지원·구조혁신펀드를 통해 큐텐 계열사에 투자했다. 일부 자금의 경우 정책형 뉴딜펀드를 거쳐 지원됐다. 문제는 큐텐 계열사들이 투자받은 시점에 자금 마련이 절실했던 상황이라 보기 어렵다는 데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산은이 나스닥 상장을 추진해 왔던 큐익스프레스에 투자해 막대한 차익을 추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2021년 문재인 정부 당시 조성된 정책형 뉴딜펀드가 부적절한 투자처를 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딜펀드는 40개 분야 197개 사업을 주요 투자처로 추렸는데, 주요 신사업이 총망라돼 당시에도 기존 민간 펀드와 중복되거나 특정 사업으로의 ‘쏠림 현상’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윤 의원은 “큐텐 같은 기업에 투자하게 된 배경을 국민들에게 소상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은 관계자는 “펀드 투자는 운용사의 자율이고 저희가 직접 컨트롤할 수 없다”며 “큐익스프레스가 좋은 회사로 탈바꿈하면 회수 가능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해명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이 예·적금 금리를 소폭 낮췄다. 한국은행이 11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함에 따라 은행권에서도 예·적금 금리 조정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이날부터 예·적금 상품의 기본금리를 연 2.55%에서 2.3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에 따라 거치식 예금 금리는 종전 대비 0.25∼0.40%포인트, 적립식 예금은 0.25∼0.55%포인트 하향 조정된다. 청약예금과 재형저축의 금리는 0.25%포인트 낮아진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개인 및 법인 여부, 상품 가입 기간 등에 따라 금리 인하 정도가 조금씩 상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도 이날부터 적립식 예금 금리를 연 2.20%에서 2.00%로 0.20%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두 시중은행이 수신 금리를 낮춘 것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한은은 이달 11일 기준금리를 3.50%에서 3.25%로 0.25%포인트 낮추며 3년 2개월 만에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단행했다. 시중은행에 앞서 BNK경남은행은 17일 주요 수신상품 금리를 0.20∼0.75%포인트, BNK부산은행은 0.10∼0.35%포인트 낮춘 바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나머지 시중은행들도 예·적금 금리를 순차적으로 인하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예·적금 금리와 달리 대출 금리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주문에 따라 도리어 상승하는 기조라 향후 예대 금리 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소설가 한강(54)이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상금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한강은 올해 노벨상 상금으로 1100만 크로나(약 14억3000만 원)을 받게 됩니다. 노벨상 상금의 재원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요. 바로 다이너마이트를 개발해 부호가 된 알프레드 노벨이 출연한 사재가 그 기반이 됐습니다. 노벨은 1895년 노벨상을 제정하면서 3100만 크로나를 내놨는데요, 지난해 말 기준 투자자산 규모는 무려 62억3300만 크로나로 커졌습니다. 1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자산을 꾸준히 불려 원화 기준 8000억 원이 넘는 ‘큰 손’으로 자리잡은 것입니다. 노벨은 유언장에 “3100만 크로나가 넘는 재산을 펀드로 전환하고 안전한 증권에 투자하라”며 “해당 투자 수익을 한 해 동안 인류에 크게 공헌한 사람에게 상금 형태로 분배하라”로 적어뒀습니다. 실제로 노벨재단은 설립자의 의중을 반영해 현재까지도 직접 투자 대신 펀드와 같은 금융상품을 통한 간접 투자를 선호하고 있습니다. 노벨 재단이 발간한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투자자산(62억3300만 크로나) 중 약 52%가 주식형 펀드에 담겨 있습니다. 대체투자(22%), 채권(17%), 부동산 및 인프라 펀드(9%) 등 다른 자산에 비해 훨씬 비중이 높은 편입니다. 투자 지역은 스웨덴뿐 아니라 기타 유럽 지역, 미국, 신흥국 등으로 다양합니다. 국부펀드, 연기금 등 전 세계 기관투자자 사이에서 노벨 재단은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노벨 재단은 초기에는 설립자의 뜻에 따라 안전성이 높은 채권 위주로 편입하다가 주식, 부동산 등으로 투자 보폭을 넓혔습니다. 수익률이 부진해 노벨상 상금을 깎아야 하는 상황이 잦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금융시장에서 노벨재단이 주목을 집중시킨 것은 18년 전인 2006년 무렵입니다. 당시 노벨재단은 미국 코빈캐피탈파트너스(Corbin capital partners) 등 3곳의 헤지펀드에 기금의 일부를 위탁했습니다. 뭉칫돈을 굴리는 기금 중에서는 이례적으로 헤지펀드에 자금을 맡긴 것입니다. 국내 연기금 고위 관계자는 “노벨재단과 교황청은 대외적인 이미지와 달리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기관으로 알려져 있다”며 “수익률 하락을 막기 위해 대체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노벨상 수상자들의 두둑한 상금은 재단이 이런 식으로 1년 동안 운영한 기금의 수익에서 나옵니다. 재단 규칙에 따라 수익의 67.5%를 상금으로 활용하는데 수익률에 따라 상금 액수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실제로 한강 작가가 받게 될 상금(1100만 크로나)은 전년도 수상자보다 100만 크로나 많습니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며 받은 상금(1078만7402 크로나)과도 차이가 있습니다. 지난해 노벨 재단의 운용자산 수익률은 연 10% 정도였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자산에 분산해서 투자한 점 △현지(스웨덴) 이외의 지역 주식 비중을 늘린 점 △헤지펀드, 프라이빗에쿼티, 부동산 등 대체투자를 적극적으로 발굴한 점 등을 노벨 재단이 장수한 비결이라 말합니다. 수익률을 개선하느라 허덕이고 있는 기관투자자들이 많은데요, 그동안 노벨 재단이 작성해 온 연례 보고서를 살펴보며 고민해 보는 것도 괜찮아 보입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금융당국이 전세자금 대출 과정에서 집주인의 보증금 반환 능력을 평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200조 원 규모로 추정되는 전세대출 규모를 단계적으로 줄여 나가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20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임차인의 전세대출 실행 시 임대인(집주인)의 상환 여력을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은행별로 마련한 신용평가 시스템으로 집주인의 보증금 반환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의 전세제도는 집값이 완만하게 오른다는 가정하에 세팅돼 있다”며 “이렇다 보니 집값이 꺾이면 부작용이 속출하게 돼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전세대출은 서민들의 주거 안정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2022년 7월 이후 기준금리가 급격하게 인상되면서 ‘전세 사기’ ‘역전세’ 사례에서 보듯 임대인의 보증금 미반환 리스크와 같은 부작용을 야기하기도 했다. 현재 200조 원 안팎 정도로 추정되는 전세대출 공급 규모도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춘성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대출이 집주인에게 유동성을 공급, 갭투자를 용이하게 해주면서 주택 가격을 높이고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가계부채가 누적돼 거시경제 불확실성도 커지게 된다”고 진단했다. 금융당국은 임대인의 상환 능력 평가와 더불어 전세대출의 보증 비율을 조정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보증 비율이 낮아지면 임차인이 전세금 총액에서 대출로 조달할 수 있는 규모도 그만큼 줄어든다. 다만 이 같은 조치가 실행될 경우 부작용이 상당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60대 이상 임대인들의 현실적인 여력을 고려했을 때, 신용평가로 인해 전세대출 한도가 급격히 줄면 이들 중 상당수가 전세금 반환을 못한다 봐도 무방할 것”이라며 “전세대출 한도를 줄이는 정책이 시행되면 퇴직한 중장년층에게 적지 않은 충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한편 이달 들어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 증가 속도는 눈에 띄게 주춤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17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31조6892억 원으로 전월 말 대비 7221억 원 늘었다. 8월(9조6259억 원)과 지난달(5조6029억 원)에 비해 증가 폭이 확연히 줄었다. 하지만 보험, 농·수·신협, 상호금융 등 2금융권의 대출 총량은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달 보험사의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4000억 원, 새마을금고는 2000억 원씩 늘어났다. 이는 전월 증가 폭(3000억 원, ―200억 원)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이달 23일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주재로 2금융권 임원들과 가계부채 점검 회의를 개최한다. 이달 15일 실무진급 회의를 진행한 지 불과 8일 만에 2금융권을 다시 소집하는 것이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서민들을 위한 정책금융 상품인 ‘햇살론’ 대출액이 최근 4년새 20대 이하와 60대 이상에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들이 상환하지 못해 정부가 대신 갚아준 액수도 덩달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초년생 및 은퇴 세대의 자금난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남근 의원실이 서민금융진흥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햇살론15·17(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현재 햇살론17은 운영 종료), 근로자햇살론, 햇살론유스 등 햇살론의 총 공급액은 5조444억 원으로 4년 전인 2019년(3조4079억 원)에 비해 48% 증가했다. 햇살론이란 대부업, 불법 사금융 등으로 불가피하게 고금리 대출을 받은 저신용자와 대학생, 청년들의 금융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마련된 정책금융 상품이다. 연령대별로 보면 20대 이하와 60대 이상에 대한 햇살론 공급액이 늘었다. 20대 이하의 대출액은 2019년 8417억 원에서 지난해 1조3749억 원으로 63.3% 증가했다. 같은 기간 60대 이상에 공급한 액수도 1881억 원에서 3603억 원으로 91.5% 늘어났다. 특히 60대 이상의 대출 증가 폭은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컸다. 문제는 청년과 은퇴한 중장년층들이 햇살론을 갚지 못해 정부가 대신 상환해 준 ‘대위변제’도 함께 늘고 있다는 점이다. 20대 이하의 대위변제액은 2019년 1042억 원에서 지난해 4628억 원으로 4.44배 규모로 증가했다. 60대 이상은 158억 원에서 818억 원으로 불어났다. 김 의원은 “사회에 정착하지 못한 20대 이하와 퇴직을 한 60대 이상의 햇살론 대출과 대위변제액의 증가는 그만큼 국가 복지 체계가 불안정하다는 의미”라며 “이들이 채무에 의지하지 않고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할 때”라고 지적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홍모 씨(31)는 정부가 운영하는 소액생계비 대출을 받기 위해 포털에서 찾은 사이트에 기재된 번호로 전화해 상담을 받다가 크게 당황했다. 유선으로 연결된 곳이 공공기관이 아닌 불법 대부업체였기 때문이다. 홍 씨는 “포털 상단에 나오는 사이트가 당연히 정부 소액생계비 대출을 주관하는 곳이라 보고 상담받으려 했던 것”이라며 “등록 대부업체에서 대출받은 게 아직 남아 있는데 불법 사금융까지 추가로 받았으면 큰일날 뻔했다”고 토로했다. 대부업체들이 포털에서 마치 정책 서민금융 상품을 취급하는 것처럼 광고하며 이를 ‘미끼’로 소비자들을 유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불법 사금융 신고 건수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포털을 통한 무분별한 불법 대출 광고가 취약 계층의 또 다른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8월 말까지 총 9734건의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작년 한 해(1만3751건)의 70.8% 규모다.취약 계층을 상담하는 현장 관계자들은 최근 들어 대부업체들의 불법 광고와 관련된 상담이 부쩍 늘었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올 들어 8월 말까지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 접수된 정책 서민금융 사칭 등 불법 사금융 상담 건수는 3만2761건으로 지난해(1만95건)의 3.2배로 불어났다. 특히 서민금융진흥원 관계자는 “연초부터 소액생계비 대출을 사칭하는 대부업과 관련된 상담 건수가 급증했다”고 강조했다. ‘정책금융’을 사칭하는 광고가 피해의 진원지로 꼽히고 있는 것이다. 현재도 다음, 네이버 등 주요 포털에서 소액생계비 대출, 햇살론 등의 정책 서민금융 상품을 검색하면 다수의 등록, 미등록 대부업체들이 위쪽에 등장한다. 이들이 해당 키워드로 검색할 때 자사가 우선 노출되도록 ‘유료 키워드 검색광고’ 서비스를 포털 측과 체결한 데 따른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대부업체들의 이 같은 행위가 금융소비자법을 위반하는 사례라 보고 있다. 서민금융진흥원이 제공하는 정책 상품을 자사가 취급하는 것처럼 과장한 데다 대출상품 및 조건을 허위로 표시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포털을 규제하는 ‘정보통신망법’에는 금융 소비자들을 보호하는 내용이 담겨 있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포털들은 자체적으로 사회 질서에 반하는 사이트가 광고할 수 없도록 내부 기준을 마련해두긴 했다. 하지만 실제 운영 과정에서 대부업체들의 이 같은 광고를 막지는 못하고 있다. 김원용 법무법인 심안 대표변호사는 “불법 대출 광고로 인해 서민들의 피해가 늘어나도 포털이 이를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지난달 불법 사금융을 척결하기 위해 △대부업 등록 요건 강화 △처벌 및 제재 강화 등을 담은 제도 개선안을 내놓았다. 이달 9일에는 국무조정실이 ‘유튜브 불법 금융 광고’를 근절하기 위해, 인증이 완료된 광고주에게만 금융 상품 광고를 허용하는 방안까지 발표했다. 하지만 정작 국내 포털에서 횡행하는 대부업체들의 불법 광고를 몰아내기 위한 방안은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유 의원은 “포털은 민간 기업이지만 소비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할 책임을 갖고 있다”며 “관련 법안을 개정해 포털의 정책 서민금융 키워드 광고를 금지하고, 대출 광고 심의를 강화해야 서민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정부가 서민용 정책 대출인 ‘디딤돌 대출’의 한도까지 줄인다. 전체 가계대출 총액 중 정책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자 추가 규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주택도시기금 대출을 취급하는 다수의 시중은행들에 공문을 보내 디딤돌 대출 취급을 제한해 달라고 요청했다. 기존엔 보증보험에 가입하면 ‘방 공제’(서울시 기준 5500만 원) 금액을 대출에 포함시켜줬으나, 이를 인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대출 규모를 제한하기로 했다.이를테면 서울에서 3억 원짜리 주택을 구입하면 애초 2억1000만 원까지 대출(LTV 70%)이 가능했던 것이 이제 5500만 원(서울시 소액임차보증금 금액)을 뺀 1억5500만 원으로 한도가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정부가 보낸 공문에는 생애 최초 주택 마련자의 현재 담보인정비율(LTV) 80%를 70%로 낮춰 혜택을 줄이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앞서 KB국민은행은 이달 14일부터 정책 대출 취급을 제한한 바 있다. 신한, 하나, 우리은행도 이달 21일부터 정책 대출 취급 제한에 나설 예정이다.금융권에서는 이달 들어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였지만 정책 대출 비중이 커지다 보니 정부가 추가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5조2000억 원 증가했는데, 이는 8월 증가폭(9조7000억원)의 56.5% 수준까지 떨어진 수준이다. 하지만 9월 정책대출은 전월보다 2조2000억 원 증가하면서 8월 정책대출 증가 폭(1조8000억 원)보다 4000억 원 오히려 늘었다.일각에서는 정부의 이번 조치가 가계대출 감소에 영향을 주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애초에 디딤돌 대출 대상 주택이 5억 원인 만큼 규제 대상도 좁은 점을 고려하면 가계대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효과보다는 차주들의 원성만 키울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