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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를 마치고 28일 대중교통을 이용해야하는 직장인이나 학생들은 당장 마스크를 챙겨야할까. 감염병 전문가들은 “코로나바이러스는 침방울을 통해 감염되므로 사람이 많은 공공장소를 찾을 경우 마스크를 챙기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의료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처럼 공기 중 전파보다 침방울 등 비말에 의해 주로 전파된다고 보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람이 많은 지하철이나 공공장소에서는 주변에 급성 호흡기 증상이 있는 분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본인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마스크를 챙기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어떤 종류의 마스크가 좋을까. 김 교수는 “의료진은 방역용 마스크인 N95를 쓰지만 침방울을 막기 위한 용도이기 때문에 미세먼지 방지용 마스크도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마스크는 위아래로 틈이 있어 침방울을 완전히 차단해주지 못하고 면에 뚫린 구멍도 상대적으로 커서 효과가 없을 수 있다. 김 교수는 “치과용 마스크라고 불리는 병원에서 사용하는 얇은 일회용 마스크도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마스크를 챙기는 것 외에도 질본이 발표한 감염병 예방 수칙을 지키는 것도 도움이 된다. 가장 기본은 손 자주 씻기, 기침예절 지키기다. 손을 씻을 때는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비누를 이용해 손바닥과 손톱 밑까지 꼼꼼하게 씻어야 한다. 손은 외출 후, 식사 전후, 기침 후 등 자주 씻을수록 좋다. 정은경 질본 본부장은 27일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있는 분들은 다른 분들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권고한다”면서도 “현재 인플루엔자가 유행 중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지 지역사회에 (우한 폐렴 감염) 위험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공공장소에서 기침을 할 때는 침방울이 주변에 튀지 않게 옷소매로 가리거나 손수건, 휴지로 입을 막아야 한다. 의료기관에 방문할 때는 의료진에게 해외 여행력을 알리고, 감염병이 의심될 때는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에 상담하면 된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국내에서 4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 질병관리본부는 27일 오전 55세 남성 A 씨가 우한폐렴 확진 환자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A 씨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를 방문한 뒤 20일 귀국했다. 21일 감기 증세로 국내 의료기관을 찾아 진료를 받았다. 그러나 25일 38도 고열과 근육통이 발생하자 다시 의료기관을 찾았고 보건소 신고 후 능동감시 대상으로 분류됐다. 26일 근육통이 악화돼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통해 폐렴 진단을 받고 유증상자로 분류된 뒤 국가지정입원치료병원인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 격리됐다. 이곳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진행한 결과 감염이 확인됐다. 질병관리본부는 현재 환자의 이동 경로를 따라 심층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위은지 기자wizi@donga.com}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모 씨(29)의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 논란과 관련해 대한의학회가 새로운 연구윤리 원칙을 발표했다. 핵심은 의학연구에 참여하는 청소년에게도 성인 연구자와 같은 연구윤리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의학회는 186개 의학 관련 학회를 관장한다. 대한의학회는 ‘청소년 의학연구와 출판참여 관련 윤리 준수 권고문’을 22일 발표했다. 학회는 “지난해 8월 대한병리학회의 논문 취소 결정은 매우 적절했다”며 “이를 계기로 청소년의 의학연구 및 논문저자 참여에 대한 제도적 보완과 함께 의학계가 자정 노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학회는 “청소년의 의학연구 참여는 권장할 사항”이라면서도 “청소년이라도 연구윤리와 출판윤리의 일반적 원칙은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대학 등 연구수행기관은 청소년이 연구에 참여하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고교생의 연구 참여경력을 대학 입시에 반영할지 여부 등은 대학별로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문 저자와 관련해서는 국제의학학술지편집인위원회(ICMJE)가 제시하는 저자 규정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 ‘기여자(contributor)’로 표기할 것을 권고했다. 저자의 소속기관과 연구 수행기관이 다를 때에는 연구 수행기관을 먼저 표시하고 소속기관은 별도 표기하도록 했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은 아직 치료제나 백신이 없다. 게다가 설 연휴를 맞아 많은 사람이 모이는 만큼 전문가들은 예방이 최선이라고 말한다. 특히 마스크와 손세정제 등 위생용품을 챙기고 손 씻기 같은 감염병 예방수칙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침이나 콧물 등 비말로 전파되기 때문에 사람이 많은 곳을 갈 때는 마스크를 쓰는 것이 좋다. 기침 증상이 있다면 마스크 착용이 필수다.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침방울이 튀는 걸 막는 게 관건이기 때문에 일반 마스크로도 충분하다”며 “마스크에 바이러스가 묻을 수 있으므로 재사용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일회용 마스크를 구하기 어렵다면 차선책으로 면 마스크를 사용할 수 있다. 김연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감염병병원운영지원팀장은 “공기 중 감염 여부 등 우한 폐렴의 전파력이 확인되면 권장하는 마스크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스크를 써도 다른 사람의 침방울이 손에 묻어 감염될 수 있다. 따라서 흐르는 물에 손을 30초 이상 꼼꼼히, 자주 씻는 것이 중요하다. 여행 중 화장실에 자주 들르기 어려운 상황이면 알코올 성분이 포함된 손세정제를 챙기는 것을 권장한다. 우한 폐렴 상황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여행 중에도 관련 정보를 수시로 체크할 필요가 있다. ‘해외감염병NOW’나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에서 최신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이재갑 한림대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출국 시 데이터 로밍을 하거나 포켓 와이파이를 챙겨 실시간으로 인터넷에서 감염 정보를 확인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중국에서는 국내 포털 사이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접속이 힘들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진 환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24시간 동안 21명의 감염 의심 신고가 이어지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22일 질병관리본부(질본)가 발표한 추가 유증상자(우한 폐렴 환자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사람) 6명 중에는 20일 확진 판정을 받은 중국인 여성 A 씨(35)와 같은 비행기를 탄 승객도 포함돼 있었다. 다행히 6명 모두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이 나와 격리 조치에서 해제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확진 환자가 추가로 나오는 건 시간문제”라며 절대 안심할 상황이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질본은 중국 춘제(春節)와 설 연휴를 앞두고 긴장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보건 당국은 우한으로부터 직항 입국자의 경우 게이트에서 전원 체온 측정을 하고 건강 상태 질문서를 작성토록 하고 있다. 나머지 항공편 입국자는 입국장에서 체온 측정을 진행한다. 하지만 호흡기 감염병은 최대 14일의 잠복 기간이 있는 만큼 증상이 발현되지 않은 감염자가 입국장을 통과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잠복기 환자는 이번 확진자처럼 공항 검역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지역사회와 의료기관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해외에서의 확산 상황을 감안할 때 우한 폐렴의 전파력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급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와 관련해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사무국이 공식 트위터에서 우한 폐렴에 대해 ‘제한적 전염’ 대신 ‘지속적 전염’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주목된다.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WHO가 자체 조사를 통해 이 정도의 전염력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면 걱정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속적 전염은 다수의 대중에게 급속히 전파될 수 있는 전염력을 뜻한다. 우한 폐렴 환자 수가 급증하면서 바이러스 변이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변이를 일으킬 경우 전파력이나 중증도가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 김연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감염병병원운영지원팀장은 “코로나바이러스는 흔한 감기 바이러스이지만 일부 염기서열이 변하면서 사스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처럼 전파력이나 중증도가 높아지는 상황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질본은 우한 폐렴 바이러스가 박쥐에게서 유래한 사스 바이러스의 유전자 염기서열과 89.1% 일치한다고 밝혔다. 이상원 질본 감염병진단과장은 “이는 현재까지 확인된 코로나바이러스 중 사스와 가장 닮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두 바이러스의 차이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사스 수준의 전염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관리감독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이 대응 절차를 제대로 숙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한 폐렴 증상이 의심된다고 곧장 병원으로 달려가면 추가 감염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메르스 때도 환자가 응급실로 가는 바람에 면역력이 약한 환자들이 대거 감염됐다”며 “보건소나 질본 콜센터로 신고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이미지 image@donga.com·위은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은 아직 치료제나 백신이 없다. 게다가 설 연휴를 맞아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만큼 전문가들은 예방이 최선이라고 말한다. 특히 마스크와 손세정제 등 위생용품을 챙기고 손 씻기와 같은 감염병 예방수칙을 철저히 준수해야한다는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침이나 콧물 등 비말로 전파되기 때문에 사람이 많은 곳을 갈 때에는 마스크를 쓰는 것이 좋다. 기침 증상이 있다면 마스크 착용이 필수다.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침방울이 튀는 걸 막는 게 관건이기 때문에 일반 마스크로도 충분하다”며 “마스크에 바이러스가 묻을 수 있으므로 재사용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1회용 마스크를 구하기 어렵다면 차선책으로 면 마스크를 사용할 수 있다. 김연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감염병병원운영지원팀장은 “공기 중 감염 여부 등 우한 폐렴의 전파력이 확인되면 권장하는 마스크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스크를 써도 다른 사람의 침방울이 손에 묻어 감염될 수도 있다. 따라서 흐르는 물에 손을 30초 이상 꼼꼼히, 자주 씻는 것이 중요하다. 여행 중 화장실에 자주 들르기 어려운 상황이면 알코올 성분이 포함된 손세정제를 챙기는 것을 권장한다. 우한 폐렴 상황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여행 중에도 관련 정보를 수시로 체크할 필요가 있다. ‘해외감염병NOW’나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에서 최신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이재갑 한림대성신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출국 시 데이터 로밍을 하거나 포켓 와이파이를 챙겨 실시간으로 인터넷에서 감염 정보를 확인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중국에서는 국내 포털사이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접속이 힘들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20일 오후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로 서울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가 전화를 걸었다. “팔이 절단된 응급환자가 들어왔는데 당장 수술할 공간이 없다”며 환자를 보내겠다는 전화였다. 서울에서 구급차로 이송된 환자는 아주대 권역외상센터에서 응급수술을 받았다. 아주대 의료진은 “일반 정형외과 의사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수술인데 먼 곳까지 실려 온 환자를 보니 안타깝다”며 “중증외상환자 치료시스템은 20년 전과 달라진 게 별로 없다”고 말했다. 아주대 권역외상센터는 전국 외상센터 중 2번째로 크다. 대형병원에서 응급수술을 받지 못하는 중증 외상환자들이 찾는 마지막 보루 중 하나다. 언제 올지 모르는 중증 외상환자를 위해 24시간 의료진이 대기하고, 수술방과 병상을 비워놓기 때문이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다른 병원에서 아주대 권역외상센터로 이송된 환자 1123명 가운데 154명이 상급종합병원에서 넘어왔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뿐 아니라 멀리 경상·전라지역 국립대 병원에서 온 환자들도 있었다. 해당 병원들은 응급수술을 할 수 없거나, 전문 외상진료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환자를 보냈다. 어떤 병원은 남은 병실이 없다는 이유를 댔다. 전국 각지에서 환자가 몰리는 바람에 아주대 권역외상센터는 상당 기간 병상 부족을 겪었다. 지난해 868시간에 걸쳐 ‘환자수용 불가(바이패스)’ 상태였다. 바이패스는 말 그대로 ‘우리 병원을 우회해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라’는 뜻. 그러나 이곳을 우회하면 적절한 치료를 받을 ‘다른 병원’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생명이 위태로운 환자들이 제때 치료 받을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다. 전국의 권역외상센터를 담당하는 보건복지부는 “현행 제도에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20일 기자들을 만나 “(이국종 교수와 병원 사이의) 감정의 골이 너무 깊다”고만 했다. 박 장관의 발언은 공공의료의 핵심영역이 몇 사람의 ‘감정싸움’ 때문에 작동하지 않는 건 문제라는 뜻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복지부가 현 상황을 마치 ‘강 건너 불구경’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박 장관은 2년 전인 2018년 1월 권역외상센터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에 “중증외상센터에 근무하는 의료진이 마음 놓고 의료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중증 외상 치료분야의 상징적인 인물이 구조적 문제를 제기하며 사퇴해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기자가 만난 아주대 권역외상센터 의료진은 자신들의 처우와 무관하게 중증 외상환자들을 살릴 수 있는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길 바랐다. 정부 차원의 시스템 정비 없이 의료진과 병원의 희생에만 기댄 권역외상센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이대로라면 이 교수의 호소는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수밖에 없다.위은지 정책사회부 기자 wizi@donga.com}
이국종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교수가 본보 인터뷰를 통해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에서 물러날 뜻을 밝히자 병원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20일 아주대병원의 한 관계자는 “이 교수로부터 연락을 받은 것이 없다”며 “아직 사표를 낸 게 아니어서 후임자 같은 대책을 의논할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욕설 논란 등 이 교수와의 갈등이 불거진 유희석 아주대의료원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할 말이 없다. 병원을 통해 이야기해 달라”라며 말을 아꼈다. 운항 재개를 앞둔 응급의료 전용 헬기(닥터헬기)의 운영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경원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과장은 이날 “헬기가 다시 운항해도 의료진은 탑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 과장은 의료 인력 및 병상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을 병원에 호소했지만 변하는 건 없었다며 “더 이상 열악한 상황에서 의료진이 탈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 과장은 21일 보건복지부와 아주대병원, 경기도가 참석하는 헬기 운항 점검 회의에서 이 같은 의견을 밝힐 예정이다. 한편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교수를 적극 지원했는데 정말 마음이 아프지만 더 이상 도와드릴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다음 달 6일 전국의 모든 권역외상센터장이 참석하는 긴급 간담회를 열어 운영상황을 점검하기로 했다.수원=위은지 wizi@donga.com / 이미지 기자}

18일 휴대전화를 통해 외상센터장 사퇴의 뜻을 전하던 이국종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교수(51)의 목소리는 의외로 평온하게 들렸다. 마치 모든 걸 내려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15일 해군 해상훈련 복귀 후 본보 등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외상센터 운영의 어려움을 격정적으로 토로하던 때와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이 교수는 사퇴를 결정하게 된 이유를 차분히 설명했다. 일부 병원 고위층 인사를 향해선 여전히 비판 수위를 높였지만 함께 외상센터를 이끌었던 의료진에는 여러 차례 미안한 마음을 내비쳤다. 이 교수는 외상센터장에서 물러난 뒤 아주대병원 평교수로 남아 치료와 강의에 나설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 교수의 역할과 비중을 감안할 때 현재 아주대병원에 설치된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운영에는 악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교수의 사퇴 의사 표명 이후 아주대병원과 보건복지부가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외상센터 떠나는 ‘외상센터 상징’ 이 교수의 외상센터장 임기는 아직 1년 가까이 남았다. 그가 밝힌 중도 하차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병원 고위층과의 갈등이었다. 그는 “(병원 고위층 모두가) 내가 그만두는 것을 원하고 ‘너만 입 다물면 모두가 행복해진다’고 한다”며 “이게 최선이라고 생각했고, 앞으로 외상외과 관련 일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외상센터 문제를) 이야기할 때 이미 관두기로 정했다”며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 교수는 외상센터의 인력 부족과 예산 지원의 문제점을 주장했다. 이후에도 그는 병원과 정부를 향해 인력 및 병상 부족 문제를 호소했다. 병상 배정 문제는 이 교수와 병원 고위층 갈등의 핵심이다. 그는 이날 통화에서도 “병상이 없어서 얻으러 다닌다고 병원 원무팀에 찾아가 사정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며 “정부 담당자를 만나 해결 방법을 이야기했지만 오히려 ‘이러시면 안 된다’는 말을 들어 참담했다”고 말했다. 병상 배정과 관련해 병원 측은 공사 등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병상이 부족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교수는 사퇴를 결정한 다른 이유로 동료 의료진에 대한 미안함을 꺼냈다. 그는 “우리 간호사들은 매일같이 손가락이 부러지고 (피부가) 찢기는 상황을 참고 닥터헬기(응급의료 전용 헬기)를 탔다”며 “헬기 타는 것이 힘들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매일 타라고 지시하면서 심적으로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자도 동료와 후배가 일하다 다치면 마음이 아프지 않으냐. 센터장으로서 나도 똑같았다”고 고백했다. 센터장으로서 말한 지원 약속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며 자책했다. “지난해 외상센터 일반병실 60병상에 수간호사가 고작 1명이었다. 병실도 4층 40병상, 5층 20병상으로 나뉘어 있는데 관리는 1명이 했다. 그러다 보니 20병상은 수간호사 없이 방치된 경우도 많았다. 그나마 최근에 수간호사 1명이 충원됐다. 모두에게 미안하다. 간호사 인력을 반드시 증원시킨다고 약속했는데 못 지켜 미안하다. 이러한 것도 모두 내 책임이 크다.” 닥터헬기 운영을 놓고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병원 고위층이) 임신한 응급구조사를 불러 헬기 소리가 시끄럽다고 혼냈다”며 “윗사람부터 헬기 소리 때문에 민원이 많다고 야단이었는데, 과연 앞으로 헬기를 (계속) 운항하겠느냐”고 말했다.○ 정계 진출설, 이직설은 일축 이 교수는 외상센터장 자리에서 물러나도 아주대병원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 대신 교수로서 환자 진료와 학생 강의에 전념할 뜻을 내비쳤다. 다른 병원 이직 가능성에 대해서는 2011년 서울의 한 대형 병원의 제안을 거절했다며 부인했다. 최근 일각에서 제기하는 정계 진출설에는 “무슨 정계다 뭐다 자꾸 이상한 이야기를 하는데 말도 안 된다. 그냥 평교수로서 조용히 지내겠다”고 일축했다. 그는 “앞으로 (외상센터장에서 물러나면) 할 일도 많지 않을 것이고 환자도 많이 줄어들 것”이라며 “진료와 강의 등 평교수로서의 삶을 살아가겠다. 병원 정책에 최대한 맞춰 주면서 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후임 외상센터장에 대해 묻자 이 교수는 “그건 병원장이 알아서 결정할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다만 자신과 가까운 사람이 후임으로 임명되지는 않을 거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지난해 ‘닥터헬기 소리는 생명입니다(소생)’ 캠페인을 펼친 본보에도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마지막으로 최근 불거진 논란에 대해 해명하고 미안함을 밝히며 통화를 끝냈다.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그리고 저 때문에 많이 시끄러웠던 아주대병원 관계자분들께도 죄송하다. 최근 욕설 녹취가 공개된 건 제가 의도한 바가 아니다. 제가 의도적으로 했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그저 제가 책임지고 그만두는 것이다. 후배 의료진도 다 알고 있다. 다만 죽기 직전까지 (열심히) 일한 간호사들에게 미안하다. 결국 간호사 증원을 못해주고 끝난 것이 제일 아쉽다.”이진한 의학전문 기자·의사 likeday@donga.com·이미지·위은지 기자}

경기 오산시에 사는 중국 국적 여성 A 씨(36)는 사흘째 계속되는 열과 기침 때문에 2일 가까운 병원을 찾았다. 독감 검사를 받았지만 음성이었다. 의사는 “목이 붓고 빨갛게 염증이 있다”며 하루 치 인후염 약을 처방해줬다. 하지만 약을 먹어도 차도가 없자 A 씨는 다음 날 병원을 다시 찾았다. 흉부 X선 검사를 했지만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의사는 “혹시 모른다”며 타미플루를 포함한 사흘 치 약을 추가로 처방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증상이 계속되자 결국 A 씨는 6일 인근의 한림대 동탄성심병원을 찾아갔다. 첫날 검사에서는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다음 날 흉부 X선 검사를 하니 폐렴 소견이 나왔다. 담당 의사는 며칠 전 질병관리본부(질본)에서 온 공문을 떠올렸다. A 씨에게 해외 방문 이력을 물었더니 “지난해 12월 13∼17일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 출장을 다녀왔다”는 답이 돌아왔다. 심상치 않은 낌새를 챈 담당 의사가 곧장 질본에 보고했고, A 씨는 당일 저녁 국가 지정 격리병상인 분당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입원 1시간 뒤 역학조사관 2명이 병원을 찾아왔다. A 씨 사례는 중국에서 원인 불명의 집단 폐렴이 발병한 직후 최근 국내에서 발생한 폐렴 의심환자 이야기다. 중국 폐렴의 원인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와 같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밝혀지면서 국내에서도 감염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다행히 A 씨의 감염 원인은 코로나 바이러스와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중국의 집단 발병 폐렴으로 현지에서 41명이 격리 치료를 받았으며, 이 중 60대 남성 2명이 사망했다. 중국 보건당국은 발원지로 여겨지는 우한 화난(華南) 해산물 시장 관계자들과 접촉자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중국 폐렴이 태국, 일본, 대만, 홍콩 등 주변국으로 전파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재 인천과 우한을 잇는 직항 비행기만 주 8편으로, 입국 인원은 하루 200명에 달한다.○ 갈수록 증가하는 해외 감염병 글로벌 시대를 맞아 해외에서 유입되는 감염병은 날로 늘어나는 추세다. 해외 유입 법정(法定) 감염병 1∼3급 신고 건수는 2010년 334건에서 메르스 사태 직후인 2016년 500건대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686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베트남과 필리핀, 태국 등에서 홍역에 걸린 환자만 86명이다. 특히 뎅기열(2019년 기준 279명), 세균성 이질(104명), 말라리아(74명) 등 열대 혹은 아열대성 질병의 신고 건수가 눈에 띄게 많다. 해당 감염병은 우리나라 여행객이 급증하고 있는 동남아 국가와 중국 남부에서 주로 유행하고 있다. 필리핀, 베트남, 라오스, 태국, 인도, 캄보디아,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이 전체 신고 건수의 86%를 차지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최근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홍역이 유행하면서 7일까지 31만 명이 감염됐고 6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콩고에서 한국을 찾는 입국 인원은 2018년 하반기(7∼12월) 기준 월 100명 가까이 된다. 이민원 질본 긴급상황센터장은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감염병이 유행하면서 종종 이름조차 생소한 감염병 신고도 들어온다”며 “출국자가 늘고 메르스 사태 이후 해외 감염병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신고 건수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동남아 지역 등에서 감염병이 만연한 원인을 지구 온난화와 무분별한 자연 개발에서 찾고 있다. 기온 상승이 세균 등 미생물의 활동을 촉진하는 한편, 자연 개발로 인해 바이러스 숙주인 야생 동물과의 접촉 빈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한 폐렴도 사스나 메르스처럼 야생 동물로부터 바이러스가 전이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이재갑 한림대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기후변화로 열대 질환을 옮기는 모기 생태계가 촉진되고 있다”며 “무분별한 자연 개발로 생기는 폐기물과 웅덩이에서 해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매년 ‘위험 지역’에서 수백만 명 입국 질본은 세계 각지의 감염병 현황을 파악해 이 중 위험 지역을 ‘감염병 오염 지역’으로 지정해 공개하고 있다. 중국을 포함해 총 65개국의 감염병 오염 지역(이달 8일 기준)에서 우리나라로 입국하는 인원은 매년 수백만 명에 이른다. 질본에 따르면 감염병 오염 지역에서 입국하는 인원은 2017년 943만7000명, 2018년 906만 명, 지난해 580만6000명이었다. 오염 지역으로 지정된 국가들이 바뀜에 따라 지난해 입국 인원이 크게 줄었는데도 이상 증상을 신고한 인원은 예년과 비슷했다. 이상 증상을 신고한 인원은 2017년 25만9000명, 2018년 26만5000명, 2019년 23만9000명. 감염병 오염 지역 입국자 가운데 증상을 신고한 사람들의 비율은 2017년 2.7%에서 지난해 3.9%로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공항 진단검사실에서 감염병 양성 반응 결과를 받은 사람은 1449명에 이른다. 질본은 귀국 직후 이상 증상이 보이면 반드시 보건당국에 신고하라고 당부한다. 가까운 병원 또는 보건소를 찾거나 질본 콜센터(1339)로 신고해야 한다. 의료진도 법정 감염병이 의심되는 환자를 발견할 경우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신종 감염병을 포함한 1, 2급 법정 감염병을 신고하지 않은 의료인은 최대 500만 원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감염병 정보 전달체계도 바꿔야 2010년 6월 해외 순회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한 예술단체의 여성 단원 2명이 고열과 설사 증세로 병원에 입원했다. 이들은 다른 단원들과 함께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나이지리아, 터키, 이집트 등 4개국에서 공연을 마치고 막 귀국한 참이었다. 검사 결과 병명은 아프리카 일대에서 유행하는 ‘급성 열성 전염병 말라리아’. 두 단원은 말라리아 예방약을 처방받아 이미 복용한 상태였다. 그러나 확인 결과 담당 의사가 잘못된 약(항말라리아제 ‘클로로퀸’)을 처방해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나이지리아는 항말라리아제 종류 중 클로로퀸의 효능이 떨어지는 지역이기 때문에 ‘말라론’이나 ‘메플로퀸’을 처방해야 한다. 결국 두 단원은 투병 끝에 숨졌다. 똑같은 감염병이라도 지역별로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에 맞춘 처방이나 치료가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의료진이 감염병 정보를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보건당국은 의료진을 대상으로 감염병 관련 정보를 공문을 통해 알리고 있다. 공문을 통해 실시간으로 감염 정보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어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부터는 새로운 방식을 동원했다. 휴대전화로도 볼 수 있는 소식지 ‘감염병 뉴스레터’를 고안한 것. 질본은 대한의사협회와 함께 뉴스레터를 제작해 의료인 9만 명에게 격주로 발송하고 있다.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 발령’ ‘서울 모 학교 홍역 발생’ 등과 같이 국내 감염병 최신 소식과 국제 동향, 일반 상식 등을 고루 담고 있다. 그러나 뉴스레터를 받은 의사 10명 중 4명은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본이 지난해 11월 의료인 35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평소 소식지를 잘 챙겨 보느냐’는 질문에 60.6%만 ‘그렇다’고 대답했다. 뉴스레터에 대한 평가는 전반적으로 호의적이었다. 응답자 10명 중 8명 이상(84.6%)이 ‘소식지가 신고 및 진료에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응답자의 71.4%는 ‘감염병 최신 소식의 분량을 늘리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질본은 소식지 전달 대상을 간호사와 보건의료직 공무원 등 다양한 직군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스마트폰 문자 등을 활용해 소식지에 대한 접근성도 높일 방침이다. 한층 전문적이고 다양한 내용을 다룰 수 있도록 별도의 홈페이지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갑 한림대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미국, 영국에서는 의료인을 대상으로 한 전문적인 감염병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사이트밖에 없는데 의료진이 최신 연구 동향과 정보를 파악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를 별도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이미지 image@donga.com·위은지 기자}
앞으로 대형병원들이 병상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조건 응급환자나 중증 외상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보낼 수 없다. 만약 병상 문제로 ‘환자 수용 불가(바이패스)’를 남발하면 병원 측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로 골든타임을 놓쳐 환자가 사망에 이르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최근 불거진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과 병원 고위층의 갈등도 병상 부족으로 인한 바이패스가 원인 중 하나였다. 보건복지부는 17일 제1차 중앙응급의료위원회를 열어 ‘응급의료체계 개선 방향’을 심의 후 확정했다. 이번 개선안 마련은 지난해 2월 과로로 숨진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순직이 계기다. 개선안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중 ‘바이패스 총량제’가 도입된다. 민관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가 사전에 정한 바이패스 횟수를 넘어선 병원에 대해 보험수가 인하 등 불이익을 주는 내용이다. 민관 위원회는 병원들의 인력과 장비 수준을 감안해 적정한 바이패스 총량을 정한다. 총량제 적용 대상은 권역응급의료센터 38곳, 지역응급의료센터 123곳이다. 최근 불거진 이 센터장과 병원의 갈등 원인이 ‘병상 부족’이라는 점에서 바이패스 총량제가 권역외상센터의 구조적 문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총 63회의 바이패스가 있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응급실뿐 아니라 본원의 병상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병원들이 얼마나 바이패스가 있었는지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상급 종합병원 응급실에 경증 환자가 쏠려 대기 시간이 길어지고 정작 중증 응급환자가 제때 치료를 못 받는 상황을 막기 위한 방안도 마련됐다. 응급실을 통해 상급 종합병원의 외래 예약이나 입원 날짜를 잡을 때 의원이나 동네 병원에서 발급한 진료의뢰서가 없으면 건강보험급여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상급 종합병원의 외래 예약을 빨리 잡으려고 응급실을 이용하는 편법을 막겠다는 취지다. 중증 응급환자가 골든타임 내 병원에 이송될 수 있도록 중증도 분류 기준을 개편하고, 지역별 응급환자 이송 지도(地圖)도 만든다. 중증 응급환자가 처음 도착한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는 바람에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은 탓이다. 현재 응급실에서 쓰이는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도구(KTAS)’를 기반으로 새로운 중증도 분류 기준을 만들 계획이다. 또 각 지역에서 특정 증상의 환자가 발생했을 때 어느 병원으로 이송할지를 담은 구체적인 이송 지침도 마련한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이날 회의에 앞서 “(이 센터장과 유희석 아주대의료원장의 갈등 관련) 사건은 법과 제도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양쪽 당사자 간의 감정이 누그러지고 서로 포용해야 최선의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과 병원 고위층 사이 갈등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병상 배정 문제가 꼽히고 있다. 지난해 9월 열린 병원 내부 회의에서는 이 문제를 놓고 이 센터장과 병원 고위층이 심하게 충돌하기도 했다. 아주대 의대 교수회는 유희석 의료원장의 사과와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16일 본보가 입수한 아주대병원 회의 녹취록에는 외상센터 환자의 병상 점유 문제가 향후 상급종합병원 지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이 담겨 있다. 한 병원 고위층 인사가 “외상센터 병상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다”고 지적하자, 이 센터장은 “자꾸 우리 때문에 상급종합병원 지정에 타격이 생긴다고 (하면서) 죄책감을 주지 말라”고 강하게 항변했다. 회의에서는 닥터헬기 소음과 이에 따른 민원 때문에 환자가 줄어들 것을 우려하는 내용도 거론됐다. 의료계에서는 양측의 해묵은 갈등이 병상 배정을 계기로 폭발했다는 의견이 많다. 사실 병상 부족은 다른 권역외상센터에서도 겪는 일이다. 전문가들은 병상 부족의 가장 큰 원인으로 중증 대신 경증 환자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점을 꼽는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국 13개 권역외상센터에 입원한 환자 3만3275명 중 46.7%(1만5543명)가 경증 외상 환자였다. 국제 외상 평가기준인 손상중증점수(ISS)에 따라 흉부, 복부 등 6개 신체부위별 손상 정도를 합산해 75점 만점에 9점 미만이면 경증, 15점 초과면 중증으로 분류한다. 경증 외상 환자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목포한국병원 외상센터였다. 이곳은 전체 환자 2588명 중 65%(1682명)가 경증 외상 환자였다. 안동병원(58%), 의정부성모병원(54%), 가천대길병원(51%) 등도 전체 환자의 절반 이상이 경증이었다. 배금석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이송된 환자 중에 경증으로 판명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막상 경증 환자가 와도 다른 곳으로 보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외상센터 치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에 따르면 인천 가천대길병원 외상센터 내 중증 외상 환자 비율은 17%. 또 인천에서 발생한 중증 외상 환자가 권역 내 외상센터에서 치료받는 비율은 12%에 불과하다. 인천에서 중증 외상을 입은 환자의 88%가 인천 내 일반 병원이나 다른 지역 외상센터로 가고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응급 환자의 상태를 판단해 가장 적합한 의료기관으로 이송할 수 있는 응급 환자 분류 시스템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편 아주대 의대 교수회는 16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후배 교수에게 폭언을 해 병원의 명예를 실추시킨 유 의료원장은 이 교수와 전체 교수에게 사과하고 즉시 의료원장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유 의료원장은 현재 베트남 출장 중이며 2월 말 임기가 끝난다.위은지 wizi@donga.com·전주영·이미지 기자}

“너무 비참하잖아요.” 한 달간의 해군 해상훈련 동행을 마치고 15일 귀국한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이 괴로운 심경을 털어놨다. 그는 외상센터 운영을 둘러싸고 병원 측과 오랜 기간 갈등을 빚었다. 최근에는 유희석 아주대의료원장이 수년 전 이 센터장에게 욕설과 막말을 하는 녹취가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이 센터장은 15일 오후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병원 측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병원 측이 의도적으로 외상센터 환자에게 병상을 배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센터장은 “아무 지원도 없이 외상센터를 1등급으로 만들기 위해 몸을 갈아가면서 일했다”며 병원 측의 주장이 모두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 같은 문제를 알고 보건복지부 담당자가 현장조사까지 했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병상 배정과 관련해 그동안 아주대병원 측은 건물 공사 등으로 인해 추가 배정이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이 센터장은 외상센터로 복귀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지금 상황에서) 그런 게 무슨 상관이냐”고 말했다. 사실상 단시일 내 병원 복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센터장은 이날 오전 경남 진해군항을 통해 돌아왔다. 그는 입항 환영행사에 참석하는 대신 근처에서 석해균 전 삼호주얼리호 선장을 만났다. 이 센터장은 2011년 ‘아덴만의 여명’ 작전 때 크게 다친 석 전 선장을 직접 수술했다. 한편 아주대 의대 교수회 임원들은 15일 회의를 열고 유 의료원장의 퇴진이 불가피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교수회는 16일 이 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본보가 입수한 성명서 초안에 따르면 교수회는 유 의료원장의 막말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규정했다. 또 이 센터장이 병원 발전에 기여한 바를 감안할 때 유 의료원장의 행동을 묵과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유 의료원장이 이 센터장에게 사과하고 즉각 물러나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유 의료원장의 임기는 2월 말까지다.위은지 wizi@donga.com / 진해=강정훈 / 이미지 기자}

직장인 이모 씨(29)의 새해 목표는 ‘커피 중독’에서 벗어나기다. 출근길 테이크아웃 커피 한 잔, 점심식사 후 회사 동료들과 커피 한 잔, 잠이 몰려오는 오후 사무실에서 캡슐커피 한 잔을 습관처럼 마셨더니 언젠가부터 커피 없이는 피로를 쫓을 수 없게 됐다. 이 씨는 “커피를 끊고서 처음에는 두통이 생겼지만 일주일 정도 지나니까 오히려 잠을 푹 잘 수 있게 됐다. 오히려 근무시간에 집중도가 더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추운 날씨에 몸을 녹이는 따끈한 커피 한 잔이 간절한 계절이다. 이제 커피는 단순한 개인 기호의 차원을 넘어 소통의 문화가 된 지 오래다. 사실 커피 한 잔은 일상에 여유를 줄 뿐 아니라 일시적으로 각성 효과를 가져와 학업이나 직장 생활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습관처럼 커피를 즐기다 보면 카페인에 중독돼 건강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권고하는 성인의 카페인 일일 섭취 기준량은 최대 400mg. 2018년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국내 주요 커피전문점에서 파는 아메리카노 한 잔(평균 303mL)에 들어 있는 카페인은 평균 136mg인 것으로 조사됐다. 아침, 점심, 저녁으로 아메리카노를 한 잔씩만 마셔도 카페인 일일 섭취 권고량을 넘기기 쉽다. 카페인은 중추신경을 자극해 기분을 좋게 만들어준다. 또 졸음을 일으키는 아데노신의 작용을 억제하고, 신경을 자극해 일시적으로 암기력도 높여준다. 그러나 하루에 카페인을 500mg 이상 과다 섭취하게 되면 이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심장박동이나 맥박이 증가하고 혈압이 높아지며 불안, 초조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부작용이 대표적이다. 권길영 노원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소화불량과 같은 소화기 장애나 빈뇨 증상, 이명, 손발 저림과 같은 다른 증상들도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속적인 카페인 섭취는 의학적으로 ‘카페인 중독’에까지 이를 수 있다. 미국 정신의학회의 정신장애진단통계편람(DSM)에 따르면 육체적, 정신적 질환이 없고 하루 카페인 섭취량이 250mg 이상인 사람이 다음 12가지 증상 중 5개 이상에 해당하면 카페인 중독이 의심된다. 기준은 △안절부절못함 △신경과민 △흥분 △불면 △안면 홍조 △소변이 자주 마려움 △소화불량 등 소화기 장애 △두서없는 사고와 언어 △근육 경련 △주의 산만 △지치지 않음 △맥박이 빨라지거나 불규칙함 등이다. 카페인 금단현상은 카페인을 섭취하지 않은 지 12∼24시간이 지나면 발생한다. 카페인을 하루 500mg 이상 섭취한 사람이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금단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드물지만 평일 하루 1∼2잔을 꾸준히 마신 사람도 이와 같은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카페인 금단현상은 두통이 가장 흔하며 피로, 산만함, 구역질, 근육통, 우울감 등의 증상이 같이 나타날 수 있다. 성인뿐만 아니라 어린이나 청소년들도 카페인 중독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탄산음료나 초콜릿 등에 카페인이 다량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커피우유(200mL)에는 카페인 약 47mg, 캔 콜라(250mL)에는 카페인 23mg, 초콜릿 한 개(30g)에는 카페인이 16mg 들어 있다. 어린이나 청소년의 하루 카페인 섭취 권고량은 체중 1kg당 2.5mg 이하다. 즉 체중이 10kg인 아이의 경우 카페인을 25mg 이하로 섭취하는 게 좋다. 권 교수는 “어른보다 신진대사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은 몸 안에 카페인이 더 오래 남기 때문에 두통이나 불안, 신경과민의 부작용에 취약하다”며 “카페인 성분 자체가 성장을 억제하지는 않지만 다른 음식에 함유된 칼슘이나 철분의 흡수를 방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렇다면 새해 카페인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당장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전문가들은 카페인 섭취를 갑자기 중단하는 것보다 1∼2주에 걸쳐 서서히 섭취량을 줄여 나가는 게 좋다고 말한다. 커피를 줄이는 과정에서 디카페인 음료를 함께 마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내려 마시는 커피는 가능한 한 짧은 시간 안에 내리고, 티백도 짧게 우려내는 것이 좋다. 평소 식품을 구입할 때 카페인 함량을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해군 훈련에 참가하고 있는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사진)이 15일 경남 진해군항을 통해 귀항한다. 최근 외상센터 운영을 둘러싸고 불거진 이 센터장과 병원 측의 갈등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14일 해군에 따르면 15일 오전 구축함인 문무대왕함이 진해군항에 입항한다. 명예 해군중령인 이 센터장은 지난해 12월 중순 문무대왕함에 승선해 태평양 일대에서 실시된 해상 훈련에 참가했다. 문무대왕함에서는 휴대전화 등 개인 통신수단 사용이 불가능하다. 그 대신 TV 시청은 가능해 이 센터장은 자신에 대한 언론보도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센터장과 병원 측은 그동안 외상센터 운영 과정에서 크고 작은 마찰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희석 아주대의료원장이 이 센터장에게 욕설을 하는 녹취도 4, 5년 전 상황으로 알려졌다. 의료계에서는 양측 사이 갈등이 그만큼 오랜 기간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에는 병상 부족이 문제였다. 환자가 몰려 센터의 병상이 부족하면 본관 내 다른 진료과 병상을 이용해야 하는데 병원 측이 협조해주지 않았다는 것이 이 센터장의 주장이다. 그러나 병원 측은 “755개 병상을 40개 넘는 진료과가 나눠 쓰는 탓에 본관 병상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의료계에서는 최근 권역외상센터에 중증이 아닌 경증 환자가 몰리는 걸 원인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권역외상센터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규모를 키우고 위급 상황을 넘긴 환자는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조석주 부산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전원(轉院·병원을 옮기는 것) 업무를 맡을 일종의 ‘조정센터’를 지역 거점마다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위은지 wizi@donga.com·이미지 기자}

해군 훈련에 참가하고 있는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사진)이 15일 경남 진해군항을 통해 귀항한다. 최근 외상센터 운영을 둘러싸고 불거진 이 센터장과 병원 측의 갈등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14일 해군에 따르면 15일 오전 구축함인 문무대왕함이 진해군항에 입항한다. 명예 해군중령인 이 센터장은 지난해 12월 중순 문무대왕함에 승선해 태평양에서 실시된 해상 훈련에 참가했다. 문무대왕함에서는 휴대전화 등 개인 통신수단 사용이 불가능하다. 그 대신 TV 시청은 가능해 이 센터장은 자신에 대한 언론보도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센터장과 병원 측은 그동안 외상센터 운영 과정에서 크고 작은 마찰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희석 아주대의료원장이 이 센터장에게 욕설을 하는 녹취도 4, 5년 전 상황으로 알려졌다. 의료계에서는 양 측 사이 갈등이 그만큼 오랜 기간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에는 병상 부족이 문제였다. 환자가 몰려 센터의 병상이 부족하면 본관 내 다른 진료과 병상을 이용해야 하는데 병원 측이 협조해주지 않았다는 것이 이 센터장의 주장이다. 이에 병원 측은 “755개 병상을 40개 넘는 진료과가 나눠 쓰는 탓에 본관 병상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의료계에서는 최근 권역외상센터에 중증이 아닌 경증 환자가 몰리는 걸 원인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권역외상센터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규모를 키우고 위급 상황을 넘긴 환자는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조석주 부산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전원(轉院·병원을 옮기는 것) 업무를 맡을 일종의 ‘조정센터’를 지역 거점마다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유명 인플루언서(구독자를 많이 확보한 사람)들이 특정 제품의 허위·과장 광고를 올렸다가 적발됐다. 이 중에는 가수 출신 방송인과 유명 개그맨의 아내 등이 포함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8~12월 구독자 10만 명 이상 확보한 SNS 인플루언서 499명이 올린 게시물을 점검한 결과, 허위·과대광고를 한 15명과 유통전문 판매업체 8곳을 적발했다고 9일 밝혔다. 적발된 SNS 게시물은 총 153건이다. 이 중 특정제품이 디톡스(해독)나 붓기 제거에 효과가 있다는 내용의 거짓·과장 광고가 65건으로 가장 많았다. 한 인플루언서는 일반식품에 해당하는 특정 음료를 소개하며 “아침마다 너무 붓거나 성형수술 직후 붓기를 급하게 빼야하는 사람에게 좋다”고 광고했다. 식품에 특정기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려면 식약처로부터 ‘건강 기능식품’ 인증을 받아야 한다. 현재까지 식약처가 인증한 기능 가운데 ‘붓기 제거’는 없다. 일반 식품인데도 다이어트 효과가 인증된 건강기능식품인 것처럼 광고한 게시물도 27건이었다. 제품 섭취 전후를 비교한 체험기 형식의 광고도 34건이 적발됐다. 현행 식품표시광고법상 체험기 형식의 광고는 ‘소비자 기만 광고’에 해당된다. 또 다른 인플루언서는 “친구가 손가락에 낀 반지가 안 빠졌는데 특정 음료를 마시고 붓기가 빠져 바로 반지를 뺐다고 하더라”며 반지를 빼기 전후의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리기도 했다. 원재료의 효능·효과를 활용한 소비자 기만 광고(15건)와 심의결과를 따르지 않은 광고(7건), 암 예방·심장질환 감소 등 질병치료 효능·효과 광고(5건) 등도 적발됐다. 식약처는 적발된 업체에 대한 행정처분과 고발을 지방자치단체에 요청할 예정이다. 또 해당 게시물 153건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차단 조치를 요청했다. 식약처는 “제품을 직접 판매하지 않아도 허위·과대광고나 체험기 형식의 광고물을 게시한 인플루언서나 광고대행사 등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위은지 기자wizi@donga.com}
“유튜브에 나온 대로 사람용 구충제(알벤다졸)를 일주일에 사흘 복용했더니 새벽에 일찍 일어나도 전혀 피곤하지 않더라고요.” 최근 50대 여성 A 씨는 약사 김모 씨가 운영하는 서울 관악구의 한 약국을 찾아 “알벤다졸을 구입할 수 있느냐”며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알벤다졸은 이미 지난주에 품절된 상황. A 씨처럼 기생충 제거가 아닌 ‘다른 용도’로 약을 찾는 환자가 최근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지난해 구충제가 항암효과가 있다는 이야기가 퍼졌을 때보다 요즘 더 많은 환자들이 알벤다졸을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암 환자 사이에서 ‘기적의 항암제’로 불리며 품귀 현상을 일으킨 구충제가 최근에는 ‘만병통치약’으로 둔갑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알벤다졸을 섭취하고 비염, 당뇨, 아토피 등의 증세가 호전됐다거나 피로가 해소됐다는 등의 후기가 이어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데다 가격도 1, 2알에 1000원 수준으로 낮은 편이라는 점도 구충제 열풍에 불을 지폈다. 특히 유튜브에서 알벤다졸 효과를 봤다는 동영상 후기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유튜버는 “30년 넘게 축농증 수술을 수차례 받은 환자인데 알벤다졸을 사흘 섭취했더니 코가 뻥 뚫렸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유튜버는 “당뇨는 췌장에 사는 기생충이 인슐린을 분비하는 베타세포를 파괴해 생기는 것”이라며 “알벤다졸로 기생충을 박멸하면 당뇨를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임상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개인의 주장이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자 보건당국과 의료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당뇨 전문가인 이은정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췌장 기생충이 당뇨의 원인이라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당뇨 환자는 췌장을 보호하는 게 가장 중요한데 알벤다졸이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도 “구충제가 다른 효능이나 효과가 있는지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구충 목적으로만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충제는 정해진 용법과 용량대로 복용할 경우 부작용이 적은 약이다. 그러나 장기간 복용할 경우 두통이나 간 기능 장애, 혈액 이상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복용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에 대한약사회는 7일 약국들에 공문을 보내 “확인되지 않은 효과를 기대하고 구충제를 사용하는 것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다량 판매가 이뤄지지 않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중국에서 원인 불명의 폐렴 환자가 집단 발생한 가운데 국내에서도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 의심 환자가 8일 확인됐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 12월 13∼17일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를 다녀온 중국 국적 여성 A 씨(36)가 전날 흉부 엑스레이 검사에서 폐렴이 확인됐으나 현재까지 원인 불명이라고 8일 밝혔다. A 씨는 현재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 격리돼 치료 중이다. A 씨는 지난해 12월 31일부터 기침과 더불어 목이 붓는 증상을 보였다. 이달 2∼3일 오산한국병원, 6일 한림대 동탄성심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흉부 엑스레이를 찍었으나 당시에는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7일 흉부 엑스레이 검사에서 폐렴 증세가 확인돼 질본에 해당 사실이 통보됐다. 아직 폐렴 원인 병원체는 파악되지 않았다. 질본 조사결과 A 씨는 폐렴이 집단 발생한 화난 해산물시장을 방문하거나 야생동물을 만진 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질본은 “A 씨와 접촉한 사람들을 파악 중인데 아직까지 이들 중 유사 증세를 보인 이는 없었다”며 “중국 보건 당국에 따르면 원인 불명의 폐렴이 사람 사이에 전파된 사례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질본은 감염병 위기 경보를 ‘관심’ 단계로 유지하되 예방 관리 대책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우한시 체류자의 체온을 측정하고, 9일부터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를 통해 입국자 정보를 의료기관에 제공하기로 했다. 질본은 “우한시 방문객은 가금류나 야생동물과의 접촉을 피해야 한다”며 “귀국 후 14일 내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발생하면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로 전화해 달라”고 당부했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일본산 유명 마스카라와 아이라이너에서 화장품 사용 금지 원료인 방사성물질이 검출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해당 제품의 판매를 즉시 중단시키고 제품을 회수 조치했다. 7일 식약처는 일본 화장품업체 후로후시가 생산하고 아이티벡스인터내셔널이 수입·판매한 ‘후로후시 모테마스카라’ 7종과 ‘후로후시 모테라이너’ 3종에서 방사성물질인 토륨과 우라늄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해당 제품에서 확인된 수치는 최대 연간 1억분의 9mSv(밀리시버트) 정도로 극소량이지만, 방사성물질은 화장품에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판매 중단 조치가 내려졌다. 일반인의 최대 연간 피폭 방사선량 안전기준은 1mSv다. 식약처 관계자는 “방사성물질이 극히 소량 검출돼 기존 사용자의 피폭 위험은 없다”고 설명했다. 해당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는 수입사나 구입처에 반품하면 된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