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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보에서 흑이 승기를 잡았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미세하다. 백으로선 끝내기에서 역전 찬스를 노려볼 만하다. 백 58의 단수를 외면하고 흑 63으로 중앙을 둔 것은 최선의 끝내기. 만약 참고 1도 흑 1로 이으면 백 2부터 10까지 선수하는 것이 기분 좋다. 백 66은 9집짜리 끝내기. 흑 67과 맞보기의 곳이다. 그런데 잘 두던 바둑이가 삐끗한다. 전보에서 말한 대로 흑 71, 백 72의 교환은 하지 않는 것이 좋았다. 이 교환을 하는 바람에 백 74로 치중하는 수가 생겼다.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든 셈이다. 백 74에 직접 응수하기가 곤란하다. 참고 2도 흑 1로 두면 6까지 백이 상당히 이득을 볼 수 있다. 그래서 흑 75로 방향을 돌린 것인데….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은 당연히 흑 A로 연결해야 한다고 판단했지만 바둑이의 계산은 달랐다. 흑 45, 47로 A의 단점을 커버할 수 있다고 본 것. 백이 흑 대마를 끊으려면 참고 1도 백 1, 3으로 둬야 하는데 흑 6으로 끊는 수가 성립한다. 따라서 흑이 A의 가일수를 하지 않아도 된다면 전보에서 백이 중앙 흑 두 점을 잡은 것은 매우 작은 끝내기에 불과했다. 미련이 남은 백은 54, 56으로 두며 A의 보강을 강요했지만 흑 57이 단점을 보강하면서 끝내기까지 겸하는 효율적인 수다. 찜찜하다고 해서 흑 57로 참고 2도 1로 미리 선수하는 것은 악수. 백 10까지 오히려 백이 선수로 이득을 보기 때문이다. 바둑이의 판단은 정확했고, 여기서부터 형세가 흑으로 기울기 시작했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31은 독특한 끝내기. 보통은 A로 뛰는데, 한 발이라도 더 들어가겠다는 뜻. 그러나 A로 뒀을 때와 집 차이는 거의 없다. 백 34가 너무 안전하게 둔 수로 완착이다. 참고 1도 백 1로 한 발 더 들어가도 흑 2로 받을 수밖에 없다. 이후 우변을 정리했으면 팽팽한 형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백 38은 아까부터 눈여겨보던 노림수. 여기서 흑은 신중히 응수해야 한다. 참고 2도 흑 1로 형태상 급소같지만 백 2, 4로 흑 대마가 끊어진다. 그래서 흑 39는 정수인데 대신 백 40으로 흑 두 점이 잡히는 아픔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백의 큰 착각이 있었다. 백 44 이후 당연히 흑 B로 보강해야 한다고 본 것. 바둑이는 다른 발상을 하고 있었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로 젖혀 이은 수는 나중에 A로 달리는 끝내기를 엿보고 있는 것. 이렇게 되면 우하 백 집이 많이 줄어든다. 흑 99는 좌중앙을 키우는 수로 큰 곳이다. 백 100으로 끊어 응수타진을 하고는 백 106으로 흑 대마를 공격한다. 흑이 실리를 탐하는 사이에 중앙에서의 공수가 바뀐 상황이다. 흑 107은 응수타진. 백 108로 물러서는 것을 기다려 흑 109를 선수하고 흑 111로 중앙으로 진출한다. 물론 안에서 사는 수도 있다. 참고 1도 흑 1을 선수하고 3으로 붙이면 9까지 99% 완생이다. 흑 109를 선수한 것은 참고 2도 백 1, 3으로 나와 끊는 수를 방비한 것. 흑 8까지 백이 안 된다. 자체 도생보다는 외부와의 연결을 선택한 흑의 판단은 옳은 것이었을까.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이해찬(더불어민주당 대표)보단 세고, 유인태(국회 사무총장)보단 약해.”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만난 임채정 한국기원 총재(78·사진)는 자신의 기력을 묻는 질문에 정확히 몇 단이라고 얘기하지 않고 이 대표에 대한 비교 우위를 언급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지난달 29일 취임한 임 총재는 지난해 11월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갑자기 사퇴한 뒤 표류해온 한국기원을 이끄는 수장이 됐다. 특히 기전이 계속 사라지면서 침체의 늪에 빠진 한국 바둑계의 부활을 이끌어야 한다. 바둑계는 14∼17대 4선 의원이자 국회의장을 지낸 그의 정무 감각과 균형감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야구 축구와 달리 바둑은 ‘관중’이라는 기초 재원이 없어 한계가 있습니다. 우선 기전 확대에 힘을 쏟겠습니다.” 국내 대표 기전인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그동안 8개 팀 중 2팀이 부족해 5월 전반기 시즌을 제때 시작하지 못했다. 그런데 임 총재가 온 지 한 달도 안 돼 2팀이 채워졌다. 임 총재는 지난해 제정된 바둑진흥법에 대해 일반 원칙을 정해 놓았지만 구체적인 내용과 방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바둑진흥법의 공백을 한국기원이 메워갈 수밖에 없습니다. 엘리트체육인 프로 바둑계를 기전으로 살린다면, 생활체육인 아마 바둑계는 체계적인 국가 지원 시스템을 통해 육성하고 싶습니다.” 어릴 적 아버지가 바둑 두는 것을 어깨너머로 보고 배웠다. 중학교 때 고 조남철 9단의 ‘위기개론’을 보고 바둑에 눈을 뜬 그는 “아직 동네 싸움바둑에서 벗어나진 못했다”고 말했다. 그에게 바둑에 빗대 요즘 정치권에 대해 한 말씀 해달라고 하자 툭 한마디를 던졌다. “바둑 두듯 정치하면 됩니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기자에게 부연 설명을 했다. “바둑을 두려면 상대가 있어야 합니다. 바둑을 아예 두지 않거나 불리하다고 엎어 버리지 않는다면 상대와 상대의 수읽기를 존중해야 바둑을 둘 수 있죠. 지금 정치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백 ◎의 탈출 대신 참고 1도 백 1, 3으로 나와 끊는 것은 어떨까. 흑의 약점이 많아 수가 날 듯하지만 흑 4로 강하게 버티는 수가 좋다. 흑 12까지 수상전에서 흑이 한 수 빠른 데다 중앙 백은 빈사 상태에 빠진다. 백 ◎에 대해 참고 2도 흑 1에 둬 호구 모양을 만드는 것이 기분 좋아 보인다. 하지만 이것이 외려 백에게 수습의 리듬을 준다. 백 8까지 좌변을 자연스럽게 지우면서 안형을 갖출 수 있다. 그래서 흑은 83, 85로 좌변을 키우고 87로 막아 좌변에 두툼한 집을 만들었다. 바둑이는 직선적 공격보다는 적당히 위협하며 실리를 차지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 대신 백돌은 90, 92로 쉽게 안정권에 도달했다. 흑 93은 선수인데 95, 97로 끝내기까지 서두른 뜻은 무엇일까.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으로선 좌 중앙 백에 대한 공격이 관건인데, 백도 탄력이 있어 섣불리 달려들어서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흑 71로 상변을 넘어간 것은 정수. 만약 공격 강도를 높이려면 참고 1도 흑 1로 백의 중앙 탈출로를 막아야 한다. 하지만 백 2, 8이 선수. 이어 백 10으로 붙여 나오면 상변 흑도 탈출해야 해서 공격이 제대로 듣지 않는다. 백 72로 빠져나오자 흑이 중앙을 깔끔하게 틀어막기는 어려운 모습이다. 흑 77은 백의 안형을 뺏어 밖으로 몰아내겠다는 뜻. 2차, 3차 공격을 염두에 둔 행마다. 백 78은 어정쩡한 행마 같지만 참고 2도 1, 3처럼 평범하게 행마하면 흑 6으로 더 압박을 받는다. 백 82까지 탈출은 했으나 아직 사방이 흑 천지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는 사실 팻감이라고 하기엔 애매한 구석이 있다. 만약 백이 받아준다면 이후로도 계속 이 부근에 흑이 두는 팻감을 받아줘야 한다. 결국 백은 58, 60으로 우하귀 흑을 잡고 흑은 59, 61을 연타해 좌중앙 백을 크게 공격하는 태세를 취했다. 백의 실리가 적지 않지만 흑이 계속 공세를 취할 수 있게 됐다는 면에서 흑이 좀 더 기분 좋은 결과다. 아무래도 백이 우하 패를 들어간 것이 빨랐다는 평이다. 그 대신 흑도 공격을 하다가 삐끗해서 백을 쉽게 살려주면 우하에서 실리를 내준 것이 부담이 된다. 백 62의 응수타진에 흑 63은 확실히 귀를 차지하면서 중앙 백의 공격은 여유 있게 하겠다는 뜻. 어차피 백이 한 걸음 더 달아나도 공격의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흑 63으로는 참고도처럼 두는 것도 방법이다. 실전과 큰 차이가 없다. 백은 68, 70으로 백 모양에 탄력을 붙이며 수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로 때 이르게 패를 걸어갔는데, 흑 47까진 외길. 지금 이 패를 백이 이기려면 세 번을 연속해서 둬야 한다. 백의 팻감은 어디 있는 걸까. 사실 흑은 패를 이겨도 큰 전과를 거두기 어렵다. 백은 패를 이기면 우하 귀를 잡긴 하지만 여러 번 둬야 한다. 서로 이 같은 핸디캡이 있기 때문에 팻감을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 백 48의 팻감이 백의 자랑. 손해가 없는 팻감이다. 뚜렷한 팻감이 없는 흑은 51의 저공비행을 팻감으로 쓴다. 정상적 상황이라면 참고도 백 1로 반발해야 하지만, 그러면 흑 2부터 팻감도 많이 나온다. 또 이 전투 자체가 서로 만만치 않다. 백 54의 팻감도 흑으로선 안 받을 이유가 없다. 우하 귀 패를 흑이 해소해도 별 이득이 없는데 백 54에 대해 손을 빼면 좌상 귀가 송두리째 백의 수중에 들어가기 때문. 흑은 팻감 쓰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흑 57에는 악수 팻감을 쓰지 않겠다는 바둑이의 고심이 잔뜩 묻어 있다. 50 56=◎, 53=47.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33은 좋은 행마로 중앙으로 진출하려면 오직 이 한 수라고 봐야 한다. 우상 귀에서 공방을 주고받는 와중에 백은 38로 끊어간다. 이게 무슨 뜻일까. 실전처럼 흑 39로 받으면 나중에 패의 부담이 있다. 패를 피하려면 참고 1도 흑 1, 3으로 두면 되는데 모양 자체가 굴욕적이다. 게다가 백 ‘가’가 놓이면 ‘나’도 선수가 된다. 우상을 완전히 정리하기 전에 백 38로 응수를 물어본 건 적절했다는 평이다. 사실 백이 원했던 것은 참고 2도. 흑 1로 잡으면 바꿔치기가 되는데 백 8이 절호점이 돼 만족이다. 그래서 흑 39로 받고 다시 우상 귀로 돌아갔는데, 백 44가 뜻밖이었다. 이렇게 이른 타이밍에 패를 걸어가는 것이 괜찮을까. 딱히 눈에 보이는 팻감도 없는데….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전보 마지막 수인 흑 ○는 방향 착오라는 지적이 있었다. 우하 백 세력이 좋은 만큼 27의 곳에 선착하는 것이 더 좋았다는 얘기다. 백 18은 흑이 귀를 받으면 하변을 벌리겠다는 뜻으로 고수들의 대국에서 종종 등장하는 수법이다. 백 22가 좀 특이했다. 참고 1도 백 1로 붙이는 것이 흔히 보는 정석이다. 흑 4 때 선수를 뽑을 수 있는 것이 백의 자랑거리다. 하지만 백이 22를 둔 것은 참고 2도 흑 2로 젖혀 반발하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백 7로 빵따냄하는 것이 두텁지만 흑 16까지 하변에서 터를 잡으면 실리에서 흑이 앞서게 된다. 백 28로 어깨 짚은 수는 좌변 흑 모양을 견제하면서 상변 백의 모양을 넓히는 일석이조의 수. 초반 포석은 무난하게 흘러가고 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예선 2회전은 한일전이다. 바둑이의 상대는 일본의 인공지능(AI) 레인즈. 바둑이로서는 중국의 골락시와 벨기에의 릴라제로와 함께 가장 경계해야 할 강자다. 흑 5의 3.3 침입에 백은 참고 1도 1로 막아 선수를 잡고 5로 굳히는 것이 보통이다. 최근에는 실전 백 6으로 막는 것을 더 많이 둔다. 백 12로는 손을 빼고 다른 곳으로 달려가거나 참고 2도처럼 진행하는 정석을 많이 둔다. 이 정석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참고 2도 백 13까지 이어진 뒤 흑이 ‘가’로 뒀다. 하지만 요즘엔 ‘가’를 두지 않고 발 빠르게 다른 곳으로 달려가는 진행이 많다. 흑 15로 걸친 것은 당연하고 레인즈는 백 16으로 받으며 유연하게 초반을 운영한다. 아직은 탐색전. 그런데 흑 17이 도마에 올랐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마지막 수인 흑 153 때 백이 참고 1도 2로 단수하며 나오면 어떻게 될까. 흑은 중앙 백과 수 싸움을 할 필요 없이 5∼9로 상변 백을 잡으면 된다. 한국의 바둑이는 이 바둑을 통해 수읽기와 완급 조절 능력이 프로기사 수준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승부처는 참고 2도였다. 중앙과 상변, 좌변에 흑의 거대한 세력이 형성된 상황에서 특공대 백 ◎의 생사가 관건이었다. 얼핏 봐선 위험해 보이지만 백말이 탄력 있어 쉽게 죽을 돌은 아니었다. 하지만 참고 2도 백 1(실전 98)이 초점에서 벗어난 수. 흑 2로 백 대마가 빈사 상태에 빠졌다. 백 3 땐 흑 4로 우직하게 끊어가자 대책이 없다. 백은 A로 붙여 타개를 도모했어야 했다. 바둑이가 골루아를 꺾고 상큼하게 출발했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인공지능(AI)이 생각보다 사활에 약하다는 것이 프로기사들의 평가다. 물론 포석, 전투, 형세 판단에 비해 약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완벽해 보이는 그들도 사활에선 가끔 실수를 한다. 흑 41도 참고 1도 1로 호구하면 더 간단했다. 흑 9까지 알기 쉽게 백을 잡을 수 있다. 흑 43이 흑이 백을 제압하게 위해 반드시 필요한 수. 백이 44로 젖혔는데 참고 2도 1로 곱게 이으면 흑은 중앙 백과 수상전을 위해 4로 끊는다. 흑 12까지 흑이 한 수 빠른 수상전이다. 백 44는 참고 2도를 피한 것인데 흑 45, 47로 이번엔 상변 백과 수상전을 하겠다고 나선다. 백은 이도저도 움직이지 못하게 된 것. 흑 53으로 끊자 백은 항복을 선언했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는 사실 참고 1도 백 1로 물러나는 것이 정수다. 하지만 흑 2로 막히면 백의 희망은 사라진다. 백 5까지 중앙 대마는 살릴 수 있지만 흑 6으로 두면 백 넉 점이 고스란히 잡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백 ◎는 혼신을 다해 버틴 수. 그러나 흑 27로 끊자 백이 급한 곳이 많아졌다. 흑 29도 맥점. 여기서도 백은 고민이다. 참고 2도 백 1로 나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 백 11까지 좌상에서 크게 살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도 상변 백이 발목을 잡는다. 흑 12∼16의 연타로 잡히는 것. 이래도 안 되고, 저래도 안 되니 답답할 지경이다. 백은 40으로 상변 흑의 삶을 방해하며 수상전에 나섰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중앙 백 대마는 백 18로 흑 한 점을 잡으며 일단 한 집을 만들었다. 이때 흑은 굳이 대마를 잡으려 하지 말고, 참고 1도처럼 둬도 유리하다. 흑 19로 끊은 수는 끝내기까지 가지 않고 여기서 승부를 보겠다는 강수. 바둑이의 과감함이 엿보인다. 흑 21로 둬 백을 양분했고 백은 22로 젖혀 최후의 일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흑 23 대신 참고 2도 흑 1로 끊을 수도 있다. 흑 7이 급소여서 상변 흑이 사는 데는 지장이 없다. 백 12까지 좌상 귀를 차지하면 흑은 17까지 중앙을 확보한다. 이 그림 역시 흑이 유리하지만, 바둑이는 흑 23, 25로 밑으로 기어 대마 전체를 집요하게 노린다. 백 26으로 뻗은 것은 일견 당연한 수처럼 보이는데….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은 중앙 말을 돌보기 전에 ◎를 뒀다. 보통은 선수가 되는 곳. 하지만 지금은 흑이 백 ◎를 완전히 무시하고 흑 99로 백 말의 숨통을 조인 것이 좋았다. 백 ◎로는 참고도 백 1, 3을 선수하고 백 5, 7로 두어 적극적으로 중앙 말을 수습하는 것이 좋았다. 백 15까지 된다면 백은 수세에서 벗어나 반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흑이 상변을 받지 않고 흑 99로 지키자 중앙 백 돌들의 수습은 점점 어려워진 상황이다. 골루아는 백 100으로 우선 상변을 접수하고 중앙 타개에 승부를 내려고 하지만, 흑 101로 나와 흑 109로 끊는 것이 선수여서 백이 상당히 곤란한 모습이다. 백은 106, 110으로 동분서주하지만 마땅한 타개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백 110에 응수하지 않고 흑 111, 113으로 두 점을 잡은 것도 백을 점점 갑갑하게 만들고 있다. 이젠 백이 중앙에서 어떻게 수습하느냐가 최후 승부처가 됐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중앙 흑의 거대한 세력에 퐁당 뛰어든 백 ◎는 쉽게 잡힐 돌도 아니지만, 쉽게 살아갈 수 있는 돌도 아니다. 백이 94까지 모양을 갖추자 흑은 95로 바로 턱밑까지 창끝을 겨눈다. 창과 방패의 대결에서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그대로 승부가 결정 난다. 백 96은 날렵한 응수타진. 흑이 참고 1도 1로 받으면 백 2로 ‘가’에 붙이는 수를 노린다. 흑 3으로 이를 방비하면 백 4부터 8까지 이곳을 뚫고 나온다. 흑으로선 탐탁지 않은 진행이다. 그래서 흑 97로 역으로 응수타진을 하고 나섰다. 백이 평범하게 참고 2도 1로 두면 흑의 연이은 강수에 18까지 백의 삶이 막막하다. 백은 우선 98로 이쪽부터 건드려 보는데….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로 끊긴 흑 두 점은 살아가기 힘들다. 흑은 아예 두 점을 버리고 81, 83으로 중앙 세력을 쌓았다. 그런데 백에겐 더 좋은 수가 있었다. 흑 81 때 참고도 백 1의 마늘모 행마로 중앙에 나가는 수다. 이때 흑이 흑 두 점을 살리면 백 3, 5로 끼워 잇는 것이 흑을 괴롭히는 수. 흑이 끝까지 버티면 백 11까지 중앙 흑 일단이 잡혀버린다. 참고도 백 1로 나오면 흑이 한참 후퇴해야 중앙을 틀어막을 수 있다. 백이 좋은 찬스를 놓치자 흑 85로 막는 모양이 그럴듯하다. 백 86으로 머리를 내밀어도 흑 87, 89로 꾹꾹 눌러 막아 중앙에 거대한 흑 모양이 형성됐다. 백의 다음 수가 관심사인데, 골루아는 백 90을 선보인다. 망망대해에 조각배 하나가 툭 던져진 것 같다. 하지만 쉽게 침몰시킬 수 있는 건 아니다. A로 뿌리 내리는 수, B나 C로 견제하는 수 등을 맞보고 있어 제법 탄력이 있는 수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는 백돌의 유일한 탈출로. 참고 1도 흑이 1로 막는 수는 안 된다. 백 2 때 흑 3으로 귀를 보강해야 하기 때문이다. 백 4로 끊으면 백 대마를 수습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백 74로 백 대마를 연결하는 것으로 마무리할 즈음, 바둑이는 흑의 약점을 보강하지 않고 흑 75로 공격적 태도를 보인다. 이때 백 76이 일견 무리처럼 보이지만 흑이 약점을 제대로 찔러간 응수타진. 만약 여기서 흑이 참고 2도 1로 이으면 어떻게 될까. 수순이 제법 길지만 외길 수순으로 백 18까지 흑 대마가 곤경에 빠진다. 바둑이는 흑 77, 79로 참을 수밖에 없었고 백 80으로 끊어 대마를 확실히 안정시켰다. 그렇다고 백이 유리한 건 아니고, 위기를 슬기롭게 넘겼다고 할 수 있는 정도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